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리 임도에서 본 설악산 - 주걱봉, 가리봉, 귀때기청봉, 중청, 대청이 보인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산악회에서 가이드 하는 정맥이나 기맥 종주산행에 따라 나서 보지만, 여름철 비수기에 들어서거나, 힘든 구간의 산행이 끝나고 나면, 참여 대원수가 대폭 줄어, 종주산행이 도중에 중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산악회의 가이드도 사업이니, 적자를 보면서 운영을 할 수는 없겠다고, 이해는 하지만 중도하차 하는 기분은 씁쓰름하다.


박성태 씨는 산경표를 두 발로 읽고, 신산경표를 저술하여, 우리나라의 모든 산줄기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런 박성태 씨가 영월의 태화산에서 춘천의 춘성대교에 이르는 총 272km에 달하는 산줄기를 2002년 4월부터 8월까지 4달간에 걸쳐 답사를 하고, "영춘지맥"이라는 종주기를 남긴 바 있다.


그 후 많은 등산 애호가들이 단독 혹은 동호인들과 함께, 영춘지맥을 종주하고 기록을 남기고 있으나, 과문한 탓인지, 산악회가 가이드 하여 영춘지맥을 종주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보지를 못했다.


"나 홀로" 종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산행경험이 많지도 않고, 또 그처럼 용감하지도 못한 나는, 그렇다고 동호인들을 모을 주변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내가, "화요 脈"이 가이드 하는 영춘지맥 종주에 따라나서게 된 것은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화요 脈"은 화요일에만 산행을 한다. 1, 3주 홀수 화요일에는 계방지맥을, 2, 4주 짝수 화요일에는 영춘지맥을 가이드 한다. 40인승 대형 관광버스를 운행하지만, 참가자가 5명일 때도 포기 않고, 고집스럽게 가이드를 하는 산악회다. 11월 14일부터 진양기맥 종주를 시작할 계획이라, 아마도 그 때까지 고정회원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포석을 하는 모양이다. 여하튼 참여 인원에 관계없이 계획대로 가이드를 해주는 것은 더 할 수없이 고마운 일이지만, 사람이 적으면, 왠지 불안해진다.


2006년 8월 8일(화).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된다, 하지만 오늘이 입추(立秋)다. 절기로는 벌서 가을로 접어드니,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도 이제 일주일 정도가 고작이겠다. 오늘은 두 번째 화요일, "화요 脈"의 가이드로 영춘지맥 산줄기를 걷는다. 오늘의 산행코스는『물넘이-행치령-451번지방도로-백암산-가마봉-김부리간 도로』로 마루금 도상 거리 약 12.8Km, 날머리 약 2Km, 계 14.8Km에, 산악회가 예정하는 산행시간은 7시간 30분이다.

 

현재 영춘지맥 종주에 참여하는 고정회원은 10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무더운 휴가철에, 힘든 코스의 산행이다 보니. 고정회원이라고 모두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첫 경유지인 선능역에서 벌써 고정회원 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잠실역도 그냥 지나친다. "이러다가는 10명도 안되겠네...." 강 부장님의 실망하는 기색이 역역하다. 하지만 길동역에서 대원들이 한꺼번에 승차하여. 오늘의 산행인원은 15명이 된다. 삼복더위의 오지산행 인원으로는 적은 편은 아니다. 아마도 "화요 脈"이 오지산행을 선호하는 산꾼들에게 점차 알려지는 모양이다.


버스가 팔당 대교를 지난다. 팔당 댐은 안개에 파 묻혀 보이지 않고, 산허리에 구름을 두르고 있는 검단산이 우뚝하다. 버스가 6번국도로 접어들자, 오른쪽으로 보이는 남한강의 풍광이 그림 같다. 산행도 좋지만,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창밖으로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를 바라보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큰 즐거움이다.

차창으로 바라본 남한강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56번 국도를 타고, 서석면을 지난다. 수해의 뒤처리는 이미 말끔하게 끝낸 모습이다. 444번 지방도로로 갈아탄 버스는 험준한 행치령를 구불구불 오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주위 산세와 골짜기가 가히 절경이다. 이윽고 버스는 시멘트 도로로 들어서더니, 10시 13분, 물넘이 고개에 정차하고, 대원들은 뜨거운 땡볕 속으로 내려선다.


오늘의 산행 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5) 산행시작-(10:20) 폐가 지나 숲으로-(10 ;24) 능선에 올라, 왼쪽(10;29) 570m봉, 마루금-(10:40~10:42) 행치령-(11:14) 451번 지방도로-(11:38) 760m봉-(12:19~12:35) 931.4m봉에서 중식-(12:53) 920m봉-(14:00) 백암산 갈림길-(14:06~08) 백암산 정상-(14:14) 갈림길 회귀-(14:47) 문대치-(15:17) 1098m봉-(15;32) 싸리골재-(15:42) 1,071.6m봉-(16:31) 가마봉 갈림길-(16:49~16:52) 가마봉-(17:05) 갈림길 회귀-(17;27)1,112m봉 우회-(17:45) 임도-(18:20) 버스』들머리 약 14분, 중식 약 16분, 마루금 약 7시간, 날머리 약 35분, 총 8시간 5분이 걸린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려, 산행준비를 마치고, 지난 번 알탕을 했던, 낮 익은 마을의 개울 쪽을 잠시 둘러보고, 최후미로 쳐져서, 앞선 일행을 뒤쫓아, 시멘트 길을 따라 걷는다. 산 아래에 폐가가 보이고, 대원들은 임도를 따라 줄을 이어 폐가로 접근하고 있다. 폐가 뒤 절개지에 올라, 지나온 길을 카메라에 담고, 숲 속으로 들어선다.

폐가를 지나, 절개지로 접근하는 선두

뒤돌아 본 길-가운데 시멘트 길을 걸어 내려와, 왼쪽 임도로 들어선다.


급한 사면을 약 4분 쯤 올라, 능선에 도착하고, 왼쪽으로 굽어진 등산로를 따라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10시 30분 경, 왼쪽에서 차 소리가 들리는 570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서면서, 비로소 마루금을 걷게 되는 셈이다. 가파른 내리막이 이어지고, 왼쪽으로 구불구불 행치령으로 오르는 도로가 내려다보인다.

570m봉으로 오르는 대원들

내려다 본 행치령 도로


안부를 지나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어, 10시 41분, 행치령(行治嶺)에 도착한다. 행치령은 홍천의 서석면과 내면의 경계가 되는 고개로, 고도는 약 600미터 정도다. 언덕에 커다란 표지석이 서 있고, 고갯마루에는 마의태자 노래비가 누워있다. 행치령에 서서 북서방향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지맥 마루금을 카메라에 담고, 발길을 돌려, 남면 쪽으로 내려서다가, 왼쪽 가드레일이 끊긴 곳에서, 산행리본을 따라 숲으로 들어선다.

행치령 표지석

마의태자 노래비

행치령에서 본 북서방향 조망

행치령 넘어 남면으로 이어진 도로- 왼쪽 가드레일 끊긴 곳에서 숲으로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자 칼날능선이 이어진다. 두 번째 안부에서 된 비알을 타고 허위허위 올라, 11시 3분, 능선이 분기되는 660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평탄한 참나무 숲을 통과하여, 11시 14분, 451번 지방도로 이어진다. 홍천군 내촌면 표지판과 볼록거울이 길가에 설치돼 있다. 대원들이 길을 건너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660m봉

451번 도로

도로를 건너 절개지를 오르고


능선에 오르니, 등산로는 오래된 교통호를 따라, 왼쪽 참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안부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고, 760m봉에서 길은 왼쪽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걸려있다. 11시 47분, 132번 철탑을 지나고, 아름다운 참나무 숲과 산죽 밭을 거쳐, 12시 19분, 931.4m봉에 오른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운 날씨다. 날씨는 맑지만, 주위가 온통 나무에 가려, 전망도 별로다. 하지만 이곳에서, 뒤따라 온 젊은 대원 두 사람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다.

오래된 참호와 교통호

760m봉

 

젊은이들이지만, 등산 경험이 많은 모양이다. 한 사람은 1/50,000 지형도, 다른 한 사람은 1/25,000 지도를 가지고, 주요 위치를 확인하며 서둘지 않고, 침착하게 산행을 한다. 힘을 과시하기 위해 선두질을 하는 타입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약 15분 동안에 점심을 마친 일행은 다시 길을 서두른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가득봉(可得峰,1,059.7m)이 보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본 가득봉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 개를 지난다. 정면으로 시야가 조금 트이며, 멀리 큰 봉우리가 보인다. 카메라로 당겨 찍어 보니, 가마봉(可馬峰)이 틀림없다. 1시 23분 경 싸리꽃이 아름다운 안부에 내려선다. 잡목과 잡초가 우거진 안부가 길게 이어진다. 안부 너머,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지나온 봉우리가 부드럽게 펼쳐있다.

멀리 본 가마봉

안부 1

안부 2


안부를 지나 완만한 오르막 숲길을 걷는다. 바람 한 점이 없는 숲 속에서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더위를 먹을까 겁이나, 연신 물을 마시고, 식염(食鹽) 타블렛을 복용한다. 작은 업 다운이 반복되는 등산로는 동자 꽃이 무리지어 아름답게 피어있는 곳을 지나고, 해 묵은 고목을 거쳐, 키 작은 산죽 밭을 헤집으며 꾸준히 오름세로 이어진다. 2시에 백암산 갈림길에 이른다. 류 회장이 쉬고 있다. 벌써 백암산을 다녀와서 쉬고 있다고 한다.

길가의 동자꽃

아름다운 산죽길

길가의 고목나무


배낭을 길가에 벗어 놓고, 백암산(白岩山)으로 향한다. 백암산은 마루금에서 서쪽으로 약 300미터 떨어져 있다. 비교적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눈앞에 백암산 정상의 공터가 다가오고, 그 위로 한 덩이 뭉게구름이 한가롭게 걸려있다. 백암산으로 오르는 사면은 온통 야생화 천지다. 별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2시 6분 정상에 오른다. 너른 공터에는 홍천군에서 세운 정상석(1,099.1m)과 삼각점 그리고 이정표가 설치되어 있지만, 주위의 나무들에 가려 전망은 별로다.

백암산 정상의 뭉게구름

백암산 오르는 길가의 야생화

백암산 정상석과 삼각점


정상의 작은 나뭇가지에 울긋불긋한 산행리본들이 서낭당의 부적들처럼 매달려 있다. 작열하는 태양, 쏟아지는 햇살,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 야생화로 뒤덮인 산록,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 더위를 먹는 건가? 머릿속이 텅 비고, 온몸이 한 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환상 속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정상의 산행리본


2시 14분, 다시 백암산 갈림길에 이른다. 이제 오늘 산행의 약 절반 정도를 걸은 셈이다.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영춘지맥의 다른 구간과는 달리, 이 구간의 둥산로는 길이 뚜렷하고, 중간 중간 나뭇등걸에 파란 페인트로 표지를 해 놓은 것을 볼 수가 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인근 부대에서 이 구간을 산악 훈련코스로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확실한 등산로

나뭇등걸에의 길표지

2시 47분 경, 문내치(門內峙)를 지나 오르막길을 오른다. 암릉이 나타나면서 등산로는 암릉을 우회한다. 3시 17분 1,098m봉을 지나고, 3시 32분, 싸리골재 안부를 거쳐, 벌목지대를 통과한 후, 3시 42분, 1,071.6m봉을 지난다.

등산로는 암릉을 우회하고,

1,098m봉

1,071.6m봉을 지나며, 뒤돌아 본 백암산


1,063m봉을 넘고, 안부를 지나 다시 오르막을 오면서, 오른쪽으로 가마봉을 본다. 사람의 옆얼굴 같이 생긴 바위 위에 대원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4시 31분, 가마봉 갈림길에 도착한다. 더위에 지친 일부 대원들이 가마봉 오르기를 포기하고 앉아서 쉬고 있다. 가마봉은 마루금을 벗어나 동쪽으로 약 340m 떨어진 곳에 있다. 업 다운이 심하고, 암릉길도 있어, 왕복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길가에 배낭을 내려놓고 가마봉으로 향 한다.

멀리서 본 가마봉

4시 39분 전망바위에 선다. 남쪽과 동쪽, 그리고 서쪽방향으로 조망이 확 트였다. 참으로 장관이다. 조금 더 빨리 서둘러 올라와, 류 회장의 설명을 들어야하는 건데, 아쉽다. 류 회장이 이 후기를 보고, 혹시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 잡아 주면 좋겠다.

가마봉 전망바위에서 본 지나온 길- 앞 능선이 지나온 길, 뒤의 삼각봉이 가득봉

동쪽 방향의 조망 - 류 회장! 왼쪽 산 이름이 뭔가요?

동북 방향의 조망 - 응봉산 방향


가마봉 정상으로 향한다. 류 회장이 마주 내려오고 있다. 이처럼 더운 날에, 다시 끌고 올라 갈 수도 없고, 참으로 아쉽다. 4시 46분 경, 가마봉 정상에 있는 바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우선 북동 방향으로 멀리 설악산을 보고, 북서 방향으로 가야할 소뿔산을 본다. 동쪽으로는 수리봉, 그 뒤로 희미하게 방태산도 보이는 것 같다. 남쪽으로는 걸어온 능선이 펼쳐진다. 같이 있던 젊은 대원이 주위 조망에 압도 되어, 가만히 탄식한다. "세상에 이런 날도 있네요."

가마봉 오르는 길

가마봉 정상에서 본동쪽 방향 조망

북서 방향, 가야할 소뿔산

북동 방향, 주걱봉, 가리봉, 귀때기 청봉

남쪽 방향, 걸어온 길이 C자형으로 이어진다. 백암산(좌), 가득봉(우상, 삼각봉)


서둘러 가마봉을 내려선다. 5시 5분, 갈림길에 되돌아오니, 배낭 한 개가 홀로 외롭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최후미로 홀로 쳐졌지만, 길도 뚜렷하겠다, 천천히 걸어도 6시까지는 김부리 임도에 내려설 수 있겠다, 조급할 것이 하나도 없다. 5시 27분 1,112m 암봉을 우회하고, 5시 45분 김부리 임도에 내려선다. 임도 오른쪽으로 따라 걷는다. 고개 너머로 보이는 설악의 모양이 압권이다. 앞에 펼쳐진 소뿔산과 뒤돌아서서, 지나온 1,112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김부리 임도

임도에서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 가마봉(좌), 1,112m봉(우)

다음 구간으로 가야할 능선


6시 15분 경, 함별곡에 내려서서, 다리로 접근하자, 다리 아래, 냇가에서 알탕을 하고 있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함께 어울려 땀을 닦아내고, 대기 중인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군사지역 내의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서더니, 6시 40분 경, 466번 지방도로가 보이는 곳에 정차하여, 목마른 대원들을 위한, 하산 주 자리를 마련한다.


시원한 막걸리 몇 잔을 받아 마시고, 류 회장 등과 함께, 지도에 표시된, 마의태자 영정을 모신 대왕각을 찾아 나선다. 대왕각은 마의태자의 유적비와 함께 세워져 있지만, 찾는 사람도 없는지, 주위에 잡초만 무성한 초라한 전각이다. 금부교 부근 466번 국도에는, 이 더운 날, 훈련을 마치고 귀대하는 군인 차량들이 보인다.

대왕각과 마의태자 유적비

대왕각 현판

446번 지방도로와 금부교.


버스로 돌아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하산주 파티에 다시 끼어든다. 버스는 7시 1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8.1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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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며 뒤돌아 본 응봉산 줄기(맨 뒤)

전국적으로 많은 폭우피해를 몰고 왔던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며 좀처럼 물러갈 생각을 않는다. 피해가 가장 심했던 인제, 평창 등 강원도 지역으로의 산행은 지난 보름동안 거의 올 스톱상태다. 그리하여 서울 근교의 산들을 찾아보지만, 무덥고 끈적거리는 기분을 털어버리기에는 역시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2006년 7월 25일(화).

도로가 다시 정비되고, 피해가 얼추 복구되자, 강원도 지역의 산행이 재개되고, "화요 脈"이 가이드 하는 영춘지맥의 산행도 가능해진다. 오늘 코스는 『하뱃재-매봉산(1,074.2m)-각근치-응봉산 안부-응봉산(1,096.5m)-물넘이 』로, 홍천군 서석면과 내면의 면 경계를 따라 강원도의 오지중의 오지를 걷는다. 도상거리 약 16Km에 산악회에서 제시하는 기준시간은 7시간 30분이다. 시간 당 약 2Km 정도를 걸으라는 이야기이니, 코스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을 할 수 있겠다.

류 회장의 채색한 산행코스

오늘의 산행코스를 정하기까지, 산악회가 다소 고민을 한 듯싶다. 일반적으로는 물넘이에서 약 20분 더 진행한 행치까지를 구간으로 삼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 여름 삼복더위에 힘이 많이 드는 것을 감안하여, 중간에서 코스를 자르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다. 각근치(刻近峙)에서 산행을 마치고, 내사동 계곡으로 하산을 하면, 산행시간도 약 1시간 정도 단축되고, 아름다운 내사동 계곡을 즐길 수도 있겠으나, 다음 산행 때에는 들머리에서 2시간 정도를 소비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자른 곳이 20분 정도를 단축시킨 물넘이 마을로의 하산이다. 그만큼 섬세하게 신경을 썼다는 이야기다.


