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체르고리(Tsergo Ri, 4984m)

 

2012년 4월 5일(목)
어제 우리가 숙박한 프렌들리 롯지는 트레커들이 몰려, 늦게 도착한 우리들에게 배정된 방은 다이닝 룸 옆에 창고처럼 허름한 곳이다. 전등도 없어 랜턴으로 불을 밝혀준다. 롯지의 숙소라는 것이 다 그렇고 그렇기는 하지만 전등도 없는 방에 들다보니 유쾌할 리가 없다. 다행히 락시가 있고, 영국인 술친구도 있어 얼큰하게 취하자, 소소한 것에 신경을 쓰지 않고 모처럼 숙면을 한다.

 

5시 30분 경, 기분 좋게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 후, 밖으로 나와 잠시 주위를 둘러보고, 다시 창고 같은 방으로 돌아와 짐 정리와 일정검토로 시간을 보낸다. 영국의 등산가이자 탐험가인 헤럴드 윌리언 틸만(Harold Willian Tilman)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라고 감탄을 한 랑탕계곡의 트레킹 일정은

 

첫째 날 : 샤브르베시-도만-뱀부-림체-라마호텔

둘째 날 : 라마호텔-리버사이드-고다타베라-랑탕

셋째 날 : 랑탕-강진 곰파

넷째 날 ; 강지 곰파-체르고리(또는 랑시샤카르카)-강진 곰파

닷새째 : 강진 곰파-라마호텔

엿새째 : 라마호텔-샤브르베시 등으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랑탕계곡 트레킹

 

우리는 오늘 라마호텔(2,420m)을 출발하여 랑탕(3,330m)까지 간다. 거리 12.5Km에, 고도차이가 900m 넘는다. 우리들은 이미 4,130m인 ABC를 다녀왔음으로 고산병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주위 경관을 마음껏 즐기며 천천히, 쉬엄쉬엄 이동하기 위해 식사 후, 7시 45분 롯지를 출발한다.

오늘 코스

 

라마호텔 마을에서 본 태양열 발전설비 기증 알림판

계곡을 따라 울창한 숲이 이어진다.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이른 아침 호젓한 숲길을 걷는 기분이 그만이다. 롯지를 출발해서 45분 쯤 경과한 시각, 나뭇가지사이로 랑탕리룽(7,234m)의 만년설이 보인다. 장관이다. 계곡을 따라 오를수록 만년설의 범위가 넓어진다

롯지를 출발,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고

나뭇가지 사이로 랑탕리룽이 보이고

만년설의 범위가 넓어진다.

 

강변을 따라 돌이 많은 산길이 가볍게 오르내리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간다. 주변 풍광이 심심치가 않다. 안나푸르나 지역과 달리, 분홍색, 흼색의 랄리구라스가 반기고, 롯지를 알리는 고사목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날카로운 뿔을 가진 야크들이 마주 내려온다. 가이드 파상이 다가오며 주의를 준다. 야크 중에는 성질이 거친 놈도 있으니, 길가로 벗어나 기다리라며 앞을 막아선다.

분홍색 랄리구라스

흰색 랄리구라스

고사목을 이용한 안내판

 

9시 15분, 리버사이드(2,769m)에 도착하여 강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레몬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한다. 만년설, 랑탕 강, 그리고 랄리구라스 등 주위 풍광을 즐기고. 맛이 일품인 레몬차에 매료된다.

리버사이드

랑탕 강과 랄리구라스

 

리버사이드를 출발하여 랄리구라스가 아름다운 숲속으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는 랄탕 강이 옥색 빛을 띠고 유유히 흐르고, 숲속에는 거목들이 우뚝 우뚝 버티고 서있다. 가이드에게 나무이름을 물으니, ‘캇 스루’라고 대답한다. 9시 55분, 우드랜드를 지난다. 롯지 뒤로 보이는 랄리구라스 군락지가 압권이다.

옥색 빛 강물

캇 스루라는 이름의 거목

우드랜드

분홍빛 랄리구라스 크로즈업

 

잠시 계곡이 좁고, 깊어지며 계곡 양쪽이 온통 절벽이 된다. 다시 계곡이 넓어진다. 왼쪽으로 만년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들이 열병식을 하고 있고, 트레커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인증 샷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11시 경, 고다타베라(Ghodatabela, 3,008m)에 도착하여 점심을 주문한다. 약 1시간 정도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고다타베라를 출발하여, 12시 27분, 체크 포스트가 있는 아미 캠프(Army Camp)를 통과하고, 랄리구라스 숲을 지난 후, 넓은 길을 따라 걷는다. 탕샾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 아래, 멀리 마을이 가물가물 보인다.

계곡이 넓어지며 왼쪽 만년설 봉들이 줄 지어 늘어서고

고다타베라

체크 포스트 통과

만년설봉과 그 아래 작게 보이는 마을

 

1시 25분, 탕샆을 통과하고 완만한 오르막길을 올라, 둔덕 위에서 만년설을 당겨 카메라에 담고 뒤돌아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1시 45분, 참키(Chamki, 3230m)를 지나자, 계곡사이로 체르고리(Tsergo Ri, 4984m)가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탕샆

나지막한 언덕에 올라

만년설을 당겨 찍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1시 47분, 현수교를 건너고, 10여분 후, 러블리 레스토랑(Lovely Restaurant)를 지나는데, 사우지가 신선한 야크 요구르트가 있으니 맛을 보고 가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맛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롯지 안으로 들어가 야크 요구르트를 맛보며 방목장이 있는 주변 풍광을 즐긴다.

현수교를 건너고

러블리 레스토랑

야크 요구르트

방목장

 

이제 랑팅이 멀지 않다.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 둔덕에 서니, 보라! 체리고리가 모습을 보인다. 눈이 덮여있어 그 아름다움이 후지산 못지않다. 사면 길을 따라 걷는다. 왼쪽에 보이는 바위산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우리들을 굽어보고 있다. 2시 38분 경, 랑탕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 지점을 지난다.

완만한 오르막 사면길을 오르고

체르고리가 멋진 모습을 보인다.

바위산이 우리를 위압하고


랑탕마을이 보이고

 

3시 10분, 랑탈마을 돌표지를 지나고, 이어 에코 게스트하우스 입간판의 안내로, 3시 15분, 바위산 아래 홀로 떨어져 있는 에코 게스트 하우스에 도착하여 숙박한다. 에코 게스트하우스는 옹추 셀파의 양해를 얻어, 우리가 선택한 롯지다. 외따로 떨어져 조용하고, 사우니 요리솜씨가 좋은데, 특히 애플 파이 맛이 일품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마을 입구 돌표지

에코 게스트하우스 입간판

에코 게스트하우스

 

들은 대로 조용하고 붐비지 않아 좋다. 샤워실 이용도 바로 가능하고, 유럽 트레커들과 아이 하나를 동반한 독일인 가족이 모여 앉은 다이닝 룸도 조용하다. 마침 방학이라 집에 와 있는, 영어가 유창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소년이 열심히 손님들 뒷바라지를 한다. 소문대로 애플파이 맛이 수준급이다.

 

 

(2012.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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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길

 

2012년 4월 4일(수)
어제는 하루 종일 차를 탔더니, 걷는 것보다 더 피곤하다. 8시도 안되어 잠자리에 들어,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곯아떨어진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맑고 기분이 상쾌하다.

 

오늘은 샤브르베시(1460m)에서 라마호텔(2420m)까지 이동한다. 랑탕계곡으로 들어서서, 뱀부(Bamboo,1970), 렘체(Remche,2440)를 거쳐 라마호텔로 접근하는 것이 정규트렉이지만, 우리들은 조망을 즐기기 위해, 왼쪽 능선으로 올라, 캉짐(Khangjim,2300), 셀파가온(Sherpagaon,2600), 렘체를 거쳐 라마호텔로 들어간다.

안내도

정면 봉우리로 오르는 능선 길과 계곡 길(우)

 

 

아침식사를 하고, 7시 45분, 숙소를 출발한다. 능선길이 계곡길보다 힘도 많이 들고, 거리도 멀어, 일찍 출발한 것이다. 도로를 따라 오른다. 고목에 핀 붉은 꽃이 시선을 끈다. 현수교를 통해 강을 건너고, 개념도가 걸려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사면을 오른다.

