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해탈문


강원도 쪽의 산을 가기위해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산과 강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곤 한다. 청명한 날에는 산과 강의 윤곽이 뚜렷하여 좋고, 수초가 무성한 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새벽에는 조용하고 신비로운 광경에 넋을 잃는다. 게다가 팔당댐 수문이라도 열어 놓은 날에는 멀리 보이는 물보라가 환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강 양쪽으로 달리는 수려한 산세다. 오른쪽이 검단산, 왼쪽은 예봉산이다. 모두 서울에서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이지만 예봉산은 아직 오를 기회가 없었다. 특히 수종사를 거쳐 운길산에 오르고 예봉산을 거쳐 능내리 천주교 공원묘지로 하산하는 코스는 도상거리 약 18Km에 달하는 종주코스로, 능선에서 보는 조망이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2007년 9월 8일(토).

정맥이나 지맥산행 일정이 잡히지 않는 날이다. 원래는 금북정맥을 산행하는 날이지만 25일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22일을 피하기 위해 산악회에서 9월의 일정을 15일과 29일로 변경하는 바람에 오늘은 산행계획이 없다. 모처럼 공백이 생긴 날에.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날씨도 맑아 조망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혼자서라도 예봉산 종주를 하려고 청량리에서 양수리 행 2228번 버스에 오른다. 요금은 현금1000원, 카드 900원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7) 진중리 삼거리 하차-(10;28) 조양보건소-(10:34) 수종사 입구-(10;53) 정자-(11:09) 일주문-(11:15) 운길산 갈림길-(11:30) 운길산 갈림길 회귀-(11;44) 중간 쉼터-(11:47) 송촌리 갈림길-(12;06~12:23) 운길산 정상/중식-(13:48) 사거리 안부-(13:57) 463m봉-(14:01) 새우젓고개-(14:06) 25번 송전탑-(14:18) 미덕고개-(14:24~14:29) 적갑산-(14;55) 행글라이더장-(15:04) 철문봉-(15:07) 헬기장, 안부 사거리-(15:09~15:24) 예봉산/휴식-(15:49) 율리봉-(16;06) 율리고개-(16:19) T자, 좌-(16;37) 직녀봉-(16;48) 견우봉-(17:03) 숭원봉-(17:22) 운동시설이 있는 공터-(17;32) 천주교 공동묘지-(17: 54) 버스 정류장』들머리 27분, 중식 27분, 휴식 15분, 마루금 6시간 38분, 총 7시간 4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1시간 20분쯤 지나니 버스는 진중리 삼거리 검문소 앞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하차하여 조양보건소 앞까지 걷기로 한다. 배차시간 등 정확한 정보가 있으면, 양수리까지 가서, 진중리 행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차들이 윙윙 지나가는 좁은 도로를 천천히 걸으며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양수리 철교와 뒤로 백운봉(좌)과 청계산(우)

당겨 찍은 운길산


10시 28분, 조양보건소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도로를 건너 운길산 안내판이 있는 왼쪽 길로 접어들고, 300m~400m 진행한 후에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굽어들면, 등산 안내판과 이정표가 있는 수종사 입구에 다다른다. 이정표는 수종사까지 1.1Km, 운길산까지의 거리가 2.1Km라고 알려준다.

수종사 안내판

등산 안내도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천천히 오른다. 이따금 산책하는 인근 주민들이 지나칠 뿐 한적한 곳이다. 오른쪽으로 정자가 보이고, 통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정자위에 올라서니, 양수리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정자를 내려서서 산길을 걷고, 다시 시멘트도로로 내려서서 수종사로 향한다.

수종사 오르다 본 정자

정자에서 가까이 본 양수리 일대, 앞쪽이 북한강, 뒤쪽이 남한강이다

수종사 가는 길


이윽고 시멘트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진다. 11시 9분, 현판 글씨가 힘찬 일주문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자비로운 부처님이 환영을 하시고, 길가 다람쥐 석상이 물을 뿜는 옹달샘에 이르러 표주박에 물을 담아 마셔보니 물맛이 차고 달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뛰어나 해동 제일의 사찰이라 불리는 수종사(水鐘寺)에 경내에 들어선 것이다.

일주문

부처상


11시 15분, 운길산과 수종사 갈림길에서 오른쪽 수종사로 들어선다. 수종사 경내에는 운길산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여러 무리 보인다. 과연 조망이 거유 서거정이 말한 것처럼 해동 제일이다. 양수리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세종 21년(1439년) 왕명에 의해 제작된 팔각원당형부도(경기도 유형문화재 157호), 경기도 유형문화재 22호인 5층 석탑 그리고 수령 525년의 높이 39m, 둘레 7m에 이르는 은행나무를 둘러본다. 수종사는 세조의 명에 의해 세조 6년(1460년)에 지었다고 한다. 은행나무도 수종사 창건을 기념해 심었다고 하니, 올해로 527년이 된 셈이다. 그런데도 한 점 노쇠한 흔적도 없이 청청하니 신기하기만하다.

팔각원당형부도와 5층탑, 모두 유형문화재다.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


세조 4년(1459년), 임금이 오대산에서 기도를 올린 후 배편으로 한강을 따라 환궁하다 양수리에 이르자 날이 저물어 배를 멈추고 인근에서 일박을 하는데 한밤중 운길산에서 범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게 아닌가? 기이하게 여긴 임금이 날이 밝자 산에 올라보니, 18 나한상이 모셔져 있는 굴이 있고, 그 바위굴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한밤중에 종소리처럼 들린 것이다. 세조는 그 자리에 절을 지으라고 명하고, 절 이름을 수종사(水鐘寺)로 부르게 했다고 한다.

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양수리


여러 가지 보물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절 경내를 한 바퀴 돈다. 혼자 하는 산행은 이처럼 발걸음이 유장해서 좋다. 대웅보전 앞에 이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약 40년 전 집사람과 데이트를 하던 시절이다. 유명한 수종사도 구경하고, 운길산에도 오르기 위해 이른 봄 두 사람은 기차를 타고 수종사에 온 적이 있다. 햇살이 따듯하게 비치는 대웅전 뒤, 산 사면에 앉아 양수리를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한 후, 커피를 끓이려고 켜 논 버너를 잘못 건드려 쓰러뜨린다.


한겨울 동안 바싹 마른 낙엽에 불이 붙자, 불길이 순식간에 산 사면으로 번진다. 바닥에 깔았던 판초로 불을 두드려 끄면서 쫓아도 역불급이다. 주위에 있던 몇 안 되는 등산객들도 합세하여 진화작업에 나서지만 불길은 자꾸 번져만 간다. 법당 뒤가 소란하여 나와 본 스님들이 불이 난 것을 알고, 삽을 들고 쫓아 나오더니, 우리들처럼 불을 뒤쫓는 것이 아니라 불이 번지는 위쪽으로 달려가 삽으로 흙을 퍼 불길 위로 끼얹는다.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처럼 무섭게 번지던 불길이 잡힌다.


유명한 사찰의 대웅전 뒷산을 까맣게 태웠으니 보통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님들이라 역시 너그럽다. 불이 잡혀 다행이고, 마침 주지스님이 안국동 조계사에 머물고 계시니, 한 번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라고 한다. 운길산 등산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귀경하여 며칠 동안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조계사로 주지스님을 찾아뵈었더니, 이미 보고를 받아 알고 있다며, 젊은이가 먼 수종사까지 찾아 준 것이 오히려 고맙다는 반응이다.

 

대웅보전


11시 30분, 운길산 갈림길로 되돌아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가파른 통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하지만 계단의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 돌이 많은 급경사 길을 와이어로프 줄을 따라 이리저리 오른다. 11시 44분, 벤치와 토막삼림상식판이 있는 중간 쉼터를 지나고, 11시 47분, 이정표가 서 있는 송촌리 갈림길에 이른다.

운길산 오르는 길

송천리 갈림길의 이정표


12시 6분, 벤치가 있는 운길산 정상에 오른다. 삼각점<양수 318, 1988 복구 >, 정상석, 그리고 운길산을 설명한 해설판이 있고, 조망으로는 왼쪽으로 예봉산이 가깝게 보인다. 벤치에서 등산객 두어 사람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을 조금 내려서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나무 밑에 앉아 나도 점심상을 펼치다.

운길산 정상

운길산 해설판

정상에서 본 예봉산


땀이 식으니 바람이 차갑다. 조끼를 꺼내 입고 천천히 식사를 한다. 정상 쪽이 왁자지껄 시끄럽다. 한 떼의 등산객들이 몰려 온 모양이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12시 33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산행을 계속한다. 내리막길은 암릉길이다. 바위 전망대 위에 올라 시원하게 뚫린 북쪽 방향을 조망한다. 한북정맥의 산세가 웅장하다. 비교적 험한 암릉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와이어로프, 돌에 밖아 놓은 발 디딤쇠 등이 있어 성가시기는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전망바위에서 본 북쪽 조망, 시우리와 고래산(532m), 멀리 한북정맥

쇠로 발 디딤을 만든 암릉길


다시 바위 위에 올라 이번에는 남쪽과 서쪽을 조망한다. 서쪽으로 직녀봉, 견우봉 등 예미산 능선이 흐르고 그 뒤로 검단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남쪽으로 두물머리가 펼쳐진다. 한동안 알릉길이 이어진다. 잠시 부드러운 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곧이어 다시 암릉길로 이어지는 식이다. 운길산에서 약 30분 정도 지나야 암릉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다.

직녀봉, 견우봉 등 예미산 능선과 그 뒤로 검단산

멀리 보이는 두물머리


운길산에서 능선은 서북방향으로 달리다 463m봉에서 남쪽으로 꺾여, 예봉산으로 접근하고, 예봉산은 운길산의 남서방향에 있다. 따라서 운길산에서 예봉산에 이르는 능선은 크게 ㄷ자를 그리지만, 비교적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운길산과 예봉산 사이에는 많은 갈림길들이 있다, 남서쪽에 있는 예봉산을 보고 자칫 서둘러 오른쪽 갈림길로 진행하다가는 등로를 이탈하기가 십상이다. 따라서 우선 463m봉의 방향으로 나침반을 맞추고 좌우 갈림길을 무시한 채, 넓고 확실한 길, 표지기가 걸린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요령이다.

종주도


400m~500m 정도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여러 차례 넘지만 힘이 들 정도는 아니다. 1시 48분,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 도착하여,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을 올라, 1시 57분, 이정표가 있는 463m봉에 오른다. 이곳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

사거리

 

사거리 이정표

463m봉의 이정표


2시 1분, 새우젓 고개를 지난다. 이정표의 '예봉산'을 '여보산'이라고 긁어 낸 것을 본 여자 등산객들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커다란 소나무가 밑동이 부러져 길을 막고 있다. 2시 6분, 25번 송전탑을 지나고, 소나무가 아름다운 봉우리 하나를 넘어, 능선길을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조망이 트이며, 한강, 덕소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도봉산이 뚜렷하게 조망된다. 멋진 곳이다.

새우젓 고개의 이정표

부러진 소나무가 길을 막고

한강, 덕소, 구리 그리고 도봉산


2시 18분, 이정표가 있는 미덕고개를 지나고, 2시 24분, 적갑산(561m)에 올라 5분간 휴식을 취한다. 휴식 후 암릉길을 내려선다. 이어 평탄한 길을 걷는다. 돌탑을 지나고, 철쭉 군락지를 오르니, 암릉이 이어지고, 운길산 쪽 조망이 트인다. 장관이다

길가의 돌탑

암릉에서 본 운길산


2시 55분, 간이매점이 있는 행글라이더 장에서 잠시 한강을 굽어보고, 3시 4분, 철문봉(630m)에 오른다. 이정표, 등산 안내도, 철문봉 해설판이 있다. 철문봉을 내려서니 헬기장이 있는 안부 사거리다. 눈앞이 바로 예봉산이다. 3시 19분, 헬기장인 예봉산 정상(679m)에 오른다. 정상석, 이정표, 그리고 예봉산 등산 안내도가 있고, 운길산과 양수리가 조망된다. 정상을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쉼터에 감로주와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간이매점이 있다. 감로주를 사 마시며 냥 15분간 휴식을 취한다.

행글라이더장의 간이매점

행글라이더장에서 본 한강

철문봉 해설판

헬기장에서 본 예봉산

 

예봉산 정상

정상석

감로주 파는 간이매점


에봉산을 동남쪽으로 내려서서 급경사 내리막을 달린다. 3시 49분, 이정표와 해설판이 있는 율리봉(527m)를 지나고 능선에서 정면으로 견우봉을 보고, 두불머리를 굽어본다. 이어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달려, 안부 사거리인 율리고개에 이른다. 이정표를 보면 직녀봉을 예미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아마도, 남양주시에서는 율리고개를 경계로 예봉산과 예미산을 구분하는 모양이다.