버스가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달린다. 두물머리 부근의 강변 풍광이 짙은 안개에 가려 더욱 더 신비롭다.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곳이다. 날씨는 장마 속의 모처럼 개인 날로, 해가 오르면, 안개도 벗어지고, 좋은 날씨가 될 것 같다.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홍천을 지나, 56번 국도로 접어들어, 서석으로 향한다. 오른쪽으로 홍천강이 보인다. 수량(水量)이 특별히 많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 아직까지는 도로도 말짱하고 수해를 입은 흔적도 눈에 뜨이지 않지만, 가끔씩 붉은 작업복을 입은 군인들을 태운, 트럭들이 지나친다. 아마도 부근의 수해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병력들인 것 같다.


버스가 솔치 터널에 접근하여 정차한다. 터널내부 보수를 하느라, 차선 하나만을 열어 놓고, 작업 관리자가 양쪽의 차량들을 교대로 통과시키고 있다. 아마도 터널내부의 누수가 상당히 심했던 모양이다. 터널을 통과하고, 도로가 고도를 높임에 따라 여기 저기 산사태가 났던 흔적들이 눈에 뜨인다, 버스는 이런 상흔들을 뒤로하고 10시 16분 경, 율전초등학교가 보이는 율전 삼거리 앞에 정차하여, 우리들을 내려놓는다.


오늘의 시간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8) 산행시작-(10:59) 너덜지대-(11:06) 능선분기-(11:21) 1,080m 봉-(11:20)- 매봉산-(12:10~12:25) 중식-(14:02) 시멘트 말뚝봉-(14:51) 998m봉-(15:50) 각인치-(16:30)- 응봉산 안부-(17:00~17:04) 응봉산 정상-(17:22) 두 번째 공지-(17:50) 880m봉-(18:36) 607.1m봉-(18:55) 물넘이』중식시간 15분을 포함하여, 총 8시간 3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애서 내린 대원들은 길을 건너서, 10시 18분,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약 5분간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걸은 후, 왼쪽 밭으로 들어서서, 묘석(墓石)이 새것으로 보이는 무덤을 지나,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시멘트 도로를 따라 산행 시작 - 정면의 능선이 가야할 곳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왼쪽 밭으로.

묘를 지나 소나무 숲으로


등산로가 점차 가팔라지며, 작은 언덕에 오른다. 정면으로 올라야할 봉우리가 펼쳐진다. 벌목을 했던 곳인지, 무성한 잡목 숲을 헤집고 힘들게 산 사면을 오르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뒤돌아 율전리를 굽어보고, 남쪽으로 첩첩히 쌓인 산들을 조망한다. 방향으로 보아 맨 뒤의 능선이 한강기맥 줄기라고 짐작한다.

울창한 잡목숲을 헤치고 산 사면을 오르는 대원들

굽어본 율전리

산 첩첩인 남쪽 조망


키를 넘는 잡목 숲을 헤집고 가파른 산 사면을 오르는 것이 장난이 아니다. 선두가 지나면서 밟아 놓은 발자국 흔적을 따라, 등산로가 아닌 잡목 숲을 헤집고 오르려니, 발밑은 미끄럽지, 더워서 걷어 부친 양팔은 가시나무 줄기에 할퀴어져, 금방 상처투성이가 된다. 견디다 못하고, 덥지만, 다시 소매를 풀어 내린다. 작은 규모의 너덜 지대가 잠시 이어진다. 돌 위에 이끼가 새파랗다. 너덜지대가 끝나고 가파른 칼날능선이 이어더니, 11시 6분, 작은 바위덩어리가 버티고 있는 능선 분기지점에 올라,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진다.

너덜지대

능선 분기봉


키 작은 산죽이 곱게 깔린 참나무 숲이 펼쳐지고, 산죽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가 뚜렷하다. 이윽고 등산로가 가팔라지더니, 11시 21분,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1,080m봉에 오르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진다. 산행 전에 김 대장이 오늘은 봉우리 수를 세지 말라고 충고를 한 바가 있다. 수많은 봉우리들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그 수를 세다가는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과연 방금 오른 봉우리가 3번째인지, 4번째인지 벌써 헷갈린다.

참나무 숲의 산죽길 - 등산로도 뚜렷하다.

1,080m봉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


내리막을 지나 안부를 거쳐 다시 칼날능선 오르막이 이어진다. 뻣뻣한 진달래 가지가 얼굴을 후려치고, 배낭을 잡아당긴다. 왼쪽은 까마득한 절벽이다. 칼날능선을 지나 가파른 사면을 오른다. 능선위에서 산악회 표지판은 오른쪽을 가르치고 있는데, 류 회장은 왼쪽에서 부르고 있다. 11시 30분, 매봉산 정상(1,075.2m)에 오른다. 정상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박혀있고, 나무들을 잘라 공간을 만들어 놓았지만, 무성한 숲에 가려 조망은 제로다. 기념사진을 찍고 류 회장과 함께 온 길을 되돌아 나와, 산악회 표지판이 가르치는 방향으로 가파른 사면을 내려선다.

매봉산 정상(1,075.2m)

매봉산의 산악회 표지판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1,000미터 대 고산에서의 업 다운이 시작되는 셈이다.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모두 합치면 오늘 넘은 봉우리 수가 30여개가 넘는 듯싶은데, 도상거리가 약 16Km 정도이니, 거의 500미터 간격을 두고 봉우리들이 솟아 있는 셈이다. 다음에 다시 걸어 볼 기회가 생기면, 그 때에는 봉우리 수를 정확히 세어놔야겠다. 앞으로 혹 관심이 있는 분이 있으면 일차 시도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그 결과를 알려주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겠다.


오르막 내리막길은 칼날능선이 대부분이고, 안부는 잡목이 우거진 원시림이다. 때때로 등산로가 희미해지는 곳이 있지만, 방향은 응봉산까지 꾸준히 북서 방향으로 이어지고, 능선이 분기되는 곳에서는 대부분이 왼쪽능선을 택하게 된다. 인적이 드믄 오지라, 갈래 길 흔적이 없고, 요소요소에 산행리본이 걸려 있어, 오히려 알바를 할 염려는 크지 않다. 사방이 궤궤하다. 가끔씩 이는 바람소리 뿐, 더워서 그런지 새소리도 없다. 이따금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가 이런 정적을 무참하게 흔들어 깨버린다.

매봉산을 내려오면서 본 고목

안부의 고사목을 덮은 이끼

뒤돌아 본 매봉산

칼날능선을 걸으며 왼쪽으로 본 아미산 방향

원시림

12시 10분, 960m봉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의 길가에서 송 선배님, 류 회장등 후미일행이 점심을 들고 있다. 합류하여 함께 점심을 먹는다. 15분 동안에 후다닥 점심을 마친 일행들은 갈 길이 멀다고, 서둘러 길을 떠난다. 하산하면 산악회에서 식사를 준비해 주니, 점심은 간식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수 없이 넘는다. 주황색 아름다운 꽃이 저 만치 혼자서 피어있다. 동행하던 이 사장에게 꽃 이름을 물으니, 동자 꽃이라고 알려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송곳처럼 뾰족한 봉우리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봉우리를 허위허위 넘어서자, 다시 비슷한 봉우리가 또 앞을 막는다. 아마도 류 회장의 채색 지형도에 표기된 2개의 1,080m봉인 모양이다. 두 번째 봉우리를 넘어서서, 다시 칼날능선을 넘고, 잡목이 울창한 안부를 지나, 오르막에서 뒤를 돌아본다. 지나온 두 봉우리가 마치 쌍봉처럼 서 있다. 길가에 보이는 혹부리 나무가 이채롭다.

동자꽃

길이 보이지 않는 안부

뒤 돌아본 쌍봉

길가의 고목

혹부리 나무


2시 9분 시멘트 말뚝이 박힌 봉우리를 급히 내려서니, 오랜만에 부드러운 안부가 펼쳐지고,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또다시 두 개의 봉우리를 넘는다. 새빨간 작은 열매를 단 한 그루의 나무에 시선이 간다. 2시 51분 삼각점이 박힌 998m봉에 오른다.<현리 450, 2005. 재설>

시멘트 말뚝이 박힌 봉우리를 지나는 이사장

원시림 속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 길

붉은 열매나무

998m봉에서 지도를 확인하는 이 사장.


이 사장은 종주를 포기하고, 대신 각인치에서 계곡으로 빠져, 내사동 골짜기를 구경하겠다고 한다. 인천에서 온 여자대원이 오늘은 다리가 불편하여, 동행해서 탈출하겠다고 나선다. 각인치로 향한다. 울창한 원시림이 이어진다. 4개의 봉우리를 넘어서자, 왼쪽으로 희미한 등산로가 보이는 각인치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이제까지 동행하던, 두 사람을 뒤에 남기고, 혼자서 정면의 오르막길을 오른다. 허전한 느낌이다.

원시림 - 등산로가 어디멘가?

998m봉에서 부터 네 번째로 넘는봉우리


각인치를 지나, 첫 번째 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서는데, 이 사장이 여자대원과 함께 뒤를 따라온다. 각인치에서 내사동으로 내려가는 길이 불분명하여, 운봉산 안부에서 왼쪽으로 하산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어쨌든 다시 동행이 생기니 반갑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정면으로 응봉산의 웅장한 모습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4시 30분 경, 안부에 도착하여, 이 사장과 다시 작별을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응봉산

응봉산 안부도착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정상 가까이에서 기암을 지나고, 5시 경, 공터를 지나, 응봉상 정상(1,096.5m)에 오른다. 정상에서 류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거칠게 벌목을 한 정상에 삼각점이 박혀있으나, 삼각점 위의 글씨는 판독이 어렵다. 정상이지만 조망은 별로다. 기념사진을 찍고 일행과 함께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부근의 기암

응봉산 정상


하산하는 길은 이제까지 와의 길과는 딴판으로 부드러운 능선길이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아름다운 산세가 빼꼼이 들여다보인다. 연이어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들을 넘어, 5시 32분 두 번째 공터를 지나자, 등산로는 완연한 산책길로 변한다. 아름다운 산책길을 걸으며, 뒤돌아 응봉산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외사동쪽 골짜기를 굽어본다.

하산하며 본 왼쪽 조망

아름다운 산책길

뒤돌아 본 응봉산


5시 50분, 삼각점이 있는 880m봉에 도착하자, 남서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웅장한 산세가 허공에 희미하게 떠있다. 6시 36분 삼각점이 있는 667.1m봉을 지나고, 6시 55분 경,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물넘이에 도착한다.

880m봉에서 본 서남쪽 조망

하산하며 오른쪽으로 본 응봉산 방향

667.1m봉의 삼각점

하산

버스에 도착하여, 갈아입을 옷을 챙겨들고, 마을 앞 너른 개울에서 알탕을 한다. 개울물이 뼈가 시리도록 차갑다. 개운해진 몸으로 버스로 돌아와, 강 부장님이 마련한 미역죽으로 식사를 한다. 막걸리를 반주로 먹는 강 부장님의 미역죽은 언제 먹어도 별미다. 버스는 8시가 다 되어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귀경 버스 속에서 정 선배님이 불만을 털어 놓는다. 거친 잡목 숲을 헤치고 진행하다보니, 비싼 안경을 어디다 떨어뜨렸는지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도 속이 쓰린데, 9시간 가까이 험한 길을 죽어라하고 달린 후, 돌아가는 길에 돌이켜 생각을 해보니, 어디를 다녀왔는지 남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산들은 많이 다녔지만, 대간이나 정맥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선배님이 능히 느낄 수 있는 불만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불만은 이제부터 산행 전에 지도를 보며, 산행코스를 미리 익히고, 선답자들의 후기도 읽어보는 등 산행준비를 할 필요성을 비로소 실감했다는 이야기라고바꾸어 표현할 수도 있겠다. 정 선배님도 틀림없이 이런 점을 인식하고 하신 불만일것이다.

 


(2006. 7. 28.)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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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때 이른 태풍까지 겹쳐, 남쪽 지방에 비 피해가 크다는 보도가 시간별로 전해온다. 다행히 태풍은 내륙으로 진입하면서, 세력이 약화되어 소멸되었지만, 이럴 때 한가하게 산에나 다닌다는 것이 영 미안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미 전 구간의 산행 일정이 확정되고, 일기변화와는 무관하게 일정대로 산행이 진행되다 보니, 우중 산행차비를 단단히 하고 새벽에 집을 나선다.


2006년 7월 11일(화).

『화요 脈』의 가이드로 영춘지맥 산줄기를 타는 날이다. 오늘코스는 구목령에서 시작, 장곡현을 지나고, 청량봉을 넘어, 하뱃재에서 마감한다.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3.5Km이지만, 오지 중의 오지인 구목령에의 접근이 쉽지 않다. 마루금은 홍천군과 평창군의 도계를 따라 이어지다가, 청량봉에서 한강기맥은 계속 도계를 따라 불발현으로 내려서지만, 영춘지맥은 도계를 버리고 북진하여 하뱃재로 향한다.


비는 오지 않지만, 잔뜩 흐린 날씨에 안개가 짙어, 시계(視界)가 불량하다. 하지만 900m대에서, 1,100m대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뚜렷하고, 비교적 평탄한 편이라, 체력 소모가 적어,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긴다. 다만 안부의 울창한 잡목지대를 지날 때는 보이지 않는 관목의 줄기가 다리에 휘감기고, 나뭇잎들이 얼굴을 후려쳐, 진행 속도를 더디게 한다. 하뱃재로 하산할 때는 갈림길이 많아 길 찾기가 쉽지 않고, 다시 무성한 잡목지대를 통과하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12) 구목령 도착, 산행시작-(11:27) 1,060m봉 헬기장-(11;32) 능선분기, 오른쪽-(12:07) 암릉 통과-(12:21~12:36) 1,190봉 중식-(12:54) 암릉 우회-(13:08) 1,037m봉-(14:20) 장곡현-(15:06) 청량봉-(15:58) 920.6m봉-(16:55) 910m봉-(17:37) 하뱃재』중식시간 약 15분 포함, 6시간 2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경유, 팔당 대교를 건너지만, 고정 멤버 10여명만을 태운 버스 안은 썰렁하다. 날씨도 그렇고, 코스도 오지라, 일반 대원들의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하겠다. 버스는 44번 국도를 달려, 서석면을 통과하더니, 10시 2분 경, 파리골길로 이어지는 지도상의 408번 지방도로 앞에 정차한다.

생곡리 마을 입구 도착


이곳에서부터 구목령 까지는 약 12Km로, 생곡리 마을을 거쳐, 임도를 따라 구목령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접근로가 길다보니, 한강기맥이나, 영춘지맥 을 할 때에는, 구목령에서 구간을 끊어, 하산하지 못하고 이를 통과하여 계속 진행을 하게 된다. 따라서 산행구간이 길어져, 흔히 마(魔)의 코스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失)이 있으면, 득(得)도 있는 법. 구목령으로 걸어 오르며 보는 임도 주변의 풍광은 기가 막힌다.


화요 맥의 김 대장은 이곳에 트럭을 대기시켜 놓았다. 10시 3분 경, 대원들을 태운 트럭은 구목령으로 향한다. 나와 함께 조수석을 차지한 송 선배님이 나이 든 기사 양반에게 인사를 한다.


"비 피해로 난리들인데, 우리는 이렇게 산에만 다니니, 미안한 생각이 드네요."


"젊었을 때 일 많이 하시고, 이제 이처럼 산엘 다니시니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건강들 하시죠?" 순박해 보이는, 홍천에 산다는 영감님의 반응이다.

트럭 탑재 - 붉은 재킷을 입은 영감님이 기사양반이다.


이곳에는 비는 많이 오지 않은 모양이다. 생곡 저수지의 물빛이 여전히 맑고, 스쳐가는 마을들이 평화롭다. 마을을 지나, 트럭은 본격적으로 산속 임도를 따라 힘들게 오른다. 집에서 사용하는 트럭을 직접 몰고 나온 듯싶은 영감님은 차가 오래돼 힘이 없다며 걱정을 한다. 홍천에 산다지만, 구목령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는 눈치다.

생곡저수지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외길인 임도 맞은쪽에서 붉은 색 버스가 내려오고 있지 않은가? 중형 버스라 차체는 길지 않지만, 차폭은 트럭보다 넓어 보인다. 일행이 모두 트럭에서 내려, 두 차가 지나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다행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가능한 공간을 찾아, 트럭이 후진을 하여 비켜서고, 버스가 겨우 통과한다.

외길 임도에서 마주친 차량


트럭은 다시 임도를 따라 오른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임도를 걷는 모습이 보인다. 여자들도 있다. 한 두 사람이면, 태워주겠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다. 미안하지만 그냥 지나친다.


"산엘 왔으면 걸어야지, 차 타고가면 됩니까?"


뒤에서 볼 멘 소리가 커다랗게 들린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한강기맥을 하는 산악회에서 대원들을 태우고, 버스로 구목령으로 오르다가, 겁이 난 기사양반이, 더 오르기를 거부하여, 버스는 되돌아 나오고, 할 수없이 대원들은 걸어서 오르다가, 트럭을 탄 우리들을 보니, 속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길이 점점 험해지고, 가팔라진다. 태풍의 영향인지, 쓰러진 나무가 임도를 가로 막고 있다. 김 대장이 뛰어내려, 쓰러진 나무를 길가로 치우고, 트럭은 다시 힘들여 산을 오른다. 우리 기사 영감님도 겁이 나는 모양이다. 차를 돌릴만한 데 가 없느냐고 자꾸 묻는다. 폭우와 태풍으로 혹시 산사태라도 나서 임도가 유실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은 되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것',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천천히 주위 풍광을 즐기며 올라, 구목령에서 차를 돌리면 된다고 대꾸하자, 영감님은 주위풍광은 고사하고, 겁이 나서, 혼자 내려갈 일이 걱정이라며 웃는다. 11시 11분 트럭은 구목령에 도착한다.


