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대봉, 월두봉, 북한강, 그리고 삼악산


2007년 3월 17일(토).

오늘은 산 이사회의 정기 산행일이다. 해가 바뀌고, 3월도 벌써 반 넘어 지난다. 옅은 안개가 낀 아침은 제법 쌀쌀하지만, 해가 높게 떠오르자 안개가 걷히며, 푸른 하늘이 싱그럽고, 봄볕이 따사롭다.


산 이사회는 가평군계 4번째 산행으로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의 물안산(443m)과 보납산(330m)을 찾아간다. 코스는 『가일고개-341번 도로-물안산-보납산-강변 산책로』 도상거리는 약 13Km 정도다. 이 코스는 또한 화악지맥의 마지막 구간이기도 한 곳으로, 멋진 산들과 북한강이 어우러져, 경관이무척 아름답다.


상봉역에 모인 대원들은 모두 17명이다. 지각한 대원이 있어, 25인승 버스는 예정시간 보다, 약 30분 정도 늦게 출발한다. 버스는 75번 국도를 달려, 마장리에 이르러, 마장교를 건너, 개곡리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가평천의 맑은 물이 흐르는 좁은 계곡길을 외줄기 시멘트 도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문득 계곡이 넓어지더니, 작은 분지가 나타나고, 평화로운 마을이 펼쳐진다. 개곡 1리다. 이런 산골에 이런 마을이 있다는 것이 대원들에게는 신기하기만 한 모양이다. 다시 외줄기 계곡길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매끈한 아스팔트 포장도로다. 개곡 2리를 지나면서, 왼쪽 산 사면과 오른쪽 가평천변에 가지각색의 예쁜 이름들을 가진 그림 같은 팬션들이 눈에 뜨인다.


가일고개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골짜기가 좁아지며, 비포장도로가 나타난다. 덜컹덜컹, 비포장도로를 타고 오른 던 버스는, 9시 56분, 차를 돌릴 수 있는 너른 공지에 이르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0) 산행시작-(10;03) T자 갈림, 우-(10:10) 가일고개-(10:13) 340m봉, 우-(10:19) 십자로 안부-(10:43) 370m봉, 좌-(11:14) 잣나무 봉, 좌-(11:37) 370m봉-(11:52) 340m봉, 좌-(12:02) 월두봉 갈림길, 우-(12:35~13:15) 헬기장/중식-(13:37) 431번 도로-(13:55) 바위지대-(14:02) 물안산 갈림길-(14:12~14:18) 물안산 정상-(14:25) 공터-(14:27~14:29) 바위 전망대-(14:31) 이정표<가납산 3.83Km>-(14:43) 벙커봉-(14:49) 이정표<보납산 3.11Km>-(14:55) 돌탑-(15:11) 갈림길, 좌-(15:18) 이정표<보납산 1.53Km>-(15:27) 보납산 갈림길-(15:46~15:50) 보납산 정상-(15:58) 갈림길 회귀-(16:11) 이정표<강변 산책로 0.6Km>-(16:15) 강변 산책로-(16:30) 도로변 버스』중식 40분 포함, 총 6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하고, 각자 자기 스타일대로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푼다. '애피타이저-메인-디저트'의 식사 코스처럼, 산행도 3단계로 나누어, 강약을 두어 진행하자는 "웰빙산행"(잭 대장이 제안하고, 아이리스 대원이 부연하여, 많은 회원들이 공감한다.)을 오늘부터 강력히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오늘은 고봉 고문님이 중군을 지휘하며, 산행의 강약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선두가 몇 차례 기다려주는 미덕을 보여, 6시간이 넘는 긴 산행임에도 불구하고, 선두 후미 구분 없이, 모두 함께 하산한다.

가일고개 조금 못 미친 공지에서 하차하여 본 서쪽 조망


준비운동을 하고, 들머리 기념사진을 찍은 대원들은 고봉 고문님의 브레이크에 걸려, 10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천천히 산행을 시작한다. 10시 3분, T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돌고, 10시 10분, 이정표<계관산 정상 Km, 소요시간 2시간 30분>가 있는 가일고개에 도착하여, 오른쪽 능선을 오르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정표의 거리 표시는 누군가가 긁어 버려, 공난이다.

