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기맥은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르는 산줄기다.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에서 서남쪽으로 뻗은 마루금은 상왕봉, 오대산 비로봉을 넘어, 호령봉, 계방산을 지나고, 운두령과 비슬고개를 넘어, 용문산과 백운봉을 오른 후, 유명산과 청계산을 거쳐, 두물머리에서 그 맥을 다한다. 도상거리로 약 163Km에 달한다고 한다. 2000년 동국대 산악부에서 처음 답사하여 두로지능이라 명명하고, 세상에 알려졌다고 하나, 그 명칭에 대하는 이후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다.

 

북한강과 남한강은 합쳐져서, 팔당을 지나 한강으로 유입된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合水)되는 양수 5리, 두물머리에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서 있고, 그 주위를 쉼터로 개발하여, 황포돛배를 띄우고, MBC 드라마 허준 촬영 시 사용했던 나룻배들을 모아 놓고, 산책로를 만들어 청사초롱을 걸어놨다. 그 곳에서 보는 강과 주위의 산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두물머리의 황포돗배>

<느티나무>

<남한강 끝자락>

송암산악회에서는 한강기맥을 16구간으로 나누어 월 1회 산행키로 한다. 보통은 10구간 정도로 나누어 당일산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송암에서는 좀 더 여유 있게 구간을 나누어, 마루금 기준, 평균 10Km 정도를 한 구간으로 삼는다. 2005년 8월 27일 시작하여, 2006년 11월 25일 끝낼 예정이다.

 

2005년 8월 27일(토).
처음으로 송암산악회에 참여한다. 6시 50분 경, 선능역 1번 출구를 빠져나오니 산악회 전세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선능역을 출발하여, 마지막 경유지, 상일동에 도착하자, 버스에는 한자리의 공석도 없이 모든 자리가 다 차 버린다. 여름철 비수기에 놀랄 정도의 성황(盛況)이다. 송암산악회에는 뭔가 손님을 끄는 비결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양수역-양서고교-능선분기점-벗고개-청계산-된고개』까지 약 14.7Km의 마루금을 걷고, 서후리로 하산한다. 된고개에서 서후리까지는 약 2.5Km라고 한다. 산악회가 기준으로 하는 산행시간은 약 6시간이다.

 

실제 산행 기록은 아래와 같다.
『(8:26) 체육공원 도착, 산행준비 및 체조-(8:36) 공원 출발-(8:45) 양수역 도착-(8:49) 양서고등학교-(8:56) 363번 도로- (9:09) 산불 감시초소- (9:24) 허씨 합장묘- (9:41) 나무의자 있는 쉼터-(9:46) 사거리- (10:10) 진고개- (10:46) 330m봉 -(11:05~11:20) 휴식-(11:55) 390m봉- (12:06~12:08) 벗고개-(12:36) 청계산 정상 4.5K-(13:18) 청계산 정상 2.5K-(13:26) 청계산 정상 1.5K-(13:31) 너구리 길- (13:48) 노루 길- (14:01) 정상 0.5K-(14:11~14:30) 청계산 정상- (14:36) 여우 길- (14:54) 청솔모 길- (15:02) 다람쥐 길- (15:08) 된고개- (15:30~15:50) 서후리, 계곡 목욕』 총 산행시간 약 7시간, 마루금 약 5시간 38분, 날머리 22분, 중식, 휴식 및 목욕으로 약 1시간이 소요된 산행이다.

 

8시 26분 양서문화체육공원에서 등반대장의 지휘로, 한강기맥 출정 기념사진을 찍고, 이어서 선두대장의 지시에 따라 함께 준비운동을 한다. 주로 손목, 발목, 무릎, 허리, 목을 부드럽게 하는 운동이다. 쑥스러워 외면하는 대원들도 있으나, 대부분의 대원들이 즐겁게 따라한다. 안전산행을 위한 준비라면, 이처럼 강요를 해서라도 준비운동을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강기맥 출정 기념사진>


준비운동을 마치고 공원을 나선다. 길을 건너, 동쪽으로 직진한다. 오른 쪽으로 양수교가 안개 속에서 가까이 보인다. 8시 45분 양수역에 도착하고, 이제부터 산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왼쪽의 육교를 건너, 양서 고등학교 정문으로 들어선다. 깨끗이 청소가 된 교문을 많은 대원들이 들어서는데도 제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학생들은 수업 중인지 교정은 텅 비어 있고, 교사 한 분이 학교 안을 지나가는 우리들을 말 없이 지켜보고 있다.

<안개 속의 양수리>

<양서고등학교 정문>

교문에서부터 똑 바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다가, 왼쪽 사면(斜面)을 타고, 밭둑 길을 오른다. 오른 쪽 숲에 산행리본이 요란하게 걸려있다.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키가 넘는 잡목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곳곳에서 산행리본들이 길을 안내한다. 이윽고 잡목지대를 벗어나, 363번 지방도로에 내려서서, 반대 편 절개지를 오른다.