11시 12분, 국유림 임도 차단막을 오른쪽으로 끼고, 산행리본이 걸린 숲으로 들어서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풀 섶에 맺힌 빗방울로 신발과 바지 아랫도리가 금방 젖어 버린다. 가파른 숲길이 한 밤중처럼 캄캄하다. 2~3미터 앞서 걷는 대원의 뒤 꼭지만 보고 허위허위 오른다. 이윽고 주위가 밝아지며, 헬기장이 있는 1,030m봉에 이른다.

산행시작

컴컴한 숲길


헬기장을 내려서고, 약 5분 후, 산행리본이 걸려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등산로는 봉우리에서 오른 쪽으로 굽어 내리고, 이 후 몇 차례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호젓한 산책로를 따라, 안개 속을 걷는 대원들의 모습이 한가롭다. 12시 7분 암릉지대를 통과하고,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어, 산죽 밭을 지난다.

헬기장 - 송 선배님, 류 회장이 보인다.

안개 속을 산책하는 대원


12시 21분, 안개가 자욱하게 낀 1,190m봉에 이른다. 좁은 공터에 삼각점이 박혀 있으나, 글씨의 마모가 심해 내용을 읽을 수가 없다. 이곳이 오늘 구간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후미대원들이 함께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하얀 꽃이 한 무더기 소담하게 피어 있으나, 바닥이 젖어, 깔판이 있는 사람들은 앉아서 식사를 하지만, 준비를 못한 사람들은 선 채로 식사를 한다.

정상의 류 회장

이름 모르는 들꽃

식사 후 독도를 하는 대원


약 15분 동안에 서둘러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안개가 짙게 드리워진 산죽 길은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다. 앞서 걷던 송 선배님이 뜬금없이 "안 대감 ! 우리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야." 라고 한다. 더 부연하지 않아도 말씀하는 의미가 전해온다. '지금 집에 있다면, 얼마나 무덥고, 답답하고, 찝찝할 건가? 그런데 우리는이 나이에,선경(仙境)을 헤매고 있지 않는가?'

아름다운 산죽길


앞에 암릉지대가 나타나고, 우회로가 오른쪽으로 떨어진다. 우회로를 10분 정도 걸으니, 암름을 넘어오는 능선길과 만나게 된다. 날씨만 좋다면, 구지 우회로를 택할 정도로 암릉이 험해 보이지는 않는다. 1,000m 전후의 고산 마루금 풍경이 이어진다. 멧돼지들이 거칠게 파헤쳐 놓은 구덩이들, 이름 모를 들꽃들, 고목에서 자라는 아름다운 색깔의 버섯들, 누렇게 죽어가는 산죽 밭, 고사리같이 생긴, 커다한 잎사귀의 양치류 식물들, 붉은 꽃을 매단 싸리나무들...참으로 조용하고 아름다운 산 속이다. 왼쪽으로 임도가 보이더니, 2시 20분 경, 장곡현 갈림길에 내려선다.

아름다운 색깔의 버섯

무리 져 핀 들꽃

싸리꽃

장곡현 갈림길의 국유임도 안내.


때맞추어 안개가 조금 벗어지더니, 오른쪽으로 흥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구름을 이고 있는 흥정산(1,276.5m)이 보인다. 임도를 따라 5분 쯤 오르니, 국유임도 종점 표시의 돌 표지가 박힌 너른 공지에 이르러, 등산로는 왼쪽 숲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장곡현 임도, 불발령 가는 길

구름에 가린 흥정산

장곡현 임도

국유임도 종점


안부를 지나 다시 두어 개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는다. 송 선배님의 친구 분인 정 선배님이 연장도 없이 맨손으로 캔 커다란 더덕을 목에 두르고 소년처럼 환하게 웃고 서 있다.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나뭇가지사이로 안개에 가린 청량봉이 보인다. 안부에 이르자, 안개는 더욱 짙어지고, 고목들이 늘어 선 숲이 마치 정글처럼 깊어 보인다.

맨 손으로 캔 더덕을 목에 감고 환하게 웃고 있는 정 선배님

구름에 가린 청량봉

정글 같은 안부


산죽이 무성한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지나, 3시 5분 삼각점이 있는 청량봉(1,052m)에 오른다. <봉평 302, 1995. 재설> 오른쪽 한강기맥으로 이어지는 곳에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려있고, 영춘지맥 길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직진방향이다.

청량봉 삼각점

청랼봉에서 보이는 산불감시초소

한강기맥 가는 길의 산행표지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영춘지맥 산꾼들의 산행리본이 걸린 작은 봉우리에 오르고, 3시 31분, 960m봉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에 올라, 다시 정글 같은 안부를 지난 후, 고개 하나를 넘어서니, 오른쪽으로 멀리 자운리로 뻗은 임도가 내려다보인다. 벌목한 산비탈을 따라 조림한 나무들이 아름답게 골짜기로 이어진다.

정글 같은 안부의 넝쿨길

골짜기의 임도

비탈에 선 나무들


3시 58분 삼각점이 있는 920.6m봉에 이른다.<봉평 405, 2005 재설> 주위에는 벌목 후 내버려진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봉우리를 내려선다. 거대한 고사목이 처연하고, 참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어두운 산죽 밭을 지나니,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청량봉이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이 아련하다.

920.6m봉의 삼각점

고사목

어두운 참나무 숲 산죽길

청량봉과 왼쪽으로 이어진 한강기맥


이제 둥산로는 하뱃재(645m)로 내려선다. 중간에 갈림길들이 나타나지만, 산행리본을 따라, 잡목길을 어렵게 내려선다. 4시 55분, 910m봉에서 영춘지맥 선답자들의 산행리본들이 매달린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니, 앞서 달리던 대원 세 사람이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다. 아마도 길을 찾느라 헤맨 모양이다. 이제부터 길 찾기가 시작된다. 류 회장의 독도로 능선을 그르칠 리야 없겠지만, 능선에서 갈라지는 여러 갈래 길에서의 선택이 어렵다. 이때는 송 선배님의 오랜 경험에 의한 동물적인 감각에 의존하게 되고, 그래도 감 잡기가 어려우면, 좌우로 선발대를 파견하여 갈 길을 확인한다.

선답자들의 산행리본


5시 26분, 드디어 오른쪽으로 율전리가 내려다보인다. 5시 33분, 잡목길을 힘들여 뚫고 나오니, 구불구불 이어진 하뱃재 고갯길이 발아래 펼쳐지고, 다음 구간의 산들이 구름에 쌓여 있다. 5시 37분, 율전 삼거리에 내려서고, 5시 40분 경, 율전초등학교 앞에 정차해 있는 버스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친다. 귀경하는 차속에서 보는 황혼 속의 홍천강이 아름답다.

하뱃재

구름에 쌓인 다음 산행구간

율전 삼거리

166 황혼 속의 홍천장


(2006. 7. 13.)


뒤풀이

율전초등학교 수돗가에서 땀을 닦은 대원들은 다시 버스에 올라, 서석면으로 나와, 초원기사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안주로 막걸리와 소주로 피로를 푼다. 식사를 마치자, 송 선배님이 계산서를 가져 오라더니, 본인이 계산을 하겠다고 나선다. 다른 대원들은 그럴 것 없이 모두가 같이 분담하자고 하지만 이 양반, 완강하게 고집을 부린다.

초원기사 식당


송 선배님은 트럭 대절료와 식대를 합쳐서, 2만원씩을 갹출하자는 젊은 총무의 제안에 무리가 있다고 본 모양이다. 혹시 2만원씩 갹출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대원이 있어서, 앞으로 안 나오게라도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적은 인원인데, 더 곤란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결국 식대는 송 선배님이 부담하고, 대원들로 부터는 만원씩만을 걷어, 트럭 대절료를 주고, 나머지는 기름 값에 보태기로 한다.


송 선배님에게서는 묵은 장맛 같은 것이 느껴진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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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목령 임도에서 본 영춘지맥


2006년 독일 월드 컵 8강이 가려졌다.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와 같은 G조에서 1위와 2위로 16강에 오른 스위스, 프랑스의 경기 결과다. 우크라이나와 격돌을 벌인 스위스는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정하지 못하고, 승부차기로 들어간다. 결과는 0:3패, 그래서 월드 컵 사상 길이 남을 진기록이 양산된다. 1) 승부차기 무득점 2) 승부차기 최대 점수 차 패배 3) 조별리그 1위의 16강 탈락. 신문에서도 "손 쓰는 스위스가 거미손에 당했다"고 비아냥거리고, 집사람도 "쌤통"이라는 반응이다. 억지로는 안 되는 모양이다.


조별리그 경기에서 "늙은 수탉"이라는 별명을 얻은 프랑스는 무서운 상승세의 무적함대 스페인을 맞아, "임자 만났다." 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3:1로 승리하고 8강에 오른다. "축구공이 둥글어 경기는 해 봐야 안다." 라고는 하지만, 축구 역시 전통이란 것을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2006년 6월 27일(화).

"화요 脈"이 가이드 하는 영춘지맥 산행일이다. 스위스와 우크라이나의 승부차기, 우크라이나 첫 킥커의 골을 스위스 골키퍼가 잡아내는 것을 보고는, 승부는 끝났다고 여기고, 배낭을 메고 대문을 나선다.


오늘 산행코스는 『양구두미재-군사도로-태기산-삼계봉-구목령』까지 마루금을 타고, 구목령에서는 트럭으로 임도를 내온다. 예상 산행소요시간은 약 5시간이다. 산악회에서는 여름의 무더위를 감안하여, 코스를 짧게 끊고, 임도로의 하산에도 트럭을 배치한다.

류 회장의 1/50,000 지형도


비는 오지 않지만, 잔뜩 흐린 날씨다. 경유지를 모두 경유했는데도 버스 안은 썰렁하다. 지난번에는 대원들이 늘어나는 듯싶더니, 날씨 탓인지, 다시 고정 멤버들만이 눈에 뜨인다. 화요 맥은, 지금하고 있는 영춘지맥 외에, 7월부터는 매월 첫째, 셋째 화요일에 계방지맥을 타고, 계방지맥을 끝낸 후, 11월부터는 진양기맥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영동고속도로 문막 휴게소에서 약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둔내 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6번 국도에 올라 양구두미재로 향한다. 횡성군 둔내면과 평창군 봉평면의 경계인 양구두미재는 고도가 높아, 안개가 자욱하다. 버스는 태기산으로 이어지는 군사도로로 진입을 시도해보지만, 시멘트 도로를 벗어나자, 길이 미끄러워 더 이상 진행을 못하고,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10여 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 속, 태기산 군 철조망 주변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라지만 지금 보이는 것은 짙은 안개뿐이다. 어제 내린 비로, 젖은 철조망 길이 미끄럽다. 무성한 잡초로, 돌들이 비쭉비쭉 솟은 길바닥은 보이지도 않는데, 안경에 서린 습기로 시야마저 뿌여니, 전진하기가 죽을 맛이다. 기듯이 진행한다. 고약한 길이다.


태기산에서 내려서서, 군계를 버리고 왼쪽 내리막 능선을 찾아야하는 곳에서도 짙은 안개 속에서 한 동안 헤맨다. 하지만 1,000미터를 넘는 호젓한 고산지대의 안개 속을 누비며 걷는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선하다.


삼계령을 지난 한강기맥 구간은 몇 일전에 걸었던 길이라 더욱 반갑다. 안개가 걷히며, 가끔씩 햇살이 비치기도 한다. 구목령에 도착하여, 천천히 임도를 따라 내려오며 보는 조망, 길가에서 따 먹은 오디열매, 여유를 갖고 즐긴 길섶의 야생화들은 오지산행에서 얻은 망외(望外)의 소득이라 하겠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4) 양고두미재 도착-(10:12) 지맥 마루금 군사도로에 내려서는 곳-(10;20) 고개마루 군 경고판-(10:23) 계단-(10:35) 군 철조망-(10:43) 철조망 동쪽 끝-(10:53) 철조망 서쪽 끝-(10:55) 태기산 통신소 정문-(11:07) 군사도로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11:17) 갈림길에서 오른쪽-(11;27) 후퇴-(11:42) 서쪽 희미한 길-(12;20) 정병훈/하문자 부부 리본-(12:45~13:00) 중식-(13:18) 삼계봉-(13:39) 1,075m봉-(14:18) 1,100m봉-(14:40) 1,031m봉 갈림길-(15:04) 구목령』, 들머리 약 8분, 중식시간 약 15분 포함, 5시간 10분 정도가 소요된 산행이다. 구목령에서는 약 25분 동안, 임도를 따라 내려오다, 이후 트럭에 올라 운두령 휴게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향한다.


◆ ◆ ◆ ◆ ◆


10시 54분 버스에서 내리자, 비는 오지 않으나, 짙은 안개로 10여 미터 앞도 제대로 보이질 않는다. 비가 내려 축축이 젖은 군사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10시 12분, 지난번 방가곡 고개에서 영춘지맥 마루금을 타고 올라와, 이곳 군사도로 내려선 지점을 통과한다. 지금부터는 우리들이 걸어 오르고 있는 이 군사도로가 바로 마루금이다.

안개 속 산행 시작

방가곡 고개에서 올라와, 군사도로로 내려섰던 지점

마루금인 군사도로, 차량 타이어 자국, 물웅덩이가 보인다.


10시 20분 고개마루 너른 공지에 이른다. 길가에 경고판과 병력 하차지점 표지판이 보이고, 안개 속에 도로차단기가 높게 들려있다. 차단기를 지나, 안개 속 내리막길을 걷는 대원들의 모습이 흡사 행군하는 병사들처럼 보인다.

경고판과 하차지점 표지판


군사도로가 크게 왼쪽으로 돌아내리는 곳에서 오른 쪽으로 다시 경고판이 보이고, 그 옆에 하얀 로프가 걸린 가파른 계단이 이어진다. 가파른 계단을 10여분 넘게 오른다. 몸에 땀이 나고, 안경알에 수증기가 어려 시야를 방해한다. 이윽고 봉우리 정상이 가까워지자, 산 사면에 뾰족뾰족한 나무말뚝 차단물이 설치돼 있고 그 주위에 철조망이 쳐져 있어, 경비가 자못 삼엄하다.

계단길

차폐시설


봉우리 꼭대기에 올라서니, 군부대 철책이 앞을 막는다. 등산로는 철책을 따라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곧이어 철책문과 초소로 보이는 건물을 지나고, 등산로는 잡초가 무성한 미끄러운 길을 오르내린다. 비에 젖은 돌들이 미끄러운데 잡초에 가려 바닥이 보이질 않는데다, 시야마저 흐려, 스틱으로 장님 막대기 두들기듯 조심조심 앞으로 헤쳐 나간다. 철조망이 왼쪽으로 굽어지고, 등산로도 왼쪽으로 굽어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안개 속, 바위 위에 소나무가 한 그루 우뚝 서 있다. 아마도 훌륭한 전망대이겠지만 지금은 사방이 온통 짙은 안개뿐이다. 유감이다.

군부대 철책문과 초소

전망바위와 소나무


다시 철책이 왼쪽으로 굽어지고, 철책 아래로 야생화 단지가 펼쳐진다. 조금 더 걸으니, 왼쪽에 철책문이, 오른쪽으로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 쪽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보인다. 무심코 오른 쪽 계단으로 내려선다. 뒤 따르던 대원이 잘 못된 길이라고 소리치며, 철책문을 지나 계속 철책을 따라 걷는다.

철책 아래 야생화

철책문과 계단


다시 철책문 쪽으로 올라, 철책을 따라 진행한다. 군부대 안에서 개 짖는 소리가 사납게 들린다. 철책이 다시 왼쪽으로 90도 각도로 꺾이고, 철책을 따라 걷는 대원들의 모습이 안개 속에서 뿌옇게 보인다. 보이지는 않지만, 개 짖는 소리는 더욱 더 가까이 요란하게 들리고, 10시 55분, "국군 통신지휘사령부, 태기산 통신소" 팻말이 세워져 있는 부대 정문, 군사도로로 내려선다. 반대편 계단을 오른 후, 군부대 철책을 끼고, 약 30분 동안 왼쪽으로 돌고, 돌아, 군부대를 반 바퀴 돌은 셈이다.

서쪽 끝 철책

군부대 정문


군사도로를 따라 달린다. 앞에 류 회장이 안개 속에서 열심히 지도를 보면서 걷고 있다. 11시 8분, 대원들이 오른쪽 공터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인다. 무성한 잡목 숲이 키를 넘는다. 물방울이 맺힌 잡초를 헤집고 진행하려니, 얇은 여름옷이 금방 젖어온다. 등산로는 서서히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안개 속에서 대원들이 잡초 위를 둥둥 떠가는 듯 보인다.

군사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는 대원들

잡초를 헤치며 진행하는 대원들


등산로가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지도상의 1,135m봉을 내려서는 모양이다. 울창한 잡목 터널이 이어진다. 길이 뚜렷한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닌 곳이다. 안부 갈림길 앞에 대원들이 모여 있다. 양쪽 길이 모두 뚜렷하다. 왼쪽 길에서 김 대장이 올라오며, 왼쪽은 아닌 것 같으니, 오른쪽으로 진행하자고 앞장을 선다.

