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봉능선

육봉능선


아름다운 신록의 달 5월. 바쁘게 지나다 보니, 신록다운 신록도 즐기지 못한 사이에, 어느덧 녹음이 짙어져버리더니. 6월에 접어들자,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어제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2도, 토요일인 오늘도 30도를 웃돌겠다는 예보다. 이미 한여름이다.


이번 주말에는 이사회(二四會)의 산행계획이 없다. 선거일인 지난 수요일에 북한산 14성문을 종주하느라, 무더위 속에서, 9시간 이상 산행을 하더니, 회원들이 많이 지친 모양이다. 산악회들의 주말 산행계획을 훑어보아도, 적당한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여 모처럼 자유로워 진 기회에, 평소 가보고 싶었던 관악산 팔봉능선을 타 보기로 한다. 팔봉능선으로 오르고, 육봉능선으로 하산할 계획이다.


2006년 6월 3일(토).

8시 40분 경, 배낭을 메고, 출근시간대에, 만원 전철에 오르려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바쁠 것도 없는 길이라, 30분이나, 한 시간쯤 늦추어도 별 지장이 없을 터인데도, 더워지기 전에 시작하겠다고 서두르는 스스로의 모습이 딱하다. 전철을 두 번씩이나 바꿔 타고, 서울대 입구에서 내려, 3번 출구를 나서니, 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어느 버스를 타야하는지를 모르던 터라, 반갑게 줄 뒤로 다가 선다.


버스에 올라, 네 정거장인가를 지난 후, 버스가 서울대 정문 앞에 정차하자, 등산객들이 우르르 몰려 내린다. 뒤 따라 내린다. 관악산 오르는 길을 물을 필요도 없다. 배낭을 멘 사람들을 뒤따르면 된다. 길가에는 좌판을 벌린 장사꾼들이 늘어서 있다. 족발과 소주를 세트로 파는 사람, 등산복, 등산모 등 등산용품을 파는 사람, 김밥장수, 떡장수 등 없는 것이 없어 보인다. 9시 34분 경, 관악산 공원 정문 앞에 당도한다. 너른 광장은 인파로 가득하다. 자연학습을 나왔는지, 교사들이 인솔하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많이 보인다.

관악산 공원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34) 관악산 공원 입구-(9;54) 관악산 호수공원-(10:28) 제4 야영장-(10:48) 무너미고개-(11;08) 팔봉능선 초입-(11:27) 제1봉-(11:47) 제2봉-(11:55) 왕관바위-(12:06) 제3봉-(12:18) 제4봉-(12:24) 제5봉-(12:34~13:08) 제6봉, 중식-(13;28) 제 7봉-(13:48) 제8봉-(14:34) 국기봉-(15;02) 2봉-(15:42) 산불 감시탑-(16:11) 정부청사 거리』 중식시간 34분 포함, 총 6시간 3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공원입구로 들어선다. 매표소가 있어, 입장료를 받는 가 했더니, 매표소 안은 텅 비어 있다. 공원 안에서 줄을 지어 질서 있게 이동하는 초등학생들 행렬이 귀엽다.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으로 관악산 안내도가 서 있고, 농촌생활 체험장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가 보인다. 학생들은 왼쪽 길로 들어서고, 배낭을 멘 등산객들은 오른쪽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른다. 등산객들을 뒤 따른다.

자연학습 나온 꼬마들


다시 갈림길이다. 왼쪽 길은 관악산 호수공원길, 오른쪽 시멘트 길은 제1 광장으로 이어진다. 관악산 개념도를 꺼내 본다. 팔봉능선을 오르려면 무넘이고개를 넘어야하는데, 호수공원길도 제4 야영장을 지나, 무너미고개로 이어지고, 오른쪽 길도 제2 광장을 지나 제4 야영장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지도상으로는 다소 우회하는 느낌이라, 왼쪽 호수공원길로 들어선다.


안내판에서는 호수공원 부지면적이 6.450m², 담수면적 2,485m²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생각보다는 호수규모가 크지가 않다. 호수공원을 지나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너른 계곡에는 거의 물이 말라있다.

호수공원


바쁘지도 않은 길이고, 처음 걷는 길이라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걸어 오른다. 아카시아 숲을 지나고, 예쁜 다리를 건너, 아카시아 동산을 통과한다. 이정표가 서 있다. <연주대 2.6Km, 1시간, 무너미고개 1.6Km, 25분> 10시 28분 너른 제4 야영장에 이른다. 이곳에는 단체로 온 여중생들이 많다.

다리를 건너고

이정표를 지나

 제4 야영장에 이른다.


제 4 야영장을 통과하자, 갑자기 등산로가 호젓해진다. 거리 표지판을 지나고 <삼막사 2.4Km, 무너미고개 300m> , 10시 41분, 삼거리 약수터에 이른다. 오른쪽은 삼성산, 왼쪽은 연주대로 가는 길이다. 직진하는 방향으로는 아무 표시도 없다. 다시 개념도를 꺼내 보고, 직진하는 길을 택한다.

거리 표지판


둥산로가 오르막으로 변하면서 서쪽으로 향한다. 이상하다. 팔봉능선으로 가려면 동쪽으로 향해야하는데, 지금은 서쪽으로 오르지 않는가? 혹시 삼성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하지만 왼쪽으로 방향을 바꿀지도 모르니, 조금 더 따라 가보기로 한다. 과연 등산로는 거의 직각으로 왼쪽으로 굽어지더니, 다시 오르막이 이어지고, 언덕 마루턱에 서울시 소방방재 본부에서 세운 119, K64 표지판이 현 위치가 삼거리 약수터(상)이라고 알려준다. 이곳이 지도상의 무너미고개라고 짐작한다.

삼거리 약수터(상) 표지판


등산로는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조금 진행하다 보니, 왼쪽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직진하는 길은 골짜기로 이어지는 듯싶다. 서슴없이 오르막 왼쪽 능선을 타고 오른다. 5~6분 쯤 걸어 올랐을 때, 젊은 등산객 한 사람이 마주 내려온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길을 확인한다.


"안녕하세요? 이 길이 팔봉능선으로 오르는 길이지요?


"아닌데요. 이 길은 학바위능선길이예요. 팔봉능선은 저 아래 갈림길에서 남쪽으로 더 내려 가셔야 돼요."


개념도를 꺼내, 무너미고개를 넘어서고, 지도상으로 볼 때, 학바위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이미 지나 온 것이 아니냐고 되묻자, 젊은이는 지도를 드려다 보더니, 개념도가 잘 못 됐다고 한다. 이 시간에 혼자서, 학바위능선을 타고 하산하는 걸 보면, 이 젊은이는 관악산을 자기 집 뒷동산쯤으로 여기고, 수시로 오르내리는 인근 주민인 모양이다. 더 이상 아무소리 못하고 젊은이와 함께 올라 온 길을 되 집어 내려선다.


삼거리에 내려서자 젊은이는,


"길을 따라 내려가시면, 계곡이 나올 겁니다. 계곡으로 오르지 마시고, 더 남쪽으로 진행하면, 팔봉능선으로 오르는 곳에 이르게 되지요. 즐거운 산행하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친절하고 자상한 젊은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젊은이와 헤어진다.


길을 따라 내려서니, 과연 젊은이 말 대로 냇물이 흐르는 계곡에 이른다. 계곡을 건너 조금 더 진행하니, 왼쪽에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보인다. 왼쪽으로 들어선다. 조금 지나자, 이번에는 중년의 등산객이 혼자서 마주 내려온다.


"안녕하세요? 이 길이 팔봉능선길인가요? 라고 다시 확인한다.


중년의 등산객은 바로 앞에 보이는 능선을 가르치며,


"팔봉능선은 저 앞 능선인데, 이 길을 따라 올라가도, 오른쪽으로 팔봉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어요." 라고 알려 주면서, 다시 한 번 나를 훑어보더니, "팔봉능선은 길이 험한데...." 라고 혼잣소리를 하면서, 하산 길을 서둘러 내려선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중년의 등산객 뒤를 따라 올라 온 길을 다시 내려선다. 마음먹고, 일부러 찾아온 팔봉능선인데, 능선 허리로 오르기보다는 능선 초입부에서부터 차근차근 걸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갈림길에 내려서서, 작은 언덕을 넘어서니, 앞에 너른 공지가 나타나고, 아주머니 한 분이 음료수를 팔고 있다. 팔봉능선 길을 물으니, 왼쪽 능선길이라고 알려준다.

젊은이가 알려준 계곡

팔봉능선으로 오르는 길 초입


팔봉능선을 오른다. 암릉길이 이어지고, 너른 암반 사면에 선다, 그늘도 없어, 햇볕은 따갑지만, 스치는 바람결이 무척 시원하고, 눈앞에 펼쳐진 조망이 일품이다. 학바위능선을 타고 내리던 산줄기가 무너미고개로 떨어지더니, 다시 솟구쳐 삼성산을 이루고,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학바위 능선

무너미고개 방향

삼성산, 장군봉


11시 27분 제1봉에 오른다. 커다란 물고기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것 같은 모양의 바위가 특이하다. 오름 방향으로 2봉과 3봉이 나란히 솟아있고, 3봉 옆으로 왕관바위가 보인다. 남쪽으로 멀리 보이는 조망이 시원하다.

제1봉의 암봉

2봉 오르다 뒤 돌아 본 제1봉의 암봉 -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제1봉에서 본 2봉과 3봉, 그리고 왕관바위

제1봉에서 본 남쪽 조망


제1봉을 내려서서 제2봉으로 향한다. 마치 강아지 같아 보이는 기암이 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 왕관바위가 가깝다. 자그마한 암봉 위에 서니, 2봉과 3봉 사이의 너른 암반에 독야청청 홀로 서 있는 소나무와 그 아래에서 쉬고있는 둥산객들이 멀리 보인다. 11시 47분 제2봉에 오른다. 너른 암반으로 이어지는 바위능선이 마치 칼날 같다.

기암 - 무엇처럼 생겼나요?

2봉 오르다 왼쪽으로 본 왕관바위

2봉과 3봉 사이, 암반에 홀로 선 소나무

2봉에서 암반으로 이어지는 칼날능선-뒤로 3봉, 4봉, 5봉이 보인다.


제3봉으로 향하다, 왕관바위를 보기위해 왼쪽 길로 들어선다. 여러 가닥으로 우뚝 솟은 바위가 과연 신라시대의 아름다운 금관의 형상을 하고 있다. 왼쪽으로 돌아 내려 반대편 모습을 본다, 두건을 쓴 거인이 무언가를 애타게 갈구하며, 양팔을 하늘로 향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걸작품이라 하겠다.

앞에서 본 왕관바위

뒤에서 본 왕관바위


다시 제3봉으로 향한다. 12시 6분 경, 제3봉 정상에 올라, 지나온 봉우리들을 굽어보고, 눈앞의 제4봉을 바라본다. 길게 이어진 위험해 보이는 암릉길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 중에 쉬워 보이는 코스를 눈여겨본다.

3봉에서 본 1봉과 2봉, 뒤로 삼성산과 장군봉이 보인다

뒤돌아 본 2봉 칼날능선

마주 보이는 제4봉


3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우회로를 외면하고, 3봉 위에서 눈여겨보았던 코스를 따라 암릉길을 오른다. 가까이 보니, 손잡을 곳, 발 놓을 곳이 확실하여, 네발로 기어오르니, 위험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12시 18분 경, 4봉 정상에 오른다.

4봉 정상부근의 기암

4봉 정상에서 뒤돌아 본 3봉, 2봉

4봉에서 본 관악산 정상 부분


12시 24분, 5봉 정상에 오르고, 10분 후에는 6봉 정상에 이른다. 6봉 정상 소나무 아래에서 도시락을 편다. 지척에 우회길이 있어, 두런두런 사람들이 지나가는 소리는 들리지만, 이곳까지 올라오는 사람은 드물다. 조용한 정상에 혼자 앉아, 서쪽과 남쪽의 조망을 즐기며, 천천히 식사를 한다. 바람이 싱그럽다. 30여 분간 느긋한 점심을 마치고, 1시 8분 경, 7봉을 향해 6봉을 내려선다.

5봉 정상

5봉에서 본 6봉

6봉 정상의 소나무

6봉에서 본 7봉

6봉에서 본 수리산 방향 조망


1시 28분 7봉에 선다. 정면으로 태극기가 계양된 8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아름다운 오봉능선이 흐른다. 올라온 쪽으로 6봉이 나지막하게 엎드려 있다.

가까이 본 7봉

7봉 정상의 소나무

7봉에서 본 8봉

7봉을 내려선다. 내리막이 제법 가파르다. 오르는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어, 왼쪽 우회로로 돌아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다시 암릉길을 오른다. 슬랩 사면을 지나고, 언덕위에 오르니, 이곳저곳에 기암들이 보이고, 등산로는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로 떨어진다. 안부를 지나 암릉길에 올라선다. 정면으로 태극기가 휘날리는 8봉 정상이 보인다.

뒤돌아 본 7봉

암봉을 오르며 본 기암 1

암봉을 오르며 본 기암 2

안부의 이정표

8봉 정상


1시 48분 경, 8봉 태극기 아래 선다. 낮 익은 곳이다. 지난 해 10월, 육봉 능선을 거쳐, 연주암으로 향할 때 거쳤던 곳이다. 바로 아래 점심을 먹었던 소나무가 서 있는 명당자리도 여전하다. 다시 명당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눈 아래 과천 아파트 단지가 펼쳐지고, 과천 저수지 너머로, 쳥계산이, 그 오른쪽으로는 의왕지 뒤로 광교산이 마주 보인다. 시원한 조망이다.

과천 아파트 단지와 청계산

육봉 넘어 멀리 광교산 방향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육봉능선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정면으로 시야가 트이며, 육봉능선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6봉인 국기봉 앞 암봉에 오른다. 이곳에서는 팔봉능선이 한눈에 보인다.

한눈에 들어오는 육봉능선

국기봉 앞의 봉우리로 오르는 암릉길의 입석

국기봉 앞봉, 암반의 소나무

팔봉능선의 2, 3, 4봉

팔봉능선의 5, 6, 7봉



 

팔봉능선의 7, 8봉


2시34분, 육봉능선의 6봉인 국기봉에 이른다. 국기봉 위는 마치 저자거리다, 사진을 찍는 등산객들이 가득하고, 아이스케이크 장사, 떡장수, 막걸리 장수들이 진을 치고 있다. 서둘러 국기봉을 내려서며, 육봉능선의 봉우리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국기봉을 내려서며 본 오봉능선의 봉우리 1


 

국기봉을 내려서며 본 오봉능선의 봉우리 2

국기봉을 내려서며 본 오봉능선의 봉우리 3


욱봉능선의 제5봉, 마치 삼각자를 세워 놓은 것 같은 암봉 앞에 선다, 지난해에는 엉겁결에 넘어온 봉우리이지만, 오늘은 이 봉우리에 붙어, 곡예를 할 마음이 전혀 아니다. 서슴없이 우회로로 내려선다.

날카운 5봉, 암봉


4봉을 지나, 3봉 대슬랩도 우회한 후, 다시 암봉으로 올라, 4봉과 5봉을 카메라에 담고, 암릉길을 따라, 조심조심 하강을 계속한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육봉을 오르는 사람도 없고, 위험한 길을 택해 하산하는 사람도 없어, 혼자서 암반길을 내려선다. 이윽고 등산로는 모래가 많은 흙길로 이어진다.

4봉, 5봉


능선길을 따라 계속하산 한다. 저 멀리 우뚝 솟은 봉우리위에 산불 감시탑이 보인다. 조금 더 진행하자, 왼쪽 골짜기로 떨어지는 길이 갈라지지만, 문원폭포로 이어지는 계곡길은 지난번 오른 적이 있어, 계속 능선을 타고 내린다. 능선길이 아름답다. 3시 42분 산불감시탑을 지나고, 용운암 마애승용군 앞에 선다. 바위에 다섯 분의 스님 얼굴이 음각돼 있다. 옆에 세워진 해설판에서는 이 조각을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뚝 솟은 작은 봉우리 위의 산불 감시탑

용운암 마애승용군

해설판,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 붉은 나무다래 아래로 이어진다.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철책의 철책 문이 열려있다. 다리 아래로 내려서서, 세수를 하고 몸의 땀을 닦은 후, 철책을 따라 넝쿨장미가 곱게 늘어진 길을 따라 내려서서, 4시 11분 백운사 표지판이 걸린 큰길로 나선다.


9시 34분에 관악산 공원에서 출발했으니, 6시간 3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더운 날씨에 관악산의 백미라고 불리는 팔봉능선과 육봉능선의 암릉길을 걸어서인지, 걸은 시간에 비해, 많이 피곤한 느낌이다.

 


(2006. 6. 4.)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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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산


2006년 4월 15일(토).

이사회 대원들은 틈새산행으로, 고려산의 진달래를 보고, 대명포구에서 삼식이를 안주로 인삼 막걸리에 취해 보자고 강화도로 간다. 여왕봉, 다이아, 여원, 진옥, 4명의 여성대원과 고봉, 우림, 경담, 우정, 늘소, 덕암의 6명, 모두 10명의 대원이 참여한다.


고려산의 진달래를 모아 놓는다.

미꾸지 고개에서 315m 암봉으로 오르다 본 북쪽 사면의 진달래와 생강꿏

낙조봉 오르다 본 진달래

가까이서 본 진달래 - 북쪽 사면의 진달래가 색이 선명하고 곱다.

