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본 남쪽 조망 - 향로봉, 남대봉, 사명봉이 보인다.


2008년 10원 17일(금).

가고파 산우회를 따라 영춘지맥 7번째 구간인 치악산 비로봉 코스를 땜방 산행한다. 전치재에서 비로봉까지가 자연휴식년제 구간이라, 산악회에서는 단속을 피해 무박산행을 강행한다. 오늘코스는『전치재(440m)-매화산(1084m)-수레너미재-천지봉(1087m)-배너미재-비로봉(1288m)-곧은치(860m)-1020m봉』까지 마루금을 걷고, 국형사로 하산한다.


밤눈이 어둡고, 체력도 약해 무박산행을 꺼려왔지만 휴식년제구간의 땜방 산행이라 어쩔 수 없이 참여한다. 꺼리는 일을 하다 보니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버스 정류장을 잘못 내려, 어두운 밤중에 롯데월드 앞 경유지를 찾느라 한동안 헤매다 보니, 약속시간 보다 약 10분 정도 늦어, 초장부터 민폐를 끼친다.

 

25인승 봉고차가 마지막 경유지를 통과하고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오늘 참여대원수는 모두 10명뿐이다. 가고파에서 함께 9정맥을 모두 마친 골수분자들이다. 모두들 선두를 다투는 준족들이라, 산행 전부터 하산 시간에 신경이 쓰인다.

 

"오지 말 걸 그랬나?"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엇다. 차는 2시경, 전치재 직전, 도로변 공터에서 정차하고, 우리들은 잠시 눈을 붙이기로한다. 의자에 앉아 비몽사몽간을 헤매는데, 이 회장이 깨우는 소리가 들린다. 감시요원들이 출근하기 전인 8시경에 비로봉에 도착하려면 슬슬 출발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잠에서 깬 대원들이 부산스럽게 산행준비를 한다. 이어 봉고차는 3시 27분, 우리들을 전치재에 내려준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3:27) 전치재 산행시작-(03:57) 원두막-(03:58~04;09) 알바-(04:26) 급경사 시작-(04:36) 철쭉지대-(04:48) 헬기장-(05:24~05:25) 매화산-(06:13) 헬기장-(06:15) 수레너미고개-(06:56) 966.8m봉-(07:26~07:36) 천지봉/간식-(07:38) 안부-(07:46~07:47) 전망바위-(07:54) 안부-(08:18) 1110m봉-(08:24) T자, 좌-(08:47) 1131m봉/능선분기, 우-(09:09) 1105m봉/능선분기, 우-(09:17) 산사태지역-(09:24) 배너미고개-(09:36) T자, 좌-(09:52) T자, 좌-(10:33~11:04) 비로봉/아침식사-(11:11) 산불감시초소-(11:17) 헬기장-(11:26) 치악산 경관 해설-(11:23) 입석사 갈림길-(12:32) 971.2m봉-(12;40) 헬기장-(12:50) 곧은치-(12;51) 헬기장-(13:15~13:20) 간식-(13:25) 1020m봉/국형사 갈림길』알바 11분, 식사 및 간식 46분을 포함한 마루금 산행시간은 총 9시간 58분이다, 하지만 국형사 갈림길을 찾느라고 향로봉과 곧은치 사이를 오르내리고, 도로를 버리고 능선길로 하산하느라, 약 1시간 30분이 더 걸렸으니 실제 산행시간은 약 11시간 30분 정도에 이른다.


* * * * *


차에서 내리니 오싹 한기가 느껴진다. 해발고도 440m인 전치재에는 안개가 짙어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데, 한밤의 인적에 놀란 인근 마을의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댄다. 전재 정상임을 알리는 교통표지판을 카메라에 담고, 대원들 뒤를 따라 오른쪽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짙은 안개에 안경에 물기까지 어리니, 발밑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빗방울마저 후둑후둑 떨어지는데, 앞서간 대원들의 불빛도 사라져버린다. "잘 못 왔구나." 하는 생각이 후딱 머리를 스친다.

전재 정상 교통표지판

농무


다행히 비는 곧 그치고, 길을 찾느라고 지체를 했는지 앞선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목장을 지난다, 쇠똥냄새가 나고, 목장 안의 시멘트도로가 하얗게 떠 있다. 3시 57분, 원두막을 지나 오른쪽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고도계를 보니, 610m다. 약 170m 정도의 고도를 죽였지만, 심한 오르막이란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목장 경계 철사 줄과 울창한 숲

원두막


내리막길이 골짜기로 떨어지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물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앞섰던 대원들이 되내려오면서 알바이니, 원두막까지 되돌아가라고 소리친다. 다시 목장 철사 줄이 보이는 곳으로 되돌아와 자세히 주위를 살펴본다. 철사 줄 옆으로 희미한 길이 보인다. 처음에 선두가 이 길을 보지 못하고 오른쪽 뚜렷한 길로 빠진 덕에 약 11분 정도 알바를 한 것이다. 철사 줄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체력이 약하다보니, 나는 오르막길에서는 천천히 걷는다. 어느덧 앞선 대원들의 불빛이 시야에서 또다시 사라져버린다.

고도 약 730m지점의 목장 울타리


가파른 오르막길이 계속된다. 왼쪽 목장 안에 안경알 같이 허연 것이 공중에 떠 있다.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커다란 황소의 몸집이 희미하게 보인다. 자다가 뜻밖의 방해꾼들을 만나 소가 잠이 깬 모양이다. 황소의 두 눈도 어둠 속에서는 빛을 발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4시 31분, 고도 약 750m 정도의 봉우리를 지나며 목장을 뒤로 하고 철쭉능선으로 들어선다.

철쭉능선


4시 48분, 헬기장을 지난다.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올라, 드디어 매화산정상인가 하면, 또 다시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처럼 서 너 차례나 속은 후에야 겨우 무덤이 있는 정상(1,084m)에 도착한다. 삼각점과 삼각점 안내판이 보인다. 산행을 시작해서 약 2시간 만에 매화산에 오른 것이다. 이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매화산 삼각점


정상 주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바로 하산을 시작한다. 가파른 암릉길이 이어진다. 크게 위험한 곳은 아니지만, 어둠 속이라 조심스럽다. 커다란 바위들이 좌우에 우뚝한 것을 보면, 아마도 우회길인 모양이다. 6시 13분, 다시 헬기장을 지나고, 2분 후, 수레너미고개에 내려선다. 고도계를 보니, 750m다. 약 50분 동안, 긴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내려서서, 300m 이상의 고도를 까먹은 것이다.

수레너미고개


이제 사위가 밝아져 헤드랜턴을 끈다. 수레너미고개에서 천지봉(1087m)까지는 다시 300m가 넘는 고도차를 보이는 급 오름길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함께 뒤 쳐졌던 대원 한 사람은 회복이 됐는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리지고 아름다운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이 회장이 저 앞에서 천천히 오르고 있다.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


경사가 급해지며 날등길이 이어지고, 철쭉단지를 지나, 6시 56분, 삼각점이 있는 966,8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제법 높게 솟은 해가 보인다. 7시 2분, 고도 약 100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왼쪽 나뭇가지사이로 천지봉을 바라보고 날등길을 걷다, 바위 위에 우뚝 선 고사목을 카메라에 담는다.

966.8m봉 삼각점

나뭇가지 사이로 본 해

고사목


7시 9분, 안부에 이른다. 떠오르는 햇빛을 받아 숲이 불타는 것 같다. 다시 급경사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7시 26분, 삼각점과 정상표지판이 있는 천지봉(1086.5m)에 오른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3시간 30분이 지난 시각이다. 정상적인 산행이라면 이쯤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출발을 하게 된다. 하지만 비로봉에서 기다릴 감시요원을 의식한 이 회장은 속이 좋지 않다며 서둘러 정상을 내려선다.

안부

천지봉 정상

삼각점


약 10분 동안 정상에 혼자 남아, 정상주 두어 모금을 마시고, 과일과 빵으로 간단히 간식을 한 후, 왼쪽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이어 어둑한 안부를 지나 아름다운 숲길을 편안하게 걷는다. 7시 45분, 전망바위에 서서 건너편의 비로봉과 그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삼봉과 투구봉 능선을 보고, 지나온 천지봉을 돌아본다.

아름다운 숲길

전망바위에서 본 비로봉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산죽이 깔린 안부를 지나고, 이후 1000m가 넘는 봉우리들을 오르내린다. 8시 18분, 고도 약 111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지나온 천지봉과, 가야할 봉우리와 그 뒤로 우뚝 솟은 비로봉을 본다. 8시 21분, 능선안부에서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절벽을 보고, 커다란 고목이 서 있는 T자 능선에 올라, 왼쪽 날등길을 걷는다.

산죽길 안부

뒤돌아 본 천지봉

가야할 봉우리와 그 뒤로 보이는 비로봉


능선 오른쪽에 거대한 암봉이 우뚝 솟아 있다, 날등길에 고목들이 뒤엉켜 있는 호젓한 길을 지나고, 바위지대에 이르러 등산로는, 커다란 바위들을 왼쪽, 오른쪽 우회하며 오르내린다. 8시 47분, 1131m 분기봉에 오른다. 작은 공터가 있는 봉우리에 직진 길과 오른쪽 내리막길이 뚜렷하다. 반갑게도 마루금인 오른쪽 내리막에 천지봉 님의 표지기가 보인다. 뚜렷한 직진 길은 강림으로 떨어지는 능선이다.

고목들이 뒤엉킨 날등길

바위지대, 오른쪽 우회

1131m 능선 분기봉


이제는 비로봉이 10시 방향으로 보인다. 비로봉에 이르기 위해 1,000m가 넘는 웅장한 능선이 남으로 남으로 달리다. 비로소 서남쪽으로 방향을 확 뜬 것이다. 안부를 지나 봉우리 하나를 다시 넘고, 9시 9분, 1105m 능선분기봉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이어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거대한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한 후, 커다란 돌들이 굴러 내리고, 고목이 밑동에서부터 꺾여 진 것이, 마치 산사태를 만난 것 같은 지역을 통과한다.

능선분기봉을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

산사태 지역인가?

 

등산로가 날등길로 이어지더니, 9시 19분,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으로 떨어지고, 5분 후, 좌우길이 뚜렷이 보이는 넓은 안부에 내려선다. 배너미고개다. 오른쪽은 세림폭포, 왼쪽은 가마골로 이어지는 길이다. 작은 봉우리를 넘고 안부를 지나 다시 봉우리 위에 선다. 비로봉이 눈앞에 깎아지른 것처럼 버티고 서있는데 능선은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이어 마루금은 잇따른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며 비로봉을 향해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배너미고개


비로봉 오름길 초입에 썩은 나무 한 그루가 길을 막고 있어, 두 개의 거대한 뿌리 사이로 허리를 굽혀 통과하고,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 후, 10시 20분 경,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른다. 바로 코앞이 정상인 지점에 이 회장이 기다리고 있다. 다른 대원들은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방금 전에 떠났다고 한다. 정상에 감시요원이 있으면, 전화를 해 주기로 했으니, 이곳에서 잠시 기다리자고 한다.

비로봉 오름길의 썩은 나무


조금 있으니, 과연 전화가 온다. 하지만, 대화도 하기 전에 전화가 끊겼다고 한다. 궁금해서 이쪽에서 전화를 해 보지만, 불통이다. 이 회장은 전화가 걸려온 것을 보면, 감시원이 있다는 소리이니, 등산로를 버리고, 왼쪽 사면을 타고, 우회하다 정상에 오르자고 한다. 길도 없는 사면을 가로 지른다. 고산지대라 잡목이 많지 않아 다행이다. 20~30m를 진행한 후, 정상으로 향하고, 10시 33분, 정상에 오른다.

정상석


정상에 올라 보니, 벌써 부지런한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감시원들이 매복해 있을 분위기가 아니다. 공연히 지레 겁을 먹고 초장부터 어려운 산행을 한 것이다. 돌탑 아래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 이 회장과 정상주를 마신 후, 비로소 아침상을 펼쳐 놓고, 함께 허기를 달랜다. 저 아래 헬기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대원들이 보인다.

중앙 돌탑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본다. 동쪽으로 지나온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북쪽으로는 삼봉,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아름다운데, 남서방향으로는 향로봉, 남대봉, 사명봉의 흐름이 웅장하다. 서쪽 돌탑으로 이동한다. 치악산 경관 해설판이 보이고, 가야할 능선이 뚜렷하다.

100도 방향의 지나온 능선

상봉, 토끼봉 능선

향로봉, 남대봉, 그 뒤로 사명봉

치악산 경관 해설판,


11시 4분, 하산을 시작한다. 국형사까지는 3시간이면 충분하니, 2시면 산행을 종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결 여유가 생긴다. 계단길을 내려서서 이정표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안부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구룡사 방향이다. 11시 17분, 헬기장에 이르러 비로봉을 뒤돌아본다.

구룡사 갈림길 안부

헬기장에서 뒤돌아 본 비로봉


널찍한 치악산 메인 등산로를 따라 내린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11시 27분, 치악산 경관 해설판을 지난다. 원주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가스 때문인지 조망이 흐리다. 11시 34분, 이정표와 탐방로 안내도가 있는 입석사 갈림길을 지나, 산죽 길을 걷고, 아름다운 단풍 숲을 지난다.

입석사 갈림길 이정표

단풍길


12시 32분, 삼각점이 있는 971.2m봉에 올라 비로봉을 뒤돌아보고, 8분 후, 너른 헬기장에서 지나온 능선과 향로봉을 바라본다. 원주 시가지는 역시 가스에 가려 뿌옇게만 보인다. 12시 50분, 곧은치를 지난다. 이때까지만 해도 2시까지는 하산이 가능하다고 여기고 마음이 가볍다.

971.2m봉 삼각점

뒤 돌아 본 비로봉

헬기장에서 본 지나온 능선

곧은치


이어 헬기장을 지나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르다. 약 10분 간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한 후, 1시 25분, 이정표가 있는 1020m 봉을 지난다. 지난번 국형사로 내려설 때 이정표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고, 오르막길을 내쳐 오르다 보니, 1시 31분, 향로봉에 이른다.

국형사 갈림봉


당황하여 올라 왔던 길을 되 집어 달려 내린다. 5분 후, 다시 1020m 분기봉을 지나 곧은치로 내려선다. 국형사 갈림길 이정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곧은치 가까이 내려서서야 ,이상한 느낌이 들어, 지나가는 등산객에게 국형사 갈림길을 물으니, 다시 올라가서, 1020m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라고 알려준다. 귀신에 홀린 느낌이다. 허겁지겁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는데 이 회장이 마주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1020m봉에서 뒤따라오기를 기다리다, 나타나지를 않자, 곧은치를 두 서너 차례 오르내리며 찾아나 섰다고 한다.

이 회장을 만나고


이 회장은 치악산을 40회 이상 다녔다고 한다. 샛길로 국형사 길림길로 향한다. 2시 4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이곳에서 보았던 이정표를 1020m봉 주위에서 찾았으니, 헤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달려 내린다. 이 회장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길을 잃고, 무리하게 걸은 탓인지 왼쪽 다리에 쥐가 나, 움직이기가 어렵다. 서두러 배낭에서 아스피린을 꺼내 2알을 씹어삼키고 나무에 기대선다.

국형사 갈림길 이정표


2~3분 지나니 쥐가 풀린다. 국형사 갈림길을 찾느라고 당황해서 오르내리는 동안 오버 페이스를 한 모양이다. 맥이 빠지고 힘이 하나도 없다. 2시 32분, 전망바위에서 보문사를 내려다본다. 도로를 따라 걷는 것 보다 능선길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시간은 훨씬 더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지난번에는 이정표가 있는 국형사 갈림길에서 보문사를 지나 도로를 따라내려, 국형사에 이르는데, 약 40분 정도가 걸렸으니, 지금 쯤이면 다 내려왔을 시간인데, 능선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기분이다. 3시가 다 되어 봉고차가 기다리는 국형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능선길에서 내려다 본 보문사


차에 오르니, 월남전 참여를 위해 특수 훈련을 받았다는 건장한 대원이 "갑시다." 라고 크게 소리친다. 기다리느라고 많이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차는 바로 출발하여 지난번에 들렀던 원주 복 추어탕 집으로 향한다. 추어탕 집 화장실을 빌어 간단히 세수를 하고 젖은 상의를 갈아입는다.


식당에 모인 일행은 기사양반과 이 회장을 포함하여 모두 12명이다. 막걸리, 맥주, 소주를 두루 섞어 술 11병을 주문하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뜻으로 식대를 정리한다. 시작할 때는 좋다고 시작했다가, 치를 떨고 하산한다는 치악산을, 하기 싫은 무박으로 도전했다, 그야 말로 치를 떨며 하산을 한 것이다.