숲 터널

갈림길에서의 독도


뚜렷한 등산로가 안개 낀 아름다운 숲으로 이어진다. 약 20여 분간, 작은 언덕도 넘어서며, 북쪽 방향으로 걷는다. 류 회장이 걸음을 멈춘다. 아무래도 서쪽 안부 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지나쳐서, 도계를 따라 걷는 것 같다는 이야기이다. 안개만 없다면, 진행방행의 1056m봉을 보고 방향을 잡을 수도 있겠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걸음을 멈추고, 방향을 찾는 류 회장


앞서 달려갔던 김 대장이 되돌아온다. 역시 서쪽으로 빠지는 길을 지나친 것 같다는 이야기다. 김 대장은 방향만 보고, 서쪽 숲으로 들어서고, 일행들은 온 길을 되 집어 걸으며, 서쪽으로 난 길을 찾는다. 약 6~7분 쯤 되돌아 온 지점에서, 앞선 대원들이 서쪽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길을 발견한다. 일행이 다시 모여 숙의를 한다. 확실한 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방향이 맞으니, 이 길을 택하기로 하고, 11시 49분 서쪽 숲길로 들어선다.

서쪽 희미한 길로 들어서는 대원들


12시 7분, 밤도깨비 님의 산행리본이 보이고, 김 대장도 이곳을 지났는지 "화요 맥'의 산행리본도 그 아래 걸려 있다. 12시 20분 정병훈/하문자씨 부부의 붉은 산행리본을 발견한다. 이윽고 안부를 거쳐 뚜렷한 등산로가 서북쪽 오르막 능선을 타고 오른다.

아름다운 강산 리본


산죽과 잡목이 무성한 등산로를 따라, 몇 차례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린 후, 12시 45분 경, 작은 봉우리 위에 오르니, 김 대장 이하 선두그룹이 점심채비를 하고 있다, 지도상의 1,010m봉이라고 짐작한다. 후미 그룹이 합류하여, 모처럼 전 대원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한다. 약 15분 후, 서둘러 점심을 마친 대원들이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북쪽으로 내려선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 안부를 지나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1시 18분 경, 덕고산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한강기맥 마루금 위로 올라선다. 지도상의 1,070m봉인 삼계봉이다.

삼계봉 도착


이곳은 횡성군, 평창군, 홍천군 등 3개 군이 만나는 곳이고, 홍천강, 평창강, 섬강 등의 세 강이 갈리는 곳이라는 뜻으로, 영춘지맥을 처음으로 종주한 박성태 님이 삼계봉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부터 청량봉까지 약 11Km는 영춘지맥과 한강기맥이 함께 이어지는 구간이고, 영춘지맥도 영월구간의 절반이 끝나고, 춘천 구간의 나머지 절반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한다.


삼계봉 부터 구목령구간은 지난 토요일 한강기맥을 하면서 걸은 구간이라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이제부터의 길은 둥산로가 뚜렷하여, 한두 군데 샛길만 주의하면 알바를 할 염려가 없다. 후미로 쳐져,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능선길을 따라 걷는다.


1시 39분, 오른쪽, 왼쪽으로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려 잇는 1,075m봉에 이르러 오른쪽 가파른 내리막으로 달린다. 내리막길은 무성한 산죽 밭이다. 안부에 이를수록 벌목하고 버려둔 나무들이 가득하여, 진행을 방해한다.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다시 산죽이 깔려 있는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오르막으로 오를수록, 산죽의 잎은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줄기만 남은 산죽 밭이 이어지더니, 2시 18분 경, 너른1,100m봉을 지나, 등산로는 왼쪽으로 크게 굽어진다.

1,075m봉

벌목지대

잎이 다 떨어진 산죽밭


안개가 걷히고, 이따금 햇빛이 비치니, 고산의 능선길이 더 더욱 아름답다. 키를 넘는 산죽 밭이 이어진다. 바닥이 보이지를 않으니,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가끔씩 산죽위로 산행리본들이 방향을 알려준다. 이처럼 무성한 산죽 밭이 10여 분간 계속된다. 가히 고산을 걷는 기분이다. 등산로가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오른쪽으로 높은 산이 보인다. 지도상의 1,176m봉이라고 짐작한다. 지난 주말 한강기맥을 할 때는 개념도만 보고 흥정산(1,275.6m)이라고 착각을 했으나, 1/50,000 지형도를 보니 무명봉인 1,176m봉이 확실하다.

1,176m봉


산죽지대가 끝나고, 잡목지대가 이어진다. 나지막한 봉우리 두 개를 넘은 후, 2시 41분, 1,031m봉에 오른다. 정면의 등산로는 나뭇가지로 차단되고, 왼쪽으로 산행리본들이 걸려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린다. 건너편에1,176m봉이 가깝고, 왼쪽으로 구목령이 보인다. 안부에 이르러 길이 평탄해지는가 싶더니, 양쪽이 절벽인 암릉길이 이어진다.

1,031m봉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고, 3시 정각 왼쪽으로 네모진 큰 바위를 지난다. 이제는 구목령이 지척이다. 3시 4분, 앞서 도착한 대원들이 쉬고 있는 구목령에 도착한다. 구목령은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와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를 잇는 고도 950m가 넘는 높은 고개이다. 평창군 쪽은 자연휴식년제의 실시로 차단기로 막아 놓았다.

길가의 네모진 바위

구목령에서 쉬고 있는 대원들


더덕을 캐느라 뒤로 쳐졌던 대원들이 도착하고, 트럭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구목령 근처를 돌아본다. 교통이 불편한 이 부근은 실로 오지중의 오지라 하겠다. 이곳을 와 본 사람들은 생곡리까지 걸어야 하는 불편함으로 불평을 하면서도, 이곳의 자연미와 조망에 매혹되어 다시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구목령에서 내려오는 임도 1

구목령에서 내려오는 임도 2

임도에서 올려다 본 지나온 능선

엉겅퀴 꽃

꿀 꽃(?)

이 꽃 이름은?


트럭 도착이 늦어지나 보다, 앉아서 기다리기보다, 천천히 내려가다가 트럭을 타자는 김 대장의 제안에 따라, 3시 16분 경, 일행은 주위를 둘러보며, 임도를 따라 내려선다. 날씨는 맑게 개어 조망도 즐길 수 있고, 길가의 야생화들을 돌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좋다. 개망초가 흰 꽃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연보라 빛이 은은한 것이 멀리서 볼 때와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디가 까맣게 달린 오디나무 아래에서 대원들이 오디를 따 먹느라 여념이 없다. 3시 40분 경, 일행은 트럭에 올라,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우두령 휴게소로 이동한다.

 


(2006. 6. 28.)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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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지맥(10) : 상마암-653.5m봉-방가곡 고개-1070m봉- 군사도로-양구두미재

봉복산(좌)와 태기산(우)

월드 컵 축구로 지구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2일, 13일,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드 감독이 연출한 잇따른 역전 드라마는 축구의 묘미를 배가시켜준다. 뒤질 수도 있는 상황을 예상하고, "올 오아 나싱(All or Nothing)"의 승부수까지를 준비하는 명감독들의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크나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지난 2004년 우리의 4강 신화를, 안방축구라고, 비아냥거리던, 콧대 높은 유럽 양반들의 코를 눌러 준 것도 기쁜 일이고, 다시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함께 외칠 수 있어, 더 더욱 반갑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응원 문화의 키 워드(Key Word)로 전 세계로 번져 나가고 있지 않은가?


2006년 6월 13일(화).

히딩크의 매직이라고 까지 표현된 대 역전극에 매료되어, 새벽 1시가 넘어 겨우 잠자리에 들었지만, 5시 30분,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오늘은 "화요 맥(脈)"이 가이드 하는 영춘지맥 산행일이다. 오전에는 다소 안개가 끼겠으나, 대체로 맑은 날씨에, 낮 최고기온이 30도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될 것 같다는 예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상마암 12번 군도로(약 1.3Km)-653.5m봉(약 3.6Km)-방가곡 고개(약 3.2Km)-1070m봉(0.7Km)-태기산 군사도로(약 1Km)-양구두미재』로, 마루금 약 8.8Km, 날머리 약 1Km에, 산행시간은 약 5시간 정도를 예상한다. 오늘 밤 대 토고전이 있어서, 코스를 더욱 짧게 조정한 모양이다.

 

류 회장의 컬러지도


상마암(고도 약 542m)에서 방가곡 고개(고도약 635m)까지의 약 6Km는 고도차이도 별로 없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지만, 등산로 주변에 잡목들이 우거져, 이를 헤치고 나가야하고, 또 갈림길이 많아, 길 찾는데도 신경을 써야한다. 방가곡 고개에서 1070m봉 사이의 약 3Km는 고도차가 약 400m 정도 나지만, 급경사를 이루는 곳이 많지를 않고, 등산로도 뚜렷한 편이라 조금만 조심하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아름다운 송림, 울창한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산죽이 무성한, 인적 드믄 오르막길을 유장하게 걷는 재미가 일품이다.


버스가 경유지를 통과할 때마다 예상보다 많은 대원들이 차에 오른다. 산정 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2차대 멤버였던, 고래대장, 송아대원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은 대간을 마친 후, 9정맥에 도전, 이제는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기맥, 지맥을 새롭게 찾아다니는 베테랑들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획한 영춘지맥의 산행은 끝까지 가이드 하겠다는 "화요 脈"의 김 대장의 의지가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오지 산행을 즐기려는 동호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반갑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온 버스는 둔내 IC에서 내려서서, 6번 국도를 따라 둔내면 방향으로 북상하더니, 9시 47분, 12번 군도로가 갈라지는, 상마암 도로변에 정차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대원들은 12번 군도로를 걸어올라, SK 송신탑이 높다랗게 세워져 있는 고개로 향한다. 9시 52분 경, 횡성군 청일면의 안내판 옆, 절개지를 비스듬히 가로 질러 오르며 오늘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2) 절개지 오르며 산행 시작-(9;56) 임도-(10:01) 능선, 왼쪽으로-(10:08) 풍천 이 씨 가족묘-(10:24) 653.5m봉-(10:37) 꺽은재-(11:35~12:00) 570m봉 중식-(12:18) 640m봉-(12:46) 방가곡 고개-(13:08) 175번 송전탑-(13:16) 174번 송전탑-(13:34) 759m봉-(14:09) 830m봉-(14:23) 950m봉-(14:41) 1,070m봉-(14:48) 군사도로-(15:06) 양구두미재』, 중식시간 25분, 날머리 18분을 포함, 총 5시간 1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도로로 끊어져 버린, 마루금을 찾아, 가파른 사면을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깔끔하게 손질된 묘 1기가 보이고, 작은 고개를 넘어서자, 등산로는 임도로 떨어지더니, 바로 반대 편 숲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낙엽송 조림지역은 한 낮인데도 어둑하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임도에서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는 대원들


풍천 이씨 가족묘를 지나 등산로는 다시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산골짜기에 마을들이 보인다. 가까운 곳이 작은고시, 먼 곳을 큰고시라고 짐작한다. 10시 24분, 653.5m봉을 지나지만, 숲이 우거져 삼각점도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울창한 송림을 오른쪽으로 끼고 걷는다.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작은고시 방향


비탈길을 내려서서, 4거리 안부에 이른다. 직진하여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니, 류 회장이 지도를 보면서, 아무래도 알바를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우리들은 동북방향으로 진행해야하는데, 지금은 서쪽으로 가고 있어 방향이 그르다는 주장이다. 일단 앞서 진행하는 사람들을 소리쳐 정지하게 하고, 대원 한 사람은 온 길을 되돌아 내려서며,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쳐 오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한다.


마침 고래대장과 송아대원도 합류한다. 이분들은 산악회의 가이드가 없이,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9정맥을 하다 보니, 산행 스타일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무척 여유가 있다. 목적산행을 하면서도,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송아대원은,


"한 걸음, 한 걸음 떼어 놓기도 아까운 이 아름다운 산길을, 왜 그렇게 빨리들 달리세요?" 라며 안타까워한다.


이윽고 아래쪽에서 "동쪽으로 길이 있으니 모두들 내려오라." 고, 길을 찾아 나섰던 대원이 소리를 친다. 되돌아 내려 가보니, 과연 오른쪽 갈림길 안쪽에, 선두 김 대장이 매어 놓은 화요 脈의 산행리본이 선명하다.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봉복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널찍한 밭이 펼쳐진다. 안부에 이른다. 아마도 지도상의 꺽은재인 모양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봉복산

오른쪽 고시곡 방향의 밭


키를 넘는 잡목지대를 통과한다. 앞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잡목을 헤치며 지나가다 보니, 마치 정글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겨우 정글을 벗어나서 610m 봉을 넘자,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이어져,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 길은 누군가가 나뭇가지를 잘라 막아 놓았고, 오른 쪽 길은 남쪽을 향한다. 잠시 망설이던 대원들은 송 선배님의 경험을 믿고,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자, 과연 능선은 왼쪽으로 크게 굽어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잡목 숲으로 들어서는 대원들

참나무 숲과 송림이 번갈라 나타나고, 키를 넘는 잡목 숲을 통과한 후, 다시 오르막 송림 길을 올라, 11시 35분 경, 570m봉 위에서 후미 일행이 모여 이른 점심을 한다. 3시 반경에 하산을 하면 산악회가 제공하는 식사가 있기 때문이다.

잡목 터널


식사가 거의 끝 날 무렵, 고래대장과 송아대원이 여유있게 합류한다. 고래대장은 산악회가 배포한 개념도를 갖고, 현재 위치를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류 회장이 예의 채색한 1/50,000 지형도를 꺼내, 고래대장과 함께, 독도를 한다. 식사를 마친 대원 일부가 먼저 출발하고, 이윽고 독도를 마친 류 회장이 후미일행과 함께 그 뒤를 따른다. 고래대장과 송아대원은 식사를 계속한다.


"화요 脈"의 영춘지맥 산행에서 자연스럽게 후미대장이 된 류 회장은 고래 일행이 뒤에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은 산행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한 사람들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내리막길을 앞장서서 내려선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이지만, 역시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모양이다.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왼쪽으로 봉복산(1,021.5m)에서 흘러내리는 능선이 힘차고, 그 아래로 신대리가 멀리 보인다. 왼쪽으로 임도가 보이더니, 등산로는 임도로 떨어진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오르며, 왼쪽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을 즐긴다.

임도를 걷는 대원들

봉복산 줄기와 신대리


12시 15분 경, 고개 마루턱의 송전탑을 지나,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서 능선위에 선다. 산악회 리본이 양쪽에 모두 걸려 있다. 왼쪽으로 향해, 640m봉이라고 짐작되는 작은 봉우리 위에 선다. 아무 표시가 없는 삼각점이 점이 박혀있다.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온 길을 내려서서 능선을 타고 달린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에 서니,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태기산(1,261.4m)이 보인다.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

나뭇가지 사이로 당겨 찍은 태기산


능선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임도가 따라오고, 숲 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희미하다. 숲을 통과하자, 등산로는 다시 임도로 떨어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시멘트 도로로 이어진다. 송전탑을 지난다. 산행리본이 오른쪽 숲에 걸려있다. 숲으로 들어서서, 능선에 오르고, 다시 임도로 내려서서, 정면의 송전탑을 향해 구불구불 따라 오른다. 이윽고 고개 마루턱에서 송전탑은 왼쪽으로 빗겨서고, 고개를 넘으니, 오른쪽으로 쌍묘가 보인다. 방가곡 고개다.

송전탑을 향해 이어지는 임도

방가곡 고개의 쌍묘


고개를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기 직전, 왼쪽 숲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낙엽송 숲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오름길이 계속되고, 산죽지대를 지나, 1시 8분 경 175번 송전탑을 지나, 잡초가 무성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정면으로 1142m봉 뒤로, 태기산 정상이 가깝다. 1시 16분, 174번 송전탑 아래에서 류 회장과 함께 오른쪽 조망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즐긴다.

임도에서 본 태기산 정상

174번 송전탑


송전탑 뒤, 숲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임도가 내려다보이고, 안부를 지나, 비교적 가파른 송림 숲을 올라, 1시 34분, 759m봉에 오른다. 커다란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아름다운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이윽고, U자 형태로 굽은 임도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조금 진행하다가, 오른쪽에 걸린 산행리본의 안내로 다시 참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759m봉

U자 형 임도


벌목한 나무들이 흩어진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커다란 바위사이로 이어지고, 산죽 밭을 지나더니, 2시 9분,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830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보인다. <봉평 147> 이제는 길도 뚜렷하고, 950m봉과, 1.070m 봉을 지나면, 태기산으로 이어지는 군사도로에 도착하게 된다. 서둘 것도 없다, 제법 고산 분위기가 풍기는 호젓한 능선 길을 천천히 따라 오른다.

830m봉의 삼각점


2시 23분, 950m봉을 지나고, 허리까지 이르는 산족 밭을 거쳐, 오래된 고목이 쓰러진 곳에 이르자,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오른다. 2시 41분 경, 1070m봉을 지나 내리막길을 달린다. 저 앞, 군사도로 옆, 소나무아래에서 송 선배님과 류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2시 48분, 이들과 함께 군사도로를 내려서서, 양구두미고개로 향한다.

