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과 백운봉>

 

2005년 9월 24일(토)
오늘은 송암산악회 가이드로 한강기맥 두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산행코스는 『증동리(3K)-된고개(400m/3.6K)-말고개(480m/1.2K)-옥산(580m/1.6K)-농다치고개(2.1K)-소구니산(800m/1.5K)-유명산862m/4.1K)-배너미고개(1K)-용천리』로 산행거리는 약 18Km이다.

 

참여인원이 60명이 넘어, 25인승 버스가 한대 더 배차된다. 하산 후 선두 팀은 작은 버스로 먼저 출발할 수 있게 되어, 만년 후미인 나는 심리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기분이 한결 홀가분해진다. 국수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8시 45분 경, 증동 1리, 자오개(척현마을)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자로 잴 정도로 작은 고개가 있어서 붙여진 마을이름" 이라는 설명의 입 간판이 서있다. 산행준비를 하고, 모두 함께 모여 준비체조를 한 후, 8시 50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8:45) 증동리 자오개마을 도착-(8:50) 산행시작-(9:46) 된고개-(10;00) 490m봉-(10:29) 538.1m봉-(10:51) 말고개-(11:05) 말머리봉-(11:30) 옥산-(11;45) 노루목-(12:03~12:15) 농다치고개-(12;34) 헬기장-(12:51) 660.6m봉-(13:17~35) 소구니산-(14:08) 유명산 갈림길-(14:12~14:17) 유명산 정상-(14:42) 행 글라이더장-(15:20) 배너미고개-(15:40) 버스』총 산행시간 6시간 50분으로, 들머리 약 1시간, 마루금 약 5시간, 날머리 20분, 중식 및 간식 약 30분이 각각 소요된 산행이다.

 

자오개 마을이 속해 있는 증동리가 아름답다. 마을로 이어진 시멘트길 왼쪽으로는 맑은 개울이 흐르고, 개울가에는 해 묵은 포플러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다. 오른 쪽으로는 황금빛 논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산아래 마을로 접근한다. 개들이 컹컹 짖는다. 개울가 밤나무에서 밤송이가 터져, 알밤들이 흩어져 있다. 알밤을 주우러 개울로 뛰어드는 대원이 있고, 지나치던 대원들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많이 주우라고 성원을 보낸다.

<자오개 마을>

<맑은 냇물이 흐르고, 뒤로 아름다운 집들이 보인다.>

 

서울에서 가까워서인지, 팬션처럼 예쁜 집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개울을 건너, 황금빛 논 뒤로 재래식 농가가 한 채가 보인다. 마당에는 봉고트럭과 승용차가 세워져 있다. 농촌도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진 모습니다.

<마을로 접근하는 대원들>

2004년 우리나라 총 GNP 규모는 약 6천 800억불 정도라고 한다. 미국이 11조 7천억, 일본이 4조 6천억, 독일이 2조 7천억 수준이다.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를 1조억 정도까지는 서둘러 키울 필요가 있다. 그 때의 우리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농촌의 풍경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꿈을 가져야, 꿈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9시 14분, 마을을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든다. 아름다운 낙엽송 숲을 지나고, 실개천을 건넌다. 등산로는 점점 가팔라지고, 대오에서 벗어나 쉬는 대원들이 늘어난다. 마지막 10여분 정도, 급경사를 허위허위 오른 후. 9시 46분 경 된고개에 오른다. 산행을 시작해서 약 1시간만에야 비로소 마루금에 올라선 것이다.

<아름다운 낙엽송 길>

해발고도 약 400m의 된고개는 남쪽의 증동리와 북쪽의 서후리를 연결하는 고개다. 돌로 눌러 놓은 산악회 종이 표지판의 화살표가 오른쪽을 가르친다.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발아래 부엽토가 두텁게 쌓여 푹신한 느낌이다. 쓰러져 누운 고목들이 간간이 길을 막는다. 약 15분 후,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490m봉에 오른다.

<된고개>

 

490m봉을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안부에 이른다. 좌우로 희미한 오솔길이 보인다. 등산로는 경사가 급한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이후 몇 차례 가벼운 오르내림을 반복하더니, 급경사면을 올라, 능선분기점에 이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남한강이 보인다. 능선분기점에서 왼쪽 길을 택해 3분 정도 진행하여, 길 한 가운데 삼각점이 박혀 있는 539.1m봉에 이른다. 삼각점 기판의 글씨는 흙이 메워져 판독이 어렵다.

