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기온이 연일 30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올해는 장마도 열흘쯤 빠르다더니 더위도 빨리 온 모양이다. 이런 더위에는 산악회의 비좁은 버스를 타고 멀리 이동하는 것도 고역이다.
2011년 6월 16일(목)
수락지맥 두 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에서 내리고, 버스로 지난번 산행을 마쳤던 삼륙대학 앞에서 내리니, 8시 50쯤 됐다. 등교하는 학생들을 따라 육교를 건너, 수위실의 수위 아저씨의 눈치를 보며 대학 정문으로 들어선다. 당연히 제지를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무사통과다. 영문을 모르겠다.
삼륙대학 구내로 들어서고
조금 더 진행하다, 길가의 안내판을 보고서야 이유를 알겠다. 토요일은 학생들이 기도를 하는 날이니 등산객들의 출입을 삼가 달라는 이야기다. 토요일을 제외한 다른 요일에는 등산객들의 출입을 허용한다는 이야기이다. 비로소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걸으며 학생들에게 제명호 가는 길을 묻는다.
교내로 들어왔던 차량들이 왼쪽으로 U턴하여 나오는 로타리 앞 벤치에 앉아 산행준비를 하고, 9시 6분, 제명호를 향해 로타리 왼쪽 길로 들어서며 오늘산행을 시작한다. 9시 10분, ‘운선로’ 라는 돌표지가 있는 삼륙대학 임간교실(林間敎室) 입구에 이른다. 한쪽 옆에는 불암산 둘레길 표지목이 보인다.
차들이 U턴하는 로타리 앞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제명호로 향하고
임간학교 입구
불암산 둘레길 표지목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조용한 산책로를 천천히 걷는다. 9시 10분, 호숫가에 이른다. 제명호 돌비석과 불암산 둘레길 표지목이 보인다. 호수 이름 ‘제명’은 이 호수를 만드는데 공이 큰 James. M. Lee 목사의 한국이름 , 이제명에서 따왔다는 내용이 석비 기단에 적혀 있다. 둘레길 표지목은 오른쪽으로 가라고 지시를 한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책로
제명호 돌표지
둘레길 표지목
하지만 왼쪽으로 정자와 넓은 길이 보이고, 고래대장도 산행기에서 제명호를 왼쪽으로 우회했다고 기록하고 있어, 서슴없이 왼쪽 길로 들어서서, 제명정에서 잠시 호수를 굽어보고, 너른 임도를 따라 오른다. 얼마가지 않아 임도는 끊어지고 산길이 이어지더니, 어느 사이에 산길도 슬그머니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왼쪽에 능선 마루턱이 가깝게 보인다.
제명정
임도는 끊기고 좁은 산길로
길 없는 길을 만들며 능선마루턱을 향해 곧바로 치고 오르자. 왼쪽에 철조망이 따라오고,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고래대장도 언급한 철조망이다. 철조망을 따라 잠시 걷는다. 철조망에 개구멍이 뚫려있고, 철조망은 험한 골짜기로 계속 이어져 내린다. 철조망을 따라 골짜기로 내려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아, 등산객들이 뚫어 놓은 개구멍인 모양이다.
개구멍이 뚫린 철조망
개구멍을 통해 철조망 안으로 들어선다. 3분 후 T자 능선에 올라, 넓은 등산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9시 46분, 다시 철조망이 길을 막고, 그 철조망 아래에 또 개구멍이 보이는데, 나무팻말이 등을 보이고 있다. 개구멍을 통과하여 팻말을 돌아본다. ‘출입금지’ 표지다. 1분 후, 불암산 둘레길 표지목이 있는 일반 등산로로 들어서서, 등산객들을 만나고, 나뭇가지 사이로 불암산의 정수리를 바라본다.
