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본 히말라야

 

2012년 4월 15일(일)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치소파니(Chisapani 2,165m)에서 약 10Km 떨어진 순다리잘(Sundarijal 1,460m)까지 이동한 후, 차편으로 카트만두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치소파니에서 본 일출

 

새벽같이 일어나 롯지 5층 루프로 올라가 해 뜨기를 기다린다. 6시가 다 되어 짙은 구름 위로 해가 떠오르지만 로왈링히말은 구름 속에 묻혀 볼 수가 없고, 만년설을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준봉들이 북쪽 하늘에 일자로 길게 늘어서 있기는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가까운 뷰 포인트에서 볼 때처럼 큰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북쪽 멀리 보이는 히말라야 산군

 

당겨 찍은 안나푸르나 방향

 

 당겨 찍은 랑탕방향

 

일찌감치 아침식사를 하고, 7시 30분 경, 롯지를 출발한다. 파상의 이야기로는 오늘 운수업자들의 파업으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없어, 옹추셀파가 승합차를 가지고 순다리잘로 마중을 온다고 한다. 손익을 떠나서 우리들을 친구로 대접하는 옹추셀파가 무척 고맙다.

이른 아침인데도 오토바이족 아가씨들이 롯지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

 

파상은 시바푸리 국립공원 사무소로 가고, 우리들 끼리 넓은 길을 따라 올라, 군 초소에 이르자 초소병이 나와 오른쪽 사면 길로 우회하라고 일러준다. 30여분 동안 사면 길로 우회한 후 능선으로 진입하고, 다시 30여분 동안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치소바니 고개에 도착한다. 이곳은 카트만두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이라 사람들 왕래가 많다고 한다.

 

마을을 벗어나 파상이 앞장서서 국립공원 사무실로 향한다.

치소바니 고갯길

 

8시 40분 경, 이정표가 있는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내리막 산길의 모양이 다채롭다. 이런 산길을 지나, 빈 군 막사에 이른다. 파상은 마오 반군의 기습으로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져, 많은 사상자를 냈다고 한다. 이어 찻집과 민가를 지난다. 지도에 표시된 볼랑 반장(Borlang Bhanjyang 2,430m)이라고 짐작을 한다.

길 1

 

길 2

길 3

군막사

 

돌계단과 시멘트 계단을 내려서서 물카르카(Mulkharka 1,855m)마을을 지나다, 길가에 있는 ‘카트만두 뷰 아마르 호텔(Katumandu View Amar Hotel)'에 들러 차를 주문해 마시며, 발아래에 펼쳐진 카트만두를 굽어본다.

아마르 호텔

 

 아련히 내려다보이는 카트만두

 

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30분이 넘게 지루한 계단 길을 내려선 후, 저수지를 지나고, 갑문을 통과한다. 이어 체크 포스트를 거쳐, 입구로 나와. 거대한 송수관을 따라 걷는다. 이 송수관은 순다리잘 수도사업소로 연결되고, 그곳에서 정수처리를 한 후 카트만두시내로 공급된다고 한다.

 저수지

갑문

시바푸리 국립공원 입구

 거대한 송수관

 

오른쪽 계단길가에는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왼쪽 계곡에는 규모가 큰 유락시설들이 즐비한데, 새롭게 건설되는 호텔과 리조트가 눈길을 끈다. 11시 반이 조금 넘어 주차장에 도착하여, 옹추셀파의 축하를 받고, 계획했던 트레킹이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도와준 옹추셀파와 그의 스텝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뒤돌아본 계단 길

 

일행은 승합차에 올라 편안하게 카트만두로 향한다. 오늘 점심은 파상의 단골집이라고 한다. 뚱바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오늘 점심은 자신의 단골집으로 모셔, 뚱바 맛을 보여주겠다는 이야기이다. 카트만두 시내 골목길에 있는 간판도 없는 허름한 식당. 좁은 공간에는 식탁 두 개가 놓여있고 한쪽 벽면이 조리대다. 우리 일행 7명이 들어서니 식당 안이 꽉 찬다.

식탁과 같은 공간에 있는 조리대

 

하지만 후덕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정성들여 만들어 준 만두와 수제비는 맛도 우리 것과 비슷하고, 조리과정도 흡사하다. 음식은 문화라고 했는데, 이역만리 멀리 떨어져있는 두 나라의 음식이 이처럼 흡사한 데에는 틀림없이 이유가 있겠는데,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어 숙제로 남겨둔다.

식사 후 기념촬영

 

락시, 창, 그리고 뚱바가 네팔의 대표적인 전통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소주와 비슷한 락시는 트레킹 중에 마냥 즐겼고, 막걸리와 꼭 같은 창도 두어 번 마실 기회가 있었지만, 뚱바는 마셔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곳에서 비로소 시음을 할 수 있게 되어 무척 반갑다. 마지막까지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파상에게 감사한다.

 창과 뚱바

 

이들의 호의가 고마워서 오늘저녁은 한국식당, 정원에서, 우리들이 쏘기로 한다. 파전, 빈대떡 등을 안주로 맥주와 포도주를 마시고 삼겹살로 포식을 한다. 다음날 아침, 호텔로 전송하러 온 옹추셀파의 손에 락시가 들려있다.내가 락시를 좋아하더라는 소 소리를 듣고, 부인이 밤새워 내린 락시라고 한다.

 

(2012. 6. 2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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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부 트렉 풍광 - 할렘부에 들어서면 갈래 길이 많아 길 찾기가 쉽지 않다.

 

2012년 4월 14일(토)
투숙한 호텔 나마스떼 & 롯지가 마을과 좀 떨어져 높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 새벽에 일어나 히말라야의 일출을 기다린다. 5시 경에 이미 사위가 밝고, 이어 동쪽하늘이 붉어진 후, 6시가 조금 못 되어 햇님이 모습을 보인다.

동녘하늘이 붉어지고

햇님은 산위 구름 뒤에 숨고

구름 위에 모습을 보인다.

 

오늘은 쿠툼상(Kutumsang, 2,470m)에서 치소파니(Chisapani, 2.165m)까지 도상거리 약 14Km를 이동한다. 7시 45분에 롯지를 출발하여, 파상이 체크 포스트에 신고를 하고, 마을을 통과하며 보니, 제법 규모가 크다. 마을을 벗어나 너른 공터를 지나고, 이어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며 뒤돌아 지나온 길과 쿠툼상 마을을 카메라에 담는다.

지도

체크 포스트에 신고하고

뒤돌아 본 지나온 길과 쿠툼상 마을

 

작은 언덕에 오른다. 시야가 트이며 저 아래 굴 반장(Gul Bhanjyang 2,130m)과 가야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돌 많은 길을 내려서서 외딴집을 지나고 굴 반장을 가까이 내려다본다. 제법 큰 마을이다. 이곳부터 카트만두까지 오가는 버스가 있다고 한다.

가까이 내려다 본 굴 반장 마을

굴 반장

카트만두 행 버스

 

마을 끝, 길 가운데에 커다란 초르텐이 놓여있다. 이를 지나 신작로로 나와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이 길을 따라가면 카트만두에 이른다고 한다. 마을 쪽에서 나팔소리가 계속 들린다. 버스 출발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한다. 한동안 비포장도로를 따라 걷다, 왼쪽 능선으로 들어서서 산길을 오른다.

마을을 지나 비포장도로로 나오고

 

능선을 오르며 뒤돌아 본 마을과 지나온 길

 

언덕 위의 초르텐을 지나 다시 비포장도로로 내려서서 한동안 이를 따라 걷는다. 길가에 있는 롯지 두 어 개를 지나고, 치풀링(Chipling)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난다. 10시 15분 경, 언덕 위 도로변에 있는 토통 탑 롯지(Thotong Top Lodge)에 도착하여 차를 마시며 쉰다. 넨버를 화분에 심어 가꾸는 사우니의 성격이 시원시원하다.

