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2.9m봉에서 본 파노라마, 가운데가 금물산, 그 왼쪽이 682m봉이다.


어제, 그제는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려 겨울 가뭄을 일거에 해소한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내려졌던 일부 지방의 건조주의보, 건조경보들도 모두 해제된다. 참으로 다행이다. 계절로 보면 당연히 비가 아니라, 눈이 와야 하겠지만, 하늘이 하는 일이니, 왈가왈부할 일이 못된다. 그나마 강원도 산골에는 30센티 가량의 눈이 내렸다하니, 주말 산꾼들에게는 더 없이 기쁜 소식이겠다.


백두대간을 함께 종주했던 3차대 대원들은 오늘 방태산을 갈 예정이다. 30센티 정도 눈이 내렸다면, 이미 쌓여 있던 눈과 합쳐, 그야말로 심설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부럽다. 나는 한강기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방태산 산행을 포기했지만, 강원도에 눈이 왔다는 소리를 들으니, 생각이 달라진다. '나중에 땜방을 하고, 이번에는 방태산을 따라가 봐?' '에이, 그래도 그게 아니지, 한강기맥은 목적산행이 아닌가? 목적산행이 우선해야지.'


2006년 1월 14일(토).

오늘은 6번째로 한강기맥을 간다. 본래는 매월 4번째 토요일에 산행을 하지만, 이달은 4째 토요일이 구정 연휴라, 둘째 토요일로 앞당긴 것이다. 산행코스는 <<시동리-648m봉 안부-금물산-782.9m봉-상창고개-601m봉-삼마치>>로 총거리는 약 14.3Km이다. 유인물에는 산행시간을 5시간 30분이라고 기재하고 있으나, 산악회 김 회장은 코스를 설명할 때, 산행시간을 미리 정하지 않는다. 미끄러운 길을 감안하여, 안전산행이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인 모양이다. 하지만 5시간 30분에 들머리 소요시간 1시간 정도를 가산한 6시간 30분 정도가 적당하겠다.


6시 50분 경, 선능역에 대기 중인 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다른 때와는 달리 차 안이 썰렁하다. 반 넘게 비어있는 좌석의 이름표를 확인하며, 내 자리를 찾는다. 30번 좌석에 내 이름이 놓여있다. 7시 5분이 지나, 버스가 선능역을 출발한다. 하지만 반 넘게 빈 좌석은 여전하다. 잠실역을 거쳤는데도 큰 변화가 없다. '모두들 강원도 설산으로 달려갔나?'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천호역에서 한강기맥꾼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차에 오른다. 금방 버스 안이 그득해진다. '그러면, 그렇지. 목적산행을 하는 분들이 눈을 따라 갔을 리가 없지.' 비로소 안심한다. 하지만 버스가 팔당대교를 건너고, 6번 국도로 접어드는데도, 몇몇 낮 익은 얼굴들은 보이지 않고, 좌석도 몇 자리가 비어 있다. 아마도 갑작스런 일정 변경의 영향인 모양이다.


김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를 한 후, 오늘은 땅이 녹아 버스가 마을로 들어가지 못하고, 494번 지방도로, 시동리 입구에서 정차를 해야 하기 때문에 들머리가 길어진다고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오늘의 산행코스에는 샛길도 많고, 자주 임도로 내려서야 하기 때문에, 알바를 할 가능성이 많으니, 산악회의 산행리본을 주의 깊게 살피며 진행하라고 당부한다. 회장 자신은 후미를 보면서, 힘들어 하는 대원들이 있으면, 상창고개에서 함께 탈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버스는 6번 국도를 버리고 44번 국도로 진입하여,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 송 선배님이 커피를 마시자고 나와 산정 산악회 대간 팀, 2차대의 김영길 대원을 부른다. 칠순이 가까운 송 선배는 여전히 건강하고, 소탈하시다.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한대 얻어 피울 까 해서 눈치를 살피니, 새해 들어 금연 중이라고 한다. 갸륵한 후배가 이처럼 만천하에 이 사실을 공지하니, 이제 선배님의 새해 금연결심은 작심삼일로 끝 날 수는 없게 돼 버렸다.


버스는 9시 7분 경, 사동 4 리 마을 입구에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려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산행준비를 하느라 꾸물거리다보니, 9시 11분경에야 비로소 시멘트 도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선다. 무릎 통증을 호소하면서도 앞서 달리는 것이 버릇이 돼 버린 송 선배님과 김영길 대원은 언제 출발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시동 4 리 마을입구 돌표지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11 산행시작-9;55 계곡 진입-10;27 주능선-10:51 기암-11;08 금물산 정상-11:23 682m봉 능선 분기-11;44 73번 철탑-12:16~40 782.9m봉에서 중식-13:12 임도-13:49 눙선분기-14:15 상창고개-14:30 능선마루-14:47 472m 봉-15;00 임도-3;31 주능선-3:37 삼마치>> 중식시간 24분포함, 약 6시간 2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은 어제까지 내린 비로, 얼음과 눈이 녹아내려, 물이 줄줄 흐르고, 그 아래로 얼음이 깔려 있어 몹시 미끄럽다. 스틱으로 몸의 균형을 유지하며, 미끄러운 길을 빠르게 걸어, 앞선 대원들을 뒤 쫒는다. 마을로 접어들자, 개들이 요란하게 짖고, 닭들이 목청껏 울어댄다. 논에는 물이 그득하고, 논둑의 나무들이 싱그럽다. 날씨가 개는 지, 낮게 드리워졌던 구름이 산록을 타고 기어오르고, 왼쪽의 너른 사동 저수지에는 하얀 구름이 떠있다. 아름다운 마을 풍광을 카메라에 담느라 다시 뒤로 쳐진다.

이틀간 내린 단비로 논에 물이 가득하다.


하늘 비친 사동 저수지


마을을 지나 임도로 들어선다. 임도에는 아직도 눈이 하얗다. 9시 55분 경 임도를 버리고, 계곡으로 들어선다. 몸이 더워지자, 안경알에 수중기가 서리고, 돌 많은 계곡 길에 신경이 쓰인다. 할 수 없이 속도를 죽이고 천천히 걷는다. 얼어붙은 개울을 몇 차례 건너 본격적으로 산 사면을 비스듬히 오른다. 키 작은 관목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이윽고 등산로는 급사면을 타고 곧바로 이어진다. 앞서간 사람들이 밟아, 녹기 시작한 눈이 몹시 미끄럽다, 안경알의 수중기가 거추장스러워 아예 안경을 벗어들고, 쉬지 않고 부지런히 걷는다.

눈 덮인 임도, 오른쪽으로 굽은 곳이 지난번에 봉고 승합차가 대기한 곳이다.


10시 27분,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쉬고 있는 주능선에 오른다. 능선의 풍광이 계곡과 판이하다. 태양은 구름에 가려 빛을 잃고, 안개가 자욱한 속에서, 능선을 따라 상고대가 활짝 피어있다.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이다. 지난번에 내려왔던 648m 봉이 북쪽 반은 상고대로 하얗고, 남쪽 반은 겨울나무 모습 그대로, 갈색을 띄고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좌우 모습이 다른 648m봉


왼쪽으로 상고대 사이를 헤집고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오른다. 발아래 낙엽이 비에 젖어 번들거린다. 고도가 높아짐에 안개 속의 주위 풍광이 뚜렷해진다. 지금 걷고 있는 이 능선이 바로 홍천군과 횡성군을 가르는 경계가 된다. 남쪽의 횡성군과 북쪽 홍천군 쪽의 풍광이 완연히 다른 것이 흥미롭다. 정면으로 상고대 넘어, 빼꼼하게 보이는 금물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오른쪽으로 안개에 싸인 성지봉이 웅장하다.

주능선의 상고대

가까이 찍은 상고대

주능선에서 내려다 본 남쪽 사면


안개 속의 성지봉

 

상고대 너머 금물산


10시 51분, 능선 길에 우뚝 솟은 기암을 카메라에 담고, 정면의 가파른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왼쪽 바위는 북쪽 사면이라 눈과 서리로 번들거린다. 손잡이는 확실하지만, 발 놓을 곳이 마땅치 않다. 조금 덜 미끄러운 곳으로 발을 뻗어 보지만, 숏 다리에게는 거리가 멀어, 무리하게 발을 뻗으니, 다리에 쥐가 날 것 같다. 잠시 숨을 고르고, 발은 가볍게 딛고, 양손으로 몸을 강하게 당겨, 위험지역을 통과한다.

기암


다시 거대한 암봉이 다가선다. 등산로는 산 사면을 따라 왼쪽으로 우회하여, 암봉 뒤 능선으로 이어진다. 능선에 오르니, 산사랑 님이 "수고하십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금물산 정상입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항상 선두를 달려, 산행 중에는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오늘은 이처럼 만나니 무척 반갑다.


금물산 정상(791m)에 선다. 대원들 몇 사람이 간식을 들며 쉬고 있다. 정상에는 아무 표지도 없다. 통신 탑인지 스텐 구조물이 한개 우뚝 솟아 있을 뿐이다. 주위의 조망도 안개에 가려 별로다. 다만 남쪽으로, 바로 앞에 안개를 비집고 날카로운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고, 그 뒤 오른쪽으로 성지봉이 안개에 가려 희미하다.

금물산 정상

금물산 남쪽 봉우리와 성지봉


금물산을 내려서서, 동쪽으로 이어진 능선 길을 걷는다. 금물산을 우회했던 북쪽 사면을 우연히 바라보던 나는 놀라움에 숨을 멈춘다. 말로만 듣던 부로켄 현상을 본 것이다. 서둘러 이 장관을 카메라에 담고, 정상에서 쉬고 있는 젊은 대원들을 소리쳐 부른다. 뛰어 내려온 젊은 대원들도 둥근 무지개라고 신기해한다. 아마도 부로켄 현상이라는 말은 들어 보지 못한 모양이다.

브로켄 현상


브로켄이란 주위가 트인 산봉우리에서 태양을 등지고, 앞쪽으로 입자가 고른 젖은 안개를 바라볼 때, 그 안개 속에서, 둥근 무지갯빛 광채 안에 자신의 그림자가 비치는 현상을 말한다.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할 정도로 희귀한 브로켄 현상을 본 것이다. "산에서 브로켄을 목격하면 결코 산에서는 죽지 않는다." 라는 전설이 있어, 더욱 더 신비로운 부로켄 현상을 지금 금물산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숨이 막힌다.


젊은이들과 브로켄을 뒤로 하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아름다운 상고대가 이어진다. 하지만 브로켄을 보고 흥분된 기분은 쉽게 진정되지를 않는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걸어, 11시 23분,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역시 주위의 상고대가 아름답다. 오른쪽으로 가면 682m봉으로 오르게 되지만, 산악회 리본은 왼쪽에 걸려 있다. 왼쪽의 등산로는 평탄한 산책길로 이어진다. 이윽고 4 거리가 분명한 안부에 이른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유치 저수지로 이어지는 길이다.

상고대 길


안부를 가로 질러 완만한 오름세를 오른다. 햇볕이 비추자, 상고대가 녹아 내려 마치 비가 오는 것 같이 물방울이 떨어진다. 이런 경험도 또한 처음이다. 낙엽이 물에 젖어 미끌거린다. 11시 44분, 43번 철탑을 지나 오르막 능선 길을 걷다가 뒤돌아 금물산과 682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오른쪽으로 저 아래 눈 쌓인 임도가 구불구불 흐르고, 그 뒤로 멋진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다.