가일고개와 계관산


참나무 숲 사이로 등산로는 서쪽으로 이어진다. 10시 13분, 340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참나무 사이에 잣나무들도 보인다. 10시 19분, 십자로 안부에 이르러,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향한다. 주로 화악지맥을 종주하는 산꾼들이 다니는 곳이기 때문에,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 위로 등산로가 희미하고, 간혹 표지기들이 눈에 뜨인다.

340m봉을 내려서서 지나온 십자로 안부를 돌아보고,

참나무 숲 사이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산로와 표지기


고도 300m에서 350m 정도의 봉우리를 수 없이 오르내린다. 봉우리에는 어김없이 표지기들이 걸려 있고, 많은 봉우리들을 왼쪽으로 내려서며, 서서히 서남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길은 희미하지만, 가야할 능선이 잘 보여, 알바의 위험은 크지 않다. 10시 43분, 고도 370m 정도의 봉우리에서, 대원들이 잠시 쉬며, 지도를 보고 방향을 확인한 후, 다시 왼쪽으로 내려선다.

370m 정도의 봉우리에서 가야할 능선을 바라보는 대원들


다시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고 내린다. 여기저기서 산수유가 노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방향은 여전히 서남쪽으로 이어지면서,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삼악산이, 남쪽 나뭇가지 사이로는 뾰족한 검봉이 멀리 보인다. 11시 14분, 고도 310m 정도 되는 잣나무 숲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서, 벌목지대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북쪽의 고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잣나무 봉

벌목지대를 지나는 대원들

북쪽으로 보이는 고산들


11시 37분, 약 330m 정도 되는 봉우리로 오르면서, 비로소 깨끗한 모습의 삼악산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며, 왼쪽으로 월두봉을 가깝게 본다. 11시 52분, 고도 34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다시 왼쪽으로 내려선다. 오른쪽 깊은 계곡 너머로 가야할 물안산이 따라오는데, 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좀처럼 보이지를 않고, 정면으로 다시 높은 봉우리가 막아선다. 앞에는, 차안에서 뱀 이야기를 듣고, 컨디션이 나빠진 다이아님, 그리고 그 뒤로 선비님이 따를 뿐, 다른 대원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혹시 무심코,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지나친 것은 아닌가 하고 뒤를 돌아보아도, 서쪽으로 흐르는 능선은 없는 것 같다.


불안한 마음으로 정면의 봉우리를 향한다. 봉우리 정상이 가까워지자, 왼쪽이 시끌버끌 해지며, 월두봉으로 향하다 되돌아오는 중위그룹을 만난다. 비로소 월두봉 갈림길에 이른 것이다. "다이아님이 오늘은 알바를 안 하네..." 누군가 알바를 하고 내려오면서, 쑥스러운지 불쑥 한마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월두봉 갈림길에서 중위 그룹과의 만남


12시 2분, 중위 그룹에 휩싸여,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응봉과 화악산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안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더 넘고, 12시 33분, 290m 정도 되는 봉우리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멀리 북한강를 본다. 봉우리를 내려서니 등산로는 헬기장으로 이어지고, 헬기장에는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점심채비를 하고 있다.

응봉과 화악산

헬기장


산 이사회의 점심시간은 언제고 즐겁다. 선비님의 오디 주, 다이아님의 홍어, 아이리스님의 복분자 주와 달래무침, 그리고 심산대장의 파운드 케익이 오늘의 스페셜 메뉴다. 귀한 술에 이끌려, 점심 먹는 것은 뒷전이다. 이제 절반 정도는 왔으니, 마음 놓고, 반주량을 훨씬 초과하는 술을 즐긴다. 1시 15분, 식사를 끝낸 일행은 뒷정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헬기장을 떠나 천천히 일행들 뒤를 따른다. 바로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북한강이 보인다. 또 다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어, 안부에서, 무성한 넝쿨 너머로 물안산을 바라보고, 1시 37분, 341번 비포장도로에 내려서서, 이정표와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는 물안산 등산로 입구에 선다. 유감스럽게도 선비님 부인이 다리가 아파, 이들 부부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탈출한다.

물안산

물안산 등산로 입구의 이정표와 안내 현수막


다이아님은 컨디션이 회복된 모양이다. 이미 시야에서 멀리 사라졌고, 여왕봉님이 아름다운 잣나무 숲을 천천히 오르고 있다. 물안산, 가납산에는 일반등산객들의 출입이 많은 모양이다. 등산로가 뚜렷하고, 경사가 가파른 곳에는 밧줄이 매어져 있다. 1시 55분, 바위지대를 지나, 2시 2분, 이정표가<보납산 4.01Km, 주을길 2.15Km> 있는 물안산 갈림길에 이르러 배낭을 내려놓고, 암릉길을 올라, 물안산으로 향한다.

