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바위에서 본 운무산 방향의 조망
송암 산악회에서는 춘계 경방기간 입산통제로 두 달 가까이 중단했던 한강기맥 종주산행을 이달부터 재개한다. 고마운 일이다. 어떤 이유이건 한번 중단된 산행은 다시 재개되는 경우가 극히 드믄 일이라, '또 중도하차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단념한 상태였는데, 산행을 다시 재개한다니, 어찌 반갑고, 고맙지 않겠는가? 이제 남은 구간은 6구간, 송암에서 충실히 가이드해 주리라 믿는다.
2006년 5월27일(토).
전국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돌풍마저 불거라는 예보다. 우중산행 채비를 완벽하게 갖추고, 오랜만에 랜턴도 점검하여 준비한 후, 대문을 나선다. 하늘은 온통 낮은 구름으로 덮여 있지만, 새벽에 내리던 비는 지금은 그쳐있다.
오늘산행 코스는 『먼드래재-운무산-원넘이재-덕고산』까지 마루금을 타고, 덕고산에서 남서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내려서서 봉복사에 이르고, 시멘트 포장도로를 걸어, 버스가 기다리는 신대리에 도착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3.4Km, 날머리 약 4.5Km이다. 본래 이구간은 덕고산을 지나, 구목령까지를 한 구간으로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럴 경우 마루금 도상거리가 16.6Km나 되고, 마루금을 걷는 시간만도 10시간 이상 소요됨으로, 당일 산행으로는 무리라, 덕고산에서 하산하도록 한 것이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거치고, 팔당대교를 건너는데도, 버스 안은 썰렁하다. 두 달 동안 산행이 중단됐던 점, 비가 온다는 예보, 어려운 산행 코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참여하는 대원들 수가 격감한 모양이다.
버스는 대원들 아침식사를 위해 용문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려서니, 비바람이 제법 거세다. 버스는 다시 출발하고, 버스 안에서 우중산행 준비를 한다. 스패츠를 착용하고, 방수재킷을 입는다. 마지막으로 배낭커버도 씌워 놓는다. 버스는 6번 국도를 버리고, 19번 국도로 들어선다.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19번 국도를 달리는 차창 오른쪽으로는 지나온 한강기맥의 연봉들이 뚜렷이 보이고, 도로에는 비온 흔적이 전혀 없다.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고, 대기는 투명하여 시계마저 좋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산행하기에는 더할 수 없이 좋은 날씨다. 9시 50분 경, 버스는 먼드래재에 접근하여 대원들을 도로 변에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0) 버스 도착-(9:52) 산행시작-(10:10) 610m봉-(10:33) 717.6m봉-(10:44) 이정표<운무봉 2.1Km, 3시간 30분>-(11:01) 790m 암봉-(11:16) 이정표<현고도 806m, 운무산 1.88Km, 능현 4거리 1,2Km>-(11:33) 전망바위-(11:42) 이정표<현고도 869m>-(12:06) 헬기장-(12:13) 이정표<운무봉 0.4Km)-(12:28) 치마바위 갈림길 이정표<운무봉 0.2Km>-(12:37~13:11) 운무산 정상, 식사-(13:32) 송암 갈림길 이정표<864m>-(13:52) 원넘이재-(14:10) 777m봉-(14:32) 안부 이정표<운무산 정상 1.0Km>-(15:16) 능선 분기봉-((15:54) 1031m봉-(16:23) 1095m봉-(16;59) 1073m봉-(17;14~17;25) 덕고산-(18:09) 첫 번째 헬기장-(18:24) 두 번째 헬기장-(18;56) 봉복사-(19:00) 버스』 중식시간 35분 포함, 총 9시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먼드래재는 횡성군과 홍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9시 52분, 먼드래재 표지판이 세워진 고개 마루턱에서 횡선군 쪽으로 10여 미터 내려선 지점에서 동남쪽으로 시멘트 옹벽을 넘어, 절개지를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낮게 드리워진 하늘, 투명한 대기 속에서 5월의 푸르름이 한층 강렬하다. 가파른 산 사면을 5분 쯤 오르니, 경사가 완만해 지며, 10시 경에 능선에 오른다.
청일면 표지가 보이는 이 지점에서 길 건너 왼쪽 사면을 오르며 산행 시작
푸른 참나무 숲속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는 동남 방향으로 흐른다. 푸른 숲속에 붉은색, 노란색 산행리본들이 눈에 들어온다. 610m봉이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거쳐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오른쪽 숲에 하얀 꽃을 가득 피운 나무가 보인다. 찔레꽃인 모양이다. 아름다운 숲길이다. 딱총새라 했던가? 우는 소리가 "홀딱 벗고, 홀딱 벗고." 한다더니, 과연 그렇게 들린다.
