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지맥 : 가락재-대룡산-군부대 우회-730m봉-박달재고개-북방1리
서울에서 낳고, 서울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생활을 해온 사람에게는 고향이 없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鄭芝溶)이 향수(鄕愁)에서 노래한,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절절하게 그리운 고향이 그에게는 없다.
하지만 작지도 크기도 않고, 오밀조밀, 다양한 모습의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하(山河)가 모두 그의 고향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발로, 이 소중한 고향 땅을 직접 걸어보고 싶어, 백두대간 마루금을 걷고, 오지의 지맥 땅을 밟는다.
오늘은 영춘지맥 마루금을 걷고, 박달재고개에서 홍천군 북방면 북방1리로 내려선다. 우선 아름다운 오지 산골, 가을의 고향 마을 풍광을 돌아보자.
산골짜기의 논 - 무겁게 고개 숙인 벼가 추수를 기다린다.
길가에 무리 져 피어있는 야생화의 접사
냇가의 좁은 층계 논은 추수를 기다리고
산 밑의 길쭉이 논은 추수를 마치고, 볏가리가 논을 지키는데,
한쪽에서는 고향을 지키는 젊은이가 볏가리를 실어 나른다.
길가 옹벽위의 맨드라미와 집 앞 텃밭의 고추는 모두 붉은 색이다.
산 밑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버스가 기다리고, 그 뒤로 대룡산이 보인다.
2006년 10월 10일(화).
어제 북한의 핵실험 보도로, 나라 안팎이 온통 뒤숭숭하다.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가 죽음의 그림자, 핵 위협 아래 놓이게 되는 끔찍한 사태를 맞게 된 것이다.
집에서 사태의 추이를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 "화요맥"이 안내하는 영춘지맥 산행을 따라 나선다. 오늘의 산행코스는『가락재 터널 입구(0.4km)→터널 위 임도(1.9km )→709.4m봉(2.0km)→ 726m분기봉(2.5km)→ 대룡산(1.7km) →군부대 앞 임도 삼거리(3.6km)→ 새골 네거리(1.7km)→ 세계선교훈련원(2.4km)→730m봉(1.1km)→ 박달재 (2.1Km)→ 북방1리』로 도상거리는 들머리 날머리 합쳐, 약 2.5Km, 마루금 약 9,2Km, 군부대 우회 약 7.7Km, 합계 약 19.4Km에 달한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대룡산(899m)을 지나, 850m봉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군부대의 통과가 가능한 지의 여부이다. 약 10여 분간의 군부대 통과가 가능하면, 정상적인 마루금 산행이 가능하지만, 통과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약 7.7Km정도의 우회가 불가피하고, 아울러 약 2Km 정도의 마루금은 밟지를 못하게 된다.
김 대장이 부대 정문초소에서 부대통과를 요청하지만, 통과하겠다는 인원수가 소대 병력 규모에 달하고, 또한 어제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강화된 경계의 영향도 있어, 결국 허락을 받지 못한다. 실망한 대원들이 부대 앞 삼거리로 되내려오는데, 부대 정문이 열리며, 군 트럭이 굴러 나온다. 몇 몇 대원들이 트럭에 접근하여, 편승을 부탁하자, 운전병은 시원스럽게 이를 받아들인다. 그리하여 모든 대원들이 새골 네거리까지의 약 3.6Km는 군 트럭을 타고 내려온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1) 가락재 터널 입구도착-(9:52) 산행시작-(10:16) 가락재 통신탑-(10:23) 임도 삼거리-(10:35) 670m봉-(10:54~11:00) 709.4m봉-(11:14) 713m봉-(11:36) 726m봉-(12:08~12:17) 783m암봉-(12:23) 송전탑-(12;48) 전위봉-(12:52~13:12) 대룡산 정상, 중식-(13:24) 임도/이정표<고은리 3.4K, 전망대 1.2K>-(13:40) 군부대 삼거리/이정표<전망대 1.8K>-(13:43~13:45) 군부대 정문-(13:52~14:08) 군 트럭으로 새골 사거리-(14:30) 세계 선교훈련원-(14:51) 임도 끝-(14:54) 폐가-(15:15) 무덤 2기-(15:26) 730m봉-(15:59) 박달재 고개-(16:45) 북동1리 도로』들머리 24분, 중식 20분, 군트럭 이용 16분, 우회 1시간 18분, 마루금 3시간 49분, 날머리 46분,모두 합쳐, 약 7시간 정도가 소요된 산행이다.