뒤돌아 본 능선길의 진달래, 뒤로 보이는 산이 태모산이다.

낙조봉 가는 길의 암릉과 진달래

낙조봉 오르는 길

오삼리로 떨어지는 능선의 진달래, 내가 저수지가 보인다.

뒤돌아 본 315m 암봉

 

고려산에서 바라본 능선 북쪽 사면의 진달래 군락지.


진달래뿐이 아니다. 여유 있게 움직이다 보니, 길가의 야생화도 눈에 뜨여, 오솔길대원의 해설을 기대하고, 이를 카메라에 담는다.

야생화 1

야생화 2

야생화 3.


12시 15분 경, 낙조봉을 지나 고려산으로 향하는 길, 너른 억새밭에 자리를 잡고, 대원들이 모여 앉아 점심상을 펼친다. 어느 틈에 샀는지 대원들 배낭에서 강화 인삼막걸리 3병이 나온다. 이미 경담대원의 매실주와 보드카 칵테일로 반주를 끝냈지만, 황사 덕에 목감기에 걸린 늘소 대원이 술을 사양하고, 귀로의 운전을 자청하자. 우정 대원의 막걸리 비우는 속도가 빨라지고, 꽈리소리가 높아지며,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지난해 금남정맥을 할 때 마이산을 다녀왔는데도 마이산으로 다시 가려다가, 우정대원의 귀띔으로, 마니산 쪽으로 방향을 돌린 다이야 대원이 꽈리의 희생이 된다. "마니산"에서 가운데 한 자만 바꾸면 "마이산"되니. 오늘은 마이산엘 왔다고, 다이야대원의 호칭을 앞으로 3개월 동안은 "마이산"으로 바꿔 부르겠다고 선언한다.


6급 장애인 이야기가 화제가 된다. 40대, 50대에서 애인이 없으면, 6급 장애인이란다. "마이산" 호칭에 약이 오른 다이야대원이 6급 장애인이라고 자처하더니, "꽈리"를 애인 삼겠다고, 벌떡 일어나,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우정대원의 목을 얼싸 안는다. 기분이 좋아진 우정대원은 "마이산" 호칭 기간을 2개월로 단축해 준다.

우정대원의 꽈리에 박장대소하는 늘소대원


식사가 끝나가는 데도 막걸리 잔은 계속 돈다. 우정대원이 핸드폰을 꺼내, 화봉대원의 안부를 묻겠다고 전화를 한다. 애써 마이산을 마니산으로 바꾸어, 고모들을 모셔 왔는데, 막상 주빈인 화봉대원이 참여를 못하자, 그 사연이 궁금한 모양이다. 전화를 하던 우정대원이 벌떡 일어나, 앞섶을 헤치고, 식당에서 두어 걸음 떨어진 억세 숲에 멈추어 선다.


"더 가 ! 더 떨어지라 구." 라고 여왕봉 대원이 호통을 치자, 우정대원은 전화기를 귀에 댄 채, 용무를 보면서, 앞으로 걸어 나간다. 동시에 3가지 행위가 이루어지는 모습에 대원들은 배꼽을 잡는다.

멀티가 아닌 트리플 기능을 발휘하는 꽈리 머신.


10년은 더 젊어진 대원들이 점심상을 거두고, 고려산으로 향한다. 고려산은 진달래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산버들강아지가 눈에 뜨이고, 산벗꽃이 보인다. 그 뿐인가? 아름다운 송림이 싱그럽고, 특이한 모습의 노송들이 아름답다. 문화유적인 고인돌도 볼 수가 있다.

산 버들강아지

산 벚꽃

아름다운 송림

노송 1.

노송 2

노송 3

고인돌 안내판

고인돌 1

고인돌 2


해발 436m의 고려산은 높지는 않지만 바닷가에 자리 잡아, 주위의 조망이 매우 뛰어나다.

 

고려산 정상에서의 단체사진 - 우정대원 사진

고려산 오르다 본 오삼리

멀리 본 마니산(중앙)

고려산 오르는 길

4번 도로와 고비고개

고려산 북 사면과 태모산 그 뒤는 석모도 북단

석모도

북쪽 파노라마, 멀리 북한 땅이 보인다.


고려산을 뒤로 하고 고비고개를 향해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선다. 한 눈에 강화읍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강화읍 조망을 즐긴다.


"석모도가 어디지?" 라고 덕암이 묻는다.


"어디서 석모도를 찾고 있냐? 석모도는 반대편인데.. 라고 누눈가가 대답하자.


"엉? 언제 이사 갔지?" 덕암의 능청스런 대꾸에, 꽈리 2의 진가를 모르는 일반 등산객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강화읍

고비고개에서 본 고려산


고비고개에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 대원들은 유명한 강화도의 쑥을 캐느라 여념이 없다. 이윽고 차가 도착하고, 일행은 대명포구를 향해 달린다. 대명포구에 도착하니, 음력 보름이 가까운 시기라 포구 가득히 밀물이 들어차고, 이 밀물을 타고 들어 온 어선들이 풀어 놓은 싱싱한 생선을 사러, 일행은 북적 거리는 어시장으로 들어선다. 3Kg짜리 광어, 못 생긴 삼식이, 탱탱한 쭈구미를 사고, 바다가재는 덤으로 얻은 후, 인근 횟집으로 들어선다.

붐비는 대명포구 어시장

생선을 고르는 우정대원

삼식이


먼저 삶은 바다가재가 나오고, 이어서 광어와 삼식이 회, 그리고 삼순이 매운탕이 서브된다. 음식이 나오자, 누구도 손대기 전에 일일이 카메라에 담아 참여하지 못한 대원들의 눈요기 거리로 남겨둔다.

삶은 바다가재 와 쭈구미

광어회 그리고 삼식이 회

삼순이 매운탕


예의 소주 40병이 주문되고, 고봉대원의 선창에 따라 우렁찬 건배의식이 행해진다. 삶은 바다가재의 독특한 맛, 그리고 자연산 광어와 삼식이 회 맛에 압도되어 한동안은 조용하더니, 의리의 사나이 우정대원의 꽈리가 또 시작된다.


"고모들은 그렇다 치고라도, 이 좋은 회를 못 드시는 화봉 선배님..." 말끝을 맺지 못하고 우정대원의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이어서 삼식이를 못 드시는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화봉님의 아호를 "사식이"라고 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앞으로 이사회에서는 "화봉" 대신에 "사식이"로 호칭하기로 만장일치로 가결한다.


"사식이님 !" 우정대원이 가만히 불러 보자, 좌중은 웃음바다가 된다. 그게 아니지, "사식이"는 "사식아 !"라고 부르는 것이 제격이지만, 그건 너무 불경하니, "사식이 선배님" 정도로 호칭하는 것이 좋겠다.


쓰면 소설이요, 찍으면 영화가 되는 영원한 해병의 "김 하사관 신화"가 화제가 된다. 학교를 마치고 해병대에 입대하여, 처음 강화도에 배치됐던 경담대원은 운전대를 잡고 강화도로 향하자, 옛날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74개월 동안의 군대 생활에서 28번 부대를 옮겨 다니며 남긴 "김 하사관의 신화"를 운전을 하며 담담하게 술회한다.


부대 배치를 받고, 3개월 동안 이유도 없이 맞기만 하자,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어느 날 부대를 탈영하여, 강화도에 살던 친구 집을 찾는다. 친구는 없었지만, 안면이 있는 친구 어머니의 도움으로 친구 집에서 일박을 하고, 다음날 친구 교복을 빌어 입고, 서울로 잠입하는데 성공한다. 이렇게 탈영한 도피생활은 4개월 만에 중대장의 회유로 막을 내리지만, 이 후 따라다니는 "꼴통" 꼬리표 때문에 끝없이 이 부대, 저 부대를 전전하며 신화를 남기게 된 것이다.


계동, 김두한 씨 집 옆에 살게 된 덕에, 일찍부터 무술을 연마하는 김두한 씨 흉내를 내어 무술실력을 쌓는다. 150이 넘는 아이 큐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다. 하지만 중 3 때, 순 서울토박이인 어머니가 한창 나이인 39세에 폐기공으로 갑자기 사망하자, 경담대원의 인생도 한 순간에 바뀐다. 술과 싸움질로 해가 저물고, 김두한의 종로 패에도 몸을 담는다. 이야기 도중에 초등학교는 재동초등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그러면 내 후배가 아닌가?


백두대간을 함께 할 때, 후미로 쳐지는 대원들을 표 안 나게, 자연스레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속이 꽤나 깊은 젊은이라고 감탄을 했던 경담대원이 우수한 머리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후배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든든한 후배를 두어, 기분이 좋아진 나는 평소 보다 많은 술을 마셔, 벌써 어지간히 취기가 오른다.


6시 30분 경, 횟집을 나선 대원들은 두 대의 차에 분승하여 서울로 향한다. 경담대원의 갤로퍼는 진옥대원이 운전한다. 초지진에 대교가 놓이고 양방 6차선으로 확장된 김포가도는 한창 붐빌 시간인데도, 차량소통이 원활하다. 뒤따라오던 우정대원의 차에서 연락이 온다. 오늘 참여 못한 지헌부부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수산시장으로 기수를 돌리라는 이야기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의 2차 - 우정대원 사진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두 번째 술좌석을 파하고, 10시가 다 되어 버스를 타러 육교를 건너면서 본 하늘에는 만월에 가까운 둥근달이 두둥실 떠있다. 아름다운 4월의 밤하늘이다.


(2006.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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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도마치봉에서 흥룡봉으로 하산하다 본 가리산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에 소재한 가리산은 한북정맥 능선 위에 있는 신로봉(999m)에서 서쪽인 이동면 장암리 방면으로 떨어지는 능선 상에 홀로 우뚝 솟아올라, 주위 어느 곳에서도 그 올돌한 모양이 조망되는 아름다운 산이다. 정상은 두 개의 암봉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쪽 암봉(삼각점이 있는 암봉)이 정상이다. '가리산' 이라는 명칭은 폐광된 산 입구의 가리광산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전해진다. 가리는 비료의 주성분인 칼륨의 일본식 발음이다.

실로봉에서 흐르는 능선 위에 우뚝 솟은 가리산(지난 1월 광덕산 산행 시 사진)

2006년 4월 8일(토).

이사회(二四會)에서는 4월 첫 번째 정기산행지로 가리산을 산행한다.

1. 동반자 : 12명(鏡潭. 孤峰, 德岩, 深泉, 女王蜂, 藝園, 臥峰, 佑林, 宇停,

잭 울프, 芝軒, 和峰-이상 가나다 순)

2. 교통 : 의정부에서 이동 행 버스이용

3. 코스 : 새마을-전망암-헬기장-계곡-갈림길(H)-가리산-계곡-도평교

4. 날씨 : 황사가 심하고, 흐린 날씨, 오후 햇빛이 비치나 조망은 불량.

5. 산행기록 :

『(11:11) 들머리 도착-(11:20) 안산김공 묘-(11:45) 공터-(12:08) 가리산 1-2갈림길, 좌-(12:20~12:25) 전망암-(12;40~13:30) 헬기장 중식-(13:35) 가리산 2-2 갈림길, 좌-(13:57) 가리산 1-3 갈림길(H), 좌-(14:27~14:57) 가리산 정상-(15:06) 갈림길, 좌-(15:25) 계곡-(15:55~16:10) 족탁-(16:26) 유격장 숙영지-(16:38) 가리산 휴게소』중식 50분 , 휴식 50분, 포함, 총 5시간 2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가리산 개념도 및 산행코스


의정부 전철역에 대원 12명이 모인다. 역 구내를 빠져나오기 전, 심한 황사에 대비,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한 대원들이 마스크를 구매한 후,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한다. 의정부시와 포천시 정류장들을 경유하는 완행버스에 2시간 가까이 지루하게 흔들린 후 겨우 이동에서 하차한다.


하산 후 식사를 하기로 한 갈비집 승합차를 이용하여 산행 들머리에 도착한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흐린 날씨에 황사현상마저 심해, 정면으로 보이는 가리산이 희미하다.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마치고,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가선대부오위도총부 부총관(嘉善大夫五衛都總府 副總管) 벼슬을 지냈던 안산 김 공이 두 부인과 함께 잠들어 있는 묘지와 그 위의 더 큰 봉분의 묘를 지나.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오른다. 곳곳에 참호와 교통호, 군사훈련 표지판이 붙어 있는 황량한 참나무 길이다. 진달래 군락하나 없이, 이따금 혼자서 떨어져 있는 진달래도 이제야 붉은 꽃망울을 달고 있다.

등산로 변의 묘 2기

묘역을 지나며 본 가리산

굴뚝까지 세워진 참호.


곳곳에 산행리본이 걸려 있고, 경기소방재난 본부에서 세운 119 긴급연락처 팻말들이 현 위치를 알려주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능선을 따라 오르면서, 헬기장이나 전망바위에서 보는 가리산이나, 한북정맥의 마루금 위에 솟은 백운산, 신로봉, 국망봉(1,167m) 등의 조망이 뛰어난 곳이지만, 흐린 날씨에 황사현상까지 겹쳐 이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119 긴급연락처 팻말

첫 번째 헬기장에서 가리산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 잭 대장 사진

황량한 첫 번째 헬기장을 지나는 대원들

전망암에서 내려서는 길이 험하다. 암릉을 타는 길에는 로프가 걸려있으나, 일반 로프가 아닌, 고무로 코딩이 된 줄이라 미덥지 못하여 우회로로 내려선다. 위험한 길은 아니지만, 겨울에는 조심을 해야겠다. 로프를 점검하고 암릉길을 바로 내려서는 것이 더 수월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전망암에서 본 가리산

전망암에서 본 850m 암봉

전망암 내림길


너른 헬기장에 도착하여, 약 50분간 점심을 즐긴 후, 다시 출발하여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하면, 850m 암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계곡을 건너, 암봉에서 이어지는 능선에 오르게 된다. 낙엽이 깊게 쌓인 계곡길은 거칠지만, 유현(幽玄)한 느낌을 주는 멋진 길이다.

계곡에서 능선으로 오르는대원들


능선에 오르면 너른 헬기장에 이르고, 헬기장 한 모퉁이에는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 서 있다. <현 위치 가리산 1-3> 왼쪽으로 가리산을 향해 오른다. 한 구루 노송이 아름다운 전망바위에서 국망봉 쪽을 바라보는 조망이 일품이지만, 지금은 온통 뿌연 황사에 가려 조망이 신통치 않다. 가리산으로 오르는 길은 암릉길이지만, 특별히 위험한 곳은 없다.

전망바위의 노송

가리산 오르다 본 암봉


가리산 정상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박혀있고,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 서 있다. <현 위치 가리산 1-4(정상)> 북으로 명성산, 그 오른 쪽으로 복주산, 회목봉, 광덕산, 백운산, 도마치봉, 실로봉,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한북 정맥 마루금이 힘차게 흐르고, 그 뒤로 멀리 화악산(1,468m)도 조망이 되는 명소이지만, 지금은 한북정맥 능선만 흐릿하게 보일 뿐이다. 시계가 좋은 청명한 가을날에 다시 올라봐야겠다.

가리산 정상

정상에서 본 850m 암봉과 그 뒤로 국망봉

도마치봉에서 흐르는 능선

정상에서 찍은 파노라마


가리산에서 내려서는 반대쪽 암릉길이 가파르다. 겨울에 눈이라도 쌓이거나, 바위가 얼음에 덮여 있을 때는 무척 위험하겠다. 암릉을 내려서면 길이 좌우로 갈린다. 오른쪽은 능선길, 왼쪽이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산행리본이 애매하게 붙어있어 헷갈리지만, 왼쪽 길로 조금 내려서면, 다시 산행리본을 발견할 수 있고, 바위에 붉은 페인트로 칠한 화살표를 볼 수가 있다.

가리산 암릉길을 내려서는 대원들-잭 대장 사진

뒤돌아 본 가리산 암릉


골짜기에 이르러, 등산로를 따라 하산을 한다. 거친 골짜기에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달고 있다. 옛날 고려장 터가 많았던 골짜기라지만, 홍수가 난 후 전부 매몰이 됐는지 한 곳밖에 발견하지 못한다. 이윽고 억새가 무성한 임도와 만나는 곳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족탁을 즐기며 휴식을 취한다.

계곡의 생강나무-잭 대장사진

고려장터

계곡 끝에서 본 가리산

억새길


임도를 따라내려 선다. 엉뚱하게 군부대 유격장 숙영지 앞 도로에 이르고, 막사에서 군인이 뛰어 나온다. 군부대로 불법 진입을 한 것이다. 경담대원이 대표로 신상명세를 남기고, 군부대를 벗어나, 가리산 휴게소에서, 산행을 마친다.

유격장 숙영지 풍경

가리산 휴게소

휴게소에서 본 가리산, 여전히 뿌옇다.



뒤풀이.

갈비집 승합차를 타고 식당에 도착, 하산 뒤풀이를 즐긴다. 귀가하는 버스시간, 7시 28분을 확인하고, 약 10분 전에 버스 정류장에 나왔지만, 버스는 이미 지나갔다고 한다. 지방 버스의 운행시간이 정확하지 않다. 다음 차를 기다리기보다는 아무 버스나 타고, 일단 포천까지 나와, 의정부행 버스로 바꾸어 타는 것이 낭패를 보지 않는 방법이겠다. 포천에서 버스를 바꿔 타고, 도봉산역에서 전철로 갈아탄 후, 10시 20분경에 집에 도착한다.