뒤돌아 본 금물산과 682m봉

오른쪽으로 보이는 임도와 멀리 멋진 봉우리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자, 길가에 송 선배님이 쉬고 있다. 이미 점심을 마치고 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자리가 좋으니, 그 자리에서 점심을 하라고 하지만, 782.9m봉에 오르는 가파른 오름길을 코앞에 두고 점심을 할 곳은 아니다. 선배님과 함께 782.9m봉 앞의 전위봉을 오른다. 길가에서 한 무리의 젊은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다가 늙은이들이 지나는 것을 보고, 소주 한 잔 들고 가라고 부른다. 선배님만 합류키로 하고 나는 꾸벅꾸벅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12시 10분, 전위봉을 넘어,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지는 782.9m봉을 오른다. 6분 후 정상의 전망바위 위에 선다. 북쪽과 서쪽의 조망이 훌륭하다. 서쪽으로 금물산과 682m봉, 그리고 그 뒤로 성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고, 멀리 북서쪽으로 갈기산 이 우뚝 솟아 있다. 북쪽 발아래로는 시동리가 아름답게 펼쳐있어, 시동 저수지, 유치 저수지가 파랗게 보인다.

782.9m봉에서 본 금물산, 682m봉, 그뒤로 성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멀리 북서 방향의 갈기산


시동리 마을


전망 좋은 이곳에서 송 선배님과 정상 주를 나눠 마신다. 이어 선배님이 먼저 하산을 하고, 나는 전망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펼친다. 햇볕은 따스하고, 바람도 없다. 주위를 완상하며 천천히 점심을 즐긴다. 커피까지 마시고 배낭을 챙겨 일어선다. 좁은 정상에는 벌목 후 버린 잔가지들이 흩어져 있고, 그 사이로 삼각점이 보인다. <홍천 469, 1988 재설>


눈 덮인 북쪽 사면을 내려선다. 가파른 암릉길이 무척 미끄럽다. 위험하다 싶은 곳은 엉덩이를 깔고 주저앉아 조심조심 내려선다. 암릉길이 끝나고 가파른 낙엽길이 이어진다. 낙엽아래 눈이 얼어있어, 더욱 더 미끄럽고 위험하다. 아이젠을 신을까? 생각도 해 보지만, 이제까지 신지 않고 버틴 걸 생각하고 조금 더 상황을 보기로 한다.

 

정상에서 부터 약 20분간 계속되던 급경사가 점차 완화되기 시작한다. 북쪽으로 직진하던 마루금이 오른쪽으로 휘어지고, 앞에 임도가 보인다. 등산로는 절개지를 지나, 좌우로 굽어지는 임도 한가운데로 떨어진다.

앞에 보이는 절개지를 내려서서 임도에


임도를 건너 마주보이는 길을 걷는다. 등산로는 247번 송전탑을 지나 송림으로 들어서더니,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아름다운 소나무 산책길로 이어진다. 멀리 들리는 비행기 소리가 조용한 숲 속의 정적을 깬다. 등산로가 가팔라진다. 왼쪽으로 깊은 참호가 보이고, 등산로는 475.8m 능선 분기봉을 올라,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급경사 내리막을 거쳐, 1시 52분,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뒤돌아 본 782.9m봉

247번 철탑

아름다운 송림길


"2000년 솔잎흑파리나무 방제 주사지역"이라는 노란 입간판이 떨어져, 길가에 걸쳐 있고, 그 앞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나풀거리며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준다. 숲으로 들어서서 소나무가 무성한 작은 언덕을 넘는다. 오른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이후 등산로는 임도와 숲을 번갈라 드나들더니, 오른쪽 숲을 지나, 2시 15분, 2차 포장도로가 지나는 상창고개로 내려선다.

상창고개


도로를 건너, 맞은편 사면을 오른다. 길이 가파르다. 2시 30분 능선 마루에 올라선다. 등산로는 아름다운 송림 길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차 소리가 요란하다. 삼마치 터널로 이어지는 너른 아스팔트길로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모습이 보인다. 422m봉에 선다. 정면으로 저 아래 임도가 보이고, 절개지를 기어오르는 대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삼마치 터널로 이어지는 도로

임도를 건너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2시 34분 임도에 내려서서, 맞은 편 절개지를 타고 올라, 능선 위에 선다. 능선길이 가팔라지며,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뒤돌아보니, 지나온 방향으로 철탑과 봉우리들이 역광 속에서 검은 모습으로 우쭐우쭐 솟아 있다. 4시 48분, 커다란 고사목이 서 있는 472m 정상에 오른다. 이곳에서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굽어, 완만한 능선길로 이어지고, 3시경,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가까이본 절개지, 왼쪽으로 비스듬이 오른 발자국이 보인다.

능선에서 뒤돌아 본 풍광


472봉 정상


임도를 따라 걷는다. 젊은 대원 두 사람이 뒤 따라 온다. 지도를 보면서 숲길로 들어서는 곳을 가름하는 동안, 젋은이들이 도착한다. 한 젊은이가 발을 다쳐, 자기들은 계속 임도를 걷겠다고 한다. 젊은이들과 함께 천천히 임도를 따라 걷는다.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이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한다.


20여 분간 임도를 걷다보니, 능선과 자꾸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다. 불안해진 나는 젊은이들과 헤어져, 왼쪽 사면을 타고 올라 능선 위에 선다. 아니나 다를까? 이 능선은 주능선에서 분기된 지능선이다. 이곳에서 주능선 쪽으로 이어지는 낙엽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능선을 따라 오른다. 길은 점점 가팔라지더니, 능선 분기점에 이르고, 그곳에 산악회 산행리본이 보인다.


3시 31분, 교통호가 어지럽게 이어진 곳을 지나,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을 달린다. 저 아래로 산악회의 붉은 버스가 도로변에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도로가 면한 왼쪽 절개지는 절벽수준이다. 등산로는 횡성 쪽으로 내려서더니, 이윽고 시멘트 옹벽 위로 이어진다. 3시 37분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내려놓고, 소주를 반주로 산악회가 준비한 국과 밥으로 식사를 한다.

삼마치


후미를 보던 김 회장이 먼저 내려와 있다. 최후미 팀을 이끌고, 성창고개에서 탈출을 한 모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도를 걷던 젊은이들이 도착하고, 이어서 후미가 도착하여 식사를 마친다. 버스는 4시가 조금 넘어 서울을 향해 출발 한다.


(2006. 1. 1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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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기산에서 발귀현에 이르는 기맥

금물산(좌)과 성지봉

호남지방의 폭설, 또 다시 14시간 동안 고속도로 눈 속에 갇혀, 추위와 공포에떨어야하는슬픈 백성들, 폭설피해가 4천억 원에 이른다는데, 재해복구 예산은 한 푼도 없다는 정부, 그리고 황 교수 파문 등 뒤숭숭한 세밑 분위기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2005년 12월 24일(토).

오늘은 한강기맥 다섯 번째 산행을 하는 날이다. 동진(東進)이 계속된다. 경기도와 강원도 도경계에 솟은 갈기산(葛基山)을 오르고, 눈 덮인 한적한 임도를 한 시간 넘게, 유장하게 걸으면서 세모(歲暮)의 우울함을 털어버린다. 구체 산행코스는 <<신당고개-갈기산-발귀현-시루봉-648m 암봉-네거리 안부>>까지 도상거리 약 12.8Km의 마루금을 걷고, 시동리로 하산한다. 산악회가 정한 산행 기준시간은 5시간 30분이다.


지난 주 토요일, 금수산 산행 시 추위와 바람 때문에 고생한 것을 생각해서 중무장을 하고, 여벌옷도 충분히 준비를 하느라, 평소보다 큰 배낭을 메고 대문을 나선다. 하지만 바람도 없고, 생각했던 것만큼 춥지도 않다. 버스가 양평 휴게소에 정차하고, 버스에서 내리니, 이 곳 날씨는 서울과 달리 매섭게 춥다. 아마도 강바람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버스는 8시 58분, 신당고개, 홍천 휴게소에 도착한다. 대원들이 버스에서 내려 산행 준비를 하고, 선두대장을 따라 약 5분간 준비운동을 한다. 다행히 이 곳 날씨는 서울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윽고 선두대장이 앞장을 서서, 휴게소 뒤, 눈 쌓인 가파른 절개지를 기어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신당고개, 홍천 휴게소 뒤,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05 산행시작-9:15 무덤 1기-9시:23 268번 철탑 지나, 임도-9:37 266번 철탑-9:44 이정표(갈기산 1.5K, 청운사 1.7K) 지나 오른쪽 능선-10:03 이정표(갈기산 0.8K, 청운사 2.4K)-10:28 전망대-10:36~42 갈기산 정상-11:00 262번 철탑-11;35 임도-12:01 259번 철탑-12:15~35 발귀현, 중식-13:01 임도-13:06 불발탄 경고판-13:34 임도 버리고 오른쪽 능선-13:49 시루봉-14:50~55 648m봉-14:58 네거리 안부-15:45 버스>> 중식시간 20분포함, 총 6시간 4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눈길이고 날머리가 길어, 기준 시간보다 약 1 시간 정도가 더 소요된 셈이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가파른 절개지를 하얗게 덮고 있다. 나무도 없고, 잡풀은 눈 속에 묻힌 가파른 절개지를 대원들이 줄지어 위태롭게 오른다. 누가 하나 발이 미끄러져 구른다면 도미노 현상처럼, 뒤따르는 대원들도 한데 뒤엉켜 굴러 떨어질 위험이 크다. 이런 절개지를 조심조심 올라 능선에 선다.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긴 오름길을 오른다. 수북이 쌓인 낙엽 위로 내린 눈은 앞선 대원들이 지나고 난 후 모두 흩어져 누런 낙엽이 다시 머리를 내밀고 있다. 하얀 눈밭에 누런 낙엽길이 띠처럼 구불구불 펼쳐진다. 왼쪽에 인가가 있는지, 발자국 소리에 놀란 개들이 컹컹 짖어 댄다. 산행을 시작해서 10분 쯤 지나, 하얀 눈을 소복하게 이고 있는 무덤을 오른 쪽으로 지나치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며,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띠처럼 이어진 등산로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가파른 등산로는 268번 철탑이 버티고 있는 마루턱을 지나 오른쪽 임도로 떨어진다. 동쪽으로 뻗은 임도에는 앞서 간 대원들의 발자국만 어지러울 뿐, 하얀 눈이 그대로 깨끗하게 남아 있다. 왼쪽으로 나지막한 능선이 따라오다, 임도로 합쳐지고, 그 끝에 산행 리본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마루금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모양이지만, 선두대장은 이에 괘념치 않고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고즈넉한 임도의 분위기가 좋았던 모양이다.

눈 덮인 임도

266번 철탑을 지나고, 임도 오른 쪽으로 이정표<갈기산 1.5K, 청운사 1.7K>를 지나치자 등산로는 임도를 버리고, 오른 쪽 능선으로 오른다. 약 20여 분간, 눈 덮인 임도에서의 한적한 트레킹이 끝난 것이다. 능선의 오름길이 계속된다. 등산로는 앞의 작은 봉우리를 오른 쪽으로 우회하여 오솔길로 이어지더니, 다시 내리막길로 변한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갈기산(685m)이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다.

