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5m봉에서 본 감악산과 동두천시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부터 시작된 강추위가 거의 한달 째 계속되어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느낌이다. 년 초에는 심산대장이 집안일로 산행이 불가능하여 셋째 주 주말에 속개하려던 영산기맥 산행을 추위 때문에 다시 뒤로 미룬다. 산행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영하 7~8도에, 바람이 초속 7m, 그뿐인가 폭설주의보까지 발령되고 보니, 감히 강행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대타로 등장한 것이 감악지맥이다. 올겨울에 가장 춥겠다는 일요일은 피하고, 월요일 강추위 속에서 워밍업 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산행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산행지역인 양주시 남면의 당일 일기예보는 최저기온 영하 22도, 낯 최고기온 영하 6도지만, 바람은 잠잠한 편이고 눈 소식도 없다.
2011년 1월 17일(월)
주중이나 주말에 산행을 하는 것이 보통인데 강추위를 피하다보니 월요일에 산행을 하게 됐다. 월요일 산행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햇살이 많이 퍼진11시 경에 산행을 시작할 생각으로 심산대장과 10시에 의정부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오늘 산행코스는 『수르레미고개-305m봉-수레미고개-무건이고개-365.7m봉-어룡고개』로 도상거리는 약 9Km이다. 군 작전도로를 주로 걷고, 업 다운도 심하지 않은 구간이지만 등로가 불분명한 곳이 여러 곳 있어, 선답자들의 산행시간도 3시간 30분에서 5시간까지 다양하다.
산행코스
강추위에 대비하여 다운재킷으로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9시 45분 경, 도봉산역에 도착하여, 의정부 행 탑승구에서 심산대장을 만난다. 나보다 한발 앞서 도착한 모양이다. 헌데 차림세가 중무장이 아닌 경장이다. 오래된 콜럼비아 코어텍스 재킷을 걸쳤을 뿐이다. 움츠리고 서 있는 폼이 보기에도 추워 보인다.
의정부역에 도착하여 편의점에서 컵라면 두 개를 사고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니 스르레미고개로 가는 버스는 35번, 32번, 32-1번 세 편이 있고 모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교통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아가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꽤 멀다. 먹자골목 부근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시외버스터미널 방향을 물으니, 이 양반 어디를 가시느냐고 되물어온다. 법원리 방향으라고하자. 가까운 버스 정류장을 가리키며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정류장의 버스 노선번호를 보니 32번과 32-1번 은 있는데 35번은 없다. 한 정거장 떨어져 있는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 볼까 망설이는데 32-1번 버스가 들어온다. 기사양반에게 스르레미고개로 가느냐고 묻는다.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양주시와 파주시의 경계가 되는 두 개의 해태상이 있는 고개라고 부연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꽤나 과묵한 양반인 모양이다.
버스는 양주시청을 지나 371번 국지도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세상이 온통 하얗다. 이 지역에도 눈이 많이 내린 모양이다. 이윽고 버스가 스르레미고개를 넘어선다. 황급히 기사양반에게 차를 세워달라고 부탁한다. 정류장이 아닌 데도 과묵하지만 친절한 기사 양반이 산행 들머리인 임도 앞에 차를 세워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린다.
스르레미고개
파주 경계 표지판
낡은 토치카가 보이는 군사도로 입구에서 산행준비를 하고, 11시 4분, 군용차량들의 바퀴자국이 선명한 눈 덮인 도로를 따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다행히 생각보다 춥지가 않다. 찬 공기가 코끝에 상쾌하게 느껴질 정도다. 바람도 없다.
산행들머리, 오른쪽에 토치카가 보인다.
11시 7분,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곳에서, 왼쪽 능선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군사도로를 버리고 능선으로 들어서서,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주위가 온통 묘지다. 공동묘지인 모양이다. 시야가 트이며 동북쪽으로 감악산이, 남쪽으로 지난번 우회했던 노고산이 보인다.
공동묘지에서 본 감악산 방향의 조망
노고산
잠시 묘역을 걷다, 오른쪽 군사도로로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중무장을 했던 터라 벌써부터 이마에 땀이 솟기 시작하여 쟈켓의 후두를 벗어 제친다. 뽀드득 뽀드득 얼은 눈이 등산화에 밟혀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고, 차량들 바퀴로 다져진 눈길이 미끄럽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남동쪽으로 멀리 불곡산이 보인다.
