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m봉에서 본 오음산


"블로켄" 현상을 본 것이 행운은 행운인 모양이다. 오늘 여러 사람들에게서 "블로켄" 현상을 찍은 사진을 잘 보았다는 인사를 받는다. 한편으로는 쑥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산행을 한 후, 그 기록을 정리한 산행후기처럼 재미없는 글도 없다. 이처럼 재미가 없는 글이기 때문에, 고작 같이 산행을 한 분들이나, 앞으로 그 산을 가고자하는 분들 중의 극소수만이 관심을 가진다. 그러면, 이처럼 재미없는 후기를 왜 쓰는 걸까? 빠뜨리지 않고 산행후기를 정리하는 분들 중에는 산행후기를 써야하는 부담 때문에 산에 가기가 싫어진다고 고백하는 분들도 있다.


교과서에서는 산행을 하려면, 우선 산행계획을 세우라고 한다. 가이드 하는 산악회가 있는데, 특별히 산행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무조건 따라만 하는 산행보다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갖고 하는 산행이 보다 더 즐겁고 보람이 있다. 교과서는 또 산행을 하고 나서는 산행과정을 돌이켜보고, 다음 산행을 위해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라고 권한다.


산행하는 많은 분들은 산행 후에 산행과정을 기록하고, 이를 자기기록으로 보관할 뿐, 외부에 알리기를 꺼린다. 아마도 이것이 옳은 방법이겠다. 그렇다면 발표되는 수많은 산행후기는 무어란 말인가? 자기 과시욕인가 ? 그런 면도 있겠다. 산행정보를 공유하자는 의도인가? 그렇다. 산행후기가 공개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산행정보의 공유라 하겠다.


칸트의 정해진 시간의 정확한 산책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는 예로 자주 거론된 이야기이지만, 고등학교 쯤 되면 칸트의 산책은 그 의미가 달라진다. 자기관리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면, 칸트쯤 되는 사람도 하루의 일과표 속에 자기를 가두어 두어야 했나? 라고 자기관리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예로 삼게 된다.


산행후기를 발표하는 것도 "산행후기를 써야하는 부담 때문에 산에 가기가 싫어진다." 라고 할 정도로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산행기록이 남겨지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과시인지? 정보 공유인지? 혹은 자기관리의 수단인지? 확실한 이유도 모르는 채, 할 일없는 늙은이는 오늘도 습관적으로 또 기록을 남긴다. 각설하고, 산행후기를 쓰는 일이, 앞으로 내게도 올지 모르는 치매를 예방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2006년 2월 25일(토).

오늘은 7번째로 한강기맥을 타는 날이다. 오늘 코스는 『삼마치-660m봉-오음산(930m)-헬기장-네거리 안부-군 철조망-군사도로-소삼마치』까지 마루금을 타고 어둔리로 하산한다. 총거리 약 8.3Km로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산악회에서는 5시간에서 5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시간을 예상하고 있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거치자, 버스에는 빈 좌석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7순이 가까운 송 선배님도 여전하시고, 김영길 대원도 결간하는 일이 없이 부지런하다. 오늘은 모처럼 대학동기이고, 진짜로 산을 좋아하는 심산(深山)대원이 후배와 함께 참여한다. 가까운 사람들 수가 점점 늘어나고, 꾸준히 참여하는 송암 산악회 산꾼들과도 낯이 많이 익어, 이제는 가볍게 인사를 하며 지나치게 되니, 산행이 더욱 즐거워지는 느낌이다.


버스는 6번 국도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남한강, 그리고 안개 속에서 붉은 빛을 뿌리며, 허공에 걸려 있는 태양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버스는 6번 국도를 버리고 44번 국도로 접어들어,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후, 464번 지방도로를 거쳐, 8번 국도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이윽고 삼마치(三馬峙)에 도착한다.

이른 아침의 남한강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10) 삼마치 도착, 준비운동-(9:15) 산행시작-(9:20) 능선-(9;25) 첫 능선 분기점-(9;38) 570m봉-(9:44) 이정표-(9:50) 660m봉-(10:05) 오음산 직전 안부-(10:09) 첫 로프지점-(10:16) 이정표-(10:20) 주능선 분기, 이정표-(10:29) 고목 전망대-(10:46~10:54) 오음산 정상-(11:00) 배넘이재-(11:05) 헬기장-(11;07) 군부대 철책-(11:21) 철책 남측-(11:32) 군사도로-(11:55~12:20) 도로변 중식-(12:23) 왼쪽 산으로 진입-(12:32) 672m봉-(13:30) 소삼마치-(13:49) 시멘트 길-(14:00) 버스』, 마루금 3시간 50분, 중식 25분, 날머리 30분, 총 4시간 4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9시 10분 버스는 옛 병마 주둔지였다는 삼마치 고개에 도착한다. 이제는 차량통행이 끊긴 삼마치 고개, 남쪽으로 멀리 눈 덮인 웅장한 산세가 우리들을 반긴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선두대장을 따라 약 5분간 준비 운동을 한 후,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동쪽 급경사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폐가가 된 옛 휴게소에서 남쪽으로 조금 쳐진 지점이다.

차량통행이 그친 삼마치 고개에서의 남쪽 조망

왼쪽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몸이 풀리기 전에 급사면 절개지를 오르기는 누구나 힘이 드는 모양이다. 대원들이 1열 종대를 이루고, 천천히 절개지를 올라, 약 5분후 교통호가 이어지는 능선에 오른다. 등산로는 억새가 우거진 아름다운 송림으로 이어지더니, 이윽고 첫 번째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굽어진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9시 38분, 570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어지럽고, 오른쪽 헬기장에서 대원들이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기고 있다.

억새와 송림이 아름다운 능선길


570m봉 헬기장에서 동쪽으로 오음산이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다. 가운데 통신 탑이 보이는 곳이 정상이라고 하지만 육군 통신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이다. 오음산(五音山)- 장수 다섯 명이 나면 재앙이 온다는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재앙을 피하기 위해, 산등에 구리를 녹여 붓고, 쇠창을 꽂는다. 그러자 쇠창을 꽂은 자리에서는 검붉은 피가 솟아오르고, 다섯 가지 울음소리가 사흘 밤낮을 이어지더니, 홀연히 백마 세 마리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오음산이고, 삼마치라는 전설이 있는 곳. 지금은 소리를 잡고, 소리를 보내는 통신부대가 정상을 점하고 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신기한 우연이다. (퍼온 글)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서 완만한 오름길을 오른다. 커다란 나무 등걸에 이정표가 박혀 있다 .단순히 "등산로"라는 표기만 되어 있는, 이제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심플한 이정표의 손가락 방향이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9시 50분 660m봉에 오른다. 왼쪽으로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등산로는 돌들이 드믄드믄 박힌 오르막 암릉길로 변하더니, 다시 능선 분기봉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오음산이 가깝게 보인다.

하늘을 가리키는 이정표

가까이 보이는 오음산


등산로는 왼쪽으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북쪽으로 골짜기 너머 이름 모를 산이 아름답게 우뚝 솟아 있다. 10시 5분 오음산으로 오르는 능선 안부에 이른다. 길은 점차 가팔라지며, 경사면에 로프가 걸려 있고, 힘들게 오르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등산로는 이정표 앞에서 경사가 급한 오른쪽 사면으로 굽어진다. 눈과 얼음이 얼어붙은 급사면 길이 무척 미끄럽다. 네발로 엉기면서 조심조심 통과하여 능선 분기봉에 오른다. 이곳에서도 이정표의 손가락은 왼쪽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능선길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이름 모르는 산

눈과 얼음으로 위험한 급 사면길


왼쪽으로 오르막 암릉을 올라, 커다란 느티나무가 우람하게 서 있는 너른 전망대 위에 선다. 절벽 쪽으로 푸른 소나무들이 청청하고, 그 곁에 비쭉 솟은 고사목이 더욱 앙상하다. 고사목 아래로 우리가 지나온 눈 덮인 능선이 누워 있고, 멀리 한강기맥 줄기가 웅장하다.

고사목 전망대에서 본 조망-왼쪽 걸어온 길, 오른쪽 기맥의 웅장한 능선


마지막 급경사 암릉길을 오른다. 10시 46분 커다란 바위에 흰 페인트로 오음산이라고 쓴 천연 정상석을 지나. 정상표지<정상 930m>, 삼각점<홍천22>과 안내판이 서 있는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김 회장님과 대원들이 조망을 즐기며 쉬고 있다.

오음산 천연 정상석

정상 표지목


김 회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주위를 조망한다. 정면으로 통신탑이 서 있는 군부대가 봉우리를 점하고 있고, 가파른 산 사면에 철책이 빙 둘러 둘러쳐져 있는 것이 경계가 삼엄해 보인다. 동북 방향으로 멀리 공작산(887.4m)과 너른 홍천 벌, 북쪽으로 고깔봉, 동쪽으로 만대산(634.1m)을 굽어본다.

군부대

공작산

홍천 방면

만대산


김 회장님이 대원들과 먼저 하산을 시작하고, 나는 최후미로 남아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멀리 군부대 쪽으로 철책을 지나는 대원들이 보인다. 이윽고 신발 끈을 고쳐 맨 후, 급경사 비탈길을 달려, 11시에 배넘이재로 내려선다. 왼쪽에 홍천, 동면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안부를 지나, 민간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판이 서 있는 군부대 쪽으로 접근하여 헬기장에 이른다. 헬기장에서 지나온 능선과 오음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부대 안에서 사병 한 명이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배넘이재 이정표

오음산과 헬기장

지나온 능선과 한강기맥


철조망을 넘어 철책으로 접근한다. 철책을 따라 좁은 길이 이어진다. 11시 7분, 절책을 잡고, 미끄러운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걷는다. 오른쪽은 깊은 계곡으로 떨어지는 깎아지른 사면이다. 철책을 따라 좁은 길이 오르내린다. 갑자기 길이 끊기고, 길이 끊긴 곳에 가는 쇠파이프가 걸쳐져 있다. 양손으로 철책을 잡고 쇠파이프를 디디며 옆으로 이동한다. 발아래는 천야만야한 나락이다. 쇠파이프를 건너자 철책 옆길이 조금 넓어진다. 크레이머 지뢰, 조명지뢰 매설지라고 쓰인 붉고, 노란 삼각 팻말이 눈에 뜨인다.

철책 길

지뢰 표지


11시 21분, 철책 남단에 이른다. 정면에 목조 참호 너머로 눈 덮인 봉우리가 다가온다. 감투봉(638.6m)이라고 짐작한다. 이곳에서 철책은 왼쪽으로 굽어져 부대 정문 쪽으로 이어진다. 철책 길은 거의 직벽에 가까운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철책 아래는 눈이 덮여 있거나 질척거리는 흙탕길이라 발 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 양팔로 철책을 잡고, 매달린 자세로 옆으로 내려선다. 용문산 군부대 철책 길도 고약했지만, 이곳에 비하면 그곳은 양반에 속한다.

철책 남단에서 본 감투봉

부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철책 길


저 아래에서 김 회장님이 혼자 남아, 최후미로 철책을 통과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 미안하다. 하지만 서둘 길이 아니다.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선다. 11시 32분 김 회장님이 기다리고 있는 도로로 내려선다. 무려 25분간을 철책 길에서 악전고투를 한 셈이다.


김 회장님과 함께 빠른 속도로 군사도로를 달린다. 왼쪽으로 나지막한 능선이 도로를 따라내려 온다, 중간 중간 도로로 떨어지는 곳도 있다. 한강기맥을 하는 산꾼들도 요즈음은 굳이 저 능선을 타지 않고, 대부분이 군사도로를 이용한다고 김 회장님이 귀띔을 해준다. 11시 55분 도로변 낙엽 위에서 대원 네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 회장님과 나도 이들과 합류하여 함께 도시락을 푼다. 날씨가 따듯하고, 바람도 없어, 굳이 재킷을 꺼내 입지 않는다.

군사도로 변에서의 식사


12시 20분 점심을 마치고, 일행은 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반대편에서 오음산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시도하지만, 나무들이 방해를 한다. 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곳에서 뒤로 시야가 트여, 겨우 오음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23분 일행은 1-44번 쌍 전봇대가 서 있는 지점에 이른다. 왼쪽 산사면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보인다. 건너편 길가에서 한 무리의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반대쪽에서 본 오음산

군사도로를 버리고 다시 능선으로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 사면이 제법 가파르다. 점심을 먹을 후라 천천히 쉬엄쉬엄 오른다. 약 10분 후, 왼쪽으로 중앙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는 672m봉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도 한 무리의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중이다. 왼쪽 가파른 비탈길로 내려선다. 무척 미끄럽다. 낙엽 아래 얼음이 깔려 있어 맥 놓고 지나가다 미끄러지면 크게 다친다. 낮에는 영상 기온이라 녹고,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다시 얼어붙기를 반복하는 요즈음 같은 봄철이 산행하기에는 가장 위험한 시기라 할 수 있겠다.

672m봉 마루턱


미끄러운 급경사 사면을 내려서자, 등산로는 다시 순해진다. 오른쪽으로 만대산(694.1m)이 아름답고, 뒤로는 지나온 672m봉이 날카롭다. 북쪽으로 시원하게 뚫린 중앙고속도로가 달린다. 등산로는 삼각점이 있다는 556m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오르내리더니, 이윽고 급경사 비탈길로 떨어져, 1시 30분 경, 소삼마치에 이른다.

능선길에서 본 중앙고속도로와 멀리 만대산

뒤돌아본 672m봉

소삼마치


소삼마치에는 제 1107 야전 공병단이 1974년 11월에 개통시켰다는 준공석이 세워져 있지만, 지금은 황폐한 폐도로 억새만 무성하다. 억새밭에서 먼저 내려온 대원들이 한가하게 쉬고 있다. 이들을 뒤로하고,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어둔리로 향한다. 눈앞에 넓은 중앙고속도로가 하얗게 누워있다. 이 소삼마치길은 작년 7월말, 야생 복분자를 채취하러 다녀간 적이 있어 낮 설지가 않다. 한 여름에는 푸른 잎으로 가득 덮여 있던 이 길이 이제는 낙엽이 두텁게 깔리고, 딸기나무 넝쿨과 갈대만이 무성하다.

소삼마치 개통 기념석

억새 밭에서 휴식하는 대원들

소삼마치에서 본 중앙고속도로

복분자를 따던 소삼마치길


도로 오른쪽으로 산악회 산행리본이 보인다. 리본의 지시에 따라, 직진하면 골짜기로 이어지는 길을 버리고, 두텁게 낙엽이 쌓인 급경사 산 사면을 타고 내린다. 낙엽 아래, 부드러운 흙이 발에 와 닿는 느낌이 이제까지와 많이 다르다. 빈 별장 마당을 가로 질러, 1시 49분경 철문 밖 시멘트 길로 내려선다. 차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질주 하는 고속도로변에서 소잠마치 터널을 카메라에 담고, 고속도로 아래, 토끼굴을 지나, 2시경 어둔리 쪽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소삼마치 터널


송 선배님과 심산 대원 등은 일찌감치 하산하여, 이미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다. 배낭을 버스에 내려놓고, 얼큰하게 끓인 돼지고기 찌개에 밥을 말아, 소주를 반주로 새참을 먹는다. 땀을 흘리고 먹는 음식 맛은 언제고 맛이 있다. 커피까지 마시고 버스로 돌아온다. 2시 30분이 조금 넘어, 마지막 후미 팀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시 55분이다.


(2006.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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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로봉, 상왕봉, 노인봉, 백두대간 마루금과 동대산


2007년 1월 28일(일).

오늘은 송암 산악회의 안내로 2005년 8월에 시작한 한강기맥 종주 마지막 구간을 산행한다. 오대산 두로봉에서 양수리 두물머리까지 장장 163Km에 걸쳐 이어지는 한강기맥의 마루금은 대간이나 정맥 마루금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이 당당하다.


거기에다 서울에서 산행지까지의 이동거리도 비교적 짧은 장점도 있어, 송암 산악회에서는 전체를 16구간으로 나눠, 당일산행 종주를 기획한다. 처음 몇 구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송암의 의도했던 바가 실현되는 가 싶었지만, 코스가 어려워지면서, 참여자들이 대폭 줄자, 계속할 수도, 중단할 수 도 없는 애물단지가 돼 버린다.