* * * * *
터널입구에서 오른쪽 산 사면을 타고 오른다. 고도계를 가진 대원이 가락재 터널 부근의 고도를 약 450m라고 일러준다. 가락재의 고도를 660m라 한다면, 약 200m 고도차를 단거리에서 극복해야하는 급경사다. 지난번 어두울 때 하산하면서 경험했던 난코스다. 골짜기를 지나, 전나무가 무성한 빡센 오르막을 오른다. 곳곳에 전정한 나뭇가지들이 널려 있어, 갈 길이 더욱 험하다.
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시각에 가락재 터널 입구에 도착
뚜렷한 길도 없고, 경사가 아주 급한 곳은 네발로 기어오른다. 더운 날씨에 금세 온몸이 땀투성이가 된다. 몸이 풀리기 전의 강행군이라 더욱 더 힘이 든다. 500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24분이나 걸려, 통신탑 아래에 올라, 단풍이 아름다운 임도를 굽어본다.
낙엽이 깔린 아름다운 가락재 임도
임도를 버리고, 숲으로 들어서서, 작은 고개를 넘고,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 삼거리다. "97 상걸 국유임도 시설공사" 라는 석비가 세워져 있다. 왼쪽 임도로 들어서고, 바로 오른쪽 절개지에 올라 숲으로 들어선다.
임도 삼거리의 석비
오른쪽 절개지를 올라, 단풍이 아름다운 숲으로
단풍이 아름다운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능선에 오르니,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지고, 곳곳에 낙엽이 쌓인 참호들이 눈에 뜨인다. 10시 35분 산악회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670m봉에 올라, 서쪽으로 향한다.
10시 54분, 류 회장이 독도를 하고 있는 평범한 봉우리에 오른다. 오른쪽에서 대원 한 사람이 내려오면서 삼각점이 있다고 알려준다. 그쪽으로 희미하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약 30m 오르니, 잡초와 잡목이 무성한 작은 공지에 삼각점이 박혀있다. 709.4m봉이다. <내평 434, 2005년 재설> 나무에 가려 주위 조망은 신통치가 않다.
709.4m봉의 삼각점
709.4m봉 방향의 희미한 족적 - 알고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다시 평범한 봉우리로 되돌아와 왼쪽으로 떨어지는 낙엽송 숲길을 달려 내린다. 가지올고개는 지나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고, 713m봉을 넘고, 안부를 지나, 11시 36분, 능선 분기봉인 726m봉을 넘어서자, 오른쪽으로, 한 무리의 대원들이 낙엽이 곱게 깔린 능선 위에 앉아 쉬고 있다, 이른 점심식사를 하는 대원도 보인다.
726m 능선 분기봉에서 쉬고 있는 대원들
726m봉을 내려선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거대한 암봉이 보인다. 안부에 내려서서, 왼쪽으로 우회하다, 우회로를 버리고, 희미하게 이어지는 흔적을 따라, 암벽을 오른다. 크게 힘들거나, 위험한 곳은 없다. 암벽을 오르며 뒤돌아 대룡산과 기암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안부로 내려서면서 본 암봉
암봉에 오르다 본 기암
12시 10분, 783m 암봉 정상에 오른다. 동,서,남의 삼면이 막힘없이 트였으나, 가스로 먼 산이 불분명한 것이 유감이다. 서북쪽으로 대룡산, 그리고 군부대가 있는 850m이 보이고, 남으로는 지나온 능선이 구불구불 장관을 이룬다. 동쪽 가락재 방향으로는 754.9m봉까지는 분명한데, 가스에 가려 가리산은 식별하기가 어렵다.