언덕 위의 초르텐

비포장도로변의 이정표

토통 탑 롯지

넨버

 

롯지를 나와 한동안 도로를 따르다, 다시 산길로 들어서서 뒤를 돌아본다. 산 사면을 따라 우회하는 도로와 산을 넘는 트레킹코스가 확연히 구분되어 한눈에 보이고, 가운데 보이는 뒷산은 어제 지났던 큐오라 반장에 있는 롯지 뒤의 뷰 포인트다. 이처럼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은 도로와 달리 지름길을 택하다보니, 생각보다 엎 다운이 심한 편이다.

로와 트레킹코스

 

다시 도로로 내려서서 이를 따라 걷다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산길로 들어서서 언덕 위에 오르니, 좁은 내리막 능선에 초르텐과 롯지 두 어 채가 내려다보인다. 마을 같지는 않고, 파상도 정확한 지명은 모른다고 한다. 11시 35분, 롯지에 도착하여, 주위경관을 둘러보며 점심식사를 한다. 식사를 하는 중에 영국인 부부가 도착한다. 그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이동한 터라 많이 친숙해진 부부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들 부부는 가이드도 포터도 없이 둘이서만 다닌다.

다시 도로로 내려서고

이정표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언덕 위에서 본 초르텐과 롯지

점심식사를 한 롯지

가야할 길

 

 점심식사를 마치고 아래 마을을 향해 내려선다. 마을이 자리 잡고 있는 산 전체가 계단식 밭이다. 1시경 치플링(Chipling 2,170m) 마을을 통과하고, 돌길을 지나, 1시 40분 경, 딴구니 반장(ThanKune Bhanjyang 1,865m)으로 들어서서 언덕길을 오른다.

치플링 마을

딴구니 마을

 

산허리를 돌아서자 시야가 트이며 마을과 치소파니가 있는 건너편 고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 비포장도로로 내려서고, 도로를 따라 진행하여, 2시 15분 경, 파티 반장(Pati Bhanjyang 1,830m)을 지난다. 학교까지 있는 큰 마을이다. 마을을 벗어나 도랑처럼 깊게 파진 험한 길을 힘들여 오르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파티 반장과 가야할 길

파티 반장 1

파티 반장 2

 

잠시 도로로 나온다. 시야가 트이며, 어제부터 지나온 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관이다. 다시 가파른 도랑 길을 오른다. 쌀 포대 같은 커다란 짐 두 개를 지고 뒤 따라 오던 네팔 처녀가 어느 사이에 앞질러 나아간다. 다시 도로로 나온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가파른 풀밭에서 풀 썰매를 즐기는 아이들, 그리고 그 너머 완만한 구릉 사면을 온통 경작지로 개척해 놓은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큐오리 반장에서부터 파티 반장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지나온 길

험한 도랑길

무거운 짐을 지고도 가뿐하게 움직이는 네팔 처녀

풀 설매 타는 이이들

경작지

 

길가에 외따로 있는 토담집을 지난다. 앞서 길을 걷던 처녀아이가 마당에 서 있다. 3시 45분 경, 치소파니에 도착하여 ‘호텔 안나푸르나 마운틴 뷰’에 투숙한다. 카트만두가 가까워서 인지 젊은 오토바이족들이 많이 보인다.

치소파니

호텔 안나푸르나 마운틴 뷰

 

이 롯지 5층 루프에 오르면 안나푸르나에서, 가네쉬 , 랑탕, 주갈, 로왈링 히말은 물론 에베레스트와 마칼루까지 볼 수 있다고 사우지가 자랑한다. 하지만 지금은 오후라 보이는 것은 구름뿐이다.

 

 

(2012.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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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랄리구라스

 

2012년 4월 13일(금)
새벽 5시 반 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눈이 소복이 내렸다. 밤중에 눈이 내리고, 다행히 지금은 상쾌하게 맑은 날씨다. 오늘은 곱테(Ghopte, 3430m)를 출발하여 타데파티 패스(Thadepati Pass, 3690m), 망겐고트(Mangengoth, 3420m)를 거쳐 쿠툼상(Kutumsang, 2410m)까지 도상거리 약 14.5Km를 이동한다.

밤중에 내린 눈이 소복하고, 지금은 맑은 날씨다.


 

지도

 

7시 45분, 롯지를 출발한다. 숲으로 들어서자, 빨간 랄리구라스에 하얀 눈이 내려 앉아 있다. 이제 햇살이 퍼지면 순식간에 꽃 위에 내린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짧은 시간 동안 연출되는 이런 멋진 풍광을 즐길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

울창한 숲 사이로 돌을 깔아 놓은 길이 완만하게 이어지고, 눈 덮인 고목 뒤로 멀리 만년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상큼한 아침이다.

랄리구라스 위에 내린 눈

 

 

완만하게 이어지는 돌길


 

고목에 내린 눈과 멀리 보이는 만년설

 

8시 25분 경, 호텔 나투랄(Hotel Natural)을 지난다. 이어 낙엽과 꽃잎이 떨어져 흩어지고, 히말라얀 그래스(Himalayan Grass)가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끼 낀 돌길을 유장하게 걸어, 다시 랄리구라스 숲을 통과한다. 꽃 위의 눈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돌길


 

랄리구라스 숲

 

길이 골짜기로 내려선다. 응달진 곳에는 어제 밤 내린 눈이 그대로이고,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만년설을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준봉들이 아름답다. 이어 누렇게 시든 잡목이 무성한 너덜지대를 지나. 사면 길로 올라서니, 저 앞에 타레파티의 롯지가 보인다. 길은 잠시 너른 광장을 지나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오르내리는 트레커들이 반갑게 서로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프랑스 사람들, 영국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왼쪽으로 보이는 솔리 단다(Soli Danda)가 어제 내린 눈으로, 마치 만년설을 이고 있는 것처럼 장엄하다.

히말라야 준봉들


 

너덜길


 

타레파티의 롯지가 보인다.


 

오르고 내리며 만나는 트레커들


 

눈 덮인 솔리 단다

 

10시가 조금 넘어 이정표가 있는 타데파티 패스로 접근한다. 왼쪽은 솔리 단다를 지나 헬람부(Helamnu)마을로 이어지는 길이고, 직진하면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 랑탕국립공원을 벗어나, 헬람부로 들어서게 된다. 직진하여 롯지에 이르러, 차를 주문해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앞에 보이는 나지막한 언덕으로 올라간다.

이정표가 있는 타데파티 패스


 

타데파티 롯지

 

커다란 초르텐이 있는 나지막한 둔덕이지만 사방이 트여 조망이 좋다. 헬람부로 넘어가는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그 뒤 북동쪽으로 돌제 히말(Dorje Himal) 방향의 만년설봉이 뚜렷하다. 이곳 타데파티에서 부터 할렘부 트레일 능선이 시작된다. 동쪽 건너편에 할렘부마을이 펼쳐져 있다.

초르텐이 있는 낮은 둔덕


 

동쪽 조망


 

헬람부마을


 

북동쪽 돌제 히말 방향의 조망


 

당겨 찍은 돌제 락파(Dorje Lakpa, 6973m)


 

타데파티 패스

 

타데파티에서 한 시간 정도 휴식과 조망을 즐긴 후 능선길을 따라 가볍게 걷는다. 고도가 낮아지며 어느 사이에 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늙은 랄리구라tm 숲을 통과한다. 마치 반 고호의 그림에나 나올 듯싶은 모양의 나무들이다. 이어 커다란 초르텐이 있는 공터와 아름다운 숲을 지나, 12시 30분 경, 해발고도 3,285m의 마겐고트(Magengoth), 라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여 점심을 주문한다. 라디오에서 무언가를 중계하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낭랑하다. 파상은 오늘이 네팔의 무슨 기념일이라고 귀띔을 해준다.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니, 4. 11 총선거의 결과가 무척 궁금해진다.

