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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용문산

 

 쓰레기봉투를 들고 임도를 걷는 대원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용문산(1,157m)은 화악산, 국망봉, 명지산에 이어,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으로, 기암괴석과 고산준령을 고루 갖추고, 사방으로 흘러내리는 계곡의 경관이 뛰어나 예로부터 경기의 금강산으로 불려왔다. 본디 미지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는데, 조선을 개국하고 이태조가 등극하면서 '용문산'이라 바꿔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남한강과 홍천강으로 둘러 싸여 있는 용문산 주변에는 유명산을 비롯하여 중원산, 도일봉 등이 산세를 더 하여 정상에서 굽어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용문산 정상은 이전에는 출입금지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정상의 신선바위까지 오를 수 있다. 동남쪽의 용문계곡과 서북쪽의 유명계곡, 어비계곡, 삼천이골, 그리고 동북쪽의 산음리계곡, 서남쪽의 함왕골 등 계곡의 경관이 좋아 산행은 주로 계곡산행으로 이루어지는데 용문면 쪽은 사람이 많은 반면 나머지 세 방면은 호젓한 데다 계곡도 더 좋다.


용문산 남동쪽 기슭에는 거찰 용문사가 자리하고 있고 일대는 국민관광단지로 지정되어 각종 편의시설이 조성되어있다. 용문사는 신라 선덕왕 2년(913년)에 창건되었다는 유서 깊은 고찰로, 경내에는 보물 제531호 부도 등 문화재가 여럿 있고, 특히 천연기념물 30호로 유명한 용문사 은행나무는 둘레 10m, 높이 70m로 동양 최대를 자랑한다. (이상 자료 발췌)


2009년 7월 16일(목)

장마로 비가 오는 날이 많다보니 화요일, 토요일로 정한 주 2회 산행이 여의치가 않다. 그리하여 7월 중에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산행하는 날이 되고, 산행시간도 5시간 정도가 되게, 코스를 짧게 잡는다.


중부지방에 비 예보가 없는 목요일, "강동산사랑산악회"에서 용문산을 간다기에 따라 나선다. 코스가 특이하다. 배넘이재에서 정상까지는 한강기맥의 마루금을 걷고, 정상에서 동남쪽 능선을 타고 내리다, 왼쪽 골짜기로 빠져, 마당바위를 지나 용문사로 하산한다. 도상거리 약 8.6Km에,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겠다.

산행코스


8시 50분, 출발장소인 둔촌역 2번 출구를 나서니, 저 앞에 중형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강동산사랑산악회'는 매월 둘째, 넷째 목요일에 정기산행을 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주로 강동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회원이라고 한다. 첫 번째, 세 번째 목요일에는 회원 중심의 번개산행을 하게 되는데, 오늘은 비회원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하는 행운을 얻는다. 오늘 참여인원은 10여명, 여자 분들이 많다. 회장님도 여자 분이다. 여자 분들이 많은 산악회는 분위기가 좋다. 더구나 오늘은 친숙한 동호인들의 모임이니 그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더 말 할 것도 없겠다.


버스는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달린다. 구름이 많은 낀 날씨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검단산, 두물머리, 그리고 북한강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버스는 양평에서 37번 국도로 바꿔 타고, 이어 용천에서 351번 국지도로 들어서서 배너미고개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설매재 자연휴양림이 가까워 도로변의 예쁜 팬션들이 눈길을 끈다. 2차선 도로가 1차선으로 변하며, 가팔라진다. 바이커 두어 명이 가파른 도로를 힘겹게 오르고 있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북한강, 흙탕물이 도도히 흐른다.


버스는 10시 13분, 배넘이고개에 도착한다. 앞자리에 앉았던 회장님이 차에서 내리는 대원들에게 검정색 비닐봉투를 나누어준다. 쓰레기봉투다. 산행을 하면서 쓰레기를 주워 봉투에 담아온다고 한다. 누가 시킨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말은 쉬워도 실행하기가 힘든 일인데, "강동산사랑산악회" 회원들은 오랫동안 산청소를 해왔다고 한다. 배넘이고개는 2005년 10월, 한강기맥을 하면서 왔던 곳이라 낮이 익어 친근하게 느껴진다.

배넘이고개 도착

배넘이고개 명지산 가는 길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마치고, 단장님을 따라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힘들게 배넘이고개에 오른 바이커들이 쉬면서, 사진을 찍으며, 이런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준비운동을 바친 대원들은 10시 24분, 선두대장을 따라, 표지기가 걸려있는 산길로 들어서서, 무성한 잡목을 헤치며 줄지어 완만한 사면 길을 오른다.

산행시작


이윽고 능선으로 진입한다. 비가 온 뒤라 습도가 높아 상큼한 맛은 떨어지지만, 한결 깨끗해 보이는 숲속을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모두들 같은 느낌을 즐기는 모양이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대원들의 발걸음에 한결 여유가 있어 보인다.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뒤질세라 쏜살같이 내닫는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다. 길섶에 산딸기가 보이자 여자대원들의 발걸음이 더욱 더 늦어진다. 노랗게 핀 야생화가 눈길을 끈다.

비온 뒤 더욱 깨끗하게 느껴지는 숲속


능선이 가팔라진다. 10시 42분, T자 갈림길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여전히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되고, 경사면에 로프가 드리워져 있다, 10시 43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고, 6분 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를 지난다. 등산로가 완만한 오르막으로 변하고, 10시 53분, 다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를 지난다. 개념도에 고도 822m라고 표기된 지점이라고 짐작한다. 이정표는 용문산까지의 거리가 2,5Km라고 알려 준다.

갈림길, 우, 선두대장이 뒤에 오르는 대원들을 돕는다.


돌 많은 오르막길을 오른다. 최근에 이 지역에 비가 많이 내린 모양이다. 능선으로 많은 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역력하다. 이윽고 오르막이 끝나고, 멋진 산판길이 이어진다. 11시 2분, 이정표가 있는 대부산 갈림길을 지난다. 여전히 멋진 산판길이 계속되는데, 그 속에서 부부 등산객이 얼굴을 맞대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 준다.

산판길과 부부 등산객


11시 22분, 개망초가 하얗게 깔린 너른 공터를 지난다. 하얀 개망초 사이에서 이름을 모르는 노란 꽃이 한결 두드러져 보인다. 해발고도가 1,000m를 넘어선다. 앞선 대원들이 열심히 쓰레기를 주워 담으며 걷는다. 이어 두 번째 공터를 지나고, 11시 26분, 임도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공터

야생화

쓰레기를 줍는 대원들


11시 34분, 부대정문에 이른다. 날씨가 흐려지고 안개가 내린다. 전에는 초소에 위병이 있었으나. 오늘은 정문이 활짝 열려있는데도, 위병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2007년 정상이 개방됐다는 소리를 들은 바 있어, 부대 통과가 가능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등반대장이 후미를 맞고 있는 단장에게 전화를 하더니, 표지기가 걸려 있는 오른쪽 철책을 타고 내려선다. 한강기맥을 할 때는 정문에서 왼쪽으로 진행했었다. 정문과 경고판을 카메라에 담고, 가파른 철책 길을 내려선다.

부대정문

경고판


다행히 철책 길은 내리막에서 그치고, 등산로는 철책과 멀어져 오른쪽 사면으로 이어지며, 부대가 있는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한다. 대원들을 사면 길로 안내한 선두대장이 뒤에서 오는 대원들을 돕기 위해 철책 길로 되돌아온다. 사면 길을 걸으며 뒤돌아 지나온 철책 길을 카메라에 담고 뚜렷하게 이어지는 우회로를 따라 걷는다.

뒤돌아 본 지나온 철책 길


돌 많은 우회로에서 선두그룹이 후미를 기다리며 쉬고 있다. 남자대원이 배낭에서 막걸리 병을 꺼내고, 여자대원은 과일을 돌린다. 후미그룹이 도착하고, 마지막으로 단장님이 모습을 보인다. 한동안 휴식을 취한 대원들은, 11시 50분 경,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바위와 돌 사이로 좁은 사면길이 거칠게 오르내린다. 12시 7분, 용문산 1.0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후미를 기다리며

이정표


왼쪽 능선 위, 부대 쪽에서 확성기를 통해 '빨간 마후라' 노랫소리가 들린다. 군부대 점심시간에 틀어 놓는 방송인 모양이다. 12시 16분, 첫 너덜지대를 지나며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연수리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두어 차례 더 너덜을 건너고, 12시 21분, 갈림길을 만나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정상의 구조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덜지대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고


12시 29분, 이정표를 지나고, 12시 43분, 커다란 바위 앞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떨어지며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2분 후, 왼쪽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뚜렷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버리고 왼쪽의 가파른 사면 길로 들어선다. 작은 둔덕을 오르니, 왼쪽 사면에 로프가 드리워져 있다. 로프를 잡고 올라, 12시 50분, 전망대에서 주위를 조망한다.

갈림길의 표지기

용문봉과 그 뒤로 중원산

군부대 초소와 북동방향의 문례봉 줄기

팔각정

군부대 시설


전망대에서 내려서서, 용문산 등산안내도를 카메라에 담고, 12시 54분, 정상석이 있는 좁은 정상(1157m)에 오른다. 부대정문에서부터 약 1시간 10분이 지난 시각이다.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 주위를 줄러 본 후, 계단을 내려서서 팔각정으로 향한다.

