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백암산, 그리고 입암산
대간이나 정맥산행을 할 때는 정해진 정기산행 일에 정해진 구간을 산행하기 때문에 산행 지를 스스로 선책 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정기산행인 경우에는 소속감도 있고, 매주 만나는 산우들이 있어, 익숙한 분위기에서 편안한 산행을 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 거기다가 한 구간, 한 구간씩 줄여나가, 완주에 접근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정기산행이 참여인원 부족으로 도중 해체되어, 졸지에 낭인에 됐을 때,(내 경우는 약 2년간 산행 중에 이런 경험을 두 차례나 한다.) 적지 않게 당혹스럽다. 완주하지 못하고, 도중하차하는 아쉬움이 크고, 당장 다가오는 주말에 가야할 곳을 찾아야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른다. '뭐, 산악회도 많고, 행선지도 다양하니, 입맛에 맞는 걸 찾아 산행하면 새로운 즐거움이 있을지도 모르지.'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행선지 선택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산악회가 많다지만, 시즌 별로 가는 곳이 몇몇 곳으로 한정돼 있고, 거의 모든 산악회들이 이런 곳으로 몰리는 경향이 있어, 선택의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산행지를 우선 선택하고, 산악회를 선택하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2005년 11월 5일(토).
오늘은 뫼솔 산악회를 따라 입암산과 백암산을 연계 산행한다. 내장산 단풍구경에 몰리는 사람들을 피해, 내장산 단풍에 못지않게 뛰어난, 입암산 은선골의 단풍과 상왕봉으로 이어지는 하곡동골 단풍을 염두에 두고 산악회가 기획한 코스다. 기획의도가 성공을 한 모양이다. 오후에는 많은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약 70여명이 참여하여, 대형버스 2대가 동원된다.
이곳저곳의 자료들을 참조하여 입암산과 백암산을 설명한다.
전라남도 장성군 북이면, 죽하면과 전라북도 정읍시에 걸쳐서, 전라남북도를 가르는 입암산(笠岩山)은 해발고도 626.1m로, 정상의 바위가 갓을 쓴 사람 형상을 하고 있어 산 이름을 입암(笠岩)이라 하였다고 한다. 높지 않은 산이나, 골짜기 깊숙한 곳이 분지를 이루고 있어 군사적 요충지로 사용되어, 정상부에 위치한 입암산성은 조선 효종 때 개축한 것으로 사적 384호라 한다.
단풍으로 가장 유명한 내장산, 백암산 능선 바로 서쪽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이라, 내장산, 백암산의 유명세에 눌려 이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산이지만, 전남 산악인들에게는 명성이 자자해 여름 피서산행, 가을 단풍산행, 겨울 흰 눈 밟기 산행으로 철마다 등산인들이 자주 찾고 있다고 한다.
입암산은 능선보다는 남창계곡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입암산과 갓바위 능선 남쪽으로 흘러내리는 산성골과 은선골, 입암산과 백암산을 가로지르며 흘러내리는 새재골, 시루봉 남쪽의 자하동, 사자봉 서쪽의 하곡동, 사자봉 남서쪽의 내인동 등, 남창계곡을 이루는 여러 갈림 계곡들은 모두 골이 깊고 아름다워 예로부터 선인들의 은거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백암산(741m)은 전남 장성군 북하면 약수리 , 신성리에 걸친 산으로 국립공원 내장산 남부 지구에 위치한다. 백암산의 절경은 결코 내장산에 뒤지지 않는다. 최고봉인 상왕봉과 백학봉, 사자봉 등의 기암괴석이 곳곳에 널려 있고. 산세가 험준하다.
백암산의 철 따라 변하는 산색은 금강산을 축소해 놓았다 할 정도로 아름답다. 백암산의 으뜸은 단풍이라 할 수 있다. 산 전체와 조화를 이루며 서서히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산을 물들이는 모습은 가히 절경이다. 백암산 단풍은 바위가 희다는 데서 유래한 백학봉의 회백색 바위와 어울려 독특하기도 하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하부리-북문-입암산-갓바위-은선골-몽계폭포-상왕봉-도집봉-백학봉-영천굴-백양사>이고, 산악회가 제시하는 소요시간은 5시간 30분이다.
거리를 추정해 본다. <하부리(약2K)-북분(약1.5K)-입암산 왕복(0.79K)-갓바위(4.87K)-상왕봉 갈림길(3.3K)-사거리(0.5K)-상왕봉(2.31K)-백학봉(1.31k)-백양사(약3K)-버스정유장> 백양사까지가 약 16.58Km, 버스 정유장까지는 19Km가 넘는 거리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6 수월리 도착-10:07 산행시작-(11:02~11:07) 북문 도착, 휴식-(11;25) 입암산-(11:48) 입암산 회귀-(12:02)-북문회귀-(12:17~12:22) 갓바위-(12:36) 은선골 갈림길-(13:15~13:40) 중식-(13:50) 상왕봉 갈림길-(15:10) 사거리-(15:30~15:37) 상왕봉-(16:25) 백학봉-(17:09) 백양사-(17:47) 버스> 총 7시간 40분이 (중식 25분, 날머리38분포함) 걸린 산행이다.
