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봉과 사명봉


2006년 3월, 송암 산악회의 안내로 시작한 영춘지맥 종주가 세 구간을 마치고, 참여자들이 대폭 줄어들자, 어쩔 수 없이 중도하차 한다. 하지만 다행이 "화요맥"이 이를 승계하여, 2006년 11월에 종주를 완성한다. 이런 과정에서 집안 식구들과 여행을 하느라고 빼 먹은 치악산 구간과, 덕고산 구간의 땜빵 산행이 숙제로 남는다.


가고파 산우회가 매월 1, 3주 토요일에 영춘지맥 종주를 시작한다. 첫 번째 태화산 구간을 마치고, 다가오는 경방기간의 입산통제를 의식하여 바로 치악산 구간으로 들어선다. 낙동정맥을 마치고, 1, 3주 토요일이 마침 비어있는 참이라 얼씨구나 하고 참여한다.


2008년 10월 4일(토).

잠실 롯데월드 앞에서 산악회 버스를 기다린다. 7시가 다 되가는데도 가고파 산우회의 하나관광 버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뭐가 잘 못됐나?  다른 산악회 버스들은 도착하여 대원들을 태우고 떠나는데 우리 차는 영 찾을 수가 없는데, 저 위 봉고차 앞에서 이 회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손님이 적어 버스대신 봉고차가 온 것을 모르고 버스만 찾았으니  봉고차가 보일 턱이 없다.

 
봉고차가 마지막 경우지인 상일동을 지났는데도 참여 인원은 모두 10명뿐이다. 은근히 걱정이 된다. 영춘지맥은 도상거리가 272Km에 달하는 장거리이고, 오지를 많이 지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끝까지 버텨내기가 힘든 곳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빈 좌석이 없을 정도로 적극적인 호응을 보지만, 시간이 갈 수롤 인원수가 줄어들어, 결국 도중에 그만 두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오늘 코스는 『싸리재-매봉 분기봉(1050m)-선바위봉(1000.6m)-964.7m봉-남대봉(1181.5m)-향로봉(1042.9m)-국형사 갈림길- 국형사』로 들머리 약 0.5Km, 마루금 도상거리 약 14.6km에 날머리 약 2.2Km, 합계 17.2Km로 짧지 않은 거리다.


초가을 아침 안개가 걷히지 않은 고속도로변의 풍광은 마치 잔뜩 흐린 날의 그것처럼 음울하다. 봉고차는 이런 풍광 속을 제한 속도를 무시하고, 마치 한 풀이를 하듯 저 보다 큰 관광버스들을 계속 추월하며, 무섭게 달린다. 정신이 번쩍 들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맨다. 차가 치악 휴게소에 잠시 머문다. 차에서 내리니 오싹 추위가 느껴진다.


봉고차는 신림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버리고 88번 국지도로 들어서서, 신림터널을 지나 U턴을 한 후, 신림터널 앞, 오른쪽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올라, 9시 28분, 싸리재로 이어지는 임도 앞에 정차한다. 임도 초입, 왼쪽에 보이는 전원주택 풍의 집 주소 표기가 깔끔하다. 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임도를 따라 걸으며 산행을 시작한다.

