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울라기리 1봉(8,172m)의 위용
2012년 3월 26일(월)-넷째 날(고라파니-푼힐-타다파니)
오늘은 새벽에 푼힐에 올라 장엄한 히말라야의 일출을 보고 고라파니로 내려와 아침식사를 한다. 이어 웅장한 다울라기리 산군을 바라보며 데우랄리와 반탄티를 거쳐 킴롱코라(Kimrong khola)계곡으로 내려서고, 타다파니에 올라 숙박한다. 타다파니에서는 안나푸르나 사우스, 하운출리, 강가푸르나, 마차푸차레를 막힘없이 조망할 수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밀크 티 한잔을 마시고 털모자, 다운재킷으로 중무장을 한 후, 4시 30분 경, 약 1.5Km 떨어진 푼힐로 향한다. 푼힐의 고도는 3,210m다. 3,000m가 넘고 고레파니와의 고도차가 460m에 달해 고소증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나야풀에서부터 꾸준히 고소적응을 해온 탓에 고소증으로 괴로움을 당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헤드랜턴으로 길을 밝히며 가파른 오르막길을 천천히 오른다. 앞뒤로 듬성듬성 헤드랜턴 불빛이 보일뿐 교교한 어둠속에서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다.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진다. 롯지를 출발한 지 한시간만에 푼힐에 오른다. 전망탑 주위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몰려, 해 뜨기를 기다린다. 아직은 어둠뿐 산의 윤곽도 보이지 않는다.
푼힐정상
5시 40분 경, 동쪽 하늘에 붉은 띠가 드리워지고, 여명 속에서 제일 먼저 마차푸차레(6,997m)가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낸다. 이어 바라하시칼(8,091m), 안나 사우스(7,219m), 히운추리(6,441m)가 웅장한 모습을 보아고 다음으로 다울라기리 연봉들이 윤곽을 들어낸다.
여명 속에 윤곽을 드러낸 마차푸차레
일출 전 안나와 마차푸차레
일출 전 안나 3봉, 왼쪽부터 바라하시칼, 안나푸르나 사우스, 히운추리
6시 17분, 해가 뜬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웅장한 산들이 황금빛을 띠기 시작하고, 세계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환호한다. 6시 25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롯지가 가까워지자, 왼쪽 랄리구라스 뒤로 보이는 다울라기리 연봉들이 우리들에게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일출
일출 후 마차푸차레
일출 후 안나와 마차푸차레
일출 후 안나 3봉
일출 후 다우라기리 연봉
환호하는 사람들
랄리구라스와 다울라기리 연봉들의 만년설
롯지로 내려와 아침식사를 한다. 메뉴는 에그 풀라이 2개와 팬케익, 그리고 샐러드와 마늘수프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롯지의 메뉴가 다양하다. 대분류항목을 살려보면, 차, 차파티(Chapati), 달걀과 오믈렛, 팬케익, 죽, 머슬리(Musley), 감자 빵, 수프, 차우멘(Chowmien), 마카로니, 모모(만두), 스프링 롤(Spring Roll), 파스타, 피자, 그리고 밥과 디저트 등이 있고, 밥은 다시 달밧, 치즈 딸린 달밧, 프레인 라이스, 야채볶음밥, 달걀볶음밥, 감자볶음밥, 믹스드 프라이드 라이스, 등으로 세분 되어, 모든 종류를 합하면 100가지가 훨씬 넘는다. 그뿐인가?" 칼국수와 라면이 있는 곳도 있다. 우리도 이제는 요리사를 대동하는 촌스러운 짓을 그만 둘 때도 된 것 같다.
롯지 메뉴판(일부)
식사를 마치고 약 2.5Km 떨어져 있는 뷰 포인트(View Point -3146m)를 향해 랄리구라스가 아름다운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산길이 오르막으로 이어지며 넓은 공터를 지난다. 공터를 오르는 사람들 뒤로 꽃을 활짝 피운 랄리구라스들이 도열해 있고, 그 너머로 안나푸르나 연봉들이 박무에 가려 신비로움을 더해 준다.