버스는 호남고속도로 내장산 IC에서 내려서서 708번 지방도로를 타고, 10시 6분 수월리에 도착한다. 산악회 등반 대장은 버스가 5시 30분에는 서울로 출발을 해야 하니 5시까지는 하산해 달라고 당부한다. 이어서 입암산 산행을 포기하고 남창리에서 시작하는 단축코스를 택할 사람들은 버스에 남아 있으라고 한다. 하지만 버스에 남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이 모두 하차하여 왼쪽 마을을 지나 북문으로 향한다. 입암산 산행 코스가 여러 곳이 있지만 이 코스가 아마도 최단 코스가 아니가 싶다.
<수월리에서본 입암산(좌)와 갓바위>
<북문 오르다 뒤돌아 본 수월리>
약 1시간 정도 급경사 오르막을 지나, 북문에 도착한다. 잠시 쉰 후, 배낭을 내려놓고, 물통만 허리에 찬 채, "등산로 아님"이란 팻말을 무시하고, 입암산으로 향한다. 입암산으로 오르는 대원은 전체 대원의 1/3이 못 되는 것 같다. 북문에서 한숨 돌린 여자대원들은 대부분이 바로 갓바위로 향한다.
<북문 이정표>
입암산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산죽밭을 지나 입암산성을 타고 이어진다. 18분 후 갈대가 무성한 작은 봉우리에 선다. 정상에는 아무 표지도 없다. 아무리 보아도 정상 같지가 않다. 바로 눈앞에 제법 큰 봉우리가 솟아 있어, 아마도 그 곳이 정상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앞 봉우리로 향한다. 앞 봉우리에도 역시 아무 표시가 없고, 산성길은 골짜기로 이어진다.
<산성길>
<입암산 정상의 억새, 멀리 백암산이 보인다.>
<입암산에서 본 갓바위>
<입암산에서 본 내장산 방향, 뽀족한 봉우리가 망해봉>
<입암산 건너편 봉우리-정상인 줄 잘못 알고 오른다>
<성벽길에서 본 내장산 방향 조망>
다시 갈대가 우거진 봉우리로 되돌아온다. 약 24분 동안 정상을 찾아, 알바 아닌 알바를 한 셈이다. 최후미로 혼자 뒤진 것이 분명하다. 북문으로 향해 급히 내 닫는다. 등산객 한사람이 마주 올라오며, 뫼솔 산악회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산악회 후미 대장이라고 한다. 북문에 배낭 하나만 달랑 남아있는 것이 걱정이 되어 올라온 것이라고 한다. 미안하다고 인사한 후 후미대장과 함께 북문으로 달린다. 후미대장은 갈대가 우거진 곳이 입암산 정상(626m)이라고 일러준다.
<가까이 본 갓바위>
<갓바위 이정표>
<갓바위로 오르는 철계단>
갓바위에 오른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이곳이 실제 정상 같다. 갓바위 고도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호남사람들은 입암산 정상보다 갓바위를 더 쳐준다고 한다. 갓바위를 내려서서 은선골로 접어들자 등산로는 산책길로 변하고, 계곡의 단풍이 가히 환상적이다.
<갓바위 조망 해설판>
<갓바위 앞봉-뒤로보이는 왼쪽이 입암산, 오른쪽은 확인하러갔던 봉우리>
<갓바위에서 본 서쪽 조망>
<갓바위에서 본 방장산>
<갓바위에서 본 시루봉>
<은선골 갈림 이정표>
<은선골로 이어지는 산책로>
▶ 은선골 풍경
점심 식사 후 백암산 상왕봉 갈림길로 들어선다. 몽계폭포 입구까지 약 1Km가 급경사 오르막이지만, 그 이후 이어지는 약 2Km의 하막동골은 아름다운 단풍이 숨 막히게 이어지는 오솔길이다. 이윽고 경사가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산죽밭이 나타나더니 마지막 10여분 정도, 가파른 계단 길을 올라 3시 10분 경 사거리에 이른다.
<상왕봉 갈림길 이정표>
▶ 하곡동골 풍경
사거리에서 상왕봉은 동쪽으로 약 500m 거리고, 남쪽 길은 백양사로 바로 하산하는 계곡길이다. 후미로 같이 왔던 대원들은 모두 약 3Km 떨어진, 백양사로 바로 하산 하겠다고 한다. 고민이 생긴다. 함께 행동할 것인가? 상왕봉에 오른 후 능선을 타고 백양사로 하산 할 것인가? 상장봉에서 능선을 타고 하산할 경우,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에서 1시간 40분이라고 한다. 능선길로 하산하더라도 5시경이면 백양사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 혼자서라도 능선길을 택하기로 한다.
3시 30분 상장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고, 사진을 찍은 후, 3시 37분에 하산을 시작한다. 백학봉을 지나, 가파른 계단를 내려서는데 시간이 걸린다. 5시 9분 백양사에 도착하여, 버스 주차장 방향을 묻고는, 5시 30분 전에 버스에 도착하려고, 뛰듯이 달린다. 중간에 주차장이 여려 군데 있지만 산악회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마지막 주차장은 멀기만 하다. 5시 47분 최후미로 버스에 도착한다.
<상왕봉에서 굽어 본 하곡동골>
<상왕봉 정상>
<상왕봉에서 본 도집봉>
<백학봉>
<하산하다 내려다 본 백양사>
5시간 30분이 소요된다는 곳이 7시간 40분이나 걸렸다. 내가 엉터리던가, 아니면 산악회가 엉터리이던가, 둘 중에 하나는 틀림없는 엉터리이다. 힘든 하루였다.
(2005.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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