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1m봉을 내려서며 본 만대산
산행을 가이드 하는 산악회에게는 1년 중 3월, 4월이 가장 어려운 때라고 한다. 3월, 4월은 춘계 산불 경방기간이라 입산통제를 하는 산들이 많고, 또 해빙기라 오르막이나, 내리막 등산로가 몹시 미끄러워 위험하기 때문이다. 입산이 통제되는 지역으로 산행을 하려면 산불 감시원과 숨바꼭질을 하여야 하고, 이마저 불가능할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산행지를 변경해야 한다. 더욱이 해빙기에는 일반 등산객들이 산행을 꺼려, 참여자 수가 격감하고, 따라서 사업 수지를 맞추기도 무척 어렵다고 한다.
2006년 3월 11일(토)
송암 산악회에서는, 3월 들어 한강기맥 일정을 하루 늘려, 두 번째 토요일에도 산행을 하기로 한다. 이에 따라 오늘은 여덟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코스는 『소삼마치-741m봉-만대산(680m)-임도-응곡산(603m)-개고개-덕구산(665m)-장승재(391m)』로 마루금 도상거리 약 15.5Km에 들머리 약 1.5Km를 합치면, 총 17Km로, 비교적 긴 구간이다. 산악회가 예정하는 산행시간은 6시간이다.
지도에서 소삼마치에서 장승재 까지를 직선으로 그으면, 그 직선은 동북 방향을 가리키고, 산행은 횡성군에서 시작하여 홍천군에서 마치게 된다. 이 구간에서 가장 높은 산은 741.1m의 무명봉으로 고도차는 심하지 않으나, 고만 고만한 봉우리들을 수없이 넘어야 하고, 거리도 제법 있는 편이라 결코 쉬운 코스는 아니다.
바위구간도 보이지만, 대부분의 코스가 육산으로 참나무와 오래된 소나무 숲길이 아름답다. 햇볕이 잘 드는 지역인 모양이다. 아름드리 적송들이 잘 자라고 있고, 등산로 대부분은 이미 해빙이 되어 땅이 굳기 시작하지만, 그늘진 내리막에는 아직도 낙엽 아래, 얼음이 깔려있어, 대원들 대부분이 한 두 차례 엉덩방아를 찧고, 엉덩이가 흙투성이가 된다. 해빙기 산행에는 여벌바지를 꼭 가지고 다녀야하겠다. 비는 오지 않지만, 잔뜩 흐린 날씨라 조망은 전혀 즐기지 못하고, 그래서 전반적으로 산행속도가 비교적 빠른 편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21) 들머리 도착, 산행시작-(9:51) 소삼마치-(10:07) 능선-(10:06) 630m봉-(10:17) 암릉구간 시작-(10:29) 작은 봉우리- (10:46) 741.1m봉-(11:19) 721m 능선 분기봉, 왼쪽-(11:31) 만대산 정상-(11:55~12:05) 간식-(12:08) 먹방골 임도-(13:09) 능선 분기봉, 왼쪽-(13:26) 능선 분기봉, 오른쪽-(13:22) 응곡산-(13:42) 개고개-(13:47) 산불 감시탑-(14:11) 군부대 철책길-(14:23) 산불 감시초소-(14:26) 632.8m봉, 헬기장-(14:56) 덕구산-(15:05) 능선 분기봉, 좌측-(15:26) 연구소 갈림길-(15:50) 장승재』 들머리 30분, 마루금 산행 5시간 49분, 간식 10분, 총 6시간 29분이 걸린 산행이다.
지난해 8월 출정식 때에는 버스 2대를 동원했던 인원이 오늘은 26명뿐이다. 송 선배님과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편히 앉는다. 김영길 대원은 여전하지만, 심산대원은 다음 주 출발하는 에베레스트 원정 준비로 불참한다. 이번에는 5,000m 고도까지 올라 보겠다고 한다. 건투를 빈다.
잔뜩 흐린 날씨. 전국적으로 황사주의보가 발령된 음울한 봄 날씨다. 해는 보이지 않고, 차창 밖으로 보이는 남한강엔 안개가 자욱하다. 버스가 9시 21분, 지난번 하산하여, 식사를 하던 바로 그 장소에 도착하자, 대원들은 준비운동도 생략한 채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김 회장이 미리 산불감시원의 양해를 구했다고는 하지만, 재빨리 자리를 뜨는 것이 상책이겠다.
안개 자욱한 남한강
산행 시작
중앙고속도로 아래, 토끼 굴을 지나고, 비어 있는 별장 마당을 거쳐, 가파른 봉우리를 오른다. 지난번의 날머리 코스가 이번에는 그대로 들머리가 된다. 9시 51분, 소삼마치에 도착하여, 낙엽이 곱게 깔린 오른쪽 사면을 오르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가파른 사면을 올라 능선에 이르지만,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여전히 가파르다.