266번 철탑

 

임도변의 이정표

 

임도를 버리고 능선으로

 

나뭇가지 사이로 본 갈기산

갈기산(葛基山), 칡이 많은 산이어서 갈기산인가? 높지는 않지만, 단풍이 아름답고, 정상 주변의 암봉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라,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등산로가 뚜렷하고, 이정표가 눈에 뜨인다. 10시 3분, 이정표<갈기산 0.8K, 청운사 2.4K>를 지나고, 5분 후 갈기산 바로 아래 안부에 이른다. 동쪽으로 향하고 있는 등산로의 북쪽 사면은 눈, 남쪽 사면은 낙엽으로, 확연이 구분되는 것이 재미있다.

갈기산 바로 아래, 안부의 등산로 - 남과 북이 확연히 다르다.

밧줄이 늘어진 암벽 앞에 대원들이 모여 있다. 직벽에 가까운 암벽이지만 손잡을 곳, 발 놓을 곳이 확실하여, 평소에는 별 문제가 없는 곳이겠지만, 오늘같이 눈이 쌓여, 발이 미끄러울 때에는, 밧줄에 매달려 오르게 되다 보니 정체가 생긴다. 10시 28분 전망대 위에 선다. 서쪽으로 지나 온 한강기맥이 뚜렷이 보이고, 남서쪽으로 보이는 조망은 온통 산뿐이다.

암벽을 오르는 대원들

전망대 - 가운데 용문산, 기맥은 오른쪽으로 굽어 철탑 방향으로 흐른다.

남서 방향의 조망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암릉길을 따라 올라, 10시 36분 갈기산에 이른다. 갈기산 정상에는 돌탑과 정상석이 각각 2개씩 세워져 있고, 등산 안내도가 보인다. 정상에서 주위를 조망하고 사진을 찍느라, 6분 정도 머문 후, 급경사 암릉길을 내려선다. 눈 덮인 암릉길이 무척 미끄럽다.

갈기산 정상의 돌탑

갈기산 정상석 1

갈기산 정상석 2

안부를 지나 11시, 262번 철탑 아래에 선다. 뒤돌아 갈기산을 카메라에 담고, 동쪽 조망을 즐긴다. 철탑을 내려서니 등산로는 부드러운 내리막 송림으로 이어진다. 싱그러운 산책길이다. 왼쪽으로 눈 덮인 시동리가 아름답다. 11시 35분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는 두 갈래로 갈라지고, 좌측으로 산행리본이 보인다. 눈 덮인 좌측 임도를 따라 걸으며, 갈기산과 지나온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윽고 임도가 끝나고 가파른 절개지을 지나, 등산로는 노송이 아름다운 암릉길로 들어선다.

262번 철탑 아래에서 본 갈기산

철탑 아래서 본 시동리

임도에서 본 590m봉과 369m봉

12시 경 259번 철탑을 지나, 키 작은 송림 숲을 헤치고 나오니, 발아래 눈에 덮인 발귀현이 보인다. 12시 15분경, 카페 화이트 밸리 1.5K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는 발귀현 삼거리에 도착한다. 햇살이 따사롭게 비치는 무덤가에서 대원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나도 이들과 합류하여 점심 도시락을 푼다. 왼쪽으로 눈 덮인 층계 논이 한적한 산촌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발귀현의 부부 쌍묘 - 뒤 배낭 놓인 자리가 식사했던 자리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먼저 출발한다. 대원들이 층계 논을 따라 이어지는 임도를 걸어 오르는 모습이 그림 같다. 12시 35분 식사를 마치고, 이들이 간 길을 따라 임도를 천천히 오른다. 왼쪽으로 능선이 따라오다가 점차 멀어진다. 느낌이 이상하다. 지도를 꺼내 본다. 발귀현을 지나서는 능선길을 타라고 지도는 가르치고 있다.

층계논 - 좌측의 임도로 알바하는 대원들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온다. 우람한 고목이 서있는 왼쪽임도, 오른 편에 산행 리본이 걸려있다, 산행리본이 안내하는 대로 절개지를 올라 숲으로 들어선다. 평탄한 송림길이 이어진다. 싱그러운 소나무 숲길을 걷는다. 오후가 되어 기온이 올라서일까? 등줄기에는 땀이 배어나기 시작하는데, 볼에 와 닿는 바람결은 아직도 차갑고 신선하다. 왼쪽으로 멀리 금물산과 성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멀리 보이는 금물산과 성지봉

묘 3기가 나란히 누워있는 곳을 지나, 1시경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발귀현에서 오른쪽 임도를 따라 계속 걸으면, 비록 우회는 하게 되지만, 분명히 이곳으로 연결될 듯싶다. 조용한 임도를 천천히 걷는다. 임도에서 서쪽, 동쪽으로 보는 산세가 아름답다. 1시 8분, 임도 오른 쪽에 미확인 볼발탄이 산재한 지역이니,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판을 지난다. 뒤쪽이 시끄럽더니, 대원들 한 무리가 급히 앞서 나간다. 점심을 끝내고, 오른쪽 임도를 따라 먼저 출발했던 대원들이다.

무단출입 금지 경고문

대원들이 지나가자 임도는 다시 조용해진다. 눈 덮인 임도 곳곳에 억새가 무리 져 흔들린다. 역광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하늘댄다. 아름답다. 비행기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눈을 들어 파란 하늘을 우러러 본다. 높은 하늘에 하얀 비행운이 그려진다. 눈 쌓인 임도를 혼자 꾸벅 꾸벅 걷는다. 파란 하늘만큼 머릿속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다시 비행기 소리가 들리고, 하늘을 우러러 선명한 비행운을 바라본다. 인천 공항에서 이륙한 여객기들의 북방 항공 루트가 이 근방인 모양이다.

임도와 억새

파란 하늘과 비행운

눈 덮인 임도에서 갑자기 발자국들이 사라진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등산로는 오른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잡목이 빽빽한 급경사 헐벗은 오름길을 힘들여 오른다. 햇볕 바라지인지 눈은 흔적도 없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뒤를 돌아보니, 상당고개에서 갈기산, 590m 봉, 발귀현으로 이어지는 산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고, 오른쪽으로는 앞으로 하산 할 곳인 시동리가 평화롭다. 왼쪽으로 성지봉으로 흐르는 능선이 가깝다.


1시 59분 시루봉 정상(504m)에 선다. 좁은 정상에는 삼각점이 박혀있고, 건설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장의 안내문을 담은 스텐 판이 햇빛에 반짝인다. 이 안내문에서는 이곳의 고도를 502m라고 설명하고 있다. 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조금 이동하니, 시야가 트이면서, 이곳에서부터 금물산(774m)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금물산에서 성지봉(791m)으로 흐르는 우람한 산세가 모두 한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는 망덕산(431.9m)이 발아래 있고, 그 앞으로 저수지가 푸르다. 주위의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시루봉 정상의 안내문

 

망덕산과 시동리

 

금물산

 

성지봉

안부를 지나 금물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오른다. 경사가 가팔라지며, 등산로는 칼날 암릉으로 이어진다. 좌우 모두가 눈 덮인 급경사 비탈이다. 눈 쌓인 암릉길에서 미끄러져 이 비탈로 구르게 되면, 큰일이 나겠다. 조심조심 암릉길을 올라, 2시 48분 648m 암봉 위에 선다. 암봉에서 대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암봉에서 바라보는 금물산으로 이어지는 눈 쌓인 능선과 성지봉이 특히 아름답게 보인다. 사방의 조망을 즐기며 잠시 암봉에 머물다가 안부로 내려선다. 2시 58분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오늘의 산행코스 - 갈기산, 발귀현, 시루봉, 시동리 등이 한눈에

648m 암봉

왼쪽 시동리로 하산하는 급경사 내리막길은 북쪽 사면이라 눈이 하얗다. 그 아래 낙엽이 있을 터이고, 낙엽 아래 무엇이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초에는 눈 녹은 남쪽 사면으로 내려서서 도원리로 하산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도원리가 군사 훈련장으로,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어 불가피하게 시동리로 하산지가 바뀌게 된 것이다.


사거리 안부에서 배낭을 풀고, 아이젠을 꺼내어 착용한 후, 눈길에 미끄러지며 하산을 시작한다. 북쪽 사면 하산 길의 풍광은 온통 한겨울이다. 급경사 사면에 깔린 눈은 하나도 녹은 기색이 없이 차갑게 느껴진다. 이윽고 급경사 사면이 끝나고 골짜기에 이른다. 눈 덮인 골짜기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겨울의 어름 골을 혼자서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3시 36분 경 임도가 나타나고, 저 앞에 봉고 승합차가 서 있다.

임도 도착 - 승합차, 시동리가 보이고, 623.2m 봉이 반긴다

차 옆에 김동화 회장이 서 있다가, 다가서는 나를 보고, 차에 타라고 하더니, 본인도 운전석으로 오른다. 봉고차에는 한발 앞서 내려온 대원들이 앉아 있다. 승합차는 10여 분간을 달려 대기 중인 버스에 우리들을 내려놓고, 다시 산 쪽으로 향한다. 김 회장은 꽤 성실한 양반인 것 같다. 산행 전에 코스를 미리 답사라는 것도 그렇고, 오늘처럼 날머리가 긴 경우에는, 승합차를 동원하여 손수 하산하는 대원들을 실어 나르는 것을 보아도 그렇다. 하지만 성실하기 때문인지, 좀처럼 웃는 낮을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다.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산악회에서 준비한 미역국에 밥을 말아 소주를 반주로 식사를 한다. 뜨거운 국을 마시고, 소주를 겻들이니, 한결 몸이 풀리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본 후 따듯한 버스에 올라 후미를 기다린다.


4시 10분 경 후미일행이 도착하여, 식사를 마치자, 4시 30분 경 버스는 서울로 향한다. 창문에 어린 물기를 닥아 내며, 스쳐 지나가는 정겨운 농촌 풍광을 맥 놓고, 하염없이 바라본다. 따듯한 버스 안에서 얼었던 몸이 녹으며, 나도 몰래 스르르 잠에 빠져든다.


하산해서 마신 소주가 과했던지 계속 버스 뒤쪽에서 떠들고 있던 대원과 다른 대원 한 사람이 시비를 벌이는 소리에 잠이 깬다.


"X팔, 안 오면 될 것 아니야 ? 빨리 달리기만 하면 산 잘 타는 건가? 산 잘 타는 놈 눈에는 보이는 것도 없냐? X팔, 산악회가 송암만 있냐? 다음부터는 안 나올 꺼다, X팔."


"아니, 그게 아니라... 다리가 아픈 나도 후미로 쳐져, 늦게 내려와 쪽 팔리는데, 나보다 더 늦게 내려 왔으니, 창피할 것이라는 이야기지..."


이야기를 들어 보니, 서로 잘 아는 대원들인데, 30분~40정도 늦게 내려온 대원에게 술 취한 대원이 싫은 소리를 하자, 벌어진 시비인 모양이다. 2시간 넘게 먼저 내려온 선두 그룹은 아무 말이 없는데, 30~40분 기다린 사람이 불평을 하다니, 우습다. 술 취한 사람 이야기는 끝없이 되풀이 되고, 이에 발끈한 상대방의 대꾸가 간간이 이어지면서, 버스 안의 소란은 계속된다. 보다 못한 여자 후미대장이 말려 보지만 역불급이다.


