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데도 인적이 없는 감악산 정상

 

주말 1박 2일 일정으로 영산기맥을 하려는 계획이, 불가피한 일이 생겨 또 한 차례 연기를 하고, 대신 일요일에 감악지맥을 가기로 한다.

 

2011년 1월 23일(일)
날씨는 다소 풀렸지만 오늘 중부지방에 5Cm 정도의 눈이 또 내린다고 한다. 사기막고개(어룡고개)에서 한탄대교까지 남은 구간의 도상거리는 약 19.2Km 정도다. 맥꾼들은 통상 한 구간으로 잡아 산행을 하지만, 여름철이면 또 모를 까, 눈 쌓이고, 해가 짧은 겨울철에는 다소 무리다 싶어 두 구간으로 나누어, 오늘 코스는 『사기막고개(3.3Km)-감악산(3.7Km)-간패고개』로 잡는다. 도상거리는 약 7Km로 비교적 짧다.

산행코스

 

9시 45분 경, 의정부 전철역에서 심산대장과 만나, 사기막고개를 지나는 적성 행 25번 버스를 타기위해, 구 국도극장 앞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지하상가를 통과하여 도로로 나오니, 25번 버스가 정류장을 막 출발하는 모습이 보인다. 손을 흔들어 세워보지만, 버스는 그냥 지나치더니, 신호대기에 걸려 멈춰서고, 그 덕에 겨우 버스에 오른다. 운 좋게 30분을 벌은 셈이다.

 

버스가 371번 국지도를 달린다. 과연 예보대로 차창 밖으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지만, 일요일이라, 감악산을 찾는 등산객 두어 팀이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거의 한 시간 쯤 달려, 10시 56분, 양주시와 파주시의 경계가 되는 사기막고개에 도착하여 우리들을 내려준다. 눈발 속에 교통표지판과 통신탑이 보인다.

사기막고개

 

10시 58분, 통신탑 옆 임도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임도는 왼쪽으로 굽어지고, 눈 덮인 공사장 너머로 뻥 뚫린 터널입구가 보인다. 임도를 5분 쯤 따라 오르다 임도가 내리막으로 접어들고, 오른쪽에 교통호가 보이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선다. 이어 교통호를 넘어서니, 길은 없지만, 눈에 덮인 희미한 발자취가 능선 쪽으로 이어진다.

통신탑 옆 임도로 들어서고

눈 덮인 공사장과 터널 입구

임도 버리고 오른쪽 교통호로

 

11시 15분, 토치카 굴뚝과 화생방 종이 보이는 능선 위에 올라, 눈 덮인 왼쪽 등산로로 들어선다. 11시 18분, 표지기가 걸린 320m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이어 돌 많은 능선을 올라, 11시28분, 무명봉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눈은 여전히 부실부실 내리는데, 오른쪽 건너편에 구름재가 뿌옇게 윤곽만 보인다.

눈 속의 토치카 굴뚝

320m봉

뿌옇게 보이는 구름재

 

11시 30분, 385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 저 아래 부도골로 이어지는 도로가 희미하게 내려다보인다. 능선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잇달아 무명봉 세 개를 넘는다. 11시 43분, 화생방 종이 걸려있는 365m봉에서 직진하여 내려서고, 4분 후, 너른 신암고개 안부에서 직진한다.

385m봉


 

화생방 종이 있는 봉우리


신암고개

 

희미하게 윤곽만 보이는 눈 덮인 등산로가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다. 능선 주변에 진지강화/재 편성, 또는 고지 등의 나무 팻말들이 보인다. 군사 훈련장인 모양이다. 11시 53분, 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고, 6분 후, 무명봉에 올라 더운 대추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한다. 심산대장이 엊저녁 과음을 했다고 한다.