정상석

정상에서 본 문례봉,

팔각정에서 본 전망대

팔각정에서 본 신점리


12시 57분, 팔각정을 나서며 눈에 띠는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고, 가파르고 긴 계단 길을 내려선다. 1시 4분, 표지목이 있는 장군봉과 정상 갈림길에 이르니, 왼쪽 쉼터 평상에서 선두그룹이 점심상을 벌리고 있다. 합석하여 정상주를 나누어 마시고 식사를 한다. 이윽고 후미그룹이 도착하자, 왁자지껄 식사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무르익는다. 1시 58분, 한 시간 가까운 긴 점심을 마치고, 하산을 시작한다.

야생화

장군봉과 정상 갈림길의 표지목

점심식사를 한 쉼터


가파른 암릉길을 내려선다. 2시 3분, 마당바위 1.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며 동남능선과 가까이 보이는 용문사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평일인데도 용문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가파른 능선 길을 힘겹게 오르며, 하산하는 우리들을 부러워한다. 2시 13분, 마당바위 1.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100m를 내려서는데 10분이 걸리는 가파르고 험한 길이다. 2시 18분, 전망바위에서 용문산 정상을 뒤돌아본다

이정표

힘차게 뻗은 능선과 용문사 방향의 조망

뒤돌아 본 정상


가파른 암릉길이 계속 이어진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용문봉이 가깝다. 계단 길을 내려서고, 큰 바위가 앞을 막으면 등산로는 좌우로 비켜선다. 2시 32분, 마당바위 0.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6분 후 표지목이 있는 갈림길에서 무심코 직진하다. 뒤에서 부르는 단장님의 소리를 듣고, 갈림길로 되돌아온다.

가깝게 보이는 용문봉

계단길

능선에 버티고 있는 바위를 우회하고

표지목이 있는 갈림길


직진하면 능선을 따라 상원사로 내려서게 되고, 왼쪽으로 꺾어내려야, 마당바위가 있는 계곡으로 내려설 수가 있다. 가파르고 거친 너덜 길을 내려선다. 2시 44분, 마당바위 0.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로프가 걸린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바닥이 온통 돌투성이라, 자칫 미끄러져 엉덩방아라도 찢게 되면 엉치뼈가 온전할 수가 없겠다. 계곡의 물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너덜 길 험한 내리막

로프길


3시 정각, 맑은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계곡에 내려서서, 시원한 물을 한바탕 뒤집어쓰고, 모자와 수건을 물에 담갔다 꺼낸다. 3시 15분, 계곡길 끝지점을 알리는 표지목을 지나고,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계곡을 따라 걷는다. 지계곡에는 다리가 걸려있고, 이골 물, 저골 물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쳐져, 계곡의 물은 갈수록 풍성해지고, 물소리는 우렁차다.

 

첫 번째 만난 계곡물

계곡길 끝지점 표지목

지계곡에 걸린 다리


3시 20분, 대원들이 족욕(足浴)을 하고 있는 마당바위에 내려선다. 높이 2m, 폭이 4~5m, 길이 7m정도의 커다란 바위가 계곡에 놓여있는데, 상단부가 칼로 자른 듯 평평하다. 맑은 계류에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후, 물소리를 들으며 바위에 앉아있으니, 더운 줄 모르겠다. 10분 쯤 더위를 식히고 다시 계곡을 따라 내린다.

마당바위

마당바위 앞 계류


비온 뒤 수량이 풍부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용문계곡이 이처럼 아름다운 줄을 이제껏 모르고 지난 것이 이상할 정도다. 돌 많은 계곡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다리를 건너고, 3시 56분, 용각바위 부근을 알리는 표지목을 지난다. 용문사까지의 거리가 1,3Km라고 알려준다.

용문계곡 1

용문계곡 2

용각바위 부근 표지목


다리를 건너니 왼쪽에서 내려오는 길이 보인다. 아마도 용각바위에서 내려오는 길인 모양이다. 4시 20분, 첫 번째 상원사 갈림길 표지목을 지나고, 4시 26분, 약 1100년 전에 대경대사가 창건했다는 용문사를 둘러본 후, 천연기념물 30호인 은행나무를 우러른다.

아담한 용문사 지장각

둘레 10m가 넘는 우람한 은행나무 밑동


잘 정비된 경내 도로를 따라 내린다. 길가 수로를 따라 옥 같이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젊은이들이 신발을 벗고 수로를 따라 걷는 모습이 시원하다. 화장실에 들러 땀에 젖은 웃옷을 갈아입고, 상점에서 캔 맥주를 사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5시 3분, 일주문을 나선다.

일주문


버스에 들러 배낭을 내려놓고, 계곡으로 내려서서, 차가운 계곡물로 고생한 발목과 무릎을 식혀준다. 이어 감자전과 산나물을 안주로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는 즐거운 뒤풀이 자리가 마련된다. 회장님이 쏘는 자리라고 한다. 산행경험이 많은 단장님이 코스를 잡고, 회원들은 쓰레기를 주우며 여유 있고 즐겁게 산행을 한다. 선두대장과 후미단장이 수시로 연락하며 선두와 후미간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서두름이 없는 즐거운 산행이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좋은 모임이다.

족욕을 한 계곡


버스는 5시 5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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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 오르다 뒤돌아 본 용화산>

 

살다보면 여러 모임에서 많은 만남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만난다는 것은 헤어진다는 것." 그래서 헤어짐이 못내 아쉬울 때는 다시 만날 기약을 하게 된다. "山白會"라는 모임이 있다. 정식 명칭은 "山頂 白頭大幹會"이다. 산정산악회의 제1차 백두대간 종주 팀 대원들이 다시 만나는 모임이다. 1차 대간 종주자들의 자부심이 배어있는 명칭이라 하겠다.


80년대 전문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행하기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가 이제는 일반화된 느낌이다. 산악회에서 백두대간의 전 구간을 50회 이상으로 세분하여 당일 산행으로 가이드하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일반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되고, 토요 휴무제가 도입된 이후, 직장인들이 대거 참여하게 되자, 대간 종주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구간을 세분하여 당일 산행으로 백두대간을 종주한다하더라도 대간 완주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매주 산행을 해도 거의 1년이 걸리므로, 상당한 인내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완주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대간종주를 시작하지만, 완주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30%에도 못 미치는 것도 이런 연유라 하겠다.


1년여를 함께 산행하며, 같이 즐거워하고, 함께 어려움을 겪으며 완주를 마친 대원들은 종주기간이 끝난 후에도 다시 만나는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다. 산백회도 그런 모임 중에 하나다. 대간 종주가 끝나고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정기 산행을 하는 등 조용히 그리고 조직적으로 회(會)를 운영하는 모범적인 모임이다.


2005년 10월 29일(토).

오늘은 산백회를 따라 용화산과 오봉산을 연계 등반한다. 1차대 박수복 회장의 호의로, 화봉대원, 심산대원과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이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큰고개-용화산-고탄령-사야령-배후령-오봉산-청평사>이다. 관광공사에서는 용화산과 오봉산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해발 878.4m의 용화산은 화천군 간동면, 하남면과 춘천시 사북면 경계에 솟아 있다. 화천군민의 정신적 명산이며 해마다 용화축전 때에 산신제를 지낸다. 전설에 의하면 이 산의 지네와 뱀이 서로 싸우다 이긴 쪽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용화산이라 이름지여 졌다고 한다. 암벽등반을 하지 않고도 암벽등로를 누비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득남바위, 층계바위, 하늘벽, 만장봉, 주전자바위, 작은 비선대 등 숱한 기암괴석과 백운대코스와 비슷한 깔딱 고개까지 있어 온종일 바위등로를 오르내리게 된다. 특히 858m봉에서 정상까지는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암릉 코스여서 스릴만점이다."


"강원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화천군 간동면 간척리에 위치한 오봉산(779m)은 기암괴봉과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데 옛적에는 경운산으로 불렸다. 지금의 이름은 다섯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하여 붙여진 것이다. 이 산은 아기자기한 바위능선과 소양호의 유람선 승선의 재미를 겸할 수 있다. 정상에서 남쪽 산자락에는, 고려 광종 24년에 창건한 청평사가 자리 잡고 있다. 배후령에서 등산을 시작, 제1봉을 지나 능선길을 따라 가면 기초적인 암벽등반을 요하는 곳도 있고 아찔한 맛이 나는 곳도 있다. 제2, 3, 4봉을 오르내리면 굴참나무로 뒤덮인 제5봉 정상에 도착한다."


10월 마지막 토요일, 7시 30경, 주변 가로수들의 단풍이 한창인 서초구청 앞 도로는 산악회 전세버스와 단풍 나들이를 떠나는 관광버스들이 줄 지어 서 있고. 인도는 등산객, 관광객들로 혼잡하다. 경찰 차량이 동원되어 늘어선 버스들을 강제로 소통시킨다. 등산객, 관광객들이 버스를 따라 이리저리 몰리고, 혼잡은 더욱 가중된다. 대원들의 얼굴을 잘 아는 산백회 총무는 이런 혼잡을 피해, 전세버스를 길 건너편에 대기시키고, 구청 앞에 참여자들이 모두 모이자, 버스에 연락을 하여, 대원들을 태우고 재빨리 출발한다.

<추색 깊은 서초구청 앞>

몇 군데 중간 경유지에서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팔당대교를 건너고, 6번 국도를 거쳐, 45번 국도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예봉산, 운길산의 단풍이 아름답다. 가을이 한창이다. 오늘 참여한 산백회 회원은 20여명 정도로, 널찍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지난 이야기들을 하느라, 버스 안이 소란스럽다.