율리봉 해설판

견우봉

두물머리

율리고개 이정표


울창한 잡목 숲 사이로 완만하게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2~3분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철문봉과 예봉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등산로는 경사가 점점 가팔라지고, 4시 19분,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가파른 능선을 힘들게 올라, 4시 37분, 직녀봉 정상(690m)에 오른다. 정상에 있는 해설판에서는 봉우리 이름은 직녀봉라고 표기하고 있고, 견우봉, 직녀봉 등을 포함하고 있는 산을 예미산으로 호칭하고 있다. 정상에서 보는 한강, 예봉산, 검단산 이 멋지다.

철문봉

예봉산

직녀봉 정상

직녀봉 해설판


4시48분, 이정표가 있는 견우봉 정상(590m) 오른다. 두물머리가 내려다보인다. 견우봉에서 내려서서 정약용이 독서를 했다는 멋진 전방바위에 선다. 검단산이 바로 눈앞에 우뚝하다. 5시 3분, 숭원봉을 지나며 견우봉을 뒤돌아보고, 다시 전망바위에서서 주위를 조망한다.

견우봉 정상의 이정표

견우봉에서 본 두물머리

숭원봉 지나며 본 견우봉

천주교 묘역에서 본 두물머리 1

천주교 묘역에서 본 두물머리 2


5시 22분, 운동시설이 있는 공터를 지나고, 이어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5시 32분, 천주교 묘역에 이르고,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천주교 공원묘지


귀로에도 역시 1228번 버스를 타고 상봉역에서 내려, 지하철 7호선을 이용하여 귀가한다.


(2007. 9.1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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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대봉, 월두봉, 북한강, 그리고 삼악산


2007년 3월 17일(토).

오늘은 산 이사회의 정기 산행일이다. 해가 바뀌고, 3월도 벌써 반 넘어 지난다. 옅은 안개가 낀 아침은 제법 쌀쌀하지만, 해가 높게 떠오르자 안개가 걷히며, 푸른 하늘이 싱그럽고, 봄볕이 따사롭다.


산 이사회는 가평군계 4번째 산행으로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의 물안산(443m)과 보납산(330m)을 찾아간다. 코스는 『가일고개-341번 도로-물안산-보납산-강변 산책로』 도상거리는 약 13Km 정도다. 이 코스는 또한 화악지맥의 마지막 구간이기도 한 곳으로, 멋진 산들과 북한강이 어우러져, 경관이무척 아름답다.


상봉역에 모인 대원들은 모두 17명이다. 지각한 대원이 있어, 25인승 버스는 예정시간 보다, 약 30분 정도 늦게 출발한다. 버스는 75번 국도를 달려, 마장리에 이르러, 마장교를 건너, 개곡리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가평천의 맑은 물이 흐르는 좁은 계곡길을 외줄기 시멘트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문득 계곡이 넓어지더니, 작은 분지가 나타나고, 평화로운 마을이 펼쳐진다. 개곡 1리다. 이런 산골에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것이 대원들에게는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다시 외줄기 계곡길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매끈한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개곡 2리를 지나면서, 왼쪽 산 사면과 오른쪽 가평천변에 가지각색의 예쁜 이름들을 가진 그림 같은 팬션들이 눈에 뜨인다.


가일고개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골짜기가 좁아지며, 비포장도로가 나타난다. 덜컹덜컹, 비포장도로를 타고 오른 던 버스는, 9시 56분, 차를 돌릴 수 있는 너른 공지에 이르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0) 산행시작-(10;03) T자 갈림, 우-(10:10) 가일고개-(10:13) 340m봉, 우-(10:19) 십자로 안부-(10:43) 370m봉, 좌-(11:14) 잣나무 봉, 좌-(11:37) 370m봉-(11:52) 340m봉, 좌-(12:02) 월두봉 갈림길, 우-(12:35~13:15) 헬기장/중식-(13:37) 431번 도로-(13:55) 바위지대-(14:02) 물안산 갈림길-(14:12~14:18) 물안산 정상-(14:25) 공터-(14:27~14:29) 바위 전망대-(14:31) 이정표<가납산 3.83Km>-(14:43) 벙커봉-(14:49) 이정표<보납산 3.11Km>-(14:55) 돌탑-(15:11) 갈림길, 좌-(15:18) 이정표<보납산 1.53Km>-(15:27) 보납산 갈림길-(15:46~15:50) 보납산 정상-(15:58) 갈림길 회귀-(16:11) 이정표<강변 산책로 0.6Km>-(16:15) 강변 산책로-(16:30) 도로변 버스』중식 40분 포함, 총 6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하고,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푼다. '애피타이저-메인-디저트'의 식사 코스처럼, 산행도 3단계로 나누어, 강약을 두어 진행하자는 "웰빙산행"(잭 대장이 제안하고, 아이리스 대원이 부연하여, 많은 회원들이 공감한다.)을 오늘부터 강력히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오늘은 고봉 고문님이 중군을 지휘하며, 산행의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선두가 몇 차례 기다려주는 미덕을 보여, 6시간이 넘는 긴 산행임에도 불구하고, 선두 후미 구분 없이, 모두 함께 하산한다.

가일고개 조금 못 미친 공지에서 하차하여 본 서쪽 조망


준비운동을 하고, 들머리 기념사진을 찍은 대원들은 고봉 고문님의 브레이크에 걸려, 10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천천히 산행을 시작한다. 10시 3분,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10시 10분, 이정표<계관산 정상 Km, 소요시간 2시간 30분>가 있는 가일고개에 도착하여, 오른쪽 능선을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정표의 거리 표시는 누군가가 긁어 버려, 공난이다.

가일고개와 계관산


참나무 숲 사이로 등산로는 서쪽으로 이어진다. 10시 13분, 340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참나무 사이에 잣나무들도 보인다. 10시 19분, 십자로 안부에 이르러,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향한다. 주로 화악지맥을 종주하는 산꾼들이 다니는 곳이기 때문에,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 위로 등산로가 희미하고, 간혹 표지기들이 눈에 뜨인다.

340m봉을 내려서서 지나온 십자로 안부를 돌아보고,

참나무 숲 사이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산로와 표지기


고도 300m에서 350m 정도의 봉우리를 수 없이 오르내린다. 봉우리에는 어김없이 표지기들이 걸려 있고, 많은 봉우리들을 왼쪽으로 내려서며, 서서히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길은 희미하지만, 가야할 능선이 잘 보여, 알바의 위험은 크지 않다. 10시 43분, 고도 370m 정도의 봉우리에서, 대원들이 잠시 쉬며, 지도를 보고 방향을 확인한 후, 다시 왼쪽으로 내려선다.

370m 정도의 봉우리에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는 대원들


다시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린다. 여기저기서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방향은 여전히 서남쪽으로 이어지면서,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삼악산이, 남쪽 나뭇가지 사이로는 뾰족한 검봉이 멀리 보인다. 11시 14분, 고도 310m 정도 되는 잣나무 숲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벌목지대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북쪽의 고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잣나무 봉

벌목지대를 지나는 대원들

북쪽으로 보이는 고산들


11시 37분, 약 330m 정도 되는 봉우리로 오르면서, 비로소 깨끗한 모습의 삼악산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왼쪽으로 월두봉을 가깝게 본다. 11시 52분, 고도 34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다시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 깊은 계곡 너머로 가야할 물안산이 따라오는데, 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좀처럼 보이지를 않고, 정면으로 다시 높은 봉우리가 막아선다. 앞에는, 차안에서 뱀 이야기를 듣고, 컨디션이 나빠진 다이아님, 그리고 그 뒤로 선비님이 따를 뿐, 다른 대원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혹시 무심코,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지나친 것은 아닌가 하고 뒤를 돌아보아도, 서쪽으로 흐르는 능선은 없는 것 같다.


불안한 마음으로 정면의 봉우리를 향한다. 봉우리 정상이 가까워지자, 왼쪽이 시끌버끌 해지며, 월두봉으로 향하다 되돌아오는 중위그룹을 만난다. 비로소 월두봉 갈림길에 이른 것이다. "다이아님이 오늘은 알바를 안 하네..." 누군가 알바를 하고 내려오면서, 쑥스러운지 불쑥 한마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월두봉 갈림길에서 중위 그룹과의 만남


12시 2분, 중위 그룹에 휩싸여,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응봉과 화악산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안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더 넘고, 12시 33분, 290m 정도 되는 봉우리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멀리 북한강를 본다. 봉우리를 내려서니 등산로는 헬기장으로 이어지고, 헬기장에는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점심채비를 하고 있다.

응봉과 화악산

헬기장


산 이사회의 점심시간은 언제고 즐겁다. 선비님의 오디 주, 다이아님의 홍어, 아이리스님의 복분자 주와 달래무침, 그리고 심산대장의 파운드 케익이 오늘의 스페셜 메뉴다. 귀한 술에 이끌려, 점심 먹는 것은 뒷전이다. 이제 절반 정도는 왔으니, 마음 놓고, 반주량을 훨씬 초과하는 술을 즐긴다. 1시 15분, 식사를 끝낸 일행은 뒷정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헬기장을 떠나 천천히 일행들 뒤를 따른다. 바로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북한강이 보인다. 또 다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어, 안부에서, 무성한 넝쿨 너머로 물안산을 바라보고, 1시 37분, 341번 비포장도로에 내려서서, 이정표와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는 물안산 등산로 입구에 선다. 유감스럽게도 선비님 부인이 다리가 아파, 이들 부부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탈출한다.

물안산

물안산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와 안내 현수막


다이아님은 컨디션이 회복된 모양이다. 이미 시야에서 멀리 사라졌고, 여왕봉님이 아름다운 잣나무 숲을 천천히 오르고 있다. 물안산, 가납산에는 일반등산객들의 출입이 많은 모양이다. 등산로가 뚜렷하고, 경사가 가파른 곳에는 밧줄이 매어져 있다. 1시 55분, 바위지대를 지나, 2시 2분, 이정표가<보납산 4.01Km, 주을길 2.15Km> 있는 물안산 갈림길에 이르러 배낭을 내려놓고, 암릉길을 올라, 물안산으로 향한다.

물안산 갈림길


물안산으로 오르며, 굽어보는 북한강이 아름답다. 바위 위 커다란 소나무에 물안산 정상 표지목이<물안산 438m> 걸려있다. 그 곳을 지나고, 바위능선을 거쳐, 북쪽 바위에 오르니, 멀리 명지산으로 짐작되는 거대한 산이 보인다.

가평천 1

가평천 2

북한강

북쪽으로 보이는 산- 명지산이라고 짐작한다.

물안산 정상


물안산을 내려서서, 갈림길로 돌아와 배낭을 메고 보납산으로 향한다. 2시 25분, 너른 공터를 지나고, 2시 27분, 전망바위에 올라,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시 북한강을 굽어보고, 북동쪽으로 지난번 가평군계 첫 산행 때 올랐던 촛대봉을 바라본다.

월두봉, 삼악산, 북한강

촛대봉


2시 31분, 이정표<주을길 2.33Km, 보납산 3.83Km>를 지나며, 보납산을 본다.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이어지고, 가파른 암릉에는 밧줄이 매어져 있다. 북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화악리, 촛대봉과 응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2시 43분 벙커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2시 49분 보납산 3.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보납산

화악리, 촛대봉, 응봉

벙커봉


바위가 듬성등성 깔린 평탄한 능선을 달린다. 2시 55분, 작은 돌탑을 지나고, 몇 개의 이정표를 지나, 3시 11분, 갈림길에 이른다. 선두 그룹이 기다리고 있다. 갈림길에서 표지기가 많이 달린, 왼쪽 내리막으로 달려 내려, 3시18분, 보납산 1.5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3시 27분, 보납산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개곡리 5.2Km, 보납산 0.48Km, 강변 산책로 1.3Km>


어제 과음으로 오늘 산행에 참여하지 못했던 심천 후미대장이, 속이 좀 풀렸는지, 역코스로 보납산에 올랐다가, 갈림길에서 기다린 모양이다. 난대인(難待人)- 사람 기다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기다리다 지쳐, 갈림길에 남겨 놓고 귀가한 애절한 메시지가 대원들을 감동시킨다.

 

배낭을 벗어 놓고, 보납산으로 향한다. 너른 등산로 주변에 운동기구들이 놓여 있고, 운동을 하는 인근 주민들이 보인다. 등산로는 통나무 계단으로 이어지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펼쳐지는 조망이 훌륭하다. 동쪽으로 산과 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 자라섬, 그 뒤로 지난 번 지났던, 영춘지맥의 마루금이 보인다. 3시 46분, 보납산 정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산과 강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주위 풍광을 둘러본다.

보납산 오르다 본 파노라마

자라섬과 영춘지맥 마루금

가평

보납산 정상


3시 58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강변 산책로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4시 11분, 이정표<보납산 정상 1.13Km, 강변산책로 0.64Km, 자라목 0.42Km>가 서 있는 자라목 갈림길에서 강변 산책로 쪽으로 내려선다. 다시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린 후, 쭉쭉 벋은 낙엽송이 숲 사이로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길을 내려선다. 저 아래에 산책로가 보인다.

