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7m봉으로 오르는 시멘트 도로에서 본 북쪽조망
2006년 8월 22일(화).
오늘은 "화요 脈"의 안내로 영춘지맥을 간다. 코스는 『김부리고개-920m봉-1,122.7m봉-소뿔산(1,118m)-1,074.6m봉-1,044m봉-가마봉(944.7m)-855m봉-거니고개』이지만 버스가 군부대 훈련장의 진입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김부리고개까지의 들머리 거리가 너무 멀어, 역 코스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0.9Km, 날머리 약 1.5Km, 합계 12.4Km로, 김 대장은 7시간 30분 정도의 산행시간을 예상한다.
내일이 처서(處暑)라는 데, 한낮의 더위는 여전하다. 특히 오후 늦게, 비가 내릴 거라더니, 날씨는 맑은데도, 습도가 높고, 바람 한 점 없다. 이런 찜통더위 속에서 잡목과 넝쿨을 헤집고, 오지의 가파른 산을 오르내리려니,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는지? 한여름에 지맥을 타는 사람들은, 모두들, 매서키스틱(Masochistic)한 면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람들 16명을 태운 버스가 팔당대교를 건너, 6번 국도를 달린다. 맑은 날씨라 남한강에 비친 하늘과 산과 마을들이 그림 같다. 다대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 버스는 44번 도로를 달려, 9시 57분경, 거니고개, 조각 휴게소 앞에 도착한다. 시원한 버스에서 내려서니, 뜨거운 열기가 후끈, 온몸을 감싼다.
6번 국도변 풍경
귀로에 다시 찾은거니고개의 조각공원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7) 거니고개 도착-(10:00) 산행시작-(10:30) 604.5m봉-(10:48) 군사시설물 표지 시멘트 말뚝-(11;03) 전망바위-(11:18) 855m봉-(11;33) 작은 가마봉-(13:03~13:20) 1,044m봉, 중식-(13:46) 1,076.4m봉-(14:14) 소뿔산 직전 안부-(14:34) 흔들바위-(14:50) 소뿔산 정상-(15:40) 1,122.7m봉-(16:41) 오미자골 임도-(16:59) 920m봉-(17:09) 김부리고개』 점심시간 약 15분 포함, 마루금 산행, 약 7시간 10분, 날머리 약 20분 , 총 7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조각공원의 조각들을 대충 훑어보고, 10시 경, 동쪽 길가에 세워진, 휴게소 입간판 앞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서, 가파른 사면을 기어오른다. 약 3분 정도 가파르게 이어지던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해지며 오르내림을 반복하더니, 10시 10분, 첫 번째 무명봉으로 이어진다, 무명봉을 내려서는 비탈길에서, 나뭇가지 사이로 604.5m봉을 바라본다.
첫 번째 무명봉
604.5m봉을 오르는 오르막에서,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멀리 가리산(1,061m)을 포함한, 서쪽 방향의 조망이 시원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10시 30분, 604,5m봉에 오른다. 좁은 공간을 온통 참호와 교통호가 차지하고 있다. 거니고개의 고도가 약 350m 이니, 30분 동안에 250m 정도의 높이를 오른 셈이다. 바람 한 점 없는 무더위 속에서 온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는다. 정면으로 보이는 730m봉, 855m봉을 카메라에 담고, 비탈길을 내려선다.
730m봉과 855m봉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 뚜렷한 등산로가 오름세로 계속 이어진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총소리가 신경을 자극하지만,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에 몸을 맡기고, 아무 생각 없이 꾸벅꾸벅 걸어 오른다. 10시 48분, 군사시설물 표지, 시멘트 말뚝을 지나고, 11시 3분 전망바위에 서서, 서쪽과 동북 방향 조망을 즐긴다.
매봉에서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영춘지맥
동북방향 조망
11시 18분 855m봉에 서고, 안부로 내려서며, 길섶의 나리꽃 같은, 노란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고, 11시 33분, 작은 가마봉(924.7m)에 오른다. 너른 공지에 잡초와 야생화가 무성하다. 삼각점이 있던 자리인지. 풀 속에 돌 조각이 박혀있고. 사방의 조망이 트였다. 북쪽으로 소양호가 보이는 듯하고, 북동, 설악 쪽으로는 산줄기들이 첩첩히 쌓여 있지만, 막상 설악은 보이지 않은 채, 응봉산만 가깝다. 동쪽으로는 소뿔산의 두 봉우리가 확연하고, 남서쪽으로 공작산 방향의 산세가 웅장하다.
길섶의 야생화
작은 가마봉 정상의 잡초와 들꽃
북쪽 방향조망
북동 응봉산 방향
동쪽 소뿔산
서남 공작산 방향
작은 가마봉을 내려서서, 고만고만한 봉우리들을 넘는다. 나뭇가지사이로 소뿔산이 보인다. 참호로 움푹 팬, 봉우리를 넘고, 또 다시 제법 높은 봉우리를 허위허위 기어오른다. 바람조차 없는 숲 속에서 모든 대원들이 힘들어 한다. 암릉지대를 지나, 1시 3분, 잡목과 잡초 사이에 작은 바위들이 보이는 1,044m봉에 오른다. 삼각점을 찾아보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 1시 5분, 봉우리를 넘어선 내리막 길섶에서, 송 선배님이 식사를 하고 가자고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소뿔 하나는 확실히 보인다.