이 어이없는 실랑이를 보고 있자니, 또 다시 기분이 우울해진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다, 우울한 얼굴 보다는 밝은 얼굴을 하고 집에 들어서고 싶다. 버스는 양주에서 남한강을 건너고, 퇴촌을 거쳐, 광주 쪽에서 팔당 대교로 접근한다.


6시 10분,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강 건너, 연이은 터널을 장난감 같은 차들이 드나들고, 구 도로를 달리는 차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자, 어둠 속에서 약해진 원근감으로, 자동차들이 복층을 이루고 달리는 것 같아 보이고, 불 켜진 도로변의 가로등은 물속에서 줄을 지어 명멸하고 있다. 아름답다. 마치 동화 속의 세계를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시 기분이 밝아진다.


(2005. 12. 2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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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배고개 지나 임도에서 뒤돌아 본 송이재봉


오늘은 한강기맥 네 번째 산행일이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비슬고개에서 출발, 이후 줄곧 동쪽으로 진행하여, 통골고개에서 강원도 횡성군 청운면으로 들어서고, 신당고개에서 산행을 마친다.<비슬고개(3.8K)-송이재봉(4K)-밭배고개(2K)-통골고개(3K)-398.3m봉(2.4K)-새나무고개(2.4K)-신당고개>, 경기도와 강원도에 걸쳐, 도상거리가 17.6Km나 된다. 꽤 먼 거리다. 산악회 기준 산행시간은 7시간이다.


하지만 고도차는 크지 않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소리산이 657.6m, 이 구간에서 가장 높은 송이재봉이 666m 일 뿐, 나머지는 모두 400m~500m 고도의 능선길이다. 거대한 송전탑들이 능선을 따라 같이 흐르고, 송전탑 건설을 위한 자재 운반용으로 만들었을 듯싶은 임도가 줄곧 따라온다.


등산로는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부드러운 능선길과, 억새가 하늘거리는 정겨운 임도를 번갈라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한강기맥을 찾는 사람들 이외에는 인적이 드믄 외진 곳, 호젓하고, 쾌적한 트래킹 코스를 걸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한 산행이었다.


2005년 11월 26일(토).

선능역에서 출발하고, 마지막 경유지에서 대원들이 오르자, 버스에는 빈 좌석이 거의 없다. 버스는 6번 국도를 달린다. 남한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라서일까? 국도 주변은 안개가 짙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짙은 안개는 버스가 용문 휴게소에 도착할 때도 여전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재킷을 걸쳤는데도 생각보다 꽤 춥다. 다행히 버스가 328번 지방도로로 접어들고, 비슬고개에 접근하자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햇살이 밝게 비친다.

안개가 걷히지 않은 용문 휴게소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11 비슬고개 도착-9:13 산행시작-9:27 497m봉-9:45 622m봉-9:51 소리산 정상-10:13 안부- 10:39 송이재봉-10:58 622m봉-11:18 583m봉-11:31 470m봉-11:39 임도 삼거리, 284 송전탑-11:56 밭배고개, 중식-12:25 식사 후 출발-12:57 451.5m봉-13:13 통골고개-13:26 용씨 묘-13:48 398m봉-14:33 새나무고개-14:22 403m봉- 14:44 408.9m봉-15:16 신당고개> 중식시간 25분을 포함하여 총 6시간 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9시 11분 버스는 비슬고개에 도착한다. 산불 감시요원이 나와 있나 확인하기 위하여 찦차로 먼저 도착한 회장이 일행을 맞는다. 다행히 감시요원은 보이지 않는다. 대원들은 준비운동도 생략한 채, 시멘트 옹벽을 넘어, 급경사 절개지를 오른다. 328번 지방도로로 허리가 잘린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대원들 뒤를 따른다. 거의 70도에 가까운 급경사 절개지를 네 발로기어오른다.

비슬고개 절개 사면

 

산행시작

7분 후 송전탑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로 내려서고, 이어서 왼쪽 급경사 절개지를 풀을 잡고 기어올라 능선에 이른다. 비로소 호흡을 가다듬고, 완만한 오름길을 천천히 오른다. 9시 27분, 497m봉으로 짐작되는 곳에 이른다. 재킷을 벗어 배낭 속에 챙기고, 한숨 돌린다.

 

임도에서 절개지를 올라 능선으로

산 사면을 가득 채운 참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어뜨리어 앙상한 모습으로 도열하고, 수북하게 쌓인 낙엽으로 등산로를 식별하기가 어렵다. 아직 아침의 서기(瑞氣)가 채 가시지 않은 한적한 산길을, 낙엽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후미로 쳐져 천천히 오른다.

낙엽 쌓인 아름다운 능선길

9시 45분 평평한 공지에 이른다. 바람에 낙엽이 흩날려 붉는 맨 땅이 드러나 있다. 622m봉 능선 갈림길이다. 622m봉에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이어서 산불 감시탑이 서 있는 소리산 정상(658.1m)에 선다. 썰렁한 정상이다. 정상에는 삼각점이<1976.8. 건설부> 하나 달랑 박혀있을 뿐, 인적이 드믄 곳이라 정상석도 이정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소리산 산불 감시탑

소리산에서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등산로를 뒤덮은 낙엽으로 몹시 미끄럽다. 낙엽 아래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내리막길에서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느낌이다. 왼쪽으로 저 멀리 송이봉재로 이어지는 높다란 능선이 보인다. 약 20여분을 내려서서, 비로소 안부에 이른다.


내리막길에서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1차대 선배님을 만난다. 나보다 4년 위이지만 힘이 좋고 건강하여 선두그룹에서 빠지지 않던 분이다. 요즈음은 무릎이 좋지 않아, 내리막길이 무척 힘들다고 한다.


등산로는 급경사 오름길을 타고 이어진다. 힘 좋은 선배님이 휘적휘적 앞서 오른다. 조용한 산 속에서 버석 버석 낙엽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모처럼 한가로운 산행을 즐긴다. 오늘 구간 중 가장 힘든 오름길을 올라, 한 무리의 대원들이 쉬고 있는 능선 분기점에 이른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송이재봉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능선 분기점에서 본 송이재봉

 

송이재봉 가는길

10시 39분, 송이재봉 정상에 선다. 좁은 공간에는 비바람에 시달려 몹시 지쳐 보이는 바위 하나가 누워 있을 뿐 역시 아무 표시도 없다. 혼자서 전국의 산 1,500개를 순례 중이라는 김정길 씨가 1,621번째로 송이재봉를 찾았다는 비닐표지가 나무 등걸에 매여져 있다. 등산로가 좌우로 갈린다. 왼쪽으로 산악회 리본이 걸려 있다.

 

송이재봉 정상

정상 비닐표지

송이재봉 내리막길이 장난이 아니다. 소리산 내리막 보다 경사가 더 급하고, 등산로는 역시 낙엽에 묻혀 있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스틱으로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급경사라, 스틱을 손목에 걸고, 주위의 나무들을 휘어잡으며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이윽고 안부에 이르자 등산로는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임도 1

아름다운 임도 2

임도에 서서 뒤돌아 송이재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임도로 내려서자, 선배님 걸음이 빨라진다. 등산로는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이어지며 622m봉으로 향한다. 오르막 등산로에 선배님이 배낭을 풀어 놓고, 쉬고 있다. 따로 깔판이 필요 없다. 수북이 쌓인 낙엽이 바로 방석이다.

임도에 내려서서 뒤돌아 본 송이재봉

낙엽 방석에 앉아 휴식

낙엽이 곱게 깔린 산책길이 이어진다. 622m봉을 지난다. 왼쪽으로 고사목이 한 그루 앙상한 모습을 하고 서 있다. 앙상한 모습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느껴진다. 11시 18분 583m봉 능선 분기점에 이른다. 산악회 표지리본이 가르치는, 왼쪽 방향을 따라 부드러운 능선을 내려선다. 284번 송전탑을 지나고, 임도를 건너, 등산로는 오른 쪽 숲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외진 곳이라 이정표가 없는 대신, 능선과 나란히 달리는 송전탑들이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사목

284번 송전탑

뒤돌아 본 284번 송전탑

왼쪽으로 아스팔트길이 보인다. 숲을 벗어나 11시 56분 도로에 내려선다. 밭배고개다. 1차선 아스팔트 도로지만, 지금은 아래로 터널이 뚫려 있어, 거의 사용되지 않는 도로라고 한다. 건너편 절개지 위,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매달려 있지만, 많은 대원들이 능선 왼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로 진행하여, 점심 채비를 하고 있다.

밭배고개

밭배고개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임도 - 오른쪽 절개 사면에 표지기

저 앞 임도를 선배님이 혼자 걸어가고 있다. "선배님 !, 선배님 !" 부르며 뛰어가서 선배를 따라 잡는다.


"점심 식사하고 가시죠."

"그러죠. 나는 점심은 안 먹지만, 쉬었다 갈 터이니, 점심식사 하세요."


임도 변 낙엽 위에 앉아. 보온 도시락을 꺼낸다. 선배님은 양갱과 귤을 꺼내 간식을 든다. 대간 길을 선두에서 달리는 분들은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간식으로 때운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선배님 이야기로는 점심식사 안하는 것은 보통이고, 주력이 빠른 대원들은 아예 배낭도 안 메고 다녔다고 한다.


12시 25분 식사를 마치고, 임도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임도가 굽어지는 곳에서 뒤돌아 송이재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위치를 확인 하느라고, 지도를 꺼내 본다. 지도에는 밭배고개를 지나서 능선을 타도록 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는 능선과 나란히 이어지는 임도를 걷고 있다.


"선배님 알바 같은데요. 밭배고개 까지 되돌아가야겠네요."

"능선이 보이는데 임도를 따라 갑시다. 적당한 곳에서 사면을 타고, 능선에 오르고..."


한적한 임도를 선배님과 단둘이 호젓하게 걷는다.


"임도가 멋있잖아요? 우리 조상들은 속도에는 졌지만, 유장하고 멋진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허긴 그래서 발전은 없었지만...."

낙엽과 억새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임도

산 사면이 비교적 완만해 보이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 쪽 사면을 타고 오른다. 이윽고 능선위에 올라서지만, 왼쪽 방향으로 더 큰 능선이 보인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능선은 주능선에서 왼쪽으로 분기한 지능선인 듯싶다. 이래서 산길이 어렵다. 지능선을 따라 오른 쪽으로 올라, 주능선에 이른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보인다.


낙엽이 쌓인 호젓한 오솔길을 선배님과 단 둘이 걷는다.

 

"이런 길이라면 집사람을 데려와도 되겠는데." 선배님이 아쉬워한다.

 

449m봉을 지나고, 12시 57분 삼각점이<용두 322 1988 복구> 있는 451.5m봉에 오른다. 오른쪽으로 송전탑이 보이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꺾여, 임도를 따라 이어지더니, 이윽고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걷는다. 1시 13분, 통골고개, 삼거리에 이른다. 정면으로 278번 송전탑이 우뚝 솟아 있다.