고목에 핀 꽃

강을 건너고,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유장하게 천천히 걷는다. 많은 염소들을 혼자서 몰고 내려오는 여인과 좁은 길에서 엇갈려, “나마스떼‘ 인사를 하고 지나친다. 이른 아침인데 어디로 이동을 하는지 무척 부지런하다. 외딴집을 지난다. 커다란 검둥이가 컹컹 짖어댄다. 네팔의 개들은 짖지를 않는데, 이 녀석은 외딴집의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여자 염소몰이꾼

외딴집

 

길이 가팔라 힘이 들면,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둘러본다. 샤브르베시가 저 아래로 멀어 보인다. 중국이 무상원조로 건설해준 저 아래 보이는 도로는 티베트까지 이른다고 한다. 영토욕심이 많은 중국의 속내가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 깊은 계곡, 건너편 깎아지른 절벽의 허리를 잘라 만든 길, 그리고 굽이굽이 산 아래로 이어지는 도로가 절경이다.

저 아래 멀리 보이는 샤브르베시

깊은 계곡

절벽 허리를 가로지르는 도로와 구절양장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오르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부다 상을 모신 돌을 쌓아 만든 소박한 석굴도 지나고, 천년 세월이 느껴지는 고목을 만나기도 한다. 샤브르베시를 출발하고, 3시간이 가까워지는 10시 40분, 캉짐에 도착하여 레몬 티를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제법 큰 마을이다.

돌을 쌓아 만든 석굴

고목

캉짐마을

 

 

밭갈이

 

12시 15분, 셀파가온의 수퍼 뷰 게스트하우스 돌 표지 안내판을 지나며 랑탕계곡 건너편의 고사인쿤드 트렉을 바라본다. 오후로 접어들며 운무가 끼기 시작하여 깨끗한 그림을 볼 수 없는 것이 유감이다. 길이 산 사면으로 이어지며 평탄해진다. 왼쪽 누런 풀이 덮인 깎아지른 산 사면에는 나무들이 듬성듬성 보이고, 오른쪽 저 아래 랑탕계곡은 까마득히 먼데, 우리가 가는 사면 길에는 랄리구라스가 곱다.

수퍼뷰 게스트하우스 안내석

랑탕계곡 건너편 고사인쿤드 트랙을 바라본다.

수목한계선이 가까운 고지

랄리구라스

 

셀파가온은 아직이다. 캉짐에서 셀파가온 사이에는 찻집도 없다, 벌써 2시가 넘어 허기가 진다. 일행은 길가에 앉아 까마득한 계곡을 내려다보며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다. 셀파가온이 가까워온다. 운무가 잠시 벗겨지는 사이 운 좋게 고사인쿤드 트렉의 만년설을 이고 있는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까마득한 랑탕계곡

간식

건너편 고사인쿤드 트렉의 만년설

 

2시 18분, 셀파가온에 도착하여, 수퍼 뷰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서서 점심을 주문한다. 사우지는 외출 중이고 사우니와 아들 녀석이 점심준비를 한다. ‘락시’를 주문하지만 없어서, ‘창’을 청해 마시며 허기를 달랜다. 날씨가 흐려지며 춥다. 염치불고하고 따듯한 부엌으로 들어간다. 후덕하게 생긴 사우니가 웃으며 반긴다.

셀파가온 수퍼 뷰 게스트하우스

후덕하게 생긴 사우니가 우리들 점심을 준비한다.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배낭에서 커피 믹스와 튜브 고추장을 꺼내 주고, 식사준비가 되자, 모두 부엌바닥에 퍼질러 앉아 맛있게 점심식사를 한다. 아들 녀석은 카트만두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봄방학이라 집에 와 있다고 한다. 근방에는 학교가 없으니, 공부를 하려면 카드만두로 유학을 갈 수 밖에 없겠다. 그래도 이집은 롯지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 뒷바라지가 가능한 모양이다.

부엌 마룻바닥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약 한 시간에 걸친 느긋한 식사를 마치고, 사우니와 아들 녀석과 작별을 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구름이 시커멓게 몰려오더니, 기어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서둘러 배낭커버를 씌우고, 방수재킷으로 무장을 한 후, 빗속을 걷는다. 트레커 한명이 비를 맞으며 마주 온다. 오늘 처음 만나는 유일한 트레커다. 가이드도 포터도 없이 혼자다. 프랑스인으로 랑탕을 출발해 이곳까지 왔다며, 다음 숙박지까지는 얼마나 걸리겠냐고 묻는다. 셀파가온까지는 30분, 캉짐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라고 알려주고 헤어진다.

빗속을 걷는다. 비에 젖은 풀색이 더욱 누렇게 보인다.

 

4시 23분, 림체를 지나고, 이어 랑탕 강을 끼고 올라, 5시 경에, 라마호텔에 도착하여, 프렌들리 게스트 하우스에 투숙한다. 젖은 옷을 갈아 입고, 다이닝 룸으로 들어서며서 따듯한 락시를 주문한다.

빗속의 림체를 지나고

랑탕 강

 라마호텔 프렌들리 게스트 하우스에 투숙한다.

 

락시를 마시며, 앞에 앉아 있는 젊은 영국인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가이드, 포터 없이 둘이 다닌다고 한다. 샤브르베시에서 계곡을 따라 라마호텔까지 왔다며, 능선을 타고 온 우리들을 몹시 부러워한다. 락시 맛이 어떠냐고 남자가 묻는다.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니, 자기도 락시를 주문한다. 졸지에 술친구가 생겨 반갑다.

 

 

(2012.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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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르베시 가는 길

 

2012년 4월 3일(화)
랑탕국립공원( the Langtang national Park)의 주요 트레킹 루트는 랑탕계곡(Langtang Valley), 고사인쿤드 호수(Gosaingund Lake), 그리고 헬람부(Helambu)의 세 곳이다. 랑탕계곡 트레킹의 시발점은 샤브르베시(Shafrubensi, 1460)이다.

랑탕국립공원지도

 

어제 호텔에 도착하여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옹추 셀파와 랑탕 트레킹에 관하여 몇 가지 구체적인 사항을 의논한 바가 있다. 이때 옹추 셀파는 카트만두에서 샤브르베시로 가는 로칼 버스의 이용은 시간도 10시간이나 걸리고, 정원개념이 없어 버스지붕 위까지 사람을 태우는가 하면. 길이 나빠 멀미로 고생할 수도 있어서, 찦차를 수배해 놓았다고 한다. 당초에는 로칼 버스를 이용할 계획이었음으로, 비용이 $200이상 초과되는데도, 늙은이들을 생각해 결단을 내린 모양이다. 쉽지 않은 결정일 터인데, 고마운 일이다.

출혈을 각오하고 수배한 찦차

옹추 셀파의 배려로 편하게 이동하는 일행

 

이른 아침인데도 일부러 호텔로 나온 옹추 셀파의 배웅을 받으며, 일행 5명은 찦차에 올라, 8시 10분 샤브르베시로 향한다. 카트만두의 뒷거리는 여전히 우중충하지만, 그래도 전에 비해 많이 정비된 느낌이다. 한 시간 쯤 지나니 카트만두를 완전히 벗어난 모양이다. 계단식 논밭과 농가들이 보이고, 도로을 따라 형성된 가촌(街村)을 지난다.

카트만두 거리

가두풍경 1

가두풍경 2 - 왼쪽은 까마득한 계곡이다.

가두풍경 3 - 도로 상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가두풍경 4

가두풍경 5 - 모처럼 만난 평지의 농경지, 흙이 유난히 붉다.

 

도로 상태는 생각보다는 양호하다. 차의 흔들림도 그렇게 심하지 않고, 차량의 소통도 원활한 편이다. 하지만 마주 지나가는 로칼 버스를 보니 과연 버스지붕 위에도 사람들이 빽빽이 타고 있다. 로칼 버스를 타야 네팔 인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힘들어도 꼭 버스를 타봐야 한다고 고집하는 트레커들도 많다. 카드만두를 출발하여 3시간 쯤 지나, 트리술리(Trisuli)에 도착하여 유명한 타카리 호텔(Thakali Hotel& Lodge)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지붕 위까지 올라 탄 승객들

트리술리의 야채상점,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싱싱한 야채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점심으로 달밧을 주문한다. 치킨카레 맛이 좋아 이제껏 먹어봤던 달밧 중에서 최고다. 선답자들이 강추한 이유를 알겠다. 주인아저씨는 흑룡강 성에서 살다 네팔로 와서, 네팔여인과 결혼하고,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한국말은 전혀 못하지만, ‘처음처럼’을 한 잔 권하자. 사양 않고 마시더니, 엄지손가락을 꼽으며, "Good!, Good!"을 연발한다. 먼 옛 고향의 물맛이 느껴져서 일까

타카라 호텔 주인가족 일동

 

베트라와티(Betrawati)를 지나자, 왼쪽으로 흐르던 트리술리(Trisuli)강이 점점 멀어지면서 절벽위로 이어지던 도로도 평탄해지고, 이런 도로를 따라 황소들이 유유히 걷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인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찦차 위에 실은 파우치 백이 젖으면 낭패다. 차를 길가에 세우고 스텝들이 파우치 백에 커버를 씌우는 동안, 차에서 내려 길가, 농가의 추녀에서 비를 피한다.

