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르베시 가는 길

 

2012년 4월 3일(화)
랑탕국립공원( the Langtang national Park)의 주요 트레킹 루트는 랑탕계곡(Langtang Valley), 고사인쿤드 호수(Gosaingund Lake), 그리고 헬람부(Helambu)의 세 곳이다. 랑탕계곡 트레킹의 시발점은 샤브르베시(Shafrubensi, 1460)이다.

랑탕국립공원지도

 

어제 호텔에 도착하여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옹추 셀파와 랑탕 트레킹에 관하여 몇 가지 구체적인 사항을 의논한 바가 있다. 이때 옹추 셀파는 카트만두에서 샤브르베시로 가는 로칼 버스의 이용은 시간도 10시간이나 걸리고, 정원개념이 없어 버스지붕 위까지 사람을 태우는가 하면. 길이 나빠 멀미로 고생할 수도 있어서, 찦차를 수배해 놓았다고 한다. 당초에는 로칼 버스를 이용할 계획이었음으로, 비용이 $200이상 초과되는데도, 늙은이들을 생각해 결단을 내린 모양이다. 쉽지 않은 결정일 터인데, 고마운 일이다.

출혈을 각오하고 수배한 찦차

옹추 셀파의 배려로 편하게 이동하는 일행

 

이른 아침인데도 일부러 호텔로 나온 옹추 셀파의 배웅을 받으며, 일행 5명은 찦차에 올라, 8시 10분 샤브르베시로 향한다. 카트만두의 뒷거리는 여전히 우중충하지만, 그래도 전에 비해 많이 정비된 느낌이다. 한 시간 쯤 지나니 카트만두를 완전히 벗어난 모양이다. 계단식 논밭과 농가들이 보이고, 도로을 따라 형성된 가촌(街村)을 지난다.

카트만두 거리

가두풍경 1

가두풍경 2 - 왼쪽은 까마득한 계곡이다.

가두풍경 3 - 도로 상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가두풍경 4

가두풍경 5 - 모처럼 만난 평지의 농경지, 흙이 유난히 붉다.

 

도로 상태는 생각보다는 양호하다. 차의 흔들림도 그렇게 심하지 않고, 차량의 소통도 원활한 편이다. 하지만 마주 지나가는 로칼 버스를 보니 과연 버스지붕 위에도 사람들이 빽빽이 타고 있다. 로칼 버스를 타야 네팔 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힘들어도 꼭 버스를 타봐야 한다고 고집하는 트레커들도 많다. 카드만두를 출발하여 3시간 쯤 지나, 트리술리(Trisuli)에 도착하여 유명한 타카리 호텔(Thakali Hotel& Lodge)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지붕 위까지 올라 탄 승객들

트리술리의 야채상점,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싱싱한 야채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점심으로 달밧을 주문한다. 치킨카레 맛이 좋아 이제껏 먹어봤던 달밧 중에서 최고다. 선답자들이 강추한 이유를 알겠다. 주인아저씨는 흑룡강 성에서 살다 네팔로 와서, 네팔여인과 결혼하고,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한국말은 전혀 못하지만, ‘처음처럼’을 한 잔 권하자. 사양 않고 마시더니, 엄지손가락을 꼽으며, "Good!, Good!"을 연발한다. 먼 옛 고향의 물맛이 느껴져서 일까

타카라 호텔 주인가족 일동

 

베트라와티(Betrawati)를 지나자, 왼쪽으로 흐르던 트리술리(Trisuli)강이 점점 멀어지면서 절벽위로 이어지던 도로도 평탄해지고, 이런 도로를 따라 황소들이 유유히 걷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인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찦차 위에 실은 파우치 백이 젖으면 낭패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스텝들이 파우치 백에 커버를 씌우는 동안, 차에서 내려 길가, 농가의 추녀에서 비를 피한다.

생각보다 도로 상태가 양호하고, 그런 도로 위를 황소들이 유유히 지나간다.

 

어린아이가 마루에서 혼자 놀고 있고, 젊은 아낙이 외양간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마스떼!” 인사를 하고 아이와 아낙네에게 캔디와 초코렛을 주고, 외양간을 둘러본다. 새끼 염소들이 무척 귀엽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젊은 아낙은 경계하는 빛도 없이, 염소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들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배타적인 기색은 전혀 찾을 수 없는 개방적인 모습이다. 아낙네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이런 천진한 모습에, 실례가 될 듯싶어 참는다.

외양간의 새끼염소들

 

포장도로가 끝나고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비포장도가 나타난다. 파상이 이 지역은 상습 산사태지역으로, 해마다 많은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오늘도 이곳에서 서 너 차례 길이 막힌다. 물건을 잔뜩 실은 트럭들이 언덕을 오르지 못하고 길을 막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위에 있던 사람이 너 나 없이 모여들어 차를 밀고, 그래도 부족하면 인근의 군인들까지 동원되어 차를 밀어 올린다.

