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솔암에서 내려오는 길


신경준의 산경표에서는 백두대간의 추가령(752m)에서 분기하여 남서쪽으로 달려 내려오다, 파주의 장명산(102m)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드는 곡릉천에서 그 맥을 다하는 산줄기를 한북정맥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지역은 물론 적근산과 대성산에 이르는 남한구간 역시 출입을 할 수 없어, 마루금은 대성산 남쪽 수피령에서 시작하여 파주 장명산에 이르는 약 160여km 구간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박성태의 신산경표에서는 한강봉에서 도봉산으로 내려가지 않고, 말머리고개를 거쳐 수리봉, 고령산, 박달산, 월롱산, 보현산으로 이어지다, 한강과 임진강의 경계를 이루는 파주의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그 맥을 다하는 산줄기를 한북정맥이라 하고, 한강봉에서 장명산까지의 산줄기를 도봉지맥이라 칭하고 있다.

오두지맥 (펌)


나는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박성태의 주장은 한북정맥 줄기의 일부분에서의 이견이고, 특히 곡릉천의 존재를 감안할 때, 산경표에서 정한 내용을 구지 수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이견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도봉지맥 대신 오두지맥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2008년 10월 21일(화)

가고파 산우회 이 회장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오두지맥을 3구간으로 나누어 안내한다. 약속시간인 8시 30분이 지나 의정부역에 모습을 보인 사람들은 나를 포함하여 모두 여섯 사람이다. 하나같이 장신에 군살이 없는 날씬한 몸매의 50대 장년들이다. 게다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검정색 등산복을 입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예사 산꾼들같아 보이지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산행구간인 뒷박고개까지는 너무 짧으니, 다락고개까지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이 회장도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태도다. 대원 한 사람이 회비를 걷는다. 회비는 1인당 10,000원이다. 약속시간을 9시로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이들에게 의정부역에서 부곡리행 23번 버스를 타고, 고비골고개 아래, 종점으로 오라고 지시를 하고, 일행은 역을 빠져 나와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38번 국도를 달려, 송추에서 39번 국지도로 들어서고, 9시 26분, 부곡리 부대 앞 종점에 도착한다. 나는 이들과 함께 산행할 자신이 없다. 게다가 달구니고개까지 가려면 적어도 8시간 정도는 걸어야 할 터인데, 그렇게 무리하게 산행할 생각도 없다. 이 회장에게 나는 뒷박고개까지만 갈 터이니, 내게 신경 쓰지 말고, 진행하라고 부탁한다.


산행준비를 하며 이 회장이 새로운 제안을 한다. 이곳에서 고비골고개까지 걷고, 그 곳에서 가파른 첼봉까지 오르려면, 시간도 걸리고 힘도 드니,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말머리고개까지 가서, 한강봉과 첼봉 사이에 있는 오두지맥 분기점까지 왕복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차를 얻어 타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보니, 도착한 사람들은 먼저 첼봉으로 향하기로하고, 이 회장은 남은 두 사람을 기다렸다, 말머리고개로 가기로 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9:26) 23번 종점/부대 앞-(09:33) 산행시작-(09:34) 모텔 피카소-(09:41) 알프스 카페-(09:45) 여행 스키치 카페-(09:46) 들머리/산길-(09:57) 시멘트도로-(10:19~10:21) 첼봉-(10:21) 토치카 봉-(10:40) 오두지맥 분기점-(10:50) 갈림길, 좌-(10:56) 임도-(10:59) 38번 도로-(11:02) 말머리고개/송추유스호스텔-(11;06) 등산로 입구_(11:28) 소나무봉-(11:38) 헬기장/능선분기-(11:46) 안부-(11:59~12:05) 수리봉-(12:53~13:16) 전망대/중식-(13:23) 갈림길, 우-(13:14) 헬기장, 우-(13:45~12:50) 앵두봉-(13:56) 헬기장-(14:08~14:10) 도솔암-(14:18) 임도,좌-(14:31) 보광 3교-(14:32~14:44) 보광사-(14:52) 일주문-(15:08) 뒷박고개』중식 23분, 포함, 총 5시간 3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9시 33분, 6명이 우선, 장흥 관광지로 이어지는 38번 국지도를 따라 고비골고개로 향한다. 모텔 '피카소', '알프스' 카페를 지나, 9시 45분, 고비골고개 마루턱 직전에 있는 '여행스케치' 카페로 들어선 후, 표지기들이 걸려 있는 왼쪽 산길을 오른다.