얼은 눈, 다져진 눈
멀리 보이는 불곡산
11시 35분,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오르막길을 오르고, 9분 후 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11시 47분, 도로 왼쪽에 있는 266.1m봉에 오른다. 스르레미고개에서 약 2.38Km 떨어진 지점이다. 붉은 종과 ‘화생방 신호규정’ 팻말, 그리고 깃대봉이 보이고, 삼각점이 눈 속에 묻혀 고개만 내밀고 있다. 봉우리 아래는 토치카인 모양이다. 주위를 철조망으로 둘러쳐 놓았다.
266.1m봉
삼각점
봉우리에서 내려서서 다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이른 봄이나 한여름에는 무척 지루하게 느껴질 길이겠지만 지금은 눈길이라 그리 지루한 줄 모르겠다. 11시 50분, 다시 갈림길에서 오른쪽 내리막으로 내려서고, 5분 후, 또 만나는 Y자 갈림길에서는 오른쪽의 접근금지 팻말과 함께 도로를 차단해 놓은 곳을 비집고 진행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 내리막길로
마루금은 공사로 차단되고
12시 3분, 다시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은 임도이고, 직진 길이 305m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이다. 이 길 공사를 하느라고 임도 양쪽을 차단한 모양이다. 12시 12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1분 후, 커다란 바위 정상인 305m봉에 이른다. 사방이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조망을 즐기며 어한주를 마시고, 컵라면과 빵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바람 한 점 없는 정상. 햇볕이 따사롭다. 온 나라가 강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데, 이 시점의 이곳만은 별세계인 것 같다.
305m봉의 바위들
동두천 시가지와 멀리 마차산
서쪽조망
남서쪽 조망
북서쪽 조망
12시 46분, 느긋하게 점심식사를 마치고, 커피까지 마신 후, 3~4m 후퇴하여, 나뭇가지에 걸린 표지기를 따라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능선으로 진입한다. 능선 위에는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은 전혀 없고, 무슨 동물인지, 동물의 발자국이 보일 뿐이다. 잠시 능선을 따라 걷는데, 방향이 이상하다. 가야하는 방향은 북동쪽인데 능선은 북서쪽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능선을 버리고 북서쪽을 향해 가파른 길 없는 사면을 내려선다. 이어 울창한 잣나무 숲을 통과하고, 1시 7분, 너른 도로가 지나가는 수레네미 고개에 이른다.
길 없는 울창한 잣나무 숲을 지나고
수레네미 고개
도로를 따라 잠시 오른쪽으로 진행하다, 왼쪽에 보이는 표지기를 따라 능선으로 들어섰다, 다시 군사도로로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는다. 이어 헬기장, 가스실, 그리고 공동묘지를 거쳐, 감악산 정수리가 빼꼼히 내다보이는 헬기장을 지나, 1시 54분, 초소, 경고판, 그리고 삼포가 있는 무건리 고개에 도착한다.
헬기장
가스실
공동묘지
무건리 고개
삼포
정면에 능선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절개지에 표지기들이 보인다. 선답자들은 왼쪽 군사도로를 따르라고 기록하고 있지만, 줄곧 도로를 따라 걸은 후라, 잠시 능선을 타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절개지를 오른다. 낮선 발자국 소리에 오른쪽 마을의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댄다.
무건리 고개에서 능선 진입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능선에는 교통호가 어지럽고, 눈 위에는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이런 능선을 따르다, 왼쪽으로 가깝게 다가오는 군사도로를 보고, 도로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감악산이 모습을 보인다. 2시 9분, 갈림길에서 발자국을 따라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안내문’이 있는 오른쪽 임도로 들어선다.
교통호가 어지러운 능선
다시 군사도로 따라
갈림길의 안내문
외로운 발자국을 따라 임도를 걷는다. 임도는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며 이어진다. 정면으로 감악산이 보이고, 왼쪽에 봉우리가 보인다. 이어 임도는 오른쪽 아래로 떨어지고, 외로운 발자국은 슬그머니 사라져 보이질 않는다. 지도를 꺼내어 방향을 보니,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365,7m봉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시 경계를 따라 이어지는 임도로 들어서서, 마루금을 오른쪽으로 벗어난 것이다.
