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배고개 지나 임도에서 뒤돌아 본 송이재봉


오늘은 한강기맥 네 번째 산행일이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비슬고개에서 출발, 이후 줄곧 동쪽으로 진행하여, 통골고개에서 강원도 횡성군 청운면으로 들어서고, 신당고개에서 산행을 마친다.<비슬고개(3.8K)-송이재봉(4K)-밭배고개(2K)-통골고개(3K)-398.3m봉(2.4K)-새나무고개(2.4K)-신당고개>, 경기도와 강원도에 걸쳐, 도상거리가 17.6Km나 된다. 꽤 먼 거리다. 산악회 기준 산행시간은 7시간이다.


하지만 고도차는 크지 않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소리산이 657.6m, 이 구간에서 가장 높은 송이재봉이 666m 일 뿐, 나머지는 모두 400m~500m 고도의 능선길이다. 거대한 송전탑들이 능선을 따라 같이 흐르고, 송전탑 건설을 위한 자재 운반용으로 만들었을 듯싶은 임도가 줄곧 따라온다.


등산로는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부드러운 능선길과, 억새가 하늘거리는 정겨운 임도를 번갈라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한강기맥을 찾는 사람들 이외에는 인적이 드믄 외진 곳, 호젓하고, 쾌적한 트래킹 코스를 걸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한 산행이었다.


2005년 11월 26일(토).

선능역에서 출발하고, 마지막 경유지에서 대원들이 오르자, 버스에는 빈 좌석이 거의 없다. 버스는 6번 국도를 달린다. 남한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올라서일까? 국도 주변은 안개가 짙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짙은 안개는 버스가 용문 휴게소에 도착할 때도 여전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재킷을 걸쳤는데도 생각보다 꽤 춥다. 다행히 버스가 328번 지방도로로 접어들고, 비슬고개에 접근하자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햇살이 밝게 비친다.

안개가 걷히지 않은 용문 휴게소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11 비슬고개 도착-9:13 산행시작-9:27 497m봉-9:45 622m봉-9:51 소리산 정상-10:13 안부- 10:39 송이재봉-10:58 622m봉-11:18 583m봉-11:31 470m봉-11:39 임도 삼거리, 284 송전탑-11:56 밭배고개, 중식-12:25 식사 후 출발-12:57 451.5m봉-13:13 통골고개-13:26 용씨 묘-13:48 398m봉-14:33 새나무고개-14:22 403m봉- 14:44 408.9m봉-15:16 신당고개> 중식시간 25분을 포함하여 총 6시간 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9시 11분 버스는 비슬고개에 도착한다. 산불 감시요원이 나와 있나 확인하기 위하여 찦차로 먼저 도착한 회장이 일행을 맞는다. 다행히 감시요원은 보이지 않는다. 대원들은 준비운동도 생략한 채, 시멘트 옹벽을 넘어, 급경사 절개지를 오른다. 328번 지방도로로 허리가 잘린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대원들 뒤를 따른다. 거의 70도에 가까운 급경사 절개지를 네 발로기어오른다.

비슬고개 절개 사면

 

산행시작

7분 후 송전탑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로 내려서고, 이어서 왼쪽 급경사 절개지를 풀을 잡고 기어올라 능선에 이른다. 비로소 호흡을 가다듬고, 완만한 오름길을 천천히 오른다. 9시 27분, 497m봉으로 짐작되는 곳에 이른다. 재킷을 벗어 배낭 속에 챙기고, 한숨 돌린다.

 

임도에서 절개지를 올라 능선으로

산 사면을 가득 채운 참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어뜨리어 앙상한 모습으로 도열하고, 수북하게 쌓인 낙엽으로 등산로를 식별하기가 어렵다. 아직 아침의 서기(瑞氣)가 채 가시지 않은 한적한 산길을, 낙엽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후미로 쳐져 천천히 오른다.

낙엽 쌓인 아름다운 능선길

9시 45분 평평한 공지에 이른다. 바람에 낙엽이 흩날려 붉는 맨 땅이 드러나 있다. 622m봉 능선 갈림길이다. 622m봉에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이어서 산불 감시탑이 서 있는 소리산 정상(658.1m)에 선다. 썰렁한 정상이다. 정상에는 삼각점이<1976.8. 건설부> 하나 달랑 박혀있을 뿐, 인적이 드믄 곳이라 정상석도 이정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소리산 산불 감시탑

소리산에서 내려서는 길은 경사가 급하고, 등산로를 뒤덮은 낙엽으로 몹시 미끄럽다. 낙엽 아래 무엇이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조심조심 내려선다. 내리막길에서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느낌이다. 왼쪽으로 저 멀리 송이봉재로 이어지는 높다란 능선이 보인다. 약 20여분을 내려서서, 비로소 안부에 이른다.