물안산 갈림길


물안산으로 오르며, 굽어보는 북한강이 아름답다. 바위 위 커다란 소나무에 물안산 정상 표지목이<물안산 438m> 걸려있다. 그 곳을 지나고, 바위능선을 거쳐, 북쪽 바위에 오르니, 멀리 명지산으로 짐작되는 거대한 산이 보인다.

가평천 1

가평천 2

북한강

북쪽으로 보이는 산- 명지산이라고 짐작한다.

물안산 정상


물안산을 내려서서, 갈림길로 돌아와 배낭을 메고 보납산으로 향한다. 2시 25분, 너른 공터를 지나고, 2시 27분, 전망바위에 올라, 일행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시 북한강을 굽어보고, 북동쪽으로 지난번 가평군계 첫 산행 때 올랐던 촛대봉을 바라본다.

월두봉, 삼악산, 북한강

촛대봉


2시 31분, 이정표<주을길 2.33Km, 보납산 3.83Km>를 지나며, 보납산을 본다. 아기자기한 암릉길이 이어지고, 가파른 암릉에는 밧줄이 매어져 있다. 북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화악리, 촛대봉과 응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2시 43분 벙커가 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2시 49분 보납산 3.1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보납산

화악리, 촛대봉, 응봉

벙커봉


바위가 듬성등성 깔린 평탄한 능선을 달린다. 2시 55분, 작은 돌탑을 지나고, 몇 개의 이정표를 지나, 3시 11분, 갈림길에 이른다. 선두 그룹이 기다리고 있다. 갈림길에서 표지기가 많이 달린, 왼쪽 내리막으로 달려 내려, 3시18분, 보납산 1.5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3시 27분, 보납산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개곡리 5.2Km, 보납산 0.48Km, 강변 산책로 1.3Km>


어제 과음으로 오늘 산행에 참여하지 못했던 심천 후미대장이, 속이 좀 풀렸는지, 역코스로 보납산에 올랐다가, 갈림길에서 기다린 모양이다. 난대인(難待人)- 사람 기다리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기다리다 지쳐, 갈림길에 남겨 놓고 귀가한 애절한 메시지가 대원들을 감동시킨다.

 

배낭을 벗어 놓고, 보납산으로 향한다. 너른 등산로 주변에 운동기구들이 놓여 있고, 운동을 하는 인근 주민들이 보인다. 등산로는 통나무 계단으로 이어지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펼쳐지는 조망이 훌륭하다. 동쪽으로 산과 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 자라섬, 그 뒤로 지난 번 지났던, 영춘지맥의 마루금이 보인다. 3시 46분, 보납산 정상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산과 강이 연출하는 아름다운 주위 풍광을 둘러본다.

보납산 오르다 본 파노라마

자라섬과 영춘지맥 마루금

가평

보납산 정상


3시 58분 갈림길로 되돌아와 강변 산책로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4시 11분, 이정표<보납산 정상 1.13Km, 강변산책로 0.64Km, 자라목 0.42Km>가 서 있는 자라목 갈림길에서 강변 산책로 쪽으로 내려선다. 다시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린 후, 쭉쭉 벋은 낙엽송이 숲 사이로 이어지는 통나무 계단길을 내려선다. 저 아래에 산책로가 보인다.

이정표

통나무 계단 하산길

 

강변 산책로


4시 15분,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강변 산책로에 내려서서, 길을 따라 왼쪽으로 하산을 계속하여, 4시 30분 경, 도로변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오른다.

 

 

뒤풀이.

하산시간이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상봉역까지 나가기로 하고, 잭 대장이 슈퍼에 들러 캔 맥주를 사온다. 캔 맥주로 목을 축이고, 한잠을 푹자고 났는데도, 서울은 아직이다. 토요일이라 서울로 향하는 차들로 도로가 붐비기 때문이다. 6시가 조금 넘어, 상봉역에 도착했으나, 흥이 깨졌는지, 뒤풀이도 없이 뿔뿔이 흩어진다.


(2007.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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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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