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방화선 길은 악몽이다
2011년 8월 11일(목)
비도 참 끔찍하게도 온다. 날품팔이 인부들이 50일 중에 7일 밖에 일을 못했다고 할 정도이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하늘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 내내 비가 오다보니 올 여름은 더운 줄도 모르게 지나는 모양이다.
수도권 일대에 모처럼 비소식이 없는 날이다. 왕방지맥의 마지막 구간을 하려고, 7시 40분 경, 집을 나선다. 소요산역을 9시 55분에 경유하고, 10시 40분경에 청산고개를 지나는 57번 버스를 타기 위해서이다. 2시간 간격으로 배차되는 이 버스를 놓치면, 거금을 들여 택시를 이용하는 도리 밖에 없어, 지하철 시간, 버스시간을 몇 차례나 확인해본다. 강남구청역에서 7시 50분. 도봉산행 열차를 타고, 도봉산역에서 8시 40분에 소요산행 열차에 올라, 9시 22분, 소요산역에 도착한다. 인터넷이 과연 좋기는 좋다. 이런 정보들을 집에 앉아서 쉽게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소요산역 도착
역사를 빠져나와 길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준비를 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9시 54분, 버스가 도착하고 정확히 55분에 출발한다.(요금 카드 900원) 버스가 344번 국지도를 달린다. 폭우로 왼쪽 계곡들이 범람했던 상흔이 역력하고 아직도 중장비들을 동원하여 뒤처리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버스는 도중에 금동리를 들렀다 나오느라 약 20분 정도를 까먹고, 9시 41분, ‘갈월1리/칠월리고개’ 정류장에 도착한다. 청산고개 쉼터가 있는 고개 마루턱에서 약 200m 떨어진 지점이다.
소요산 역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에 내려 버스가 향하는 고개마루턱을 바라보고
고개마루턱에 있는 청산고개 쉼터로 향한다. 구름이 많이 낀 날씨에 습도가 높아 무덥다. 고개마루턱에 이르지만, 마루금이 지나가는 쉼터 건물 뒤는 고추밭이고, 울타리를 쳐 놓았는데, 고추밭에서는 아저씨 한분이 폭우로 쓰러진 고추나무를 돌보고 있다. 고추밭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도로를 따라 다시 내려서다. 10시 47분, 고추밭이 끝나는 곳에서 작은 도랑을 따라 능선으로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고개마루턱에 있는 청산고개 쉼터
고추밭 끝, 작은 도랑을 따라 올라 통신탑이 있는 능선으로
10시 52분, 능선에 올라, 통신탑을 지나고, 울창한 잣나무 숲 사이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산책 하듯 기분 좋게 걷는다. 오늘의 산행코스는『청산고개-389.3m봉-식물원 전망대-435.4m-555m봉-종현산 갈림길-개미산-전망대-박석고개-아우라지』로 Pyxis 기록에 의하면 보행거리 12.8Km에 순보행시간은 6시간 15분이다.
오늘 산행구간은 비교적 부드러운 능선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555m봉이 가장 높은 봉이고, 업 다운도 심하지 않아, 두어 곳을 제외하면 빡센 오름도 없다. 일반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 아니다 보니 이정표는 한 군데도 없고, 지맥꾼들의 걸어 놓은 표지기들이 요소요소에서 길을 안내 해준다.
울창한 잣나무 숲 사이로 넓은 임도가 이어진다.
10시 55분, 갈림길을 만나,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 길로 들어서고, 3분 후, 무명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태풍의 영향으로 잣송이가 달린 나뭇가지들이 여기저기 떨어져있다. 10시 59분, 오거리 안부에 내려서고. 표지기들의 안내로 왼쪽으로 들어섰다, 바로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른다. 왼쪽으로 비석이 있는 묘지가 보인다.
안부에서 왼쪽으로들어섰다 바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 능선으로
완만한 오르막 잡목 숲 능선 길에도 태풍에 꺾여 떨어진 잔가지들이 가득하다. 11시 12분, 고도 340m 정도의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5분 후 또 다른 T자 능선에서도 왼쪽으로 진행하여, 아름다운 잣나무 숲길을 걷는다. 11시 14분 벌목흔적이 있는 386m봉을 넘고, 11시 18분, 389.3m봉에 올라, 풀 속에 숨어있는 삼각점을 찾아 확인한다.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잣나무 숲길
389.3m봉 삼각점
389.3m봉의 표지기들
11시 23분, 안부에 내려섰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왼쪽으로 보이는 울창한 낙엽송 군락지가 아름답다. 11시 25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1시 32분, 안부 삼거리를 지나 조림지 사이로 이어지는 산책길을 걷는다. 저 앞에 전망대가 보이고, 오른쪽에 식물원 끝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왼쪽의 낙엽송 군락지
전망대
식물원 끝
11시 45분, 종이 걸려있는 전망대 2층 다락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날씨가 흐린 탓에 시계가 좋지 않아 유감이다. 한동안 주위를 조망하다, 전망대를 내려서서 식물원 구내를 걷는다. 11사 50분, 왼쪽에 너른 공터가 있고, 오른쪽에 전망대 가는 길 팻말이 있는 갈림길에서 표지기들의 안내로 오른쪽 임도로 내려선다.