감악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임도
왔던 길을 되돌아올라, 갈림길에서, 오른쪽 군사도로로 들어선다. 엉뚱한 발자국을 따르다 약 17분 동안 알바를 하고 원점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2시 30분, 3곳으로 길이 뻗어 있는 너른 공터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감악산이 웅장한 모습을 보인다. 군사도로는 오른쪽 90도 방향으로 내려서고 있으니 아닐 터이고, 2시 방향과 10시 방향의 길 중에서 마루금을 찾아야한다. 어느 곳에도 길을 안내해주는 표지기는 보이질 않는다.
다시 군사도로를 따르고
너른 공터에서 본 감악산
두시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오른다. 양지바른 곳이라 군데군데 눈이 녹은 곳을 보니 아래는 시멘트도로다. 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 공동묘지 갈림길을 지나고, 이어서 만나는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오른다. 이어 암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눈 녹은 낙엽 길을 올라, 2시 50분, 365.7m봉 정상에 이른다. 삼각점이 있다지만 눈 속에 묻혀 어디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조금 더 진행하여 하늘 높이 뻗은 빈 깃대를 지나,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공동묘지 갈림길
암릉 오른쪽 우회
눈 녹은 낙엽 길
365.7m봉 정상
3시 1분, 눈 덮인 길이 좌우로 이어지는 안부에 내려선다. 마루금은 직진하여 절개지를 타고 올라야할 것 같은데 경고판이 이를 저지를 한다. 절개지 위는 사격장인 모양이다.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정면에 감악산이 의젓한 모습을 보인다. 3시 6분, 경고문이 있는 너른 공터로 나오니, 좌우로 길이 보인다. 절개지에서 사격장을 피해 오른쪽으로 나왔으니, 왼쪽 길을 따라 능선으로 오르는 것이 맞겠는데, 왼쪽 눈 덮인 임도에는 사람이 다닌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른쪽은 철조망을 끼고 부대 쪽으로 내려서는 시멘트도로다.
경고판이 있는 안부
공터에서 뒤돌아 본 사격장
한동안 망설이다 'Tank No Pass'라는 팻말이 보이는 오른쪽 도로를 따라 내린다. 예상했던 대로 부대로 통하는 길이다. 아마도 수송부대인 모양이다. 커다란 트럭들이 붕붕 시동을 걸고 있고, 너른 운동장에서는 사병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배낭을 멘 민간인이 부대 안을 지나는데도 제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정문 초소를 지난다. 초소의 초병이 달려 나오며 어디서 오느냐고 묻는다. 등산을 하다, 사격장을 피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부대를 통과했다고 이실직고한다. 초병은 잠시 기다리라더니 어딘가에 전화를 건 후, 별 말없이, 통과시킨다.
오른 쪽으로 내려서서 부대 통과
3시 32분, 371번 국지도로 나온다. 오른쪽에 버스정류장이 보인다. 다가 가보니 감골 정류장이다. 마루금이 지나는 소사고개 정류장에 한 정거장 내려선 곳이다. 갈림길 공터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지 않고, 부대를 통과하는 바람에 한동안 마루금을 벗어났던 것이다. 정류장에서 스틱을 접는 등 하산 뒷마무리를 하는 데, 언덕을 내려오는 버스가 보인다. 25번 의정부행 버스다
371번 국지도로 나와
감골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샐리의 법칙! 오늘은 버스 운이 좋은 모양이다. 갈 때, 올 때 모두 5분 도 채 안 걸려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말이다.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이른다. 시퍼렇게 얼은 아주머니들이 줄줄이 버스로 오르며, 기사양반에게 추운데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악을 쓴다. 기사양반은 버스가가 고장이 나서 늦었다며 거듭 거듭 사과를 한다. 이런 소동이 매 정류장 마다 반복되고, 버스는 금방 만원사례다.
형네 식당 - 고급 부대찌개 전문점이다.
의정부에 도착하여 부대찌개 골목에서 ‘형네 식당’을 찾아들어 선다.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원조집이라고 한다. 기본인 7000원 짜리 부대찌개 2인분에, 버섯(3,000원), 그리고 햄과 다진 고기(5,000원)를 추가하니 꽤나 고급이 된다. 지난번 아래에 있는 ‘형제 집’에서 맛보았던 부대찌개와는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2011.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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