산사태 지역, 앞에 트럭이 언덕을 오르지 못해 길이 막히자

군인들까지 동원되어 차를 밀어 올린다.

뒤돌아 본 산사태 지역

산사태가 났던 마을

또 다른 산사태 지역

 

오후 2시 30분 경 둔체(Dhunche)에 도착하여,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입산허가를 받고 입산료를 지불한다. 둔체를 출발하고, 30여분 쯤 지나자, 정면으로 깊은 계곡이 내려다보이고, 계곡으로 구불구불 떨어지는 도로가 그야말로 구절양장...,장관이다. 차에서 내려 이 엄청난 광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마주 걸어 올라오고 있다

입산허가를 받으러 관리사무소로 들어서는 파상

언덕에서 본 도로와 계곡, 그리고 멀리 샤브르베시가 희미하게 보인다.

 

웬일이냐고 묻자, 저 뒤에 보이는 찦차가 차축이 부러져 운행을 할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걸어 올라온다는 대답이다. 놀란 우리 기사양반과 파상이 사고지점에 내려가서 차 상태를 확인하고 대책을 협의한다. 파상은 샤브르베시까지 약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이니 걸어서 가자는 의견이고, 기사양반은 샤브르베시에 전화를 해볼 터이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고장 난 찦차와, 길이 막힌 버스, 그리고 걸어 올라오는 승객들

 

한동안 이곳, 저곳 전화를 해보더니, 샤브르베시에서 찦차가 마중 오기로 했으니 잠시 기다렸다, 길 막힌 곳을 걸어서 통과한 후, 차를 타고 가자고한다. 자기는 샤브르베시까지 손님들을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 돈을 받았는데, 사고가 났다고 손님들을 걷게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사고지점을 통과 샤브르베시에서 마중 나온 찦차로 향하는 일행

책임감 강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 기사양반

 

6시 30분 경, 샤브로베시에 도착하여 호텔 스카이에 투숙한다.

호텔 스카이

 

승객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애를 쓰는 기사, 출혈을 감수하고 예산에 없던 찦차를 수배해준 옹추 셀파, 이들에게서 잔재주를 피우 않고, 우직할 정도로 자기책임을 다하려는 네팔 인들의 기질을 느낄 수가 있다. 이번 트레킹에서 우리들은 옹추 셀파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기대하지 않았던 요리사의 배정, 안나푸르나호텔과 피쉬테일롯지의 예약, 원잘라 모스크바 레스토랑에서 즐긴 네와르 전통음식, 카트만두-샤브르베시 간의 찦차 배치 등은 손익을 떠나서 우리들을 친구로 대접한 것이다.

 

옹추 셀파는 2009년 10월, 쿰부히말 트레킹을 할 때, 혜초여행사의 현지 가이드로 우리들을 인솔했던 양반이다. 단체로 움직일 경우, 쿰부히말 트래킹에서는 평균 30% 정도가 고산병으로 중도탈락 한다고 하는데 우리일행 12명은 한 사람의 탈락자도 없이 모두 소정의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가이드 옹추 셀파의 전문적인 고도적응 훈련 덕이라고 생각한다.

쿰부히말 트레킹 당시의 옹추셀파

 

나왕 옹추(Ngawan Wangchh) 셀파는 1976년 카트만두에서 태어났다. 10대 때부터 산을 타기 시작하여, 18세 때, 처음으로 다울라기리 8,000m급 봉우리에 올랐고, 그 후 십여 차례나 8,000m이상의 봉우리에 도전하는 등정 팀을 리드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고객들을 모시고 다섯 차례나 에베레스트에 오른 경험이 있다.

옹추셀파

 

옹추 셀파는 프랑스, 이태리, 오스트리아, 한국, 미국에서 산악훈련을 받았고, 티벳어, 영어, 한국어를 구사하고, 프랑스어도 약간한다. 그는 현재 네팔 클라이밍 프로페셔널 트랙스(주)의 대표다. 이 회사는 트레킹(Trekking), 피크 클라이밍( Peak Climbing), 엑스퍼디션(Expedition)의 모든 분야에서 고객이 원하는 전문 파트너 역할을 해준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www.ncptrek.com"에서 얻을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 파트너로 적극 추천하며. 옹추 셀파의 이메일 주소를 남긴다.

 

이 메일은 한글, 영어 모두 가능하다.

"Wongchu Sherpa" <everestwongchu@hotmail.com>

 


(2012. 5. 1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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