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하다 처음 만난 꽃무릇-상사화란 이름으로 더 알려진 꽃이다.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의 경계에 속해있는 선운산(336m)은 본래 도솔산이라 불렀으나 백제 때 창건한 선운사로 인해 선운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336m의 선운산은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으로 인해 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선운사 대웅보전

 

선운산 도립공원은 경수산(444.3m) 개이빨산(345.1m), 구황봉(297.8m), 청룡산(310m), 비학산(307.4m)등 3 - 4백m급의 봉우리들로 이루어진 산악공원이다. 그리 높지도 않고 규모도 작지만 기암 괴봉들이 수려하고, 계곡미가 빼어나 "호남의 내금강" 이라고 불린다.

천마봉에서 본 견치봉, 선운산, 경수산

 

작지만 하루 산행만 으로는 부족한 선운산의 탐승은 주봉이 어느 것인가 하는 문제로 견해가 제각각이어서 초행자는 다소 헷갈리기 마련이다. 산의 주봉은 가장 높아야 하니 당연히 경수산이라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위치나 지세로 보아 산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대찰 선운사가 깃든 도솔산(336m)이 주봉이라는 이도 있다.

선운산에서 본 경수산

 

그러나 어렵게 생각할 것이 없다. 경수산으로 올라 도솔산으로 종주산행을 이으면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낙조대, 진흥굴, 장사송, 도솔암, 내원궁 등의 명소를 거느리고 있는 천마봉까지 이어가야 당일산행을 통한 선운산 탐승은 100점 만점에 가까워진다. 천마봉 정상에서 도솔암으로 내려선 뒤 도솔계곡 변의 진흥굴, 선운사 등 명소를 보며 하산하는 순서의 산행이 선운산 당일산행으로는 가장 권할 만하다.

사자바위, 천마봉 그리고 도솔계곡

 

산길에 더 욕심을 내서 도솔산을 답사하려면 낙조대에서 청룡산, 비학산, 구황봉으로 한 바퀴 빙 도는 일주산행을 해야 할 것이다. 이 일주 산행은 겨울에는 어렵고, 해가 비교적 길고 산행하기에도 좋은 봄가을이 무난하다.

비학산

 

하지만 이렇게 당일 일주산행을 할 경우에는 도솔계곡 주변의 명소들을 먼발치에서 보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빙 도는 산행을 할 작정이면 아예 선운산에서만 1박2일 할 생각을 하고 도솔계곡 탐승을 마저 해보아야 선운산을 제대로 본 것이라 할 것이다.

 

선운산에는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있다. 흔히 상사화라고도 부르는 ‘꽃무릇’이다. ‘꽃무릇’은 꽃의 생김새보다는 화려한 색감이 더 매혹인 꽃이다. 꽃과 잎이 만날 수 없어 흔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짝사랑을 의미하는 꽃으로도 알려져 있다. 선운사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에 이르는 길에 온통 붉은 상사화가 꽃 천지를 이룬다. 9월이 지나면 볼 수 없는 꽃으로 개화기간이 매우 짧아서 때를 놓치면 다음해를 기약해야 한다. 선운산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꽃무릇 축제’가 열린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고목과 꽃무릇

 

2009년 9월 19일(토).

피닉스 산악회가 ‘꽃무릇 축제’에 때맞추어 선운산을 안내한다. 국제산악회와 연합을 하다 보니 42인승 버스가 만석인데, 뜻하지 않게 국제산악회 강 선배님의 건강한 모습을 만난다. 반갑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해리-배맴바위-낙조대-천마봉-용문굴-견치봉-선운산-마이재-선운사』로 산악회가 배정한 산행시간은 4시간이다.

산행코스

 

피닉스 산악회의 안내는 처음 받아본다.이경란 회장님의 산행지 주변과 산행코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탁월하고, 선두대장과 후미대장이 수시로 무선연락을 하며 대원들을 리드한다. 특히 여자 후미대장이 철저하게 후미를 챙기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좋은 산악회다.

 

가을 나들이 차량, 성묘 차량들로 고속도로가 붐빈다. 버스는 안성에서 평택, 음성고속도로를 거쳐 서해안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제 속도를 내며 시원스럽게 달린다. 서산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고창IC에서 내려 해리로 향하더니, 11시 34분, 들머리에 도착하여 대원들을 내려준다. 눈앞에 배맨바위가 우뚝하고, 가야할 시멘트도로가 하얗게 보인다.

대천을 지나며

들머리에 도착하여 바라 본 배맨바위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차단기를 좌우로 우회하여 시멘트도로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도로변에 무더기로 핀 코스모스가 일행을 반긴다. 시멘트도로를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천천히 오른다. 그늘도 없는 땡볕 길이다. 이런 길을 15분 쯤 걸으면 무덤가에 이르고, 비로소 왼쪽 산길로 접어든다.

코스모스

땡볕 속 가파른 시멘트도로 오르막

 

거친 잡목 사이로 희미한 산길이 이어진다. 나뭇가지 사이로 배맨바위를 가까이 본다. 앞에 정체현상이 생긴다. 암릉을 오른 쪽으로 트래버스 하는 길에서 생긴 정체다. 가파른 암벽길이 이어진다. 두둘두둘 거친 바위가 미끄럽지 않고, 손잡을 곳, 발 놓을 곳이 확실하여 위험하지는 않다.