찔레꽃
항산 구름과 안개가 걸쳐 있는 것 같다는 운무산(雲霧山-980.3m)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바위와 암릉, 그리고 이와 어울러 진 노송이 아름답고, 진달래와 철쭉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명산이다. 따라서 많은 등산객들이 찾게 되니, 등산로가 분명하고, 거의 100m 간격으로 산행리본들이 걸려있다.
갈림길에서 어김없이 방향을 잡아주는 산행리본들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고, 능선 분기봉인 710m봉에 이르러, 산행리본이 인도하는 왼쪽 길로 들어서서 717.6m봉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참나무 숲길을 지나, 안부에 이르니, 새집을 이고 있는 이정표가 서 있다. <운무봉 2.1Km, 3시간 30분 소요>. 2.1Km에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니, 겁주는 이정표다. 나중에 체크해 보니 실제로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50분 정도다.
겁주는 이정표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정면에 보이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오른다. 소나무 한그루가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의연히 서 있다. 암봉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좋다. 왼쪽(새대기방향)으로 마을들이 그림 같고, 정면(동쪽방향)으로 운무산이 가깝다. 서쪽으로 860m봉 오른쪽으로, 지나온 한강기맥의 마루금이 달리고 있다.
세대기 방향의 조망
서쪽, 지나온 한강기맥 마루금
주위를 조망하며 사진을 찍고 약 5분 정도 휴식을 취한 후, 오른쪽 내리막 길로 내려서는데, 후미대장과 후미일행이 봉우리를 거쳐 뒤 따라 내려온다. 전면에 거대한 암봉이 막아서고, 등산로는 밧줄이 늘어진 오른쪽 우회로로 이어진다. 암봉을 우회하여 능현 갈림길 안부에 이르니, 황소가 안내하는 이정표가 서 있다 <하산길 다락골까지 3Km, 하산길 능현 4거리까지 1,2Km> 여기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운무산 980m, 총 산행거리 6.4Km, △등산 1.88Km, ▽하산 4.52Km, ? 현재 하산위치 4.52Km 중 2.18Km, 고도 806m> 현재위치의 고도가 806m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이외의 설명은 이해를 못하겠다. 아마도 이 이정표를 만든 사람은 IQ가 비상하게 높던가, 아니면 IQ 미달이거나, 둘 중에 하나 일 것이다.
능현 삼거리 안부에 세워 진 황소 이정표 - 난해하다.
안부를 지나, 밧줄이 늘어진,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다시 능선에 선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이어지는데, 반대 쪽 숲속에서 인기척이 난다. 호기심 때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숲을 지나니, 너른 바위전망대 위에서 대원 세 사람이 간식을 들면서, 사방이 트인 주위 조망을 즐기고 있다. 기막힌 조망이다. 눈앞에 운무산이 보이고, 상곡 저수지 방향의 계곡이 그림같이 펼쳐져 있다. 북으로는 수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당겨찍은 운무산
상곡저수지 방향조망
북쪽방향 조망
되돌아 능선 길로 내려선다. 최후미로 쳐진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천천히 능선을 향해 다가온다. 뒤에 좋은 전망 바위가 있다고 알려주고, 서둘러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11시 42분, 또 다시 황소 이정표가 서있는 869m봉을 지난다. 현재 하산위치 4.52Km 중 1.56Km라고 표기 된 것을 보면 앞의 이정표에서부터 0.72Km 떨어진 곳임을 알 수 있겠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크게 돌아 동쪽을 향해, 완만한 날등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지나온 암봉들이 절벽을 이루고 도열한 모습이 보인다. 장관이다. 길가에서 후미대장이 대원 한 사람과 이런 조망을 즐기며, 쉬고 있다. 사진을 찍어 주고, 앞서 나간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12시 6분, 조망이 좋은 너른 헬기장(875m)에 이른다. 바로 눈앞에 운무산이 버티고 있고, 남쪽으로 멀리 봉복산이 보인다. 서쪽으로는 지나온 869m과 한강기맥의 능선이 뚜렷하다. 사진을 찍고 주위를 돌아보는 사이에 후미일행이 모두 도착한다.
지나온 암릉들
눈앞의 운무산
서북방향 조망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삼근암 계곡으로 떨어진다. 우리는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린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서 운무산 정상을 향한다. 철 늦은 철쭉들을 보면서 안부에 이르니 새장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이정표가 서 있다. <운무봉 0.4Km, 30분 소요> 능선길이 급해진다. 암릉길을 타고 바위능선 마루턱에 이르니, 또 다시 새장 이정표가 서 있다, <운무봉 0.2Km, 10분 소요, 치마바위 0.6Km, 15분 소요>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꺾여 작은 암봉을 넘어 안부로 이어진다. 길가에 붉은 꽃을 단 싸리나무가 아름답다. 12시 37분 운무산 정상에 오른다.