 

절개지를 올라 능선길에 들어선다. 산책길이 이어진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라, 여전히 습도가 높고 무덥다. 하지만 7월 말이나, 8월 초에 비하면, 견딜 만 하다. 이따금 부는 바람이 한결 시원하다. 임도를 건너자, 다시 잡목 길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산불 감시초소를 지난다. 길은 다시 평탄해 지며, 왼쪽으로 철조망을 끼고 이어진다.

 

9시 17분, 묘를 지난다. 잘 손질된 묘 3기가 시야가 확 트인 양수리 쪽을 굽어보고 누워있다. 안개 속에서 양수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좌청룡, 우백호는 모르겠지만, 정면만을 고려할 때는 가히 명당자리라 하겠다.

 

 

<양수리가 내려다 보이는 묫자리>

다시 임도를 건넌다. 이번에는 양주 허윤 공과 광주 이씨를 합장한 무덤을 지난다. 상석도 반듯하고, 비석도 깨끗하다. 잘 손질된 무덤이다. 7분쯤 지나니, 다시 묘 5기가 일자로 정렬하여, 양수리 쪽을 향하고 있다. 역시 잘 손질된 무덤이다. 강을 바라보는 명당이라 후손들이 번성한 모양이다.

<이 구간에는 특히 묘가 많다. 生과 死가 공존하는 공간이 기맥이다>


9시 41분, 105.9m 봉으로 짐작되는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긴 나무의자가 마주 보고 있다. 첫 번째 만나는 쉼터다. 여자대원 둘이 쉬고 있다 . 등산로는 사거리를 지나 9시 53분, 두 번째 쉼터에 이른다. 이번 쉼터에는 많은 대원들이 쉬고 있다. 다시 사거리에 내려서서, 오솔길을 걷는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노적봉이 아름다워, 발길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는다. 10시 10분, 누렇게 황토가 드러난 사거리에 이른다. 아무 표시도 없지만 진고개 라고 짐작한다.

<노적봉>

오르막을 거쳐, 등산로는 오솔길로 이어진다. 젊은 사람이 혼자 무덤을 손질하고 있다. 인사를 하고 지나친다. 이번에는 퇴락한 무덤을 지난다. 봉분은 반쯤 허물어졌고, 두터운 상석은 아직도 반듯하지만, 한쪽만 남은 망부석에는 돌이끼가 파랗게 끼여 있다. 마루금 위라 명당자리가 못되는 모양이다. 길은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더니, 시야가 확 트이며, 공동묘지 임도로 내려선다. 새로 조성하는 공동묘지이지만, 위쪽으로는 이미 꽤 많은 묘지들이 들어앉아 있다.

<개발 중인 공동묘지>

 

등산로는 벌목한 절개지와 숲의 경계를 타고 오른다. 황톳빛 절개지는 한 차례의 폭우에도, 산사태를 일으켜, 그 아래 유택들을 쓸어버릴 것 같아 위태롭기 짝이 없다. 절개지를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서쪽으로 골무봉과 노적봉이 아름답다. 능선에 오른다. 오솔길이 이어지고. 돌무더기가 쌓인 330m을 지나, 등산로는 남동쪽으로 휘어진다. 다시 안부를 거쳐, 봉우리에 오르고. 내리막을 거쳐 평탄한 길이 이어지면서, 왼쪽으로 산더덕 및 임산물 재배지역의 출입금지 표지가 보인다.

<둥산로는 절개지를 타고 오르고...>


오르막 길가에서 안면이 있는 2차대, 여자 대원이 쉬고 있다. 등산로를 벗어나 함께 어울려, 맥주를 나눠 마시고, 과일로 간식을 즐기며 15분 동안 쉰다. 11시 20분 경, 배낭을 챙겨 다시 출발한다. 언덕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요소 요소에 선두대장이 달아 놓은 송암산악회 리본이 걸려 있다. 흰색 바탕에 붉은 글씨가 선명하여 눈에 잘 뜨인다.

 

11시 37분, 450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를 지나고, 11시 55분, 삼각점이<양주 465, 1985 재설> 박혀있는 390m봉에 선다. 비탈길을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 12시 6분 벗고개에 내려선다. 2차선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건너편 왼쪽 시멘트 옹벽 아래에 여자대원들이 쉬고 있다. 가슴 높이의 옹벽 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이들과 함께 쉰다. 2차대 여자대원이 아스팔트 도로에 내려서고, 이윽고 후미대장이 다른 여자 대원과 함께 도착한다.

<390m 봉 삼각점>

 

<벗고개>


 
여자대원 1명이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4명은 이 곳에서 탈출하겠다고 한다. 후미대장이 조치를 취하는 사이에, 나는 시멘트 옹벽에 올라서서, 배낭을 둘러멘 후 급경사 절개지를 오른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능선길로 변한다. 벗고개(220m)와 청계산 정상(858.4m)간의 고도차이는 630m가 넘는다. 산악회에서 보는 두 지점간의 거리는 약 3.4Km이고 이정표상의 거리는 5Km 정도라, 꽤 거리차이가 난다.