1주일에 2번 산행을 하니, 8주면 끝나, 2006년 4월경이면 마무리 되어야 하는 종주가 이리 순연되고, 저리 밀리다가, 햇수로 3년 만인 이제야 마지막 구간을 산행하게 된 것이다. 산악회가 기맥이나 지맥산행을 안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심한 마음고생에 금전적으로도 적지 않은 손해를 보면서도 끝까지 안내를 해 준 송암의 김 대장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산행코스는『상원사(1.2Km)-적멸보궁(2Km)-비로봉(2.5Km)-상왕봉(4Km)-두로봉(6.5Km)-상원사』로 마루금 도상거리 6.5Km, 들머리 3.2Km, 날머리 6.5Km, 합계 16.2Km이다. 명산인 오대산의 눈꽃 산행을 겸 한 코스라, 기맥종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상왕봉을 지나, 북대사 갈림길에서 상원사로 바로 하산한다.


오늘 참여인원은 모두 36명이다. 모처럼 대형 버스에 빈자리가 몇 안 된다. 두로봉까지 다녀온 종주자는 7~8명에 불과하지만, 종주 마지막 날에 그래도 이처럼 성황을 이루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상원사로 향하는 좁은 도로에는 산객들을 태운 대형버스, 승합차, 승용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겨울답지 않게 따듯한 1월 마지막 일요일, 오대산은 눈꽃 구경을 나선 사람들로 만원이다. 상원사(860m)와 비로봉(1563.4m)의 고도차는 약 700m, 도상거리 약 3.2Km를 걸어, 이를 오르는 동안에는 다소 힘이 들겠지만, 비로봉에 올라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에서 보는 풍광이 문자 그대로 환상이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10시 30분 경,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지친 버스가 상원사 입구를 코앞에 두고, 정차하여 대원들을 내려놓고, 우리들은 10시 33분, 상원사 입구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33) 상원사 입구-(10:39) 상원사-(11:18) 적멸보궁-(12:09~12:14) 비로봉-(12:22)헬기장-(12:32)이정표<비로봉1Km,상왕봉 1.3Km-(12:38~12:59) 중식-(13:15~13:17) 상왕봉-(13:33) 북대사 갈림길-(14:00) 두로령-(14:33~14:40)-두로봉-(15:08) 두로령-(15:27) 북대사-(15:32) 두로봉/비로봉 갈림길-(16:22) 상원사 주차장』들머리 1시간 36분, 마루금 2시간 24분, 날머리 1시간 42분, 총 5시간 4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마루금 거리보다 들머리, 날머리의 거리가 훨씬 긴 구간이고, 또 잘 알려진 국립공원이라 후기는 이하 사진 설명으로 갈음한다.


자연석 돌계단을 올라 상원사


▶ 적멸보궁 현판


▶ 비로봉 정상 직전의 오르막- 가파른 눈길이지만 아이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다져졌다.


▶ 등산객들로 붐벼, 정상석만 찍지 못하고 모르는 남의 사진과 함께...

 

▶ 비로봉에서 본 노인봉(맨 뒤 뾰죽봉), 백두대간 그리고 동대산

 

▶ 두로봉, 상왕봉, 그리고 움푹 패인 곳이 주문진 방향


▶ 구름에 가린 쌍봉


▶ 비로봉 정상의 이정표와 탐방로 안내도, 거리가 서로 다르다.

 


▶ 상왕봉 가는길

 

 

 

▶ 고사목


▶ 주목

 

 

▶ 상왕봉 정상

 

▶ 상왕봉에서 본 두로봉


▶ 뒤돌아 본 상왕봉


▶ 두로령


▶ 넉넉한 마루금


▶ 자작나무 숲


▶ 임도변의 자작나무

 

▶ 두로봉 정상석

 

▶ 신배령 가는 길

 

▶ 북대사


▶ 두로봉/비로봉 갈림길 이정표


▶ 샛길 통행금지


▶ 하산길 임도에 내리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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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현에서 본 지나온 긴 마루금


2006년 12월 24일(일).

송암 산악회에서 안내하는 한강기맥 14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원래는 불발현에서 출발하고 운두령에서 마감하는 코스지만, 불발현까지의 접근거리가 길고, 겨울철의 빨라진 일몰시간을 감안하여, 오늘은 역코스를 택한다.『운두령(1089m/2Km)-1271.8m봉(1.8Km)-1382m봉(1.9Km)-보래령(930m/2.2Km)-회령봉갈림길(1.7Km)-자운치(1092m/2.1Km)-1,198.5m봉(1.4Km)-흥정산갈림봉(1.2Km)-불발현(1013m/5.2Km)-도장골 임도』로 마루금 도상거리 약 14.3Km, 날머리 약 5.2Km, 합계 약 19.5Km에 달하는 긴 구간이다.


어제 한북정맥의 마지막 구간을 산행 하느라, 약 7시간 정도 눈길을 걸었으니. 오늘은 쉬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결간을 하게 되면, 오지(奧地)인 이 구간의 땜방이 쉽지가 않아, 무리를 해서 참여한다. 하지만 내 입장만 생각하다가, 발 빠른 다른 대원들에게 짐이 될까 걱정이다.


크리스마스 연휴에다, 장거리 오지산행 때문인지,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수는 모두 10명뿐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종주를 마감하려고 노력하는 김 회장의 책임감이 대단하다. 깊이 감사드린다.


봄날처럼 따듯하고 청명한 날씨다. 25인승 밴은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속사 인터체인지에서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북상하여, 9시 58분, 운두령에 도착한다. 운두령은 등산객들이 타고 온 대형버스, 봉고차, 승용차들로 붐비고, 계방산을 향하는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계단길을 오르고 있다.

 

 

운두령 도착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8) 운두령 도착-(10:02) 산행시작-(10:18)- 능선분기봉-(10:56) 1271.8m봉-(11:20) 1360m봉-(11:41) 1382m봉(H)-(12:23) 보래령-(13;07~13:30) 보래봉/중식-(14:06) 회령봉 갈림길-(14:25) 자운치-(15:11) 1085m봉-(15:34) 1110m봉-(16:04) 1198.5m봉-(16:46) 흥정산 갈림봉-(17:07) 불발현-(18:11) 도장골 임도』, 중식 23분, 마루금 6시간 42분, 날머리 1시간 4분, 총 8시간 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일행은 아이젠을 착용하는 등 산행준비를 마치고, 10시경, 서쪽 등산로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김 회장이 후미를 본다. 든든하다. 등산로에 쌓인 눈은 앞선 팀들이 이미 러셀을 해 놓은 상태다. 오르막길이 점차 급해지더니, 10시 10분,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오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세가 우람한데, 멀리 임도가 보이는 곳이 불발현이라고, 김 회장이 귀띔해 준다.

 

다져진 눈을 밟으며 산행시작

 

산불감시초소에서 본 불발현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10시 18분, 첫 번째 능선 분기봉에서 발자국은 오른쪽으로만 나 있다. 울창한 참나무들 사이로 눈을 밟고 지나간 궤적이 아름답다. 앞서 간 대원들을 따라 부지런히 걷는다. 김 회장이 뒤에서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따라 온다. 10시 28분, 1215m 정도의 봉우리를 지나면서, 남서 방향으로 1271.8m봉을 바라본다.

 

1215m 정도의 봉우리를 넘는다. 오른쪽으로 1272m봉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봉우리가 가까워지면서, 위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쉬고 있는 일행들을 드디어 따라 잡는다고 생각하고 더욱 부지런히 걸어, 10시 56분, 1271.8m봉에 오른다. 하지만 정상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일행이 아니다. 어찌됐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오른쪽으로 크게 방향을 틀어 서쪽을 향해 달린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 분들은 부천에서 눈꽃 산행을 위해 보래봉을 찾아 온 일반등산객들이다.

 

 

1271.8m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일반등산객


11시 20분, 또 한 무리의 일반등산객들이 쉬고 있는 1360m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며,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눈 덮인 자운리 마을들을 굽어본다. 등산로가 오르막을 가파르게 오르더니, 11시 41분, 너른 헬기장인 1382m봉에 이른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이다.


헬기장을 내려선다. 등산로는 오른 쪽으로 굽어진다. 산이 크다 보니, 마루금도 넓다. 마치 평전(平田)같은 느낌이다. 11시 53분 벌목지대를 지나고, 12시 4분, 능선 분기봉에서 발자국들은 왼쪽으로 이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래봉이 보인다.

 

 

평전같은 느낌의 넓은 마루금

 

벌목지대

 

보래봉


1261m봉에서 등산로는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두터운 눈을 헤집고 산죽의 푸른 잎들이 비쭉비쭉 얼굴을 내밀고 있다. 12시 23분, 보래령(930m)에 내려선다. 오늘 산행 중 가장 낮은 곳이다. 이곳까지 도상거리 약 5.7Km의 거리를 2시간 20분에 걸은 셈이다. 부지런히 걷는다고 걸었지만, 눈길이라 속도가 나질 않는다.


 

보래령


보래령을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오늘 산행 중 가장 힘이 드는 구간이라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른다. 12시 32분, 전위봉에서 왼쪽으로 향하고, 1시 7분, 고도 1324m인 보래봉에 오른다. 이정표는 바로 보이지만, 눈에 깊게 덮인 삼각점은 찾을 길이 없다. 주변의 나무들 때문에 조망도 별로다. 비교적 넓은 정상에서 우리 일행 몇 분이 일반등산객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나도 눈 위에 앉아, 식사를 한다.

 

 

보래봉 이정표


버너를 피워 놓고,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일반등산객들은 등반 대장으로 보이는 분의 잇따른 농담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부천에서 눈꽃 산행을 온 분들의 선두그룹인 모양이다. 이들은 용수골로 하산을 할 예정이라 무척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이윽고 식사를 마친 우리 일행이 앞서 출발을 하고, 서둘러 식사를 마친 나도, 1시 30분경. 이들의 뒤를 따른다.

 

 

1시 30분 경 보래봉을 내려선다.


거목(巨木)들이 눈에 띄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아마도 보래봉 이후의 눈길은 우리 팀이 만들며 나가는 모양이다. 외줄기 발자국이 어지럽지가 않다. 1시 44분, 안부를 지나고, 오르막길을 오르며 뒤돌아 보래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 51분, 1300m 정도의 봉우리를 넘으니,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하얗게 눈 덮인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2시 6분, 회령봉 갈림길에 이른다. 우리 일행들이 쉬고 있다.

 

 

1300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1270m, 회령봉 갈림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누군가가 참나무 몸통을 직사각형으로 반듯하게 오려 놓았다. 꿀을 채취하기 위해, 벌집을 오려낸 자국이라고, 김 회장이 알려준다. 알량한 지능을 갖은 인간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못된 짓은 도맡아 하는 느낌이다. 잠시 머무는 사이에 발 빠른 대원들은 모두 시야에서 사라지고, 다시 후미로 쳐진다.

 

벌집을 도려낸 자국


2시 30분, 1150m봉을 지나고, 산죽이 무성한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왼쪽으로 멀리 흥정산이 보인다. 2시 45분, 자운치에 내려선다. 김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자운치는 도장골 안부라고도 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자운 2리 지석동에 이른다.

 

 

자운치


자운치에서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오른다. 산행을 시작하고, 5시간이 가까워지자, 어제 산행여파도 있어서인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능선 분기봉에서, 발자국을 따라 왼쪽으로 돌고, 3시 11분, 1085m봉에 오르니, 앞에 또 봉우리가 보인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11시 34분 1110m봉을 넘고, 4시 14분, 1198.5m봉을 넘어선다. 지는 해가 앞 봉우리에 걸려있다. 발걸음을 서둔다.

 

1085m봉


4시 35분, 괴복이 서 있는 봉우리를 넘어선다. 자운치를 지나, 이곳까지 대 여섯 개의 봉우리를 지난 것 같다. 이제 불발현이 가까운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멀리 문암산이 보인다. 4시 46분, 흥정산 갈림길에 이른다. 김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가, 웃으며, 이제 다 왔다고 위로한다.

괴목이 서 있는 마지막 봉


잎은 다 떨어지고, 줄기만 남은 산죽밭을 달려 내린다. 5시 7분, 땅거미가 짙어지기 시작하는 불발현에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멀리 계방산이 보인다. 김 회장과 서둘러 임도를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지나온 긴 능선이 어둑해진 하늘 아래 길게 누워있다.

불발현에서 본 계방산


뒤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눈 밝은 김 회장이 멀리 반대쪽 임도에서 불발현으로 올라오는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다. 누군가? 우리 일행 중에 불발현에서 잘못하여 오른쪽 임도로 내려섰던 대원이 다시 불발현으로 오르는 것인가? 아니면 무전기를 찾으러 회령봉 갈림길로 되돌아섰던 선두대장이 자운치에서 지석동으로 탈출을 하지 않고, 임도를 따라 불발현으로 오고 있는 것인가? 김 회장은, 잠시 기다려 확인할 터이니, 나 먼저 내려가라고 한다.


어두워진 임도를 속도를 내서 달린다. 눈길이라 어두워도 랜턴을 꺼낼 필요가 없겠다. 뒤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김 회장이 어느 틈에 따라오며, 불발현으로 오르는 사람은 선두대장이라고 알려준다. 고도가 낮아지자, 먼저 하산하여 기다리는 대원들을 의식한 김 회장이 앞서 달려 나간다. 저 아래 정차해 있는 밴의 불빛이 보인다. 하지만 차들이 많이 지나다닌 아래쪽 임도는 무척 미끄럽다. 걷는 속도를 줄이고 조심조심 내려선다.


6시 11분, 국유임도 안내판 앞에 정차한 밴에 도착한다. 다행이 먼저 도착한 대원들은 차 안에서 하산주 파티를 즐기고 있다. 수고했다고 따라주는 막걸리 두어 컵을 단숨에 마신다. 무척 시원하다. 이윽고 손전등을 켜든 선두대장이 도착하고, 버스는 6시 2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후미를 봐 주신 김 회장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06.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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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발현에서 본 파노라마


정맥이나 기맥종주를 안내하는 산악회에는 어려움이 많다. 처음 시작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대형 버스 한 대로는 좌석이 모자라, 추가로 25인승 밴을 동원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참여자 수가 줄어, 종주가 끝날 무렵이면, 늘 나오는 10여명의 대원만 남게 된다.


산행안내도 사업이니, 손익분기점 가까이 인원수가 줄었을 때, 일찌감치 그 종주안내를 포기하면 다행이만, 아직도 산행해야 할 구간이 대 여섯 구간 남아 있는데, 참여인원 수가 고작 10여명 정도라면, 산악회로서는 빼도 박도 못하는 난처한 지경에 이르게 된다.


송암 산악회에서 토요일에 하던 한강기맥 종주가, 몇 구간을 남기지 않고, 인원수가 대폭줄자, 참여하는 회원들도 미안하고, 부담스럽다. 그리하여 뒤 따라오는 일요일 한강기맥 종주 팀과 합치기로 하고, 토요종주 팀은 잠시 산행을 중단한다.


2006년 12월 10일(일).

일요산행 팀이 구목령 구간에 이른다. 이 구간부터 토요산행 팀이 합세키로 한 곳이다. 7시 10분 전, 선능역에 도착해보니, 배낭을 멘 등산객들도 보이지 않고, 산악회 버스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어제 그제 강원도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더니, 그로 인해 산행이 취소된 것도 모르고, 혼자 나온 건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된다.


어둠속에서 김 회장이 모습을 보이고, 오랜만에 만나, 반가이 인사를 나눈다. 이윽고 25인승 버스가 도착하여, 차례대로 경유지를 지나고, 대원들이 차에 오른다. 하지만 모두들 낮선 얼굴들뿐이다. 함께 산행을 했던 토요산행 팀의 대원들은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야 있겠지만, 일요산행 팀과 함께 산행하여, 종주를 마치기로 한 것도 약속이니, 다음 구간부터는 옛 토요대원들도 보다 많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생곡리 배나무골(6.5K)-구목령(4K)-1181m봉(4K)-장곡현(2,8K)-불발현(5.2K)-도장골』로 들머리 날머리 11.7Km, 마루금 10.8Km다, 배보다 배꼽이 큰 마(魔)의 구간이다. 날씨는 쾌청하고 맑다. 바람은 없지만, 날씨는 차갑고, 하산 무렵의 기온은 영하로 떨어진다.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42) 산행시작-(10:56) 차량통행 차단막 통과-(11:39~11:41) 구목령-(11;58~12:02) 헬기장-(12:09) "T자형"능선에서 오른쪽-(12:20) 1105m봉-(12:50) 바위지대-(13:10~13:25) 1190m봉, 식사-(14:03) 1181m봉-(14:31) 1098m봉-(15:20) 장곡현-(15:30) 임도 끝-(16;02~16:12) 영춘지맥 갈림길-(16:30) 헬기장-(16:42~16:45) 불발현-(17:42) 국유임도 안내판』들머리 1시간 57분, 중식 15분, 마루금 4시간 51분, 날머리 57분, 총 8시간이 걸린 산행이다. 눈길이라 힘이 많이 든 산행이다. 하산을 하고 나니, 다리가 무겁고, 스틱 웍이 많아, 두 어깨가 뻐근하다.