생각보다 도로 상태가 양호하고, 그런 도로 위를 황소들이 유유히 지나간다.

 

어린아이가 마루에서 혼자 놀고 있고, 젊은 아낙이 외양간에서 일을 하고 있다. “나마스떼!” 인사를 하고 아이와 아낙네에게 캔디와 초코렛을 주고, 외양간을 둘러본다. 새끼 염소들이 무척 귀엽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젊은 아낙은 경계하는 빛도 없이, 염소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들을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배타적인 기색은 전혀 찾을 수 없는 개방적인 모습이다. 아낙네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이런 천진한 모습에, 실례가 될 듯싶어 참는다.

외양간의 새끼염소들

 

포장도로가 끝나고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비포장도가 나타난다. 파상이 이 지역은 상습 산사태지역으로, 해마다 많은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오늘도 이곳에서 서 너 차례 길이 막힌다. 물건을 잔뜩 실은 트럭들이 언덕을 오르지 못하고 길을 막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위에 있던 사람이 너 나 없이 모여들어 차를 밀고, 그래도 부족하면 인근의 군인들까지 동원되어 차를 밀어 올린다.

산사태 지역, 앞에 트럭이 언덕을 오르지 못해 길이 막히자

군인들까지 동원되어 차를 밀어 올린다.

뒤돌아 본 산사태 지역

산사태가 났던 마을

또 다른 산사태 지역

 

오후 2시 30분 경 둔체(Dhunche)에 도착하여,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입산허가를 받고 입산료를 지불한다. 둔체를 출발하고, 30여분 쯤 지나자, 정면으로 깊은 계곡이 내려다보이고, 계곡으로 구불구불 떨어지는 도로가 그야말로 구절양장...,장관이다. 차에서 내려 이 엄청난 광경을 구경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마주 걸어 올라오고 있다

입산허가를 받으러 관리사무소로 들어서는 파상

언덕에서 본 도로와 계곡, 그리고 멀리 샤브르베시가 희미하게 보인다.

 

웬일이냐고 묻자, 저 뒤에 보이는 찦차가 차축이 부러져 운행을 할 수가 없어서, 할 수 없이 걸어 올라온다는 대답이다. 놀란 우리 기사양반과 파상이 사고지점에 내려가서 차 상태를 확인하고 대책을 협의한다. 파상은 샤브르베시까지 약 한 시간 정도의 거리이니 걸어서 가자는 의견이고, 기사양반은 샤브르베시에 전화를 해볼 터이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고장 난 찦차와, 길이 막힌 버스, 그리고 걸어 올라오는 승객들

 

한동안 이곳, 저곳 전화를 해보더니, 샤브르베시에서 찦차가 마중 오기로 했으니 잠시 기다렸다, 길 막힌 곳을 걸어서 통과한 후, 차를 타고 가자고한다. 자기는 샤브르베시까지 손님들을 모셔다 드리기로 하고 돈을 받았는데, 사고가 났다고 손님들을 걷게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사고지점을 통과 샤브르베시에서 마중 나온 찦차로 향하는 일행

책임감 강하고 머리 회전이 빠른 기사양반

 

6시 30분 경, 샤브로베시에 도착하여 호텔 스카이에 투숙한다.

호텔 스카이

 

승객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려고 애를 쓰는 기사, 출혈을 감수하고 예산에 없던 찦차를 수배해준 옹추 셀파, 이들에게서 잔재주를 피우 않고, 우직할 정도로 자기책임을 다하려는 네팔 인들의 기질을 느낄 수가 있다. 이번 트레킹에서 우리들은 옹추 셀파에게 많은 신세를 졌다. 기대하지 않았던 요리사의 배정, 안나푸르나호텔과 피쉬테일롯지의 예약, 원잘라 모스크바 레스토랑에서 즐긴 네와르 전통음식, 카트만두-샤브르베시 간의 찦차 배치 등은 손익을 떠나서 우리들을 친구로 대접한 것이다.

 

옹추 셀파는 2009년 10월, 쿰부히말 트레킹을 할 때, 혜초여행사의 현지 가이드로 우리들을 인솔했던 양반이다. 단체로 움직일 경우, 쿰부히말 트래킹에서는 평균 30% 정도가 고산병으로 중도탈락 한다고 하는데 우리일행 12명은 한 사람의 탈락자도 없이 모두 소정의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가이드 옹추 셀파의 전문적인 고도적응 훈련 덕이라고 생각한다.

쿰부히말 트레킹 당시의 옹추셀파

 

나왕 옹추(Ngawan Wangchh) 셀파는 1976년 카트만두에서 태어났다. 10대 때부터 산을 타기 시작하여, 18세 때, 처음으로 다울라기리 8,000m급 봉우리에 올랐고, 그 후 십여 차례나 8,000m이상의 봉우리에 도전하는 등정 팀을 리드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고객들을 모시고 다섯 차례나 에베레스트에 오른 경험이 있다.

옹추셀파

 

옹추 셀파는 프랑스, 이태리, 오스트리아, 한국, 미국에서 산악훈련을 받았고, 티벳어, 영어, 한국어를 구사하고, 프랑스어도 약간한다. 그는 현재 네팔 클라이밍 프로페셔널 트랙스(주)의 대표다. 이 회사는 트레킹(Trekking), 피크 클라이밍( Peak Climbing), 엑스퍼디션(Expedition)의 모든 분야에서 고객이 원하는 전문 파트너 역할을 해준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www.ncptrek.com"에서 얻을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 파트너로 적극 추천하며. 옹추 셀파의 이메일 주소를 남긴다.

 

이 메일은 한글, 영어 모두 가능하다.

"Wongchu Sherpa" <everestwongchu@hotmail.com>

 


(201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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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와호에서의 뱃놀이

 

2012년 4월 2일(월)
안나푸르나지역 트레킹은 어제로 마치고, 오늘 오후 카트만두로 돌아가, 내일 랑탕지역으로 이동한다. 틈새 시간인 오늘 오전에 포카라 관광에 나선다.

포카라 (Pokhara)는 카트만두에서 서쪽으로 약 200 km 떨어진 곳에 있는 관광도시다. 네팔국왕의 별장도 이곳에 있고, 네팔에서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신혼여행지이기도 하다. 인구는 약 20만.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등 8,000m가 넘는 히말라야 고봉들과 세계 3대 미봉 중의 하나인 마차푸차레가 가까이 있어, 전 세계의 산악인, 트레커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네팔지도

포카라에서 본 안나푸르나 사우스(좌), 히운추리,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2봉, 3봉(우) (펌)

 

만년설을 이고 있는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펼쳐있는 페와(Phewa), 루파(Lupa), 베그나스(Begnas)의 3개 호수는 포카라의 운치를 더해준다. 특히 페와 호반을 따라 호텔, 식당, 등산용품점, 기념품점들이 몰려있는 레이크 사이드(Lakeside)는 트레킹 준비를 위해, 또는 트레킹 후 지친 몸의 휴식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여행자의 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페와 호반 상점가를 유유히 걷고 있는 황소

 

포카라에서는 모터 바이킹(Motor Biking), 산악자전거(Mountain Biking), 초경량비행기구(Ultra Lights), 페러그라이딩(Paragliding) 등이 인기가 있고, 낚시, 보트 타기, 조랑말 타기 등을 즐길 수 있다. 물가가 싸고, 여자가 혼자 여행해도 전혀 위험이 없기 때문에,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다.

초경량비행(펌)

 

아래 지도는 포카라 공항에 걸려 있는 지도다. 별표 표시가 가볼 만한 곳으로 권장하는 곳이지만, 우리가 포카라를 둘러 볼 수 있는 시간은 오전뿐이다. 이중에서 전망대에 해당하는 사랑코트(SarangKot), 포카라 뷰 타워, 세계 평화탑 등은 날씨 때문에 조망을 즐길 수 없어 제외 하더라도, 국제산악박물관과 티벳 난민촌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지만 둘러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언제 호젓한 겨울을 택해 다시 한 번 와 봐야겠다.

포카라 지도

 

엊저녁 삼겹살에 된장국과 우리식의 차진 밥으로 포식을 하고, 피쉬테일 롯지의 아늑한 숙소에서 숙면을 취하고 나니,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느낌이다. 5시 30분경에 일어나 30여분 동안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밖으로 나와 롯지 주변을 둘러본다. 아름답다. 롯지가 페와호수 안에 있어 로프로 끄는 뗏목으로 출입을 하는 것부터가 다른 호텔과 달라 무언가 로맨틱한 느낌이 든다.