(2006.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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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봉


지난 주 토요일은 설 명절 연휴라 산행도 못하고, 차례음식에 음복주에, 연일 먹고 마시기만 했더니 체중이 3Kg이나 늘었다. 집사람은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반가워하지만, 나는 벌써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다른 대원들도 비슷한 입장인 모양이다. 잭 대장이 4일(토) 번개산행을 기획한다. 산행지는 경기도 양주시의 불곡산(佛谷山 - 460m)이다. 수락산에서 멀리 뾰족하게 솟은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아직 가보지는 못한 산이다. 기대가 된다.


2006년 2월 4일(토).

오늘은 입춘(立春)이다. 절기로는 봄이 온다고 하지만, 날씨는 한 겨울로 되돌아가는 듯싶다. 어제 서울지역의 최저기온은 영하 14.4도, 바람도 강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를 밑도는 강추위다. 오늘도 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정도이고, 이번 추위는 월요일 오후부터나 풀릴 것 같다는 예보다. 물러가는 겨울이 마지막으로 심술을 부리는 입춘추위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비록 왕소군(王昭君)의 심정과는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입춘추위를 탓하는 표현으로도 이 또한 얼마나 절묘한가?


도봉산역에서 1호선 전철을 기다리는데, 역시 날씨가 매섭다. 언제 보아도 도봉산의 암봉들은 아름답다. 지헌(芝軒)부부와 다이아대원이 다가온다. 추운 날에는 산행을 쉬겠다던 다이아대원이지만, 연이어 2주간 산행을 못하는 것은 견딜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의정부북부역은 대합실도 없어 썰렁하다. 잭 대장이 기다리고 있고, 심산(深山)대원이 친구 두 사람과 함께 나왔다. 심산대원의 수염이 많이 자라, 이제는 도사 풍이 완연하다.


고봉(孤峰)대원이 도착하고, 이어서 경담(鏡潭), 우정대원이 함께 등장한다. 일행은 북부 역을 빠져나와 육교를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육교에서 멀리 불곡산이 보인다. 버스는 3번 국도를 북상하여, 9시 29분 샘내고개에 이른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샘내고개-청엽굴고개-임꺽정봉-정상-양주향교>>이다.

육교에서 본 불곡산


버스에서 내린 일행은 잭 대장의 인솔에 따라 GS 칼텍스 주유소 앞으로 이동하여 횡단도로를 건넌다. 왼쪽으로 산사면,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걸려있다. 일행은 리본이 달린 나뭇가지 아래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후, 9시 34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34 산행시작-9:55 쉼터, 갈림길-10:11 이정표-10:20 도락산 안내도-10:31 창업고개-10:56 부흥사 갈림길-11:06 전망바위-11;09 임꺽정봉 11:30~12:10 중식-12:44 상투봉-13:07 상봉-13:38 봉화대 갈림길-13:57 샘터 공지-14:31 양주관아지>> 중식시간 40분포함, 총 4시간 5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산행 들머리에서 등산로는 폐타이어로 만들어진 교통호를 따라 왼쪽으로 이어진다. 교통호 위에서 아까부터 건장한 등산객 한 명이 3번 도로를 내려다보면서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 앞가슴 배낭 멜빵에는 나침반이 걸려있고, 재킷 주머니에 지도뭉치가 보인다. 아마도 혼자서 한북정맥을 하는 산 꾼인가 보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등산로를 따라 앞서간 일행을 뒤쫓는다.

교통호를 따라 이어지는 한북정맥 길


등산로는 교통호를 버리고, 오른쪽 송림으로 이어진다. 비교적 젊은 소나무들이다. 강추위에 대비해 중무장을 해서 춥지는 않지만, 양 볼에 와 닿는 공기가 차갑고, 콧속이 시려온다. 주로 한북정맥을 하는 산 꾼들이 지나는 호젓한 길을 따라, 노란 솔잎이 곱게 깔린, 송림 숲을 아침 산책하듯 기분 좋게 걷는다.


왼쪽 나뭇가지사이로 불곡산이 보인다. 조금 더 진행하니 송림이 끊기면서, 왼쪽으로 전망이 확 트인다. 불곡산의 400m대 봉우리 3개가 나란히 서있다. 임꺽정봉, 상투봉, 그리고 정상인 상봉이다. 400m대의 봉우리들이지만, 평지에 올돌하게 솟아 있어, 꽤나 웅장하게 보인다. 대원들과 합류하여, 이들 3봉우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불곡산 3봉 - 왼쪽부터 상봉, 상투봉, 임꺽정봉


다시 송림이 이어진다. 양주하면, 임꺽정이 유명하다. 소설에서는 임꺽정을 양주, 청석골의 백정 출신으로 그리고 있지만, 양주에는 청석골이라는 지명은 없다고 한다. 청송골의 와전이 아닌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지나가고 있는 송림은 임꺽정이 활동하던 시대의 송림으로는 너무나 젊어 보인다. 아마도 다른 곳에 울창한 노송 숲이 있는 모양이다.


9시 55분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으로 공지에 벤치가 보이고, 가까운 동네 분으로 보이는 노인 한 분이 쉬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너른 등산로가 가파르게 이어진다. 아마도 양주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주 등산로인 모양이다. 불곡산으로 이어지는 길은 직진이다.


길이 가팔라진다. 가파른 길을 허위허위 오르자, 몸이 더워진다. 앞에 대원들이 쉬면서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기고 있다. 나도 겉옷을 벋는다. 시원하다. 고개 마루턱에 이르니, 앞에 이정표가 서 있다. 오른쪽으로 분기하는 너른 길은 금강 아파트 방향으로 향하고, 정상으로 가는 길은 왼쪽의 너른 군사도로다. 군사용으로 보이는 시멘트 구조물을 통과한다.


군사도로 오른쪽,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곳에서 경담대원이 기다리고 있다. 경담대원을 따라 숲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2~3분 걸으니 등산로는 다시 군사도로로 내려선다. 10시 20분 도락산 안내도를 지나고, 군사도로는 남쪽으로 내려서며, 정면에 임꺽정 봉이 보인다.

창엽골 고개로 내려서는 대원들, 정면에 임꺽정봉


창엽골 고개에서 한북정맥 마루금은 군사도로를 벗어나, 오른쪽, 철조망이 쳐진, 유격장으로 들어선다. 유격장 입구를 가로막은 철조망 한 귀퉁이가 밟혀서 길이 만들어졌다. 유격장의 시설은 방치된 채 버려져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유격장인 모양이다. 왼쪽으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유격 훈련장


10시 48분경, <나무판 오르기 훈련장>에 도착하니, 북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발아래 광백 수원지가 보이고 멀리 도락산이 뚜렷하다. <나무판 오르기 훈련장> 앞에 대원들이 모여, 잭 대장의 설명을 들으며, 주위를 조망한다. 이제껏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진행하던, 나 홀로 정맥 꾼과 인사를 나눈다.

유격 훈련장에서 본 서북쪽 조망


양주 시 멀리 운악산


정윤교 씨, 진주 분으로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다. 올해 환갑으로 정년퇴직 할 예정이라고 한다. 5년 전에 시작해서 백두대간을 마치고, 이번 한북정맥만 끝내면, 9정맥도 모두 마친다는 산 꾼이다. 꼼꼼히 메모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그 동안의 산행기를 정리하여, 단행본 700부를 찍어, 가까운 친지들에게 배포했다는 대단한 산 꾼이다. 우리 대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조금 더 오르니 헬기장이다. 서쪽, 동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양주시가 내려다보인다. 남쪽으로 임꺽정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이 시작된다. 묘하게 생긴 괴석을 지나, 안부에 이른다. 안내판이 서 있다. 오래된 안내판이다. 우리가 지나 온 유격 훈련장은 출입금지 구역이니, 왼쪽 부흥사 쪽 등산로를 이용하라는 안내다.

임꺽정봉 가는 길의 기암

 

 


안부의 안내판


오르막 암릉 길이 이어진다. 경사가 급한 곳에는 굵은 로프가 걸려 있다. 암반은 오랜 세월 동안 풍화가 됐는지, 곳곳에 모래가 쌓여 있어, 자칫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겠다. 로프를 잡고 모래를 피해 조심조심 오른다. 정윤교 교장은 슬랩을 오르듯 성큼 성큼 잘도 오른다. 역시 1대간 9정맥을 주파한 관록이 엿보인다.


11시 5분 경 불곡산 주능선에 오른다. 왼쪽으로 우뚝 솟은 임꺽정 봉이 역광 속에 장엄하다. 봉우리 위에 모여선 사람들이 까맣게 보인다. 잭 대장이 임꺽정 봉 쪽에서 거꾸로 내려오더니, 반대 쪽, 커다란 전망바위로 안내한다. 임꺽정 봉은 한북정맥에서 조금 비켜 서 있다고 한다. 한북정맥은 이 암봉에서 북쪽 사면의 절벽을 타고 내려, 골짜기로 이어진다고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직벽에는 굵은 로프가 걸려있다. 수락산의 기차바위보다 길이는 짧지만, 경사는 더 가파르다고 한다. 전망바위에서 남쪽으로 북한산이 멀리보이고, 남서쪽으로는 한강산, 서쪽으로는 노고산 등이 조망된다.

주능선에서 본 임꺽정봉

광백 수원지와 뒤로 감악산

멀리 소요산

한북정맥으로 이어지는 직벽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임꺽정 봉으로 향한다. 이정표<임꺽정봉 100m>를 지난다. 정상 직전, 2~3m 암벽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우회로도 있지만, 스틱을 접어 배낭에 꽂고, 굵은 로프에 매달려, 기어오른다. 장갑 낀 손으로 잡은 로프가 미끄럽다. 정상에 오른다. 너른 정상(445.3m)에는 표지목과 해설 판이 서 있다. 해설 판건너편으로 거대한 암괴가 솟아 있고, 주변의 소나무들이 청청하다. 소설에서 본 임꺽정의 당당한 기상이 느껴지는 듯싶다.

임꺽정봉 암벽 오르기 - 경담대원 사진


임꺽정봉 정상목

임꺽정봉 정상의 암괴

임꺽정봉에서 본 상투봉, 뒤로 수락산이 보인다.


느긋하게 사진도 찍고, 주위를 조망한 후 정면에 보이는 상투봉으로 향한다. 임꺽정봉과 상투봉 사이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암봉들이 삐죽삐죽 날카롭다. 이를 본 우정대원이 "양아장성"(양주의 용아장성)이라고 작명하며 감탄하자, 옆에 선 예원대원이 표현이 너무 가볍다고 즉각 반박한다. 꾀리 1호와 수제자 간의 대화가 주위 사람들을 웃긴다.


11시 30분 경, 임꺽정봉을 내려서서, 상투봉을 바라보는 암봉 한 자락에서 때 이른 점심상을 펼친다. 심산대원의 친구 두 사람은 약속이 있다고 이곳에서, 오른쪽 하산 길을 따라 유양리 쪽으로 향하고, 정윤교 교장은 우리와 합석하여 도시락을 푼다. 느긋하게 점심을 즐긴다. 지헌대원이 가져온 보드카 "애브솔르트"가 인기다.


식사 후 암릉길을 내려선다. 굵은 로프가 걸려 있다. 암릉길을 내려오면서 보는 조망이 뛰어나다. 상투봉과 상봉 너머로, 수락산, 도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암릉길을 내려서니 양주시장이 세운 안내판이 서 있다. 이 길은 험한 암릉이니 어린이나 노약자 등 심신이 약한 사람들은 산행을 삼가라는 경고다. 다시 소나무 숲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정 교장은 아쉬운 작별을 고한다.

 

뒤돌아 본 임꺽정봉

상봉과 그 뒤로 수락산, 도봉산


방향 표시판이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된 특이한 이정표를 지난다. <임꺽정봉 200m, 상투봉 300m, 양주 별산대놀이공연장 2.8Km> 다시 암릉길을 오른다. 뒤돌아보니, 지나온 임꺽정봉이 온몸을 드러내놓고 우뚝 서있다. 양쪽으로 철 난간이 둘러쳐진, 좁은 바위능선을 지나, 12시 44분 상투봉(425m)에 오른다.

불곡산 주능선 1

상투봉으로 오르는 암릉길


이제 불곡산 정상봉인 상봉까지의 거리는 400m에 불과하다. 완만한 암릉길을 지나. 상봉으로 향한다. 상봉으로 오르면서 상투봉을 뒤돌아본다. 임꺽정봉에서 이어지는 암릉이 참으로 아기자기하다. 상봉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에, 굴러 떨어지다 멎어 선 듯한, 삐죽 솟은 작은 바위 위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나무 한 그루가 보인다. 옆에서 걷던, 우정대원이 얼마나 강인한 생명력이냐고, 감탄한다.

불곡산 주능선 2

위 사진 오른쪽 봉우리 크로즈 업 - 식사한 곳

위 사진 로프길 크로즈 업

강인한 생명력


1시 7분 상봉(468,7m)에 오른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끝내준다. 날씨도 맑아 가시거리도 좋은 편이다. 북에서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도락산, 칠봉산, 희미하게 소요산, 왕방산, 그리고 멀리 운악산까지 조망이 되고. 남쪽으로 수락산, 도봉산이 가깝다. 양주시의 뒷동산 같은 작은 산에서의 조망이 이처럼 훌륭하다니.... 와서 보고서야 비로소 과장이 아님을 안다.

상봉 정상목

수락산, 도봉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뻗은 암릉 길을 거쳐 하산을 시작한다. 마치 펭귄처럼 생긴, 바위 덩어리하나가 완만한 슬랩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 중간 중간 전망대가 있고,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하산길이 지루하지 않다. 백화암 갈림길을 지난다. 길가에 삼각점이 박혀 있다. <포천 314, 1994 재설>


1시 38분, 봉화대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 앞에서 오른쪽으로 굽어 하산을 계속한다. 이제 하산길은 육산 길로 변해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옛 성벽이 무너진 모양이다. 무너져 내린 돌들이 가득하다. 다시 낙엽길이 이어진다. 동네 아주머니처럼 보이는 여인들, 두 사람이 힘겹게 산위로 오르고 있다. 아마도 점심 식사 후 가볍게 나들이라도 나온 모양이다. 샘이 있는 너른 공간에 대원들이 모여 있다. 뒤로 상봉과, 상투봉이 부드러운 모습으로 서 있다. 잘 못 내려서서 이곳에 왔지만, 덕분에 험상궂은 두 암봉의 부드러운 모습을 보게 된다.

하산하면서 본 양주 별산대놀이공연장

샘터에서 본 상봉과 상투봉


알바 후의 원점 회귀는 언제나 힘이 든다. 별로 가파르지도 않은 길을 힘들게 천천히 올라, 원점에서서, 바른 길을 찾아 내려선다. 2시 25분, 팬션 같이 보이는 건물의 뒷마당으로 내려서고, 정겨운 토담 길을 지나, 큰 길로 나온다. 왼쪽으로 양주 별산대놀이공연장을 지나, 복원중인 양주 관아 터에서 산행을 마친다.

양주 관아 터 1

양주 관아 터 2


불곡산은 지난여름에도 3차 대원들이 번개산행을 했던 곳이다. 설 연휴 후, 아쉬웠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번개산행지로 다시 불곡산이 선정됐을 때, 과연 불곡산이 그렇게 좋은 산인가? 하고 의아해 했으나, 막상 와 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 초입에 한북정맥 길을 양념으로 넣고, 불곡산 주능선을 주 루트로 잡은 이번 산행의 선택은 탁월했다고 모든 대원들이 입을 모은다. 연이어 늘어선 3개의 암봉, 로프에 매달려 오르고, 로프에 의지해 내려서는 아기자기한 능선길이 가히 환상적이다.


다소 추운 날씨이기는 하지만, 한 시간 쯤 걸으니, 몸이 더워져 재킷을 벗어야 했고, 재킷을 벗으니 시원하게 느껴지는 촉감이 더 할 나위 없이 싱그럽다. 무엇보다도 쾌청한 날씨에 3 봉우리에서 경기도의 명산들을 굽어보는 조망은 또 얼마나 호방한가? 시간에 쫒기지 않고, 한껏 여유를 부리며, 부담 없는 일행들이 함께 즐긴 하루였다고, 모두들 잭 대장에게 대한 칭송이 자자하다.


양주 관아 터는 현재 복원 중이다. 동헌은 완성되고, 동헌 뜰에 형틀이 놓여 져 있다. 지헌대원이 양팔을 벌리고 형틀에 엎어지고, 예원대원과 우정대원이 스틱을 곤장삼아 힘차게 볼기를 친다. 지헌대원의 비명소리가 관아를 넘어, 불곡산 골짜기, 골짜기로 울려 퍼진다.

매우 쳐라


일행은 원조 중의 원조, 운골 전통 순댓국집으로 들어선다. 순댓국 맛이 일품이다. 깍두기 맛도 좋고, 음식이 간이 맞고 정갈하다. 맥주잔과 소주잔이 돌고, 시간이 흐른다. 순댓국집을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의정부북부역에 도착한다. 5시 정각이다.


(2006.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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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기암 뒤로 광덕산, 오른쪽에 가지산, 그 뒤로 응봉


이사회(二四會) 정기 산행일인 네 번째 토요일은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일주일을 앞 당겨, 세 번째 토요일에 광덕산을 산행하기로 결정한다.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강원도 철원군 서면, 화천군 사내면에 걸쳐 펼쳐진 광덕산은 겨울에는 적설량이 많아, 심설산행으로 인기가 있는 산이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96위에 속한다.