(2008. 10. 20.)








at 03/16/2010 05:08 am comment

잘 보았습니다 감사하며 담아갑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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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대봉과 사명봉


2006년 3월, 송암 산악회의 안내로 시작한 영춘지맥 종주가 세 구간을 마치고, 참여자들이 대폭 줄어들자, 어쩔 수 없이 중도하차 한다. 하지만 다행이 "화요맥"이 이를 승계하여, 2006년 11월에 종주를 완성한다. 이런 과정에서 집안 식구들과 여행을 하느라고 빼 먹은 치악산 구간과, 덕고산 구간의 땜빵 산행이 숙제로 남는다.


가고파 산우회가 매월 1, 3주 토요일에 영춘지맥 종주를 시작한다. 첫 번째 태화산 구간을 마치고, 다가오는 경방기간의 입산통제를 의식하여 바로 치악산 구간으로 들어선다. 낙동정맥을 마치고, 1, 3주 토요일이 마침 비어있는 참이라 얼씨구나 하고 참여한다.


2008년 10월 4일(토).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산악회 버스를 기다린다. 7시가 다 되가는데도 가고파 산우회의 하나관광 버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뭐가 잘 못됐나?  다른 산악회 버스들은 도착하여 대원들을 태우고 떠나는데 우리 차는 영 찾을 수가 없는데, 저 위 봉고차 앞에서 이 회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손님이 적어 버스대신 봉고차가 온 것을 모르고 버스만 찾았으니  봉고차가 보일 턱이 없다.

 
봉고차가 마지막 경우지인 상일동을 지났는데도 참여 인원은 모두 10명뿐이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영춘지맥은 도상거리가 272Km에 달하는 장거리이고, 오지를 많이 지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끝까지 버텨내기가 힘든 곳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호응을 보지만, 시간이 갈 수롤 인원수가 줄어들어, 결국 도중에 그만 두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오늘 코스는 『싸리재-매봉 분기봉(1050m)-선바위봉(1000.6m)-964.7m봉-남대봉(1181.5m)-향로봉(1042.9m)-국형사 갈림길- 국형사』로 들머리 약 0.5Km, 마루금 도상거리 약 14.6km에 날머리 약 2.2Km, 합계 17.2Km로 짧지 않은 거리다.


초가을 아침 안개가 걷히지 않은 고속도로변의 풍광은 마치 잔뜩 흐린 날의 그것처럼 음울하다. 봉고차는 이런 풍광 속을 제한 속도를 무시하고, 마치 한 풀이를 하듯 저 보다 큰 관광버스들을 계속 추월하며, 무섭게 달린다. 정신이 번쩍 들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맨다. 차가 치악 휴게소에 잠시 머문다. 차에서 내리니 오싹 추위가 느껴진다.


봉고차는 신림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버리고 88번 국지도로 들어서서, 신림터널을 지나 U턴을 한 후, 신림터널 앞, 오른쪽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올라, 9시 28분, 싸리재로 이어지는 임도 앞에 정차한다. 임도 초입, 왼쪽에 보이는 전원주택 풍의 집 주소 표기가 깔끔하다.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임도를 따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싸리치길 514번지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9:28) 싸리재 임도-(09:38) 싸리재-(09:43) T자, 우-(09:51) 안부/묘 1기-(10:03) 봉, 직진-(10:10)794m봉/묘-(10:25) T자, 우-(10:37) 바위능선, 오른쪽 우회-(10:46~10:50) 매봉산 분기봉-(10:52) 갈림길, 우-(10:55) 안부-(11:03) 능선 왼쪽 우회-(11:06) 봉, 우측 급내림-(11:11) 암릉, 오른쪽 우회-911:21) 922m봉-(11:31) 능선 왼쪽 우회-(11:43) T자, 우-(11;57) 선바위봉-(12:05) 능선분기, 좌-(12:16) 십자로, 우-(12:19) 안부, 직진-(12:31) T자, 우-(12:23~12:49) 중식-(13:01) 964.7m봉-(13:10) 안부 사거리/대치-(13:14) 봉, 우-(13:17) 헬기장-(13:21) T자, 좌-(13:29) 봉-(13:32) 안부-(13:34) 봉-(13:51) 봉-(13:58) 봉-914:01) 봉-14:10) T자, 우-(14:11) 능선분기, 우-(14:25) 봉-(14:29) 안부-(14:45) 남대봉/헬기장-(14:53~15:00) 간식/전망바위-(15:20~15:22) 치마바위-(15:37) 이정표<향로봉 2.1Km>-(15:48) 봉-(15:54) 암릉 오른쪽 우회-916:01) 갈림길, 직진-(16:10) 치악평전-(16:20~16:23) 향로봉-(16:36) 국형사 갈림길-(16:54~16:55) 보문사-(17:12) 보문사 입구-17:16) 국형사』들머리 10분, 마루금 6시간 20분, 중식 및 간식 37분, 날머리 41분, 총 7시간 4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넓은 임도를 따라 워밍업 하듯 천천히 걷는다. 산행을 시작하자 마자 절개지를 치고 올라야하는 다른 곳들에 비하면 오늘산행의 시작은 얼마나 운이 좋은 것인가?  상쾌한 아침공기 속을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임도


9시 38분, 신림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영월로 가는 지름길이었던 유서 깊은 싸리재에 도착한다. 커다란 시비(詩碑)와 정자가 있다. 싸리가 많이 나 싸리재, 단종의 애환이 어리고, 김삿갓의 발길이 머문 곳, 수천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이곳에 당신이 지금 서 있다. 라는 의미의 시가 커다란 자연석에 음각돼 있다. 시비 앞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시비 오른쪽, 서기(瑞氣)가 가시지 않은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싸리재 시비

소나무 숲으로

울창한 숲 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9시 43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는 능선을 좌우로 우회하며 부드럽게 이어지더니, 한차례 급 내리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뚜렷한 길이 석기동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직진하여 넓게 자리를 잡은 황폐한 묘를 지나고, 다시 급 오름을 지나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10시 3분, 고도 약 75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직진하여 내려선다.

 750m봉


치악산, 큰 산의 산줄기이다 보니 역시 산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별로 급한 오르 내림도 없이 둔중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 같지만 꾸준히 고도를 높여간다. 한번 오르내릴 때마다 약 20m 정도 고도를 높이는 식이다. 좁은 철쭉능선이 이어진다. 동쪽은 완만한데, 치악산 국립공원 주련골로 떨어지는 서쪽은 급사면이다. 10시 10분, 헐벗은 묘가 있는 794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철쪽 능선


다시 묘1기를 지난다. 능선이 넓어지고, 등산로는 울창한 참나무 숲 사이로 가볍게 오르내리며, T자 능선에서는 계속 오른쪽,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른다. 10시 37분, 바위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급한 오르막길을 올라 10시 46분, 매봉산 능선 분기봉(1050m)에 오른다. 싸리재를 출발해서 약 1시간 6분이 지난 시각이다. 빠른 진행이다. 분기봉에서 쉬고 있던 대원 한사람이, 왼쪽으로 내려서며, 오늘은 갈 길이 멀어 매봉산 왕복을 생략하기로 했다고 알려준다.

아름다운 참나무 숲

매봉산 분기봉


매봉산(1094.9m)은 분기봉에서 동쪽으로 약 0.9Km 떨어져 있어, 왕복 4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라 대부분의 지맥 종주꾼들이 다녀오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안개가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망을 기대할 수 없을 터이니 다녀와야 헛것일 공산이 크다. 조끼를 벗어 배낭에 챙기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쉰 후, 준족 두 명이 벗어 놓고 간 배낭을 카메라에 담고 왼쪽 비탈길을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등산로가 잠시 평탄해 지더니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 길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고,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 쪽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헷갈리기가 쉬운 곳이다.

나뭇가지로 막아 놓은 직진길

오른쪽 내리막으로 걸린 표지기들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10시 55분, 잡목들을 베어낸 흔적이 보이는 안부에 내려선다. 이어 등산로는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더니,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1시 6분, 978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능선이 좁아지며 철쭉이 빽빽하다, 앞을 막는 커다란 바위를 피해 등산로는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고,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는다. 심산 오지(奧地) 냄새가 물씬 풍기는 능선이다.

잡목 안부

978m봉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11시 21분, 922m봉에 올라, 왼쪽의 좁은 철쭉능선으로 내려선다. 왼쪽은 가파른 절벽, 오른쪽은 비교적 완만한 사면이다.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을 보이는 특이한 지형이다. 능선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뒤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매봉산을 다녀온 대원 한사람이, "알바인 줄 알고 걱정했네요."라며 지나간다. " 또한 사람은요? 라고 묻자,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922m봉


11시 57분, 선바위 봉이라고도 불리는 1000.6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다. 원주시, 횡성군, 영월군, 세 지역의 경계가 되는 지점이다. 이제 어느 정도 안개도 걷히고, 간간히 햇빛도 보이지만, 잡목들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왼쪽 좁은 철쭉능선으로 내려선다. 이제 등산로는 서쪽으로 이어진다.

선바위 봉 정상

삼각점


좁은 철쭉능선이 급하게 떨어지다 완만해지더니, 12시 5분, 능선분기 점에 이르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12시 16분, 십자로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능선 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보이고, 등산로는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는데, 왼쪽으로도 길이 보인다. 표지기들을 따라 오른쪽 우회로로 진행하고, 3분 후, 안부에 내려선 후에야, 비로소 선바위를 지나쳤음을 깨닫는다.

빽빽한 철쭉능선

선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안부, 왼쪽 내리막길이 뚜렷하다.


안부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고, 12시 31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3분 후, 등산로 주변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하는 대원들을 만난다. 954.7m봉에 올라, 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직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매봉산 갔던 대원을 걱정한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비로소 대원이 모습을 보인다. 길을 잘못 들어 한동안 헤매다 겨우 쫓아 왔다며 숨 가빠한다.

식사


12시 49분, 식사를 마치고 출발한다. 1시 1분, 삼각점이 있는 964.7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지며 고도를 낮춘다. 1시 10분, 사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지형도에 대치라고 표기된 곳으로, 좌우로 뚜렷한 길이 보인다. 왼쪽은 상원골, 오른쪽은 부곡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직진하여 봉우리 하나를 넘고, 좁은 철쭉능선을 가파르게 달려 내려, 억새가 무성한 넓은 헬기장에 이른다.

964.7m봉

삼각점

안부 사거리

헬기장


헬기장을 가로 질러 남대봉으로 향한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6~7개를 지루하게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인다. 2시 10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분 후, 참호가 있는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 철쭉 능선으로 내려선 후,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산죽 길을 따라 내린다. 2시 19분, 안부를 지나고, 산죽 길 오르막을 올라, 2시 45분, 남대봉 헬기장에 이른다. 왼쪽은 상원사, 오른쪽이 비로봉으로 이러지는 치악산 국립공원의 주 등산로다. 헬기장에서 남쪽으로 사명봉(1187m)이 커다랗게 보인다.

참호가 있는 능선 분기봉

산죽밭

 

헬기장

헬기장 너머 사명봉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바로 코앞에 산불감시초소와 이정표가 보인다. 일반 등산객들이 이정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싸리재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느꼈던 오지 분위기와는 달리 등산객들로 북적거리는 속세로 들어선 것이다.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향로봉으로 향한다. 전망바위 앞 길가에서 대원들이 모여 앉아 정상주를 들며 쉬고 있다. 합류하여 정상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정표

삼각점

길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왼쪽 전망바위로 나가 주위를 둘러본다. 북으로 향로봉 등 가야할 봉우리들이 보이고, 남으로 사명봉이 올돌하다. 남서쪽으로 백운산이 뚜렷하고, 바로 앞에 기암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3시 경,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철 계단을 내리고 오른다.

치마바위와 가야할 능선

백운산 방향

 

기암


암릉길을 지나, 이번에는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3시 20분, 치마바위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이어 철책이 쳐진 가파른 암릉길을 내려서고, 3시 37분, 향로봉 2.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국립공원이다 보니 이정표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좌우로 우회한 암봉

향로봉

비로봉

이정표


뚜렷한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암봉이나, 암릉을 만나면 대부분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한다. 왼쪽(서쪽)이 절벽이라는 소리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로프를 설치해 놓았다. 4시 10분, 치악평전, 너른 헬기장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10분 후, 돌탑과 삼각점, 안내판, 이정표 그리고 치악산경관 해설판이 있는 향로봉 정상(1042m)에 오른다.

뒤돌아 본 우회로의 안전로프

치악평전

지나온 능선

정상목과 이정표

치악산 경관 해설판


향로봉을 내려선다.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이 자주 지나친다. 방송시설이 있는 능선을 지나, 나무 계단길을 달려 내린다. 이어 4시 34분, 이정표가 있는 국형사 갈림길 안부에서, 왼쪽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4시 53분, 보문사로 이어지는 쇠다리를 건너고, 보문사 경내로 들어서서, 잠시 절 구경을 한다. 신라 경순왕 때 이 터에 절을 지었고, 청석탑이 유명한데, 지금 보는 것은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나무계단길

국형사 갈림길

보문사

 

대웅전

청석탑.


급경사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내린다.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오르기 힘들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절 입구까지 1.3km에 이르는 긴 도로다. 5시 12분, 절 입구를 지나고, 2분 후, 국향사에 들러 잠시 절 경내를 둘러본다.

보문사 입구

이정표

국향사


국향사 주차장에 머물고 있는 봉고차에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땀을 닦고 웃옷을 갈아입는다. 귀로에 원주고등학교 건너편에 있는 '원주 복 추어탕' 집에 들러 뒤풀이를 한다. 겉에서 보기보다 안은 훨씬 넓다. 원주에서도 유명한 집인 모양이다. 원주 추어탕은 매캐한 맛이 특색이다. 모처럼 본바닥 추어탕 맛을 즐긴다.

 


(2008.10. 6.)





















at 04/13/2010 03:32 pm comment

산풍경은 언제봐도 좋습니다 콘크리트바닥사이에서 살다가 산에 들어서거나 산풍경을 보면 언제나 좋습니다 감사히 담아갑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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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지대의 산수유


3월의 마지막 날이자, 5번째 토요일인 3월 31일, H산악회에서 영춘지맥 종주를 시작하여, 첫 산행으로 태화산을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찌감치 예약을 하고, 서둘러 회비를 송금한다. 영춘지맥의 첫 구간은 뺌방을 해야 하는 구간인데다, 5번째 토요일은 정맥산행이 없어 비어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S산악회에서 이 영춘지맥을 당일코스로 가이드 한다는 안내를 보고, 따라나설 생각을 했으나, 첫 산행일인 2006년 2월 14일(화)에는 전국적으로, 때 아닌 겨울비가 내리는 바람에 산행을 포기한다. 눈이라면 또 모르겠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험한 산길을 7시간 정도 걸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목요일(3월 29일) 현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H산악회에서 토요일에 영춘지맥 종주를 시작한다는 정보를 준 장본인이다. 토요일 영월지역의 일기예보를 알아보니, 10~30밀리의 비에, 천둥번개, 그리고 돌풍이 예상되며, 때때로 우박이 내리겠다는 예보라, 자신은 산행을 포기하겠다는 전화다.


금요일 저녁, 산악회에 전화를 하여, 계획대로 산행 하는지 여부를 확인해본다. 우천불문 강행한다는 대답이다. 300억인가, 400억인가 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여,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기상청에 숙련되고 경험 있는 요원들이 부족하여, 최근의 일기예보가 잇달아 뒷북만 치고, 결국 기상청장이 대 국민 사과까지 하더니, 이번 일기예보는 제대로 맞는 모양이다.


집안에서 기르는 10살쯤 되는 늙은 강아지, "짱아"가 손등을 핥는 바람에 잠이 깬다. 천둥 번개에 겁을 먹고, 자는 사람을 깨운 것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이다. 12시가 다 되어 잠자리에 들었으니, 한 시간도 채 못잔 셈이다. 옆에 눕히고, 다독거려줘도 안정을 못 찾고, 헉헉대고 불안해한다. 할 수 없이, 거실로 나와 고전음악 방송을 틀어주자, 음악소리에 비로소 "짱아"가 안정을 찾는 모양이다. 방석 위에서 코를 박고 웅크리고 잔다. 나도 소파에 누워 음악을 듣다 잠이 든다.


다시 손등을 핥는 서슬에 잠이 깬다. 새벽 3시 경이다. 요란한 천둥소리가 가까이 들리자, "짱아"가 다시 불안해 진 모양이다. 겨우 안정을 시켜주고, 다시 잠에 빠져들지만, 5시 경, 이 녀석이 또 다시 깨운다. 5시 30분이면, 일어나야 할 시간이니, 이제 더 자기는 글렀다. 조망이 좋다고 하는 태화산은 비오는 날만으로는 모자란 모양이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오늘 같은 날에나 내게 접근을 허용하는 걸 보면 무척 도도한 산인 모양이다.