허리까지 차는 산죽 밭

태기산 정상 부근의 군사도로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태기산이 바로 눈앞에 가깝다. 정면으로는 SK 통신탑이 서 있는 양구두미 고개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멀리 청태산(1,200m)이, 왼쪽으로는 휘닉스 파크가 조망된다. 3시 6분, 양구두미 고개에 내려선다.

군사도로에서 본 태기산 정상

양구두미재와 멀리 청태산

휘닉스 파크 방향의 조망


양구두미 고개, 경찰 전적비 앞의 쉼터에서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막걸리 파티를 벌이고 있고, 강 부장님은 버스 옆에서 음식 준비에 바쁘다. 류 회장이 대강 인원을 파악해 보고는 걱정이 태산이다. 점심 식사 후, 먼저 출발한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약 20분 후, 고래대장과 세 명의 대원들이 군사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마루금을 잠간 벗어났던 고래대장 일행이, 알바 중인 대원들을 만나 함께 하산했다고 한다.

양구두미재

경찰 전적비


강 부장님이 솜씨를 부려 마련한 미역 죽이 별미다. 바람이 시원한 쉼터에서 대원들은 좀처럼 일어설 생각을 않는다. 4시 2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6. 15.)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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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지맥(9) : 고들고개-황재-726.7봉-검두재-마암리


2006년 5월 23일(화).

오늘은 『화요 脈』의 가이드로 영춘지맥을 간다. 대간, 정맥, 기맥만을 전문으로 가이드 하는『화요 脈』은 설립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홍보가 미흡하여, 아직 일반 산행인들의 참여는 부진하지만,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고정 멤버들은 대부분이 대간을 마친 산꾼들이라, 동료의식이 강하고, 분위기가 무척 가족적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고들고개-황재-726.7m봉-검두재-골고개-마암리』로 마루금은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둔내면, 청일면의 경계를 타고 이어진다. 고들고개의 고도가 약 505m 정도에, 제일 높은 곳이 726.7m 봉이고, 희기하게도, 이름이 붙어 있는 산이 하나도 없는 구간이다. 마루금 도상거리도 약 14Km 정도이니, 어찌 보면 야산을 산책하는 정도의 코스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안개가 짙은 흐린 날씨라 시계도 나빠 방향을 가리기가 어렵고, 이미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하는 잡목 숲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산로의 식별이 쉽지를 않은데다, 대간이나 정맥길처럼 산행리본들이 길을 인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길 찾기에 애를 먹는다. 키를 넘는 잡목 숲에서, 나무 그루터기에 발이 걸려, 몸의 균형을 잃고, 얼굴이 잡목가지에 긁혀 상처가 난다. 정글 속을 걷는 기분이다. 능선 갈림길에서는 양쪽으로 선발대를 보내, 길을 확인하지만, 여러 차례 알바를 하고 원점으로 회귀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 묻지 않은 오지를 걷는 기분은 싱그럽다. 지난밤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낙엽의 감촉이 푹신하고, 부드러우며, 오월의 푸르름이 눈부시다. 바닥과 하늘이 보이지 않는 어둑한 잡목터널을 지날 때 느껴지는 강한 생명력, 유난히 자주 들리는 뻐꾸기 소리. 산골 오지마을을 가까이 지날 때 들리는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 이들 모두가 오지 산행의 매력이다.


◆◆◆◆◆


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어제 내린 비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논들에는 물이 그득하고 이른 아침인데도 부지런히 논을 가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뿌우연 안개가 시계를 가린다.


버스는 둔내 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6번국도로 내려서서, 횡성 쪽으로 향하다가, 왼쪽으로 굽어 422번 지방도로 접어들더니, 9시 26분 청록가든 앞에 정차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산행 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100여 미터 정도 도로를 거슬러 올라, 9시 30분 경, 왼쪽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어제 내린 비로 때맞추어 논을 가는 트랙터는 아침부터 바쁘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26) 고들고개-(9:30) 산행시작-(9:47) 황재-(10;14) 산불 감시초소-(10:18) 572m봉-(10:24) 목초지-(10:44) 임도-(11:37) 664m봉-(11:50) 내리막 능선에서 길 찾기-(12:20~12:35) 670m봉에서 중식-(13:04) 726.7m봉-(13:48) 검두재-(14:11) 2차선 지방도로-(14:16) 560m봉-(14:49) 오른쪽 갈림길-(15:37) 곧고개-(15;52) 12번 군도-(16:05) 버스』 중식시간 15분을 포함하여, 약 6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노랗게 솔잎이 깔린 낙엽송 숲을 걷는 대원들의 모습이 건강해 보인다. 마루금은 낙엽송 숲을 지나, 임도로 떨어지더니, 다시 왼쪽 잡목 숲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잡목을 헤치며 걷다보니 금방 바지 아랫도리가 젖어온다. 오른쪽으로 포장도로가 보인다. 6번 국도다. 국도를 따라 고개 마루, 황재에 이른다.

낙엽송 숲길을 걷는 대원들

잡목과 풀이 한여름처럼 무성한 안부


고개 마루에는 홍천국도유지관리사무소에서 세운 입간판이 서있다. 입간판은"여기는 황재 정상입니다. 둔내면-우천면 경계"라고 말하고 있다. 입간판을 끼고 오른쪽으로 들어서서, 바로 왼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잡목 숲을 지나니, 부드러운 오르막 능선길이 이어진다. 여자대원과 산나물을 잘 아는 남자대원 몇몇은 등산로를 벗어나 나물을 뜯느라 여념이 없다.

황재


눈앞에 산불 감시초소가 보인다. 산불 감시초소 앞 공터에 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안개 속에 지난 구간의 덕고산이 뚜렷하다. 공터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니, "NO 27"이라고 표기된 사각 시멘트 표지점이 보인다. 572m봉이다.

산불감시초소

뒤돌아 본 덕고산

"NO 27" 표지점 - 572m봉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타고 내려, 너른 목초지를 끼고 이어지는, 축산기술연구소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낮게 드리워진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푸르게 펼쳐진 목초지, 그리고 도로를 따라 오르는 대원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아름다운 5월의 목초지


도로가 언덕마루를 지나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서니, 왼쪽 나뭇가지에 선두가 매어 놓은 산행리본이 보인다. 왼쪽으로 들어서서 울창한 낙엽송 숲을 걷는다, 마침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살아래 펼쳐진 숲길이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숲속에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가 청아하다.

선두가 매어 놓은 산행리본

숨 막히게 아름다운 숲길


등산로는 오래된 산판 길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잘 손질된 묘 1기가 보인다. 산판 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지더니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걷는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밭이 보이고, 민가가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임도를 버리고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길가에 사람 키 정도 크기의 소나무 같아 보이는 나무의 솔잎이 황금색을 띄고 있다. 황금 주목인 모양이다. 집 사람이 화분에서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임도 가에서 나물을 채취하는 대원

솔잎이 황금색인 황금주목


숲속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자 등산로는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제법 너른 보리밭이 파랗게 펼쳐진다. 민가가 가까운지 컹컹 개 짓는 소리가 들린다. 보리밭 가를 지나 능선 오르막을 오른다. 여기저기 간벌 후 버려진 잔가지들이 발걸음을 방해한다. 좌우로 늘어선 울창한 낙엽송 숲은 빛의 통과를 거부하고 어둠속에서 하늘을 향해 치솟아있다.

산골짜기의 파란 보리밭

빛이 통하지 않아 어두컴컴한 낙엽송 숲


11시 37분,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영춘지맥 산행리본을 발견한다. 아마도 664m봉인 모양이다. 봉우리를 지나 간벌지대를 통과한다. 내리막 능선길에서 좌우로 길이 갈리고, 직진하는 내리막길도 보인다. 건너편으로 726.7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가 안개 속에서도 높직하여, 방향은 짐작할 수 있겠으나, 어느 길을 택하여야 할지 난감하다. 좌우로 수색대를 파견한다.


이 지점에서부터 류 회장의 예의 채색한 1/50,000 지형도와 송 선배님의 오랜 산행경험에서 체득한 감각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류 회장은 지도상에서 현 위치를 정확히 지적하고, 송 선배님은 오른쪽 길을 택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마루금은 골짜기를 지나지 않으니 직진 길은 아니고, 우회하는 능선은 흔히 오른쪽으로 굽어, 안부를 지나 오름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류 회장의 채색한 1/50,000 지도


왼쪽을 살피러 갔던 수색대원이 고개를 저으며 되돌아오고, 이어서 오른쪽에서 내려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등산로는 송 선배님이 짐작한대로 안부를 지나더니, 왼쪽으로 굽어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잠시 얼굴을 보이던 햇살이 사라지고 다시 안개가 짙어진다. 오르막길에서 둥굴레가 소담하게 자라고 있다. 등산로는 점점 가팔라지고,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12시 20분 경, 670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 위에서, 후미그룹이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둥굴레


짙은 안개 속, 바람결마저 있어, 땀이 식으니 춥게 느껴진다. 일행은 15분 만에 점심을 후딱 마치고 다시 산행을 계속하여. 어두운 숲속을 달린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 것이 없다. 이윽고 억새 군락지를 지나 1시 4분 삼각점이 있는 726.7m봉에 오른다.

726.7m봉의 삼각점


726.7m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가로지르는 고갯길에 이른다. 길을 건너 묘 1기를 지나, 오르막 능선이 이어지고, 1시 12분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들어선다. 묘지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선두가 매어 놓은 산행리본은 우리들을 오른쪽으로 유도한다. 등산로는 송림을 거쳐, 억새가 무성한 오르막에 이른다. 정면으로 도로와 민가가 보인다. 검두재다.

내려다 보이는 검두재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안부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너른 배추밭이 펼쳐지고, 등산로는 억새가 무성한 왼쪽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오르막 중간에서 철사 줄을 넘어 능선에 오르고, 능선을 따라 걷다가, 무심코 오른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선다. 눈앞에 민가가 몇 채 보이고, 발아래는 감자 밭이다. 마루금을 벗어 난 것이다. 하지만 민가 쪽에서 검두재로 이어지는 임도가 바로 아래에 보여, 감자 밭을 가로 질러 임도로 올라선다.

억새가 우거진 사면에서 뒤돌아 본 배추밭과 지나온 길

잘못 들어선 감자 밭과 마을


1시 48분 검두재에서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묘 1기를 지나고 잡목지대를 통과한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태기산이 보인다. 다시 철 늦은 빛바랜 철쭉이 드믄 드믄 보이는 잡목지대를 지나, 2시 11분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하마암에서 청일면 갑천교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다.

2차선 지방도로


도로를 건너 산길로 오른다. 무덤을 지나고 2시 16분 560m봉을 지난다. 영춘지맥을 한 사람들의 산행리본들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내리막을 지나니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지나온 길과 가야할 봉우리들이 보인다. 눈 아래 펼쳐진 계곡이 제법 유현하다. 다시 무덤 1기를 지나고 억새지대를 통과하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 잔솔나무가 무성한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2시 35분 경, 안부에 이르니 바로 오른쪽에 마을이 가깝다.

왼쪽으로 보이는 골짜기가 제법 유현하다.


마루금을 벗어 난 것이 틀림없다. 왼쪽으로 능선의 흐름이 보인다. 산 사면을 치고 올라, 능선에 오르는 것도 생각을 해보지만, 잡목을 헤치고, 산 사면을 기어오른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할 일없이 내려온 길을 되 집어 오른다. 약 4~5m쯤 진행하자, 모르고 지나친 왼쪽으로 굽은 등산로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굽어 능선에 올라, 앞선 대원들을 쫓는다. 작은 무덤을 지나 왼쪽 길을 택해 내리막을 달린다. 2시 49분, 내리막 능선길 오른쪽에 붉은 산행리본이 걸려있고, 등산로는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안부를 거쳐 왼쪽 오르막 능선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앞선 대원들과 합류한다. 내리막 능선길에서 산행리본을 놓치고, 무심코 직진하다는 알바하기 십상인 곳이다.

결정적인 장소에 걸려 있는 붉은 산행리본


뚜렷한 능선길를 따라, 은사시나무 조림지를 지나고, 새로 조성된 듯싶은 강능 김씨 묘를 오른쪽으로 두고 통과하여, 3시 37분 곧고개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서다가, 바로 왼쪽 숲으로 들어서서, 다시 능선에 올라 발길을 재촉한다.

은사시나무 조림지


눈앞에 마지막 봉우리 620m봉이 다가온다. 봉우리에 오르니, 왼쪽으로 포장도로가 내려다보인다. 내리막 능선을 타고 내려, 왼쪽 낙엽송 조림지를 지나고, 3시 52분, 도로에 내려선다. 6번 국도에서 청일로 분기되는 12번 군도다,

곧고개


도로변에는 SK 이동통신탑이 높직이 서 있고, 둔내면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일행은 천천히 둔내면 쪽으로 걸어서, 6번 국도에 이르러, 횡성 쪽으로 향한다. 저 앞 도로 변에 버스가 서 있다.

12번 군도


4시 5분경 버스에 도착한다.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막걸리 파티를 하고 있다. 버스는 4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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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 정상 맞은편 암봉에서 본 파노라마


2006년 4월 11일(화).

오늘은 "화요 맥"의 가이드로 영춘지맥 감악산 구간을 산행한다. S 산악회에서 화요일 산행을 인수하여 독립한 "화요 맥"은 아직 홍보가 덜되어 참여하는 인원은 많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이다. 주중에 하는 지맥산행이라 참여자들은 대부분이 백두대간을 마친 나이 지긋한 산꾼들이고, "화요 맥"의 김 대장이 의욕을 갖고 여유있게 산행을 가이드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싸리재-감악산-석기암-피제점』까지 마루금을 타고, 피재로 하산한다. 지난번 용두산 867m봉에서 오미재로 향하던 중 알바를 하여 피재 3교 쪽으로 하산한 대원들을 위해, 김 대장이 배려를 하고 대원들의 양해 하에, 역 코스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 코스는 감악산과 석기봉의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노송들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암봉에서의 조망이 뛰어나, 일반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지만, 어제 내린 비로 대기 중의 먼지와 가스가 말끔히 가셔, 시계가 아주 양호하다.


지난번 알바로 빠뜨렸던 마루금까지를 포함한,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27) 신림터널 들머리-(9:30) 산행시작-(9:37) 싸리재-(9:42) 산불감시초소-(9:49) 690m봉-(10:39) 천삼산 분기-(11:03) 830m봉-(11:09) 백련사 사거리-(11:12) 로프가 걸린 슬랩-(11:31) 월출봉 아래-(1147~12:02) 감악산 정상-(12:16) 885.9m봉-(12:29) 얼굴바위-(12:44) 요부골 안부-(12:55~13:10) 간식-(13:17) 밤나무골 안부 헬기장-(13:35) 석기암 1봉-(13:42) 삼거리-(13:45~13:51) 석기암봉-(14:23) 피재점-(14:43) 오미재-(15:06) 867m봉-(15:11) 알바 지점-(15:20) 오미재-(15:42) 피재 3교』, 간식 및 휴식시간 포함, 총 6시간 1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버스가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씨지만 대기는 투명하여 시계가 좋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밭들이 붉은 황토 빛으로 부드럽게 이어지고, 낮은 하늘 아래 먼 산들의 윤곽이 뚜렷하다. 문막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9시 27분 신림터널을 통과하자, 바로 대원들을 산행들머리에 내려놓는다.

신림터널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마치고, 9시 30분 경, 도로 오른 쪽(남쪽)으로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낙엽송 조림지로 들어선다. 거친 넝쿨 길을 헤치고 약 6분쯤 걸어 오르자, 이윽고 싸리재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에 들어서고, 왼쪽으로 싸리재가 보인다.

싸리재 가는 길


싸리재 마루턱은 정자와 벤치가 마련되어 있는 쉼터로, 사리재의 유래를 노래한 예쁜 "싸리치"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이동통신탑 쪽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르다가, 산행리본이 걸린, 왼쪽 산 사면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더니,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88번 국도가 내려다보이고, 매봉산, 치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싸리치 시비(詩碑)

물안동 쪽으로 이어지는 88국도

치악능선


9시 49분 경,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690m을 지난다. 이어서 등산로는 낮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길이 뚜렷하고, 봉우리 마다 산행표지 리본이 방향을 알려주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다. 왼쪽으로 물안리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등산로는 다시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0시 35분 경,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는 750m봉을 내려서자, 왼쪽으로 봉분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쇠락한 무덤을 지난다. 천삼산 분기점이다.

물안리 마을


안부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며 왼쪽으로 백덕산을 조망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주천면을 굽어본다. 10시 54분 경, 능선길을 오르며 처음으로 감악 3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11시 3분 856m봉에 오르고, 11시 9분, 백련사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백련사, 계곡코스, 정상 1.2K> 오른쪽 백련사로 가는 길은 너른 임도다.

백덕산

감악 3봉

백련사 갈림길 이정표


완만한 슬랩구간에 로프가 걸려있다. 슬랩 위 전망바위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선바위 쪽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치악능선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북동쪽으로 백덕산이 뚜렷하고, 그 오른쪽으로 산줄기가 첩첩히 겹쳐 있는 모양이 장관이다. 정면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감악산 암봉들이 가깝다. 커다란 돌들이 박힌 황톳길을 내려선 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서 보는 암봉들이 아름답다. 이윽고 11시 31분, 우뚝 솟은 월출봉을 마주본다.