하지만 올해는 이 지역에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고, 마침 산정산악회에서는 눈이 많이 내린, 강원도 정선의 노추산을 간다고 하기에, 이사회의 산행지가 변경될 걸로 짐작하고, 노추산에 예약을 한 후, 2박 3일간 먹거리 여행을 하고 돌아와 보니, 이사회 산행지는 여전히 광덕산이다.


종전에는 여러 차례 행선지 변경이 있었으나, 이사회가 발족되고, 잭 울프 대장이 네이버에 산이사회 카페를 개설하여, 년 간 산행계획을 공시한 이후에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잘 하는 일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한번 정해진 계획은 준수되어야, 회원들이 안심하고 믿고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이 생긴다. '예약을 따라야 하나?, 이사회를 따라가야 하나? 동무 따라 강남 간다고 한다는데...' 고민 끝에 산정산악회의 정 대빵 님에게 전화를 하여 사정을 이야기 하니, 시원시원한 대빵 님은 두 말없이 광덕산에 잘 다녀오라고 등을 떠밀어준다. 고마운 일이다.

명성산과 각흘봉


2006년 1월 21일(토)

집결지인 상봉버스 터미널에 12명의 대원들이 모이고, 8시 20분, 대원들은 사창리 행 버스에 오른다. 孤峰 대원과 제일 앞자리에 나란히 앉는다. 앞자리에 앉으면 버스의 행선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또 너른 앞 창문을 통해 전개되는 풍광을 즐길 수 있어 좋다. 버스는 산꾼들로 거의 만원이다.


孤峰대원은 47번 국도에 훤하다. 군대에 있을 때, 최전방에 배치되어, 이 길을 수 없이 다녔기 때문이라고 한다. 며칠 전에도 손주들에게 스키를 가르치려고 베어스 타운 스키장을 찾느라 이 길을 다녀갔다고 한다. 손주들 재롱 보는 것이 큰 재미라 하는데, 손주들에게 스키를 가르치다니, 참으로 다복한 양반이다.


버스는 완행이라, 47번 구도로를 달리고, 곳곳에서 승객들이 오르고 내린다. 완행버스를 타면 승객들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모양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주위의 풍광을 즐긴다. 왼쪽으로 보이는 불암산, 수락산의 모습이 반대 쪽에서 보는 것과 다른 모습으로 생소하게 다가든다. 孤峰대원은 오른쪽으로 보이는 운악산, 명지산, 국망봉 등을 하나하나 알려 준다. 버스는 47번 국도를 버리고, 316번 지방도로로 들어서서 광덕고개로 향한다.

차창을 통해 본 국망봉


버스는 광덕고개를 굽이굽이 오른다. 규모는 작지만 한계령이나, 미시령에 못지않게 험한 고개다. 차창으로 보이는 주변의 산세가 웅장하다. 미군들은 험준한 이 고개를 캐러멜 고개(카멜 고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윽고 버스는 해발 고도 620m의 광덕고개 마루턱에 선다. 많은 등산객들이 하차한다. 이들은 오른쪽 능선을 타고 화목봉(1,026m)을 거쳐, 상해봉으로 오르는 모양이다.

하차하여 뒤돌아 본 광덕고개


광덕고개를 넘어서면 강원도 땅이다. 10시 13분, 우리들은 광덕산가든 등 수 많은 가든과 민박집들이 밀집해 있는 산행 들머리에서 하차한다. 조총대원이 부근 슈퍼에서 생수와 술 등을 챙기는 동안,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마치고, 광덕산 등산로 팻말 앞에 모여서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윽고 10시 25분 경, 얼어붙은 도로를 따라, 서서히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3 광덕고개 넘어 하차-10:25 산행시작-11:03 회현목 입구-11:13 오른 쪽 능선 진입-11:26 헬기장-11:45~55 상해봉-12:10~13:52 헬기장에서 중식-14:15 기상대-14:29~38 광덕산-15:25 830m봉-15:49 박달봉-15:55~16:00 기둥바위 앞 전망대-16:58 530m봉-17: 20 도평리 삼거리>> 중식시간 1시간 42분 포함, 총 7시간 7분이 걸린 산행이다.


아마도 군사도로로 개설한 듯싶은 너른 도로는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하며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양지바른 곳에는 눈이 녹아 흙이 드러난 곳도 곳곳에 보이지만, 도로는 오래 전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완전한 빙판 길이다. 和峰대원과 孤峰대원이 노익장을 과시하며 선두에서 일행을 리드한다.


산행 초입의 운암교

도로는 계곡을 건너, 산 사면으로 이어진다. 빙판이 더욱 심해 무척 미끄럽다. 배낭을 풀어, 아이젠을 꺼내 신는다. 앞에 잭 대장과 심천대장이 나란히 걷는다. 일정한 한격을 두고 이들을 뒤를 따른다. 11시 3분, 출발지점에서 2Km 떨어진 회목봉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 입구에 산행 표지리본들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고, 정면으로 임도가 이어지지만, 군사도로는 왼쪽으로 굽어진다. 길가 오른쪽에 광덕산 기상레이더관측소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기상레이더 관측소 안내판


왼쪽 군사도로를 따라 상해봉으로 향한다. 앞 선 대원들은 멀리 갔는지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 11시 13분, 오른쪽 산 사면에 산행리본들이 걸려있는 곳에 이른다. 잭 대장과 심천 대장은 군사도로를 버리고, 지름길인 산 사면을 치고 오른다. 남쪽 양지바른 사면이라 눈은 없지만 제법 가파른 길이 뚜렷하게 이어진다.


11시 26분 광덕산과 상해봉이 분기되는 너른 헬기장에 이른다. 헬기장에는 앞서 도착한 대원들이 주위 풍광을 둘러보며 쉬고 있다.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눈 덮인 헬기장에서 보는 주위 조망이 일품이다. 동쪽으로 회목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흐름이 웅장하고, 서쪽으로는 광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위에 기상레이더관측소의 둥근 지붕이 가까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한북정맥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올돌하게 솟은 암봉인 상해봉이 험상궂게 버티고 서 있다.

헬기장에서 본 화목봉


상해봉을 오르기 위해 암릉 길을 네발로 기어오른다. 짧지만 로프에 매달려 올라야하는 직벽도 있다, 정상직전 바위 안부에 이른다. 오른쪽이 정상이지만, 왼쪽으로도 암봉이 솟아 있다. 왼쪽 암봉과 나뭇가지사이로 각홀산이, 그 뒤로 김화평야가 보인다. 오른 쪽으로 돌아 서서, 상해봉 정상(1,010m)에 오른다. 암봉 위에 커다란 정상석이 서 있다.

상해봉 정상

상해봉은 거대한 암봉이 마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암초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방이 탁 트인 조망에 할 말을 잃는다. 대간종주 후, 나 홀로 한북정맥을 끝마친 잭 대장이 주위의 산세를 설명한다. 북쪽으로 대성산, 복계산, 복주산, 회목봉이 흐르고, 남으로 백운산, 도마치봉, 신로봉,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과, 그 뒤로(동남 방향) 경기의 지붕이라고 일컫는 화악산, 그리고 경기의 제2고봉인 명지산들이 줄을 잇고 서 있다. 상해봉 정상에서 보는 조망은 말 그대로 환상이다.

기상관측소 가는 길

상해봉에서 본 남쪽 조망 뒤로 왼쪽의 응봉, 그 오른쪽이 화악산

10여 분간 정상에서 사진을 찍으며, 조망을 즐긴다. 좁은 암봉이라 잇달아 오르는 등산객들이 방을 빼라고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통에, 더 오래 있고 싶어도 더 있을 수가 없다. 다시밧줄에 매달려 상해봉을 내려서고, 12시 10분 경, 헬기장에 모여 중식을 하기로 한다.

상해봉 하산 - 잭 대장 사진


헬기장 한 귀퉁이, 눈 위에 점심상이 차려진다. 코펠을 가져온 대원, 버너를 가져온 대원, 방태산에서 선두를 한 턱으로 우정대원이 가져 온 찌개거리 돼지고기 2근, 썰어 온 가래떡, 그리고 라면에다, 德岩대원의 그 유명한 족발이 펼쳐진다. 버너가 피위지고, 찌개가 끓는 동안, 족발을 안주로 술잔이 돈다. 한식농막에서 채취한 머루로 담근 술, 鏡潭대원의 매실주, 그리고 물통에 가득 담긴 백알, 소박맞은 소주는 뒷전에서 대기 중이다.


찌개가 끓어 제 맛이 나자, 분위기는 더욱 고조된다. 분위기가 이처럼 고조되자, 자연스럽게 오늘 참여하지 못한 대원들 이야기가 이어지며, 모두들 아쉬워한다. 외국 출장 중에 혼자서 둘러본 스미소니언박물관에서 아이들 생각에 가슴이 허전하고, 보스턴 해안식당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포도주를 마실 때, 집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일이 생각난다. 아마도 이와 유사한 심정들인 모양이다.

헬기장 중식 - 잭 대장 사진

헬기장에서 본 상해봉


藝苑대원의 패션모자에서 목련대원의 등산패션 이야기가 나오고, 붉게 타는 노을 속에서 잘 익은 복분자 술을 마시자는 이야기가 나오자, 조총대원은 더 이상 참지를 못하고, 전화로 목련대원을 호출한다. 이어서 이야기는 아자! 아자! 여왕봉대원, 꾸준히 자기 페이스를 지킬 줄 아는 차련대원, 숲 해설가 오솔길대원, 3차대 여왕 솔밭대원 등으로 이어진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산행에는 참여 못하더라도, 소간방에는 근황을 알릴 수 있지 않은가? 무지무지 야속하다고 불평이 대단하더니, 이제 잭 대원의 수고로, 산이사회 카페가 개설되었는데도, 나타나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시간이 거침없이 흐른다. 점심을 시작하고, 1 시간이 넘었는데도 누구도 일어설 생각을 않는다. 대간산행을 할 때는 식사를 마치면, 경쟁적으로 서둘러 자리를 뜨던 대원들이 아닌가? 이제 대간이 끝나니, 시간에 쫓기던 목적 산행보다, 이처럼 널널하게 즐기는 산행이 더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가져온 커피를 나누어 마시고, 상해봉 쪽으로 볼일을 보러, 인적이 없는 곳을 찾아 나선다. 헬기장으로 되돌아오니, 孤峰대원이 "우림 님, 카메라 잃어버리지 않았소?" 라고 묻는다. 서둘러 허리춤을 살펴본다. 카메라 케이스만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고, 카메라는 간 곳이 없다. "어 ! 카메라가 없어졌네." 라며 놀라서 孤峰대원을 바라보니, 孤봉대원이 "우림 님, 올해 운수대통이로군요."라며 카메라를 넘겨주면서, 옆에 있는 낯선 사람을 소개한다. 카메라를 주워 온 사람이라고 한다.


산행을 하면서 카메라는 내 메모장이다. 아름다운 풍광을 담아주고, 시간을 기록하고, 녹음을 해 주는, 손때가 묻고, 정이 든 카메라다. 카메라를 주운 분은 이런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바쁜 산행 중에도 일부러, 주인을 찾으러 우리 일행에게 물어 온 모양이다. 고마운 분이다.


안양시 동안구청에 근무하는 김기봉(金基峰) 팀장이다. 허허로운 모습이 어딘가, 우리의 김동근 선두대장을 닮았다. 성함은 또 어떤가? 봉(峰)자 돌림이 아닌가? 김기봉 팀장은 카메라 주인보다도, 더 고마워하는 대원들 반응에 의아해하는 모습니다. 마침 커피 물이 끓어,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김기봉 팀장이 표표하게 사라진다. 고마운 분이다.


아마도 식사를 하다가, 앉은 채로, 대원들 모습을 찍은 후, 카메라를 케이스에 넣고, 제대로 잠그지를 않았던 모양이다. 식사 후 용무를 보러 상해봉 쪽으로 거슬러 오르는 중, 카메라가 눈 위에 떨어지고, 마침 하산하던 김기봉 팀장님의 눈에 띄어, 다시 찾게 된 것이다. 눈 위에 떨어져 충격이 적어, 기능에도 이상이 없으니, 금물산에서 브로켄(Broken) 현상을 본 후, 대빵 님 말씀처럼 금년 운수가 대통한 모양이다.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출발 준비를 한다. 오래 앉아서 경직된 근육을 풀려는지, 다이아대원, 조총대원, 우정대원이 한바탕 허슬 춤을 선보인다. 1시 52분이 되어 비로소, 일행은 광덕산을 향해 출발한다. 기상레이더 관측소로 이어지는 길은 너른 신작로다. 신작로가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하얗게 눈 덮인 헬기장을 지나고, 뒤돌아보면, 이제는 상해봉과 회목봉이 제법 멀리 보인다.

기상관측소로 향하는 대원들 - 잭 대장 사진

뒤돌아 본 회목봉

뒤돌아 본 상해봉


2시 17분 경, 기상레이더 관측소를 통과하고, 2시 29분 광덕산 정상(1,046m)에 이른다. 너른 정상에는 정상목이 세워져 있다. 기념사진을 찍고, 연천 쪽 너른 들 넘어, 이북 땅을 바라보며, 6.25 사변 때, 철의 삼각지 공방전을 회상하며 숙연해진다. 광덕산을 내려선다. 서남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급한 내리막이다. 2시 54분, 972m봉으로 짐작되는 능선 분기봉에서 지도를 확인 한 후, 다시 왼쪽 비탈길을 달려 내린다.

기상관측소

광덕산 정상

광덕산 정상에서 본 각흘봉

철의 삼각지대 너머 이북 땅


능선길은 낮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서남방향으로 이어진다. 이제 등산로에는 눈도 사라지고 낙엽이 푹신하다. 3시 25분, 삼각점이 있는 830m봉을 지나고, 왼쪽으로 굽어지는 등산로에서 광덕산을 뒤돌아본다. 점심시간을 너무 오래 가졌다고 생각했는지, 선두를 달리는 잭 대장의 걸음이 무척 빠르다. 필요한 곳의 사진을 찍으며, 너무 뒤지지 않기 위해, 쌓인 낙엽을 발로 차며, 정신없이 달린다.

830m봉 삼각점


3시 49분 너른 헬기장인 박달봉(810m)에 도착한다. 나뭇가지에 한두 개 산행리본이 걸려있을 뿐, 아무 표시도 없다. 지도를 꺼내 보고, 박달봉 임을 확인한다. 박달봉을 내려서니 암릉길이 이어지고, 이윽고 바위전망대 위에 선다. 왼쪽으로 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다. 마치 쌍둥이 빌딩처럼 두 개의 거대한 기암이 솟아 있고, 그 뒤로 광덕산과 지나온 능선이 왼쪽으로 한가롭다. 오른쪽으로는 광덕산에서 이어지는 백운봉, 도마치봉 등 한북정맥의 흐름이 웅장하고, 가리산이 독특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박달봉

기둥바위와 광덕산

백운산

가리산


칼날 능선길을 타고 빠르게 달려 내린다. 이제는 오른쪽으로 멀리 명성산이 보이고, 옆으로 각흘봉이 가깝다. 4시 12분 오른쪽에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서 세운 119팻말을 지난다. 그 곳에는 <현위치 : 1-4(박달봉)>이라고 쓰여져 있다. 박달봉은 너른 헬기장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고, 그 헬기장을 한참 전에 지났으니, 이 표기는 무언가 잘 못인 듯싶다.

명성산


내리막 능선길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낙엽길이다. 4시 58분 아무 표시가 없는 삼각점을 지난다. 지도를 보고 530m봉이라고 짐작한다. 계속 내리막길을 달린다. 한 차례 능선길에서 벗어나 헤매기도 하지만, 다시 능선길을 찾아올라, 하산은 계속되어, 5시 20분 경, 도평 삼거리에 내려선다. 해지기 전에 하산을 완료하려고, 선두 잭 대장이 급피치를 올린 결과, 어둡기 전에 하산은 했지만, 급히 달리느라 온몸이 땀투성이가 돼 버린다.

낙엽길


아이젠을 풀고, 도로를 따라 천천히 내려선다. 왼쪽으로 눈썰매장에서 아이들이 슬로프를 타고 미끄러져 내린다. 서쪽 하늘에는 노을이 붉고, 이를 배경으로 하얀 어름 기둥들이 우뚝우뚝 서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5시 30분 도로변 막걸리 직매장에 둘러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뒤풀이를 한다. 계산은 오늘 지안(智岸)이라는 아호를 받은 이영하 대장이 자청하고 나선다.

황혼 속의 빙탑


6시 25분, 막걸리 직매장을 나서서, 10분 쯤 걸어 버스정류장에 이르니, 때 마침 버스가 다가온다. 버스는 8시 5분 경 동서울터미널에 도착한다.


(2006.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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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산( 584m)

기타산행기 2012. 11. 30. 14:22

 



 

강천산 정상, 왕자봉(우)에서 형제봉를 지나 북문으로 이어지는 능선

강천산(剛泉山 583.7m) - 이름만 보아도 어떤 산인가 짐작이 가능하다. 험한 암봉들이 용립(聳立)하고, 맑은 물이 흐르는 깊은 계곡이 조화를 이룬 산. 강(剛)을 양(陽)이라하면, 천(泉)은 음(陰)이다. 음양이 조화를 이룬 산. 가보지 않아도 명산임을 알겠다.