이렇게 힘들게 시도한 땜방 산행이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전한 땜방을 하지 못하여, 재 시도를 해야 할지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선두대장이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해, 오늘은 산악회 대표인 등반대장이 선두에 선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사전 코스답사는 고사하고, 공부도 충분치 않았던 모양이다. 태화산에서의 어려운 하산 길에 알바를 하더니, 급기야 하산 지점인 봉불사 입구를 약 2Km를 남기고, 일행을 엉뚱하게 마루금 왼쪽 조전1리 마을 안으로 유도하여, 약 2Km 정도의 마루금을 잘라먹어 버린다. 이 노릇을 어찌할까?  잘라먹은 2Km를 어떻게 메꿀까? 고약하다.

 

우중 임에도 26명의 대원들이 참여한다. 출정일 치고는 적은 편이고, 한 세 구간 쯤 지나고 나서야 윤곽이 들어나는 고정멤버들 수보다는 많은 편이다. 산행을 시작에서 태화산에 오를 때까지는 줄 곳 비가 내렸지만 빗발이 점차 가늘어지더니, 3시가 가까워지자 비가 멎는다. 날씨는 싸늘한 편이지만, 천둥, 번개, 심한 바람이나 돌풍도 없고, 우박도 쏟아지지 않아, 비에 젖어 등산로가 미끄러운 점, 비구름으로, 조망을 즐기지 못하고, 산세를 제대로 읽을 수 없어 알바를 한 점 등을 제외하면, 특별히 날씨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없었던 산행이다.


26명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빗속을 달려, 제천, 영월을 거쳐, 88번 도로로 들어서고, 이윽고 각동교를 건너, 595번 지방도로를 왼쪽으로 내려서더니, 10시 20분, 각동리 버스 정류장 건너편 도로 변에 대원들을 내려준다. 비가 오는데도 산악회는 영춘지맥 종주 출정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시도 하지만, 차량통행이 빈번한 도로변이라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지 못해 포기 하고, 도로를 따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2) 각동리 도착 산행시작-(10:24) 마을 시멘트 도로 진입-(10:27) 도로 사거리, 직진 -(10:28) 왼쪽 숲으로-(10:35) 너른 초지-(10:40) 밭을 지나 숲으로-(10:46) 능선진입-(10:59) 이장한 무덤 터-(11:04) 묘1기-(11:25) 묘1기-(11:28) 620.8m봉-(11:33) 안부 삼거리, 직진-(11:52) 711m봉-(12:18) 911m봉-(12:28) '등산로' 안내판-(12:32) 헬기장-(12:33~12:44) 중식-(13:05) 이정표<등산로1, 태화산> 있는 갈림길-(13:18) 큰골 갈림길, 직진-(13:32) 태화산 정상-(13:34) 이정표<태화산 정상 2.5Km>-(13:44) 1031m봉 우측 우회-(13:50) '태화산등산로' 표지판-(13:52) 능선-(14)02) 삼거리, 직진-(14:11) 안부사거리, 직진-(14:15~14:25) 후미대장기다리며 휴식-(14:39) 임도-(14:50) 이정표<흥교 0.84Km>-(15:20) 흥교마을-(15:43) 송전탑-(15:54) 606.8m봉-(16;10) 안부갈림길, 직진-(16:29) T자 갈림, 좌-(16:45) 두 번째 바위지대-(16:54~16:56) 국지산 정상-(17:12) 헬기장-(17:15) 삼거리/탈출-(17:53) 23번 국도-(18:05) 봉불사 입구』


* * * * *


각동리 버스 정류장 부근에서 어느 길을 통해, 마루금 능선에 접근하는 것이 옳은지를 정확히 말하기는 무척 어렵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형도에 마루금을 정확히 그린 후, 나침반을 그 방향으로 고정시켜 놓고 밭이 됐건, 시멘트 도로가 됐건 관계없이 무작정,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밭이나 시멘트 도로에서는 마루금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산악회의 안내를 받지 않을 경우에는, 인근 주민에게 태화산가는 길을 물어 마루금에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버스에서 내려, 남한강 사진을 한 장 찍고, 대원들을 따라, 각동교 쪽으로 이동한다. 2분 후 왼쪽 시멘트 도로를 올라, 마을로 들어선다. 입구 오른쪽에 '농업인 건강관리센터'라는 작은 녹색 간판이 걸린 벽돌집이 보인다. 선답자들이 산행기에서 지적한 '황토 슈퍼'나 '정원이 아름다운 집'은 구경도 못한다. 선답자들이 지난 길과는 다른 길로 마을에 들어선 모양이다. 그럴 것이, 큰 길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길이 어디 한길뿐이겠는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찍은 남한강 사진

하차한 지점 건너편의 버스 정류장

왼쪽 시멘트 도로를 따라 마을로 진입한다.


10시 27분, 완만한 오르막이 끝나고 시멘트 도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에서 직진한다. 1분 후,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왼쪽 임도로 들어서서, 조림지를 거쳐, 오른쪽으로 납골당을 지난다. 이어 임도가 오른쪽으로 크게 휘는 곳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밭가를 따라 진행한다. 이윽고 밭이 끝나는 지점에서 등산로는 왼쪽 잡목 숲으로 이어더니, 10시 35분, 사방이 트인 너른 초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전면에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시멘트 도로를 버리고, 왼쪽 조림지로

 

잡목 숲을 벋어나 왼쪽으로 보이는 풍광

비로소 눈앞에 보이는 능선


너른 초지를 가로질러 숲으로 들어서서, 묘 두어 개를 지나고 나니 숲이 끝나며, 전면에 다시 밭이 펼쳐진다. 10시 40분, 발이 푹푹 빠지는 밭을 가로 질러, 눈앞의 숲으로 들어선다. 갈림길에 직진하라는 산악회 종이 표지판이 놓여있다. 화살표를 따라 진행하여 시멘트 도로를 걷다가, 임도를 거쳐, 10시 46분, 표지기를 보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비로소 확실한 마루금 능선에 진입한 것이다. 이제까지 다소 장황하게 능선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했지만, 우리들이 지나온 길이 반드시 마루금이라고 주장할 자신은 없다.

 

발이 푹푹 빠지는 밭을지나 숲으로 향하고

숲을 지나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걷는다

표지기가 걸린 오른쪽 능선으로 오르는 대원들


10시 47분, 무덤을 지나고,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조용한 숲길이다. 모자 위,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커다랗게 들린다. 10시 59분, 이장한 흔적이 보이는 무덤 터를 지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고도 350m 정

 

도의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 후 다시 오르막을 오른다.

엉성하게 배낭을 멘 대원의 뒷모습- 4년 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11시 4분, 오른쪽으로 잘 손질된 묘 1기를 지나고 나서부터, 경사가 급해지고 바위가 나타난다. 비에 젖은 가파른 등산로가 무척 미끄럽다. 11시 25분, 돌과 나무그루터기 사이로 안개에 쌓인 무덤이 보이고, 등산로는 앞에 보는 바위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다, 급격히 왼쪽으로 꺾여, 정상으로 이어진다. 11시 28분, 진달래가 곱게 핀 620.8m봉에 오른다. 삼각점<예미 441, 2004 재설>이 보인다. 비구름에 가려 조망은 제로다.

안개 속의 무덤

620.8m봉


봉우리를 직진하여 내려선다. 11시 33분, 안부 삼거리에서 다시 직진하여 산수유가 곱게 핀 바위지대를 지나고, 11시 52분, 711m봉에 오른다. 빗속에 죽천부부의 표지기가 무겁게 걸려있다. 반갑다. 이어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어 개를 넘고, 사면 길을 지나, 12시 18분, 911m봉에 오른다. 12시 28분, '등산로'란 글자와 화살표만 그려진 표지판을 지나고, 12시 32분 헬기장으로 들어선다.

911m봉의 죽천부부 표지기

헬기장


헬기장을 지나, 등산로 변, 커다란 나무 아래에 배낭을 벗어 놓고, 선채로 집 사람이 마련 해준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이제 빗방울이 많이 가늘어 졌지만 아직 비가 그친 건 아니다. 움직임을 멈추니 젖은 몸이 춥게 느껴진다. 어한주로 칵테일을 두어 잔 마시고, 서둘러 식사를 마친다. 12시 44분, 좁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다시 천천히 걷는다. 장갑을 벗은 손이 시리다.


등산로는 바위지대에 이르러, 커다란 바위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봉우리 두개를 넘는다. 1시 5분,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을 지나, 좁은 능선길을 오르면서 서서히 고도가 높아진다. 1시 8분 암봉을 지나고, 봉우리 두어 개를 넘어, 1시 18분, 큰골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이후 바위지대를 우회한 후, 밧줄이 늘어진 암벽을 타고 올라, 태화산 정상을 향한다.

이정표

밧줄 걸린 암벽 지나 능선으로


1시 32분, 태화산 정상(1027m)에 오른다. 단양군과 영월군에서 각각 세운 정상석 사이에 삼각점이 보인다. 대원 몇 사람이 버너를 피워 놓고, 점심준비를 하고 있다. 역시 조망을 즐길 수 없어, 지체하지 않고 하산한다.

태화산 정상

삼각점


1시 34분, 이정표<태화산성 2.5Km, 큰골 2.8Km, 달곳 3.0Km>를 지나고, 봉우리를 넘어 다시 이정표<정상까지 10분>가 있는 갈림길에서 1031m봉으로 오르는 직진 길을 버리고, 1시 44분, 우측 우회로로 진입한다. 비교적 긴 우회로다, 1시 50분, '태화산 등산로'라는 표지판을 지나, 1시 52분, 다시 능선으로 올라선다. 전면에 낙엽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너른 사면이 펼쳐진다.

이정표

능선에 올라 바라본 전면의 사면


선답자들이 길이 없는 너른 사면이기 때문에 나침반에 방향을 맞추어 놓고, 그 방향을 따라 진행했다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솔잎이 노랗게 떨어진 송림사이로 등산로가 뚜렷하고, 표지기들이 길을 안내한다. 2시 2분, 삼거리에서 직진한다. 마을이 가까운 모양이다.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안개가 자욱해 주위 지형을 확인할 수 없으나, 등산로는 서쪽으로 이어지고, 나뭇가지에 표지기가 보인다. 2시 11분, 안부 사거리에 이른다. 왼쪽 계곡 쪽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 있고, 서쪽인 직진 방향에도 표지기가 보인다.

표지기가 길을 인도한다.


직진하여 진행한다. 길이 점차 희미해지고, 한동안 리본이 보이질 않는다. 앞서 가던 대원이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되돌아온다. 나침반을 꺼내 보니, 길 없는 능선이지만 방향은 정확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지난 흔적이 없으니 어쩌랴?  잠시 머물러 쉬면서 후미를 기다리기로한다.

 

여자대원 한 사람이 사과를 꺼내 나누어 준다. 7~8분 쯤 지난 후, 후미는 나타나지 않고, 한참 앞서 갔으리라고 생각한 대원 한 사람이 모습을 보인다. 안부 사거리에서 표지기를 따라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섰더니, 개울이 나타나기에, 사거리로 되돌아와 직진해 내려오는 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능선이 틀림없겠는 결론을 내리고, 2시 25분 경, 네 사람은 다시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간벌한 나뭇가지들이 널려있어 길이 보이지 않지만 능선을 벗어나지 않고 조심조심 내려서니, 저 아래 임도가 보인다. 2시 39분, 임도에 내려선다.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임도라고 하지만, 폭이 넓은 길은 노면이 반듯하게 다듬어져 있고, 검은 자갈이 깔려 있어, 당장이라도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해도 좋을 정도다.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도로를 오른쪽으로 따라올라, 흥교로 향한다. 2시 50분, 반갑게도 도로변에 이정표가 서있다. <사지원리, 흥교 0.84Km, 태화산 2.8Km, 상리 7.7Km>

 

이정표가 가리키는 태화산 방향으로 부드러운 능선이 흘러내리고 등산로가 뚜렷하지만, 표지기가 없는 걸 보면. 아마도 일반 등산로인 모양이다. 어찌됐건, 이제 현재의 위치는 확실해 졌다. 안심하고, 840m 떨어져 있는 홍교 방향으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3시 9분, 도로 차단기를 넘고, 왼쪽에 보이는 도로공사 안내비를 카메라에 담는다. 조금 더 내려서니, 양쪽으로 시멘트 도로가 분기된다. 오른쪽 길을 택해 마을로 향한다.

안개가 자욱한 임도- 벤치도 보인다.

이정표

도로공사 안내비


3시 20분 경, 마을에 들어서니, 후미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후미일행은 사거리에서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서서 앞서 갔다고 한다. 후미대장과 함께 시멘트 도로를 따라 내리다, 아스팔트 도로에 올라서고, 이어 임도를 거쳐, 3시 39분, 능선으로 들어선다.

영흥분교자리

왼쪽 임도로


3시 43분, 송전탑을 지나 작은 고개를 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3시 54분, 606.8m봉에 이른다. 다시 고만고만한 봉우리 두세 개를 지나, 4시 10분, 안부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봉우리를 다시 하나 넘어, 능선 갈림길에 이르니, 오른쪽에 표지기가 보인다. 좁은 능선길이 이어진다. 이제 비는 완전히 멎고, 비구름이 산록을 타고 오르며, 산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606.8m봉

왼쪽으로 보이는 국지산


4시 29분, T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내려서고, 등산로는 아름다운 송림이 이어지는 날등으로 이어진다. 오른쪽은 절벽이다. 다시 작은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안부에 이르니, 철탑을 철거한 흔적이 뚜렷하다. 가벼운 오르내림이 반복한 후, 첫 번째 바위지대를 지나고, 4시 45분 길게 밧줄이 이어져 있는 두 번째 바위지대를 오르며, 비구름이 걷힌 지나온 능선을 돌아본다.

두 번째 바위지대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4시 54분, 세 번째 바위지대를 지나 산마루에 오르니, 삼각점이 있는 국지산 정상(625.6m)이다. <영월 809, 2004 재설> 오른쪽으로 계족산이라고 짐작되는 산이 높게 보이고, '등산로' 표지판의 화살표가 그쪽 방향을 가리치고 있다. 지맥 마루금은 반대편으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능선이다. 밧줄이 걸려 있다.

세 번째 바위지대를 오르는 대원들

국지산 정상

국지산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본 조망


급경사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선다. 다시 봉우리 두 개를 넘고, 가파른 길을 달려내려, 5시 12분, 헬기장에 도착하여 뒤를 돌아보니 국지산이 선명하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달려, 5시 15분, 삼거리에 이른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날머리인 봉불사 입구로 가려면 직진을해야하는데, 등반대장이 삼거리에서 지키고 서서, 대원들을 왼쪽 마을로 탈출시키고 있지 않은가?

뒤돌아 본 국지산

탈출명령


혼자라도 직진하여 마루금을 계속 탈 것도 생각해보지만, 계속 진행하여, 봉불사 입구에 도착하려면 앞으로도 한 시간 이상은 더 걸릴 터인데, 이미 하산 시간이라고 정한 5시가 지난 시점이라 용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할 수없이 일행들과 함께 조전 1리 마을로 탈출을 하여, 시멘트 길을 따라 5시 53분, 23번 국도에 내려선다. 어찌된 일인지 버스는 보이지 않고,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추위에 떨며, 도로변에 늘어서 있다. 등반대장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도 않고, 버스를 기다리라는 연락만 있었다고 한다.

가야할 곳은 오른쪽 능선인데 마을로 내려선다.

버스를 기다리는 대원들


지도를 보면, 봉불사 입구는 도로를 따라 북서방향으로 한동안 올라가야 할 듯싶다. 몸에 땀이 식으면서 오싹 추위가 느껴진다. 감기라도 걸릴까 겁이 나 도로를 오르내리며 몸을 움직인다. 6시가 다되어 봉불사 입구 쪽에서 버스가 내려오더니, 우리들을 태우고, 다시 봉불사 입구로 향한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려 보니, 어처구니없게도, 등반대장은 길가에서 배식준비(配食準備)를 하고 있다.

봉불사 입간판 건너편의 옳바른 하산 지점


그렇지 않아도, 삼태산 구간은 쉽지 않은데, 다음 번 구간 산행에 참여할 대원들이 걱정스럽다.


(2007.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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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성대교와 가평읍


남한강의 평창강과 섬강을 가르는 영월지맥 그리고 소양강과 홍천강의 경계를 이루는 춘천지맥에다, 삼계봉에서 청량봉에 이르는 한강기맥을 아우러, 장장 272Km에 달하는 구간을, 신산경표의 저자인 박성태 씨는 2002년 4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에 걸쳐 답사를 하고, 이를 영춘지맥 이라고 명명한다. 그 이후, 거리도 만만치 않고,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오지가 많은 이 영춘지맥은 많은 대간 애호가들의 도전의 대상이 된다.

영춘지맥

때 아닌 겨울비가 내리던 2006년 2월14일(토). S 산악회에서는 영춘지맥 종주 발대식을 갖고 영월의 태화산을 오른다. 영춘지맥 종주에 관심은 있으나, 아직 산꾼이 되지 못한 나는,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조망도 없는 오지의 낮선 길을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아, 첫 구간 산행은 포기를 하고, 두 번째 삼태산 산행부터 참여한다.