통골고개 삼거리에서 독도 중인 선배

임도 곳곳에 벌목한 나무들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1시 22분 278번 송전탑을 지나,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오른 쪽 길가에 봉분이 나지막한 용(龍)씨 묘가 보이고, 용 씨 묘를 지나서 자, 바로 산행리본들이 우리들은 오른쪽 숲으로 안내한다. 숲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다시 낙엽이 쌓인 산책길이다.

용씨 묘

1시 35분 277번 송전탑 아래에 선다. 억새가 우거진 공지에 서서, 뒤돌아 이제까지 걸어왔던 능선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공터에서 길이 좌우로 갈린다. 산악회 리본을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1시 48분 삼각점이 박혀있는 398m봉을 지나, 억새가 우거진 숲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임도가 이어진다.


273번 철탑을 지난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의 모양이 특이하다. 능선을 따라 헐벗은 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벌목한 산 사면에는 새롭게 조림한 묘목들이 줄지어 골짜기로 이어진다. 등산로는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2시 33분 새나무고개를 넘고, 2시 37분 너른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채 1분도 걷지 않았는데, 바로 오른쪽 숲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새나무고개 가는 길

새나무고개

삼거리

억새밭으로 유도하는 산행리본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자, 좁은 능선 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임도가 계속 따라 붙는다. 능선길이 없어지고, 임도로 내려선다. 길 찾기가 애매한 지점이다. 계속 임도를 따라 걷다 보니, 다시 오른쪽 숲에 리본이 걸려있다. 숲으로 들어서서 갈대밭을 헤치고, 2시44분 삼각점<용두 309 2005 복구>이 박혀 있는 408.9m봉에 선다.

송전탑 미학

임도 오른쪽 리본을 보지 못하고, 임도를 따라 걷다가 산 사면을 거슬러, 능선을 찾아 오른 젊은 대원들이 도착한다. 이 후 대원 한 사람은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 바람에 알바를 하고, 하산한 모든 대원들이 1시간가량을 기다려야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오른쪽 리본을 보지 못하고 임도를 따랐기 때문이다.


408.9m을 내려선다. 등산로는 다소의 업 다운은 있지만 여전히 산책로다. 저 아래로 차 소리가 들리고, 등산로는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3시 16분, 구 도로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산악회가 제공하는 식사를 한다.

신당고개

4시가 넘어 후미대장이 후미 팀을 이끌고 도착한다. 알바 중인 대원에게는 임도를 따라 계속 하산하라고 전화로 지시한다. 후미 팀이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대원이 하산하게 될 마을을 향해 출발한다. 이윽고 알바를 한 대원이 트럭을 얻어 타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에 이르고, 버스는 5시가 다 되어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11. 28.)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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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산에서 배너미고개를 지나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2005년 10월 22일(토).

10월 4째 토요일. 한강기맥 세 번째 구간을 산행하는 날이다. 송암 산악회에서는 미리 산행구간을 답사하고, 그 답사기를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성의를 보인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용천리-배너머고개-용문산-문례재-문례봉-싸리재-싸리봉-비슬고개>, 도상거리 약 16Km, 산행 소요시간은 6시간이다.


이번이 한강기맥 중 경기도에 속하는 마지막 구간이다. 다음은 강원도로 넘어가게 된다. 마루금은 크게 보아 서에서 동으로 흘러, 용문면을 남북으로 가른 암릉길이 아름답고, 용문산을 지나, 문례봉에 이르는 능선미가 빼어난 곳이다. 주위에 용문봉, 도일봉, 중원산이 가깝고, 마침 가을철이라 낙엽 진 숲길이 낭만적이다. 하지만 용문산 철조망 길이 고약하고, 울창한 참나무들이 조망을 방해하는 것이 아쉽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02 배너머고개 중턱 하차-9:10 배너머고개 오름, 산행시작-9:20 등산로 진입-9:26 벌목지대-9:34 큰바위-9:36 주능선-9;52 810m봉-10:06 공터-10:16 군부대 정문-11:05~10:10 바위 전망대-11:15 안부도착-11;21 용문봉 갈림길-11;26 문례재-12:01~12:20 문례봉 삼거리 중식-12:24 문례봉(폭산)-13:00 731.2m봉-13:39 단원산-13:40 중원산 갈림길 이정표-13:58 중원리 갈림길-14:09 775m봉-14:16 싸리봉 0.65K이정표-14:21 싸리재 이정표-14:37~14;52 싸리봉-15:17 임도-15:20 비슬고개> 총 산행시간 6시간 10분, 들머리 10분, 중식 20분, 마루금 산행 5시간 40분


산악회 버스는 선능역에서 7시에 출발한다. 5시 30분 쯤 일어나, 조간신문을 보며, 아침을 먹고, 6시 30분 쯤 집을 나서면, 10여 분 정도 여유를 갖고, 선능역에 도착할 수 있다. 5시 30분 경 알람이 울리고, 언제나 깨워주는 일은 집사람 몫이다. 이제 주 1회 등산에 익숙해진 집사람은 군소리 없이 새벽밥을 차려주고, 도시락을 챙겨준다.


배낭을 챙기고, 옷을 입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집사람이 날씨가 춥다는데, 그런 옷차림으로 괜찮겠냐고 걱정을 한다. 배낭에 넣었던 여벌옷도 아내가 챙겨주는 봄가을용으로 바꿔 넣고, 입던 옷도 다시 벗어, 허둥지둥 갈아입는다. 이렇듯 한바탕 소동을 벌리다 보니 시간이 어느덧 6시 35분이 지난다. "좀 미리 미리 챙겨주면 좋잖아?"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고, 서둘러 현관을 나선다. 집사람은 어이없어하는 얼굴이다. 하지만 말없이 빠뜨린 헤어밴드를 건네준다.


오늘도 참여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버스 외에 6~7인승 찦차가 대기하고 있다. 좌석배치에 시간이 걸리고, 버스는 7시 10분 경 선능역을 출발한다. 경유지를 거쳐,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 버스는 9시 2분 경 배너머고개 중턱에 도착한다.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어이없어하던 집사람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내내 지워지지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려, 붉게 변한 유명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서울에서 가까워서인지, 저 아래 보이는 용천리의 다양한 모양의 집들이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준비운동을 마친 후, 9시 10분 경, 대원들은 아스팔트길을 걸어 배너머고개 마루턱으로 향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본 유명산>

10분 후 고개 마루턱에 이르러, 오른 쪽 송림으로 들어선다. 솔잎이 노랗게 깔린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솔내음이 상큼하고, 조끼를 입었는데도,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이 차게 느껴진다. 상쾌한 오전 산책길이다. 소나무 숲에 이어, 참나무 숲이 이어진다. 참나무들은 이미 반 넘어 잎을 떨구어, 등산로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낙엽 밟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등산로 진입>


벌목 지대를 지나고, 경사가 가팔라지자, 등산로를 따라 가느다란 로프가 매어져 있다. 커다란 바위를 지나고, 9시 36분 경, 주능선에 오른다. 등산로는 참나무들이 빽뺵히 들어찬 오른쪽 숲으로 굽어지고, 발밑의 낙엽은 더욱 더 깊어진다. 이윽고 오래된 임도로 내려선다. 가을빛이 완연한 임도를 산책하듯 걷는다. 등산로는 임도를 버리고, 오른 쪽 사면으로 올라, 작은 시멘트 말뚝이 박힌 고개에 이른다. 810m봉인가 보다. 고개를 내려서자 등산로는 다시 임도로 이어진다.

<정취있는 길 - 구 임도>

아름다운 임도가 계속 이어진다. 하얀 억새가 하늘거리는 너른 공터를 지나고, 오른 쪽으로 백운봉의 웅장한 모습이 가깝게 다가온다. 붉은 색 배낭을 지고, 양팔을 허리에 댄 채, 구부정하게 임도를 따라 걷는 대원의 모습이 주위의 풍광과 어울려, 기가 막히게 가을을 연출한다.

<임도는 공터를 지나고...>

<공터에서 본 백운봉>

<가을 정경>

등산로는 우마차가 다닐 정도로 넓은 임도로 이어지고, 임도 정면으로 용문산 정상의 군사시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른 임도는 군부대 앞까지 이어진다. 임도에 서서, 요새처럼 웅장한 군사시설을 카메라에 담아도, 정문 초소의 초병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 11시 17분 수로를 건너고, 철조망 옆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선다.

<군사시설 그리고초소와 초병>

 

<철조망 길>

철조망은 북동쪽 언덕으로 이어지고 등산로는 철조망을 따라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말이 등산로지, 비라도 한차례 세차게 오면, 언제 붕괴될지 모를 그런 길이다. 북쪽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그늘 진 곳에는 서릿발이 하얗게 솟아 있고, 지뢰 매설지라는 팻말이 눈에 보인다. 등골이 으스스 해지는 느낌이다.

 


철조망을 따라 북쪽 끝 바위 위에 선다. 건너편에 유명산 보이고, 배너머고개를 지나 용문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철조망은 동쪽으로 굽어져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맞은 편 언덕에서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북쪽 끝 철조망>

<철조망길은 동쪽으로 내려서고..>


남쪽으로 뻗은 울타리 길이 한층 고약하다. 한쪽은 철조망 울타리, 다른 한쪽은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거친 관목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관목 가지가 배낭을 잡아끌고, 얼굴을 후려친다. 철조망이 골짜기로 향하면서, 왼쪽은 급사면 골짜기에 면하게 되고, 등산로가 군데군데 끊긴 곳이 나타난다. 이런 곳은 철조망에 매달리듯 좁은 공간에 발을 붙이고 어렵게 진행해야한다 어제 내린 비로 바닥이 미끄럽다. 자칫 발이라도 미끄러지면 철조망에 매달려 버둥거려야 할 판이다.

<하수구도 지나며...>

군부대 하수구인 듯싶은 곳을 지나자, 철조망은 바위가 미끄러운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정면의 거대한 통신탑을 지난다. 철조망은 비로소 오른쪽으로 빗겨서고, 우리들은 우뚝 솟은 조망바위에 선다. 이 때 시각이 11시 5분, 고약한 철조망 길을 통과하는데 한 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다.

<미끄러운 사면을 오른다>

전망바위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정면으로 용문사가 있는 골짜기가 아련하고, 그곳 골짜기로 용문산에서 시작한 한줄기 바위능선이 힘차게 내달린다. 오른쪽으로는 상원사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펼쳐지고, 그 뒤로 삼각형의 봉우리가 올돌하다. 봉우리 모양을 보면, 삿갓봉인 듯싶기도 한데, 주읍산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오른 쪽으로 남한강이 보인다.

<용문사 골짜기>

<상원사 골짜기 - 가운데 삼각봉은 삿갓봉인지? 주읍산인지?>

동쪽 방향으로 용문봉의 험한 모습이 보이고, 그 뒤로 중원산 줄기가 이어진다. 시선을 북동방향으로 돌린다.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부드럽게 누워있다. 그 끝에 문래봉이 뚜렷하다. 간식을 들면서, 후미 팀은 이 기막힌 조망을 즐긴다. 송암 산악회에는 후미대장이 여자대장이다. 경험이 많은 모양이다. 무척 능숙해 보인다.