강천산은 전북 순창과 전남 담양의 도계를 이루는 산이다. 일찍이, 1981년 1월, 순창군은 강천산을 국내 첫 군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이를 정비를 한다. 아기단풍과 희고 맑은 산벗꽃을 가꾸고, 유서 깊은 강천사, 금성산성, 삼인대 등 유적을 보존하는 외에, 병풍폭포, 인공호수 등을 마련하여, 비룡계곡, 삼인대 계곡을 관광명소로 만든다.


금강교를 건너 495m봉에 오르고, 깃대봉, 강천산, 형제봉, 산성상, 시루봉을 거쳐, 광덕산에 오른 후, 신선봉을 지나 현수교와 강천사를 들러, 다시 금강교로 내려오는 회귀 코스는 5-6시간이 족히 소요되는 훌륭한 산행 코스다. 능선에서 굽어보는 조망이 끝내준다. 이중 강천산 정상 왕자봉에서 덕산까지는 또한 호남정맥 길이라 산 꾼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찬사를 받는 강천산은 우리나라 100대 명산으로 꼽히고, 방문객 수로 본 순위(順位)는 100대 명산 중 49위를 차지한다.

강천산 개념도


몇 년 전만해도 서울에서 강천산을 당일 산행코스로 잡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IMF 이후,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위해 국도들이 정비되고, 웬만한 국도는 고속도로 못지않게 넓어져. 이제는 서울을 중심으로 4시간 정도면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게 되었다.


길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팍스 로마나(Pax Romana)를 뒷받침해준 사회간접자본(SOC)이다. 현대국가에서도 도로망의 정비는 국력을 상징한다. 앞으로 50년 내에 미국 경제규모를 능가하리라고 예상되는 중국이, 너른 국토를 남북, 동서로 연결하는 "5종(從)7횡(橫)"의 고속도로를 금년 내에 완성하려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대 정권의 도로망 확충 정도(물론 완성 기준이 아닌, 예산 확보와 시공 기준)를 비교하여 치적의 우열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2005년 10월 19일(토).

오늘은 산정 산악회의 가이드로 강천산 산행을 한다. 서초 구민회관, 복정역을 거쳐, 경부 고속고로로 진입한 버스는 톨게이트에서 대원을 태우고, 다시 수지 근방에서 마지막 대원을 태우자, 버스는 거의 만석이다. 여산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호남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추수가 끝난 너른 평야의 한가로운 풍광이 아름답다.

추수가 끝난 넓은 들이 한가롭다.

 

정읍 인터체인지에서 국도로 내려선 버스는 정읍을 지나, 26번 국도를 달린다. 도중에 몸에 이상이 있는 대원이 생겨, 담양 27Km를 남긴 지점에서, 버스는 잠시 정차한다. 버스가 정차한 곳은 영광정(迎狂亭)부근이다. 영광정은 이 고장 출신의 독립운동가, 김원중(金原重)이 1921년 의병동지들과 모임을 갖기 위해 세운 정자라 한다. 전북 문화재자료 134호다. 정자 뒤로 넓은 개울이 시원하게 흘러 주위 풍광이 아름답다. 기다릴 대원들을 위해 기사양반이 정차할 곳에 신경을 쓴 모양이다.

영광정


이윽고 버스는 792번 지방도로로 바꾸어 타고, 11시 30분 강천산 군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한다. 서울을 출발해서 약 4시간 만에 강천산에 도착한 것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30 주차장 도착, 산행시작-11: 40 병풍폭포-11:42 금강교지나, 오른쪽 계곡으로 진입-12:14 깃대봉 삼거리- 12:27 깃대봉-12:39 왕자봉 삼거리-12:54 왕자봉, 중식, 13: 16 출발-13:31 형제봉 삼거리-14:18 북문 - 14:31 금성산성-14:43 산성산(연대봉)-14:59 북바위(운대봉)-15:03 운대봉 이정표-15:09 동문 이정표-15:18 시루봉-15:58 헬기장-16:10 광덕산 정상- 16:29 신선봉 정상-16:43 전망대-16:58 현수교-17:08 삼인대-17:12 강천문-17:30분 주차장>> 점심시간 22분을 포함, 총 6시간이 소요된 산행이다.


산악회의 자료에 의하면, 오늘 산행 구간의 도상거리는 약 12Km, 소요시간은 5시간이다. 정 대장님은 버스가 5시 50분 출발 예정이니, 버스 출발시간을 감안해, 각자가 산행코스를 선택하라고 권유한다.


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리자. 날씨가 차갑게 느껴진다. 주차장에는 이미 관광버스들로 만원이다. 오늘 산행에는 3차 대원 들이 여러 명 참여했다. 우정, 은영, 심천, 조총 대원, 그리고 오세영 대원, 하지만 오세영 대원은 친구 3명과 함께 참여하여, 그들과 행동을 같이하고, 나머지 3차 대원들은 자연스럽게 함께 산행을 한다.


3차 대원들이 모여, 강천산 군립공원 안내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산행준비를 한다. 하지만 화장실을 다녀오니 모두 떠나 버리고, 혼자 뒤로 쳐진다. 도상거리가 12Km면, 점심시간 30분을 포함해서, 5시간 반이면 산행을 끝내고, 5시 경이면 하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이동한다.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가 아름답다.


11시 40분 병풍폭포에 이른다. 전기로 물을 끌어 올려 떨어뜨리는 인공폭포라 수량이 풍부하고 시원하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어, 소금장수 없이 폭포만 찍으려니 시간이 걸린다. 병풍폭포를 지나 금강교를 건넌다. 병풍폭포 이정표<깃대봉 삼거리 1K, 구장군폭포 2.25K>가 서있는 등산로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 대장님이 능선 한 바퀴를 모두 돌고 내려오라고 격려한다. 많은 대원들이 강천사로 바로 오르는 모양이다.

병풍폭포

병풍폭포 이정표

오른쪽 계곡을 따라 돌길을 오른다. 주위의 나무들은 잎을 모두 떨구고 가지만 앙상하다. 등산로는 계곡을 건너 왼쪽 사면으로 이어지더니 경사가 급해진다. 사면을 중간 쯤 오르니, 시야가 트이면서 건너편에 광덕산이 웅장하고, 남서쪽으로는 멀리 북바위와 북바위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게 흐른다. 동쪽으로 제 1 강천호가 내려다 보인다.

북바위


 

제 1 강천호 - 우정 대원 사진

12시 14분, 주능선인 깃대봉 삼거리(495m)에 도착한다. 삼거리에는 이정표<왕자봉 1.6K, 병풍폭포 1.2K>와 공원 안내판이 서 있다. 이제 등산로는 남서쪽으로 평탄하게 이어진다. 12시 27분 깃대봉(571.9m)에 이르자, 우정 대원 등 3차 대원들이 모여 쉬고 있다. 아마도 뒤에 떨어진 나를 기다린 모양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왕자봉을 향해 함께 출발한다.

깃대봉 삼거리 이정표


 

12시 35분 북으로 오정자재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갈림길을 지나고, 12시 39분 왕자봉 삼거리에 이른다. 강천산 개념도에는 가루방죽 삼거리라고 표기된 곳이다. 이정표가 서있다. <깃대봉 삼거리 1.39K, 형제봉 삼거리 780m, 강천사 1.7K> 너른 공터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식사를 하고 있고, 바로 앞에 왕자봉이 부드러운 모습으로 누어있다. 우정 대원과 조총 대원은 앞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은영대원이 혼자 사진을 찍고 있다.

왕자봉 삼거리에서 본 왕자봉


은영 대원이 앞장을 서고, 심천 대원이 뒤를 따른다. 사진을 찍느라 뒤 쳐졌던 나는 급히 이들을 뒤쫓는다. 한참을 걷다보니 이상하다. 우리는 왕자봉으로 가야하는데, 왕자봉이라고 보았던 봉우리가 왼쪽 뒤로 쳐진다. 심천 대원과 은영 대원을 불러 세워, 다시 왕자봉 삼거리로 되돌아온다. 이정표에 왕자봉으로 가는 방향을 강천사로 표기해 놓아, 착각을 하고, 형제봉 쪽으로 진행했던 것이다. 심천 대원의 핸드폰 벨이 울린다. 왕자봉에 도착한 우정 대원이 궁금해서 걸은 전화다. 방향을 재확인하고, 12시 54분 왕자봉(583m)에 도착한다.


왕자봉에는 정상석이 서 있고, 삼각점이 박혀 있다. 정상 부근에서 우정, 조총 대원은 오세영 대원 일행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 한발 늦게 도착한 우리들도 옆자리에서 도시락을 푼다. 날씨가 쌀쌀하여 재킷을 꺼내 입는다. 막걸리로 정상주를 나누고, 점심을 즐긴다.

왕자봉 정상석


오세영 대원 일행이 먼저 자리를 뜨고, 우리들은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주위를 조망한다. 정면으로 광덕산이 온 몸을 들어내고, 왼쪽으로 북바위가 더욱 뚜렷하다. 오른쪽으로 너른 들을 건너 정상이 평평한 산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보기 좋게 늘어서 있다.

왕자봉에서 본 광덕산


 

왕자봉에서 남쪽으로 본 이름 모르는 봉우리 - 이름 아시는 분은?

왕자봉을 내서서, 다시 왕자봉 삼거리를 지나, 형제봉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있다.<왕자봉 990m, 송낙바위 3,28K, 구장군폭포 1.85K>. 많은 대원들이 이곳에서 구장군폭포 쪽으로 하산하는 모양이다. 이들을 따르는 산악회 후미대장이 형제봉 쪽으로 향하는 우리들을 보고, 발걸음을 서두르라고 당부한다.


형제봉으로 향하는 길은 산책길이다. 앞에 형제봉으로 보이는 봉우리들이 막아서지만. 등산로는 봉우리로 오르지 않고, 산 사면을 가로 질러, 경사는 그다지 심하지 않다. 두 개의 형제봉들을 언제 지난지도 모르고 지난다. 이윽고 나뭇가지 사이로 담양호 푸른 물이 보이고, 그 너머로 추월산이 우뚝하다. 조금 더 진행하여 전망대에서니 북쪽으로 담양호, 추월산, 그 뒤로 첩첩히 이어지는 산세가 장관이다. 남쪽으로는 산성산이 부드러운 모습을 보인다.

북문으로 향하다 본 산성산


등산로는 암릉길로 변하고 앞에 산성이 막아선다. 산성은 비교적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2시 17분 북문에 오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형제봉 삼거리 2.7K, 보국사 터 1.0K> 북문에서 보는 조망이 빼어나다. 북으로 담양호와 추월산이 더욱 뚜렷하고, 서문 쪽으로 이어지는 성벽길이 담양호로 잠겨드는 것 같이 보인다. 왕자봉에서 형제봉을 거쳐 북문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산성산은 바로 눈앞이다.

형체가 온전한 북문 성벽


 

서문쪽으로 이어지는 성벽길

북문에서 본 형제봉

북문에서 본 담양호와 추월산


2시 31분, 금성산성(사적 363)터에 이른다. 너른 공지에 옛 성터 흔적이 남아 있고, 구장군폭포 해설판 과 이정표가 서있다. <동문 1.0K, 구장군폭포 1.81K> 산성에서 정 대장님이 기다리고 있다. 정 대장님이 산성에서 보이는 조망을 설명한다. 동쪽으로 광덕산, 멀리 남동쪽으로 지리산 반야봉, 산성산에서 북바위로 이어지는 성벽길을 설명해주고, 시루봉은 북바위 남쪽으로 치우쳐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깎아지른 절벽 저 아래로 비룡계곡의 현수교가 붉게 보인다.

금성산성

2시 43분 산성산(603m)에 오른다. 성벽길에 작은 돌탑이 서있고, 삼성산 임을 알리는 나무 팻말이 박혀있다. 주위에서 가장 높은 산임에도 표지판이 지나치게 수수하다. 산성산에서 북바위까지 깎아지른 절벽 위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성벽길이 아름답고, 이 성벽길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라, 주위 조망에 이끌리어 발걸음이 더뎌진다.

산성산 오르다 본 왕자봉


 

산성산 오르다 본 광덕산

산성산

북바위로 이어진 성벽길


 

성벽에서 내려다 본 강천산 계곡

뒤돌아 본 산성산

북바위가 가까워지자 오른쪽으로 시루봉이 보인다. 북바위로 오르는 암릉 위에 노송 한구루가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비스듬히 서 있다. 노송을 지나 바로 북바위 꼭대기에 선다. 역시 끝내주는 조망이다. 왼쪽으로 비룡계곡과 강천 제2호수가 아득히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 시루봉이 가깝다. 뒤돌아 산성산에서 북바위까지 이어지는 성벽길이 그림 같다.

시루봉(좌)

북바위 - 뒤에보이는 산 이름은?

북바위에서 본 비룡계곡

북바위를 되돌아 내려서서, 성벽을 타고 지나온 길을 되짚어 걷는다. 성벽길 왼쪽, 나뭇가지에 에 매달린 산행리본을 따라 성벽길을 내려선다. 성벽을 따라 이어지던 등산로는 북바위를 지나 다시 성벽길로 오르고, 운대봉 이정표가 서있다. <북문 1.2K,...> 북바위에서 왼쪽 절벽을 타고, 바로 이곳으로 내려서는 길도 보이지만, 아마도 위험해서 우회로가 생긴 모양이다. 성벽길을 타고 계속 내려, 3시 9분 동문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있다. <북분 1.6K, 시루봉 0.5K>

동문

등산로는 왼쪽 비탈길로 떨어져 광덕산으로 이어지고, 시루봉을 오르려면 정면의 암봉을 올라야 한다. 길가에 배낭을 벗어 놓고, 암릉을 타고 올라, 시루봉 정상(525.5m)에 선다. 역시 전망이 뛰어나다. 뒤로 추월산, 담양호, 산성봉이 한눈에 보이고, 북바위로 이어지는 능선이 검게 흐른다. 등산객 두 사람이 남쪽, 바로 앞 봉우리를 지나 시루봉으로 올라오고 있다. 남문 쪽에서 오른다고 한다. 동쪽으로, 작은 산들 사이로 평야가 펼쳐지고, 가옥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인다. 금성리라고 짐작한다.

가까이 본 시루봉

시루봉에서 본 추월산, 담양호

그림같은 금성리

 

시루봉에서 남문으로 이어지는 능선


시루봉을 내려와 배낭을 지고, 왼쪽 비탈길로 내려서서, 광덕산으로 향한다. 일행의 걸음이 빨라진다. 3시 53분 헬기장을 지난다. 이정표가 서있다. 광덕산까지의 거리는 450m다. 도로 공사를 하느라고 파헤쳐 놓은 흙빛이 짙은 보랏빛이다. 특이한 토질인 모양이다. 공사 중인 도로를 건너 등산로는 다시 숲 속으로 이어진다. 경사가 점점 급해지며, 암릉도 나타나고, 로프도 걸려있다.

보랏빛 토양

 

 

4시 10분 광덕산 정상(578m)에 오른다. 정상에는 정상석, 이정표가 서있다. <구장군폭포 2.0K, 강천사 2.23K> 역시 조망이 좋다. 동쪽으로 순창이 내려다보이고, 동남쪽 멀리 지리산의 능선이 아련하다. 특히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서쪽 조망이 빼어나다. 우리는 이제 북으로 신선봉을 거쳐 강천사로 하산하지만, 호남정맥 길은 광덕산에서 동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덕진 쪽으로 이어진다. 우리 일행은 막걸리 한 대접씩을 나누어 마시고, 서둘러 신선봉으로 향한다.

광덕산에서 본 남서쪽 조망

광덕산에서 다시보는 이름 모르는 봉우리


4시 29분 신선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이정표가 서있다. <광덕산 650m, 강천사 1.58K>. 암릉길을 따라 내려선다. 신선봉 고개를 지나, 전망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파른 돌길을 계속 달려 내린다. 오른쪽으로 현수교가 보인다. 4시 58분 현수교를 건넌다.

현수교와 66계단

현수교 - 대빵 님 사진

삼인대, 절의탑을 카메라에 담고, 대웅전을 들른 후, 5시 12분 강천문을 나선다. 5시 30분 버스 출발 예정시간 전에 주차장에 도착하기 위해 뛰듯이 달린다. 5시 30분 경 겨우 버스에 오르니, 버스 안이 텅 비었다. 일찍 내려온 대원들이 식당에서 식사 중이라고 한다. 배낭을 벗어 놓고, 맥주를 사러, 되돌아 상점으로 올라간다. 식당 앞에서 정 대장님이 반기며, 소주라도 한잔 하라고, 식당으로 이끈다. 식당에는 한발 앞서 내려온 우정, 조총 대원이 앉아 있다. 소주를 한 잔 마시고, 맥주를 사들고 버스로 돌아온다.

삼인대

절의탑

대웅전

강천문

아마도 전 구간 산행코스를 택한 것은 우리들 3차대 5명뿐인 모양이다. 식사를 마친 대원들이 모두 승차하고, 버스는 5시 4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5. 11. 21.)