하지만 삼태산 산행도, 눈발이 휘날리는 속에서 8시간 이상 고전을 한다. 비를 맞으며 7시간 이상 고생을 한 첫 구간에 이어, 두 번째 구간도 이 모양이니, 산악회에서 뒤늦게 코스를 짧게 조정은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 번째 가창산 구간에 참여한 인원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이처럼 인원이 격감하자 결국 S산악회는 손을 들게 되고, 네 번째 구간에서 부터는 "화요맥"이 이를 인수 하여 종주를 지속한다.


2006년 11월 28일(토).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어온 영춘지맥 종주의 마지막 구간 산행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추곡고개-소주고개-봉화산-한치고개-새덕산-경강역』이다. 도상으로 약 18Km가 조금 넘는 거리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긴 여정을 이처럼 끝까지 안내해 준 "화요맥"의 김송태 대장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서울을 출발할 때는 전날 내리던 비는 그치고,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오후부터 날씨가 개일 것이라는 예보다. 하지만 버스가 산행 들머리에 접근하자, 차창 밖으로 빗방울이 흩날린다. 비좁은 차안에서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우중산행 채비를 한다. 혹시나 하고 방수재킷을 준비해 와서 그나마 다행이다. 버스는 9시 35분 경, 추곡고개에 도착한다. 다행이 비는 내리지 않지만.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배낭커버를 씌우는 등 산행준비를 마치고, 길 건너 시멘트 옹벽을 넘어, 절개지를 오른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45) 추곡고개 도착-(9:48) 산행시작-(10;06) 344.6m봉-(10:14) 시멘트도로-(10:33) 41번 송전탑-(10:46) 소주고개-(11:29) 489.1m봉-(12:03~12:20)봉화산 정상, 중식-(12:31) 임도-(13:02) 검봉산 갈림길-(13:18) 420m봉-(13:40) 한치고개-(13:47) 410m봉-(14:02) 440m 능선 분기봉-(14:53) 새덕산-(15:09) 466.5m봉-(15:29) 문의골 비포장도로-(15:36) 352m봉-(16:16) 골프장 우회로 안내판-(16:51) 소외양간-(17:06~18;04) 식당, 석식-(18:07) 경강역』


* * * * *


차에서 내려, 이것저것 산행준비를 하고, 주변의 사진을 찍다보니, 일행들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건너, 산 사면을 타고 오르며, 일행을 뒤쫓는다. 낙엽들이 비에 젖어 번들거린다. 무덤을 지나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희미하게 이어졌다 끊겼다 하는데, 왼쪽으로 너른 임도가 나타나고, 임도를 걷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추곡고개

임도 왼쪽으로 보이는 344.6m봉


10시경, 임도를 버리고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사유지의 경계인지, 가는 철사줄이 발길에 걸린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한다. 10시 6분, 344.6m봉에 오른다. 벌목이 돼 있는 정상에 국방부 지리연구소의 소삼각점이 보인다. 봉우리를 내려서면서 오른쪽으로 흰도라지 마을을 내려다보고, 10시 14분, 시멘트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마을로 이어지는 인적이 없는 초겨울의 도로가 흡사 그림에서 보는 외국의 도로처럼 깨끗하고 아름답다.

344.6m봉의 소삼각점

 

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도로


도로 옹벽을 타고 올라, 맞은편 등산로로 들어선다.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자, 작은 봉우리에 올라, 조끼를 벗고, 방수 재킷을 입은 후, 배낭커버를 씌운다. 10시 33분, 41번 송전탑을 지나고, 10시 46분, 403번 도로가 지나는 소주고개에 내려선다. 고개마루턱에는 '충효의 고장 남면. 어서 오십시오.' 라는 커다란 돌 조형물이 보이고, 소주고개라는 표지판이 높직이 걸려있다. 비는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소주고개


전나무가 울창한 숲을 지나, 봉우리에 오른다. 비구름 속에 뿌옇게 보이는 능선이 뚜렷하다.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11시 29분, 삼각점이 있는 489.1m봉을 지나고, 빗방울이 다시 굵어진다. 비가 오면 안경알에 서린 수증기가 귀찮고 짜증스럽다. 특별한 기상이변이 아닌데도, 일기예보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라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낙엽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그나마 마음을 달랜다.

489.1m봉의 삼각점

좁게 이어지는 아름다운 능선길


12시 3분, 봉화산(487m)에 오른다. 맨땅에 정상석이 있고, 구곡폭포 관광지 안내 팻말이 세워져있다. 사방이 비구름에 가려 조망은 제로다. 유감이다. 빗줄기가 뜸해진 정상에서 죽천 대장과 현 사장이 식사를 하고 있다. 후미 일행도 이들과 함께 어울려 점심식사를 한다.

봉화산 정상


추위 속에서 서둘러 식사를 마친 일행은, 12시 20분경, 봉화산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다시 봉우리에 오르니, 또 삼각점이 보인다. 삼각점 위의 표기는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마모가 심하다. 12시 31분, 쟁골과 강촌리를 연결하는 임도에 내려선다. 이정표가 서 있다.

임도변의 이정표


임도를 건너, 오르막길을 오른다. 비에 젖은 암반이 번들거린다. 로프가 걸린 460m봉 정상에 접근하지만, 비구름에 싸여 전망이 제로인 상황에서 전망바위에 올라봐야 헛일이라, 암봉에 오르기를 포기하고, 왼쪽 우회로로 내려선다. 12시 52분, 작은 봉우리 위에서, 산행리본들은 90도 각도로, 왼쪽 내리막으로 우리들을 안내하고, 10분 후, 우리는 검봉산 갈림길에 선다. 이정표가 땅에 떨어져, 받침대에 기대져있다. <봉화산, 4Km, 50분 소요> 시간은 비슷하게 맞는 것 같은데, 거리는 무얼 기준으로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암봉

 

1시 6분, 둥산로는 왼쪽으로 굽어져, 남서쪽으로 이어지더니, 1시 18분, 420m봉에서 서쪽을 향한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잣나무들이 무성한 안부를 지나 고개를 넘어서서, 1시 40분, 임도로 내려선다. 길가에 투박한 이정표가 서 있고, 임도 건너편에 한치령 표지석이 보인다.

한치고개

 

한치령 표지석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고,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서둘러 미끄러운 능선을 오른다. 1시 47분, 삼각점이<춘천 455, 2005 재설> 있는 410m봉을 지나고,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등산로는 앞의 작은 봉우리를 왼쪽으로 우회하며 뚜렷하게 이어진다. 길을 따라 왼쪽으로 빠르게 진행한다. 뒤에서 류 회장이 되돌아오라고 소리쳐 부른다. 작은 봉우리로 되돌아와 지도를 보니, 이 봉우리가 바로, 440m 능선 분기봉이다. 마루금은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왼쪽으로 봉우리를 우회하는 길은 깃대봉으로 향하는 길이다. 우중에서도 왼손에 지도를 들고, 마루금을 읽으며 진행하는 류 회장의 실력은 알아줘야한다. 만약 혼자 진행했다면, 갈 길이 바쁘다고 서둘다가, 대형 알바를 할 뻔 했다.

440m 능선 분기봉에서 독도를 하는 후미대원들


비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좁은 능선길이 계속된다. 날씨만 좋으면, 좌우로 조망이 좋을 것 같다며, 맑은 날 다시 한 번 와 보자고, 류 회장이 아쉬워한다. 2시 53분, 새덕산(490m)에 오르고, 3시 9분, 삼각점이 있는 466.5m봉에 오른다. <춘천 318, 2005 복구>

새덕산 정상


빗줄기가 조금씩 뜸해지며, 주위가 밝아진다. 왼쪽 나뭇가지사이로 북한강이 내려다보이고, 3시 29분, 문의골 비포장도로로 내려선다. 이제 비는 멎었다. 3시 36분, 352m봉에 오르니, 눈 아래 자라섬과 춘성대교, 그리고 강 건너 가평읍이 보인다. 구름이 월두봉(156.8m)을 감싸고 있다. 오른쪽으로는 비구름이 걷히는 367m봉과 그 뒤로 명태산(360m)이 보인다.

문의골 비포장도로

 

자라섬, 춘성대교, 가평읍

 

비구름이 걷히는 367m봉


380m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낙엽이 수북이 쌓인 묘 뒤에 한화 골프장에서 세운 우회로 안내판 앞에 선다. 2004년 9월, 골프장이 오픈 되면서, 불가피하게 우회해야하는 길을 안내한다는 내용이다. 무덤에서 골프장을 통해, 경강역에 이르는 마루금의 소요시간은 약 55분임에 비해, 무덤에서 서초초교, 포장도로, 경강역으로 이어지는 우회로의 소요시간은 약 40분 정도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한북정맥의 숫돌고개 앞, 군 부대장이 부대 옆에 계시한 우회로 안내문에 이어 두 번째로 보는 우회로 안내문이다. 얼마나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일처리 방식인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 한화 골프장에 많은 호감이 간다.

우회로 안내문을 읽고 있는 죽천대원

 

한화골프장의 우회로 안내문


이제 비는 완전히 멎었고, 하늘에는 노을 진 구름이 한가롭다. 우회로를 따라 내려서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비구름이 걷히는 검봉이 보이고, 그 왼쪽으로 등선봉(632.3m)이 뾰족하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검봉에서 북서방향으로 올돌하게 솟은 골봉산(308.1m)이 시선을 끈다.

비구름이 걷히는 검봉

뾰족한 골봉산


4시 53분 경, 폐가 옆의 소외양간으로 내려서고, 갈대가 무성한 개울을 끼고 내려, 5시, 포장도로 위에 선다. 오른쪽으로 소양강을 끼고 달리는 경춘선 변의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 있고, 파아란 하늘에는 하얀 반달이 떠있다. 포장도로를 따라 강경역으로 향한다. 길가 식당 앞에, 타고 온, 노란색 25인승 버스가 서있다. 배낭을 버스에 내려놓고, 흙투성이가 된 신발을 수돗가에서 닦은 후,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소양강 선로변의 가로등 불빛


더운 기운에 안경알에 수증기가 끼어, 금방 장님이 된다. 안경을 벗어들고 실내를 돌아본다. 먼저 하산한 대원들은 이미 식사를 마치고,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후미로 도착한 다섯 명은 하산 주를 마시고, 상을 받아 식사를 한다. 약 1시간 쯤 지난 후, 일행은 버스에 올라 경강역으로 이동한다. 6시 7분 경, 어둠이 짙은 경강역 앞에서 대원들은 샴페인을 터뜨리며, 영춘지맥 완주를 자축한다.

경강역 앞에서 경춘지맥 완주를 자축하는 대원들


김송태 대장과 강부장, 그리고 종주를 함께한 모든 대원들에게 감사한다.

 


(2006.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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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날씨가 추운데, 김장을 한다고 창문을 열어 놓은 줄도 모르고, 평소와 같은 옷차림으로 있다가, 문득 춥다고 느낀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열이 나고, 근육이 아프다. 몸살이 난 것이다. 내일은 화요맥을 따라 영춘지맥 산행을 하는 날인데, 고약하게 됐다.


집사람은 몸이 그런데, 무슨 산행이냐고, 한마디로 결론을 내리지만, 지맥이나, 기맥에서 한번 결간을 하게 되면, 땜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렇다고 몸이 안 좋은데도, 무작정 따라나섰다가, 다른 대원들에게 짐이 되게 되면 이 또한 낭패다.


어쨌든 약은 먹어야겠기에, 저녁 식사 후, 동네 약국에서 약을 사다 복용한다. 요즈음은 해열, 진통제의 효과가 탁월하여, 약을 복용하고 나니, 열이 내리고 통증을 못 느끼겠다. 몸이 가쁜 해지고, 이런 상태가 4~5시간은 지속되는 느낌이다. 주섬주섬 산행준비를 하고, 다시 약을 먹고 잠자리에 든다.


2006년 11월 14일(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보니, 미열은 느껴지지만, 근육통은 없어졌다. 산엘 가겠다고, 준비를 해 달라고 하니, 집 사람은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말없이 밥상을 차린다. 내복을 입고도 평소보다 두터운 옷차림으로 대문을 나선다. 바람이 차다.


오늘 산행코스는『모래재(0.9K)-426.4m봉(2.4K)-두무골(1.9K)-70번 도로(2.9K)-365m봉(1.4K)- 나가지고개(1.6K)-꼬깔봉(2.2K)-추곡고개』로 도상거리 약 13.3Km에 산악회의 산행 기준시간은 6~7시간이다. 제일 높은 고깔봉이 약 420m, 가장 낮은 나가지 고개가 약 270m이니, 고도차는 없지만, 마루금 좌우의 마을로 이어지는 샛길이 많아 자칫 알바하기 쉬운 코스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30) 모래재-(9:42) 424m-(9:58) 426.4m봉-(10:41) 목장 철조망-(10;54) 군자리 포장도로-(11:26) 364m봉-(11:38) 헬기장-(11:46) 70번 도로-(12:25~12:40) 중식-(12:55) 붕에터골 시멘트길-(13:15) 365m봉-(13:41) 378m봉-(14:02) 나가지 고개-(14;23) 안부-(14:35) 370m봉-(14:50~15:03) 꼬깔봉-(15:38) 351m봉-(16:00) 추곡 고개』중식시간 15분 포함, 6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는 안개 낀 6번 국도를 지나고, 5번 국도를 달려, 9시 30분, 모래재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길을 건너, '춘천 은혜치유 선교센터' 팻말이 붙어있는 포장도로를 따라 오른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다. 2분쯤 걸은 후, 왼쪽에 걸린 산행리본을 따라, 능선으로 오른다.

산행를 시작하여 한적한 도로로 들어서는 대원들


어제 내린 비로 낙엽이 축축하게 젖어있다. 9시 42분, 의자들이 버려진 424m봉에 오른다. 본래는 산불감시초소가 있었던 자리라고 한다. 능선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돌고,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하여, 9시 58분, 426.4m봉에 오른다. 오래된 삼각점이 있고, 나뭇가지 사이로 연엽산과 구절산이 보인다.


몸의 컨디션은 걱정했던 것처럼 나쁘지는 않다. 후미에 쳐져, 비교적 뚜렷한 등산로를 걷는다. 잎갈이를 하는 낙엽송들이 아름답다. 몇 차례 능선이 분기되는 곳에서 왼쪽 길을 택하고, 사거리 안부에서는 직진을 계속한다. 10시 41분,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는다. 철조망을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다가 오른쪽으로 철조망이 터진 곳을 넘어, 흙더미 사면을 가로 지른다.

잎갈이 하는 낙엽송

흙더미 사면을 가로 지르고


10시 47분, 흙더미 위로 올라선다. 뒤를 돌아보니, 마루금이 지났던 능선은 뭉개져 평지가 돼버렸다. 옛 사슴목장을 개조하는 공사를 진행되다 중지한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멀리 하얀 건물이 보인다. 두무골의 정신요양원이라고 짐작한다.

뭉개져 버린 마루금 능선


버려진 공사장을 지난다. 왼쪽으로 잠시 조망이 트이고, 오른쪽으로는 공사장 너머로, 외갓집이라는 간판이, 그리고 멀리 대룡산의 군부대가 있는 860m봉이 보인다. 10시 54분, 군자 사슴농원 문을 나와, 포장도로로 내려선 후. 건너편 억새밭으로 들어선다.

도로변의 사슴농원과 외갓집 간판

뒤돌아 본 지나온 길


이어 작은 봉우리 2~3개를 넘고,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니, 왼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두무골이다. 11시26분, 우회하는 길을 벗어나, 364m봉에 올라가 보지만, 낙엽만 가득할 뿐, 아무 것도 없다. 할 일 없이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잠시 시야가 트이며, 송전탑이 지나가는 능선이 보인다,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보이는 능선


11시 34분, 안부 사거리에서 직진하고, 11시 38분, 억새가 우거진 헬기장에 도착한다. 현 사장이 식사를 하고 있다. 헬기장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시멘트 포장도로에 이르러, 덕만마을을 오른쪽에 두고, 정면의 통신탑으로 향한다.

덕만마을

통신탑을 향하여


11시 46분, 70번 도로에 내려선다. 길가에 표지석이 서 있다. 중리(삼포), 혈동리, 광판리, 이름도 많은 동네다. 도로를 건너, 시멘트 옹벽을 타고 넘어, 능선에 오른다. 무명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는 데, 왼쪽 시야가 트이며, 팔공산이 뚜렷이 보인다. 반갑다.

팔공산-왼쪽 공룡 등처럼 생긴 산


벌목지대를 지난다. 오른쪽에 공장이 있고, 그 뒤로 마을이 보인다. 12시 14분, 작은 봉에 올라, 서쪽으로 내려서고, 12시 25분 경, 370m봉으로 짐작되는 봉우리에서, 후미 세 사람이 점심을 먹는다. 바람이 차다. 재킷을 꺼내 걸쳤는데도, 땀이 식으니, 춥게 느껴진다.

370m봉-저 봉우리에 올라 점심을 먹는다.