싸리치길 514번지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9:28) 싸리재 임도-(09:38) 싸리재-(09:43) T자, 우-(09:51) 안부/묘 1기-(10:03) 봉, 직진-(10:10)794m봉/묘-(10:25) T자, 우-(10:37) 바위능선, 오른쪽 우회-(10:46~10:50) 매봉산 분기봉-(10:52) 갈림길, 우-(10:55) 안부-(11:03) 능선 왼쪽 우회-(11:06) 봉, 우측 급내림-(11:11) 암릉, 오른쪽 우회-911:21) 922m봉-(11:31) 능선 왼쪽 우회-(11:43) T자, 우-(11;57) 선바위봉-(12:05) 능선분기, 좌-(12:16) 십자로, 우-(12:19) 안부, 직진-(12:31) T자, 우-(12:23~12:49) 중식-(13:01) 964.7m봉-(13:10) 안부 사거리/대치-(13:14) 봉, 우-(13:17) 헬기장-(13:21) T자, 좌-(13:29) 봉-(13:32) 안부-(13:34) 봉-(13:51) 봉-(13:58) 봉-914:01) 봉-14:10) T자, 우-(14:11) 능선분기, 우-(14:25) 봉-(14:29) 안부-(14:45) 남대봉/헬기장-(14:53~15:00) 간식/전망바위-(15:20~15:22) 치마바위-(15:37) 이정표<향로봉 2.1Km>-(15:48) 봉-(15:54) 암릉 오른쪽 우회-916:01) 갈림길, 직진-(16:10) 치악평전-(16:20~16:23) 향로봉-(16:36) 국형사 갈림길-(16:54~16:55) 보문사-(17:12) 보문사 입구-17:16) 국형사』들머리 10분, 마루금 6시간 20분, 중식 및 간식 37분, 날머리 41분, 총 7시간 48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넓은 임도를 따라 워밍업 하듯 천천히 걷는다. 산행을 시작하자 마자 절개지를 치고 올라야하는 다른 곳들에 비하면 오늘산행의 시작은 얼마나 운이 좋은 것인가?  상쾌한 아침공기 속을 산책하듯 유장하게 걷는다.

임도


9시 38분, 신림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영월로 가는 지름길이었던 유서 깊은 싸리재에 도착한다. 커다란 시비(詩碑)와 정자가 있다. 싸리가 많이 나 싸리재, 단종의 애환이 어리고, 김삿갓의 발길이 머문 곳, 수천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이곳에 당신이 지금 서 있다. 라는 의미의 시가 커다란 자연석에 음각돼 있다. 시비 앞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시비 오른쪽, 서기(瑞氣)가 가시지 않은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싸리재 시비

소나무 숲으로

울창한 숲 사이로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9시 43분, T자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는 능선을 좌우로 우회하며 부드럽게 이어지더니, 한차례 급 내리막을 지나 안부로 내려선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뚜렷한 길이 석기동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직진하여 넓게 자리를 잡은 황폐한 묘를 지나고, 다시 급 오름을 지나 T자 능선에서 왼쪽으로 진행하여, 10시 3분, 고도 약 750m 정도의 봉우리에 올라 직진하여 내려선다.

 750m봉


치악산, 큰 산의 산줄기이다 보니 역시 산세가 예사롭지가 않다. 별로 급한 오르 내림도 없이 둔중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능선 같지만 꾸준히 고도를 높여간다. 한번 오르내릴 때마다 약 20m 정도 고도를 높이는 식이다. 좁은 철쭉능선이 이어진다. 동쪽은 완만한데, 치악산 국립공원 주련골로 떨어지는 서쪽은 급사면이다. 10시 10분, 헐벗은 묘가 있는 794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철쪽 능선


다시 묘1기를 지난다. 능선이 넓어지고, 등산로는 울창한 참나무 숲 사이로 가볍게 오르내리며, T자 능선에서는 계속 오른쪽,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른다. 10시 37분, 바위능선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급한 오르막길을 올라 10시 46분, 매봉산 능선 분기봉(1050m)에 오른다. 싸리재를 출발해서 약 1시간 6분이 지난 시각이다. 빠른 진행이다. 분기봉에서 쉬고 있던 대원 한사람이, 왼쪽으로 내려서며, 오늘은 갈 길이 멀어 매봉산 왕복을 생략하기로 했다고 알려준다.

