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5m봉을 내려오다 전망대에서 본 수리봉
1. 산행일 : 2006년 3월 25일(토)
2. 위치 : 강원도 홍성군 동면, 서석면, 횡성군 청일면
2. 가이더 및 참여 인원 : 송암 산악회, 29명
3. 도상거리 : 16.8Km
4. 날씨 : 맑음, 산행 현장에는 남풍이 강하게 붐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45) 산행시작-(10:05) 능선분기, 좌-(10:20) 629m봉-(10:32) 임도 사거리-(11:44) 대학산-(12;07) 개고개 안부- (12:23) 808m봉-(12:50) 838m봉(H)-(13:05~13:25) 961m봉, 간식 및 휴식-(13:52) 935.1m봉-(14:20) 922m봉-(14;40) 878m봉-(15:18) 948m봉-(15:37) 수리봉-(16:26) 782m봉-(16;55) 여목재-(17:29) 705m봉-(18:14) 568.6m봉-(18:23) 먼드래재』, 간식시간 20분포함, 총 8시간 38분이 소요 된 산행이다.
산악회에서는 한강기맥 전체를 16구간으로 나누었으니, 오늘의 9번째 산행으로 그 절반을 넘어선다. 거리로는 약 105Km 정도를 걸어, 총거리 163Km의 65%에 달한다는 계산이지만, 산행의 난이도에서는 앞으로는 이제까지와는 많이 달라진다.
고도가 1,000m를 상회하고, 업 다운도 많아져, 체력소모가 심하고, 산행시간이 길어진다. 산악회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구간거리 조정으로 해소하려고 시도하지만, 오지의 차량 접근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산행거리도 길어지는 곳이 생기게 된다.
장승재에서 맨드래재까지의 구간이 그런 예 중에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최고봉인 수리봉이 959.6m이고, 이 구간의 도상거리는 16.8Km에 달한다. 백두대간 할 때의 시간계산 방법대로 도상거리를 2.5로 나누고, 중식 시간 30분을 더하여, 목표 산행시간을 7시간 30분으로 정해보지만, 실제 산행시간은 8시간 36분이나 걸린다. 백두대간에서는 통했던 계산법이 이곳에서는 통하지가 않는다. 그 만큼 코스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오지(奧地)인데다, 주변에 두드러진 명산이 없어, 기맥을 하는 산꾼들 외에는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이정표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비교적 등산로가 뚜렷하고, 산행리본들이 부착돼 있어, 알바를 할 위험은 크지가 않다.
급경사 사면이 여러 곳에 있다. 양지 바른 곳은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 미끄럽고, 북쪽 그늘진 사면에는 얼음이 녹지를 않아, 오를 때는 네발로 기어올라야하고, 내려 울 때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 빽빽한 참나무들이 시야를 막아, 조망도 별로다. 아마 오늘 오르내린 큰 봉우리, 작은 봉우리들을 모두 합치면 30개가 넘는 듯을 싶다.
<상세 후기> .
산악회에서는 경방기간이라 선두대장이 미리 산행 들머리에 가서, 확인하는 등, 산불 감시요원에 대해 무척 신경을 쓴다. 다행히 감시요원이 길목을 지키지 않는 모양이다. 버스가 장승재에 도착하자, 9시 45분 경, 대원들은 오른쪽 통신탑을 지나 서둘러 등산로로 진입한다. 오른쪽으로 쌍무덤이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묘 1기를 지나친다.
산행시작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지고, 9시 54분 능선에 오른다. 울창한 참나무 숲길이다. 10시 5분, 능선 분기봉에서 마루금은 왼쪽으로 굽어져, 여전히 오름세로 이어진다. 날씨는 맑고, 따듯하다. 오른쪽 골짜기에 생강나무들이 노란 꽃을 달고 있는 것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땀이 나기 시작하여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긴다.
참나무 숲길
10시 20분, 629m 능선 분기봉에 오르고, 등산로는 오른 쪽으로 굽어진다. 이후 수리봉까지는 거의 정동 방향으로 진행하게 된다. 자그마한 봉우리가 앞을 막는다. 등산로는 왼쪽 사면으로 봉우리를 우회한다. 특별히 우회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데, 우회하는 것은 앞으로 무수하게 넘어야하는 봉우리들을 생각하여 체력을 아끼라는 뜻인 듯싶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대학산이 보인다.
629m봉
우회로
10시 33분, 넓은 임도 4거리로 내려선다. 김 회장이, 기맥을 하지 않는 일반 회원 5~6명을 인솔하고, 마루금을 피해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급경사 오르막이다. 그늘진 곳이라, 얼어붙은 사면에 대원들이 줄줄이 매달려 있다. 한사람이라도 발이 미끄러지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 집단으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이다. 산행할 때는 취소한 앞사람과 2m 이상 거리를 두고, 진행하여야 한다는 점을, 산악회가, 대원들에게 주지시켜주면 좋겠다.