산행시작

여행스케치 카페


호젓한 숲속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같이 출발했던 대원들의 모습은 이미 보이질 않는다. 9시 57분, 시멘트 도로를 건너 산길로 들어선다. 나뭇가지에 '가 355M'라는 표지판이 걸려 있다. 로프가 걸려있는 급 오르막이 시작된다, 흙바닥이 드러난 황량한 길이다. 급한 오르막을 오르다 시야가 트인 곳에서 도봉산과 백운대를 돌아보고, 10시 19분, 무인산불감시탑이 있는 첼봉 정상(516m), 헬기장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산행을 시작해서 46분이 지난 시각이다.

호젓한 숲길

시멘트도로

첼봉 정상

첼봉에서 본 도봉산과 백운대

280도 방향의 고령산(앵무봉)과 군부대


10시 21분, 첼봉을 내려선다. 2분 후 토치카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어 안부를 거쳐, 고도 약 430m 정도의 봉우리를 넘고, 가을정취가 물씬 풍기는 호젓한 숲길을 홀로 유유히 걷는다. 아름답다. 10시 40분, 이정표와 '한북정맥 원류 안내판'이 있는 오두지맥 분기점에 이르러 왼쪽으로 진행한다.

토치카

아름다운 숲길

오두지맥 분기점

한북정맥 원류 안내판


여전히 호젓하고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진다. 산책하듯이 편한 마음으로 여유 있게 걷는다. 10시 50분,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으로 표기기들이 보이고, 로프가 걸려 있다. 말머리고개로 내려서는 절개지가 가파르고 철책이 쳐져있어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이다. 왼쪽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6분 후 임도에 이르고, 이어 유스호스텔이 보이는 38번 도로에 내려서서, 말머리고개로 향하다, 뒤돌아 첼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갈림길, 좌

임도

38번국도

뒤돌아 본 첼봉


11시 2분, 장흥과 백석을 잇는 고갯마루인 말머리고개에 이르러, 왼쪽의 송추 유스호스텔 정문으로 들어선다. 마당을 가로 질러 산 쪽으로 진행하면, 왼쪽에 '등산로 입구'라는 팻말과 능선으로 이어지는 통나무계단이 보인다. 굵은 로프를 매어 놓은 가파른 오르막을 길을 오르며, 첼봉에서 흘러내리는 한북정맥능선과 38번 도로를 굽어보고, 11시 23분, 삼각점<문산 467, 2007 재설>과 삼각점 안내문이 있는 441m봉에 오른다.

말머리고개

등산로 입구

한북정맥 마루금과 38번도

441m봉 정상


441m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노송 한 그루가 멋지게 서 있는 무명봉을 향해 돌길을 오르다, 오른쪽으로 단풍이 곱게 물든 수리봉을 카메라에 담고, 봉우리에 올라 백석읍과 기산저수지를 굽어본다.

수리봉(봉수대)

노송이 있는 무명봉

백석읍과 기산저수지


안부에 내려섰다, 다시 로프가 매어져 있는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11시 33분, 헬기장이 있는 485m 능선분기봉에 오른다. 헬기장이란 팻말이 땅에 떨어져 있다. 왼쪽은 장군봉(424m)봉으로, 오른쪽은 수리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뚜렷하다. 오른쪽 급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약 7분 동안 급경사를 달려내려, 약 60m정도 아래의 안부를 지나, 수리봉을 향해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헬기장


작은 산줄기라고 쉽게 보았는데, 의외로 오르내림이 있고, 인적이 없는 산길이 아름답다. 혼자 산행을 하다 보니 급할 것도 없다. 급한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눈앞에 봉수대 흔적이 보이고, 이어 표지판이 있는 기산 보루성(530m)에 오른다. '산은 우리를 반기고 역사는 진행됩니다.' 안내문이 보인다.

봉수대 흔적

기산 보루성 표지판


"이곳 기산보루성은 양주시 전 지역에 분포돼 있는 28개 보루성(적의 공격이나 접근을 막기 위해 흙이나 돌로 쌓은 진지) 중에 하나다. 학자들은 축성연대를 삼국시대로 추정하지만 조선시대에 개축한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고려 및 조선시대를 거쳐 계속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남으로 높이 4m, 길이 13m, 북으로 높이 1m, 길이 4m의 성벽이 잘 남아있고, 북쪽 에는 400m/60m/100m의 봉수대 흔적이 있다." (이상 안내문 요약 발췌)


안내문을 관심 있게 읽어보고, 보루성 표지판 뒤로 한단 더 올라선다. 고령산(앵무봉) 등산안내도와 삼각점이 있다. 주위를 둘러본다. 동쪽으로 바로 눈앞에 지나온 485m봉의 단풍이 곱고, 그 뒤로 첼봉이 제법 우뚝한데, 동남쪽으로 지나온 능선과 도봉산 줄기가 펼쳐진다. 남쪽으로는 법화사 건물이, 서쪽으로 앵무봉이 보인다.