암봉위에서 본 지나온 능선
대룡산과 850m봉
암봉을 조심조심 내려서서 능선길로 들어서고, 12시 23분, 송전탑을 지난다. 철주(鐵柱) 사이로 783m봉과 대룡산이 보인다. 대룡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은 낙엽이 지천이다. 안부를 지나 너른 공터인 전위봉에 오른다. 동쪽으로 534m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과 멀리 56번 국도가 내려다보인다.
송전탑 철주사이로 보이는 대룡산
낙엽이 지천인 마루금
너른 공지인 전위봉
전위봉에서 본 동쪽 조망.
12시 50분, 이정표를 지나고, <정상 0.2K, 거두리 명봉 4.7K> 12시 52분,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대룡산 정상에 오른다.<내평 25, 1988 재설> 정상석에는 이 봉우리를 깃대봉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오른쪽 전망대에서 먼저 오른 대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김 대장이 정상주로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건네준다. 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주위를 돌아본다.
정상석
전망대
대룡산은 춘천 시민들이 많이 오르는 산인가 보다. 정상은 풀 한포기 없는 맨땅이고, 춘천시를 굽어 볼 수 있는 위치에 커다란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북서방향의 조망이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춘천 시가지가 넓게 펼쳐지고, 가까이에 봉의산, 그 뒤로 소양호와 춘천댐이 보이고, 멀리 화악산, 가덕산, 계관산, 삼악산, 금병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 처져 있으나, 가스와 스모그 때문인지, 지금은 모든 것이 흐릿하기만 하다.
전망대 안내판(부분)
대원들과 함께,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1시 12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곳곳에 접근금지를 알리는 경고문, 미확인 지뢰지역-출입금지, 등 의 팻말이 눈에 뜨인다. 1시 24분,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전망대 1.2K, 고은리 3.4K>. 왼쪽으로 마루금인 능선이 따라오고, 그 산 사면에도 경고판들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경고판
출입금지 팻말
이정표가 있는 임도에 내려선 대원
임도를 따라 걷는 대원들
1시 41분, 이정표가 <전망대 1.8K> 있는 부대 앞 삼거리를 지나, 부대 정문으로 향한다. 곳곳에 과거 지뢰매설 지역임을 알리는 역삼각형 팻말이 세워져있다. 지뢰는 2005년에 제거했지만, 과거 지뢰 매설지역이라 아직도 위험지역인 모양이다.
부대 정문을 향하는 대원들
과거지뢰지대 표기
부대 통과에 실패한 대원들은 군 트럭을 빌어 타고, 2시 8분경, 세계선교훈련원 1.7Km를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는 사거리에서 하차한다. 길가에 고도 500m라는 팻말도 보인다.
군 트럭에 편승한 대원들
대원들은 왼쪽 계곡으로 내려서서 우회로를 걷는다. 개울을 따라 이어지는 임도는 우뚝우뚝 암벽이 솟아있는 제법 깊은 골짜기를 따라 한없이 내려선다. 가끔씩 왼쪽이 트이면, 걸어야할 지맥 마루금이 높다랗게 솟아있다. 2시 30분, 훈련원이 있는 계곡 바닥에서 동쪽 임도를 따라 너른 계곡을 오른다. 뒤돌아 수리봉(645m)이라고 짐작되는 봉우리를 카메라에 담는다.
골짜기로 내려서며 본 마루금
훈련원
골짜기에서 뒤돌아 본 수리봉
너른 임도가 골짜기를 타고, 동쪽으로 이어진다. 때 묻지 않은 오지의 가을 풍광이 그림 같다. 골짜기로 들어설수록 지맥의 마루금이 가까이 다가온다. 2시51분,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서 등산로는 왼쪽으로 이어져, 산속의 폐가를 지나더니, 오른 쪽 급경사 사면을 오른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억새 밭 너머로 지나온 783m 암봉이 가까이 보인다.