이정표

통나무 계단 하산길

 

강변 산책로


4시 15분,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강변 산책로에 내려서서, 길을 따라 왼쪽으로 하산을 계속하여, 4시 30분 경, 도로변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오른다.

 

 

뒤풀이.

하산시간이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상봉역까지 나가기로 하고, 잭 대장이 슈퍼에 들러 캔 맥주를 사온다. 캔 맥주로 목을 축이고, 한잠을 푹자고 났는데도, 서울은 아직이다. 토요일이라 서울로 향하는 차들로 도로가 붐비기 때문이다. 6시가 조금 넘어, 상봉역에 도착했으나, 흥이 깨졌는지, 뒤풀이도 없이 뿔뿔이 흩어진다.


(2007.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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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산/용마산

기타산행기 2012. 12. 15. 15:29

 

 용마산에서 본 한양의 북 알프스, 불수사도북


설 전날에는 집안의 여자들이 모두 모여, 차례음식을 만드느라 바쁘다. 이런 날에 남자가 집에서 어정거리는 것은 눈치 없는 짓이다. 집에 있어야 도울 일도 없이, 공연히 일하는데 걸리적거리기만하고, 정신없이 바쁜 중에. 점심 차릴 걱정까지 하게 할 뿐이다. 그래서 설혹 할 일이 없어도, 일을 만들어서라도, 외출을 하는 것이 예의다.


청계산이나 북한산이 가깝게 있는 것이 이때처럼 고마울 때도 없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배낭도 필요 없이, 등산화만 챙겨 신고, 약속이라도 있는 것처럼 서둘러 집을 나선다. 청계산이고, 북한산이고 기분이 내키는 대로 올라, 목이 마르면, 막걸리를 사 마시면 되고, 배가 고프면 하산해서, 주변의 많은 음식점 중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으면 된다. 그리고 5시 쯤 귀가하여, 무거운 청소기를 한 번 돌려주고, 병풍과 상들을 꺼내주면, 집사람에게 구지 수고했다는 소리를 하지 않더라도, 고맙다는 마음이 전해진다.


올해는 德岩이 자신의 40년(?) 나와바리(繩張り-세력권)인 아차산과 용마산을 안내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차산성으로 유명한 아차산이지만, 너무 가깝다 보니, 서울에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다. 어떤 산인가? 어느 시인의 산행기 일부를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서울에 사는 것이 이토록 행복하다는 것을 산행 속에서 느낀 산이 아차산(287m), 용마산(348m), 망우산(281m)이다. 그건 필시 그 많은 산, 그 높은 산, 그 유명한 산들을 다 다녀 보고. 이제는 조용히 관조할 나이가 되어서 일까? 나는 산행 끝에서 엉엉 울어 버렸다. 지금도 이 글을 쓰면서도 괜스레 눈물이 고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지금까지 행복에 겨운 삶을 살아온 내가, 천 년 전 백제 개로왕과 고구려 온달장군의 부음이 아직도 머물고 있는 이곳엘 왔기 때문일까? 아무튼 나는 요즈음 서울의 자그마한 산들을 찾아서 그 속에 심취하고 있다."


아차산- 관조 할 나이쯤에 비로소 찾아야하는 산. 망우산은 들르지 않아, 눈물까지는 흘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 역시 오늘 산행에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음을 솔직히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약속을 취소하고, 일정을 바꾸어 가면서, 기꺼이 안내에 나선 조숙한(?) 德岩의 의도가 짐작이 된다.


오후에는 비가 내린다는, 잔뜩 흐린 설 전날 아침(2월 17일), 아차산역 1번 출구에, 10명의 대원들이 모두 모이자, 德岩은 앞장서서, 우선 '아차산 원조 할아버지, 30년 전통의 재래식 손두부집'으로 일행을 안내하여, 따끈따끈한 손두부를 맛보이고, 술안주로 순두부와 손두부를 구입한다.

30년 전통의 할아버지 손두부집


영화사(永華寺)는 아차산의 산행 들머리다. 영화사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은 일행은, 바로 옆의 서울 동이 초등학교를 왼쪽에 끼고, 언덕길을 올라, 고개 마루턱, 아차산 둥산로 입구에 도착하여, 등산 안내판 앞에서 德岩의 설명을 듣는다.

영화사 입구에서 단체사진- 우정사진

아차산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

등산로 안내판 앞에서 덕암의 설명을 듣는 대원들


공원처럼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왼쪽에 보이는 완만하게 이어지는 슬랩을 오른다. 주말을 맞아 아차산을 찾은 등산객들, 가볍게 산책 나온 인근 주민들로 등로가 붐빈다. 귀여운 시추 한 마리가 카키색 군용 배낭을 메고 졸랑졸랑 등산길에 나섰다. 천 년 전, 삼국시대의 격전지는 이제 서울시민, 구로시민들의 휴식처로 변했다.

아차산으로 오르는 완만한 바위길

배낭 멘 강아지도 보이고


해맞이 공원을 오르기 전, 암릉길이 끝나는 곳에 정자가 세워져 있다. 정자위에 서면, 지나온 암릉길이 굽어보이고, 남서쪽으로 남산, 청계산, 관악산, 동쪽으로 한강, 올림픽대교, 그 뒤로 예봉산, 검단산 등이 한눈에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진,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단지들, 한 마디로 하남에서, 서울, 과천에 이르기 까지가 아차산 오르기 전의 이 조그마한 정자에서 모두가 내려다보인다.

아차산정

아차산정에서 내려다 본 대원들, 그리고 왼쪽의 올림픽대교

아차산정에서 본 해맞이 공원


정자에서 내려서서, 이정표를 지나, 훼손이 심한 능선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나무계단 길을 올라, 암봉인 해맞이 공원에 오른다. 고도가 높아, 앞서 정자에서 보았던 조망이 더욱 더 막힘없이 없다.

이정표

해맞이 공원에서 본 한강과 올림픽 대교

남산

청계산(좌), 관악산(우)

예봉산, 검단산

해맞이 공원에서 본 아차산

멀리 천마산


아차산으로 향한다. 북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북한산이 가깝다. 다시 이정표를 지나고, 아차산 정상은 고구려 유물 발굴 작업으로, 정상 40m지점에서 출입이 통제되어, 할 수 없이, 유물사진들을 전시한 등산로를 따라 너른 공터에 내려선다.

가까이 보이는 북한산.

이정표

아차산 정산 출입금지 안내판


공터를 동쪽으로 내려서서, 한강과 검단산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명당자리에서 이른 점심상을 펼친다. 마침 생일을 맞는 심천대원을 축하하기 위해, 여왕봉대원이 가져온 2년간 숙성된 스트로베리주와 치즈, 아차산역에서 장을 봐 온 막걸리와 소주, 30년 전통의 순두부와 손두부, 그리고 과메기, 설명이 필요 없는 德岩의 족발 등 술과 안주가 풍성하다.

아차산 파티 장에서 본 조망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즉석에서 만든 베리주와 소주 칵테일로 주흥을 돋운다. 섬섬옥수, 예원대원이 쌈으로 싸주는 과메기 맛이 일품이고, 양념간장을 한 순두부가 별미다. 흐리기는 하지만, 바람 한 점 없이 포근한 날씨에, 호수처럼 잔잔한 한강을 굽어보며 즐기는 아차산 파티.... 우정대원의 꽈리도 쉴 틈이 없다. 한 시간 반 가까이 시간이 흐르니, 술이 바닥이 난다. 할 수 없이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선다, 다리가 휘청거린다. 나머지 산행을 계속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된다.

아차산 파티-우정 사진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망우산 능선은 다음 산행 때 들르기로 하고, 용마산으로 향한다. 용마산 정상까지 85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왼쪽으로 떨어지는 긴고랑 골이 아득하다. 헬기장을 지나고, 삼각점이 있는 용마산 정상에 선다. 북쪽으로 불암산, 수락산, 북동방향으로 망우산, 북서방향으로 도봉산, 북한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차산에서 보았던 남쪽과 동쪽의 조망을 함께 떠 올리며, 이곳이 삼국시대의 격전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확연히 이해한다.

용마산 정상-우정 사진

용마산에서 본 북한산과 도봉산

불암산과 수락산

망우산 가는 길


망연히 주위를 조망하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암릉을 타고 하산을 시작한다. 생각도 하지 못했던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이어진다. 왼쪽은 깎아지른 절벽, 그 위로 스릴 있는 바윗길이 이어진다. 도봉산이나 관악산의 암릉길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암름길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망우산 사면도 바위투성이고, 왼쪽으로 보이는 골짜기도 암벽이다.

용두산에서 암릉길을 내려서며

 왼쪽 골짜기 암벽에 압도된다.


2시 20분 경, 면목동 용마주택 쪽으로 내려선 일행은,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으로 이동하여, 설 연휴임에도, 다행히 문을 연 설렁탕집으로 들어선다. 오늘의 호스트, 德岩의 모습이 잠시 보이지 않는다 싶었는데, 어느 사이에 케익 점에 들렀는지, 생일 케익을 사들고 들어선다.

해피 버스데이 투 심천- 우정 사진


흥겨운 생일파티도 끝나고, 용마산역에 도착한 것이 4시 경,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아차산, 용마산- 좀 더 세월이 흐르고, 그래서 관조(觀照)의 멋을 알 때쯤에, 어느 조용한 평일을 택해, 집사람과 짱아와 함께 꼭 다시 와보고 싶은 산이다.

 


(2007.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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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악산-실운현-응봉


춘천을 가려고 46번 국도를 북상하여, 가평읍에 접근하면, 갑자기 산이 높아지고, 골이 깊어지는 것이 흡사 심산유곡을 지나는 느낌이다. "지방 경계에 있는 긴 터널을 빠져 나가자, 설국(雪國)이었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생각난다.


가평군은 한반도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아, 서울과 춘천간의 교통의 요지이고, 중부전선의 요충지다. 가평군은 동쪽으로 강원도 춘천시와 홍천군이 맞닿아 있고, 서쪽으로는 남양주시, 남쪽으로 양평군, 북쪽으로는 포천군, 화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북한강이 가평군의 군계 일부를 이루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산이 가평군의 울타리 노릇을 한다.


가평군이 다른 군과 경계를 이루는 크고 작은 산의 수를 세어보니, 31개나 되고, 군내에 있는 산이 또 22개가 된다. 결국 가평군은 50개가 넘는 산을 거느린 산의 나라(山國)인 것이다. 가평(加平)이라는 지명이 역설적으로 이를 잘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산의 나라에 평지를 가 한다. - 산속의 작은 평지라는 의미가 바로 가평(加平)이 아닌가?

가평의 산- 가평군 홈 페이지에서 전재


산꾼들이 이런 산의 보고를 무심히 지나칠 리가 없다. 가평의 군계를 이루고 있는 마루금 종주를 시도하는 산꾼들이 늘어나고, "가평군계"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다. 지난해 잭 대장의 안내로 한북정맥 종주를 마친 산이사회는 올해 이 가평군계를 산행하기로 하고 첫 산행지를 촉대봉과 응봉으로 정한다.


2007년 1월 13일(토).

가평군계 첫 산행을 위해 집결지에 모인 대원은 모두 15명으로. 여자대원 5명, 남자대원 10명이다. 오늘 코스는 『홍적고개(4.4Km)-천수사 갈림길(1.4Km)-촉대봉(2.5Km)-응봉 군사도로(1.5Km)-실운현(4Km)-화악 2리』로 도상거리 약 13.8Km 정도다.


일반적으로는 실운현에서 시작, 홍적고개로 하산하는 코스를 택하지만, 응봉 군사도로의 통행 가능성 여부가 불투명하고, 사창리에서 실운현까지의 도로가 제설이 되지 않아, 차량 통행이 불가능해지자, 할 수 없이 역 코스를 취한 것이다. 따라서 약 8Km에 걸쳐, 고도차 약 1000m 정도를 극복해야 하는 오르막이 큰 부담이 되고, 실운현에서 화악 2 리까지의 시멘트 도로를 걸어 내려와야 하는 것이 고역이다. 날씨는 추운데, 눈 쌓인 고산에서, 바람이라도 분다면, 어려운 산행이 될 듯싶다.


15명의 대원을 태운 25인승 밴은 9시 50분 경, 홍적고개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산행준비에 바쁘다. 산행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통나무 계단 위에 모여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9시 57분,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0) 홍적고개 도착-(9:57) 산행시작-(10:13) 첫 번째 이정표-(10:36) 두 번째 이정표-(10:57) 세 번째 이정표-(11:25) 네 번째 이정표-(11:38) 930m봉-(11:46) 개구멍바위-(11:55) 다섯 번째 이정표-(12:01) 990m봉-(12:32) 암봉 우회-(12:56~13:30) 촛대봉 정상/중식-(13:50) 절벽-(14:30~14:40) 안부 휴식-(15:07) 군사보호지역 경고문-(15:34) 전봇대 보임-(15:38~15:41) 군사도로-(16:18~16:30) 설운현-(17:30) 하산 완료』점심시간 약 34분, 마루금 약 5시간 59분, 날머리 60분, 총 7시간 3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홍적고개에는 경기도의 "안녕히 가십시오." 안내판과 "어서 오십시오."라는 강원도 환영인사가 걸려있다. 그 외에 가평군에서 세운 몽덕산, 가덕산의 등산 안내판이 보이고, 촉대봉까지의 거리를 알리는 작은 팻말<촛대봉 5.8Km>이 서 있으나, 촉대봉 진입로에는 철조망이 쳐져있다.

