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산에서 배너미고개를 지나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2005년 10월 22일(토).
10월 4째 토요일. 한강기맥 세 번째 구간을 산행하는 날이다. 송암 산악회에서는 미리 산행구간을 답사하고, 그 답사기를 홈페이지에 올려놓는 성의를 보인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용천리-배너머고개-용문산-문례재-문례봉-싸리재-싸리봉-비슬고개>, 도상거리 약 16Km, 산행 소요시간은 6시간이다.
이번이 한강기맥 중 경기도에 속하는 마지막 구간이다. 다음은 강원도로 넘어가게 된다. 마루금은 크게 보아 서에서 동으로 흘러, 용문면을 남북으로 가른 암릉길이 아름답고, 용문산을 지나, 문례봉에 이르는 능선미가 빼어난 곳이다. 주위에 용문봉, 도일봉, 중원산이 가깝고, 마침 가을철이라 낙엽 진 숲길이 낭만적이다. 하지만 용문산 철조망 길이 고약하고, 울창한 참나무들이 조망을 방해하는 것이 아쉽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02 배너머고개 중턱 하차-9:10 배너머고개 오름, 산행시작-9:20 등산로 진입-9:26 벌목지대-9:34 큰바위-9:36 주능선-9;52 810m봉-10:06 공터-10:16 군부대 정문-11:05~10:10 바위 전망대-11:15 안부도착-11;21 용문봉 갈림길-11;26 문례재-12:01~12:20 문례봉 삼거리 중식-12:24 문례봉(폭산)-13:00 731.2m봉-13:39 단원산-13:40 중원산 갈림길 이정표-13:58 중원리 갈림길-14:09 775m봉-14:16 싸리봉 0.65K이정표-14:21 싸리재 이정표-14:37~14;52 싸리봉-15:17 임도-15:20 비슬고개> 총 산행시간 6시간 10분, 들머리 10분, 중식 20분, 마루금 산행 5시간 40분
산악회 버스는 선능역에서 7시에 출발한다. 5시 30분 쯤 일어나, 조간신문을 보며, 아침을 먹고, 6시 30분 쯤 집을 나서면, 10여 분 정도 여유를 갖고, 선능역에 도착할 수 있다. 5시 30분 경 알람이 울리고, 언제나 깨워주는 일은 집사람 몫이다. 이제 주 1회 등산에 익숙해진 집사람은 군소리 없이 새벽밥을 차려주고, 도시락을 챙겨준다.
배낭을 챙기고, 옷을 입는다. 옆에서 지켜보던 집사람이 날씨가 춥다는데, 그런 옷차림으로 괜찮겠냐고 걱정을 한다. 배낭에 넣었던 여벌옷도 아내가 챙겨주는 봄가을용으로 바꿔 넣고, 입던 옷도 다시 벗어, 허둥지둥 갈아입는다. 이렇듯 한바탕 소동을 벌리다 보니 시간이 어느덧 6시 35분이 지난다. "좀 미리 미리 챙겨주면 좋잖아?"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고, 서둘러 현관을 나선다. 집사람은 어이없어하는 얼굴이다. 하지만 말없이 빠뜨린 헤어밴드를 건네준다.
오늘도 참여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버스 외에 6~7인승 찦차가 대기하고 있다. 좌석배치에 시간이 걸리고, 버스는 7시 10분 경 선능역을 출발한다. 경유지를 거쳐,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 버스는 9시 2분 경 배너머고개 중턱에 도착한다. 버스가 이동하는 동안, 어이없어하던 집사람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내내 지워지지가 않는다.
버스에서 내려, 붉게 변한 유명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서울에서 가까워서인지, 저 아래 보이는 용천리의 다양한 모양의 집들이 무척 아름답게 보인다. 준비운동을 마친 후, 9시 10분 경, 대원들은 아스팔트길을 걸어 배너머고개 마루턱으로 향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본 유명산>
10분 후 고개 마루턱에 이르러, 오른 쪽 송림으로 들어선다. 솔잎이 노랗게 깔린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솔내음이 상큼하고, 조끼를 입었는데도,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이 차게 느껴진다. 상쾌한 오전 산책길이다. 소나무 숲에 이어, 참나무 숲이 이어진다. 참나무들은 이미 반 넘어 잎을 떨구어, 등산로에는 낙엽이 수북하다. 낙엽 밟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등산로 진입>
벌목 지대를 지나고, 경사가 가팔라지자, 등산로를 따라 가느다란 로프가 매어져 있다. 커다란 바위를 지나고, 9시 36분 경, 주능선에 오른다. 등산로는 참나무들이 빽뺵히 들어찬 오른쪽 숲으로 굽어지고, 발밑의 낙엽은 더욱 더 깊어진다. 이윽고 오래된 임도로 내려선다. 가을빛이 완연한 임도를 산책하듯 걷는다. 등산로는 임도를 버리고, 오른 쪽 사면으로 올라, 작은 시멘트 말뚝이 박힌 고개에 이른다. 810m봉인가 보다. 고개를 내려서자 등산로는 다시 임도로 이어진다.