46번 경춘가도로 들어 선 버스는 대원들의 아침 식사를 위해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 후 다시 출발한다. 단풍을 찾아 나선 차량들로 46번 도로가 붐빈다. 이윽고 버스는 407번 지방도로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의암호, 춘천호가 잇달아 따라 온다. 단풍과 물이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버스는 춘성교를 건너 화천으로 향한다. 차창 밖의 모습이 바뀌어. 산간벽지의 농촌 풍경이 스쳐지 나간다. 추수를 마친 텅 빈 논들이 을씨년스럽다.

<추수가 끝난 논>

춘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 회장은 이곳 지리를 잘 알아, 앞자리로 옮겨 앉더니, 길 안내를 자청한다. 버스는 38선을 넘고, 춘천시 경계를 지나, 북으로 달린다. 탱크 저지용 시멘트 구조물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이윽고, 오른쪽으로 삼호리, 용화산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버스는 우회전하여 가파른 도로를 구불구불 힘겹게 올라 10시 27분 큰 고개에 도착한다. 이 도로가 포장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도로가 포장되기 전에는 403번 도로를 타고, 고성2리 양통마을에서 하차하여, 산행을 시작, 양통계곡을 따라 한 시간쯤 걸어올라, 큰 고개에 이르렀다고 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7 큰고개 도착-10:30 산행시작-10:39 첫 전망대-11:07 용화산 정상-11:14 858m봉-11:50 첫암봉 우회-11:58 두 번째 암봉 우회-12:29 고탄령-12:50 사야령-13:10~13:45 중식-14:31 헬기장-14;39~14:43 배후령-14;58 제1봉-15:19 제2봉-15:32 진혼비-15:41 오봉산 정상-16:00 홈통바위-16:08 해탈문 갈림길-16:40 해탈문-16:50 청평사-17:15 버스> 총 6시간 48분(중식 35분 포함)이 소요된 산행이다.


큰고개에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날씨가 쌀쌀하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도로 왼쪽, 등산로 입구, 화천군에서 세워 놓은 "용화산 등산로 안내" 앞에 모여선 대원들은 누구도 먼저 등산로로 들어서려 하지 않는다. 박 회장을 앞장세우려는 배려인 모양이다. 10시 30분 경 박 회장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큰고개의 용화산 등산 안내>

사람들이 많이 다닌 등산로다. 돌들이 비쭉비쭉 솟은 등산로에는 낙엽이 흩날린다. 등산로는 바로 로프가 매어져 있는 급경사 사면을 오른다. 산행 시작 9분 후, 주능선 위의 첫 번째 전망대에 오른다. 정면으로 만장봉, 하늘벽, 촛대바위가 웅장하게 솟아 있다. 오른 쪽으로 양통계곡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멀리 수리봉(650m)이 푸르게 솟아있다.

<첫 번째 전망바위>

<만장봉, 하늘벽 촛대바위>

<고성리 양통마을>

<멀리 보이는 수리봉>

등산로는 암릉 위로 이어진다. 오른쪽 절벽으로 추락을 방지하기위해, 암릉에 철주를 박고, 로프로 가드레일을 쳐놨다. 암릉길의 청청한 소나무들이 아름답다. 하늘벽, 촛대바위가 눈앞에 다가오고, 왼쪽으로는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파로호가 흘낏 보인다. 서늘한 대기를 마시며, 아름다운 조망을 한껏 즐긴다.

<암릉길>

<암릉 위의 소나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벽>

11시 6분 정상 5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바로 용화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정상석, 이정표가 서 있고, 등산객들이 붐벼, 정상석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기가 어려울 정도로 북적거린다. 서둘러 정상을 내려서서, 11시 14분 전망바위에 선다. 뒤돌아 층계바위가 아름답고, 멀리 만장봉 위의 한그루 소나무가 독야청청(獨也靑靑)하다. 정면으로 858m봉이 뾰족하게 우뚝 솟아 있다. 오른쪽으로 양통계곡이 유현하다.

<용화산 정상>

<용화산 정상의 이정표>

<층계바위>

<만장봉 위의 청송>

<858m봉>

 

암릉길을 내려선다. 정면에 작은 암봉이 막아서고,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나 있지만, 암릉 길을 직진해도 크게 어려운 곳은 아니다. 안부를 지나, 858m봉을 오른다. 조망이 좋다. 왼쪽으로 너른 분지가 펼쳐지고, 그 뒤로 보이는 산이 아담하다. 매봉산(615m)이라고 짐작한다. 북서 방향으로 지나온 층계바위, 만장봉, 그리고 용화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고, 오른 쪽 산 사면에 득남바위가 올돌하다.

<화천방면 조망>

<층계바위, 만장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득남바위>

858m봉 험한 암릉 길을 내려선다. 앞에 작은 암봉이 막아서고, 그 암봉 위에 선 대원이 왼쪽 우회로로 우회하라고 소리친다. 왼쪽 급경사 우회로를 돌아 암봉 뒤에서니, 암봉으로 직진했던 대원들이 2~3m 직벽을 내려서느라 고생을 하고 있다. 로프도 없고, 손발을 놓을 곳이 마땅하지 않아, 먼저 내려선 대원의 도움을 받고서야 한 사람씩 겨우겨우 내려선다.

<첫번째 우회암 - 뒤가 858m봉>

바로 앞에 또 다른 암봉이 막아선다. 암봉에 올라서니, 내려 갈 곳이 없는 절벽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암봉을 내려서서, 왼쪽 우회로를 거쳐, 내리막 암릉이 계속되는 능선 위로 오른다. 경사가 급한 사면에는 로프가 걸려 있다.

<두번째 우회암>


암릉을 내려서기 전, 능선 위의 전망바위에서 굽어보는 조망이 또한 좋다. 뒤돌아, 지나온 858m봉과 우회한 두 개의 암봉이, 그리고 그 뒤로 용화산 정상이 멀리 보인다. 정면으로는 가야할 능선이 거대한 C자를 그리며 누워있고, 멀리 오봉산이 조망된다. 바로 눈 아래 왼쪽 골짜기로 떨어지는 너른 산 사면에는 철지난 단풍이 여전히 곱다.

<뒤돌아 본 암봉>

<가야할 능선>

12시 29분 고탄령에 이른다. 이제부터는 암릉길이 끝나고, 낙엽이 쌓인 아름다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대원들의 걸음이 빨라진다. 12시 50분 사야령을 지나 등산로는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낙엽이 쌓인 등산로 주변에는 참호와 참호를 잇는 교통로가 유난히 눈에 뜨인다. 6.25때 격전지였던 모양이다.

<고탄령>

<사야령 억새>

<낙엽 쌓인 능선길>

1시 10분 조그만 고개 마루턱 공지에서 대원들이 점심 채비를 하고 있다. 모든 대원이 모여 도시락을 푼다. 낙지볶음, 족발, 생선 찜, 과일 등 성찬이 차려진다. 반주 잔이 돌고, 산백회 회원들의 담소가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


1시 45분 점심을 마치고 선두 팀이 서둘러 출발한다. 이제 배후령까지는 1시간이 채 못 되는 거리다. 하지만 오늘 밤 무박 산행을 가야하는 버스 사정을 고려하여 나머지 대원들도 급히 뒤를 따른다.


2시 31분 헬기장에 도착한다. 용화산과 걸어온 능선이 아득히 보인다. 14시 35분 특이한 표시가 새겨진 삼각점 을 지나고, 낙엽 쌓인 교통호를 달려, 2시 39분 배후령에 이른다. 해발 600m인 배후령을 46번 국도가 달린다. 춘천 19Km, 오음리 8Km 지점이다. 배후령에는 오봉산수 휴게소가 있고, 도로 건너편에 38선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헬기장에서 본 걸어온 능선>

<배후령 휴게소>

<배후령 38선 표지석>

휴게소 마당에 서 있는 버스에 올라, 배낭을 벗어 놓고, 물통만 달랑 허리에 차고, 오봉산을 향한다. 도로를 건너 춘천 쪽으로 3~4m 걸어, 커다란 등산 안내판 옆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들어선다. 이때의 시각이 2시 43분이다.

<오봉산 등산로 입구>

낙엽이 싸인 산 사면은 경사가 급하다. 2시 55분 남근석 같이 생긴 바위가 서 있는 능선에 오른다. 앞에 바위를 타고 오르는 암릉길, 왼쪽의 우회로, 두 개의 길이 펼쳐진다. 앞 선 대원이 우회로로 들어서라고 유도한다. 낙엽이 쌓인 아름다운 숲길이다. 우회로는 다시 너른 황톳길 능선으로 올라서서, 춘천소방서장이 세워 놓은 오봉산 119 신고/ 제1지점 안내판을 통과한다.

<아름다운 우회로>


2시 58분 제1봉(나한봉)에 오른다. 소나무에 제1봉 표지판이 걸려있고, 선행리본들이 나뭇가지에 높직이 걸려 나부낀다. 제1봉에 오르자, 오봉산의 연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1봉을 내려서서 너른 안부에 이른다. 사람들 왕래가 많은지 누렇게 황토가 드러나 있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북쪽으로 46번 국도를 내려다보고, 멀리 용화산을 바라본다.

<제 1 봉>

<오봉산 연봉>

3시 19분, 산행리본들이 걸려있는 고개 마루턱에 이른다. 한쪽 곁에는 오봉산 119 신고/제2지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정면에 허연 암봉이 솟아있다. 제2봉(관음봉)이라고 짐작한다. 언덕을 내려서며 제2봉 뒤로, 제3봉을 보고, 다시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삼각점이 눈에 뜨인다.<내평 404, 2005 복구> 앞에는 청솔바위가 우뚝 솟아있다.