* * * * *


버스가 56번 국도를 버리고, 생곡리로 접어들자. 멀리 보이는 산들이 온통 하얗다. 차안에서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설중산행 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이윽고 버스가 배나무골에 도착하자, 바로 눈 덮인 임도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많지 않은 대원들이, 오랫동안 산행을 같이 해서인지, 가족 같은 분위기이고, 모두 산행경험이 많은 베테랑들 같아 보인다. 10센티 가까이 쌓인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눈을 헤치며 선두를 달리는 젊은 대원의 발걸음이 가볍고 빠르다. 그 뒤를 나머지 대원들이 바짝 따르고 있다. 처음 10여분 정도는 뒤지지 않으려고, 맨 뒤에서 열심히 따라가 보지만, 보통 때의 내 페이스 보다 많이 빠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속도를 줄인다. 10시 56분, 차량통행 차단기를 통과한다.

 

차단기 통과


지난 7월, 영춘지맥을 할 때는, 56국도에서 구목령까지 트럭을 빌어 타고 오른 적이 있다. 그 때 걸린 시간이 약 1시간 정도였다고 기억한다. 오늘은 눈 때문에 배나무골에서 부터 걸어 올라야하지만, 1시간 30분 정도면, 구목령에 도착하리라 보고,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앞선 대원들의 발자국을 뒤 따른다. 임도를 따라 오르며, 왼쪽으로 보이는 설경이 가히 환상이다.

 

 

마루금의 설경


임도가 가팔라지며, 눈길이 미끄럽다. 배낭을 벗어 아이젠을 꺼내 착용한다. 아무도 없는 눈 덮인 임도를 부지런히 걷는다. 날씨는 차갑지만, 몸에 열이 나면서, 안경에 수증기가 끼어 신경이 쓰인다. 한 시간 반을 넘게 걷자, 왼쪽으로 1142m봉으로 짐작되는 설봉이 가깝게 다가온다. 하지만 아직도 구목령까지는 먼 느낌이다. 눈길이라 힘이 들고, 속도가 떨어진다. 해 떨어지기 전에 구간완주가 가능할 지가 은근히 걱정된다.

 

 

가까워지는 마루금


구목령 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후미로 쳐진 내 위치를 확인하려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고 짐작은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난 분들이고, 또 고요한 산속에서 구조요청 이외에는 소리 지르는 것 터부시하는 나는, 잠자코 걸음만 빨리한다. 두어 번 이어지던 소리가 잠잠해진다. 11시 39분, 구목령에 도착한다. 일행들이 쉬면서 기다리고 있다.

 

 

구목령 도착.


일행 한 분이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느냐고 묻는다. 소리는 들었지만, 나를 부르는 소리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대답을 못했다고, 미안하다고 대답한다. 또 한분이 끝까지 갈 것이냐고 묻는다. 늙은이가 공연히 끼어들어 일행에게 걱정을 끼쳐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하지만 지금 시각이 11시 40분경이니, 해 떨어지기 전에 하산이 가능할 것 같다. 대원들은 왼쪽 능선을 타고 오르고, 물을 마시느라 잠시 지체한 나는 바로 이들의 뒤를 따른다.

 

구목령에서 마루금을 타는 대원들.


눈 덮인 산죽길이 이어지고, 능선에 오르니, 눈꽃이 환상이다.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에 소담스럽게 쌓인 눈이 아니라, 가는 바늘처럼 날카롭게 날이 선 상고대다. 11시 58분 헬기장에 오른다. 지난여름 구목령에서 이곳까지 15분이 소요됐던 것에 비해, 눈길에서도 크게 시간차는 나지 않는다. 비로소 다소 마음이 놓인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은 겉옷을 벗고, 아이젠을 착용하는 등 본격적인 산행준비를 하고 있다.

 

 

눈 덮인 산죽길

 


환상적인 상고대

 

앞선 대원들의 발자국을 따라 가파른 사면을 오른다. 12시 9분, "T자형"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향한다. 좁은 능선길이 이어지고, 소나무가지들이 무겁게 눈을 이고 축 쳐져있다. 12시 20분, 1105m봉을 지나고, 참나무들이 앙상한 능선길을 걷는다.

 

좁게 이어지는 마루금


12시 50분, 눈 쌓인 암릉지대를 지난다. 선두팀이 암릉길에서 안전한 곳을 찾는 라,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겨 놓았다. 마지막 암봉을 지나는 길이 위험하다. 불룩 튀어나온 바위를 안고, 좁은 바위 턱을 디디며, 트래버스를 해야 하는 곳이다. 길이는 1미터가 조금 넘는 짧은 구간이지만, 불룩 튀어 나온 바위 위에 손잡을 곳이 없으면, 통과가 불가능한 곳이다. 손을 뻗어, 바위 위를 더듬어 보니, 손잡을 곳이 있다. 바위를 안고, 조심조심 게걸음을 쳐, 위험구간을 통과한다. 바위 위에 서면, 서쪽 조망이 좋다고 들었지만, 포기하고, 훨씬 앞섰을 일행들의 뒤를 따른다.

 

바위지대.


환상적인 눈꽃 능선을 지나, 1시 10분, 1190m봉에 오른다. 일행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삼각점을 찾아보지만, 눈에 묻혀 발견하지를 못한다.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대원들이 갈 길이 멀어, 해 떨어지기 전에 하산이 가능할지 여부를 걱정하고 있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4시 30분경이면, 불발현에 도착하고, 임도에서 한 시간이내 거리까지 버스가 올라 와 준다면, 일몰 전 하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해준다.

 

 

1190m봉에서의 식사


1시 12분경, 식사를 마친 일행들이 먼저 출발을 하고, 구목령 오르는 임도에서 선두에 섰던, 젊은 대원만 남아있다. 식사를 마치고 따라갈 터이니, 먼저 하산하라고 해도, 후미를 보겠다며 기다리고 있다. 1시 25분 경,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젊은 대원이 뒤 따라온다. 앞서라고 해도 막무가내다.


산행 중 1미터 이내로 뒷사람이 바짝 따라 붙으면, 길을 내달라는 소리다. 그렇지 않을 때는 적어도 2미터 이상 떨어져 걷는 것이 예의다. 나는 다른 사람이 뒤 따라오면, 왠지 불안해 걸음이 빨라진다. 그것이 싫어, 내 경우는 최후미로 떨어져 걷는 것이 가장 속 편하다.


1시 38분, 암릉지대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아름다운 상고대 숲을 지나, 2시 3분, 표지기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는 1181봉을 지난다. 구목령에서 약 4Km를 진행한 셈이다. 2시 31분, 1098m봉을 넘어선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눈 덮인 흥정산(1278.5m) 능선이 우람하다. 나뭇가지 때문에 깨끗한 사진을 담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우람한 고목들이 줄을 잇고, 나뭇가지 사이로 흥정산에서 흘러내리는 능선과 그 뒤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그림 같다.

 

표지기들이 어지러운 1181m봉

 

 

장곡현이 가까운 능선에서 본 설경


왼쪽으로 눈 덮인 임도가 보이고, 3시 20분 장곡현 삼거리에 도착한다. 후미 대장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꾸준히 참을성 있게 뒤를 받혀주는 젊은 양반이 대견하다. 혼자 걷는 것도 좋지만, 후미대장이 뒤에 있으면 역시 든든하다.

 

장곡현 삼거리


사람 발자국이 없는 너른 임도를 따라 오른다. 앞선 일행들은 표지기들이 붙어 있는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른 모양이다. 하지만 임도 끝 지점에서 만나게 될 터이니, 뒤를 따르지 않고, 하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내며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웅장한 산세가 내다보인다. 후미대장이 문암산(1146m)이라고 알려준다. 3시 30분, 임도 끝 지점에 이르러, 왼쪽 가파른 비탈길로 내려선다.


임도를 오르다 본 문암산

 

임도 끝


3시 55분, 안부에 내려선다. 정면에 솜털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봉우리가 막아선다. 가파른 사면을 천천히 올라, 능선 위에서 왼쪽 발자국을 따른다. 4시 2분, 표지기들이 아름답게 걸린 봉우리를 지나고, 4시 10분, 산불 감시초소가 보이는 안부에 내려선다. 낮 익은 곳이다. 직진하면 영춘지맥 할 때 걸었던 길이고, 한강기맥은 오른쪽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표지기들이 달려있다. 후미대장이 무전기로 김 회장에게 현재 위치를 보고한다.

 

안부에서 본 올라야 할 봉우리,

 

 

표지기들이 아름답다.

 


산불감시초소


이제 오늘 산행도 종점이 가깝다. 불발현으로 향한다.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문암산이 가깝게 보이고, 멀리 내면과 불발현의 눈 덮인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4시 25분, 공터를 지나고, 5분 후 헬기장을 지나, 눈 덮인 산죽이 아름다운 능선을 내려선다. 불발현 삼거리가 눈앞에 다가 온다. 능선 끝에서 보는 내면 방향의 해질 무렵의 조망이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내려다 본 불발현 삼거리

 

능선 끝에서 본 내면 방향의 조망


4시 42분 불발현에 내려선다. 표지석과 국유임도 안내판 그리고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는다. 기온이 많이 찬 모양이다. 카메라가 배터리 부족 사인을 보내오며,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다. 새 배터리로 바꾸어도 마찬가지다. 4시 45분, 후미대장과 함께 임도를 따라 하산한다. 눈앞에 멋진 고목이 외롭게 서있다. 카메라를 꺼내 찍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을 한다. 허리에 차 있는 동안, 따듯해 진 모양이다.

 

 

불발현 표지석

 

이정표

 

석양의 고목


점점 어두워지는 길을 따라 빠르게 걸으며, 후미대장과 이야기를 나눈다. 현재 주 2회 백두대간을 종주 중이고, 시간당 도상거리 약 4Km를 걷는 엄청난 준족인데, 산행속도를 줄이려고, 카메라를 들고 다닌다고 한다. 그런 준족이 내 뒤를 따라왔으니, 얼마나 답답했을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5시 40분이 지나자, 사방이 어두워지고, 눈길만 하얗다. 전방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김 회장이 모습을 보인다. 기다리다 지쳐서 마중을 나온 모양이다. 저 아래 버스의 붉은 미등이 보인다. 5시 42분, 국유임도 안내판 앞에 서있는 버스에 다가가니,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박수로 맞아준다. 고맙다.

 

 국유임도 안내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많지 않는 대원들이지만, 일요종주 팀의 분위기는 사뭇 가족적이다. 여자대원 한분이 분위기를 한층 더 부드럽게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방인이 끼어들었지만, 후미대장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이 따듯하게 맞아 주셔서 고맙다.


다음 구간에서는 오랫동안 보지 못한 토요종주 팀원들도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거듭 기대한다.


(2006.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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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고속도로을 달리며 본, 비 그친 강원도의 산


2006년 8월 26일(토).

송암 산악회의 안내로 한강기맥을 산행하는 날이다. 이번이 12번째 산행인데, 코스는 제14구간이다. 『운두령-계방산-뾰지게봉-1,366m봉』까지 마루금을 걷고, 탑동리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1.9Km, 날머리 약 5Km, 합계 16.9Km에, 기준 소요시간은 약 6시간이다.


오대산 국립공원의 출입통제 기간을 피해, 앞 당겨 오대산 구간을 산행하느라, 구목령에서 운두령까지의 12구간, 13구간을 뛰어넘고, 제 14구간을 먼저 산행하게 된 것이다. 잔뜩 흐린 날씨에 오후부터 많은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도 있어, 과연 참여 인원이 얼마나 될까? 걱정이 된다.


6시 45분 경, 선능역 1번 출구, 금강타워 빌딩 앞. 항상 붉은색 대형버스가 서 있던 자리에 노란 밴(Van)이 한 대 서 있고. 김 회장이 웃는 낮으로 반긴다. 예상대로 참여 인원도 많지 않고, 강원도 오지의 들머리, 날머리를 드나들기에는 소형 밴이 편리한 면도 있어 차량을 바꿨다는 설명이다.


시내 경유지를 모두 거친 25인승 밴이 중부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차안을 둘러본다. 오늘 참여 한 대원수는 모두 9명이다. 김 회장이 직접 선두에 서고, 후미는 대원중의 한 사람이 담당을 한다. 이쯤 되면, 산악회의 안내산행이라기 보다, 동호인들끼리 모인 자율산행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처음 한강기맥 출정식이 있던 날 - 꼭 일 년 전인, 2005년 8월 27일(토)에는 참여 인원이 60여명에 가까워, 대형 버스 외에 밴까지 동원했던 것이, 1년 후인 오늘은 참여인원이 9명뿐이다. 그 만큼 기맥이나, 정맥의 안내산행이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산악회 같으면, 포기해도 벌써 포기했을 터인데, 송암의 김 회장은 힘들어 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고지식하게 계속 끌고 온다.


산악회가 산행계획을 공시하고, 참여인원을 모집할 때, 김 회장은 이를 일종의 약속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따라서 참여 인원수에는 관계없이, 공표했던 산행을 마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늘 참여한 인원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12번 산행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개근한 대원이 3명, 1~2회 정도 빠진 대원이 2~3명, 이들을 합치면, 과반수가 넘는다. 이들 또한 김 회장 못지않게 고지식한 양반들이다. 이들은 산악회가 공시한 산행계획을 보고, 일단 참여하기로 결정을 했으면, 다른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빠짐없이, 끝까지 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말고 싶으면 만다는 식의 자세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제 한강기맥 종주를 끝내려면, 4구간을 더 해야 한다. 지금 포기하려하니, 고지식한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지나 온 구간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운 게 많다. 그렇다고 산악회가 계속 손해를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여자들 또한, 마냥 마음의 부담을 안고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겠다.


아직 임시 번호판도 떼지 못한, 새 차가 영동고속도로를 싱싱 잘도 달린다. 대형 버스에 비해, 차체가 낮아, 조망이 다소 뒤 지는 것 이외는 불편한 것이 전혀 없다. 강원도 쪽에는 지난밤에 비가 내리다, 새벽녘에 개인 모양이다. 먼 산들이 운무 속에 고개를 비쭉비쭉 내밀고 있고, 구름들이 가까운 산 사면을 타고, 빠르게 하늘로 오르고 있다.

평창을 지나면서 본 백적산 방향의 조망


10시 2분, 운두령에 도착한다. 국도를 이용할 때 보다 약 1시간 빠르게 도착한 것이다. 너른 공터의 아스팔트 중간 중간에 빗물이 고여 있고, 통신탑 뒤로 보이는 봉우리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이 산행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때와는 달리 선두가 앞서서 출발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가, 10시 5분경, 모두 함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운두령 도착, 텅 빈 계단이 우리들을 기다린다.


오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산행시작-(10:15) 능선분기, 왼쪽으로-(10:24) 이정표<운두령 1.0K, 계방산 2.9K>-(10:27) 안부-(10:45) 공터 이정표(운두령 2.0K, 계방산 1.9K>-(11:03) 쉼터-(11:15) 첫 번째 헬기장-(11:20) 1,492m봉-(11:31) 두 번째 헬기장-(11:40~12:05) 계방산 정상, 중식-(12:17) 주목 군락지-(12:32) 1,494m봉-(12:46) 안부-(12:54) 두 번째 위 삼거리 갈림길-(13:04) 한강기맥 갈림길-(13:23) 첫 번째 안부 사거리-(13:49) 두 번째 안부 사거리-(14:20) 1,270m봉-(14:39~14:50) 뽀지게봉 정상-(15:55) 1,159고지 헬기장-(15:04) 1,336m 분기봉-(15;27) 갈림길-(15:49) 민간인 피살지역-(16:04) 산판길-(16:15) 시멘트 길-(16:20) 하산, 버스대기』 점심시간 25분을 포함, 총 6시간 1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겨울의 눈 쌓인 계방산이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그 동안 한 번도 찾아 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올 여름에는 벌써 세 차례나 계방산을 찾게 된다. 크고 넉넉한 산, 이제 친구가 된 느낌이다. 가파른 계단에 올라, 뒤돌아 맞은 편 봉우리를 본다. 비가 개는 모습이다. 예보와는 달리 오늘 산행 중에 비 맞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계단을 올라 뒤돌아 본 맞은 편 봉우리


계방산의 높이는 1.577.4m다. 한강기맥 중 가장 높은 산이다. 오대산 비로봉(1,563.4m) 보다도 높고,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운두령(1,088m)과 약 500m 고도 차이가 나지만, 약 4.7Km의 도상거리가 이를 희석하여, 큰 산답게, 산세가 유순하고 능선이 부드럽다.