<정취있는 길 - 구 임도>
아름다운 임도가 계속 이어진다. 하얀 억새가 하늘거리는 너른 공터를 지나고, 오른 쪽으로 백운봉의 웅장한 모습이 가깝게 다가온다. 붉은 색 배낭을 지고, 양팔을 허리에 댄 채, 구부정하게 임도를 따라 걷는 대원의 모습이 주위의 풍광과 어울려, 기가 막히게 가을을 연출한다.
<임도는 공터를 지나고...>
<공터에서 본 백운봉>
<가을 정경>
등산로는 우마차가 다닐 정도로 넓은 임도로 이어지고, 임도 정면으로 용문산 정상의 군사시설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너른 임도는 군부대 앞까지 이어진다. 임도에 서서, 요새처럼 웅장한 군사시설을 카메라에 담아도, 정문 초소의 초병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다. 11시 17분 수로를 건너고, 철조망 옆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따라 왼쪽으로 돌아선다.
<군사시설 그리고초소와 초병>
철조망은 북동쪽 언덕으로 이어지고 등산로는 철조망을 따라 이어졌다 끊어졌다를 반복한다. 말이 등산로지, 비라도 한차례 세차게 오면, 언제 붕괴될지 모를 그런 길이다. 북쪽 언덕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그늘 진 곳에는 서릿발이 하얗게 솟아 있고, 지뢰 매설지라는 팻말이 눈에 보인다. 등골이 으스스 해지는 느낌이다.
철조망을 따라 북쪽 끝 바위 위에 선다. 건너편에 유명산 보이고, 배너머고개를 지나 용문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곳에서 철조망은 동쪽으로 굽어져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맞은 편 언덕에서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북쪽 끝 철조망>
<철조망길은 동쪽으로 내려서고..>
남쪽으로 뻗은 울타리 길이 한층 고약하다. 한쪽은 철조망 울타리, 다른 한쪽은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거친 관목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관목 가지가 배낭을 잡아끌고, 얼굴을 후려친다. 철조망이 골짜기로 향하면서, 왼쪽은 급사면 골짜기에 면하게 되고, 등산로가 군데군데 끊긴 곳이 나타난다. 이런 곳은 철조망에 매달리듯 좁은 공간에 발을 붙이고 어렵게 진행해야한다 어제 내린 비로 바닥이 미끄럽다. 자칫 발이라도 미끄러지면 철조망에 매달려 버둥거려야 할 판이다.
<하수구도 지나며...>
군부대 하수구인 듯싶은 곳을 지나자, 철조망은 바위가 미끄러운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정면의 거대한 통신탑을 지난다. 철조망은 비로소 오른쪽으로 빗겨서고, 우리들은 우뚝 솟은 조망바위에 선다. 이 때 시각이 11시 5분, 고약한 철조망 길을 통과하는데 한 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다.
<미끄러운 사면을 오른다>
전망바위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정면으로 용문사가 있는 골짜기가 아련하고, 그곳 골짜기로 용문산에서 시작한 한줄기 바위능선이 힘차게 내달린다. 오른쪽으로는 상원사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펼쳐지고, 그 뒤로 삼각형의 봉우리가 올돌하다. 봉우리 모양을 보면, 삿갓봉인 듯싶기도 한데, 주읍산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오른 쪽으로 남한강이 보인다.
<용문사 골짜기>
<상원사 골짜기 - 가운데 삼각봉은 삿갓봉인지? 주읍산인지?>
동쪽 방향으로 용문봉의 험한 모습이 보이고, 그 뒤로 중원산 줄기가 이어진다. 시선을 북동방향으로 돌린다. 앞으로 가야할 능선이 부드럽게 누워있다. 그 끝에 문래봉이 뚜렷하다. 간식을 들면서, 후미 팀은 이 기막힌 조망을 즐긴다. 송암 산악회에는 후미대장이 여자대장이다. 경험이 많은 모양이다. 무척 능숙해 보인다.
<용문봉과 그 뒤로 중원산>
<가야할 능선 - 능선 끝이 문례봉>
급경사 비탈길을 내려선다. 등산로는 안부를 지나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1시 21분 용문봉 갈림길에서 등산로는 좌측으로 휘어지더니,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11시 26분 경, 문례재를 지나 암릉길을 걷는다. 작은 고개를 넘어 서자, 나뭇가지 사이로 문례봉이 보인다. 다시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름길을 오른다. 12시 2분 경 문례봉 삼거리, 너른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에서 많은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헬기장 한 귀퉁이에 홀로 앉아 점심 도시락을 푼다.