아름다운 참나무 숲

매봉산 분기봉


매봉산(1094.9m)은 분기봉에서 동쪽으로 약 0.9Km 떨어져 있어, 왕복 40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조망이 아주 좋은 곳이라 대부분의 지맥 종주꾼들이 다녀오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안개가 걷히지 않은 상황에서는 조망을 기대할 수 없을 터이니 다녀와야 헛것일 공산이 크다. 조끼를 벗어 배낭에 챙기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쉰 후, 준족 두 명이 벗어 놓고 간 배낭을 카메라에 담고 왼쪽 비탈길을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등산로가 잠시 평탄해 지더니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 길은 나뭇가지로 막아 놓았고, 오른쪽 급경사 내리막 쪽에 표지기들이 걸려 있다. 헷갈리기가 쉬운 곳이다.

나뭇가지로 막아 놓은 직진길

오른쪽 내리막으로 걸린 표지기들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10시 55분, 잡목들을 베어낸 흔적이 보이는 안부에 내려선다. 이어 등산로는 능선을 왼쪽으로 우회하더니,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11시 6분, 978m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능선이 좁아지며 철쭉이 빽빽하다, 앞을 막는 커다란 바위를 피해 등산로는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고,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길을 막는다. 심산 오지(奧地) 냄새가 물씬 풍기는 능선이다.

잡목 안부

978m봉

쓰러진 나무가 길을 막고


11시 21분, 922m봉에 올라, 왼쪽의 좁은 철쭉능선으로 내려선다. 왼쪽은 가파른 절벽, 오른쪽은 비교적 완만한 사면이다. 서고동저(西高東低) 현상을 보이는 특이한 지형이다. 능선 하나를 왼쪽으로 우회하고,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뒤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매봉산을 다녀온 대원 한사람이, "알바인 줄 알고 걱정했네요."라며 지나간다. " 또한 사람은요? 라고 묻자,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다.

922m봉


11시 57분, 선바위 봉이라고도 불리는 1000.6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다. 원주시, 횡성군, 영월군, 세 지역의 경계가 되는 지점이다. 이제 어느 정도 안개도 걷히고, 간간히 햇빛도 보이지만, 잡목들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왼쪽 좁은 철쭉능선으로 내려선다. 이제 등산로는 서쪽으로 이어진다.

선바위 봉 정상

삼각점


좁은 철쭉능선이 급하게 떨어지다 완만해지더니, 12시 5분, 능선분기 점에 이르고, 이곳에서 왼쪽으로 내려선다. 12시 16분, 십자로 갈림길에 이른다. 직진능선 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보이고, 등산로는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는데, 왼쪽으로도 길이 보인다. 표지기들을 따라 오른쪽 우회로로 진행하고, 3분 후, 안부에 내려선 후에야, 비로소 선바위를 지나쳤음을 깨닫는다.

빽빽한 철쭉능선

선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안부, 왼쪽 내리막길이 뚜렷하다.


안부에서 직진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고, 12시 31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3분 후, 등산로 주변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하는 대원들을 만난다. 954.7m봉에 올라, 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합류하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아직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매봉산 갔던 대원을 걱정한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비로소 대원이 모습을 보인다. 길을 잘못 들어 한동안 헤매다 겨우 쫓아 왔다며 숨 가빠한다.

식사


12시 49분, 식사를 마치고 출발한다. 1시 1분, 삼각점이 있는 964.7m봉에 올라 왼쪽으로 내려선다.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지며 고도를 낮춘다. 1시 10분, 사거리안부에 내려선다. 지형도에 대치라고 표기된 곳으로, 좌우로 뚜렷한 길이 보인다. 왼쪽은 상원골, 오른쪽은 부곡리로 이어지는 길이다. 직진하여 봉우리 하나를 넘고, 좁은 철쭉능선을 가파르게 달려 내려, 억새가 무성한 넓은 헬기장에 이른다.

