두산그룹에서 근무하다 2000년도 초에 퇴직한 김광현 사장은 퇴직 후, 심혈을 기울여 묘목농원을 키우더니, 이제는 그만 정리를 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건축, 토목경기가 좋지 않아 묘목에 대한 수요가 답보상태이고, 김 사장 자신의 나이도 이미 70대 중반을 넘어서자, 여러 군데 벌려놓은 묘목농원의 관리가 점점 힘에 겨워지는 모양이다.
올 들어 그렇게 내 놓은 농원 몇 군데가 주인을 만나 계약이 되자, 마음이 홀가분해진 감 사장은 삼목회 회원부부들을 삼척 쏠비치리조트로 초대를 한다. 아마도 홀가분해진 기분을 격의 없는 삼목회 회원 부부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다.
삼목회는 1961년 상과대학 입학동기 7명의 모임으로, 회원들은 어언 50년이 넘게 정기적으로 만나 친목을 도모해 오고 있고, 부부동반으로 국내외여행도 함께 즐길 정도로 막역하고 부담이 없는 모임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다 보니 금년 들어 회원 한 사람이 타계하고, 또 다른 회원은 부부 공히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참석할 수가 없는 가하면, 바쁜 일정 때문에 불참을 통보해온 회원도 있어서, 회원 4명만이 부부동반으로 6월 22일(금) 12시, 삼척 쏠비치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한다.
2018년 6월 22일(금)
우리부부는 야탑역 1번 출구 앞에서, 오전 8시 30분, 김 사장 차에 편승하여 삼척으로 향한다. 혼자서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고, 그 후 10일 동안 마드리드, 바르세로나 등 스페인의 주요도시를 둘러본 후, 지낭 20일, 45일 만에 귀국한 내가 직접 삼척까지 차를 운전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김 사장의 배려 덕이다.
운전하기를 좋아하고, 그래서 운전을 잘하는 김 사장이 운전하는 차는 이미 15만Km를 넘게 뛴 구형 그랜저이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마지로 잘 손질된 영동고속도로를 부드럽게 달린다. 횡성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돌린 후, 차는 대관령을 지난다. 터널 5~6곳을 통과하고 나서, 11시 10분 경, 김 사장이 대관령 전망대에 차를 세운다. 버스를 타고 여러 차례 대관령 전망대를 지나기는 했지만 내려서 살펴본 본 적은 없었던 곳이라 무지 반갑다.
7길경 대관령 힐링전망대(사진 클릭하면 커짐)
대관령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동쪽 조망(사진 클릭하면 커짐)
조망 안내
“강원고속도로 12길경?”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설명을 보니, 영동고속도로, 서울양양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의 4개의 고속도로가 강원도 지역을 통과하는 곳에서, 12군데 길 경치가 좋은 곳을 선정하여 “강원고속도로 12길경”이라 명명하고, 그중 대관령전망대를 7번째로 꼽아, “7길경 대관령 힐링전망대”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무심코 지나친 “1길경 횡성대교”와 경치가 좋다고 소문이 난 “8길경 내린천 휴게소”를 잠시 사진으로 둘러보고, 12길경의 진위를 확인해 보기로 한다.
횡성대교(펌)
내린천휴게소(펌)
위 사진은 한국도로공사의 “강원도 고속도로 이색명소 BEST 7!” 중에서 일부를 옮긴 것이다. 우리들이 무심코, 모르는 사이에 지나치는 곳에도 아름다움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11시 20분 경, 우리는 다시 차에 올라, 삼척으로 달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각, 쏠비치호텔에 도착한다. 손 교수부부와 정 회장부부는 이미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다. 김 사장은 쏠비치리조트의 준회원이라고 한다. 2년 전에 준공한 이 리조트는 회원도 예약하기가 쉽지 않고, 예약을 했더라도 체크인을 하는데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촛대바위 쪽에서 본 쏠비치리조트(사진 클릭하면 커짐)
쏠비치리조트 입구
호텔 노블리안(Noblian)
오늘도 역시 체크인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김 사장이 서둘러서 한참만에야 겨우 체크인을 하고 방 배정을 끝냈지만, 방 정리가 제대로 되려면 두어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방 배정이 끝났으니, 짐은 방에 가져다 두어도 좋다고 하지만 1박 2일의 여정이라 짐이 많지 않아, 짐을 차에 둔 채 움직여도 지장이 없겠다. 기다려야한다는데도 김 사장은 우선 식사부터 하자며 느긋한데, 부인 김PD가 보이질 않는다.
김 사장이 이리저리 찾으러 다니지만, 찾지를 못하고 돌아오고, 이윽고 김PD가 풀죽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김 사장이,“말도 없이 어디를 갔었냐?”고 버럭 소리를 지르자, “해안 바이크가 탈 만해서 예약하러 갔더니, 오늘 것은 매진이고, 내일 것도 인터넷예약만 가능하다.”고 해서 헛걸음만 하고 왔다는 대답이다.
