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쪽의 산을 가기위해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산과 강이 어우러져 연출하는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곤 한다. 청명한 날에는 산과 강의 윤곽이 뚜렷하여 좋고, 수초가 무성한 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새벽에는 조용하고 신비로운 광경에 넋을 잃는다. 게다가 팔당댐 수문이라도 열어 놓은 날에는 멀리 보이는 물보라가 환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강 양쪽으로 달리는 수려한 산세다. 오른쪽이 검단산, 왼쪽은 예봉산이다. 모두 서울에서 가까워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이지만 예봉산은 아직 오를 기회가 없었다. 특히 수종사를 거쳐 운길산에 오르고 예봉산을 거쳐 능내리 천주교 공원묘지로 하산하는 코스는 도상거리 약 18Km에 달하는 종주코스로, 능선에서 보는 조망이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2007년 9월 8일(토).
정맥이나 지맥산행 일정이 잡히지 않는 날이다. 원래는 금북정맥을 산행하는 날이지만 25일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22일을 피하기 위해 산악회에서 9월의 일정을 15일과 29일로 변경하는 바람에 오늘은 산행계획이 없다. 모처럼 공백이 생긴 날에.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날씨도 맑아 조망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혼자서라도 예봉산 종주를 하려고 청량리에서 양수리 행 2228번 버스에 오른다. 요금은 현금1000원, 카드 900원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7) 진중리 삼거리 하차-(10;28) 조양보건소-(10:34) 수종사 입구-(10;53) 정자-(11:09) 일주문-(11:15) 운길산 갈림길-(11:30) 운길산 갈림길 회귀-(11;44) 중간 쉼터-(11:47) 송촌리 갈림길-(12;06~12:23) 운길산 정상/중식-(13:48) 사거리 안부-(13:57) 463m봉-(14:01) 새우젓고개-(14:06) 25번 송전탑-(14:18) 미덕고개-(14:24~14:29) 적갑산-(14;55) 행글라이더장-(15:04) 철문봉-(15:07) 헬기장, 안부 사거리-(15:09~15:24) 예봉산/휴식-(15:49) 율리봉-(16;06) 율리고개-(16:19) T자, 좌-(16;37) 직녀봉-(16;48) 견우봉-(17:03) 숭원봉-(17:22) 운동시설이 있는 공터-(17;32) 천주교 공동묘지-(17: 54) 버스 정류장』들머리 27분, 중식 27분, 휴식 15분, 마루금 6시간 38분, 총 7시간 4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1시간 20분쯤 지나니 버스는 진중리 삼거리 검문소 앞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하차하여 조양보건소 앞까지 걷기로 한다. 배차시간 등 정확한 정보가 있으면, 양수리까지 가서, 진중리 행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차들이 윙윙 지나가는 좁은 도로를 천천히 걸으며 주위 풍광을 카메라에 담는다.
양수리 철교와 뒤로 백운봉(좌)과 청계산(우)
당겨 찍은 운길산
10시 28분, 조양보건소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도로를 건너 운길산 안내판이 있는 왼쪽 길로 접어들고, 300m~400m 진행한 후에 갈림길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굽어들면, 등산 안내판과 이정표가 있는 수종사 입구에 다다른다. 이정표는 수종사까지 1.1Km, 운길산까지의 거리가 2.1Km라고 알려준다.
수종사 안내판
등산 안내도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천천히 오른다. 이따금 산책하는 인근 주민들이 지나칠 뿐 한적한 곳이다. 오른쪽으로 정자가 보이고, 통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정자위에 올라서니, 양수리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정자를 내려서서 산길을 걷고, 다시 시멘트도로로 내려서서 수종사로 향한다.
수종사 오르다 본 정자
정자에서 가까이 본 양수리 일대, 앞쪽이 북한강, 뒤쪽이 남한강이다
수종사 가는 길
이윽고 시멘트도로가 끝나고, 비포장도로가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진다. 11시 9분, 현판 글씨가 힘찬 일주문을 지나자 오른쪽으로 자비로운 부처님이 환영을 하시고, 길가 다람쥐 석상이 물을 뿜는 옹달샘에 이르러 표주박에 물을 담아 마셔보니 물맛이 차고 달다. 남한강과 북한강을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뛰어나 해동 제일의 사찰이라 불리는 수종사(水鐘寺)에 경내에 들어선 것이다.
일주문
부처상
11시 15분, 운길산과 수종사 갈림길에서 오른쪽 수종사로 들어선다. 수종사 경내에는 운길산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여러 무리 보인다. 과연 조망이 거유 서거정이 말한 것처럼 해동 제일이다. 양수리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세종 21년(1439년) 왕명에 의해 제작된 팔각원당형부도(경기도 유형문화재 157호), 경기도 유형문화재 22호인 5층 석탑 그리고 수령 525년의 높이 39m, 둘레 7m에 이르는 은행나무를 둘러본다. 수종사는 세조의 명에 의해 세조 6년(1460년)에 지었다고 한다. 은행나무도 수종사 창건을 기념해 심었다고 하니, 올해로 527년이 된 셈이다. 그런데도 한 점 노쇠한 흔적도 없이 청청하니 신기하기만하다.
