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 사리탑 전망대에서 본 조망
산수산악회에서 현충일에 “내설악 비경-설악산 4암자 탐방” 모객을 한다. 회비 19,700원. 내설악 만경대도 보고 싶고, 가야동계곡을 끼고 공룡능선과 용아장성 산자락을 걷고 싶어 일찌감치 산행신청을 한다.
내설악 탐방로
산행코스 : 백담사(3.5km/1시간)-영시암(2.5Km/1시간10분)-오세암(4.0Km/3시간20분)-봉정암(5.9/3시간)-수림동대피소(1.2m/30분)-백담사(3.5Km/1시간) 총 20.6Km/10시간 *도상거리와 소요시간의 출처는 위 내설악 탐방로 안내
A 코스 : 풀 코스
B 코스 : 백담사-영시암-봉정암-백담사
C 코스 : 백담사-영시암-오세암-백담사
2017년 6월 6일(화)
참여자들이 많아, 산악회에서는 대형관광버스 3대를 동원하고, 참여자들에게 좌석을 배정한다. 아침 7시 경, 신사역 6번 출구 부근에서 기다리고 있는 산악회 3호차에 올라 자리를 잡는다. 빈 자리가 두어서넛 보이지만, 20여명의 아주머니부대들이 단체로 뒷좌석을 점령하고 있어, 버스 안이 소란하다.
7시 10분,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대원들 아침식사를 하라고 휴게소에서 20분 간 정차한 후, 알로 백담사를 향해 달려, 9시 30분 경, 용대리 백담마을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120명이 넘는 우리대원들은 앞을 다투어 매표소로 몰려들어, 차례를 기다린다.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대원들
이윽고 표를 사고, 다시 차례를 기다려 버스에 오른다. 9시 48분 경, 탐방객들을 가득 태운 마을버스가 출발하여, 10시 5분 경, 백담사 앞 주차장에 도착, 우리들을 내려준다. 백담사 주차장에서 마을버스 막차가 출발하는 시각이 6시라고 한다., 그때까지는 세상없어도 하산을 완료하여야 하니, 점심시간, 휴식시간을 포함한 총 산행시간은 8시간이 고작이다. 따라서 상당한 준족(俊足)이 아니고서는 A 코스를 택하기는 애 저녁부터 무리이겠다. 서둘러 백담사 안내, 탐방로 안내 등을 카메라에 담고, 왼쪽 탐방로를 따라 영시암으로 향한다.
백담사 안내
탐방로 안내
대부분의 대원들이 백담사를 들렀는지, 신록이 아름다운 넓은 탐방로가 조용하다. 이어 백담자연관찰로 입구를 지나고, 10시 14분, 백담탐방안내소를 통과한 후, 오른쪽 자연관찰로로 들어서서, 잠시 자연관찰로를 구경하고, 다시 탐방로로 내려서서,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 돌 표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신록이 아름다운 탐방로
백담탐방안내소
자연관찰로 입구
자연관찰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 돌 표지
탐방로가 백담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10시 20분, 황장폭포를 지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아니라, 물살이 조금 세게 흐르는 여울 같은, ‘조용한 폭포’다. 황장폭포를 지나, 오른쪽에서 백담계곡으로 합류하는 흑선동계곡과 왼쪽에서 백담계곡으로 유입되는 길곡을 차례로 지나며 동북쪽으로 귀떼기청봉을 바라본다. 흑선동계곡을 따라 오르면 대승령으로 통하고, 길골로 올라서면 저항령이다.
황장폭포
흑선동계곡 입구
귀떼기청봉
10시47분, <백담사 1.8Km/대청봉 1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계곡을 건너, 11시 12분, 영시암 경내를 통과하여,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 왼쪽 오세암으로 향한다.
영시암
비로전
이정표
오세암 가는 길은 이제까지의 넓고 평탄했던 탐방로와는 달리 거칠고 오르내림이 반복되면서,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1시 58분, <오세암 1.1Km/영시암 1.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이어 등산로는 더욱 거칠고, 가팔라지는 가운데, 12시 7분, 오세암 0.6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 후, 12시 23분, 능선마루에 오른다. 오세암은 내리막길로 내려서야하고, 오른쪽 ‘탐방로 아님 팻말’이 세워진 곳이 만경대 가는 길이다. 만경대 가는 길로 들어서서 거칠고 가파른 암릉을 따라 오른다.