암릉 트래버스

 

12시 4분, 산행 시작 후 30분 만에, 주능선에 오른다. 왼쪽은 낙조대 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배맨바위로 가는 길이다. 배맨바위로 향한다.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배맨바위 아래에 이르러, 바위를 오른다. 작은 암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고, 정면의 주봉을 바라보니, 오르기가 쉽지 않겠다. 포기하고 내려서서 낙조대를 향해 앞선 대원들의 뒤를 쫓는다.

배맨바위 아래 이정표

궁산리 조망

배맨바위 주봉 오르는 길

 

12시 13분, 작은 봉우리에 올라 배맨바위를 뒤돌아 보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가볍게 오르내린다. 능선길에서 조망이 트이며 140도 방향의 비학산과 남쪽의 청룡산, 배맨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뒤돌아 본 배맨바위

비학산

배맨바위와 청룡산

 

낙조대 100m를 알리는 표지목이 있는 곳에서 건너편 낙조대, 그 뒤로 견치봉, 그리고 멀리 경수산을 바라본다. 장관이다. 가파른 철계단을 내려서며 오른쪽으로 천마봉의 아찔한 단애를 카메라에 담고, 낙조대에서 천마봉으로 이어지는 암능을 바라본다.

낙조대 100m를 알리는 표지목

건너편으로 보이는 낙조대, 견치봉, 그리고 멀리 경수산

급경사 철계단을 내려서고

아찔한 천마봉 단애

 

12시 37분, 낙조대에 도착하여, 기암에 올라 지나온 능선과 철계단을, 그리고 동쪽으로 천마봉을 바라본다. 암봉에서 내려서서, 이정표를 카메라에 담고, 아이스케이크 하나 사 물고 천마봉으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비학산, 청룡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본 낙조대 기암들

낙조대 기암에 올라 본 지나온 능선과 철계단

천마봉

낙조대 이정표

 

12시 46분, 천마봉 넓은 암반 위에 선다. 사방이 트여 조망이 그만이다. 남쪽으로 청룡산, 배맨바위, 그리고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동쪽으로는 비학산 능선이 고운데, 그 앞으로 사자바위가 우뚝하다. 북동쪽으로 도솔암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는 천황봉, 형제봉, 멀리 소요산(444m)이 우뚝하다.

천마봉 암반

청룡산, 배맨바위, 그리고 지나온 능선

사자바위

도솔암

 

12시 49분, 마지막으로 낙조대 기암과 견치산, 선운산, 경수산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낙조대로 향한다. 도중 도솔암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대원들 대부분이 견치산, 선운산을 포기하고, 도솔암으로 내려서서 도솔계곡의 멋진 풍광과 유적을 즐겼다고 한다. 12시 52분, 다시 낙조대 이정표를 지나고, 견치봉으로 향하다. 대장금에서 최 상궁이 자살했다는 낙조대의 암벽을 지난다.

천마봉에서 본 낙조대 기암

낙조대 회귀

최 상궁 자살 장소

 

완만한 나무계단길을 내려선다. 최 상궁이 몸을 던졌다는 암봉을 다시 뒤 돌아 보고, 1시, 용문굴 갈림길에서, 오른쪽 용문굴로 내려선다. 거대한 동굴이다. 대장금 촬영지라는 알림판이 보인다. 1시 7분, 삼거리로 되돌아와 소리재로 향하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최 상궁이 뛰어 내렸다는 바위

용문굴

대장금 촬영지 표지판

회귀한 삼거리, 후미그룹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삼거리 이정표

 

1시 14분, 사방이 트인 암봉에서 조망을 즐긴다. 천마봉, 사자바위, 도솔계곡, 그리고 청룡산, 배맨바위에서 이곳까지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멋진 조망이다. 110도 방향의 선바위로 짐작되는 기암을 당겨 찍고, 암봉을 내려서서, 그늘진 바위에 앉아 간식을 즐기는데, 후미대장이 모습을 보인다.

배맨바위에서, 낙조대, 천마봉을 거쳐 이곳까지 이어지는 능선

110도 방향의 선바위, 병풍바위

 

약 15분 동안 간식을 즐기고, 앞 선 대원들을 뒤 쫓는다. 1시 31분, 소리재 0.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분 후, 소리재에 내려선다. 이정표는 견치산까지 거리가 700m라고 알려준다.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후미대장이다. 선두와 수시로 무선연락을 취하며 후미대원들을 빠짐없이 챙긴다. 완만한 오름 길이 이어진다. 1시 38분, 대나무 숲을 지나고, 이어 전망바위에 서서, 도천리와 도촌저수지를 굽어본다.

소리재

도천리와 도천저수지

 

1시 48분, 견치산 입구를 지나, 1시 50분, 삼각점과 돌탑이 있는 견치산 정상에 오른다. 개이빨산, 또는 점잖게는 국사봉이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북쪽으로 암봉과 그 뒤로 곰소만이 내려다보인다. 견치산을 내려서서 1시 53분, 도솔산 갈림길에서 왼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도솔산까지의 거리는 1,6Km이다.