<용문봉과 그 뒤로 중원산>

<가야할 능선 - 능선 끝이 문례봉>

급경사 비탈길을 내려선다. 등산로는 안부를 지나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1시 21분 용문봉 갈림길에서 등산로는 좌측으로 휘어지더니,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11시 26분 경, 문례재를 지나 암릉길을 걷는다. 작은 고개를 넘어 서자, 나뭇가지 사이로 문례봉이 보인다. 다시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름길을 오른다. 12시 2분 경 문례봉 삼거리, 너른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에서 많은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헬기장 한 귀퉁이에 홀로 앉아 점심 도시락을 푼다.

<암릉길의 단풍>

<문례봉 삼거리>

12시 20분 경 점심을 마치고, 배낭을 놓아 둔 채, 문례봉 정상을 향한다. 4분 후 정상에 오른다. 정상 좁은 공간에는 예쁜 정상석 한 개가 덩그마니 놓여 있다. 헌데 이 정상석이 이상하다. 명칭도 천사봉, 높이 1004m라고 표기돼 있다. 이름도 높이도 다르다. 문례봉(992m)이 폭산 이라고도 불리었다고 하더니, 또 다른 이름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고도 차이는 또 무언가? 시원하게 답을 주는 사람이 없다.

<천사봉 정상석>

정상에서 용문산, 용문봉, 그리고 지나온 능선이 조망되지만, 아쉽게도 나무에 가려 볼 품은 없다. 헬기장으로 되돌아와 배낭을 메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낙엽이 쌓인 아름다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다시 산책하는 기분으로 산행을 즐긴다. 1시경 삼각점이 박혀 있는 735.2m봉을 지난다.

<735.2m봉 삼각점>

등산로는 네거리 안부를 지나 암릉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작은 암릉이 정면을 막아서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우회 길을 택하지 않고, 바로 암릉에 오른다. 눈앞에 문례봉이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등산로 북쪽사면은 경사가 매우 급하다. 간간히 암릉이 이어지는 좁은 능선길을 걷는다. 북쪽으로 주황색으로 채색한 거대한 송전탑들이 산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암릉에 올라 뒤볼아 본 문례봉>

안부를 지나 단원산(778m)에 오른다. 낙엽이 발등을 덮는다. 이정표 앞에 대원들이 쉬고 있다. 중원산 갈림길이다. <도일봉 2.93K, 중원산 0.65K> 산악회 종이표지가 도일봉 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물을 마시고 잠시 쉰 후,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왼쪽 도일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평평하게 이어지던 길이 급경사 내리막으로 변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정면에 775m봉이, 그 오른 쪽으로 도일봉이 보인다.

<단월산에는 낙엽이 발등을 덮는다>

<중원산 갈림길 이정표>

<오른쪽이 도일봉>

1시 58분 중원리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 가파른 오름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약 10분 후 커다란 소나무가 아름다운 775m봉 마루턱에 선다. 소나무 아래, 암릉에서 보는 북쪽 조망이 아름답다. 눈 아래 산음리가 펼쳐지고, 마주 보이는 산에서 흘러내리는 능선들이 울퉁불퉁 근육처럼 불거져 보인다, 산허리를 구불구불 관통하는 도로가 끊겼다 이어졌다 한다.  

<775m봉>

<775m봉에서 내려본 북쪽 조망>

775m봉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정표가 자주 눈에 뜨인다. 아마도 비슬고개쪽이나, 산음리 쪽에서 도일봉이나 중원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2시 16분 싸리봉 0.65K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시 21분 헬기장이 있는 싸리재에 이른다. 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오른다. 도일봉 1,3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도일봉이 가까이 보인다. 허연 바위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도일봉은 암봉인 모양이다.

<이정표>

<싸리재로 내려오면 서 본 싸리봉>

<싸리재>

2시 37분 싸리봉 정상(812m)에 오른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435 재설, 76.8 건설부>, 이정표가 서 있다.<등산로 코스 1,6K> 정상에 나무벤치가 한 개 놓여 있는 것이 이채롭다. 벤치에 앉아 5분 정도 휴식을 취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싸리봉 정상의 이정표>

2시 48분, 경기 소방에서 세운 119 긴급연락처 표지판을 지난다. 표지판에는 현 위치를 싸리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발등이 덮일 정도로 낙엽이 쌓인 비탈길이 아름답다. 비탈길은 한차례 내리막이 완화되는 듯싶더니 다시 경사가 급해진다. 낙엽이 쌓인 길을 구르듯 달린다. 3시 17분 경 임도에 내려선다. 뒤돌아 싸리봉을 올려다본다. 지는 해를 받고 우뚝 선 싸리봉이 아름답다. 3시 20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비슬고개에 도착한다.

<긴급연락처 팻말>

< 아름다운 하산길>

<임도로 내려서기 직전에 찍은 싸리봉>

비슬고개는 단월면 행소리와 산음리를 연결하는 지방도로 328번이 지나는 고갯마루다. 비슬고개에는 수십 개의 장승과 감시초소가 있고, 도로 건너편에는 다음 구간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절벽처럼 솟아 있다. 땀을 닦을 적당한 장소가 없어, 배낭에서 재킷을 꺼내 입고,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한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의 식사지만, 간이 식탁에 둘러서서, 소주를 반주로, 미역국에 말아 먹는 밥맛이 좋다.

<비슬고개 장승>

<비슬고개쪽에서 본 도일봉>

4시 20분 경 후미대장이 후미 팀을 인솔하고 도착한다. 10분 후 다리를 다친 대원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여 서둘러 식사를 한다. 버스는 4시 4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10. 2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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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과 백운봉>

 

2005년 9월 24일(토)
오늘은 송암산악회 가이드로 한강기맥 두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산행코스는 『증동리(3K)-된고개(400m/3.6K)-말고개(480m/1.2K)-옥산(580m/1.6K)-농다치고개(2.1K)-소구니산(800m/1.5K)-유명산862m/4.1K)-배너미고개(1K)-용천리』로 산행거리는 약 18Km이다.

 

참여인원이 60명이 넘어, 25인승 버스가 한대 더 배차된다. 하산 후 선두 팀은 작은 버스로 먼저 출발할 수 있게 되어, 만년 후미인 나는 심리적인 부담에서 벗어나 기분이 한결 홀가분해진다. 국수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8시 45분 경, 증동 1리, 자오개(척현마을)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자로 잴 정도로 작은 고개가 있어서 붙여진 마을이름" 이라는 설명의 입 간판이 서있다. 산행준비를 하고, 모두 함께 모여 준비체조를 한 후, 8시 50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8:45) 증동리 자오개마을 도착-(8:50) 산행시작-(9:46) 된고개-(10;00) 490m봉-(10:29) 538.1m봉-(10:51) 말고개-(11:05) 말머리봉-(11:30) 옥산-(11;45) 노루목-(12:03~12:15) 농다치고개-(12;34) 헬기장-(12:51) 660.6m봉-(13:17~35) 소구니산-(14:08) 유명산 갈림길-(14:12~14:17) 유명산 정상-(14:42) 행 글라이더장-(15:20) 배너미고개-(15:40) 버스』총 산행시간 6시간 50분으로, 들머리 약 1시간, 마루금 약 5시간, 날머리 20분, 중식 및 간식 약 30분이 각각 소요된 산행이다.

 

자오개 마을이 속해 있는 증동리가 아름답다. 마을로 이어진 시멘트길 왼쪽으로는 맑은 개울이 흐르고, 개울가에는 해 묵은 포플러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다. 오른 쪽으로는 황금빛 논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산아래 마을로 접근한다. 개들이 컹컹 짖는다. 개울가 밤나무에서 밤송이가 터져, 알밤들이 흩어져 있다. 알밤을 주우러 개울로 뛰어드는 대원이 있고, 지나치던 대원들도  가던 걸음을 멈추고, 많이 주우라고 성원을 보낸다.

<자오개 마을>

<맑은 냇물이 흐르고, 뒤로 아름다운 집들이 보인다.>

 

서울에서 가까워서인지, 팬션처럼 예쁜 집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개울을 건너, 황금빛 논 뒤로 재래식 농가가 한 채가 보인다. 마당에는 봉고트럭과 승용차가 세워져 있다. 농촌도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진 모습니다.

<마을로 접근하는 대원들>

2004년 우리나라 총 GNP 규모는 약 6천 800억불 정도라고 한다. 미국이 11조 7천억, 일본이 4조 6천억, 독일이 2조 7천억 수준이다.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는 경제규모를 1조억 정도까지는 서둘러 키울 필요가 있다. 그 때의 우리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농촌의 풍경은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꿈을 가져야, 꿈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9시 14분, 마을을 뒤로하고 산길로 접어든다. 아름다운 낙엽송 숲을 지나고, 실개천을 건넌다. 등산로는 점점 가팔라지고, 대오에서 벗어나 쉬는 대원들이 늘어난다. 마지막 10여분 정도, 급경사를 허위허위 오른 후. 9시 46분 경 된고개에 오른다. 산행을 시작해서 약 1시간만에야 비로소 마루금에 올라선 것이다.

<아름다운 낙엽송 길>

해발고도 약 400m의 된고개는 남쪽의 증동리와 북쪽의 서후리를 연결하는 고개다. 돌로 눌러 놓은 산악회 종이 표지판의 화살표가 오른쪽을 가르친다. 등산로는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발아래 부엽토가 두텁게 쌓여 푹신한 느낌이다. 쓰러져 누운 고목들이 간간이 길을 막는다. 약 15분 후,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490m봉에 오른다.

<된고개>

 

490m봉을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안부에 이른다. 좌우로 희미한 오솔길이 보인다. 등산로는 경사가 급한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이후 몇 차례 가벼운 오르내림을 반복하더니, 급경사면을 올라, 능선분기점에 이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남한강이 보인다. 능선분기점에서 왼쪽 길을 택해 3분 정도 진행하여, 길 한 가운데 삼각점이 박혀 있는 539.1m봉에 이른다. 삼각점 기판의 글씨는 흙이 메워져 판독이 어렵다.

<능선 분기점에서 본 남한강>

<538.1m봉, 삼각점>

 

등산로는 북동쪽,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다. 발아래 부엽토가 더욱 푹신하다. 낮은 고개를 넘어 다시 평탄한 길이 계속된다. 벌목 후 버려진 잔가지들이 등산로를 덮어, 길 찾기에 신경이 쓰인다. 다시 작은 언덕을 넘어서니, 눈앞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말목재다. 삼각점으로부터 약 22분 거리이다.

<말고개 느티나무>

 

느티나무 아래에 작은 돌무더기가 있고, 오른쪽으로 사기막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뚜렷하다. 등산로는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 다시 능선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 곳곳에 낡은 참호가 보이고, 참호를 연결한 교통로에는 빛 바랜 낙엽이 싸여 있다. 6.25 사변이 터진지 50년이 훨씬 지난 지금, 그 처절했던 흔적들을 지나자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11시 5분, 전면에 아름다운 노송이 서 있는 공지에 대원들이 모여있다. 한화리조트에서 세운 말머리봉 표지판이 길가에 서 있다. <말머리봉 500m, 옥산 1Km>. 나뭇가지 사이로 뾰족한 산봉우리가 가깝게 보인다. 옥산이라고 짐작한다.

