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역 선로
화요일, 토요일, 주 2회 산행이 이제는 생활이 되었다. 피치 못할 일 때문에 산행을 거르게 되면 다음 산행까지 왠지 허전하고 몸이 무겁다. 주말에는 주로 산악회의 안내로 9정맥을 따라다니고, 화요일에는 동호인들과 함께 기맥이나 지맥을 찾아다닌다.
9정맥 중, 호남정맥은 반 정도가 진행 중이고 마지막 남은 낙남정맥도 내달에 시작되는 무박산행에 참여하여 마무리할 생각이다. 기맥이나 지맥은 몇 군데를 빼놓고는 큰 곳은 대강 둘러본 터라, 이제는 여유를 갖고 명산들을 찾아 유유자적 즐기고 싶어진다.
2008년 9월 23일(화).
서울에서 멀지 않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가볼만한 명산들을 검색해 본다. 행복하게도 가볼만한 멋진 산들이 즐비하다. 이 중에서 우선 기차 편을 이용한 회귀산행이 가능하며, 조망이 뛰어난 검봉을 산행지로 선정하고, 교통편과 산행코스를 검토한다, 산행도 즐겁지만, 검색하고 계획을 세우는 이 과정도 빼 놀 수 없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여유를 갖고 산행을 즐기기 위해, 실제 산행시간은 5시간 정도가 되도록 코스를 잡는다. 강촌역에서 내려, 강선사를 둘러보고, 강선봉을 지나, 검봉까지 약 2시간, 검봉에서 문배마을까지 약 1시간, 이어 구곡폭포를 둘러보고 주차장까지 내려오는 시간이 약 30분이라고 계산하면, 총 3시간 30분에서 4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산행이다. 훌륭한 코스다. 많은 사람들이 이 코스를 택하지만, 왠지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다.
문배마을 갈림길에서 마을로 하산하지 않고, 봉화산으로 향하면, 봉화산 까지 약 70분, 그리고 봉화산에서 주차장까지 약 45분이 소요된다. 얼추 2시간이라고 보고, 이 코스를 택하면 실제산행시간은 약 5시간 정도가 된다. 따라서 오늘 산행코스는 『강촌역-강선사-강선봉(485m)-검봉(530m)-문배마을 갈림길-봉화산(487m)-주차장』으로 정한다.
검봉 개념도
인터넷으로 청량리 8시 50분발, 강촌역 5시 46분발 기차표를 예약한다. 경노우대를 받으니, 기차요금은 왕복 6,000원이다. 동행이 있으면 좋겠지만, 마땅한 동행이 없어 홀로 산행한다. 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가 끼어 원거리 조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유감이지만, 더위가 한풀 꺾여 비교적 쾌적한 산행을 즐긴다.
청량리에서 8시 50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에 승차한다. 좌석번호는 2호차 38번이다. 오랜만에 타 보는 일반열차다. 쾌적한 버스나, KTX 고속에 비해 공간이 좁고 딱딱하게 느껴진다. 뒷좌석에 앉은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의 끊임없는 시끄러운 수다가 귀에 거슬린다.
금곡, 청평, 가평 등 귀에 익은 역을 지나면서 승객들이 잇달아 오르고 열차 안은 빈 좌석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만석이다. 10시 24분, 기차는 강촌역에 도착한다. 평일에 흐린 날씨인데도 배낭을 멘 등산객들이 많이 내린다. 역 구내를 빠져나와 강선사 입구로 향한다. 유명한 유원지답게 도로 양쪽으로 음식점들이 즐비하고, 자전거 대여업소들이 눈에 뜨인다.
강촌역
음식점들이 즐비한 거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4) 강촌역-(10:35) 강선사 입구-(10:45) 강선사 갈림길-(10:49) 강선사-(10:53) 강선사 갈림길-(11:04) 119신고안내/제1지점-(11:24) 작은 너덜-(11:33) 전망바위-(11:38) 추모비-(11:43~11:48) 강선봉 정상-(11:57) 검봉산/관망대-(12:11) 송전탑-(12:15) 삼각말뚝-(12:20) 안부-(12:29) T자, 우-(12:44~13;04) 검봉 정상/식사-(13;05) 헬기장-(13:07~13:25) 삼거리/알바 후 회귀-(13:35) 이정표, 강촌리조트 갈림길-(13:48) 이정표<문배마을 15분>-(13:54) 이정표, 백양리 갈림길-(14:01) 안부 사거리/ 이정표-(14:20) 무인산불감시탑/이정표-(14:23) 갈림길, 좌-(14:25) 이정표, 문배 갈림길-(14:37) T자, 우-(14:48~14:51) 범바위-(14;59) 임도-(15:06) 이정표/ T자, 우-(15:13~15:31) 봉화산 정상/간식-(16:00) 갈림길, 좌-(16:14) 주차장』알바 18분, 중식/간식 38분 포함, 총 5시간 5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며 강선사 입구를 찾아 도로를 따라 오른다. 혼자 산행을 하다 보니 이처럼 여유가 생겨서 좋다. 도로변에 대형버스가 두 어 대 정차해 있고, 등산객들이 상점 앞에 몰려있다. 10분 쯤 걸어 오르니, 왼쪽에 강선사 입구를 알리는 교통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의 지시에 따라 ET 실내포장마차를 왼쪽에 끼고,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넓은 골목길로 들어선다.