팔각원당형부도와 5층탑, 모두 유형문화재다.
수령 500년이 넘는 은행나무
세조 4년(1459년), 임금이 오대산에서 기도를 올린 후 배편으로 한강을 따라 환궁하다 양수리에 이르자 날이 저물어 배를 멈추고 인근에서 일박을 하는데 한밤중 운길산에서 범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오는 게 아닌가? 기이하게 여긴 임금이 날이 밝자 산에 올라보니, 18 나한상이 모셔져 있는 굴이 있고, 그 바위굴 천정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한밤중에 종소리처럼 들린 것이다. 세조는 그 자리에 절을 지으라고 명하고, 절 이름을 수종사(水鐘寺)로 부르게 했다고 한다.
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양수리
여러 가지 보물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절 경내를 한 바퀴 돈다. 혼자 하는 산행은 이처럼 발걸음이 유장해서 좋다. 대웅보전 앞에 이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약 40년 전 집사람과 데이트를 하던 시절이다. 유명한 수종사도 구경하고, 운길산에도 오르기 위해 이른 봄 두 사람은 기차를 타고 수종사에 온 적이 있다. 햇살이 따듯하게 비치는 대웅전 뒤, 산 사면에 앉아 양수리를 바라보며 점심식사를 한 후, 커피를 끓이려고 켜 논 버너를 잘못 건드려 쓰러뜨린다.
한겨울 동안 바싹 마른 낙엽에 불이 붙자, 불길이 순식간에 산 사면으로 번진다. 바닥에 깔았던 판초로 불을 두드려 끄면서 쫓아도 역불급이다. 주위에 있던 몇 안 되는 등산객들도 합세하여 진화작업에 나서지만 불길은 자꾸 번져만 간다. 법당 뒤가 소란하여 나와 본 스님들이 불이 난 것을 알고, 삽을 들고 쫓아 나오더니, 우리들처럼 불을 뒤쫓는 것이 아니라 불이 번지는 위쪽으로 달려가 삽으로 흙을 퍼 불길 위로 끼얹는다. 신기하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처럼 무섭게 번지던 불길이 잡힌다.
유명한 사찰의 대웅전 뒷산을 까맣게 태웠으니 보통일이 아니다. 하지만 스님들이라 역시 너그럽다. 불이 잡혀 다행이고, 마침 주지스님이 안국동 조계사에 머물고 계시니, 한 번 찾아가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리라고 한다. 운길산 등산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귀경하여 며칠 동안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조계사로 주지스님을 찾아뵈었더니, 이미 보고를 받아 알고 있다며, 젊은이가 먼 수종사까지 찾아 준 것이 오히려 고맙다는 반응이다.
대웅보전
11시 30분, 운길산 갈림길로 되돌아와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가파른 통나무 계단이 이어진다. 하지만 계단의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다. 돌이 많은 급경사 길을 와이어로프 줄을 따라 이리저리 오른다. 11시 44분, 벤치와 토막삼림상식판이 있는 중간 쉼터를 지나고, 11시 47분, 이정표가 서 있는 송촌리 갈림길에 이른다.
운길산 오르는 길
송천리 갈림길의 이정표
12시 6분, 벤치가 있는 운길산 정상에 오른다. 삼각점<양수 318, 1988 복구 >, 정상석, 그리고 운길산을 설명한 해설판이 있고, 조망으로는 왼쪽으로 예봉산이 가깝게 보인다. 벤치에서 등산객 두어 사람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정상을 조금 내려서서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나무 밑에 앉아 나도 점심상을 펼치다.
운길산 정상
운길산 해설판
정상에서 본 예봉산
땀이 식으니 바람이 차갑다. 조끼를 꺼내 입고 천천히 식사를 한다. 정상 쪽이 왁자지껄 시끄럽다. 한 떼의 등산객들이 몰려 온 모양이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12시 33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산행을 계속한다. 내리막길은 암릉길이다. 바위 전망대 위에 올라 시원하게 뚫린 북쪽 방향을 조망한다. 한북정맥의 산세가 웅장하다. 비교적 험한 암릉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와이어로프, 돌에 밖아 놓은 발 디딤쇠 등이 있어 성가시기는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다.
전망바위에서 본 북쪽 조망, 시우리와 고래산(532m), 멀리 한북정맥
쇠로 발 디딤을 만든 암릉길
다시 바위 위에 올라 이번에는 남쪽과 서쪽을 조망한다. 서쪽으로 직녀봉, 견우봉 등 예미산 능선이 흐르고 그 뒤로 검단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남쪽으로 두물머리가 펼쳐진다. 한동안 알릉길이 이어진다. 잠시 부드러운 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곧이어 다시 암릉길로 이어지는 식이다. 운길산에서 약 30분 정도 지나야 암릉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가 있다.