선바위 방향

백덕산 방향 조망

가까이 본 감악 암봉

월출봉


등산로는 왼쪽으로 이어지고, 월춯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 어귀에 이정표가 서있다. <감악산 정상, 재사동 방향, 계곡방향, 능선방향> 월출봉은 직벽으로 된 암봉이라 오르지를 못하고 맞은 편 암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북쪽으로 주천면 방향의 마을들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백덕산이 아름답다. 북서 방향으로 치악의 웅장한 능선이 하늘을 이고 있다.

월출봉 맞은 편 암봉과 이정표

주천면 방향의 조망


암봉을 내려서서, 황둔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월출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로는 다시 능선으로 이어지고, 능선마루에 이정표가 서있다. <백련사 0.1K, 석기암 2.9K> 능선 마루에서 오른쪽 암벽을 올라, 11시 47분, 정상석이 세워진 감악산 정상(945m)에 선다. 암봉과 노송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다.

 

감악산 정상석이 있는 암봉

감악산 정상석


감악산 정상 건너편에, 노송과 고사목이 아름다움을 더 해주는 또 하나의 암봉이 우뚝 솟아 있다. 정상봉과 이 암봉을 연결하는 통나무 다리를 건너, 암봉에 드리워진 로프를 잡고, 바위 위로 오른다. 제법 너른 바위 위에서 보는 조망이 가히 압권이다. 바로 눈 아래 백련사가 굽어보이고, 감악산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암봉들이 그림 같다. 치악산 능선, 백덕산 외에도 남서쪽으로 금수산이 뚜렷하다.

감악산 정상 건너편 암봉

감악산 암봉

금수산

백련사


아쉬움을 남긴 채 감악산을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급사면 길을 달린다. 뒤 돌아 감악산 암봉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절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잠시 걸음을 멈춘다. 12시 16분 885.9m봉, 지도상에 감악봉으로 표기된 봉우리에 오른다. 정상에는 "119 위치 표지판, 감악산 04" 가 세워져 있고, 이정표가 서 있다. <백련사 1K, 석기암 2.6K>

감악산 암봉에서 떨어지는 절벽

감악봉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암릉이 나타나고, 로프가 걸린 곳도 있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암름길에서 사람의 옆얼굴 모습을 닮은 바위를 지나고 난 후. 날씨가 흐려지며 바람이 인다. 등산로는 안부로 이어지고, 오른쪽 참나무 숲속이 온통 노란 색이다. 생강나무 군락지인 모양이다. 12시 44분 이정표가 서 있는 너른 요부골 안부에 도착한다. <요부골 1.7K, 석기암 2.0K, 황둔 2.5K>

옆얼굴 바위

생강나무 군락지

요부골 안부 이정표


안부를 지나,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걷는다. 왼쪽에서 불어 오는 바람결이 제법 거세다. 12시 55분, 능선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선 송림 숲에 자리를 잡고, 후미 일행이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능선이 바람을 다소 막아 주기는 하지만, 앉아서 식사를 하는 동안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지는데,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마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행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1시 10분 경, 다시 능선길을 오른다.


1시 17분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이정표와 <석기봉 1,0K, 감악봉 1.6K> "119 위치 표지판 감악산 03"이 세워져 있다. 분기봉을 내려서서, 이정표가 서 있는 <감악봉 1.9K, 용두산 3.8K>, 너른 헬기장인 밤나무골 안부를 지나 약 10분간 오르막을 올라 석기암 1봉에 오른다. 석기암(905.1m)라는 정상 표지 팻말이 세워져 있지만, 실제 정상은 다음 봉우리이다.

석기암 1봉 팻말


석기암 1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다 뒤 돌아 나뭇가지에 가린 감악 3봉을 카메라에 담고, 봉우리를 내려서서 직진하여, 석기암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906m>과 이정표 <감악봉 2.6K, 용두산 5.6K>, 그리고 삼각점이 있다. <제천 23, 2004 재설>

석기암 정상


사방이 탁 트인 석기암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우선 남서쪽으로 용두산, 가창산, 삼태산, 태화산으로 이어지는 지나 온 영춘 지맥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소백산 줄기가 아련하다. 북동쪽으로 배거리산, 그 뒤로 멀리 가리왕산이 식별되고, 남쪽으로는 산으로 둘러싸인 제천시가 내려다보인다.

용두산과 송학산 그리고 멀리 태화산, 삼태산, 가창산

송학산 왼쪽 조망

동쪽으로 배거리산

동북쪽 가리왕산 방향 조망

제천시 방향조망


석기암을 내려서서 바위지대를 우회하니, 등산로는 완연한 오솔길로 변한다. 석기암에서 조망을 즐기는 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빗줄기가 다시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한다. 비도 내리고, 먼저 하산한 대원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지난 번 알바 하느라 빠뜨렸던 구간의 땜방을 포기하고, 피재목에서 다른 대원들과 함께 하산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오솔길을 서둘지 않고, 유유히 내려선다. 2시경 "감악산 02" 팻말을 지나고, 이어서 2시 20분 경, "감악산 01" 팻말을 통과하여, 2시 24분 피재점에 이르니 한 무리의 대원들이 쉬고 있다.

피재점 이정표


현(玄) 사장이라고 하는 젊은 대원이 반색을 하며 맞이한다. 지난 번 함께 이야기를 하며 걷느라,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보지 못하고, 직진하는 바람에 함께 알바를 했던 대원이다. 자기 때문에 알바를 했다고 생각하는 이 젊은 대원은 함께 땜방을 하겠다고 피재목에서 30분이나 나를 기다렸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비도 오는데 그냥 내려갑시다. 빠뜨린 마루금 1Km 정도를 땜방하는 것이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데..." 라고 종용하고, 후미를 맡은 류 회장도,


"별 특별한 구간도 아닌데 그냥 하산합시다." 라고해도 이 젊은 대원은 막 무가내기다.


"김 대장에게는 전화로 함께 다녀온다고 했으니 갑시다." 라며 앞장서서 비탈길을 달려 내려간다.


할 수 없이 류 회장을 한번 쳐다보고 뒤를 따른다. 돌탑을 지나고 2시 43분 오미재에 이른다. "여기서 그만 오른쪽으로 하산합시다." 라고 현 사장에게 재차 권유해보지만, "찝찝하니, 내친 김에 알바한 곳까지 갑시다." 라며 또 다시 오르막길을 앞장서서 오른다. 비는 여전히 내라고 능선길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돌탑

오미재


3시 4분 경, 노송 아래 벤치가 놓인 곳을 지난다. 낮이 익다. 하지만, 비슷한 곳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조금 더 올라, 2분 후, 876m봉 정상의 이정표 <오미재 0.8K, 용두산 1.7k> 앞에선다. 비로소확신을 갖고, 올라온 길을 되돌아 Y자 길을 찾아 내려선다.

벤치가 놓인 노송 아래 쉼터


5분 후인 3시 11분, 알바를 했던 Y자 갈림길에 이른다. 지금은 왼쪽 길이 나뭇가지로 막혀있다. 지난 번 왼쪽 능선 길로 하산할 때 약 40분이 소요된 것으로 기억되어, 이 지점에서 현 사장과 잠시 의논을 하고, 오미재까지 되돌아 내려와서, 오미재에서 계곡길을 따라 하산하기로 한다.

막아 놓은 왼쪽 능선길


3시 20분 경 오미재를 통과하여, 왼쪽 계곡길로 내려선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산판길처럼 뚜렷하고 순하다. 3시 42분, 피재 3교에 도착하자, 오른쪽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 버스가 보인다. 버스에 도착하여, 비를 피해, 다리 아래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과 합류한다.


(200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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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산 정상의 정상석과 삼각점


2006년 3월 28일(화).

오늘은 영춘지맥 용두산 구간을 산행한다. 일반적으로 이구간은 배재에서 출발하여, 용두산, 석기암, 감악봉을 거쳐 싸리재에서 마감을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도상거리가 20Km에 가까워, 당일 산행으로는 무리라고 본 산악회가 이를 다시 두 구간으로 나누어 산행한다.


산행코스는『배재(2.4K)-개나리공원묘지(2.8K)-도화리군도 (2.6K)-용두산(2.2K)-오미재(1.0K)-피재점(1.1K)-피재』로 도상거리는 마루금 약 10.0Km, 날머리 1.1Km, 합계 11.1Km의 비교적 짧은 구간이다.


오늘 코스는 크게 보아 북서방향으로 진행하다가, 피재목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피재로 내려서지만, 마루금은 역 S자 모양으로 이어진다. 배재에서 에스골 하우스까지는 야산을 오르내리고, 지루하게 철책을 따르다가, 도로로 내려서는가하면, 밭을 따라 걷기도 한다. 이런 길은 용두산 산세 권으로 들어서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산행코스로 변한다.


용두산은 일반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라 등로가 뚜렷하여 알바를 할 위험이 적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흔히 방심을 하게 되고,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알바를 경험하는 묘한 곳이기도 하다.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35) 배재-(9:55) 쓰레기 매립장 정문-(9:58) 인바이오믹스-(10:16) 개나리공원 묘지-(10:47) 시멘트 도로-(11:02) 도화리 군도-(11:07) 에스골 하우스-(11:13) 전주 김공 묘-(11;27) 의림지 갈림길-(11:50) 너른 쉼터-(12:20) 용두산-(12:40) 송한재-(13:06) 867m봉, 이후 Y자 갈림길에서 마루금 이탈-(13:40) 용두산 삼림욕장-(14;00) 피재』, 마루금 약 3시간 40분, 마루금 이탈, 날머리 약 45분, 총 4시간 2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영춘지맥을 산행하는 날의 날씨가 요상하다. 첫 번째 태화산 구간을 산행하는 날에는 비가 오더니, 두 번째 삼태산 산행 때는 눈이 내리고, 세 번째 가창산 구간에서는 날씨는 맑았으나, 전날 내린 눈으로 미끄러운 길을 걷었고, 이번에는 심한 바람 속에서 함박눈을 맞고 산행을 한다. 이쯤 되면 무속인 들의 말을 잘 믿는 정치가들이 아니더라도 점쟁이를 한번 찾아보고 싶은 심정이 된다.


오늘 산행의 가이더는 "화요 맥"이다. 송암 산악회에서 선두대장을 하던, 김송태 대장이 "화요 맥"을 설립하고, 송암 산악회의 화요일 산행을 인계 받았기 때문이다. 궂은 날씨 등이 원인이 되어 영춘지맥 산행의 참여 인원수가 격감한 현실 속에서, 의욕을 갖고 새롭게 출발하는 김 대장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 ◇ ◇


대문을 나선다. 도로가 젖어 있다. 밤에 비가 조금 내린 모양이다. 서울 중부 지방의 오전 비올 확률 80%, 오후 20%에, 오전에 황사현상도 조금 있겠다는 예보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 밖의 산과 들이 춘설에 덥혀 있다. 버스가 영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원주가 가까워지자, 차장 밖에 쌓인 눈은 춘설의 수준을 넘어, 한겨울의 심설을 닮았다.


버스가 치악 휴게소에 잠시 정차한다. 차에서 내리자 바람이 거세고, 날씨가 몹시 춥다. 춘분이 지난지도 일주일이 지났건만, 웬 놈의 꽃샘추위가 이리도 기승을 부린단 말인가? 영춘지맥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따듯한 방에서, 책이나 보고, 음악이나 들을 걸 그랬나 보다.

치악 휴게소 주변 풍경


9시 35분, 38번 국도가 지나가는 배재에 도착한다. 다행이 이곳은 눈도 많이 온 것 같지 않고, 심하게 춥지도 않다. 도로 변에 세워놓은 "뱃재(梨峴)고개" 표지석을 카메라에 담는다. "청풍명월"이 음각되어 있는 표지석 한 면은 현대주유소 입간판이 막고 있고, "뱃재고개" 라고 쓰인 반대 면은 푸른 철주가 가리고 있다. 아무리 돈 벌이가 좋다 해도, 공들여 세운 표지석의 건립 취지를 훼손하는 이러한 무신경이 딱하고, 이를 방치하는 행정당국의 직무유기가 괘씸하다.

뱃재고개


사진을 찍느라 처음부터 최후미로 쳐져, 주유소 뒤쪽, 숲으로 향한다. 빈터 개집에 묶어 놓은 여러 마리의 개들이 시끄럽게 짖어댄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지더니, 철책을 따라 이어진다. 제천시 쓰레기 매립장 철책이다. 등산로는 철책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오르더니, 잣나무 조림지역으로 이어진다. 파란 어린 잣나무들이 하얀 눈을 이고 있다.

잣나무 조림지역


오른쪽으로 무덤 1기가 보이고, 등산로는 고개 마루턱을 지나 다시 철책을 끼고 좁게 이어진다. 마른 넝쿨이 다리에 휘감긴다. 왼쪽에 송전탑이 보이고, 철책 길 오른쪽은 절개지로 그 아래는 밭이다. 9시 52분 너른 임도로 내려서서, 길을 따라 왼쪽으로 걸어 오르니, 3분 후, 쓰레기 매립장 정문을 지난다.

쓰레기 매립장 철책을 끼고 걷는 대원들


쓰레기 매립장 정문에서부터는 포장도로다, 도로 오른쪽에 금강 레미콘 공장이보이고, 커다란 GS 칼텍스 간판이 서있다. 9시 57분, 군도로 내려서고, 1분 뒤, 인바이오믹스(주) 정문을 통과한 후, 군도를 버리고, 오른쪽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인바이오믹스(주)


시멘트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지점에서, 왼쪽 옹벽을 타고 올라, 절개지 위의 철책을 끼고 걷는다. 이렇게 변전소 철책을 끼고 6~7분 쯤 걷다가 안부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철조망을 넘어, 둔덕에 올라서서, 왼쪽 야산으로 들어선다.

변전소 철책길


10시 13분 등산로는 야산을 버리고 다시 시멘트 도로로 내려선다. 오른쪽에 개나리 공원묘지가 보인다. 등산로는 공원묘지를 오른쪽에 두고 줄곧 이어진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약 15분간 공원묘지를 끼고 달리던 등산로는 묘지를 버리고 왼쪽으로 굽어, 숲으로 이어지며, 작은 언덕을 오른다.

개나리 공원묘지


10시 31분, 언덕 마루턱 무덤가에 송 선배님을 비롯한 대원 몇 사람이 쉬고 있다. 눈발이 제법 굵어진다. 잘 손질된 무덤이 향하고 있는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침반을 보니, 무덤은 북쪽을 향하고 있다. 잡목과 참나무가 우거진 능선을 걷는다. 눈발이 심해지자, 우비를 꺼내 입는 대원도 생긴다. 왼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북향 묘


직진하는 등산로를 누군가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고, 왼쪽으로 산악회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왼쪽 사면을 타고 내린다. 개 짖는 소리가 더욱 더 요란해지고, 나뭇가지 사이로 축사가 내려다보인다. 등산로가 갑자기 왼쪽으로 90도 꺾어지더니, 작은 언덕을 넘어, 10시 47분 시멘트 길로 내려선다.

시멘트 길


시멘트 길을 건너, 절개지를 타고 올라, 다시 능선에 선다. 아름다운 송림 숲이 이어진다. 하얀 눈을 이고 있는 푸른 소나무가 도열한 사이를 기분 좋게 걷는다. 10시 57분, 한양 조씨 묘를 지나고, 이어서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컹컹 짖어대는, 남의 집 마당을 가로 질러, 과수원 길로 들어선다. 눈발이 뜸해진다. 나지막하게 팔을 벌리고 서 있는 과수(果樹)들은 이미 전정(剪定)을 끝내고, 잎이 돋고, 꽃 피우기를 기다리고 있다.

춘설 속의 송림길

한양 조씨 묘

과수원


팬션처럼 예쁜 집을 지난다. 뒤로 송전탑이 줄을 잇고, 안개 속에 큰 산마루가 희미하게 이어진다. 용두산 권역으로 들어서는 모양이다. 과수원 길을 벗어나 2분쯤 걸어, 2차선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이 도로는 도화동에서 의림지로 이어지는 도화리 군도라고 한다.

예쁜 집과 안개속의 큰 산마루

도화리 군도


도로를 건너 시멘트 옹벽을 타고 넘어서니, 에스콜 하우스 입간판이 보인다. 입간판을 오른쪽에 두고,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른다. 왼쪽의 넝쿨관목과 오른쪽 소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길이 환상적이다. 에스콜 하우스를 지나, 11시8분 고추밭을 왼쪽으로 끼고, 눈 덮인 송림 사이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들어선다. 비로소 산행이 시작되는 기분이다.

에스콜 하우스 입간판

에스콜 하우스 가는길

고추밭


아름다운 송림이 이어진다. 눈 덮인 전주 이씨 묘를 거쳐, 11시 27분, 왼쪽으로 갈림길이 있는 곳을 지난다. 청색 비옷을 걸친 대원 한 분이 사진을 찍고 있다. 배재에서부터 줄곧 사진을 찍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진행하던, 나이가 들어 보이는 대원이라, 호감이 간다. "이 갈림길은 어디로 이어지는 길인가요? 라고 묻는다. "의림지로 내려가는 길이지." 라고 초면에 대뜸 나오는 반말이 뜻밖이다.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마음에 두지 않고, 가볍고 목례를 하고, 앞서 걷는다.