임도 4거리, 마루금은 오른쪽 절개지로 이어진다.
얼어붙은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대원들이 오르기를 기다리며, 주위를 살핀다. 북으로, 몰골 쪽 방향의 조망이 아름답고, 임도에 서서, 서남 방향을 바라보는 대원의 모습이 여유롭다. 얼어붙은 급경사 사면을 오른다. 처음에는 발 놓을 곳을 확실히 하고 스틱으로 균형을 유지하며, 제법 자세를 갖추고 오르지만, 나머지 1/3부터, 경사가 더욱 가팔라지자, 할 수 없이 손발을 모두 써서, 볼품없는 모양새로 기어오른다.
임도에서 본 북쪽 조망
4거리에서 서남 방향을 조망하는 대원
어렵게 능선에 올라, 10여분 정도 진행을 하니 아름다운 송림이 이어지고, 남쪽에서 세찬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중국식 과장법을 빌린다면, "황소라도 날려 보릴 것 같은 기세다." 남풍이라, 바람이 차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바람 속을 헤치고 진행하려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름다운 송림길
자그마한 봉우리를 오르면서 왼쪽으로 공작산을 본다. 10시 28분, 대학산 직전의 무명봉에 오르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암릉길을 지나, 10시 44분 대학산 정상에 선다. 비교적 너른 공지에 삼각점이 있고, <청일 410, 2005. 재설>, 누군가가 근처의 산행리본들을 모아, 리본 다발을 만들어, 참나무 등걸에 묶어 놓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발교산(998.4m)이 보일 뿐 조망은 별로다.
왼쪽으로 보이는 공작산
무명봉 위의 대원들
대학산 정산의 산행리본 묶음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내려, 20여분 후, 몰골과 가래골을 이어주는 개고개 안부에 도착한다. 오른 쪽으로 멀리 발교산이 보인다. 오르막길을 오른다. 왼쪽으로 새잎이 돋아나는 낙엽송 숲이 아름답다. 12시 23분 808m봉에 올라 지나온 대학산을 뒤돌아본다.
아름다운 낙엽송 숲
808m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곧바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등산로 주변에 자연사한 커다란 참나무가 누어있다. 12시 38분 능선 분기점에 서서, 뒤돌아 대학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12시43분 835m을 지나서, 12시 50분 헬기장이 있는 838m봉에 오른다. 정면으로 보이는 961m봉이 아름답다.
수명을 다한 참나무
뒤돌아 본 대학산
헬기장에서 본 961m봉
연달아 이어지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보니, 배도 고프고, 다리도 무겁다, 1시 5분, 961m봉에 올라, 바람을 피해 북쪽 사면에 자리를 잡고, 빵으로 간식을 하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취하면서 지도를 꺼내본다. 이미 3시간을 넘게 걸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특히 수리봉까지는 10여개 가까운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넘어야 한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완주를 하려면 체력 배분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20여분 휴식을 취한 후 오른쪽 비탈길을 내려선다. 1시 40분, 오른쪽에 출입금지 팻말이 바람에 나부끼는 안부를 지나, 1시 52분 935.1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다.<청일 413, 2005. 복구>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오르막을 올라 진달래 군락지를 지난다. 나뭇가지들이 완연히 회색빛을 띄고, 작은 봉우리들을 달고 있다. 이어서 해묵은 참나무 숲을 지나 2시 20분 922m봉에 오른다.
출입통제 팻말이 걸려 있는 안부
해묵은 참나무 숲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내려, 4시 40분, 878m봉에 오르니, 정면으로 수리봉이 처음으로 모습을 보인다.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2시 55분 안부를 지나, 3시 18분 948m봉에 선다. 바로 눈앞에 수리봉이 다가선다.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보니, 연이은 봉우리들이 톱날 같이 서 있다.
모습을 보인 수리봉
지나온 톱날 능선
3시 37분 수리봉 정상(959.6m)에 선다. 삼각점이 박혀있을 뿐 역시 별다른 표식이 없다. <청일 305, 2005 재설> 동쪽으로 멀리 홍천군 서석면이 내려다보이고, 남서쪽으로 발교산이 눈에 들어오지만,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은 깨끗하지가 않다.
수리봉 정상의 삼각점
수리봉 정상의 대원
수리봉에서 본 발교산
수리봉을 내려선다. 급경사 암릉길이 미끄럽다. 능선 분기점에서 왼쪽으로 돌아 다시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안부에 내려서기까지 10분이나 소요된다. 좁은 날등이 이어진다, 칼날 능선을 지나며, 뒤돌아 톱날 같은 능선과 수리봉을 본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불러댄다.
