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산행기'에 해당되는 글 177건

  1. 2012.11.30 황정산(黃庭山)
  2. 2012.11.30 노인 그리고 두 젊은이
  3. 2012.11.30 복분자 사냥기
  4. 2012.11.30 불암산/수락산 연계산행
  5. 2012.11.30 불암산/수락산
  6. 2012.11.30 청계산
  7. 2012.11.30 지리산 웅석봉


 

<왼쪽 황정산, 뒤로 보이는 대간능선>

황정산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에 위치한 산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광덕암이 있는 도락산(964.4m)이 마주보고 있다. 백두대간이 소백산을 지나 죽령에서 내려서다가 남쪽으로 다시 치솟아 도솔봉(1,314m)과 묘적봉(1,148m)을 이룬다. 묘적봉에서 백두대간은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황장산(黃腸山)(1,077m)으로 뻗어나가는 길에 저수재를 지나, 옥녀봉(1,077m)에서 북으로 가지를 친 지능선을 형성한다. 이 지능선은 선미봉(1,079.8m)과 수리봉(1,019m)을 세우고 북상하여 황정산에 이른다. 황정산에서 능선은 서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빗재에서 내려앉은 후, 다시 고도를 높여 도락산(964m)을 만들고, 이어서 북으로 뻗어 나가, 덕절산(780m)과 두악산(732m)으로 낮아지더니 이윽고 그 여맥을 충주호에 담근다.

 

따라서 이 지능선을 종주하고 자 하는 산꾼들은 선미봉을 출발하여 수리봉, 남봉, 황장산을 거쳐 도락산까지 마루금을 탄다. 보통 8시간 이상 소요되는 긴 산행이지만, 험준한 암릉에 기암괴석과 천년의 노송들이 어우러진 수려한 산세, 그리고 멀리 외곽을 감싸고도는 백두대간의 웅장한 능선 미에 매료되어 시간가는 줄도, 피로한 줄도 모른다고 한다.

 

2005년 9월 10일(토)
산정산악회에서는 토요 당일산행지로 황정산을 선택한다. 산행코스는 황정산을 중심으로 당일 산행에 알맞게 조정한다. 『빗재-주능선-황장산 정상(959m)-영인봉(850m)-810m봉-괴물바위-누에바위-대흥사 계곡)』까지 산행거리 약 10Km에, 산행소요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지난 일년동안, 함께 백두대간을 종주 했던 3차 대원들이 금년 3월 26일, 강원도 댓재에서 자암재까지의 마지막 산행 후, 동해 금진항 횟집에서 아쉬운 뒤풀이를 하고 헤어진 지, 벌써 반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다. 격주로 정맥 산행 길에서 만나는 대원들도 있고, 대간 땜방 길에서 모처럼 만나는 대원들도 있지만, 몇 달째 얼굴도 보이지 않고, 소간방에 근황도 알리지 않는 대원들이 점차 늘어난다. 모두들 궁금해하고, 서로 보고 싶어지는 모양이다.

 

만당(滿堂) 대원이 바람을 잡고, 이어서 추석 전에 한번 모일 기회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오더니. 조총 대원이 문자 메시지를 날린다. 만당 대원, 우정 대원 등은 소간방을 통해 협박성 문구까지 동원하며, 대원들의 적극 참여를 유도한다.

 

" 3차 대원여러분 ! 10일 황정산 산행에서 만납시다."

 

버스가 마지막 경유지, 복정역에서 대원들을 태우자, 버스에는 빈자리가 거의 눈에 뜨이지 않는다. 3차대 대원들이 15명, 1차와 2차 대원들이 거의 비슷하게 참여하고, 처음 나오신 분들은 2-3명에 불과하다. 대빵 님이 모처럼 진두에 선다.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8시 35분 여주 휴게소에 도착, 30분 간 정차한다. 다시 출발한 버스는 38번 국도를 거쳐, 중부고속도로로 진입하고, 10시 18분 단양 인터체인지로 내려선다. 흐렸던 날씨가 어느 사이에 말끔하게 개였다. 10시 22분, 버스는 장림 삼거리에 이르러, 왼쪽 927번 지방도로를 타고 사인암으로 향한다. 개울을 따라 사인암을 닮은 절벽들이 용립해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단양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10시 33분 산행 들머리 빗재에 도착한다. 빗재에는 황정산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서있다.

<사인암으로 향하면서 본 개울>

<빗재의 황정산 등산 안내도>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33) 빗재도착- (10:35) 산행시작- (10:51) 첫 번째 전망바위- (10:54) 이정표<빗재 630m, 황정리 정상 2.7K>- (11:14) 이정표<빗재 1.3K, 황정리 정상 2.08K>- (11:17) 주능선-(11:35) 추락위험 표지- (11:43~51) 황장산 정상- (12:09) 사다리 하산- (12:45~13:10) 중식-(13:12) 영인봉- (13:19) 이정표<황정리 하산길 2.67K, 황정산 정상 1.08K>-(13:25) 촛대바위-(13:47) 810m봉- (14:08) 이정표<황정리 하산길 1.79K, 황장산 정상 1.73K>- (15:02) 등산 안내판 있는 도로』총 산행시간 4시간 29분, 마루금 4시간 4분 , 중식 2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버스가 빗재에 도착하고, 대원들이 하차한다. 산행 준비를 하는 대원, 사진을 찍는 대원... 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도로를 따라 걷다가 , 왼쪽으로 나 있는 등산로 입구에서, 멈추어 선다. 누구도 선뜻 선두에 서서 산행을 시작하려 들지 않는다. 1차, 2차, 3차대의 혼성팀이 되다보니 서로 선두를 양보하는 눈치다.

 

"버스에서 내려서기 무섭게 내 달리더니, 이제야 철들이 드는 모양이네...." 우정 대원이 불쑥 한 마디 한다. 결국 1차대가 앞장을 서고, 다음에 2차대, 3차대가 뒤를 따르는 형식으로 편대를 이루어 경사진 사면을 오른다. 물기를 머금은 등산로가 미끄럽다. 15분쯤 오르자 길 옆 왼쪽으로 전망바위가 솟아 있다. 첫 번째 전망바위다.

<첫번째 전망대에서 본 도락산>


 
길을 벗어나 전망바위 위에 선다. 정면에 도락산이 다가서고, 뒤돌아보니 빗재로 흘러내리는 푸른 산사면 곳곳에 날카로운 암벽들이 보인다. 도락산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앞으로 주능선에 오르기까지 두 곳의 전망대를 더 지나게 된다. 주로 서쪽과 남쪽의 아름다운 조망을 즐길 수가 있다.

<전망대에서 본 남서방향 조망>

<전망대에서 본 서쪽 조망 - 구름에 감긴 산을 대미산으로 짐작한다>

 

11시 14분, 빗재 1.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면서 경사가 가팔라진다. 전망대마다 빠뜨리지 않고 올라,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다보니 최후미로 쳐진다. 11시17분 황정산으로 이어는 주능선에 오른다. 이제까지 빗재로 떨어져 내린 곁가지 능선길을 약 40분 간 오른 셈이다. 남북으로 이어진 주능선의 남쪽은 남봉을 거쳐, 수리봉으로 이어진다.

<빗재 1.3Km를 알리는 이정표>

 

주능선에서 왼쪽으로 굽어, 황정산으로 향한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려있고, 보기 좋은 노송들이 여기 저기 눈에 뜨인다. 등산로는 능선 분기점에 이르고 마루금은 왼쪽으로 크게 굽어진다. 10여분쯤 평탄한 길을 산책하듯 걷는다. 이윽고 오른쪽으로 커다란 암반이 나타나고, <추락 주의>를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바위에 철주를 박고, 와이어 로프를 연결하여, 불의의 추락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암반 너머로 보이는 동쪽 조망이 그림 같다. 눈앞에 웅장한 산세가 구름을 이고 있고, 동남쪽으로는 골짜기의 마을이 그림같이 누워있다. 저 멀리 백두대간의 장쾌한 능선이 구름에 싸여 있다.

<추락방지를 위한 와이어 로프길-대원사진>

<추락주의 지점에서 본 동쪽 조망>

임릉길이 이어진다. 저 앞 소나무와 바위사이로 앞선 대원들의 붉은 배낭이 선명하게 눈에 들온다. 커다란 암릉이 앞을 가로막는다. 왼쪽으로 우회로가 보이지만 암릉길 위로도 산행리본이 나뭇가지에 달려 있어, 우회로를 택하지 않고, 바로 암릉을 오른다. 손잡이와 발 놓을 곳이 확실하여 어렵지 않게 암릉을 넘는다. 암릉길은 우회로와 다시 만나고, 이 지점을 통과하자, 얼마 오르지 않아 바로 황정산 정상에 이른다.

 

<황정산으로 오르는 암릉길>

 

<황정산 정상>

 

정상에서는 대원들이 정상석과 삼각점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으며 왁자지껄 쉬고 있다. 고래 대장이 좋아하는 이스리를 정상주로 돌리고, 잭 울프 대원이 안주를 서비스한다. 정상주와 안주를 받고, 주위를 둘러본다. 동쪽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백두대간의 힘찬 능선이 구름을 이고 흐르고, 서쪽 도락산 정상에도 역시 옅은 구름이 걸려 있다. 하지만 북쪽은 잡목들이 시야를 가린다.

<황정산 정상에서 본 동남 방향 조망>

<황정산 정상에서 본 도락산>

 

정상에서 약 8분 정도 쉬고, 하산을 시작한다.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지고, 아름다운 노송들이 각기 제 모양을 뽐내고 있다. 오른 쪽으로 영인봉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루금은 다시 암릉으로 이어지고, 암릉에 뿌리를 박은 청청한 솔잎과 붉은 가지의 노송들이 기묘한 자세로 암릉과 어우러져 멋진 동양화를 그린다. 이 멋진 그림을 배경으로 대원들이 다투어 사진을 찍는다.

<기암과 노송이 아름다운 황정산- 대원사진>

<고사목과 영인봉>

<암릉길의 천년노송>

 

암릉이 끝나고 암벽에 이른다. 암벽에는 가는 로프가 매어져 있고, 위태롭게 나무 사다리가 걸려있다. 스틱을 접어 배낭에 꽂고, 한 사람씩 조심스럽게 사다리를 내려서서 안부에 이른다. 이제 영인봉이 뚜렷이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한 덩어리 거대하고 가파른 바위 덩어리에 푸른 소나무들이 촘촘히 박힌 모습이다. 싱그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내림길의 나무사다리>

<제 모습을 보인 영인봉>

 

멀리 서 볼 때는 도저히 오르기 어려워 보이는 영인봉이지만, 가까이 가보니, 네발로 기어오르면, 크게 위험하지 않게 오를 수 있겠다. 천천히 영인봉을 오른다. 오르다 쉬면서 뒤돌아 황정산을 바라보고, 황정산에서 흘러내린 암봉들 사이에서 자라는 노송들을 멀리서 바라본다. 그림 같은 풍광이다. 영인봉 정상 못 미쳐, 너른 암반에서 3차대 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함께 어울려 서둘러 식사를 한다.

<영인봉 오르다 본 그림>

<영인봉 오르다 본 황정산>

식사를 마치고 다시 출발한다. 얼마 걷지 않아 영인봉 정상에 오른다. 정상을 알리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거대한 암봉 정상치고는 너무나 평범하다. 잡목이 우거진 평평한 흙 길을 지날 뿐이다. 하지만 내려가는 길은 장난이 아니다. 가파른 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앞에 거대한 암릉길이 이어지고, 오른 쪽으로 우회로가 골짜기로 떨어진다.

<영인봉>

고래 대장과 잭 울프 대원이 암릉길로 올라선다. 정히 어려우면 되돌아갈 각오를 하고 이들을 뒤따른다. 암릉길을 걸어 한 굽이돌고 나니. 10여 미터 암벽 사이로 길이 이어진다. 물에 푹 젖은 로프가 걸려 있지만, 중간 중간 낡아서 벗겨진 모양이 썩은 동아줄 같아 보인다. 고래 대장이 가능하면 로프에 의지하지 말고, 나무 뿌리를 잡고, 발 딛음을 확보하면서 천천히 내려서라고 요령을 알려 준다.

<10여 미터 암벽 하산>

힘겹게 암벽을 내려선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한 구간이다. 암벽을 내려서니, 우회한 길과 만나는 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황정리 하산길 2.67K, 황정산 정상 1.08K> 안부를 지난다. 이번에는 5~6 미터는 족히 될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암벽에는 로프가 걸려 있다. 왼쪽으로 우회로가 보이지만 대부분의 대원들은 로프에 매달려 직벽을 타고 오른다. 팔 힘이 약한 여자대원들 몇 명은 체념을 하고, 우회로로 들어선다.

<정상 1.08Km를 알리는 이정표>

<로프에 매달려 5-6미터 직벽을 오른다>

 

직벽을 올라서니 거대한 암반이다. 아마도 촛대바위인 모양이다. 촛대바위에서 보는, 거대한 고사목 같은 노송 사이로, 마침 한 덩어리 구름을 이고 있는, 황정산의 모습이 신비롭다. 영인봉의 바위절벽이 오른쪽으로 날카롭게 떨어진다. 능선을 따라 걷는다. 북으로 시야가 트이며 멀리 금수산이 보이고, 동북쪽으로는 소백산에서 흘러내리는 대간 능선이 웅장하다.

