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문

 

2011년 6월 21일(화)
장마전선이 고기압권에 밀려 북상하지 못하고 남쪽에 머물고 있자, 중부지방과 강원도 일대에는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급기야 기상청이 폭염주의보를 발하기에 이른다. 폭염주의보는 연이틀 33도가 넘는 더위가 계속될 때 발해진다고 한다. 이번 서울의 폭염주의보는 예년에 비해 무려 2개월이나 빠르다고 한다.

 

하지만 이 더위는 장마전선이 북상함에 따라 22일부터 주말까지 계속되는 비로 한풀 꺾이겠다는 예보다. 내일부터 더위가 누그러진다는 소리는 반갑지만, 주말까지 비가 온다는 소식에 산행일자를 앞 당겨, 오는 수락지맥 마지막 구간을 가기로 한다. 혼자 다니다 보니 이처럼 산행계획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 편하다.

 

이 더위에 무슨 산행이냐며 반대를 하던 집사람도, 말린다고 마다않을 것을 뻔히 아는지라, 덥기 전에 일찍 시작하고, 무리하지 말라고 빨리 돌아오라고 당부를 한다. 지하철 7호선, 4호선을 이용하여 당고개역에 이르고, 33-1번 버스로 청학리 거성아파트 앞에 내리니, 9시가 채 못 됐다.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지도를 꺼내 방향을 가늠한 후, 길을 건너, 43번국도 쪽으로 진행한다.

거성아파트 앞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왼쪽 대각선 방향의 43번 국도로

 

고가도로의 방음벽과 넝쿨장미가 고운 아파트 울타리 사이의 좁은 길을 지나, 43번 국도로 들어서서, 방어벽이 있는 숫돌고개로 접근한다. 9시 4분, 고개 위에 있는 방어벽에 이르기 직전, 도정산 들머리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는 도정산까지의 거리가 2.34Km라고 알려 준다.

방음벽과 울타리 사이의 좁은 길

숫돌고개

산행들머리 이정표

 

어린 참나무 숲 사이로 황톳빛 너른 등산로가 부드럽게 오르내린다. 큰길에서 멀지 않은데도 제법 호젓한 느낌이 드는 멋진 산책로다. 가벼운 옷차림의 산책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9시 45분,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135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이어 봉우리를 우회한 오른쪽 길과 만나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푸른 천 울타리가 따라온다.

호젓한 산책로

푸른 천 울타리

 

9시 20분, 고도 117m의 사거리안부에 이르러 직진하고, 6분 정도 올라, 158m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바위와 정(鄭)자가 음각된 나지막한 돌기둥을 지나 우회로와 만난 후, 계속 내려서서, 고도 150m 정도의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박수고개다. 마침 지나가는 산책객이 있어 인사를 하고, 이곳이 박수고개냐고 확인을 해보지만, 모른다며, 조금 더 가면 샘터가 있다고 알려준다.

158m봉을 내려서서 만난 바위와 정(鄭)자 돌기둥

뒤돌아 본 박수고개

 

9시 35분, 정자와 이정표가 있는 도정샘터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이 물을 받으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물 한바가지를 얻어, 물맛을 본다. 물맛이 좋다. 그래서 물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이정표는 도정산 정상까지의 거리가 0.48Km라고 알려준다.

샘터

이정표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9시 42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약수터에서 200m 떨어진 지점이다. 이정표에는 김용택의 시, 방창이 걸려있다. 산 벚꽃이 흐드러진 봄에 겨울을 보는 시인의 눈이 경이롭다.

방창

 

9시 45분, 산책객들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공터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6분 후 만나는 삼거리 안부에서 직진하여, 9시 59분, 이정표, 삼각점<성동 412/1989 복구>, 그리고 안내판이 있는 도정봉(깃대봉) 정상(290m)에 오른다. 사면이 온통 나무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이정표는 비루산까지의 거리가 2.50Km라고 알려주는데, 비루산 이라는 이름은 지도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벤치가 있는 공터

도정봉 정상

안내문

 

10시 2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서, 한동안 철조망을 오른쪽에 끼고 걷는다. 이어 울창한 낙엽송 숲을 지나고, 47번, 48번 송전탑을 차례로 통과한다. 10시 29분, 301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고, 사거리안부에서 직진하여, 10시 56분, 표지기가 걸려있는 294m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낙엽송길

301m봉

 

철조망을 오른쪽에 끼고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수리봉(536.8m)이 가깝게 보인다. 한적한 능선길이 가볍게 오르내린다. 이따금 뻐꾸기소리가 산의 정적을 깬다. 도정봉을 지나서는 산책객들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봉분이 유난히 파란 묘 2기가 눈길을 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수리봉

 