안부 지나, 두 번째 오르막길

짧은 암릉길도 지나고,


비가 올 거라는 예보 때문인지, 산에는 우리 일행 외에는 인적이 거의 없다. 밤새 많은 비가 내린 모양이다. 등산로에 빗물이 쏟아져 내린 흔적이 뚜렷하고, 안부는 아직도 진 수렁이다. 비온 뒤의 숲길이 싱그럽고. 안개에 휩싸인 숲이 신비롭다.

구름이 가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유난히 뚜렷한 고사목


등산로가 뚜렷하고,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길을 일을 걱정도 없다. 간간히 부는 바람에 심하게 더운 줄도 모르겠다. 아무 생각 없이, 텅 빈 머리로, 꾸벅꾸벅 산길을 오른다. 산에 동화되어, 산과 일체가 되는 느낌이다.

안개 속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등산로

안개 속의 이정표


첫 번째 헬기장, 1492m봉 오름길, 그리고 두 번째 헬기장을 지나면서 보는 야생화 군락지는 가히 천상의 화원을 보는 느낌이다. 계방산 정상은 비교적 너른 공간으로, 정상석과 돌탑이 서 있다, 지금은 안개에 파 묻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맑은 날에는 북쪽으로 홍천군 내면의 넓은 골짜기와 설악산, 점봉산이 아득하고, 동쪽으로는 노인봉과 대관령, 서쪽으로는 운두령 너머로 회령봉과 태기산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암릉길의 야생화

첫 번째 헬기장

헬기장의 야생화 1

헬기장의 야생화 2

헬기장의 야생화 3 - 뚝갓(?)

계방산 오름길의 야생화 1

계방산 오름길의 야생화 2


계방산 정상에서 김 회장과 모든 대원들이 모여,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때 이른 점심식사를 한다. 안개 속에서, 땀이 식으며, 한 여름에 오싹 한기가 느껴진다. 배낭에서 윈드 재킷을 꺼내 입고 식사를 한다. 지금 도심지 더위 속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계방산 정상

정상에서의 식사


12시 5분, 김 대장을 선두로 계방산을 내려선다. 잡목과 잡초가 어우러진 험한 내리막을 거쳐, 12시 17분 이정표가 서 있는 주목 군락지를 지난다.<계방산 정상 0.5K, 제2 야영장 4.2K> 날등길을 거치고, 1,546m봉을 넘어, 안부로 내려선다. 야생화가 가득한 안부에는 잡초가 뒤엉켜 길을 찾기가 어렵다. 12시 54분,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을 지나고, 1,462.3m봉을 우회하여, 김 회장이 기다리고 있는 갈림길에 도착한다.

안부에서 길 찾기

두 번째 윗삼거리 갈림길을 지나고,

한강기맥과 계방지맥 갈림길


일행들이 모두 모이자, 김 회장을 선두로 동쪽 참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급경사 내리막을 곤두박질친다. 이윽고 안부를 거쳐, 평탄한 오솔길로 이어진다. 안개가 걷히며, 이따금씩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 불어오는 바람결이 시원하다. 녹색의 장원을 산책하는 기분이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 1시 24분, 첫 번째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낫을 들고 길을 내며 달려온 김 회장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직진하는 길가에 국립공원표지 말뚝이 보인다. 오대산 국립공원으로 들어서는 모양이다. 이어서 1,230m봉을 넘어, 1시 49분, 두 번째 안부 사거리로 내려선다. 제법 널찍한 안부다. 왼쪽으로는 척천리로 갈리고,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면 방아다리로 하산할 수 있는 곳이다.

참나무 숲속 오솔길, 햇볕이 비치고, 바람이 시원하다.

첫 번째 안부 사거리

두 번째 안부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산죽길


다시 작은 봉우리 두개를 넘고, 2시 20분 1,270m봉을 넘어서니, 나뭇가지사이로 뾰지게봉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 다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2시 39분 경, 너른 헬기장인 뾰지게봉(1358m)에 도착한다. 날씨는 맑아 졌지만, 헬기장 주변의 잡목들이 시야를 가려, 겨우 동쪽으로 대관령 방향, 고루포기산 방향이 보일 뿐이다. 이 헬기장에서 남쪽 능선을 타고 내리면, 역시 방아다리에 이르게 되고, 한강기맥은 동쪽으로 이어지다, 1,366m봉에서 북상을 하게 된다. 김 회장이 한강기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에 준비해 온 뾰지게봉 비닐 표지판을 부착한다.

1,270m봉

뾰지개봉 정상

정상의 삼각점

대관령 방향의 조망

새롭게 부착한 뾰지게봉 비닐표지판


뾰지게봉에서 약 10분간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약 5분 후,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 한 귀퉁이에는, 96년 10월, 동해안에 침투한 북괴 무장공비의 도주로임을 알리고, 거동 수상자나 간첩을 신고하라는 입간판이 버려져 있다.

무장공비 도주로 표기 입간판이 버려진 헬기장


3시 5분, 1,366m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한강기맥은 북으로 굽어져 효령봉으로 향하고, 우리들은 동쪽으로 직진하여 하산을 시작한다. 인근 마을 사람들이 약초나 나물을 캐러 다닌 길이지만, 비교적 뚜렷한 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내리막길에 돌배들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고, 잡목 숲으로 이어지는 길은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15분 가까이 이런 길을 내려서는데, 앞서 걷던 김 회장이 되돌아 올라온다. 아무래도 남쪽으로 빠지는 갈림길을 지나친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일행들은 숲에 앉아 쉬기로 하고, 김 회장만 온 길을 되돌아 오른다. 3~4분 후, 후미대장은, 백(Back) 하라는 김 회장의 연락을 받는다.

1,336m 능선 분기봉

돌배가 어지럽게 떨어진 등산로

원시림을 헤치고


4분 정도, 내려온 길을 되 집어 오르니, 남쪽으로 갈리는 능선 갈림길에 김 회장이 서 있다. 산행리본, 거동 수상자를 신고하라는 리본들이 걸려 있으나, 무성한 나뭇가지에 가려, 모르고 지나쳤던 곳이다. 하늘을 가리는 잡목 터널을 지나 능선길을 달려 내린다. 무장공비가 민간인 3명을 살해한 장소를 지나고, 아름다운 적송지대를 지나, 옛 임도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임도를 버리고, 동쪽 채소밭으로 내려서는 길에서 동대산 방향의 백두대간을 본다. 채소밭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 주변에, 포도송이 같은 열매를 단 나무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김 회장이 오미자나무라고 설명하며, 재배하는 것인지도 모르니, 채취하지 말라고 대원들에게 주의를 준다.

거동 수상자 신고 요청 리본

잡목터널을 지나, 탑동리로 하산하는 대원들

무장공비, 민간인 3인 피살지역

아름다운 적송 숲

야생 오미자

고랭지 배추밭


4시 12분 고랭지 배추밭을 지나, 시멘트 도로로 내려서서 마을로 향한다. 마을에서 만나는 아주머니가 뭣들 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으며, 경계하는 표정이 역역하다. 4시 20분 경, 탑동교 부근에 도착하여, 적송(赤松)들이 병풍처럼 둘러 선, 개울가로 내려서서, 알탕을 하고, 산행을 마친다.


(2006. 8. 27.)

두일 막국수 집


뒤풀이.

4시 50분 경, 알탕을 마친 일행들은 차에 올라, 시멘트도로를 타고 내린다. 오른쪽으로 흐르는 한강기맥 줄기가 장쾌하다. 5시 15분 경, 아스팔트길에 이르러, 두일 막국수 집에서 감자전, 모밀전, 도토리묵 등을 안주로 하산 주를 즐기고, 막국수로 저녁식사를 한다. 음식들이 깔끔하고 맛이 좋다. 음식 값은 대원들이 만원씩 추렴하여 충당한다. 1시간이 넘게 뒤풀이를 즐긴 대원들은, 6시 20분 경 서울로 향한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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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에서 본 한강기맥 - 덕고산(좌)과 운무산(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는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열심히 응원했던 붉은 악마들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교민들, 그리고 온 국민이 실망하고, 허탈해한다. 이번 경기를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을 해 본다.


월드컵 경기에서는 막대한 돈이 오가다 보니, 깨끗해야 할 스포츠 경기가 많이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그 하나다. 토고 선수들의 수당 문제가 그렇고, 잦은 오심, 특히 FiFA 회장의 나라인 스위스에게 계속해서 유리한 판정을 하는 주심들을 보면 서글픈 생각마저 든다. 다른 하나는 비록 우리선수들이 투지 있게 열심히 싸웠지만, 그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재능이 있는 어린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기본기를 익힐 수 있도록 전국에 많은 잔디구장을 건설하고, 유능한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등 체계적인 투자가 뒤 따르지 않으면,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16강 진출 좌절이라는 실망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


2006년 6월 24일(토).

송암 산악회가 가이드 하는 한강기맥 산행일이다. 하지만 이날 새벽 4시부터 스위스와의 경기가 있어, 많은 대원들이 응원을 하느라 불참하게 되면, 산행이 펑크가 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 전날, 산악회에 확인을 해보니, 다행히 예정대로 산행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참여 인원이 적어 소형버스를 동원한다고 한다. 소형버스면 어떤가? 어려움이 있어도, 계획한 산행을 가이드 하겠다는 하는 김 회장의 결정이 고맙기만 하다.


갑자기 버스를 바꾸느라 차질이 생긴 모양이다. 예정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서울을 출발한 버스는 6번 국도를 달리다, 용문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횡성을 지나, 19번 국도로 바꾸어 타고, 청일로 향한다. 청일 못 미쳐, 신대로 향하는 오른쪽 지방도로로 들어선 버스는 이윽고 봉복사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봉복사(5K)-덕고산(5.5K)-구목령(1.8)-1105m봉 지난 안부(6K)-상비동 삼거리』로 마루금 7.1Km에 들머리와 날머리의 합이 11Km, 배보다 배꼽이 큰 이상코스로, 그만큼 오지(奧地) 산행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봉복사 아래 임도를 따라 걷다가, 가파른 산 사면을 치고 올라, 덕고산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을 타고, 덕고산에 이르는, 2시간 반 정도의 들머리도 인적이 드믄 훌륭한 산행코스다. 능선을 오르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왼쪽으로 봉복산을 보고, 헬기장에서는 태기산을 조망할 수 있다.


덕고산에서 부터의 한강기맥 마루금은 고산의 풍모가 완연한 멋진 곳이다. 하지만 밤새 축구를 보고, 더위 속에서 무리하게 산행을 하다가, 구목령 못 미친 지점에서 발목을 접질린 대원이 생겨, 선두에 섰던 일부 대원을 제외하고는, 모든 대원들이 부상한 대원을 기다렸다가 구목령에서 함께 탈출한다. 발목을 다친 대원은 마을에서 올라온 사륜구동 찦차를 타고 하산한다. 구목령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본 주위 풍광이 빼어나고, 생곡저수지가 있는 오지의 상비마을이 아름답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57) 봉복사 주차장-(11;00) 산행시작-(12:15~12:35) 삼거리에서 중식-(12:41)헬기장-(13:25)덕고산-(13:58)1,070m봉-(14:17)1,075m봉-(14:40) 1,100m봉-(15:04) 1,031m봉-(15:57~16:24) 구목령-(17:47) 상비동』, 점심시간 20분을 포함, 총 6시간 5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월정사의 말사라고 하는 유서 깊은 봉복사를 둘러보고,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장마철이라고는 하지만, 장마전선이 남쪽으로 후퇴하여, 중부지방은 맑고 무덥다. 임도 주변의 무성한 숲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아름다운 전나무 숲을 통과한다.

봉복사

아름다운 임도


이윽고 임도를 버리고, 가파른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다, 온 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가파른 사면을 허위허위 오른다. 더위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등산로를 비켜서서 배낭을 멘 채, 물을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능선 마루가 보이고, 등산로는 비스듬히 오른쪽으로 사면을 타더니, 드디어, 지난번에 내려왔던 능선위로 이어진다. 능선 길도 오르막이지만, 이제까지 타고 오른 산 사면에 비하면 평지처럼 느껴진다. 능선 갈림길 너른 공터에서 심산(深山)대원이 앉아 쉬면서, 점심을 먹고 가자고 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15분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을 꺼낸다. 송 선배님과 다른 대원들이 합류하여 함께 어울린다.


약 20분 정도, 서둘러 점심을 마친 일행은 다시 산행을 시작하여, 12시 40분경, 뜨거운 햇살이 강하게 내려 쪼이는 헬기장에 선다. 오른쪽으로 태기산이 보이고 태기산에서 삼계봉(1,070m)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의 능선이 선명하다. 서둘러 헬기장을 벗어난다. 산죽 밭을 지나고, 암릉길을 거치며, 대 여섯 개의 작은 고개를 넘어선 후, 1시 35분, 덕고산 정상(1,125m)에 이른다. 봉복사의 고도가 대체로 500m정도이니, 도상거리 약 5Km를 걸으며, 약 600의 고도차를 극복하느라, 약 2시간 반 정도 땀을 뺀 것이다. 참으로 힘들었던 들머리라 하겠다.

헬기장에서 본 태기산


덕고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돌들이 비쭉비쭉 솟아 있는 왼쪽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윽고 내리막이 그치고, 평탄한 잡목 숲이 이어진다. 왼쪽 나뭇가지사이로 뾰족한 봉우리가 보인다. 덕고산 바로 앞의 1,073.1m봉이라고 짐작한다. 작은 봉우리를 넘어, 부드러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은 키 작은 산죽, 관목들이 어우러져, 제법 고산 분위기를 풍긴다.

덕고산 정상

덕고산 정상을 내려서면서 왼쪽으로 본 1,073.1m봉

산죽과 관목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능선길


이윽고 오른쪽, 왼쪽으로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붙어있는 능선 분기 봉에 선다. 1,070m봉인, 삼계봉이다. 오른쪽 리본이 걸린 곳은 태기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이고, 왼쪽으로 리본이 걸린 곳은 구목령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부터 청량봉까지 약 11km는 한강기맥과 영춘지맥이 사이좋게 함께 달리는 구간이다.

태기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 갈림길


왼쪽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앞 서 걷던 심산(深山)대원이 왼쪽 숲속에 화사하게 핀 커다란 흰 꽃을 보고 걸음을 멈춘다. 목련님에게 확인해야겠지만, 산 목련이 틀림없을 거라고 한다. 아름다운 꽃을 카메라에 담는다. 등산로는 산죽이 무성한 안부를 거쳐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오르막길 중턱에 후미대원들이 배낭을 벗어 놓고, 둘러 앉아 쉬고 있다. 한여름 산행은 힘이 무척 든다. 따라서 이처럼 쉬면서 진행하는 것이 요령이라 하겠다.

산 목련(?)

1,075m봉을 오르다 쉬고 있는 후미


2시 17분, 참나무가 빽빽한 1,075m봉을 지난다. 내리막길은 무성한 산죽 밭이다. 안부에 이를수록 벌목하고 버려둔 나무들이 가득하여, 진행을 방해한다. 오른쪽으로 높다란 봉우리가 빗겨 서 있는 것이 보인다. 1,148,5m봉이다. 마루금을 벗어나 떨어져 있으나, 자칫 주의를 하지 않으면, 알바를 하기 쉬운 곳이라고 주의를 주던 봉우리이다.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다시 산죽이 깔려 있는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오르막으로 오를수록, 산죽의 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줄기만 남은 산죽 밭이 이어지더니, 2시 40분 경, 너른1,100m봉을 지나, 등산로는 왼쪽으로 크게 굽어진다.

벌목지대


키를 넘는 산죽 밭이 이어진다. 바닥이 보이지를 않으니,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가끔씩 산죽위로 산행리본들이 방향을 알려준다. 이처럼 무성한 산죽 밭이 10여 분간 계속된다. 가히 고산을 걷는 기분이다. 등산로가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오른쪽으로 높은 산이 보인다.지도상의 1,176m봉이다.

키를 넘는 산죽길 - 산죽위로 산행리본이 보인다.

1,176m봉

산죽지대가 끝나고, 잡목지대가 이어진다. 나지막한 봉우리 두 개를 넘은 후, 3시 6분, 1,031m봉에 오른다. 정면의 등산로는 나뭇가지로 차단되고, 왼쪽으로 산악회 종이 표지판이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린다. 건너편에 흥정산이 가깝고, 왼쪽으로 구목령이 보인다. 안부에 이르러 길이 평탄해지는가 싶더니, 양쪽이 절벽인 암릉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1,032봉의 종이 표지판


낮은 암릉을 비껴, 등산로가 왼쪽 사면으로 이어지는 곳에 심산대원과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쉬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젊은 대원이 발목을 접질려 걷지를 못한다고 심산대원이 걱정을 한다. 왼쪽 사면 길에서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오른 발목을 다쳤다고 한다.