10도 방향의 상추동저수지와 창수면
330도 방행의 종현산
280도 방향의 소요산
전망대 가는 길 팻말이 보이는 공터
표지가가 걸린 오른 쪽 임도
11시 55분, 사거리 안부에 이르러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11시 59분, 삼각점이 두 개 있는 345.4m봉을 지나면서 길섶에 곱게 핀 노란 나리꽃을 카메라에 담는다. 등산로는 잡목이 무성한 나지막한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태풍으로 꺾인 잔가지들이 흩어진 잣나무 숲을 지나, 오른쪽에 표지기들이 보이는 Y자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들어서서 오르막을 오른다.
345.4m봉의 삼각점
길섶의 나리꽃
갈림길 오른쪽의 표지기들
12시 9분, T자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12시 17분, 갈림길을 만나 표지기를 따라 왼쪽 길로 들어서고. 능선길을 따라 가볍게 오르내린다. 12시 19분, 420m 공터 봉을 지나고, 안부에 내려섰다, 12시 30분에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선 후, 바로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갈림길의 표지기
두 번째 갈림길, 오른쪽으로 들어선 후, 바로 왼쪽 능선으로
12시 35분, 삼거리 안부에 내려섰다,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등산로는 작은 암봉을 넘고, 암릉과 교통호를 따라 이어진다. 12시 47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한 번 빡센 오름을 올라 12시 52분, 토치카 굴뚝이 보이는 555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산친구 산악회의 표지판이 걸려있다.
암릉길
교통호
555m봉 토치카 굴뚝
표지판
555m봉을 내려서서 공터를 지나고, 12시 58분, 오른쪽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 선 갈림길에 이른다. 직직하여 내려서는 길은 왼쪽의 종현산(588.5m)으로 가는 길이고, 마루금은 두 개의 바위사이로 이어지는 왼쪽길이다. 왼쪽 길로 들어서서, 토치가 앞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바위 위로 오른다. 남서쪽으로 희미하게 펼쳐진 삼정리 계곡이 보이고, 오른쪽 종현산은 운무가 삼켜버려 안타깝다.
바위 사잇길
210도 방향의 조망
한동안 교통호를 따르다, 1시 19분, 482m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이어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1시 35분, 노란색 토치카 굴뚝이 보이는 426m봉에서, 정면으로 방화선이 길게 뻗어있는 개미산을 바라본다. 이어 비바람에 씻겨 글자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계판을 지나, 억새와 가시덤불로 덮인 방화선으로 내려선다.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426m봉의 토치카 굴뚝
개미산
억새와 가시덤불 속의 방화선으로 내려서고
키를 넘는 억새 속에서 양손으로 억새를 헤집고 발밑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억새 좌우에는 키 작은 가시덤불이 가득하다. 암릉을 만나면서 가시덤불을 헤치며 전진해야하는 곳도 있다. 2~3분이면 내려설 수 있는 곳을 5분이나 걸려 내려서서 뒤를 돌아본다. 악몽 같은 방화선이 가파르게 오르내리며 개미산으로 이어진다. 방화선 왼쪽 옆으로 참호들이 보인다.
5분 동안 내려서서 뒤를 돌아보고,
암릉이 앞을 막아 가시덤불을 헤친다.
방화선과 참호
가파른 오르막 방화선을 오른다. 이제 방화선이 끝인가 기대를 해보지만, 봉우리에 올라보면 다시 방화선이 이어진다. 능선이 왼쪽으로 굽어지며 비교적 평탄해지면서 억새의 키가 점차 낮아져 다행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지나온 방화로를 카메라에 담는다.
가파르게 치솟는 방화선
지나온 방화선
무슨 용도인지 등산로를 따라 하얀 비닐 줄이 이어져있다. 2시 29분, 토치카 위 아무 표시도 없는 개미산 정상(453m)에 오른다. 426m 토치카 봉에서 빤히 보이는 개미산까지 이어지는 긴 방화로를 한 시간 가까이 악전고투 한 끝에 돌파를 한 것이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다. 개미산을 내려서서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2시 37분, 화생방 종이 걸려있는 전망대에 이르러, 주위의 조망을 둘러 본 후, 간식을 들며 20여 분 간 휴식을 취한다.