마을이 가까운 모양이다. 오른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10시 49분, 성황당 흔적이 있는 비루고개에서 직진한다. 오른쪽의 아랫말, 왼쪽 가잿말로 이어지는 길이 뚜렷하다. 직진 길은 경주 최씨 가족묘로 이어지고, 가족묘 뒤로 밤꽃이 하얗다. 희미한 길을 따라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비루고개, 우

비루고개, 좌

10시 54분, 무성한 풀 속에 삼각점 2개가 숨어있는 224.2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표지기도 보인다. 풀이 무성한 봉우리를 내려서서, 풀밭사이로 곱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11시 5분, 갈림길을 만나, 오른쪽 우회로로 진행하고, 이어서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왼쪽 낙엽이 쌓인 좁은 산길로 들어선다. 320m봉을 오른 쪽으로 우회하는 거친 길이다.

224.2m봉의 삼각점

표지기

풀밭 사잇길

320m봉 우회로

 

11시 20분, 320m봉을 넘어오는 직진길과 만나,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11시 25분, 국립수목원장이 계시한 입산통제 경고문이 길을 막고, 경고문 뒤로, 산불이 났던 흔적이 뚜렷한 황량한 산과 그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등산로가 보인다. 등산로 진행방향이 동쪽인 것을 보면, 마루금이 틀림없어 보인다. 그래도 혹시 다른 길이 없나 하고 주위를 꼼꼼이 살펴본다. 북쪽 계곡 쪽으로 내려서는 낙엽 쌓인 길이 보이지만, 방향이 틀린다.

봉우리를 넘어 온 직진 길과 만나고

불탄 자리

 

11시l 33분, 경고문을 무시하고 능선으로 들어서서 오른쪽에 보이는 긴 계곡을 카메라에 담고,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데, 왼쪽 능선에서, 어디를 가는 사람이냐고 부르는 소리가 들인다. 소리에 응해 왼쪽 능선으로 올라서니, 국립수목원 명찰을 단 감시요원이 서있다. 수락지맥을 하는 중이고, 용암산을 거쳐 축석령으로 내려간다고 하자, 경고문을 보았느냐고 묻는다.

국립수목원 감시요원

 

경고문은 보았지만, 산림보호에 위배된 행위를 할 생각은 꿈에도 없는 등산객이고, 정해진 등산로를 따라 걸을 터이니, 경고문 내용과는 하등 관계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막지를 말라고 주장을 해본다. 나와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감시요원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수목원 출입제한은 법률로 정해져 있고, 미국에서도 출입을 금지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라고 한다.

 

화제를 바꾸어 이곳 산불은 어떻게 해서 난 것이냐고 묻는다. 골짜기에 있는 마을에서 화톳불을 피우다, 바람에 불씨가 날려 산에 옮겨 붙었다며, 화톳불을 피우던 사람은 지금 감옥에 있고, 이 산불로 수목원 직원 몇 사람의 목이 잘렸다고 한다. 아울러 오늘은 자기 이외에도 다른 직원들이 요소요소에서 지키고 있고, 특히 용암산에는 산림관리를 위한 장비들을 보관하고 있어 경계가 더욱 심해 절대로 통과할 수 없다며, 안됐지만 돌아가라고 재차 권한다.

 

지도상으로 보면 지맥은 포천시와 의정부시의 경계를 따라 이어지고, 국립수목원은 행정상 포천시 소읍면에 있으니, 입산을 통제하는 지역이 애매해 보이지만, 감시요원에게 그걸 따져 보았자 통할 리도 없겠다. 할 수 없이 웃는 얼굴로 수고하시라고 인사를 하고, 불탄 산을 내려서며, 오늘 목적했던 산행을 여기서 마친다.

 

하지만 왔던 길을 되 집어 하산할 생각은 없다. 경고문을 지나, 12시 2분, 북쪽으로 이어지는 낙엽 쌓인 길로 들어선다. 혹시나 낙양동 쪽으로 이어져, 서쪽으로 흐르는 마루금 가까이 내려설 수 있다면, 용암산은 못 올랐어도 마루금 재진입이 가능하겠다고 기대를 해본다.

 

뚜렷한 등산로가 아래로 아래로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등산로 주변에 간간이 참호도 보인다. 12시 15분, 23번 송전탑을 지나고, 12시 30분, 입산금지 현수막이 걸린 계곡으로 내려서서, 개울물에 발을 담구고 점심식사를 한다.

약 30분 동안 유장하게 점심을 즐기고, 길을 따라 하산을 계속하여, 보금자리주택 개발이 한창인 낙양동으로 나오고, 이어 43번 국도를 따라 의정부 산들마을 아파트단지에 이르러, 마을버스를 타고, 회룡역으로 향한다.

입산금지 현수막

43번 국도와 토지주택공사의 보금자리주택 건설현장

 

 

(2011. 6. 2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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