견치산 입구

삼각점

돌탑

북쪽으로 보이는 암봉과 곰소만

수리봉 갈림길 이정표

 

하산지정 시간까지는 약 1시간 30분이 남았다. 하지만 하산하여 선운사를 둘러보고 어디선가 땀을 씻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감안하면 서둘러야겠다. 완만한 내리막길, 평탄한 길을 빠르게 진행한다. 2시 8분 수리봉 700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른다.

사거리안부 이정표

 

오르막길이 점차 가팔라진다. 2시 28분, 돌탑이 있는 너덜지대를 지나고, 2분 후, 수리봉 100m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시야가 트이며, 연화리마을과 검소만이 내려다보인다. 2시 34분, 이정표 하나가 달랑 서 있는 수리봉 정상(도솔산)에 오른다. 700m를 오르는데 26분이 소요됐다. 그만 큼 빡센 구간이다.

창당암 갈림길 이정표

연화리와 검소만

도솔산 정상

 

오른쪽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멘 대원 한분이 올라온다. 조망이 트인 곳이 있느냐고 물으니, 조금 내려서면 전망바위가 있다고 알려준다. 2시 47분, 벼랑 끝, 위태로운 전망바위에 서서, 선운사와 도솔제를 굽어보고, 경수산을 카메라에 담은 후,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와 2시 39분, 마이재를 향해 달려 내린다.

도솔산에서 본 선운사

도솔제

 

2시 49분, 마이재에 내려서서, 오른쪽 석성암 쪽으로 내려선다. 물이 마른 계곡을 따라 돌 많은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이윽고 어둑한 돌길이 끝나고 부드러운 산길이 나타난다. 오른쪽 숲속에 꽃무릇 하나가 혼자서 피어있다. 강렬한 색채가 푸른 숲속에서 도드라져 보인다. 석상암을 잠시 둘러보고, 3시 4분,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는다. 왼쪽 밭둑에 핀 꽃무릇이 화사하다.

마이재

석상암

석상암 입구 임도

 

3시 11분, 선운사 경내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고목들이 들어선 숲은 꽃무릇들이 붉은 융단을 깔아놓았다. 선운사 돌담을 따라 걷는다. 박물관을 지나고 만세루 너른 마당에 들어서니 오늘부터 시작하는 ‘꽃무릇 축제’의 일환인 산사음악회 준비가 한창이다. 관음전, 대웅보전, 동백 숲, 영산전, 명부전 등을 주마간산 식으로 서둘러 둘러본 후, 목백일홍이 고운 셈 터에서 시원한 석간수로 목을 축인다.

선운사 돌담

만세루 앞 광장

명부전

샘터

 

가설무대를 지나 화장실에 들러 세수를 하고, 땀을 씻어 낸 후, 옷을 갈아입고, 석상암, 선운사 갈림길로 되돌아오니, 3시 30분이다. 후미대장이 후미그룹과 함께 모습을 보인다. 일주문을 향해 빠르게 걸어 내리며, 좌우로 화사하게 핀 꽃무릇을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3시 34분, 일주문을 지나고, 3시 40분경, 뒤풀이 장소인 동백호텔에 도착한다.

음악회 가설무대

선운사, 석상암 갈림길 이정표


 

꽃무릇 1

일주문

꽃무릇 2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식당으로 들어선다. 뒤풀이 자리가 흥청댄다. 앞서 하산한 대원들의 “위하여, 위하여” 소리가 홀 안에 가득하다. 회장님이 손 수 빈자리로 안내를 해준다. 4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는다. 식탁에 소주병은 보이지만, 맥주는 없다. 지난 월요일 어금니 두 개를 빼고 임프란트 시술을 받아, 약을 먹고 있는 중이라 맥주 주문을 망설이는데, 앞에 앉은 양반이 맥주 두병을 주문한다.

뒤풀이 장소

 

커다란 카메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중년대원이다. 맥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신다. 중년대원은 장어 맛이나 보자며 고창의 명물인 풍천장어 2인분과 맥주 두 병을 추가로 주문한다. 장어 1인분이 16,000원이라고 하니, 40,000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초면에 신세지는 것도 뭣해, 장어 값에 보태라고, 20,000원을 꺼내 주자, 이 양반 다음 번 산행 때 맥주를 사라며, 완강하게 거절한다. 속절없이 초면에 신세를 지고 포식을 한다.

 

흥겨운 뒤풀이가 끝나고, 4시 3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9. 2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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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 가는 사량도

 

사량도 지리산은 지리산이 바라다 보인다하여, 지이망산[智異望山], 지리망산으로 불리다가 그 말이 줄어 지리산(智異山)이 되었다. 국립공원 지리산과 구별하기 위하여 통상 사량도 지리산이라 부른다. 바다와 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섬 산행으로 암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398m), 불모산(399m)을 거쳐 옥녀봉(291m)에 이르는 종주코스에는 20여 미터 정도의 2개의 철사다리, 밧줄타고 오르기, 수직로프사다리 등 기초유격코스 같은 코스들이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지리산에서 옥녀봉까지 종주하는데 5-6시간정도가 소요된다.