삼목회 회원들이 부부동반으로 처음 동유럽여행을 했을 때, 김 사장 부인이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계획하고 추진했었는데 그 솜씨가 완벽하여 “김PD”라는 별명을 얻었고, 두 번째 북유럽예행 때도 그 솜씨가 여전하여‘ 굳어진 이름이다. 김 사장은 삼척에 두어 차례 왔을 뿐이지만, 김PD는 친구들과 여러 차례 온 적이 있어서, 삼척의 명소를 속속들이 알고 있고, 그 모든 곳을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해안 바이크 예약을 시도했으나, 초장부터 결과가 시원치 않아 맥이 빠지는 모양이다.
점심식사는 호텔 1층 한식당, “해파랑”에서 한다. 넓은 공간에 식탁과 의자를 여유 있게 배치하여 우선 답답하지 않아 좋고, 실내도 깔끔한데, 8명, 10명이 앉을 수 있는 곳도 여럿 있어 우리 같은 일행에게는 안성맞춤이다.
한식당 해파랑(펌)
여자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않고, 남자들이 마주 앉는 자리배치가 끝나자, 여자 종업원이 다가온다. 우선 맥주부터 두어 병 달라고 하자, 이 아가씨 당돌하게 주문부터 하라고 대꾸한다. 이 호텔은 시설 등 하드웨어는 합격인데, 중요한 종업원교육은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가씨를 노려보며, 재차 맥주를 주문하자, 그제야 맥주를 가지러 움직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이 리조트를 지은 대명콘도가 초기에는 운영도 직접해오다, 전문 업체에게 운영을 위탁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종업원들을 교육시킬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1시가 훌쩍 넘은 시각에 점시식사가 끝난다. 다양하게 주문한 음식들이지만, 음식이 깔끔하고 맛이 있다는 식후 평이다. 식대도 호텔기준으로 볼 때 비싼 편이 아니라 만족한다. 식사가 끝나자 김PD는 서둘러 우리들에게 리조트주변을 보여주고 싶은데, 김 사장은 카페에 나가 커피 한잔하면서 쉬자고 브레이크를 건다.
힘에 겨웠던 묘목농원이 팔리자, 긴장이 풀렸는지, 김 사장은 24시간 호텔에 틀어박혀 좋아하는 맥주나 마시며 쉬고 싶다고 하지만, 김PD는 그런 김 사장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맥주나 마시며 쉬려면, 구지 이곳까지 안 와도 됐을 터인데, 손님들을 이곳까지 초대해 놓고, 초대한 사람이 호텔에 틀어박혀 맥주나 마시며 쉰다는 것이 말이 돼는 소리냐며,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면서도 김 사장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려다 보니 일정이 꼬이고 자주 변경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운 지, 김 사장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젓는다,
카페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죽인 후, 김PD의 인솔 하에 리조트 구경에 나선다. 이제는 더 이상 저지 할 구실이 없는 김 사장은 맨 뒤로 쳐져서 어슬렁어슬렁 따라온다. 하지만 카페에서 보낸 1시간이 결코 시간만 낭비한 것은 아니다. 카페 전망대에서 본 바다 풍광, 호텔의 모습 등이 빼어나고, 넓지 않은 대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한 설계가 뛰어 났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펌)
카페에서 본 바다 풍광
가까이 본 호텔의 웅자(雄姿)
나무계단을 내려서서 해변을 가까이 본다. 수심에 따라 옥색, 녹색, 청색을 띠고 있는 바닷물 빛이 오묘하다. 해변까지 내려가서, 발을 담가보고 싶지만, 김PD는 해변으로 내려서는 대신, 리조트의 각종 놀이시설을 지나, 우리들을 산토리니광장으로 안내한다.
수심에 따라 달리 보이는 바닷물 빛
위에서 본 놀이동산 1
놀이동산 2
산토리니광장 전경
김PD는 산토리니광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이곳에서 찍은 사진을 본 친구 들은 모두들, “너 언제 또 그리스에 다녀왔니?”라고 묻는다고 한다. 이곳의 풍광이 그 정도로 그리스의 작은 섬 산토리니의 풍광을 닮았기 때문이다.
산토리니 광장 1
광장 2
광장 3
광장 4
왜 그렇게 닮았을까? 호텔 홈페이지에 실린 ‘쏠비치 삼척 소개“를 여기에 옮긴다. 이것을 보면 누구나 그 이유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창조(創造)는 모방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이처럼 과감한 모티브의 도용이 공감(共感)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태양의 해변이라는 의미의 쏠비치 호텔 & 리조트 삼척이다.