홍적고개

들머리 단체사진- 경담

등산객들의 발에 밟혀 쓰러진 철조망을 넘고, 짧은 통나무 계단길을 지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널찍한 방화로를 오른다. 남쪽 사면의 방화로에는 눈 흔적도 없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바람도 없고, 쾌청하여 등산하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다.

눈 흔적도 없는 방화로를 오르고


10시 13분, 첫 번째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에 선다. <촛대봉 5.2Km, 하산 0.6Km> 눈 덮인 삼각점이 있고. <춘천 408, 2005 재설> 오른쪽으로 촉대봉과 눈을 이고 있는 하얀 응봉(1436.4m)의 머리 부분이 보인다. 봉우리를 내려서서 안부에 내려서고, 다시 방화로가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0시 29분, 고도 50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선다. 눈 쌓인 방화로를 오르는 대원들이 보인다.

촛대봉과 응봉

눈 덮인 방화로


10시 36분, 두 번째 이정표<촛대봉 4.5km, 하산 1.3Km>를 지나고, 10시 57분, 산행 시작 후 딱 한 시간 만에 세 번째 이정표<촛대봉 3.7Km, 하산 2.1Km>를 지난다. 2006년 3월 28일, 고래 대장이 실운현까지 우리와 꼭 같은 코스를 밟으며 산행을 한 적이 있다. 교통사고와 스키장에서 당한 두 차례의 다리 부상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데다, 감기 몸살로 몸의 컨디션이 최악인 상태에서 "꽃피는 춘삼월 칼바람과 눈보라와의 사투 ........"를 벌인 산행이었다고 한다.


그 때의 고래대장 산행기를 길잡이 삼아 산행을 하다 보니, 요소요소에 길 표지가 될 만 한 것을 빼 놓지 않고 기술한 정확성에 새삼 놀라고, 자세한 시간 기록이 큰 참고가 된다. 고래 대장은 눈보라 속을,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산행을 했음에도 세 번째 이정표까지 1시간 5분이 걸렸으니, 쾌청하게 좋은 날씨에 산행을 한 우리와 5분밖에 시간차가 나지 않는다. 이를 보니, 일몰 전에 오늘 산행을 마칠 수 있을까가 걱정이 된다.


계속하여 방화로를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여간다. 이윽고 방화로가 끝나고 능선이 이어지더니, 11시 18분 커다란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한 후, 암릉길을 오른다. 이어 11시 25분, 네 번째 이정표를 지난다. <촛대봉 2.9Km, 하산 2.9Km>

큰 바위를 우회하고 암릉길을 오른다.


눈 쌓인 가파른 경사를 오르며, 오른쪽으로 촛대봉을 보고, 뒤돌아 지나온 능선을 바라본다. 홍적고개 너머로 가덕산과 북배산이 가깝게 보인다. 11시 38분, 930m봉에 오르니, 북서쪽으로 명지산, 귀목봉 등으로 힘차게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답다.

뒤돌아 본 가덕산, 북배산

명지산 방향의 조망


11시 46분, 고래대장이 개구멍 바위라고 명명한 바위 밑을 지나, 직벽으로 이어지는 위태로운 암릉길을 내려선다. 아래에서 지헌대원이 스틱을 받아주고, 손잡을 곳, 발 딛을 곳을 알려주며, 도와준다. 심산대장과 내가 통과한 후에도, 추운 곳에 혼자 남아서, 뒤에 오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11시 55분, 다섯 번째 이정표<촛대봉 2.1Km, 하산 3.7Km>를 통과하고, 12시 1분, 삼거리인 990m봉에 오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화악리 2.9Km, 홍적고개, 4.4Km, 촛대봉 1.4Km> 왼쪽 방향이 화악리 하산길이고, 촛대봉 오르는 길은 오른쪽으로 90도 굽은 정북 방향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흰 눈을 뒤집어 쓴 화악산이 보인다. 이곳까지 2시간 4분 걸렸다. 고래대장은 눈보라치는 악 조건에서도 2시간 6분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하다.

990m봉 이정표


12시 8분, 노송이 하늘과 땅 양쪽으로 가지를 벌리고 있는 큰 바위를 지나고, 이어서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급경사를 오르막을 올라 다시 능선을 걷는다. 12시 26분, 눈 쌓인 능선길가에 대원들이 모여 쉬고 있다. 아마 후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을 지나쳐, 혼자 촛대봉 정상을 향한다. 고도가 높아지며, 바람에 노출된 능선의 눈들은 부석부석 얼어 있다. 암릉을 우회하며 얼어붙은 발자국을 따라 오른다. 앞에 뾰족한 촛대봉이 버티고 있고, 왼쪽으로 하얀 논에 덮인 응봉이 보인다.

바위 위의 노송


12시 36분, 다시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잠시 멈추어 서서,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대원들이 뒤따라오는 기색이 없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우리 일행은 쉬고 있다고 생각했던 능선길에서 점심식사를 했다고 한다. 정상에 오르는 가파른 오르막을 코앞에 두고 점심상을 차리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나의 성급한 판단이 잘못이었던 것 같다.

촛대봉 오르며 뒤돌아 본 지나온 길


12시 56분, 검은 정상석이 서 있는 촛대봉 정상에 오른다. 조망이 그만이다. 촛대봉은 동절기 설경이 좋다고 하지만, 동쪽과 남쪽으로 흘러내린 능선의 눈들이 많이 녹아, 실제 설경은 별 볼일 없지만, 촛대봉 정상의 조망은 일품이다. 바로 가까이에 경기도의 최고봉인 화악산이 흰 눈을 이고 누워있고, 그 오른쪽으로 화악산에 버금가는 응봉이 역시 흰 눈에 덮여 있다. 사방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은 후, 정상석 옆의 너른 돌 위에 혼자 앉아 정상주를 마시고, 점심식사를 한다. 햇볕은 따듯하고, 바람 한 점이 없다. 어느 곳으로 눈을 돌려도 조망이 일품이다.

촛대봉 정상

강원도의 촛대봉 정상 안내판

촛대봉에서 본 화악산

촛대봉에서 본 100도 방향의 조망, 지암마을과 춘천호

60도 방향으로 보이는 춘천호

점심을 다 마쳤는데도 일행이 올라오는 기색이 없다. 주위의 풍광을 다시 카메라에 담으며 일행을 기다린다. 이윽고 심산 대장이 혼자서 올라온다. 점심을 마치고 먼저 출발했다고 한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일행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1시 30분 경, 심산대장과 함께 응봉을 향해 출발한다.


촛대봉을 내려서는 북쪽 사면은 눈이 깊게 쌓여 길이 보이질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응봉으로 방향을 잡고, 눈 많은 능선을 피해, 조심스럽게 사면을 내려선다.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화악산에서 설운현을 거쳐, 응봉에 이르는 능선이 깨끗하게 보인다. 장관이다.

촛대봉 내려서며 본 응봉


1시 50분 경, 3~4m 쯤 돼 보이는 절벽 앞에 선다. 절벽 아래에 빨간 표지기가 보인다. 우회로를 찾아보지만, 그럴 듯한 곳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 고래대장은 이곳에서 정상부근까지 후퇴하여, 오른쪽으로 우회했다고 하는 곳이다. 심산대장이 절벽 끝의 나뭇가지를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서다, 나뭇가지를 놓고, 눈 쌓인 사면을 그대로 미끄러져, 눈 위로 떨어진다.


장가도 못간 아 새끼들이 둘씩이나 있는 몸인지라, 한참을 망설이다 두눈 딱 감고, 심산대장의 뒤를 따라 눈구덩이로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는다. 허리까지 눈에 묻힌다. 하지만 엉덩이에 닿는 감촉은 마치 솜 방석에 앉은 느낌이다. 묘한 기분이다. 다시 한 번 미끄러져 내려오고 싶은 기분을 겨우 억제한다.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 속을 헤치며 안부를 지나, 능선에 올라서서, 신발 속에 가득 들어온 눈을 털어내고, 비로소 스패츠를 착용하느라 한없이 시간을 보낸다. 재빨리 스패츠를 신은 후, 기다리다 지친 심산대장이 먼저 출발을 하고, 정상 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지헌대원과 화봉대원이 모습을 나타낸다.


촉대봉을 지나서는 눈이 깊고, 길이 없다. 하지만 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외줄기라 엉뚱한 곳으로 길을 잘못 들어설 염려는 없다. 심산대장이 앞장서서 럿셀을 하며 길을 낸다. 남쪽 사면의 눈은 많이 녹았지만, 북쪽 내리막 사면의 눈은 무릎까지 빠진다.

 

심산대장이 럿셀하여 터놓은 길


2시 30분경, 눈이 허벅지까지 빠지는 안부를 지나, 남쪽 사면의 오르막길에서 대원들이 모여, 후미를 기다린다. 여자대원 두 사람을 앞세운 경담대원이 모습을 보인다. 백두대간 때부터, 힘들어 하는 대원들의 뒤를 말없이 받혀주는 믿음직스런 모습이다. 과일을 나누어 먹고, 2시 40분 경, 심산대장과 먼저 출발을 한다. 이제 산행 가능한 시간은 2시간 30분 남짓하다. 일몰시간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지헌 부부가 뒤따라온다. 고도가 높아지며, 능선의 눈은 푸석푸석 얼어 있지만, 북쪽 사면과 안부의 눈은 여전하다. 지헌대원이 럿셀을 돕는다. 암릉지대를 지나, 3시 7분, 군사지역임을 알리는 경고문을 지나고, 3시 34분, 전봇대가 보이는 곳에 선다. 오랜만에 표지기들이 눈에 뜨인다. 이어서 짧은 너덜지대를 지나고 ,3시 38분, eoUfYYeSWKK_0rpmFBoRAQ.jpg응봉 군사도로에 선다. 지뢰매설지역이라는 위험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군사도로에서 보는 조망이 압권이다. 촉대봉부터 이곳까지 이어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화악리 계곡이 아득한데, 오른쪽으로 화악산의 모습이 웅장하다.

위험지역 안내문

군사도로에서 본 지나온 능선 1

군사도로에서 본 지나온 능선 2

군사도로에서 본 삼악산 방면의 조망

가까이 본 화악산


주위 사진을 찍고, 서둘러 군사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정면으로, 광덕산, 상해봉, 복주산, 하오현이 펼쳐진다. 장관이다. 바람이 거세게 마주 불어온다. 사진을 찍느라고 장갑을 벗은 손이 시리다. 배낭을 벗어, 재킷을 꺼내 입고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추위 속에서도 우정대원과 지헌대원은 내리막에서 엉덩이 썰매를 타며 좋아한다.

군사도로에서 본 북쪽 조망- 광덕산, 상해봉, 회목현, 복주산

 

사창리


4시 18분, 차단기가 높게 들린, 설운현에 도착하여, 일행을 기다린다. 설운현에서 보는 북쪽 조망이 시원하다. 한북정맥을 하면서 걸었던 능선이 뚜렷하고, 수피령 그리고 멀리 대성산까지 조망된다. 오늘은 어쩐 일인지 짹 대장이 최후미다. 설운현에서 단체기념사진을 찍고, 4시 30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설운현


심산대장은 단체사진 찍기도 생략한 채, 먼저 하산한다. 역시 산행경험이 많은 심산대장이 다르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4Km나 남았는데, 중간에서 꾸물대다가 해가 떨어지고, 미끄러운 내리막 눈길에서 나둥그러지기라도 하면, 골절상을 입기가 십상인 상황이다. 안전제일 !!, 역시 관록은 무시할 수가 없다.


구불구불 눈 쌓인 군사도로가 한 없이 이어진다. 아이젠을 꺼내 착용한다. 지는 해를 받고 우뚝 솟은 아름다운 응봉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이윽고, 군사도로가 넓은 터널공사 도로로 이어진다. 무릎과 허리에 많은 부담을 주는 눈 덮인 내리막길을 서둘러 내려선다. 5시 27분, 저 아래 밴이 보이고, 수덕산(794.2m)이 황혼 속에 아름답다. 5시 30분 경, 버스에 도착하여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응봉

일몰 전 하산


(2007.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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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곡 휴게소 주차장에서 본 칠보산 구봉능선


2006년 9월 23일(토).

그 동안 정맥, 기맥을 쫓아다니다 보니, 산정산악회의 토요산행에는 오랜만에 참여한다. 산행지는 충북 괴산의 칠보산이다. 국립공원 속리산 북쪽 끝자락에 자리 잡고, 암봉과 노송, 그리고 고사목이 어우러진 보석처럼 아름다운, 일곱 개의 봉우리가 이어졌다해서 칠보산이라고 불리 우는 산이다.