늙은 랄리구리스 숲


 

아름다운 숲


 

라마 게스트하우스

 

롯지 앞마당 식탁에서 히말라야의 밝은 햇빛을 담뿍 받으며 행복한 점심식사를 즐긴다. 우리 일행 외에 중년 나이의 영국 여자 트레커 한 사람이 혼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이번 트레킹 중에서 만난 트레커들 중에서 가이드만 데리고 다니는 가장 특이한 사람이다. 가이드만 있으니 물론 짐은 자신이 지고, 나이든 가이드는 빈 몸으로 앞장서서 걷는다. 궁금해서 이유를 묻고는 싶지만 선뜻 묻지를 못하고 헤어진다.

나이든 가이드가 앞장서고 커다란 배낭을 멘 여인이 뒤를 따른다.

 

망겐코트를 출발하여 30분 쯤 내려서서 롯지가 있는 큐오라 반장(Kyuola Bhanjyang, 3285)을 통과한다. 롯지 앞에 뷰 포인트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날씨가 좋아, 이런 뷰 포인트에 올라 주위 조망을 즐기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들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고도가 낮아지며 사람들 왕래가 많은지, 길이 넓어지고, 여기저기에 공터가 보인다.

로지 뒤 뷰 포인트

넓은 길, 저 앞에 쿠툼상 마을이 보인다.

 

3시, 고도 2,975m의 에버그린 뷰 호텔을 지나고, 이어 울창한 숲으로 들어선다. 숲을 벗어나자 신작로처럼 길이 넓어지고, 저 앞에 쿠툼상마을이 보인다. 마을이 가까워지며 젊은이들이 모여 있는 넓은 공터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넓은 목장이 펼쳐진다. 이어 쿠툼상 마을로 들어서서, 마을 초입에 높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는 롯지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을 지나고

공터

목장

뒤돌아 본 목장과 지나온 길

쿰부상 마을

 

이곳 롯지도 한산하다. 투숙객은 우리 일행뿐이다. 샤워를 하고 롯지에 걸린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란다. 입술이 부르트고, 얼굴이 새까만 낮선 네팔 인이 거울 속에 들어 있지 않은가? 체르고 리에 오를 때 눈에 반사된 햇빛에 덴 입술이 그 동안 많이 나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르튼 모양이고, 검게 변한 얼굴 여기저기에 저승 점 같은 반점들이 눈에 뜨인다.

 롯지 벽에 걸린 거울을 보고 놀란다.

귀국하는 날, 카트만두 호텔에서 찍은 손이다. (얼굴은 차마 못 올리겠어, 손으로 대신한다.)

 

며칠 후면 귀국을 해야 하는데 이런 얼굴로는 문제가 있다. 아마도 집사람이 이런 얼굴을 보면, 앞으로 해외 트레킹은 꿈도 꾸지 못하게 할 것이 분명하겠다. 가이드 파상과 상의를 하여, 비방을 얻는다. 뜨거운 물에 소금을 넣고, 그 물에 수건을 빨아, 얼굴을 덮는다. 수건이 차가워지면, 다시 뜨거운 물에 넣었다, 다시 얼굴 덮기를 반복한다.

 

 

(2012. 6. 24.)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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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우레비나 패스를 넘어 만나는 광대한 너덜, 한 시간 이상 걸려 통과한다

 

2012년 4월 12일(목)
어젯밤에는 화장실 때문에 곤란했던 것 외에는 고도가 높아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이 편안한 밤을 지냈다. 화장실이 침실이 있는 본채에서 떨어져, 서쪽에 따로 있어서, 한 밤중에 화장실을 가려고, 문을 여니 눈보라가 집안으로 휘몰아쳐 들어와 기겁을 하고 문을 닫는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한 번 문을 열어보지만, 눈보라를 헤치고 화장실로 갈 용기가 없어, 다시 문을 닫고, 반대편의 동쪽 문을 열고 나와 밖에서 실례를 한다.

숙박했던 호텔 나마스떼, 열려있는 문이 동쪽 문이다.

 

오늘은 고사인쿤드(Gosinkund, 4,380m)를 출발하여, 라우레비나 패스(Laulibina Pass, 4,610m), 패디(Phe야 3,730m)를 거쳐, 곱테(Gopte, 3,430m)까지 약 13.5Km를 이동한다. 어제는 눈 때문에 라우레비나에서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마나술루, 가네쉬히말로 이어지는 장대한 히말라야의 풍광을 보지 못했지만, 눈 덮인 절벽 길을 걸으며 설경을 즐기고, 스릴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라우레비나 패스로 오르며 어제 보지 못했던 히말라야의 장대한 풍광을 멀리서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지도

 

8시경 호텔 나마스떼를 출발하여, 10여분 후, 이정표가 있는 문 닫힌 찻집을 지난다. 이정표는 술야쿤다(Suryakunda)까지 한 시간쯤 걸린다고 알려준다. 호숫가를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눈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잠시 뒤를 돌아보니, 롯지들이 그림 같고, 그 뒤로 보이는 풍광이 마치 제주도 앞바다와 같은 옥빛이고, 그 위로 파란 하늘이 펼쳐진 모습이다.

이정표

히말라야에 웬 바다?

 

호수를 뒤로하고 오르막길을 올라 롱다와 다르쵸로 어지럽게 장식을 해 놓은 샘터에 이른다. 가이드 파상이 공손히 두 손으로 물을 받아 마신다. 우리도 파상의 뒤를 따라, 4,000m가 넘는 히말라야 고지의 샘물을 마신다. 신의 영역에 가까운 고지다. 라우레비나 패스로 오르는 길은 신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입구라 할 수 있겠다.

신성한 샘터

라우레비나 패스로 가는 길 1

 라우레비나 패스로 가는 길 2

 

 

 라우레비나 패스로 가는 길 3

 

고도가 점차 높아지며 어제 보지 못해 아쉬웠던 장대한 히말라야의 고봉들이 하나둘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중간 중간 구름의 방해로 이들 고봉을 한 그림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9시 12분, 이정표가 있는 술야쿤다를 지난다. 이정표는 페디(Phedi)까지 2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준다.

다우라기리, 안나푸르나, 마나스루, 가네쉬히말로 이어지는 고봉들

가네쉬히말

가네쉬히말과 랑탕

이정표

술야쿤다

 

라우레비나 패스로 접근한다. 반대편 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이 아름답고, 뒤를 돌아보면 랑탕리룽이 구름을 이고 있다. 10시경, 라우레비나 패스를 통과하며, 타르쵸가 펄럭이는 오른쪽 둔덕에 올라,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가까이 보이는 라우레비나 패스

뒤 돌아 랑탕리룽을 보고

라우레비나 패스에서 쉬고 있는 트레커들

둔덕 위에서 본 협곡

 

패스를 통과고, 페디를 향해 구름이 몰려오는 협곡으로 내려선다. 순식간에 구름은 산 사면을 타고 올라, 바위둔덕을 가리고, 우리들은 구름 속을 걷는다. 불모의 땅, 앞서 걷는 트레커들의 모습이 구도자들을 닮았다. 11시 7분 페디(3,780)에 도착하여 차를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라우레비나 패스를 통과하고

구름이 몰려오는 협곡

 순식간에 바위둔덕을 휩싸고

구도자의 모습을 닮은 트레커 편대 

 

 

 페디에서의 휴식

 

 

너덜지대를 지난다. 거대한 너덜이다. 흡사 신의 영역과 세속을 가르는 완충지역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 시간이 더 걸려서 비로소 너덜지대를 벗어나니, 저 아래, 운무 속에 롯지가 보인다. 12시 30분경 다와바비 레드폰다 롯지(Dawababy Red Panda Lodge)에 도착하여 점심을 주문하고, 롯지 마당의 식탁에 앉아 락시를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트레커들은 모두 서양사람들 뿐이다. 우리들 외에는 동양인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너덜지대를 간다

레드 판다 롯지 마당

롯지 마당에서 본 왼쪽 절벽

 

한 시간이 넘는 점심시간을 즐기고 롯지를 출발하여 완만하게 이어지는 사면 길을 따라 하산을 계속한다. 눈사태지역을 지나고, 물 맑은 작은 도랑을 건넌다. 고도가 점차 낮아지며 푸른 나무들이 모습을 보인다. 산허리를 한 구비 돌고, 내리막을 거쳐, 눈 쌓인 오르막을 오른다. 정연하게 편대를 이루며 진행하는 영국인 트레커 팀을 카메라에 담는다.