피쉬테일 롯지

뗏목을 타고 롯지로 들어가며 본 페와호

뗏목을 기다리는 투숙객들

우리가 묵었던 곳

 

상큼한 아침공기, 새들의 지저귐, 나무 위로 떠오르는 태양, 다양한 형태의 숙소, 넓은 정원, 멋진 조경, 그리고 아름다움을 뽐내는 많은 꽃들....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다. 트래커들이나, 배낭여행자들에게는 숙박비가 부담이 되는 지, 가족단위의 투숙객들이 많이 보인다.

나뭇가지에 걸린 태양

꽃으로 둘러싸인 숙소

호반의 산책로

넓은 정원, 숲속의 집

꽃 1

꽃 2

꽃 3

꽃 4

꽃인지"바탕글?  열매인지?

 

 롯지 뷔페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가이드 파상의 안내로 포카라 관광에 나선다. 뗏목으로 호수를 건너 주차장으로 나오니 택시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 중에서 현대차 인도법인에서 생산한 소형차에 올라 데비 폭포(David's Fall)로 간다. 지옥의 폭포라고도 불리는 이 폭포는 안나푸르나 빙하의 침식작용에 의해 생긴 지하수로라고 한다. 페와호의 물이 지상으로 흐르다. 이곳에서 지하 30m 아래로 떨어져 지하로 흐른 후, 세티 간더키(Seti Gandak)강과 합류한다.

데비폭포 입구

데비폭포 1

데비폭포 2

 

1961년 7월 31일 오후, 갑자기 페와호의 물이 넘치면서 스위스 관광객 데비 부부가 폭포로 휩쓸려 들어가, 결국 데비부인은 사망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야 그녀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 사고 이후 폭포 이름이 데비폭포로 바뀌었다고 한다. 7월부터 9월까지, 여름철에 수량이 많아져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폭포의 경관이 장관이라고 한다. 폭포 경내에 마차푸차레 모형, 그리고 동전을 던지면 행운이 온다는 행운의 연못이 있다

데비폭포 경내에 있는 Goddess Manakamana, 행운의 연못

데비폭포 입구의 마차푸차레 모형

 

데비폭포를 나와 길 건너편에 있는 굽테쉬워르 마하테브(Gupteshwor Mahadev) 동굴로 간다. 이 동굴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자연동굴과 시바사원으로 이루어지는데 이곳에서는 사진촬영을 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시바사원에서부터 시작되어, 데비폭포 아래까지 이어지고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굴 입구

굴속에서 본 데비 폭포

 

굴을 나와 레이크 사이드(Lakeside) 또는 바이담(Baidam)이라 불리는 여행자 거리를 둘러보며 페와호 선착장으로 이동하여, 파상이 배를 빌리는 동안 페와호에 대한 정보를 요약한 안내판과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을 카메라에 담는다. 안내문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해발고도 784m. 사랑코트(Sarangkot), 카스킬코트(Kaskikot), 그리고 바이담(Baidam)으로 둘러싸인 네팔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다.

- 현재 호수의 면적은 4,43Km²이고, 평균 깊이 8.6m에, 최대깊이는 22.8m이다. 최대 담수량은 4,600만 m³다

- 호수 중앙의 섬에는 힌두교 사원인 바라히 만딜(Barhi Mandir)있다.

- 호수는 고기잡이꾼, 낚시꾼들의 생업의 터전이 되고, 호수이 물은 관개용, 수력발전용으로 사용되는가 하면 데비폭포의 수원이 되기도 한다.

파상은 보트를 빌리고

바라히 사원이 있는 섬

 

보트를 타고 섬으로 향한다. 날씨가 좋고 시계가 트이면, 호수에서 보는 안나푸르나의 장엄한 산들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그런 날은 실제로 1년 중에 며칠이 안 된다고 한다. 이윽고 배가 섬에 닿고, 섬에 올라 바라히 사원을 둘러본다. 많은 신도들이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바라히 사원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신도들

섬에서 본 아름다운 꽃

 

다시 보트를 타고, 섬 주위를 한 바퀴 돈 후, 피쉬테일 롯지 방향으로 배를 저어가며 호숫가의 풍광을 즐긴다. 이윽고 보트는 롯지에서 가까운 작은 선착장에 우리들을 내려준다. 보트에서 내린 우리들은 뱃사공이 알려준 티벳 식당을 찾아 들어선다. 포카라에서 수제비와 국수를 가장 맛있게 하는 집이라고 한다. 락시를 반주로 티벳식 수제비와 국수를 즐긴다.

섬을 한바퀴 돌고 남쪽으로 향한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호숫가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꼬마들 한 떼가 왁자지껄 떠들며 모여든다. 휴일이라 호숫가에 모여서 축구를 하다, 호숫가에 앉아 있는 외국인을 보고 호기심이 나서 다가온 모양이다. 어디서 왔느냐?"  코리안이라고 하니, 노스냐, 사우스냐를 캐묻고, 언제 와서 어디어디를 다녔느냐는 등 궁금한 것이 많기도 하다. 영어를 곧잘 한다. 어디서 배웠냐니까, 학교에서 배웠다며, 매일 영어 수업시간이 있다고 한다.

휴식을 취한 호숫가

궁금한 것이 많은 유쾌한 꼬마들

 

3시 비행기에 탑승한다. 활주로 사정 때문인지 이륙이 늦어진다. 3시 20분 경에 이륙한 경비행기는 4시 경에 카트만두에 도착하여, 더바르 마르가(Durbar Marga)에 있는 로얄 신기호텔(Royal Singi Hotel)에 체크인을 한다. 저녁식사는 카트만두 경찰청 맞은편에 있는 ‘원잘라 모스크바 레스토랑(Tunjala Moskva Restaurant)에 예약을 했다고 한다.

로얄 신기호텔

 

네와르족의 음식이 한국음식과 가장 많이 비슷하다고 한다. 음식 대부분이 매콤한 맛이 나며, 향료를 사용하지 않고, 마늘이나 생강으로 맛을 낸다. 원잘라 모스크바 레스토랑은 야외에서 네와르 전통춤과 함께 네와르식 전통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호텔에서 샤워를 하고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6시 30분, 식사를 하러 출발한다.

예약석

네와르 전통무용

 

음식은 세트 메뉴다. 채식주의자(Vegetarian) 메뉴와 비 채식주의자(Non-Vegetarian) 메뉴가 다른데 우리들은 비 채식주의자 메뉴를 주문한다. 6가지 전채가 하나씩 차례로 나온다. 이들을 안주로 30~40도의 럭시를 마신다. 작은 놋쇠 잔이지만 잔을 비우면, 바로 바로 채워준다. 무한 리필인 셈이다. 대표적인 전채 몇 가지만 소개한다.

무샤, 팔루 와라, 락시 잔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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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샤, 팔루 와라(Mushya, Palu Wala) : 야채유에 콩을 생강과 마늘과 함께 볶은 것. 술안주로 좋다.
- 루(Woh) ; 녹두를 갈아선 부친 팬 케익, 우리나라 빈대떡과 같다.

 

전채 뒤를 이어 메인이 나온다. 달밧인데 딸려 나오는 커리와 사이드 디쉬가 다양하다. 아래사진의 맨 오른쪽이 닭고기 카레인 카야 라(Khaya La)다. 생강을 많이 넣고 조리한 뼈를 뺀 닭고기다. 결혼식 피로연 음식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메인 디쉬

 

후식으로 과일과 꿀을 넣은 요그르트가 나온다. 식대는 1인당 1,000루피에, 봉사료 10% 그리고 13% VAT가 더해져 1,243루피(약 16불)다. 보통 저녁 식대의 2~3배가 되니 비싼 편이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이런 훌륭한 식사를 할 수 있게 해준 옹추 셀파에게 감사한다.

 


(2012.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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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테일 롯지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인도에서 생산한 현대 차다.

 

2012년 4월 1일(일)
안나푸르나 생츄어리 트레킹 마지막 날이다. 지누단다(Jinu Danda)를 출발하여 뉴 브리지(New Bridge), 큐미(Kyumi), 샤우리 바자르(Syauli Bazar), 비레탄티(Birethanti)를 거쳐 나야 풀(Naya Pul)로 하산 한 후, 승용자로 포카라로 이동하여 숙박 한다. 오늘코스와 안나푸르나 일대의 트레킹코스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타다파니(Tadapani) 마을에서 찍은 개념도 2매를 첨부한다.

오늘 코스 : 지누에서 나야 풀

 

푼힐지역, 안나푸르나 생츄어리 트레킹 코스

 

오늘은 이동거리가 길어 평소보다 15분 빠른, 7시 45분에 롯지를 출발하여 큠룽코라(Kyumrung Khola)를 향해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며, 건너편의 계단식 밭을 카메라에 담는다. 7시 54분, 큠룽 강을 건너고,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사면 길로 들어서서 모디코라를 왼쪽으로 굽어보며, 아침산책을 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큠롱코라 계곡

 

 

강 건너 마을과 계단식 밭, 그리고 가야할 길


강을 건너고

 

사면 길을 걷는다.