<촛대바위에서 본 조망>

<촛대바위에서 본 영인봉 암벽>

<촛대바위에서 본 북쪽 조망-금수산이 보인다>

 

능선길은 안부를 거쳐,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시 47분 810m봉에 오른다. 정상에는 커다란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2001년(?) 12월 28일 산림청 헬기의 도움으로 이 정상석을 옮겼다는 내용이 이면에 음각 되어 있다. 누군가가 년도의 마지막 글자를 끍어 훼손시켜 놓았다. 정상 석에는 810m봉에서 황정산 정상까지의 거리를 1.7Km라고 명기하고 있다.

<810m봉 정상석>

810m봉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급경사 내리막을 달린다. 이제까지의 바위능선 길과는 달리 울창한 숲길이다. 한참을 내달아 안부 가까이에 이르니, 오른 쪽에 거대한 바위가 모습을 보인다. 괴물바위라고 짐작을 한다. 이윽고 안부를 거쳐 이정표 앞에 선다. <황정산 정상 1.73K, 황정리 하산길 1.79K> 이정표를 지나 등산로는 왼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괴물바위>

<안부 이정표>

평범한 능선 길이 계속된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급히 꺾여, 동쪽으로 이어진다. 간간이 암반이 나타난다. 손가락 바위, 누에 바위라고 하는 바위들인 모양이다. 암반에서 보는 황정산, 영인봉, 810m봉으로 이어지는 산세가 웅장하다. 3시 2분 경, 황정산 등산 안내도가 세워진 포장도로에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누에바위-대원사진>

<하산하면서 본 황정산>

도로에서 대빵 님이 반갑게 하산하는 대원들을 맞이한다. 도로 건너, 시원한 개울가에서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알탕을 하고 있다. 함께 어울려 알탕을 한다. 이제 가을이 깊어지면, 이런 시원한 알탕도 어려워지리라는 생각에, 선뜻 개울가를 떠나기가 싫어진다.

 

도로를 따라 내려, 버스에 도착한다.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개울가에서 벌리는 하산 파티에 참여한다. 대빵 님이 술과 안주, 그리고 컵 라면을 준비하여, 대원들은 술잔을 나누며, 피로를 풀고, 컵 라면으로 시장기를 달랜다. 4시 15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로에 버스는 단양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다. 정진수 대장의 제의에 따라 오늘 산행에 참여한 대원들이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리하여 1차, 2차, 3차 대원들이 고루 섞인 오늘 모임의 역사적인 기록이 남겨진다.

 

 

(2005. 9. 11.)

1 [구경꾼드니로 / 2005-09-12,13:32:24]

모처럼 3차대의 大會合이 궁금하여 들어왔습니다.

역시나 우림선배님의 후기는 구경꾼에게도 다녀온 듯 영상이 떠오르네요. 우정선배님, 화봉선배님, 고래선배님, 김부회장님, 야생화님, 잭, 다이야, 영환님,조총, 정총,...사진으로나마 반갑게 뵈었습니다.

저도 못나갔지만,...목련님, 오솔길님 도 안보이시니 섭하네요...

사진으로나마 뵈었으면 했는데... 암튼 우림선배님 덕에 눈으로라도 동참해서 좋으네요... [삭제]

2 [우정 / 2005-09-12,14:30:43]

그때 그때 산행구간마다,이잡듯 지형을 분석하고, 그려내는

우림님의 후기를 읽다보면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솟고, 숨은 턱에 차오르고, 미쳐 보지도 못하고 지나쳐온 조망들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지고는 합니다.

그러다보니 ,땀 한방울 흘리지 않은 드니로,목련,오솔길,차련,은영 솔밭, 하늘소,같은 결간꾼들이 후기산행?을 즐기게 되나봅니다.

앞으로 이런 결간꾼들의 量産은 마땅이 우림님이 책임질 일이고,,,ㅋ


1,2,3차대가 같이한 이날의 산행은 즐겁고, 의미있는 행사였습니다.

논현동 뒤풀이 줄거움도 여전했고요,

드니로를 비롯한 여러 결간군들의 빈자리가 아쉽긴했지만,,, [삭제]

3 [잭울프 / 2005-09-12,20:50:32]

상세한 후기 잘보았습니다.

지난번 숨은벽-호랑이굴 다녀오신 소식 들었습니다만

젊은이들도 피해가는 암릉길을 거침없이 내치시니 좀 걱정되긴하네요.

조심조심 살피시고 안전한 산행 즐기시기바랍니다.

모처럼 벗님들과 함께 아기자기한 산행했습니다. 산천어가 사는 일급수알탕 너무 좋았구요.

오실것 같던 님들이 안오셔서 서운했네요. 다음엔 꼭 ~!!! [삭제]

4 [늘소 / 2005-09-13,11:39:04]

땀한방울 흘리지않고 황정산을 다녀왔습니다.

사다리로 오르고 로프타고 오르고 미끄러져 내려오며

황정의 절경을 만끽하였습니다. 감사!! ^_^

게다가 알탕까지 했는걸요.

단체사진엔 못 끼었지만요.... [삭제]

5 [목련 / 2005-09-13,11:43:51]

낙산 밤바다에서 불꽃놀이를 하던 목련

김동근대장님 화봉님 우정님 후미 정총 지헌 영환님

전화를 받고 그리운 얼굴들로 가슴이 환해졌습니다


사진을 보니 정말로 아름다운 산인가 보군요

앞으론 미리미리 고지해 주세요

스케줄 다 나온 다음에 공지하면 나는 어떻하라고...

그런데 드니로는 어디가 아픈것인가 아니면 무슨일이?

차련은 봉사활동하느라 바쁘지만

오솔길 어데를 헤매고 있나??? [삭제]

6 [우림 / 2005-09-14,09:40:46]

소간방이 점차 옛 모습을 찾는 것 같군요.

돌아온 드니로 님이 싱끗 웃으며 팔짱을 끼고 있네요,

간만에 황정산에서 모습을 보인 잭 울프 님은

험한 암릉에서 대원들을 일일이 끌어 올려주더니,

도봉산 틈새에, 갈대 산행 등 "틈세 메이커" 자리로 복귀하고,

목련 님, 늘소 님은 여전히 소간방에 건재한 모습을 보이니,

이 모든 것이 우정 님의 협박 덕인가 봅니다.


하지만 아직도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의 사나이들이 있고,

"잊혀진 여인"이 될까 걱정되는 여성대원들이 있네요.


여하튼, 모든 분들! 추석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19일, 다락능선에 다시 모여, 건강한 땀을 흘려봅시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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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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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도 지나고, 칠석도 지났다. 월복(越伏)을 하여 열흘 동안 지각을 한 말복(末伏)이 내일이다. 아침저녁의 바람결은 확실히 계절이 변하고 있다고 속삭이지만, 노염(老炎)은 여전히 극성을 부린다. 게다가 오락가락하는 비로 습도 마저 높아, 더욱 더 견디기가 힘이 든다.

 

2005년 8월 13일(토).
오늘은 정맥산행이 없는 날이다. 산악회에서는 토요 당일산행으로 충북 괴산의 칠보산(七寶山)을 선택한다. 칠보능선은 아기자기한 암릉과 노송이 어우러져서 그 풍광이 아주 멋지다고 한다. 사방이 트인 암릉 길은 바람이 시원하다. 칠보산에서 마당바위를 거쳐 살구나무골로 빠지는 산행 코스는 차가운 계류(溪流)에 발을 담가, 더위를 식힐 수도 있다. 무더운 여름 산행지로 이 만한 곳이 흔치 않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칠보산은 악휘봉에서 흘러내리는 능선에 자리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상 능선에 서면 동으로 악휘봉이 보이고, 동남 방향에 구왕봉, 희양산이, 남으로는 장성봉, 대야산 등 지난 해 우리가 걸었던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코스라, 버스에 자리가 모자랄까 걱정이 되어, 서둘러 예약을 한다.

 

7시 10분 경 서초 구민회관 앞에 도착한다. 이양수 회장, 우정 대원, 은영 당수와 6차 대원들이 나와 있다. 다이아 대원, 늘소 대원도 뒤따라 등장한다. 인사를 나누고 칠보산에 갈 예정이라 했더니, 이양수 회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한다.

 

"칠보산은 사람이 적어 취소했다고 들었는데....어디 확인해 봅시다."

 

이 회장이 산악회에 전화를 한다. 다이아 대원도 칠보산에 가려고 나왔다고 한다. 전화로 확인한 이 회장은 취소된 것이 확실하다고 확인해 준다.

 

땜방 하려고 백두대간 산행에 참여하는 우정 대원이, 오히려 잘 됐다고, 함께 대간을 하자고 권한다. 맥도 빠지지만, 이 무더위 속의 대간 산행은 무리라는 느낌이 들고, 게다가 20%-30%의 힘을 바쳐주는 스틱 마저 빼놓고 왔으니, 더 더욱 난감하다. 칠보산은 암릉이 많고, 계곡으로의 내리막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5시간에 10Km의 산행길이라 일부러 스틱을 빼놨던 것이다.

 

이윽고 대간 버스가 도착하고 대원들이 모두 승차한다. 다이아 대원도 할 수 없이 대간 버스에 오른다. 혼자 떨어져 버스를 전송한다. 우정 대원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대간 산행에 참여하지 못하자, 미안한 마음과 함께 아쉬움이 남는다.

 

지하철역으로 터덜터덜 걸어오며 생각을 한다.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려니, 새벽밥을 차려주고, 도시락을 싸준 집사람에게 면목이 서질 않는다. 가까운 청계산은 좀 싱겁고, 에라,이 참에 북한산의 숨은 벽이나 구경하자고 방향을 정한다.

 

3호선 전철을 타고, 구파발 역에서 내린다. 북한산성 쪽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들의 줄이 종전과는 달리, 노루꼬리 만큼 짧다. 너무 일러서인가? 광복절 연휴가 시작되기 때문인가? 효자동 서낭당 앞에서 내린다. 노인 한 분과 젊은 부부, 그리고 나, 모두 4 사람뿐이다. 한적해서 좋다. 8시 45분 경, 밤골 매표소에서 지도를 사서, 드려다 보지만, 숨은 벽으로 연결되는 능선은 찾지를 못한다.

<효자동 성황당 앞에서 내린 등산객들 - 앞 선 사람이 '노인'이다.>


매표소를 지나 등산로에 들어서자, 버스에서 함께 내린 노인이 배낭을 벗어 놓고, 등산화를 매 만지며, 산행준비를 하고 있다. 가까이 가서 아는 체를 한다.

 

"안녕하세요? 오늘 산행, 어디로 하시나요?"


"백운대에 올라, 능선을 종주하고 , 불광동으로 하산할 겁니다."


"이 곳에서 백운대는 어떻게 올라갑니까?"


"호랑이 굴을 지나서 오르지요."

 

할 수 없이 터 놓고, 도움을 청한다.

 

"저는 숨은 벽을 구경하러 왔는데, 초행이라 길을 모르는데, 어떻게 가면 되나요?"


"그럼, 동행합시다. 나도 숨은 벽 대슬랩 아래에서, 계곡으로 내려서면 되니까.... 이 길을 따라 먼저 올라가세요. 내 뒤 따라 갈 터이니."

 

널찍한 황톳길 등산로다. 길 오른쪽에 구조대 말뚝 "북한산 46-01"이 박혀 있다. 15분쯤 오르자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며, 개울을 건넌다. 개울을 건너기 전에 오른쪽 산 사면에도 소로가 보여, 혹시나 해서 이 곳에서 노인을 기다린다. 이윽고 노인이 모습을 보인다. 선글라스를 쓰고, 바지도 반바지로 바꿔 입었다. 그런데 발은 맨발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계곡을 따라 오른다. 비 온 뒤라 계곡의 물이 풍성하다. 훌훌 벗어 부치고, 시원하게 알탕을 하고 싶다. 9시 22분, 백운대 1.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제까지 1.4Km를 걸어 온 셈이다.

<아름다운 효자리 계곡>

<이정표>


노인은 올해 69세라 한다. 20여년 간을 북한산, 도봉산에를 다녀, 안 가본 곳이 없다고 한다. 지도를 들여다보는 나를 보고는, 지도는 백날 봐야 소용없고, 발로 걸어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오른쪽으로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고,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9시 23분 노인은 계곡 길을 버리고, 왼쪽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줄곧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군데군데 비에 젖은 암릉 구간을 지나기도 한다. 노인이 정면을 가르치며 바위 이름을 알려준다. 왼쪽의 암봉이 개구리 바위, 정면의 높은 봉우리가 마당바위라고 한다. 오른쪽으로는 백운대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이 웅장하다.

<맨발의 노인>

<개구리 바위>

 

 

 

비에 젖은 바위 사면을 조심스럽게 오른쪽으로 트래버스하여 통과하고, 물이 줄줄 흐르는 바위사면을 나무를 잡고 기어올라 힘들게 해골바위에 오른다. 비로소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몸을 숨겼던 숨은 벽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백운대와 인수봉 정상은 안개에 가려 조망이 더욱 신비롭다.