눈사태지역을 건너고

영국인 트레커 편대 - 세번째가 린다 할머니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서 영국 팀을 기다린다. 초년, 중년, 노년들로 이루어진 혼성팀이다. 인사를 하고, 편대이동 모습이 보기 좋아 사진을 찍었는데, 메일주소를 알려주면 사진을 보내주겠다고 제안을 한다. 뜻밖의 제안이었던지, 자기들끼리 잠시 시선을 교환하더니, 할머니 한분이 볼펜을 꺼내들고, 적을 곳을 달라고 한다. 메모지를 내주자, 메일 주소를 건네주며, 나이가 몇이냐고 묻는다. 71라고 대답을 하고, “당신은?" 하고 묻지만 대답이 없다. 메일주소로 미루어 볼 때 할머니 이름이 린다(Linda)인 것 같다.

산허리길

 

영국 팀 가이드에게 물어, 린다 할머니의 나이를 알아보라고, 가이드 파상에게 임무를 준다. 다음날 할머니 나이가 62세라고 알려온다. 귀국 후 편대사진과 그 외의 사진 5매를 첨부하여 메일을 보내고, 린다 할머니가 메일을 보았다는 메시지도 받았지만, 영국할머니로 부터는 아직까지 아무런 답신도 받지를 못한다.

히말라얀 그래스(Himalayan Grass)

 

4시 30분경, 곱테 멘도(Mendo)롯지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우리가 투숙한 롯지에는 투숙객이 많지 않아, 전원이 난롯가에 둘러앉을 수 있고, 조용해서 좋다. 영국 팀은 아래 로지에 투숙한 모양이다. 이곳에도 샤워장은 없고 화장실은 역시 멀리 떨어져 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앞뜰로 나와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황혼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멘도 롯지

히말라야의 황혼,

 

이제 트레킹을 마치고 귀국해야할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아쉬운 기분으로 잠자리에 든다.

 

 

(201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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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까이 본 고사인쿤드

 

2012년 4원 11일(수)
오늘은 촐랑파티(3,584m)를 출발하여 라우레비나(3,900m)거쳐 고사인쿤드(4,380m)까지 이동한다. 도상거리 약 5Km. 이구간은 고사인쿤드 트렉의 백미에 해당하는 곳으로,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가네쉬히말과 랑탕리룽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가능한 한 천천히 이동하면서 개개의 산군들을 확인하고 즐기는 것이 포인트다. 하지만 관건은 날씨다.

라우레비나 패스를 지나며 본 가네쉬히말

 

새벽 5시 30분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하늘에는 온통 구름이 가득한 것이 맑은 날씨를 기대하기는 어렵겠다. 다이닝 룸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트레커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8시 경, 롯지 앞에 보이는 뷰포인트로 향한다. 10여분 쯤 지나 정상에 오르지만, 날씨가 흐려 가까운 곳만 볼 수가 있지만 그래도 오른 보람은 충분하다.

뷰 포인트로 오르다 뒤돌아 본 롯지

뷰 포인트로 오르다 본 라우레비나 방향의 조망

정상에서 본 촐랑파티의 롯지와 라우레비나 가는 길

 

롯지로 돌아와 8시 30분, 라우레비나를 향해 출발한다. 30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타르초가 펄럭이는 지점에서, 뒤돌아 어제 숙박했던 롯지를 뒤돌아보고, 눈 덮인 신작로처럼 넓은 길을 따라 오른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한동안 그대로 눈을 맞으며 걷다가, 눈발이 굵어지고 바람이 거세지자, 할 수 없이 배낭커버를 씌우고, 방수재킷을 꺼내 입는다.

뒤돌아 본 촐랑파티

눈 덮인 길을 걷고

 

눈발을 헤치고, 9시 40분, 라우레비나에 도착하여 ‘호텔 마운트 레스트(Hotel Mount Rest)로 들어선다. 롯지는 눈을 피해 들어온 트레커들로 만원이다. 고사인쿤드 백미구간에서 눈에 갇혀있다니 얼마나 딱한 일인가?" 차를 주문해 마시며 의논을 한다. 내일 날씨가 맑아진다면 이곳에서 일박을 하며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으나, 날씨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답답하다.

호텔 마운트 레스트

 

이곳에서 고사인쿤드까지는 도상거리 약 3.5Km, 그러니 눈 속을 강행군할 필요는 전혀 없다. 차를 마시며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지만, 내리는 눈은 여전하다. 다소 이른 시간이자만 점심을 주문하고 더 기다려보기로 보기로 한다.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눈이 멎고, 트레커들이 하나씩 둘씩 롯지를 떠난다. 우리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롯지를 출발한다.

눈이 그쳐 롯지를 출발하고

이정표

 

제법 많이 내린 눈이다. 발목까지 빠지겠다. 설경이 아름답다. 실(失)이 있으면 득(得)도 있는 법. 조망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4,000m가 넘는 호젓한 고지에서 주위 설경을 즐기며 걷는 재미도 유별나다. 눈길을 한 시간 가까이 걸어 오르니, 저 앞에 초르텐이 우뚝하다. 이곳이 히말라야 서쪽 산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고 하지만 지금은 온 세상이 하얗기만 하다. 유감이다.

눈 덮인 그림 같은 산

운무 속을 트레커가 외롭게 간다.

뒤돌아 본 초르텐

 

초르텐을 지나, 눈앞의 작은 둔덕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돌무더기들이 있는 공터를 지나, 좁은 산허리 길로 들어선다. 운무 속에 우쭐우쭐 서 있는 가까운 봉우리들이 겁을 주고, 오른쪽은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이다. 그 유명한 차마고도가 이런 길이 아닌가 싶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선답자의 발자국을 따라 조심조심 걷는다. 스릴이 느껴진다.

뒤돌아 본 절벽 길

희미한 절벽길이 산허리를 돌고

끝 모를 나락

 

목적지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첫 번째 호수인 사라시와티쿤드가 내려다보인다. 눈이 내린 오늘 산악마라톤대회가 열린 모양이다. 마라토너들이 좁은 길을 마주 달려온다. 길가에 작은 초르텐이 있고 그 안에 시바상을 모신 곳을 지난다. 마라토너 한사람이 달리기를 멈추고 시바상의 사진을 찍고 있다. 아마도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모양이다. 시바신에 의해서 창조 됐다는 고사인쿤드는 힌두교의 성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사라시와티쿤드

길가의 시바상

마라토너 한사람이 달리기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다.