강선사 입구 표지판
ET 실내포장마차
넓은 시멘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밭에서 일하는 할머니를 보고, "안녕하세요"600" alt="" hspace="5" src="../images/wmvzmHUcL_UFYfTfDw5uqw.jpg" width="800" vspace="5" border="0">
시멘트 도로 에서 본 암봉
10시 45분, 강천사 갈림길에 이른다. 등산객들은 직진하여 산길로 들어서고, 바쁠 것이 없는 나는 강천사를 구경하러 계속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오른다. 4분 후, 석탑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는 절 마당에 들어선다, 요사 채와 전각 두 개가 전부인 작은 절이다.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절을 소개하는 안내판도 없다. 돌확에 물을 받아 놓았다. 수도꼭지를 돌리니, 물이 나온다. 시원한 물을 한 바가지 마시고 절을 뒤로한다.
강선사 갈림길
강선사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와 산길로 들어선다. 개망초가 하얗게 핀 사이로 붉은 황토 빛 등산로가 완만하게 오르고, 그 위를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르고 있다. 한동안 오르막길을 오르다, 잠시 멈춰 서서 경춘가도와 북한강을 굽어본다. 강 건너 우뚝 솟은 등선봉(632.3m)이 구름을 이고 있다.
산길
경춘가도와 북한강
11시 4분, '검봉산 119 신고안내/제 1 지점'을 지나면서, 강선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암릉길이 시작된다. 짧은 너덜지대를 지나고, 11시 33분, 고사목이 있는 전망바위에서 강촌유원지 일대와 탄부리를 굽어본다. 정남방향, 건너편에 봉화산이 멀게 보인다. 이어 또 다른 전망바위에 서서 북한강을 굽어보고, 바위 위에 세워진 추모비를 지나며 잠시 숙연한 마음이 된다.
검봉산 119신고 안내
가파른 암릉길
강촌유원지와 탄부리 일대
고사목
봉화산
추모비
암벽위의 노송
11시 43분, 강선봉 정상(435m) 바위 위에 선다. '검봉산 119 신고안내/제 3 지점' 안내판과 경원대학 산악부에서 설치한 정상표지판이 보인다. 전망이 좋아 북한강 건너로, 명지산, 화악산, 복배산, 가덕산, 계관산 등이 조망된다고 하지만 오늘은 날이 흐려 원경은 구름에 묻히고, 왼쪽으로 검봉만 뾰족하게 보인다.
강선봉 정상
왼쪽으로 보이는 검봉
산악회 대장이 선두그룹에게 가야할 길을 설명하고,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산악대장에게 다가가 개념도를 보여주며 봉화산에서 구곡폭포로 바로 하산하는 길이 있는 지를 묻는다. 계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있겠지만, 폭포로 떨어지는 절벽을 우회하는 위험한 길이 될 가능성이 크니, 안전하게 능선을 따라 하산하라고 권한다.
11시 50분, 가파른 암릉길을 남쪽으로 내려선다. 안부에 이르자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다시 오르막으로 이어지며 암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로를 벗어나 잠시 암릉 위로 올라선다. 지나온 강선봉이 험한 절벽으로 보이고, 북서쪽으로는 북한강과 경춘가도가 긴 띠처럼 내려다보인다. 암릉을 내려서서 조금 더 우회로를 걷는다. 오른쪽 암릉에 '검봉산/ 관망대'라는 팻말이 보인다. 하지만 암릉에는 철책을 둘러 오르지 못하게 해 놓았다. 관망대라는 팻말은 뭐고, 철책은 또 무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철책 사이로 340도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암릉에서 본 북서방향의 조망
검봉산 관망대와 철책
철책사이로 본 340도 방향의 조망
12시 7분, 414m봉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4분 후 송전탑을 지난다. 이어 등산로에 불뚝 튀어나온 삼각 돌 말뚝을 만나고, 안부에 내려선 후, 검봉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12시 29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2시 44분, 두 개의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검봉 정상(530m)에 오른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구름뿐이다. 아쉽다. 정상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
검봉 정상
삼각점
1시 4분, 식사를 마치고 오른쪽, 문배마을 방향으로 내려선다. 왼쪽은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1분 후, 헬기장에 이르러 청평 방향과 삼악산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1시 7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이정표의 문배마을을 가리키는 팔이 떨어져 있어 제 구실을 하지 못한다. 왼쪽의 넓은 내리막은 남쪽으로 향하고, 로프가 걸려있는 직진 길은 서남방으로 이어진다.