<2봉, 3봉>

<4봉, 5봉, 뒤로 부용산>

<청솔바위>

제2봉 암릉을 오른다. 가파르고 험한 암릉에는 쇠줄이 박혀있어, 일반 등산객들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암봉 꼭대기 부근에 신동섭씨 진혼비가 세워져 있어, 기분이 숙연해진다.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좋다. 멀리 용화산이 뚜렷이 보이고, 발아래로는 울긋불긋한 단풍사이로 46번 국도가 구불구불 오음리쪽으로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진혼비>

<발아래 46번 국도>

3시 40분 경. 오봉산 정상(779m)에 오른다. 정상에는 정상석, 돌탑, 이정표, 제3봉(문수봉)이라는 팻말이 절반이 잘려 나간 채 소나무 가지에 걸려 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한다. 3시 47분 오봉산 119 신고/제3지점 안내판을 지나고, 암릉길을 내 닫는다. 암릉에 솟은 푸른 소나무들이 싱그럽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제4봉(보현봉), 제5봉(비로봉)은 언제 지난지도 모르고 지나친다. 이윽고 저 아래로 소양호가 보인다.

<정상석>

<제 3 봉 팻말>

<소양호>

<제 5 봉(?)>

4시경 홈통바위를 지난다. 왼쪽으로 부용산 능선이 달리고, 소양호가 더욱 가깝게 닥아 온다. 4시8분, 갈림길에 선다. 직진하면 암릉을 타고 사슬지역을 지나, 청평사로 내려서는 길이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해탈문, 선덕계곡을 거쳐 청평사에 이르게 된다. 후미 대장이 앞 팀과 교신을 한다. 앞 팀이 해탈문 쪽으로 하산하고 있으니, 뒤를 따르라는 이야기라고 한다. 암릉을 타면 30분, 계곡으로 내려서면 40분이 걸린다는데, 시간이 급하다면서, 계곡길을 택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홈통바위>

<갈림길 이정표>

<천단 가는 길-대원사진>

오른쪽으로 직벽에 가까운 절벽을 쇠줄에 매달려 내려선다. 날카로운 바위가 비쭉비쭉 솟은 급경사길이 이어진다. 앞 팀을 잡으려고, 위태로운 길을 속도를 내서 달린다. 급경사 길을 15분간 달려 내려 겨우 계곡에 이른다. 길은 평탄해 지고 계곡의 단풍이 아름답다. 4시 40분 해탈문을 지난다. 영지(影池)고, 공주탑이고 찾아볼 생각도 못하고 오솔길을 내 닫는다.

<계곡길 단풍>

<해탈문>

부도가 세워진 곳을 지난다. 이제는 청평사가 코앞이라는 이야기다. 오솔길을 벗어나 냇가로 내려서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 정도로 땀을 들인다. 4시 50분 청평사에 도착한다. 앞섰던 대원들이 보인다. 이들은 암릉길로 내려왔다고 한다. 청평사를 한 바퀴 둘러보고, 버스로 향한다. 4시 59분 구성폭포를 카메라에 담고. 선착장을 오른 쪽으로 보며 다리를 건너, 5시 15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청평사>

이윽고 후미 일행이 도착하고, 5시 25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박 회장은 무박산행에 대려면 시간이 없다는 기사를 설득하여, 30분을 할애 받아, 춘천 막국수로 유명한 30년 전통의 "샘밭 막국수집" 으로 향하게 한다. 막국수에, 삶은 제육, 소주와 막걸리로 포식을 한다. 명성에 걸맞게 막국수와 삶은 제육 맛이 일품이다. 박 회장은 계산도 회비로 하겠다고 돈을 받으려들지 않는다.

<샘밭 막국수>

이곳 지리에 밝은 박 회장의 길안내로, 버스는 콧구멍 다리를 건너고, 잼버리 고개를 넘어, 춘천 시내를 우회하는 46번 국도를 달린다.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춘천시의 야경이 아름답다. 버스는 올 때처럼 45번 국도를 타고, 막힘이 없이 순조롭게 달린다. 6번 국도로 접어들어, 약 20분가량은 심한 정체로 서행을 하지만, 버스는 9시가 채 못 되어 양재에 도착한다.


즐거운 산행을 하고, 저녁까지 대접 받은 외에, 산백회 운영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박 회장님과 산백회 여러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2005. 10. 3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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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골마을 입구에서 본 수리봉

 

백두대간이 한반도의 등줄기를 타고 남행하다 경상남도 밀양시와 울산광역시에 높이 1000m 이상 되는 산 7개를 고추 세운다. 가지산(1,240m), 운문산 (1,188m), 천황산(1,189m), 신불산(1,208m), 취서산(1,059m), 고헌산 (1,032m), 간헐산 (1,083m)이 그것으로 소위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는 산군(山群)이다. 운문산은 그 중의 하나로 동쪽의 가지산과 함께 경상남북도의 경계를 이룬다. 

영남알프스(펌)


운문산은 예로부터 호거산이라 불린 산으로 명산의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웅장한 암봉과 기암괴석에 울창한 숲, 여기에 천문지골, 심심이골, 복숭아골, 상운암계곡 등의 계곡이 어우러져 문자 그대로 심산유곡을 이룬다. 유서 깊은 대사찰 운문사와 천상에 걸린 상운암, 그리고 석남사가 있고, 동의보감의 허준이 반위에 걸린 스승의 시신을 해부 한곳이 운문산의 얼음굴이라는 설이 전해 온다.


산림청은 구연동(臼淵洞), 얼음골이라 부르는 동학(洞壑), 해바위(景岩) 등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계곡과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고 군립공원으로 지정(1983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운문산을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다. (이상 자료 발췌)


2009년 7월 25일(토)

대서(23일), 중복(24일)이 지나며 장마가 끝난 줄 알았더니, 올 장마는 일주일쯤 더 길어진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월 산악회에서 운문산을 간다기에 신청을 하고, 회비까지 송금했는데, 새벽에 일어나보니 비가 내린다. 산행이 취소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 확인을 해 보니, 우천불문 강행한다는 대답이다.


7시경 서초구청 앞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는 멎었다. 7시 15분 쯤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고, 경유지를 거쳐,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40인승 버스에 4자리가 비었다고 한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33명이 참여했으니 성적이 좋은 편이다.


버스는 9시가 조금 넘어 괴산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다. 이윽고 버스가 출발하자 최 회장이란 분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코스에 대한 설명을 한다. 석골사 입구에서 남쪽능선을 타고, 함화산을 거쳐 운문산에 오르고, 운문산(1195m)에서 서북능선으로 진행하여 딱밭재(800m)를 거쳐, 억산(954m) 직전의 팔풍재에서 대비골로 하산하라고 한다. 산행거리 약 10.9m에 석골마을 입구에서 석골사까지의 왕복 약 1.5Km를 합하면 총거리는 12.4Km에 이른다.

괴산휴게소에서 본 비온 뒤 농촌풍경

운문산 지도(펌)


산행시간은 5시간, 하산시간에 맞추기 어려운 사람들은 운문산을 지나, 첫 번째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상운암을 거쳐 계곡으로 탈출하거나, 딱밭재에서 상운암 계곡으로 내려서라고 한다. 월 산악회는 처음이다. 빡센 산행을 하는 산악회라더니 과연 그런가 보다, 도상거리 12.4km를 5시간에 주파하려면, 거의 선두구릅 수준으로 달려야한다.


버스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린다. 팔공지맥, 남해지맥을 할 때 여러 차례 지나며 낮이 익은 길이다. 비구름이 걷히는 주변의 산과 비온 뒤 더욱 푸르게 보이는 너른 들녘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윽고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서고, 밀양IC를 통과하여, 24번 국도를 달린다. 이어 왼쪽 석골마을로 들어서더니, 11시 29분, 다리 앞에서 멈춘다. 대원들은 4시30분까지 하산하라는 최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버스에서 내려 다리를 건넌다.

비구름이 걷히는 산

푸른 들녘

다리를 건너는 대원들


다리를 건너 석골마을로 들어선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에서 천렵이라도 하는지 물속을 휘젓는 어른들이 보인다. 계곡을 따라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도로변 여기저기에 보이는 과수원의 사과가 아직은 파랗다. 석동 임진왜란 창의유적 기념비를 지나 물이 줄줄 흐르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비온 끝이라 덥지 않아 좋다. 구름이 많은 날씨지만 가까운 곳을 조망하기에는 지장이 없겠다.

파란 사과

창의유적 기념비

석골사 가는 길


11시 45분, 석골사 폭포 아래에 선다. 제법 웅장한 폭포다. 폭포근처에 텐트를 치고 더위를 피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11시 48분, 석골사를 왼쪽으로 보고, 징검다리로 석골사 폭포 위 계류를 건너 물에 젖어 미끄러운 암릉을 조심조심 오른다. 11시 55분, 전망바위에 서서, 왼쪽의 수리봉, 오른쪽으로 치마바위로 짐작되는 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석골사 폭포

폭포 위

미끄러운 암릉을 오르는 대원들

수리봉,

치마바위


11시 59분, 암릉이 끝나고, 육산능선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고도계의 고도는 330m이다. 이제부터 약 900m 정도의 고도차를 극복해야하니, 한동안 힘을 써야겠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른다. 12시, 쇄락한 무덤을 지나며, 노란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고, 12시 6분, 전망바위에서 가야할 서북능선을 바라본다. 가장 오른쪽 봉우리가 범봉(962m)이라고 짐작한다. 전망바위마다 올라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최후미로 쳐진다.