9봉에서 본 칠보산

하산하면서 본 촛불바위와 칠보산 정상

뒤돌아 본 6봉

 

노송이 아름다운 9봉

희양산 방향의 기암과 고사목

하산하며 본 고사목


칠보산에서 서쪽으로 구봉능선이 흘러내리고, 북서쪽으로는 보배산(772m)이 연결되며, 쌍곡계곡 건너에는 군자산(948m)이 우뚝하다. 이어서 동쪽 능선을 따라나서면 시루봉을 거쳐 악휘봉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산꾼들은 칠보산과 보배산 또는 악휘봉과 연계한 연계산행을 즐긴다고 한다.

8봉에서 본 군자산과 쌍곡계곡

4봉 우회하다 왼쪽으로 본 보배산과 그 능선

 

칠보산 정상에서 본 군자산과 보배산

정상에서 본 희양산


칠보산에서는 조망이 일품이다. 인접한 주위의 군자산, 보배산, 악휘봉 그리고 희양산이 가깝고, 남쪽으로, 눈앞에 전개되는 장성봉, 대야산, 청화산,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웅혼한 산세가 압권이다.

정상에서 본 백두대간 파노라마

악휘봉 그리고 희양산

장성봉, 대야산

 

장성봉, 대야산 속리산


칠보산 구봉능선의 북쪽에는 문수암골이, 남으로는 살구나무골이 흘러내려, 절말, 덕바위, 서당말, 소금강 등으로 유명한 쌍곡계곡을 이룬다. 칠보산이 높지 않으니, 문수암골이나, 살구나무골도 험하지 않고 부드럽다. 이처럼 아름다운 계곡 속에 우뚝 솟은 칠보산은 아기자기한 암봉과 아름다운 노송, 고사목으로 보석처럼 빛나고, 빼어난 조망으로 우리들을 황홀하게 한다.

쌍곡계곡을 건너고

살구나무골로 내려선다.


오늘이 추분(秋分). 내일부터는 밤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여, "동짓달 기나긴 밤"으로 이어진다. 설악산 대청봉에는 7부 능선까지 단풍이 내려오고, 지리산에도 단풍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아름다운 칠보산 산행에 참여한 사람들 수가 20여명에 불과하여, 참여자들은 버스 안에서 널찍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앉는다.


버스는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들녘이 아름답다. 녹색도 아니고 노란색도 아닌 묘한 색깔이다. 단풍보다 곱다는 생각을 하며, 넋을 놓고 내다본다. 버스는 음성 IC에서 19번 국도로 내려서더니, 휴게소에서 30분간 정차하고, 이어서 34번 국도로 갈아탄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들녘

귀로에 본 농촌 풍경


칠성면 안내판이 보이고, 이어 속리산 국립공원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우회전하여 517번 지방도로로 들어서서, 10시 25분 경, 떡바위에 도착한다. 정차했던 30분을 빼면, 이곳까지 오는데, 2시간 30분 쯤 걸린 셈이다. 산행을 마치고 상경할 때는 괴산 IC에서 중부고속도를 타니, 2시간도 채 못되어 동서울 톨게이트에 도착한다. 그 만큼 가까운 곳이라는 이야기다.

떡바위


오늘 산행코스는 『떡바위-떡바위골_암릉능선-전망대-정상-안부-서당골-살구나무골-용추-쌍곡휴계소』로 도상거리 약 10Km에, 점심시간 약30분을 포함하여 약 4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칠보산 개념도


도로를 건너, 떡바위를 둘러보고, 왼쪽 계곡으로 내려서지만, 계곡을 건널 곳이 마땅치 않다. 다시 도로로 나와 5 미터 정도 남쪽으로 내려서니, 도로변에 칠보산 탐방로 팻말이 보인다. 10시 30분 경, 왼쪽으로 내려서서 계곡을 건너 산행을 시작한다.

칠보산 탐방로 표지


잘 나있는 등산로를 7~8분 따라 오르니, 등산로가 Y자로 갈리고, 양쪽에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왼쪽은 문수암골을 거쳐, 칠보산으로 오르는 길이고, 오른쪽은 구봉능선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이다. 작은 개울을 건너 가파른 능선길을 오른다.


산 이름은 칠보산, 능선이름은 구봉능선, 실제로 셀 수 있는 봉우리는 15개라고 한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는 가까우면, 5분, 멀어야 10분 거리다. 험한 곳에는 자일이 걸려 있고, 우회로도 있어 위험하지 않다. 정상까지는 약 3Km, 줄곧 오르막이지만, 주위를 조망하며 천천히 걸어도 2시간 30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

1봉 정상의 기암

1봉에서 본 2봉

1봉에서 본 오른쪽 조망

2봉에서 본 3봉

3봉가는 길의 고사목

4봉, 5봉은 우회하고, 6봉에 올라 본 7봉

 

7봉에서 내려다 본 쌍곡계곡

올려다 본 8봉

9봉 위의 노송

9봉 하산로

지나온 능선과 건너편 소군자산 능선

정상 이정표

정상석


정상에서 약 30분 동쪽으로 진행하면, 안부 삼거리에 이르고, 그곳에서 1시간 정도면 살구나무골을 거쳐, 쌍곡 휴게소로 하산하게 된다. 길도 뚜렷하고, 곳곳에 이정표가 서 있다.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촛불바위

뒷면은 귀면암인가?

거북바위

하산하며 본 암벽

삼거리 이정표

산죽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지고,

낙엽송 숲을 지나며,

맑은 계류가 흐르는 살구나무골을 내려선다.

장성봉 갈림길의 등산안내도

쌍곡폭포

 쌍곡 휴게소 바로 옆 계곡 - 여기서 땀을 닦았다.

 


(2006.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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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挑戰)! 불수사도북 종주의 우정 산행 때 찍은 산 사진 모음이다.

 

북한산과 도봉산

의상능선, 삼각산, 문수봉, 보현봉

보현봉, 문수봉, 형제봉, 북악산, 인왕산, 남산

보현봉과 사자 능선


기도원 뒤로 본 삼각산

삼각산과 도봉산

삼각산, 노적봉, 염초봉, 원효암

문수봉에서 본 삼각산

의상능선 너머 삼각산

비봉에서 본 삼각산

의상능선과 삼각산


형제봉과 남산

비봉에서 본 서울

보현봉과 문수봉

보현봉

 

보현봉 가는 길 - 2010년까지 휴식년제로 출입통제

가까이 본 보현봉

반대편에서 본 보현봉

보현봉과 사자능선

멀리 본 문수봉

문수봉 정상

문수봉 지능, 비봉능선, 족두리봉

문수봉 지능 암괴

 

문수봉, 715m봉, 나한봉

의상능선

의상봉, 용출봉, 용혈봉,

나월봉, 나한봉

비봉에서 본 의상능선

사모바위


멀리 본 비봉

 

가까이 본 비봉

비봉 정상

반대편에서 본 비봉

족두리봉으로 하산하며 본 비봉


비봉에서 본 향로봉 능선

반대편에서 본 향로봉 능선

향로봉 능선의 마지막 암봉

비봉에서 본 족두리봉

족두리봉

족두리봉을 오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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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인의 우정 산행-경담사진

도전(挑戰)!

피를 끓게 하고,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 속에 묻혀, 아쉬움만 남기는 단어가 돼버린 느낌이다.


산 이사회에서 불수사도북의 오산(五山)종주를 시도한다. 종주거리 약 55Km, 잭 대장이 종전 자신의 기록, 21시간을 갱신할 의지를 보이며, 예상소요 시간을 19시간으로 공표한다. 시간당 약 3km를 걸으라는 소리다. 2.5Km 정도의 주력이 고작인 나는 도전할 의욕을 접고, 꼬리를 내린다.


과감하게 기록에 도전하는 산 이사회의 젊은 대원들을 응원하기 위한 우정산행팀이 급조된다. 우이동에서 출발, 대동문에서 산성주능선에 올라, 비봉능선을 거치고, 족두리 봉을 우회하여, 불광동 대호아파트로 내려서서, 4시경에 도착 예정인 종주 팀을 기다린다. 가이드는 고봉님이고, 원하는 회원들이 참여한다.


약속장소인 수유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려면, 7호선을 타고 북상했다가, 노원역에서 4호선으로 바꾸어 타고 남하하여야한다. 경유하는 정거장 수가 20개, 한 시간이 족히 걸리는 거리다.


노원역에서 4호선으로 바꾸어 타고,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서니, 고봉대원, 경담대원이 반갑게 맞는다. 여왕봉, 여원, 산조아, 망월대원이 참여하고, 약속시간인, 9시 정각에 오 사장이 모습을 보인다. 날씨는 쾌청하게 맑아, 가시거리도 좋고, 공교롭게 남녀 동수로 성비(性比)도 같아, 시작부터 조짐이 좋다. 버스로 우이동으로 이동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노원역

귀소천 계곡

 

들머리 단체사진

용담수

 

돌계단길

대동문 문루의 오 사장

대동문 성루의 대원들

성벽길을 걷고

호연지기를 뽐낸다.

문수봉에서

사막의 오아시스 - 사모바위 앞 헬기장, 소나무 그늘

비봉 정상에서

3차대여! 영원하라.

비봉에서의 간식

추억의 향로봉 - 여왕봉 대원

 

기다려라 향로봉 내가 간다. - 망월 대원

향로봉 우회길

바위 사이로 빠지고

마지막 하산 길


백수가 된 후, 3년 동안을 산행에 따라다녀 보니, 대간 길도 걷게 되고, 정맥, 기맥 길도 구경을 해오지만, 남녀 동수로 산행을 해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차 짝짓기의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하고, 면면을 둘러보니, 3쌍은 이미 기정이 커플이 아닌가? 장난삼아 시작한 짝짓기가 이게 장난이 아닌 모양이다. 기정 커플에는 손도 못 대고, 산조아 대원과 오 사장을 맺어주기로 한다. "짝짓기"라고 했더니, 동물의 짝짓기를 연상하는 엉큼한 대원도 있는 모양이지만, 여기서의 짝짓기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처음으로 짝을 만나는 것에 비교 될 만큼 순수하고, 가슴 두근거리는 예식(禮式)임을 확실히 해 둔다.

2차 짝짓기

비봉 정상에서의 러브 사인


오후에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도전에도 우정에도 참여 하지 못한 우정대원이 한 차례 도전 팀의 근황을 생중계하더니, 볼일을 보러 나갔는지, 이후는 감감 무소식이고, 종주 대원들과도 전화가 안 된다. 우정산행 때려치우고, 의상능선이나, 구기터널로 하산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의리의 사나이 경담대원은 틈나는 대로 통화를 시도하더니, 비봉에서 드디어 덕암대원과의 통화에 성공한다. 덕암대원의 현 위치가 문수봉이라는 보고다.


우정산행팀도 하산을 서둘러 5시 경에 대호매표소를 통과하고, 아파트 단지로 내려서서, 독바위역에 도착한 덕암대원과 호프집에서 합류한다. 덕암대원의 산행기록은 약 20시간, 훌륭한 기록이다. 6시 45분 경, 대호 아파트로 하산 중인 잭 대장과 통화가 된다. 여왕봉, 오 사장, 덕암대원이 잭 대장을 맞으러 잔류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불광동 전철역으로 향한다. 힘든 종주에 도전한 젊은 대원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2006.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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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소-낙차가 없어 폭포는 못되고, 급한 물살이 바위를 파서 깊은 소를 만들었다.


산정산학회가 가이드 하는 당일 백두대간 종주는 지금 8차대까지 진행되고 있다. 국토사랑운동의 일환으로, 뜻있는 산악회들이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 안내산행 덕에,이제 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종주라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됐다. 무박으로 시작한 종주가 전국 도로망의 정비로 당일산행으로 바뀌고, 산악회 간의 경쟁도 심해져서, 이제는 수지가 맞지 않는 프로젝트가 돼 버렸지만, 산정은 당초 국토사랑운동의 취지를 살려, 꾸준히 백두대간 종주 안내산행을 계속하고 있다.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팀의, 선두대장이나 후미대장은 산정에서 대간 종주를 마친 사람 중에서, 산악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들이 담당한다. 일 년이 넘게 함께 고생하면서 들은 미운정, 고운정 때문에, 종주가 끝나도, 사람 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다.


2004년 3월에 시작하여, 1 년 만에 종주를 마친 3차대는 함께 종주를 했던 대원들이 이사회(二四會)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2번 정기산행을 갖기로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필히, 친정인 산정이 가이드 하는 산행에 참여키로 한다.


2006년 8월 12일(토).

산정산악회가 지리산 칠선계곡 산행을 가이드 하고, 이사회 회원들이 이에 동참키로 한다. 산정의 정기원 대장은 모처럼 찾아주는 3차대 대원들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푼다. 참여하는 대원들 중에 시간이 있는 대원들은 지리산에서 일박한 후,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일요일 칠선계곡으로 하산하면, 그 곳에서 픽업하여 서울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것이다. 일요일 칠선계곡 산행 시, 그 수만큼 예약을 덜 받고, 자리를 비워놓겠다는 것을 각오한 제안이다.