<드디어 위용을 나타낸 숨은벽>

 

 

 

해골바위 쪽에서 마당바위로 오르려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걸려있는 짧은 슬랩 구간을 지나야한다. 바위 끝자락에 줄이 늘어져 있어, 이를 잡고 기어올라, 슬랩에 서도록 돼 있다. 노인은 줄을 잡고, 몇 번 몸을 솟구치더니, 맨발로 경사진 바위를 잘도 오른다. 맨발이 릿지화 보다 접지력이 좋은 모양이다. 짧은 슬랩은 경사는 심하지 않으나 달랑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노인은 자신이 없으면 후퇴하여, 우회로로 오라고 일러 준다. 사진 몇 장을 서둘러 찍고, 힘들게 올랐던 바위사면을 다시 나무를 잡으며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마당바위로 오르는 슬랩, 바위 아래 줄이 보인다.>

우회로를 거쳐 10시 17분 경, 마당바위에 오른다. 사방이 확 트인 너른 바위다. 숨은 벽이 정면에 누어 있다 숨막히게 웅장하고 신비로운 모습이다. 갈 길이 바쁜 노인과는 이 곳에서 작별하기로 한다. 고맙고, 아쉬운 마음이라, 서둘러 아이스박스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나눠 마시고 헤어진다.

<노인과 마당바위 - 노인은 어느틈에 등산화를 신었고,>

나는 급할 것이 하나도 없다. 이제 눈앞에 보이는 능선을 따라, 갈 수 있는 곳까지 숨은 벽에 접근했다가, 오른 쪽 골짜기로 빠져, V자 계곡을 지나, 왼쪽으로 숨은 벽 능선 정상에 오른다. 그 곳에서 이번에는 숨은 벽을 내려다보면서 점심식사를 하고, 한차례 쉰 후에, 바로 백운대 매표소로 하산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노인과 헤어진 후 마당바위에서 천천히 주위를 살핀다. 남쪽 정면으로 인수봉, 숨은벽, 백운대가 안개에 가렸다 모습을 나타내기를 반복한다. 신비로운 광경이다. 왼쪽으로는 개구리 바위가 솟아 있고, 북동쪽으로 상장능선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 도봉산도 희미하게 보인다. 몸을 돌려 북쪽을 향한다. 해골바위가 눈 아래 있고, 멀리 북한산길이 굽이굽이 이어진다. 서쪽은 백운대 능선이 벽을 쌓고 있다.

<마당바위에서 본 숨은 벽 1>

<숨은벽 2>

<가까이 본 개구리바위>

<한눈에 들어오는 상장능선>

<해골바위>

사방이 트인 마당바위는 바람이 시원하다. 땀이 식으면서 한기까지 느껴진다. 숨은 벽을 마주하고 앉는다. 안개에 가렸다 나타났다 하는 숨은 벽의 모양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윽고 바위에 벌렁 누워 하늘을 보고, 산봉우리들을 본다. 하늘에는 시커먼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금방이라도 한 소나기 할 것 같다. 안개가 산봉우리를 빠르게 스쳐간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30분 이상이 훌쩍 지난 것 같다.

 

해골바위 쪽에서 슬랩을 타고 오른 젊은이 두 사람이 마당바위에 모습을 나타낸다. 그 중 한사람이 호랑이굴로 가는 길을 묻는다. 인천서 온 젊은이들인데, 호랑이굴을 지나 백운대에 오를 생각이라고 한다. 전에 한 번 왔던 길이지만, 확실치 않아 묻는다고 한다. 슬그머니 욕심이 나서 묻는다.

 

"호랑이굴을 지나 백운대로 오르는 길은 위험하지 않나요?"


"다닐 만 해요, 크게 위험한 곳은 없어요."

 

내가 동행해도 좋겠냐고 물으니 관계없다고 한다. 서둘러 배낭을 메고 이들을 따라 나선다. 정면으로 보이는 푸른 봉우리를 넘어서니. 좁은 암릉이 이어진다. 숨은 벽에 들어선 것이다. 숨은 벽의 웅자가 점점 크게 다가온다. 눈앞에 펼쳐진 대슬랩은 자일의 도움이 없이는 오르기가 어려워 보이고, 그 너머로 이어지는 벽 사면은 더욱 가팔라 전문가가 아니면 오르기가 불가능해 보인다.

<숨은벽 3>

<숨은벽 4>

 

 

 

이윽고 대슬랩 하단에 도착한다. 아쉽지만 이곳에서 숨은 벽에게 작별을 고하고, 오른쪽 효자리 계곡으로 떨어지는 가파른 돌길을 조심조심 내려선다. 약 5분 후 밤골 휴게소에서 올라오는 길에 내려선다. 이정표가 서 있다. <밤골 매표소 2.6Km, 백운대 0.6Km>, 옆에는 구조대 말뚝도 박혀 있다. <백운대 46-05>

<이정표>

V자 계곡 정점을 향해, 가파른 너덜 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이윽고 호랑이굴로 이어지는 바위사면에 선다. 바위에는 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이처럼 바위를 탈 줄 알았으면, 릿지화를 신거나. 접지력이 좋은 캠프라인 등산화를 신고 올 걸, 후회 막급이다. 지금 신고 잇는 등산화는 트랙스타로 접지력은 약한 편이다. 양 손끝으로 홀드를 단단히 누르며, 네발로 호랑이 굴 입구까지 기어간다.

<호랑이굴 입구로 오르는 등산객들>

<호랑이굴 입구 - 입구는 정면의큰구멍 바로 왼쪽으로 나 있다.>

<호랑이굴 입구에서 본 숨은벽 정상과 인수봉>

호랑이 굴은 좁아, 배낭을 벗어 한 손에 들고, 굴 초입에서는 모로 기어서 전진한다. 바닥에 빈 음료수 용기들이 마구 버려져, 좁은 공간에서 냄새가 고약하다. 1/3쯤 진행하자 굴은 두 바위 틈새로 이어진다. 바위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 굴 바닥에는 물이 흥건히 고여 있다. 이곳에서부터는 자세를 바꾸어, 한쪽 암벽을 등지고, 양팔과 두 다리로 다른 쪽 암벽을 밀면서, 옆으로 전진한다. 왼쪽 팔에 걸은 배낭 무게로 팔이 아프다. 암벽에서 흐르는 물은 등줄기를 시원하게 해주고, 양손의 장갑이 금방 푹 젖어버린다. 먼저 굴을 통과했던 젊은이가 되돌아오면서 배낭을 받아준다.

 

"어쿠, 배낭이 무겁네요."

 

호랑이 굴을 벗어나 거대한 암릉의 층계참에 선다. 호랑이 굴을 거치지 않고, V자 계곡 정점에서 바로 암릉으로 오를 수도 있으나 슬랩이 가팔라 자일의 도움이 없으면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답답한 호랑이 굴을 통과하고, 그 구간을 피한다. 이후 백운대에서 흘러내린 거대한 슬랩은 3단계를 거쳐 이어진다.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를 신고, 침착하게 오르면, 자일의 도움이 없이도 오를 수 있을 정도의 슬랩이다.

<안개와 바람 속에서 슬랩을 오르는 등산객들>

안개가 짙어지고, 바람이 거세다. 허겁지겁 슬랩 구간를 통과하니, 이번에는 거대한 암벽이 앞을 막는다. 암벽에는 굵은 밧줄이 매어져 있다. 한차례 숨을 고르고 밧줄에 매달려 암벽을 오른다. 팔 바꾸기를 20여 회나 하고 나서야, 암벽 위에 섰으니, 6-7m는 족히 넘는 직벽이라 하겠다. 양팔이 뻐근하다. 암벽을 지나 조금 올라, 왼쪽으로 널찍한 전망 바위에서 점심을 하기로 한다. 벌써 1시가 가까운 시각이다.

<수직 암벽에 걸린 밧줄>

안개가 짙게 끼어 바로 앞의 만경대, 그리고 측면의 인수봉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점심식사는 즐겁다. 맥주로 목을 축이고, 준비해온 점심을 나누어 먹는다. 이야기를 해 갈 수록 호감이 가는 젊은이들이다. 덕분에 말로만 듣던 호랑이 굴도 기어보고, 슬랩 구간을 지나, 암벽을 타고 백운대에 오르게 된 거다.

<두 젊은이>

과일까지 챙겨 먹고 나니, 40여 분이 후딱 지난다. 다시 배낭을 지고, 백운대 정상을 향한다. 6분쯤 걸어 오르니, 태극기 휘날리는 백운대 정상이다. 안개가 짙어, 사방의 시계가 제로인데도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상은 만원이다. 젊은이들이 많아 보기가 좋다. 정상아래 너른 바위에서는 점심식사들이 한창이다.

<안개 낀 백운대 정상>

서둘러 하산한다. 위문에서 고마운 젊은이들과 헤어져, 백운대 매표소롤 향한다. 미끄러운 돌길을 조심스럽게 천천히 내려선다. 오랜만에 백운산장에 앉아,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보며 쉬기도 한다. 매표소가 가까워지자, 골짜기로 내려가 시원하게 흐르는 냇물에 땀을 닦고, 흐르는 물에 발을 담가, 더위를 식힌다. 4시 경 매표소에 내려서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백운산장>

<하산하며 본 상장능선>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


 

혼자 출발한 산행이지만 북한산의 도사 노인을 만나 숨은 벽을 원 없이 구경하고, 호감이 가는 인천 젊은이들을 따라 호랑이 굴도 기어 보았다. 예상치 못했던 이러한 만남 때문에 혼자 하는 산행이 더욱 더 즐거워지는 지도 모르겠다.

 

(2005, 8. 14.)

추기 :
인천의 두 젊은 분 !
토요일 동반 산행 즐거웠습니다. 아래에 스냅 사진 몇 장을 더 올려 놓습니다. 필요한 사진, 퍼 가시기 바랍니다. 사진 퍼가실 때는 최초 화면의 "사진 갤러리" 난의 "전체보기"를 크릭하면 모든 사진이 뜰겁니다. 이 중 필요한 사진을 크릭하면, 큰 사진늘 볼 수 있지요. 이 큰 사진을 퍼 가시기바랍니다.
바이....

 

 


 


[다이야 / 2005-08-15,13:45:58]

우림님 북한산 잘 보고 감다. 칠보산 가려다 대간나섰다가 혼났슴다.

새벽에 어머님과 남편이 악몽이라며 산행 만류하길래 칠보산은

위험한곳 없다며 걱정말라했는데 암벽오르는데 너무 조심한다는게

발걸음이 무거워 왼손의 로프를 순간 놓쳐 경치는줄 알았슴다.

작년에 동생과 스릴있다고 가볍게 했던 구간인데 조심한다는 맘과

예약취소연락을 못받은 찜찜한 맘이

몸을 무겁게 하데요.

우림님 북한산으로 잘 가셨어요. [삭제]

 

2 [우림 / 2005-08-16,10:36:10]

다이야 님 ! 큰일 날 뻔했네요.

암벽을 오르다, 로프를 놓쳤다니, 대강 어느 곳인지 짐작이 가네요.

로프를 잡았던, 한 손을 놓치고, 발 디딤이 완전하지 못했다면,

한 손에만 매달려, 몸이 빙글 돌았겠군요. 무척 놀랐겠네요.


어머님과 부군의 꿈자리 경고가

그 정도 놀람으로 액땜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시다.

이번 주말 정맥 길에서 만나야지요. [삭제]

 

3 [和峰 / 2005-08-16,11:25:10]

우림님! 혼자서라도 산을 가야하니 대간병은 난치병인가 합니다.

호랑이 굴은 그렇지만 그다음 바위는 밧줄이 없었는데 다행입니다.

백운대 오르는 가장 한적한 길에서 북한산을 만끽하셨군요.

좋은 곳이 있으면 혼자 가지마시고 살짝 연락 하세요.수고 했습니다. [삭제]

 

4 [정기원 / 2005-08-16,14:28:39]

안녕하세요


칠보산 토요산행이 취소가 되어 낭패를 보신 대원님들께 사과 드립니다.


지난주에는 본인이 금년 여름에 세번째(8월11-15일/4박5일)로 백두산서파종주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토요산행 행사에 차질이 있었습니다.


임시로 산악회 업무를 대행해주고 있는 권총무가 익숙하지 못하여 전화로 신청하는 회원들만 집계하여 행사진행 여부를 판단 하다보니 착오가 있었습니다


현재 본회의 인더넷 산행신청은 관리자인 본인만 확인하여야 하는 씨스템이기 때문에 본인이 확인하지 못할경우에는 다른사람은 확인할수가 없습니다


토요산행 칠보산행사는 예약인원이 적어서 사전에 칠보산행사를 취소하기로 결정한후 전화통보를 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토요산행을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신 회원님들께서는 당연히 행사를 하시는줄 아시고 행사가 취소 되리라고는 예상을 하지 못했을줄 생각 합니다


아무튼 당일에 칠보산산행을 하시기 위해 이른 아침에 나오신 회원님들께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우림 선생님 죄송합니다 [삭제]

 

5 [우림 / 2005-08-17,09:30:57]

和峰 님!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요즈음 제가 그짝이네요

벌써 2주 째 못 뵌 것 같군요.