직녀봉, 견우봉 등 예미산 능선과 그 뒤로 검단산
멀리 보이는 두물머리
운길산에서 능선은 서북방향으로 달리다 463m봉에서 남쪽으로 꺾여, 예봉산으로 접근하고, 예봉산은 운길산의 남서방향에 있다. 따라서 운길산에서 예봉산에 이르는 능선은 크게 ㄷ자를 그리지만, 비교적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운길산과 예봉산 사이에는 많은 갈림길들이 있다, 남서쪽에 있는 예봉산을 보고 자칫 서둘러 오른쪽 갈림길로 진행하다가는 등로를 이탈하기가 십상이다. 따라서 우선 463m봉의 방향으로 나침반을 맞추고 좌우 갈림길을 무시한 채, 넓고 확실한 길, 표지기가 걸린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요령이다.
종주도
400m~500m 정도의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여러 차례 넘지만 힘이 들 정도는 아니다. 1시 48분, 등산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 도착하여,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을 올라, 1시 57분, 이정표가 있는 463m봉에 오른다. 이곳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크게 방향을 튼다.
사거리
사거리 이정표
463m봉의 이정표
2시 1분, 새우젓 고개를 지난다. 이정표의 '예봉산'을 '여보산'이라고 긁어 낸 것을 본 여자 등산객들이 자지러지게 웃는다. 완만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커다란 소나무가 밑동이 부러져 길을 막고 있다. 2시 6분, 25번 송전탑을 지나고, 소나무가 아름다운 봉우리 하나를 넘어, 능선길을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조망이 트이며, 한강, 덕소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도봉산이 뚜렷하게 조망된다. 멋진 곳이다.
새우젓 고개의 이정표
부러진 소나무가 길을 막고
한강, 덕소, 구리 그리고 도봉산
2시 18분, 이정표가 있는 미덕고개를 지나고, 2시 24분, 적갑산(561m)에 올라 5분간 휴식을 취한다. 휴식 후 암릉길을 내려선다. 이어 평탄한 길을 걷는다. 돌탑을 지나고, 철쭉 군락지를 오르니, 암릉이 이어지고, 운길산 쪽 조망이 트인다. 장관이다
길가의 돌탑
암릉에서 본 운길산
2시 55분, 간이매점이 있는 행글라이더 장에서 잠시 한강을 굽어보고, 3시 4분, 철문봉(630m)에 오른다. 이정표, 등산 안내도, 철문봉 해설판이 있다. 철문봉을 내려서니 헬기장이 있는 안부 사거리다. 눈앞이 바로 예봉산이다. 3시 19분, 헬기장인 예봉산 정상(679m)에 오른다. 정상석, 이정표, 그리고 예봉산 등산 안내도가 있고, 운길산과 양수리가 조망된다. 정상을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쉼터에 감로주와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간이매점이 있다. 감로주를 사 마시며 냥 15분간 휴식을 취한다.
행글라이더장의 간이매점
행글라이더장에서 본 한강
철문봉 해설판
헬기장에서 본 예봉산
예봉산 정상
정상석
감로주 파는 간이매점
에봉산을 동남쪽으로 내려서서 급경사 내리막을 달린다. 3시 49분, 이정표와 해설판이 있는 율리봉(527m)를 지나고 능선에서 정면으로 견우봉을 보고, 두불머리를 굽어본다. 이어 경사가 급한 내리막을 달려, 안부 사거리인 율리고개에 이른다. 이정표를 보면 직녀봉을 예미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아마도, 남양주시에서는 율리고개를 경계로 예봉산과 예미산을 구분하는 모양이다.
율리봉 해설판
견우봉
두물머리
율리고개 이정표
울창한 잡목 숲 사이로 완만하게 오르는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2~3분 오르다 뒤돌아 지나온 철문봉과 예봉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등산로는 경사가 점점 가팔라지고, 4시 19분,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가파른 능선을 힘들게 올라, 4시 37분, 직녀봉 정상(690m)에 오른다. 정상에 있는 해설판에서는 봉우리 이름은 직녀봉라고 표기하고 있고, 견우봉, 직녀봉 등을 포함하고 있는 산을 예미산으로 호칭하고 있다. 정상에서 보는 한강, 예봉산, 검단산 이 멋지다.
철문봉
예봉산
직녀봉 정상
직녀봉 해설판
4시48분, 이정표가 있는 견우봉 정상(590m) 오른다. 두물머리가 내려다보인다. 견우봉에서 내려서서 정약용이 독서를 했다는 멋진 전방바위에 선다. 검단산이 바로 눈앞에 우뚝하다. 5시 3분, 숭원봉을 지나며 견우봉을 뒤돌아보고, 다시 전망바위에서서 주위를 조망한다.
견우봉 정상의 이정표
견우봉에서 본 두물머리
숭원봉 지나며 본 견우봉
천주교 묘역에서 본 두물머리 1
천주교 묘역에서 본 두물머리 2
5시 22분, 운동시설이 있는 공터를 지나고, 이어서 만나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5시 32분, 천주교 묘역에 이르고, 가파른 시멘트도로를 따라 내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한다.
천주교 공원묘지
귀로에도 역시 1228번 버스를 타고 상봉역에서 내려, 지하철 7호선을 이용하여 귀가한다.
(2007.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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