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본 고사인쿤드

 

2012년 4원 11일(수)
오늘은 촐랑파티(3,584m)를 출발하여 라우레비나(3,900m)거쳐 고사인쿤드(4,380m)까지 이동한다. 도상거리 약 5Km. 이구간은 고사인쿤드 트렉의 백미에 해당하는 곳으로,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가네쉬히말과 랑탕리룽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가능한 한 천천히 이동하면서 개개의 산군들을 확인하고 즐기는 것이 포인트다. 하지만 관건은 날씨다.

라우레비나 패스를 지나며 본 가네쉬히말

 

새벽 5시 30분경에 일어나 밖으로 나와 보니, 하늘에는 온통 구름이 가득한 것이 맑은 날씨를 기대하기는 어렵겠다. 다이닝 룸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트레커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8시 경, 롯지 앞에 보이는 뷰포인트로 향한다. 10여분 쯤 지나 정상에 오르지만, 날씨가 흐려 가까운 곳만 볼 수가 있지만 그래도 오른 보람은 충분하다.

뷰 포인트로 오르다 뒤돌아 본 롯지

뷰 포인트로 오르다 본 라우레비나 방향의 조망

정상에서 본 촐랑파티의 롯지와 라우레비나 가는 길

 

롯지로 돌아와 8시 30분, 라우레비나를 향해 출발한다. 30분 정도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타르초가 펄럭이는 지점에서, 뒤돌아 어제 숙박했던 롯지를 뒤돌아보고, 눈 덮인 신작로처럼 넓은 길을 따라 오른다.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한동안 그대로 눈을 맞으며 걷다가, 눈발이 굵어지고 바람이 거세지자, 할 수 없이 배낭커버를 씌우고, 방수재킷을 꺼내 입는다.

뒤돌아 본 촐랑파티

눈 덮인 길을 걷고

 

눈발을 헤치고, 9시 40분, 라우레비나에 도착하여 ‘호텔 마운트 레스트(Hotel Mount Rest)로 들어선다. 롯지는 눈을 피해 들어온 트레커들로 만원이다. 고사인쿤드 백미구간에서 눈에 갇혀있다니 얼마나 딱한 일인가?" 차를 주문해 마시며 의논을 한다. 내일 날씨가 맑아진다면 이곳에서 일박을 하며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으나, 날씨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답답하다.

호텔 마운트 레스트

 

이곳에서 고사인쿤드까지는 도상거리 약 3.5Km, 그러니 눈 속을 강행군할 필요는 전혀 없다. 차를 마시며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지만, 내리는 눈은 여전하다. 다소 이른 시간이자만 점심을 주문하고 더 기다려보기로 보기로 한다.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눈이 멎고, 트레커들이 하나씩 둘씩 롯지를 떠난다. 우리도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롯지를 출발한다.

눈이 그쳐 롯지를 출발하고

이정표

 

제법 많이 내린 눈이다. 발목까지 빠지겠다. 설경이 아름답다. 실(失)이 있으면 득(得)도 있는 법. 조망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4,000m가 넘는 호젓한 고지에서 주위 설경을 즐기며 걷는 재미도 유별나다. 눈길을 한 시간 가까이 걸어 오르니, 저 앞에 초르텐이 우뚝하다. 이곳이 히말라야 서쪽 산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라고 하지만 지금은 온 세상이 하얗기만 하다. 유감이다.

눈 덮인 그림 같은 산

운무 속을 트레커가 외롭게 간다.

뒤돌아 본 초르텐

 

초르텐을 지나, 눈앞의 작은 둔덕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돌무더기들이 있는 공터를 지나, 좁은 산허리 길로 들어선다. 운무 속에 우쭐우쭐 서 있는 가까운 봉우리들이 겁을 주고, 오른쪽은 천야만야한 낭떠러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이다. 그 유명한 차마고도가 이런 길이 아닌가 싶다. 희미하게 이어지는 선답자의 발자국을 따라 조심조심 걷는다. 스릴이 느껴진다.

뒤돌아 본 절벽 길

희미한 절벽길이 산허리를 돌고

끝 모를 나락

 

목적지가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첫 번째 호수인 사라시와티쿤드가 내려다보인다. 눈이 내린 오늘 산악마라톤대회가 열린 모양이다. 마라토너들이 좁은 길을 마주 달려온다. 길가에 작은 초르텐이 있고 그 안에 시바상을 모신 곳을 지난다. 마라토너 한사람이 달리기를 멈추고 시바상의 사진을 찍고 있다. 아마도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모양이다. 시바신에 의해서 창조 됐다는 고사인쿤드는 힌두교의 성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사라시와티쿤드

길가의 시바상

마라토너 한사람이 달리기를 멈추고 사진을 찍고 있다.

 

저 앞에 고사인쿤드 롯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조화인가?"

이제까지 잔뜩 흐렸던 날씨가 급변하여, 롯지 뒤로 파란하늘이 얼굴을 내밀고 있지 않은가? 아마도 시바신이 우리들이 못마땅하여, 조화를 부린 모양이다. 이어 두 번째 호수 바이라브쿤드를 지나, 2시 50분 경, ‘호텔 나마스떼’에 도착하여 여장을 푼다. 

롯지가 보이고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바이라브쿤드

롯지로 들어서고

 

다이닝 룸에서 차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조리사 조지와 함께 롯지 뒤 뷰 포인트로 오른다. 눈이 내린 후, 아무도 오르지 않은 모양이다. 발자국이 없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조지는 능숙하게 길을 찾아 오른다. 중간 쯤 올라 정상을 보니 멀지는 않은데 너덜지대를 지나야하고, 꼭대기는 암봉 같아 보인다. 시바신이 반기는 것 같지도 않은 눈치인데, 무리하다 사고라도 나면 큰일이다. 더 오르기를 단념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뷰 포인트로 오르다 굽어본 고사인쿤드

뷰 포인트

너덜지대

 

바람이 거세고 날씨가 춥다. 다이닝 룸의 난로 가를 젊은 남녀 트레커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어디에서 왔느냐고 물으니 체코에서 왔다는 대답이다. 스메타나의 ‘몰다우’나, ‘나의 조국’은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친숙한 곡이라고 아는 체를 하자, 젊은 친구하나가 슬그머니 자리를 내준다. 못이기는 척 자리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는 한국을 모르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한국에 와 본 사람도 있고, 통과여객으로 인천공항을 둘러본 후, 꼭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2012. 6. 1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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