<암릉길의 단풍>
<문례봉 삼거리>
12시 20분 경 점심을 마치고, 배낭을 놓아 둔 채, 문례봉 정상을 향한다. 4분 후 정상에 오른다. 정상 좁은 공간에는 예쁜 정상석 한 개가 덩그마니 놓여 있다. 헌데 이 정상석이 이상하다. 명칭도 천사봉, 높이 1004m라고 표기돼 있다. 이름도 높이도 다르다. 문례봉(992m)이 폭산 이라고도 불리었다고 하더니, 또 다른 이름이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고도 차이는 또 무언가? 시원하게 답을 주는 사람이 없다.
<천사봉 정상석>
정상에서 용문산, 용문봉, 그리고 지나온 능선이 조망되지만, 아쉽게도 나무에 가려 볼 품은 없다. 헬기장으로 되돌아와 배낭을 메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낙엽이 쌓인 아름다운 능선길이 이어진다. 다시 산책하는 기분으로 산행을 즐긴다. 1시경 삼각점이 박혀 있는 735.2m봉을 지난다.
<735.2m봉 삼각점>
등산로는 네거리 안부를 지나 암릉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작은 암릉이 정면을 막아서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우회 길을 택하지 않고, 바로 암릉에 오른다. 눈앞에 문례봉이 깨끗한 모습을 보인다. 등산로 북쪽사면은 경사가 매우 급하다. 간간히 암릉이 이어지는 좁은 능선길을 걷는다. 북쪽으로 주황색으로 채색한 거대한 송전탑들이 산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암릉에 올라 뒤볼아 본 문례봉>
안부를 지나 단원산(778m)에 오른다. 낙엽이 발등을 덮는다. 이정표 앞에 대원들이 쉬고 있다. 중원산 갈림길이다. <도일봉 2.93K, 중원산 0.65K> 산악회 종이표지가 도일봉 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물을 마시고 잠시 쉰 후,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왼쪽 도일봉 방향으로 내려선다. 평평하게 이어지던 길이 급경사 내리막으로 변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정면에 775m봉이, 그 오른 쪽으로 도일봉이 보인다.
<단월산에는 낙엽이 발등을 덮는다>
<중원산 갈림길 이정표>
<오른쪽이 도일봉>
1시 58분 중원리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 가파른 오름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약 10분 후 커다란 소나무가 아름다운 775m봉 마루턱에 선다. 소나무 아래, 암릉에서 보는 북쪽 조망이 아름답다. 눈 아래 산음리가 펼쳐지고, 마주 보이는 산에서 흘러내리는 능선들이 울퉁불퉁 근육처럼 불거져 보인다, 산허리를 구불구불 관통하는 도로가 끊겼다 이어졌다 한다.
<775m봉>
<775m봉에서 내려본 북쪽 조망>
775m봉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정표가 자주 눈에 뜨인다. 아마도 비슬고개쪽이나, 산음리 쪽에서 도일봉이나 중원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은 모양이다. 2시 16분 싸리봉 0.65K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2시 21분 헬기장이 있는 싸리재에 이른다. 다시 가파른 오름길을 오른다. 도일봉 1,3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도일봉이 가까이 보인다. 허연 바위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도일봉은 암봉인 모양이다.
<이정표>
<싸리재로 내려오면 서 본 싸리봉>
<싸리재>
2시 37분 싸리봉 정상(812m)에 오른다.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435 재설, 76.8 건설부>, 이정표가 서 있다.<등산로 코스 1,6K> 정상에 나무벤치가 한 개 놓여 있는 것이 이채롭다. 벤치에 앉아 5분 정도 휴식을 취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싸리봉 정상의 이정표>
2시 48분, 경기 소방에서 세운 119 긴급연락처 표지판을 지난다. 표지판에는 현 위치를 싸리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발등이 덮일 정도로 낙엽이 쌓인 비탈길이 아름답다. 비탈길은 한차례 내리막이 완화되는 듯싶더니 다시 경사가 급해진다. 낙엽이 쌓인 길을 구르듯 달린다. 3시 17분 경 임도에 내려선다. 뒤돌아 싸리봉을 올려다본다. 지는 해를 받고 우뚝 선 싸리봉이 아름답다. 3시 20분,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비슬고개에 도착한다.
<긴급연락처 팻말>
< 아름다운 하산길>
<임도로 내려서기 직전에 찍은 싸리봉>
비슬고개는 단월면 행소리와 산음리를 연결하는 지방도로 328번이 지나는 고갯마루다. 비슬고개에는 수십 개의 장승과 감시초소가 있고, 도로 건너편에는 다음 구간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절벽처럼 솟아 있다. 땀을 닦을 적당한 장소가 없어, 배낭에서 재킷을 꺼내 입고, 산악회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한다. 점심도 저녁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의 식사지만, 간이 식탁에 둘러서서, 소주를 반주로, 미역국에 말아 먹는 밥맛이 좋다.
<비슬고개 장승>
<비슬고개쪽에서 본 도일봉>
4시 20분 경 후미대장이 후미 팀을 인솔하고 도착한다. 10분 후 다리를 다친 대원이 마지막으로 도착하여 서둘러 식사를 한다. 버스는 4시 4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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