소나무 숲 사이로 등산로가 이어지고

군사 훈련장

갈림길의 표지기

 

12시 3분, 눈이 하얗게 덮인 임도 삼거리로 내려선다. 뜻밖에 하얀 진돗개 한 마리가 마주 내려오더니 왼쪽 임도로 들어서는 우리들 뒤를 졸졸 따라온다. 집으로 가라고 해도 계속 따라온다. 먹을 것을 달라는 눈치라, 배낭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세 쪽으로 잘라 눈 위에 던져주니, 허겁지겁 먹는다. 몹시 배가 고팠던 모양이다. 다 먹고 나더니 몸을 돌려 꼬리를 흔들며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임도 삼거리에서 만난 진돗개

 

12시 10분, 갈림길에서, 표지기가 보이는 직진 길로 들어서고, 가스실습장을 지나, 임도를 따라 오르다 또다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임도로 들어선다. 이어 제2훈련장 팻말을 지나고 제3훈련장 팻말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산길로 들어선다. 눈발이 점점 굵어져 함박눈이 되어 쏟아진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눈이다.

갈림길에서 직진

가스실습장

함박눈 속에서 오른쪽 갈림길로 들어서고

 

암릉 길이 이어진다. 눈에 덮여 미끄러운 암릉을 네발로 오르다 보니, 털장갑이 순식간에 눈 투성이가 되어 젖어온다. 배낭에서 방수커버를 씌운 장갑을 꺼내 바꾸어 끼고, 비로소 아이젠도 착용을 한다. 12시 57분, 고도 약 565m 정도의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암릉길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1시 경, 암릉을 넘어서자 눈앞에 깎아지른 암봉이 짙은 운무 속에서 어렴프시 모습을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640m봉과 장군봉이 잇달아 윤곽을 들어낸다. 1시 7분, 암봉 아래에 이르러 오른쪽 우회로로 내려선다. 하지만 너덜지대로 내려서자 눈 속에 묻힌 우회로는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겁 먹지 말고 암봉을 직등하는 것이 훨씬 수월했는지도 모르겠다.

가야할 암봉,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길이 보이지 않는 눈 덮인 너덜을 오르기가 쉽지 않은데, 저 아래 오른쪽 안부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힘든 너덜 오르기를 포기하고, 잠시 쉬면서 스페츠를 꺼내 착용한 후, 1시 32분, 사람소리가 들린 안부로 내려서니, 정상 0.9Km/신암저수지 2.4Km를 알리는 이정표만 보일뿐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신암저수지 쪽에서 감악산으로 오르던 등산객들이, 길은 점차 험해지는데, 눈까지 심하게 내리자, 이곳에 이르러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을 한 모양이다.

이정표

 

어제 과음을 한 심산대장이 장갑이 젖었는데 여벌도 없고, 배도 고프니, 우리도 여기서 그만 하산을 하자고 한다. 신암저수지 까지의 거리가 2.4Km이니, 언제 건 1시간 정도면 탈출이 가능하지 않은가? 심산대장을 겨우 설득하여 저 위에 보이는 능선 잘룩이까지 올라 가 본 후, 탈출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바위들 사이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능선으로 향한다. 1시 59분, 능선 잘룩이에 오른다. 정상 0.7Km를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고, 정상 방향으로는 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능선 안부 이정표

우회한 암봉의 정상부분

 

나무계단을 보더니 심산대장도 다소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더 이상 탈출하자는 이야기가 없다. 나무계단을 올라 2시 3분, 등산안내도가 있는 전망대에 서지만 우회한 암봉만 가까이 보일 뿐 시계가 거의 제로다. 이어 640m봉을 넘고, 2시 7분, 이정표와 현 위치 표지목이 있는 장군봉 안부로 내려선 후, 계단을 따라 오르며 뒤돌아 지나온 640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나무계단을 오르고

등산 안내도가 있는 전망대

장군봉 안부이정표

현 위치 표지목

뒤돌아본 640m봉

 

