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 정상 맞은편 암봉에서 본 파노라마
2006년 4월 11일(화).
오늘은 "화요 맥"의 가이드로 영춘지맥 감악산 구간을 산행한다. S 산악회에서 화요일 산행을 인수하여 독립한 "화요 맥"은 아직 홍보가 덜되어 참여하는 인원은 많지는 않지만, 분위기는 썩 좋은 편이다. 주중에 하는 지맥산행이라 참여자들은 대부분이 백두대간을 마친 나이 지긋한 산꾼들이고, "화요 맥"의 김 대장이 의욕을 갖고 여유있게 산행을 가이드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싸리재-감악산-석기암-피제점』까지 마루금을 타고, 피재로 하산한다. 지난번 용두산 867m봉에서 오미재로 향하던 중 알바를 하여 피재 3교 쪽으로 하산한 대원들을 위해, 김 대장이 배려를 하고 대원들의 양해 하에, 역 코스를 취하게 된 것이다.
이 코스는 감악산과 석기봉의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노송들과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암봉에서의 조망이 뛰어나, 일반 등산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구름이 낮게 깔린 흐린 날씨지만, 어제 내린 비로 대기 중의 먼지와 가스가 말끔히 가셔, 시계가 아주 양호하다.
지난번 알바로 빠뜨렸던 마루금까지를 포함한,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27) 신림터널 들머리-(9:30) 산행시작-(9:37) 싸리재-(9:42) 산불감시초소-(9:49) 690m봉-(10:39) 천삼산 분기-(11:03) 830m봉-(11:09) 백련사 사거리-(11:12) 로프가 걸린 슬랩-(11:31) 월출봉 아래-(1147~12:02) 감악산 정상-(12:16) 885.9m봉-(12:29) 얼굴바위-(12:44) 요부골 안부-(12:55~13:10) 간식-(13:17) 밤나무골 안부 헬기장-(13:35) 석기암 1봉-(13:42) 삼거리-(13:45~13:51) 석기암봉-(14:23) 피재점-(14:43) 오미재-(15:06) 867m봉-(15:11) 알바 지점-(15:20) 오미재-(15:42) 피재 3교』, 간식 및 휴식시간 포함, 총 6시간 1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버스가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구름이 낮게 깔린 날씨지만 대기는 투명하여 시계가 좋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밭들이 붉은 황토 빛으로 부드럽게 이어지고, 낮은 하늘 아래 먼 산들의 윤곽이 뚜렷하다. 문막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9시 27분 신림터널을 통과하자, 바로 대원들을 산행들머리에 내려놓는다.
신림터널
대원들은 산행준비를 마치고, 9시 30분 경, 도로 오른 쪽(남쪽)으로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낙엽송 조림지로 들어선다. 거친 넝쿨 길을 헤치고 약 6분쯤 걸어 오르자, 이윽고 싸리재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에 들어서고, 왼쪽으로 싸리재가 보인다.
싸리재 가는 길
싸리재 마루턱은 정자와 벤치가 마련되어 있는 쉼터로, 사리재의 유래를 노래한 예쁜 "싸리치" 시비(詩碑)가 세워져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이동통신탑 쪽으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르다가, 산행리본이 걸린, 왼쪽 산 사면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더니,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88번 국도가 내려다보이고, 매봉산, 치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싸리치 시비(詩碑)
물안동 쪽으로 이어지는 88국도
치악능선
9시 49분 경,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690m을 지난다. 이어서 등산로는 낮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며 이어진다. 길이 뚜렷하고, 봉우리 마다 산행표지 리본이 방향을 알려주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겠다. 왼쪽으로 물안리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등산로는 다시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0시 35분 경,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는 750m봉을 내려서자, 왼쪽으로 봉분이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쇠락한 무덤을 지난다. 천삼산 분기점이다.
물안리 마을
안부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며 왼쪽으로 백덕산을 조망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주천면을 굽어본다. 10시 54분 경, 능선길을 오르며 처음으로 감악 3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11시 3분 856m봉에 오르고, 11시 9분, 백련사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백련사, 계곡코스, 정상 1.2K> 오른쪽 백련사로 가는 길은 너른 임도다.