야생화

가야할 서북능선


12시 35분, 660m봉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1분 후, 전망바위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왼쪽 끝으로 가야할 봉우리가 구름에 덮여있고, 동쪽의 가지산은 절반이 구름에 잠겨있는데, 남동쪽으로 천황산과 재약산이 웅장하다. 12시 40분, 또 다른 전망바위에 서서 이번에는 북서방향과 북쪽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구름 덮인 가야할 봉우리

가지산방향

천황산과 재약산 방향

북서방향

북쪽 조망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작은 둔덕을 넘고 능선 안부를 지난다. 등산로는 거대한 암벽을 오른쪽, 왼쪽으로 우회하더니, 암벽 사이의 가파른 좁은 돌길을 지나, 너른 공터에 이른다. 왼쪽으로 전망바위가 보인다. 전망바위에 서서 서쪽으로 산내면을 굽어보고, 북쪽으로 구름에 쌓인 암봉을 바라본다.

능선길

암벽사이의 좁은 돌길

전망바위에서 본 산내면

구름에 덮인 북쪽 암봉


1시 3분, 孺人靑松史氏 묘를 지난다. 해발고도 775m 높이에 홀로 외롭게 누워있는 여인... 기암준봉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분인 모양이다. 가랑비가 내리가 시작하고, 짙은 안개가 몰려온다. 명산이 어찌 한 번에 제 모습을 보여주겠는가? 이후 보이는 것은 비구름과 안개뿐이다. 2008년 6월, 낙동정맥을 하면서 가지산을 지날 때도 비가 와, 훗날 다시 한 번 와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이쯤 되면 이들 두 개의 산이 다음에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터이니 꼭 다시 오라고 부르는 것 같다.

유인청송사씨지묘


암릉 길이 이어진다.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는다. 등산로는 왼쪽 사면으로 우회한다. 1시 30분, 갈림길에 이른다. 산악회에서 깔아놓은 종이 표지판이 직진하라고 지시한다. 1시 32분, 고도 975m의 전망바위에 서지만 보이는 것 은 안개뿐이다. 1시 42분, 암봉에 오르니, 눈앞에 안개에 싸인 봉우리가 하나가 우뚝하다. 어느 사이에 가랑비는 멎었다.

바위 왼쪽 우회

전망바위

암봉에서 본 또 다른 암봉


등산로는 암봉을 왼쪽으로 크게 우회한다. 1시 53분,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좁은 암릉길을 오른다. 이어 두 차례나 전망바위를 지나지만,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라, 아쉽기만 하다. 등산로가 무성한 관목과 싸리나무 사이로 이어지더니, 2시 12분, 정상석이 있는 함화산에 이른다. 울산 한우리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 뒷면에 함화산 유래가 적혀 있다.

갈림길의 표지기와 산악회 종이 표지판

관목과 싸리나무 숲을 지나고

정상석

함화산의 유래


함화산의 유래 / 신라말-고려초에 비허선사(備虛禪師)가 창건한 석골사를 조선 영조11년, 함화당 의청(含花堂儀淸) 스님이 중창하면서 부속암자로 함화암(현재의 상운암)이라는 액호를 걸고 참선도량으로 삼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함화산"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1978년에 발간된 밀양지 문화재 사적편에는 "운문산을 함화산이라고도 부른다." 라고 저술하고 있고, "산이 높아 꽃이 피기 전에 시들고 만다." 라고 해서 화망산(花忘山)이라 불렸다하여 지금도 운문산자락 아래의 남명리 주민들은 함화산(含花山)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중략)


1996년 청도산악회가 운문사의 높은 지명도를 내세워 운문산에 정상석을 세우게 되면서 함화산의 명칭이 사라지게 되었으므로 "울산 한우리산악회"에서는 함화산의 명맥을 잇기 위하여, 2007년 5월, 현 위치에 정상석을 건립한다."


함화산을 내려서서 다시 암릉길을 걷고, 무성한 싸리나무 숲을 통과하여, 2시 18분, 너른 운문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정상석, 이정표 등이 정비돼 있다. 비는 그쳤지만 사방에 운무가 가득하여 조망은 제로다. 유감이다. 석골사에서 정상까지는 4.5Km,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정상의 소나무

정상석

이정표


정상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팔풍채에서 대비골로 하산, 석골사에 이르려면 앞으로 약 6.4Km를 더 걸어야 하는데, 이제 남은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2시 19분, 서둘러 정상을 내려서서, 산책로처럼 부드러운 내리막길을 달린다. 2시 27분, 이정표와 돌탑 등이 있는 너른 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이 상운암으로 내려서는 첫 번째 탈출로다.

운무에 싸인 등산로

돌탑이 있는 안부

이정표


상운암을 지나, 천상폭포를 구경하고, 정구지바위, 치마바위 등이 절벽을 이룬 상운암 계곡은 그 빼어난 풍광으로 유명하다는데, 빠듯한 시간에 운무에 싸여 조망도 즐길 수 없는 능선길을 걷기보다. 차라리 일찌감치 탈출하여 경치 좋은 계곡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5시간 가까이 좁은 버스에 시달리며 여기까지 내려와서, 중도탈출을 한다는 것이 아무리해도 마땅치가 않다. 잠시 망설이다, 완주를 하겠다는 여자대원 한분과 딱발재로 향한다.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다시 빗방울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진다. 산죽길을 지나고, 운무속의 한적한 능선길을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암릉길이 이어진다.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을 로프를 잡고 내려서지만 우험한 곳은 아니다. 2시 40분, 갈림길에 이른다. 땅에 깔린 산악회 종이표지판이 왼쪽으로 진행하라고 알려준다. 아마도 암릉 우회길인 모양이다.

산죽 길

운무 속의 한적한 능선 길


2시 54분, 119 긴급연락처 안내판이 있는 바위전망대에 선다. 역시 헛일이다. 길가에 보이는 버섯이 꽃처럼 곱다. 3시 8분, 안부 사거리 딱밭재에 내려선다. 왼쪽은 상운암 계곡, 오른쪽은 천문지골로 내려서는 곳이다. 새벽 5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10시경 산악회에서 준 가래떡으로 간식을 한 터라, 시장기가 돈다. 여자대원과 함께 빵과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3시 23분, 직진 오르막길을 오른다.

꽃처럼 예쁜 버섯

딱밭재

이정표


구름과 안개가 내려앉은 잡목 숲을 헤치고 나아간다. 한여름 삼복중인데도 더위는 커녕 서늘한 냉기가 느껴진다. 1000m 고지의 운무 속을 거닌다. 신선이 따로 없다. 오른쪽에 대문처럼 거대한 바위가 우뚝하고 그 앞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다. 오르막이 가팔라지며 암릉길이 이어진다. 3시 46분, 이정표가 있는 범봉(962m)에 오른다.

바위와 표지기

능선이 가팔라 지고

범봉 이정표


범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3시 55분, 갈림길에서 산악회 표지판의 안내로 오른쪽 능선으로 오른다. 운무에 싸인 능선길이 부드럽게 오르내린다. 오른쪽으로 두 차례나 전망대를 그냥 지나친다. 4시 16분, 사거리안부인 팔풍채에 내려선다. 이정표, 119 긴급연락처 안내판 등이 보인다. 직진하면 억봉, 0.6Km, 오른쪽(북쪽)은 대비사 가는 길이고, 하산로는 왼쪽 대비골이다. 이정표는 석골사까지의 거리가 2.7Km 라고 알려준다.

갈림길, 우

팔풍채

이정표


도상거리 2.7Km라면 내리막길이라도 1시간은 걸린다. 결국 4시 30분까지의 하산은 물 건너갔고, 버스 출발시간인 5시까지 내려서는 것이 최선이겠다. 여자대원과 함께 가파른 내리막길을 뛰듯이 달린다. 5시 17분, 계곡에 이르고, 돌 많은 계곡길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계곡을 건너며, 여자대원이 모자를 벗더니, 시원한 계류에 통째로 머리를 담근다.

계곡을 건너고


물소리가 요란하다. 아름다운 계곡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즐길 여유가 없다. 절 나게 달릴 뿐이다. 4시 49분, 건너편 상운암 계곡의 치마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4시 52분, 지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 땀을 씻고, 윗옷을 바꿔 입는다. 안개는 걷혔지만,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건너다 본 상운암 계곡


5시 2분, 운문산 등산안내도를 지나고, 5시 6분, 석골사에 이른다. 절 뒤로 로 보이는 수리봉이 웅장하고, 지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계류가 옥 같이 맑다. 도로를 따라 뛰듯이 달린다. 나 때문에 버스가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5시 20분,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식사하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등산 안내도

석골사

경내에서 본 수리봉

경내를 흐르는 맑은 계류

하산


간식 15분, 땀을 닦고 옷 갈아입은 시간 10분을 제외하고는 줄곧 걸었는데도 산악회가 제시한 하산시간인 4시 30분에 50분이나 늦었다.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억산을 다녀온 선두그룹이 겨우 시간에 마쳐 하산했다고 한다.