<말머리봉 이정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옥산>

 

왼쪽으로 로프가 드리워진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서 다시 완만한 오름길을 오른다. 5분쯤 진행하여 갈림길에 이른다. 한화리조트에서 세운 이정표와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이 서 있다. 이정표는 말머리봉과 옥산 방향을 가르치고, 위험 표지만은 오른쪽 한화리조트로 급격히 떨어지는 등산로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위험한 내림길은 줄을 걸어 차단해 놓았다.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주능선에 올라 첫 번째 맞는 된비알이다. 약 17분간을 허위허위 올라, 옥봉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정상석(578m), 삼각점<양주 322, 1988 복구>과 한화리조트에서 세운 등산 안내도, 이정표가 서 있다. <옥산 해발 580m, 말머리봉 1.0K, 노루목 0.7K> 시계를 보니 11시 30분이다. 때 이른 시간임에도 대원들이 둘러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 동쪽 끝에서, 유명산 한 모퉁이와 그 뒤로 용문산이 보인다.

<옥산 정상>

<옥산 정상에서 본 유명산과 용문산>

옥산에서 내려서는 비교적 완만한 내리막에도 나무등걸에 감긴 로프가 길게 이어져 내린다. 아름다운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저 아래로 노루목이 보인다. 노루목 벤치 위에 대원 한 사람이 쉬면서 간식을 들고 있다. 한화리조트에서 세운 이정표가 서 있다. <옥산 0.7K, 농다치고개 0.9K, 선녀탕1.0K>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

<노루목>

맞은 편 계단을 올라 능선분기점에 도착하여,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신작로처럼 널찍한 길을 따라 걷는다. 이윽고 왼쪽 중미산과 오른쪽 유명산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37번 국도가 보인다. 1분 후 농다치고개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 (유감스럽게도 표지판에 고도 표시가 없다.) 로프가 걸린 오른 쪽 절개지로 내려선다. 12시 4분 경이다.

<농다치고개로 떨어지는 37번 도로>

<농다치고개>


맥주 한잔 마시려고, 농다치고개 매점으로 다가서니, 매점 안에서 대원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던 2차대, 정맥 대장님이 의자를 내주며 반긴다. 땀 흘리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 맛, 그 맛이 일품이다. 풋고추에 김치, 대원 배낭에서 나온 육포.... "여기서 하산합시다." 라는 농담이 오간다. 고남산 구간, 매요 마을에서 막걸리는 사 마신 적이 있지만, 대간길 마루금에서 시원한 맥주를 사 마신 기억은 없다. 서울에서 가까운 기맥산행 중에 좋은 추억거리를 만든다.

 

12시 16분, 아쉽지만 발걸음이 늦은 내가 먼저 자리를 뜬다. 길을 건너,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등산로는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소구니산의 해발 고도는 800m. 또 한번 된비알을 올라야한다. 12시 34분 헬기장에 서서, 뒤돌아 지나온 옥산을 본다. 등산로는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름길이 계속된다. 12시 51분 660.6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박혀있다. <양수 475, 1900 복구> 정상에서 남녀대원 두 사람이 점심을 들고 있다.

<소구니산 오르다 지나친 헬기장>


1시 5분 삼거리를 지나고, 급경사길을 올라 5분 후 이정표를 지난다. <유명산 정상 1.5K, 농다치입구 2.0K>, 1시 10분 오르막이 끝나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진다. 유명산 1,3K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오래된 참호를 건너, 정상석과 외팔이 이정표가 서 있는 소구니산 정상에 선다. 1시 18분이다. 이제 유명산까지는 1Km가 남았다.

<이정표>

<소구니산 정상석>

 

 

 

정면으로 나무가 모두 잘린 유명산이 보이고, 그 뒤로 백운봉이 비죽 머리를 내밀고 있다. 주위 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조금 벗어난 지점에서 배낭을 풀고, 점심을 먹는다. 검은 구름이 지나치나 싶더니 빗방울이 후둑거린다. 우선 배낭커버를 씌우고 서둘러 점심을 마친다.

<소구니산에서 본 유명산>

 

 

 

1시 40분 소구니산을 내려선다. 급경사 돌길이다. 로프가 매어져 있다. 후둑거리던 비는 멎었다. 산을 내려오다 산중턱에서 보는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유명산이 코앞에 다가들고, 오른쪽으로 남한강이 보인다. 행 를라이더 하나가 유유히 공중을 나른다. 이윽고 안부를 지나 유명산 사면을 오른다. 억새 군락지를 지난다. 시커멓던 하늘에서 드디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한다. 빗방울이 제법 굵다. 소나무 밑으로 대피하여 소나기가 지나기를 기다린다.

<소구니산 내림길>

<남한강과 행 글라이더>

 

 

 

이곳은 시커먼 구름아래, 소나기가 쏟아 붓는데, 저 아래에는 밝은 햇빛이 비치고, 남한강이 유유히 흐른다. 마을들이 그림 같다. 그 위로 행 글라이더들이 한가롭게 선회하고 있다. 10여분쯤 기다리니 빗발이 가늘어진다. 소나무 밑에서 나와 빗물이 흐르는 능선길을 올라 2시 8분, 유명산 갈림길, 임도에 오른다.

 

정상에 오르니 비는 멎었다. 돌탑, 정상석 등을 카메라에 담고, 주위를 조망한다. 동쪽으로 용문산은 낮은 구름에 가려 희미하지만, 그 아래 백운봉은 아름다운 자태가 뚜렷하다. 몸을 돌려 서쪽을 향한다. 서남쪽으로 청계산이 가깝고, 청계산에서 흘러내린 능선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오늘 우리가 걸어 온 능선이다. 그 뒤로 멀리 운길산, 예봉산, 검단산이 보인다. 발아래 저 멀리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우리가 산행을 시작했던 증동리가 그림처럼 아름답다. 바로 옆에서 몸이 뚱뚱한 젊은 친구가 말한다. "이 맛에 힘들게 등산을 하나보다."

<유명산 정상석>

<유명산 정상의 돌탑>

<유명산에서 본 서남방 조망-가운데 청계산, 그귀로 검단산, 예봉산>

<유명산에서 본 남한강과 마을들>

 

 

 

서둘러 하산을 시작한다.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쪽의 아름다운 풍광이 각도를 달리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 우중에 카메라를 손수건으로 가리고, 새로운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조금 아래에 천막이 쳐져있고, 사람들이 그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다. 염치 불구하고, 천막 속으로 뛰어들어 비를 피한다. 한 5분쯤 지났을 까? 빗방울이 가늘어지자, 천막을 나와 행 글라이더장으로 내려선다. 하늘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말끔하게 개인 모습을 보인다.

 

행 글라이더 장에는 오프로드 차들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선회하고 있다. 붕붕대던 이들은 이윽고 임도를 따라 빠른 속도로 달려,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위치에서 유명산과 이제는 구름이 벗겨진 용문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임도를 따라 빠른 속도로 하산한다.

<행 글라이더장>

 

 

 

2시 59분, 임도가 왼쪽으로 굽어 내리며, 전면의 조망이 좋아진다. 용문산과 백운봉을 다시 카메라에 담는다. 저 건너편 도로에 정차해 있는 버스가 보인다. 3시 22분 경 배너미고개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오프로드 체험장이 있고, 오프로드 차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을 지어 운전 연습을 하고 있다. 젊은 남자애들, 여자 애들이다. 여기서 어느 정도 연습을 하고 유명산으로 이어진 임도를 달리는 모양이다.

<용문산>

<백운봉>

 

 

 

오른쪽 포장 도로를 따라 버스가 정차 해 있는 곳으로 향한다. 3시 40분 버스에 도착한다. 버스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흐른다.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버스로 돌아와 소주 한잔을 마시고, 구수한 아욱국에 밥을 말아 식사를 한다.

<배너미고개에서 본 유명산>


선두구룹은 25인승 버스로 훨씬 전에 출발했다고 한다. 주력부대는 4시 20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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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기맥은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르는 산줄기다.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에서 서남쪽으로 뻗은 마루금은 상왕봉, 오대산 비로봉을 넘어, 호령봉, 계방산을 지나고, 운두령과 비슬고개를 넘어, 용문산과 백운봉을 오른 후, 유명산과 청계산을 거쳐, 두물머리에서 그 맥을 다한다. 도상거리로 약 163Km에 달한다고 한다. 2000년 동국대 산악부에서 처음 답사하여 두로지능이라 명명하고, 세상에 알려졌다고 하나, 그 명칭에 대하는 이후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다.

 

북한강과 남한강은 합쳐져서, 팔당을 지나 한강으로 유입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合水)되는 양수 5리, 두물머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서 있고, 그 주위를 쉼터로 개발하여, 황포돛배를 띄우고, MBC 드라마 허준 촬영 시 사용했던 나룻배들을 모아 놓고, 산책로를 만들어 청사초롱을 걸어놨다. 그 곳에서 보는 강과 주위의 산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두물머리의 황포돗배>

<느티나무>

<남한강 끝자락>

송암산악회에서는 한강기맥을 16구간으로 나누어 월 1회 산행키로 한다. 보통은 10구간 정도로 나누어 당일산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송암에서는 좀 더 여유 있게 구간을 나누어, 마루금 기준, 평균 10Km 정도를 한 구간으로 삼는다. 2005년 8월 27일 시작하여, 2006년 11월 25일 끝낼 예정이다.

 

2005년 8월 27일(토).
처음으로 송암산악회에 참여한다. 6시 50분 경, 선능역 1번 출구를 빠져나오니 산악회 전세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선능역을 출발하여, 마지막 경유지, 상일동에 도착하자, 버스에는 한자리의 공석도 없이 모든 자리가 다 차 버린다. 여름철 비수기에 놀랄 정도의 성황(盛況)이다. 송암산악회에는 뭔가 손님을 끄는 비결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양수역-양서고교-능선분기점-벗고개-청계산-된고개』까지 약 14.7Km의 마루금을 걷고, 서후리로 하산한다. 된고개에서 서후리까지는 약 2.5Km라고 한다. 산악회가 기준으로 하는 산행시간은 약 6시간이다.

 

실제 산행 기록은 아래와 같다.
『(8:26) 체육공원 도착, 산행준비 및 체조-(8:36) 공원 출발-(8:45) 양수역 도착-(8:49) 양서고등학교-(8:56) 363번 도로- (9:09) 산불 감시초소- (9:24) 허씨 합장묘- (9:41) 나무의자 있는 쉼터-(9:46) 사거리- (10:10) 진고개- (10:46) 330m봉 -(11:05~11:20) 휴식-(11:55) 390m봉- (12:06~12:08) 벗고개-(12:36) 청계산 정상 4.5K-(13:18) 청계산 정상 2.5K-(13:26) 청계산 정상 1.5K-(13:31) 너구리 길- (13:48) 노루 길- (14:01) 정상 0.5K-(14:11~14:30) 청계산 정상- (14:36) 여우 길- (14:54) 청솔모 길- (15:02) 다람쥐 길- (15:08) 된고개- (15:30~15:50) 서후리, 계곡 목욕』 총 산행시간 약 7시간, 마루금 약 5시간 38분, 날머리 22분, 중식, 휴식 및 목욕으로 약 1시간이 소요된 산행이다.