헬기장
청평방향의 산세
삼악산 방향
갈림길 이정표
개념도 상으로는 검봉에서 갈림길까지는 10분 이상을 걸어야 하는 거리다. 직진하여 서남쪽 길을 택한다. 로프가 걸린 뚜렷한 길을 지나자, 등산로가 점차 희미해지며 계속 서남쪽으로 급하게 떨어진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내려온 길을 되짚어 올라,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로 회귀하여, 남쪽으로 이어지는 신작로 같이 넓은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약 18분 동안 알바를 한 것이다.
문배마을 가는 길
1시 35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내려선다. 문배마을은 직진이다. 나지막한 봉우리들을 사면길로 우회하며, 뚜렷한 산책로가 울창한 숲 사이로 가볍게 오르내린다. 요소요소에 다양한 형태의 이정표들이 길을 안내한다. 2시 1분,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왼쪽의 문배마을과 오른쪽의 백양리를 이어주는 안부다.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로 회귀
우회로
이정표
문배마을 갈림길 안부
등산로는 빽빽한 낙엽송 숲으로 이어지더니, 간벌지대를 지나, 철쭉단지를 오른다. 2시 20분, 무인 산불감시탑이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고, 이정표는 봉화산까지 거리가 5Km라고 알려준다. 문배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나서는 등산객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산악회의 선두그룹 대여섯 명만이 봉화산으로 향하고 있다.
빽빽한 낙엽송 숲
무인 산불감시탑
이정표
2시 23분,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고, 2분 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 방향으로 '문배/소요시간30분/3Km'라고 적혀 있는데, 누군가가 '문배' 두 글자를 긁어 버리고, '위험'이라고 써 놓았다. 아마도 구곡폭포로 이어지는 골자기 길인 모양이다.
갈림길 방향표지판과 표지기
이정표
2시 35분, 커다란 사람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본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잠시 평탄하게 이어지던 길이 가팔라지며 로프가 걸린 급 오름으로 이어진다. 2시 48, 조망이 좋은 범바위에 올라 주위를 둘러본다.
검봉과 지나온 능선
삼악산 방향
좌방산 방향
2시 59분, 임도를 건너 산길로 들어서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3시 6분, 이정표가 있는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왼쪽은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다시 로프가 걸린 급 오르막길을 오른다. 3시 13분, 정상석과 안내도가 있는 봉화산 정상(487m)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고, 간식을 들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임도
T자 능선의 이정표
정상석
안내도- 도움보다 혼란을 주는 안내도다.
3시 30분, 오른쪽 능선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부드러운 내리막 산책길이 이어진다, 갈림길도 없는 외길이다. 4시, 비로소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은 능선길의 계속이고, 주차장 가는 길은 왼쪽 골짜기로 내려서야한다. 골짜기로 향하는 내리막길에서 40도 방향으로 삼악산을 보고, 잡목이 무성한 안부에서 지나온 봉화산을 우러른다.
주차장 갈림길
삼악산
봉화산
잡목이 빽빽한 사이로 사람들이 지나간 발자국 흔적이 뚜렷하다. 4시 14분, 주차장 옆에 있는 모텔 뒷마당으로 내려선다. 산행은 이곳에서 끝난 셈이지만 기차시간 까지는 아직 한 시간 이상 여유가 있다. 구곡폭포를 구경하러, 주차장을 지나 공원 안으로 들어선다. 매표소 옆에 구곡폭포까지 약 15분이 소요된다는 안내판이 보인다.
모텔 뒷마당으로 내려서고
안내판
잘 닦인 공원길을 산책하듯 유유히 걷는다. 문배마을 갈림길을 지나고 나무 계단 길을 올라 이윽고 폭포 앞에 선다. 구곡이 말하듯 높다란 폭포다. 수량이 풍부하면 더 웅장해 보일 터인데... 폭포를 구경하고, 4시 45분 경,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맥주를 사 마시며, 50분에 도착한다는 버스를 기다린다.
문배마을 갈림길
구곡폭포
55분이 지나는데도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기차역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고, 땀에 젖은 웃옷을 바꿔 입은 후, 간단히 식사라도 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마침 빈 택시 한 대가 들어온다. 택시를 타고 내려오는데, 주차장으로 올라가는 버스가 지나간다. 5시 5분 경, 택시는 강촌역에 도착한다. 미터요금은 2,800원, 3,000원을 주고 내린다. 역 화장실을 빌어 간단히 땀을 닦아낸 후, 강촌 카페에서 생음악을 들으며 생맥주와 치즈 스파게티로 식사를 한다. 창밖으로 북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카페에서 내려다 본 북한강
5시 46분에 강촌역을 출발한 기차는 정확히 7시 13분, 청량리역에 도착한다.
(2008. 9. 25.)
여전하시군요.8정맥을 거의 마무리 하시는군요.지금은 호남정맥중이시라구요?전 정맥산행을 포기하고 산악회에서 이제 명산대천을 찾는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터밭을 준비하여 지금은 농사도 지으면서....항상 그렇게 건강하시게 산행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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