산악회의 안내를 받고 싶지만, 이처럼 개몰 듯 몰아세우는 산악회의 횡포가 싫어서, 참여하지 않는 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요즘은 웰빙산행시대라고 한다. 산악회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 식사를 다 마쳤는데도 버스는 출말하지 못한다. 6시가 다 되어 마지막 두 사람이 하산하고, 비로소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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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참조 

한북정맥(9) : 47번국도-운악산-애기바위

 

2. 운악산

 

만경대와 병풍바위

 

경기도 가평군 하면과 포천군 화현면의 경계에 서있는 운악산은 강씨봉과 청계산을 잇는 한북정맥 줄기에 속하는 산으로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개성)과 함께 경기 5악을 이룬다. 이 중에서 최고봉은 해발 1,468m의 화악산이지만, 산세의 수려함에 있어서는 운악산이 5악 중에 으뜸이라고 한다. 주봉인 망경대를 중심으로 웅장한 암봉들이 구름을 뚫을 듯 솟구쳤다고 해서 운악산(雲岳山)이라는 명칭이 생겼다고 한다. (이상 관련 자료 발췌)

운악산 등산안내도

 

한북정맥은 운악산을 남북으로 지나가고, 운악산의 일반등산로는 동서로 나 있다. 2006년 9월 30일(토) 한북정맥을 하면서 운악산 구간을 지난다. 하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산을 정맥 마루금만 따라 걷기가 무척 아쉽다. 하여 47번 국도에서 출발하여, 동봉, 만경대를 거치고 아기바위까지 한북정맥을 따른 후, 다시 서봉으로 되돌아와, 망경대를 거쳐, 서쪽능선을 타고 운악사로 하산하며 운악산의 정취를 만끽한다. 이때 만경대에서 내려다 본 병풍바위 등 동쪽 기암들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져, 언제고 현등사 쪽에서 운악산을 오르면서, 동쪽의 암릉산행을 즐겨봐야겠다고 생각한다.

구름다리와 병풍바위, 한북정맥을 하면서 찍은 사진

 

2009년 9월 23일(수).

하판리에서 운악산을 오르려고, 청량리 환승버스정류장에서 현등사 입구까지 들어가는 1330-44번 좌석버스를 기다린다. 이런 정도의 노선버스가 다 있다니, 우리나라 대중교통 수단의 편리함은 가히 세계 제1이라 하겠다. 가평군 홈페이지에 실린 교통안내에는 청량리 출발시간이 8시 20분으로 돼 있으나, 시간이 되어도 버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배낭을 멘 많은 등산객들이 현등사 행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 모은 운악산 등산객들이라고 한다.

청량리 환승버스정류장

 

8시 30분이 조금 넘어, 버스가 들어오고, 승객들이 일시에 몰린다. 단체등산객이 있다 보니, 평일인데도 자리가 없어 서서 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버스는 대성리, 청평, 현리를 거치고, 운악교를 건너, 10시 30분, 동구부락 식당가 앞 종점에 도착한다. 매제와 사촌 동생이 동행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매표소-눈썹바위-미륵바위-병풍바위-만경대-동봉-절고개-현등사-백년폭포-버스 정류장』으로 도상거리 약 8Km에, 산행시간은 5시간이면 충분하다.

동구부락 식당가

 

화장실에 들렀다, 잠시 운악산 등산 안내도를 살펴본 후, 10시 34분, 고바우 순두부집 간판이 보이는 골목길로 들어선다. 이어 이정표가 서 있는 운악산 주막골을 지나고, 문 닫힌 매표소를 통과한 후, 왼쪽의 운악산 돌 표지석과 등산안내도, 그리고 오른쪽의 삼충단을 카메라에 담는다.

운악산 주막골

매표소

등산안내도(사진 크릭하면 커짐)

운악산 돌표지

삼충단 안내판(사진 크릭하면 커짐)

삼충단

 

10시 41분, 현등사 일주문을 지나 신작로 같이 넓은 길을 따라 오르다, 10시 50분, 첫 번째 만경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고, 이어 가파른 통나무 계단길을 오른다. 이정표는 정상까지의 거리가 2.61Km라고 알려준다. 가파른 능선길이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려, 움푹 파인 등산로에는 나무뿌리들이 실핏줄처럼 들어나 있다. 11시 11분, 정상 1.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니, 암릉길이 이어지고, 고도계의 수치는 500을 넘어선다.

일주문

첫 번째 만경대 갈림길 이정표

통나무 계단길

 

암릉길에서 시야가 트이며 왼쪽으로 아기봉(772m)으로 흘러내리는 운악산 남쪽능선을 바라보고, 하판리를 굽어본다. 11시 22분, 눈썹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한다. 바위사면에 쇠말뚝을 박고 와이어로프를 연결해 놓았다. 등산로는 바위 밑둥까지 떨어져 내리더니, 돌 많은 가파른 오르막을 한동안 올라, 11시 35분에야 비로소 본 능선으로 진입한다.

눈썹바위

우회로

T자 능선/본능선

 

직진하라는 이정표를 무시하고, 왼쪽 와이어로프가 설치된 암릉을 오른다. 시야가 트이며 200도 방향으로 아기봉이 가깝다. 11시 44분, 고도 약 66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나무그늘 아래에 통나무 의자를 만들어 놓은 쉼터봉이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1.48km남았다고 알려준다.

정상 직진표시의 이정표

왼쪽 와이어로프가 걸린 암릉길

암릉에서 가까이 본 아기봉

쉼터봉

 

오른쪽 비탈길을 내려서며 나뭇가지 사이로 만경대와 병풍바위를 본다. 다시 평탄한 길을 걸으며 등산로 주변의 버섯같이 생긴 바위, 고사목 등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오르막길을 오른다. 11시 52분, 죽산 안씨, 순이(順伊)의 합장묘를 지난다. 순이! 얼마나 정겨운 이름인가? "

순이의 묘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소년-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내려, 슬픈 것처럼 창 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위에 덮인다.” (눈 오는 지도-상동)

 

완만한 슬랩이 앞을 막는다. 등산로는 이 슬랩을 오른쪽으로 비껴서 이어지지만, 암릉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하여서라도 이 정도의 슬랩은 바로 통과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바위를 무서워하는 매제나 동생이 한 번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좋겠는데, 땅만 보고 걷는 두 양반은 얼마나 앞섰는지 보이질 않는다. 스랩을 오르니 눈앞에 만경대가 그 당당한 모습을 나타내고, 아기봉으로 이어지는 남쪽 능선이 웅장하다.

슬랩

모습을 보이는 만경대

아기봉으로 이어지는 멋진 능선

 

12시 8분, 정상 900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쉼터에 두 양반이 편안하게 앉아서 쉬고 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왼쪽 나무 계단을 내려선다. 보라! 눈앞에 전개되는 장대한 아름다음을! 만경대, 미륵바위, 그리고 병풍바위가 줄줄이 그 위용을 뽐내며 늘어서 있다. 가평군에서는 병풍바위 앞에 전망대가 마련하여, 이 멋진 조망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만경대

병풍바위 1

 

병풍바위 2

병풍바위 3

전망대

병풍바위 표지석

 

등산로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미륵바위 뒤 능선으로 이어진다. 이정표가 있다. <정상 530m> 와이어로프에 매달리며 암봉에 올라, 아름답게 우뚝 선 미륵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미륵바위 뒤로 건너편 화악산과 명지산이 멀리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연인산과 미륵봉, 칼봉 등이 연연히 이어진다.

암봉 우회로,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미륵바위 아래 119표지판과 이정표

와이어로프 암릉길

미륵바위

 

암릉길을 걸으며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하는 병풍바위를 가까이 본다. 이어 능선 안부에 내려섰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정상 260m> 와이어로프만으로는 부족하여 쇠 발받침까지 촘촘히 박아 놓은 암른길을 오르며 왼쪽으로 날카롭게 흐르는 남쪽능선과 보다 넓게 펼쳐진 남면일대를 굽어본다.

가까이 본 병풍바위

T자 능선의 이정표

안전시설이 완벽한 암릉길

하면 일대 조망과 그 뒤 연인산

12시 53분, 구름다리를 건너고 철사다리를 오르며 건너편 명지산에서 연인산을 거쳐 매봉, 깃대봉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철사다리를 오르고, 마룻길을 통해 바위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만경대로 오르며 병풍바위를 내려다본다. 빛의 조화! 올려다 볼 때와는 또 다른 모양이다. 단풍이 더 눈에 들어온다.

구름다리를 건너고

건너편 동쪽 파노라마

마룻길

굽어 본 병풍바위

 

1시 3분, 조망 안내석이 있는 만경대(935.5m)에 오른다. 북동쪽으로 멀리 화악산이 보이고 남쪽 저 아래로 현등사가 아득하다. 잠시 머물러 주위의 조망을 즐긴 후, 1시 6분, 동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을 내려서서,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안부를 지나고, 나무계단을 오른다. 1시 10분, 정상인 동봉(937.5m)에 오른다. 정상석, 이정표 등이 보인다.

만경대

조망 안내석

동봉 가는길

삼거리 안부

동봉 정상석

이정표

 

1시 12분, 정상을 조금 벗어난 그늘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동구부락에서 청량리 행 버스가 5시에 출발하니 바쁠 것이 하나도 없다. 정상주를 곁들인 느긋한 식사를 즐기고, 2시 6분, 너른 정상을 가로 질러, 절고개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서봉이 우뚝하다. 완만한 계단길을 내려서며 본 남쪽의 축령산 서리산, 그리고 멀리 천마산 등이 첩첩하다.

동봉에서 본 서봉

계단길

첩첩산

 

아름다운 산책로가 이어진다. 한북정맥 마루금이다. 2시 13분, 이정표가 있는 대원사 갈림길을 지나고, 2시 16분, 전망바위에 서서 동봉을 뒤돌아 본 후, 아기봉으로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2분 후 등산로는 바위 하나를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바위 위에서의 조망이 궁금하여, 바위에 올라, 포천시로 이어지는 47번 국도를 굽어본다. 바위에서 바로 내려서는 길이 여의치 않다. 우회로로 되돌아와 앞선 일행을 뒤 쫓는다.