일반 등산로
9시 53분, 이정표가 있는 삼육대학 갈림길을 지난다. 이정표는 삼육대학교 1.2Km, 불암산 정상 2.5Km 알려준다. 그렇다면 제명호에서 오른쪽 둘레길을 따라 진행하는 것이 왼쪽길보다 가깝고 그리고 훨씬 편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펑일 오전인데도 산책 나온 인근주민들로 등산로가 제법 붐빈다. 모처럼 사람구경도 하며 뻥 뚫린 등산로를 천천히 유장하게 걸어 오른다.
삼륙대학교 갈림길 이정표
헬기장에 계시된 등산 안내도(부분) - 제명호 오른쪽 길이 맞다.
9시 57분, 이정표가 있는 중게본동 갈림길 사거리리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계단길을 올라, 고도 238m 봉우리에 있는 정자를 지난다. 10시 5분, 학도암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 오니, 2005년 6월, 지하철 7호선 중계역에서 내려, 원암유치원, 학도암을 거쳐, 불암산 주능선으로 진입하고, 불암산을 지나, 수락산까지 갔다가 석림사로 하산하여, 장암역에서 지하철을 탔던 기억이 새롭다.
정자
학도암 갈림길 이정표
불암산 주능선은 많은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다 보니 등산로가 깊게 파여, 나무뿌리가 들어나 있는 곳이 많아 안타깝다. 로프로 등산로를 제한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문제다. 10시 16분, 천보사 갈림길을 지나고, 10시 25분, 천병약수터(양지초소) 갈림길을 지나, 10시 33분, 헬기장에 오른다. 옛날에는 이곳이 성터였고, 봉화대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런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등산안내도, 이정표가 보이고, 간이매점은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등산안내도를 들여다본다. 내가 올라온 길은 10코스라고 표기가 돼있다.
훼손이 심한 등산로
헬기장
헬기장을 내려서서 정상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인수봉과 백운대가 희미하게 보이고,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불암산 암봉이 우람하다. 10시 45분, 깔딱고개를 지나 암릉을 오르며 왼쪽으로 도봉산, 그리고 뒤돌아 헬기장봉을 바라본다.
인수봉과 백운대
불암산 암봉
10시 53분, 거북바위에 도착하고, 본격적인 암릉이 이어진다. 전에는 경사가 심한 암릉에 로프를 걸어놓았었는데, 지금은 이곳부터 정상까지 나무계단을 구불구불 이어놓아, 누구나 손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주위 조망을 즐기며 천천히 나무계단을 오른다. 커다란 누렁이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산책객을 만난다.
거북바위
본격적인 암릉시작과 나무계단길
누렁이도 산책하고
구불구불 산꼭대기 까지 이어지는 나무계단
뒤돌아 본 나무계단길
11시 8분, 정상석 앞에 선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바위까지는 힘들여 오르지를 않고, 정상석 앞에서 주위를 둘러본 후, 나무계단길을 따라 석장봉으로 내려선다. 방송인 최불암씨의 ‘불암산 이여’와 소설가 박충훈씨의 ‘불암의 웅비’ 목판이 눈에 뜨인다. 이어 쥐바위를 지나고, 이정표가 있는 상계역 갈림길을 거쳐, 11시 18분, 간이매점이 있는 석장봉에 오른다.
불암산 정상석과 태극기
불암의 웅비
석장봉과 수락산
쥐바위
다람쥐 광장
뒤돌아 본 불암산
석장봉 바위전망대
석장봉에서 왼쪽 가파른 내리막길로 내려서고, 11시 21분, 갈림길에서 불암산 둘레길 표지목이 가리키는 덕릉고개로 내려선다. 11시 25분, 등산로가 세 갈래로 갈라진다. 왼쪽 너른 길은 천보사 쪽으로 떨어지는 가파른 길이고, 오른쪽은 토치카 위로 오르는 길이다. 노란 표지기가 걸린 가운데 길로 들어서니, 수락산과 서울외곽순환도로가 가깝게 내려다보인다. 11시 27분, 이정표가 있는 폭포약수터 갈림길을 지나고, 인적이 드믄 한적한 길을 산책하듯 천천히 내려선다.