암릉지대
바람 한 점 없는 찜통더위 속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는데도 땀이 줄줄 흐른다. 아마도 식사자리를 잘 못 택했나 보다. 겨울 산행에서는 점심을 먹을 때면, 으레 바람막이를 찾아 자리를 잡는다. 하지만 여름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않고, 햇볕을 피할 수 있는 편한 곳이면 자리를 잡고 앉지만, 오늘처럼, 통기(通氣)가 불량한 곳은 피하고, 가능하면 바람 목을 택하는 것이 좋겠다.
식사를 하다 보니 최후미로 쳐진다. 1시 20분 경, 식사를 마치고, 갈 길을 서두른다. 식사 후 함께 출발한, 송 선배님도 앞서 나가고, 맨 뒤에 혼자 쳐져있지만, 서둘지 않는다. 점심식사 후, 무리하게 달리다, 소화불량으로 혼이 난 적이 있은 후 부터는 의식적으로 천천히 움직인다.
안부로 내려서서 오르막을 오르는데, 배에 힘이 없고, 다리가 천근이다. 꼭 더위를 먹은 기분이다. 오르막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식염 타블렛을 복용하고, 포카리 스웨트를 마신다. 1시 46분, 헬기장인 1,076.4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보인다. <어론 24, 1989 재설> 후미일행이 모두 모여 주변 조망을 즐기고 있다. 안타깝게도 잡목이 무성해 시야를 방해한다.
1,076.4m봉의 대원들
잡목 위로 잡은 북쪽 조망
북동 방향, 멀리 설악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등산로는 오른쪽 작은 암봉을 우회하여 가파르게 떨어지는데, 오른쪽 암봉으로 이어진 발자국이 보인다. 발자국을 따라 암봉으로 오른다. 기가 막힌 조망이다. 우선 1,076.4m봉을 비롯한 지나온 봉우리 들이 한 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로는 가야할 소뿔산의 소뿔 두 개가 확연한데, 그 사이로 1,122.7m봉과 통신탑이 솟아있다. 남쪽으로는 산골짜기, 골짜기로 이어지는 마을들이 발아래 평화롭다. 혼자 보기가 아까워, 앞선 류 회장을 소리쳐 부른다. 조망이 기가 막히다니까, 류 회장이 급경사 비탈길을 되올라와, 암봉에 서더니, 카메라 셔터 누르기에 정신이 없다.
1,076.4m봉과 지나온 봉우리들
두 개의 소뿔사이로 보이는 1,122.7m봉과 송전탑
남쪽의 산골마을들
급경사 내리막을 지나고, 2시 14분 소뿔산 직전 안부를 거쳐, 다시 울창한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른다. 2시 34분, 선답자들이 흔들바위라고 명명한 바위 끝에 서서 남쪽 방향을 조망한다. 간간히 나타나는 암릉지대를 지나, 등산로는 울창한 잡목 숲을 오른다. 2시 50분, 산행리본들이 걸린 소뿔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야생화가 곱게 피어 있다.
소뿔산 직전 안부
흔들바위
흔들바위에서 본 남쪽 조망
소뿔산 정상의 야생화,
3시 1분, 소뿔산의 다른 소뿔 위에 선다. 급경사를 내려서서,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다행이 점심 먹은 것이 제대로 소화가 되는지, 조금씩 기운이 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산행을 시작한지 5시간이 지났고, 지친 몸에 가파른 오르막길은 여전히 힘겹다. 3시 34분 경, 철제 가드레일을 넘어, 시멘트 포장도로로 내려선다. 도로에서는 류 회장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송전탑을 지나, 3시 40분, 후미대원들이 조망을 즐기는 헬기장에 이른다. 삼각점이 박혀있다. <어론 340, 2005 재설> 1,122.7m봉이다. 류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주위의 조망을 카메라에 담는다.
지나온 통신탑
헬기장에서조망을 설명하는 류 회장
삼각점
가마봉
백암산 방면 조망
남쪽 조망
남서 조망
북쪽 조망
대원들이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류 회장도 헬기장을 내려선다. 너른 헬기장에 혼자 남아, 신발 끈을 다시 조이고, 물을 마시며 잠시 쉰다. 이제 김부리고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봉우리도 990m과 920m봉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서둘 것이 없다.
3시 50분 경, 급경사 내리막을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정면에 990m봉이, 그 너머로 가마봉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 작은 봉우리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을 타고 내린다. 4시 13분, 잡목이 울창한 안부에 내려서서, 직진하여 잡초가 무성한 산판길을 지나 990m을 넘고, 오미자골로 이어지는 임도에 내려섰다가, 천천히 정면의 오르막 능선을 타고 오른다. 4시 59분, 920m봉 정상에서 오른쪽 부드러운 내리막길을 달려, 5시 9분 김부리(金富里)고개에 내려선다.
990m봉
잡목이 울창한 안부
오미자 골로 이어지는 임도가 지나는 안부
920m봉
김부리 고개
고개를 내려오면서 본, 소뿔산과, 1,122.7m봉
임도변의 야생화
군사 훈련장 도로에 대기 중인 버스.
5시 30분 경, 임도가 군사 훈련장 안의 도로로 이어지면서, 저 아래에 대기 중인 버스가 보인다. 다리 아래로 내려서서, 시원한 개울물에 알탕을 즐긴다. 6시 경, 버스에 도착하고, 6시 20분 경 버스는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무더위 속에서, 여러 차례의 빡센 오르막길에, 생각보다 많은 힘이 소진된 길고 힘든 하루였다.
(2006.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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