뒤돌아 본 가마봉, 달바위, 지리산

옥녀봉

 

통영항에서 서남쪽 19.4km, 삼천포항에서 동남쪽 19.5km에 위치한 사량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시 사량면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윗섬과 아랫섬, 그리고 수우도의 3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하일면 문수암에서 바라보기에 윗섬과 아fot섬의 모양이 뱀이 짝짓기를 하는 것 같다해 사량도라는 설이 있고, 윗섬과 아fot섬 사이에 흐르는 동강나루에서 뱀이 꼬리를 물고 다리처럼 지나다녔다고 해 사량도라는 설도 있다. 그래서일까?

사량도에는 유독 뱀이 많다고 한다.

그림 같은 돈지항과 수우도

 

산림청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의 하나다. (이상 관련자료 발췌)

 

긴 장마도 끝나고,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처서(處暑)가 다가오자 신기하게도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완연하다. 이제 여름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산악회들의 주말 안내산행지를 훑어본다. 역시 지리산과 설악산이 대종을 이루는데 그 다음으로 많이 눈에 뜨이는 곳이 사량도 지리산의 무박산행이다. 산정산악회에 산행신청을 한다. 금요일 오후, 산정에서 연락이 온다. 인원이 적어 산행을 취소했으나, 다른 산악회에 부탁을 해 놨으니, 잘 다녀오라는 이야기다. 고맙다.

사량도 지도

2009년 8월 21일(금) 저녁 10시 18분경에 서초구민회관 앞에서 국제산악회 버스에 오른다. 산행시간은 5~6시간 정도이지만, 삼천포항에서 아침 6시 10분에 출항하는 사량도 돈지행 여객선을 타야하기 때문에 무박 이동이 불가피하다. 오늘 참여인원은 27명, 산악회의 대장 4분을 포함하여 총 31명이 함께 움직인다.

 

버스는 두 차례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3시 8분, 삼천포항 주차장에 도착한다. 뱃시간까지는 3시간을 기다려야한다. 4시 30분, 아침식사 시간까지 소등한 버스 안에서 새벽잠을 즐기라고 한다. 내려오는 버스에서 잠깐 잠깐씩 졸기만 했으니 잠이 올만도 한데 두 눈은 갈수록 말똥말똥해진다. 좁은 공간에 답답하게 갇혀있는 것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3시 30분 경, 가만히 버스에서 나와 불빛이 보이는 오른쪽 도로를 따라 걷는다. 불빛이 환한 포장마차에 손님 두서넛이 앉아 오뎅을 안주로 새벽부터 소주를 마시고 있다. 바다 쪽에서 비릿한 바람이 불어온다.

 

삼천포 수산물협동조합 건물에서, 다시 되돌아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주차장의 버스는 여전히 소등을 한 상태다. 파도소리가 들리고 창선, 삼천포대교의 불빛이 보인다. 도로가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지는 곳에서 발길을 돌려, 유람선 선착장 근처에 앉자, 파도소리를 들으며 시커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새벽에 본 창선, 삼천포대교

 

이윽고 멀리 보이는 버스에 불이 밝혀진다. 4시 30분, 수협건물 건너 회 센터에서 떡국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무박산행에서 가장 불편한 것이 ‘지뢰 묻기’인데, 오늘은 다행히 수협건물안의 수세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고, 시간도 충분하여, 느긋하게 아침행사를 치른다. 사위가 밝아지며 신비로운 색감의 아름다운 포구가 모습을 드러내고, 공판장은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경매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삼천포 수산물 협동조합 건물

여명 속의 포구-색감이 독특하다

경매

 

불을 환하게 밝힌 어시장을 지나 우리를 태워다 줄 일신호가 기다리고 있는 선착장에 이른다. 6시가 되어 배에 오른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선착장으로 모여들더니, “주공산악회” 현수막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오늘 서울에서 사량도를 찾은 버스는, 안내산악회 1대, 직장산악회 1대, 모두 2대뿐인 모양이다. 먼 곳까지 시계가 확 트인 맑은 날씨에, 붐비지 않는 멋진 산행이 될 것 같다.

일신호

 

이윽고 이들이 배에 오르자 일신호는 길게 경적을 울리며 출항한다. 배가 출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햇님이 모습을 나타내고, 삼천포대교와 그 뒤로 우뚝 솟은 와룡산이 아침노을 속에 그림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밤새워 달려온 피로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다.

창선, 삼천포대교와 그 뒤로 와룡산

 

일신호는 거침없이 새벽의 한려수도를 헤쳐 나간다.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긴 항적 뒤로 삼천포항과 화력발전소가 아련히 보이고, 뱃머리 너머로는 사량도 윗섬이, 그 오른쪽으로 수우도가 모습을 나타낸다. 윗섬은 섬전체가 한 덩어리의 산이다. 걸어야 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항적 뒤로 삼천포가 아련하다.