내리막길에서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1차대 선배님을 만난다. 나보다 4년 위이지만 힘이 좋고 건강하여 선두그룹에서 빠지지 않던 분이다. 요즈음은 무릎이 좋지 않아, 내리막길이 무척 힘들다고 한다.


등산로는 급경사 오름길을 타고 이어진다. 힘 좋은 선배님이 휘적휘적 앞서 오른다. 조용한 산 속에서 버석 버석 낙엽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모처럼 한가로운 산행을 즐긴다. 오늘 구간 중 가장 힘든 오름길을 올라, 한 무리의 대원들이 쉬고 있는 능선 분기점에 이른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송이재봉이 바로 눈앞에 보인다.

능선 분기점에서 본 송이재봉

 

송이재봉 가는길

10시 39분, 송이재봉 정상에 선다. 좁은 공간에는 비바람에 시달려 몹시 지쳐 보이는 바위 하나가 누워 있을 뿐 역시 아무 표시도 없다. 혼자서 전국의 산 1,500개를 순례 중이라는 김정길 씨가 1,621번째로 송이재봉를 찾았다는 비닐표지가 나무 등걸에 매여져 있다. 등산로가 좌우로 갈린다. 왼쪽으로 산악회 리본이 걸려 있다.

 

송이재봉 정상

정상 비닐표지

송이재봉 내리막길이 장난이 아니다. 소리산 내리막 보다 경사가 더 급하고, 등산로는 역시 낙엽에 묻혀 있어 미끄러지기 십상이다. 스틱으로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급경사라, 스틱을 손목에 걸고, 주위의 나무들을 휘어잡으며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이윽고 안부에 이르자 등산로는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 주변의 풍광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임도 1

아름다운 임도 2

임도에 서서 뒤돌아 송이재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임도로 내려서자, 선배님 걸음이 빨라진다. 등산로는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이어지며 622m봉으로 향한다. 오르막 등산로에 선배님이 배낭을 풀어 놓고, 쉬고 있다. 따로 깔판이 필요 없다. 수북이 쌓인 낙엽이 바로 방석이다.

임도에 내려서서 뒤돌아 본 송이재봉

낙엽 방석에 앉아 휴식

낙엽이 곱게 깔린 산책길이 이어진다. 622m봉을 지난다. 왼쪽으로 고사목이 한 그루 앙상한 모습을 하고 서 있다. 앙상한 모습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품이 느껴진다. 11시 18분 583m봉 능선 분기점에 이른다. 산악회 표지리본이 가르치는, 왼쪽 방향을 따라 부드러운 능선을 내려선다. 284번 송전탑을 지나고, 임도를 건너, 등산로는 오른 쪽 숲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외진 곳이라 이정표가 없는 대신, 능선과 나란히 달리는 송전탑들이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사목

284번 송전탑

뒤돌아 본 284번 송전탑

왼쪽으로 아스팔트길이 보인다. 숲을 벗어나 11시 56분 도로에 내려선다. 밭배고개다. 1차선 아스팔트 도로지만, 지금은 아래로 터널이 뚫려 있어, 거의 사용되지 않는 도로라고 한다. 건너편 절개지 위,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매달려 있지만, 많은 대원들이 능선 왼쪽으로 이어지는 임도로 진행하여, 점심 채비를 하고 있다.

밭배고개

밭배고개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임도 - 오른쪽 절개 사면에 표지기

저 앞 임도를 선배님이 혼자 걸어가고 있다. "선배님 !, 선배님 !" 부르며 뛰어가서 선배를 따라 잡는다.


"점심 식사하고 가시죠."

"그러죠. 나는 점심은 안 먹지만, 쉬었다 갈 터이니, 점심식사 하세요."


임도 변 낙엽 위에 앉아. 보온 도시락을 꺼낸다. 선배님은 양갱과 귤을 꺼내 간식을 든다. 대간 길을 선두에서 달리는 분들은 점심식사를 하지 않고, 간식으로 때운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선배님 이야기로는 점심식사 안하는 것은 보통이고, 주력이 빠른 대원들은 아예 배낭도 안 메고 다녔다고 한다.