이사회 회원 중 18명이 산행신청을 하고, 이 중 9명이 지리산에서 일박하기로 한다. 만석이 된 산악회 버스가 지리산을 향해 달린다. 오늘의 산행코스는『백무동-하동바위-참샘-소지봉 안부-공비루트 삼거리-칠선계곡-비선담-추성동』으로 도상거리 약 12Km, 산악회가 제시한 산행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지리산 10경중의 하나인 칠선계곡을 산정산악회 홈페이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지리산 큰 산의 물줄기 중 하나는 남강으로 또 하나는 멀리 덕유산 골짜기에서 흐르는 섬진강으로 이어진다. 천왕봉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흐르는 칠선계곡은 심원골, 뱀사골, 피아골 등 지리산의 10여개 계곡 중에서도, 크고 작은 폭포와 소, 때 묻지 않은 원시림, 그리고 험준한 골짜기 때문에, 비경 중의 비경으로 알려진 곳이다.


현재는 휴식년제로 추성동에서 비선담 까지만 개방이 되고, 상류의 칠선폭포, 대륙폭포, 마폭포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버스는 서울을 빠져나와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새벽에 서둘러 움직인 탓인지, 시원한 버스 속에서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는 안개가 낀 산야(山野)가 펼쳐지고, 광복절 징검다리 황금연휴 때문인지 가족단위의 나들이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도로는 이른 아침인데도, 정체가 심하다. 9시 35분 경, 버스가 죽암 휴게소에 접근하자, 정 대장은 인삼 랜드에서 휴식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을 변경하여, 대원들의 아침 식사를 위해, 죽암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 죽암 휴게소의 식당은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여행객들로 만원이다.

연휴를 맞아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만원인 죽암 휴게소.


버스가 죽암 휴게소를 출발하자, 정 대장이 오늘의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오래전, 정 대장이 칠선계곡를 통해 천왕봉에 오를 때는 약 10Km를 오르기 위하여, 계곡에서만 3일 밤을 지냈다고 한다. 길도 없어, 계곡을 따라 오르며, 폭포는 바로 크라이밍 해 오르고, 소(沼)는 절벽 위로 우회하는 등 고생이 심했지만, 그 때 보았던 아름다운 계곡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백무동에서 소지봉 안부까지 약 2시간, 공비루트를 지나, 추성리까지 하산하는데 약 3시간이 소요되니, 모두 5시 30분까지는 하산을 하라고 당부 한다. 시간이 넉넉하니. 선두는 칠선폭포도 둘러보고, 하산 무렵에 용소도 둘러보라고 귀뜸해 준다.


버스는 경부 고속도로를 달린다. 버스가 무주를 지난다. 안개가 걷힌 차창 밖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윽고 버스는 고속도로를 버리고 24번 국도를 달려, 인월에서 60번 국도로 바꾸어 타더니, 12시 9분,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량 정체로 도착시간이 약 30분 정도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안개 걷힌 고속도로변의 아름다운 산과 들

백무동으로 이어지는 국도변 풍광


대원들이 배낭을 챙긴다. 지리산에서 일박을 할 예정인 대원들은, 비박장비 등, 짐이 장난이 아니다. 잭 대장, 우정대원, 지헌대원의 배낭 무게가 20Kg 내외는 될 듯싶고, 여자대원인 소백산, 예원의 배낭크기도 예사롭지가 않다. 12시 10분 경, 당일 산행 팀은 산행을 시작하는데, 비박 팀은 짐 배분 때문인지 출발부터 늦어진다.

매표소를 통과하는 대원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2:10) 산행 시작-(12:18) 매표소 통과-(12:19) 백무동 야영장-(12:21) 철 다리-(12: 39) 1Km 지점 통과-(13:05~13:09) 하동바위-(13:21) 2Km 지점 통과-(13:39~14 :26) 참샘-(14;43~14:55) 소지봉 안부-(15:08) 삼거리 갈림길-(15:58-16:04) 칠선계곡, 첫 폭포-(16:15) 이정표<추성리 4.8K, 천왕봉 4.9K>-(16:44) 비선담-(16:54) 옥녀탕-(17:01) 선녀탕-(17:45) 두지교-(18:12) 매표소-(18:13) 용소 갈림길-(18:25)- 용소-(19:02) 추성리 주차장』으로 중식시간 47분, 용소 왕복 25분, 알탕 22분 포함, 총 6시간 52분이 걸린 산행이다,

* * * * *


백무동 버스 정류장에서 300m 정도 오르면, 해발 540m의 백무동 야영장에 이르고, 등산로는 이곳에서 좌우로 갈린다. 좌측은 하동바위를 지나, 장터목 대피소, 우측은 기내소를 통과하여, 세석 대피소로 이어진다. 우리는 좌측으로 굽어, 철제다리를 건너고,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 완만한 돌길을 오른다. 역시 바람 한점 없는 무더운 날씨다. 119 구조대 팻말이 500m 단위로 박혀 있고, 중간 중간 이정표도 세워져 있어, 알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등산로는 대부분이 너덜 길 같은 돌길이고 꾸준히 오르막이 계속된다.

백무동 야영장  이정표

철제 다리를 건너고,

꾸준히 계속되는 오르막 돌길을 오른다.


젊은 대원들이 중심이지만, 짐이 무거운 비박 팀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보다 못한 심천 대장이 제일 무거운 잭 대장의 배낭을 바꾸어 메어주겠다고 되돌아 내려선다. 마주 내려오는 가벼운 차림의 남녀 중학생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아마도 장터목 부근에서 일박 후, 대청봉에 들렀다 하산하는 학생들 같아 보인다. 하나같이 모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어린학생들이 귀엽고 신통하다.


1시 5분 커다랗게 솟아있는 하동바위(해발 900m)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 있다.<백무동 1.8K, 참샘 0.8K, 장터목 대피소 4.0K, 천왕봉 5.7K> 이곳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비박 팀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할 수 없이 먼저 출발을 한다.

하동바위 이정표

하동바위


다시 철제다리를 건너고, 1시 39분 참샘(해발 1,125m)에 도착한다. 산행시작 후 약 1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산악회에서 예상한 시간보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진행이다. 참샘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물을 마시며, 쉬고 있다. 우리일행은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탐방로를 구분해 놓은 백색 줄을 넘어 이끼 낀 바위에 둘러 앉아, 도시락을 푼다.

참샘 이정표

참샘


당일 팀이 점심을 마칠 즈음에 비박 팀이 도착한다. 점심을 마친 당일 팀은 휴식을 취하면서, 이들이 점심을 끝내기를 기다려,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은 후, 2시 26분 경 산행을 재개한다. 등산로는 점점 가팔라지고, 곳곳에 로프가 늘어져 있다. 2시 43분, 소지봉 안부에 도착한 일행은 이곳에서 헤어질 비박 팀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오늘 산정행사에 참여한 일반 등산객들은 이미 이 지점을 모두 통과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잘 정비된 등산로 - 소지봉 가는 길

소지봉 안부 - 소지봉 가는 길의 고사목


2시 55분 경, 비박 팀이 모두 도착하여, 이들과 작별을 하고, 우리들은 왼쪽, "위험,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소위 공비 루트를 타고 내린다. 기준 시간에 비해 우리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늦게 이 지점을 통과한다. 조릿대가 무성한 이 능선을 계속 타고 내리면, 벽송사에 이른다고 한다. 3시 8분 삼거리에 이르러, 우리들은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왼쪽 하산 길은 백무동으로 이어진다.

조릿대가 무성한 공비 루트

 

 

추성리에 세워진 공비토벌 안내도


조릿대가 무성한 비탈길에 죽은 고목이 여전히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고, 어둑한 숲길을 커다란 죽는 나뭇가지가 가로막고 있다. 문자 그대로 원시림이 이어진다. 고도가 낮아지며, 빨치산들의 비트 터였던, 잡초가 무성한 공터를 지나, 3시 40분 경, 칠선계곡으로 떨어지는 골짜기에 이르러, 맑은 계류에 세수를 하며 더위를 식힌 후, 3시 55분경에, 칠선계곡에 도착한다.

고사목이 버티고 있는 원시림도 지나고

 

빨치산 비트였던 공지도 지나

계곡에 내려서서 땀을 들인다.


등산로 저 아래로 아름다운 폭포가 보이고, 너른 소(沼)가 펼쳐진다. 여자 대원들이 환성을 지르며, 폭포 쪽으로 뛰어내려, 배낭을 벗어 던지고, 등산화를 벗더니, 물속으로 뛰어든다. 폭포수가 떨어지고 너른 소가 있어, 주위에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약 10분간 땀을 들인 대원들은 4시 5분 경, 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칠선계곡에서 내려서서 만난 첫 폭포

폭포수에 발을 담그고 동심으로 돌아간 여자대원


4시 15분, 이정표를 지난다. <추성리 4.8K, 천왕봉 4.9K> 산악회에서 배포한 개념도에는 추성리까지 약 3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 5시 30분까지 하산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심산대원이 선두에 서서 달리고, 여자대원들이 서둘러 그 뒤를 따른다. 천천히 뒤따라오던 정 대장은, 6시 30분까지 하산하자고 하산시간을 수정한다.

칠선계곡 정 중앙을 알리는 이정표


고사목이 바위에 걸려 등산로를 막고 있는 곳을 지나고, 징검다리를 타고 계곡을 건너, 4시 24분, 119 구조대 팻말, <지리 09-09>을 지난다. 추성리 까지 4,5Km가 남았다는 이야기이다. 4시 30분,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있는 나무 전망대에 서서 칠선계곡을 굽어본다. 계곡을 따라 등산로를 정비해 올라오면서 출입금지 지역을 점차적으로 해소하는 모양이다.

고사목 장애물을 통과하고

징검다리를 건너 하산을 서두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옥빛 소(沼)

잘 정비된 등산로 1


등산로가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4시 40분, 대원들이 비선교 흔들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보이고, 비선교 위에서 비선담을 카메라에 담는다. 다리를 건너니 이정표가 보인다. <추성리 3.9K, 칠선폭포 1.5K, 천왕봉 5Km>

비선교

비선담


계곡을 따라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달려, 4시 56분 옥녀탕에 이른다. 추성리까지 3,5Km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5시 선녀탕을 지난다. 추성까지 아직도 3.4Km가 남아 있다. 5시 30분의 도착시간을 의식한 듯, 우리 대원들은 계곡물에 더 이상 발도 담가보지 못 한 채, 앞만 보고 내 달린 모양이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잘 정비된 등산로 2

옥녀탕

 

옥녀탕 하류 1

옥녀탕 하류 2


선녀탕을 지나자, 등산로는 계곡을 버리고 산으로 이어진다. 제법 가파른 산길이 오르내린다. 사진 찍을 것도 없어, 앞서 간 대원들을 쫓아, 절 나게 달린다. 이윽고 등산로가 다시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5시 38분 마지막으로 알탕이 가능하다고 짐작되는 계곡을 지난다. 혹시 우리 대원들이 계곡 어디선가 알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소리쳐 불러 보지만, 아무 대답도 없다.

선녀탕

계곡에서 멀어진 쉼바위, 이곳을 내려서서 다시 계곡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멋진 소(沼) - 이곳에서 알탕을 하고 용소를 포기했어야 했다.


5시 43분 계곡을 벗어나 두지교를 건너, 쉼터에서 캔 맥주를 사서 마시며, 후미의 정 대장과 심천 대장을 기다리지만 소식이 없다. 혹시 중간에 알탕이라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고, 다시 추성리를 향해 달린다. 6시 12분 추성리 매표소를 지나고, 13분 용소 갈림길에서 잠시 갈등이 생긴다. 그대로 진행하면, 100m 남은 추성리에 바로 도착하겠지만, 마을이라 땀을 씻을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다. 차라리 멀지 않다는 용소에 들러, 구경도 하고, 알탕도 하기로 하고 용소로 향한다.

두지교

 

쉼터를 지나고

추성리로 향하는 내라막 길을 내려서서

용소로 향한다.


약 12분 후 용소에 도착한다. 정 대장이 설명한대로 평평한 암반을 흘러내린 급류가 정면의 암벽을 파고들어 깊은 소를 만들었다. 소의 물빛이 푸르디 푸른 것이 소의 깊이를 짐작키 어렵겠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계곡으로 내려와 알탕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20여분이 후딱 지난다. 6시 45분 서둘러 용소를 뒤로하고, 추성리로 향한다. 식사 뒤처리를 마치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버스에 오르니 7시 2분이다. 다행히 버스 출발시간을 지연 시키지는 않았지만, 정 대장, 심천 대장 및 이사회 회원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또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

용소로 들어가다 왼쪽으로 본 멋진 봉우리

용소

알탕을 한 용소 계곡


7시 15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 버스는 10시 40분 경, 양재역에 도착한다.

