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골마을 입구에서 본 수리봉

 

백두대간이 한반도의 등줄기를 타고 남행하다 경상남도 밀양시와 울산광역시에 높이 1000m 이상 되는 산 7개를 고추 세운다. 가지산(1,240m), 운문산 (1,188m), 천황산(1,189m), 신불산(1,208m), 취서산(1,059m), 고헌산 (1,032m), 간헐산 (1,083m)이 그것으로 소위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는 산군(山群)이다. 운문산은 그 중의 하나로 동쪽의 가지산과 함께 경상남북도의 경계를 이룬다. 

영남알프스(펌)


운문산은 예로부터 호거산이라 불린 산으로 명산의 요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웅장한 암봉과 기암괴석에 울창한 숲, 여기에 천문지골, 심심이골, 복숭아골, 상운암계곡 등의 계곡이 어우러져 문자 그대로 심산유곡을 이룬다. 유서 깊은 대사찰 운문사와 천상에 걸린 상운암, 그리고 석남사가 있고, 동의보감의 허준이 반위에 걸린 스승의 시신을 해부 한곳이 운문산의 얼음굴이라는 설이 전해 온다.


산림청은 구연동(臼淵洞), 얼음골이라 부르는 동학(洞壑), 해바위(景岩) 등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계곡과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고 군립공원으로 지정(1983년)된 점 등을 고려하여 운문산을 100대 명산으로 선정한다. (이상 자료 발췌)


2009년 7월 25일(토)

대서(23일), 중복(24일)이 지나며 장마가 끝난 줄 알았더니, 올 장마는 일주일쯤 더 길어진다는 기상청의 예보다. 월 산악회에서 운문산을 간다기에 신청을 하고, 회비까지 송금했는데, 새벽에 일어나보니 비가 내린다. 산행이 취소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 확인을 해 보니, 우천불문 강행한다는 대답이다.


7시경 서초구청 앞에 도착하니 다행히 비는 멎었다. 7시 15분 쯤 산악회 버스가 도착하고, 경유지를 거쳐,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40인승 버스에 4자리가 비었다고 한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33명이 참여했으니 성적이 좋은 편이다.


버스는 9시가 조금 넘어 괴산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다. 이윽고 버스가 출발하자 최 회장이란 분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코스에 대한 설명을 한다. 석골사 입구에서 남쪽능선을 타고, 함화산을 거쳐 운문산에 오르고, 운문산(1195m)에서 서북능선으로 진행하여 딱밭재(800m)를 거쳐, 억산(954m) 직전의 팔풍재에서 대비골로 하산하라고 한다. 산행거리 약 10.9m에 석골마을 입구에서 석골사까지의 왕복 약 1.5Km를 합하면 총거리는 12.4Km에 이른다.

괴산휴게소에서 본 비온 뒤 농촌풍경

운문산 지도(펌)


산행시간은 5시간, 하산시간에 맞추기 어려운 사람들은 운문산을 지나, 첫 번째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상운암을 거쳐 계곡으로 탈출하거나, 딱밭재에서 상운암 계곡으로 내려서라고 한다. 월 산악회는 처음이다. 빡센 산행을 하는 산악회라더니 과연 그런가 보다, 도상거리 12.4km를 5시간에 주파하려면, 거의 선두구릅 수준으로 달려야한다.


버스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린다. 팔공지맥, 남해지맥을 할 때 여러 차례 지나며 낮이 익은 길이다. 비구름이 걷히는 주변의 산과 비온 뒤 더욱 푸르게 보이는 너른 들녘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윽고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로 들어서고, 밀양IC를 통과하여, 24번 국도를 달린다. 이어 왼쪽 석골마을로 들어서더니, 11시 29분, 다리 앞에서 멈춘다. 대원들은 4시30분까지 하산하라는 최 회장의 이야기를 듣고 버스에서 내려 다리를 건넌다.