뱃머리 너머로 보이는 윗섬과 수우도

 

섬이 가까워진다. 일신호는 해안절벽을 감돌아 돈지항으로 들어선다. 암봉을 등지고, 물가, 좁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돈지마을이 그림 같다. 이윽고 배가 부두에 정박하고 배에서 내린 대원들은 돈지마을로 향한다. 7시 7분, 돈지마을 돌표지를 카메라에 담고,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따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섬 접근

돈지항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오른다.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가야할 암릉이 다가온다. 7시 15분, 표지기를 따라 시멘트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잡목 숲 사이로 뚜렷한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7시 27분,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19 안내판이 있는 안부에 내려선 후 가파른 통나무 계단을 오르니 거친 암릉이 앞을 막아선다.

시멘트도로에서 본 암릉

암릉길

 

나무 한 그루 없는 암릉이다. 시야가 트인 암릉 중턱에서 대원들이 조망을 즐기며 쉬고 있다. 지나온 돈지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사량도의 막내, 수우도가 귀여운 모습을 보인다. 수우도 뒤로는 남해도가 띠처럼 이어지고, 북서쪽으로 삼천포가 아련하다.

암릉을 오르는 대원들

수우도와 남해

7시 51분, 고도 약 280m 정도의 암봉에 선다. 정면으로 365m봉을 오르는 대원들이 작게 보인다. 이어 안부에 내려섰다, 365m봉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오른다. 간간이 시야가 트인다. 북서쪽으로 뻗은 날카로운 능선이 눈길을 끌고, 그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해상은 한 폭의 그림이다. 돈지항이 보다 더 넓게 내려다보인다.

365m봉을 오르는 대원들

북서쪽으로 흐르는 날카로운 능선

그림 같은 다도해

 

8시 4분, 이정표가 있는 내지 갈림길을 지나고, 좁은 암릉길을 걸으며, 북서쪽으로 멀리 보이는 와룡산과 북쪽으로 아직도 새벽안개가 감도는 섬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8시 13분, 365m봉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돌아보고, 가야할 지리산과 달바위를 바라본다. 이어 암릉을 따라 365m봉을 내려선다.

내지 갈림길 이정표

북서쪽으로 멀리 삼천포와 와룡산

안개가 걷히지 않은 북쪽 방향의 다도해

지나온 능선 1

지나온 능선 2

뒤돌아 본 365m봉

 

8시 25분, 위험구간이니 우회하라는 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이정표가 있는 본 능선으로 진입한다. 이곳에서도 왼쪽에 우회로가 보이지만, 여자 후미대장은 위험한 암릉은 아니니, 암릉을 타라고 대원들을 유도한다. 나이가 지긋한 여자대장이다. 마지막 하산 시까지 대원들의 사진도 찍어주고, 성실하게 후미대장 역할을 다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가 좋다. 암릉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우회한 암릉의 직벽이 보인다.

위험구간 표지

우회로와 암릉길에서 암릉으로 유도하는 후미대장

뒤돌아 본 위험구간의 직벽

 

8시 32분, 정상석이 있는 지리산에 오른다. 지나온 능선, 가야할 능선이 한눈에 보이고, 비로소 사량도 아랫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암릉을 타고 지리산을 내려선다. 좌우로 보이는 바다풍광이 다양하고, 암릉의 기암들이 눈길을 끈다.

지리산 정상석

한눈에 들어오는 지나온 능선

가야할 달바위와 가마봉

사량도 아랫섬

내지항

기암

북동 방향의 바다.

 

9시 2분, 이정표가 있는 간등고개 갈림길을 지나자, 오랜만에 육산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329m 암봉을 넘고, 사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은 내지, 오른쪽은 성지암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사거리안부에서 약 25분 정도 암릉을 오르내리면 사량도의 최고봉인 달바위(400m)에 이른다. 불모산(佛母山)이라고도 불리는 거대한 암봉이다. 정상 바위에 고인물에 풍란이 자라고 있다.

329m봉

사거리안부 이정표

달바위 가는 길

달바위 정상

풍란

달바위에서 본 가야할 능선, 동강, 그리고 아랫섬

 

달바위를 내려선다. 가파른 암릉에는 로프가 걸려있다. 10시 6분, 이정표, 사량섬 관광안내도와 간이매점이 있는 사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은 대항, 오른쪽은 옥동 내림길이다. 이정표는 옥녀봉까지 1,62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시원한 막걸리를 사 마시며 더위와 갈증을 함께 달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왔다는 외국인 남녀가 눈길을 끈다. 막걸리 마셔보지 않겠느냐고 물으니 덥다며 손을 내 젓는다.

달바위 내림길

뒤돌아 본 달바위

간이매점이 있는 사거리안부

 

약 10분간 달콤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산행을 속개한다. 여전히 암릉길이 이어진다. 좌우로 내려다보이는 대항마을과 진촌마을이 평화롭다. 위험구간, 우회로 갈림길에서 암릉길로 들어선다. 두 줄기 로프가 드리워진 가파른 암릉을 오르면 돌탑과 정상석이 있는 가마봉 정상(303m)이다. 옥녀봉이 비로소 멋진 모습을 보인다. 가파른 철계단을 통해 가마봉을 내려선다.

