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지맥(10) : 상마암-653.5m봉-방가곡 고개-1070m봉- 군사도로-양구두미재

봉복산(좌)와 태기산(우)

월드 컵 축구로 지구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2일, 13일, 네덜란드 출신의 히딩크 감독과 아드보카드 감독이 연출한 잇따른 역전 드라마는 축구의 묘미를 배가시켜준다. 뒤질 수도 있는 상황을 예상하고, "올 오아 나싱(All or Nothing)"의 승부수까지를 준비하는 명감독들의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크나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지난 2004년 우리의 4강 신화를, 안방축구라고, 비아냥거리던, 콧대 높은 유럽 양반들의 코를 눌러 준 것도 기쁜 일이고, 다시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대~한민국"을 함께 외칠 수 있어, 더 더욱 반갑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응원 문화의 키 워드(Key Word)로 전 세계로 번져 나가고 있지 않은가?


2006년 6월 13일(화).

히딩크의 매직이라고 까지 표현된 대 역전극에 매료되어, 새벽 1시가 넘어 겨우 잠자리에 들었지만, 5시 30분, 알람소리에 벌떡 일어난다. 오늘은 "화요 맥(脈)"이 가이드 하는 영춘지맥 산행일이다. 오전에는 다소 안개가 끼겠으나, 대체로 맑은 날씨에, 낮 최고기온이 30도 정도로, 무더운 날씨가 될 것 같다는 예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상마암 12번 군도로(약 1.3Km)-653.5m봉(약 3.6Km)-방가곡 고개(약 3.2Km)-1070m봉(0.7Km)-태기산 군사도로(약 1Km)-양구두미재』로, 마루금 약 8.8Km, 날머리 약 1Km에, 산행시간은 약 5시간 정도를 예상한다. 오늘 밤 대 토고전이 있어서, 코스를 더욱 짧게 조정한 모양이다.

 

류 회장의 컬러지도


상마암(고도 약 542m)에서 방가곡 고개(고도약 635m)까지의 약 6Km는 고도차이도 별로 없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지만, 등산로 주변에 잡목들이 우거져, 이를 헤치고 나가야하고, 또 갈림길이 많아, 길 찾는데도 신경을 써야한다. 방가곡 고개에서 1070m봉 사이의 약 3Km는 고도차가 약 400m 정도 나지만, 급경사를 이루는 곳이 많지를 않고, 등산로도 뚜렷한 편이라 조금만 조심하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아름다운 송림, 울창한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산죽이 무성한, 인적 드믄 오르막길을 유장하게 걷는 재미가 일품이다.


버스가 경유지를 통과할 때마다 예상보다 많은 대원들이 차에 오른다. 산정 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2차대 멤버였던, 고래대장, 송아대원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은 대간을 마친 후, 9정맥에 도전, 이제는 거의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기맥, 지맥을 새롭게 찾아다니는 베테랑들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획한 영춘지맥의 산행은 끝까지 가이드 하겠다는 "화요 脈"의 김 대장의 의지가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오지 산행을 즐기려는 동호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반갑다.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온 버스는 둔내 IC에서 내려서서, 6번 국도를 따라 둔내면 방향으로 북상하더니, 9시 47분, 12번 군도로가 갈라지는, 상마암 도로변에 정차하여 대원들을 내려놓는다. 대원들은 12번 군도로를 걸어올라, SK 송신탑이 높다랗게 세워져 있는 고개로 향한다. 9시 52분 경, 횡성군 청일면의 안내판 옆, 절개지를 비스듬히 가로 질러 오르며 오늘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시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2) 절개지 오르며 산행 시작-(9;56) 임도-(10:01) 능선, 왼쪽으로-(10:08) 풍천 이 씨 가족묘-(10:24) 653.5m봉-(10:37) 꺽은재-(11:35~12:00) 570m봉 중식-(12:18) 640m봉-(12:46) 방가곡 고개-(13:08) 175번 송전탑-(13:16) 174번 송전탑-(13:34) 759m봉-(14:09) 830m봉-(14:23) 950m봉-(14:41) 1,070m봉-(14:48) 군사도로-(15:06) 양구두미재』, 중식시간 25분, 날머리 18분을 포함, 총 5시간 1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도로로 끊어져 버린, 마루금을 찾아, 가파른 사면을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깔끔하게 손질된 묘 1기가 보이고, 작은 고개를 넘어서자, 등산로는 임도로 떨어지더니, 바로 반대 편 숲으로 이어진다. 울창한 낙엽송 조림지역은 한 낮인데도 어둑하다. 이윽고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임도에서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는 대원들


풍천 이씨 가족묘를 지나 등산로는 다시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산골짜기에 마을들이 보인다. 가까운 곳이 작은고시, 먼 곳을 큰고시라고 짐작한다. 10시 24분, 653.5m봉을 지나지만, 숲이 우거져 삼각점도 확인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다.

