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지맥(9) : 고들고개-황재-726.7봉-검두재-마암리
2006년 5월 23일(화).
오늘은 『화요 脈』의 가이드로 영춘지맥을 간다. 대간, 정맥, 기맥만을 전문으로 가이드 하는『화요 脈』은 설립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홍보가 미흡하여, 아직 일반 산행인들의 참여는 부진하지만, 매번 빠지지 않고 나오는 고정 멤버들은 대부분이 대간을 마친 산꾼들이라, 동료의식이 강하고, 분위기가 무척 가족적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고들고개-황재-726.7m봉-검두재-골고개-마암리』로 마루금은 강원도 횡성군 우천면, 둔내면, 청일면의 경계를 타고 이어진다. 고들고개의 고도가 약 505m 정도에, 제일 높은 곳이 726.7m 봉이고, 희기하게도, 이름이 붙어 있는 산이 하나도 없는 구간이다. 마루금 도상거리도 약 14Km 정도이니, 어찌 보면 야산을 산책하는 정도의 코스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안개가 짙은 흐린 날씨라 시계도 나빠 방향을 가리기가 어렵고, 이미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하는 잡목 숲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등산로의 식별이 쉽지를 않은데다, 대간이나 정맥길처럼 산행리본들이 길을 인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길 찾기에 애를 먹는다. 키를 넘는 잡목 숲에서, 나무 그루터기에 발이 걸려, 몸의 균형을 잃고, 얼굴이 잡목가지에 긁혀 상처가 난다. 정글 속을 걷는 기분이다. 능선 갈림길에서는 양쪽으로 선발대를 보내, 길을 확인하지만, 여러 차례 알바를 하고 원점으로 회귀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 묻지 않은 오지를 걷는 기분은 싱그럽다. 지난밤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낙엽의 감촉이 푹신하고, 부드러우며, 오월의 푸르름이 눈부시다. 바닥과 하늘이 보이지 않는 어둑한 잡목터널을 지날 때 느껴지는 강한 생명력, 유난히 자주 들리는 뻐꾸기 소리. 산골 오지마을을 가까이 지날 때 들리는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 이들 모두가 오지 산행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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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어제 내린 비로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논들에는 물이 그득하고 이른 아침인데도 부지런히 논을 가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뿌우연 안개가 시계를 가린다.
버스는 둔내 IC에서 고속도로를 버리고 6번국도로 내려서서, 횡성 쪽으로 향하다가, 왼쪽으로 굽어 422번 지방도로 접어들더니, 9시 26분 청록가든 앞에 정차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산행 준비를 마친 대원들은 100여 미터 정도 도로를 거슬러 올라, 9시 30분 경, 왼쪽 소나무 숲으로 들어서서, 산행을 시작한다.
어제 내린 비로 때맞추어 논을 가는 트랙터는 아침부터 바쁘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26) 고들고개-(9:30) 산행시작-(9:47) 황재-(10;14) 산불 감시초소-(10:18) 572m봉-(10:24) 목초지-(10:44) 임도-(11:37) 664m봉-(11:50) 내리막 능선에서 길 찾기-(12:20~12:35) 670m봉에서 중식-(13:04) 726.7m봉-(13:48) 검두재-(14:11) 2차선 지방도로-(14:16) 560m봉-(14:49) 오른쪽 갈림길-(15:37) 곧고개-(15;52) 12번 군도-(16:05) 버스』 중식시간 15분을 포함하여, 약 6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노랗게 솔잎이 깔린 낙엽송 숲을 걷는 대원들의 모습이 건강해 보인다. 마루금은 낙엽송 숲을 지나, 임도로 떨어지더니, 다시 왼쪽 잡목 숲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잡목을 헤치며 걷다보니 금방 바지 아랫도리가 젖어온다. 오른쪽으로 포장도로가 보인다. 6번 국도다. 국도를 따라 고개 마루, 황재에 이른다.
낙엽송 숲길을 걷는 대원들
잡목과 풀이 한여름처럼 무성한 안부
고개 마루에는 홍천국도유지관리사무소에서 세운 입간판이 서있다. 입간판은"여기는 황재 정상입니다. 둔내면-우천면 경계"라고 말하고 있다. 입간판을 끼고 오른쪽으로 들어서서, 바로 왼쪽 잡목 숲으로 들어선다. 잡목 숲을 지나니, 부드러운 오르막 능선길이 이어진다. 여자대원과 산나물을 잘 아는 남자대원 몇몇은 등산로를 벗어나 나물을 뜯느라 여념이 없다.