청정 오지 임도를 걷는 대원들
왼쪽 등산로로 들어서며, 밤이 열린 야생 밤나무를 지난다.
산속의 폐가
억새밭 너머로 783m 암봉이 보인다.
희미한 등산로가 울창한 낙엽송 숲으로 이어진다. 여전히 가파른 오름길이다. 이어서 울창한 참나무 숲이 이어지더니, 황폐한 무덤 2기가 모셔진 너른 공지를 지난다. 연수원이 있던 곳이 계곡의 바닥이라. 정확한 고도는 모르지만, 대체로 200m대라고 짐작된다. 이제 700m대의 마루금으로 오르고 있으니, 그 오름세의 가파름은 가히 짐작할 수 있겠다.
3시 20분, 참나무들이 도열한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향한다.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급경사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낙엽에 발이 미끄럽다. 기듯이 기어오른다. 하늘과 맞다은 정상이 눈앞인데, 오른쪽 사면으로 우회하는 곳에서 앞선 대원이 힘들게 정상에 오르지 말고 우회하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이 궁금하여, 그대로 치고 오른다. 3시26분 능선에 선다. 류 회장 등 몇몇 대원이 쉬고 있다. 고도계를 가진 대원이 730m이라고 알려준다. 지맥 마루금이 지나는 봉우리다. 비로소 우회가 끝난 거다.
참나무들이 도열한 능선
730m봉에서 쉬고 있는 대원들
마루금을 거슬러 올라갔던 대원이 되 내려온다. 약 100m정도 오르니, 군 철조망이 쳐져있다고 한다. 마루금을 따라 급경사 내리막을 달린다. 내리막을 지나,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능선을 걷는 기분은 조금 전과는 달리 산책하는 기분이다. 봉우리 두 어 개를 넘고, 3시 59분, 박달재 고개에 도착한다. 산악회 리본이 왼쪽 갈림길에 걸려있다. 하산하라는 지시다.
박달재 고개에서 왼쪽으로 하산하는 대원들
하산할 때,오른쪽으로 잠시 조망이 트여, 연엽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낙엽이 노랗게 깔린 비탈길을 내려선다. 억새가 햇볕을 받아 반짝이고, 계곡 끝 저 아래로 누런 논이 보인다. 4시 45분, 버스가 보이는 도로에 내려서서 버스로 향한다. 버스 가까이에서, 개울가로 내려가 세수를 하고, 땀을 닦아 낸 후, 옷을 갈아입는다.
낙엽 쌓인 하산길
하산하면서 본 연엽산 능선
햇빛에 반짝이는 억새
대원들과 어울려, 막걸리 하산주에, 강 부장님의 미역국 수제비로 식사를 한다. 버스는 5시 5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10. 12.)
강추(强推)의 말씀
"화요맥"에서는 11월 7일(화)에 진양기맥 종주를 시작합니다.
"덕유산에서 월봉산. 금원산. 기백산. 황매산. 자굴산. 집현산을 거쳐 남강댐에 이르는 도상거리 156.6km의 산줄기는 백두대간. 낙남정맥과 함께 진양호를 에워싸는 산줄기입니다." (이상 - 박성태)
화요맥의 안내로 영춘지맥과 계방지맥 종주를 하고 있는 바, 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1. 산악회의 사정으로 진양기맥 종주가 중도에 그만 두는 일은 없을 것이고,
2. 서울에서의 이동거리를 감안하여, 산행시간을 5시간 내외로 잡아, 무리 없는 산행을 계획하고 있으며,
3. 현재 화요맥의 산행에 참여하고 있는 20여명의 고정고객들 중에는 대간, 정맥을 마친 산꾼들이 다수 있어, 산행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등 동호인 모임 성격의 분위기 조성이 가능하리라고 판단됩니다.
아울러 참여하신 모든 분들은 하산 후, 강 부장의 특허품인 미역국 수제비 맛에 감탄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에 기맥종주에 관심을 갖고 계신 동호인 여러분들의 참여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화요맥의 김 송태 대장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033-435-5779, 011-789-5770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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