백덕산
감악 3봉
백련사 갈림길 이정표
완만한 슬랩구간에 로프가 걸려있다. 슬랩 위 전망바위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선바위 쪽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치악능선이 시원하게 조망된다. 북동쪽으로 백덕산이 뚜렷하고, 그 오른쪽으로 산줄기가 첩첩히 겹쳐 있는 모양이 장관이다. 정면에는 나뭇가지 사이로 감악산 암봉들이 가깝다. 커다란 돌들이 박힌 황톳길을 내려선 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서 보는 암봉들이 아름답다. 이윽고 11시 31분, 우뚝 솟은 월출봉을 마주본다.
선바위 방향
백덕산 방향 조망
가까이 본 감악 암봉
월출봉
등산로는 왼쪽으로 이어지고, 월춯봉을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 어귀에 이정표가 서있다. <감악산 정상, 재사동 방향, 계곡방향, 능선방향> 월출봉은 직벽으로 된 암봉이라 오르지를 못하고 맞은 편 암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북쪽으로 주천면 방향의 마을들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백덕산이 아름답다. 북서 방향으로 치악의 웅장한 능선이 하늘을 이고 있다.
월출봉 맞은 편 암봉과 이정표
주천면 방향의 조망
암봉을 내려서서, 황둔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월출봉을 왼쪽으로 우회한다. 우회로는 다시 능선으로 이어지고, 능선마루에 이정표가 서있다. <백련사 0.1K, 석기암 2.9K> 능선 마루에서 오른쪽 암벽을 올라, 11시 47분, 정상석이 세워진 감악산 정상(945m)에 선다. 암봉과 노송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다.
감악산 정상석이 있는 암봉
감악산 정상석
감악산 정상 건너편에, 노송과 고사목이 아름다움을 더 해주는 또 하나의 암봉이 우뚝 솟아 있다. 정상봉과 이 암봉을 연결하는 통나무 다리를 건너, 암봉에 드리워진 로프를 잡고, 바위 위로 오른다. 제법 너른 바위 위에서 보는 조망이 가히 압권이다. 바로 눈 아래 백련사가 굽어보이고, 감악산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암봉들이 그림 같다. 치악산 능선, 백덕산 외에도 남서쪽으로 금수산이 뚜렷하다.
감악산 정상 건너편 암봉
감악산 암봉
금수산
백련사
아쉬움을 남긴 채 감악산을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급사면 길을 달린다. 뒤 돌아 감악산 암봉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절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잠시 걸음을 멈춘다. 12시 16분 885.9m봉, 지도상에 감악봉으로 표기된 봉우리에 오른다. 정상에는 "119 위치 표지판, 감악산 04" 가 세워져 있고, 이정표가 서 있다. <백련사 1K, 석기암 2.6K>
감악산 암봉에서 떨어지는 절벽
감악봉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암릉이 나타나고, 로프가 걸린 곳도 있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암름길에서 사람의 옆얼굴 모습을 닮은 바위를 지나고 난 후. 날씨가 흐려지며 바람이 인다. 등산로는 안부로 이어지고, 오른쪽 참나무 숲속이 온통 노란 색이다. 생강나무 군락지인 모양이다. 12시 44분 이정표가 서 있는 너른 요부골 안부에 도착한다. <요부골 1.7K, 석기암 2.0K, 황둔 2.5K>
옆얼굴 바위
생강나무 군락지
요부골 안부 이정표
안부를 지나, 울창한 송림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걷는다. 왼쪽에서 불어 오는 바람결이 제법 거세다. 12시 55분, 능선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선 송림 숲에 자리를 잡고, 후미 일행이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능선이 바람을 다소 막아 주기는 하지만, 앉아서 식사를 하는 동안 땀이 식으며, 한기가 느껴지는데, 후두둑 후두둑 빗방울마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행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1시 10분 경, 다시 능선길을 오른다.
1시 17분 능선 분기봉에 이른다. 이정표와 <석기봉 1,0K, 감악봉 1.6K> "119 위치 표지판 감악산 03"이 세워져 있다. 분기봉을 내려서서, 이정표가 서 있는 <감악봉 1.9K, 용두산 3.8K>, 너른 헬기장인 밤나무골 안부를 지나 약 10분간 오르막을 올라 석기암 1봉에 오른다. 석기암(905.1m)라는 정상 표지 팻말이 세워져 있지만, 실제 정상은 다음 봉우리이다.