이번 주에는 만납시다.


대빵 님!

백두산에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칠보산 산행 취소 이면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대빵 님이 자리를 비워 생긴 해프닝이네요.

회원들도 이해할 겁니다. [삭제]

 

6 [우정 / 2005-08-18,09:01:54]

6차대와 속리산구간을 다녀온후, 서해안 갯벌체험~,금북정맥 잡초와의 전쟁을 구사일생으로 마치고, 이제야 소간방에 들려봅니다.


그날 양재동에서 이어진 숨은벽, 호랑이굴,~

역시 대단하신 열정이십니다.


휴가시즌 이다보니, 틈새꾼들도 일정을 조절하기도 여의치않고

그래서 소간방도 다소 한적한 느낌이던 차에, 북한산 우림님의

에필로그가 넘 반갑네요.


이번주는 금남정맥에서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나겠네요. [삭제]

 

7 [우림 / 2005-08-18,10:08:32]

댓글이 안 올라와,

속리산 같이 안 같다고, "이 양반 삐졌나?" 했더니,

갯벌에, 금북정맥에, 그동안 바빴군요.

이 더위에 힘도 좋으셔라 !


속리산 함께 못 가 미안합니다.

쌍 스틱만 준비했어도 함께 갔을 터인데...


토요일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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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

복분자 사냥기

기타산행기 2012. 11. 30. 13:27


 

<복분자>

 

지난해 8월 초, 한강기맥 팀은 산행 중 우연히 야생 복분자가 지천인 고개를 발견한다. 그 때에는 복분자를 채취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실컷 따먹기만 했지만, 東城 대원의 마가목 주를 맛 본 이후에, 대원들 간에 과실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강기맥 팀의 우정 회장은, 틈새를 이용, 피서 겸 복분자 채취 산행을 구상한다.

 

놋지맨 대장이 계획을 구체화하여, 2005년 7월 29일(금). 청량리 발 10시 무궁화호를 타기로 한다. 집에서 청량리로 가는 교통편을 검색한다. 강남구청 역에서 301번 버스를 타고, 금호 역에서 147번 버스로 갈아탄 후, 청량리역에서 내리라고 알려준다. 예상 소요시간이 50분 정도라는 정보도 서비스한다. 편한 세상이다. 9시 30분에 모이라 했으니, 다소 여유를 갖고, 8시 30분 경에 집을 나선다.

 

샐리의 법칙 ! 버스 정류장에 서니, 바로 301번 버스가 오고, 금호 역에서 내리니, 147번 버스가 도착한다. 오늘 운세가 좋은 모양이다. 9시 10분 청량리역에 도착한다. 너무 이르다. 천천히 광장을 지나, 대합실로 향하다, 문득 생각이 달라져 방향을 바꾼다. "성 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 후의 588이 궁금하다.

 

오른 쪽으로 굽어 588로 향한다. "청소년 출입금지" 팻말이 여전하다. 그럼 아직도 건재하다 는 말이 아닌가 ? 아침이라 쇼 윈도우에 공주들은 보이지 않고, 일찌감치 빨아 널은, 그녀들의 내의들만 현란하게 걸려있다. 내실로 통하는 문에는 짙은 색의 커튼이 드리워져 있다. 이왕 들어선 곳, 뒷골목도 돌아본다. 건장한 사람이 마주 스쳐가기도 어려운 좁은 골목길은 벌써 깨끗하게 물 청소가 돼 있다. 4학년쯤 되 보이는 몸집이 실한 아줌마가 "아저씨 ! 쉬었다 가세요."라고 부른다.

 

대합실에 이르니, 대원들이 모여있다. 신 회장님을 비롯하여, 목련, 차련, 화봉, 우정, 은영, 야생화, 조총 대원이 보인다. 복분자 채취산행에는 꼭 참여하겠다던 동성 대원이 술 강의 스케줄과 겹쳐, 결간하는 것이 유감이다. 이윽고 놋지맨 대장이 도착하고, 우리 일행은 기차에 오른다. 적당히 냉방이 된 차안이 시원하다. 금요일인데도 의외로 좌석은 만석이다. 제복을 입은 승무원들이 공손히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예약된 자리는 12석, 10시가 다 되어 고래 대장이 부인과 함께 여유 있게 다가온다.

 

덜컹, 기차가 출발한다. 이제 우리는 기차를 타고 원족(遠足)을 간다. 모두가 동심이다. 삶은 계란에 사이다를 마시자고 야생화 대원이 제안한다, 배고플 시간은 아니지만 옛날 기분 한번 내 보자는 이야기이다. 사이다 대신 맥주를 사고, 계란을 주문한다. 삶은 계란은 이제 열차 안에서는 팔지 않는 모양이다. 맥반석에 구운 계란뿐이다. 흰자, 노른자 구분 없이 누렇게 구워진 계란은 먹기는 편하지만, 삶은 계란의 정겨움에는 미치지 못한다.

 

남양주를 빠져 나오니, 차창 밖은 짙푸른 여름이다. "날 한번 기차게 잡았네." 라고 옆에 앉은 신 회장이 감탄한다. 어제 비가 내려 더위도 어느 정도 가실 터이고, 복분자들이 알탕을 마치고 기다릴 터이니 이 보다 좋은 날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회장이 이러니 3차대에 항상 재치가 찰랑거리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

 

차창 밖으로는, 팔당 땜 수문을 열어 놓아, 기찻길을 따라 흐르는 남한강 물줄기가 풍성하다.

클레오파트라가 시저에게 말한다. "나는 나일강 같은 여자예요."

<수문을 열어 놓은 팔당 땜>

양평 역을 나선다. 여전히 커다란 느티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그 그늘 아래에서 함지박에 여름 과일이나, 삶은 고구마를 담아 팔던, 때묻은 머리수건을 둘러 쓴, 아낙네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시끄러운 호객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제는 과거 속으로 사라진 정경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한여름 시골 역전의 분위기가 정겹게 다가온다.

<양평역-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은 여전하다>

 

양평 토박이 산꾼을 소개받는다. 마당발 우정 대원이 한강기맥을 하면서 만난 사람이다. 소간방에서 목련 님을 알고, 오늘 실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무척이나 두근거렸다고 한다.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고, 세련된 모습이라고 황홀해 하는 모습이 소년 같다.

 

"다시 손바닥을 드려다 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少年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 아름다운 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 尹東柱 "少年"

전세 낸, 15인 승 봉고에 오른다. 비용을 절약하느라 운전대는 놋지맨 대장이 직접 잡는다. 봉고는 홍천 휴게소를 지나면서 경기도를 버리고 강원도로 들어선다. 보안(保安)을 위해 이후는 행로를 밝히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다. 다만 소삼마치라는 지명을 보고, 일본 식(마찌-町) 이름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음으로, 小三馬峙, 한자표기를 부기 한다.

 

이윽고 봉고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개울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개인 사유지인 모양이다. 슬리퍼에 반바지 차림의 고래 대장이 맨 몸으로 선두에 선다. 배낭은 부인 메고 있다. 이조시대의 부부 동반, 외출 모습이다. 아직도 저런 그림이 남아 있다니...신기하기도 해라. (실례 !)

<잘 손질된 수로를 따라 흐르는 개울>

 

하얀 철문이 길을 막는다. 철문 옆 개구멍을 통해, 남의 집 마당으로 들어선다. 무단 가택 침입이다. 안에서 발포(發砲)를 해도 할 말이 없겠다. 안뜰로 이어진 길가에 벌써 복분자가 익고 있다. 대원들이 흥분한다.

 

빈집 안 마당을 건너, 뒷산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는다. 산세가 범상치 않다. 누군가 별장 자리로 꽤 넓은 땅을 확보하고, 개발 도중에 중단한 모양이다. 공터에 하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이게 무슨 꽃이죠?"


"메밀 꽃 아닌가요?"


"모르면 잠자코 계쇼, 그러면 중간은 가지, 메밀꽃은 이보다 꽃이 작아요."


"그럼, 이 꽃 이름이 뭐요?  알기나 하고?"


"......"

 

잘못하면 한 바탕 싸움이라도 날 듯한 분위기다. 할 수 없이 앞서가는 목련 님께 큰 소리로 묻는다. "개망초 예요." 순간 정적이 감돈다. 그 흔한 이름의 꽃도 모르다니, 모두가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모양이다.

<개망초>

시원하게 흐르는 냇물을 따라 잡목을 헤치며, 사면을 오른다. 물소리가 시원하여 더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슬리퍼에, 짧은 바지 차림으로 길을 만들어 나가는 고래 대장은 죽을 맛 일거다. 놋지맨과 양평 산꾼은 제2의 복분자 사냥터를 예비하기 위해 다른 골짜기를 뒤지고 있으니, 마땅히 교대할 멤버도 없다. 하산 후에 보니 고래 대장의 정강이는 문자 그대로 상처뿐인 영광이다.

 

이윽고 퇴색한 산정산악회 리본이 걸려 있는 장소에 이른다. 오늘 본 유일한 산행 리본이다. 고래 대장이 여기에 베이스 캠프를 두자고 한다. 배낭을 벗어 놓고, 복분자 사냥준비를 한다. 사냥 도구가 가지각색이다. 면 장갑에 플라스틱 통이 정답인 것 같다. 비닐 봉지만 준비한 내 모양이 처량하고, 아이스박스 같은 채취 통을 둘러 멘 우정대원의 폼세가 돋보인다.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간단히 점심을 한다. 고래 사모님, 차련 님, 그리고 은영 당수는 점심도 거른 채 복분자 사냥을 시작한다. 점심을 먹는 대원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유일하게 느긋한 사람은 고래 대장뿐이다.

 

복분자는 7-8월이 제철이라 한다. 하얀 줄기에 가시가 삼엄하다. 아직은 철이 이른지 붉은 딸기는 가득하지만, 까맣게 익은 것은 제 무게에 겨워, 잎 사이로 늘어져 있어, 눈에 잘 뜨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이처럼 야생 복분자가 건재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소삼마치를 오르며 검게 농익은 복분자를 따서 비닐 봉지에 담는다. 가시에 찔리고 긁히지만, 딸기 따는 재미에 더운 줄도, 시간가는 줄도 모른다.

<빨갛게 익어가는 복분자 - 검은 것은 잎에 가려 눈에 띠지 않는다>

 

이윽고 베이스 캠프로의 귀환 명령이 떨어진다. 캠프에 다시 모여, 사냥 결과를 비교한다. 아니, 이럴 수가? 같은 장소에서, 똑 같은 조건 하에서 사냥을 했건만 차이가 나도 너무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신 회장의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담긴 복분자의 양은 내 것의 3배가 넘어 보인다. 하지만 몸도 나보다 크겠다, 손도 내 손의 2배 정도는 될 터이니 어쩔 수 없지... 라고 승복하고 만다.

 

목련 대원은 비닐봉지에 담은 수확물이 불안한 모양이다. 다른 비닐로 한 겹을 더 싸는데, 그 양이 엄청나다. 얼뜬 보아, 신 회장 것보다도 많아 보인다. 아니면 막상막하인가? 나도 열심히 딴다고는 땄는데 이럴 수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나중 이야기이지만 집에 돌아와 내 수확물을 달아보니 300g 정도다. 비닐 봉지 속에서 벌써 발효가 시작되어, 봉지 아래는 딸기 물이 흥건하다. 집에 황설탕이 없어, 세븐 일레븐으로 달려가서 황설탕을 사 온다. PC로 들어가서 설탕 량을 검색하니, 복분자 량의 20%에서 50%까지 처방이 다양하다. 상하기 전에 적당히 100g의 황설탕을 뿌려둔다.

 

신 회장과 목련 대원은 채취물의 양을 소간방에 계시하시기 바랍니다. 우승자를 가려야지요. 3위는 우정 대원이 확실한 것 같은데, 이의 있는 분들은 이의제기 하시기 바랍니다.

 

양평 산꾼이 예약한 귀곡산장에 도착한다. 중미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에 너른 평상이 놓여있다. 계곡 물에 땀을 씻고, 평상에 오른다. 평상에는 테이블이 두개 놓여있다. 멍멍당 테이블과 꼬끼요당 테이블이다. 멍멍당이 집권당이다. 과반수가 넘는다. 나는 꼬끼요당이다. 여러 가지 약재를 써서 조리한 백숙 맛이 일품이다.

<귀곡산장 앞 계곡>

 

멍멍당과 꼬끼요당은 한눈에 구분이 된다. 멍멍 당원의 절반은 아예 웃통을 벗어 부쳤다. 화끈하다. 하지만 꼬끼요당의 옷차림은 여전히 단정하다. 특히 땀을 닦고, 청색 꽃무늬 차림으로 갈아입은 목련대원을 보는 양평 산꾼은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모양이다. 꼬끼요 당원들은 테이블에서 벗어나 가끔씩 물 속으로 들어가 땀을 식히지만, 멍멍 당원들은 초지일관, 테이블을 지키고 있다. 집권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보다.

 

귀로의 기차 여행은 환상이다. 어둠이 내리는 남한강이 그림 같고, 그 뒤로 산 그림자가 고요하다. 하나 둘, 불빛이 보이더니, 기차는 환한 불꽃 속으로 빨려 든다. 서울에 도착한 거다. 청량리역 광장에서 생맥주 딱 한 잔씩만 하고 헤어지자고 한다.