* 기록 담당인 디카가 어쩐 까닭인지 게으름을 피웠다. 사진에 기록된 시간은 실제 시간 보다 10분 정도 늦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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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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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산

기타산행기 2012. 11. 30. 14:18

<소요산 능선>

2005년 11월 12일(토). 산정산악회 3차 백두대간 종주대원들이 정기산행을 위한 발기모임을 소요산에서 갖는다. 지난 3월 26일 3차대 백두대간종주 팀의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난 후, 틈새산행이나, 틈새 팅 등 즉흥적인 모임을 통해, 10여명 내외의 대원들은 자주 얼굴을 대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원들은 서로 얼굴 잊어버릴까 걱정이 된다. 그래서 즉흥적인 틈새모임을 월 1, 2회 정기산행으로 발전시켜, 보다 많은 대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이번 발기모임의 취지다.


9시 의정부역에 모인 대원수는 모두 13명. 9시 20분 발 기차에 오른다. 한 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기차의 좌석은 이미 선객들이 차지하고 있다. 조 고문의 제의에 따라 신 회장을 호출키로 하고, 이 시간에도 작취미성인 신 회장을 깨워, 공주봉에서 만나기로 한다. 9시 50분 경 소요산역에 도착하여 느긋하게 산행준비를 하고 출발한다.

<소요산역 - 대원사진>

 

 

 

<쇠둔치 - 소요산에 있던 옛마을의 이름이 쇠둔치라는 설명이다.>

<6.25 참전 기념비>


소요산은 아래 개념도에서 보는 것처럼 부채를 펼쳐 놓은 형상이다. 주능선을 일주하고 원점으로 돌아오면 산행이 끝난다. 우리는 계곡을 따라 자재암으로 들어서지 않고, 왼쪽 능선을 타고 하백운대로 오른다.

<소요산 개념도>

등산로를 따라 완만한 능선길을 오른다. 매표소를 지나고, 헬기장 건너니, 경사가 급해지며, 오른쪽으로 공주봉, 의상대, 나한대로 이어지는 건너편 능선이 역광 속에서 검은 모습으로 우리들을 따라 온다. 해발 고도 440m의 하백운대를 지나며 등산로는 오른쪽이 절벽인 암릉길로 이어지고, 암릉길의 소나무들이 아름답다.

<하백운대 이정표>

 

<암릉길 절벽에 선 노송>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 까지는 400m, 중백운대로 오르는 도중에 보는 풍광이 아름답다. 상백운대로 이어지는 능선에 나뭇잎을 다 떨구어 버린 활엽수들이 열병식을 하고 있고, 나한대와 의상대에서 골짜기로 흐르는 지능선 들이 제법 우람하다.

<상백운대로 향하는 능선에 도열한 나무들>

<나한대와 의상대>


중백운대를 지나, 너른 전망바위에 모여 앉는다. 12시도 안 됐는데 벌써 막걸리 병을 따서, 돌아가며 한잔씩 목을 축인다. 널널한 산행이다.

<중백운대 표지판>

<중백운대에서 본 공주봉>

 

 

 

<바위 전망대에서 막걸리 개봉>


상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산책길이다. 이제 능선길은 등산객들로 붐빈다. 상백운대 바로 앞 너른 공지에 점심상을 펼쳐 놓고 둥그렇게 둘러앉은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눈에 뜨인다. 11시 50분인데, 조총 대원이 밥 먹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긴급동의를 한다. 하산해서 거하게 식사를 하려면 미리 먹어두는 게 좋다는 이야기이다.

<긴급동의 - 조총의 표정이 진지하다.>

13 사람이 가져온 음식이 다양하다. 거기다 꽈리 잘 부는 사람이 어디 한 둘뿐인가? 대간 산행 중에는 길어야 15분이던 점심시간이 한 시간 가까이 흐른다. 대간이 끝나니, 비로소 제 정신들이 돌아온 모양이다. 점심 뒷자리를 깨끗이 정리하고, 칼바위로 향한다.

<이정표>

 

 

 

우람한 노송들이 줄지어 서있는 날카로운 암릉길이 이어진다. 위험하다 싶은 곳은 우회로가 있다. 능선을 가로 타고 앉은 노송이 이채롭다. 암릉길을 내려서서, 선녀탕 갈림길을 지나, 한차례 급경사를 치고 오르니 나한봉이다. 나한봉에서 상백운대를 돌아본다.

<칼날능선을 걷는 대원들>

<칼바위 능선 위의 노송>

<선녀탕 갈림길 이정표>

<나한대 표지판>

<나한대에서 뒤돌아 본 상백운대>


계단을 따라 나한봉 암릉을 내려선다. 양쪽으로 시계가 트이며, 오른쪽으로 의상대에서 떨어지는 단애가 날카롭고, 왼쪽으로는 우람한 능선들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의상대에 오른다. 정상석과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북쪽으로 돌출한 암봉 위에 서니 사방에 막히는 것이 없다.

<의상대에서 떨어지는 단애>

<왼쪽 조망 - 뒤에 높은산이 하늘봉인가? 국사봉인가?>

<의상대 정상 표지석>

<의상대에서 본 나한대>

 

<오른쪽에서 부터 차례로 상, 중, 하백운대>

<공주봉>

<의상대 북쪽 끝 전망대>

 

 

 

<동두천>

공주봉으로 향한다. 암릉을 내려서 안부에 이르자, 길은 오솔길로 변하여, 왼쪽 사면을 가르며 능선을 우회한다. 이곳을 잘 아는 심천 대원은 능선길도 크게 위험하지는 않고, 꽤 스릴이 있는 코스라고 한다.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급경사로 이어지더니 이윽고 널따란 공주봉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표지판, 삼각점이 있다. 공주봉 남쪽 사면은 절벽이라. 조망이 뛰어나다. 공주봉에서 신 회장을 기다린다.

<갈림길 이정표>

 

<공주봉 표지판>

<공주능 정상 파티 - 잭 대원 사진>

 

 

 

<미 2사단

<공주봉에서 본 서남쪽 조망>

공주봉에서 자재암으로 내려오는 길에 너른 바위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 서면, 하백운대에서부터 의상대까지 이르는 소요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 아래 골짜기, 아늑한 곳에 자리 잡은 사찰들이 보인다. 갈림길 이정표를 지난다. 일주문 까지는 400m 거리다.

<공주능에서 하산하다 만난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의상대>

 

 

 

<갈림길 이정표>

 

원효대를 지나 자재암으로 들어선다. 자재암 입구에는 벌써 가로등 불빛이 밝다. 절 주변을 둘러보고, 일주문을 나선다. 길 가의 단풍은 아직도 곱기만 하다.

<원효대>


 

<자재암>

<나한전>

<나한전 옆 괴석 - 그 아래 원효샘이 솟는다>

<원효폭포>

 

<일주문>

 

 <아직도 화사한 단풍길>

4시간이 소요되는 코스를 대단꾼들이 약 7시간 만에 주파한다. 저녁을 끝내고, 동안역에서 7시 46분에 출발하는 기차에 올라, 8시 20분 경 의정부역에 도착한다. 축구를 좋아하는 대원들은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한 호프집을 찾아, 서둘러 역을 빠져 나간다.

 

 

 


(2005.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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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백암산, 그리고 입암산

대간이나 정맥산행을 할 때는 정해진 정기산행 일에 정해진 구간을 산행하기 때문에 산행 지를 스스로 선책 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정기산행인 경우에는 소속감도 있고, 매주 만나는 산우들이 있어, 익숙한 분위기에서 편안한 산행을 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거기다가 한 구간, 한 구간씩 줄여나가, 완주에 접근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정기산행이 참여인원 부족으로 도중 해체되어, 졸지에 낭인에 됐을 때,(내 경우는 약 2년간 산행 중에 이런 경험을 두 차례나 한다.) 적지 않게 당혹스럽다. 완주하지 못하고, 도중하차하는 아쉬움이 크고, 당장 다가오는 주말에 가야할 곳을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뭐, 산악회도 많고, 행선지도 다양하니, 입맛에 맞는 걸 찾아 산행하면 새로운 즐거움이 있을지도 모르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행선지 선택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산악회가 많다지만, 시즌 별로 가는 곳이 몇몇 곳으로 한정돼 있고, 거의 모든 산악회들이 이런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 선택의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산행지를 우선 선택하고, 산악회를 선택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2005년 11월 5일(토).

오늘은 뫼솔 산악회를 따라 입암산과 백암산을 연계 산행한다. 내장산 단풍구경에 몰리는 사람들을 피해, 내장산 단풍에 못지않게 뛰어난, 입암산 은선골의 단풍과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하곡동골 단풍을 염두에 두고 산악회가 기획한 코스다. 기획의도가 성공을 한 모양이다. 오후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약 70여명이 참여하여, 대형버스 2대가 동원된다.


이곳저곳의 자료들을 참조하여 입암산과 백암산을 설명한다.


전라남도 장성군 북이면, 죽하면과 전라북도 정읍시에 걸쳐서, 전라남북도를 가르는 입암산(笠岩山)은 해발고도 626.1m로, 정상의 바위가 갓을 쓴 사람 형상을 하고 있어 산 이름을 입암(笠岩)이라 하였다고 한다. 높지 않은 산이나, 골짜기 깊숙한 곳이 분지를 이루고 있어 군사적 요충지로 사용되어, 정상부에 위치한 입암산성은 조선 효종 때 개축한 것으로 사적 384호라 한다.


단풍으로 가장 유명한 내장산, 백암산 능선 바로 서쪽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이라, 내장산, 백암산의 유명세에 눌려 이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산이지만, 전남 산악인들에게는 명성이 자자해 여름 피서산행, 가을 단풍산행, 겨울 흰 눈 밟기 산행으로 철마다 등산인들이 자주 찾고 있다고 한다.


입암산은 능선보다는 남창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입암산과 갓바위 능선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산성골과 은선골, 입암산과 백암산을 가로지르며 흘러내리는 새재골, 시루봉 남쪽의 자하동, 사자봉 서쪽의 하곡동, 사자봉 남서쪽의 내인동 등, 남창계곡을 이루는 여러 갈림 계곡들은 모두 골이 깊고 아름다워 예로부터 선인들의 은거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백암산(741m)은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 신성리에 걸친 산으로 국립공원 내장산 남부 지구에 위치한다. 백암산의 절경은 결코 내장산에 뒤지지 않는다. 최고봉인 상왕봉과 백학봉, 사자봉 등의 기암괴석이 곳곳에 널려 있고. 산세가 험준하다.


백암산의 철 따라 변하는 산색은 금강산을 축소해 놓았다 할 정도로 아름답다. 백암산의 으뜸은 단풍이라 할 수 있다. 산 전체와 조화를 이루며 서서히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산을 물들이는 모습은 가히 절경이다. 백암산 단풍은 바위가 희다는 데서 유래한 백학봉의 회백색 바위와 어울려 독특하기도 하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하부리-북문-입암산-갓바위-은선골-몽계폭포-상왕봉-도집봉-백학봉-영천굴-백양사>이고, 산악회가 제시하는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이다.


거리를 추정해 본다. <하부리(약2K)-북분(약1.5K)-입암산 왕복(0.79K)-갓바위(4.87K)-상왕봉 갈림길(3.3K)-사거리(0.5K)-상왕봉(2.31K)-백학봉(1.31k)-백양사(약3K)-버스정유장> 백양사까지가 약 16.58Km, 버스 정유장까지는 19Km가 넘는 거리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6 수월리 도착-10:07 산행시작-(11:02~11:07) 북문 도착, 휴식-(11;25) 입암산-(11:48) 입암산 회귀-(12:02)-북문회귀-(12:17~12:22) 갓바위-(12:36) 은선골 갈림길-(13:15~13:40) 중식-(13:50) 상왕봉 갈림길-(15:10) 사거리-(15:30~15:37) 상왕봉-(16:25) 백학봉-(17:09) 백양사-(17:47) 버스> 총 7시간 40분이 (중식 25분, 날머리38분포함) 걸린 산행이다.


버스는 호남고속도로 내장산 IC에서 내려서서 708번 지방도로를 타고, 10시 6분 수월리에 도착한다. 산악회 등반 대장은 버스가 5시 30분에는 서울로 출발을 해야 하니 5시까지는 하산해 달라고 당부한다. 이어서 입암산 산행을 포기하고 남창리에서 시작하는 단축코스를 택할 사람들은 버스에 남아 있으라고 한다. 하지만 버스에 남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이 모두 하차하여 왼쪽 마을을 지나 북문으로 향한다. 입암산 산행 코스가 여러 곳이 있지만 이 코스가 아마도 최단 코스가 아니가 싶다.

<수월리에서본 입암산(좌)와 갓바위>


 

<북문 오르다 뒤돌아 본 수월리>

약 1시간 정도 급경사 오르막을 지나, 북문에 도착한다. 잠시 쉰 후, 배낭을 내려놓고, 물통만 허리에 찬 채, "등산로 아님"이란 팻말을 무시하고, 입암산으로 향한다. 입암산으로 오르는 대원은 전체 대원의 1/3이 못 되는 것 같다. 북문에서 한숨 돌린 여자대원들은 대부분이 바로 갓바위로 향한다.

<북문 이정표>

입암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산죽밭을 지나 입암산성을 타고 이어진다. 18분 후 갈대가 무성한 작은 봉우리에 선다. 정상에는 아무 표지도 없다. 아무리 보아도 정상 같지가 않다. 바로 눈앞에 제법 큰 봉우리가 솟아 있어, 아마도 그 곳이 정상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앞 봉우리로 향한다. 앞 봉우리에도 역시 아무 표시가 없고, 산성길은 골짜기로 이어진다.

<산성길>

<입암산 정상의 억새, 멀리 백암산이 보인다.>

<입암산에서 본 갓바위>

<입암산에서 본 내장산 방향, 뽀족한 봉우리가 망해봉>

<입암산 건너편 봉우리-정상인 줄 잘못 알고 오른다>

<성벽길에서 본 내장산 방향 조망>

다시 갈대가 우거진 봉우리로 되돌아온다. 약 24분 동안 정상을 찾아, 알바 아닌 알바를 한 셈이다. 최후미로 혼자 뒤진 것이 분명하다. 북문으로 향해 급히 내 닫는다. 등산객 한사람이 마주 올라오며, 뫼솔 산악회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산악회 후미 대장이라고 한다. 북문에 배낭 하나만 달랑 남아있는 것이 걱정이 되어 올라온 것이라고 한다. 미안하다고 인사한 후 후미대장과 함께 북문으로 달린다. 후미대장은 갈대가 우거진 곳이 입암산 정상(626m)이라고 일러준다.

<가까이 본 갓바위>

<갓바위 이정표>

<갓바위로 오르는 철계단>

갓바위에 오른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이곳이 실제 정상 같다. 갓바위 고도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호남사람들은 입암산 정상보다 갓바위를 더 쳐준다고 한다. 갓바위를 내려서서 은선골로 접어들자 등산로는 산책길로 변하고, 계곡의 단풍이 가히 환상적이다.

<갓바위 조망 해설판>

<갓바위 앞봉-뒤로보이는 왼쪽이 입암산, 오른쪽은 확인하러갔던 봉우리>

<갓바위에서 본 서쪽 조망>

<갓바위에서 본 방장산>

<갓바위에서 본 시루봉>

<은선골 갈림 이정표>

<은선골로 이어지는 산책로>

은선골 풍경

 

 


 


 


 


 

 


점심 식사 후 백암산 상왕봉 갈림길로 들어선다. 몽계폭포 입구까지 약 1Km가 급경사 오르막이지만, 그 이후 이어지는 약 2Km의 하막동골은 아름다운 단풍이 숨 막히게 이어지는 오솔길이다. 이윽고 경사가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산죽밭이 나타나더니 마지막 10여분 정도, 가파른 계단 길을 올라 3시 10분 경 사거리에 이른다.

<상왕봉 갈림길 이정표>

<몽계폭포로 이어지는 너덜길>

▶ 하곡동골 풍경


 

 

 


 


 

사거리에서 상왕봉은 동쪽으로 약 500m 거리고, 남쪽 길은 백양사로 바로 하산하는 계곡길이다. 후미로 같이 왔던 대원들은 모두 약 3Km 떨어진, 백양사로 바로 하산 하겠다고 한다. 고민이 생긴다. 함께 행동할 것인가? 상왕봉에 오른 후 능선을 타고 백양사로 하산 할 것인가? 상장봉에서 능선을 타고 하산할 경우,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1시간 40분이라고 한다. 능선길로 하산하더라도 5시경이면 백양사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 혼자서라도 능선길을 택하기로 한다.


3시 30분 상장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고, 사진을 찍은 후, 3시 37분에 하산을 시작한다. 백학봉을 지나, 가파른 계단를 내려서는데 시간이 걸린다. 5시 9분 백양사에 도착하여, 버스 주차장 방향을 묻고는, 5시 30분 전에 버스에 도착하려고, 뛰듯이 달린다. 중간에 주차장이 여려 군데 있지만 산악회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마지막 주차장은 멀기만 하다. 5시 47분 최후미로 버스에 도착한다.

<상왕봉에서 굽어 본 하곡동골>


 

<상왕봉 정상>

<상왕봉에서 본 도집봉>

<백학봉>

<하산하다 내려다 본 백양사>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 곳이 7시간 40분이나 걸렸다. 내가 엉터리던가, 아니면 산악회가 엉터리이던가, 둘 중에 하나는 틀림없는 엉터리이다. 힘든 하루였다.


(2005.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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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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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봉능선>

이번 주말은 정맥산행이 없다. 어디고 산행은 해야겠는데, 대부분의 산악회들이 토요산행으로 설악의 단풍산행, 민둥산의 억새산행을 기획하고 있어, 이들 산행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 예상된다. 따라나서자니, 별로 내키지가 않는다.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갈까하다, 문득 관악산을 떠 올린다. 학교 다닐 때 한두 번 오른 적은 있지만 40여년이 넘게 그 이 후에는 가본 적이 없다. 일단 관악산을 떠 올리자, 오랜만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관악산을 검색해 본다.