배낭을 벗어서,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탄력붕대를 꺼내, 접질린 부위를 감으라고 건네준다. 젊은 대원이 붕대를 감고 신을 신을 신자, 심산대원이 스틱을 내 주며, 딛고 걸어보라고 하지만, 늙은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쑥스러운지, 젊은 양반은 극구 사양을 한다. 심산대원은 앞서 간 일행들에게 상황을 알리러 먼저 출발하고, 둘이서 남는다.


가만 보니, 발목을 접질린 것도 문제지만, 더위를 먹었는지, 기운도 없어 보인다. 아마도 축구 응원을 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무더위 속에서 땀을 많이 흘리며 걷다보니, 더위를 먹은 모양이다. 물을 마시고, 쉬면서 기운을 추스르게 한다. 잠시 후 스틱 하나를 주어, 오른 손으로 집게하고, 왼발을 띄어 놓은 후, 오른발을 끌어당기는 요령으로 걷기를 시도해 보게 한다.


구목령이 가까운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무슨 수를 쓰던, 구목령까지는 자력으로 가야만 한다. 나 보다 덩치가 큰 젊은이를 좁은 산길에서 부축할 수도 없고, 배낭을 받아준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힘이 들더라도 자력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뒤에서 천천히 따라오라고 하고, 2~3미터 앞서 걸으며, 김 회장에게 전화를 한다. 좀처럼 전화가 안 된다. 몇 차례 시도하여, 겨우 통화가 된다. 상황을 알리고, 구목령까지 차를 수배해 달라고 부탁한다.


힘들어 하면서도 젊은이가 꾸준히 따라 온다. 길도 비교적 평탄한 편이라 다행이다. 길가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버티고 서 있는 곳을 지나, 조금 더 진행하니, 김 회장이 마주 달려온다. 심산대원에게서 상황을 듣고, 이미 구목령을 통과한 선두 네 사람을 제외한 모든 대원들이 구목령에서 탈출하려고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이 젊은이를 앉혀 놓고, 접 지른 발목을 맞춰보려고 시도한다. 발목이 접질렸을 때는 움직이지 말고, 발목을 당겨 뼈를 맞추는 것이 요령이라고 설명해준다.

구목령 가는 길가의 느티나무


대기 중인 대원들에게 상황을 알리러, 내가 먼저 출발한다. 10여분 쯤 걸어, 대원들이 쉬고 있는 구목령에 도착한다. 일부대원들이 먼저 탈출을 했는지, 송 선배님을 비롯한 4명의 대원들만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약 30분쯤 후에 김 회장과 젊은 대원이 모습을 나타낸다. 김 회장은 이미 발목이 많이 부어, 뼈 맞추기는 실패하고, 차가 올라오도록 수배를 했다고 한다.

구목령의 국유임도 안내판

차단기 및 청량봉 가는 길의 산행리본


김 회장을 포함하여, 네 명이 남아 차를 기다리기로 하고, 송 선배님을 포함한 늙은이 세 사람은 4시 24분 경, 임도를 따라 먼저 하산한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임도에서 보는 풍광이 압권이다. 저 아래 마을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까맣게 멀어 보이고, 건너편에는 운무산에서 덕고산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의 능선흐름이 웅장하다.

임도에서 본 서쪽 산세, 가장 뒤 뾰족산이 운무산.

임도에서 본 844,3m봉과 그 뒤로 덕고산


임도를 따라 두어 굽이 걸어 내려오니, 오른 쪽 숲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임도를 질러가는 숲길인 모양이다. 리본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선다. 능선위에 길이 뚜렷하다. 숲길을 택하면 하산 시간이 30분쯤 단축된다더니 아마도 이 길인 모양이다. 하지만 길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결국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왼쪽으로 임도가 내려다보이니, 방향을 잃을 염려는 없으나, 깎아지른 절개지라 임도로 내려서기가 용이하지 않다. 임도를 따라 걸으며, 임도로 내려설 곳을 찾는다. 문득 사람들이 지난 듯싶은 희미한 흔적이 보인다. 흔적을 따라 내려서니, 가파른 절개지이지만, 손잡을 나무, 발 놓을 바위가 연결된다. 어렵사리 임도에 내려서니, 내려선 자리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싸리꽃이 아름다운 임도


다시 임도를 따라 내려선다. 5시경, 찦차가 마주 올라온다. 연락을 받고 마을에서 구목령으로 오르는 차다. 주위의 산세를 보면, 고도가 상당히 낮아진 것 같은데,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는 끝이 없다. 5시 25분 경, 젊은이와 대원을 태운 찦차가 내려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구조 연락을 받고, 봉평면 쪽에서 올라온 산림청 소속 찦차라고 한다. 10분 후 상비동쪽에서 올라갔던 찦차가 김 회장과 대원을 태우고 내려온다. 늙은이 세 사람도 이 차에 편승하여, 5시 48분 경, 상비동 삼거리에 도착한다.

임도에서 뒤돌아 본 울창한 숲

임도에서 올려단 본 1,142m봉과 한강기맥 능선


냇가로 내려가 몸의 땀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으니 살 것만 같다. 이윽고 구목령을 지나, 1,105m봉을 넘은 대원 두 사람이 도착한다. 하지만, 앞서 갔다는 두 사람은 감감 무소식이다. 김 회장은 아마도 하산길을 지나쳐서 알바를 하고 있는 것 같으나, 이곳에서는 통화가 되지 않으니, 버스로 상곡 저수지부근까지 이동하자고 한다. 생곡 저수지 부근의 풍광이 아름답다. 이윽고 알바 중인 두 대원과 통화가 된다.

생곡 저수지

고추밭

고추밭 가의 들꽃 - 무슨 꽃인가?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생곡 초등학교 앞에 있는 생곡 막국수 집에서 하차 하고, 김 회장은 임도를 따라 하산하는 두 대원을 맞으러 나선다. 막국수 집에 들어선 대원들은 우선 갈증을 풀기 위해 맥주와 동동주를 주문하고 편육을 시킨다.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은 모두 15명이다. 일인당 만원씩을 추렴하여 음식 값을 충당하기로 한다.


이윽고 김 회장이 두 대원과 함께 도착하고, 뒤풀이 자리는 점점 무루 익어간다. 아침에 버스문제로 속을 썩이더니, 부상자가 생기고, 알바를 하는 대원들마저 생겨, 김 회장이 하루 종일 애를 먹는다. 하지만 대원들이 서로 협조를 하고, 김 회장이 수고를 하여, 무더운 날씨에도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이처럼 뒤풀이 자리가 즐거우니, 모두들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되는 모양이다. 여덟시가 조금 지나, 대원들은 버스에 올라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하루 종일 고생을 하며, 대원들을 이끌어 준 김 회장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2006. 6. 2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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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바위에서 본 운무산 방향의 조망


송암 산악회에서는 춘계 경방기간 입산통제로 두 달 가까이 중단했던 한강기맥 종주산행을 이달부터 재개한다. 고마운 일이다. 어떤 이유이건 한번 중단된 산행은 다시 재개되는 경우가 극히 드믄 일이라, '또 중도하차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단념한 상태였는데, 산행을 다시 재개한다니, 어찌 반갑고, 고맙지 않겠는가? 이제 남은 구간은 6구간, 송암에서 충실히 가이드해 주리라 믿는다.


2006년 5월27일(토).

전국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돌풍마저 불거라는 예보다. 우중산행 채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오랜만에 랜턴도 점검하여 준비한 후, 대문을 나선다. 하늘은 온통 낮은 구름으로 덮여 있지만, 새벽에 내리던 비는 지금은 그쳐있다.


오늘산행 코스는 『먼드래재-운무산-원넘이재-덕고산』까지 마루금을 타고, 덕고산에서 남서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내려서서 봉복사에 이르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걸어, 버스가 기다리는 신대리에 도착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3.4Km, 날머리 약 4.5Km이다. 본래 이구간은 덕고산을 지나, 구목령까지를 한 구간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럴 경우 마루금 도상거리가 16.6Km나 되고, 마루금을 걷는 시간만도 10시간 이상 소요됨으로, 당일 산행으로는 무리라, 덕고산에서 하산하도록 한 것이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거치고, 팔당대교를 건너는데도, 버스 안은 썰렁하다. 두 달 동안 산행이 중단됐던 점, 비가 온다는 예보, 어려운 산행 코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참여하는 대원들 수가 격감한 모양이다.


버스는 대원들 아침식사를 위해 용문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려서니, 비바람이 제법 거세다. 버스는 다시 출발하고, 버스 안에서 우중산행 준비를 한다. 스패츠를 착용하고, 방수재킷을 입는다. 마지막으로 배낭커버도 씌워 놓는다. 버스는 6번 국도를 버리고, 19번 국도로 들어선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19번 국도를 달리는 차창 오른쪽으로는 지나온 한강기맥의 연봉들이 뚜렷이 보이고, 도로에는 비온 흔적이 전혀 없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대기는 투명하여 시계마저 좋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산행하기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날씨다. 9시 50분 경, 버스는 먼드래재에 접근하여 대원들을 도로 변에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0) 버스 도착-(9:52) 산행시작-(10:10) 610m봉-(10:33) 717.6m봉-(10:44) 이정표<운무봉 2.1Km, 3시간 30분>-(11:01) 790m 암봉-(11:16) 이정표<현고도 806m, 운무산 1.88Km, 능현 4거리 1,2Km>-(11:33) 전망바위-(11:42) 이정표<현고도 869m>-(12:06) 헬기장-(12:13) 이정표<운무봉 0.4Km)-(12:28) 치마바위 갈림길 이정표<운무봉 0.2Km>-(12:37~13:11) 운무산 정상, 식사-(13:32) 송암 갈림길 이정표<864m>-(13:52) 원넘이재-(14:10) 777m봉-(14:32) 안부 이정표<운무산 정상 1.0Km>-(15:16) 능선 분기봉-((15:54) 1031m봉-(16:23) 1095m봉-(16;59) 1073m봉-(17;14~17;25) 덕고산-(18:09) 첫 번째 헬기장-(18:24) 두 번째 헬기장-(18;56) 봉복사-(19:00) 버스』 중식시간 35분 포함, 총 9시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먼드래재는 횡성군과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9시 52분, 먼드래재 표지판이 세워진 고개 마루턱에서 횡선군 쪽으로 10여 미터 내려선 지점에서 동남쪽으로 시멘트 옹벽을 넘어, 절개지를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낮게 드리워진 하늘, 투명한 대기 속에서 5월의 푸르름이 한층 강렬하다. 가파른 산 사면을 5분 쯤 오르니, 경사가 완만해 지며, 10시 경에 능선에 오른다.

청일면 표지가 보이는 이 지점에서 길 건너 왼쪽 사면을 오르며 산행 시작


푸른 참나무 숲속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는 동남 방향으로 흐른다. 푸른 숲속에 붉은색, 노란색 산행리본들이 눈에 들어온다. 610m봉이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거쳐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오른쪽 숲에 하얀 꽃을 가득 피운 나무가 보인다. 찔레꽃인 모양이다. 아름다운 숲길이다. 딱총새라 했던가? 우는 소리가 "홀딱 벗고, 홀딱 벗고." 한다더니, 과연 그렇게 들린다.

찔레꽃


항산 구름과 안개가 걸쳐 있는 것 같다는 운무산(雲霧山-980.3m)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바위와 암릉, 그리고 이와 어울러 진 노송이 아름답고,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명산이다. 따라서 많은 등산객들이 찾게 되니, 등산로가 분명하고, 거의 100m 간격으로 산행리본들이 걸려있다.

갈림길에서 어김없이 방향을 잡아주는 산행리본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고, 능선 분기봉인 710m봉에 이르러, 산행리본이 인도하는 왼쪽 길로 들어서서 717.6m봉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참나무 숲길을 지나, 안부에 이르니, 새집을 이고 있는 이정표가 서 있다. <운무봉 2.1Km, 3시간 30분 소요>. 2.1Km에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니, 겁주는 이정표다. 나중에 체크해 보니 실제로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50분 정도다.

겁주는 이정표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정면에 보이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오른다. 소나무 한그루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의연히 서 있다. 암봉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좋다. 왼쪽(새대기방향)으로 마을들이 그림 같고, 정면(동쪽방향)으로 운무산이 가깝다. 서쪽으로 860m봉 오른쪽으로, 지나온 한강기맥의 마루금이 달리고 있다.

세대기 방향의 조망

서쪽, 지나온 한강기맥 마루금


주위를 조망하며 사진을 찍고 약 5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오른쪽 내리막 길로 내려서는데, 후미대장과 후미일행이 봉우리를 거쳐 뒤 따라 내려온다. 전면에 거대한 암봉이 막아서고, 등산로는 밧줄이 늘어진 오른쪽 우회로로 이어진다. 암봉을 우회하여 능현 갈림길 안부에 이르니, 황소가 안내하는 이정표가 서 있다 <하산길 다락골까지 3Km, 하산길 능현 4거리까지 1,2Km> 여기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운무산 980m, 총 산행거리 6.4Km, △등산 1.88Km, ▽하산 4.52Km, ? 현재 하산위치 4.52Km 중 2.18Km, 고도 806m> 현재위치의 고도가 806m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이외의 설명은 이해를 못하겠다. 아마도 이 이정표를 만든 사람은 IQ가 비상하게 높던가, 아니면 IQ 미달이거나, 둘 중에 하나 일 것이다.

능현 삼거리 안부에 세워 진 황소 이정표 - 난해하다.


안부를 지나, 밧줄이 늘어진,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다시 능선에 선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이어지는데, 반대 쪽 숲속에서 인기척이 난다. 호기심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숲을 지나니, 너른 바위전망대 위에서 대원 세 사람이 간식을 들면서, 사방이 트인 주위 조망을 즐기고 있다. 기막힌 조망이다. 눈앞에 운무산이 보이고, 상곡 저수지 방향의 계곡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북으로는 수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당겨찍은 운무산

상곡저수지 방향조망

북쪽방향 조망


되돌아 능선 길로 내려선다. 최후미로 쳐진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천천히 능선을 향해 다가온다. 뒤에 좋은 전망 바위가 있다고 알려주고, 서둘러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11시 42분, 또 다시 황소 이정표가 서있는 869m봉을 지난다. 현재 하산위치 4.52Km 중 1.56Km라고 표기 된 것을 보면 앞의 이정표에서부터 0.72Km 떨어진 곳임을 알 수 있겠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크게 돌아 동쪽을 향해, 완만한 날등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지나온 암봉들이 절벽을 이루고 도열한 모습이 보인다. 장관이다. 길가에서 후미대장이 대원 한 사람과 이런 조망을 즐기며, 쉬고 있다. 사진을 찍어 주고, 앞서 나간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12시 6분, 조망이 좋은 너른 헬기장(875m)에 이른다. 바로 눈앞에 운무산이 버티고 있고, 남쪽으로 멀리 봉복산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지나온 869m과 한강기맥의 능선이 뚜렷하다. 사진을 찍고 주위를 돌아보는 사이에 후미일행이 모두 도착한다.

지나온 암릉들

눈앞의 운무산

서북방향 조망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삼근암 계곡으로 떨어진다. 우리는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린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서 운무산 정상을 향한다. 철 늦은 철쭉들을 보면서 안부에 이르니 새장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이정표가 서 있다. <운무봉 0.4Km, 30분 소요> 능선길이 급해진다. 암릉길을 타고 바위능선 마루턱에 이르니, 또 다시 새장 이정표가 서 있다, <운무봉 0.2Km, 10분 소요, 치마바위 0.6Km, 15분 소요>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꺾여 작은 암봉을 넘어 안부로 이어진다. 길가에 붉은 꽃을 단 싸리나무가 아름답다. 12시 37분 운무산 정상에 오른다.

치마바위 갈림길 새장 이정표

길가의 싸리꽃


좁은 운무산 정상에는 "내촌방향 하산길 4.2Km"를 알리는 황소 이정표와 "운무산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새장 정상목이 세워져 있고, 삼각점이 보인다. <청일 221, 1989복구> 역시 전망이 뛰어나다. 남동쪽으로 덕고산이 구름에 가려 있고, 그 오른쪽에 봉복산이 부드러운 모양을 하고 누워 있다.