485m봉과 첼봉

지나온 능선과 도봉산 줄기

법화사

앵무봉

등산안내도

삼각점


수리봉을 지나 잠시 암릉길을 걷는다. 오른쪽에 보이는 장송이 멋쟁이다. 노란 단풍길을 걷는다. 썩은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처럼 때 묻지 않는 세계가 남아 있다니 놀랍다. 12시 27분, '전망대 가는 길'이란 표지판이 떨어져 있는 521m봉을 지나, 급경사 내리막을 거쳐 안부에 이르고, 12시 45분,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환상의 단풍길을 걷는다.

단풍길 1

T자, 좌

노송과 단풍

 

단풍길 2


12시 53분, 널찍한 전망바위에 올라, 주위를 돌아보며 점심식사를 한다. 왼쪽으로 지나온 수리봉이 우뚝하고, 남쪽으로 장흥유원지와 한북정맥 마루금, 그리고 도봉산과 백운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데, 오른쪽으로는 출입이 금지된 능선이 흐르고 있다.

전망대

수리봉

장흥유원지, 첼봉, 도봉산, 백운대

 

오른쪽 능선


1시 16분, 전망대를 내려서고, 3분 후, 노송이 아름다운 555m봉에 오른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앵무봉이 우뚝하다. 노송들 사이로 암릉길이 이어진다. 1시 22분, 경고문이 서 있는 능선 안부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붉은 단풍이 유난히 곱다. 1분 후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은 장흥유원지로 내려가는 길이고 마루금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돌 표지가 서있는 오른쪽이다.

노송과 암릉길

단풍- 설악의 단풍이 무색하다.

갈림길


1시 25분, 과거 지뢰매설지역임을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고, 1시 34분, 헬기장에 올라, 오른쪽의 앵무봉으로 향한다. 왼쪽으로 부대가 보인다. 부대가 보이는 능선이 마루금이지만 출입이 통제되어, 마루금을 벗어나, 대신 앵무봉을 들렀다, 보광사로 하산하고, 315번 지방도로를 따라 뒷박고개에 이르게 된다. 앵무봉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지뢰 매설지역 안내판

 

헬기장 왼쪽으로 보이는 군부대


1시 45분, 고령산(앵무봉) 정상(622m)에 오른다. 삼림욕장 안내판과 정상석이 있다. 이들을 카메라에 담고, 오른쪽의 쉼터를 지나, 조금 떨어진 헬기장에 선다. 삼각점<문산11 2007 재설>이 있고, 사방이 탁 트인 곳이다. 지금은 가스가 끼어 원경은 흐릿하지만. 동쪽으로 지나온 능선을 굽어보고, 북쪽으로 마장저수지, 기산저수지와 운봉산(379.3m)을 바라본다. 북동쪽의 감악산, 남동쪽의 도봉산, 북한산은 유감스럽게도 가스에 묻혀 보이질 않는다.

삼림욕장 안내판

앵무봉 정상석

 

지나온 능선

기산저수지와 운봉산


1시 53분, 멋진 소나무를 지나 앵무봉을 내려선다. 3분 후, 헬기장을 건너고,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의 희미한 길을 따라 내린다. 군부대와 가까운 능선이다 보니, 일반인들은 다니지 않는 모양이다. 단풍이 아름다운 능선에 철조망, 지뢰제거 지점이란 표지판이 분위기를 으스스하게 한다. 2시 8분, 도솔암으로 들어선다. 스님들은 정진 중인지 암자에는 인적이 없다.

하산길의 소나무

경고문, 철조망, 지뢰제거지점 표지

도솔암


아름다운 도솔암 경내를 벗어나, 넓고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한동안 지루하게 걸어내려, 이윽고 보광사 경내로 들어선다. 우선 거대한 불상이 눈길을 끈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83호 대웅보전(大雄寶殿), 제 188호 숭정칠년명동종(崇禎七年銘銅鐘) 등을 보유하고 있는 유서 깊은 큰 가람을 한가하게 둘러본다. 아름다운 사찰이다. 2시 45분, 일주문을 나서니, 바로 325번 지방도로가 지나간다.

불상

고색창연한 대웅보전

대웅전 앞에 핀 꽃

동종


 

일주문


도로를 따라 뒷박고개로 향한다. 3시 8분, 고양시와 파주시의 경계가 되는 고개마루턱에 이르러, 다음 구간의 들머리를 확인하고, 드라마 '식객'의 마지막 촬영지였다는 '고갯마루 쉼터'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금촌과 불광동 간을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뒷박고개

고갯마루쉼터


서울에서 가깝고 높지도 않은 산줄기이지만, 뜻밖에도 때가 묻지 않은 호젓한 곳이다. 이런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가을의 정취를 만끽한 하루다.


(2008. 10. 24.)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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