서기가 감도는 울창한 술
전망대를 향해 공터를 지나고
10시경, 운무에 싸인 뷰 포인트(View Point)에 올라 날카로운 안나푸르나 사우스를 가까이 본다. 뷰 포인트를 지나면 울창한 내리막 숲길이다. 숲속에 하얀 원숭이가 보인다. 11시경, 데우랄리에 도착하여 레몬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반탄티로 향한다.
뷰 포인트
뷰 포인트에서 본 안나푸르나 사우스
흰 원숭이를 본 울창한 숲
다우랄리
12시가 조금 넘어 반탄티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한다. 이곳에서 익산에서 온 젊은 부인을 만난다. 잘 생긴 부인이다. 남편은 일 때문에 못 오고, 혼자서 왔다고 한다. 중국 항공을 이용하고, 포터 한사람만 데리고 푼힐과 ABC, MBC를 보러 왔다며, 티벳 빵에 쨈을 발라 맛있게 점심식사를 한다. 티벳 빵은 100루피 정도이니 우리 돈으로는 1,500원 상당액이다. 아직도 차파티에 고추장을 발라먹고, 냄새가 풀풀 나는 새우젓 통을 태연히 들고 다니는 촌놈들이 있어 실망도 하지만, 이처럼 당당하게 세계화된 젊은이를 만나고 보니 자못 기분이 흐뭇해진다.
저 안쪽에 혼자 앉아 있는 익산에서 온 젊은 부인
식사 후 고목과 랄리구라스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숲을 지나, 2시경 킴롱코라(Kimrong Khola)를 건너고, 2시 40분, 이른 시각에 티다파니에 도착하여 히말라야 롯지에 여장을 푼다. 티디파니가 조망 좋은 곳이라고 하지만 오후 들어 흐려진 날씨 때문에 보이는 것은 운무뿐이다. ‘내일은 날씨가 좋아지겠지...’
킹롱코라를 건너고
히말라야 롯지 도착
안나푸르나 생츄어리 개념도
히말라야 롯지에는 샤워시설이 없다. 할 수 없이 수돗가애서 세수를 하고 발을 씻은 후, 다이닝 룸으로 이동한다. 캔 맥주를 주문하지만 없다는 대답이다. 혼자 마시기에는 많지만 할 수 없이 병맥주를 시킨다.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불행하게도 우리 팀에는 술 먹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다이닝 룸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젊고 예쁘고 시원시원하다.
히말라야 롯지의 맥주 파트너
맥주 파트너가 되지 않겠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더니, 맥주잔을 내미니, 웃으며 받아 마신다. 영어도 곧잘 해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맥주를 마신 후, 파트너가 되어주어 고맙다며, 손금을 봐 줄 터이니 오른 손을 보자고하니, 오히려 손을 뒤로 뺀다. 일종의 포츈 텔링이라고 부연 설명하자. 그제야 슬그머니 손을 내준다.
건강한 손이다. 생명선이 뚜렷하고 길며, 운명선도 확실하다. 건강하고 오래 살겠다고 하니, 빙그레 웃는다. 자녀는 2명, 결혼이 늦겠다고 하자, 놀라는 눈치다. 자신의 나이가 27살이라 이미 결혼이 늦었는데, 언제쯤 결혼할 것 같으냐고 묻는다. 애인이 있으니 2년 안에 결혼할 것이라고 대답한다. 아가씨가 환성을 지르며 달려가더니, 잘생긴 총각 한명을 데리고 와 그 친구의 손금도 봐 달라고 한다. 복채로 5불을 내라고 하니, 너무 비싸다며 깎자고 덤빈다. 왁자지껄한 이쪽 분위기에 다이닝 룸 안의 여자들이 모두 손금에 호기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잘못하다가는 알량한 실력이 들통 나겠기에, 손사래를 치며, 오늘의 포츈 텔링은 끝났다고 선언을 한다.
(1012. 4. 24.)
'안나,랑탕 트레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나푸르나 생츄어리(1) : 시누와-다우렐리 (0) | 2012.12.18 |
---|---|
푼힐지구(4) : 타다피나-시누와 (0) | 2012.12.18 |
푼힐지구(2) : 힐레-고라파니 (0) | 2012.12.18 |
푼힐지구(1) : 나야풀로 이동, 트레킹시작 (0) | 2012.12.18 |
카투만두 도착 (0) | 2012.1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