황재
눈앞에 산불 감시초소가 보인다. 산불 감시초소 앞 공터에 서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안개 속에 지난 구간의 덕고산이 뚜렷하다. 공터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니, "NO 27"이라고 표기된 사각 시멘트 표지점이 보인다. 572m봉이다.
산불감시초소
뒤돌아 본 덕고산
"NO 27" 표지점 - 572m봉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타고 내려, 너른 목초지를 끼고 이어지는, 축산기술연구소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낮게 드리워진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푸르게 펼쳐진 목초지, 그리고 도로를 따라 오르는 대원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아름다운 5월의 목초지
도로가 언덕마루를 지나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서니, 왼쪽 나뭇가지에 선두가 매어 놓은 산행리본이 보인다. 왼쪽으로 들어서서 울창한 낙엽송 숲을 걷는다, 마침 구름사이로 비치는 햇살아래 펼쳐진 숲길이 숨을 멈추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숲속에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가 청아하다.
선두가 매어 놓은 산행리본
숨 막히게 아름다운 숲길
등산로는 오래된 산판 길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잘 손질된 묘 1기가 보인다. 산판 길은 오른쪽으로 크게 굽어지더니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걷는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밭이 보이고, 민가가 눈에 들어온다. 이윽고 임도를 버리고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길가에 사람 키 정도 크기의 소나무 같아 보이는 나무의 솔잎이 황금색을 띄고 있다. 황금 주목인 모양이다. 집 사람이 화분에서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임도 가에서 나물을 채취하는 대원
솔잎이 황금색인 황금주목
숲속의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자 등산로는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제법 너른 보리밭이 파랗게 펼쳐진다. 민가가 가까운지 컹컹 개 짓는 소리가 들린다. 보리밭 가를 지나 능선 오르막을 오른다. 여기저기 간벌 후 버려진 잔가지들이 발걸음을 방해한다. 좌우로 늘어선 울창한 낙엽송 숲은 빛의 통과를 거부하고 어둠속에서 하늘을 향해 치솟아있다.
산골짜기의 파란 보리밭
빛이 통하지 않아 어두컴컴한 낙엽송 숲
11시 37분,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영춘지맥 산행리본을 발견한다. 아마도 664m봉인 모양이다. 봉우리를 지나 간벌지대를 통과한다. 내리막 능선길에서 좌우로 길이 갈리고, 직진하는 내리막길도 보인다. 건너편으로 726.7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가 안개 속에서도 높직하여, 방향은 짐작할 수 있겠으나, 어느 길을 택하여야 할지 난감하다. 좌우로 수색대를 파견한다.
이 지점에서부터 류 회장의 예의 채색한 1/50,000 지형도와 송 선배님의 오랜 산행경험에서 체득한 감각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류 회장은 지도상에서 현 위치를 정확히 지적하고, 송 선배님은 오른쪽 길을 택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마루금은 골짜기를 지나지 않으니 직진 길은 아니고, 우회하는 능선은 흔히 오른쪽으로 굽어, 안부를 지나 오름세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류 회장의 채색한 1/50,000 지도
왼쪽을 살피러 갔던 수색대원이 고개를 저으며 되돌아오고, 이어서 오른쪽에서 내려오라는 소리가 들린다. 등산로는 송 선배님이 짐작한대로 안부를 지나더니, 왼쪽으로 굽어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잠시 얼굴을 보이던 햇살이 사라지고 다시 안개가 짙어진다. 오르막길에서 둥굴레가 소담하게 자라고 있다. 등산로는 점점 가팔라지고, 안개는 더욱 짙어진다. 12시 20분 경, 670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 위에서, 후미그룹이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둥굴레
짙은 안개 속, 바람결마저 있어, 땀이 식으니 춥게 느껴진다. 일행은 15분 만에 점심을 후딱 마치고 다시 산행을 계속하여. 어두운 숲속을 달린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지만, 짙은 안개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 것이 없다. 이윽고 억새 군락지를 지나 1시 4분 삼각점이 있는 726.7m봉에 오른다.
