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고 리(Tsergo Ri, 4984m)

 

2012년 4월 6일(금)
랑탕의 해발고도가 3,000m가 넘다보니, 고소병으로 고통을 받지 않더라도, 한밤중에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 에코 게스트하우스는 조용하고, 화장실도 가까워, 편안한 밤을 지낸다. 새벽 5시 30분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어제 밤에 잔설이 내린 모양이다. 여명 속의 눈 덮인 마을이 괴괴하다.

여명 속의 눈 덮인 마을

 

8시 경, 에코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하여 강진 곰파(Kyangjin Gumba,3,830m)까지 약 7Km를 이동한다. 날씨가 좋으면 강진 리(Kyangjin Ri, 4,773m)를 오르거나,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날, 강진 곰파 제일의 전망대인 체르고 리(Tsergo Ri, 4,984m), 또는 빙하지대인 랑시사 카르카(Langshisa Kharka 4,285m) 출정을 위한 고소적응을 하게 된다.

강진 곰파 주변

 

게스트 하우스를 출발하며 뒤돌아본 잔설 덮인 바위산이 그로테스크하다. 마을을 지나 나지막한 둔덕에 올라 마을을 뒤돌아보고, 이어 긴 마니 월(Mani Wall)을 따라 걷는다. 오래된 마니다. 중간에 간간이 끊어진 곳도 있다. 가이드 파상에 의하면, 이런 마니는 네팔에서 돈을 번 티벳티안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잔설 내린 바위산, 그로테스크하다

마을을 지나고

둔덕을 향한다.

마니 월 1

마니 월 2

 

8시 47분, 문두(Mundu, 3,442m)를 지나고, 9시 50분 경, 커다란 바위 아래에 터를 잡은 찻집에서 시버크(Seabuck)라는 네팔 전통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사우니가 성격이 쾌활하고 활달하다. 야크 60마리를 방목한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계곡이 한층 더 넓어지며, 길 가까이에 랑탕 강이 개울처럼 흐르고, 운무 사이로 설산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인다.

문두를 지나고

잠시 쉬었던 찻집

개울처럼 흐르는 랑탕 강

아름다운 설산

 

10시 43분, 거대한 마니를 지나자. 시야가 트이며 구름사이로 보이는 설산이 신비롭다. 강진 곰파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너른 협곡 사이로 구름에 가린 체르고 리가 모습을 보인다. 1시 8분, 강진 리를 가까이 보고, 오른쪽으로 굽어 돌자, 저 앞에 강진 곰파 마을이 보인다. 제법 규모가 큰 마을이다.

거대한 마니

너른 협곡

강진 리

강진 곰파

 

1시 21분, 강진 곰파에 들어서서, 호텔 수퍼 뷰에 투숙한다. 날씨가 좋다. 점심식사를 하고 강진 리에 올라 주위 조망을 즐기기에 알맞은 날씨다. 하지만 내일 강진 곰파 최고의 전망대인 체르고 리에 오를 예정임으로, 오늘 오후에 강진 리에 오른다는 건 중복의 의미가 있다. 하여 식사 후 강진 리에 오르는 대신 가볍게 마을주변을 둘러보기로 한다.

강진 리 1

강진 리 2

간첸포(6,387m)

체르고 리

판겐 돞쿠(5,930m)와 빙하자리

 체르고 리(좌)와 간첸포(중앙)

강진 곰파에서 한국인을 만난다. 온양에서 개인택시사업을 하는 이재홍(56세)씨다. 다른 사람들은 3일이면 도착하는 강진에, 6일 만에 도착하여, 지난 이틀 동안, 강진마을과 랑탕계곡을 둘러보며 쉬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 치고는 특이하게 유장한 여행을 즐기는 분이다. 부인과는 일찍이 사별하고, 아들은 성장해서 제 앞가림을 하니, 걸릴 것이 없어, 1년에 한 달 정도는 해외여행으로, 바닥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고 한다. 영어도 제대로 못하지만, 포터만 데리고 혼자 다녀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바디 랭기지가 훌륭하게 통하기 때문이란다.

 

이재홍씨

 

두어 시간 동안 랑시사 카르카로 이어지는 협곡주위를 둘러본 후, 롯지로 돌아와 모처럼 음악을 들으며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내일은 대망의 체르고 리 등정이다. 저녁식사 때 오늘은 락시도 사양을 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한다.

 

 

(2012년 6월 6일)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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