한북정맥 마루금

대원사 갈림길 이정표

아기봉으로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

 

남근석이 바라보이는 곳에 전망대를 만들고, 안내석을 세워 놓았다. 운악산의 기상이 담긴 남근석에 소원을 빌어보라는 배려라고 한다. 다시 나무 계단길을 내려서고, 암릉길을 지나며 서서히 고도가 낮아진다. 2시 30분, 이정표와 벤치가 있는 절고개에 내려선다. 헌데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현등사를 향해 왼쪽 내리막으로 내려서다, 혹시나 해서,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등산객에게 조금 전에 두 사람이 현등사 쪽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지 못했냐고 묻는다.

남근석

안내판

절고개

 

주위에는 눈도 주지 않고 직진하여 빠르게 진행한 두 사람은 보았지만, 현등사 쪽으로 내러간 사람은 한동안 없었다는 대답이다. “미련한 사람들이 산에서 빨리 달린다.” 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는데도, 이정표와 119구조대 표지판이 있고, 쉼터까지 마련된 절고개를 모른 채, 한심하게 땅만 보고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되돌아서게 한다. 18분 후에야 절고개로 되돌아 온 일행은 자신들도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다. 잠자코 비탈길을 내려서서 현등사로 향한다.

119 구조대 표지판

현등사로 내려서는 일행

 

돌 많은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올라오려면 힘께나 들겠다. 2시 51분, 코끼리 바위를 지나고, 이어 와어로프가 걸린 암릉을 내려선다. 골짜기의 나뭇잎도 색이 변하기 시작한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 계곡으로는 내려서지 못하게 로프를 쳐 놓았다. 절고개 폭포라고 짐작 되는 계곡 쪽에는 로프가 없다. 잠시 내려서서 폭포를 카메라에 담는다. 물이 마른 폭포가 볼품이 없다.

코끼리 바위

안내판

암릉길

절고개 폭포

 

3시 7분, 통나무 목책 길을 지나고, 와이어로프가 걸린 암릉을 오르내린 후, 3시 14분, 이정표가 있는 빙벽로 갈림길을 통과한다. 이어 현등사 경내로 들어서서, 함허대사의 부도 등을 카메라에 담고, 보광전과 삼층탑을 둘러본다. 계단을 내려선다. 아담한 모습의 경기도 문화재료 제17호라는 가평 하판리 삼층석탑 지진탑이 반긴다.

빙벽로 갈림길 이정표

부도 1

부도 2

함허대사 보도탑 안내판

보광전

현등사 3층 석탑

삼층석탑 지진탑

 

108 계단을 내려서서 석이문을 지나고, 시멘트도로로 내려선다. 3시 36분, 민영환 바위를 지나고, 두 차례 만경대 갈림길을 통과한다. 3시 43분, 와폭을 카메라에 담고, 6분 후 백련폭포 앞을 지난다. 이어 아침에 우리들이 만경대로 올랐던 갈림길을 지난 후, 오른쪽 개울로 내려서서, 간단히 땀을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는다.

석이문

민영환 바위

안내판

와폭

아침에 지났던 만경대 갈림길

 

4시 6분, 일주문을 통과하고, 3분 후, 운악산 주막골에 들러 생맥주를 마시며, 서둘러 이른 식사를 한 후, 5시발, 청량리 행 버스에 오른다.

뒤풀이 장소

 

버스가 하남시로 들어서자, 퇴근시간과 겹쳐 길이 막힌다. 6시 35분경, 도농역에서 내려 전철로 바꿔 탄다.

 

 

(2009.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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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가린 운장산

 

참조 

금남정맥(2) : 보룡고개 - 피암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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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1. 5. 산악회를 따라 월악산을 간다. 그 때의 사진을 뫃았다.

 

<송계 2교쪽에서 본 충주호>

<보덕굴>

<남산과 충주호>

<소봉과 충주호>

<올려다 본 중봉>

<충주호, 소봉, 중봉>

<영봉>

<덕주골 하산길에 본 영봉>

<소봉, 중봉, 영봉>

<덕주골에서 본 소봉, 중봉, 영봉>

<월악산 영봉의 안내판 -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흘산, 포함산, 만수봉>

<주흘산>

<덕주골 하산길>

<덕주사지 마애불>

<옛 성터>

<덕주골 월악산 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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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월출산

2003. 11. 16. 가보고 싶었던 호남의 명산 월출산을 산악회를 따라간다. 일요일이라 사람들이 무척 많아 곳곳에서 정체가 된다. 바람도 거세게 불어 늦가을 추위가 느껴진다.

<월출산 구름다리-시루봉과 매봉 사이>

<시루봉 오르는 인파>

<시루봉에서 다리 건너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매봉을 오르는 인파>

<장군봉>

<바람골 건너편 암봉 1>

<바람골 건너편 암봉 2>

<개신리 방향>









<통천문>

<정상석>

<月出山小祀址>

<천황봉의 서쪽 경관>

<하산하면서 되돌아 본 천황봉>



<향로봉>
















<미왕재 억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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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구니산에서 본 유명산

 

참조

한강기맥(2) : 된고개 - 배너미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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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골의 U자 협곡

 

삼척과 울진의 경계에 솟은 응봉산(鷹峰山, 998.5m)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절승의 계곡을 품고 있는 산이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응봉산은 그 모습이 비상하려는 매의 형상을 하고 있어 원래 매봉이라 불렸다. 산은 그다지 높지 않으나 나름대로의 자랑거리를 지닌 여러 계곡들을 자락에 품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울진 쪽의 온정골과 삼척 쪽의 용소골이다.

 

온정골은 원래 노천온천이 있었으나 지금은 덕구온천으로 개발돼 이 지방의 명소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용소골은 무인지경의 원시림 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비경지대로 수온이 그리 차지 않아 산행 도중 내킬 때마다 물에 뛰어들 수 있는 매력이 크다. 우리나라에 이제 이렇게 절경이면서도 자유로이 즐길 수 있는 심산유곡은 다시 찾아보기 힘들다 몇몇 전문산악인들만 끼리끼리 찾을 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곳이지만 요즘은 교통이 편해져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용소골에는 3개의 용소가 있다. 하나같이 깊이를 알 수 없는 짙푸른 물색을 띠고 있어 쳐다만 봐도 무시무시하다. 혼자서 그곳을 찾아간다면 알 수 없는 공포가 가슴 깊숙이 저며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온정골을 지나 응봉산에 오르고 용소골로 내려서려면 서울에서 당일산행으로는 무리이기 때문에 무박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응봉산 지도와 산행코스

 

지난 17일(토) D산악회가 안내하는, 재량박골을 거쳐 응봉산에 오르고 온정골로 내려오는 당일산행을 신청했으나, 16일(금) 동일코스 산행에서 대원 한 사람이 9시가 넘었는데도 하산을 하지 않아, 119구조대와 함께 이 대원을 찾아나서야 하기 때문에 내일산행은 취소한다는 통보를 받는다. 재량박골은 심마니들이 다니는 샛길이 많아 이처럼 길을 잃는 대원들이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2010년 7월 29일(금)
서울동강산악회의 응봉산 산행에 따라 나선다. 『덕구온천-온정골-응봉산-용소골-덕풍마을』의 정통코스로 도상거리 약 20Km에, 산악회에서 예상하는 산행시간이 약 10시간이다. 무박산행이다. 덕풍마을에서 풍곡리까지의 약 6Km에 달하는 덕풍계곡은 덕풍마을 이장의 도움으로 트럭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무박산행은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유명한 용소골을 구경하려니 어쩔 수가 없다. 밤 10시 50분 경, 예정보다 10분 정도 늦게 서초구청 앞을 출발한 버스가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을 지나자 버스 안에는 빈 좌석이 없다. 중부고속도로로 들어선 버스는 휴가 길에 나선 차량들에 막혀 새벽 1시가 다 되어서야 비로소 문막 휴게소에 이르러 잠시 정차한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휴게소는 휴가 나온 사람들로 붐빈다.

 

버스가 다시 출발하고 모르는 사이에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실내등이 켜지는 서슬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45분이다. 등반대장은 취침을 방해해 미안하다며, 곧 동해휴게소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30분 동안 아침식사를 하고 덕구온천으로 이동하겠다고 한다. 3시경 휴게소에 도착하여, 산악회가 준비해온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한밤중에 자다 깨어 일어나서 식욕이 있을 리 없지만 산행에 대비하여 억지로 먹어둔다.

 

버스는 4시 32분, 덕구온천 콘도에 도착한다. 등반대장은 4시 40분에 산행을 시작할 터이니 산행준비를 하라고 이른다. 버스에서 내리니 하늘에 둥근달이 휘영청 밝다. 이윽고 콘도 왼쪽의 계곡을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아름다운 온정골은 보이지 않지만 어둠 속에서 금문교, 서강대교, 크네이교 등의 미니다리들과 이중보온이 돼 있다는 긴 온천수 송수관이 눈길을 끈다.