오세암 가는 길
이정표
탐방로 아님
만경대 가는 길
등반대장의 설명에 의하면, 설악산에는 내설악, 외설악, 남설악 3곳에 만경대가 있는데, 관리공단에서는, 3곳 모두를 위험지역으로 분류하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 가을 남설악 만경대가 한시적으로 개방되어 많은 탐방객들의 호응을 얻은 바가 있고, 내설악 만경대는 ‘탐방로 아님’ 팻말을 세워놓은 정도로 그치고, 심하게 단속하는 것 같지 않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조심해 다녀오라고 당부한다.
12시 35분, 12분 만에, 만경대에 오른다. 통상 5분이면 오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가깝다는 것을 과장한 표현이겠다. 배낭과 스틱을 만경대 초입에 내려놓고, 보다 더 조망을 즐기기 위해, 암릉을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좁은 암릉이 북쪽으로 뻗어 있고. 암릉 양쪽은 그야말로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다. 이 좁은 암릉을 커다란 바위가 막고 있어 더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곳이 첫 번째 전망대라 할 수 있겠다. 이곳에서 보는 조망도 가히 일품이다.
만경대/첫 번째 전망대-오른쪽 위로 대청봉이 보이고, 좌우로 공룡능선, 용아장성의 날카로운 암봉들이 늘어서 있다.
오세암
가야동계곡의 천황문
좁은 암릉을 막고 있는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위험하다, 실족하면 끝이다.) 바위 뒤 암릉으로 올라서면 시야가 훨씬 더 넓어진 두 번째 전망대에서 조망을 즐길 수 있다.
만경대/두 번째 전망대
공룡능선 파노라마
용아장성 파노라마
만경대에서 약 10분 동안 조망을 즐기고, 12시 58분, 원점으로 회귀하여 오세암으로 내려선다. 만경대를 다녀와 보니, 첫 번째 전망대에서만 조망을 즐긴다면 위험한 구간은 아니다. 다만 오르내리는 길이 가파르고 험한 편이라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가 있고, 만경대 왕복에 최소 30분 정도는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
오세암 가는 길
1시 5분 경, 오세암에 내려서서 경내를 둘러본다. 이전에 비해 전각들이 많이 늘어나 오세암의 구모가 훨씬 커진 느낌이다. 서둘러 경내를 룰러 본 후, 절에서 공양하는 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찬 미역 된장국에 밥을 말고, 김치를 얹어 먹도록 된 식사다. 음식이 정갈하고 간이 잘 맞는다.
천진관음보전
흰 옷 입은 관세음보살
동자전
동자전 내부-동자와 금강역사. 다섯 살 동자가 관세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나, 관음암을 오세암으로 고쳐 부르고, 동자전을 지었다고 한다.
시무외전
범종각
보현동 – 외부인 숙소
절에서 제공하는 공양으로 식사를 하는 탐방객들
오세암 풍광 1
오세암 풍광 2
출발 전, 등반대장은 12시 경, 오세암에 도착하여, 절 공양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고, 2시 30분, 늦어도 3시까지는 봉정암에 도착하여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나는 1시가 넘어 오세암에 도착했으니, A 코스 완주는 물 건너 간지 오래다. 하여 봉정암을 향해 공룡능선 산자락을 걷다가, 가야동계곡은 구경도 하지 못하고, 적당한 곳에서 되돌아서서, 6시 전에 백담사로 내려서는 길 밖에 없겠다.
하지만 아쉽다. 만경대에는 올라가 보았지만, 가야동계곡은 구경도 못하고, 왔던 길을 터덜터덜 되돌아 내려선다는 것은 아무래도 내 취향이 아니다. 봉정암에서 잘 수도 있다고 하니, 봉정암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 대청봉에 올랐다 오색으로 하산하는 것도 방법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나 걸리는 것은 오늘 저녁 부터 내일 오전까지 비바람이 심할 것이라는 일기예보다.