12시 25분 식사를 마치고, 임도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임도가 굽어지는 곳에서 뒤돌아 송이재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위치를 확인 하느라고, 지도를 꺼내 본다. 지도에는 밭배고개를 지나서 능선을 타도록 되어 있는데, 지금 우리는 능선과 나란히 이어지는 임도를 걷고 있다.


"선배님 알바 같은데요. 밭배고개 까지 되돌아가야겠네요."

"능선이 보이는데 임도를 따라 갑시다. 적당한 곳에서 사면을 타고, 능선에 오르고..."


한적한 임도를 선배님과 단둘이 호젓하게 걷는다.


"임도가 멋있잖아요? 우리 조상들은 속도에는 졌지만, 유장하고 멋진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허긴 그래서 발전은 없었지만...."

낙엽과 억새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임도

산 사면이 비교적 완만해 보이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 쪽 사면을 타고 오른다. 이윽고 능선위에 올라서지만, 왼쪽 방향으로 더 큰 능선이 보인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능선은 주능선에서 왼쪽으로 분기한 지능선인 듯싶다. 이래서 산길이 어렵다. 지능선을 따라 오른 쪽으로 올라, 주능선에 이른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보인다.


낙엽이 쌓인 호젓한 오솔길을 선배님과 단 둘이 걷는다.

 

"이런 길이라면 집사람을 데려와도 되겠는데." 선배님이 아쉬워한다.

 

449m봉을 지나고, 12시 57분 삼각점이<용두 322 1988 복구> 있는 451.5m봉에 오른다. 오른쪽으로 송전탑이 보이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꺾여, 임도를 따라 이어지더니, 이윽고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걷는다. 1시 13분, 통골고개, 삼거리에 이른다. 정면으로 278번 송전탑이 우뚝 솟아 있다.

통골고개 삼거리에서 독도 중인 선배

임도 곳곳에 벌목한 나무들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1시 22분 278번 송전탑을 지나,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다. 오른 쪽 길가에 봉분이 나지막한 용(龍)씨 묘가 보이고, 용 씨 묘를 지나서 자, 바로 산행리본들이 우리들은 오른쪽 숲으로 안내한다. 숲으로 이어진 등산로는 다시 낙엽이 쌓인 산책길이다.

용씨 묘

1시 35분 277번 송전탑 아래에 선다. 억새가 우거진 공지에 서서, 뒤돌아 이제까지 걸어왔던 능선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공터에서 길이 좌우로 갈린다. 산악회 리본을 따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1시 48분 삼각점이 박혀있는 398m봉을 지나, 억새가 우거진 숲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임도가 이어진다.


273번 철탑을 지난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의 모양이 특이하다. 능선을 따라 헐벗은 나무들이 도열해 있고, 벌목한 산 사면에는 새롭게 조림한 묘목들이 줄지어 골짜기로 이어진다. 등산로는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2시 33분 새나무고개를 넘고, 2시 37분 너른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 임도를 따라 진행한다. 채 1분도 걷지 않았는데, 바로 오른쪽 숲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새나무고개 가는 길

새나무고개

삼거리

억새밭으로 유도하는 산행리본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자, 좁은 능선 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임도가 계속 따라 붙는다. 능선길이 없어지고, 임도로 내려선다. 길 찾기가 애매한 지점이다. 계속 임도를 따라 걷다 보니, 다시 오른쪽 숲에 리본이 걸려있다. 숲으로 들어서서 갈대밭을 헤치고, 2시44분 삼각점<용두 309 2005 복구>이 박혀 있는 408.9m봉에 선다.

송전탑 미학

임도 오른쪽 리본을 보지 못하고, 임도를 따라 걷다가 산 사면을 거슬러, 능선을 찾아 오른 젊은 대원들이 도착한다. 이 후 대원 한 사람은 계속 임도를 따라 걷는 바람에 알바를 하고, 하산한 모든 대원들이 1시간가량을 기다려야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오른쪽 리본을 보지 못하고 임도를 따랐기 때문이다.


408.9m을 내려선다. 등산로는 다소의 업 다운은 있지만 여전히 산책로다. 저 아래로 차 소리가 들리고, 등산로는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3시 16분, 구 도로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산악회가 제공하는 식사를 한다.

신당고개

4시가 넘어 후미대장이 후미 팀을 이끌고 도착한다. 알바 중인 대원에게는 임도를 따라 계속 하산하라고 전화로 지시한다. 후미 팀이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대원이 하산하게 될 마을을 향해 출발한다. 이윽고 알바를 한 대원이 트럭을 얻어 타고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에 이르고, 버스는 5시가 다 되어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11. 28.)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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