소삼마치에서 오른쪽 사면을 오르는 대원들
10시 6분, 630m봉에 도착한다. 봉우리 위에서, 먼저 올라온 송 선배님이 낙엽 위에 편히 앉아 쉬시며,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이처럼 중간 중간에서 기다리시며, 보조를 맞추어, 동행해 주신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몸에 밴, 선두 질 하는 버릇을 고치시려나 보다. 김영길 대원은 무릎이 아프다고 약을 먹으면서도 여전히 앞서 달려 보이지도 않는다.
630m봉의 송 선배
등산로는 비탈길을 내려서서 왼쪽으로 굽어진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우리가 가야할 741m봉이 보인다. 이윽고 암릉지대가 나타나며, 길은 오른쪽으로 굽어 떨어지더니, 낙엽이 깊게 쌓인 아름다운 능선길로 이어진다. 다시 작은 암릉길을 거치고, 이번에는 아름다운 송림을 지나, 작은 봉우리 위에 선다. 바람이 거센 지역인 모양이다. 낙엽이 모두 날려 바닥은 뻘건 흙이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떨어지더니 안부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가파르게 오른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741m봉
암릉지구 시작
10시 46분, 삼각점<홍천 307 1988제설>이 박혀 있는, 오늘의 최고봉, 741.1m의 무명봉에 오른다. 낙엽이 가득 쌓인 정상에는 고사목에 여러 종류의 산행리본들이 한 묶음 걸려있다. 사진을 찍고, 정상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서자, 나뭇가지 사이로 만대산이 보인다. 이윽고 내리막이 그치고 안부를 지나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겨우살이가 다닥다닥 붙은 고목이 신기하고, 등산로는 노송이 아름다운 작은 고개를 넘는다. 왼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이 아름답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만대산
겨우살이가 다닥다닥 붙은 고목
왼쪽으로 트인 조망, 멀리 보이는 산이 무슨 산인가?
암릉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우회로도 있지만, 무심코 암릉을 탄다. 북쪽 사면으로 이어진 암릉길은 얼음이 쌓여 몹시 미끄럽다.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암릉길이 이어지며, 바위 위에서 하늘을 향해 뻗은, 해묵은 노송이 아름답다. 길은 낙엽이 쌓인 안부를 지나, 송림이 우거진 오르막을 올라, 721m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낡은 송암 산악회 산행리본이 왼쪽 능선을 가리킨다.
암릉길
아름다운 송림길
721m 능선 분기봉
11시 31분 만대산 정상에 선다. 작고 초라한 정상이다. 한 옆, 나무 등걸에, 1,500개의 산을 단독 종주 중이라는, 안산시 김정길(金正吉)씨가 매어 놓은 비닐 표지판이 묶여있다. 이 표지마저 없었다면, 모르고 지나치기가 십상이겠다. 다시 낙엽과 송림길이 이어지며 고도를 낮춘다. 새벽 5시 반에 아침을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임도에서 점심을 먹자며, 송 선배님과 천천히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뒤 돌아보니 지나온 송림 숲이 아름답다.
만대산 정상
임도 직전, 낙엽이 쌓인 능선길 옆에서 김영길 대원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합석하여 자리를 잡고 앉는다. 송 선배님은 휴게소에서 아침을 했더니, 점심생각이 없다며 음료수만 드시고, 나는 칵테일을 한잔 마신 후, 점심으로 가져온 빵을 먹는다. 하산하면 밥을 주니, 빵으로 간식을 하는 거다.
점심을 마친 김영길씨가 먼저 출발을 하고, 송 선배님은 빵을 먹는 내 옆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다. 송 선배님은 내일 모래면 7순이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아직도 동심을 잃지 않은 분이다. 동지(冬至)가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번 산행 시, 나뭇가지를 유심히 살피던 선배님은 나뭇가지에는 벌써 봄이 오고 있다고 말씀하시더니, 오늘은 대간이나, 기맥의 마루금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씀하신다. 이런 분이니, 그 연세에도 정정하게 산을 타시나 보다.
10분 동안에 후딱 간식을 마치고, 12시 8분 임도로 내려선다. 속초리 먹방골과 횡성 좌운리를 연결하는 임도다. 길가에는 홍천군에서 세운 해묵은(98년 6월) "자연휴식년제 실시안내" 입간판이 서 있다. 한 무리의 대원들이 길가에 앉아 점심을 즐기고 있다.