마침 오세암에서 만난 등반대장에게 오른 밤 봉정암에서 잘 터이니 기다리지 말라고 신고를 하니, 대장능 잘 생각했다며, 여유 있게 오늘 산행을 즐기고, 내일은 공룔능선을 타라고 한술 더 떠 권한다. 등반대장과 작별을 하고 1시 26분, 봉정암으로 향한다.
봉정암/마등령 가는 길
아무도 없는 호젓한 산길을 혼자서 천천히 걷는다. 1시 29분, 이정표가 있는 마등령 갈림길에서 4Km 떨어진 봉정암을 향해 오른쪽 길로 들어서서 공룡능선 산자락 길을 걷는다. 가야동계곡과는 멀리 떨어진 곳이다. 11시 40분, 고도 902m쯤 되는 첫 번째 고개 마루에 올라 북동쪽으로 터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고개 마루를 내려선다.
이정표
봉정암 가는 길
첫 번째 고개 마루
북동쪽으로 멀리 보이는 대청봉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며 왼쪽 사면에 펼쳐진 신록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기고,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고개 마루를 잇달아 오르내린 후, 구들돌이 곱게 깔린 잘 정비된 등산로를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깊은 산속 신록
세 번째 고개 마루
잘 정비된 등산로
2시 7분, 봉정암 2.9Km를 알리는 이종표가 있는 네 번 째 고개 마루에 오른다. 오세암을 출발한지 겨우 40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4번째 고개 마루에 올라섰으니, 봉정암까지 가려면 아마도 스무고개를 넘어야 할 모양인가 보다. 빗방울이 간간이 떨어진다. 아무도 없는 깊은 산속을 무료하게 오르내리려니 지은 죄도 없는데도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데, 모자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 마음이 불안하다. 서둘러 다섯 고개, 여섯 고개를 잇달아 넘고 외나무다리가 걸린 계곡을 건넌다.
이정표
다섯 번째 고개
여섯 번째 고개
2시 31분, 가파른 사면을 지그재그로 타고 오르는 긴 계단을 지나, 7번째 고개 가까이에 이르자, 인기척이 들려 화들짝 놀라, 고개 마루턱을 바라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붉은 등산복이 보인다. 2시 47분, 이정표가 있는 고개 마루에서 쉬고 있는 둥산복 차림의 아주머니를 반갑게 만난다.
긴 계단 길
이정표
간식을 들며 쉬면서 아주머니 이야기를 듣는다. 부모님 위패를 봉정암에 모셔서, 봉정암에 자주 오는데, 무릎이 아파서 뒤로 쳐져, 일행과 떨어져서 혼자 걷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때는 한 두 사람이 남아서 동행을 해주고는 했는데, 오늘 함께한 사람들은 냉정하게 버리고 가더라며 웃는다.
10여분 동안 휴식을 취한 후, 긴 계단을 내려서며, 산행을 속개한다. 무릎이 아픈 아주머니는 걸음은 느리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걷는다. 3시 4분, 봉정암 1.5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이어 가야교를 건넌다. 가야교에서 내려다 본 가야동계곡에는 물이 없이 말라있다. 외설악 희운각대피소 앞에 있는 무너미고개에서 내설악의 수렴동대피소 뒤쪽까지 6㎞에 걸쳐,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능선 사이를 흐르는 가야동계곡은 지금은 산행금지구역이다. 가야교를 건너 용아장성 구역으로 들어서서 잠시 계곡 길을 따라 걷는다.
이정표
가야교
가야동 계곡
계곡 길
무릎이 아픈 아주머니가 보이지 않으면, 잠시 멈춰 서서 아주머니 모습이 보일 때 까지 기다렸다, 모습이 보이면 다시 걸음을 옮기는 식으로 동행을 한다. 3시 11분,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이어 가야동계곡물을 반갑게 만난다.
외나무다리
가야동계곡물
등산로가 계곡을 버리고, 용아장성능선을 향해, 나무계단, 철추가 박힌 암릉, 돌층계 등을 타고 가파른 산 사면을 오른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무릎이 아픈 아주머니를 기다리는 빈도가 많아지고, 건너편에 보이는 공룡능선의 암봉들을 카메라에 담는 횟수가 잦아진다.