 

저 앞에 고사인쿤드 롯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이제까지 잔뜩 흐렸던 날씨가 급변하여, 롯지 뒤로 파란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있지 않은가? 아마도 시바신이 우리들이 못마땅하여, 조화를 부린 모양이다. 이어 두 번째 호수 바이라브쿤드를 지나, 2시 50분 경, ‘호텔 나마스떼’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롯지가 보이고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바이라브쿤드

롯지로 들어서고

 

다이닝 룸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조리사 조지와 함께 롯지 뒤 뷰 포인트로 오른다. 눈이 내린 후, 아무도 오르지 않은 모양이다. 발자국이 없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조지는 능숙하게 길을 찾아 오른다. 중간 쯤 올라 정상을 보니 멀지는 않은데 너덜지대를 지나야하고, 꼭대기는 암봉 같아 보인다. 시바신이 반기는 것 같지도 않은 눈치인데, 무리하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다. 더 오르기를 단념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뷰 포인트로 오르다 굽어본 고사인쿤드

뷰 포인트

너덜지대

 

바람이 거세고 날씨가 춥다. 다이닝 룸의 난로 가를 젊은 남녀 트레커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체코에서 왔다는 대답이다. 스메타나의 ‘몰다우’나, ‘나의 조국’은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친숙한 곡이라고 아는 체를 하자, 젊은 친구하나가 슬그머니 자리를 내준다.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는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한국에 와 본 사람도 있고, 통과여객으로 인천공항을 둘러본 후, 꼭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201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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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랄리구라스

 

2012년 4월 10일(화)
오늘은 툴루사브루(2210)를 출발하여 신 곰파(Shin Gompa, 3350)를 거쳐 촐랑파티(Cholangpati, 3654)까지 도상거리 약 9Km를 이동한다. 거리는 멀지 않지만, 고도차이가 1,444m에 달해 오르막의 연속인데다. 랑탕리룽과 가네쉬히말을 보려고 신 곰파로 돌아서 가기 때문에, 출발시간을 평소보다 1시간 앞당겨 7시경에 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한다.

지도

 

롯지촌을 벗어나 완만한 사면 길을 걸으며 랑탕 방향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고, 이정표가 있는 둔체 갈림길을 지나, 잠시 뒤돌아 롯지촌을 바라본다. 이어 텅빈 툴루사브루 포스트를 지나고,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 후, 8시경 초르텐이 있는 쉼터에 이른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트래커들이 가네쉬히말과 랑탕리룬의 조망을 즐기고 있다.

이정표

뒤돌아 본 롯지촌

초르텐이 있는 쉼터

가네쉬히말

랑탕리룽

 

10여분동안 쉼터에서 주위조망을 즐긴 후, 안개가 오락가락 하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고도가 높아지자 시야가 트이며, 라우레비나 방향의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오고, 가네쉬히말이 보다 넓게 펼쳐진다. 두르사강(Dursagang, 2650)이 가까워진다. 초입에 있는 롯지를 지난다. 단발머리 소녀가 집 앞에 나와 앉아 지나가는 트레커들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캔디를 하나 건네주자 수줍게 받는다.

가파른 오름막을 힘겹게 오르고

라우레비나 방향이 조망

가네쉬하말과 라슈와히말

두르사강 마을의 소녀

 

8시 50분 경, ‘랑탕 뷰 롯지’에 도착하여 레몬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구름이 몰려왔다, 몰려가곤 한다. 구름 사이사이로 보이는 랑탕이 더욱 더 신비롭다. 이곳에서 촐랑파티로 가는 길은 두 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왼쪽 계곡사면을 오르는 것과, 다른 하나는 오른쪽 능선을 타고, 포푸랑 단다와 신 곰파를 거치는 것이다. 15분 즘 휴식을 취한 후 우리들은 포푸랑 단다를 향해 오른쪽 계단 길로 들어선다.

랑탕 뷰 롯지

 

 랑탕

포푸랑 단다로 가는 길

 

가파른 길이 이어지며 고도를 높이고. 구름이 오락가락 한다. 마치 선경 속을 걷는 느낌이다. 초르텐을 지나고,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서, 흰색 랄리구라스를 가까이에서 본다. 마니가 있고 타르초가 펄럭이는 공터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이리구불 저리구불 힘겹게 오른다.

초르텐을 지나고

울창한 숲

흰색 랄리구라스

마니와 타르초가 있는 공터

 

고도가 3,000m를 넘어 선다. 초지가 나타나고 듬성듬성 큰 나무들이 우뚝우뚝 서 있다. 두르사강 마을을 출발하고, 1시간 30분이 지난, 10시 40분경에 고도 3,210m의 포푸랑 단다에 오른다. ‘호텔 선셋 뷰’와 ‘힐탑 호텔’ 두개의 롯지가 있는 넓은 공터에서 많은 트래커들이 햇빛바라기를 하며 쉬고 있다.

포푸랑 단디

호텔 선셋 뷰

 

이곳은 이처럼 화창한데 발아래는 온통 운무가 쌓여 조망을 즐길 수 없어 유감이다. 홍차를 마시며 운무가 걷히기를 기다리지만 헛일이다. 10시 55분, 포푸랑 단디를 출발하여 신 곰파로 향한다. 울창한 숲 사이로 완만한 길이 구불구불 이어지고, 랄리구라스 군락지를 지난다. 3,000m가 넘는 고산에 이처럼 울창한 숲이 있다니 놀랍다.

포푸랑 단디 출발

울창한 숲

랄리구라스 군락지

숲에서 만난 이름 모르는 노란꽃

 

이윽고 운무 속에 마을이 모습을 보인다. 12시 정각, ‘레드 판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서 점심을 주문한다. 불을 피우지 않은 다이닝 룸이 썰렁하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따끈한 락시 한잔을 주문해 마신다. 추위와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느낌이다.

신 곰파

레드 판다 레스토랑

 

점심식사를 마치고 마을주위를 둘러본다. 치즈공장을 찾아가 보지만, 작업도 안하고, 제품도 없다고 한다. 커다란 사원이 있어 안으로 들어선다. 아무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모양이다. 가이드 파상이 엎드려 절을 한다. 벽화의 색채가 화려하다. 사원 밖으로 나와 고사인쿤다 트레킹 루트, 고소병에 대한 안내문들을 살펴본다.

 이정표

절을 하는 파상

벽화

고소병에 대한 안내

고사인쿤다 트레킹 루트

 

안내문에 의하면 우리는 비로소 고사이쿤다 트렉(Gosainkunda Trek)에 들어선 것이다. 1시 17분, 신 곰파를 출발하여 돌계단을 올라 산허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을 따라 걷는다. 신 곰파를 떠나 한 시간 쯤 지나자, 산허리 길은 울창한 숲으로 이어지고, 길도 신작로처럼 넓어진다. 운무가 내린다. 숲은 더욱더 아름답고 신비롭다.

산허리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길

아름다운 숲길

숲속에 운무가 내린다.

 

3시경에 촐랑파티에 도착하여, '호텔 랑랑리룽 뷰'에 투숙한다. 날씨가 좋지 않아 라우레비나(Laurebina, 3910)까지의 진출을 포기하고 이곳에 주저앉은 트레커들이 많아 롯지가 붐빈다. 손님이 많아 기분이 좋 은 사우니가 일찌감치 다이닝 룸에 불을 지펴준다. 난로 가에 둘러앉은 트레커들의 화제는 온통 날씨이야기 뿐이다. 트레커들의 이처럼 열열한 바램이 통했는지, 저녁 무렵 구름이 걷히고, 석양 속의 설산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촐랑파티

롯지 뒤로 보이는 라우레비나 방향의 조망

랑탕리룽

 

내일은 제발 날씨가 쾌청해 고사인쿤다 트렉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구간에서 랑탕지역의 백미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며 잠자리에 든다.

 

 

(201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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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질 하는 네팔 여인들


노인은 돗자리를 짠다.

 

2012년 4월 9일(월)
오늘은 라마호텔에서 툴루 사브르(Thulo Syaphru, 2350m)까지 약 11Km를 이동한다. 대구 팀과 작별을 하고. 8시 정각,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하여 천천히 계곡을 따라 내린다. 20분 만에 림체에 도착하여 ‘가네쉬 뷰’ 롯지 앞에 서지만, 계곡 건너편 절벽 뒤는 아침 안개가 자욱할 뿐이다.

림체의 가네쉬 뷰 롯지

 

다시 강을 따라 내려선다. 저 앞에 천천히 이동하는 남녀 한 쌍이 보인다. 다가가 인사를 하며 지나치다보니 한국인이다. 정성민씨 남매다. 카트만두에서 근무하는 오빠를 방문한 여동생을 위해, 오빠가 시간을 내어, 랑탕계곡 트레킹에 함께 나왔다고 한다. 반가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걷는다, 하지만 갈 길이 먼 우리들이 곧 앞서 나간다.