 

사면 길을 걸으며, 왼쪽 계곡건너로 보이는 지누단다 마을과 그 뒤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히운출리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8시 40분 경, 뉴 브리지의 무디코라 게스트하우스를 지나며, 저 아래 강에 걸린 현수교를 카메라에 담는다. 저 강을 건너면 란두룩(Landruk)을 거쳐 페디(Phedi)로 하산하게 된다.

건너편의 지누단다 마을과 안나 사우스 그리고 히운추리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뉴 브리지의 무디코라 게스트하우스

 

무디코라에 걸린 긴 현수교

 

우리는 강을 건너지 않고 계속 사면 길을 걷는다. 9시 15분, 작은 도랑을 건너고, 16분 후, 큐미, 사우리 바자르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10시경 큐미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그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었던 네 명의 한국인 트레커들과 작별을 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모디코라를 건너 페디로 내려간다고 한다.

도랑을 건너고

 

이정표


고도가 낮아지며 길가에 집들이 늘어나고, 왼쪽으로 모디코라가 가깝다. 11시 5분, 시위(Siwi)를 지나고 작은 둔덕을 넘어서니 저 아래에 샤우리 바자르가 내려다보인다. 11시 48분, 넓은 비포장도로 변에 있는 크리우(Kliu) 마을을 지나고, 12시가 조금 넘어 샤우리 바자르에 도착하여 점심을 주문한다. 한 무리의 일본인 시니어 트레커들이 점심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도 MBC, ABC로 간다며, 그쪽의 날씨와 고소병에 관해 많이 묻는다. 롯지 안마당의 이름 모를 꽃들이 탐스럽다.

 가깝게 보이는 모티코라

 

시위를 지나고

샤우리 바자르를 굽어본다

크리우 마을 이정표

 

 

샤우리 바자르 도착

롯지 안마당에 탐스럽게 핀 꽃

 

점심식사를 마치고 샤우리 바자르를 출발한다. 마을에서 벗어나 넓은 비포장도로를 걷는다. 그늘이 없는 땡볕 속이다.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탈바꿈을 해도 여전히 덥다. 그 뿐인가?" 이따금씩 지나가는 찦차나 트럭들이 일으키는 흙먼지가 고약하다. 이런 길을 거의 한 시간 가까이 터덜터덜 걸어내려, 2시 40분 경, 모디코라를 건너 비레탄티에 도착한다. 

비포장도로변에서 귤 몇 알을 놓고 좌판을 벌린 노점상


 

모디코라를 건너 비레탐티로

 

가이드 파상이 안내하는 상점을 들어서서 우선 시원한 맥주로 갈증과 더위를 해소하고, 2시 55분, TIMS 체크포스트에서 퍼밋체크를 받은 후, 도로를 따라 내려, 나야풀로 향한다. 3시 30분 경, 나야플에 도착하여, 포터와 쿡과 작별을 하고, 가이드와 함께 승용차로 포카라로 향한다.

퍼밋체크

 

4시 50분 경, 포카라 피시테일 롯지(Fish Tail Lodge)에 도착하여 배로 호수를 건너, 배정받은 숙소에서 여장을 푼다. 피시테일 롯지는 페와 호수 안에 있는, 1급 호텔보다 훨씬 더, 멋진 곳이다. 비용은 상관하지 않고, 이처럼 멋진 숙소를 잡아 준 옹추 셀퍼에게 감사한다. 두 번째의 만남이라 고객이라기보다는 친구로 대접하는 모양이다.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한다.

배로 페와 호수를 건너고

 

 

아름다운 숙소에 도착한다.

 

6시 30분, 저녁식사를 하러 롯지를 나선다. 오늘 메뉴는 ‘서울 뚝배기’의 삼겹살이라고 한다. 롯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걸어서 이동한다. 호숫가 도로변에는 기념품 상점, 등산 장비점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 넓은 정원을 갖춘 서울 뚝배기 집이 자리를 잡고 있다.

호숫가 상점가

서울 뚝배기

 

서울출신 김이근 씨가 8년 전에 네팔로 들어와서 시작한 한국식당이라고 한다. 넓은 정원에 띄엄띄엄 마련된 식탁에는 의외로 한국사람들 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아 보인다. 삼겹살을 주문하자, 김 사장은 한국의 멧돼지 맛과 비슷할 것이라고 은근히 자랑을 한다. 아쉽게도 락시도 창도 없어, 맥주를 주문한다. 김 사장 말대로 삼겹살 맛이 일품이다. 1인분을 더 추가하고, 된장국에 밥으로 식사를 한다. 그 동안의 파상의 노고를 위로하고, 좋은 숙소를 잡아 준 옹추 셀파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오늘 저녁은 내가 쏘기로 한다. 세 사람이 포식을 했는데도, 맥주 값까지 포함한, 식대가 모구 1,700루피다. $20이 채 안 되는 금액이다.



(2012.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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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체마을

 

2012년 3월 31일(토)
오늘은 뱀부(Bamboo, 2310)를 출발하여 쿨디가르(Kuldhigar, 2540), 시누와(Sinuwa,2360), 촘롱(Chhomrong, 2170), 타우룽(Taurung, 2150)을 거쳐 노천온천이 있는 지누단다(Jhinu Danda, 1780)까지 하산한다. 트레킹 거리는 약 12Km다.

오늘의 코스

 

고도가 낮아지니 역시 잠자리가 편하다. 숨이 가빠 잠이 깨는 일도 없어지고, 화장실 출입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5시경에 일어나 스트레칭 후, 짐 정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다. 하지만 깊은 계곡이라 해 뜨는 것이 늦은데다, 오른 아침은 구름마저 끼어 볼거리가 없다. 아침 식사 후, 8시 정각에 롯지를 출발하고 굴디가르를 지나서야, 구름이 다소 걷히는지, 왼쪽 절벽 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내려 비치고, 깊은 계곡 사이로 희미하게 보이는 마푸차레가 더욱 신비롭다.

왼쪽 절벽 사이로 내려 비치는 한 줄기 햇살이

 

뱀부와 시누와는 고도차이가 거의 없다. 왼쪽으로 흐르는 모디콜라를 따라 사면길이 가볍게 오르내리는 정도다. 9시가 가까워지며 계곡에도 햇살이 퍼지고, 해묵은 고목 랄리구라스에 점점이 매달려 있는 꽃들이 더욱 더 선명하게 붉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정경이다.

고목에 핀 꽃

 

9시 30분 경, 시누와에 도착하여 올라갈 때 묵었던 시누와 게스트하우스로 들어선다. 자칭 네팔의 미녀들이라고 하던 아가씨 두 명이 반갑게 달려 나와 환영을 하는 바람에 자리를 잡고 앉아, 레몬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한다. 롯지들 간에 경쟁이 심한 지, 롯지에서 일하는 아가씨들이 모두 미인에다 성격도 밝고 적극적이다.

 

시누와에서 촘롱코라까지는 거리 약 2Km에, 고도 차이는 500m가 넘는다. 촘롱코라 계곡 건너편의 계단식 밭을 계속 바라보며 내려선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강인하게 살아가는 네팔 농민들 고단한 삶이 피부로 느껴진다. 10시 30분 경, 틸체(Tilche)지나고, 내리막길은 더욱 가팔라진다.

틸체 롯지

 

건너편의 촘롱마을

 

초우따라를 지난다. 힘들여 오르막길을 오르다 쉬고 있는 한국의 젊은 아가씨 두 명을 만난다. 역시 포터 한명만을 동반하고 있다. 오늘이 트레킹을 시작한 지 꼭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그동안 한국 사람들을 네 차례 만났는데 그중 세 차례가 포터만을 대동하고 자유롭게 다니는 젊은 여성들이고, 다른 하나는 여행사를 따라온 중년의 남성 팀이다. 우리나라에서 요즈음은 여성들이 더 적극적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포터만을 데리고 트레킹을 즐기는 멋쟁이 한국 아가씨들

 

10시 50분 경, 촘롱코라를 건너 지그재그로 가파르게 이어지는 돌계단 길을 천천히 올라, 마을입구로 들어선다. 날카로운 뿔을 가진 황소 3마리가 길을 막고 있다. 감히 사이를 비집고 통과할 생각을 못하고 멈춰 서자, 황소들이 슬그머니 길을 비켜준다. 생긴 것과는 달리 무척 양순하다. 농가를 지난다. 집들이 겨우 비바람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빈약해 보인다.

총롱코라를 건너고

 

길을 막고 있던 황소들이 슬그머니 길가로 비켜준다.