치마바위 갈림길 새장 이정표
길가의 싸리꽃
좁은 운무산 정상에는 "내촌방향 하산길 4.2Km"를 알리는 황소 이정표와 "운무산에 오심을 환영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힌 새장 정상목이 세워져 있고, 삼각점이 보인다. <청일 221, 1989복구> 역시 전망이 뛰어나다. 남동쪽으로 덕고산이 구름에 가려 있고, 그 오른쪽에 봉복산이 부드러운 모양을 하고 누워 있다.
운무산 정상의 황소 이정표
구름에 가린 덕고산(좌)과 오른쪽의 봉복산
정상에서 본 서쪽 조망,
햇볕이 밝게 비치는 운무산 정상에서 후미 8명이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여러 사람들이 배낭에서 풀어 놓는 먹거리가 다양하고 풍성하다. 약 35분간 여유있게 점심을 즐긴 대원들은 1시 11분경 하산을 시작한다. 밧줄이 늘어져 있는 가파른 하산길이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에서, 뒤돌아 운무산을 바라보고, 암봉 위 멋진 소나무 아래에서 덕고산을 바라보지만 정상부분은 여전히 구름에 가려있다. 봉복산이 가까이 보인다.
뒤돌아 본 운무산
암봉 위의 멋진 소나무
구름에 가린 덕고산
당겨 찍은 봉복산
1시 32분, 고도 864m를 알리는 황소 이정표 앞에 선다. 옆에 송암(松巖) 방향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하지만 누군가가 표지판을 비틀어 놓아, 화살표는 오른쪽 하산길을 가르치고 있다. 직진하여 날등을 넘어서서 송암에 이른다. 바위 위에 오르니 왼쪽으로 삼년대 저수지가 내려다보인다. 기념사진을 찍고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 송암 표지판을 바로 잡아 놓고, 오른쪽 가파른 길을 내려서서 하산을 계속한다.
황소 이정표와 송암 표지판
송암
삼년대 저수지 방향의 조망
1시 52분, 고도 687m인 십자로 안부에 내려선다. 원넘이재다. 황소 이정표가 서 있다. 왼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돌이 많은 급경사 오르막길이 미끄럽다. 이런 급경사 오르막이 10여분 이상 계속된다. 된비알이다. 이윽고 능선에 오르자, 등산로는 왼쪽으로 이어진다.
원넘이재의 황소 이정표
길이 험하고, 업 다운이 심해 힘이 들어서인지, 일반 등산객들이 자주 지난 흔적도 보이지 않고, 산행리본도 드물게 걸려 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잇달아 넘고, 능선이 분기되는 곳에서는 지도를 꺼내 방향을 확인한다. 2시 10분 777m봉을 지나고, 10여분 쯤 더 나가니 거대한 암봉이 앞을 막아선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10여 미터 우회하더니, 다시 오른쪽으로 돌아, 희미한 길을 따라 안부에 이른다. 안부에 이정표가 서 있다. <운무산 정상 0.7Km, 삼년대(저수지) 1.8Km>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10여 미터 이어지는 우회길
안부를 지나 능선분기봉에 이른다. 왼쪽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좁은 등산로를 타고 내린다. 낙엽이 발목까지 덮인다. 점심을 같이 했던 후미그룹 중에서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치고 나아가 앞에 섰고, 나머지 대원 5명은 뒤에 쳐져, 혼자서 낙엽이 두텁게 쌓인 내리막길을 치고 달린다. 2시 32분 너른 안부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있다. <운무산 정상 1,0Km, 황장곡 1.0Km, 삼년대(저수지) 1.5Km> 땅바닥에는 직진하라는 산악회 종이 표지판이 놓여있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차례 넘고, 암봉들을 우회하느라, 1Km를 진행하는데, 1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안부의 이정표
급경사 오름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단풍나무 길을 지난다. 길가에 뿌리 채 뽑혀 넘어진 커다란 나무들이 여기 저기 보인다. 숲은 점점 깊어지고, 호젓한 산길을 혼자 걷자니, 산짐승이라도 뛰어 나올까 겁이 난다. 배낭 멜빵에 달아 매 놓은 호각을 확인인해 본다. 3시 16분 능선 분기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 닫는다. 키 작은 산죽길이 이어진다. 길섶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길이 점점 희미해진다.