12시 40분 경, 식사를 마치고, 일행과 함께 북서방향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12시 53분, 오른쪽으로 붕에터골이 보이고, 12시 55분 시멘트 길로 내려선다. 시멘트길 건너, 무덤가에 주발대장이 마을을 내려다보며 앉아있다. 이곳에서부터 나가지 고개까지의 길이 복잡하여, 추운데도 저렇게 후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주발대장과 시멘트길로 내려섰던 봉우리


약효가 다했는지, 몸이 무겁고, 근육이 아파온다. 주머니에서 약을 꺼내 복용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붕에터골 마을을 오른쪽에 두고, 벌목지대를 지나, 1시 15분, 365m봉에 오른다. 마을 너머로, 녹두봉, 응봉, 그리고 연엽산이 뚜렷이 보인다.

벌목지대를 걷고,

멀리 지맥 마루금-녹두봉, 응봉, 그리고 연엽산


작은 봉우리를 넘고, 안부에 이르니, 등산로는 급격히 왼쪽으로 굽어, 남서 방향으로 이어진다. 왼쪽 능선 쪽, 큰 무덤에 올라, 남쪽으로 시원히 트인 조망을 바라보고, 낙엽이 깊게 쌓인 오른쪽 좁은 길로 내려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에 리본이 보인다. 리본을 따라 봉우리를 우회하고, 잣나무가 무성한 능선을 지나, 1시 41분, 378m봉에 오른다. 북서 방향으로 검봉, 그 뒤로 명지산을 조망한다.

무덤에서 본 남쪽 조망

검봉과 멀리 명지산


나가지 고개를 향하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꼬깔봉을 본다. 2시 1분, 손질이 잘된 안동 김씨 무덤을 지나고, 1분 후 고개에 내려서서, 고개마루턱을 향해 걷는다. 고개를 넘어, 왼쪽 너른 임도로 들어서고, 이어서 왼쪽 능선으로 오른다.

나가지 고개

임도에서 왼쪽 능선으로


능선에 오르니 기분 좋은 산책길이 이어진다. 이런 산책길이 거의 20분간이나 계속된다. 2시 23분, 오른쪽에 마을이 보이고, 개 짓는 소리가 들리는 안부에 내려서서, 370m봉을 향한다. 길고 가파른 길이다. 정상부근에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 하나가 달랑 놓여있고, 오른쪽으로 꼬깔봉의 통신탑이 보인다.

370m봉 오르는 길


2시 50분 고깔봉에 오른다. 정상석과 삼각점이<춘천 322, 2005년 복구> 있고, 거대한 통신탑이 서있다. 주위를 조망하며, 느긋하게 간식을 취한다. 북서쪽으로 멀리 소지봉까지 보이고, 동북 방향으로는 금병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된다.

꼬깔봉 정상

강촌과 왼쪽 검봉, 오른쪽 삼악산 가운데 멀리 명지산

당겨찍은 봉황산


3시 3분 하산을 시작한다. 290m봉을 내려서는 길이 몹시 가파르다. 안부를 지나, 3시 38분, 351m봉에 선다. 송림을 지나는 바람소리가 파도소리 같고, 손이 시리다. 체감온도는 아마도 영하 4~5도는 되는 듯싶다. 351m봉을 내려서면서 길이 헷갈린다. 직진하는 길은 방향이 아닌 게 분명하지만, 남서쪽으로 나란히 달리는 두 개의 능선 중, 어느 것이 마루금인지, 류 회장도 감을 잡지 못한다.

351m봉에서 열심히 독도를 하는 류 회장과 주발 대장


뒤에서 죽천대장이 부른다. 첫 번째 능선에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고 한다. 첫 번째 능선으로 되돌아와, 후미일행이 함께 능선을 타고 내린다. 저 아래 도로에 버스가 보이고, 왼쪽 골짜기를 거쳐, 3시 39분 추곡고개로 내려선다. 도로변에 춘천시 남면 경계석이 서 있다.

춘천 남면 경계석


후미가 버스에 오르자, 차는 바로 출발한다. 추운 길가에서 식사하기보다, 바로 출발하여, 서울에 일찍 도착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모양이다. 달리는 차안에서 땀에 젖은 상의를 갈아입고, 막걸리로 갈증을 푼다. 죽천대장이 몸 컨디션이 어떠냐고 묻는다. 감기 기운이 있더라도, 땀을 흠뻑 흘리고 산행을 하면, 오히려 낳을 수도 있다고 위로한다.

 


(2006.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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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엽산에서 구절산으로 흐르는 능선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가 개이자 모처럼 드높은 가을하늘이 모습을 보인다. 공기 중의 먼지 등 부유물질들도 말끔히 씻겨내려, 가시거리가 20Km를 넘고, 날씨도 제법 선들선들하여 산행에는 최적의 날씨다.


2006년 10월 24일(토).

"화요맥"의 안내로 영춘지맥 산행을 하는 날이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북방1리(2.1K)-박달재고개(0,8K)-응봉 갈림봉(1.5K)-연엽산(3K)-540m봉(4.9K)-모래재』로 도상거리는 약 12.3Km로 비교적 짧은 거리다.


연엽산 암봉을 오르는 구간을 제외하면, 엎 다운도 그리 심하지 않고, 비교적 순탄한 마루금이 이어지기 때문에 김 대장은 당초 두무골 까지의 산행을 계획했으나, 일몰 시간을 감안하여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모래재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홍천군을 지나 춘천시로 진입하는 오늘 구간에서 모처럼 탁 트인 조망과 먼 시계로, 자주 한눈을 파느라, 발걸음이 더욱 느려진 내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결정이다.


가리산에서 대룡산, 연엽산으로 이어지는 지맥의 마루금이 거대한 ㄷ자를 그리며 흐르고, 모처럼 시계가 맑아, 이 흐름이 선명하게 들어나니 자꾸 발걸음이 더뎌진다. 아울러 군부대가 있어 우회했던 녹두봉, 마루금에서 벗어나 있는 응봉, 구절산 등에 시선을 빼앗긴다. 춘천지역으로 들어서면, 금병산, 삼악산, 등선봉, 명지산, 화악산 등 숨은 그림을 찾느라고 시간을 낭비한다.


버스는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달린다. 호수처럼 넓은 남한강 물이 햇빛에 반짝이고, 왼쪽으로 따라오는 산줄기가 선명한데,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우뚝 솟은 백운봉이 그림 같다.


대각선 쪽 앞자리에서, 정 선배가 보고 있는 조간신문의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아 강원도" 오랜 가뭄 끝에 모처럼 내린 비가 강원도에는 300미리나 한꺼번에 쏟아져, 지난여름에 이어, 또 다시 심한 수해를 입었다는 보도다. 창밖의 풍광에 취했던 기분이 무거워진다.


산행을 마치고 귀가하여, 저녁 뉴스를 본다. 돌풍과 해일로 어선을 잃은 늙은 어부의 눈물짓는 얼굴이 화면에 가득하고, 늑장 예보 때문에 피해가 더 컸다고 정부를 원망하는 수협 책임자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있다. 낮술에 취했는지, 북한 여자 도우미와 춤을 추고 있는 우리 정치인의 사진이, 이 장면과 오버 랩 되는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안타깝다.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다시 국도를 달리고, 지방도로로 들어서더니, 9시 48분 경, 지난 번 하산했던 북방 1리, 시멘트 다리 앞에 정차한다. 차에서 내리니, 대기가 썰렁하다. 김 대장과 선두 그룹은 차안에서 산행준비를 다 마쳤는지, 어느새 다리를 건너고 있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48) 들머리 도착-(9:50) 산행 시작-(10:18) 골짜기 벗어나 능선으로-(10:35) 박달재 고개-(10;57)-응봉 갈림봉-(11:09) 연엽골 갈림길-(11:34) 연엽산 암봉 아래-(11:47) 암봉-(12:00~12:05) 연엽산 정상-(12:15~12:35) 중식-(12:57) 584m봉-(13:04) 김해 김공 묘-(13:09) 임도-(13:26) 607m봉-(13:43) 540m봉-(14:29) 406m봉-(14:50) 426m봉-(15:26) 마지막 무명봉-(15:28) 병원 산책로-(15:42) 모래재』들머리 45분, 중식 20분, 마루금 4시간 47분, 총 5시간 52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려서니 날씨가 썰렁하다. 정면으로 대룡산이 보이고, 주위의 풍광이 낮 설지가 않다. 김 대장은 벌써 시멘트 다리를 건너 골짜기로 향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대원들이 재빨리 뒤를 따른다. 주변의 사진을 찍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 9시 50분 경 다리를 건넌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이 유난히 맑아 보인다.

버스가 도착하자 바로 다리를 건너는 선두


계곡을 따라 오른다. 지난번 화사하게 피었던 야생화들은 이미 시들고, 골짜기 논들의 벼도 말끔히 추수를 마쳤다. 인가를 지나는데도 인기척은 고사하고, 어리친 강아지 새끼 한 마리 짖어대는 일도 없이 사방이 고요하다. 억새만이 아침 햇살을 받고 반짝인다.


골짜기를 버리고, 산 사면으로 오르는 지점에 낮 익은 산악회 리본과 죽천 대원의 리본이 보인다. 몸이 더워지고 땀이 솟는다. 조끼를 벗어 배낭에 챙기고 물을 마신 후, 제일 뒤에서 서둘러 앞선 대원들을 쫒는다. 10시 35분 박달재고개에 도착한다. 지난번 하산할 때는 46분이 걸린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늘 오름길에서는 45분이 걸렸다. 지쳤을 때와 체력이 있을 때와의 차이인 모양이다.

박달재 고개


청명한 가을 아침햇살을 받으며,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오지의 능선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뒤를 돌아보니, 나뭇가지사이로 대룡산을 지나 우회했던 군부대 주변의 암벽이 험하게 솟아있다. 10시 42분, 참호에 낙엽이 가득한 작은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지나온 지맥 능선이 뚜렷이 보인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


단풍이 고운 능선을 타고 올라, 10시 57분, 750m 정도의 봉우리에 오른다. 능선 분기봉이다. 오른쪽으로 응봉 갈림 능선이 흐르고 마루금은 직진이다. 좁은 봉우리에 나무들이 빽빽하여, 응봉도 연엽산도 제대로 볼 수가 없는 것이 유감이다.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고, 안부를 지나 제법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능선이 좁아지며 양쪽 사면의 경사가 급해진다. 11시9분, 오른쪽 연엽골로 이어지는 가파른 갈림길을 지나, 1분 후, 770m쯤 되는 봉우리에 오른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연엽산이 가깝다.

단풍길을 올라 능선 분기봉으로 향하는 대원

연엽골 갈림길


11시 34분, 연엽산 암봉 아래에 도착한다. 직벽에 가까운 암봉에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나있다. 경사는 급해도 발 놓을 곳, 손잡을 곳이 있어 크게 위험하지는 않지만, 낙엽이 쌓여 있고, 어제 내린 비로 낙엽 아래 흙이 젖어 미끄럽다. 자칫 미끄러져 실족이라도 하는 날에는, 잇달아 오르는 대원들과 부딪혀,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

연엽산 암벽


이런 급사면을 13분 동안이나 조심조심 올라, 11시 47분, 암봉 위에 선다. 동쪽방향이 막힘없이 트여, ㄷ자형의 지맥 흐름에서, 가리산 등 윗변 흐름은 선명하지만, 북쪽의 대룡산 방향의 조망은 나뭇가지들이 시야를 방해한다. 연엽산 정상은 다시 왼쪽으로 우회하여 작은 암봉을 올라야 한다.

암봉에서 망연히 동쪽 방향을 바라보는 죽천대원

선명하게 이어지는 지맥 마루금

당겨 찍은 가리산

굽어 본 연엽골

암봉에서 올려다 본 정상


11시 50분, 엽연산 정상의 바위 위에 선다. 이번에는 북쪽 방향에 막힘이 없다. 대룡산 주변의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실로 장관이다. 서북방향 으로 시선을 돌리면, 병풍처럼 둘러선 암벽 뒤로 춘천 시가지가 보인다.

대룡산과 주변 봉우리 - 가운데 대룡산, 우측, 783암봉, 좌측 853봉 군부대

당겨찍은 군부대와 녹두봉


암봉에서 내려서서, 구조물을 지나, 연엽산 정상(850.1m)의 삼각점 앞에 선다. 이번에는 남쪽 방향의 조망이 압권이다. 연엽산에서 분기하여 구절산(750.2m)으로 이지는 능선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잘 생긴 구절산 너머로 멀리 한강기맥의 마루금이 희미하게 보인다.

정상의 시설물

삼각점

구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그 뒤로 멀리 보이는 한강기맥 줄기

당겨 찍은 구절산


주위의 조망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동안, 다른 대원들은 모두 하산하고, 정상에는 류 회장, 죽천대원만 남아 있다. 이후 셋은 최후미 그룹을 이루며, 모래재 하산 때까지 함께 움직인다. 연엽산은 홍천군과 춘천시의 경계다. 배낭에서 무릎 보호대를 꺼내 착용하고, 등산화 끈을 고쳐 맨 후, 홍천군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

춘천 시가지


낙엽이 쌓인 완만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12시 11분, 능선 분기점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조금 달리다, 12시 15분 경, 낙엽 위에 자리를 잡고, 점심상을 펼친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죽천대원이 내놓은 포도로 디저트까지 끝내니, 20분이 후딱 지나간다.

능선 분기점에서 독도를 하고 메모를 하는 두 고수(高手)들


점심을 마치고 하산을 계속한다. 점심을 먹은 후라 위(胃)로 공급되는 혈액의 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30분 정도는 천천히 걷는다. 한 번 혼이 나고 나서 체득한 지혜다. 두 고수가 모를 리가 없다. 두 양반의 걸음걸이도 무척 여유가 있다. 내리막길을 걸으며, 시야가 트여, 뒤돌아 본 연엽산이 이쪽에서는 한없이 부드럽다.

뒤돌아 본 연엽산


인적이 드믄 곳이라, 낙엽이 쌓인 등산로가 끊겼다 이어졌다 한다. 낙엽송 조림지를 지나고, 12시 57분, 584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걸려 있다. 지루한 능선길이 계속된다. 1시 4분, 김해 김공 묘를 지나고, 1시 9분 임도에 내려선다. 왼쪽, 임도 끝으로 구절산이 뾰족하고, 남쪽으로 봉명리가 내려다보인다.

임도와 구절산

임도에서 본 봉명리 방향


임도 삼거리에 산악회의 플라스틱 방향판이 서쪽 시멘트 길을 가리킨다. 시멘트 길이 오른쪽으로 굽어지는 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선다. 이후 모래재 까지 독도에 큰 어려움은 없다. 방향이 여러 차례 바뀌지만, 요소요소에서 산행리본들이 제 구실을 한다. 다시 조림지대를 지나, 1시 26분, 607m봉에 오른다. 역시 노련한 죽천 대원이 삼각점을 찾아낸다. <내평 451, 2005 복구>

607m봉


1시 31분, 숲속의 묘 1기를 지나고, 능선 분기봉을 넘어, 1시 43분 540m봉에 오른다. 2분 후,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니, 시야가 트이며, 얌전하게 생긴 산이 모습을 보인다. 류 회장이 금병산이라고 알려준다. 조금 더 나아간다. 시야가 확 트이면서, 춘천 쪽으로 이어지는 중앙고속도로가 보인다.

금병산

중앙고속도로


1시 56분, 옛 고갯길을 건너 완만한 능선을 오른다. 왼쪽으로 줄곧 구절산이 따라온다. 2시 8분,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니, 다시 옛 고갯길이 나타나고, 이를 건너, 작은 봉우리를 넘고, 무덤을 지나 시야가 탁 트인 벌목 지대로 나선다. 동북 방향으로 연엽산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남쪽으로는 저 아래로 중앙고속도로가 뚜렷이 내려다보인다.

연엽산-왼쪽 중앙능선이 우리가 내려온 곳, 오른쪽 능선은 구절산으로

구절산으로 이어지는 능마디

벌목지대에서 내려다 본 중앙고속도로


벌목지대를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무덤 4기가 나란히 누어있는 곳을 지나고, 2시 22분 임도를 건너, 맞은 편 숲으로 들어서서, 2시 29분, 406.7m에 오른다. 오른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수용골이 가까운 모양이다.

벌목지대를 내려서고,

임도를 건너

406.7m봉에 오른다.


2시 50분, 426m봉에 올라, 물을 마시며 잠시 쉰 후, 남쪽 비탈길을 내려선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원무 1 터널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있다. 등산로에 나뭇가지가 자연스런 아치(Arch)를 만들어 놓았다. 아치 밑을 지나며, 골인 지점이 멀리 않은 것을 암시하는 아치라고 좋게 생각한다. 무성한 잣나무 조림지역을 지나,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426m봉

원무 1 터널

등산로의 아치(Arch) - 골인 지점이 가깝다는 이야기인가?