울창한 송림을 오른쪽으로 끼고 걷는다.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작은고시 방향


비탈길을 내려서서, 4거리 안부에 이른다. 직진하여 나지막한 언덕을 오르니, 류 회장이 지도를 보면서, 아무래도 알바를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우리들은 동북방향으로 진행해야하는데, 지금은 서쪽으로 가고 있어 방향이 그르다는 주장이다. 일단 앞서 진행하는 사람들을 소리쳐 정지하게 하고, 대원 한 사람은 온 길을 되돌아 내려서며,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쳐 오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한다.


마침 고래대장과 송아대원도 합류한다. 이분들은 산악회의 가이드가 없이, 뜻이 맞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9정맥을 하다 보니, 산행 스타일이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 무척 여유가 있다. 목적산행을 하면서도,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송아대원은,


"한 걸음, 한 걸음 떼어 놓기도 아까운 이 아름다운 산길을, 왜 그렇게 빨리들 달리세요?" 라며 안타까워한다.


이윽고 아래쪽에서 "동쪽으로 길이 있으니 모두들 내려오라." 고, 길을 찾아 나섰던 대원이 소리를 친다. 되돌아 내려 가보니, 과연 오른쪽 갈림길 안쪽에, 선두 김 대장이 매어 놓은 화요 脈의 산행리본이 선명하다.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봉복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널찍한 밭이 펼쳐진다. 안부에 이른다. 아마도 지도상의 꺽은재인 모양이다.

왼쪽으로 보이는 봉복산

오른쪽 고시곡 방향의 밭


키를 넘는 잡목지대를 통과한다. 앞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잡목을 헤치며 지나가다 보니, 마치 정글을 통과하는 기분이다. 겨우 정글을 벗어나서 610m 봉을 넘자,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이어져,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 길은 누군가가 나뭇가지를 잘라 막아 놓았고, 오른 쪽 길은 남쪽을 향한다. 잠시 망설이던 대원들은 송 선배님의 경험을 믿고,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자, 과연 능선은 왼쪽으로 크게 굽어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잡목 숲으로 들어서는 대원들

참나무 숲과 송림이 번갈라 나타나고, 키를 넘는 잡목 숲을 통과한 후, 다시 오르막 송림 길을 올라, 11시 35분 경, 570m봉 위에서 후미 일행이 모여 이른 점심을 한다. 3시 반경에 하산을 하면 산악회가 제공하는 식사가 있기 때문이다.

잡목 터널


식사가 거의 끝 날 무렵, 고래대장과 송아대원이 여유있게 합류한다. 고래대장은 산악회가 배포한 개념도를 갖고, 현재 위치를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류 회장이 예의 채색한 1/50,000 지형도를 꺼내, 고래대장과 함께, 독도를 한다. 식사를 마친 대원 일부가 먼저 출발하고, 이윽고 독도를 마친 류 회장이 후미일행과 함께 그 뒤를 따른다. 고래대장과 송아대원은 식사를 계속한다.


"화요 脈"의 영춘지맥 산행에서 자연스럽게 후미대장이 된 류 회장은 고래 일행이 뒤에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은 산행에 대한 노하우가 풍부한 사람들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내리막길을 앞장서서 내려선다. 오늘 처음 만난 사이이지만, 역시 고수가 고수를 알아보는 모양이다.


내리막길을 내려선다. 왼쪽으로 봉복산(1,021.5m)에서 흘러내리는 능선이 힘차고, 그 아래로 신대리가 멀리 보인다. 왼쪽으로 임도가 보이더니, 등산로는 임도로 떨어진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오르며, 왼쪽으로 시원하게 트인 조망을 즐긴다.

