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소-낙차가 없어 폭포는 못되고, 급한 물살이 바위를 파서 깊은 소를 만들었다.


산정산학회가 가이드 하는 당일 백두대간 종주는 지금 8차대까지 진행되고 있다. 국토사랑운동의 일환으로, 뜻있는 산악회들이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 안내산행 덕에,이제 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종주라는 귀중한 경험을 하게됐다. 무박으로 시작한 종주가 전국 도로망의 정비로 당일산행으로 바뀌고, 산악회 간의 경쟁도 심해져서, 이제는 수지가 맞지 않는 프로젝트가 돼 버렸지만, 산정은 당초 국토사랑운동의 취지를 살려, 꾸준히 백두대간 종주 안내산행을 계속하고 있다.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팀의, 선두대장이나 후미대장은 산정에서 대간 종주를 마친 사람 중에서, 산악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지원자들이 담당한다. 일 년이 넘게 함께 고생하면서 들은 미운정, 고운정 때문에, 종주가 끝나도, 사람 냄새가 나는 아름다운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다.


2004년 3월에 시작하여, 1 년 만에 종주를 마친 3차대는 함께 종주를 했던 대원들이 이사회(二四會)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2번 정기산행을 갖기로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필히, 친정인 산정이 가이드 하는 산행에 참여키로 한다.


2006년 8월 12일(토).

산정산악회가 지리산 칠선계곡 산행을 가이드 하고, 이사회 회원들이 이에 동참키로 한다. 산정의 정기원 대장은 모처럼 찾아주는 3차대 대원들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푼다. 참여하는 대원들 중에 시간이 있는 대원들은 지리산에서 일박한 후,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일요일 칠선계곡으로 하산하면, 그 곳에서 픽업하여 서울까지 태워다 주겠다는 것이다. 일요일 칠선계곡 산행 시, 그 수만큼 예약을 덜 받고, 자리를 비워놓겠다는 것을 각오한 제안이다.


이사회 회원 중 18명이 산행신청을 하고, 이 중 9명이 지리산에서 일박하기로 한다. 만석이 된 산악회 버스가 지리산을 향해 달린다. 오늘의 산행코스는『백무동-하동바위-참샘-소지봉 안부-공비루트 삼거리-칠선계곡-비선담-추성동』으로 도상거리 약 12Km, 산악회가 제시한 산행시간은 약 5시간 30분이다,


지리산 10경중의 하나인 칠선계곡을 산정산악회 홈페이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지리산 큰 산의 물줄기 중 하나는 남강으로 또 하나는 멀리 덕유산 골짜기에서 흐르는 섬진강으로 이어진다. 천왕봉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흐르는 칠선계곡은 심원골, 뱀사골, 피아골 등 지리산의 10여개 계곡 중에서도, 크고 작은 폭포와 소, 때 묻지 않은 원시림, 그리고 험준한 골짜기 때문에, 비경 중의 비경으로 알려진 곳이다.


현재는 휴식년제로 추성동에서 비선담 까지만 개방이 되고, 상류의 칠선폭포, 대륙폭포, 마폭포는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버스는 서울을 빠져나와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새벽에 서둘러 움직인 탓인지, 시원한 버스 속에서 깜박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차창 밖으로는 안개가 낀 산야(山野)가 펼쳐지고, 광복절 징검다리 황금연휴 때문인지 가족단위의 나들이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도로는 이른 아침인데도, 정체가 심하다. 9시 35분 경, 버스가 죽암 휴게소에 접근하자, 정 대장은 인삼 랜드에서 휴식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을 변경하여, 대원들의 아침 식사를 위해, 죽암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 죽암 휴게소의 식당은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여행객들로 만원이다.

연휴를 맞아 가족단위 나들이객들로 만원인 죽암 휴게소.


버스가 죽암 휴게소를 출발하자, 정 대장이 오늘의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오래전, 정 대장이 칠선계곡를 통해 천왕봉에 오를 때는 약 10Km를 오르기 위하여, 계곡에서만 3일 밤을 지냈다고 한다. 길도 없어, 계곡을 따라 오르며, 폭포는 바로 크라이밍 해 오르고, 소(沼)는 절벽 위로 우회하는 등 고생이 심했지만, 그 때 보았던 아름다운 계곡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백무동에서 소지봉 안부까지 약 2시간, 공비루트를 지나, 추성리까지 하산하는데 약 3시간이 소요되니, 모두 5시 30분까지는 하산을 하라고 당부 한다. 시간이 넉넉하니. 선두는 칠선폭포도 둘러보고, 하산 무렵에 용소도 둘러보라고 귀뜸해 준다.


버스는 경부 고속도로를 달린다. 버스가 무주를 지난다. 안개가 걷힌 차창 밖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윽고 버스는 고속도로를 버리고 24번 국도를 달려, 인월에서 60번 국도로 바꾸어 타더니, 12시 9분, 백무동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량 정체로 도착시간이 약 30분 정도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안개 걷힌 고속도로변의 아름다운 산과 들

백무동으로 이어지는 국도변 풍광


대원들이 배낭을 챙긴다. 지리산에서 일박을 할 예정인 대원들은, 비박장비 등, 짐이 장난이 아니다. 잭 대장, 우정대원, 지헌대원의 배낭 무게가 20Kg 내외는 될 듯싶고, 여자대원인 소백산, 예원의 배낭크기도 예사롭지가 않다. 12시 10분 경, 당일 산행 팀은 산행을 시작하는데, 비박 팀은 짐 배분 때문인지 출발부터 늦어진다.