726.7m봉의 삼각점
726.7m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가로지르는 고갯길에 이른다. 길을 건너 묘 1기를 지나, 오르막 능선이 이어지고, 1시 12분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들어선다. 묘지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선두가 매어 놓은 산행리본은 우리들을 오른쪽으로 유도한다. 등산로는 송림을 거쳐, 억새가 무성한 오르막에 이른다. 정면으로 도로와 민가가 보인다. 검두재다.
내려다 보이는 검두재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안부에 이른다. 오른쪽으로 너른 배추밭이 펼쳐지고, 등산로는 억새가 무성한 왼쪽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오르막 중간에서 철사 줄을 넘어 능선에 오르고, 능선을 따라 걷다가, 무심코 오른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선다. 눈앞에 민가가 몇 채 보이고, 발아래는 감자 밭이다. 마루금을 벗어 난 것이다. 하지만 민가 쪽에서 검두재로 이어지는 임도가 바로 아래에 보여, 감자 밭을 가로 질러 임도로 올라선다.
억새가 우거진 사면에서 뒤돌아 본 배추밭과 지나온 길
잘못 들어선 감자 밭과 마을
1시 48분 검두재에서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묘 1기를 지나고 잡목지대를 통과한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태기산이 보인다. 다시 철 늦은 빛바랜 철쭉이 드믄 드믄 보이는 잡목지대를 지나, 2시 11분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하마암에서 청일면 갑천교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다.
2차선 지방도로
도로를 건너 산길로 오른다. 무덤을 지나고 2시 16분 560m봉을 지난다. 영춘지맥을 한 사람들의 산행리본들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내리막을 지나니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지나온 길과 가야할 봉우리들이 보인다. 눈 아래 펼쳐진 계곡이 제법 유현하다. 다시 무덤 1기를 지나고 억새지대를 통과하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 잔솔나무가 무성한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2시 35분 경, 안부에 이르니 바로 오른쪽에 마을이 가깝다.
왼쪽으로 보이는 골짜기가 제법 유현하다.
마루금을 벗어 난 것이 틀림없다. 왼쪽으로 능선의 흐름이 보인다. 산 사면을 치고 올라, 능선에 오르는 것도 생각을 해보지만, 잡목을 헤치고, 산 사면을 기어오른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할 일없이 내려온 길을 되 집어 오른다. 약 4~5m쯤 진행하자, 모르고 지나친 왼쪽으로 굽은 등산로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으로 굽어 능선에 올라, 앞선 대원들을 쫓는다. 작은 무덤을 지나 왼쪽 길을 택해 내리막을 달린다. 2시 49분, 내리막 능선길 오른쪽에 붉은 산행리본이 걸려있고, 등산로는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안부를 거쳐 왼쪽 오르막 능선으로 이어진다. 이곳에서 앞선 대원들과 합류한다. 내리막 능선길에서 산행리본을 놓치고, 무심코 직진하다는 알바하기 십상인 곳이다.
결정적인 장소에 걸려 있는 붉은 산행리본
뚜렷한 능선길를 따라, 은사시나무 조림지를 지나고, 새로 조성된 듯싶은 강능 김씨 묘를 오른쪽으로 두고 통과하여, 3시 37분 곧고개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서다가, 바로 왼쪽 숲으로 들어서서, 다시 능선에 올라 발길을 재촉한다.
은사시나무 조림지
눈앞에 마지막 봉우리 620m봉이 다가온다. 봉우리에 오르니, 왼쪽으로 포장도로가 내려다보인다. 내리막 능선을 타고 내려, 왼쪽 낙엽송 조림지를 지나고, 3시 52분, 도로에 내려선다. 6번 국도에서 청일로 분기되는 12번 군도다,
곧고개
도로변에는 SK 이동통신탑이 높직이 서 있고, 둔내면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일행은 천천히 둔내면 쪽으로 걸어서, 6번 국도에 이르러, 횡성 쪽으로 향한다. 저 앞 도로 변에 버스가 서 있다.
12번 군도
4시 5분경 버스에 도착한다.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막걸리 파티를 하고 있다. 버스는 4시 3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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