임도를 걷는 대원들

봉복산 줄기와 신대리


12시 15분 경, 고개 마루턱의 송전탑을 지나,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서 능선위에 선다. 산악회 리본이 양쪽에 모두 걸려 있다. 왼쪽으로 향해, 640m봉이라고 짐작되는 작은 봉우리 위에 선다. 아무 표시가 없는 삼각점이 점이 박혀있다.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온 길을 내려서서 능선을 타고 달린다. 안부를 지나, 오르막길에 서니,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태기산(1,261.4m)이 보인다.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

나뭇가지 사이로 당겨 찍은 태기산


능선길은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임도가 따라오고, 숲 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희미하다. 숲을 통과하자, 등산로는 다시 임도로 떨어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시멘트 도로로 이어진다. 송전탑을 지난다. 산행리본이 오른쪽 숲에 걸려있다. 숲으로 들어서서, 능선에 오르고, 다시 임도로 내려서서, 정면의 송전탑을 향해 구불구불 따라 오른다. 이윽고 고개 마루턱에서 송전탑은 왼쪽으로 빗겨서고, 고개를 넘으니, 오른쪽으로 쌍묘가 보인다. 방가곡 고개다.

송전탑을 향해 이어지는 임도

방가곡 고개의 쌍묘


고개를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기 직전, 왼쪽 숲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낙엽송 숲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오름길이 계속되고, 산죽지대를 지나, 1시 8분 경 175번 송전탑을 지나, 잡초가 무성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정면으로 1142m봉 뒤로, 태기산 정상이 가깝다. 1시 16분, 174번 송전탑 아래에서 류 회장과 함께 오른쪽 조망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즐긴다.

임도에서 본 태기산 정상

174번 송전탑


송전탑 뒤, 숲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임도가 내려다보이고, 안부를 지나, 비교적 가파른 송림 숲을 올라, 1시 34분, 759m봉에 오른다. 커다란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아름다운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진행하여, 이윽고, U자 형태로 굽은 임도로 내려서서, 왼쪽으로 조금 진행하다가, 오른쪽에 걸린 산행리본의 안내로 다시 참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759m봉

U자 형 임도


벌목한 나무들이 흩어진 안부를 지나, 등산로는 커다란 바위사이로 이어지고, 산죽 밭을 지나더니, 2시 9분, 나뭇가지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830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보인다. <봉평 147> 이제는 길도 뚜렷하고, 950m봉과, 1.070m 봉을 지나면, 태기산으로 이어지는 군사도로에 도착하게 된다. 서둘 것도 없다, 제법 고산 분위기가 풍기는 호젓한 능선 길을 천천히 따라 오른다.

830m봉의 삼각점


2시 23분, 950m봉을 지나고, 허리까지 이르는 산족 밭을 거쳐, 오래된 고목이 쓰러진 곳에 이르자,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오른다. 2시 41분 경, 1070m봉을 지나 내리막길을 달린다. 저 앞, 군사도로 옆, 소나무아래에서 송 선배님과 류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2시 48분, 이들과 함께 군사도로를 내려서서, 양구두미고개로 향한다.

허리까지 차는 산죽 밭

태기산 정상 부근의 군사도로


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지며, 왼쪽으로 시야가 트인다. 태기산이 바로 눈앞에 가깝다. 정면으로는 SK 통신탑이 서 있는 양구두미 고개가 내려다보이고, 그 너머로 멀리 청태산(1,200m)이, 왼쪽으로는 휘닉스 파크가 조망된다. 3시 6분, 양구두미 고개에 내려선다.

군사도로에서 본 태기산 정상

양구두미재와 멀리 청태산

휘닉스 파크 방향의 조망


양구두미 고개, 경찰 전적비 앞의 쉼터에서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막걸리 파티를 벌이고 있고, 강 부장님은 버스 옆에서 음식 준비에 바쁘다. 류 회장이 대강 인원을 파악해 보고는 걱정이 태산이다. 점심 식사 후, 먼저 출발한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약 20분 후, 고래대장과 세 명의 대원들이 군사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마루금을 잠간 벗어났던 고래대장 일행이, 알바 중인 대원들을 만나 함께 하산했다고 한다.

양구두미재

경찰 전적비


강 부장님이 솜씨를 부려 마련한 미역 죽이 별미다. 바람이 시원한 쉼터에서 대원들은 좀처럼 일어설 생각을 않는다. 4시 2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6. 15.)


Posted by Urimah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