 


(2006.8. 1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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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화물터미널에서 출발하여 청계산(618m)을 넘고, 하오고개를 건넌 후,백운산(567m), 광교산(582m)을 지나, 수원시 경기대로 하산하는 약 25Km의 종주코스는 일명, 한양 남 알프스라고도 불린다. 약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쉽지 않은 코스다

 


2006년 7월 22일(토).

전국에 내린 집중 호우로 수해 피해가 심각하다. 산을 찾는 사람들이 수해지역의 산행을 자재하고, 산악회에서도 산행을 꺼리다보니, 산행일정들이 무더기로 펑크가 난다. 한심한 정치인들과 비교하면, 과연 산사람들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 앞으로는 산사람들 중에서 정치가를 뽑아야겠다.


산행지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산이사회가 금요일에 한양 남 알프스 종주계획을 발표하자, 기대에 찬 대원들이 적극 호응하여, 무려 18명이나 참여한다. 신 회장을 비롯한, 운영위원들, 고문들, 그리고 조총, 정총의 총무단 등이 모두 참여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여치 못한 고봉대원, 경담대원,심천대장과 지난밤 과음으로 산행을 포기한 덕암대원 정도가 빠졌을 뿐이다.


심산대원이 산행을 가이드하고, 대원들을 A팀(종주할 대원)과 B팀(국사봉에서 탈출할 대원)으로 나누어 산행을 하기로 계획한다. 하지만 9명으로 구성된 종주 팀도 한양 남 알프스 종주코스를 다 밟지는 못하고, 예정 코스에서 약 5.2Km를 남긴, 토끼재에서 탈출한 후, 산이사회에서만 통용할 수 있는 청광종주(청계산-광덕산 종주)라는 기발한 신조어를 만들어 낸다.


우선 화봉대원이 제일 먼저 국사봉에서 성남 쪽으로 하산하고, (B팀 탈출코스)


발목이 불편한 백산대원, 소천대원, 그리고 여왕봉대원 등 고모 4인들을 포함한 6인의 대원들은 완주 팀을 지원하는 마음으로 하오고개까지 산행을 연장하며,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건너는 방법을 확인하고 싶었던 우림대원은 바라산을 넘어, 고분재에서 속말 쪽으로 탈출하고,

 

종주 팀 9인조는 광교산을 지나, 토끼재를 거쳐, 수지면에서 산행을 마친다.


문자 그대로 사분오열(四分五裂)이다. 위에서 열거한 것처럼, 4분(四分) 까지는 확인이 되는 데, 오열(五裂)은 확인하지 못하겠다. 사분오열이란 말이 한자의 사자성어(四字成語)에서 나온 말이니, 중국역사 약 5,000년의 경험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말이다. 그 경험에 의하면, 사분하면 반드시 다섯 갈래이상으로 찢어진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완주 팀 내에도 또 다른 갈래가 있었다는 말인가? 아마도 종주의 성공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이번 산행은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기록으로 산이사회 역사에 오래 오래 남을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산행 후, 산이사회 회원들과 행한 긴급 가상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먼저 무구대원,


"내가 뭐라고 했소? 사진은 10컷으로 제한해야 제시간에 하산 할 거고, 13문 종주 때처럼, 10분 산행하고 10분 휴식하면, 산에서 달 볼 거라고 했잖아요? 달도 없고, 랜턴 준비도 안 했으니, 중도 탈출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지요."


다음은 잭 대장,


"산이사회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한양 북 알프스도 종주한다고, 소리만 요란하더니 실패로 끝나고, 남 알프스 종주도 도중 하차했으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나 혼자서라도 종주를 해서, 산이사회 체면을 살려야겠네요."


어찌 우정대원의 꽈리가 빠질 소냐?


"누가 그래? 누가 실패했다고 하는 거야? 수원 광교산까지 왔으면 다 온 거지... 나머지 비로봉, 형제봉을 거쳐 경기대까지는 수원 아줌마들의 동네 뒷산이 아닌가 베. 거길 왜가지? 수지 쪽으로 빠져 (이건 절대 탈출이 아니라고요.) 호젓한 계곡에서 알탕을 즐겨야지, 넘 넘 행복한 산행이었지요."


가이더 심산대원의 해명이다.


"삼복더위에 남 알프스 종주는 처음부터 무리였지요. 산행이라는 것이 어디 종주만 의미 있는 건가요? 좋은 곳 찾아 즐기면, 그게 좋은 산행이지요. 매봉 오른쪽의 물 많은 계곡은 모두 처음 가 보셨죠? 청계산이 이름과는 달리 물이 없다고들 하지만, 서쪽 계곡은 이처럼 물이 좋지요. 무더위 속에서 10시간 가까이 걸어, 광교산까지 왔으니, 훌륭한 산행을 한 거죠."


신 회장님이 결론을 짓는다.


"허허, 회장은 가만히 있어도, 대장들, 운영위원들이 잘들 알아서 해주시니, 나는 왜 이처럼 복이 많은지 모르겠네요. 오른 산행은 훌륭했어요. 종주한 것과 다름이 없지요. 허, 허. 허."


화봉대원은 예정한 대로 B팀 탈출이니,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이고, 하오고개에서 산행을 마친 6명의 대원들을 대표하여 여왕봉 대원은,


"하오고개에서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애를 먹었지요. 지나가는 차들을 세워보지만, 어디 세워주나요? 한 1.5Km 정도를 터덜터덜 걸으니 버스 정류장이 나오더군요. 완주 팀의 완주를 바랐는데, 시간이 부족했었나 보죠? 공연히 후미에서 부담만 드린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네요."


고분재에서 탈출한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8:38) 양곡 도매시장-(8:41) 등산로 입구-(8:54) 산행시작-(9:12) 개나리 약수터 갈림길-(9;17) 입맞춤 길-(9;42~9:47) 옥녀봉-(10:18~10:23) 옥녀봉 서쪽 계곡 휴식-(10:58) 바위전망대-(11:05~11;20) 매봉 뒤 막걸리 쉼터-(11:46) 혈흡재-(11:57) 망경대-(12:23) 석기봉-(12:35~12:12) 중식-(13:14) 조견선생과 만경대 안내판-(13:21) 이정표 NO.51<국사봉 1.65K>-(13:53) 국사봉-(14:16) 윤중동 능선 이정표 NO.32<하오고개 , 의왕, 성남 시경계 0.85K>-(14:40) 하오고개-(15:03) 지하차도-(15:09) 청계육교-(15:20) 등산로 진입-(15:51) 363고지-(16:01) 이정표 22 <바라산 3.2K,백운산5.7K>-(16:26)바라산능선,이정표23<바라산1.9K,백운산 4.4K>-(10:36) 발화산, 이정표 NO.24<바라산 1.5K, 백운산 4.4K>-(16:44) 백운호수 갈림길 능선-(16:52) 바라산 진입능선-(17;20~17:37) 바라산-(17:50) 고불재 갈림길, 이정표<백운호수 2.3K, 백운 산 1.7K>-(18:24) 속말』중식시간 약 40분을 포함하여, 총 9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이하 실패한 종주후기는 사진으로 대신한다.

산행시작

아래 그림은 들머리에 표기된 산행거리와 소요시간이다. 실제 산행시간은 옥녀봉까지 약 50분, 매봉까지 약 2시간 20분이 걸렸다. 이 실제 산행시간이 종주에 크게 집착하지 않겠다는 심산대원의 의중을 말해주고 있다.

들머리에서의 산행거리와 시간

옥녀봉

아래 그림에서 처럼, 정규코스를 따라 옥녀봉에서 매봉에 오르지 않고, 우리들은 옥녀봉에서 서울대공원으로 흐르는 능선을 타고 내리다가, 왼쪽 골짜기로 내려선 후, C자형의 계곡을 거슬러, 매봉 뒤 막걸리 파는 휴식 터로 내려선다. 산행 시간은 정규코스보다 약 30분 이상 더 걸렸지만, 인적이 드믄 골짜기에는 그야말로 청계가 시원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옥녀봉에서 매봉까지의 코스

대공원 쪽으로 내려오다 본 매봉.

 

서기(瑞氣)마저 감도는 아름다운 송림길 

물 맑은 계곡에서의 휴식

 

응급조치

만경대에서 본 매봉

만경봉 군부대 철책

석기봉

석기봉에서 본 만경대

석기봉에서 내려본 헬기장, 하오고개 건너, KBS 송신탑

석기봉의 기암

헬기장에서 본 석기봉과 만경대-이정표에서는 헬기장을 석기봉이라고 적고 있다.

송산 조견선생과 만경대 해설판

국사봉

윤중동능선의 이정표 NO.32 <하오고개 0.85K>

아래 그림에는 윤중동능선에서 시작하여,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건너는 길이 2가지로 표시돼 있다. 점선이 옛길이고. 윤중동 능선에서 붉은 화살표를 따라 청계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이 권장하는 새 길인 듯싶다. 나는 하오고개까지 내려와 구 도로를 따라 걷다가, 안내도의 도깨비도로 부근에서 57번 국도로 올라, 청계육교을 통해, 서울 외곽순환도로를 건넜다. 따라서 외곽순환도로를 건너느라, 약 40분간을 소비한다. 옛길에 비해 약 30분 정도는 더 걸은 것 같다.

고속도로 건너는 방법


 

하오고개  이정표

 

구 도로를 걷는 대원들

도깨비 도로로 이어지는 지하차도

청계육교에서 내려다 본 청계 톨게이트

57번 국도의 "안녕히 가십시오" 팻말 - 성남시와 의왕시의 경계

363고지

갈림길의 이정표 NO.22 <바리산 3.2K>

같은 위치의 등산 안내도

위 갈림길에서 바라산 진입능선까지의 약 2.5Km는 인적도 없이 호젓한 완벽한 산책로다. 이렇게 멋진 산책로가 있고, 백운산, 광교산 등 명산이 있어, 한양 남 알프스가 산악인들에게 인기인 모양이다. 어차피 종주는 그른 일, 서둘지 않고 천천히 산책을 즐긴다.

아름다운 산책길

발화산 (425.5m봉)

바라산 진입 능선

급경사 바라산 오름길 - 깔닥고개가 무색할 정도다.

바라산에서 본 백운 저수지

바라산에서 본 백운산과 광교산

바라산 정상의 송림

바리산 정상

당겨 찍은 백운산

고분재 갈림길 이정표 NO.27<바리산 07K, 백운산 1.7K, 백운호수 2.3K>

백운산까지 1,3Km가 남았다. 한 시간 이내의 거리지만, 시간이 벌써, 5시 50분이다. 종주를 하려면 이직도 3시간 이상을 더 걸어야 한다. 미련 없이 속말 쪽으로 탈출한다.

고분재 약수터

하산 완료.

속말 중앙농원 식재관광농원


다음에는 가을에 아침 일찍 출발하여, 한양 남 알프스 종주를 다시 시도하던가, 아니면, 심심할 때 아무 때건, 오늘 하산한 속말에서 고분재로 올라, 못 다한 나머지 구간을 이어 달리든가해서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2006.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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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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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봉에서 본 귀때기청봉


백두대간을 하느라 지난해 가을, 새벽에 황철봉을 넘은 적이 있다. 이 때 아침 햇살 속에 누워있는 귀때기청봉을 바라보고, 그 우람한 능선미(稜線美)에 반해,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귀때기청봉(1,577.8m)은 설악산 서북능선 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다. 왜 이름도 괴상한 귀때기청봉인가? 바람이 하도 심해 귀때기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고 해서 귀때기청봉이라 했다고도 하고, 또는 대청봉과 키 재기를 하다가 따귀를 맞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지만 어느 것이 정설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재미있는 이름이다.


한계령에서 시작하여 서북능선을 타고 서북쪽으로 진행하여 귀때기청봉을 지나,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하산할 경우, 도상거리는 약 13.1Km에 불과하지만, 너덜길을 지나고, 암벽을 오르내려야 하는 등 둥로가 험해, 산행시간은 8시간이 족히 걸린다. 따라서 과거에는 당일 산행코스로는 엄두를 내지 못하였으나, 최근 도로사정이 좋아지면서, 당일산행을 시도하는 산악회들이 늘어간다.


2006년 7월 8일(토).

산정산악회에서 당일산행으로 귀때기청봉을 오른다고 한다. 한여름이라 산행이 힘들고, 장마철이니 언제 비가 올지도 모르며, 설혹 비가 오지 않더라도, 맑은 날씨를 기대할 수가 없어, 아름다운 조망은 바라지 못할 터이지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만사를 제쳐 놓고 예약을 한다.


오랜만에 산정의 정 대빵님도 반갑게 만난다. 경유지를 다 거치자, 버스는 만원이 된다. 낮 익은 얼굴들이 많다.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1차대, 2차대 선배님들이 보이고, 우리 3차대에서도 화봉대원, 소천대원이 참석한다. 대간을 하면서 멀리 보기만 했던 귀때기청봉을 간다니까, 모두들참여한 모양이다.