남매가 함께 하는 랑탕계곡 트레킹

 

현수교로 랑탕 강을 건너고, 30분 후에, 뱀부에 도착한다. 마을 이름과 걸맞게 강가에는 대나무들이 무성하다. 뱀부에서 차를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강을 따라 내려선다. 가이드 파상이 계곡 건너편 암벽을 가리키며 ‘산청’이라고 알려준다.

뱀부

 

히말라야 산청은 약효가 탁월한 귀중품으로 옛날에는 왕궁에서만 사용하고 일반인들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3,000m~4,000m 오지 암벽의 벌집에서 목숨을 걸고 채취하는 꿀이라고 한다. 11시경, 빠이로(Pairo, 1740)에 도착하여 점심을 주문한다. 이곳부터 오늘의 목적지인 툴루사브루까지는 식사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산청

 

락시를 홀짝이며 점심준비가 되기를 기다린다. 랑탕 강이 내려다보이고, 건너편 멀리 툴루사브루 마을과 그 뒤로 고사인쿤드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바라다 보인다. 식탁에 내려놓은 내 카메라를 보더니, 어린 포터가 사진을 찍어 달라는 몸짓을 한다. 커다란 짐을 메고 우리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움직이던 소년이다.

 랑탕 강과 툴루사브루 마을, 그 뒤로 고사인쿤드로 이어지는 능선

당겨 찍은 툴루사브루 마을

소년 포터

 

한 시간 정도의 휴식과 점심을 끝내고 빠이로를 출발하여, 10여분 쯤 지나, 랑탕 강 바닥까지 내려섰다, 가파른 계단 길을 올라 찻집이 있다는 우잠(Ujam, 1970)으로 향한다. 랑탕 강으로 떨어지는 급경사 사면에 이리구불 저리구불 좁은 길이 이어지고, 길가에는 대나무가 무성하다. 이런 대나무 잎이 이곳에서 서식하는 판다 곰의 주요한 먹이거리라고 한다.

랑탕 강변까지 내려섰다 계단을 오른다.

뒤돌아 본 빠이로

울창한 대나무 숲 사이로 구불구불 가파르게 이어지는 길

 

빠이로를 떠나고 1시간 쯤 지나, 가파른 사면에 둥지틀 틀든 자리를 잡은 찻집에 도착한다. 옷감을 짜면서 혼자서 찻집을 지키고 있던 사우니가 우리들을 반긴다. 이제까지 네팔 여인들이 놀고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그녀들의 표정은 항상 밝다.

찻집의 사우니

 

배낭을 벗어 놓고 잠시 쉬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이처럼 외딴 찻집이라, 무언가를 팔아주고 싶지만, 얼마 전에 점심과 차를 들고 출발한 터라, 마땅히 살 만한 것이 없다. 캔디를 몇 개 나누어주고 작별을 한다. 산허리를 한 굽이 넘어서자 저 아래 초페코라(Chopche Khola)계곡에 걸린 서스펜션 다리가 아득히 내려다보인다.

초페코라 계곡 건너편의 툴루사브루 마을

랑탕계곡 끝 샤브르베시 방향의 조망

뒤돌아 본 외딴 찻집

초페코라 계곡에 걸린 다리

 

빠이로에서 식사를 한 후, 우리들 보다 한발 앞서 출발한 포터 라사가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보인다. 다리로 내려서다 길가에 소담하게 핀 랄리구라스를 당겨서 찍는다. 아름답다. 다리를 건너 가파른 돌계단길을 오른다. 커다란 짐을 인 라사가 힘겹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당겨 찍은 랄리구라스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고

 

2시가 조금 넘어, 툴루사브루 마을 초입에 들어선다. 꽤 큰 마을이다. 이제 랑탕계곡을 떠나 고사인쿤드 지역으로 들어선 셈이다. 마을을 통과하여 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롯지를 향해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오른다. 이윽고 ‘툴루사브루/ 호텔 뷰 포이트’를 지나며,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가네쉬히말을 카메라에 담는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고

마을길

툴루사브루 호텔 뷰 포인트

가네쉬히말 방향

 

가파른 계단길이 이어진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서양인이 혼자서 힘들게 계단을 오르고 있다. 2미터 이상 떨어져 뒤를 따르는데도 숨소리가 거칠게 들려온다. 혹시 심장에 무리가 생기는 건 아닌가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 몸으로 이분은 왜 이처럼 힘든 길을 걷는 걸까?" 아마도 도전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는 것일 게다. 길이 왼쪽으로 크게 꺾이는 지점에서, 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에, “나마스떼!”, 인사를 하고 지나쳐도 숨이 가빠 대답을 못한다. 눈앞에 롯지 촌이 다가온다.

롯지 촌

 

3시가 거의 다 되어 산꼭대기에 있는 호텔 라마에 도착하여, 급히 옥상에 올라, 주위 조망을 살피지만 구름이 많이 끼어 좋은 그림은 얻지 못한다. 라마 호텔은 벽돌로 제대로 지은 건물이다. 방안에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어 편리하다.

호텔 라마

 

북서쪽 샤브로 부시 방향, 오른쪽이 우리가 올랐던 능선이다.

랑탕방향의 조망

 

롯지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에 비해 트래커들이 많지 않아 커다란 3층 건물, 호텔 라마에 투숙객은 우리들뿐이다. 밀린 밧데리 충전을 하면서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낸다. 공연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201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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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탕 리룽, 킹슝, 강진 리

 

2012년 4월 8일(일)
눈이 쌓여 체르고 리 정상에는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눈 덮인 히말라야의 산을 4,800여 미터까지 올랐다는 것에 만족한다. 체르고 리 정상에 오르는 것은 조망 때문이다. 체르고 리에 오르면 사방이 트여 랑탕지역의 고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다고 누구나 이런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 도와 주어야한다.

키모슝 리, 강진 리, 체르고 리, 간체포

 

5시 30분경에 일어나 보니 입술이 엉망이다. 맆 크림을 바르지 않고 눈밭을 오르내렸더니 눈에 반사된 햇빛에 입술이 데었나보다. 뒤 늦게 맆 크림을 바르고, 밖으로 나온다. 랑탕 리룽 위로 둥근 달이 떠 있다. 오늘도 날씨가 좋겠다. 오늘은 강진을 출발하여 랑탕, 고다타베라를 거쳐 라마호텔까지 약 19.5Km를 걷는다. 출발시간은 평소보다 15분 당긴 7시 45분이다. 15분 차이는 별 것이 아니지만, 오늘의 긴 여정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랑탕 리룽 위로 보이는 둥근달

 

떠나기 전 이틀 동안 묵으면서 정이 든, ‘호텔 슈퍼 뷰’ 식구들과 작별을 한다. 롯지를 운영하는 사우지는 딸 셋을 카트만두에 유학 시키느라 허리 한번 편히 피는 날이 없다고 푸념은 하지만 딸들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봄 방학을 맞아 집에 온 딸들이, 영어를 구사하며, 손님들 뒷바라지를 훌륭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딸 유중 라마(Yuzung Lama)는 성실하고, 막내 따님은 귀염둥이다.

호텔 슈퍼 뷰 식구 들, 사우지, 17살인 둘째 딸과 막내 딸,

 

마을 뒤로 뚜렷한 모습을 보이는 랑탕 리룽과 킹슝과도 작별을 하고 마을을 떠난다. 온양에서 온 이재홍씨도 동행을 한다. 힘든 것은 하기 싫어서, 강진 리도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늙은이들이 체르고 리에 도전하는 것에 자극을 받아, 어제 강진 리에 올랐다며 무척이나 좋아한다.