나무계단
철추를 박은 암릉 1
암릉 2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공룡능선
돌계단
3시 26분, 고도 930m를 알리는 119 구조목 ‘설악/13-06“을 지나고, 3시 41분, 봉정암 0.8Km를 알리는 이정표를 거치고 나서, 물 흐르는 암릉에 놓인 침목같이 긴 나무를 만난다. 이게 무언가? 궁금해서 뒤따라온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불공을 드리러 봉정암에 오르는 불자들이 나무에 걸터앉아, 발을 물에 담그며 쉬는 곳.”이라고 알려준다.
119 구조목 ‘설악/13-06“
이정표
불자들의 쉼터- 나무에 걸터앉아 발을 물에 담그고 쉰다고 한다.
3시 59분, 구들장 같은 얇은 돌들이 쌓인 곳에 이르러, 아주머니를 기다린다. 이윽고 아주머니가 도착하여, 이 돌들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미끄러운 암릉 사면에 돌을 깎아 길을 만들고, 깎아 낸 돌로 돌탑을 만들었는데, 아마도 거센 바람에 무너져 버린 것 같다며 안타까워한다.
구들장 돌무더기
아픈 무릎으로 꾸준히 쉬지 않고 오르는 아주머니
4시 9분, 고도 1,082m를 알리는 119 구조목 “설악 13-07”을 지난다. 뒤따라 온 아주머니가 이제부터는 돌계단, 나무계단이 이어지며, 고도가 높아지면서, 사진 찍을 좋은 장소가 많으니, 기다리지 마시고, 사진을 찍으며 오르시면 천천히 따라 오를 수 있으니, 일부러 기다리지 말라고 한다. 아마도 내가 기다려주는 것이 꽤나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불자답게 반듯한 아주머니다.
119 구조목
돌계단
나도 깊은 산속에서 아주머니를 만나 무섭지 않아 좋았고, 아주머니 설명이 고마웠다고 대답한 후, 이제 봉정암이 얼마 남지 않았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사진 찍을 곳이 많아져, 천천히 가겠으니, 조심해 뒤따라 오라고 당부를 한 후, 앞서 긴 계단을 천천히 오르며. 주변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구불구불 길게 이어지는 계단
공룡능선
봉정암 방향의 기암 1
용아장성
기암 2
이윽고 긴 계단이 끝나고 암릉이 이어진다. 시야가 더욱 넓어져 아주머니 말대로 사진 찍기가 더욱 좋다. 4시 46분, 저 앞에 능선마루가 보이고 가파른 사면에 굵은 로프가 드리워져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뒤돌아 남쪽을 바라본다. 보라! 저 멀리 점봉산이 아련하고 좌우로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을 거느린 가야동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실로 장관이다
공룡방향의 조망 1
조망 2
봉정암 오르는 방향의 기암
남쪽 조망
공룡능선
가까이 보이는 능선 마루
4시 51분, 봉정암이 내려다보이는 능선 마루에 올라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간식을 들며 쉬면서 아주머니를 기다린다. 이윽고 아주머니가 도착하여 함께 봉정암으로 내려서다, 사리탑 갈림길에서 헤어져 나는 사리탑으로 향한다.
능선 마루
서쪽 암벽
이정표
능선마루에서 본 대청봉
아주머니와 헤어져 사리탑 주위를 둘러보고 사리탑 서쪽 전망바위에서 한동안 머물며 주위의 멋진 풍광을 카메라에 담고 봉정암으로 내려선다. 오랫동안 참아주었던 비가 본격적으로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고, 5시 30분부터 저녁 공양을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보물 제 1832호인 봉정암 석가 사리탑은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중국 당나라에서 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셔와 이곳에 탑을 세우고 사리를 봉안하였다고 전해지고, 통일신라 문무왕 13년(673) 원효대사를 비롯한 승려들이 암자를 새로 보수한 후 이 탑을 보존 하였다고 하나 현재 이 탑의 양식으로 보아 고려시대의 작품으로 보인다.