전주이씨 묘


나무계단을 오르고, 10분 후 송전탑을 지난다. 다시 눈발이 날리면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추워지기 시작한다. 11시 50분, 벤치가 여러 개 놓여 진 너른 휴식 터에서 송 선배님과 대원 몇 사람이 눈을 맞으며,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있다. 추위와 눈바람을 막기 위해, 배낭에서 재킷을 꺼내 입고, 도시락을 펼치기도 귀찮아, 김밥 몇 개를 얻어, 선채로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나무계단 길


대원들과 함께 거센 바람을 뚫고, 눈을 맞으며, 아름다운 송림을 지난다. 소나무는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는데, 이곳은 햇볕이 좋은 모양이다. 이윽고 나무 계단을 오르고, 12시 20분, 용두산 정상(873m)에 선다. 정상은 너른 헬리포트다.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고, 이정표가 서있다, <오미재 2.4K, 석기암 5.6K> 이들의 사진을 찍고, 멋진 소나무 아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상주 파티에 끼어들어 막걸리를 마시고, 빵을 먹는다.

울창한 송림

용두산 정상 팻말


용두산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빼어나다고 하지만, 지금은 안개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나온 가청산과 앞으로 가야할 치악산 줄기를 보고 싶었는데, 서운하다. 다음 구간인 석기암이나, 감악봉에서 기대를 해 보자고 마음을 달래며, 용두산을 내려선다.


하산길이 넓고, 완만하게 이어진다. 그 동안 내린 눈이 제법 쌓였다. 약 5Cm는 되는 듯싶다. 능선을 내려서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앞에 보이는 867m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12시 40분 송한재에 내려선다. 이정표와 <물한이골 1.0K, 송한리 4.0K> 용두산 숲 탐방로 안내판이 서 있다. 맞은편 오르막을 천천히 오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첩첩한 산줄기가 보인다. 가파른 사면을 오르면서 뒤돌아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용두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삼림욕장 안내도 - 나중에 알바를 한 길이 못재 오른쪽 점선 등산로

뒤돌아 본 용두산


12시 51분, 영월 신씨 묘를 지나고, 12시 56분, 멋진 소나무를 카메라에 담는다. 왼쪽으로 송림을 끼고 등산로가 이어지더니, 작은 봉우리를 넘자, 이번에는 왼쪽 비탈에 서 있는 참나무들이 눈 속에 아름답다. 1시 6분, 이정표가 서 있는 867m봉에 선다. <용두산 1.7K, 오미재 0.8K, 석기암 3.8K> 대원 한 사람과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867m봉을 내려선다. 얼마 걷지 않아, 몇 그루 아름드리 노송 아래, 눈 덮인 벤치가 놓여 진 쉼터를 지나서 뚜렷한 능선길을 따라 달린다.

벤치와 소나무

참나무 비탈에 서다

867m봉 정상


눈 덮인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같이 이야기하던 대원은 한 발 앞서 달려가고, 뒤에서 누군가 소리쳐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만, 멀어서 무슨 소린지인지 모르겠다. 잠시 멈추어 서서 귀를 기울이다가, 다시 뚜렷이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달려 내린다. 젊은 대원 한 사람이 헐레벌떡 따라 붙더니, 알바를 하는 것 같다고 소리친다. 등산로가 내리막으로 떨어지기 전, 오른쪽으로 갈림길을 보았는데 그 길이 맞는 길 같다는 이야기이다. 지도를 꺼내고, 나침반으로 방향을 본다. "아뿔사 !" 마루금은 북서쪽으로 이어지는데, 우리는 지금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알바가 틀림없다. 부동산 정책 비판에 열을 내다가 오른쪽 갈림길을 못 보고 지나친 것이다. 아마추어 좌파들이 펼치는 부동산 정책이 엉뚱한 데서도 부작용을 낳는다.


하지만 이미 20분을 넘게 달려 내려왔고, 앞선 대원은 보이지도 않는다. 뒤에서도 두 사람이 따라 내려온다고 한다. 원점으로 회귀하여, 마루금을 제대로 타면,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너무 기다리게 된다. 오늘은 모처럼 피재에 있는 식당에 모두 모여 닭도리탕으로 점심을 하자고 예약을 해 놓았기 때문에 너무 늦어지면 곤란하다. 젊은 대원은 앞선 대원을 잡으러 쫓아 달리고, 나도 급히 그 뒤를 따른다.


1시 40분 피재와 도화리를 잇는 군도에 내려서서, 젊은 대원이 버스에 있는 강 부장에게 전화를 한다. 버스는 피제에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일행은 피재를 향해 아스팔트길을 따라 오른다. 이 지역은 용두산 삼림욕장으로 도로변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1시 47분 피재 3교를 건너고, 1시 53분, 오른쪽으로 산행리본이 붙어 있는 등산로 입구를 지난다. 등산로 입구는 출입금지 차폐물로 막혀있다. 오미재로 이어지는 등산로라고 짐작한다. 조금 더 오르자, 산악회 버스가 도로를 따라 마중을 나온다. 버스에 올라, 차를 되돌려, 피재의 식당 앞에 내리니, 정각 2시다. 선두 대장은 내려와 있지만, 대원들은 아직 도착 전이다.

잘못 내려선 군도

오미재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


대원들이 도착하고, 예약한 식당,"대가"로 들어선다. 송 선배님을 모시고, 차려진 상의 제일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의림지 갈림길에서 반말하던 양반이 옆자리에 와 앉는다. 대원들이 자리를 잡고, 우선 막걸리 잔이 돌기 시작하자 옆의 양반이 묻는다. "이 자리에서 좌장이 누구요?" 같은 산악회에서 함께 산행을 하더라도, 아주 친해지기 전에는, 나이, 직업, 출신학교 등은 서로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를 의식했는지, "나는 40년생인데,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서,,'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송 선배님이 이 자리의 좌장이라고 알려주고, 함께 건배를 한다.


3시 33분 경 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서니, 다시 눈발이 날린다. 귀로의 버스 속에서 40년생 양반이 지도를 보여준다. 5만분의 1 지도 복사본에 7가지 색으로 등고선을 구분하고, 마루금이 지나는 봉우리들의 고도를 기입해 놓았다. 태화산에서부터 싸리재까지의 이런 지도를 이어 붙여 두루마리를 만들었다. 보통 정성이 깃든 것이 아니다. 지도를 보고 내가 알바했던 장소를 찾으니. 금방 알 수가 있겠다. "세상에 이렇게 정성들여 만들었으면, 혼자만 이용할게 아니라, 복사를 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면 좋을 터인데..."라고 말했더니, 유감스럽게도 컴퓨터를 다를 줄 노르고, 칼라 복사를 하려고 해보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한다.

다시 내리는 눈발

류 회장이 준비한 구간지도 - 버스 안에서 찍어 상태가 좋지 않다.


지도를 카메라로 찍어, PC에 저장한 후, 다시 살펴보니, 어둡고, 흔들리는 버스에서 찍은 사진이라 상태가 좋지 않다. 이 괴짜 양반이 공들여 만든 지도를 서로 공유하자는 원칙에 동의를 했으니, 방법을 찾아야겠다. 한국역사지리연구회의 류 회장이라는 이 양반은 백두대간을 2차례 종주하고, 9정맥을 마쳤다고 한다. 그게 그냥 마친 것이 아니라, 산행 전에 하루는 산행계획을 세우고, 산행을 마친 후에는, 찍어온 산 사진을 지도와 비교하며 판독하는데, 2일을 소비하여, 한 구간을 산행하는데, 4일간을 투자했다고 한다. 대단한 양반이다.


4번째 산행을 마친 이 영춘지맥 산행 팀의 고정 멤버는 15인 정도로 추정된다. 이 수자(數字)로는 부족하다. 기존 멤버들이 예정했던 것처럼 영춘지맥을 무사히 완주하려면, 추가로 15인 정도의 고정 멤버가 더 필요하다. 영춘지맥에 관심이 있고, 주중인 화요일에 시간을 낼 수 있는 동호인들이 새롭게 참여하여, 회원들을 조직화하고, 산악회와 협력을 한다면, 뜻 한 대로, 영춘지맥을 완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화요 먝"의 김송태 대장 전화번호를 남긴다.


011-789-5770/ 033-435-5779


<2006.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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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지맥(3) : 참나무쟁이 고개-가창산-배재


첫 봉오리를 오르다 오른쪽으로 본 파노라마


2006년 3월 14일(화)

오늘은 송암 산악회의 가이드로 영춘지맥 3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계절로는 봄이 분명하지만 2~3일 전부터 꽃샘추위로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더니, 어제 오후 서울에는 눈발마저 흩날린다. 봄 속의 겨울 날씨다.


6시 30분 경 대문을 나선다. 이미 사위가 밝아졌고, 차가운 새벽 공기가 상큼하다. 오늘은 전국이 맑고, 중부 지방의 최저기온은 영하 5도, 낮 최고기온이 8도라고 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온도에 조망도 좋아, 산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라 하겠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으로 내다보이는 산야가 어제 내린 춘설로 모두 하얗다.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치악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내의를 입지 않은 아랫도리가 써늘할 정도로 춥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람이 세찬 것이 한겨울 날씨가 무색할 정도다. 낮에는 날씨가 풀린다는 예보를 믿고, 중무장을 하지 않은 것이 걱정이 된다.

춘설에 덮인 산야


버스로 돌아와, 재킷의 후드를 모자 위로 덮어 쓸 수 있도록 조정하고,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최대한의 방한 조치를 강구한다. 김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참나무쟁이 고개-550.5M봉-가창산-567.7M봉-조움재-왕박산 갈림길-제천 외곽도로-서문리 도로-뱃재』로 도상거리는 약 13Km다. 오늘 코스에는 특별히 어려운 곳은 없으나, 등산로가 불분명한 곳이 여러 곳 있으니, 선두가 부착한 산행리본을 주의 깊게 살피며 산행하라고 당부하고, 산행시간은 5시간 30분을 예정하니, 주력이 좋은 분들은 약 40분이 소요되는 왕박산을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고 권한다.


지난 1차 때, 태화산 산행은 비를 맞으며 7시간 이상을 걸었고, 2차, 삼태산 산행 시에는 눈보라 속에서 8시간 정도 강행군을 했던 대원들 중, 일부가 코스가 너무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하자, 산악회가 이를 받아들여 코스를 재조정한 결과, 오늘은 다소 여유가 있는 산행을 할 수 있겠다.


버스는 지방도로를 타고, 참나무쟁이 고개로 향한다. 온 산하가 제법 많이 내린 춘설에 덮여 하얗다. 버스는 참나무쟁이 고개로 오르려 시도를 해 보지만, 제설이 안 된 도로가 미끄러워, 도로변에 정차하고, 대원들은 서둘러 하차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6) 고개아래에서 산행시작-(10:02) 참나무쟁이 고개-(10:04) 전주이씨, 양주허공 묘-(10:24) 첫 번째 봉우리, 좌측-(10;32) 원점회귀-(10:37) 숙부인 영월신씨 묘-(10:41) 523m봉 직전 안부-(10:48) 523.2m봉-(11:13) 550.5m봉-(11:45) 595m봉-(11:54) 김해김씨 묘-(12:00~12:10) 간식-(12:47) 675m봉 능선-(12:53) 가창산-(13:20) 폐광 터-(13:36) 전주이씨 묘-(13:40) 임도-(14:10) 567.7m봉-(14:30) 돌 쌓인 조움재안부-(14:57) 왕박산 갈림길-(13:15) 외곽순환도로-(15:24) 서문리 도로-(15:36) 철탑-(15443) 안동김씨 묘-(15:58) 38번국도-(16:00) 배재』간식시간 10분 포함, 약 6시간이 소요된 산행이다.


버스에서 내려 눈 덮인 도로를 천천히 따라 오른다. 걱정했던 것처럼 추위도 심하지 않고, 쾌청한 날씨에 바람도 잠잠하다. 10시 2분 고개마루턱에 올라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임도를 들어서서,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산 사면을 오른다. 얼마 오르지 않아, 전주이씨와 양주허공(許公)을 합장한 묘를 지난다. 등산로는 어린 송림 숲으로 이어지며, 점점 가팔라지고, 눈 덮인 낙엽길이 미끄럽다.

참나무쟁이 고개로 오르는 대원들

고개에 이르러 마루금 진입


10시 15분,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첩첩히 겹친 산들이 아름답게 시야에 들어온다. 방향으로는 지난 번 올랐던 삼태산 쪽이지만, 어느 것이 삼태산 인지 식별을 못하겠다. 유감이다. 오르막이 점차 더 힘들어지면서 재킷을 벗는 대원들이 늘어간다. 봉우리 위에 오른다. 봉우리에서 직진 방향으로 낡은 산행리본이 걸려 있고, 왼쪽으로는 송암 산악회 리본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급경사 내리막으로 내려선 흔적이 보인다.

첫 봉우리로 오르다 오른쪽으로 본 조망

알바한 첫 봉우리 마루턱


눈 덮인 급경사 내리막을, 약 3~4분 정도, 미끄러지면서 조심스럽게 내려서는데, 선두 대장이 산 사면을 곧바로 치달아 오르며, 잘 못 내려왔으니, 봉우리로 되돌아가라고 소리친다. 눈이 덮여, 길을 잘못 판단한 모양이다. 다시 봉우리에 올라서서, 아이젠을 꺼내 신은 후, 왼쪽으로 조금 비켜 선 능선을 따라 걷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 덮인 숙부인 영월신씨 묘를 지나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 급경사 비탈길로 이어진다.

숙부인 영월신씨 묘


너른 안부에 내려선다. 거친 넝쿨들이 눈을 소복이 이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허위허위 올라 10시 48분, 532.2m봉에 오른다. 아무 표지도 없는 봉우리 위에 서지만, 잡목에 가려 조망을 즐기지 못하고, 곧바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타고 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정면에 가야할 550.5m봉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고,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능선이 분기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니 550.5m봉이다. 정상에는 판독이 불가능한 오래된 삼각점이 박혀있다.

안부의 눈 덮인 넝쿨

눈 덮인 550.5m봉


봉우리를 내려서서, 아름다운 눈 덮인 송림 길을 지나고, 곳곳에 간벌하고 능선에 버려둔 잔가지들이 갈 길을 방해하는 곳을 지난다. 11시 45분 경, 595m봉에 오른다.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시야가 트여, 첩첩히 이어지는 산세가 아름답고,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불에 타 헐벗은 산이 눈에 들어온다.

550.5m봉에서 본 파노라마

 

550.5m봉 오른쪽으로 보이는 헐벗은 산

 

595m봉에서 좌측 능선을 타고 내린다. 잡목과 소나무 숲이 이어지고,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더니, 11시 54분 경,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에서 김 회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4기의 김해김씨 묘를 지나 임도를 따라 걷다가, 왼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얼마 오르니 않아, 송 선배님이 동료 대원과 함께 간식을 들며 쉬고 있는 곳에 이른다.

김해김씨 묘


김 회장과 후미대원들은 가창산에서 식사를 하겠다고, 계속 오르막길을 오르고, 시장기를 느낀 나는 선배님과 합류하여 빵으로 간식을 즐긴다. 따듯한 햇살 속에서 한 줄기 강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햇살 속에서 반짝이며, 분분히 흩날린다. 대원 한 사람은 간식을 마치고, 먼저 출발을 하고, 송 선배님도 배낭을 챙긴다. "먼저 출발하십시오. 뒤 따라 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에이, 사람이 의리가 있지....천천히 들고 같이 가자구." 라며 기다려 주신다.


간식을 마치자, 나 때문에 졸지에 최후미로 쳐진 선배님이 앞장을 서서 낙엽이 쌓인 사면을 오르고,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른다. 경사가 더욱 급해지며, 앞서간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이 뻔한 곳이라, 저 위로 보이는 능선을 향해, 길 없는 사면을 똑바로 치고 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왼쪽으로 이어진 등산로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완만한 능선길을 타고 오른다. 등산로는 점점 좁아지며, 날등으로 이어지고, 오르막을 거쳐, 12시 53분 삼각점에 이른다. <404 재설, 77.8 건설부> 이곳이 강원도와 충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가창산 정상(819.5m)이다. 정상을 지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김 회장과 후미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가창산으로 이어지는 675봉 능선길

가창산 삼각점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조망이 트였다. 가까이에 호명산, 갑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구비치고, 그 뒤로 멀리 금수산이 아득하다. 식사하는 일행을 뒤로 하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완만한 오르내림을 거쳐, 아름다운 송림이 이어지더니, 등산로는 급격히 왼쪽으로 꺾인다. 1시 20분, 억새가 무성한 공터에 이르고, 정면에 흉물스런 폐광 터가 보인다.

가창산 정상에서 본 남쪽 조망


 

폐광 터


안부로 내려서서, 폐광 터를 오른쪽에 두고, 정면의 작은 봉우리를 향한다. 왼쪽으로 파란 정치미 못이 보이고, 그 뒤 작은 삼각봉 너머로 여전히 산들이 첩첩한데, 가까이로는 522번 지방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봉우리 위에 오르자, 다시 능선이 분기되고, 산행리본은 우리들을 오른쪽 능선으로 유도한다. 봉우리를 지나 왼쪽으로 내려서서 전주이씨 묘를 지나고, 다시 왼쪽으로 내려서서,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정치미호


노란 솔잎이 곱게 깔린 송림 속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낮은 봉분을 지나, 임도로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라 걷는다. 1분도 채 걷지 않은 거리에, 왼쪽으로 나무 구조물이 보이고, 나뭇가지에 걸린 산행리본들이 우리들을 왼쪽 능선으로 이끈다.