"한남정맥이 수원 광교산에서 북서쪽으로 갈라져 한강 남쪽에 이르러 마지막으로 우뚝 솟아오른 산이 관악산이다. 검붉은 바위로 이루어진 관악산은 그 꼭대기가 마치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모습으로 보여서 '갓 모습의 산’이란 뜻의 ‘갓뫼(간뫼)’ 또는 관악(冠岳)’이라고 했다. 관악산은 옛 지도에는 ‘관악’으로 많이 나온다.


관악산은 옛날부터 개성 송악산(松岳山), 가평 화악산(華岳山), 파주 감악산(紺岳山), 포천 운악산(雲岳山)과 함께 경기도 오악(五岳)의 하나였다. 빼어난 수십 개의 봉우리와 바위들이 많고, 오래 된 나무와 온갖 풀이 바위와 어울려서 철따라 변하는 산 모습이 마치 금강산과 같다 하여 ‘소금강(小金剛)’ 또는 서쪽에 있는 금강산이라 하여 ‘서금강(西金剛)’이라고도 한다." (이상 산림청에서 퍼온 글)


산림청에서는 관악산을 100대 명산으로 꼽았고, 한국의 산하에서 집계한 통계에 의하면, 관악산은 100대 명산 중에 방문객 순위가 10위라고 한다. 1968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되고, 주봉은 연주대(戀主臺)이다. 신라시대 의상이 창건하고 조선 태조가 중수(1392년)한 연주암과 약사여래입상이 유명하다고 한다.


관악산은 암산이다. 계곡보다는 능선이 산행하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능선으로 팔봉능선, 육봉능선을 꼽는다. 어려운 암릉 코스지만 우회로가 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고 한다. 교통편을 감안하여, 우선 육봉능선을 선택하고 코스를 정한다.


<정부과천청사역-백운사입구-문원폭포-육봉능선-팔봉-연주암-연주대-자운암능선-수영장-서울대-낙성대역>


2005. 10. 8.(토)

어제까지 내리던 비는 멎고,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지만, 오후부터는 맑아진다고 하니, 능선에서 보는 조망도 좋겠다. 암릉코스라 어렵다는 것이 다소 걸리지만, 겁먹지 말고 부딪혀 보고, 위험하다 싶으면 미련 없이 우회로를 택하겠다고 미리 마음을 정한다.


9시 15분 대문을 나선다. 9시 50분 경,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려, 7번 출구로 나선다. 출구에는 일행을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다. 왼쪽으로 너른 광장이 보이고, 운동장에서는 행사가 있는지 마이크 소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른바 잔디광장이다.


'자 ! 어디로 간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매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한 등산객에게 길을 묻는다. 등산객은 잔디광장 너머, 정부청사 건물을 가리키며, 건물을 오른쪽으로 끼고, 도로를 따라 오르면, 등산로 입구가 보일 것이라고 친절히 알려 준다.


정부청사 도로주변은 깨끗이 정비돼 있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아름답다. 국사편찬위원회 건물, 기술표준원 건물을 지나 10시 14분 백운사 입구를 알리는 팻말 앞에 선다. 7번 출구에서 약 17분 거리다. 오른쪽 입구에는 "晨鷄覺世道祖聖墓"입구를 알리는 돌비석이 세워져 있다.

<아름다운 청사 도로>

<등산로 입구- 백운사 방향>

오른쪽으로 돌아, 임시등산로를 3분쯤 진행하여, 관악산 등산안내도가 세워진 곳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예쁜 나무다리를 건넌다. 다리위에서 계곡사이로 보이는 육봉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계곡을 왼쪽으로 끼고 너른 등산로가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신계각세도조성묘가 보인다. 길은 오르막 암릉로 이어지고, 왼쪽으로 1봉이 우람한 모습을 나타낸다.

<다리를 건너고...>

개울을 건너, 이제부터는 오른쪽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오름길을 오른다. 혼자서 나선 산행이니, 서두를 것도 없다. 주위의 산세, 등산로 주변의 풍광을 유심히 살피며 천천히 걷는다. 119 긴급연락처 팻말, <관악산 2-4>를 지나니, 물소리가 점점 요란해진다. 10시 46분 문원 폭포에 이른다. 어제 내린 비로, 비스듬히 경사진 암반 위에는 제법 많은 물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폭포 위 너른 바위(문원바위)에 한 떼의 등산객들이 쉬고 있다.

<암릉길에서 본 육봉능선의 1봉>

<문원바위>

문원바위를 가로 질러, 앞 사람들을 따라, 똑바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2-3분 걷다보니,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하다. 지도를 꺼내 본다. 육봉능선을 타려면, 지도상에는 서쪽으로 급히 돌아야 하는데, 등산로는 계속 북쪽으로 이어진다. 이 길은 아마도 일명사지 터로 이어지는 길인 듯싶다. 미련 없이 문원바위로 되돌아선다.


문원바위가 끝나는 곳에 돌길을 넘어, 왼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보이고, 저 앞에 등산객들이 오르고 있다. 이윽고 두 번째 폭포가 보인다. 이번에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직폭(直瀑)이다. 길이 다시 갈린다. 개울을 건너 왼쪽 산 사면으로 오르는 길과 직진하여 폭포로 이어지는 길이다. 등산로는 왼쪽 오름길이라고 짐작을 하면서도, 폭포아래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여 직진하는 길을 오른다.

<서폭포>


폭포 쪽으로 잘 정비된 계단길이 가파르게 이어지고, 폭포 근처에는 등산객 서너 명이 모여 있다. '샘이라도 있나?', 폭포에 이르니 샘은 없고, 오른쪽으로 큰 암벽 아래, 치성을 드리는 자리가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가까이에서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를 카메라에 담고, 계단 길을 다시 내려서서, 산 사면을 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육봉능선에 올라 선 것이다. 암릉길이 이어 지고. 널찍한 암릉 위에 올라선다. 뒤돌아 본 시야가 확 트인다. 남쪽으로 청계산이, 서쪽으로 수리산이 멀리보이고, 왼쪽으로는 문원바위에서 직진하면, 올라타게 되는 긴 능선이 송신탑이 솟아있는 정상 쪽으로 구불구불 오르고 있다.

<수리산>

<정상부분>

평범한 암릉 길을 계속 오른다. 저 앞에 육봉능선의 1봉이 뾰족한 삼각형의 모습을 드러낸다. 11시 21분, 현재위치가 육봉임을 알리는 119 긴급연락처 <관악산 2-6 육봉>을 지난다. (제 1봉이 6봉인지, 국기봉이 6봉인지 잘 모르겠다. 편의상 오름 방향에서부터 1봉이라고 부른다.) 암릉길이 가팔라진다. 두 손, 두 발을 모두 사용해 암릉 위에 서니, 1봉이 눈앞에 다가선다.

<119 긴급 연락처, 관악산(2-6) 육봉>

 

< 첫번째 봉우리>

1봉은 푸른 소나무와 흰 암벽이 잘 어울린 아름다운 바위 봉우리다. 날카로운 삼각형 봉우리의 한 면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어렵다더니, 과연 만만치 않아 보인다. 2/3부분부터 정상까지는 경사가 꽤 가팔라 보인다. '과연, 내가 오를 수 있을 까?' 슬그머니 위축 되는 기분이다. 하지만 막상 오르고 보니, 발 놓은 곳, 손잡을 곳이 확실하고, 알맞은 곳에 크랙이 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경사가 급한 사면에는 로프가 늘어져 있다.

 


11시 50분 경, 대슬랩 앞에 선다. 경사도 크게 심한 편이 아닌 듯싶고, 밋밋하게 밴들거리는 슬랩이 아니라, 바위 면이 울퉁불퉁하고 곳곳에 크랙 진 곳이 보이는, 비교적 긴 암릉구간이다. 대슬랩이 시작되는 곳에 과천 시장이 세워 놓은 경고판이 서 있다. <이 곳은 위험지역이오니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대슬랩>

<경고판>

대슬랩을 오른다. 1/3쯤 올라, 위를 올려다보니, 정상 부근에서 한 사람이 고전을 하는 모습이 보인다. 앞서 오른 사람이 손발 놓을 곳을 알려주지만 쉽사리 오르지를 못한다. 정상 부근이 어려운 모양이다. 나는 혼자고, 초행길이다. 어느 정도 어려운지는 모르겠지만, 힘든 곳에서, 도와줄 일행도 없다. 젊다면 별 문제이지만, 나이가 들어, 긴 슬랩 구간에서, 지나치게 손발에 힘을 들이다 보면, 언제 근육에 쥐가 날지 예칙하기 어렵다.


망설임 없이 되돌아 내려선다. 오를 때는 몰랐으나, 내려다보니 경사가 무척 가팔라 보인다. 힘들여 조심조심 바닥에 내려서서 우회로를 거쳐 봉우리에 오른다. 조금 떨어진 곳에 국기봉인 6봉이 보이고, 그 앞에 봉우리 두 개가 더 있다. 그러고 보면, 지금 내가 서 있는 곳이 3봉인 모양이다. 4봉을 지나, 5봉에 오른다. 5봉에서 내리막길이 어렵다. 거의 직벽을 크랙을 잡고, 비스듬히 내려서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숏 다리는 발 놓을 곳이 마땅치 않아 한 동안 허공에 매달리기도 한다.

<국기봉>

<4, 5, 6봉>

<5봉 하강사면>

12시 32분 경, 제 6봉인 국기봉에 오른다. 119 긴급 연락처 팻말은 <현 위치 관악산 (2-8) 국기봉>이라고 알려준다. 정상에 게양대가 마련되고, 태극기가 휘날린다. 사방이 확 트였다. 아이스케이크 장사가 있어, 어린애처럼 아이스케이크를 사 먹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 정상이 눈앞이다. 정상 쪽 송신탑이 서 있는 곳에서 골짜기로 이어진 케이블카의 케이블 선이 뚜렷하고, 그 뒤로 기상관측소가 가깝다. 청계산, 수미산은 여전하고, 과천, 안양, 시흥이 내려다보인다. 삼성산과 장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발아래로 험한 능선이 서쪽으로 흘러내린다. 주위 등산객에게 물으니 오봉능선이라고 알려 준다.

<119 긴급 연락처 관악산(2-8) 국기봉>

<국기봉에서 본 송신탑>

<삼성산, 장군봉>

<국기봉에서 본 오봉능선>

10여분 정도 국기봉에서 머물다, 안부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삼거리 능선에 오른다. 오른쪽은 연주대 쪽으로 이어진 길이고, 왼쪽은 오봉능선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삼거리를 조금 벗어난 암릉에서 보는 조망이 훌륭하다. 오른쪽으로 불성사가 내려다 보인다. 이제 시간도 1시가 가깝다. 삼거리 능선 위, 안성맞춤의 소나무 아래에 앉아, 도시락을 푼다. 전면으로 과천시가 펼쳐지고, 그 뒤로 과천 저수지와 청계산이 평화롭다.

<뒤돌아 본 국기봉>

<불성사>

<팔봉능선>

<명당자리 점심식사>

<명당자리에서 본 과천시, 그 뒤로 청계산>

1시 16분, 점심을 마치고, 오른쪽 능선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KBS 송신탑이 능선길과 일직선상에 솟아 있다. 3분 쯤 걸으니, 안양시장, 안양소방서장의 공동 명의로 세워진, "산악사고 및 산불신고" 안내판을 지난다. <현재위치 제 1국기봉, 해발 493m, 불성사 430m, 관악산 정상 2020m> 라고 쓰여 져 있다. "제 1국기봉"이라고 했는데 국기는 보이지 않는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6봉 위에, 경기 소방 명의로 세워진 "국기봉"이라는 표시와 어느 것이 바른지 헷갈린다.

<제1국기봉 알림판>

암릉능선 길을 따라 걷는다, 뒤돌아보니 6개의 봉우리가 뚜렷한 육봉능선이 아름답다. 1시 36분, 또 다시 국기 게양대 위에 태극기가 걸린 봉우리에 선다. 게양된 태극기의 아래 끈이 풀려, 위쪽으로만 간신히 대롱대롱 매 달려 있다. 등산객들은 이 봉우리를 팔봉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흐르는 긴 능선이 팔봉능선이라 한다. 육봉능선과 더불어 관악산을 대표하는 능선이다.

<뒤돌아 본 육봉능선>

<팔봉 국기게양대>

<팔봉에서 본 팔봉능선>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계속된다. 저 앞에 커다란 바위 하나가 높직이 솟아 있다. 1시 49분, 안양시장과 안양소방서장의 공동 명의로 세운 "산악사고 및 산불 신고" 안내판을 다시 지난다. <현재 위치, 팔봉(제 2국기봉), 해발 551m, 관악산 정상1200m, 불성사 340m> 그럼 아까 두 번째 태극기가 휘날리던 곳, 등산객들이 팔봉이라고 하던 봉우리와는 어떻게 다른가? 참으로 헷갈린다.

<팔봉(제2국기봉) 알림판>

올돌하게 높직이 솟아 있는 멋진 바위에 접근한다. 바위는 붉은 색을 띠고 있고, 끝머리 부분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다. 오르는 길이 있는지 바위 끝에 우뚝 선 등산객의 모습이 어지럽다.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이어진다. 아기자기한 모습들이다. 2시 18분, KBS 헬기장 직전에 세워진 이정표를 지난다. 연주암 0.3Km, 기상대 1.3Km가 남았다고 알려준다.

<기암>

<역광 속의 기암>

<이정표>

헬기장을 지나 오른쪽 전망대에 서서 주위를 조망한다. 연주암이 내려다보이고, 케이블 카 한 대가 송신탑으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서서 등산로를 따라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니 길이 양쪽으로 갈린다. 이곳에서 오른 쪽 계곡으로 빠져, 연주암으로 향한다.

<연주암>

<케이블 카>

연주암은 대웅전 보수공사가 한창이라 주위가 어수선하다. 절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연주대로 향한다. 길목에 기와를 쌓아 놓고, 여신도 두 사람이 지나가는 등산객들에게, 연주대에 오르는 길이면 기와 한 장씩을 운반해 달라고 부탁한다. 연주대 암자의 지붕 보수용 기와라고 한다. 기와 한 장을 받아들고 비탈길을 오른다. 길가에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연주대까지의 거리가 440m 라고 알려준다.

<등산 안내도>

효령각을 지나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현 위치 효령각, 서울대 4K, 팔봉능선 2.3K, 안양유원지 7.3K> 오른쪽 비탈길을 올라 암릉에 오른다. 2시 41분, 제 3깔닥고개를 지나고, 암릉길을 걷는다. 연주대와 암자가 뚜렷이 제 모습을 보인다. 말바위를 지나서부터 암릉길이 가팔라지고, 한 손에 든 기와가 짐이 된다. '아하 ! 이래서 아무도 기와를 안 나르는 구나.'

<이정표>

<연주대와 암자>

3시 경에 암자에 기와를 건네준다. 암자를 보수하던 대목(大木)이 반색을 하며 반긴다. 되돌아 나오다 연주대(戀主臺) 안내판 앞에 선다. <경기도 기념물 제 20호, 당초의 이름은 관악사, 의상대였는데, 연주암, 연주대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이유로 고려의 충신, 열사들이 이곳에서 송악을 바라보며, 망국의 한을 달랬기 때문이라는 설과 양녕대군, 효령대군이 왕위를 계승치 못한 미련과 동경을 품은 채, 이곳에서 왕궁을 내려 본데서 유래했다는 두 가지 설이 전해온다는 설명이다.>


정상 너른 바위에는 많은 등산객이 쉬고 있다. 정상에서 왼쪽으로 이어진 길은 사당으로 이어지는 험한 능선길이다. 암벽을 내려서는 곳에는 로프가 걸려있다. 부근의 매점에서 커피를 사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까지 걸어 온 길이 지는 햇빛 속에 누워있다. 서울시와 안양시, 과천시가 모두 발아래 펼쳐져 있다. 매점 주인에게 서울대 쪽으로 하산하는 길을 묻는다.

<정상에서 본 사당능선>

<역광 속의 기상대>

정상의 바위 사면을 내려서서, 정상석, 과천시 경관 안내도 등을 카메라에 담는다. 왔던 길을 되 집어 첫 번째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 쪽 자운암 능선길로 하산을 시작한다. 역시 험한 암릉 이다. 내려오면서 오른쪽으로 한강이 보이는 서울은 온통 아파트촌이다. 능선길은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조심해야 할 곳이 몇 군데 있고, 경사가 심한 암릉에는 로프가 매어져 있다. 능선에는 인적이 드물다. 저녁 예불시간인지 왼편, 자운암 쪽에서 독경소리가 낭랑하다.

<하산하며 본 서울>

<자운암능선으로 하산하면서 지나는 또하나의 국기봉>

능선에서 골짜기로 내려서는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몇 차례 헤맨 끝에, 바위 능선을 버리고, 왼쪽 사면으로 가물가물 이어지는 등산로를 타고 내린다. 등산로는 물기가 많은 바위 사면을 내려서서 숲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숲속은 이미 어둑어둑하다. 아무도 없는 숲길을 달린다. 혹시 초행길에 알바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된다. 잘못 들어선 숲길이라면 엉뚱한 방향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고, 언제 끝날 지, 짐작을 하루 수 없는 것이 두렵다.