세 갈래 갈림길, 가운데 길로
수락산과 서울외곽순환도로
11시 29분, Y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11시 34분, 이정표가 있는 돌산약수터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계곡에 내려선 후, 표지목의 지시에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410m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이정표나 표지목이 없으면 헷갈리기 쉬운 곳이다. 11시 40분, 둘레길 이정표가 있는 능선에 올라, 직진하고, 5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덕능고개’ 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돌산약수터 갈림길 이정표
골짜기의 표지목
능선 위의 둘레길 표지목
덕능고개 표지판
12시 4분, 둘레길 이정표, 등산로 이정표, 그리고 불암산 둘레길 안내도 등이 있는 덕능고개에 이르러 왼쪽을 진행하고, 동물이동통로로 서울외곽순환도로를 건너, 수락산으로 향한다. 12시 9분, 74번 송전탑을 지나고, 이어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구조물 터가 있는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2분 후 만나는 갈림길에서 ‘수락산 정상’ 표지판이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길섶에 핀 땅나리가 곱다.
덕능고개
불암산 둘레길 안내도
뒤돌아본 동물 이동통로
군부대 철조망
철조망을 따라 등산로가 지루하게 오르내린다. 바람도 없는 계곡사면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능선길과 달리 몹시 덥다. 수시로 물을 마셔 갈증을 달랜다. 12시 25분, 드디어 철조망을 버리고, 왼쪽 산길로 들어서고, 12시 29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12시 32분, 철조망 문을 지나고, 이어 통나무 계단길을 오른다. 점점 더위가 심하게 느껴진다.
철조망을 버리고 왼쪽 산길로
12시 41분, Y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그늘진 공터에 이른다. 사방이 트여 바람이 제법 시원하다. 멀지 않은 곳에 전망바위가 있지만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하기로 한다. 우선 웃옷을 벗어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신발도 벗은 후, 배낭에 넣어온 포터블 아이스박스에서 250ml미니 캔 맥주를 꺼내 갈증부터 달랜다. 아이스박스에는 미니 캔맥주 2개, 우유, 그리고 포카리스웨트를 넣어 가지고 왔다.
점심식사를 한 나무그늘
우유와 빵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길가지만 다니는 사람들이 없어 우리 집 안방처럼 편한 자세로 나무에 기대 앉아 식사를 즐긴다. 아침에 삼육대학 구내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산행을 시작해서부터 이곳까지 3시간 40분 동안에 약 8Km를 걸었으니, 절반정도를 소화한 셈이다. 바쁠 것이 하나도 없다. 약 35분 동안 유장하게 식사를 하고, 1시 20분 산행을 속개하여, 2분 후 불탄자리를 지난다. 강하게 내려 쪼이는 햇볕이 따갑다.
불탄자리
1시 31분, 24번 송전탑을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전망바위에서 잠시 불암산과 지나온 능선을 굽어본 후, 다시 오르막 산길을 걷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삼각점(성동 409/1994복구)을 발견한다. 지도를 꺼내보니 372.6m봉으로 표기된 지점이다. 1시 50분,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 불암산을 카메라에 담고, 도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곰바위/동막골 갈림길 이정표를 만난다.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 본 불암산
이정표
2시 1분, 이정표가 있는 안부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치마바위를 우회하고, 도솔봉과 불암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2시 16분, 철책 로프길을 따라 하강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2시 22분 코끼리 바위 건너편 암봉에 올라 한동안 주위의 조망을 즐긴다.
삼거리 이정표
치마바위
도솔봉과 불암산
철모바위, 배낭바위
코끼리바위
하강바위
북한산, 도봉산, 수락능선
철책이 박힌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고, 2시 47분, 철모바위 아래에 이르러 남쪽으로 코끼리바위, 하강바위, 도솔봉, 불암산을 바라보고, 철모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 이정표가 있는 수락산역 갈림길, 청학리 갈림길을 차례로 지나고, 나무계단을 올라, 2시 57분, 정상에 선다. 한낮의 강렬한 햇볕이 쏟아지는 정상에는 아무도 없다. 아이스케이크를 파는 청년이 바위그늘에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철책이 밖힌 가파른 암릉길
남쪽 조망
철모바위
수락산 정상
도정봉과 멀리 불곡산
햇볕을 피해 바위그늘에 앉아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3시 17분, 기차바위 직전, 이정표가 있는 기차바위 우회로/동막골 갈림길에 이르러, 연두색 펜스를 따라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3시 21분, 헬기장에 도착하고, 왼쪽에 보이는 이정표의 지시에 따라 가파른 길을 달려 내린다.