크린턴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대빵님이 오늘 산행요령을 알려준다. 산행 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기 때문에, 서둘지 말고, 천천히 즐기며 산행을 하라고 평소에는 강조 해 왔으나, 오늘만큼은 산행시간을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부탁한다. 11시 경에 산행을 시작한다고 보고, 7시까지는 하산을 해야,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버스가 서울에 도착할 수 있으니, 2시까지 귀때기청봉에 도착한 사람들은 완주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귀때기청봉에서 온 길을 되돌아, 한계령으로 하산 조치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대빵님 자신이 후미에서 따라 오며, 산행시간을 관리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험한 길에서 발목을 다친 부상자가 생기고, 후반에 들어, 체력이 떨어진, 일반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늦어져, 대빵님이 후미그룹 10여명을 인솔하고, 버스에 도착한 시간은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늦은 8시 경이다. 후미그룹의 식사도 생략한 채, 버스는 바로 서울로 출발하지만, 양평을 지나면서 교통체증이 심해져서, 12시가 다 돼서야, 겨우 양재역에 도착하고, 이때는 이미 지하철은 끊긴 뒤이다. 미투리산악회에서도 같은 코스를 산행했지만, 일반 등산객들이 많은 그 곳에서는 진행이 더욱 늦어져, 날은 어두워지는데도 등반대장이 초조하게 후미들을 기다리고 있다.


흐린 날씨지만, 다행이 비는 오지 않고, 안개도 심하지 않아, 서북능선에서 남쪽으로 뻗은 여러 지능선 위의 암봉들을 가까운 곳에서 마음껏 즐긴다. 기암, 괴석들이 깊은 골짜기로 흐르는 모양이 가히 장관이다.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용아장성, 공룡능선, 왼쪽 멀리. 가리봉, 주걱봉 등은 거리가 있어, 뚜렷한 모습을 즐길 수 없었으나, 옅은 안개에 가려진 모습을 보는 것도, 접하기가 쉽지 않은 풍광이라 하겠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55) 한계령 도착-(11:00) 산행시작-(11:13) 이정표<한계령 0.5K> -(11:36) 능선분기, 오른쪽-(11:42) 전망바위-(12:03) 샘터-(12:12) 능선분기, 오른쪽-(12:16~12:18) 서북능 갈림길-(12:33) 첫 너덜-(13:31~13:47) 귀때기봉, 중식-(14:46) 1,455m봉-(16:08) 1408m봉-(18:04) 대승령-(19:13) 대승폭포-(19:50) 장수대』, 중식시간 16분포함, 8시간 5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소천대원의 다리 부상으로 약 50분 정도, 지연됐다고 보면, 실제 소요 산행시간은 8시간 정도로 보아, 큰 차이가 없겠다. 사진의 시간은 실제시간 보다 약 1시간이늦은 시간이다.


◇ ◇ ◇


44번국도 확장공사가 한창이다. 머지않아 확장공사가 끝나면, 이미 개통된 미시령 터널과 함께 서울에서 설악산으로의 접근은 훨씬 빠르고 용이하게 될 것이다. 인제를 지나 원통에 이르면, 언제나 2시 방향으로 멀리 설악산 서북능선이 보이고, 마음은 이미 설악에 들어선 듯,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우정대원 사진- 지난달 무심여행중 원통에서 찍은사진, 맨 위가 귀때기


버스는 10시 55분, 한계령(고도 920m)에 도착한다. 지난해 6월 초, 같은 시간에 서울을 출발하여, 같은 코스를 밟아 왔을 때와 비교하면, 약 50분이 빨라진 셈이다. 대원들은 화장실을 들르는 등 산행준비를 마치고, 11시 정각, 화장실 옆 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한계령에서 서북능 갈림길까지는 약 2.3Km, 고도차는 약 300m 정도다. 이 곳은 대간을 하면서, 야간과 주간에 각각 한 번씩 오른 곳이라 낮이 익은 곳이다. 매표소를 통과하여, 철 계단을 오르면,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44번 도로가 내려다보이고, 망대암산으로 오르는 만물상이 아름답다, 그 뒤로 점봉산이 안개에 가려 희미하게 모습을 보인다. 한계령으로부터 1Km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307m봉을 넘어서서, 전망바위에 서면, 북서쪽으로 가야할 귀때기청봉이 보인다. 주위에 용립한 설악의 기암들이 아름답다.

만물상과 희미한 점봉산

이정표<한계령 1K, 중청대피소 6.7K>

운무 속의 귀때기청봉

전망바위에서 본 설악의 기암


가파른 내리막이 계속된다. 내리막을 달려 내리면서 왼쪽으로 보는 풍광이 아름답다. 샘터가 있는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며, 쇠로 만든 가드레일이 설치 돼 있는 암반으로 이어진다. 이윽고 능선 삼거리에 올라,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더니, 12시 16분, 안내판이 서 있는, 서북능 갈림길에 이른다. 한계령을 출발해서 1시간 16분이 걸렸다. 비교적 빠른 진행이다.

내리막에서 본 왼쪽 조망

샘터

암반을 오르다 본 왼쪽 조망

능선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본 기암

서북능 갈림길 안내판


서북능 갈림길에서 보는 북쪽방향 조망이 뛰어나다. 가까이 귀때기청봉에서 내설악 쪽으로 흐르는 암봉들이 웅장하고, 그 오른쪽으로 공룡능선과 용아장성이 안개 속에서도 뚜렷하다. 화봉대원과 소천대원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왼쪽 길을 따라 귀때기청봉으로 향한다.

귀때기청봉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지능선의 기암들

서북능 갈림길에서 본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귀때기 청봉으로 가는 길이 평탄하게 이어지고, 길가에 보이는 기암들의 모습이 독특하다. 등산로는 돌이 박힌 완만한 오름길로 이어지고, 길가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하얀 꽃을 달고 무리지어 피어있다. 이윽고 첫 번째 너덜지대가 나타난다. 너덜지대에는 방향을 잃지 않도록 로프가 이어져 있고, 귀때기청봉이 가까이 보인다.

길가의 기암

 

공터에서 정면으로 본 기암

너덜지대

가까이 보이는 귀때기청봉


너덜길을 오르며 오른쪽으로 구름에 가려 희미한 대청봉 방향을 보고, 그 왼쪽으로 보이는 공룡능선과 그 앞의 용아장성을 카메라에 담는다. 잠시 너덜길이 끊기고, 다시 돌이 박힌 등산로가 이어지며, 길가의 야생화가 아름답다. 다시 대청봉 쪽을 본다. 고사목들 뒤로 이제는 중봉, 대청봉이 뚜렷이 보인다. 1시 03분, <119 구조대, 설악 22-21>팻말을 통과한다. 서북능 갈림길에서 약 1,5Km 진행한 지점이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왼쪽의 암봉들은 귀때기청봉에서 분기된 지능

이름 모를 야생화가 무리지어 피어있는 등산로

고사목 너머로 뚜렷이 보이는 중청, 대청

파노라마

귀때기청봉으로 향하는 대원들

뒤돌아 본 걸어온 길

고사목도 지나고,


고개 하나를 넘어서니 귀때기청봉 정상부분이 홀연히 눈앞에 다가선다. 그리고 그 왼쪽으로 가야할 능선이 펼쳐지고, 44번국도 쪽으로 떨어지는 암봉들이 장관을 이룬다. 1시 31분, 귀때기청봉 정상에 선다. 양철판으로 만든 정상표지판(1,580M)이 초라하다. 정상에서 화봉대원과 소천대원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합류하여 도시락을 푼다.

귀때기청봉 정상부분

44번국도 쪽으로 떨어지는 암봉들

 

귀때기청봉 정상


식사를 마친 일행은 1시 47분경, 군데군데 너덜길이 이어지는 완만한 비탈길을 내려선다. 1,500m를 넘는 산이라 고산의 풍모가 완연하다. 너덜지역이 아닌 산록의 초원에는 야생화가 아름답게 피어있다. 정면으로 험하게 바위가 무너져 내린 1,440m봉이 보이고, 우리가 가야하는 능선은 왼쪽으로 굽어져, 1,455m봉으로 이어진다.

하산길

산록의 야생화

가야할 능선

1,440m봉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암봉을 두어 개 넘고, <119 구조대, 설악 12-17> 팻말을 지나, 2시 46분, 암봉 위에 선다. 정상에는 아무 표지가 없지만, 귀때기청봉에서 약 1,6Km 떨어진 곳이라 보고, 1,455m봉이라 짐작한다. 뒤돌아 본 귀때기청봉이 웅장하고, 왼쪽 골짜기로 흐르는 암봉들이 화려한데, 정면으로는 가야할 1,408m봉으로 뻗은 능선이 유장하다.

<119 구조대, 설악 12-17>팻말

뒤돌아 본 귀때기청봉

왼쪽 골짜기의 암봉들

가야할 1,408m봉


1,455m봉에서 화봉대원이 먼저 달려 나가고, 항상 선두를 질주하던, 소천대원은 발목인대를 다친 후,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자꾸 뒤로 쳐진다. 1,455m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거쳐, 3시 7분, <119 구조대, 설악 12-16> 팻말을 지나고, 칼날 능선을 걷는다. 왼쪽으로 보이는 암벽들이 장관이다.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되고, 왼쪽으로 멀리 안개 속에 가리봉과 주걱봉이 모습을 보인다. 다시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안부를 거쳐, 정면에 로프가 걸린 암벽이 막아선다. 암벽은 손잡을 곳, 발 딛을 곳이 확실하여, 로프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지는 않다. 암봉에 올라 앉아 주위를 조망한다. 암벽 아래로 소천대원이 모습을 보인다.

1,455m봉을 내려서고,

칼날능선에서 본 왼쪽 암벽

다시 너덜지대

3시 40분 경, 암벽을 내려서서 안부에 이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며, 다시 거대한 암벽이 앞을 막는다. 이제 산행을 시작한지 5시간이 가까워진다. 험한 암벽 앞에서, 한 숨 돌리기로하고, 배낭을 벗어놓고, 쉬면서 소천 대원을 기다린다. 이윽고 소천대원이 도착한다. 식염(食鹽)도 꺼내 먹고, 간식을 들며, 다시 10여 분간을 느긋하게 쉰 후. 60도~70도 정도는 돼 보이는 암벽을, 로프를 잡고 올라, 4시 8분 경, 1,408m봉에 이른다. 걸어온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장대한 흐름이다. 뒤따라올라 온 소천대원은 눈앞의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고, 암릉이 어디까지나 계속되는 거냐고 걱정이 많다.

가까이 본 1,408m봉

지나온 능선

가야할 길


1,408m봉을 내려서서, 또 하나의 암벽을 넘어서자, 등산로는 앞에 보이는 암릉들을 피해 오른쪽 우회로로 이어진다. 지겨운 암릉길이 끝났다고, 소천대원이 앞장서서 달린다. 반 넘어 속이 텅 빈 주목을 지나니, 등산로는 평탄한 흙길로 이어지고, 오랜만에 나뭇가지에 달린 산행리본을 본다. 오늘 코스는 길이 뚜렷하여 알바를 할 가능성은 적지만, 어찌된 것이, 이 구간에는 이정표도, 정상표지도 하나 없다. 국립공원의 관리를 이렇게 소홀히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마지막 암벽

속이 반 넘어 빈 주목


길가에 소천대원이 앉아 있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인대를 다친 발목이 다시 접질린 것 같다고 한다. 큰일이다. 이 산 중에서 걷지를 못한다면, 적당한 탈출로도 없는데, 큰일이다. 다행히 파스를 붙이고, 압박 붕대를 감으니, 걸을 만하다는 반응이다. 소천대원이 앞장을 서서 스틱을 짚으며, 조심스럽게 걷고, 나는 2~3 미터 뒤쳐져 천천히 뒤를 따른다. 부드러운 육산 길이 이어져서 다행이다.


젊은 일반 대원들이 계속 추월을 한다. 대원 한 사람을 붙잡고, 먼저 내려가게 되면, 정 대장님에게 발목 다친 사람이 있어서 하산이 조금 늦어진다고 전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5시 47분 로프가 걸린 직벽을 내려서고, 6시 4분 대승령(고도 1,210m)에 도착한다. 아픈 다리를 끌고, 견디어 온 소천대원의 의지가 대단하다.

 

직벽을 내려서고

대승령 도착


대승령에서 장수대까지의 도상거리는 약 2.7Km에, 고도 차이는 약 700m 정도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발목이 아픈 소천대원은 내리막길이 더 힘들 터인데도, 쉬지 않고 꾸준히 내려선다. 이윽고 반가운 물소리가 들린다. 배낭을 벗어 놓고, 세수를 하며 쉬고 있는데, 대빵님이 후미를 인솔하고, 모습을 나타낸다.

대승폭포

저무는 한계령

장수대 도착


7시 10분 경, 장수 폭포에 도착하고, 산사태가 난 가파른 길을 달려 내린다. 7시 50분 경, 버스에 도착하여, 갈아입을 옷을 챙겨들고, 개울로 내려가서, 땀을 씻은 후버스로 되돌아오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이미 사방이 컴컴하다. 잠시 후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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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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