<귀로>

 

조금은 아쉬움을 남긴 채 헤어지는 것이 좋은 건데, 젊음은 끝장을 보고자 한다. 헤어져야 한다면 서도 이 나이에도 딱 한 잔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생맥주 집으로 따라 들어선다. 정총 대원이 퇴근 후, 낭군을 맞으러 나오고, 내일 새벽 백두산으로 출발을 해야하는 대빵 님도 합류한다. 생맥주 집의 여름밤이 깊어간다.

 

이제 서기 2005년의 여름은 다 갔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덥다고 생각되면, 귀곡산장 앞 계곡을 생각하면 되고, 산에 오르다 힘이 들면, 땡볕 아래에서, 복분자 사냥하는 대원들의 모습을 그리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계절은 가을로 변할 것이다.


(2005. 7. 31.)

[우림 / 2005-08-01,09:27:01]

우정 님 !

습관은 무섭네요.

후기는 우정 님 몫으로 하기로 했는데,

일요일 PC 앞에 앉아, 몇장 않되는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양 손은 습관적으로 복분자 사냥기를 더듬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왕 더듬거린 것, 올려 놨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우정 님이 보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삭제]

2 [조총 / 2005-08-01,12:58:33]

우~~와~~~ 정말 부지런들 하시군요...

그날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다가 토요일 아침 일어나 거울을 보니

세상에 얼굴에도 한 3방, 양팔뚝에는 거의 셀 수 없는 상처,,,

그리고 양쪽 허벅지와 정강이에도 드문드문 선명한 핏자국이...

야생복분자가 살짝 감추고 있는 가시의 무서움인가...

생초짜 채취꾼의 아둔함인가...


우림님의 300g에도 훨씬 못미치는 복분자를 겨우 따고는

상처는 남들보다 수십배에 이르니,,,

이러니 정말 손 가지고 하는 일에는 잰뱅이이라는 말을 듣나 봅니다.


양평계곡 물놀이는 완죤히 조총의 날이더군요.

혼자서 기포탕에, 폭포탕에....


토요일, 일요일 모두를 청계산에 가서 알탕을 실컷즐기고 오니

이제 정말 여름을 다 보낸 듯 합니다.


언제 또 있으려나...직접 채취한 것으로 술을 담가볼 기회가...

어제 3.6리터짜리 소주사다가 대충 설탕버무려 부어놓긴 했는데

암튼 앞으로 60일이 잔뜩 기대가 됩니다.


청량리에서 화봉, 우림님 논현동 모셔다 드리고...

신회장님 양재에 떨구기 뭐해 그냉 디리 밟아 평촌까지

door to door 서비스하고 캔맥주로 입가심하고 귀가했습니다.


물론 고생은 전부 정총의 몫이고요...생색만 제가 내고..ㅎㅎ


그날 지팡이도 고생은 전부 우정님이 하신 거고요...생색만 내가 낸 거거요..ㅎㅎ


이번주는 금남정맥 시작인가요? 기대됩니다.


비록 구간구간 땜빵해야할 곳이 남아있기는 하지는

이제 조총도 1대간 2정맥 시대에 들어서는 군요.ㅎㅎ


참고로 우정은 1대간 4정맥 1기맥 시대라 하시네여...


나도 한강기맥 한코스(계방산 구간)를 하기는 했는데... [삭제]

3 [우정 / 2005-08-01,13:18:59]

하이고~ 우림님~ 죄송,감사합니다.

복분자 사냥기를 일찍 올렸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으니 죄송하고요.

한치의 과장도, 오차도 없이,사냥일정을 올려주셨으니, 감사하고요.


갑짝스런 아내의 휴가 제의에, 아얏 !소리못하고,체포?당해서

처갓집 나들이를 다녀왔지요.


20여년 여러가지 지병을 앓으시던 시어머니 병수발을 숙명처럼

받들어 주던 아내가 ,이제 겨우 시어머니의 유품 정리를 마치고,

그동안 목젖에 걸려 넘어가지 않았던 눈물들을 ,겨우 겨우 삼키며.

슬픔을 추스리고 있을때,

"정맥이다, 복분자사냥이다" 여전히 들떠사는 철딱서니 없는 신랑을

향해, 눈 한번 흘겨대지 않던 아내~,


그아내와 장모님과 보낸 이틀동안은 이전에 그것과 전혀 다른

의미 였습니다.

제 아내에게 소리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나보다 먼저 소간방을 다녀간 둘없는 친구 태의가

우림님의 사냥기 소식을 전해 옵니다.


다시한번, 일정 기획, 운짱보시 까지 수고하고,거기다,전대원들을

아동<차표할인>으로 ,전락시켜 버린 무뢰함까지,두루 두루

수고해주신 놋지맨대장께 감사합니다.

양평의 양파~ 약초부장~윤천아우님~,들머리부터 귀곡산장까지

인솔해 주시고, 맑은 계곡물~,양평 특유의 별미~ 犬탕,鷄탕까지

맛보게 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 거친 들머리길을 스리퍼와 반바지로 중무장?하시고,

배낭까지 어부인 등에 얹어놓고 ,조선시대 산행을 몸소 실천해

보여 주신 산정의 살아있는 전설~고래님께도 감사를 보냅니다.


한동안 선장없는 항해로 실의에 빠져있던 대원들앞에

"뭐 이런게 다 있노?" 독특한 어록을 들고 나오신 신회장님~

우리 모두가 든든한 하루였고요, 청량리 588표 생맥주 보시도

감사 드립니다.


늘 인자한?소년들?처럼, 3차대의 정신적 지주로 우뚝서 계신

화봉선배님~ 우림선배님~

우리의 변함없는 버팀목 이십니다.


아직도 他세대 도전세력?들이 감히 넘보지 못하는 장기집권 세력~

소띠 갑장들~. 우리 언제까지 이래도 되는건지?


個산악회에서만 부려?먹기 아까운 유비쿼터스 총무~

그로벌급? 산악회에서 활약해야할 다재유능, 재치발랄한

3차대의 불법체류자~ 조총~~芝軒 !

이번기회에 산정3차대 영구 체류 영주권을 발급하노라.


우림님 ~ 지금도 복분자 술은 잘 숙성되가고 있겠죠? [삭제]

4 [우정 / 2005-08-01,13:32:16]

우림님 댓글 에 댓글을 다는순간, 어느새 조총이 새치기?해셨구먼~

"타고 났다, 타구 났어~"


어쨌든 그날 정총이 door to door 보시를 했다구?

"타구 났다 ,타구 났어" [삭제]

5 [생화 / 2005-08-01,22:14:02]

춘천행 열차라...

잠시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얼마만에 춘천행을 타 보았는지 기억도 안나네...

놀이 문화 없던 서슬 퍼런 유신시절...

일요일 춘천행 열차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지요.

술취해서 여기 저기서 통키타치고...

옆좌석 팀들에게 질세라 목 터져라 노래하고 ㅎㅎㅎ

원만한 직장은 요즘처럼 주 5일 근무는 커녕

일요일도 격주로 쉬었었지요...

슬픈 젊은 시절의 자화상 ..그시절 내 머리가 30cm였는데...

그시절 구호하나... 아카라카칭 아카라카 쵸.....ㅋㅋㅋ [삭제]

6 [목련 / 2005-08-01,22:39:34]

팔당댐 물줄기를 보며 나일강같은 여자,

클레오파트라를 생각하는 남자

맑은 강물을 보고 슬픈얼굴 순이를 생각하는 남자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우림님은 시인이십니다 ,너무 멋지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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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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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8일(토).

오늘은 서울 근교,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계 산행한다. 지난 달(5월 22일),「불수사도북」을 염두에 두고, 우선 워밍 업으로, 서울의 야경을 즐길 겸, 3차대 대원 몇 명이 야간에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계하여 산행한 적이 있다. 이 때 야경도 좋았지만, 불암산과 수락산의 아기자기한 암릉들, 두 산을 연결하는 능선길이 무척 좋다고 느껴져서, 언제고 밝은 날에 다시 한번 산행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당일 산행으로, 구간을 나누어, 작년에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가 지난 3월에 종료된 후, 지금은 격주로 정맥 길을 걷는다, 정맥 길을 걷지 않는, 월 2회의 주말은 대간 종주 시 빠뜨린 구간을 땜방하거나, 같이 산행했던 대원들이 다시 모일 기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틈새산행하기로 비워둔 것이다.

 

땜방 산행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산악회의 5차대, 6차대 산행 계획을 살펴보아도, 빠뜨린 구간을 금년 중에 모두 땜방 하기가 어렵겠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몇 구간 땜방 산행을 시도해 봤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무엇보다도 길 찾기가 쉽지를 않아 무척 고생을 한다. 산악회를 따라 당일 산행하는 것이 얼마나 편한 가를 실감한다.

 

같이 산행했던 대원들과의 틈새 산행도 말처럼 쉽지가 않다. 교통편을 생각하여, 서울에서 멀리 떨어질 수가 없으니, 대원들의 관심도 멀어지고, 어렵게 틈새 산행계획이 마련되어도 참여 인원이 많지를 않아 당초의 취지를 살리기가 쉽지 않다.

 

6월 18일은 정맥산행이 없는 주말이다. 그렇다고 땜방 산행 기회도 마땅치 않고, 틈새산행 연락도 없다. 그래서 주간의 불암산, 수락산 연결 산행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온 셈이다. 산행 계획을 세운다. 불암산과 수락산을 연결하되, 가능한 한 능선 길을 최대화하고, 천천히 즐산을 한다. 산행시간은 6시간 정도로 한다.

 

다행히 「불수사도북」종주를 한 분들이 남긴 상세한 산행기가 많다. 이들을 참고로 하여 다음과 같이 코스를 정한다. 『전철 7호선 중계역-원암 유치원-학도암-봉화대(470m)-깔닥고개-불암산 정상(507m)-석장봉-406봉-덕능고개-24번 철탑-수락산 정상(678m)-홈통바위-석림사 갈림길-석림사-장암역』

 

실제 산행 소요시간은 아래와 같다.
『(8:55) 중계역-(9:30) 원암 유치원 입구-(9:45, 9:50) 학도암-(10:30) 봉화대-(11:5, 11:25) 불암산 정상- (11:34) 석장봉-(12:10, 12:40) 406봉에서 중식-(13:05) 덕능고개-(13:31) 철조망 문-(14:45) 치마바위-(15:28, 15:47) 철모바위 간이매점에서 휴식-(13:53, 14:03) 수락산 정상-(16:17)홈통바위-(16:36) 석림사 갈림길-(17:33, 17:50) 석림사-(18:00) 장암역』들머리 35분, 날 머리 27분, 휴식 60분, 중식 30분, 실제 산행시간 6시간 33분, 모두 9시간 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새벽 같이 일어나지 않아 좋다. 평소처럼 일어나 아침을 먹은 후, 집사람이 준비해준 도시락을 챙겨 넣고, 8시경 대문을 나선다. 7호선 중계 역에서 내려, 2번 출구로 나온다. 8시55분 경이다. 모처럼 홀가분하게 혼자 하는 산행, 서두를 것도 없다. 천천히 동쪽으로 향한 정면의 넓은 길을 따라 걷는다.

 

첫 번째 신호 대기에서 길을 건너, 대진 여자고등학교 담을 끼고 계속 직진한다. 어린 은행나무 가로수가 정갈하게 보이는 기분 좋은 길이다. 저 앞 왼쪽으로 길 건너에 상명여자 중고등학교 건물이 보인다. 4 거리에 도착하여 신호를 받고, 길을 건너, 오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정면으로 롯데마트 건물이 보인다, 노해 근린공원을 왼쪽에 두고 걷다보면, 공원 끝에 노원구민체육센터가 나타난다. 이 건물을 끼고, 이번에는 왼쪽으로 돌아, 다시 동쪽을 향해 걷는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뚫린 아름다운 4차선 도로다. 왼쪽으로는 주공 아파트 10단지, 오른 쪽 길 건너편에 롯데 우성아파트단지가 보인다. 이 길을 따라 계속 직진한다.

<대진 여고 담길>

<4거리 건너 우측으로 롯데마트가 보인다.>

<근린생활 체육관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 이 길을 따라 내려간다.>

오른쪽 길 건너로 양지 근린공원이 보이고, 이윽고 4거리에 도착한다. 길을 건너 대림 아파트 101동이 보이는 노원 우체국 방향으로 진행한다. 이 길을 따라 계속 걸으면, 왼쪽으로 불암 고등학교 가 나타나고, 학교 건물 뒤로 웅장한 볼암산이 모습을 보인다. 계속 진행하여, 다시 4거리에 이르고, 길을 건너면 바로 초암 초등학교다. 초암 초등학교 학교 담을 왼쪽에 끼고 걷는다. 학교 담이 왼쪽 길을 따라 굽어지고. 이를 따라 왼쪽으로 돌아서면 정면에 삼성아파트가 보인다.