랑탕 리룽과 킹슝

한국인들 끼리의 기념촬영

 

날씨가 좋다. 올라 올 때는 볼 수 없었던 주위 풍광을 한껏 즐긴다. 축복 받은 날이다. 강진을 출발해서 30분 쯤 지나, 커다란 마니를 통과하고, 계곡을 따라 내리다, 뒤돌아 체르고 리를 한동안 망연히 바라본다. 9시 30분 경, 찻집에 도착하여 레몬 티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킹슝과 강진 리

킹슝, 강진 리, 그리고 체르고 리

리룽 빙하

커다란 마니에 접근하고

뒤돌아 본 체르고 리

티 하우스

 

랑탕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마니 월을 지나고 작은 둔덕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보라! 간첸포가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는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광경이다.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 겨우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에는 밭갈이 하는 낮 익은 풍광이 시선을 끈다. 부부와 검정소가 어우러져 밭갈이를 하고 있다. 다시 마니 월을 지나, 둔덕 위에서 랑탕마을을 굽어본 후, 마을로 들어서서, 아직 11시도 안된 시각이지만, 점심식사를 하러 에코 롯지로 향한다..

간첸포

밭갈이

마니 월

가까이 본 랑탕마을

에코 롯지로

 

롯지에 도착하니, 사우니가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내 입술을 보더니, 꿀을 바르면 좋다며 꿀병을 건네준다. 애플파이와 마늘수프를 주문하고 야크치즈를 좀 사겠다니까, 물건이 없다며, 공항에서 사는 것이 좋겠다고 일러준다. 롯지 마당에 차려진 식탁에 앉아 멀리 보이는 체르고 리와 간첸포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 이윽고 식사가 준비되어 즐거운 가든파티가 벌어진다.

롯지 마당에서 당겨 찍은 체르고 리와 간첸포

 

식사를 마치고 온양에서 온 재홍씨와 작별을 한다. 라마호텔까지 따라 내려갈 자신이 없어, 고다타베라에서 자겠다고 한다. 재홍씨는 이후, 포카라에 들러 행글라이더를 타보겠다며, 4월 15일 카트만두에서 만나자고한다. 재홍씨와 헤어진 우리들도 서둘 것이 없다. 편안한 길을 따라 유장하게 움직여 2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고다타베라에 도착하여 차를 마시며 한동안 쉰다.

강을 따라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길

국립공원 체크 포스트

말과 랄리구라스

 

고다타베라를 떠나 울창한 숲을 지난다. 방목하는 소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풀을 뜯고 있고, 아름다운 랑탕 강이 바로 옆에서 흐른다. 눈 쌓인 너덜 길에서 헤매던 어제와는 완연히 딴 세상이다. 아마도 이런 점이 히말라야의 매력이 아닌가 모르겠다. 이어 리버 사이드를 지나고, 4시 17분, 라마호텔에 도착하여, 지난번 투숙했던 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을 지나고

아름다운 랑탕 강

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

 

이번에는 2층에 제대로 된 방을 배정 받는다.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다이닝 룸으로 내려오니, 왁자지껄 우리말 소리가 들린다. 대구에서 온 8명의 젊은 남녀들이다. 모처럼 시간을 내서 랑탕계곡 트레킹에 나섰다고 한다. 안나푸르나 쪽에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 사람들도 제법 많이 보이지만, 랑탕 쪽에는 대부분이 유럽 사람들이고, 동양인들은 만나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여러 명을 한꺼번에 만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대구에서 온 동호인 팀

 

선답자라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온다.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역시 고소병이다. 다이아막스는 준비했다고 한다. 천천히 걷고, 물을 많이 마시면 고산병은 극복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오늘처럼 날씨가 좋게 해달라고 매일 열심히 기원을 하라고 어드바이스를 하여, 모두들 함께 웃는다.

 

 

(2012. 6. 1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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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명 속의 체르고 리


주 능선을 향해

 

2012년 4월 7일(토)

고도가 3,830m나 되는 강진마을이지만 화장실에 가느라고 몇 차례 잠을 깬 것 이외에는 두통 등 고소증세 없이 비교적 편안한 밤을 지낸다. 새벽 4시 50분경에 일어나, 밖을 보니 온통 눈 천지다. 잔설수준이 아니라 제대로 온 눈이다. 날씨는 맑지만 이런 눈을 딛고 체르고 리에 오를 수 있을 지 걱정이다.

하산하다 뒤돌아 본 체르고 리

 

강진 곰파에서 체르고 리까지는 도상거리 약 5Km에, 고도차이가 1,200m 정도나 되고, 긴 너덜지대를 지나야 하는 등 지형도 험난한 편이다. 따라서 고소적응을 하지 못한 사람은 등정이 불가능하고, 고소적응을 했더라도 10시간 정도 걸을 수 있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트레커들에게는 좋은 도전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지금처럼 눈이 쌓여 있는 상황에서 과연 가능할 것인가

너덜지대

 

조리사 조지가 끓여 준 죽으로 식사를 하고, 5시 30분, 롯지를 나선다. 점심은 한국에서 가져간 컵라면과 엊저녁에 준비한 티벳탄 브레드, 그리고 과일이다. 이런 짐들을 두 개의 배낭에 나누어, 가이드 파상과 조리사 조지가 지고, 우리들은 홀몸이다. 포터 라사는 롯지에 남아 쉰다. 중무장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난 후라, 새벽이지만 생각보다는 춥지가 않고, 바람도 없다.

여명 속 눈길을 떠난다.

 

날씨는 맑아, 북쪽의 랑탕 리룽(Langtang Lirung, 7,227)과 킹슝(Kinshung, 6781)그리고 간첸포와 랑탕계곡, 남쪽의 판겐돞쿠 연봉들이 창백한 모습을 보인다. 방목하는 당나귀와 야크들을 만난다. 내린 눈을 그대로 맞고, 엉거주춤, 우두커니 산록에 서 있거나, 눈이 덜 쌓인 길에 엎드려있다. 몹시 추운 모습이 딱하다. 뒤를 돌아본다. 강진마을이 눈 속에 잠들어 있다.

랑탕 리룽과 킹슝

간첸포와 랑탕계곡 남쪽의 연봉등

눈 속에 우두커니 서 있는 당나귀들

눈 속에서 밤을 지낸 야크들

뒤돌아 본 강진마을

 

해가 뜨는 모양이다. 랑탕 리룽이 붉게 물들었다. 롯지를 떠난 지 30분 쯤 지난 시각인 6시 경, 가야할 체르고 리 가 온몸을 드러낸다. 눈이 하얗게 덮여있다. 체르고 리 진입로 쪽으로 접근하며, 뒤돌아 멀리 보이는 강진 리를 바라보고, 붉은 빛을 띠기 사작하는 랑탕계곡 건너 연봉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일출을 맞는 랑탕 리룽

 

체르고 리

뒤돌아 본 강진 리(좌)

랑탕계곡과 건너편 연봉들

 

이윽고 작은 개울을 건너, 체르고 리 진입로로 들어서서, 눈 덮인 가파른 오르막을 지그재그로 오른다. 서서히 고도를 높이며 왼쪽으로 랑탕 리룽의 아름다운 모습이 드러난다. 롯지를 출발해서 1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인 6시35 경, 첫 번째 봉우리에 올라, 왼쪽의 거대한 리룽빙하를 굽어본다. 오늘 눈 덮인 체르고 리에 도전한 팀은 우리 밖에 없는 것 같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눈 덮인 체르고 리를 포기하고 많은 팀이 랑시사 카르카로 향했다고 한다.

랑탕 리룽 1

 

랑탕 리룽 2

 

랑탕 리룽 3

 

 

첫 번째 봉우리로 접근하고

거대한 리룽빙하

 

봉우리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한데, 가이드 파상은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능선타기에 익숙한 내 눈에는 이상해 보이자만, 왼쪽으로 크게 커브를 트는 능선을 따르기보다, 빠른 길을 택해, 우회하여 정면능선으로 직진 할 모양이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킹슝이 날카롭고, 그 아래로 거대한 빙하의 흔적이 보인다.