<능선 분기점에서 본 남한강>

<538.1m봉, 삼각점>

 

등산로는 북동쪽,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다. 발아래 부엽토가 더욱 푹신하다. 낮은 고개를 넘어 다시 평탄한 길이 계속된다. 벌목 후 버려진 잔가지들이 등산로를 덮어, 길 찾기에 신경이 쓰인다. 다시 작은 언덕을 넘어서니, 눈앞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말목재다. 삼각점으로부터 약 22분 거리이다.

<말고개 느티나무>

 

느티나무 아래에 작은 돌무더기가 있고, 오른쪽으로 사기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뚜렷하다. 등산로는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 다시 능선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 곳곳에 낡은 참호가 보이고, 참호를 연결한 교통로에는 빛 바랜 낙엽이 싸여 있다. 6.25 사변이 터진지 5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 처절했던 흔적들을 지나자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11시 5분, 전면에 아름다운 노송이 서 있는 공지에 대원들이 모여있다. 한화리조트에서 세운 말머리봉 표지판이 길가에 서 있다. <말머리봉 500m, 옥산 1Km>. 나뭇가지 사이로 뾰족한 산봉우리가 가깝게 보인다. 옥산이라고 짐작한다.

<말머리봉 이정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옥산>

 

왼쪽으로 로프가 드리워진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서 다시 완만한 오름길을 오른다. 5분쯤 진행하여 갈림길에 이른다. 한화리조트에서 세운 이정표와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이 서 있다. 이정표는 말머리봉과 옥산 방향을 가르치고, 위험 표지만은 오른쪽 한화리조트로 급격히 떨어지는 등산로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위험한 내림길은 줄을 걸어 차단해 놓았다.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주능선에 올라 첫 번째 맞는 된비알이다. 약 17분간을 허위허위 올라, 옥봉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정상석(578m), 삼각점<양주 322, 1988 복구>과 한화리조트에서 세운 등산 안내도, 이정표가 서 있다. <옥산 해발 580m, 말머리봉 1.0K, 노루목 0.7K> 시계를 보니 11시 30분이다. 때 이른 시간임에도 대원들이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 동쪽 끝에서, 유명산 한 모퉁이와 그 뒤로 용문산이 보인다.

<옥산 정상>

<옥산 정상에서 본 유명산과 용문산>

옥산에서 내려서는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에도 나무등걸에 감긴 로프가 길게 이어져 내린다. 아름다운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저 아래로 노루목이 보인다. 노루목 벤치 위에 대원 한 사람이 쉬면서 간식을 들고 있다. 한화리조트에서 세운 이정표가 서 있다. <옥산 0.7K, 농다치고개 0.9K, 선녀탕1.0K>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

<노루목>

맞은 편 계단을 올라 능선분기점에 도착하여,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신작로처럼 널찍한 길을 따라 걷는다. 이윽고 왼쪽 중미산과 오른쪽 유명산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37번 국도가 보인다. 1분 후 농다치고개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 (유감스럽게도 표지판에 고도 표시가 없다.) 로프가 걸린 오른 쪽 절개지로 내려선다. 12시 4분 경이다.

<농다치고개로 떨어지는 37번 도로>

<농다치고개>


맥주 한잔 마시려고, 농다치고개 매점으로 다가서니, 매점 안에서 대원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던 2차대, 정맥 대장님이 의자를 내주며 반긴다. 땀 흘리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맛, 그 맛이 일품이다. 풋고추에 김치, 대원 배낭에서 나온 육포.... "여기서 하산합시다." 라는 농담이 오간다. 고남산 구간, 매요 마을에서 막걸리는 사 마신 적이 있지만, 대간길 마루금에서 시원한 맥주를 사 마신 기억은 없다. 서울에서 가까운 기맥산행 중에 좋은 추억거리를 만든다.

 

12시 16분, 아쉽지만 발걸음이 늦은 내가 먼저 자리를 뜬다. 길을 건너,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등산로는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소구니산의 해발 고도는 800m. 또 한번 된비알을 올라야한다. 12시 34분 헬기장에 서서, 뒤돌아 지나온 옥산을 본다. 등산로는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름길이 계속된다. 12시 51분 660.6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박혀있다. <양수 475, 1900 복구> 정상에서 남녀대원 두 사람이 점심을 들고 있다.

<소구니산 오르다 지나친 헬기장>


1시 5분 삼거리를 지나고, 급경사길을 올라 5분 후 이정표를 지난다. <유명산 정상 1.5K, 농다치입구 2.0K>, 1시 10분 오르막이 끝나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진다. 유명산 1,3K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오래된 참호를 건너, 정상석과 외팔이 이정표가 서 있는 소구니산 정상에 선다. 1시 18분이다. 이제 유명산까지는 1Km가 남았다.