3시 28분, 봉우리를 넘어서서, 임도로 내려선다. 국립춘천병원 산책로 표지판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병원 뒤로, 등선봉, 삼악산이 뚜렷하고, 그 오른쪽 멀리 화악산이 희미하다. 3시 33분, 산책로를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선 후, 임도로 내려선다. 왼쪽에서 차 소리가 요란하다.

병원 산책로

국립춘천병원과 그 뒤로 등선봉, 삼악산, 그리고 오른쪽 멀리 화악산


3시 40분, 임도를 버리고, 산악회 산행리본의 안내에 따라, 커다란 통신탑이 보이는, 왼쪽 등산로로 내려서서, 3시 42분, 5번 국도가 통과하는 모래재에 도착한다. 오른쪽 도로변 공지에 산악회 버스가 보이고, 먼저 하산한 대원들이 하산주를 즐기고있다.

왼쪽 등산로로 안내하는 산악회 산행리본

통신탑

모래재

모래재 표지석


버스에 배낭을 내려놓고, 이미 파장이 된 하산주 파티에 끼어들어 막걸리로 갈증을 달랜다. 이윽고 강부장의 미역국 수제비가 다 익었다. 썰렁한 도로변에서, 서서 먹는 뜨거운 수제비국이 제격이다. 4시 45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수제비 파티

귀로


(200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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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지맥 : 가락재-대룡산-군부대 우회-730m봉-박달재고개-북방1리


서울에서 낳고, 서울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생활을 해온 사람에게는 고향이 없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鄭芝)이 향수(鄕愁)에서 노래한,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절절하게 그리운 고향이 그에게는 없다.


하지만 작지도 크기도 않고, 오밀조밀, 다양한 모습의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하(山河)가 모두 그의 고향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발로, 이 소중한 고향 땅을 직접 걸어보고 싶어, 백두대간 마루금을 걷고, 오지의 지맥 땅을 밟는다.


오늘은 영춘지맥 마루금을 걷고, 박달재고개에서 홍천군 북방면 북방1리로 내려선다. 우선 아름다운 오지 산골, 가을의 고향 마을 풍광을 돌아보자.

산골짜기의 논 - 무겁게 고개 숙인 벼가 추수를 기다린다.

길가에 무리 져 피어있는 야생화의 접사

냇가의 좁은 층계 논은 추수를 기다리고

산 밑의 길쭉이 논은 추수를 마치고, 볏가리가 논을 지키는데,

한쪽에서는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가 볏가리를 실어 나른다.

길가 옹벽위의 맨드라미와 집 앞 텃밭의 고추는 모두 붉은 색이다.

산 밑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버스가 기다리고, 그 뒤로 대룡산이 보인다.


2006년 10월 10일(화).

어제 북한의 핵실험 보도로, 나라 안팎이 온통 뒤숭숭하다.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가 죽음의 그림자, 핵 위협 아래 놓이게 되는 끔찍한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집에서 사태의 추이를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 "화요맥"이 안내하는 영춘지맥 산행을 따라 나선다. 오늘의 산행코스는『가락재 터널 입구(0.4km)→터널 위 임도(1.9km )→709.4m봉(2.0km)→ 726m분기봉(2.5km)→ 대룡산(1.7km) →군부대 앞 임도 삼거리(3.6km)→ 새골 네거리(1.7km)→ 세계선교훈련원(2.4km)→730m봉(1.1km)→ 박달재 (2.1Km)→ 북방1리』로 도상거리는 들머리 날머리 합쳐, 약 2.5Km, 마루금 약 9,2Km, 군부대 우회 약 7.7Km, 합계 약 19.4Km에 달한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대룡산(899m)을 지나, 850m봉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군부대의 통과가 가능한 지의 여부이다. 약 10여 분간의 군부대 통과가 가능하면, 정상적인 마루금 산행이 가능하지만, 통과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약 7.7Km정도의 우회가 불가피하고, 아울러 약 2Km 정도의 마루금은 밟지를 못하게 된다.


김 대장이 부대 정문초소에서 부대통과를 요청하지만, 통과하겠다는 인원수가 소대 병력 규모에 달하고, 또한 어제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강화된 경계의 영향도 있어, 결국 허락을 받지 못한다. 실망한 대원들이 부대 앞 삼거리로 되내려오는데, 부대 정문이 열리며, 군 트럭이 굴러 나온다. 몇 몇 대원들이 트럭에 접근하여, 편승을 부탁하자, 운전병은 시원스럽게 이를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모든 대원들이 새골 네거리까지의 약 3.6Km는 군 트럭을 타고 내려온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1) 가락재 터널 입구도착-(9:52) 산행시작-(10:16) 가락재 통신탑-(10:23) 임도 삼거리-(10:35) 670m봉-(10:54~11:00) 709.4m봉-(11:14) 713m봉-(11:36) 726m봉-(12:08~12:17) 783m암봉-(12:23) 송전탑-(12;48) 전위봉-(12:52~13:12) 대룡산 정상, 중식-(13:24) 임도/이정표<고은리 3.4K, 전망대 1.2K>-(13:40) 군부대 삼거리/이정표<전망대 1.8K>-(13:43~13:45) 군부대 정문-(13:52~14:08) 군 트럭으로 새골 사거리-(14:30) 세계 선교훈련원-(14:51) 임도 끝-(14:54) 폐가-(15:15) 무덤 2기-(15:26) 730m봉-(15:59) 박달재 고개-(16:45) 북동1리 도로』들머리 24분, 중식 20분, 군트럭 이용 16분, 우회 1시간 18분, 마루금 3시간 49분, 날머리 46분,모두 합쳐, 약 7시간 정도가 소요된 산행이다.


* * * * *


터널입구에서 오른쪽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고도계를 가진 대원이 가락재 터널 부근의 고도를 약 450m라고 일러준다. 가락재의 고도를 660m라 한다면, 약 200m 고도차를 단거리에서 극복해야하는 급경사다. 지난번 어두울 때 하산하면서 경험했던 난코스다. 골짜기를 지나, 전나무가 무성한 빡센 오르막을 오른다. 곳곳에 전정한 나뭇가지들이 널려 있어, 갈 길이 더욱 험하다.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시각에 가락재 터널 입구에 도착


뚜렷한 길도 없고, 경사가 아주 급한 곳은 네발로 기어오른다. 더운 날씨에 금세 온몸이 땀투성이가 된다. 몸이 풀리기 전의 강행군이라 더욱 더 힘이 든다. 500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24분이나 걸려, 통신탑 아래에 올라, 단풍이 아름다운 임도를 굽어본다.

낙엽이 깔린 아름다운 가락재 임도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서서, 작은 고개를 넘고,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삼거리다. "97 상걸 국유임도 시설공사" 라는 석비가 세워져 있다. 왼쪽 임도로 들어서고, 바로 오른쪽 절개지에 올라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 삼거리의 석비

오른쪽 절개지를 올라, 단풍이 아름다운 숲으로


단풍이 아름다운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능선에 오르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곳곳에 낙엽이 쌓인 참호들이 눈에 뜨인다. 10시 35분 산악회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670m봉에 올라, 서쪽으로 향한다.


10시 54분, 류 회장이 독도를 하고 있는 평범한 봉우리에 오른다. 오른쪽에서 대원 한 사람이 내려오면서 삼각점이 있다고 알려준다. 그쪽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약 30m 오르니, 잡초와 잡목이 무성한 작은 공지에 삼각점이 박혀있다. 709.4m봉이다. <내평 434, 2005년 재설> 나무에 가려 주위 조망은 신통치가 않다.

709.4m봉의 삼각점

709.4m봉 방향의 희미한 족적 - 알고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다시 평범한 봉우리로 되돌아와 왼쪽으로 떨어지는 낙엽송 숲길을 달려 내린다. 가지올고개는 지나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고, 713m봉을 넘고, 안부를 지나, 11시 36분, 능선 분기봉인 726m봉을 넘어서자, 오른쪽으로, 한 무리의 대원들이 낙엽이 곱게 깔린 능선 위에 앉아 쉬고 있다, 이른 점심식사를 하는 대원도 보인다.

726m 능선 분기봉에서 쉬고 있는 대원들


726m봉을 내려선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거대한 암봉이 보인다. 안부에 내려서서, 왼쪽으로 우회하다, 우회로를 버리고, 희미하게 이어지는 흔적을 따라, 암벽을 오른다. 크게 힘들거나, 위험한 곳은 없다. 암벽을 오르며 뒤돌아 대룡산과 기암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본 암봉

암봉에 오르다 본 기암


12시 10분, 783m 암봉 정상에 오른다. 동,서,남의 삼면이 막힘없이 트였으나, 가스로 먼 산이 불분명한 것이 유감이다. 서북쪽으로 대룡산, 그리고 군부대가 있는 850m이 보이고, 남으로는 지나온 능선이 구불구불 장관을 이룬다. 동쪽 가락재 방향으로는 754.9m봉까지는 분명한데, 가스에 가려 가리산은 식별하기가 어렵다.

암봉위에서 본 지나온 능선

대룡산과 850m봉

암봉을 조심조심 내려서서 능선길로 들어서고, 12시 23분, 송전탑을 지난다. 철주(鐵柱) 사이로 783m봉과 대룡산이 보인다. 대룡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낙엽이 지천이다. 안부를 지나 너른 공터인 전위봉에 오른다. 동쪽으로 534m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과 멀리 56번 국도가 내려다보인다. 

송전탑 철주사이로 보이는 대룡산

낙엽이 지천인 마루금

너른 공지인 전위봉

전위봉에서 본 동쪽 조망.


12시 50분, 이정표를 지나고, <정상 0.2K, 거두리 명봉 4.7K> 12시 52분,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대룡산 정상에 오른다.<내평 25, 1988 재설> 정상석에는 이 봉우리를 깃대봉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오른쪽 전망대에서 먼저 오른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김 대장이 정상주로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건네준다. 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주위를 돌아본다.

정상석

전망대


대룡산은 춘천 시민들이 많이 오르는 산인가 보다. 정상은 풀 한포기 없는 맨땅이고, 춘천시를 굽어 볼 수 있는 위치에 커다란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북서방향의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춘천 시가지가 넓게 펼쳐지고, 가까이에 봉의산, 그 뒤로 소양호와 춘천댐이 보이고, 멀리 화악산, 가덕산, 계관산, 삼악산, 금병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 처져 있으나, 가스와 스모그 때문인지, 지금은 모든 것이 흐릿하기만 하다.

전망대 안내판(부분)


대원들과 함께,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1시 12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곳곳에 접근금지를 알리는 경고문, 미확인 지뢰지역-출입금지, 등 의 팻말이 눈에 뜨인다. 1시 24분,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전망대 1.2K, 고은리 3.4K>. 왼쪽으로 마루금인 능선이 따라오고, 그 산 사면에도 경고판들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경고판

출입금지 팻말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 내려선 대원

임도를 따라 걷는 대원들


1시 41분, 이정표가 <전망대 1.8K> 있는 부대 앞 삼거리를 지나, 부대 정문으로 향한다. 곳곳에 과거 지뢰매설 지역임을 알리는 역삼각형 팻말이 세워져있다. 지뢰는 2005년에 제거했지만, 과거 지뢰 매설지역이라 아직도 위험지역인 모양이다.

부대 정문을 향하는 대원들

과거지뢰지대 표기


부대 통과에 실패한 대원들은 군 트럭을 빌어 타고, 2시 8분경, 세계선교훈련원 1.7Km를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는 사거리에서 하차한다. 길가에 고도 500m라는 팻말도 보인다.

군 트럭에 편승한 대원들


대원들은 왼쪽 계곡으로 내려서서 우회로를 걷는다.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임도는 우뚝우뚝 암벽이 솟아있는 제법 깊은 골짜기를 따라 한없이 내려선다. 가끔씩 왼쪽이 트이면, 걸어야할 지맥 마루금이 높다랗게 솟아있다. 2시 30분, 훈련원이 있는 계곡 바닥에서 동쪽 임도를 따라 너른 계곡을 오른다. 뒤돌아 수리봉(645m)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골짜기로 내려서며 본 마루금

훈련원

골짜기에서 뒤돌아 본 수리봉


너른 임도가 골짜기를 타고, 동쪽으로 이어진다. 때 묻지 않은 오지의 가을 풍광이 그림 같다. 골짜기로 들어설수록 지맥의 마루금이 가까이 다가온다. 2시51분,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이어져, 산속의 폐가를 지나더니, 오른 쪽 급경사 사면을 오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억새 밭 너머로 지나온 783m 암봉이 가까이 보인다.

청정 오지 임도를 걷는 대원들

왼쪽 등산로로 들어서며, 밤이 열린 야생 밤나무를 지난다.

산속의 폐가

억새밭 너머로 783m 암봉이 보인다.


희미한 등산로가 울창한 낙엽송 숲으로 이어진다. 여전히 가파른 오름길이다. 이어서 울창한 참나무 숲이 이어지더니, 황폐한 무덤 2기가 모셔진 너른 공지를 지난다. 연수원이 있던 곳이 계곡의 바닥이라. 정확한 고도는 모르지만, 대체로 200m대라고 짐작된다. 이제 700m대의 마루금으로 오르고 있으니, 그 오름세의 가파름은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3시 20분, 참나무들이 도열한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향한다.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급경사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낙엽에 발이 미끄럽다. 기듯이 기어오른다. 하늘과 맞다은 정상이 눈앞인데,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는 곳에서 앞선 대원이 힘들게 정상에 오르지 말고 우회하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이 궁금하여, 그대로 치고 오른다. 3시26분 능선에 선다. 류 회장 등 몇몇 대원이 쉬고 있다. 고도계를 가진 대원이 730m이라고 알려준다. 지맥 마루금이 지나는 봉우리다. 비로소 우회가 끝난 거다.

참나무들이 도열한 능선

730m봉에서 쉬고 있는 대원들


마루금을 거슬러 올라갔던 대원이 되 내려온다. 약 100m정도 오르니, 군 철조망이 쳐져있다고 한다. 마루금을 따라 급경사 내리막을 달린다. 내리막을 지나,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능선을 걷는 기분은 조금 전과는 달리 산책하는 기분이다. 봉우리 두 어 개를 넘고, 3시 59분, 박달재 고개에 도착한다. 산악회 리본이 왼쪽 갈림길에 걸려있다. 하산하라는 지시다.

박달재 고개에서 왼쪽으로 하산하는 대원들


하산할 때,오른쪽으로 잠시 조망이 트여, 연엽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낙엽이 노랗게 깔린 비탈길을 내려선다. 억새가 햇볕을 받아 반짝이고, 계곡 끝 저 아래로 누런 논이 보인다. 4시 45분, 버스가 보이는 도로에 내려서서 버스로 향한다. 버스 가까이에서, 개울가로 내려가 세수를 하고, 땀을 닦아 낸 후, 옷을 갈아입는다.

낙엽 쌓인 하산길

하산하면서 본 연엽산 능선

햇빛에 반짝이는 억새


대원들과 어울려, 막걸리 하산주에, 강 부장님의 미역국 수제비로 식사를 한다. 버스는 5시 5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10. 12.)



강추(强推)의 말씀


"화요맥"에서는 11월 7일(화)에 진양기맥 종주를 시작합니다.


"덕유산에서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 황매산. 자굴산. 집현산을 거쳐 남강댐에 이르는 도상거리 156.6km의 산줄기는 백두대간. 낙남정맥과 함께 진양호를 에워싸는 산줄기입니다." (이상 - 박성태)


화요맥의 안내로 영춘지맥과 계방지맥 종주를 하고 있는 바, 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1. 산악회의 사정으로 진양기맥 종주가 중도에 그만 두는 일은 없을 것이고,


2. 서울에서의 이동거리를 감안하여, 산행시간을 5시간 내외로 잡아, 무리 없는 산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3. 현재 화요맥의 산행에 참여하고 있는 20여명의 고정고객들 중에는 대간, 정맥을 마친 산꾼들이 다수 있어, 산행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등 동호인 모임 성격의 분위기 조성이 가능하리라고 판단됩니다.


아울러 참여하신 모든 분들은 하산 후, 강 부장의 특허품인 미역국 수제비 맛에 감탄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에 기맥종주에 관심을 갖고 계신 동호인 여러분들의 참여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화요맥의 김 송태 대장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033-435-5779, 011-789-5770


감사합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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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의 가을


백두대간 종주에 처음 참여했을 때 "알바"라는 소리를 듣고, 그 의미를 몰라, 당혹스러웠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산행을 하면서, "알바"가 정규 산행코스를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잘못 빠지는 경우를 뜻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은티마을에서 출발하여, 구왕봉을 거쳐, 희양산 쪽으로 진행하여야 하는 구간 "잘라먹기"에서, 선두 그룹이 반대 방향으로 정신없이 달려, 악희봉에 올라서서야, 비로소 지난 구간에 올랐던 곳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되돌아서는 대형 알바사건도 구경한 적이 있다.