그리스 산토리니 마을의 건축 미학을 담은 쏠비치 호텔 & 리조트 삼척은 하얀 외벽과 파란색 지붕의 조화가 돋보이는 그리스 키클라틱 건축양식을 모티브로 환상적인 바다 전망과 어우러지는 709실 규모의 호텔 & 리조트로 탄생했습니다. (펌)
부인들이 무척 좋아한다. 이제는 늙었다고 사진 찍기를 꺼려하던 부인들도 김PD의 강요에 못이기는 체 카메라 앞에 서고는 한다. 이곳에서 한동안 왁자지껄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다시와 바비큐 가든이나, 뜰, in the Grill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김PD의 안내로 다음 행선지 관동팔경 중의 으뜸이라는 삼적의 죽서루로 향한다.
부인들 사진 -산토리니 광장
죽서루에 도착하니 뒷전에서 어슬렁거리던 김 사장이 어느 사이에 문화재 해설사를 모시고 온다. 이 해설사 아주머니가 또 인물이다. 보통사람들이 보았을 때, 죽서루는 좀 투박하게 보이는 일자형 정자에 불과하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정자가 어떻게 보물이 되고, 관동팔경 중의 하나가 됐을 까? 라고 생각할 정도다. 보통사람들 범주에 속하는 김 사장은 아마도 전에 이 해설사의 설명을 들고, 비로소 죽서루의 진가를 알고, 죽서루를 관동팔경 중의 제일로 인정한 모양이다.
죽서루
죽서루 입구
삼척 죽서루안내
第一溪亭
튼실한 몸매에 목소리가 부드러운 해설사는 정자 아래에 우리들이 모이자, “여러분들은 이 죽서루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라고 질문부터 한다, 노련한 솜씨다. 애송이 해설사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에 바쁜데, 질문부터 던져 우리들은 제압하고,(질문을 받고 긴장하지 않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 주의를 집중시킨다.
해설사 아주머니
해설사의 재미있는 설명을 경청하는 부인들
누군가가 “자연과의 조화”라고 간략하게 대답하자, 해설사는 대견하다는 듯, 큰 소리로, “맞아요. 정자 아래 기둥들을 보세요? 크기가 다 다르지요? 죽서루 말고, 세상 어디에 또 이런 정자가 있나요?, 강변 암반 위에 정자를 지을 때, 암반상태를 훼손하지 않고, 기둥 길이로 해결했지요. 이러니 이제 관동팔경 중의 으뜸이 어느 곳인지 분명해졌지요? 어딘가요?”
우리들은 합창하듯, “죽서루.”라고 외친다.
“누각으로 오르는 길이 좌우 양쪽에 있는데, 한쪽은 지체 높은 사람들이, 또 한쪽은 지체 낮은 사람들이 오르는 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길로 오를 분들인지 알아봅시다. 왼쪽으로 오를 분 손들어 보세요.”
누각에 오른다. “여기에는 임금님 자리, 신하들 자리, 일꾼들 자리가 있는데,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보세요. 자신이 임금인지, 신하인지, 일꾼인지 알 겁니다.“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천정을 보세요, 석가래가 보이죠? 석가래가 없는 곳이 한 군데 있는데, 그 아래가 임금님 자리예요.“라고 하더니, 정 회장부인 이 앉아 있는 자리로 가서, ”이분이 임금님이네요.“라며 웃는다.
이어 임금님 자리 뒤에 앉자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이 자리가 무슨 자리인지 말해도 되나요?‘라고 묻는다. ”말해보세요“라는 대답에, ”그래도 돼요?, 화 안내실 거죠?“라고 재차 확인 한 후, ”하인들 자리죠. 임금님 뒤에 대기 해 있다가 필요할 때 재빨리 움직여야하니까요.“
매사가 이런 식이다. 서너 차례나 죽서루가 관동팔경 중 으뜸이라는 소리가 우리들 입에서 튀어나오게 유도하더니, 두 시간 가까이 진행하던 해설을 마친다.
죽서루에 걸린 시들
정조어제
시원하게 바람이 부는 누각에 앉아, 재미있게 죽서루 공부를 마친 일행은, 김PD의 안내로 삼척 해상케이블카, 황영조 마라톤공원, 새천년해안도로 등을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와 산토리니광장 뜰, in the Grill에서 손 교수가 가져온 포도주를 반주로, 저녁식사를 하며, 10시 가까운 시간까지 환상의 시간을 보낸다.
040 해상케이블카 앞에 걸린 삼척 여행안내-석탄이나 캐고, 시멘트 제조와 동굴 몇 개가 있는 삼척정도로 알고 있던 우리들을 놀라게 한 삼척 여행안내도(사진 클릭하면 커짐)
삼척해상 케이블카
Gate 1
삼척 해상케이블
풍광 1
풍광 2
풍광 3
풍광 4
황영조 기념공원
황영조 올림픽 마라톤 세계제패 기념탑
지구를 딛고 선 황영조
황영조(사진 클릭하면 커짐)
그는 파도처럼 달렸다
황영조 집 찾기
황영조의 집
새천년 해안도로 1
새천년 해아도로 2
산토리니광장, 뜰, in the Grill
고기가 익고 와인 잔이 돈다.(펌)
(2018.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