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꽃길 (영취산 가는 길)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西域 三萬里 <귀촉도, 서정주>

시루봉 오름길의 진달래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진달래꽃, 김소월>


진달래꽃이 우리민족 정서에 가장 잘 맞는 꽃인가 보다, 우리의 대표적인 시인 두 분은 이별을 노래하며 진달래꽃을 이처럼 라이트모티브(Leitmotive)로 삼고 있지 않는가?

 

전남 여수시의 영취산은 경남 창영의 화왕산(756m), 경남 마산의 무학산(797m)과 더불어 남한의 3대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다. 나 홀로 외롭게 정맥산행을 하다, 산정산악회에서 영취산을 간다는 안내문을 보고 문득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군락지를 보고 싶어, 다른 일정을 뒤로 미루고 따라나선다.

제1봉의 진달래


2009년 4월 4일(토).

버스가 마지막 경우지인 죽전을 통과하자 버스 안은 만석이다. 마침 4월 3일부터 5일까지 진달래 축제가 열린다니 많은 인파가 몰리는 모양이다. 어차피 산행보다 꽃구경을 나선 길이니, 꽃구경, 사람구경을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꽃구경, 사람구경 (진례산 오르는 인파)


고속도로가 나들이 가는 차량들로 붐빈다. 도중에 사고까지 생기는 바람에, 9시 20분경에야 겨우 탄천휴게소에 도착한다. 등반대장은 갈 길이 멀어 15분 후에 출발하겠으니, 출발시간을 꼭 지켜 달라고 당부한다. 15분 내에 용무도 보고 식사도 하기는 무리다. 새우버거와 우유를 사 들고 와 차안에서 요기를 한다.


서울을 출발할 때는 잔뜩 흐렸던 날씨가 남으로 내려올수록 맑아지더니, 차창 밖에는 밝은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버스는 12시가 넘어 여수시로 들어서서, NCC, 한화 석유화학, 호남정유 공장을 지나, 12시 29분에야 겨우 버스 전용주차장에 들어선다. 주차장은 의외로 붐비지 않고, 벌써 산행을 마치고 하산한 사람들이 버스 주변에 둘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본 호남정유


오늘 산행코스는 『예비군교장-진례산(510m)-봉우재-시루봉(418m)-영취산(439m)-흥국사』로 산행거리는 약 10km 정도지만, 등반대장은, 3시간 30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코스설명을 하며, 힘들다고 생각되는 분은 봉우재에서 시루봉, 영취산을 오르지 말고, 바로 흥국사로 하산하라고 일러준다. 아울러 버스는 5시 정각에 서울로 출발할 예정이니, 하산 후 흥국사 근처의 식당에서 각자 식사를 하고, 버스 출발시간에 늦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준다.

개념도


이전에는 510m봉을 영취산으로 불렀으나. 국립지리원은 2003년 5월17일자로 이를 진례산으로 변경한다고 고시한다. 예비군 훈련장을 향해 도로를 따라 고개마루턱으로 걸어 오르다. 오른쪽에 보이는 진래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40분, 예비군 훈련장으로 들어서고, 이어 훈련장 뒤 임도를 따라 걷다,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어, 잡목 숲 사이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도로에서 본 진례산, 왼쪽부터 1봉, 2봉, 그리고 정상

예비군 교장으로 향하는 대원들

 

종합 훈련장


12시 55분, 선두가 무덤가 공터에서 쉬고 있다. 등반대장은 이 길은 일반인들은 잘 다니지 않는 길이라, 가파르고 힘은 들지만, 붐비지 않아서 택했다고 자랑한다. 묘역에서 내려다보는 여천화학단지와 광량만이 그림 같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거칠고 가파른 산길을 힘들게 오른다. 이윽고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일반등산로와 만난다. 정면은 커다란 바위가 막아서고, 등산로는 왼쪽 사면으로 이어져, 첫 번째 봉우리로 향한다. 오른쪽 산 사면은 만개한 진달래꽃으로 온통 붉은 색이다.

묘역에서 본 석유화학단지와 광량만

진달래 군락 1

진달래 군락 2


시간도 충분하니 서둘게 하나도 없다. 오른쪽은 불타는 진달래 군락지, 왼쪽은 남해 푸른 바다다. 바람마저 시원하게 불어준다. 유유자적(悠悠自適), 맨 후미로 처져 멋진 풍광을 즐긴다. 사면길이 능선길과 만나는 곳에서 오른쪽의 넓은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주 등산로는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주등산로에서 본 첫 번째 봉우리


진달래꽃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며 왼쪽으로 그림처럼 펼쳐진 넓은 들과 마을을 굽어본다. 능선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석유화학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1시 47분, 골맹이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암봉과 진례산 정상을 바라본다.