964.7m봉

삼각점

안부 사거리

헬기장


헬기장을 가로 질러 남대봉으로 향한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6~7개를 지루하게 오르내리며 고도를 높인다. 2시 10분, T자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진행하고, 1분 후, 참호가 있는 능선 분기봉에서 오른쪽 철쭉 능선으로 내려선 후, 다시 봉우리 하나를 넘어, 산죽 길을 따라 내린다. 2시 19분, 안부를 지나고, 산죽 길 오르막을 올라, 2시 45분, 남대봉 헬기장에 이른다. 왼쪽은 상원사, 오른쪽이 비로봉으로 이러지는 치악산 국립공원의 주 등산로다. 헬기장에서 남쪽으로 사명봉(1187m)이 커다랗게 보인다.

참호가 있는 능선 분기봉

산죽밭

 

헬기장

헬기장 너머 사명봉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바로 코앞에 산불감시초소와 이정표가 보인다. 일반 등산객들이 이정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싸리재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느꼈던 오지 분위기와는 달리 등산객들로 북적거리는 속세로 들어선 것이다.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향로봉으로 향한다. 전망바위 앞 길가에서 대원들이 모여 앉아 정상주를 들며 쉬고 있다. 합류하여 정상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정표

삼각점

길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대원들


왼쪽 전망바위로 나가 주위를 둘러본다. 북으로 향로봉 등 가야할 봉우리들이 보이고, 남으로 사명봉이 올돌하다. 남서쪽으로 백운산이 뚜렷하고, 바로 앞에 기암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3시 경, 전망바위를 내려서서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철 계단을 내리고 오른다.

치마바위와 가야할 능선

백운산 방향

 

기암


암릉길을 지나, 이번에는 커다란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3시 20분, 치마바위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이어 철책이 쳐진 가파른 암릉길을 내려서고, 3시 37분, 향로봉 2.1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난다. 국립공원이다 보니 이정표들이 자주 눈에 뜨인다.

좌우로 우회한 암봉

향로봉

비로봉

이정표


뚜렷한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암봉이나, 암릉을 만나면 대부분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한다. 왼쪽(서쪽)이 절벽이라는 소리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로프를 설치해 놓았다. 4시 10분, 치악평전, 너른 헬기장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고, 10분 후, 돌탑과 삼각점, 안내판, 이정표 그리고 치악산경관 해설판이 있는 향로봉 정상(1042m)에 오른다.

뒤돌아 본 우회로의 안전로프

치악평전

지나온 능선

정상목과 이정표

치악산 경관 해설판


향로봉을 내려선다. 가벼운 차림의 등산객들이 자주 지나친다. 방송시설이 있는 능선을 지나, 나무 계단길을 달려 내린다. 이어 4시 34분, 이정표가 있는 국형사 갈림길 안부에서, 왼쪽 급경사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4시 53분, 보문사로 이어지는 쇠다리를 건너고, 보문사 경내로 들어서서, 잠시 절 구경을 한다. 신라 경순왕 때 이 터에 절을 지었고, 청석탑이 유명한데, 지금 보는 것은 복원한 것이라고 한다.

나무계단길

국형사 갈림길

보문사

 

대웅전

청석탑.


급경사 아스팔트도로를 따라 내린다.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오르기 힘들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절 입구까지 1.3km에 이르는 긴 도로다. 5시 12분, 절 입구를 지나고, 2분 후, 국향사에 들러 잠시 절 경내를 둘러본다.

보문사 입구

이정표

국향사


국향사 주차장에 머물고 있는 봉고차에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에서 간단히 땀을 닦고 웃옷을 갈아입는다. 귀로에 원주고등학교 건너편에 있는 '원주 복 추어탕' 집에 들러 뒤풀이를 한다. 겉에서 보기보다 안은 훨씬 넓다. 원주에서도 유명한 집인 모양이다. 원주 추어탕은 매캐한 맛이 특색이다. 모처럼 본바닥 추어탕 맛을 즐긴다.

 


(2008.10. 6.)





















at 04/13/2010 03:32 pm comment

산풍경은 언제봐도 좋습니다 콘크리트바닥사이에서 살다가 산에 들어서거나 산풍경을 보면 언제나 좋습니다 감사히 담아갑니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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