 

농가

 

위로 올라갈수록 돌로 단단하게 지은 규모가 큰 집들이 나타나고, 쇼핑센터, 게스트하우스 간판들이 보인다. 12시가 조금 넘어, 지난번 점심식사를 했던 인터내셔날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여, 캔 맥주와 점심을 주문한다. 한 시간 정도 여유 있게 점심식사를 즐기고, 다시 길을 떠난다. 고개마루턱 롯지 앞에서 편한 자세로 쉬고 있는 유럽 트레커들과 인사를 나눈다.

쇼핑센터

 

산꼭대기로 오를수록 건물규모가 커진다.

 

여유 있게 트레킹을 즐기는 유럽인들

 

1시 22분, 지누단다 갈림길인 Heaven View Lodge 앞에 이른다. 직진 길은 지난번에 지나왔던 굴정으로 가는 길이고, 지누단다는 촘롱코라와 나란히 이어지는 왼쪽 사면길이다. 왼쪽 길로 들어서서 저 아래 촘롱코라를 굽어보며 사면 길을 걷는다. 1시 36분, 보리가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계단식 밭 사잇길을 지난다.

지누단다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지누단다 가는 길


보리가 익어가는 계단식 밭 사잇길

 

저 아래로 지누단다가 내려다보이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걸음을 재촉하여, 2시 6분, 지누단다에 내려서서 숙소를 잡는다. 3시가 넘어 비가 그치자 일행과 함께 노천온천을 찾는다. 3시 30분, 모디코라 강변에 있는 온천으로 내려선다. 상하 두 곳에 온천장이 마련되어 있어, 위가 남탕, 아래가 여탕이라고 하지만, 수온에 차이가 있어서인지,(위가 33도 정도, 아래가 조금 더 뜨겁다고 한다.) 실제로는 구분 없이 남녀 혼탕으로 즐긴다.

지누단다 도착

 

노천온천

 

1시간 가까이 온천욕을 즐기고, 롯지로 향하다. 모디코라 계곡을 올려다보니 낮 익은 히운출리가 계곡 끝 황혼 속에 비스듬이 누워있다. 온천 때문인지 지누단다는 트레커들로 붐빈다. 분위기에 휩쓸려 저녁식사를 마치고 별로 살 것은 없지만, 기념품 상점들을 기웃거려본다.

계곡 끝의 히운출리

 

8시가 가까운 시각에도 트레커들로 붐비는 지누단다.

 

8시 30분이 넘어 숙소로 돌아와, 모디코라 강변에서의 마지막 밤, 잠자리에 든다.



(2012.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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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콜라 대협곡

 

2012년 3월 30일(목)
어제는 날씨가 흐려 해질 무렵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주변의 멋진 풍광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오늘은 해가 뜨기 전에 베이스캠프로 올라가 그 주변의 장대한 풍광을 한껏 즐긴다. 이어 MBC로 내려오면서, 동심으로 돌아가, 히말라야의 설원을 누빈 후, 데우랄리, 히말라야, 도반을 거쳐 뱀부까지 하산한다. 거리는 약 18 Km이다.

오늘의 코스

 

어제 다이아막스 반 알을 복용한 덕에 개운한 머리로 잠이 들지만, 호흡곤란과 잦은 화장실 출입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5시 경에 일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일행과 함께 안나푸르나 사우스 베이스캠프로 향한다. 새벽이라 날씨가 차, 털모자에 윈드 재킷으로 무장을 하고, 고글을 지참한다.

여명 속의 안나푸르나 사우스

 

이윽고 해가 뜨자, 산봉우리 위가 밝아지기 시작한다. 6시 20분 경, 이태리 산악인 CESAR PEYRE의 위령탑을 지난다. 6년 전인 2006년에 조난을 당해 사망한 모양이다. 당시 나이 26세. 경건한 자세로 옷깃을 여민 후, 빙하가 내려다보이는 둔덕으로 오른다. 안나푸르나 사우스 왼쪽 계곡과 바라추리(Bharha Chuli, 7647m) 오른쪽을 깎아내린 엄청난 자연의 위력 앞에서 할 말을 잃는다.

해가 뜨며 산위가 밝아지고

 

위령탑

 

묘비와 사진

 

 

빙하흔적 1

 

빙하흔적 2

 

베이스캠프에 서면 북서쪽으로 안나푸르나 1봉(8,091m)이 보이고, 동남쪽으로 마차푸차레가 날카롭게 솟아 있다. 롯지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하고 8시에 하산을 시작하여 찬란하게 아침 햇살이 비치는 눈밭을 내려선다. 길이 따로 없다. 한동안 동심으로 돌아가 발자국이 없는 곳을 골라 이리저리 눈밭을 헤쳐 내린다.

안나푸르나 1봉(중앙)

마차푸차레

 

롯지를 출발하여 하산을 시작한다.

 

한동안 내려서다 뒤를 돌아보면 파란 하늘 아래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당당하고, 오른쪽으로는 히운출레 북벽이 남쪽에서 본 모습과는 달리 날카로운 모습을 하고 우뚝 서있다. 그런가 하면 동남쪽, 마차푸차레 왼쪽으로 안나푸르나 3봉(7556m)과 강가푸르나(Gangapurna, 7455m)가 험상궂은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뒤돌아 본 안나푸르나 사우스

날카로운 모습의 히운추리 북벽

안나푸르나 3봉과 강가프르나

 

9시 15분 경, MBC를 지나며, 롯지 뒤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3봉 하단의 단아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10시 10분 경, 강을 따라 협곡으로 내려서서 강을 건너며, 지나온 계곡과 눈사태지역을 카메라에 담는다. 11시 20분 경, 데우랄라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주문하고 편한 자세로 오른쪽 절벽에 걸린 쌍폭포를 바라본다.

안나푸르나 3봉 하단

 

협곡으로 들어서고

 

뒤돌아 본 계곡

 

눈사태지역

 

절벽에 걸린 쌍폭

 

1시 17분, 히말라야 호텔을 통과하고, 트레커들의 안전을 위해 인부 서너 명이 산사태지역의 눈을 고르고 있는 작업장을 지난다. 이어 정글 같은 숲을 통과한 후 강을 따라 내린다. 2시 35분 경, 도반에 도착하여 레몬차를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다시 강가를 따라 내린다. 낮 익은 외나무다리로 강을 건너고, 대나무 숲길을 통과한 후, 한동안 가파른 돌계단 길을 오르면 오늘의 목적지 뱀부다.

히말라야 호텔

 

눈사태지역의 보수

 

뱀부도착

 

4시경 뱀부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샤워부터 한 후, 럭시를 주문한다. 오늘 저녁은 죽이다. 동반자가 속이 좋지 않다고 해서 요리사가 솜씨를 부려 끊인 죽이 별미다. 피자와 무스탕 커피를 겯들이니, 나무랄 데가 없는 저녁식사가 된다.



(2012. 5. 1.)





영락 at 05/20/2012 04:47 pm comment

ABC를 무사히 등정하시고, 안나 1봉도 보시고 축하드립니다.내가 갔을 때에는 안나 1봉의 정상은 보여주지를 않드군요.날씨는 쾌청하고 시계도 좋았는데 정상부근에 눈바람과 구름이 오락가락했거든요.잘보고갑니다.

우림 at 05/20/2012 08:19 pm reply

안나푸르나 사우스 빙하지역!자연의 위력이 무시무시하더군요..모처럼 히말라라야으 설원을 즐겼지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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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C 가는 길, 회색빛 하늘과 땅 사이로 앞선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고

 

2012년 3월 29일(목)
오늘은 데우랄리를 출발하여, MBC(3,686m)를 지나, ABC(4130m)에 도착하여 숙박한다. 거리는 약 7Km다. 안나푸르나 지역 트레킹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성스러운 곳으로 고도도 가장 높다. 방대한 설원을 지나 ABC에 도착하면 거대한 빙하흔적과 눈앞의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가히 압권이다.

오늘의 코스

 

데우랄리의 고도는 3,200m다. 그 동안 꾸준히 고도를 높여 온 덕에, 고도적응이 되어, 머리가 아프고, 식욕이 없으며, 현기증이 나고,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 지는 등의 고산병 증세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는 동안에 숨이 가빠 잠이 깨고. 거의 한 시간에 한 번씩 소변을 보러 화장실을 가야하기 때문에 어제 밤은 제대로 이루지 잠을 못한다.

산병 증세와 대응법

 

5시 40분 경 자리를 박차고 밖으로 나온다. 여명 속에 건너편 압봉의 윤곽이 뚜렷하지만 롯지의 전등불 빛이 아직도 밝게 빛을 발하고 있다. 6시가 넘어 해가 뜰 때인데도, 이 깊은 골짜기에 햇살이 비치려면, 아직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겠다. 다시 잠자리로 들어가 스트레칭을 한다. 출발준비를 하는 8시가 가까워서야, 건너편의 암봉이 비로소 햇살 속에 밝은 모습을 보인다.