송림 속의 낮은 봉분 묘-눈이 하얗다.

임도


등산로는 잠시 날등을 타고 오르고, 왼쪽으로 제천시 외곽 마을들이 내려다보인다. 다시 울창한 송림을 지난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567.7m봉이 보이고, 1시 57분 잡목 넝쿨이 무성한 안부에 선다. 오른쪽, 기동 쪽으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깊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올라 2시 10분 경 삼각점이 있는 567.7m봉에 선다. <448 재설, 74. 11 건설부>

제천시 외곽 마을

기동 쪽 골짜기가 보이는 안부


벌목한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능선 길을 힘겹게 넘어선다. 길가에서 송 선배님이 음료수를 마시면 쉬고 있다가, 음료수 통을 건네준다. 포도주스다. 선배님은 물 대신, 항상 포도주스를 마신다고 한다. 칼로리도 보충해주고, 갈증과 허기도 막아주어, 물보다 훨씬 좋다고 권장하신다.

567.7m봉 부근의 잘려진 소나무들


송 선배님과 함께 능선길을 달려 내린다. 오른쪽으로 왕박산이 모습을 보이고, 돌무더기가 쌓인 조음재 안부에 내려서자, 앞서 걷던 송 선배님이 "노루다." 라고 외친다. 순간 노루 한 마리가 안부를 지나, 산 사면을 타고 쏜살같이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산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까이 보는 산짐승이다. 다시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며. 왼쪽으로 제천시 너머로, 첩첩히 이어지는 산들을 조망하고, 오른쪽으로 가깝게 왕박산을 본다.

조음재 안부

뒤돌아 본 567.7m봉

왕박산


능선길이 평평하게 이어지며, 차 소리가 들리고, 왼쪽으로 제천시 외곽순환도로가 내려다보인다. 2시 51분,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시야가 트이면서, 뒤돌아 가창산이 보이고, 제천시 외곽 마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왼쪽으로. 멀리 금수산이 뚜렷하다.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외곽순환도로

뒤돌아본 가창산(왼쪽)

제천시 외곽

뚜렷이 보이는 금수산


봉우리를 내려서서, 잡목을 헤치고, 억새가 우거진 능선에 서자, 이번에는 왼쪽으로 제천시 아파트단지가 멀리 보이고, 정면에는 무인 산불 감시탑이 서 있는 헐벗은 봉우리에 대원들이 모여 있는 것이 가깝게 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제천시 아파트단지

무인 산불 감시탑


2시 57분, 왕박산 갈림길에 선다. 김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왕박산 옆의 무등산을 카메라에 담고, 다음 코스인 용두산 흐름을 눈여겨본 후, 3시경, 잡목지대를 내달아 하산을 시작한다, 16분 후, 외곽순환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정면 능선에 걸린 산행리본을 보지 못하고,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무등산

용두산

외곽순환도로 지하통로


3시 24분 서문리 도로에 이르러, 왼쪽으로 거슬러 올라, 마루금이 지나는 지점에서 옹벽을 기어오른다. 3시 30분 묘지를 지나고 잡목지대에 서서, 지나온 왕박산 갈림길의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황량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등산로는 철탑을 지나고, 안동김씨 묘를 지나더니, 수도사업소 철책을 타고 오르내린다.

서문리 도로에서 옹벽을 기어오르고,

지나온 왕박산 갈림길 능선

수도사업소 철책길


3시 57분 태백선 철로를 건너고, 이어서 38번 국도의 중앙분리대를 타고 넘어, 4시경, 82번 지방도로 변 공지에 서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하산한 대원들이 몇 명 안 된다.

태백선 선로


약 20분 후, 왕박산을 다녀온 대원들이 도착하고, 이어서 버스대기 장소를 찾아, 주위를 헤매던 대원들이 도착하여, 이들이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4시 5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3. 1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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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두리 마을 쪽에서 본 삼태산

영월의 태화산에서 춘천의 춘성대교에 이르는 총 272km에 이르는 구간을 박성태 씨는 지난 2002년 4월부터 8월까지 4달간에 걸쳐 종주하고 이를 '영춘지맥'이라 명명한다.

송암산악회에서 처음으로 이 영춘지맥을 23구간으로 나누어 당일코스로 가이드 한다는 안내를 보고, 관심은 있으나, 과연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어 망설이는데, 송 선배님이 의욕을 보이시고, 심산 대원도 함께 해 보자는 권유가 있어, 따라 나서보기로 뜻을 굳힌다.


하지만 첫 산행일인 2006년 2월 14일(화)에는 전국적으로, 때 아닌 겨울비가 내리는 바람에 세 사람이 모두 산행을 포기한다. 눈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험한 산길을 7시간 정도 걸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두 번째 산행일은 2월 28일(화)이다. 이 날도 역시 날씨가 흐려, 오후 늦게 눈이나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기온이 낮은 편이라 비는 맞지 않겠다는 생각에 산행에 참여한다. 오늘 산행코스는『조전리고개-해고개-삼태산-누에머리봉-무두리고개-어상천고개-참나무쟁이고개』로 도상거리가 약 15.5Km, 등로가 불분명한 곳이 많아, 선답자들이 애를 먹었다는 어려운 구간이다. 산악회에서 예상하는 산행시간은 6시간이다.


6시 50분 경, 선능역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오르니, 다른 때와는 달리,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고, 선객도 몇 분이 안 된다. 앞자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뒷자리를 둘러 봐도 송 선배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 지나 심산대원이 버스에 올라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는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지나,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섰는데도, 오늘 참여자는 모두 17명에 불과하다. 날씨도 좋지 않고, 특히 월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가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참여한 분들의 면면은 모두 하나같이 쟁쟁한 산꾼들 모습이라, 산행 전부터 크게 위축이 되는 느낌이다.


7시 16분 경, 버스는 치악 휴게소에 도착하여, 대원들 아침 식사를 위해 20분간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리다 보니 송 선배님이 뒤에서 모습을 보이신다. 그러면 그렇지, 오신다고 하신 분이 않나올 리가 없지,,,무척이나 반갑다. 버스에서 내리니 벌써 눈발이 가늘게 날린다. 날씨가 심상치 않다.


버스는 제천 인터체인지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시원하게 뚫린 38번 국도를 달려, 연당에서 상촌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내려서더니, 조전리고개(고도 약 350m)를 넘어, 9시 42분, 낡은 봉불사 안내판이 서있는 길가에 정차하여 대원들 내려놓는다.

조전리고개

봉불사 안내판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42) 들머리 도착-(9:43) 산행 시작-(9:55) 왼쪽 내리막길-(10:02) 임도-(10:05) 왼쪽 능선-(10:21) 485m봉-(10;40) 무덤 1기-(10:47) 전망 좋은 공지-(11:19) 해고개-(11:25) 이동 통신탑-(11:27) 밭둑길-(11:44) 온양 온씨묘-(12:41) 822m봉-(12;51) 안부-(13:23) 삼태산 정상-(13:39~14:00) 누에머리봉, 중식-(14:08) 855m봉 하산-(14:55) 임도-(15:07) 시멘트길 삼거리-(15:18) 무두리고개-(15:31) 무두리마을 입구-(15:38) 산불 감시초소-(16:26) 어상천 고갯길-(17:19) 469.5m봉-(17:31) 480m봉-(17:33) 창녕 조씨 묘-(17:56) 475m봉-(18:06) 참나무쟁이고개』마루금 8시간 3분, 중식 21분, 총 8시간 24분이 소요된 힘든 산행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하늘을 본다.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지만, 눈은 내리지 않는다.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준비운동도 생략한 채, 서둘러 봉불사 입구 안내판이 세워진 곳에서, 오른 쪽으로, 무덤이 있는 둔덕으로 이어진 너른 흙길을 따라 오른다. 무덤은 봉분을 보수하는 중인지 비닐로 덮여있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울창한 침엽수림으로 들어선다.

오른쪽 둔덕을 걷는 대원들


완만하게 오름세로 이어지는 능선길 왼쪽으로 산행리본이 보이고, 대원들이 비탈진 사면을 따라 줄줄이 왼쪽으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낙엽이 깔린 앙상한 참나무 숲으로 떨어지더니, 밭을 가로질러 건너편 눈 덮인 임도로 이어진다. 임도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안개 속에 희미하게 높은 봉우리가 보인다. 삼태산인가? 뒤 따르는 김 회장에게 물으니, 삼태산은 그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밭을 건너 임도로


눈 쌓인 임도를 3분여 따라 오르자, 다시 산행리본이 우리들을 왼쪽 숲길로 인도한다. 길은 점차 가팔라지며 드믄 드믄 바위들이 나타난다. 10시 16분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봉우리에 서니, 오른쪽으로 465m봉이 우뚝 솟아있다.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기고, 물을 마신 후, 안부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옅은 안개 속에 사이곡리가 보인다.

임도에서 숲으로

485m봉

사이곡리


10시 21분, 465m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 비탈길로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이 그치고 길이 평탄해 지면서,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처음으로 삼태산이 그 밋밋한 모습을 보인다. 평탄한 등산로가 이어지고, 왼쪽으로 임도가 따라온다. 잘 손질된 무덤을 지나, 전망이 좋은 공지에서 다시 삼태산을 조망한다.

모습을 보이는 삼태산


등산로는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이윽고 봉우리를 넘어서자, 왼쪽으로 해고개가 보인다. 11시 19분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산행을 시작해서 1시간 36분 만에 해고개에 도착한 것이다. 그렇게 늦은 진행은 아니다. 해고개 도로를 카메라에 담고, 도로를 건너, 절개지를 오른다.

굽어본 해고개

도로를 건너 절개지를 오른다.


11시 25분, 이동 통신탑을 지나고, 숲을 벗어난다. 눈앞에 너른 밭이 펼쳐지고, 그 뒤로 거대한 왕릉같은 부드러운 산이 둥글게 웅크리고 있다. 줄을 지어 밭둑길을 걷는 대원들이 작게 보인다. 밭둑길을 따라 걸으며 왼쪽으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해고개를 내려다본다. 밭이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 능선으로 들어선다.

너른 밭을 걷는 대원들, 뒤로 보이는 산이 부드럽다.

뒤돌아 본 해고개


11시44분 온양 방씨묘를 지난 이후, 눈 덮인 가파른 등산로가 무척 미끄럽다. 아이젠을 꺼내 착용하는 대원들이 늘어간다. 등산로는 다소 완만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급경사로 이어진다. 미끄러운 길을 힘들게 천천히 올라, 12시 41분, 822m봉을 지나고,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내려, 10여분 후 억새가 무성한 안부에 도착한다. 정면으로 옅은 안개 속에 삼태산이 우뚝하다.

온양 방씨묘

822m봉

안부의 억새와 삼태산


가파른 능선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언제부터인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얼어붙은 눈으로 급경사 등산로는 완전히 빙판길이다. 나뭇가지를 휘어잡으며 기어오르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배낭을 벗어, 아이젠을 꺼내 착용한 후 여전히 미끄럽고 가파른 길을 허위허위 오른다. 1시 23분 삼태산 정상에 선다.


정상에는 삼각점 <영월 24, 1995 제설>이 박혀 있고, 대구의 "산이 좋아 모임"에서 고사목 등걸에 매어놓은 "삼태산 876m"라는 비닐표지가 눈에 뜨인다. 건너편에 서 있는 이정표는 누에 머리봉까지의 거리가 300m라고 알려준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점차 심해지는 눈발을 헤치며, 누에 머리봉으로 향한다.

삼태산 정상표지

삼태산 정상의 이정표


돌들이 삐죽삐죽 솟은 칼날 능선길이 이어진다. 1시28분 하얀 로프가 둘러 쳐진 수직굴을 지나고, 작은 오르내림을 거쳐, 누에 머리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오름길을 걷는다. 오른쪽으로 누런 낙엽이 쌓인 사면에 키 작은 침엽수들이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모습이 그림 같다.

눈을 이고 있는 꼬마 침엽수들


1시 39분 누에 머리봉에 이른다. 누에 머리봉에는 검은 오석으로 만든 큼직한 삼태삼 정상석 <해발 876M>이 서 있고, 그 옆에 화강암으로 만든 작은 누에 머리봉 정상석 <해발 864.2M>이 나란히 놓여있다.

누에 머리봉의 이정표

누에 머리봉의 정상석들


원형 탁자에 빙 둘러 의자가 붙은 아담한 목조 구조물에 눈이 내려 녹아, 갈색나무가 젖어 번들거린다. 탁자 주위에서 심산대원이 오늘 산행에 유일하게 참여한 여자대원과 함께 쉬고 있다. 아직 점심식사를 하지 않은 나는 이곳에서 도시락을 풀고, 삼태산 아래 억새밭에서 식사를 했다는 이들은 하산을 시작한다.

누에 머리봉의 원형탁자

 

눈을 맞으며 서둘러 식사를 한다. 김 회장이 대원 한 사람과 함께 모습을 보인다. 김 회장도 아래에서 이미 식사를 했다며, 주위를 둘러 본 후, 함께 온 대원과 하산을 시작한다. 최후미로 혼자 산 정상에 남은 나는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배낭을 챙긴 후, 온 길을 되돌아 하산을 시작한다.


칼날 능선을 따라 삼태산 쪽으로 서둘러 걷는다. 왼쪽 아래에서 크게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산 지점을 지나쳤으니 되돌아오라는 김 회장의 목소리이다. 누에 머리봉에서 김 회장으로부터, 하산 지점에 관한 설명을 자세히 들었지만, 왼쪽으로 이어지는 사면이 워낙 급경사라, 길이 있으리라고는 짐작도 못하고, 지나친 것이다.


되돌아 오른쪽 사면을 주의 깊게 살피며 걷는다. 오른쪽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보이고, 낙엽 쌓인 급사면에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눈에 뜨인다. 누에 머리봉에서 100m도 안 되는 지점이다. 세상에, 이런 곳에 길이 있다니? 낙엽이 깊게 쌓인 급사면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저 아래에서 김 회장이 조심해 내려오라고 이르더니, 휘적휘적 앞서 나간다.

미끄러지며 내려온 855m봉 급경사 하산길


네 차례나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찌며, 급경사를 내려서서, 완만하게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급히 달려, 앞선 일행을 쫓는다. 안개가 자욱한 울창한낙엽송 숲이 아름답다. 2시 55분 눈 덮인 임도로 내려서자, 김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임도를 가로질러, 덩쿨길을 벗어나니, 눈앞에 너른 밭이 펼쳐지고, 시멘트 길이 이어진다.

안개 자욱한낙엽송 숲

임도로 내려서는 계단

너른 밭 - 밭둑길을 걸어 시멘트 도로에 이른다.


3시 7분 시멘트 길 삼거리에 이른다. 대원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 그 대원은 이곳에서 참나무쟁이 고개로 탈출하겠다고 한다. 김 회장이 탈출로를 자세히 일러준 후, 우리는 대원과 헤어져, 정면의 나지막한 능선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계속한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는 언덕을 넘어, 내리막으로 향한다. 건너편에 초록색 산불 감시초소가 보이고, 조금 더 내려서니, 무두리 마을이 눈 아래 펼쳐진다.

시멘트 도로 갈림길

다시 능선으로

멀리 보이는 산불감시초소

무두리 마을


3시 31분, 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을 걸어 내리다, 마을 입구에서 왼쪽으로 굽어, 산불 감시초소로 향한다. 마루금은 산불 감시초소에서 왼쪽으로 굽어져, 잘 손질된 묘지를 지나, 오른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곳곳에 영춘지맥을 알리는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등산로가 남쪽으로 진행하다가,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더니, 4시 26분 깨끗한 포장도로가 통과하는 어상천고개에 이른다.

무두리 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도로

영춘지맥 표지리본

어상천고개


김 회장이 산행을 계속하겠냐고 묻는다. 이미 예정된 산행시간 6시간을 30분 가량 초과했지만, 앞으로 한 시간 정도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한 나는 산행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그래서 고생길이 시작된다. 나중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이곳에서 산행을 마치고 탈출을 했어야 했다.


도로를 건너 이동 통신탑을 지나, 산행을 계속한다. 김 회장이 앞서고, 그 뒤를 열심히 따른다. 눈 쌓인 가파른 길이 어어 지자, 벗어 놓았던 아이젠을 다시 신는다. 5시 19분 469.5m봉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에 서지만, 삼각점도 확인 못하고 급히 김 회장을 뒤따른다. 다시 급경사 사면을 미끄러지며 힘겹게 올라, 5시 31분 경 480m봉을 지나고, 안부를 거쳐, 5시 33분 창녕 조씨 묘를 지나 마지막 봉우리로 향한다.

469.5m봉

창녕 조씨묘


급경사 오름길을 천천히 오른다. 이제는 몸이 많이 지쳤나보다. 오른쪽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은 느낌이 온다. 김 회장은 훨씬 앞서서 보이지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배낭을 벗어 놓고, 약 5분 간 휴식을 취하면서 다리 근육을 풀어준다. 다시 배낭을 지고, 산행을 계속한다. 기다리다가 걱정이 되어 되돌아오는 김 회장의 모습이 보인다. 미안하다. 5시 56분 경, 힘들게 475m봉을 넘어, 6시 6분 버스가 대가하고 있는 참나무쟁이 고개(고도 342m)에 도착한다.

참나무쟁이 고개


오늘 산행은 내게는 힘겨운 산행이었다. 후미를 본 김 회장님께 너무나 많은 폐를 끼쳤다.


(2006. 3. 6)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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