비구름이 걷히는 산

푸른 들녘

다리를 건너는 대원들


다리를 건너 석골마을로 들어선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에서 천렵이라도 하는지 물속을 휘젓는 어른들이 보인다. 계곡을 따라 포장도로가 이어진다. 도로변 여기저기에 보이는 과수원의 사과가 아직은 파랗다. 석동 임진왜란 창의유적 기념비를 지나 물이 줄줄 흐르는 도로를 따라 걷는다. 비온 끝이라 덥지 않아 좋다. 구름이 많은 날씨지만 가까운 곳을 조망하기에는 지장이 없겠다.

파란 사과

창의유적 기념비

석골사 가는 길


11시 45분, 석골사 폭포 아래에 선다. 제법 웅장한 폭포다. 폭포근처에 텐트를 치고 더위를 피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11시 48분, 석골사를 왼쪽으로 보고, 징검다리로 석골사 폭포 위 계류를 건너 물에 젖어 미끄러운 암릉을 조심조심 오른다. 11시 55분, 전망바위에 서서, 왼쪽의 수리봉, 오른쪽으로 치마바위로 짐작되는 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석골사 폭포

폭포 위

미끄러운 암릉을 오르는 대원들

수리봉,

치마바위


11시 59분, 암릉이 끝나고, 육산능선이 가파르게 이어진다. 고도계의 고도는 330m이다. 이제부터 약 900m 정도의 고도차를 극복해야하니, 한동안 힘을 써야겠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오른다. 12시, 쇄락한 무덤을 지나며, 노란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고, 12시 6분, 전망바위에서 가야할 서북능선을 바라본다. 가장 오른쪽 봉우리가 범봉(962m)이라고 짐작한다. 전망바위마다 올라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최후미로 쳐진다.

야생화

가야할 서북능선


12시 35분, 660m봉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1분 후, 전망바위에서 주위를 둘러본다. 왼쪽 끝으로 가야할 봉우리가 구름에 덮여있고, 동쪽의 가지산은 절반이 구름에 잠겨있는데, 남동쪽으로 천황산과 재약산이 웅장하다. 12시 40분, 또 다른 전망바위에 서서 이번에는 북서방향과 북쪽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구름 덮인 가야할 봉우리

가지산방향

천황산과 재약산 방향

북서방향

북쪽 조망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작은 둔덕을 넘고 능선 안부를 지난다. 등산로는 거대한 암벽을 오른쪽, 왼쪽으로 우회하더니, 암벽 사이의 가파른 좁은 돌길을 지나, 너른 공터에 이른다. 왼쪽으로 전망바위가 보인다. 전망바위에 서서 서쪽으로 산내면을 굽어보고, 북쪽으로 구름에 쌓인 암봉을 바라본다.

능선길

암벽사이의 좁은 돌길

전망바위에서 본 산내면

구름에 덮인 북쪽 암봉


1시 3분, 孺人靑松史氏 묘를 지난다. 해발고도 775m 높이에 홀로 외롭게 누워있는 여인... 기암준봉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분인 모양이다. 가랑비가 내리가 시작하고, 짙은 안개가 몰려온다. 명산이 어찌 한 번에 제 모습을 보여주겠는가? 이후 보이는 것은 비구름과 안개뿐이다. 2008년 6월, 낙동정맥을 하면서 가지산을 지날 때도 비가 와, 훗날 다시 한 번 와야겠다고 다짐한 적이 있다. 이쯤 되면 이들 두 개의 산이 다음에는 멋진 모습을 보여줄 터이니 꼭 다시 오라고 부르는 것 같다.

유인청송사씨지묘


암릉 길이 이어진다. 커다란 바위가 앞을 막는다. 등산로는 왼쪽 사면으로 우회한다. 1시 30분, 갈림길에 이른다. 산악회에서 깔아놓은 종이 표지판이 직진하라고 지시한다. 1시 32분, 고도 975m의 전망바위에 서지만 보이는 것 은 안개뿐이다. 1시 42분, 암봉에 오르니, 눈앞에 안개에 싸인 봉우리가 하나가 우뚝하다. 어느 사이에 가랑비는 멎었다.