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날카로운 킹슝

거대한 빙하 흔적

 

눈 덮인 너덜지대를 지난다. 잘못하여 커다란 바위 틈새로 발이 빠지면 발목을 다칠 위험이 크다. 스틱으로 바위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진행하려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체력소모도 심하다. 8시가 넘자 해가 높이 떠올라, 랑탕 리웅이 완연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그 옆으로 거대한 눈사태가 발생한 흔적이 보인다. 눈에 반사된 햇살이 사방으로 흩어져 눈이 부시다. 안경을 쓰는 나는 색안경이 불편하여, 고글을 착용한다. 다시 너덜지대를 지난다.

너덜지대를 지나고

거대한 눈사태 흔적

눈밭에 반사되는 햇살이 엄청 강하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다. 더워서 다운재킷을 가벼운 윈드재킷으로 바꿔 입고, 다시 너덜지대를 조심조심 지난다. 오른쪽으로 체르고 리 정상이 가깝고, 왼쪽 능선에 오르자, 랑탕 리룽 옆으로 랑탕Ⅱ가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장관이다.

다시 너덜지대를 지나고

당겨 찍은 체르고 리 정상

랑탕Ⅱ

 

10시 경, 가파른 너덜지대를 힘겹게 오른다. 능선에 오르자 너덜 뒤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뾰족한 봉우리가 보인다. 갑자기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온다. 안부에 내려서니 비로소 왼쪽으로 체르고 리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이 가깝다. 너덜지대가 끝없이 이어진다. 지치기도하고 허기가 져, 바위 틈새에 자리를 잡고 앉아, 티베탄 브레드와 꿀로 허기를 달랜다.

가파른 너덜지대를 힘겹게 오르고

커다란 너덜 위에서 가야할 방향을 살피는 가이드

주능선이 가깝다.

 

바람이 거세지고, 다시 구름이 몰려온다. 가이드 파상에게 정상까지 얼마나 시간이 더 걸리겠느냐고 묻는다. 2시간은 더 가야할 것이라는 대답이다. 강진마을에서 체르고 리 정상까지는 보통 5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빠르게 걸으면 4시간, 천천히 걸어도 6시간이면 정상인데, 6시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 2시간이 더 걸린다니 고민이 생긴다.

당겨 찍은 체르고 리 정상

 

고소증상은 없지만 눈 속과 너덜지대를 걷다보니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 가이드 파상의 의견을 묻는다. 파상은 갈 수는 있겠지만, 날씨가 변하는 것을 보면, 정상에 올라도 조망을 즐길 수 있을지 모르는데, 무리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대답이다. 이곳까지 오르면서 서쪽과 남쪽 조망은 충분히 즐겼고, 또 나머지 일정이 일주일 넘게 남았음으로 아쉽지만, 12시 30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지점에서 본 랑탕계곡

눈사태 지역

강진 리 북벽

 

1시간 30분 쯤 하산한 시점에서 뒤돌아 체르고 리를 바라본다. 정상이 구름에 가린 체르고 리가 우뚝 서 있다. 이제 저 아래 계곡이 멀지 않다. 이윽고 계곡으로 내려서서, 2시 20분 경, 마을에 도착한다.

멀리 강진마을이 보인다.

랑탕계곡과 남쪽 연봉들

계곡에 내려서고

 

식사를 주문하면 시간이 걸린다.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느긋하게 앉아 락시를 마신다. 비록 정상 직전에서 포기를 한 아쉬움은 있지만, 히말라야에서 4,000m대의 눈 덮인 산을 올랐다는 것은 오랫동안 기억될 소중한 경험이 되겠다. 2009년 10월, 5,545m의 칼라파타르에 올랐을 때는 눈 한 번 밟아보지 못했던 것에 비해 볼 때, 더욱 더 그러하다.

 

 

(2012.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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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고 리(Tsergo Ri, 4984m)

 

2012년 4월 6일(금)
랑탕의 해발고도가 3,000m가 넘다보니, 고소병으로 고통을 받지 않더라도, 한밤중에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 에코 게스트하우스는 조용하고, 화장실도 가까워, 편안한 밤을 지낸다. 새벽 5시 30분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어제 밤에 잔설이 내린 모양이다. 여명 속의 눈 덮인 마을이 괴괴하다.

여명 속의 눈 덮인 마을

 

8시 경, 에코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하여 강진 곰파(Kyangjin Gumba,3,830m)까지 약 7Km를 이동한다. 날씨가 좋으면 강진 리(Kyangjin Ri, 4,773m)를 오르거나,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날, 강진 곰파 제일의 전망대인 체르고 리(Tsergo Ri, 4,984m), 또는 빙하지대인 랑시사 카르카(Langshisa Kharka 4,285m) 출정을 위한 고소적응을 하게 된다.

강진 곰파 주변

 

게스트 하우스를 출발하며 뒤돌아본 잔설 덮인 바위산이 그로테스크하다. 마을을 지나 나지막한 둔덕에 올라 마을을 뒤돌아보고, 이어 긴 마니 월(Mani Wall)을 따라 걷는다. 오래된 마니다. 중간에 간간이 끊어진 곳도 있다. 가이드 파상에 의하면, 이런 마니는 네팔에서 돈을 번 티벳티안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잔설 내린 바위산, 그로테스크하다

마을을 지나고

둔덕을 향한다.

마니 월 1

마니 월 2

 

8시 47분, 문두(Mundu, 3,442m)를 지나고, 9시 50분 경, 커다란 바위 아래에 터를 잡은 찻집에서 시버크(Seabuck)라는 네팔 전통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사우니가 성격이 쾌활하고 활달하다. 야크 60마리를 방목한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계곡이 한층 더 넓어지며, 길 가까이에 랑탕 강이 개울처럼 흐르고, 운무 사이로 설산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문두를 지나고

잠시 쉬었던 찻집

개울처럼 흐르는 랑탕 강

아름다운 설산

 

10시 43분, 거대한 마니를 지나자. 시야가 트이며 구름사이로 보이는 설산이 신비롭다. 강진 곰파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너른 협곡 사이로 구름에 가린 체르고 리가 모습을 보인다. 1시 8분, 강진 리를 가까이 보고, 오른쪽으로 굽어 돌자, 저 앞에 강진 곰파 마을이 보인다.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다.

거대한 마니

너른 협곡

강진 리

강진 곰파

 

1시 21분, 강진 곰파에 들어서서, 호텔 수퍼 뷰에 투숙한다. 날씨가 좋다. 점심식사를 하고 강진 리에 올라 주위 조망을 즐기기에 알맞은 날씨다. 하지만 내일 강진 곰파 최고의 전망대인 체르고 리에 오를 예정임으로, 오늘 오후에 강진 리에 오른다는 건 중복의 의미가 있다. 하여 식사 후 강진 리에 오르는 대신 가볍게 마을주변을 둘러보기로 한다.

강진 리 1

강진 리 2

간첸포(6,387m)

체르고 리

판겐 돞쿠(5,930m)와 빙하자리

 체르고 리(좌)와 간첸포(중앙)

강진 곰파에서 한국인을 만난다. 온양에서 개인택시사업을 하는 이재홍(56세)씨다. 다른 사람들은 3일이면 도착하는 강진에, 6일 만에 도착하여, 지난 이틀 동안, 강진마을과 랑탕계곡을 둘러보며 쉬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 치고는 특이하게 유장한 여행을 즐기는 분이다. 부인과는 일찍이 사별하고, 아들은 성장해서 제 앞가림을 하니, 걸릴 것이 없어, 1년에 한 달 정도는 해외여행으로, 바닥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고 한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지만, 포터만 데리고 혼자 다녀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바디 랭기지가 훌륭하게 통하기 때문이란다.

 

이재홍씨

 

두어 시간 동안 랑시사 카르카로 이어지는 협곡주위를 둘러본 후, 롯지로 돌아와 모처럼 음악을 들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내일은 대망의 체르고 리 등정이다. 저녁식사 때 오늘은 락시도 사양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2012년 6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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