<또 다시 4거리, 길을 건너 직진한다.>

<불암 고등학교와 불암산>

삼성아파트를 보면서 오른쪽으로 경사진 길을 올라, 넓은 중계 현대아파트 단지에 이른다. 중계 현대1차 아파트를 가르치는 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돌아 오르면. 이윽고 아파트 단지를 둘러막은 철문을 지나 도로로 내려선다. 이 도로를 오른 쪽으로 오르면 왼쪽으로 원암 유치원 건물이 보이고, 몇 걸음 더 오르면 원암 유치원 입구를 알리는 화살표가 보인다. 화살표를 따라 왼쪽으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이 길을 오른쪽으로 따라 오른다>

<화살표를 따라 들어가 오른쪽으로 산행이 시작된다>

돌이 많은 송림 길이다.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많아, 넓게 펼쳐진 황토가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 날씨는 잔뜩 흐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 질 것 같다. 가벼운 차림으로 산에 오르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모두 우산을 챙겨들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서인지, 샛길이 많이 눈에 뜨인다. 하지만 길을 잘 모르면 큰길만 따라 오르면 된다. 오른쪽으로 차량 통행이 가능한 시멘트 길이 따라 온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크게 굽어, 가팔라지더니,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하여 돌아 온 시멘트 길과 만난다. 가파른 시멘트 길은 학도암으로 이어진다.

<돌이 많은 등산로>

<학도암 오름길>

주위의 경치가 너무 아름다워 학이 이곳에 날아와 노닐었다는 학도암(鶴到庵)이다. 작은 암자지만, 암자 뒤로 아담한 불당과 약사암이 눈에 뜨인다. 그리고 이곳에는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4호로 지정된 마애관음보살좌상(磨崖觀音菩薩坐像)이 있다. 고종7년 명성황후 민비의 불심으로 조성된 이 관음상은 10개의 이중 연꽃으로 만든 대좌 위에 결가부좌를 하고 있는 관음보살의 모습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바위 옆면에 50자로 된 조성명문이 남아 있어 그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는 뛰어난 걸작품이라고 한다.

<학도암>

<학도암 불당>

<마애관음보살좌상>

조용한 아침의 산사(山寺), 이곳 저곳 기웃대며, 사진을 찍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휩싸여 10여분간을 차분한 마음으로 보낸다. 대간 길에서 정신 없이 달리던 때와는 하늘과 땅처럼 다른 모습이다. 학도암을 뒤로하고 주능선을 향해 오른다. 등산로는 통나무계단으로 잘 정비 돼 있고, 특히 등산로를 따라 물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재미있다. 빗물로 등산로가 패이거나, 씻겨 내리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통나무 계단길 둥산로와 물길>

주능선에 올라,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난다. <학도암 0.4Km, 불암산 정상 2.2km, 10번 종점 1.1Km> 10번 종점 쪽에서 등산객들이 줄을 지어 오른다. 주능선 길은 신작로 마냥 넓다. 누런 황톳길에 힘줄처럼 울퉁불퉁 나무 뿌리가 솟구쳐 있다. 오래된 노송들이 쭉쭉 뻗은 길이다. 오른쪽으로 천보사로 이어지는 길이 갈라진다.

<이정표-불암산 정상2.2Km>

<황톳길 등로>

항상 가지고 다니는 스틱이 쌍으로 배낭에 꽂혀 있지만, 꺼내서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모두들 가벼운 차림으로 오르고 있다.스틱을 사용하는 등산객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지...속으로 중얼대며, 눈길을 끄는쌍 스틱이 꽂힌배낭을 지고, 천천히 지그재그로 황톳길을 오른다.

 

너른 헬리포트에 오른다. 옛날 봉화대 자리(420m)이고, 성터 자리라고 했지만, 그런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아이스케이크 장사가 손님들을 모으고 있을 뿐이다. 날씨가 흐려 사방의 조망이 제로다. 한 귀퉁이에 꺽다리 이정표가 서 있다.<정상 940m, 학도암 1552m> 등산로는 이정표 앞으로 꺾여져 내린다.

<헬리포트-옛날 봉화대 자리>


비탈길이 끝나는 곳에 왼쪽으로 매점과 천보암장의 방향을 알리는 표지가 보인다. 이를 무시하고 직진한다. 10시 40분 경, F5 깔닥고개를 알리는 표지판 앞, 삼거리에 선다. 왼쪽에서 올라오는 길이 지난 번 야간 산행 시 올라 왔던 재현 초등학교 길이다. 5분쯤 오르니 등산로는 암릉 길로 이어지고 정면에 태극기 휘날리는 불암산(佛岩山) 정상이 보인다.

<깔닥고개>

<멀리서 본 불암산 정상>

산의 형상이 마치 송낙(소나무 겨우살이로 만든 여승이 쓰는 모자)을 쓴 부처의 모습과 같다 하여 불암산(佛岩山)이라 불린다고 하는데, 남면은 거대한 암반이 봉우리에 치마를 두른 듯하다 하여 치마바위라고 하고, 주봉을 삿갓 봉이라고 한다고 한다. 천보산(天寶山), 필암산(筆岩山)이라고도 불리는 이 산은 전체 면적이 약 162만평 정도이고. 1977년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F2 거북바위 표지판 앞에 섰지만, 어느 것이 거북바위인지 알 수가 없다. 뒤돌아 지나온 봉화대를 카메라에 담고, 정상으로 향한 슬랩 구간을 천천히 걸어 오른다. 우회로를 택하지 않더라도, 큰 무리 없이 슬랩 구간을 직등(直登)할 수 있을 정도의 경사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 다소 경사가 있는 구간에는 로프가 걸려 있다.

<뒤돌아본 봉화대>

<암릉길 1>

<암릉길 2>

태극기 휘날리는 정상을 향해 오른다. 경사진 슬랩은 크랙이 있어 오르기 편하다. 비교적 넓은 바위에 서지만, 태극기가 걸린 곳을 오르려면, 암봉을 하나 더 올라야 한다. 암봉 위에는 여러 사람들이 올라, 조망을 즐기고 있다. 갈리진 직벽에 발을 놓을 자리가 파여져 있어, 오르기는 문제가 없겠는데, 배낭을 메고 내려올 때는 다소 힘이 들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용기를 내어 암봉을 기어올라 정상에 선다.

<불암산 정상>

<태극기가 꽂힌 최정상 암봉>


정상은 비교적 넓은 편이다. 삼각점이 2개나 박혀있고, 삼각점을 훼손하지 말라는 경고 판이 서있다. 1980년 12월 구맥회에서 붙여놓은 방향표지 동판이 눈에 뜨인다. 사방이 막히는 것이 없이 확 트였다. 하지만 날씨가 흐려 북으로는 코앞의 석장봉만이 뚜렷이 보일 뿐 수락산도 희미하게 윤각만 떠오른다. 서쪽으로 도봉산은 보이지 않고. 발아래 거대한 아파트 군이 구름 속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쪽으로 너른 벌판이 펼쳐지고, 한줄기 도로가 힘차게 남북을 관통하고 흐른다. 장관이다. 정상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사방을 완상(玩賞)한다.

<정상의 삼각점>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

<불암산 정상에서 본 석장봉, 뒤로 수락산이 희미하다>

<불암산 정상에서 본 동쪽 조망>

힘겹게 정상에서 내려서서, 석장봉으로 이어진 암릉길을 걷는다. 조망이 끝내 준다. F4 석장봉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 있다. 너른 공터에 라면, 청량음료 등을 파는 커다란 간이 매점이 자리를 잡고 있다. 암릉 길에 석장봉(石將峰)이라고 써 있는 능선을 걸어 내려서면, 왼쪽으로 우회한 등산로와 만나게 된다.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등산로에는 갑자기 인적이 끊어진다.

<석장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길>

<석장봉에서 본 불암산>

<수락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

등산로는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정면의 조그만 봉우리를 우회한 길은 다시 북으로 향한다. 오른 쪽으로 커다란 봉우리가 보인다. 아마도 406m봉인 모양이다. 주 등산로는 여전히 북쪽으로 향하는데, 오른쪽 406m봉으로 이어지는 샛길이 희미하게 나 있다. 오른쪽 길로 들어선다. 암릉이 길을 막는다.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경사라 암릉을 타고 올라, 봉우리 위에 선다. 너른 바위가 펼쳐있고, 왼쪽으로 불암산과 석장봉에서 떨어지는 암벽이 날카롭고. 북으로 달려 내린 능선이 힘차다. 시원한 전망이다.

<406m봉에서 본 불암산, 석장봉>

 

12시10분 경, 다소 이르지만, 조용하고 전망 좋은 너른 바위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백세주를 반주로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점심을 즐긴다. 사방이 조용하다. 이따금 이름 모를 새소리가 들리고, 멀리 헬리콥터가 지나는 소리가 간간이 정적을 깬다. 과일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고요한 산 속의 정적을 만끽한다.

 

12시 40분 경, 배낭을 챙겨 메고, 406m봉을 내려서서, 수락산으로 향한다. 뚜렷하게 나 있는 등산로는 대간 길과 매우 흡사하다. 간간이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좌우로 샛길이 눈에 뜨이지만, 북쪽으로 이어진 뚜렷한 등산로를 걸으면 알바의 위험도 없다.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수락산의 윤곽이 뚜렷하다. 말이 많던 외곽 순환도로의 터널공사 현장이 보이고, 작업을 하는 기계소음이 들린다. 송림으로 이어진 아름다운 길가에 낙엽이 쌓인 개인호(個人壕)가 보인다. 사격장에서 총소리가 '드르룩, 드르룩,' 가까이 들린다. 우리는 6.25를 경험한 세대다. 삼청공원에 무수하게 파 놓은 개인호들과 탄피, 탄통 등 주변에 유기물들이 널려져 있던 광경이 떠올라 기분이 섬뜩해진다.

<외곽순환도로 터널공사>

<개인호>

1시 5분 경, 공덕고개 동물 이동로를 건너, 수락산 경계로 들어선다. 고압선 철탑을 지난다. 1시31분 수락산으로 들어서는 철조망 문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철조망을 끼고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오른다. 24번 철탑을 지나 밧줄이 걸린 암릉을 오른다. 암릉을 지나자, 왼쪽으로 너른 바위가 펼쳐 있고, 등산객들이 한 무리 쉬고 있다. 바위 끝에서니 지나온 석장봉과 불암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공덕 고개>

<24번 철탑>


날씨가 조금씩 개인다. 짙은 구름사이로 가끔 햇볕이 비친다. 등산로는 송림 오솔길로 이어진다. 차츰 암릉 길이 많아진다. 멀리 도솔봉이 보이고, 꼭대기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까맣게 보인다. 2시 32분 이정표를 지난다. <수락산 정상 0.8Km, 수락계곡 2.8Km, 동막골 3.0Km>

<멀리 본 도솔봉과 수락산>

<당겨 찍은 도솔봉 정상>

치마바위 아래에 도착한다. 남자들의 손을 잡고, 슬랩을 타고 내리는 아주머니들이 많아, 우회로로 돌아 E14 표지판이 붙어 있는 치마바위에 오른다. 뒤돌아 도솔봉과 불암산을 카메라에 담고, 슬랩을 오른다. 구멍바위를 지나고, E13 하강바위 앞, 남근 석처럼 생긴 기암을 지난다. 둥근 귀두 끝에 남녀가 자일을 타고 매달려 있다. 여자들이 더 용감하게 암릉에 도전하는 것 같다. E3 코끼리 바위를 지나, 쇠기둥에 로프를 매어 놓은 암벽길을 내려선다.

<치마바위>

<치마바위에서 본 도솔봉과 불암산>

<구멍바위>

<오버행 자일링>


<남근석을 오르는여인>

 

<수락산 방향의 기암들>

<코끼리 바위>

3시 28분 경, E3 철모바위 앞, 간이매점에 도착한다. 캔 맥주를 주문하고, 시원한 매점 의자에 앉는다. 3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곱상한 여인이 멸치에 고추장을 곁들여, 캔 맥주를 가져다 준다. 시원하다. 맥주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붉은 등산복이 잘 어울리는 젊은 여자 둘이 차를 마시며 쉬고 있고, 짐을 지고 산에 오른 매점 주인 여자의 남편은 작은 나무에 열심히 조각을 하고 있다. 손님이 뜸한 틈을 타서, 매점 주인 여자가 남편에게 생강차를 타 준다.

<철모바위>

<철모바위 앞 간이 매점의 목상>

 

여자 등산객들이 많아서 인가? 무더위 속인데도 3천 원을 받는 캔 맥주를 찾는 손님이 없다. 내 옆의 50대로 보이는 남자 등산객은 배낭에서 물을 꺼내 마시며 쉬고 있다. 산꼭대기의 간이 매점에서도 경기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목요일 썰렁하던 인사동 술집이 생각난다. 술집 사장은 5월부터 손님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울상이다. 천천히 맥주를 마시며 20여분간을 쉬고, 매점 앞의 배낭바위에 오른다.

<배낭바위>


배낭바위에서 태극기 휘날리는 수락산 정상이 보인다. 이제 정상까지는 200m 정도가 남았다. 3시 53분 수락산 정상 안내판 앞에 선다. 안내판은 말한다.