바위 왼쪽 우회

전망바위

암봉에서 본 또 다른 암봉


등산로는 암봉을 왼쪽으로 크게 우회한다. 1시 53분, 사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좁은 암릉길을 오른다. 이어 두 차례나 전망바위를 지나지만, 보이는 것은 안개뿐이라, 아쉽기만 하다. 등산로가 무성한 관목과 싸리나무 사이로 이어지더니, 2시 12분, 정상석이 있는 함화산에 이른다. 울산 한우리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 뒷면에 함화산 유래가 적혀 있다.

갈림길의 표지기와 산악회 종이 표지판

관목과 싸리나무 숲을 지나고

정상석

함화산의 유래


함화산의 유래 / 신라말-고려초에 비허선사(備虛禪師)가 창건한 석골사를 조선 영조11년, 함화당 의청(含花堂儀淸) 스님이 중창하면서 부속암자로 함화암(현재의 상운암)이라는 액호를 걸고 참선도량으로 삼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함화산" 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1978년에 발간된 밀양지 문화재 사적편에는 "운문산을 함화산이라고도 부른다." 라고 저술하고 있고, "산이 높아 꽃이 피기 전에 시들고 만다." 라고 해서 화망산(花忘山)이라 불렸다하여 지금도 운문산자락 아래의 남명리 주민들은 함화산(含花山)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중략)


1996년 청도산악회가 운문사의 높은 지명도를 내세워 운문산에 정상석을 세우게 되면서 함화산의 명칭이 사라지게 되었으므로 "울산 한우리산악회"에서는 함화산의 명맥을 잇기 위하여, 2007년 5월, 현 위치에 정상석을 건립한다."


함화산을 내려서서 다시 암릉길을 걷고, 무성한 싸리나무 숲을 통과하여, 2시 18분, 너른 운문산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정상석, 이정표 등이 정비돼 있다. 비는 그쳤지만 사방에 운무가 가득하여 조망은 제로다. 유감이다. 석골사에서 정상까지는 4.5Km, 쉬지 않고 걸었는데도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정상의 소나무

정상석

이정표


정상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팔풍채에서 대비골로 하산, 석골사에 이르려면 앞으로 약 6.4Km를 더 걸어야 하는데, 이제 남은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2시 19분, 서둘러 정상을 내려서서, 산책로처럼 부드러운 내리막길을 달린다. 2시 27분, 이정표와 돌탑 등이 있는 너른 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이 상운암으로 내려서는 첫 번째 탈출로다.

운무에 싸인 등산로

돌탑이 있는 안부

이정표


상운암을 지나, 천상폭포를 구경하고, 정구지바위, 치마바위 등이 절벽을 이룬 상운암 계곡은 그 빼어난 풍광으로 유명하다는데, 빠듯한 시간에 운무에 싸여 조망도 즐길 수 없는 능선길을 걷기보다. 차라리 일찌감치 탈출하여 경치 좋은 계곡에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5시간 가까이 좁은 버스에 시달리며 여기까지 내려와서, 중도탈출을 한다는 것이 아무리해도 마땅치가 않다. 잠시 망설이다, 완주를 하겠다는 여자대원 한분과 딱발재로 향한다.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다시 빗방울이 후드득후드득 떨어진다. 산죽길을 지나고, 운무속의 한적한 능선길을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암릉길이 이어진다. 로프가 걸린 가파른 암릉을 로프를 잡고 내려서지만 우험한 곳은 아니다. 2시 40분, 갈림길에 이른다. 땅에 깔린 산악회 종이표지판이 왼쪽으로 진행하라고 알려준다. 아마도 암릉 우회길인 모양이다.