뒤돌아 본 수리봉
4시 26분 782m봉에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급히 꺾어지며, 부드러운 내리막 능선으로 이어진다. 뒤돌아 보이는 수리봉이 아름답다. 4시 55분 여무재에 도착하니, 김 회장이 한 무리의 대원들을 왼쪽 복전치 쪽으로 탈출을 시키고 있다. 산행을 시작한지 벌써 7시간이 지난 시각이다.
여무재에서 탈출하는 대원들
여기서 탈출을 하면, 다음에 땜방하기가 고약하다. 김 회장은 선두가 방금 버스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앞으로 1시간 30분 정도 더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먼저 705봉으로 오르라고 한다. 김 회장은 최후미로 따라오는 2 사람을 탈출 시키고 뒤따라오겠다고 한다. 고맙다.
오늘 산행에서 최대의 난코스라는 705m을 향해 오른다. 5시 10분 경,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다음 구간의 운무산이 깨끗한 모습을 보이고, 복전치 방향이 내려다보인다. 이들을 카메라에 담는데, 젊은 대원 한 사람이 지나쳐오른다. 이윽고 김 회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 온다. 김 회장에게 길을 내 주고, 최후미로 쳐져서,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705m봉 오르다 본 운무산
복전치 방향 조망
705m봉을 앞에 두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우회한다. 얼음이 깔린 미끄러운 길이다, 자칫 미끄러지면, 저 아래 골짜기로 구를 판이다. 게걸음으로 조심조심 미끄러운 사면을 지나, 우뚝 솟은 암봉 사이로 이어지는 가파른 빙벽 길을 네발로 기어오른다.
암봉 사이 빙판길로 이어지는 등산로
5시 38분 안부에 오른다. 서쪽으로 수리봉의 날카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능선이 남북으로 갈린다. 북쪽으로 산행리본이 펄럭이고, 남쪽 낙엽이 쌓인 능선 쪽으로도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보인다. 아마도 705m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인 모양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최후미로 쳐져있지만, 정상의 조망을 지나치기가 아쉬워 남쪽 능선에 올라 본다. 하지만 조망은 별로다.
안부에서 본 수리봉
안부에서 뒤돌아 본 암봉
다시 안부로 내려와 북쪽 능선을 타고 내린다. 5시 34분 전망바위에 선다. 19번 국도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운무산이 조망된다. 뒤돌아 서쪽을 보니, 수리봉이 깨끗한 모습으로 서있다. 아름답다. 저 아래에서 김 회장이 소리친다. 내리막길이 위험하니 조심해서 내려오라는 이야기다.
전망바위에서 본 운무산 방향 조망
급경사 빙판 길을 내려선다. 무용지물이 된 스틱을 손목에 걸고, 나뭇가지를 휘여 잡으며, 미끄러져 내린다. 마땅히 잡을 나무도 없는 곳은 얼음위에 주저앉아, 튀어나온 돌을 골라, 발을 교대로 붙이며, 위태롭게 내려선다. 만약 발을 붙인 돌이 빠져, 구르기라도 하면, 만사는 끝이다. 조심조심 위험지역을 벗어난다.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안부에 내려서니 길이 편해진다. 눈앞에 마지막 봉우리인 569m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통신탑이 내려다보인다. 작은 봉우리 2~3개를 넘어, 6시 14분 569m봉에 서서, 길게 뻗은 19번 도로를 카메라에 담고, 오른쪽 비탈길을 달린다. 왼쪽 저 아래 대기 중인 버스가 보이고, 오른 쪽으로는 위태롭게 내려선 705m봉이 석양 속에서 검은 모습으로 솟아 있고, 그 뒤로 발교산 능선이 아름답다.
내려다보이는 통신탑
19번 국도
705m봉(좌)와 발교산
먼드래재
6시 22분 경 도로에 내려서니, 김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1분 후 버스에 도착하여,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버스에 오른다. 6시 45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토요일이라 서울로 진입하는 6번 도로가 많이 막힌다. 9시가 다 되어, 송 선배님 그리고 젊은 송 대원과 함께 강동역에서 내려, 호프집을 찾아 들어선다. 송 선배님은 기분이 아주 좋으신 모양이다. 송 선배님은 오늘의 산행을 다음과 같이 촌평한다.
"60이 훨씬 넘어 8시간 이상, 산행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이 나이에 8시간씩 산행을 한다는 것은 역시 무리가 아닌가?"
(2006. 3. 26.)
* 사진의 일시 표기에 착오가 있음, 3월이 2월로 표기되고, 시간도 1시간1분이 늦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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