대간을 마치고, 정맥, 기맥을 따라다니다 보니, "봉 따먹기", "잘라먹기"라는 생소한 소리를 듣게 된다. 하지만 이들 소리는 "알바"와는 달리, 처음 듣더라도,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겠다. 내일, 모래면 칠순이 되는 우리의 송 선배께서는 백두대간 종주는 학부과정이고, 정맥이나, 기맥종주는 대학원 과정이라고 정의를 한 바가 있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그 말씀이 맞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든다. 갖잖게 외국어를 가져다 쓰지도 않고, 우리말로, 그것도 선비양반들이 사용하는 고답적인 어휘가 아닌, "봉 따먹기"와 같이, 극히 서민적인 표현으로 제 뜻을 펴는 기맥꾼들을 보면, 더욱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기원엘 가면, 바둑 잘 두는 사람이 왕(王)이다. 골프장엘 가면, 골프 잘 치는 사람이 역시 왕(王)이다. 그렇다면 산에서는 누가 왕(王)인가? 산 잘 타는 사람이 왕인가? "봉 따먹기", "잘라먹기"를 많이 한 사람이 왕인가? 아니면 다른 왕(王)이 존재하는 건가?


"화요맥"의 안내로, 9시간 가까운 영춘지맥의 구간 "잘라먹기"를 마친 후, 뒤풀이로 얼큰해진 대원들이 귀로의 버스 속에서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니, "산에서는 누가 왕인가?" 라는 부질없는 의문이 생긴다.


2006년 9월 26일(화).

설악산, 지리산에서 단풍 소식이 들린다. 홍천의 가리산(加里山)을 오르며, 올 들어 처음으로, 단풍에 물들기 시작하는 아름다운 능선과 봉우리들을 본다. 오늘은 『홍천고개-가리산-늘목고개-754.9m봉-가락재 』까지 마루금을 타고, 가락재 터널로 하산한다. 마루금 도상거리 약 17.2Km, 날머리 약 0.3Km로, 산악회의 기준 산행시간은 7시간 30분이다.


홍천고개(584m)와 가리산(1,050.7m)의 고도차가 약 500미터에 이르지만, 이 고도차가 5.1Km의 도상거리로 희석되고, 등산로도 뚜렷하여,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등잔봉(833.9m)에서 내려다보는 동쪽 조망이 일품이고, 남쪽으로 새득이봉(935m)에서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리산 정상은 어느덧 단풍이 한창이다.


가리산에서 한껏 조망을 즐긴 후, 하산하면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찾느라 애를 먹고, 늘목고개를 지나 가락재로 이어지는 오지의 산길이 생각보다 길고, 진달래 등 관목에 시달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려, 어두워서야 겨우 가리재 터널로 내려선다.


홍 부장의 40인승 대형버스가 학생들 수학여행에 동원되는 바람에, 김 대장은 새롭게 25인승 버스를 배차한다. 버스가 경유지를 모두 거치고 하남으로 들어서자, 좌석은 보조의자까지 모두 펼쳤는데도 모자라, 김 대장은 엔진 위에 걸터앉는다. 화요맥의 고정고객들이 이런 추세로 늘어간다면, 진양기맥을 시작하는 11월 초에는 30명이 넘는 고정고객의 확보가 가능해 질 것 같아 보인다. 반가운 일이다.


구름이 많이 낀 흐린 날씨지만, 가스가 많지 않아, 가시거리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버스는 다대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산행시작을 빨리하기 위해, 급히 홍천고개로 향한다. 버스는 10시 정각에 홍천고개에 도착하고, 서둘러 하차한 대원들은 도로 남쪽 절개지를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0) 홍천고개, 산행시작-(10:49) 등잔봉-(11:30) 새득이봉, 등골산 갈림길-(11:59) 휴양림 삼거리-(11:55) 소양호 삼거리-(11:59) 가리산 안부-(12:07) 제2봉-(12:13) 제3봉-(12:34) 제1봉-(12:50) 하산-(13:01~13:08) 우회로와 만나는 안부, 방향 협의-(13:25~13:40) 중식-(13:48) 920m봉-(13:57) 730m봉-(14:10) 임도 끝 지점-(14:26) 781.1m봉-(14:40) 능선분기봉-(14:58) 헬기장-(15:08) 늘목고개-(15:34) 820m봉-(16:00) 890m봉-(17:35) 754.9m봉-(18:16) 가락재-(18:23) 송신탑-(18:40) 가락재 터널』중식시간 15분 , 날머리 24분, 마루금 약 8시간, 총 8시간 4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리자 대원들은 서둘러, 도로 남쪽의 시멘트 옹벽을 넘어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긴 산행이라 마음들이 급한 모양이다. 도로변 공지에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가 아름답다.

들머리 옆 공지에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급경사 사면을 약 5분 쯤 올라, 능선 위에 서고, 능선에서는 오른쪽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여, 동쪽으로 마을이 내려다보이고, 그 앞, 무명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다. 등산로는 능선을 버리고, 왼쪽 산사면을 타고 좁게, 좁게 이어진다.

왼쪽의 무명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원동과 멀리 소뿔산


산사면길이 다시 능선으로 올라서면서 경사가 급해지고, 등산로는 날등으로 이어지더니, 10시 36분, 참호가 있는 정상을 지나고, 다시 급경사 오르막을 거쳐, 10시 49분, 등잔봉(833.9m)에 오른다. 정상에는 마모가 심한 오래된 삼각점이 박혀있다. 등잔봉에서 둘러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등잔봉에서 본 새득이봉과 가리산

당겨 찍은 가리산

당겨 찍은 새득이봉

등잔봉 벌목지대를 내려서는 대원들


등잔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 새득이봉으로 향한다. 능선의 잡목이 거세고, 날등이 험해서인지, 등산로는 왼쪽 산 사면을 타고 이어지고, 다시 능선에 올라선 후에는 오른쪽으로 굽어진다. 이런 과정이 서너 차례 반복되더니, 11시 30분, 등골산이 분기되는 새득이봉에 도착한다. 갈림길에서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오른쪽 길로 향한다.

안부에서 본 동쪽 조망-무명봉 능선 뒤로 소뿔산이 보인다.

새득이봉


널찍한 등산로가 평탄하게 이어진다. 11시 39분, 휴양림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서있다. <가리산 0.9K, 휴양림 2.2K>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호젓한 산책길이 계속된다. 오른쪽 숲에 오래된 고목이 시선을 끈다, 이를 카메라에 담고, 산책길을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11시 55분 소양호 갈림길을 지나고, 나뭇가지 사이로, 단풍이 고운 3봉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다. 12시, 가리산 산 밑에 도달한다.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서 있다. 정상까지 100m가 남았다.

숲 속의 고목

안부로 내려서면서 본 3봉

가리산 등산 안내도

2봉으로 오르는 암릉길에는 철제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고, 경사가 급한 암벽에는 발받침도 만들어져 있어, 위험하지는 않겠다. 2봉으로 오르는 도중, 전망바위 위에서 잠시 지나온 새득이봉 능선을 뒤돌아본다. 12시 27분, 2봉에 올라, 1봉을 카메라에 담고, 동쪽 조망을 즐긴 후, 암벽길을 따라 3봉으로 향한다. 3봉에는 특별한 표시가 없고. 오래된 고사목 한 그루가 외롭게 서있다. 3봉에서는 남서방향과 북서쪽의 조망을 즐긴다.

 가리산 오르는 암릉길의 철제 가드레일과 쇠 발받침

2봉에서 본 1봉 

2봉에서 본 동쪽조망

3봉의 고사목


3봉을 내려서고, 2봉을 거쳐, 정상인 1봉으로 향한다. 안부에 이정표가 서 있고, 1봉 오르다 뒤돌아 본 2봉은 거대한 바위덩어리이다. 12시 34분,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는 정상석, 삼각점, 이정표가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정상에서 사방이 탁 트인 조망을 즐긴다. 동북방향으로 멀리, 설악의 주걱봉, 귀떼기청봉이 아련하다.

1봉 오르다 뒤돌아 본 2봉

1봉 정상에서 본 2봉과 3봉

정상에서 본 소양호

정상석

정상에서 본 새득이봉, 등잔봉, 그리고 매봉

가야할 능선

동북방향의 조망


 

가야할 능선과 그 뒤로 수리봉, 연엽산


정상에서 충분히 조망을 즐긴 후미그룹은, 12시 50분 경, 류 회장을 선두로 모두 함께 하산한다. 하산할 때의 길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쪽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급사면 암릉 길에 철제 가드레일이 이어지고, 그 위 암벽에 자일이 걸려있다. 정상에서 가야할 능선을 보아 두었음으로, 하산길을 버리고, 자일을 타고 올라, 서쪽으로 이어지는 거친 암릉길을 조심조심 걷는다.


바위지대로 이어지는 길은 거칠지만, 방향은 분명하고, 간간히 오래된 산행리본이 보인다. 하지만 정작, 회요맥의 산행리본은 없다. 방향은 옳지만, 앞길이 어떨지 불안해진 류 회장이, 우회 길을 찾아보자며,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선다.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내리막길에 이른다. 이곳에서도 직진하여 골짜기 쪽으로 내려서는 뚜렷한 길과. 오른쪽 사면을 따라 서쪽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길이 갈라진다.

휴양림 쪽으로 하산하는 바윗길


오른쪽 희미한 길을 따라 산 사면을 오르니, 우리가 돌아섰던, 바위능선으로 되돌아온다. 이제는 망설일 것이 없다. 이 길이 마루금 임에는 틀림없으나, 눈 쌓인 겨울에는 위험하여, 샘터 쪽으로 멀리 도는 우회로가 생긴 모양이라고 의견이 모아진다.


1시경에 사거리 안부에 이른다. 길섶에 왼쪽 사면(동쪽)으로 내려서면 가리산에 이른다는 표지판이 놓여 있다. 가리산에서 휴양림 쪽으로 하산하다가, 오른쪽으로 우회한 길이 이곳으로 연결되는 것이 틀림없다. 오른쪽 내리막방향으로 화요맥의 산행리본이 양쪽으로 걸려있고, 그 외에도 여타 산악회들의 리본이 화려하다. 정면의 봉우리로 이어지는 길 쪽으로는 푸른 리본 하나가 달랑 외롭게 걸려있다.

우회로를 가르치는 표지판


여기서 의견이 분분해진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봉우리를 우회하는 길일 터이니, 오른쪽으로 가자는 의견과, 앞의 봉우리가 험해 보이지도 않으니, 우회하지 말고 직직하자는 의견이 맞선다. 결국 다른 대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하고, 류 회장과 죽천 대원이 직진하여 봉우리로 오른다. 잠시 후 이들이 되돌아 내려온다. 올라서서 보니, 반대편이 절벽이고, 이어지는 능선도 없어, 길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는 이야기다.


일행은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왼쪽으로 우회하리라 예상했던 길이 그대로 직진하더니 안부를 거쳐,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으로 이어진다. 이래서 산길이 어려운 거다. 1시 25분, 일행은 길가 낙엽 위에 흩어져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15분 동안에 서둘러 점심을 마친 일행이 다시 길을 떠난다.

앞 봉우리를 확인하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대원들


1시 48분, 980봉을 지나 북으로 향하던 등산로는, 1시 57분, 730m봉에서 서쪽으로 내려선다. 사람들 발길이 미치지 않은 오지 중의 오지,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 밟히는 소리만 요란하다. 2시 10분, 광산골에서 올라오는 임도에 내려선 후, 절개지를 타고 건너편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 끝


울창한 참나무 숲이 이어진다. 생각보다 등산로는 뚜렷한 편이다. 2시 26분 잡초가 무성한 781.1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박혀 있다. <내평 427, 2005 복구>이곳에서 보는가리산의 암봉이 우람하다. 한동안 주위 조망을 즐기고 봉우리를 내려선다. 간벌지역도 지나고, 낙엽송 조림지대를 거쳐, 2시 40분 능선 분기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781.1m봉

781.1m봉에서 본 가리산


아름다운 전나무 숲을 통과한다. 왼쪽으로 삼년골이 내려다보인다. 2시 58분 잡초가 무성한 헬기장을 건너고, 초지를 지난다. 마치 부케처럼 다북하게 피어 있는 야생화와 붉은 빛깔을 띠고 죽어가는 잡초를 카메라에 담고, 3시 8분 늘목고개로 내려선다. 일행은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감기 몸살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탈출을 하겠다는 송 선배를 기다린다. 의리의 사나이 이 사장이 송 선배와 동반키로 한다. 산에서나 느낄 수 있는 훈훈한 정이다.

울창한 전나무 숲

헬기장

야생화 부케

붉은 잡초

늘목고개

늘목고개의 국유임도 표지석

휴식


3시 11분, 탈출 조와 작별을 고하고, 후미 일행은 입산통제 팻말이 세워진 산사면을 오른다. 3시 34분, KJSUN님외 여러분들이 연명한 "영춘지맥"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820m봉을 넘고, 산사면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달린다. 등산로는 능선과 사면 타기를 반복한다. 아마도 약초나 나물을 채취하러 다니는 사람들이 지났던 길을 따르다 보니, 사면길을 걷는 시간이 많아지는 모양이다.

820m봉


4시에 890m봉을 오른다. 주변에는 교통호가 얼기설기 이어지고, 오래된 참호가 보인다. 아마도 이 지역이 중부전선의 전략 요충지였던 모양이다. 참호와 교통호가 있는 봉우리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진달래 군락지를 지난다. 거센 줄기가 갈 길을 방해한다. 산행리본이 걸린 봉우리를 넘어 참나무 숲 비탈길을 내려선다. 해묵은 낙엽 속으로 발이 푹푹 빠진다.


또 다시 봉우리를 넘고 진달래 능선을 내려서서 안부에 이른다. 왼쪽으로 조망이 트이며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4시 58분 교통호가 어지럽고, 묵은 참호가 보이는 790m봉을 지나, 모처럼 평평하고 넓은 능선으로 뚜렷하게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른다.

모처럼 평전 같은 마루금


5시 35분, 참호가 있는 산봉우리 너머, 나뭇가지 사이로 지는 해가 보인다. 봉우리에 올라서니, 삼각점이 있다. <내평 311, 2005 복구> 754.9m봉이다. 이제 한 시간 정도면 하산이 가능하겠지만, 6시가 넘으면 어두워질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류 회장이 앞장서서 속도를 낸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5개를 지루하게 넘고, 6시 12분, 이미 어두워진 전나무 숲길을 달려 내린다. 저 앞 노을 속에 송신탑이 우뚝 솟아 있다, 반갑다.

754.9m봉의 삼각점

반가운 송신탑


6시 16분 가락재에 내려서서, 홍천 쪽 터널 입구로 내려서기 위해, 왼쪽 임도를 따라 걷는다. 6시 23분 송신탑을 왼쪽으로 끼고, 급경사 전나무 숲을 내려선다. 사방은 이미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한다. 이윽고 어두운 골짜기에 내려서서 계곡을 타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다가, 다시 등산로로 올라, 6시 40분 경, 가락재 터널 앞에 내려선다. 아슬아슬하게 햇님과의 경주를 무승부로 끝낸 셈이다. 터널 앞에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가락재

송신탑을 지나고,

가락재 터널


(2006.9. 28.)


뒤풀이

후미 일행을 태운 버스는 신사네거리에서 춘천 방향으로 약 10Km 떨어진, "통나무집(011-9796-3080)"으로 향한다. 통나무집 뒤, 개울에서 알탕을 한다. 벌써 물이 차지 않은 느낌이다. 통나무집의 동동주로 하산 주를 즐기고, 막국수로 시장기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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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등잔봉, 왼쪽이 새득이봉, 뾰족한 것이 가리산


2006년 9월 12일(화).

"화요맥"의 안내로 오늘은 영춘지맥을 간다. 코스는 『거니고개-593.9m봉-777.3m봉-매봉-714.1m봉-홍천고개』로 도상거리는 약 12.7Km다. 오늘 산행을 마치면, 이제까지 걸은 영춘지맥 마루금의 도상거리가 약 200Km에 가까워, 종점까지는 약 70여Km가 남게 된다.


거니고개의 고도가 약 350m, 가장 높은 매봉의 높이는 800.3m이고, 홍천고개가 약 680m이다보니, 고도차가 제법 있고, 매봉까지 오르는 동안, 빡센 오르막, 희미한 등산로, 진달래 등 관목이 무성한 날등길이 이어지는 곳이 많아, 오늘의 영춘지맥 산행도 역시 만만치가 않다.

류 회장의 채색 지형도

구름이 많고, 흐리겠다는 예보와는 달리, 산행지역은 쾌청한 초가을 날씨라 무더위도 가시고, 가시거리도 좋으나, 울창한 나무들이 조망을 방해하는 것이 심히 유감이다.