매표소를 통과하는 대원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2:10) 산행 시작-(12:18) 매표소 통과-(12:19) 백무동 야영장-(12:21) 철 다리-(12: 39) 1Km 지점 통과-(13:05~13:09) 하동바위-(13:21) 2Km 지점 통과-(13:39~14 :26) 참샘-(14;43~14:55) 소지봉 안부-(15:08) 삼거리 갈림길-(15:58-16:04) 칠선계곡, 첫 폭포-(16:15) 이정표<추성리 4.8K, 천왕봉 4.9K>-(16:44) 비선담-(16:54) 옥녀탕-(17:01) 선녀탕-(17:45) 두지교-(18:12) 매표소-(18:13) 용소 갈림길-(18:25)- 용소-(19:02) 추성리 주차장』으로 중식시간 47분, 용소 왕복 25분, 알탕 22분 포함, 총 6시간 52분이 걸린 산행이다,

* * * * *


백무동 버스 정류장에서 300m 정도 오르면, 해발 540m의 백무동 야영장에 이르고, 등산로는 이곳에서 좌우로 갈린다. 좌측은 하동바위를 지나, 장터목 대피소, 우측은 기내소를 통과하여, 세석 대피소로 이어진다. 우리는 좌측으로 굽어, 철제다리를 건너고,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 완만한 돌길을 오른다. 역시 바람 한점 없는 무더운 날씨다. 119 구조대 팻말이 500m 단위로 박혀 있고, 중간 중간 이정표도 세워져 있어, 알바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등산로는 대부분이 너덜 길 같은 돌길이고 꾸준히 오르막이 계속된다.

백무동 야영장  이정표

철제 다리를 건너고,

꾸준히 계속되는 오르막 돌길을 오른다.


젊은 대원들이 중심이지만, 짐이 무거운 비박 팀은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보다 못한 심천 대장이 제일 무거운 잭 대장의 배낭을 바꾸어 메어주겠다고 되돌아 내려선다. 마주 내려오는 가벼운 차림의 남녀 중학생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아마도 장터목 부근에서 일박 후, 대청봉에 들렀다 하산하는 학생들 같아 보인다. 하나같이 모두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어린학생들이 귀엽고 신통하다.


1시 5분 커다랗게 솟아있는 하동바위(해발 900m)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 있다.<백무동 1.8K, 참샘 0.8K, 장터목 대피소 4.0K, 천왕봉 5.7K> 이곳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비박 팀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할 수 없이 먼저 출발을 한다.

하동바위 이정표

하동바위


다시 철제다리를 건너고, 1시 39분 참샘(해발 1,125m)에 도착한다. 산행시작 후 약 1시간 20분이 걸린 셈이다. 산악회에서 예상한 시간보다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진행이다. 참샘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물을 마시며, 쉬고 있다. 우리일행은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탐방로를 구분해 놓은 백색 줄을 넘어 이끼 낀 바위에 둘러 앉아, 도시락을 푼다.

참샘 이정표

참샘


당일 팀이 점심을 마칠 즈음에 비박 팀이 도착한다. 점심을 마친 당일 팀은 휴식을 취하면서, 이들이 점심을 끝내기를 기다려, 함께 단체 사진을 찍은 후, 2시 26분 경 산행을 재개한다. 등산로는 점점 가팔라지고, 곳곳에 로프가 늘어져 있다. 2시 43분, 소지봉 안부에 도착한 일행은 이곳에서 헤어질 비박 팀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오늘 산정행사에 참여한 일반 등산객들은 이미 이 지점을 모두 통과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잘 정비된 등산로 - 소지봉 가는 길

소지봉 안부 - 소지봉 가는 길의 고사목


2시 55분 경, 비박 팀이 모두 도착하여, 이들과 작별을 하고, 우리들은 왼쪽, "위험,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소위 공비 루트를 타고 내린다. 기준 시간에 비해 우리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늦게 이 지점을 통과한다. 조릿대가 무성한 이 능선을 계속 타고 내리면, 벽송사에 이른다고 한다. 3시 8분 삼거리에 이르러, 우리들은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선다. 왼쪽 하산 길은 백무동으로 이어진다.

조릿대가 무성한 공비 루트

 

 

추성리에 세워진 공비토벌 안내도


조릿대가 무성한 비탈길에 죽은 고목이 여전히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있고, 어둑한 숲길을 커다란 죽는 나뭇가지가 가로막고 있다. 문자 그대로 원시림이 이어진다. 고도가 낮아지며, 빨치산들의 비트 터였던, 잡초가 무성한 공터를 지나, 3시 40분 경, 칠선계곡으로 떨어지는 골짜기에 이르러, 맑은 계류에 세수를 하며 더위를 식힌 후, 3시 55분경에, 칠선계곡에 도착한다.