먹방골 임도
휴식년제 안내판
맞은편 절개지를 타고 올라 산행을 계속한다. 울창한 송림 숲이 이어진다. 정면에 봉우리가 막아서고 등산로가 왼쪽 산 사면으로 이어진다. 무심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산 사면을 가로 지른 등산로는 왼쪽 능선으로 내려서고, 얼마 걷지 않아, 송 선배님이 길이 희미해진다며 이상하다고 한다. 되돌아 산봉우리에 올라서 봐도, 그 곳에도 다른 길은 없다.
울창한 송림
다시 능선길을 타고 내린다. 임도에서 점심을 하던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산사면 길을 지나 능선길을 내려온다. 앞서 걷던 송 선배님이 다시 걸음을 멈춘다. 우리가 가야하는 방향은 동북쪽인데, 지금 이 능선은 서쪽으로 흐르니, 알바가 틀림없다는 의견이다. 합류한 젊은 대원도 알바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지난번 산행 때부터 낮을 익힌 대원이다. 선배님과 같은 송 씨로 산행 스타일이 전혀 서둘지 않고 침착하다. 새롭게 좋은 동반자가 생겨, 앞으로의 산행이 더욱 즐겁겠다. 배낭을 벗어 놓고, 김 회장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는 불통이다.
한참을 망설이는데, 점심을 마친 김 회장과 후미일행이 주능선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쳐 현황을 알리니, 김 회장이 무조건 되돌아오라고 외친다. 온 길을 되돌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바른 길을 따라, 앞선 일행을 뒤 쫒는다. 약 15분 정도의 알바로 그친 것이 다행이다. 나중에 버스에서 지도로 확인해보니, 우리가 알바 했던 능선 길은 먹방으로 떨어지는 길이다.
평탄하던 낙엽길이 왼쪽으로 굽어지며 급경사 사면을 오른다. 오름길에 비교적 잘 손질된 무덤이 보이고, 등산로는 이윽고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응곡산이 보인다. 1시 9분 다시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1시 22분 삼각점이 있는 응곡산 정상에 오른다. <청일 315, 1989 복구> 정상에 섰지만 사방이 안개가 짙어 시계는 제로다.
오르막 사면의 묘
응곡산의 삼각점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거쳐, 다시 능선 분기봉에서,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달려 내려 울창한 송림을 지난다. 1시 42분 개고개에 내려선 후, 1시 48분 송림 속에 세워진 산불 감시탑을 지나고, 532m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다시 급경사 오름길이 이어진다. 너른 공지가 나타나고, 억새와 잡목이 무성하다. 왼쪽으로 희미하게 산이 보인다. 덕구산이라고 짐작한다.
개고개
산불 감시탑
덕구산인가?
군부대 철책길이 이어진다. 새로 설치한 듯, 말끔한 철책이다. 무단 촬영을 금한다는 팻말이 붙어 있다. 이윽고 철책은 왼쪽으로 굽어지고, 마루금은 오른쪽 산불 감시초소로 이어지더니, 2시 26분 헬기장인 632.8m에 이른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안개로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유감이다.
군부대 철책길
산불감시초소
632.8m봉, 헬기장
헬기장을 내려서서 잇달아 고만고만한 봉우리 3개를 지난 후, 2시 56분 덕구산 정상에 오른다. 안산시 김정길씨가 붙여 놓은 비닐 표지판이 있을 뿐 초라한 정상이다. 왼쪽 내리막으로 내려선다. 다시 능선 분기봉에 올라 왼쪽 급경사 비탈길을 달려, 사거리 안부에 도착한다. 오르막길로 이어지는 능선 길에서 보는 낙엽송 숲이 그림 같다. 새로 돋은 잎들인지 신록처럼 파릇파릇하다.
덕구산 정상
낙엽송 숲
15시 15분 홍천 중앙연구소 갈림길에 내려선다. 김 회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475m봉을 향한다. 뒤로는 나뭇가지사이로 덕구산이 보이고, 왼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봉우리를 지나 내리막길을 달린다. 저 아래로 도로가 보이고, 왼쪽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서 직진하니, 사유지 철책이 앞을 가로 막는다. 철책을 끼고, 왼쪽으로 얼어붙은 급경사 비탈길 을 미끄러져, 3시 50분 장승재에 내려선다.
얼어붙은 급경사 절개지를 뒷걸음 쳐 내려서는 대원
장승재
도로를 따라 횡성 쪽으로 걸어서, 도로변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좌운리 슈퍼 앞에 도착하고, 먼저 내려온 대원들과 합류하여, 산악회가 제공하는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어느 대원이 보시한 누릉지 막걸리 맛이 독특하다. 4시 5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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