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탕 리룽, 킹슝, 강진 리

 

2012년 4월 8일(일)
눈이 쌓여 체르고 리 정상에는 오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눈 덮인 히말라야의 산을 4,800여 미터까지 올랐다는 것에 만족한다. 체르고 리 정상에 오르는 것은 조망 때문이다. 체르고 리에 오르면 사방이 트여 랑탕지역의 고산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상에 오른다고 누구나 이런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늘이 도와 주어야한다.

키모슝 리, 강진 리, 체르고 리, 간체포

 

5시 30분경에 일어나 보니 입술이 엉망이다. 맆 크림을 바르지 않고 눈밭을 오르내렸더니 눈에 반사된 햇빛에 입술이 데었나보다. 뒤 늦게 맆 크림을 바르고, 밖으로 나온다. 랑탕 리룽 위로 둥근 달이 떠 있다. 오늘도 날씨가 좋겠다. 오늘은 강진을 출발하여 랑탕, 고다타베라를 거쳐 라마호텔까지 약 19.5Km를 걷는다. 출발시간은 평소보다 15분 당긴 7시 45분이다. 15분 차이는 별 것이 아니지만, 오늘의 긴 여정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랑탕 리룽 위로 보이는 둥근달

 

떠나기 전 이틀 동안 묵으면서 정이 든, ‘호텔 슈퍼 뷰’ 식구들과 작별을 한다. 롯지를 운영하는 사우지는 딸 셋을 카트만두에 유학 시키느라 허리 한번 편히 피는 날이 없다고 푸념은 하지만 딸들을 바라보는 눈길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하다. 그도 그럴 것이 봄 방학을 맞아 집에 온 딸들이, 영어를 구사하며, 손님들 뒷바라지를 훌륭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딸 유중 라마(Yuzung Lama)는 성실하고, 막내 따님은 귀염둥이다.

호텔 슈퍼 뷰 식구 들, 사우지, 17살인 둘째 딸과 막내 딸,

 

마을 뒤로 뚜렷한 모습을 보이는 랑탕 리룽과 킹슝과도 작별을 하고 마을을 떠난다. 온양에서 온 이재홍씨도 동행을 한다. 힘든 것은 하기 싫어서, 강진 리도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늙은이들이 체르고 리에 도전하는 것에 자극을 받아, 어제 강진 리에 올랐다며 무척이나 좋아한다.

랑탕 리룽과 킹슝

한국인들 끼리의 기념촬영

 

날씨가 좋다. 올라 올 때는 볼 수 없었던 주위 풍광을 한껏 즐긴다. 축복 받은 날이다. 강진을 출발해서 30분 쯤 지나, 커다란 마니를 통과하고, 계곡을 따라 내리다, 뒤돌아 체르고 리를 한동안 망연히 바라본다. 9시 30분 경, 찻집에 도착하여 레몬 티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킹슝과 강진 리

킹슝, 강진 리, 그리고 체르고 리

리룽 빙하

커다란 마니에 접근하고

뒤돌아 본 체르고 리

티 하우스

 

랑탕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마니 월을 지나고 작은 둔덕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보라! 간첸포가 멋진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는가?"  숨이 막히도록 아름다운 광경이다.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 겨우 발걸음을 옮긴다. 이번에는 밭갈이 하는 낮 익은 풍광이 시선을 끈다. 부부와 검정소가 어우러져 밭갈이를 하고 있다. 다시 마니 월을 지나, 둔덕 위에서 랑탕마을을 굽어본 후, 마을로 들어서서, 아직 11시도 안된 시각이지만, 점심식사를 하러 에코 롯지로 향한다..

간첸포

밭갈이

마니 월

가까이 본 랑탕마을

에코 롯지로

 

롯지에 도착하니, 사우니가 무척이나 반가워한다. 내 입술을 보더니, 꿀을 바르면 좋다며 꿀병을 건네준다. 애플파이와 마늘수프를 주문하고 야크치즈를 좀 사겠다니까, 물건이 없다며, 공항에서 사는 것이 좋겠다고 일러준다. 롯지 마당에 차려진 식탁에 앉아 멀리 보이는 체르고 리와 간첸포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한다. 이윽고 식사가 준비되어 즐거운 가든파티가 벌어진다.

롯지 마당에서 당겨 찍은 체르고 리와 간첸포

 

식사를 마치고 온양에서 온 재홍씨와 작별을 한다. 라마호텔까지 따라 내려갈 자신이 없어, 고다타베라에서 자겠다고 한다. 재홍씨는 이후, 포카라에 들러 행글라이더를 타보겠다며, 4월 15일 카트만두에서 만나자고한다. 재홍씨와 헤어진 우리들도 서둘 것이 없다. 편안한 길을 따라 유장하게 움직여 2시가 조금 지난 시각에 고다타베라에 도착하여 차를 마시며 한동안 쉰다.

강을 따라 산자락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길

국립공원 체크 포스트

말과 랄리구라스

 

고다타베라를 떠나 울창한 숲을 지난다. 방목하는 소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풀을 뜯고 있고, 아름다운 랑탕 강이 바로 옆에서 흐른다. 눈 쌓인 너덜 길에서 헤매던 어제와는 완연히 딴 세상이다. 아마도 이런 점이 히말라야의 매력이 아닌가 모르겠다. 이어 리버 사이드를 지나고, 4시 17분, 라마호텔에 도착하여, 지난번 투숙했던 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선다.

울창한 숲을 지나고

아름다운 랑탕 강

프렌들리 게스트하우스

 

이번에는 2층에 제대로 된 방을 배정 받는다. 느긋하게 샤워를 하고 다이닝 룸으로 내려오니, 왁자지껄 우리말 소리가 들린다. 대구에서 온 8명의 젊은 남녀들이다. 모처럼 시간을 내서 랑탕계곡 트레킹에 나섰다고 한다. 안나푸르나 쪽에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등 아시아 사람들도 제법 많이 보이지만, 랑탕 쪽에는 대부분이 유럽 사람들이고, 동양인들은 만나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여러 명을 한꺼번에 만나니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대구에서 온 동호인 팀

 

선답자라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온다.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역시 고소병이다. 다이아막스는 준비했다고 한다. 천천히 걷고, 물을 많이 마시면 고산병은 극복할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고, 오늘처럼 날씨가 좋게 해달라고 매일 열심히 기원을 하라고 어드바이스를 하여, 모두들 함께 웃는다.

 

 

(2012. 6. 1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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