산죽 길

운무 속의 한적한 능선 길


2시 54분, 119 긴급연락처 안내판이 있는 바위전망대에 선다. 역시 헛일이다. 길가에 보이는 버섯이 꽃처럼 곱다. 3시 8분, 안부 사거리 딱밭재에 내려선다. 왼쪽은 상운암 계곡, 오른쪽은 천문지골로 내려서는 곳이다. 새벽 5시 30분에 아침을 먹고, 10시경 산악회에서 준 가래떡으로 간식을 한 터라, 시장기가 돈다. 여자대원과 함께 빵과 과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3시 23분, 직진 오르막길을 오른다.

꽃처럼 예쁜 버섯

딱밭재

이정표


구름과 안개가 내려앉은 잡목 숲을 헤치고 나아간다. 한여름 삼복중인데도 더위는 커녕 서늘한 냉기가 느껴진다. 1000m 고지의 운무 속을 거닌다. 신선이 따로 없다. 오른쪽에 대문처럼 거대한 바위가 우뚝하고 그 앞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걸려있다. 오르막이 가팔라지며 암릉길이 이어진다. 3시 46분, 이정표가 있는 범봉(962m)에 오른다.

바위와 표지기

능선이 가팔라 지고

범봉 이정표


범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3시 55분, 갈림길에서 산악회 표지판의 안내로 오른쪽 능선으로 오른다. 운무에 싸인 능선길이 부드럽게 오르내린다. 오른쪽으로 두 차례나 전망대를 그냥 지나친다. 4시 16분, 사거리안부인 팔풍채에 내려선다. 이정표, 119 긴급연락처 안내판 등이 보인다. 직진하면 억봉, 0.6Km, 오른쪽(북쪽)은 대비사 가는 길이고, 하산로는 왼쪽 대비골이다. 이정표는 석골사까지의 거리가 2.7Km 라고 알려준다.

갈림길, 우

팔풍채

이정표


도상거리 2.7Km라면 내리막길이라도 1시간은 걸린다. 결국 4시 30분까지의 하산은 물 건너갔고, 버스 출발시간인 5시까지 내려서는 것이 최선이겠다. 여자대원과 함께 가파른 내리막길을 뛰듯이 달린다. 5시 17분, 계곡에 이르고, 돌 많은 계곡길이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계곡을 건너며, 여자대원이 모자를 벗더니, 시원한 계류에 통째로 머리를 담근다.

계곡을 건너고


물소리가 요란하다. 아름다운 계곡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즐길 여유가 없다. 절 나게 달릴 뿐이다. 4시 49분, 건너편 상운암 계곡의 치마바위를 카메라에 담고, 4시 52분, 지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에 땀을 씻고, 윗옷을 바꿔 입는다. 안개는 걷혔지만,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건너다 본 상운암 계곡


5시 2분, 운문산 등산안내도를 지나고, 5시 6분, 석골사에 이른다. 절 뒤로 로 보이는 수리봉이 웅장하고, 지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계류가 옥 같이 맑다. 도로를 따라 뛰듯이 달린다. 나 때문에 버스가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5시 20분,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도착한다. 식사하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등산 안내도

석골사

경내에서 본 수리봉

경내를 흐르는 맑은 계류

하산


간식 15분, 땀을 닦고 옷 갈아입은 시간 10분을 제외하고는 줄곧 걸었는데도 산악회가 제시한 하산시간인 4시 30분에 50분이나 늦었다.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억산을 다녀온 선두그룹이 겨우 시간에 마쳐 하산했다고 한다.


산악회의 안내를 받고 싶지만, 이처럼 개몰 듯 몰아세우는 산악회의 횡포가 싫어서, 참여하지 않는 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요즘은 웰빙산행시대라고 한다. 산악회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 식사를 다 마쳤는데도 버스는 출말하지 못한다. 6시가 다 되어 마지막 두 사람이 하산하고, 비로소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7. 2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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