뿌리 채 뽑혀 넘어진 거목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봉우리를 넘고, 다시 산죽이 보이는 안부를 지나, 3시 54분 봉우리에 오르니 갈림길이 나타난다. 1,031m 봉이다. 오른쪽은 봉복산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마루금은 왼쪽 길이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에 커다란 바위가 막아서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하늘에는 비구름이 낮게 깔리고, 빗방울이 후둑 후둑 떨어진다. 왼쪽으로 흐드러지게 핀 철쭉 군락지를 지나, 4시 23분 1095m봉에 오른다. 황소 이정표가 서 있고 삼각점이 박혀있다. <청일 426, 1989 재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6시간이 넘었다, 간간히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덕고산 방향의 표지판을 따라 발길을 재촉한다. 왼쪽으로 하산하는 길은 신대리로 이어진다.
1095m봉의 황소 이정표
암릉길이 이어지고, 등산로는 암봉을 우회하여 오른쪽으로 굽어진다. 암봉으로 바로 오른 발자국이 희미하게 보인다. 우회로를 버리고 암봉을 향해 오른다. 발 딛을 곳, 손잡을 곳이 확실하여 위험하지는 않다. 암봉을 넘어 등산로로 내려서니 갈림길, 짖은 안개 속에서, 앞장 서 나아갔던 젊은 대원이 나뭇가지에 배낭을 걸어 놓고, 기다리고 있다. 갈림길이니, 후미를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다.
안개 속에 걸린 배낭
이제 덕고산이 지척이고, 오른쪽 길은 신대리로 하산하는 길일 터이니, 후미일행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이르고, 가파른 오름길을 천천히 올라, 5시 14분 너른 덕고산 정상에 이른다. "덕고산 1125m" 라는 토요 산우회 팻말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7시간 22분이 걸렸다. 배낭을 벗어, 방수재킷을 꺼내 입고, 물을 마시며, 젊은 대원을 기다린다.
덕고산 정상
이윽고 안개 속에서 젊은 대원이 모습을 나타낸다. 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함께 잠시 쉰 후, 5시 25분 경, 젊은 대원이 앞장을 서서 오른쪽 내리막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나는 당초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참고하여, 덕고산까지의 산행시간을 7시간으로 보았었는데 20여분을 초과한 셈이다. 이제 하산시간을 1시간 정도로 보면, 총 8시간 30분이 소요될 것으로 계산해 본다. 산악회에서 제시한 후미기준 6시간을 많이 초과했지만, 몸도 지치고, 다리도 피곤한 상태에서 무리를 하면 자칫 부상을 당할 위험이 크다.
내 페이스대로 서둘지 않고 하산길을 달린다. 체력이 좋은 젊은 대원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하산길이라고 하지만 능선길이라 작은 고개를 수 없이 넘어야하는 지루한 내리막길이다. 울창한 숲속은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저 앞에 푸른 비옷을 걸친 사람이 서 있다. 젊은 대원도 아닌데, 누굴까? 다가가보니 김 대장이다. 하산이 늦어져,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후미 일행이 뒤에 남았다고 하니까, 무전기를 갖고 있는 후미대장과 교신하여, 1073m봉에서 모두 탈출을 시켰다고 한다.
앞장서서 달리는 김 대장을 따라, 속도를 내어 따라 붙는다. 6시 9분 첫 번째 헬기장에 이른다. 어느 새 비는 멎었다. 왼쪽 태기산 방향의 산들이 구름을 이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영춘지맥의 다음 번 산행구간이 태기산이라, 무심히 지나칠 수 없어 구름에 덮인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 김 대장 뒤를 서둘러 쫓아 내린다.
태기산 방향의 조망
6시 24분 두 번째 헬기장에 이른다. 비옷을 벗은 김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봉복산이 바로 눈앞에 있고 태기산 끝자락이 보인다. 다시 김 대장을 따라 달린다. 무척 빠르다. 어둑한 내리막 숲길에서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휘청 몸의 균형을 잃는다. 스틱으로 버텨, 겨우 구르기는 면했지만, 정신이 번쩍 든다. 달리는 속도를 줄여, 내 페이스를 찾는다.
가까이 보이는 봉복산
봉복사
고도가 낮아지면서 갈림길이 많아진다. 어려운 갈림길에서는 영락없이 김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6시 56분 봉복사에 이르고, 시멘트 길을 한참 따라내려 7시경, 길가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한창 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 틈에 끼어, 소주를 반주로 미역국에 말은 밥으로 식사를 한다. 얼추 식사를 끝내고, 냇가로 내려가 땀에 흠뻑 젖은 상의를 갈아입으니, 몸이 가벼워지고, 피로가 한결 풀리는 기분이다. 버스는 7시 33분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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