덕구온천 도착

 

5시가 넘자, 사위가 한결 밝아져 계곡의 모양이 들어나기 시작한다. 5시 25분, 연리지를 지나고, 1분 후, 도모에가와 라는 일본의 다리를 건너서 평탄하게 이어지는 계곡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뒤따라오는 여자대원들의 탄성이 들린다. “향기 나는 새벽공기, 중천에 높이 뜬 달, 맑은 물소리, 그리고 우리들의 발자국 소리, 가히 환상이네...” 5시 30분, 팔각정이 있는 쉼터에 도착하여 헤드랜턴을 배낭에 챙기고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모습을 들어내는 계곡

연리지 안내문

도모에가와 다리

안내문

 

8시 36분, 이번에는 중국의 다리인 장제이교를 건넌다. 안내문에 의하면 중국 귀주성 귀주 협곡에 걸린 330m의 철제 트러스트교라고 한다. 이 다리를 건넌 후 2분 정도 더 진행하면 원탕이다. 덕구온천을 출발한 지 약 1시간 정도 경과한 시각이다. 온천수가 뿜어 나오고, 발마사지 시설을 해 놓았다. 온천수를 마셔본다. 미지근한 것이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장제이교

원탕

안내문

발마사지 시설

 

5시 54분, 정상 2.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5시 50분, 또 다른 모양의 이정표가 있는 성우골 갈림길을 지나, 이번에는 영국의 다리인 포스교를 건넌다. 굽이굽이 감돌아 흘러내리는 아름다운 온정골에 이처럼 세계의 유명한 다리의 모형을 만들어 놓은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마지막 다리인 포스교를 지나,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며 계곡과 멀어진다.

이정표


포스교

안내문

계단길을 오르며 계곡과 작별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힘줄처럼 솟은 나무뿌리가 온통 등산로를 덮고 있고, 경사가 급한 곳에는 로프가 걸려 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다행스럽게도 가을바람처럼 시원한 북서풍이 끊임없이 불어주어, 땀을 식혀준다. 6시 8분, 동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막 떠오른 태양이 모습을 보인다.

산길

가파른 산길과 로프

떠오르는 태양

 

아름다운 적송 숲을 지난다. 응봉산의 적송은 일본인들도 탐을 내어 일제 때 용소골에 벌목용 협궤를 설치했을 정도라고 한다. 6시 25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접어든다. 7시 22분, 이정표가 있는 헬기장을 지나, 커다란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응봉산 정상(999m)에 오른다. 주변의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아름다운 적송

헬기장의 이정표

정상석

삼각점

320도 방향의 낙동정맥 줄기

 

바람도 심하고 햇볕을 가려줄 그늘도 마땅치 않아 정상을 내려서자, 바로 이정표가 있는 너른 공터에 이른다. 대원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나도 자리를 잡고 앉아, 정상주를 마시고, 떡으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바람이 선들 한 것이 오싹 추위가 느껴져 배낭에서 남방셔츠를 꺼내 걸친다. 나중에 귀가하여 뉴스를 보니, 울진의 오늘 낮 최고기온이 35.7도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응봉산 정상에서 추위를 느꼈으니, 하계에서 더위에 시달리던 분들에게는 믿기지 않는 사실이겠다.

등산로 안내

이정표

 

약 25분 정도 식사와 휴식을 즐기고, 7시 48분, 다시 산행을 속개하여 부드러운 능선길을 천천히 걸어 내린다. 간간이 표지기들이 눈에 뜨인다. 7시 59분, 등산로는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8시 2분, 이정표와 안내판이 있는 도계 삼거리에 이른다. 용소골은 오른쪽의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서야한다. 길고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등산로 변에 수명을 다하고도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고사목이 눈길을 끈다. 8시 40분, 대원들이 쉬고 있는 계곡 직전의 바위에서 약 10분간 함께 휴식을 즐긴다.

부두러운 능선 우회길

도계 삼거리 이정표

용소골 안내판

고사목

 

8시 57분, 작은당귀골로 내려선다. 상류가 돼서 그런지 계곡에는 물이 별로 없다. 10여분 쯤 내려서니 비로소 야트막하게 패인 암반에 맑은 물이 고여 있다. 9시 9분, 안내판이 있는 작은당귀골 입구에 이른다. 왼쪽은 제3용소가 있는 원골과 큰당귀골의 합수점이고 하산 길은 오른쪽이다. 왼쪽으로 들어서서 100m 정도 진행하여 제3용소에 도착한다. 10여 미터 정도의 폭포가 시원한 물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다.

작은당귀골의 얕은 소

작은당귀골 입구의 안내판

제3용소

 

제3용소에서 세수를 하고 잠시 땀을 식힌 후,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 본격적인 용소골 트레킹을 시작한다. 9시 20분 용봉산 5.7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돌 많은 계곡을 따라 내린다. 골짜기는 깊지만 계곡에는 생각보다 물이 많지 않아 풍성한 느낌이 전혀 없다. 간간이 검푸른 소를 지나고, 집채만 한 바위를 통과한다.

돌 많은 계곡 길

검프른 소

계곡으로 굴러내린 집채만 한 바위

 

그늘도 없는 계곡 길, 강한 햇살에 노출되어, 땀이 줄줄 흐른다. 아쿠아 슈즈라도 가져왔으면 첨벙첨벙 물속을 걸으며 더위를 잊겠는데, 사전 정보가 없어 가져오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단조로운 계곡을 따라 지루하게 내려서며 수도 없이 계곡을 건넌다. 10시 14분, U자 계곡으로 들어선다. 양쪽으로 용립한 수직암벽 사이로 계곡이 홈통처럼 이어진다. 폭우라도 쏟아져 갑자기 물이 불면 피할 곳도 없는 위험한 곳이다. 매바위라고 부르는곳이다.

매바위

뒤돌아본 협곡

홈통계곡 1

홈통계곡 2

홈통계곡 3

홈통계곡 4

 

홈통계곡을 빠져 나와 검푸른 소를 지나면 다시 단조로운 계곡길이다. 더위에 지친 대원들이 바위에 앉아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인다. 나도 더 이상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발을 물에 담근 채, 간식을 들며 약 20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11시 19분, 큰터골 입구를 지나고, 이어 가는 로프가 걸린 암벽을 가로질러 계곡을 우회한 후, 다시 계곡으로 내려선다. 저 앞에 계곡을 건너, 2~3m 정도 높이의 바위를 기어오르는 대원의 모습이 보인다.

더위에 지친 대원들의 휴식

큰터골 입구

암벽 트래버스

계곡을 건너고, 바위를 기어오른다.

 

소가 깊은 곳은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으로 우회한다. 12시 25분, 제2용소에 도착하여 밧줄을 잡고 폭포암벽을 돌아내린다. 제2용소를 지나면 다시 골짜기가 좁아져, 암벽에 걸린 밧줄을 잡고 게걸음으로 건너야한다. 계곡 건너편 공터에서 야영을 하는 젊은 여인이 물속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쫓고 있다. 부럽다.

암릉으로 우회

제2용소

계곡은 다시 좁아지고, 야영자가 물속에 앉아있다

 

1시 4분, 제1용소에 도착한다. 피서객들이 폭포아래 용소에서 폭포를 바라보는 모습이 시원해 보인다. 로프를 잡고 암벽을 내려서다 폭포를 카메라에 담는다. 제1용소 아래에서 또 다시 약 10분간 휴식을 취하며 더위를 식힌 후, 계곡을 따라 내린다. 외나무다리를 지나는 등 한결 편해진 길이지만 여전히 돌이 많은 계곡이라 발목과 무릎에의 부담은 여전하다. 무릎이 부실한 사람은 용소골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제1용소에서 폭포를 바라보는 피서객들

제1폭포

외나무다리도 지나고

 

1시 40분, 이정표가 있는 문지골 갈림길을 지나고, 7분 후 덕풍산장에 도착하여 우선 시원한 캔 맥주부터 마시고 나니 비로소 살 것 같다. 용소골, 다른 유명계곡들과 달리 출입이 제한되지 않은 멋진 계곡이다. 하지만 징그럽게 길다. 용소골을 찾는 분들은 필히 아쿠아 슈즈를 준비하여, 물속을 첨벙대면서, 지루함을 잊는 것이 좋겠다.

용소골 입구

 

봉고트럭을 찾는다. 덕풍마을에서 풍곡리까지는 약 6Km, 걸으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다. 다행히 풍곡마을 이장님의 배려로 1인당 2,000원을 내고 트럭을 이용한다. 2시 경, 이장님의 아들이 봉고차를 몰고 나온다. 봉고차 짐칸에 실려 땡볕 속을 달리지만 그래도 바람이 불어 견딜만하다. 왼쪽으로 보이는 덕풍계곡에는 가족단위의 피서객들로 가득하고, 좁은 시멘트도로에서 차선 하나를 이 분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교행이 불가능 하다. 이럴 경우, 공간이 있는 쪽에서 후진하여 길을 연다. 서너 번은 이렇게 용케 길을 열었지만, 내려가는 차, 올라오는 차들이 꼬리를 물다보니 결국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버린다. 할 수 없이 나머지 1Km는 걸어서 이동하여, 3시 3분, 등산안내도가 있는 덕풍계곡 입구를 나와 10여분 후,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오지초등학교 풍곡분교장에 도착한다.

덕풍계곡 입구의 등산안내도

풍곡분교장

수돗가, 수도꼭지 대신 발판을 밟으면 물이 나온다

초등학교의 이순신 장군 동상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우선 시원한 막걸리부터 서너 잔을 연거푸 마신다. 이어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 산악회가 준비한 시원한 오이냉국으로 식사를 한다. 뒤늦게 하산하여 봉고트럭을 이용하지 못한 10여명의 후미그룹은 땡볕 속의 6Km를 걸은 후, 4시 40분 경 버스에 도착하고, 이들이 식사를 마치자, 5시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10. 8. 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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