출발 준비를 하면서 본 건너편 암봉

 

아침식사를 하고 8시 정각, 롯지를 출발한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여 털모자를 쓰고 보온 재킷으로 중무장을 한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도도히 흐르는 모디코라 뒤로 만년설이 보이기 시작한다. 8시 10분, 강을 건너고, 이어 거대한 눈사태지역으로 들어선다. 눈사태 위험지역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눈사태지역을 지나 다시 강가로 내려서자 저 멀리 안나푸르나 3봉(7,555m)이 뚜렷이 모습을 보인다.

모디코라와 그 뒤로 멀리 보이는 만년설

강을 건너고

 

 

눈사태 위험지역을 알리는 팻말

 

 

눈사태 지역을 건너고

 

 


뚜렷이 모습을 보이는 안나푸르나 3봉

 

골짜기를 벗어나 한동안 눈 덮인 사면 길을 조심조심 걷는다. 자칫 미끄러지면 오른쪽 골짜기로 떨어져 크게 다칠 우려가 있다. 아이젠을 하면 좋았을 걸...도중에 미끄러운 곳에서 배낭을 벗어 놓고, 아이젠을 찾아 신는 것도 여의치 않다. 스틱으로 몸의 균형을 잡으며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뒤돌아 본 눈 덮인 사면 길

 

다시 강가로 내려서서, 골짜기 사이로 안나푸르 3봉과 그 앞의 간다와 출리(Gandhawa Chuli, 6248m)로 짐작되는 암봉을 당겨 찍는다. 강을 따라 바위 절벽 사이로 길이 이어지고, 또 다시 눈사태지역을 건넌다. 혜초의 안내로 처음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선 젊은이들을 만난다. 눈사태 잔재를 보고 무척 신기해한다.

당겨 찍은 안나푸르나 3봉

절벽 사이로 강을 따라 길이 열리고

또 다시 눈사태 지역을 만난다.

 

눈사태지역을 건너며 즐거워하는 젊은이들

 

어제 밤 데우랄리에는 비가 왔었는데, 이 일대에는 눈이 내린 모양이다. 눈사태지역을 지났는데도 계곡이 눈에 덮였다. 10시 38분, 저 앞에 마차푸차레 베이스 캠프 롯지가 보이고 그 뒤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하늘이 펼쳐져 있다. 히말라야 산신이 우리들을 환영하는 모양이다.

MBC에 접근한다.

 

눈길을 헤치며 절벽 사이의 협곡을 오른다. 암벽 밑을 지나는 외국인 트레커들의 모습이 몹시 작아 보인다. 뒤를 돌아보면 지나온 협곡이 마치 지옥으로 통하는 입구처럼 끔찍하게 느껴진다. 잠시 너른 설원을 지난다. 오른쪽으로는 역광 속의 마차푸차레가 이제까지와는 달리 무척 날카로운 모습이고, 왼쪽으로는, 보라!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그 옆의 히운출레는 구름을 이고 있지 않은가?" 11시 30분 경, MBC 롯지에 도착하여 점심을 주문한다. 

암벽 밑을 지나는 외국이 트레커들이 왜소하게 보인다.

 

지나온 협곡

 

오른쪽으로 마차푸차레가 날카롭고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그 왼쪽에 구름을 이고 있는 히운출레

 

눈 녹은 물이 추녀를 타고 뚝뚝 떨어진다. 추녀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주위의 대단한 풍광을 넋 놓고 망연히 바라본다. 한 시간 동안 점심식사와 휴식을 즐기고 12시 33분, 롯지를 뒤로하고 ABC로 향한다.

지나온 협곡

 

 

롯지 뒤 암봉

 

 

히운출리

 

뒤돌아 본 MBC 롯지

 

드넓은 설원을 천천히 걸어 오른다. 히말라야의 설원을 걷다니, 꿈만 같다. 2009년 가을, 쿰부히말 트레킹 때는 더 높이 올랐음에도 만년설 외에는 눈 구경도 하지 못해 못내 아쉬웠었는데, 오늘에야 그 아쉬움을 털어 버릴 수 있게 되어 반갑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모양이다.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날씨가 흐려지며, 골짜기로 운무가 내리가 시작하더니, 금방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너른 설원을 꿈을 꾸듯 걷는다.

 

 

골짜기로 운무가 내리더니

 

이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1시 30분 경 ABC 1시간을 알리는 돌 표지를 지난다. 운무가 점점 짙어진다.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과 앞선 사람들의 뒷모습이 회색빛 하늘과 땅 사이에 아련히 떠 있다. 2시 30분, 2009년 ABC Cleaning 캠페인 팻말이 잇는 ABC 경내로 들어서고, 2분 후, 롯지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돌표지를 지나고

 

 

ABC 경내로 들어서고

 

이곳에는 샤워시설이 없다. 손발을 씻고, 불기를 찾아 다이닝 룸으로 들어서지만, 이른 시간이라 다이닝 룸도 썰렁하다. 더운 락시를 한잔 주문하고 싶지만, 히말라야 산신에게 불경죄를 짓는 느낌이 들어, 오늘 하루는 자제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다이닝 룸을 나와 롯지 주변을 어슬렁대 보지만 보이는 것은 눈과 운무뿐이다.

롯지 주변은 온통 눈과 운무뿐이다.

 

저녁식사 후 머리가 다소 띵해지는 느낌이라, 다이아막스 반 알을 복용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201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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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고 깊은 모디코라 계곡, 눈사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2012년 3월 28일(수) ; 엿새째(시누와-다우렐리)
새벽 5시 20분경에 일어나 잠자리에서 약 30분 동안 스트레칭을 하여 몸을 풀고 밖으로 나온다. 어제 오후에는 운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마차푸차레가 여명 속에서 뚜렷한 윤곽을 보인다. 6시가 지나자, 해가 뜨는 모양이다. 새벽노을 속에 안나푸르나 3봉(7,556m), 간달바 출리(Gandharva Chuli,6,249m) 그리고 마차푸차레가 장엄한 모습을 보여준다. 안나푸르나 생츄어리로 들어 선 것이다.

좌로부터 안나푸르나 3봉, 간달바 출리, 그리고 마차푸차레

 

오늘은 시누아(Sinuwa, 2,360)-쿨디가르(Kuldhigar, 2480)-뱀부(Bamboo, 2335)-도반(Dobhan,2560)-히말라야(Himalaya,2844)-데우랄리(Deulali,3230m)까지 15.5km를 걷는다. 식사를 마치고 평소보다 15분 일찍 출발한다. 870m의 고도차이, 15Km가 넘는 거리가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의 코스

 

오른쪽 계곡의 우렁찬 모디코라 강물 소리를 들으며 랄리구라스 붉은 꽃잎들이 점점이 떨어져 있는 숲길을 산책하듯 천천히 걷는다. 맑게 개인 날씨, 나뭇잎 사이로 비쳐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찬란하다.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며 굴디가르에 접근하자 마차푸차레가 장엄한 모습을 보인다.

아침 햇살 속에 장엄한 모습을 보이는 마차푸차레

 

8시 50분 경, 굴디가르를 통과고, 뱀부를 향해 긴 돌계단 길을 내려선다. 한 무리의 트래커들이 힘겹게 돌계단을 오르고 있다. 가까이 보니 동양인이다. 일본인들 같으면, ‘오하이이오’, 중국인 같아 보이면, ‘니 하오.’라고 인사를 해주면 반가워한다. 이번은 중국 사람들이라, ‘니 하오’라고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헤어진다.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 중에서 중국 사람들을 제일 많이 만난다.

돌계단 길에서 만난 중국인, 많이 세련된 모습이다.

 

9시 10분 경, 뱀부에 도착하여 레몬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게스트 하우스 벽에 걸려있는 안내판에는 앞으로 데우랄리까지는 4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지명이 뱀부라서 그런지, 대나무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저 앞에 포터도, 가이드도 없이 혼자서 커다란 배낭를 지고 걷는 영국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타다파니에서 부터 줄곧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어온 양반이다. 새 다리를 하고 있어 많이 걷지 못할 것 같은데, 포터도 없이 짐을 지고 걷는 것을 보면, 그 기백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가이드에, 포터에, 요리사까지 대동했으니 너무나 호사스럽다.

새 다리 영국인 트레커

 

10시 4분, 외나무다리로 모디코라를 건넌다. 강바닥까지 내려선 것이다. 깊고도 깊은 계곡이다. 왼쪽 절벽에는 폭포수가 걸려 있고, 오른쪽 절벽 뒤, 구름사이에는 물속으로 처박히는 물고기의 꼬리가 허공에 떠 있다. 10시 40분 경, 도반에 도착하여 이른 점심을 주문한다.