운무산 정상의 황소 이정표

구름에 가린 덕고산(좌)과 오른쪽의 봉복산

정상에서 본 서쪽 조망,


햇볕이 밝게 비치는 운무산 정상에서 후미 8명이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여러 사람들이 배낭에서 풀어 놓는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성하다. 약 35분간 여유있게 점심을 즐긴 대원들은 1시 11분경 하산을 시작한다. 밧줄이 늘어져 있는 가파른 하산길이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에서, 뒤돌아 운무산을 바라보고, 암봉 위 멋진 소나무 아래에서 덕고산을 바라보지만 정상부분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있다. 봉복산이 가까이 보인다.

뒤돌아 본 운무산

암봉 위의 멋진 소나무

구름에 가린 덕고산

당겨 찍은 봉복산


1시 32분, 고도 864m를 알리는 황소 이정표 앞에 선다. 옆에 송암(松巖)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표지판을 비틀어 놓아, 화살표는 오른쪽 하산길을 가르치고 있다. 직진하여 날등을 넘어서서 송암에 이른다. 바위 위에 오르니 왼쪽으로 삼년대 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기념사진을 찍고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송암 표지판을 바로 잡아 놓고, 오른쪽 가파른 길을 내려서서 하산을 계속한다.

황소 이정표와 송암 표지판

송암

삼년대 저수지 방향의 조망


1시 52분, 고도 687m인 십자로 안부에 내려선다. 원넘이재다. 황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돌이 많은 급경사 오르막길이 미끄럽다. 이런 급경사 오르막이 10여분 이상 계속된다. 된비알이다. 이윽고 능선에 오르자, 등산로는 왼쪽으로 이어진다.

원넘이재의 황소 이정표


길이 험하고, 업 다운이 심해 힘이 들어서인지, 일반 등산객들이 자주 지난 흔적도 보이지 않고, 산행리본도 드물게 걸려 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잇달아 넘고, 능선이 분기되는 곳에서는 지도를 꺼내 방향을 확인한다. 2시 10분 777m봉을 지나고, 10여분 쯤 더 나가니 거대한 암봉이 앞을 막아선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10여 미터 우회하더니,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 희미한 길을 따라 안부에 이른다. 안부에 이정표가 서 있다. <운무산 정상 0.7Km, 삼년대(저수지) 1.8Km>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10여 미터 이어지는 우회길


안부를 지나 능선분기봉에 이른다. 왼쪽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좁은 등산로를 타고 내린다. 낙엽이 발목까지 덮인다. 점심을 같이 했던 후미그룹 중에서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치고 나아가 앞에 섰고, 나머지 대원 5명은 뒤에 쳐져, 혼자서 낙엽이 두텁게 쌓인 내리막길을 치고 달린다. 2시 32분 너른 안부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있다. <운무산 정상 1,0Km, 황장곡 1.0Km, 삼년대(저수지) 1.5Km> 땅바닥에는 직진하라는 산악회 종이 표지판이 놓여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차례 넘고, 암봉들을 우회하느라, 1Km를 진행하는데, 1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안부의 이정표


급경사 오름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단풍나무 길을 지난다. 길가에 뿌리 채 뽑혀 넘어진 커다란 나무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숲은 점점 깊어지고, 호젓한 산길을 혼자 걷자니, 산짐승이라도 뛰어 나올까 겁이 난다. 배낭 멜빵에 달아 매 놓은 호각을 확인인해 본다. 3시 16분 능선 분기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 닫는다. 키 작은 산죽길이 이어진다. 길섶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이 점점 희미해진다.

뿌리 채 뽑혀 넘어진 거목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봉우리를 넘고, 다시 산죽이 보이는 안부를 지나, 3시 54분 봉우리에 오르니 갈림길이 나타난다. 1,031m 봉이다. 오른쪽은 봉복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마루금은 왼쪽 길이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에 커다란 바위가 막아서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하늘에는 비구름이 낮게 깔리고, 빗방울이 후둑 후둑 떨어진다. 왼쪽으로 흐드러지게 핀 철쭉 군락지를 지나, 4시 23분 1095m봉에 오른다. 황소 이정표가 서 있고 삼각점이 박혀있다. <청일 426, 1989 재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6시간이 넘었다,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덕고산 방향의 표지판을 따라 발길을 재촉한다. 왼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신대리로 이어진다.

1095m봉의 황소 이정표


암릉길이 이어지고, 등산로는 암봉을 우회하여 오른쪽으로 굽어진다. 암봉으로 바로 오른 발자국이 희미하게 보인다. 우회로를 버리고 암봉을 향해 오른다. 발 딛을 곳, 손잡을 곳이 확실하여 위험하지는 않다. 암봉을 넘어 등산로로 내려서니 갈림길, 짖은 안개 속에서, 앞장 서 나아갔던 젊은 대원이 나뭇가지에 배낭을 걸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 갈림길이니, 후미를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다.

안개 속에 걸린 배낭


이제 덕고산이 지척이고, 오른쪽 길은 신대리로 하산하는 길일 터이니, 후미일행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이르고, 가파른 오름길을 천천히 올라, 5시 14분 너른 덕고산 정상에 이른다. "덕고산 1125m" 라는 토요 산우회 팻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7시간 22분이 걸렸다. 배낭을 벗어, 방수재킷을 꺼내 입고, 물을 마시며, 젊은 대원을 기다린다.

덕고산 정상


이윽고 안개 속에서 젊은 대원이 모습을 나타낸다. 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잠시 쉰 후, 5시 25분 경, 젊은 대원이 앞장을 서서 오른쪽 내리막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나는 당초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참고하여, 덕고산까지의 산행시간을 7시간으로 보았었는데 20여분을 초과한 셈이다. 이제 하산시간을 1시간 정도로 보면, 총 8시간 30분이 소요될 것으로 계산해 본다. 산악회에서 제시한 후미기준 6시간을 많이 초과했지만, 몸도 지치고, 다리도 피곤한 상태에서 무리를 하면 자칫 부상을 당할 위험이 크다.


내 페이스대로 서둘지 않고 하산길을 달린다. 체력이 좋은 젊은 대원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하산길이라고 하지만 능선길이라 작은 고개를 수 없이 넘어야하는 지루한 내리막길이다. 울창한 숲속은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저 앞에 푸른 비옷을 걸친 사람이 서 있다. 젊은 대원도 아닌데, 누굴까? 다가가보니 김 대장이다. 하산이 늦어져,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후미 일행이 뒤에 남았다고 하니까, 무전기를 갖고 있는 후미대장과 교신하여, 1073m봉에서 모두 탈출을 시켰다고 한다.


앞장서서 달리는 김 대장을 따라, 속도를 내어 따라 붙는다. 6시 9분 첫 번째 헬기장에 이른다. 어느 새 비는 멎었다. 왼쪽 태기산 방향의 산들이 구름을 이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영춘지맥의 다음 번 산행구간이 태기산이라, 무심히 지나칠 수 없어 구름에 덮인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김 대장 뒤를 서둘러 쫓아 내린다.

태기산 방향의 조망


6시 24분 두 번째 헬기장에 이른다. 비옷을 벗은 김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봉복산이 바로 눈앞에 있고 태기산 끝자락이 보인다. 다시 김 대장을 따라 달린다. 무척 빠르다. 어둑한 내리막 숲길에서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휘청 몸의 균형을 잃는다. 스틱으로 버텨, 겨우 구르기는 면했지만, 정신이 번쩍 든다. 달리는 속도를 줄여, 내 페이스를 찾는다.

가까이 보이는 봉복산

봉복사


고도가 낮아지면서 갈림길이 많아진다. 어려운 갈림길에서는 영락없이 김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6시 56분 봉복사에 이르고, 시멘트 길을 한참 따라내려 7시경, 길가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한창 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 틈에 끼어, 소주를 반주로 미역국에 말은 밥으로 식사를 한다. 얼추 식사를 끝내고, 냇가로 내려가 땀에 흠뻑 젖은 상의를 갈아입으니, 몸이 가벼워지고, 피로가 한결 풀리는 기분이다. 버스는 7시 33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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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5m봉을 내려오다 전망대에서 본 수리봉


1. 산행일 : 2006년 3월 25일(토)

2. 위치 : 강원도 홍성군 동면, 서석면, 횡성군 청일면

2. 가이더 및 참여 인원 : 송암 산악회, 29명

3. 도상거리 : 16.8Km

4. 날씨 : 맑음, 산행 현장에는 남풍이 강하게 붐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45) 산행시작-(10:05) 능선분기, 좌-(10:20) 629m봉-(10:32) 임도 사거리-(11:44) 대학산-(12;07) 개고개 안부- (12:23) 808m봉-(12:50) 838m봉(H)-(13:05~13:25) 961m봉, 간식 및 휴식-(13:52) 935.1m봉-(14:20) 922m봉-(14;40) 878m봉-(15:18) 948m봉-(15:37) 수리봉-(16:26) 782m봉-(16;55) 여목재-(17:29) 705m봉-(18:14) 568.6m봉-(18:23) 먼드래재』, 간식시간 20분포함, 총 8시간 38분이 소요 된 산행이다.


산악회에서는 한강기맥 전체를 16구간으로 나누었으니, 오늘의 9번째 산행으로 그 절반을 넘어선다. 거리로는 약 105Km 정도를 걸어, 총거리 163Km의 65%에 달한다는 계산이지만, 산행의 난이도에서는 앞으로는 이제까지와는 많이 달라진다.


고도가 1,000m를 상회하고, 업 다운도 많아져, 체력소모가 심하고, 산행시간이 길어진다. 산악회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구간거리 조정으로 해소하려고 시도하지만, 오지의 차량 접근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산행거리도 길어지는 곳이 생기게 된다.


장승재에서 맨드래재까지의 구간이 그런 예 중에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최고봉인 수리봉이 959.6m이고, 이 구간의 도상거리는 16.8Km에 달한다. 백두대간 할 때의 시간계산 방법대로 도상거리를 2.5로 나누고, 중식 시간 30분을 더하여, 목표 산행시간을 7시간 30분으로 정해보지만, 실제 산행시간은 8시간 36분이나 걸린다. 백두대간에서는 통했던 계산법이 이곳에서는 통하지가 않는다. 그 만큼 코스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오지(奧地)인데다, 주변에 두드러진 명산이 없어, 기맥을 하는 산꾼들 외에는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이정표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비교적 등산로가 뚜렷하고, 산행리본들이 부착돼 있어, 알바를 할 위험은 크지가 않다.


급경사 사면이 여러 곳에 있다. 양지 바른 곳은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미끄럽고, 북쪽 그늘진 사면에는 얼음이 녹지를 않아, 오를 때는 네발로 기어올라야하고, 내려 울 때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 빽빽한 참나무들이 시야를 막아, 조망도 별로다. 아마 오늘 오르내린 큰 봉우리, 작은 봉우리들을 모두 합치면 30개가 넘는 듯을 싶다.


<상세 후기> .


산악회에서는 경방기간이라 선두대장이 미리 산행 들머리에 가서, 확인하는 등, 산불 감시요원에 대해 무척 신경을 쓴다. 다행히 감시요원이 길목을 지키지 않는 모양이다. 버스가 장승재에 도착하자, 9시 45분 경, 대원들은 오른쪽 통신탑을 지나 서둘러 등산로로 진입한다. 오른쪽으로 쌍무덤이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묘 1기를 지나친다.

산행시작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9시 54분 능선에 오른다. 울창한 참나무 숲길이다. 10시 5분, 능선 분기봉에서 마루금은 왼쪽으로 굽어져, 여전히 오름세로 이어진다. 날씨는 맑고, 따듯하다. 오른쪽 골짜기에 생강나무들이 노란 꽃을 달고 있는 것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땀이 나기 시작하여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긴다.

참나무 숲길


10시 20분, 629m 능선 분기봉에 오르고, 등산로는 오른 쪽으로 굽어진다. 이후 수리봉까지는 거의 정동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자그마한 봉우리가 앞을 막는다. 등산로는 왼쪽 사면으로 봉우리를 우회한다. 특별히 우회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우회하는 것은 앞으로 무수하게 넘어야하는 봉우리들을 생각하여 체력을 아끼라는 뜻인 듯싶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대학산이 보인다.

629m봉

우회로


10시 33분, 넓은 임도 4거리로 내려선다. 김 회장이, 기맥을 하지 않는 일반 회원 5~6명을 인솔하고, 마루금을 피해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급경사 오르막이다. 그늘진 곳이라, 얼어붙은 사면에 대원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한사람이라도 발이 미끄러지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집단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다. 산행할 때는 취소한 앞사람과 2m 이상 거리를 두고, 진행하여야 한다는 점을, 산악회가, 대원들에게 주지시켜주면 좋겠다.

임도 4거리, 마루금은 오른쪽 절개지로 이어진다.

얼어붙은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대원들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살핀다. 북으로, 몰골 쪽 방향의 조망이 아름답고, 임도에 서서, 서남 방향을 바라보는 대원의 모습이 여유롭다. 얼어붙은 급경사 사면을 오른다. 처음에는 발 놓을 곳을 확실히 하고 스틱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제법 자세를 갖추고 오르지만, 나머지 1/3부터, 경사가 더욱 가팔라지자, 할 수 없이 손발을 모두 써서, 볼품없는 모양새로 기어오른다.

임도에서 본 북쪽 조망

4거리에서 서남 방향을 조망하는 대원


어렵게 능선에 올라, 10여분 정도 진행을 하니 아름다운 송림이 이어지고, 남쪽에서 세찬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중국식 과장법을 빌린다면, "황소라도 날려 보릴 것 같은 기세다." 남풍이라, 바람이 차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바람 속을 헤치고 진행하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름다운 송림길


자그마한 봉우리를 오르면서 왼쪽으로 공작산을 본다. 10시 28분, 대학산 직전의 무명봉에 오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암릉길을 지나, 10시 44분 대학산 정상에 선다. 비교적 너른 공지에 삼각점이 있고, <청일 410, 2005. 재설>, 누군가가 근처의 산행리본들을 모아, 리본 다발을 만들어, 참나무 등걸에 묶어 놓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발교산(998.4m)이 보일 뿐 조망은 별로다.

왼쪽으로 보이는 공작산

무명봉 위의 대원들

대학산 정산의 산행리본 묶음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내려, 20여분 후, 몰골과 가래골을 이어주는 개고개 안부에 도착한다. 오른 쪽으로 멀리 발교산이 보인다. 오르막길을 오른다. 왼쪽으로 새잎이 돋아나는 낙엽송 숲이 아름답다. 12시 23분 808m봉에 올라 지나온 대학산을 뒤돌아본다.

아름다운 낙엽송 숲


808m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곧바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에 자연사한 커다란 참나무가 누어있다. 12시 38분 능선 분기점에 서서, 뒤돌아 대학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12시43분 835m을 지나서, 12시 50분 헬기장이 있는 838m봉에 오른다. 정면으로 보이는 961m봉이 아름답다.

수명을 다한 참나무

뒤돌아 본 대학산

헬기장에서 본 961m봉

연달아 이어지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보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무겁다, 1시 5분, 961m봉에 올라, 바람을 피해 북쪽 사면에 자리를 잡고, 빵으로 간식을 하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취하면서 지도를 꺼내본다. 이미 3시간을 넘게 걸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특히 수리봉까지는 10여개 가까운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넘어야 한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완주를 하려면 체력 배분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20여분 휴식을 취한 후 오른쪽 비탈길을 내려선다. 1시 40분, 오른쪽에 출입금지 팻말이 바람에 나부끼는 안부를 지나, 1시 52분 935.1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다.<청일 413, 2005. 복구>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오르막을 올라 진달래 군락지를 지난다. 나뭇가지들이 완연히 회색빛을 띄고, 작은 봉우리들을 달고 있다. 이어서 해묵은 참나무 숲을 지나 2시 20분 922m봉에 오른다.

출입통제 팻말이 걸려 있는 안부

해묵은 참나무 숲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내려, 4시 40분, 878m봉에 오르니, 정면으로 수리봉이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다.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2시 55분 안부를 지나, 3시 18분 948m봉에 선다. 바로 눈앞에 수리봉이 다가선다.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보니, 연이은 봉우리들이 톱날 같이 서 있다.

모습을 보인 수리봉

지나온 톱날 능선


3시 37분 수리봉 정상(959.6m)에 선다. 삼각점이 박혀있을 뿐 역시 별다른 표식이 없다. <청일 305, 2005 재설> 동쪽으로 멀리 홍천군 서석면이 내려다보이고, 남서쪽으로 발교산이 눈에 들어오지만,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은 깨끗하지가 않다.

수리봉 정상의 삼각점

수리봉 정상의 대원

수리봉에서 본 발교산


수리봉을 내려선다. 급경사 암릉길이 미끄럽다. 능선 분기점에서 왼쪽으로 돌아 다시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안부에 내려서기까지 10분이나 소요된다. 좁은 날등이 이어진다, 칼날 능선을 지나며, 뒤돌아 톱날 같은 능선과 수리봉을 본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불러댄다.