석기암 1봉 팻말
석기암 1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다 뒤 돌아 나뭇가지에 가린 감악 3봉을 카메라에 담고, 봉우리를 내려서서 직진하여, 석기암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906m>과 이정표 <감악봉 2.6K, 용두산 5.6K>, 그리고 삼각점이 있다. <제천 23, 2004 재설>
석기암 정상
사방이 탁 트인 석기암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우선 남서쪽으로 용두산, 가창산, 삼태산, 태화산으로 이어지는 지나 온 영춘 지맥이 한 눈에 들어오고, 그 뒤로 소백산 줄기가 아련하다. 북동쪽으로 배거리산, 그 뒤로 멀리 가리왕산이 식별되고, 남쪽으로는 산으로 둘러싸인 제천시가 내려다보인다.
용두산과 송학산 그리고 멀리 태화산, 삼태산, 가창산
송학산 왼쪽 조망
동쪽으로 배거리산
동북쪽 가리왕산 방향 조망
제천시 방향조망
석기암을 내려서서 바위지대를 우회하니, 등산로는 완연한 오솔길로 변한다. 석기암에서 조망을 즐기는 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빗줄기가 다시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한다. 비도 내리고, 먼저 하산한 대원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지난 번 알바 하느라 빠뜨렸던 구간의 땜방을 포기하고, 피재목에서 다른 대원들과 함께 하산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오솔길을 서둘지 않고, 유유히 내려선다. 2시경 "감악산 02" 팻말을 지나고, 이어서 2시 20분 경, "감악산 01" 팻말을 통과하여, 2시 24분 피재점에 이르니 한 무리의 대원들이 쉬고 있다.
피재점 이정표
현(玄) 사장이라고 하는 젊은 대원이 반색을 하며 맞이한다. 지난 번 함께 이야기를 하며 걷느라,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보지 못하고, 직진하는 바람에 함께 알바를 했던 대원이다. 자기 때문에 알바를 했다고 생각하는 이 젊은 대원은 함께 땜방을 하겠다고 피재목에서 30분이나 나를 기다렸다고 한다.
"미안하지만, 비도 오는데 그냥 내려갑시다. 빠뜨린 마루금 1Km 정도를 땜방하는 것이 그리 큰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데..." 라고 종용하고, 후미를 맡은 류 회장도,
"별 특별한 구간도 아닌데 그냥 하산합시다." 라고해도 이 젊은 대원은 막 무가내기다.
"김 대장에게는 전화로 함께 다녀온다고 했으니 갑시다." 라며 앞장서서 비탈길을 달려 내려간다.
할 수 없이 류 회장을 한번 쳐다보고 뒤를 따른다. 돌탑을 지나고 2시 43분 오미재에 이른다. "여기서 그만 오른쪽으로 하산합시다." 라고 현 사장에게 재차 권유해보지만, "찝찝하니, 내친 김에 알바한 곳까지 갑시다." 라며 또 다시 오르막길을 앞장서서 오른다. 비는 여전히 내라고 능선길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돌탑
오미재
3시 4분 경, 노송 아래 벤치가 놓인 곳을 지난다. 낮이 익다. 하지만, 비슷한 곳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조금 더 올라, 2분 후, 876m봉 정상의 이정표 <오미재 0.8K, 용두산 1.7k> 앞에선다. 비로소확신을 갖고, 올라온 길을 되돌아 Y자 길을 찾아 내려선다.
벤치가 놓인 노송 아래 쉼터
5분 후인 3시 11분, 알바를 했던 Y자 갈림길에 이른다. 지금은 왼쪽 길이 나뭇가지로 막혀있다. 지난 번 왼쪽 능선 길로 하산할 때 약 40분이 소요된 것으로 기억되어, 이 지점에서 현 사장과 잠시 의논을 하고, 오미재까지 되돌아 내려와서, 오미재에서 계곡길을 따라 하산하기로 한다.
막아 놓은 왼쪽 능선길
3시 20분 경 오미재를 통과하여, 왼쪽 계곡길로 내려선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이 산판길처럼 뚜렷하고 순하다. 3시 42분, 피재 3교에 도착하자, 오른쪽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 버스가 보인다. 버스에 도착하여, 비를 피해, 다리 아래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대원들과 합류한다.
(2006.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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