산악회에서는 당초 오늘의 산행구간을 가삽고개까지로 잡고, 산행거리 약 18.2Km에, 산행소요시간을 8시간 30분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무리한 산행이라고 본 일부 대원들은 참여를 포기한다. 20여명의 대원들을 태운 버스는 6번 국도를 달리다,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후, 44번 국도를 타고, 홍천을 지나더니, 10시 3분 경, 길가의 장승들이 낮 익은 거니고개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 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산행시작-(10:19) 경주 이 공의 묘-(10:36) 410m봉-(10:38) 사거리 안부-(11:10) 593.9m봉-(11:33)- 598m봉-(11:46) 복숭아골 안부-(12:08~12:20) 680m봉 중식-(12:40) 묘 1기-(12:57) 690m봉-(13:16~13:19) 777.3m봉-(13:34) 매봉고개-(14:14) 매봉능선-(14;16~27) 매봉 -(14:49) 689m봉-(15:01) 708m봉-(15:43~15:54) 714.1m봉-(16:09) 홍천고개』로, 중식시간 22분을 포함하여 총 6시간 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버스에서 내린 대원들은 10시 5분, 44번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10여 미터 내려서서, 도로를 건너고, 도로 확장공사 현장을 지나, 동쪽 절개지를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약 5분 간,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초지에서, 뒤돌아 지나온 마루금을 카메라에 담고, 울창한 송림 숲으로 들어선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남한강 풍광

절개지를 지나, 초지를 오르는 대원들

초지에서 뒤돌아 본 지나온 지맥 마루금과 거니고개


10시 19분, 조성된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경주 이공의 묘를 지나, 무성한 송림 숲으로 푹신한 등산로가 이어진다. 큰 도로 변의 산에 이처럼 송림이 우거져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송림 숲에 이어 빽빽한 참나무 숲을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울창한 참나무 숲


10시 36분, 450m봉에 오르고, 1분 후 "군사시설 보호지구" 시멘트 말뚝 을 지나, 봉분이 땅 표면에 닿을 정도로 쇠락한 무덤들이 있는 안부를 지나더니, 등산로는 오르막을 거쳐, 날등길로 이어진다. 이후 자그마한 고개 3~4개를 넘고, 급경사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 12시 8분, 2005년에 복구한 삼각점이 있는 693.9m봉에 도착한다,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주위를 조망한다.

593.9m봉의 삼각점.

북서쪽으로 보이는 매봉

당겨 찍은 남서쪽의 가리산

북동 방향의 조망

동쪽으로 소뿔산과 가마봉


693.9m봉에서 잡초를 헤치고 직진하여, 북서 방향으로 향한다. 작은 고개를 넘어서서, 날등길을 걸으며 본 동북쪽 방향의 산세가 우람하다. 고만고만한 봉우리를 지나며 등산로는 왼쪽으로, 왼쪽으로 이어진다. 참나무들이 열병하듯 늘어서고,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시원하다.

날등길을 지나며 본 북동방향의 조망

열병하는 참나무


11시 33분, 한그루 적송이 아름다운 589m봉에서 왼쪽으로 떨어지는 급경사 내리막을 거치고, 날등길을 지나, 11시 46분, 복숭아골 안부에 이른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두 번째로 맞는 급경사 오르막이다. 12시 8분, 680m봉에 도착한 후미 일행은 방공호 주위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복숭아골 안부


12시 20분, 점심을 마친 일행이 왼쪽 비탈길을 내려서서, 진달래 군락지를 힘겹게 진행한다. 12시 33분, 산행리본이 걸린 660m봉을 넘고, 묘 1기를 지난다. 이어서 급경사 오르막을 타고, 12시 57분 690m봉에 오른 후, 왼쪽으로 내려선다. 등산로는 안부를 지나 다시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지더니, "ㅜ"자 형으로, 좌우로 분기되는 능선에 이른다. 왼쪽으로 가면 777.3m봉이다.

660m봉

묘 1기


능선위에 배낭을 벗어 놓고, 2분 후, 777.3봉 정상에 오른다. 잡초가 무성한 작은 공간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박혀있다, 정상에서 류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주위를 조망한다.

당겨 찍은 가리산

가리산 왼쪽 조망

북동방향 조망


1시 24분 경, 능선이 분기되는 곳으로 되돌아와 배낭을 지고, 오른쪽 마루금으로 들어선다, 1시 43분 매봉고개를 지나고, 1시 51분,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올라. 730m봉에 이른다. 오늘 다섯 번째로 맞는 빡센 오르막이다, 내리막은 진달래가 빽빽한 날등길이다. 안부를 지나 진달래 숲길이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더니, 2시 14분 "ㅜ"자형 매봉 능선에 이른다.

매봉고개

진달래 숲길

매봉 능선


오른쪽으로 향하여, 2시 16분 매봉 정상에 오른다. 잡목과 잡초 사이에서 삼각점은 찾지를 못하고, 류 회장과 함께 주위를 조망한다.

동쪽의 소뿔산, 가마봉

동쪽으로 멀리 방태산

북서쪽의 바위산과 멀리 사명산


본래는 후미가 2시 30분까지 매봉에 오르면, 가삽고개까지 산행을 하기로 한 바 있으나, 가삽고개까지 가려면 아직도 약 5시간을 더 걸어야 하는 무리한 일정이라, 7명의 후미 그룹은 오늘 산행은 홍천고개에서 마무리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류 회장이 김 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김 대장은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마지못해 동의하고, 홍천고개에서 오늘의 산행을 끝내기로 한다.


2시 27분, 후미그룹이 하산을 시작한다. 매봉에서 홍천고개로 이어지는 길은 산책길이다. 일반 등산객들의 산행 코스인지, 등산로가 뚜렷하고, 산행리본, 산행표지판이 여기저기 보인다. 2시 35분, 부서진 초소를 지나고, 2시 44분 689m봉을 지난다. 부드러운 능선을 산책하듯 내려선다. 아름다운 낙엽송 조림지대를 지나고, 암릉길을 거쳐, 3시 19분 708m봉에서, 왼쪽으로 90도 꺾어, 급경사 내리막길을 달린다. 나뭇가지사이로 백암산이 보인다.

아름다운 낙엽송 조림지역

암릉길


이어 작은 오르내림을 거쳐, 3시 43분, 삼각점이 있는, 714.1m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대명 305, 2005 재설> 북동쪽으로 설악의 귀떼기청봉이 보이고, 동쪽으로 소뿔산 너머 응봉산, 남서쪽으로 멀리 공작산이 조망된다. 바로 눈앞에 가리산이 웅장하다.

설악, 귀떼기청봉

가리산

동쪽 소뿔산 뒤로 응봉산


가파른 내리막을 달려 내린다. 저 아래로 홍천고개가 보인다. 홍천고개로 내려서며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4시 9분 홍천고개에 내려서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2006. 9. 13.)


뒤풀이.

아스팔트길을 따라 조교방향으로 천천히 내려선다. 조림이 잘 된 주위의 울창한 숲이 아름답다. 약 15분 쯤 걸어 내려오니, 길가 공터에 주차한 버스가 보인다. 산악회에서 마련한 막걸리와 소주, 해외여행을 다녀온 김 사장이 가져온 위스키와 닭발 안주, 몇 차례 결간 한 벌로, 현 사장이 사온 맥주 등으로, 하산 주 파티가 벌어지고, 홍 부장의 수제비로 식사를 한다. 버스는 5시 35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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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7m봉으로 오르는 시멘트 도로에서 본 북쪽조망


2006년 8월 22일(화).

오늘은 "화요 脈"의 안내로 영춘지맥을 간다. 코스는 『김부리고개-920m봉-1,122.7m봉-소뿔산(1,118m)-1,074.6m봉-1,044m봉-가마봉(944.7m)-855m봉-거니고개』이지만 버스가 군부대 훈련장의 진입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김부리고개까지의 들머리 거리가 너무 멀어, 역 코스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0.9Km, 날머리 약 1.5Km, 합계 12.4Km로, 김 대장은 7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시간을 예상한다.


내일이 처서(處暑)라는 데, 한낮의 더위는 여전하다. 특히 오후 늦게, 비가 내릴 거라더니, 날씨는 맑은데도, 습도가 높고, 바람 한 점 없다. 이런 찜통더위 속에서 잡목과 넝쿨을 헤집고, 오지의 가파른 산을 오르내리려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는지? 한여름에 지맥을 타는 사람들은, 모두들, 매서키스틱(Masochistic)한 면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람들 16명을 태운 버스가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달린다. 맑은 날씨라 남한강에 비친 하늘과 산과 마을들이 그림 같다.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44번 도로를 달려, 9시 57분경, 거니고개, 조각 휴게소 앞에 도착한다. 시원한 버스에서 내려서니, 뜨거운 열기가 후끈, 온몸을 감싼다.

6번 국도변 풍경

귀로에 다시 찾은거니고개의 조각공원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7) 거니고개 도착-(10:00) 산행시작-(10:30) 604.5m봉-(10:48) 군사시설물 표지 시멘트 말뚝-(11;03) 전망바위-(11:18) 855m봉-(11;33) 작은 가마봉-(13:03~13:20) 1,044m봉, 중식-(13:46) 1,076.4m봉-(14:14) 소뿔산 직전 안부-(14:34) 흔들바위-(14:50) 소뿔산 정상-(15:40) 1,122.7m봉-(16:41) 오미자골 임도-(16:59) 920m봉-(17:09) 김부리고개』 점심시간 약 15분 포함, 마루금 산행, 약 7시간 10분, 날머리 약 20분 , 총 7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조각공원의 조각들을 대충 훑어보고, 10시 경, 동쪽 길가에 세워진, 휴게소 입간판 앞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서, 가파른 사면을 기어오른다. 약 3분 정도 가파르게 이어지던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해지며 오르내림을 반복하더니, 10시 10분, 첫 번째 무명봉으로 이어진다, 무명봉을 내려서는 비탈길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604.5m봉을 바라본다. 

 첫 번째 무명봉


604.5m봉을 오르는 오르막에서,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멀리 가리산(1,061m)을 포함한, 서쪽 방향의 조망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10시 30분, 604,5m봉에 오른다. 좁은 공간을 온통 참호와 교통호가 차지하고 있다. 거니고개의 고도가 약 350m 이니, 30분 동안에 250m 정도의 높이를 오른 셈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위 속에서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는다. 정면으로 보이는 730m봉, 855m봉을 카메라에 담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730m봉과 855m봉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뚜렷한 등산로가 오름세로 계속 이어진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총소리가 신경을 자극하지만,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몸을 맡기고, 아무 생각 없이 꾸벅꾸벅 걸어 오른다. 10시 48분, 군사시설물 표지, 시멘트 말뚝을 지나고, 11시 3분 전망바위에 서서, 서쪽과 동북 방향 조망을 즐긴다.

매봉에서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

동북방향 조망


11시 18분 855m봉에 서고, 안부로 내려서며, 길섶의 나리꽃 같은, 노란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고, 11시 33분, 작은 가마봉(924.7m)에 오른다. 너른 공지에 잡초와 야생화가 무성하다. 삼각점이 있던 자리인지. 풀 속에 돌 조각이 박혀있고. 사방의 조망이 트였다. 북쪽으로 소양호가 보이는 듯하고, 북동, 설악 쪽으로는 산줄기들이 첩첩히 쌓여 있지만, 막상 설악은 보이지 않은 채, 응봉산만 가깝다. 동쪽으로는 소뿔산의 두 봉우리가 확연하고, 남서쪽으로 공작산 방향의 산세가 웅장하다.

길섶의 야생화

작은 가마봉 정상의 잡초와 들꽃

북쪽 방향조망

북동 응봉산 방향

동쪽 소뿔산

서남 공작산 방향


작은 가마봉을 내려서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는다. 나뭇가지사이로 소뿔산이 보인다. 참호로 움푹 팬, 봉우리를 넘고, 또 다시 제법 높은 봉우리를 허위허위 기어오른다. 바람조차 없는 숲 속에서 모든 대원들이 힘들어 한다. 암릉지대를 지나, 1시 3분, 잡목과 잡초 사이에 작은 바위들이 보이는 1,044m봉에 오른다. 삼각점을 찾아보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1시 5분, 봉우리를 넘어선 내리막 길섶에서, 송 선배님이 식사를 하고 가자고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소뿔 하나는 확실히 보인다.

암릉지대


바람 한 점 없는 찜통더위 속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는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아마도 식사자리를 잘 못 택했나 보다. 겨울 산행에서는 점심을 먹을 때면, 으레 바람막이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여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않고, 햇볕을 피할 수 있는 편한 곳이면 자리를 잡고 앉지만, 오늘처럼, 통기(通氣)가 불량한 곳은 피하고, 가능하면 바람 목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식사를 하다 보니 최후미로 쳐진다. 1시 20분 경, 식사를 마치고, 갈 길을 서두른다. 식사 후 함께 출발한, 송 선배님도 앞서 나가고, 맨 뒤에 혼자 쳐져있지만, 서둘지 않는다. 점심식사 후, 무리하게 달리다, 소화불량으로 혼이 난 적이 있은 후 부터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안부로 내려서서 오르막을 오르는데, 배에 힘이 없고, 다리가 천근이다. 꼭 더위를 먹은 기분이다. 오르막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식염 타블렛을 복용하고, 포카리 스웨트를 마신다. 1시 46분, 헬기장인 1,076.4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보인다. <어론 24, 1989 재설> 후미일행이 모두 모여 주변 조망을 즐기고 있다. 안타깝게도 잡목이 무성해 시야를 방해한다.

1,076.4m봉의 대원들

잡목 위로 잡은 북쪽 조망

북동 방향, 멀리 설악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등산로는 오른쪽 작은 암봉을 우회하여 가파르게 떨어지는데, 오른쪽 암봉으로 이어진 발자국이 보인다. 발자국을 따라 암봉으로 오른다. 기가 막힌 조망이다. 우선 1,076.4m봉을 비롯한 지나온 봉우리 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로는 가야할 소뿔산의 소뿔 두 개가 확연한데, 그 사이로 1,122.7m봉과 통신탑이 솟아있다. 남쪽으로는 산골짜기, 골짜기로 이어지는 마을들이 발아래 평화롭다. 혼자 보기가 아까워, 앞선 류 회장을 소리쳐 부른다. 조망이 기가 막히다니까, 류 회장이 급경사 비탈길을 되올라와, 암봉에 서더니,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정신이 없다.

1,076.4m봉과 지나온 봉우리들

두 개의 소뿔사이로 보이는 1,122.7m봉과 송전탑 

 남쪽의 산골마을들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고, 2시 14분 소뿔산 직전 안부를 거쳐, 다시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른다. 2시 34분, 선답자들이 흔들바위라고 명명한 바위 끝에 서서 남쪽 방향을 조망한다. 간간히 나타나는 암릉지대를 지나, 등산로는 울창한 잡목 숲을 오른다. 2시 50분, 산행리본들이 걸린 소뿔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야생화가 곱게 피어 있다.

소뿔산 직전 안부


 

흔들바위

흔들바위에서 본 남쪽 조망

소뿔산 정상의 야생화,


3시 1분, 소뿔산의 다른 소뿔 위에 선다. 급경사를 내려서서,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다행이 점심 먹은 것이 제대로 소화가 되는지, 조금씩 기운이 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산행을 시작한지 5시간이 지났고, 지친 몸에 가파른 오르막길은 여전히 힘겹다. 3시 34분 경, 철제 가드레일을 넘어, 시멘트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도로에서는 류 회장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송전탑을 지나, 3시 40분, 후미대원들이 조망을 즐기는 헬기장에 이른다. 삼각점이 박혀있다. <어론 340, 2005 재설> 1,122.7m봉이다. 류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주위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지나온 통신탑

헬기장에서조망을 설명하는 류 회장

삼각점

가마봉

백암산 방면 조망

남쪽 조망

남서 조망

북쪽 조망


대원들이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류 회장도 헬기장을 내려선다. 너른 헬기장에 혼자 남아, 신발 끈을 다시 조이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쉰다. 이제 김부리고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봉우리도 990m과 920m봉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서둘 것이 없다.


3시 50분 경, 급경사 내리막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정면에 990m봉이, 그 너머로 가마봉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을 타고 내린다. 4시 13분, 잡목이 울창한 안부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잡초가 무성한 산판길을 지나 990m을 넘고, 오미자골로 이어지는 임도에 내려섰다가, 천천히 정면의 오르막 능선을 타고 오른다. 4시 59분, 920m봉 정상에서 오른쪽 부드러운 내리막길을 달려, 5시 9분 김부리(金富里)고개에 내려선다.

990m봉

잡목이 울창한 안부

오미자 골로 이어지는 임도가 지나는 안부

920m봉

김부리 고개

고개를 내려오면서 본, 소뿔산과, 1,122.7m봉

임도변의 야생화

군사 훈련장 도로에 대기 중인 버스.


5시 30분 경, 임도가 군사 훈련장 안의 도로로 이어지면서, 저 아래에 대기 중인 버스가 보인다. 다리 아래로 내려서서, 시원한 개울물에 알탕을 즐긴다. 6시 경, 버스에 도착하고, 6시 2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무더위 속에서, 여러 차례의 빡센 오르막길에, 생각보다 많은 힘이 소진된 길고 힘든 하루였다.

 

 


(2006.8.23.)



* 사진 찾아가세요.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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