뒤돌아 본 수리봉


4시 26분 782m봉에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급히 꺾어지며, 부드러운 내리막 능선으로 이어진다. 뒤돌아 보이는 수리봉이 아름답다. 4시 55분 여무재에 도착하니, 김 회장이 한 무리의 대원들을 왼쪽 복전치 쪽으로 탈출을 시키고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7시간이 지난 시각이다.

여무재에서 탈출하는 대원들


여기서 탈출을 하면, 다음에 땜방하기가 고약하다. 김 회장은 선두가 방금 버스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앞으로 1시간 30분 정도 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먼저 705봉으로 오르라고 한다. 김 회장은 최후미로 따라오는 2 사람을 탈출 시키고 뒤따라오겠다고 한다. 고맙다.


오늘 산행에서 최대의 난코스라는 705m을 향해 오른다. 5시 10분 경,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다음 구간의 운무산이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복전치 방향이 내려다보인다. 이들을 카메라에 담는데,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지나쳐오른다. 이윽고 김 회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 온다. 김 회장에게 길을 내 주고, 최후미로 쳐져서,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705m봉 오르다 본 운무산

복전치 방향 조망


705m봉을 앞에 두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우회한다. 얼음이 깔린 미끄러운 길이다, 자칫 미끄러지면, 저 아래 골짜기로 구를 판이다. 게걸음으로 조심조심 미끄러운 사면을 지나, 우뚝 솟은 암봉 사이로 이어지는 가파른 빙벽 길을 네발로 기어오른다.

암봉 사이 빙판길로 이어지는 등산로


5시 38분 안부에 오른다. 서쪽으로 수리봉의 날카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이 남북으로 갈린다. 북쪽으로 산행리본이 펄럭이고, 남쪽 낙엽이 쌓인 능선 쪽으로도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보인다. 아마도 705m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인 모양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최후미로 쳐져있지만, 정상의 조망을 지나치기가 아쉬워 남쪽 능선에 올라 본다. 하지만 조망은 별로다.

안부에서 본 수리봉

안부에서 뒤돌아 본 암봉


다시 안부로 내려와 북쪽 능선을 타고 내린다. 5시 34분 전망바위에 선다. 19번 국도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운무산이 조망된다. 뒤돌아 서쪽을 보니, 수리봉이 깨끗한 모습으로 서있다. 아름답다. 저 아래에서 김 회장이 소리친다. 내리막길이 위험하니 조심해서 내려오라는 이야기다.

전망바위에서 본 운무산 방향 조망


급경사 빙판 길을 내려선다. 무용지물이 된 스틱을 손목에 걸고, 나뭇가지를 휘여 잡으며, 미끄러져 내린다. 마땅히 잡을 나무도 없는 곳은 얼음위에 주저앉아, 튀어나온 돌을 골라, 발을 교대로 붙이며, 위태롭게 내려선다. 만약 발을 붙인 돌이 빠져, 구르기라도 하면, 만사는 끝이다. 조심조심 위험지역을 벗어난다.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안부에 내려서니 길이 편해진다. 눈앞에 마지막 봉우리인 569m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통신탑이 내려다보인다. 작은 봉우리 2~3개를 넘어, 6시 14분 569m봉에 서서, 길게 뻗은 19번 도로를 카메라에 담고, 오른쪽 비탈길을 달린다. 왼쪽 저 아래 대기 중인 버스가 보이고, 오른 쪽으로는 위태롭게 내려선 705m봉이 석양 속에서 검은 모습으로 솟아 있고, 그 뒤로 발교산 능선이 아름답다.

내려다보이는 통신탑

19번 국도

705m봉(좌)와 발교산

먼드래재


6시 22분 경 도로에 내려서니, 김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1분 후 버스에 도착하여,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른다. 6시 45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토요일이라 서울로 진입하는 6번 도로가 많이 막힌다. 9시가 다 되어, 송 선배님 그리고 젊은 송 대원과 함께 강동역에서 내려, 호프집을 찾아 들어선다. 송 선배님은 기분이 아주 좋으신 모양이다. 송 선배님은 오늘의 산행을 다음과 같이 촌평한다.


"60이 훨씬 넘어 8시간 이상, 산행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이 나이에 8시간씩 산행을 한다는 것은 역시 무리가 아닌가?"


(2006. 3. 26.)


* 사진의 일시 표기에 착오가 있음, 3월이 2월로 표기되고, 시간도 1시간1분이 늦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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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m봉을 내려서며 본 만대산


산행을 가이드 하는 산악회에게는 1년 중 3월, 4월이 가장 어려운 때라고 한다. 3월, 4월은 춘계 산불 경방기간이라 입산통제를 하는 산들이 많고, 또 해빙기라 오르막이나, 내리막 등산로가 몹시 미끄러워 위험하기 때문이다. 입산이 통제되는 지역으로 산행을 하려면 산불 감시원과 숨바꼭질을 하여야 하고, 이마저 불가능할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산행지를 변경해야 한다. 더욱이 해빙기에는 일반 등산객들이 산행을 꺼려, 참여자 수가 격감하고, 따라서 사업 수지를 맞추기도 무척 어렵다고 한다.


2006년 3월 11일(토)

송암 산악회에서는, 3월 들어 한강기맥 일정을 하루 늘려, 두 번째 토요일에도 산행을 하기로 한다. 이에 따라 오늘은 여덟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소삼마치-741m봉-만대산(680m)-임도-응곡산(603m)-개고개-덕구산(665m)-장승재(391m)』로 마루금 도상거리 약 15.5Km에 들머리 약 1.5Km를 합치면, 총 17Km로, 비교적 긴 구간이다. 산악회가 예정하는 산행시간은 6시간이다.


지도에서 소삼마치에서 장승재 까지를 직선으로 그으면, 그 직선은 동북 방향을 가리키고, 산행은 횡성군에서 시작하여 홍천군에서 마치게 된다. 이 구간에서 가장 높은 산은 741.1m의 무명봉으로 고도차는 심하지 않으나, 고만 고만한 봉우리들을 수없이 넘어야 하고, 거리도 제법 있는 편이라 결코 쉬운 코스는 아니다.


바위구간도 보이지만, 대부분의 코스가 육산으로 참나무와 오래된 소나무 숲길이 아름답다. 햇볕이 잘 드는 지역인 모양이다. 아름드리 적송들이 잘 자라고 있고, 등산로 대부분은 이미 해빙이 되어 땅이 굳기 시작하지만, 그늘진 내리막에는 아직도 낙엽 아래, 얼음이 깔려있어, 대원들 대부분이 한 두 차례 엉덩방아를 찧고, 엉덩이가 흙투성이가 된다. 해빙기 산행에는 여벌바지를 꼭 가지고 다녀야하겠다. 비는 오지 않지만, 잔뜩 흐린 날씨라 조망은 전혀 즐기지 못하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산행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21) 들머리 도착, 산행시작-(9:51) 소삼마치-(10:07) 능선-(10:06) 630m봉-(10:17) 암릉구간 시작-(10:29) 작은 봉우리- (10:46) 741.1m봉-(11:19) 721m 능선 분기봉, 왼쪽-(11:31) 만대산 정상-(11:55~12:05) 간식-(12:08) 먹방골 임도-(13:09) 능선 분기봉, 왼쪽-(13:26) 능선 분기봉, 오른쪽-(13:22) 응곡산-(13:42) 개고개-(13:47) 산불 감시탑-(14:11) 군부대 철책길-(14:23) 산불 감시초소-(14:26) 632.8m봉, 헬기장-(14:56) 덕구산-(15:05) 능선 분기봉, 좌측-(15:26) 연구소 갈림길-(15:50) 장승재』 들머리 30분, 마루금 산행 5시간 49분, 간식 10분, 총 6시간 29분이 걸린 산행이다.


지난해 8월 출정식 때에는 버스 2대를 동원했던 인원이 오늘은 26명뿐이다. 송 선배님과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편히 앉는다. 김영길 대원은 여전하지만, 심산대원은 다음 주 출발하는 에베레스트 원정 준비로 불참한다. 이번에는 5,000m 고도까지 올라 보겠다고 한다. 건투를 빈다.


잔뜩 흐린 날씨. 전국적으로 황사주의보가 발령된 음울한 봄 날씨다. 해는 보이지 않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남한강엔 안개가 자욱하다. 버스가 9시 21분, 지난번 하산하여, 식사를 하던 바로 그 장소에 도착하자, 대원들은 준비운동도 생략한 채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김 회장이 미리 산불감시원의 양해를 구했다고는 하지만, 재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겠다.

안개 자욱한 남한강

산행 시작


중앙고속도로 아래, 토끼 굴을 지나고, 비어 있는 별장 마당을 거쳐, 가파른 봉우리를 오른다. 지난번의 날머리 코스가 이번에는 그대로 들머리가 된다. 9시 51분, 소삼마치에 도착하여, 낙엽이 곱게 깔린 오른쪽 사면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가파른 사면을 올라 능선에 이르지만,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여전히 가파르다.

소삼마치에서 오른쪽 사면을 오르는 대원들


10시 6분, 630m봉에 도착한다. 봉우리 위에서, 먼저 올라온 송 선배님이 낙엽 위에 편히 앉아 쉬시며,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이처럼 중간 중간에서 기다리시며, 보조를 맞추어, 동행해 주신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몸에 밴, 선두 질 하는 버릇을 고치시려나 보다. 김영길 대원은 무릎이 아프다고 약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앞서 달려 보이지도 않는다.

630m봉의 송 선배


등산로는 비탈길을 내려서서 왼쪽으로 굽어진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우리가 가야할 741m봉이 보인다. 이윽고 암릉지대가 나타나며, 길은 오른쪽으로 굽어 떨어지더니, 낙엽이 깊게 쌓인 아름다운 능선길로 이어진다. 다시 작은 암릉길을 거치고, 이번에는 아름다운 송림을 지나, 작은 봉우리 위에 선다. 바람이 거센 지역인 모양이다. 낙엽이 모두 날려 바닥은 뻘건 흙이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떨어지더니 안부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가파르게 오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741m봉

암릉지구 시작


10시 46분, 삼각점<홍천 307 1988제설>이 박혀 있는, 오늘의 최고봉, 741.1m의 무명봉에 오른다. 낙엽이 가득 쌓인 정상에는 고사목에 여러 종류의 산행리본들이 한 묶음 걸려있다. 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서자, 나뭇가지 사이로 만대산이 보인다. 이윽고 내리막이 그치고 안부를 지나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겨우살이가 다닥다닥 붙은 고목이 신기하고, 등산로는 노송이 아름다운 작은 고개를 넘는다.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이 아름답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만대산

겨우살이가 다닥다닥 붙은 고목

왼쪽으로 트인 조망, 멀리 보이는 산이 무슨 산인가?


암릉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우회로도 있지만, 무심코 암릉을 탄다. 북쪽 사면으로 이어진 암릉길은 얼음이 쌓여 몹시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암릉길이 이어지며, 바위 위에서 하늘을 향해 뻗은, 해묵은 노송이 아름답다. 길은 낙엽이 쌓인 안부를 지나, 송림이 우거진 오르막을 올라, 721m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낡은 송암 산악회 산행리본이 왼쪽 능선을 가리킨다.

암릉길

아름다운 송림길


 

721m 능선 분기봉


11시 31분 만대산 정상에 선다. 작고 초라한 정상이다. 한 옆, 나무 등걸에, 1,500개의 산을 단독 종주 중이라는, 안산시 김정길(金正吉)씨가 매어 놓은 비닐 표지판이 묶여있다. 이 표지마저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치기가 십상이겠다. 다시 낙엽과 송림길이 이어지며 고도를 낮춘다. 새벽 5시 반에 아침을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임도에서 점심을 먹자며, 송 선배님과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뒤 돌아보니 지나온 송림 숲이 아름답다.

만대산 정상


임도 직전, 낙엽이 쌓인 능선길 옆에서 김영길 대원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합석하여 자리를 잡고 앉는다. 송 선배님은 휴게소에서 아침을 했더니, 점심생각이 없다며 음료수만 드시고, 나는 칵테일을 한잔 마신 후, 점심으로 가져온 빵을 먹는다. 하산하면 밥을 주니, 빵으로 간식을 하는 거다.


점심을 마친 김영길씨가 먼저 출발을 하고, 송 선배님은 빵을 먹는 내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다. 송 선배님은 내일 모래면 7순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아직도 동심을 잃지 않은 분이다. 동지(冬至)가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번 산행 시, 나뭇가지를 유심히 살피던 선배님은 나뭇가지에는 벌써 봄이 오고 있다고 말씀하시더니, 오늘은 대간이나, 기맥의 마루금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씀하신다. 이런 분이니, 그 연세에도 정정하게 산을 타시나 보다.


10분 동안에 후딱 간식을 마치고, 12시 8분 임도로 내려선다. 속초리 먹방골과 횡성 좌운리를 연결하는 임도다. 길가에는 홍천군에서 세운 해묵은(98년 6월) "자연휴식년제 실시안내" 입간판이 서 있다. 한 무리의 대원들이 길가에 앉아 점심을 즐기고 있다.

먹방골 임도

휴식년제 안내판


맞은편 절개지를 타고 올라 산행을 계속한다. 울창한 송림 숲이 이어진다. 정면에 봉우리가 막아서고 등산로가 왼쪽 산 사면으로 이어진다. 무심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산 사면을 가로 지른 등산로는 왼쪽 능선으로 내려서고, 얼마 걷지 않아, 송 선배님이 길이 희미해진다며 이상하다고 한다. 되돌아 산봉우리에 올라서 봐도, 그 곳에도 다른 길은 없다.

 

 

울창한 송림


다시 능선길을 타고 내린다. 임도에서 점심을 하던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산사면 길을 지나 능선길을 내려온다. 앞서 걷던 송 선배님이 다시 걸음을 멈춘다. 우리가 가야하는 방향은 동북쪽인데, 지금 이 능선은 서쪽으로 흐르니, 알바가 틀림없다는 의견이다. 합류한 젊은 대원도 알바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지난번 산행 때부터 낮을 익힌 대원이다. 선배님과 같은 송 씨로 산행 스타일이 전혀 서둘지 않고 침착하다. 새롭게 좋은 동반자가 생겨, 앞으로의 산행이 더욱 즐겁겠다. 배낭을 벗어 놓고, 김 회장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는 불통이다.


한참을 망설이는데, 점심을 마친 김 회장과 후미일행이 주능선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쳐 현황을 알리니, 김 회장이 무조건 되돌아오라고 외친다. 온 길을 되돌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바른 길을 따라, 앞선 일행을 뒤 쫒는다. 약 15분 정도의 알바로 그친 것이 다행이다. 나중에 버스에서 지도로 확인해보니, 우리가 알바 했던 능선 길은 먹방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평탄하던 낙엽길이 왼쪽으로 굽어지며 급경사 사면을 오른다. 오름길에 비교적 잘 손질된 무덤이 보이고, 등산로는 이윽고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응곡산이 보인다. 1시 9분 다시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1시 22분 삼각점이 있는 응곡산 정상에 오른다. <청일 315, 1989 복구> 정상에 섰지만 사방이 안개가 짙어 시계는 제로다.

오르막 사면의 묘

응곡산의 삼각점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거쳐, 다시 능선 분기봉에서,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달려 내려 울창한 송림을 지난다. 1시 42분 개고개에 내려선 후, 1시 48분 송림 속에 세워진 산불 감시탑을 지나고, 532m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다시 급경사 오름길이 이어진다. 너른 공지가 나타나고, 억새와 잡목이 무성하다. 왼쪽으로 희미하게 산이 보인다. 덕구산이라고 짐작한다.

개고개

산불 감시탑

덕구산인가?


군부대 철책길이 이어진다. 새로 설치한 듯, 말끔한 철책이다. 무단 촬영을 금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다. 이윽고 철책은 왼쪽으로 굽어지고, 마루금은 오른쪽 산불 감시초소로 이어지더니, 2시 26분 헬기장인 632.8m에 이른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안개로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유감이다.

군부대 철책길

산불감시초소

632.8m봉, 헬기장


헬기장을 내려서서 잇달아 고만고만한 봉우리 3개를 지난 후, 2시 56분 덕구산 정상에 오른다. 안산시 김정길씨가 붙여 놓은 비닐 표지판이 있을 뿐 초라한 정상이다. 왼쪽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다시 능선 분기봉에 올라 왼쪽 급경사 비탈길을 달려, 사거리 안부에 도착한다.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능선 길에서 보는 낙엽송 숲이 그림 같다. 새로 돋은 잎들인지 신록처럼 파릇파릇하다.