갈림길 이정표
헬기장
이정표
마사토가 깔린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좌우로 희미한 샛길들이 보이지만, 나침반을 보며 조심스럽게 북동쪽으로 내려선다. 하지만 길이 점차 희미해지더니 슬그머니 사라지고, 앞은 절벽이다. 왼쪽 가까이 보이는 능선이 마루금 같아, 그 능선으로 바로 건너 가려고 시도를 해 보지만 암릉이 만만치가 않다. 늙은이가 혼자 만용을 부리다가 자칫 잘못되면 뉴스거리가 되기 십상이겠다.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이 마루금 같은데 건너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할 수없이 왔던 길을 되 집어 헬기장으로 되돌아 오다보니, 헬기장 가까이에서 오른쪽으로 뚜렷한 등산로가 보인다.(내려올 때는 왼쪽) 진행방향에 신경을 쓰느라고, 내려올 때 못 보고 지나친 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길이 기차바위 우회로다. 약 20여분 동안을 무더위 속에서 험한 길을 헤매다 비로소 제 길로 찾아든 것이다. 가파른 곳에는 로프도 걸려 있는 제대로 된 등산로다. 3시 58분, 이정표가 있는 기차바위 우회로에서 오른쪽 사기막고개로 향한다
기차바위 우회로 이정표
능선을 따라 뚜렷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시야가 트이며 왼쪽으로 도정봉이,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4시 7분, 표지기의 안내로 능선을 버리고 왼쪽 내리막으로 내려서고, 4시 14분, 샘터에 이르러, 시원한 물을 마시며 잠시 더위를 식힌다.
왼쪽으로 보이는 도정봉
샘터
4시 21분, 영락대 암봉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 후, 되돌아 암봉을 우회한다. 4시 35분 안부에 내려서고, 직진하여 향로봉(465m)에 올랐다 왼쪽으로 내려선다. 시야가 트이며 왼쪽에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암릉을 가까이 본다. 4시 44분, 전망바위에 올라, 청학리 아파트단지를 굽어보며, 남은 미니 캔맥주로 갈증을 달랜다. 이어 로프가 걸려있는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뒤돌아 본 영락대(좌)
향로봉 오르다 왼쪽으로 가깝게 본 암릉
로프가 걸린 암릉길
청학리 아파트 단지
4시 58분, 또 다른 전망바위에 서서 주위 조망을 둘러보고, 로프가 걸린 암릉을 내려선다. 5시 4분, ‘고압선 주의’ 팻말이 걸린 송전탑에 이르러, 무심코 오른쪽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내려, 5시 25분 마을길로 들어서고, 4분 후. 음식점 바당바위집 앞 도로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마당바위집
5시 33분, 버스가 다니는 도로변에 이르러, 우선 만사를 젖혀 놓고, 왼쪽에 보이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세수부터 하고, 땀에 젖은 웃옷을 갈아입는다. 돌이켜 보면, ‘고압선 주의’ 팻말이 붙은 송전탑에서 왼쪽 길을 찾아 능선을 따라 내렸으면 숫돌고개에 이를 수 있었는데, 무심코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내려, 막판에 마루금을 벗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화장실이 있는 사기막 고개 입구에 내려, 땀을 씼을 수 있었으니 이 또한 다행이라 하겠다. 청운가든 앞 버스정류장에서 당고개행 버스를 기다린다.
청운가든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점심식사 이후, Watch Navigaton인 Pyxis가 기록한 산행기록은 산행시간 4시간 13분(알바 포함), 걸은 거리는 6.8Km이다.
(2011.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