 

8시 26분 양서문화체육공원에서 등반대장의 지휘로, 한강기맥 출정 기념사진을 찍고, 이어서 선두대장의 지시에 따라 함께 준비운동을 한다. 주로 손목, 발목, 무릎, 허리, 목을 부드럽게 하는 운동이다. 쑥스러워 외면하는 대원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대원들이 즐겁게 따라한다. 안전산행을 위한 준비라면, 이처럼 강요를 해서라도 준비운동을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기맥 출정 기념사진>


준비운동을 마치고 공원을 나선다. 길을 건너, 동쪽으로 직진한다. 오른 쪽으로 양수교가 안개 속에서 가까이 보인다. 8시 45분 양수역에 도착하고, 이제부터 산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왼쪽의 육교를 건너, 양서 고등학교 정문으로 들어선다. 깨끗이 청소가 된 교문을 많은 대원들이 들어서는데도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학생들은 수업 중인지 교정은 텅 비어 있고, 교사 한 분이 학교 안을 지나가는 우리들을 말 없이 지켜보고 있다.

<안개 속의 양수리>

<양서고등학교 정문>

교문에서부터 똑 바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가, 왼쪽 사면(斜面)을 타고, 밭둑 길을 오른다. 오른 쪽 숲에 산행리본이 요란하게 걸려있다.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키가 넘는 잡목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곳곳에서 산행리본들이 길을 안내한다. 이윽고 잡목지대를 벗어나, 363번 지방도로에 내려서서, 반대 편 절개지를 오른다.

 

절개지를 올라 능선길에 들어선다. 산책길이 이어진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라, 여전히 습도가 높고 무덥다. 하지만 7월 말이나, 8월 초에 비하면, 견딜 만 하다. 이따금 부는 바람이 한결 시원하다. 임도를 건너자, 다시 잡목 길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산불 감시초소를 지난다. 길은 다시 평탄해 지며, 왼쪽으로 철조망을 끼고 이어진다.

 

9시 17분, 묘를 지난다. 잘 손질된 묘 3기가 시야가 확 트인 양수리 쪽을 굽어보고 누워있다. 안개 속에서 양수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좌청룡, 우백호는 모르겠지만, 정면만을 고려할 때는 가히 명당자리라 하겠다.

 

 

<양수리가 내려다 보이는 묫자리>

다시 임도를 건넌다. 이번에는 양주 허윤 공과 광주 이씨를 합장한 무덤을 지난다. 상석도 반듯하고, 비석도 깨끗하다. 잘 손질된 무덤이다. 7분쯤 지나니, 다시 묘 5기가 일자로 정렬하여, 양수리 쪽을 향하고 있다. 역시 잘 손질된 무덤이다. 강을 바라보는 명당이라 후손들이 번성한 모양이다.

<이 구간에는 특히 묘가 많다. 生과 死가 공존하는 공간이 기맥이다>


9시 41분, 105.9m 봉으로 짐작되는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긴 나무의자가 마주 보고 있다. 첫 번째 만나는 쉼터다. 여자대원 둘이 쉬고 있다 . 등산로는 사거리를 지나 9시 53분, 두 번째 쉼터에 이른다. 이번 쉼터에는 많은 대원들이 쉬고 있다. 다시 사거리에 내려서서, 오솔길을 걷는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노적봉이 아름다워, 발길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는다. 10시 10분, 누렇게 황토가 드러난 사거리에 이른다. 아무 표시도 없지만 진고개 라고 짐작한다.

<노적봉>

오르막을 거쳐, 등산로는 오솔길로 이어진다. 젊은 사람이 혼자 무덤을 손질하고 있다. 인사를 하고 지나친다. 이번에는 퇴락한 무덤을 지난다. 봉분은 반쯤 허물어졌고, 두터운 상석은 아직도 반듯하지만, 한쪽만 남은 망부석에는 돌이끼가 파랗게 끼여 있다. 마루금 위라 명당자리가 못되는 모양이다. 길은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더니, 시야가 확 트이며, 공동묘지 임도로 내려선다. 새로 조성하는 공동묘지이지만, 위쪽으로는 이미 꽤 많은 묘지들이 들어앉아 있다.

<개발 중인 공동묘지>

 

등산로는 벌목한 절개지와 숲의 경계를 타고 오른다. 황톳빛 절개지는 한 차례의 폭우에도, 산사태를 일으켜, 그 아래 유택들을 쓸어버릴 것 같아 위태롭기 짝이 없다. 절개지를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서쪽으로 골무봉과 노적봉이 아름답다. 능선에 오른다. 오솔길이 이어지고. 돌무더기가 쌓인 330m을 지나, 등산로는 남동쪽으로 휘어진다. 다시 안부를 거쳐, 봉우리에 오르고. 내리막을 거쳐 평탄한 길이 이어지면서, 왼쪽으로 산더덕 및 임산물 재배지역의 출입금지 표지가 보인다.

<둥산로는 절개지를 타고 오르고...>


오르막 길가에서 안면이 있는 2차대, 여자 대원이 쉬고 있다. 등산로를 벗어나 함께 어울려, 맥주를 나눠 마시고, 과일로 간식을 즐기며 15분 동안 쉰다. 11시 20분 경, 배낭을 챙겨 다시 출발한다. 언덕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요소 요소에 선두대장이 달아 놓은 송암산악회 리본이 걸려 있다. 흰색 바탕에 붉은 글씨가 선명하여 눈에 잘 뜨인다.

 

11시 37분, 450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를 지나고, 11시 55분, 삼각점이<양주 465, 1985 재설> 박혀있는 390m봉에 선다. 비탈길을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 12시 6분 벗고개에 내려선다.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건너편 왼쪽 시멘트 옹벽 아래에 여자대원들이 쉬고 있다. 가슴 높이의 옹벽 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이들과 함께 쉰다. 2차대 여자대원이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서고, 이윽고 후미대장이 다른 여자 대원과 함께 도착한다.

<390m 봉 삼각점>

 

<벗고개>


 
여자대원 1명이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4명은 이 곳에서 탈출하겠다고 한다. 후미대장이 조치를 취하는 사이에, 나는 시멘트 옹벽에 올라서서, 배낭을 둘러멘 후 급경사 절개지를 오른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능선길로 변한다. 벗고개(220m)와 청계산 정상(858.4m)간의 고도차이는 630m가 넘는다. 산악회에서 보는 두 지점간의 거리는 약 3.4Km이고 이정표상의 거리는 5Km 정도라, 꽤 거리차이가 난다.

 

청계산 정상에 부착된 등산 안내도에는 이 구간의 산행 소요시간이 1시간 30분이라고 쓰여져 있다. 다소간의 짧은 오르내림은 있어도, 정상까지는 줄 곧 오르막이고, 경사가 급한 3곳에는 로프가 결려있다. 오름 길에 약한 내가 실제로 소요한 시간은 약 2시간이니, 이 구간에서 약 30분을 초과하고, 서후리에서 알탕을 하느라 20여분을 보내어, 결국 산악회 기준시간을 1시간이나 초과하게 된다.

 

비탈길을 천천히 오른다. 오후가 되어 간간이 햇빛이 비치나,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땅만 굽어보며 천천히 걷는다. 후미대장이 바싹 따라 붙는다. 후미대장에게 길을 내주며, 천천히 오르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일반 등산객들도 많이 다니는 길이라, 길이 뚜렷하여, 알바를 할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후미대장은 앞서서 휘적휘적 잘도 오른다.

 

12시 36분 이정표 <청계산 정상 4.5Km> 앞, 큰 소나무 아래에서 후미대장과 여자대원이 쉬고 있다. 걸음이 늦은 나는 쉬지 않고 계속 진행한다. 오름 길이 급해지고, 발걸음은 더욱 더 느려진다. 여자대원과 후미대장이 따라 붙는다. 길을 내주고, 천천히 뒤따라 오른다.

 

1시 18분, <청계산 정상 2.5Km> 이정표를 지난다. 앞에 남녀 두 사람이 힘겹게 오르고 있다. 이들이 쉬는 동안, 추월하여, 앞서 나간다. 오름 길이 더욱 더 가팔라진다. 너구리 길, 노루 길을 지나 <정상 0.5Km> 이정표를 통과하고, 암릉을 지나, 2시 11분, 너른 헬기장에 선다. 청계산 정상이다.

<이정표>

<노루길>

정상에는 후미대장과 여자대원이 과일을 들며 쉬고 있다. 남자 대원도 한 사람 정상에 남아 있다. 이들과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정상석과 등산 안내판이 보인다. 서쪽으로 지나온 능선 일부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일 뿐, 양수리 쪽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여자 대원이 먼저 하산을 하고, 나는 후미대장로 부터 주위 설명을 들으며 사진을 찍는다. 사방이 트였지만 안개로 시계는 극히 제한될 뿐이다. 아쉽다.

<청계산 정상>

 

2시30분 경, 후미를 기다리는 두 사람을 남겨 놓고, 먼저 하산한다. 급경사 암릉 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위험한 곳에는 밧줄이 걸려 있다. 경사진 정도가 반대쪽 보다 더 심한 것 같다. 경사가 심한 곳에는 역시 밧줄이 길게 매어져 있다. 2시 36분 여우 길을 지나고, 2시 50분, 길 위에 놓인 산악회 종이표지를 따라 왼쪽 길로 내려선다. 이어서 청솔모 길, 다람쥐 길을 지나, 3시 8분 된고개에 도착한다.

 

된고개에도 산악회 종이표지판이 길 위에 놓여 있다. 표지판 지시대로, 왼쪽으로 내려서서, 미끄러운 급사면을 달린다. 이윽고 임도가 나타나고, 왼쪽으로 물소리가 들린다. 임도는 개울을 건너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빽빽한 아름다운 숲을 지난다. 마을이 가까워지나 보다. 사슴 축사가 보이고, 대여섯 마리의 사슴들이 순한 눈을 들어, 지나치는 이방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사슴들>


임도가 끝나고, 시멘트 길이 시작된다. 3시 30분 경, 시멘트 길 못 미쳐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대원 한사람이 알탕을 마치고 옷을 챙기는 참이다. 가볍게 세수나 하려고 내려섰지만, 맑게 흐르는 계곡 물을 보고는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풍덩, 물 속으로 뛰어든다. 땀을 씻고, 땀에 젖은 옷을 몽땅 바꿔 입으니, 날아갈 듯 시원하다. 3시 50분 경 서둘러 배낭을 챙겨 메고, 시멘트 길을 내려선다. 뒤쪽 임도에 후미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서후리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집들이 팬션처럼 예쁘다. 뒤돌아 지나온 산을 둘러본다. 청계산이라고 생각되는 산을 카메라에 담고, 시멘트 길을 서둘러 내려온다. 길바닥에 <버스 500m>라는 종이표지가 돌에 눌려 있다. 이 산악회 선두대장은 뒤따르는 대원들을 위해 꽤나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4시 10분 경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벗어 놓고, 개울을 건너, 삼겹살을 굽고 있는, 남의 집 안마당으로 들어선다. 많은 대원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다. 선두로 하산했을 이양숙 회장 등 2차대 대원들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바람을 쏘이고 있다.

<서후리에서 본 기맥능선>

 

산악회에서 밥에, 국에, 김치, 상추, 깻잎, 풋고추, 마늘, 양념장 등을 준비하고, 마당 가운데에서는 삼겹살을 굽는다. 음식 맛이 아주 좋다. 소주잔이 교환되고, 산행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느낌이다. 식사가 모두 끝나고, 뒤처리를 마친 후, 버스는 4시 4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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