왼쪽의 대항마을

오른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진촌마을

가마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정상석

옥녀봉

가파른 철사다리

 

10시 50분, 이정표가 있는 암릉길과 우회로 갈림길에서 암릉길로 들어선다. 약 10분동안 위험구간의 암릉을 걸으며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동강 너머 아랫섬의 덕동마을을 굽어본다. 정면으로 유격훈련을 하듯 로프를 잡고, 옥녀봉 암봉을 오르는 대원들이 보인다. 겁이 많거나, 팔 힘에 자신이 없는 대원들은 우회로를 택한다.

동강, 아랫섬 덕동마을

옥녀봉 직벽을 오르는 대원들

 

로프에 매달려 2~3분 동안 직벽을 올라, 11시 9분, 옥녀봉에 선다. 정상에는 작은 돌무더기가 보일 뿐 별다른 표지가 없다. 옥녀봉에서 가야할 마지막 암봉을 굽어보고, 달바위, 가마봉등 지나온 암릉을 카메라에 담은 후, 이번에는 흔들거리는 줄사다리를 타고 조심조심 직벽을 내려선다.

옥녀봉 정상

옥녀봉에서 본 마지막 암봉

줄사다리를 내려서는 대원들

 

마지막 암봉 정상은 왼쪽 절벽에 설치한 마룻길을 이용하여 우회하고, 가파른 암릉을 두 가닥 로프에 의지해 내려선다. 11시 45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대항해수욕장 방향으로 내려서고, 12시 4분, 해수욕장의 샤워장으로 들어선다. 샤워를 마치고 해변 가에서 맥주를 마시며 바다를 바라본다. 이윽고 여객선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암봉을 우회하는 마룻길

마지막 암봉을 내려서는 대원

대항해수욕장, 사워장(뒷건물)

 

여객선은 12시 30분에 출항한다. 배가 포구를 빠져 나온다. 지나온 암봉들이 도열하여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바다의 밭이라는 양식장이 하얗게 펼쳐있다. 하얀 항적 뒤로 사량도가 점점 멀어진다. 1시 30분, 여객선은 삼천포 항에 입항한다.

바다에서 본 지나온 암봉들

양식장

어시장에서 횟감을 사들고, 회 센터로 들어선다. 점심 겸 뒤풀이 자리가 2시간 가까이 이어진다. 3시 30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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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암리 하산길에 뒤돌아 본 가리왕산 상봉

산정산악회에서는 우리나라 100대 명산의 탐방산행을 기획하고 있다. 월 2회 산행하여, 약 5년간 이어지는 야심 찬 탐방기획이다. 그리고 그 첫 산행지가 가리왕산(加里旺山, 1561m)이다.


가리왕산은 큰 산이다. 중왕산(中旺山, 1,305m)과 중봉(1,341m), 하봉(1,380m)을 좌우로 거느려 주능선 거리가 15Km에 달하고, 남한에서는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 계방산(1,577m), 태백산(1,567m), 소백산(1,563m)에 이어 8번째로 높은 산이다.

상봉에서 본 중왕산 방향 능선

잠시 가리왕산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강원도 정선군과 평창군에 걸쳐 있는 정선의 진산인 가리왕산은 산이 높고 웅장하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등산로의 경사도가 완만하고, 산 능선에는 고산식물인 주목, 잣나무, 단풍나무 등 각종 수목이 울창하다. 동강(東江)에 흘러드는 오대천과 조양강의 발원지이기도 하며, 산의 이름은 그 모습이 큰 가리(벼나 나무를 쌓은 더미)같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가리왕산에는 8개의 명승이 있다. 맑은 날 동해가 보인다는 가리왕산 상봉의 망운대와 백발암, 장자탄, 용굴계곡, 비룡종유굴 등이 그 것이다.이 중 제1경인 망운대가 으뜸이다. 상봉 망운대에 서면 오대산, 두타산, 태백산, 소백산, 치악산 등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부근에는 주목나무와 천연 활엽수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상 한국의 산하에서 펌)


한국의 산하, 1년간 접속통계에 의한 인기순위는 100대 명산 중 74위라 한다.

상봉에서 본 중봉과 하봉

2005년 12월 31일(토).

2005년 마지막 날, 대부분의 회사들이 어제 종무식을 마치고, 오늘부터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인지, 이른 아침의 지하철은 평소에 비해 승객들이 훨씬 뜸하다. 산악회 버스가 경유하는 서초구청 시민회관 앞도 다른 때와 달리 썰렁한 편이다. 12월 초부터 기승을 부리던 추위도 오늘은 많이 누그러졌지만, 대기하는 산악회 버스들도 보이지 않고, 버스를 기다리는 산꾼들도 많지가 않다.


孤峰, 和峰, 鏡潭(은영), 深泉, 芝軒, 藝苑 등 3차대 대원들을 반갑게 만난다.


경유지를 모두 거치고,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하자, 버스 안은 산꾼들로 만원이라, 산악회 선두대장과 총무는 통로에 깔판을 깔고 앉는다. 일반 등산객들도 몇 사람 있지만, 대부분이 산정 산악회 1차에서 5차까지의 백두대간 종주대원들이다.