<이정표>

<소구니산 정상석>

 

 

 

정면으로 나무가 모두 잘린 유명산이 보이고, 그 뒤로 백운봉이 비죽 머리를 내밀고 있다. 주위 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지점에서 배낭을 풀고, 점심을 먹는다. 검은 구름이 지나치나 싶더니 빗방울이 후둑거린다. 우선 배낭커버를 씌우고 서둘러 점심을 마친다.

<소구니산에서 본 유명산>

 

 

 

1시 40분 소구니산을 내려선다. 급경사 돌길이다. 로프가 매어져 있다. 후둑거리던 비는 멎었다. 산을 내려오다 산중턱에서 보는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유명산이 코앞에 다가들고, 오른쪽으로 남한강이 보인다. 행 를라이더 하나가 유유히 공중을 나른다. 이윽고 안부를 지나 유명산 사면을 오른다. 억새 군락지를 지난다. 시커멓던 하늘에서 드디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제법 굵다. 소나무 밑으로 대피하여 소나기가 지나기를 기다린다.

<소구니산 내림길>

<남한강과 행 글라이더>

 

 

 

이곳은 시커먼 구름아래, 소나기가 쏟아 붓는데, 저 아래에는 밝은 햇빛이 비치고, 남한강이 유유히 흐른다. 마을들이 그림 같다. 그 위로 행 글라이더들이 한가롭게 선회하고 있다. 10여분쯤 기다리니 빗발이 가늘어진다. 소나무 밑에서 나와 빗물이 흐르는 능선길을 올라 2시 8분, 유명산 갈림길, 임도에 오른다.

 

정상에 오르니 비는 멎었다. 돌탑, 정상석 등을 카메라에 담고, 주위를 조망한다. 동쪽으로 용문산은 낮은 구름에 가려 희미하지만, 그 아래 백운봉은 아름다운 자태가 뚜렷하다. 몸을 돌려 서쪽을 향한다. 서남쪽으로 청계산이 가깝고, 청계산에서 흘러내린 능선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오늘 우리가 걸어 온 능선이다. 그 뒤로 멀리 운길산, 예봉산, 검단산이 보인다. 발아래 저 멀리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우리가 산행을 시작했던 증동리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로 옆에서 몸이 뚱뚱한 젊은 친구가 말한다. "이 맛에 힘들게 등산을 하나보다."

<유명산 정상석>

<유명산 정상의 돌탑>

<유명산에서 본 서남방 조망-가운데 청계산, 그귀로 검단산, 예봉산>

<유명산에서 본 남한강과 마을들>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쪽의 아름다운 풍광이 각도를 달리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우중에 카메라를 손수건으로 가리고, 새로운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조금 아래에 천막이 쳐져있고, 사람들이 그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염치 불구하고, 천막 속으로 뛰어들어 비를 피한다. 한 5분쯤 지났을 까? 빗방울이 가늘어지자, 천막을 나와 행 글라이더장으로 내려선다.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말끔하게 개인 모습을 보인다.

 

행 글라이더 장에는 오프로드 차들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선회하고 있다. 붕붕대던 이들은 이윽고 임도를 따라 빠른 속도로 달려,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위치에서 유명산과 이제는 구름이 벗겨진 용문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임도를 따라 빠른 속도로 하산한다.

<행 글라이더장>

 

 

 

2시 59분, 임도가 왼쪽으로 굽어 내리며, 전면의 조망이 좋아진다. 용문산과 백운봉을 다시 카메라에 담는다. 저 건너편 도로에 정차해 있는 버스가 보인다. 3시 22분 경 배너미고개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오프로드 체험장이 있고, 오프로드 차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을 지어 운전 연습을 하고 있다. 젊은 남자애들, 여자 애들이다. 여기서 어느 정도 연습을 하고 유명산으로 이어진 임도를 달리는 모양이다.

<용문산>

<백운봉>

 

 

 

오른쪽 포장 도로를 따라 버스가 정차 해 있는 곳으로 향한다. 3시 40분 버스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흐른다.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버스로 돌아와 소주 한잔을 마시고, 구수한 아욱국에 밥을 말아 식사를 한다.

<배너미고개에서 본 유명산>


선두구룹은 25인승 버스로 훨씬 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주력부대는 4시 20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9.25.)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