이곳은 2009년 8월, 『신암저수지-얼굴바위-임꺽정봉-감악산-범륜사-매표소』코스로 산행하면서 지났던 곳(http://kr.blog.yahoo.com/urimahn/924113 참조)이라 눈에 덮였어도 낮이 익은 곳이다. 2시 13분, 암릉길을 걸어 표지목과 등산안내도가 있는 장군봉 정상에 오른다. 조망이 기가 막히게 좋은 곳이지만, 지금은 눈발, 그리고 운무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암릉이 칼날처럼 좁아지는 곳에서 등산로는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로로 들어서니 바람 한 점 없다. 눈까지 피할 수 있는 바위 그늘이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건 욕심이다. 바람이 없는 아늑한 곳. 이곳에서 선채로 어한주를 마시고, 라면과 샌드위치로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날씨가 많이 춥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장군봉 오르는 나무계단

장군봉 정상

점심 식사를 한 곳- 이능선 바로 아래다.

 

약 15분 동안에 후딱 식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속개하여. 2시 33분, 이정표가 있는 임꺽정봉 갈림길에 이른다. 임꺽정봉에서의 조망도 훌륭하여 보통 때라면 빼 놓을 수 없는 곳이지만, 지금 같은 기상조건에서는 험한 암릉길을 지나서 힘들게 가 보았자, 보이는 것은 운무뿐일 터.. 임꺽정봉을 포기하고 왼쪽 내리막길 로 들어서서 감악산 정상으로 향한다.

뒤돌아 본 장군봉 능선

임꺽정봉 갈림길 이정표

 

2시 36분,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거쳐, 고릴라 바위를 지나고, 2시 43분, 운무가 가득한 너른 감악산 정상에 오른다. 일요일이라 보통 때 같으면 많은 등산객들로 붐빌 터이지만 함박눈이 쏟아지는 날씨라 지금은 어리친 강아지 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정상에 있는 등산안내도에서 가야할 능선을 확인하고 2시 45분,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고릴라 바위

정상

등산 안내도

하산로

 

눈발은 가늘어졌지만 운무는 더욱 짙어져 한낮인데도 주위가 어둑하다. 로프가 매어져 있는 눈 쌓인 가파른 비탈길을 미끄러져 내린다. 2시 49분, 정상 0.1Km/동광정사 1.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나무계단을 오르니, 눈 속에 성모 마리아 상이 우뚝하다.

성모 마리아 상

 

다시 가파른 비탈길을 미끄러져 내린다.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속 편하게 그대로 주저앉아 미끄러진다. 2시 54분, 용도를 알 수 없는 시설물을 지나고, 1분 후, 정상 0.2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2시 57분, 암봉을 넘는다. 이곳에도 이정표가 보인다. 의외로 이정표가 많다.

용도 미상의 시설물

암봉 위의 이정표

 

3시, 표지목이 있는 병풍바위를 지난다. 바위 끝에 서니 아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찔한 직벽이다. 3시 5분, 이정표가 있는 동광정사 갈림길에서 직진하고, 이어서 만나는 사면갈림길에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커다란 암벽을 오른쪽에 끼고 미끄러져 내린다.

병풍바위 표지목

병풍바위

암벽을 오른쪽에 끼고 내리고

 

여전히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며 서서히 고도를 낮춘다. 곳곳에 세워진 이정표와 간간이 보이는 표지기들의 안내로, 천지가 온통 하얗지만, 길을 잃을 염려는 없어 보인다. 게다가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뚜렷한 발자국이 계속 앞장서서 안내를 한다. 3시 15분, 이정표가 있는 하늘 아래 첫 동네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늘목리로 향하고, 2분 후 하얀 헬기장을 지난다.

이정표

표지기

 

여전히 내리막길이 이어지지만 경사는 많이 부드러워진 느낌이다. 왼쪽 나뭇가지사이로 지나온 봉우리와 그 오른쪽 멀리 감악산 정상이 보인다. 3시 36분, 이정표가 있는 동광정사 갈림길에서 이제까지 길 안내를 해 주었던 발자국은 오른쪽 동광정사로 내려선다. 도움을 받았던 발자국과 헤어져 우리는 직진하여 하얀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내며 전진한다.