외나무다리로 모디코라를 건너고

 

왼쪽 절벽에 걸린 폭포

 

허공에 떠 있는 물고기 꼬리

 

도반

 

약 1시간 정도 느긋한 점심을 즐기고 다시 강변을 따라 걷는다. 왼쪽 절벽에 걸린 폭포가 더욱 가깝게 보인다. 이윽고 길이 변해, 정글 같은 울창한 숲길로 들어서고, 정글을 벗어나자, 모디코라가 내려다보이는 나지막한 사면 길로 들어선다. 저 앞에 히말라야 마을이 작게 보인다. 1시 35분 경, 눈사태지역을 건너고, 이어 히말라야 마을을 통과한다. 안내문에는 히말아야에서 데우랄리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고 되어있다.

정글 같은 숲길

 

 

눈사태 지역

 

히말라야

 

계곡이 점점 깊어진다. 오른쪽으로 칼날 암봉들이 열병식을 하고 있다. 절벽 사이를 걷는 기분이다. 오후로 접어들자, 항상 그렇듯,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하여, 어둑해진 계곡이 더욱 유연(幽然)하다. 또 다시 넓은 눈사태지역을 건너 힌구동굴(3,170m)에 이르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우박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른쪽 암봉들의 열병식

힌구동굴로 들어서고

 

때 아닌 우박

 

힌구동굴에서 방수복을 꺼내 입고 배낭커버를 씌운다. 저 앞에 데울라리의 롯지들이 보인다. 파상이 방을 잡겠다며 앞서 나간다. 3시 13분, 다시 너른 눈사태지역을 건너고, 좌우로 용립한 암봉들에 압도되어, 우박이 내린 길을 조심조심 걷는다. 방을 잡은 파상이 마주오더니 고생했다며 배낭을 받아준다. 3시 40분 경, 샹그리라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다.

저 앞에 데울라리가 보인다.

 

너른 눈사태지역을 건너고

 

 

오른쪽의 암봉들

왼쪽 절벽

 

 

 내 배낭을 메고 앞장 선 파상

 

이곳에는 샤워시설도 없고, 화장실에도 양변기는 없다. 기온이 급격히 내려 춥게 느껴진다. 수돗간에서 대강 손발을 닦고, 다이닝 룸으로 이동하여 따듯한 락시를 주문한다. 저녁식사 후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머리가 아프지는 않지만, 호흡이 가빠 잠이 깨고,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다 보니 잠을 설친다.

 


(201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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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처럼 이어지는 산허리길

 

2012년 3월 27일(화) 닷새째(타다피나-시누와)
오늘은 조망이 좋은 타다파니(Tadapani, 2590)에서 일출을 즐기고 출레(Chuile,2309)를 거쳐 킴롱 코라(Kimrong Khola,1867)까지 내려섰다, 타우룽(Taurung, 2180)을 거쳐 촘롱(Chhomrong, 2200)에 오르고, 촘롱 코라(1830)를 건넌 후 산허리를 타고 시누와(Sinuwa, 2360)에 도착하여 숙박한다. 총 거리 15,5Km

 오늘의 코스

 

타다파니를 벗어나면 만년설을 이고 있는 장엄한 히말라야의 모습은 사라지고, 킴롱 강과 촘롱 강 양안(兩岸)의 가파른 사면에 만든 층계논과 작은 마을들을 지나면서 네팔인들의 고달픈 삶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촘롱을 지나면 푼힐지역은 끝나고, 안나푸르나 생츄어리로 접어들게 된다.

 

5시 30분경에 기상하여 카메라를 들고 마을 전망대로 나간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해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윽고 여명 속에서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모습을 보이고, 6시 19분, 마차푸차레 오른쪽에서 햇님이 얼굴을 내민다.

여명 속의 마차푸차레

 

안나푸르나 사우스와 히운출리

 

타다파니에서 본 일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맥주파트너와 그녀 애인의 전송을 받으며, 8시 정각 출레를 향해 출발하여, 랄리구라스 정글 속으로 들어선다. 맑은 날씨, 쾌적한 아침산책이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사우스가 그림 같고, 깊은 숲속 내리막길에서 만난 고사목 조각상에서 천년세월이 느껴진다.

랄리구라스 정글


 

하늘을 가린 랄리구라스

고사목이 남긴 조각상

 

8시 50분 경 출레에 도착하여, 마운틴 디스커버리 롯지의 넓은 마당에 선다. 까마득한 저 아래로 킴롱 강이 흐르고, 건너편 대안 절벽 위로 주름처럼 펼쳐진 계단식 밭에는 누렇게 보리가 익고 있다. 가파른 내리막을 이리구불 저리구불 감돌아 내려서서, 농가와 계단식 밭을 지난다.

출레, 마운틴 디스커버리 롯지


 

까마득한 킴롱강 계곡,

 

건너편 대안의 계단식 밭

 

가파른 사면에 터를 닦고 자리 잡은 농가


 

보리가 익어가는 계단식 밭

 

가이드 파상에게 네팔의 주산업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농업이라고 한다. 인구의 70%이상이 농업에 종사하나, 그 중 80%가 소작농인데, 요즘 젊은이들은 농사를 짓기보다, 도시나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가기 때문에 버려진 농경지가 자꾸 늘어난다고 걱정을 한다. 9시 37분경 시프롱(Siprong)을 지나고, 이어 킴롱 강가에 내려선다.

킴롱 강에 걸린 현수교


 

킴롱 강

 

강을 건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출레에서 킴롱 강까지 내려온 지나온 길이 한눈에 보인다. 10시 10분 경, 굴정(Ghurjung, 2030)에 도착하여 레몬차를 마시며 잠시 쉰다. 굴정에 계시된 안내판을 보면 시누와까지는 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날씨가 더워 반바지 반소매 차림으로 옷을 바꿔 입고 촘롱을 향한다.

지나온 길


 

굴정 안내판


어제 새벽은 겨울


 

 오늘 낮은 한여름

굴정을 출발하여 산허리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약 1시간 쯤 걸어, 11시 40분 경, 고개마루턱에 있는 힐탑(Hill Top) 찻집에 이른다. 촘롱과 ABC 방향을 알리는 멋진 이정표가 있는 이곳에서 한국여성을 만난다. 포터 하나만 데리고 혼자 트레킹에 나선 예쁜 아가씨다. 영어가 되고, 인터넷에서 충분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신세대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포터들 중에는 젊은 여성들에게 치근대는 녀석들도 있다고 하자, 아가씨는 환하게 웃으며, 태권도 품세를 취해 보인다. 대견한 아가씨다.

 산허리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르고

 

힐탑 찻집 앞 이정표

 

촘롱 가는 길이 산허리를 타고 실처럼 이어지고 그 위를 걷는 트레커들이 점점이 보인다. 오른쪽은 까마득한 계곡이다. 차마고도가 따로 없겠다. 이게 차마고도다. 길이 오르막으로 변하면서 촘롱이 가까위 지고, 계단식 밭과 집들이 다가온다. 12시 20분 경 촘롱에 도착하고, 이어 점심식사를 하러 인터내셔널 게스트 하우스로 들어선다. 들어서자마자 바로 캔 맥주가 있느냐고 묻는다. 다행이 있다는 대답이다. 제일 시원한 것 하나를 빨리 달라고 독촉을 한다.

촘롱에 도착

 

캔 맥주가 있는 인터내셔날 게스트 하우스

 

식사를 주문하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쉬고 있자니 히말라야가 온통 내 것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인 집 할머니와 아이들 사진도 찍어주는 등 느긋한 점심을 즐기고 촘롬코라를 향해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촘롱은 제법 큰 마을이다. 이제부터는 안나푸르나 생츄어리지역이다. 내리막길에서 모디코라가 흐르는 계곡을 바라본다. 날씨가 좋으면 저 깊게 파인 V자 계곡 안쪽의 만년설이 보일 터인데 지금은 운무뿐이다.

주인집 할머니


 

모디코라 계곡

 

2시 30분, 촘롱코라를 건너고 시누와로 오르면서 뒤돌아 지나온 촘롱을 바라본다. 4시경 시누와 게스트 하우스에서 여장을 푼다. 사워를 하고, 락시(Raksi)를 마신다. 락시의 맛은 집집마다 다 다르다. 이집 것은 알콜 도수가30% 정도인데 따근하게 데웠다. 맛이 훌륭하다. 아마도 락시가 없었다면 이번 히말라야 트레킹의 재미가 반감됐을 지도 모르겠다.

촘롱 강을 건너고

 

시누와 게스트 하우스

 

오늘 저녁은 백숙이다. 무스탕 커피(락시+커피)를 마시며 백숙을 즐긴다. 하루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기분이다.


(2012.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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