 

청계산 정상에 부착된 등산 안내도에는 이 구간의 산행 소요시간이 1시간 30분이라고 쓰여져 있다. 다소간의 짧은 오르내림은 있어도, 정상까지는 줄 곧 오르막이고, 경사가 급한 3곳에는 로프가 결려있다. 오름 길에 약한 내가 실제로 소요한 시간은 약 2시간이니, 이 구간에서 약 30분을 초과하고, 서후리에서 알탕을 하느라 20여분을 보내어, 결국 산악회 기준시간을 1시간이나 초과하게 된다.

 

비탈길을 천천히 오른다. 오후가 되어 간간이 햇빛이 비치나, 무성한 나뭇잎에 가려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땅만 굽어보며 천천히 걷는다. 후미대장이 바싹 따라 붙는다. 후미대장에게 길을 내주며, 천천히 오르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일반 등산객들도 많이 다니는 길이라, 길이 뚜렷하여, 알바를 할 걱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후미대장은 앞서서 휘적휘적 잘도 오른다.

 

12시 36분 이정표 <청계산 정상 4.5Km> 앞, 큰 소나무 아래에서 후미대장과 여자대원이 쉬고 있다. 걸음이 늦은 나는 쉬지 않고 계속 진행한다. 오름 길이 급해지고, 발걸음은 더욱 더 느려진다. 여자대원과 후미대장이 따라 붙는다. 길을 내주고, 천천히 뒤따라 오른다.

 

1시 18분, <청계산 정상 2.5Km> 이정표를 지난다. 앞에 남녀 두 사람이 힘겹게 오르고 있다. 이들이 쉬는 동안, 추월하여, 앞서 나간다. 오름 길이 더욱 더 가팔라진다. 너구리 길, 노루 길을 지나 <정상 0.5Km> 이정표를 통과하고, 암릉을 지나, 2시 11분, 너른 헬기장에 선다. 청계산 정상이다.

<이정표>

<노루길>

정상에는 후미대장과 여자대원이 과일을 들며 쉬고 있다. 남자 대원도 한 사람 정상에 남아 있다. 이들과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정상석과 등산 안내판이 보인다. 서쪽으로 지나온 능선 일부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일 뿐, 양수리 쪽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여자 대원이 먼저 하산을 하고, 나는 후미대장로 부터 주위 설명을 들으며 사진을 찍는다. 사방이 트였지만 안개로 시계는 극히 제한될 뿐이다. 아쉽다.

<청계산 정상>

 

2시30분 경, 후미를 기다리는 두 사람을 남겨 놓고, 먼저 하산한다. 급경사 암릉 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위험한 곳에는 밧줄이 걸려 있다. 경사진 정도가 반대쪽 보다 더 심한 것 같다. 경사가 심한 곳에는 역시 밧줄이 길게 매어져 있다. 2시 36분 여우 길을 지나고, 2시 50분, 길 위에 놓인 산악회 종이표지를 따라 왼쪽 길로 내려선다. 이어서 청솔모 길, 다람쥐 길을 지나, 3시 8분 된고개에 도착한다.

 

된고개에도 산악회 종이표지판이 길 위에 놓여 있다. 표지판 지시대로, 왼쪽으로 내려서서, 미끄러운 급사면을 달린다. 이윽고 임도가 나타나고, 왼쪽으로 물소리가 들린다. 임도는 개울을 건너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빽빽한 아름다운 숲을 지난다. 마을이 가까워지나 보다. 사슴 축사가 보이고, 대여섯 마리의 사슴들이 순한 눈을 들어, 지나치는 이방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방인을 바라보는 사슴들>


임도가 끝나고, 시멘트 길이 시작된다. 3시 30분 경, 시멘트 길 못 미쳐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대원 한사람이 알탕을 마치고 옷을 챙기는 참이다. 가볍게 세수나 하려고 내려섰지만, 맑게 흐르는 계곡 물을 보고는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풍덩, 물 속으로 뛰어든다. 땀을 씻고, 땀에 젖은 옷을 몽땅 바꿔 입으니, 날아갈 듯 시원하다. 3시 50분 경 서둘러 배낭을 챙겨 메고, 시멘트 길을 내려선다. 뒤쪽 임도에 후미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서후리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집들이 팬션처럼 예쁘다. 뒤돌아 지나온 산을 둘러본다. 청계산이라고 생각되는 산을 카메라에 담고, 시멘트 길을 서둘러 내려온다. 길바닥에 <버스 500m>라는 종이표지가 돌에 눌려 있다. 이 산악회 선두대장은 뒤따르는 대원들을 위해 꽤나 섬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4시 10분 경 버스에 도착하여, 배낭을 벗어 놓고, 개울을 건너, 삼겹살을 굽고 있는, 남의 집 안마당으로 들어선다. 많은 대원들이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다. 선두로 하산했을 이양숙 회장 등 2차대 대원들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바람을 쏘이고 있다.

<서후리에서 본 기맥능선>

 

산악회에서 밥에, 국에, 김치, 상추, 깻잎, 풋고추, 마늘, 양념장 등을 준비하고, 마당 가운데에서는 삼겹살을 굽는다. 음식 맛이 아주 좋다. 소주잔이 교환되고, 산행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느낌이다. 식사가 모두 끝나고, 뒤처리를 마친 후, 버스는 4시 4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8. 28.)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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