뒤돌아 본 지나온 봉우리

동광정사 갈림길 이정표, 발자국과 이별한다.

 

3시 40분, ‘감악지맥 종주 표지기’를 만나고, 2분 후, 갈림길에서 이정표의 안내로 왼쪽으로 굽어 능선을 우회한다. 병충해 방제를 위해 연두색 테이프로 아랫도리를 감싼 나무들 사이로 눈길이 이어지고, 그 위로 표지기가 나풀거린다. 3시 52분, 정상 1.57Km/늘목리 1.8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 얼추 반 쯤 내려온 모양이다.

표지기

우회로

이정표

 

무겁게 눈을 이고 있는 소나무 숲을 지나, 4시 6분, 많은 철재가 쌓여 있는 너른 공터로 나온다. 자세히 보니 송전탑 공사장인 모양이다. 왼쪽 저 아래로 희미하게 송전탑이 보인다. 무심히 눈 덮인 발자국을 따라 직진하여 능선을 내려선다. 4시 16분, 마지막 이정표를 확인하고, 계속 눈 덮인 발자국을 따라 완만해진 능선을 달려 내린다.

무겁게 눈을 이고 있는 어린 소나무

송전탑 공사장- 여기서 직진하여 알바를 한다. 마루금은 왼쪽 능선이다.

공사장에서 직진 능선으로 진행하고

마지막 본 표지기

 

한동안 달려 내리다 진행방향을 보니 190도 정도 남서 방향이 아닌가? 마루금은 120도 정도의 동남방향이다. 정신이 번쩍 들어 주위를 보니 왼쪽에 동남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아마도 송전탑 공사장에서 왼쪽으로 흐르는 마루금 능선이 틀림없겠다. 하지만 이미 고도 300m 지점까지 내려왔으니, 되돌아서기는 너무 멀다. 지금 가는 길이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등산로이니, 어딘가 도로변으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을 것임으로, 계속 따라 내려서기로 한다. 다행히 능선이 왼쪽으로 굽어지며 마루금이라고 생각되는 능선과 점점 가까워진다. 4시 40분 해남 박공의 합장묘에 이르고 묘길을 따라 내려, 4시 43분, 황방리 52번지 팻말이 보이는 마을로 들어선다.

해남 박공 합장묘

황방리 마을 팻말

 

오늘 하산지점인 간파고개는 황방고개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산지점이 간패고개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점이겠다. 마침 눈을 쓸고 있는 주민에게 간패고개를 물으니 큰 길로 나가 왼쪽으로 버스 한 정거장 오르면 간패고개라고 알려준다. 결국 송전탑 공사장에서 직진하여 알바를 하는 바람에 마루금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나 이곳 안골마을로 내려선 것이다. 이어 4시 51분, 375번 국지도에 이르러 산행을 마치고, 도로변의 만두집으로 들어선다. 도상거리 7Km를(알바로 거리가 1Km이상 늘었겠지만) 약 6시간 동안에 걸은 셈이니. 눈길이 그만큼 힘들고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375번 도로

 

5시 20분 경, 동두천 행 53번 버스가 지나간다고 한다. 따듯한 난로 가에서 따끈한 만두를 먹으며 눈 곳에서 쌓인 피로를 달랜다. 5시 10분 경 만두집을 나와 100여 미터 떨어진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노종서예관/남면느티나무 안내판이 보이는 초록기지마을 입구가 버스 정류장이다. 등산안내도와 감안산 안내판을 보며 버스를 기다린다. 5시 20분 정시에 버스가 도착한다.

남면느티나무 안내판

등산 안내도

 

5시 35분 경, 역전 사거리에서 내려, 동두천 중앙역에서 전철로 바꿔 타고 귀가한다. 간패고개로 들어가는 53번 버스는 매시 10분에 이곳 역전 사거리를 지난다고 한다.

 

 

(2011. 1. 2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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