진달래꽃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

왼쪽으로 내려다 본 마을과 바다

석유화학단지

암봉과 진례산


첫 번째 봉우리를 내려선다. 왼쪽으로 시루봉과 영취산으로 이어지는 가야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헬기장을 지나, 철사다리가 설치된 암봉으로 향한다. 암봉과 진례산, 그리고 시루봉, 영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미가 아름답다. 설혹 진달래가 없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다움이다. 암봉을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시루봉과 영취산(좌)

철사다리가 걸린 암봉과 진례산(우)

암봉 오르다 뒤돌아 본 첫 번째 봉우리

진례산 정상 직전 안부에서 진례산을 바라본다. 북서쪽사면은 진달래 군락지로 온통 붉은 빛인데 남동쪽으로는 푸른 소나무가 청청하다. 버스에서 옆 자리에 앉았던 분은 건설회사에 다니던 분으로 여수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했다고 한다. 영취산에 진달래 군락지가 생긴 것은, 60년대 석유화학공단이 여수에 들어서면서 부터, 공단에서 유출된 유해가스로, 소나무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위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이야기지만, 공단 쪽으로 면한 사면에는 진달래 군락지가 형성되고, 그 반대쪽은 소나무가 푸른 것을 보면 그 양반의 말씀이 그럴듯하다. 그렇다면 영취산의 진달래도 박정희 대통령의 덕이라는 이야기가 아닌가?

진례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


진례산 정산을 향한다. 뒤돌아 지나온 봉우리들 되돌아보고, 2시 8분, 진례산 정상에 선다. 무인산불감시탑, 정상석, 영취산 등산안내도 등이 눈에 뜨인다. 정상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서둘러 필요한 사진만 골라 찍고, 왼쪽 시루봉을 향해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지나온 봉

정상 부근의 진달래

 

정상

정상석


봉우재로 내려서며 정면의 시루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2시 28분, 도솔암 돌표지를 지나고, 1분 후, 이정표가 있는 봉우재에 내려서서 시루봉을 향해 직진한다.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진다. 암릉길도 지난다. 뒤돌아 진례산 능선과 봉우재를 돌아보고 2시 38분, 헬기장에서 시루봉 정상을 가까이 본다.

시루봉 가는 길

봉우재 이정표

지나온 길- 진례산 오름 능선과 봉우재 내림 길

봉우재

헬기장에서 본 시루봉


암릉길을 지나, 2시 47분, 시루봉 정상에 오른다. 왼쪽으로 상암동 일대를 굽어보고,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본다. 이어 암봉을 내려 헬기장에서 시루봉을 뒤돌아보고, 진달래 꽃길을 지나, 무명봉에 오른다. 진달래꽃 너머로 시루봉과 진례산이 보인다.

시루봉 정상표지석

상암동 일대의 조망

가야할 능선

헬기장에서 본 시루봉

진달래 너머 시루봉

진달래 너머 진례산


평탄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호명동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3시 12분, 돌탑과 삼각점이 있는 영취산 정상(439m)에 오른다. 정상을 내려서면 바로 갈림길이다. 이정표가 있다. 왼쪽은 호랑산, 흥국사는 오른쪽이다. 오른쪽 흥국사로 내려선다. 진달래 군락지와는 달리 내리막 산길이 이어지고, 산속에 홀로 핀 진달래들이 간간히 보인다.

호명동 일대의 조망

영취산 정상

삼각점

이정표


3시 21분, 봉우리 하나를 넘고, 이어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 길은 암릉길인데, 양쪽에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하지만 산악회들이 땅에 깔아 놓은 종이 표지판은 북쪽인 오른쪽에만 보인다. 오른쪽 길을 우회길이라고 짐작하고,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하지만 등산로는 왼쪽 암릉을 우회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아래 계곡으로 이어진다. 앞에는 진례산이 우뚝하다. 아마도 봉우재에서 흥국사로 내려가는 길로 이어지는 길인 듯싶다.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와 암벽을 올라서니 뚜렷한 암릉길이 북서쪽으로 이어진다. 지도에 표시된 능선길이다.

갈림길에서 암릉길을 택하고


뚜렷하게 이어지는 등산로에 간간이 표지기들도 보이지만 일반 등산객들은 지나지 않는 것 같다. 그 많던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갈림길에서 모두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모양이다. 덕분에 여기서도 "나 홀로 산행"이 이어진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호랑산(479m)을 보고, 오른쪽으로 율촌산업단지를 굽어본다. 저 아래 흥국사가 보인다. 제법 규모가 큰 절이다.

호랑산

율촌산업단지


3시 58분, 흥국사로 들어서서 절 구경을 한다. 고려 명종 때인 1195년 보조국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이절에는 여러 개의 보물들이 있고, 경내의 의승수군유물전시관(儀僧水軍遺物展示館)에서 이순신 장군과 수군 승병들의 유물, 그리고 보물 제578호인 탱화 등을 전시하고 있다. 경내를 한 바퀴 둘러보고, 영취교를 건너 아름다운 벚꽃 길을 걷는다. 주차장에서는 농악패의 풍악소리가 흥겹고, 식당가에는 민속경연대회가 열리는 등 진달래 축제가 한창이다.

대웅전(보물 제 396호)

의승수군유물전시관

영취교

벚꽃 길

농악패


상점에서 캔 맥주를 사고, 남은 떡과 과일을 먹으며, 경연대회를 구경한다. 4시 50분, 도로를 따라 걸어 내리며, 도로변에 길게 늘어 선 버스들 중에서 산악회 버스를 찾는다. 모든 대원들이 하산하여 차에 오르자, 5시 6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9.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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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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