 

"수락산(水落山)은 고도 637m, 사암으로 된 산이라 나무는 울창하지 않아도, 산중에 금류동(金流洞), 은류동(銀流洞), 옥류동(玉流洞)의 세 연못이 있어, 사람들의 좋은 휴식처가 된다. '수락산' 이라는 이름은 '물이 떨어지는 산' 이라는 데서 기인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는 '산봉우리의 형상이 마치 물이 떨어진 모습과 같다' 는 데서 붙여진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한다."

<배낭바위쪽에서 본 수락산 정상>

<수락산 정상의 태극기>

주위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은 후, 태극기가 걸려 있는 암봉을 올려다본다. 암봉을 오르는 길이 2곳이 있지만, 불암산과는 달리, 그 암봉에 오르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정상표시가 있는 정면에서 오르려니 숏 다리인 내게는 다소 힘이 들어 보인다. 뒤쪽으로 돌아 크랙 진 암벽을 오른다. 위에 있던 젊은이가 손을 뻗어 끌어준다. 태극기는 또 하나의 작은 암봉 위, 깃대에 꽂혀 휘날린다. 젊은이는 가볍게 그 작은 암봉에 올라, 깃대를 잡고 하늘을 우러러 휘날리는 태극기를 본다. 아래에서 젊은이의 씩씩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수락산 주봉>


 

마지막 암봉은 오르지 않고, 두 번째 암봉에서 조망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다. 남쪽으로 수락산 정상의 암봉을 넣고, 도솔봉, 불암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북으로 지난번 야간산행 시 비박을 했던 봉우리가 바로 눈 아래 있다. 의정부 쪽으로 흐르는 푸른 능선이 발아래 있고, 그 너머로 사패산이 흐릿하다. 올라왔던 길이 직벽이라 내려서려니, 배낭이 걸린다. 젊은이가 먼저 내려가 배낭을 받아 준다. 암봉을 내려서서 젊은이와 그의 친구 사진을 몇 장 찍고,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한다. 이들은 의정부 쪽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잠간의 만남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헤어져 아쉽다.

<수락산 정상에서 본 도솔봉과 불암산>

 

홈통바위로 향한다. 등산로가 비교적 넓은 공터를 지난다. 낮이 익다. 지난번 야간 산행 시, 함께 모여 앉아 야식을 먹던 곳이다. 반갑다. 4시 17분 수락산 정상에서 500m 떨어진 홈통바위에 이른다. 홈통 바위에는 기차길 같은 홈통을 가운데 두고, 로프가 두 가닥 걸려있다, 오른쪽 로프에는 중간중간 매듭이 있어 오르막에 이용토록 하고, 왼쪽 것은 매듭이 없어 하강 길에 이용한다. 왼쪽 하강 길에는 바위 틈새가 있어, 로프에 의지하지 않고 내려가는 등산객들도 간간이 보인다.

<홈통바위를 오르는 사람>

<홈통바위를 내려서는 사람들>

홈통바위를 올라오는 사람을 기다려 사진을 찍고,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내려가겠다는 신호를 보낸 후, 로프를 잡고, 천천히 바위를 내려선다. 첫 번째 바위에 내려서서 잇달아 내려오는 하산 객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두 번째 바위도 줄을 잡고 내려선다. 4시36분 서쪽 석림사로 내려가는 4거리에 이른다.

<석림사 갈림길>

배낭에서 무릎 보호대를 꺼내 장착하고, 스틱을 풀어, 하산 준비를 한다. 석림사로 이어진 급경사 내리막은 잔돌이 많은 험한 길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은지 등산로가 이따금 희미해진다. 급사면을 내려서자 등산로는 석천동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계곡에는 물이 말라 있다.

 

이윽고 등산로는 계곡을 건너, 수락산 정상 부근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과 합쳐진다. 넓은 계곡 암반이 나타나고, 길은 암반 왼쪽으로 이어진다. 제법 깊은 골이다. 계곡 군데군데 물이 흐르고, 아주머니들의 노랫소리가 시끄럽다. 물이 흐르는 곳에서 세수를 하고 땀에 젖은 상의를 바꾸어 입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계곡 저 끝으로 수락산 정상이 우뚝 솟아 있다.

<석천계곡>

<석천계곡에서 올려다 본 수락산>

5시33분, 석림사(石林寺)에 도착한다. 산행 끝 지점이다. 석림사를 이리저리 둘러본다. 석림사라는 절의 이름은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 선생이 처음 석림암이라고 명명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석림사>

 

특이한 것은 정면 종각에 '石林寺' 라는 한자 현판이 붙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대웅전도 '큰법당' 이라는 한글 현판이 붙어 있고, 법당 기둥의 법문들도 한글로 표기한 것이라 하겠다. 큰법당 뒤에 높직이 세워진 지장단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석림사 지장단>

절을 구경하고, '수락산 석림사' 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일주문을 벗어난다. 오른쪽으로 잘 손질된 노강서원(鷺江書院)이 보이고, 조금 더 내려가니, 개울가에 약 300년 전에 지어져, 박세당 선생이 한거(閑居)했다는 육각정 정자, 귀산정이 쇠락한 모습으로 버려져 있다. 주차장까지 완비하고, 거의 기업화된 계곡의 식당들과 크게 대조가 된다. 보신탕 냄새인지, 식당에서 풍기는 누린내가 역겹다.

<노강서원>

<쇠락한 귀산정>

6시 경, 장암역에 도착하여, 냉방이 잘 된 지하철에 오르니 한기가 느껴진다. 배낭에서 조끼를 꺼내 입는다.

 

 

(2005. 6. 20.)

[우정 / 2005-05-22,22:24:24]

우림님~

야간산행의 진수를 맛보았습니다.

시간 나는대로 사진과 동영상을 압축하여 보내드리겠습니다.

서울야경이 그렇게 아름다울줄은 몰랐습니다.

이러다가 또하나의 올빼미증세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네요,ㅋㅋ [삭제]

2 [잭울프 / 2005-05-22,23:13:25]

야등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피로도 아직 덜 풀리셨을텐데 사진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들러 사진 퍼가겠습니다.

잭의 "수락아지트"에서 찍은

의정부동부지역(민락,송산지구)의 일출전의 야경입니다.

정말 환상적이군요! [삭제]

3 [아픈드니로 / 2005-05-23,13:46:48]

블로그의 멋진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이렇게 우림 선배님 덕에 보고픈 님들의 사진과 산행기를 즐길 수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자기 관리 실패로 뵙지 못한지 어느덧 한달이 넘어가네요.

이번 주 수요일 정확한 검사를 하거든요.

가까운 시일내에 꼭 사진 속에 저를 넣아주세요...뵙고싶습니다... [삭제]

4 [대빵 / 2005-05-23,18:47:41]

야간산행 하시느라고 수고들 많았습니다


그리고 우림님의 블로그방을 방문했는데 정말 잘꾸미셨더군요


미처 몰랐었는데 ....


수고 많으셨습니다


틈새산행에 더 많은 3차대원님들께서 참여하였으면 하네요


그리고 3차대 소간방 코너를 초기화면 개편하면서 다시 open 하였으니 많은 참여와 소식을 전하시기 바랍니다.


또 틈새 산행코너를 신설할테니 활용하시시 바랍니다 [삭제]

5 [深泉 / 2005-05-23,19:12:58]

우림 선생님! 젊은이들보다 더 강한 체력과 자연에 대한 사랑에 다시금 깊은 존경심을 표하오며, 사패산입구에서 탁족도 하고 귀가했습니다.


익일 아침에 일어 나니 뭔가 허전하여 홀로 도봉산에 기어 올랐습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는 많은 동료분들이 계셨는데 또 다시 독립군이 되니 뭔가 야릇하더군요! 뭉치면 시끄럽고, 없으면 허전하니.....


금주 토요일 정맥에서 알현하겠습니다. [삭제]

6 [우림 / 2005-05-23,22:23:04]

"불수" 야간산행에 취(醉)해

변변찮은 블로그를 공개하여

여러분들께 번거러움을 끼쳤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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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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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수락산

기타산행기 2012. 11. 30. 13:06

장안(長安)의 북 알프스라 했던가?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그리고 북한산을 연결하여 종주하는 산행 코스는 흔히 "불수도북'이라고 하지만, 한껏 멋을부려 "장안의 북 알프스"라고도 하는모양이다.장장 약 46Km, 약 20시간을 걸어야 함으로잠을 자지 않고, 밤에도 걸어야한다.

백두대간을 마친3차대에서는 야심찬 틈새 산행으로 이 "장안의 북 알프스"산행계획을 오랫동안 검토한다. 정맥 산행이 들어있지 않은, 5월 세째주 토요일을 활용하여 산행을 하기로하고, 잭 울프님이 야간 산행 구간을 미리 걸어 보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하지만 산행일이 가까워지자, 대원들이 점점 자신이 없어지나 보다, "불수도북"은 뒤로 미루고, 우선 "불수"만 해보자는 쪽으로 방향이 수정되고, 2005년 5월 20일(금) 밤 10시 지하철 4호선 상계역에서 만나기로 한다.

야간 산행이라 사진찍기에 제한을 받아, 필요한 대표적인 사진 몇 장은 "하늘재 님"의산행기에서퍼서, 우선여러분께소개한다.

<깔닥고개에서 본 불암산>

<불암산 정상에서 본 석장봉과 수락산>

<수락산 치마바위에서 본 도솔봉과 불암산>

<수락산 홈통바위>

상계역에 모인 대원들은 모두 8명, 여성대원으로는 선아 공주님이 유일하게 참여한다.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헤드랜턴을 착용하는 등 산행준비를마친 대원들은 10시 30분 경, 재현중고교 정문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한 밤중에 상계역에 도착하고,..>

<산행 준비를 마친 후 기념 사진>

안내판에서는 불암산을 도시의 자연공원이라고 소개한다. 공원처럼 잘 나있는등산로를 따라 걷고, 암릉을 오른다. 20여분 걸어오르니, 몸에서는땀이 솟기 시작하고, 뒤로 보이는 서울의 야경이 가히 환상적이다.

<땀에 젖은얼굴로 서울의 야경에 빠져들고,,.>

<서울 야경 >

불암산 정상(508m)직전, 암벽을 오르는 대원들 머리위로 달이 밝다. 바람이 거세지만 정상에서 야경을 굽어보는 대원의 표정이 평화롭다. 정상의 암봉이 바람을 막아주는 너른 바위에모여 앉아 막걸리로 정상주를 즐긴다.

<바위와 바람과 달, 그리고 나, 백마 탄 왕자>

<정상에서 서울 야경에 넋을 잃은 심천의 표정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정상 주를 앞에 놓고,왕자 옆에서, 앉아서 잠이 든 공주>

자정이 넘은 시간, 불암산을 내려서서, 수락산으로 향한다. 40여년 만에 와보는 불암산, 수락산이, 깜깜한 밤중이지만 무척 아름답다. 밝을 때 다시 찾아 와야 겠다. 치마바위, 하강바위 등을 지나 태극기가 휘날리는 수락산 정상(687.7m)에 오른다.

<치마바위에 서서 또 다시 야경을 굽어보고,>

<하강바위를 거쳐,>

<태극기 휘날리는 수락산 정상이다>

이제 두어시간 지나면 날이 밝는다. 홈통바위를 향하다, 길 가의 제법 너른 공지에 이르러, 간식를 즐긴다. 명환 님이 족발을 준비해 왔다. 대짜 족발이 순식간에 비워지고, 소주 3병이 부족하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홈통바위를 밧줄를 잡고 내려선다. 한 밤중인데도 스릴이 있다. 겁이 나서 우회 하겠다는 대원 하나없이, 전원이 도전한다.

<홈통바위로 내려서는 공주>

미리 답사를 했음에도 선두에 선, 잭 울프 님이 가끔씩 길을 헷갈려하지만, 위험한 구간은 무리를 하지 않고 우회하여, 먼동이 터 올 무렵,잭 울프님의 "수락 아지트", 너른 바위에서, 지나 온 홈통 바위를 눈앞에 두고, 자리를 잡는다. 버너가 피위지고, 불고기가 익는다. 소주, 마가목주, 위스키... 여명 속에서 성찬의 파티가 이어진다.

<여명 속의 야경>

<공주는 잠들고, 판쵸를 덮어주는조총의 표정을 보시라>

<여명 1>

<여명 2.>

<여명 3>

<일출 1.>

<일출 2.>

<일출 후의 정적>

이윽고 술이 부족하여 파티도 시들해 지자, 대원들은 바위를 요로 깔고, 하늘을 이불 삼아 잠자리에 든다. 지나온 수락산 정상과 홍통바위가 있는 절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대원들은 잠 들고,>

<수락산 정상과 홈통바위를 카메라에 담는다.>

다시 도정봉 전면의 암봉에 올라, 기념 사진을 찍고, 도정봉에 오른다. 사방이 산이다. 북으로 불곡산, 동으로 백운산, 명지산 등이 겹겹이 뻗쳐있고, 동남쪽에는 운길산, 예봉산, 검단산이, 그리고 서쪽으로 사패산, 도봉산, 복한산이 보인다. 그야말로 산, 산, 산, 산이다.