고사목이 버티고 있는 원시림도 지나고

 

빨치산 비트였던 공지도 지나

계곡에 내려서서 땀을 들인다.


등산로 저 아래로 아름다운 폭포가 보이고, 너른 소(沼)가 펼쳐진다. 여자 대원들이 환성을 지르며, 폭포 쪽으로 뛰어내려, 배낭을 벗어 던지고, 등산화를 벗더니, 물속으로 뛰어든다. 폭포수가 떨어지고 너른 소가 있어, 주위에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약 10분간 땀을 들인 대원들은 4시 5분 경, 계곡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칠선계곡에서 내려서서 만난 첫 폭포

폭포수에 발을 담그고 동심으로 돌아간 여자대원


4시 15분, 이정표를 지난다. <추성리 4.8K, 천왕봉 4.9K> 산악회에서 배포한 개념도에는 추성리까지 약 3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 5시 30분까지 하산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심산대원이 선두에 서서 달리고, 여자대원들이 서둘러 그 뒤를 따른다. 천천히 뒤따라오던 정 대장은, 6시 30분까지 하산하자고 하산시간을 수정한다.

칠선계곡 정 중앙을 알리는 이정표


고사목이 바위에 걸려 등산로를 막고 있는 곳을 지나고, 징검다리를 타고 계곡을 건너, 4시 24분, 119 구조대 팻말, <지리 09-09>을 지난다. 추성리 까지 4,5Km가 남았다는 이야기이다. 4시 30분, 출입금지 표지가 붙어있는 나무 전망대에 서서 칠선계곡을 굽어본다. 계곡을 따라 등산로를 정비해 올라오면서 출입금지 지역을 점차적으로 해소하는 모양이다.

고사목 장애물을 통과하고

징검다리를 건너 하산을 서두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옥빛 소(沼)

잘 정비된 등산로 1


등산로가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4시 40분, 대원들이 비선교 흔들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보이고, 비선교 위에서 비선담을 카메라에 담는다. 다리를 건너니 이정표가 보인다. <추성리 3.9K, 칠선폭포 1.5K, 천왕봉 5Km>

비선교

비선담


계곡을 따라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달려, 4시 56분 옥녀탕에 이른다. 추성리까지 3,5Km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다. 5시 선녀탕을 지난다. 추성까지 아직도 3.4Km가 남아 있다. 5시 30분의 도착시간을 의식한 듯, 우리 대원들은 계곡물에 더 이상 발도 담가보지 못 한 채, 앞만 보고 내 달린 모양이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잘 정비된 등산로 2

옥녀탕

 

옥녀탕 하류 1

옥녀탕 하류 2


선녀탕을 지나자, 등산로는 계곡을 버리고 산으로 이어진다. 제법 가파른 산길이 오르내린다. 사진 찍을 것도 없어, 앞서 간 대원들을 쫓아, 절 나게 달린다. 이윽고 등산로가 다시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5시 38분 마지막으로 알탕이 가능하다고 짐작되는 계곡을 지난다. 혹시 우리 대원들이 계곡 어디선가 알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소리쳐 불러 보지만, 아무 대답도 없다.

선녀탕

계곡에서 멀어진 쉼바위, 이곳을 내려서서 다시 계곡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멋진 소(沼) - 이곳에서 알탕을 하고 용소를 포기했어야 했다.


5시 43분 계곡을 벗어나 두지교를 건너, 쉼터에서 캔 맥주를 사서 마시며, 후미의 정 대장과 심천 대장을 기다리지만 소식이 없다. 혹시 중간에 알탕이라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고, 다시 추성리를 향해 달린다. 6시 12분 추성리 매표소를 지나고, 13분 용소 갈림길에서 잠시 갈등이 생긴다. 그대로 진행하면, 100m 남은 추성리에 바로 도착하겠지만, 마을이라 땀을 씻을 곳이 마땅치 않을 것 같다. 차라리 멀지 않다는 용소에 들러, 구경도 하고, 알탕도 하기로 하고 용소로 향한다.

두지교

 

쉼터를 지나고

추성리로 향하는 내라막 길을 내려서서

용소로 향한다.


약 12분 후 용소에 도착한다. 정 대장이 설명한대로 평평한 암반을 흘러내린 급류가 정면의 암벽을 파고들어 깊은 소를 만들었다. 소의 물빛이 푸르디 푸른 것이 소의 깊이를 짐작키 어렵겠다. 서둘러 사진을 찍고, 계곡으로 내려와 알탕을 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20여분이 후딱 지난다. 6시 45분 서둘러 용소를 뒤로하고, 추성리로 향한다. 식사 뒤처리를 마치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버스에 오르니 7시 2분이다. 다행히 버스 출발시간을 지연 시키지는 않았지만, 정 대장, 심천 대장 및 이사회 회원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또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

용소로 들어가다 왼쪽으로 본 멋진 봉우리

용소

알탕을 한 용소 계곡


7시 15분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 버스는 10시 40분 경, 양재역에 도착한다.

 


(2006.8. 13.)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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