개미산 정상
뒤돌아 본 426m 토치카 봉과 그 뒤로 종현산
화생방 종
전망대
330도 방향의 은대리
30도 방향의 고소성리, 영펑청 그리고 멀리 보장산
310도 방향의 전곡
2시 56분, 로프가 걸린 가파른 길을 내려서며 산행을 속개한다. 3시 2분 헬기장을 지나고, 이어 화생방 종이 걸린 또 다른 봉우리를 내려서서, 표지기가 보이는 등산로를 걷는다. 3시 17분, 송전탑을 지나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표지기들의 안내로 뚜렷한 길을 버리고 오른쪽 숲속으로 들어선다. 자칫 주의하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길이다.
헬기장
갈림길에서 오른쪽 숲으로
간벌한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숲 속에서 등산로는 교통호를 따라 이어진다. 차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북동쪽으로 진행하던 길이 북서쪽으로 갈리지는 봉우리을 찾아야 하는데, 워낙 고도가 낮고, 교통호들이 이리저리 뚫려 있어 분기봉을 찾지 못하고, 도로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도로로 진입하려고 시도해 보지만 도로변의 높은 철망에 막혀 내려설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되돌아서서 정면에 보이는 북쪽으로 흐르는 능선을 향해 곧바로 거친 사면을 치고 오른다.
간벌한 나뭇가지와 교통호로 어지러운 능선
표지기는 걸려 있지만, 방향은 아니다.
4시 1분, 능선에 오르니, 비로소 표지가가 보인다. 표지기가 있는 곳에서 왼쪽 임도를 따라, 4시 8분 박석고개로 내려선다. 박석고개 돌 표지 앞에서, 도로 건너편을 보니,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 뚜렷이 보인다. 표지기를 만난 능선에서 직진하여 봉우리에 올랐다. 박석고개로 내려서는 마루금인 모양이다.
반가운 표지기
왼쪽 임도로 내려서고
박석고개
도로 건너 봉우리에서 박석고개로 내려서는 길
오리 회전구이 집 백구가 사납게 짖어대고, 왼쪽 도로에는 탱크들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줄을 이어 달린다. 탱크들의 행진을 보러 왼쪽으로 진행하자, 파평윤씨 세장지가 보이고 그 오른쪽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표지기를 따라 길 없는 사면을 따라 힘겹게 치고 올라, 4시 17분,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에 이른다.
박석고개에서 만난 탱크부대
파평윤씨 세장지
철조망 길을 따라 걷는다. 왼쪽 도로에서는 여전히 탱크가 지나가는 굉음이 그치질 않는다. 탱크하면 캐터필러 소리가 요란한 줄 알았는데, 요란한 엔진소리에 묻혀 캐터필러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산행을 시작한지도 이미 5시간이 넘었다. 박석고개로 내려서는 능선을 찾지 못해, 한동안 길 없는 산 사면을 헤매고, 이제는 탱크들의 굉음에 시달리다보니, 많이 지치는 느낌이다.
철조망길
4시 33분, 마루금은 철조망과 헤어져 왼쪽 산길로 이어진다. 역시 표지기들이 안내를 한다. 한동안 오르막을 올라, 4시 39분, 160.4m에 이르러 풀 속의 삼각점을 찾아 확인하고 내려선다, 이어 바람이 잘 통하는 등산로에 배낭을 벗고 앉아, 아직도 차가운 250ml 캔 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간식을 들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철조망과 헤어지고
풀 속에 숨은 160.4m봉 삼각점
한동안 휴식을 취한 바람골
휴식 후 다시 산행을 속개하여, 4시 50분, 작은 봉우리에 올랐다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3분 후, 만난 갈림길에서 표지기의 안내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이어 타이어진지를 지나고, 5시 능선 분기봉에서 표지기의 안내로 왼쪽으로 내려서서,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빠르게 진행한다.
타이어 진지
능선 분기봉 좌
5시 9분, 표지기가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서, 5시 18분, 시멘트 도로가 지나가는 신촌고개에 이른다. 고개에서 왼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능선과 나란히 달리는 오른쪽 임도로 들어서고, 두시 방향으로 멀리 보이는 종자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5시 23분, 너른 공터에 이르러 왼쪽 숲길로 들어서고, 이어 교통호를 따라 진행하다보니 오른쪽으로 강이 내려다보인다. 5시 27분, 참호를 지나 아우라지, 한탄강 가에 내려서서 산행을 마친다.
갈림길, 우
신촌고개
2시 방향의 조망
아우라지 한탄강변
버스시간을 몰라, 강가에 내려서지도 못하고, 왼쪽 도로를 따라 궁평리 버스정류장으로 서둘러 출발한다. 5시 41분, 37번 도로변의 궁평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부근 상점에서 버스시간을 알아본다. 포천 행 56번 버스는 매시 30분에, 전곡 행 59번 버스는 매시 정각에 정류장에 도착한다고 한다.
궁평리 버스정류장의 버스노선도
전곡 행 59번 버스를 타려면 20분 정도의 시간여유가 있다. 부근의 노인회관 화장실에서 땀을 씻고, 전곡을 거쳐 요산역에 이르러 전철로 갈아 탄 후, 8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한다.
(201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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