<암봉에서 해바리기하는 대원들>

<도정봉>

<불곡산>

<동쪽의 산, 산, 산,,,>

<동남쪽의 산, 산, 산....>

<사패산>

<도정봉에서 주위 산을 설명하는 심천>

도정봉을 뒤로하고 하산한다. 이른 아침, 산에 오르는 사람들 수가 점점 늘어간다. 운동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샘터에서 물을 마시고 쉰다. 사패산을 오를 지는 아직도 미정이다. 의정부에 가서 우선 해장국으로 요기부터 한 후 결정키로한다.

의정부 시내가 아름답다. 식당 주변을 꽃으로 치장한 곳이 많고, 다리 난간을 온통 꽃으로 장식하여 아름답다. 24시간 해장국을하는 식당을 찾아 들어, 감자탕으로 아침을 한다. 소주 10병이 비위지고, 식사 시간이 2시간이나 지속된다. 사패산 산행은 그래서 물건너 간다.

<뒤돌아 본 도정봉 오르는 길>

<꽃으로 장식한 의정부 시내>

<의정부 시를 전세 낸 대원들>

이야기가 어쩌다 볼링 게임으로 흐르고, 대원들은 산(山) 대신 당구장으로 향한다. 이렇게 "불수" 야간 산행은 당구로 막을 내린다.

<당구 1>

<당구 2.>

<당구장 퐁경 1>

<당구장 풍경 2.>

<당구장 풍경 3>

그 옛날의 젊음으로 되 돌아가, 한여름 밤을 그리움 속에서 방황한다. 이윽고 제 정신을 차리니, 짱아가 데굴데굴 굴며 반긴다.

 

 



(200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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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기타산행기 2012. 11. 30. 12:51

2003년 겨울, 눈 내린 청계산 사진들을 정리한다.

<눈 덮인 개나리골>

<여기 청계산 맞나?>

<눈 덮인 주목>

<입구의 파수꾼 - 청송>

<샘터 오르는 길>

<적설량 20cm ?>

<사색의 길>

<상수리 나뭇길>

<오솔길>

<눈터널>

<돌탑 길-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인 곳>

<입맞춤 길을 향하여>

<벤치에서 쉬는 눈>

<옥녀봉>

<눈 마중>

<눈 속에서 만난 여인>

<눈 터널 속으로..>

<매봉 가는 길>

<고개를 넘으며>

<매봉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하산길 설경>

<윈터골 입구 다릿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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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웅석봉

기타산행기 2012. 11. 30. 11:12


지리산은 언제 보아도 넉넉한 산, 큰산이다. 지리산에 들어서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여유로와 지는 것 같다. 산을 닮는 모양이다.

 

웅석봉(1,099m)은 이런 지리산의 동쪽 끝자락에 한 발 떨어져 우뚝 솟아 있다. 웅석봉은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매일 천왕봉(1,915.4m)과 대좌한다. 천왕봉에게도 꿀림이 없이 당당하다. 범머리재에 도로가 뚫리기 전까지는 웅석봉 오르기가 천왕봉 오르기 보다 어렵다 했다던가?

<웅석봉 정상 오르는 길>

 

이런 오연한 웅석봉이 경호강을 품고 산청읍을 병풍처럼 둘러 싸, 심산 속에 삶의 터전을 만든다. 이런 인연 때문인가? 인류 역사상 가장 크고, 비극적인 이데올로기 싸움인 6. 25사변 때, 북에서도 버림받고, 남측의 토끼몰이 사냥에 쫓기던 빨치산들이 "지리산에 가면 살 길이 열린다." 라는 이현상의 말에 따라, 경호강을 건너고, 달뜨기를 거쳐, 웅석봉 깊은 골짜기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노숙한 이들은 전례 없이 신중한 작전준비 끝에 덕산리와 대포리의 경찰 보루대를 공격한다. (李 泰의 南部軍 참조)

<웅석봉에서 본 산청읍>

요즈음에는 지리산 태극능선을 종주 하는 산악인들이 많아 졌다. 태극능선은 동쪽의 웅석봉을 기점으로 하는 동부 능선과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의 주능선, 그리고 지리산 서북능선의 종점 덕두봉까지의 능선이 태극을 닮았다해서 생긴 이름이다. 도상거리 약 70.5Km의 마루금을 40 여 시간 정도에 주파한다.

크리스마스가 토요일이라 신도들의 요청도 있어 대간 산행은 휴무하기로 결정한다. 대신 산악회의 토요 당일 산행지를 웅석봉으로 정하고 3차대간 팀 대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산행코스는 『밤머리재-왕재-상투바위-웅석봉-895봉-지능선-지곡사』로 산행거리 약 13Km, 산행 소요시간 약 5 시간이다. 가보고 싶었던 산. 일찌감치 예약을 한다.

 

크리스마스 휴일, 집사람을 혼자 두고 나서기가 자꾸 걸린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웅석봉으로 향한 걸 어찌하랴. 새벽에 일어나, 싫은 내색 없이 도시락을 챙겨주는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남기고 집을 나선다.

 

7시 10분 경 서초 구민회관 앞에 도착한다. 건장한 중년 사나이들이 모여 있지만, 아는 얼굴은 하나도 없다. 3차대에서는 나 혼자인가 보다라고 체념하는데, 和峰 님이 모습을 보인다. 역시 묵은 장(醬)맛 같은 연륜의 멋이 있다. 버스가 도착할 무렵, 함 사장님 부부가 도착한다. 평소에는 눈에 뜨이지 않게 조용하던 부부다. 버스에 오르니 짹 울프 님이 타고 있다.

 

오늘 산행인원은 39명, 적지 않은 인원이다. 대빵 님이 진두지휘한다. 和峰 님 말씀으로는 15명정도가 2차대간 팀 멤버라 한다. 이양숙 회장님도 보인다. 아마도 2차대간 팀은 대간종주 후에는 토요 당일 산행을 중심으로 다시 모이는 모양이다.

 

버스는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30분 정차한다. 크리스마스 휴일이라 그런지 휴게소에는 아이들을 동반한 여행객들이 많다. 모두를 즐거운 표정이다. 和峰 님과 함께 커피와 호두 과자로 간식을 즐긴다.

 

버스는 산청 인터체인지를 빠져, 59번 국도를 타고 밤머리재로 향한다. 국도변 밭두렁 곳곳에 잔설이 보인다. 이 지역에는 어제 눈이 내린 모양이다. 버스가 밤머리재를 향해 언덕길을 오른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눈이 많아진다. 언덕으로 오르는 아스팔트길도 미끄러지지 말라고 흙을 뿌려놨다. 길가의 소나무들이 무겁게 눈을 이고 있다. 제법 많은 눈이 온 모양이다.

 

이리고불, 저리고불 눈 쌓인 길을 버스는 힘겹게 오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주위의 산들이 점점 낮아진다. 바람이 거세게 지나가는 모양인지, 눈보라가 인다. 이윽고 고개 마루턱에 오른다. 고도 580m 높이의 밤머리재다. 11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다.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한 것을 감안하면, 서울서 이 곳까지 약 3시간 정도 걸린 셈이다.

 

버스에서 내려서니 바람이 강하게 분다. 아스팔트 위로 제법 눈이 쌓였다. 웅석산 군립공원 안내도 앞에서 사진을 찍고, 11시 8분 경. 그 옆으로 난 등산로로 오른다. 가파른 계단 길은 눈으로 덮여 있다. 아마도 10 Cm 이상 눈이 내린 모양이다. 왼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차지는 않은 바람이다. 하지만 눈발이 어지럽게 날려, 귀마개를 내리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다.

<안내판 앞에서 기념 사진>

10여 분쯤 계단을 오르며 뒤돌아보니 건너편 밤머리재로 떨어지는 산 사면도 눈이 하얗게 덮여 있다. 왼쪽으로는 산청읍 너머로 우뚝 솟은 산이 보인다. 왕산인 모양이다. 황장산에서 첫 눈을 즐겼고, 두로봉에서 눈길에 고생을 했지만, 오늘처럼 많은 눈은 아니다. 오늘 비로소 본격적인 설산 산행을 한다.

<왕등재에서 밤머리재로 떨어지는 사면>

30분쯤 오르니 오른쪽으로 천왕봉과 중봉이 보이고, 하봉으로 이어져 쑥밭재, 왕등재, 깃대봉을 거쳐 밤머리재에 이르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후 웅석봉 정상에 이르기까지 천왕봉은 줄곧 우리들을 따라온다. 11시48분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은 눈이 하얗게 덮여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천왕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평탄한 눈 덮인 능선 길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한다. 和峰 님이 소리친다. "와아 ! 천왕봉쪽을 봐라 ! 눈보라가 휘날린다." 과연 쌓였던 눈이 바람에 휘날리는지, 아니면 눈사태라도 난 건지 천왕봉 중턱쯤에 하얀 눈꽃이 피어오르는 게 보인다.

<천왕봉의 눈보라>

 

11시 57분 경 암릉 길을 지나는데 오른쪽 방향이 활짝 트인다. 그 사이로 눈 덮인 지리산의 흐름이 깨끗하게 보인다. 실로 장관이다. 암릉 길에 조심스럽게 모여 이 그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천왕봉, 중봉, 그리고 동부능선>

12시가 지나자 눈 쌓인 능선 길이 가팔라진다. 12시 30분 왕재(925m) 이정표 앞에 선다. 밤머리재에서 3.3Km를 왔고, 웅석봉까지는 2Km가 남은 지점이다. 웬일로 산 속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빠를 따라 눈 덮인 산을 오른 3-4세쯤 보이는 남자애가 엄마가 없다고 떼를 쓰고 운다. 함 사장 부부가 사탕을 주면서 달래도 막가내다. 아이는 장갑도 없다. 눈길에 장갑이 다 젖어 벗겼다고 한다. 이 험한 겨울 산에 아무 준비 없이 아이를 동행한 젊은 아빠가 참 딱하다. 선녀탕 쪽으로 하산한다지만, 눈길 2Km를 우는 아이를 업고 걸어야 한다. 무모하다.

<가파른 눈길>


 

<왕재 이정표>

또한 고비 오름 길을 오른다. 왼쪽 능선 쪽으로 제법 눈이 깊게 싸였다. 눈 속의 산행이 즐거운지 앞서 걷던 和峰 님이 두 손을 버쩍 치켜세우며 포즈를 취한다. 뒤로 56번 국도와 밤머리재, 그리고 걸어 온 능선길이 보이고, 왼쪽으로 산청읍과 경호강, 그리고 35번 고속도로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56번 국도와 밤머리재 그리고 걸어온 길>

<저수지, 경호강 그리고 다리>

1시, 길가의 비교적 너른 공간에서 모여 앉아. 도시락을 푼다. 바람도 자고 햇볕은 따듯하다. 눈 앞의 천왕봉을 바라보며 점심을 즐긴다. 1시 20분 경 점심을 마치고 마지막 언덕길을 오른다. 20분쯤 지나 고개 마루턱에 서니, 안부를 지나 웅석봉으로 이어지는 눈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1시 43분 안부의 너른 헬기장 이정표 앞에 선다. <웅석봉 0.3K, 밤머리재 5K, 샘물 500m>. 바람이 거세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웅석봉을 향한다. 1시 50분 응석봉 정상에 이른다. 사방이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지리산이 보이고, 우리가 걸어 온 능선이 일직선으로 보인다. 산청읍, 경호강이 아련하고, 내리 쪽으로 뻗은 눈 덮인 능선이 사납게 흐른다. 기념사진을 찍고, 아이젠을 착용한 후 2시경 하산을 시작한다.

<헬기장 이정표>

<남부능선>

<걸어 온 능선길>

<정상에서>

하산 길 능선이 가파르다. 북쪽이 터진 사면을 내려 설 때는 눈에 무릎까지 빠진다. 아이젠도 없고, 스틱도 준비하지 않은 여자들이 엉금엉금 긴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자빠진다. 뒤돌아보니 올돌한 웅석봉이 검게 솟아 있다.

 

무명봉을 지나면서 하산길은 북쪽 사면으로 이어진다. 눈은 더욱 많이 싸여 있고, 곳곳에 칼날 능선길이 이어진다. 역광 속의 웅석봉을 잡아 보려고 많은 시간을 보낸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등산로는 잡목 숲을 지나고 낙엽송 사이로 이어진다.

<눈 쌓인 칼날능선>

<뒤돌라 본 웅석봉>

3시 34분 임도에 내려선다. 이정표가 서 있다. <고도 380m, 웅석봉 4.3Km>. 아이젠을 풀고, 미숫가루 탄 물을 마시며 쉰다. 다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지곡사를 왼쪽으로 보며 내려서서, 4시 조금 못 미쳐 버스가 대기한 곳에 이른다. 버스는 최종 후미를 태우고 4시 30분 서울로 향한다.

<임도 이정표>

<마을에서 본 웅석봉>

우연하게도 오늘 참여한 5명은 모두 지하철 7호선을 이용한다. 8시가 조금 지난 시각, 논현역에서 모두 함께 하차하여, 논현 비어 할레로 들어선다. 연락을 받고 조총부부가 이미 와 기다리고 있다. 10시 경 까지 연장 마루금 산행이 계속되고, 29일 송년회 때 다시 모이기로 하고, 흩어져 귀가한다.


(200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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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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