버스가 영동고속도로 소사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하고 출발하자. 정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의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장구목이 골 입구-임도-주능선-정상-중봉-오잠동 갈림길-임도-계곡-숙암리>>로 도상거리 약 12Km, 소요시간은 약 6시간이다.


이 산은 약 30년 전에 산악인들에게 알려져, 그 이후 산악인들이 꾸준히 찾는 산이지만, 워낙 덩치가 큰 산이라, 개발된 등산로를 벗어나면 아직도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다고 한다. 오늘 산행하는 코스는 최근에 인기 있는 코스로, 특히 임도에서 알바를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당부를 한다.


어제 이곳에도 다소 눈이 내렸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어느 정도 인지는 가 봐야 알겠다고 한다. 겨울산행인 만큼, 시간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산행을 하라고 강조한다.


버스가 용평에 접근하자 고속도로 변에 제법 눈이 쌓여, 심설산행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하지만 버스가 진부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59번 국도로 내려서서 정선을 향해 남쪽으로 달리자,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흐르는 오대천은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눈 흔적은 보잘 것이 없다.


10시 49분 버스는 장구목이 골 입구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서둘러 산행준비를 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49 장구목이 골 입구-11:00 산행시작-11:50 너덜지대-12:06 장구목이 임도-13:22 장구목이 삼거리-13:29~35 정상-13:45~14:05 중식-14:43 중봉-15:10~15:23 오장동 갈림길-16:00 임도-16:45 숙암리>> 중식시간 20분포함, 총 5시간 4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몇 년 전만해도 장구목이 골 입구는 찾기가 쉽지를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대형버스가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고, 이정표<가리왕산 정상 4.2K>, 등산 안내도를 세워놓은 외에도, 물레방아, 장승 등을 마련하여, 무심코 들머리를 지나칠 걱정이 없어졌다. 버스가 만원이라 많은 대원들이 배낭을 짐칸에 실었기 때문에, 배낭을 꺼내 산행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장구목이 골

장구목이 골 입구의 물레방아

장구목이 골 입구의 장승


11시경, 3차 대원들은 우스꽝스럽고, 외설스럽게 생긴 장승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왼쪽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등산로로 들어선다. 비교적 수량이 풍부해 보이는 개울물은 꽁꽁 얼어 있으나, 개울가나 등산로에는 눈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잔돌이 많은 등산로는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등산로에는 잔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11시 9분, 얼어붙은 계곡 위로 걸쳐진 임시 통나무다리를 건너고, 등산로는 점점 가팔라진다.

통나무 다리도 건너고...- 경담 대원 사진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산판길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진다. 계곡이 깊어지며, 꽁꽁 얼어붙은 어름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청아하다. 이제 계곡의 상류로 이어지는 돌 많은 등산로는 온통 눈으로 덮여 있다. 북쪽 사면이라, 전에 내린 눈이 녹지를 않고, 그 위에 어제 내린 눈이 덮여, 등산로 주변의 설경이 제법 그럴듯하다. 이름표를 단 주목이 간간이 눈에 뜨인다. 7인의 3차 대원들이 기러기 편대를 이루고 이런 계곡길을 천천히 오른다.


11시 50분 계곡이 끝나고, 너덜지대가 이어지며 경사가 급해진다. 약 15분 후 눈이 하얗게 쌓인, 장구목 임도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 있다. <국도 3.0K, 정상 1,2K>, 임도에서 보는 주능선의 상고대가 마치 하얀 솜을 펼쳐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3차 대원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을 향해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너덜지대를 오르는 대원들

 

장구목 임도 - 임도에는 이렇게 펜스가 쳐져있다.

 

임도에서 본 능선의 상고대

약 30여 분간 급경사 오르막이 계속된다. 눈도 제법 쌓여, 발목 깊이는 되는 듯싶다. 고도가 높아지며 아름답게 펼쳐지는 상고대의 절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3차대와 떨어져 후미로 쳐져 혼자 걷는다. 아무도 없는 은백(銀白)의 세계를 앞선 발자국을 따라 꾸벅꾸벅 걸어 오른다. 바람이 이나 보다. 하얀 눈꽃이 반짝이며 흩날린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등에는 땀이 배이지만, 볼에 와 닿는 대기는 차갑게 느껴진다.

 

상고대 1

상고대 2

상고대 3

오르막 경사가 완화되는 느낌이고, 등산로도 부드럽게 이어진다. 정상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큰 산일 수록 정상에 가까워지면 산 흐름이 부드러워진다. 푸른 잎에 분가루를 뿌린 듯한 주목이 군데군데 눈에 뜨이고, 완만한 산사면의 상고대는 절정을 이룬다. 이처럼 아름다운 상고대는 처음 경험한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절경 속에서 한 해를 보내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주목

1시 22분 장구목이 삼거리 능선에 오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정상 , 중봉 2.2K, 장구목이 임도 1,2K > 오른쪽으로 설화가 만개한 정상을 카메라에 담고, 배낭을 벗어 놓은 후,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길이 또한 장관이다. 능선길이라 눈이 푹신하고, 키 작은 관목에 핀 서리꽃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주능선에서 가까이 본 상봉

장구목이 삼거리 이정표

정상 가는 길

1시 29분 정상에 선다. 정상에서는 3차 대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함께 어울려 사진을 찍은 후 주위를 둘러본다. 너른 정상에는 돌탑과 상봉 이정표<중봉 2.2K>, 그리고 정상석들이 서 있다. 역시 관목에 핀 상고대가 절경이고, 지금은 바람이 없지만, 마치 깃발처럼 한쪽 방향으로 휘어진 나뭇가지가 이곳의 풍향과 풍속이 어느 정도인가를 웅변으로 증언하고 있다.

