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체르고리(Tsergo Ri, 4984m)

 

2012년 4월 5일(목)
어제 우리가 숙박한 프렌들리 롯지는 트레커들이 몰려, 늦게 도착한 우리들에게 배정된 방은 다이닝 룸 옆에 창고처럼 허름한 곳이다. 전등도 없어 랜턴으로 불을 밝혀준다. 롯지의 숙소라는 것이 다 그렇고 그렇기는 하지만 전등도 없는 방에 들다보니 유쾌할 리가 없다. 다행히 락시가 있고, 영국인 술친구도 있어 얼큰하게 취하자, 소소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모처럼 숙면을 한다.

 

5시 30분 경, 기분 좋게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 후, 밖으로 나와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창고 같은 방으로 돌아와 짐 정리와 일정검토로 시간을 보낸다. 영국의 등산가이자 탐험가인 헤럴드 윌리언 틸만(Harold Willian Tilman)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고 감탄을 한 랑탕계곡의 트레킹 일정은

 

첫째 날 : 샤브르베시-도만-뱀부-림체-라마호텔

둘째 날 : 라마호텔-리버사이드-고다타베라-랑탕

셋째 날 : 랑탕-강진 곰파

넷째 날 ; 강지 곰파-체르고리(또는 랑시샤카르카)-강진 곰파

닷새째 : 강진 곰파-라마호텔

엿새째 : 라마호텔-샤브르베시 등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랑탕계곡 트레킹

 

우리는 오늘 라마호텔(2,420m)을 출발하여 랑탕(3,330m)까지 간다. 거리 12.5Km에, 고도차이가 900m 넘는다. 우리들은 이미 4,130m인 ABC를 다녀왔음으로 고산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주위 경관을 마음껏 즐기며 천천히, 쉬엄쉬엄 이동하기 위해 식사 후, 7시 45분 롯지를 출발한다.

오늘 코스

 

라마호텔 마을에서 본 태양열 발전설비 기증 알림판

계곡을 따라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이른 아침 호젓한 숲길을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롯지를 출발해서 45분 쯤 경과한 시각, 나뭇가지사이로 랑탕리룽(7,234m)의 만년설이 보인다. 장관이다. 계곡을 따라 오를수록 만년설의 범위가 넓어진다

롯지를 출발,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고

나뭇가지 사이로 랑탕리룽이 보이고

만년설의 범위가 넓어진다.

 

강변을 따라 돌이 많은 산길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주변 풍광이 심심치가 않다. 안나푸르나 지역과 달리, 분홍색, 흼색의 랄리구라스가 반기고, 롯지를 알리는 고사목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날카로운 뿔을 가진 야크들이 마주 내려온다. 가이드 파상이 다가오며 주의를 준다. 야크 중에는 성질이 거친 놈도 있으니, 길가로 벗어나 기다리라며 앞을 막아선다.

분홍색 랄리구라스

흰색 랄리구라스

고사목을 이용한 안내판

 

9시 15분, 리버사이드(2,769m)에 도착하여 강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레몬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한다. 만년설, 랑탕 강, 그리고 랄리구라스 등 주위 풍광을 즐기고. 맛이 일품인 레몬차에 매료된다.

리버사이드

랑탕 강과 랄리구라스

 

리버사이드를 출발하여 랄리구라스가 아름다운 숲속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는 랄탕 강이 옥색 빛을 띠고 유유히 흐르고, 숲속에는 거목들이 우뚝 우뚝 버티고 서있다. 가이드에게 나무이름을 물으니, ‘캇 스루’라고 대답한다. 9시 55분, 우드랜드를 지난다. 롯지 뒤로 보이는 랄리구라스 군락지가 압권이다.

옥색 빛 강물

캇 스루라는 이름의 거목

우드랜드

분홍빛 랄리구라스 크로즈업

 

잠시 계곡이 좁고, 깊어지며 계곡 양쪽이 온통 절벽이 된다. 다시 계곡이 넓어진다. 왼쪽으로 만년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들이 열병식을 하고 있고, 트레커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인증 샷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11시 경, 고다타베라(Ghodatabela, 3,008m)에 도착하여 점심을 주문한다. 약 1시간 정도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고다타베라를 출발하여, 12시 27분, 체크 포스트가 있는 아미 캠프(Army Camp)를 통과하고, 랄리구라스 숲을 지난 후, 넓은 길을 따라 걷는다. 탕샾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 아래, 멀리 마을이 가물가물 보인다.

계곡이 넓어지며 왼쪽 만년설 봉들이 줄 지어 늘어서고

고다타베라

체크 포스트 통과

만년설봉과 그 아래 작게 보이는 마을

 

1시 25분, 탕샆을 통과하고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둔덕 위에서 만년설을 당겨 카메라에 담고 뒤돌아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1시 45분, 참키(Chamki, 3230m)를 지나자, 계곡사이로 체르고리(Tsergo Ri, 4984m)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탕샆

나지막한 언덕에 올라

만년설을 당겨 찍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1시 47분, 현수교를 건너고, 10여분 후, 러블리 레스토랑(Lovely Restaurant)를 지나는데, 사우지가 신선한 야크 요구르트가 있으니 맛을 보고 가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맛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롯지 안으로 들어가 야크 요구르트를 맛보며 방목장이 있는 주변 풍광을 즐긴다.

현수교를 건너고

러블리 레스토랑

야크 요구르트

방목장

 

이제 랑팅이 멀지 않다.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둔덕에 서니, 보라! 체리고리가 모습을 보인다. 눈이 덮여있어 그 아름다움이 후지산 못지않다. 사면 길을 따라 걷는다. 왼쪽에 보이는 바위산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우리들을 굽어보고 있다. 2시 38분 경, 랑탕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을 지난다.

완만한 오르막 사면길을 오르고

체르고리가 멋진 모습을 보인다.

바위산이 우리를 위압하고


랑탕마을이 보이고

 

3시 10분, 랑탈마을 돌표지를 지나고, 이어 에코 게스트하우스 입간판의 안내로, 3시 15분, 바위산 아래 홀로 떨어져 있는 에코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여 숙박한다. 에코 게스트하우스는 옹추 셀파의 양해를 얻어, 우리가 선택한 롯지다. 외따로 떨어져 조용하고, 사우니 요리솜씨가 좋은데, 특히 애플 파이 맛이 일품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 돌표지

에코 게스트하우스 입간판

에코 게스트하우스

 

들은 대로 조용하고 붐비지 않아 좋다. 샤워실 이용도 바로 가능하고, 유럽 트레커들과 아이 하나를 동반한 독일인 가족이 모여 앉은 다이닝 룸도 조용하다. 마침 방학이라 집에 와 있는, 영어가 유창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열심히 손님들 뒷바라지를 한다. 소문대로 애플파이 맛이 수준급이다.

 

 

(201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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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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