덕구산 정상

낙엽송 숲


15시 15분 홍천 중앙연구소 갈림길에 내려선다. 김 회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475m봉을 향한다. 뒤로는 나뭇가지사이로 덕구산이 보이고, 왼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봉우리를 지나 내리막길을 달린다. 저 아래로 도로가 보이고, 왼쪽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서 직진하니, 사유지 철책이 앞을 가로 막는다. 철책을 끼고, 왼쪽으로 얼어붙은 급경사 비탈길 을 미끄러져, 3시 50분 장승재에 내려선다.

얼어붙은 급경사 절개지를 뒷걸음 쳐 내려서는 대원

장승재


도로를 따라 횡성 쪽으로 걸어서, 도로변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좌운리 슈퍼 앞에 도착하고, 먼저 내려온 대원들과 합류하여, 산악회가 제공하는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어느 대원이 보시한 누릉지 막걸리 맛이 독특하다. 4시 5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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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m봉에서 본 오음산


"블로켄" 현상을 본 것이 행운은 행운인 모양이다. 오늘 여러 사람들에게서 "블로켄" 현상을 찍은 사진을 잘 보았다는 인사를 받는다. 한편으로는 쑥스러운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산행을 한 후, 그 기록을 정리한 산행후기처럼 재미없는 글도 없다. 이처럼 재미가 없는 글이기 때문에, 고작 같이 산행을 한 분들이나, 앞으로 그 산을 가고자하는 분들 중의 극소수만이 관심을 가진다. 그러면, 이처럼 재미없는 후기를 왜 쓰는 걸까? 빠뜨리지 않고 산행후기를 정리하는 분들 중에는 산행후기를 써야하는 부담 때문에 산에 가기가 싫어진다고 고백하는 분들도 있다.


교과서에서는 산행을 하려면, 우선 산행계획을 세우라고 한다. 가이드 하는 산악회가 있는데, 특별히 산행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무조건 따라만 하는 산행보다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갖고 하는 산행이 보다 더 즐겁고 보람이 있다. 교과서는 또 산행을 하고 나서는 산행과정을 돌이켜보고, 다음 산행을 위해 그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라고 권한다.


산행하는 많은 분들은 산행 후에 산행과정을 기록하고, 이를 자기기록으로 보관할 뿐, 외부에 알리기를 꺼린다. 아마도 이것이 옳은 방법이겠다. 그렇다면 발표되는 수많은 산행후기는 무어란 말인가? 자기 과시욕인가 ? 그런 면도 있겠다. 산행정보를 공유하자는 의도인가? 그렇다. 산행후기가 공개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산행정보의 공유라 하겠다.


칸트의 정해진 시간의 정확한 산책은 유명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는 예로 자주 거론된 이야기이지만, 고등학교 쯤 되면 칸트의 산책은 그 의미가 달라진다. 자기관리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면, 칸트쯤 되는 사람도 하루의 일과표 속에 자기를 가두어 두어야 했나? 라고 자기관리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예로 삼게 된다.


산행후기를 발표하는 것도 "산행후기를 써야하는 부담 때문에 산에 가기가 싫어진다." 라고 할 정도로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으면, 산행기록이 남겨지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과시인지? 정보 공유인지? 혹은 자기관리의 수단인지? 확실한 이유도 모르는 채, 할 일없는 늙은이는 오늘도 습관적으로 또 기록을 남긴다. 각설하고, 산행후기를 쓰는 일이, 앞으로 내게도 올지 모르는 치매를 예방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2006년 2월 25일(토).

오늘은 7번째로 한강기맥을 타는 날이다. 오늘 코스는 『삼마치-660m봉-오음산(930m)-헬기장-네거리 안부-군 철조망-군사도로-소삼마치』까지 마루금을 타고 어둔리로 하산한다. 총거리 약 8.3Km로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산악회에서는 5시간에서 5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시간을 예상하고 있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거치자,  빈 좌석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7순이 가까운 송 선배님도 여전하시고, 김영길 대원도 결간하는 일이 없이 부지런하다. 오늘은 모처럼 대학동기이고, 진짜로 산을 좋아하는 심산(深山)대원이 후배와 함께 참여한다. 가까운 사람들 수가 점점 늘어나고, 꾸준히 참여하는 송암 산악회 산꾼들과도 낯이 많이 익어, 이제는 가볍게 인사를 하며 지나치게 되니, 산행이 더욱 즐거워지는 느낌이다.


버스는 6번 국도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남한강, 그리고 안개 속에서 붉은 빛을 뿌리며, 허공에 걸려 있는 태양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버스는 6번 국도를 버리고 44번 국도로 접어들어,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후, 464번 지방도로를 거쳐, 8번 국도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이윽고 삼마치(三馬峙)에 도착한다.

이른 아침의 남한강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10) 삼마치 도착, 준비운동-(9:15) 산행시작-(9:20) 능선-(9;25) 첫 능선 분기점-(9;38) 570m봉-(9:44) 이정표-(9:50) 660m봉-(10:05) 오음산 직전 안부-(10:09) 첫 로프지점-(10:16) 이정표-(10:20) 주능선 분기, 이정표-(10:29) 고목 전망대-(10:46~10:54) 오음산 정상-(11:00) 배넘이재-(11:05) 헬기장-(11;07) 군부대 철책-(11:21) 철책 남측-(11:32) 군사도로-(11:55~12:20) 도로변 중식-(12:23) 왼쪽 산으로 진입-(12:32) 672m봉-(13:30) 소삼마치-(13:49) 시멘트 길-(14:00) 버스』, 마루금 3시간 50분, 중식 25분, 날머리 30분, 총 4시간 4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9시 10분 버스는 옛 병마 주둔지였다는 삼마치 고개에 도착한다. 이제는 차량통행이 끊긴 삼마치 고개, 남쪽으로 멀리 눈 덮인 웅장한 산세가 우리들을 반긴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선두대장을 따라 약 5분간 준비 운동을 한 후,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동쪽 급경사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폐가가 된 옛 휴게소에서 남쪽으로 조금 쳐진 지점이다.

차량통행이 그친 삼마치 고개에서의 남쪽 조망

왼쪽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몸이 풀리기 전에 급사면 절개지를 오르기는 누구나 힘이 드는 모양이다. 대원들이 1열 종대를 이루고, 천천히 절개지를 올라, 약 5분후 교통호가 이어지는 능선에 오른다. 등산로는 억새가 우거진 아름다운 송림으로 이어지더니, 이윽고 첫 번째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굽어진다.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9시 38분, 570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어지럽고, 오른쪽 헬기장에서 대원들이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기고 있다.

억새와 송림이 아름다운 능선길


570m봉 헬기장에서 동쪽으로 오음산이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다. 가운데 통신 탑이 보이는 곳이 정상이라고 하지만 육군 통신부대가 주둔하고 있어,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이다. 오음산(五音山)- 장수 다섯 명이 나면 재앙이 온다는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재앙을 피하기 위해, 산등에 구리를 녹여 붓고, 쇠창을 꽂는다. 그러자 쇠창을 꽂은 자리에서는 검붉은 피가 솟아오르고, 다섯 가지 울음소리가 사흘 밤낮을 이어지더니, 홀연히 백마 세 마리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오음산이고, 삼마치라는 전설이 있는 곳. 지금은 소리를 잡고, 소리를 보내는 통신부대가 정상을 점하고 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신기한 우연이다. (퍼온 글)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서 완만한 오름길을 오른다. 커다란 나무 등걸에 이정표가 박혀 있다 .단순히 "등산로"라는 표기만 되어 있는, 이제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심플한 이정표의 손가락 방향이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9시 50분 660m봉에 오른다. 왼쪽으로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등산로는 돌들이 드믄드믄 박힌 오르막 암릉길로 변하더니, 다시 능선 분기봉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오음산이 가깝게 보인다.

하늘을 가리키는 이정표

가까이 보이는 오음산


등산로는 왼쪽으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북쪽으로 골짜기 너머 이름 모를 산이 아름답게 우뚝 솟아 있다. 10시 5분 오음산으로 오르는 능선 안부에 이른다. 길은 점차 가팔라지며, 경사면에 로프가 걸려 있고, 힘들게 오르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등산로는 이정표 앞에서 경사가 급한 오른쪽 사면으로 굽어진다. 눈과 얼음이 얼어붙은 급사면 길이 무척 미끄럽다. 네발로 엉기면서 조심조심 통과하여 능선 분기봉에 오른다. 이곳에서도 이정표의 손가락은 왼쪽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능선길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이름 모르는 산

눈과 얼음으로 위험한  사면길


왼쪽으로 오르막 암릉을 올라, 커다란 느티나무가 우람하게 서 있는 너른 전망대 위에 선다. 절벽 쪽으로 푸른 소나무들이 청청하고, 그 곁에 비쭉 솟은 고사목이 더욱 앙상하다. 고사목 아래로 우리가 지나온 눈 덮인 능선이 누워 있고, 멀리 한강기맥 줄기가 웅장하다.

고사목 전망대에서 본 조망-왼쪽 걸어온 길, 오른쪽 기맥의 웅장한 능선


마지막 급경사 암릉길을 오른다. 10시 46분 커다란 바위에 흰 페인트로 오음산이라고 쓴 천연 정상석을 지나. 정상표지<정상 930m>, 삼각점<홍천22>과 안내판이 서 있는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김 회장님과 대원들이 조망을 즐기며 쉬고 있다.

오음산 천연 정상석

정상 표지목


김 회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주위를 조망한다. 정면으로 통신탑이 서 있는 군부대가 봉우리를 점하고 있고, 가파른 산 사면에 철책이 빙 둘러 둘러쳐져 있는 것이 경계가 삼엄해 보인다. 동북 방향으로 멀리 공작산(887.4m)과 너른 홍천 벌, 북쪽으로 고깔봉, 동쪽으로 만대산(634.1m)을 굽어본다.

군부대

공작산

홍천 방면

만대산


김 회장님이 대원들과 먼저 하산을 시작하고, 나는 최후미로 남아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멀리 군부대 쪽으로 철책을 지나는 대원들이 보인다. 이윽고 신발 끈을 고쳐 맨 후, 급경사 비탈길을 달려, 11시에 배넘이재로 내려선다. 왼쪽에 홍천, 동면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 있다. 안부를 지나, 민간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경고판이 서 있는 군부대 쪽으로 접근하여 헬기장에 이른다. 헬기장에서 지나온 능선과 오음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부대 안에서 사병 한 명이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배넘이재 이정표

오음산과 헬기장

지나온 능선과 한강기맥


철조망을 넘어 철책으로 접근한다. 철책을 따라 좁은 길이 이어진다. 11시 7분, 절책을 잡고, 미끄러운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걷는다. 오른쪽은 깊은 계곡으로 떨어지는 깎아지른 사면이다. 철책을 따라 좁은 길이 오르내린다. 갑자기 길이 끊기고, 길이 끊긴 곳에 가는 쇠파이프가 걸쳐져 있다. 양손으로 철책을 잡고 쇠파이프를 디디며 옆으로 이동한다. 발아래는 천야만야한 나락이다. 쇠파이프를 건너자 철책 옆길이 조금 넓어진다. 크레이머 지뢰, 조명지뢰 매설지라고 쓰인 붉고, 노란 삼각 팻말이 눈에 뜨인다.

철책 길

지뢰 표지


11시 21분, 철책 남단에 이른다. 정면에 목조 참호 너머로 눈 덮인 봉우리가 다가온다. 감투봉(638.6m)이라고 짐작한다. 이곳에서 철책은 왼쪽으로 굽어져 부대 정문 쪽으로 이어진다. 철책 길은 거의 직벽에 가까운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철책 아래는 눈이 덮여 있거나 질척거리는 흙탕길이라 발 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 양팔로 철책을 잡고, 매달린 자세로 옆으로 내려선다. 용문산 군부대 철책 길도 고약했지만, 이곳에 비하면 그곳은 양반에 속한다.

철책 남단에서 본 감투봉

부대 정문으로 이어지는 철책 길


저 아래에서 김 회장님이 혼자 남아, 최후미로 철책을 통과하는 나를 기다리고 있다. 미안하다. 하지만 서둘 길이 아니다. 천천히 조심조심 내려선다. 11시 32분 김 회장님이 기다리고 있는 도로로 내려선다. 무려 25분간을 철책 길에서 악전고투를 한 셈이다.


김 회장님과 함께 빠른 속도로 군사도로를 달린다. 왼쪽으로 나지막한 능선이 도로를 따라내려 온다, 중간 중간 도로로 떨어지는 곳도 있다. 한강기맥을 하는 산꾼들도 요즈음은 굳이 저 능선을 타지 않고, 대부분이 군사도로를 이용한다고 김 회장님이 귀띔을 해준다. 11시 55분 도로변 낙엽 위에서 대원 네 사람이 식사를 하고 있다. 김 회장님과 나도 이들과 합류하여 함께 도시락을 푼다. 날씨가 따듯하고, 바람도 없어, 굳이 재킷을 꺼내 입지 않는다.

군사도로 변에서의 식사


12시 20분 점심을 마치고, 일행은 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반대편에서 오음산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시도하지만, 나무들이 방해를 한다. 도로가 왼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곳에서 뒤로 시야가 트여, 겨우 오음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23분 일행은 1-44번 쌍 전봇대가 서 있는 지점에 이른다. 왼쪽 산사면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보인다. 건너편 길가에서 한 무리의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반대쪽에서 본 오음산

군사도로를 버리고 다시 능선으로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 사면이 제법 가파르다. 점심을 먹을 후라 천천히 쉬엄쉬엄 오른다. 약 10분 후, 왼쪽으로 중앙고속도로가 내려다보이는 672m봉에 도착한다. 이곳에서도 한 무리의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는 중이다. 왼쪽 가파른 비탈길로 내려선다. 무척 미끄럽다. 낙엽 아래 얼음이 깔려 있어 맥 놓고 지나가다 미끄러지면 크게 다친다. 낮에는 영상 기온이라 녹고,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다시 얼어붙기를 반복하는 요즈음 같은 봄철이 산행하기에는 가장 위험한 시기라 할 수 있겠다.

672m봉 마루턱


미끄러운 급경사 사면을 내려서자, 등산로는 다시 순해진다. 오른쪽으로 만대산(694.1m)이 아름답고, 뒤로는 지나온 672m봉이 날카롭다. 북쪽으로 시원하게 뚫린 중앙고속도로가 달린다. 등산로는 삼각점이 있다는 556m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오르내리더니, 이윽고 급경사 비탈길로 떨어져, 1시 30분 경, 소삼마치에 이른다.

능선길에서 본 중앙고속도로와 멀리 만대산

뒤돌아본 672m봉

소삼마치


소삼마치에는 제 1107 야전 공병단이 1974년 11월에 개통시켰다는 준공석이 세워져 있지만, 지금은 황폐한 폐도로 억새만 무성하다. 억새밭에서 먼저 내려온 대원들이 한가하게 쉬고 있다. 이들을 뒤로하고, 오른쪽으로 접어들어, 어둔리로 향한다. 눈앞에 넓은 중앙고속도로가 하얗게 누워있다. 이 소삼마치길은 작년 7월말, 야생 복분자를 채취하러 다녀간 적이 있어 낮 설지가 않다. 한 여름에는 푸른 잎으로 가득 덮여 있던 이 길이 이제는 낙엽이 두텁게 깔리고, 딸기나무 넝쿨과 갈대만이 무성하다.

소삼마치 개통 기념석

억새 밭에서 휴식하는 대원들

소삼마치에서 본 중앙고속도로

복분자를 따던 소삼마치길


도로 오른쪽으로 산악회 산행리본이 보인다. 리본의 지시에 따라, 직진하면 골짜기로 이어지는 길을 버리고, 두텁게 낙엽이 쌓인 급경사 산 사면을 타고 내린다. 낙엽 아래, 부드러운 흙이 발에 와 닿는 느낌이 이제까지와 많이 다르다. 빈 별장 마당을 가로 질러, 1시 49분경 철문 밖 시멘트 길로 내려선다. 차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질주 하는 고속도로변에서 소잠마치 터널을 카메라에 담고, 고속도로 아래, 토끼굴을 지나, 2시경 어둔리 쪽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소삼마치 터널


송 선배님과 심산 대원 등은 일찌감치 하산하여, 이미 식사를 마치고 쉬고 있다. 배낭을 버스에 내려놓고, 얼큰하게 끓인 돼지고기 찌개에 밥을 말아, 소주를 반주로 새참을 먹는다. 땀을 흘리고 먹는 음식 맛은 언제고 맛이 있다. 커피까지 마시고 버스로 돌아온다. 2시 30분이 조금 넘어, 마지막 후미 팀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시 55분이다.


(2006.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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