정상의 상고대

정상석과 돌탑

또 다른 돌탑

모진 풍상에도 꿋꿋한 나무

유감인 것은 습기가 많은 대기의 영향으로 주위의 조망을 즐기지 못하는 점이다. 기껏해야 서쪽으로 중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가깝고, 동쪽으로 중봉과 하봉이 빼꼼이 보일 뿐이다. 가리왕산의 제 1 경, 망운대의 절경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유감이나, 맑고, 쾌청한 날씨라면 절정을 이룬, 오늘의 상고대를 즐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마음을 달래며 온 길을 되돌아 내려선다.


배낭을 벗어 놓았던 장구목이 삼거리,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서, 3차 대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는다. 막걸리와 매실주 잔이 돌고, 오랜만에 눈 위에 차려진 점심상이라 더 한층 흥취가 깊다. 바람이 지나가면, 점심상 위로 눈가루가 하얗게 흩날린다.


점심을 마치고, 중봉을 향한 능선길을 천천히 걷는다. 너른 능선에는 제법 많은 눈이 쌓여있다. 지금은 하얀 설원이지만, 봄나물이 지천이고, 야생화가 아름다운 초원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간간이 보이는 오래된 고목과 대추 빛 주목들이 능선 길의 단조로움에 싱그러운 변화를 주고 있다. 시계가 트이질 않아 조망을 즐길 수 없는 것이 내내 유감이다.

능선길에서 본 고목

 

가까이 본 중봉

 

능선길의 주목

2시 43분 중봉에 이른다. 너른 공지에 돌탑과 이정표가 서 있다. <상봉 2.2K, 중봉임도1.7K> 급경사 내리막에 대비하여 아이젠을 신고, 무릎 보호대를 착용 한 후, 왼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북동쪽 사면의 하산 길은 가파르고,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어, 설산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중봉의 돌탑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설화가 만개한 부드러운 상봉이 가깝게 보인다. 나뭇가지에 가려, 깨끗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내리막길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검푸른 색이다. 그런 하늘을 향해 뻗은 키 큰 나무들 가지에도 설화가 피어 햇빛에 반짝인다.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광경이다. 나뭇가지에 얼어붙은 서리나 눈이겠는데, 이를 무엇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역시 상고대인가? 아니면 수빙(樹氷)인가?

상고대인가? 수빙인가?

눈 덮인 키 작은 산죽 밭을 지나고, 자작나무 숲이 이어진다. 자작나무를 보면 오마 샤리프(유리 지바고)의 형형한 눈망울과 줄리 크리스티(라라)의 젖은 눈동자가 떠오르고, 배경음악 "라라의 테마" 음악이 들려온다. 이제 스토리는 다 잊었지만, 아름다운 장면, 그리운 멜로디는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래서 영화가 좋다.

자작나무 숲

오장동 임도 이정표

이렇게 펜스의 문을 통해야 등산로에 오를 수 있다.

3시 22분 오장동 임도에 내려선다. 孤峰 대원과 和峰 대원은 앞서 내려간 모양이다. 남은 3차 대원 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후미를 보던 정 대장도 합류하여 한 동안 함께 휴식을 취한 후, 열린 펜스 문을 통과하여 숙암리로 향한다. 하산 길의 낙엽송 조림지역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낙엽송 길

4시경,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에서 藝苑 대원과 鏡潭 대원이 아이젠을 풀고, 스패츠를 벗으며 쉬고 있다. 나도 아이젠, 무릎 보호대를 풀고, 이들과 어울려 천천히 임도를 내려선다. 저 아래 숙암리가 보인다. 사방이 높은 산으로 둘러 쳐진 작은 분지다. 뒤돌아보니, 첩첩한 산 뒤 저 멀리 가리왕산의 상봉이 보인다.

첩첩산중의 작은 마을 숙암리 - 경담 대원 사진

4시 45분 경, 숙암분교를 지나 산행을 마친다. 버스에 올라 배낭을 내려놓고,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따끈한 오뎅과 소주로 추위를 쫓는다. 이윽고 정 대장이 후미일행과 함께 도착하고, 이들이 식사를 마치자, 5시 23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버스는 9시가 채 못 되어 서울에 도착하고, 오늘 鏡潭이라는 멋쟁이 아호를 얻은 은영 대원이 한방 쏘겠다며, 3차 대원들을 논현동 비어할레로 유혹한다.


(2005.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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