이윽고 너른 등산로에 이른다. 방향도 북으로 향하는 것이 이상 없어 보인다. 비로소 안심한다. 오른쪽으로 흐르는 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땀을 닦는다. 4시 46분, 119팻말을 지난다. <현위치/ K60/수영장>. 곧이어 서울대에 도착한다. 정상에서 하산을 시작해서부터 약 40분이 소요된 것이다. 20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 낙성대역에서 하차한다.

<119 K 60 수영장 표지>

오늘은 남쪽에서 출발, 육봉능선을 오르고, 주능선을 거쳐, 관악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서는 자운암능선을 타고 북으로 하산하여, 관악산을 남북으로 종주한 셈이 된다. 산천경개를 두루 구경하며 천천히 걷기는 했지만, 총 산행시간이 약 6시간 30분(점심시간 약 20분포함)이나 걸린 짧지 않은 산행이었다.

 


(20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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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정암 사리탑에서 본 용아장성>

개천절 연휴에 무박으로 용아장성을 간다는 산악회가 있다. 봉정암에서 시작하여, 개구멍 바위까지 진행하고, 시간관계로 중간에서 수렴동으로 빠지는 편법 산행이다. 하지만 용아장릉의 묘미를 만끽하는 데에는 손색이 없겠다. 용아장성은 위험한 곳이 많아, 입산이 금지 된 곳이다. 그래서 더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이도 생각을 해야지. 내 나이에 감당할 수가 있을까? 산악회에 전화를 해서 안전관계를 확인해 본다. 전문 가이드를 배치하고, 슬링과 자일을 준비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할 터이니, 안심하란다. 가본 경험이 있는 深山 대원에게도 자문을 구한다. 안전 장비를 갖추고, 전문 가이드가 따른다면 별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다.


10월 2일(일).

밤 10시 30분, 잔뜩 부푼 마음으로 버스에 오른다. 마지막 경유지를 지나지만, 의외로 참여 인원이 많지가 않다. 주말에 연이어 비가 내려, 날씨 걱정을 해서인가? 10월 3일에도 영동지방에는 약간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기는 하다. 모두 26명. 대부분이 검게 탄 얼굴의 장년들로, 한눈에 봐도 대단한 산꾼들 같아 보인다. 여자 대원도 몇 명 눈에 뜨인다.


클린턴 휴게소에서 잠시 멈춘 버스는 남설악 휴게소에 도착하여, 부근 길가에 정차하고, 시간을 보낸다. 이윽고 2시가 조금 넘자 버스는 오색으로 출발, 2시 30분 경 오색에 도착한다. 남설악 매표소 앞에는 이 시각에도 택시들이 여러 대 정차하고 있다. 새벽에 하산하는 사람들이 주손님 인 모양이다.


오늘의 산행코스와 거리는 다음과 같다.

『남설악 매표소(1.3K)-제1 쉼터(1.2K)-설악폭포(1.2K)-제2 쉼터(1.3K)-대청봉(0.6K)-끝청 갈림길(0.6K)-소청갈림길(0.4K)-소청대피소(0.7K)-봉정암(5.9K)-수렴동대피소(4.7K)-백담사』, 백담사까지가 약 18Km이고, 백담사에서 용대리, 백담사 매표소까지의 약 7Km는 버스를 이용한다.


산행 시간기록은 아래와 같다.

『10월 3일, (2:30) 남설악 매표소-(2:34) 산행시작-(3:20) 제1 쉼터<820m>-(4:12) 설악폭포<950m>-(5:02)제2쉼터<1,300m>-(6:02)대청봉 정상<1,708m>-(6;23)끝청갈림길<1,600m>-(6:38) 소청 갈림길-(6:49~7:10) 소청대피소, 아침식사-(7:38) 봉정암<1,244m)-(7:53) 사리탑-(7:57) 백담사, 오세암 갈림길-(8:05~8:11) 사자바위<1,160m>-(8:26) 봉정골 입구<1.050m>-(9:44)백운동-(10:02) 만수담-(10:31) 수렴동 대피소-(11:01) 영시암-(11:10~11:32) 세수하고 발 씻고, 휴식-(12:20) 백담사』총 9시간 4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남설악 매표소를 지나, 마의 계단길이 시작되면서 선두 그룹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지루하고 힘든 길, 서둘지 않고, 쉬지 않고 걷는다. 제1 쉼터를 지나니, 오른쪽으로 오색의 불빛이 보인다. 하늘에는 별빛도 없다. 고요한 산 속에서 물소리만 요란하다. 설악폭포를 지나 계속 지루한 길을 오른다.

<제 1쉼터 등산 안내도>


이따금 세찬 바람이 몰아치고, 낙엽이 흩날린다. 땀에 젖은 몸이 오싹 한기를 느낀다. 한밤의 설악은 이미 초겨울 날씨다. 버스 안에서 산악회장이 대청봉의 기온이 3도 정도까지 내려가니, 하산 시 보온에 유의하라던 말에 신경이 쓰인다. 별빛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지만, 오색의 불빛이 보이고, 바람이 이는 것을 보면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제2 쉼터가 가까워지면서 날씨가 급변하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안개가 짙어진다. 잠시 멈추어 서서, 배낭 커버를 씌운다. 남방과 그 아래 받쳐 입은 집티는 이미 땀에 흠뻑 젖었고, 아직은 빗발이 바지를 적실 정도로 거세지는 않아, 흩날리는 비를 맞으며 꾸벅 꾸벅 걷는다.


5시 2분, 제2 쉼터를 지난다. 빗방울은 여전하고, 안개는 더욱 심해진다. 안경에 물기가 어려 시야가 뿌옇다. 비에 젖은 돌이 미끄럽다. 조심조심 걷는다. 앞에 랜턴 불빛이 교차하며,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돌에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팔목에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압박 붕대를 가진 사람이 붕대를 팔목에 감아, 응급처리를 해 준다. 다른 산악회 대원이라 그 후의 상황은 모르겠으나, 산행을 계속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고도가 높아지며, 바람이 거세고, 추워진다. 빗방울이 제법 굵어지자, 배낭에서 방수 재킷을 꺼내 입는다. 포근하다. 먼동이 트는지 사방이 밝아지는 느낌이다. 6시 2분 경, 대청봉에 이른다. 안개가 자욱하여, 가시거리가 2m도 채 안 되는 듯싶다. 주변이 훤해진, 정상석 주변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길가로 비켜서서 배낭을 내려놓고, 신발 끈을 고쳐 맨 후.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중청으로 향한다.

<대청봉 이정표>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고, 안개도 여전하지만, 날이 훤히 밝아 온다. 대청봉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지각색의 비닐 우비가 바람에 펄럭인다. 중청 대피소는 시장 바닥처럼 붐빈다. 뜨거운 커피 한잔 마시겠다는 생각을 접고, 그냥 지나친다. 소청 갈림길로 이어지는 비탈진 너덜 길이 비에 젖어 미끄럽다. 반 장갑을 낀 손가락이 시리다.


소청 갈림길에서, 뿌연 안개를 뚫고, 소청 대피소로 내려선다. 안개 속의 소청 대피소도 역시 시장바닥이다. 매점에서 햇반과 라면을 사들고, 등산화가 어지럽게 널려진 방문 앞에 서서, 방문을 연다. 그리 넓지도 않은 방안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방바닥에 라면과 햇반을 펼쳐 놓고 식사를 하고 있다, 대청봉 정상에서 고쳐 맨, 신발 끈을 풀기도 귀찮고, 땀 냄새, 발 냄새 속에서 음식을 먹을 자신도 없어, 방문을 다시 닫고, 마당으로 나와, 비에 젖은 테이블에 혼자 앉아, 식사를 한다. 산악회 회장이 후미 팀과 함께 도착한다.

<소청 대피소>

<소청 대피소의 등산 안내도>

가는 비가 내리는 속에서 마시는 따끈한 라면 국물이 좋다. 라면에 밥을 말아 서둘러 식사를 한다. 반찬이 따로 있을 리 없다. 라면이 불어서인지 먹어도, 먹어도 량이 줄지 않는 느낌이다. 얼추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마시며, 주위를 살펴본다. 대부분이 중년을 넘은 여자 분들이다. 할머니들도 있고, 가끔 아이들도 눈에 뜨인다.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니, 봉정암에서 자고, 대청봉으로 오르는 길인 모양이다. 등산객들은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등산객들이 식사하던 방문을 열어본다. 텅 비었다. 수염이 텁수룩한 중년 사내가 방을 치우고 있다. “여기서 식사하던 등산객들은 어디로 갔나요?” 라고 물으니, “조금 전에 봉정암으로 다 내려갔는데요.”라는 대답이다. 어느새 비는 그치고, 안개도 많이 걷혔지만, 한 두 사람이 아닌, 단체가, 젖은 바위를 타고, 용아장릉을 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급히 일행을 뒤쫓는다.


봉정암으로 향하는 길은 가파른 내림 막이다. 올라오는 아줌마 부대가 끊임이 없다. 등산할 때도 좌측통행에, 올라오는 사람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옆으로 비켜서서 기다리다가는 한이 없겠다. 미안하지만 스틱을 휘두르며, 사납게 내달린다.


암봉과 단풍에 파묻힌 봉정암이 보인다. 1959년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처음으로 설악산에 올라, 대청봉을 코앞에 둔 채, 능선에서 비박을 하고, 이른 새벽 대청에 올랐다가, 봉정암에서 아침 식사를 지어먹을 때는 빈터만 남았던 곳이 이제는 대 가람이 됐다. 봉정암에도 일행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봉정암>

 

용아장성으로 가는 길목, 사리탑에 오른다. 역시 등산객들은 보이지 않고, 일반 탐방객 두어 사람이 참배를 할 뿐 한적하다. 산악회장에게 전화를 한다. 날씨 때문에 용아장성 등반은 포기하고 모두 백담사로 하산하고 있으니 빨리 내려오라고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소청 대피소에서 숙박을 하며, 우리 일행을 기다렸던 전문 가이드가, 이런 날씨에 용아장성을 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구곡담 계곡으로 하산토록 권유했다고 한다.

<봉정암 사리탑>

 

<사리탑이 있는 암릉의 바위>

<사리탑에서 본 용아장성>

봉정암에서 백담사까지는 10Km가 넘는 거리이고. 아직 8시도 안된 시각이다. 뒤에 혼자 쳐졌다 하더라도, 서두를 마음이 아니다. 사리탑 뒤 암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눈앞에 날카로운 용아장성의 암봉들이 줄지어 서 있고, 암봉 사이사이로 단풍이 불타고 있다. 기가 막히는 풍광이다. 그 암릉길을 오르는 등산객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아쉽다, 참으로 아쉽다. 하지만 하늘이 말리는 데야, 어쩔 도리가 없다.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일행을 뒤쫓는다. 백담사로 내려가는 봉정암 주변의 단풍이 절정이다. 특히 비를 맞아 습기를 머금은 모습이 더욱 더 아름답다. 8시 5분, 사자바위 이정표(1,180m) 앞에 선다. <봉정암 0.2K, 백담사10.4K> 배낭을 이정표 옆에 벗어 놓고, 사자바위로 오른다.

<119 구조대 팻말, 설악 10-28>

 

<단풍 1>

 

<단풍 2>

<단풍 3>

<단풍 4>

사자바위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눈앞에 용아장성의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용립해 있고, 왼쪽으로는 구곡담으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유연(幽然)하다. 골짜기 단풍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오른 쪽으로 봉정암이 암봉과 단풍 속에 포근하게 묻혀 있다. 서둘러 사자바위를 내려서서 배낭을 다시 메고 일행을 뒤따른다.

<사자바위 이정표>

<사자바위에서 본 용아장성>

<사자바위에서 본 구곡담 계곡>

봉정암에서 봉정골 입구<해발 1,050m, 봉정암 0.5K, 백담사 10.1K>까지의 단풍이 절정이다. 철다리를 지나 계곡을 건너고, 철 계단을 올라 언덕을 넘어서서 쌍폭에 이른다. 맞은편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가히 장관이다. 쌍폭을 지나 계곡을 타고 내려선다. 용아장성을 이루는 오른 쪽 암벽들이 웅장하다. 쌍폭에서 30여 분쯤 내려선 지점에 또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가 S자를 이룬 너른 암반위로 떨어져 내린다. 조금 더 내려서니, 왼쪽 골짜기에서 맑은 물이 흘러 내려, 구곡담 계곡물에 합쳐진다. 골짜기들이 무척 깊고 유연하다. 그 뒤로 아름다운 준봉들이 우뚝 우뚝 솟아 있다.

<바위와 단풍>

<봉정골로 내려오다 본 기암>

<봉정골>

<봉정골 이정표>

<폭포 1>

<폭포 2>

<폭포 3>

<구곡담에서 올려본 용아장성>

<합수계곡 1>

<합수계곡 2>

계곡 아래로 내려설수록 등산로는 아줌마 부대로 정체가 심해진다. 실례를 무릅쓰고 헤집고 지나친다. 9시 44분 백운동을 지나고, 10시 3분 만수담을 거쳐, 10시 31분 수렴동 대피소에 이른다. 봉정암에서 수렴동까지 5.9Km, 이 구간이 구곡담 계곡이다. 외설악의 천불동 계곡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는, 내설악의 대표적인 계곡이다.

<백운동>

<만수담>

<구곡담의 기봉 1>

<구곡담의 기봉 2>

수렴동 대피소도 시장바닥이다. 일행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계속 달린다. 11시경 영시암을 지나서, 백담사에서 약 3Km 떨어진 지점에서, 길을 벗어나 물가로 내려선다. 빗길, 흙탕길을 걸어온 바짓가랑이가 말이 아니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은 후, 상체의 땀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는다. 우연히 길 쪽을 바라보니 후미 그룹을 이끌고 하산하던 산악회 회장 내려다보고 있다. 회장은 빨리 주차장으로 오라고 소리치고 앞서 내려간다.

<수렴동 대피소>

 

<수렴동 대피소의 등산 안내도>

 

<영시암>

신발을 벗고, 고생한 두 발을 차가운 물에 담가 피로를 풀어준다. 이윽고 바지도 갈아입은 후 간식을 즐긴다. 조용히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꿩 대신 닭으로 내려선 구곡담 계곡이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언제 조용할 때 다시 와서, 여유를 갖고 둘러보고 싶은 곳이다.

 

<수렴동 계곡>

다시 배낭을 챙기고, 일행을 뒤쫓는다. 12시 20분 경 백담사 버스 정류장에 이른다.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이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서 있다. 줄을 따라 내려서는데, 산악회 회장이 팔을 잡아끌더니,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우리 일행 속으로 밀어 넣는다.


버스가 잇달아 들어온다. 1 시경 버스에 오른다. 백담사에서 백담사 매표소까지는 약 7Km, 우불구불한 시멘트 길을 지친 몸으로 걸으면 약 2시간 정도가 걸리는 긴 거리다. 버스는 1시 20분 경, 백담사 매표소 앞에 우리들을 내려준다. 5분 후 식사가 준비된 식당에 도착한다.


식사를 마치고 2시 2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정체를 피해 버스는 44번 국도로 우회하여 시원하게 달린다. 하지만 양평에 이르러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꼬리를 물고 이어진 차량행렬의 끝이 안 보인다. 양평지역을 벗어나는 데만 꼬박 2시간 정도를 소비하고, 9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버스는 겨우 선능역에 도착한다.

 


(2005. 10. 5.)

[잭울프 / 2005-10-04,23:45:36]

아~ 그렇게 되셨군요!

저도 아직 구곡담코스는 못해봤는데

덕분에 사진으로 나마 잘 다녀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삭제]

2 [우정 / 2005-10-05,10:01:38]

캬아~ 秘景 입니다.

구도 좋고, 황금비율 완벽하고,,, [삭제]

3 [和峰 / 2005-10-11,11:30:27]

갑자기 구곡담 계곡의 절경인가요? 하늘이 말려서 용아장능선을 포기

했습니까? 가지마랄고 할때는 안가는게 상책이지요.

소청봉 주변의 단풍에 구곡담 절경까지 금년 설악은 이걸로 때웁니다. [삭제]

1 [늘소 / 2005-10-04,18:27:20]

와 설악이다~

아직 단풍이 쬐매 덜익은 거 같아요 [삭제]

2 [잭울프 / 2005-10-04,23:42:57]

아니 우림님 그러시면

그 험한 용아장성을?

지칠줄 모르는 그 열정과 체력에 감탄과 박수를 보냅니다!

단풍구경 잘했습니다.

안산하십시요. [삭제]

3 [목련 / 2005-10-06,10:21:51]

설악의 나무들이 물들면서 가을은 시작되나봐요

푸르고 씩씩하던 것들이 제 색깔을 낼 즈음이면

이제 정들었던 것들과 이별을 생각해야 할 때

슬픔을 간직한 것들은 더욱 아름답지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이쯤이면 제 할 일이 끝났다 싶을 때

푸른 하늘 밑에 딱 한번

저를 위한 생을 살지요

제 가슴을 불 살라버리고 흙으로 돌아가는 단 풍

그것들을 보고 우리는 아름다움과 쓸쓸함을 같이 봅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마즈막 모습을 한번쯤 생각하게 되지요

가을은 남성의 계절이라고 했던가요

우림님 죄송해요

먼젓번 용담을 담아오시고 저를 찾으셧는데

놀러 다니기 바뻐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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