5층의 탑신을 올린 모습은 일반적인 탑과는 달리 기단부(基壇部)가 없고 탑을 받치고 있는 바위 윗면에는 연꽃을 새겨 놓았다. 밑면에는 3단의 받침을 두어 고려 석탑 양식을 잘 보여 주고 있다.(이상 석가 사리탑 안내문 옮김)
사리탑 1
사리탑 2
봉정암 아기곰
사리탑에서 본 봉정암 1
봉정암 2
사리탑에서 본 봉정암과 대청봉
용아장성
공룡능선
저녁공양을 주는 본채를 지나, 우선 총무실을 찾아가 숙박할 곳을 물으니, 총무실의 키 큰 스님이, 봉정암은 숙박하는 곳이 아니라고 퉁명스럽게 내뱉는 바람에 더 말도 붙이지 못하고, 총무실 앞에 우두커니 서서. 잠시 망설인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이 비를 맞으며 소청대피소까지 가야하나? 예약을 하지 않았는데 소청대피소에 빈자리가 있다는 보장도 없잖은가? 에라 우선 밥부터 먹고 보자고 본체로 이동하여 공양을 받아들고, 총무실 건물 추녀 끝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뚱뚱한 스님이 지나간다.
총무실
본채
본채에서 본 북쪽 기암
하늘을 향해 두 발을 든 말 – 나무가 자란 모양이라고 한다.
급히 쫒아가 잘 곳을 물으니, 이 스님은 식사 후, 총무실로 오라고 한다. 급히 식사를 마치고, 총무실 뚱뚱한 스님을 찾아가니, “본채 5호/ (남) 25번”이라고 쓴 노란 쪽지를 주면서, 누워서 잘 수는 없고, 앉아서 자야 할 것이라고 귀띔을 해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한 후, 시주함에 돈 만원을 넣고 일어선다.
본채에는 5개의 방이 있는데 1호~4호까지는 여자들 방이고, 남자들 방은 5호실 하나뿐이다. 방을 찾아 문을 열고 들어선다. 3칸 정도 크기의 방에 좌우로 10여 명 씩의 선객들이 누워있다.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자, 한 양반이 몇 번이냐고 묻는다. 25번이라고 대답하자, 그 양반은 25번이 라고 쓰인 자리를 가리키는데, 그 자리는 이미 선객이 발을 길게 뻗어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앉아 자는 것이 아니라 두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있는 것이다. 방바닥에 쓰인 숫자를 보니 43번 숫자까지 보인다.
세 칸짜리 방에, 한 사람에게 방석 두 개를 이어놓은 정도의 크기를 배정하여, 43명이 앉아서 잘 수 있도록 마련한 숙박시설이다. 많은 불자들이 불공을 드리러 봉정암을 찾다보니, 이런 숙박시설이 불가피한 모양이다. 물론 돈은 받지 않는다.
배낭을 벽에 매단 선반 위에 올려놓고 세면장으로 나와 땀을 대강 닦아내고 발을 씻고 났는데도, 7시가 채 안된 시각이다.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사위는 아직 밝기만하다. 밖에서 어정거리다 추워서 방안으로 들어서서, 25번 자리 옆 기둥에 기대 앉아 잠을 청하지만 잠이 올 리가 없다.
방안은 덥고, 밤새도록 불을 켠 채이다. 한숨도 자지를 못하고, 꼬박 뜬 눈으로 밤을 새운다. 5시 30분에 아침공양이 제공되니 준비하라는 방송이 들린다. 두 자리씩 차지하고 누워자던 양반들이 하나 둘 일어나 밖으로 나간다.
봉정암에서 잘 수 있다는 소리에 일박을 해보았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잠자리다. 총무실이 있는 큰 전각에도 이런 식의 숙박을 제공하니, 500~600여명의 숙박은 거뜬히 가능하겠다는 계산을 해본다. 아울러 이런 불편한 잠자리를 마다 않고, 몰려드는 불자들을 보면서, 과연 종교의 힘이 대단하다고 느낀다.
(2017.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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