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춘지맥(3) : 참나무쟁이 고개-가창산-배재
첫 봉오리를 오르다 오른쪽으로 본 파노라마
2006년 3월 14일(화)
오늘은 송암 산악회의 가이드로 영춘지맥 3번째 구간을 산행한다. 계절로는 봄이 분명하지만 2~3일 전부터 꽃샘추위로 전국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더니, 어제 오후 서울에는 눈발마저 흩날린다. 봄 속의 겨울 날씨다.
6시 30분 경 대문을 나선다. 이미 사위가 밝아졌고, 차가운 새벽 공기가 상큼하다. 오늘은 전국이 맑고, 중부 지방의 최저기온은 영하 5도, 낮 최고기온이 8도라고 한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알맞은 온도에 조망도 좋아, 산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씨라 하겠다.
버스가 중부고속도로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차창으로 내다보이는 산야가 어제 내린 춘설로 모두 하얗다. 버스는 중앙고속도로로 접어들어, 치악 휴게소에서 20분간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내의를 입지 않은 아랫도리가 써늘할 정도로 춥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람이 세찬 것이 한겨울 날씨가 무색할 정도다. 낮에는 날씨가 풀린다는 예보를 믿고, 중무장을 하지 않은 것이 걱정이 된다.
춘설에 덮인 산야
버스로 돌아와, 재킷의 후드를 모자 위로 덮어 쓸 수 있도록 조정하고,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최대한의 방한 조치를 강구한다. 김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오늘 산행코스를 설명한다. 『참나무쟁이 고개-550.5M봉-가창산-567.7M봉-조움재-왕박산 갈림길-제천 외곽도로-서문리 도로-뱃재』로 도상거리는 약 13Km다. 오늘 코스에는 특별히 어려운 곳은 없으나, 등산로가 불분명한 곳이 여러 곳 있으니, 선두가 부착한 산행리본을 주의 깊게 살피며 산행하라고 당부하고, 산행시간은 5시간 30분을 예정하니, 주력이 좋은 분들은 약 40분이 소요되는 왕박산을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고 권한다.
지난 1차 때, 태화산 산행은 비를 맞으며 7시간 이상을 걸었고, 2차, 삼태산 산행 시에는 눈보라 속에서 8시간 정도 강행군을 했던 대원들 중, 일부가 코스가 너무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하자, 산악회가 이를 받아들여 코스를 재조정한 결과, 오늘은 다소 여유가 있는 산행을 할 수 있겠다.
버스는 지방도로를 타고, 참나무쟁이 고개로 향한다. 온 산하가 제법 많이 내린 춘설에 덮여 하얗다. 버스는 참나무쟁이 고개로 오르려 시도를 해 보지만, 제설이 안 된 도로가 미끄러워, 도로변에 정차하고, 대원들은 서둘러 하차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6) 고개아래에서 산행시작-(10:02) 참나무쟁이 고개-(10:04) 전주이씨, 양주허공 묘-(10:24) 첫 번째 봉우리, 좌측-(10;32) 원점회귀-(10:37) 숙부인 영월신씨 묘-(10:41) 523m봉 직전 안부-(10:48) 523.2m봉-(11:13) 550.5m봉-(11:45) 595m봉-(11:54) 김해김씨 묘-(12:00~12:10) 간식-(12:47) 675m봉 능선-(12:53) 가창산-(13:20) 폐광 터-(13:36) 전주이씨 묘-(13:40) 임도-(14:10) 567.7m봉-(14:30) 돌 쌓인 조움재안부-(14:57) 왕박산 갈림길-(13:15) 외곽순환도로-(15:24) 서문리 도로-(15:36) 철탑-(15443) 안동김씨 묘-(15:58) 38번국도-(16:00) 배재』간식시간 10분 포함, 약 6시간이 소요된 산행이다.
버스에서 내려 눈 덮인 도로를 천천히 따라 오른다. 걱정했던 것처럼 추위도 심하지 않고, 쾌청한 날씨에 바람도 잠잠하다. 10시 2분 고개마루턱에 올라 도로를 버리고, 오른쪽 임도를 들어서서,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산 사면을 오른다. 얼마 오르지 않아, 전주이씨와 양주허공(許公)을 합장한 묘를 지난다. 등산로는 어린 송림 숲으로 이어지며, 점점 가팔라지고, 눈 덮인 낙엽길이 미끄럽다.
참나무쟁이 고개로 오르는 대원들
고개에 이르러 마루금 진입
10시 15분,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첩첩히 겹친 산들이 아름답게 시야에 들어온다. 방향으로는 지난 번 올랐던 삼태산 쪽이지만, 어느 것이 삼태산 인지 식별을 못하겠다. 유감이다. 오르막이 점차 더 힘들어지면서 재킷을 벗는 대원들이 늘어간다. 봉우리 위에 오른다. 봉우리에서 직진 방향으로 낡은 산행리본이 걸려 있고, 왼쪽으로는 송암 산악회 리본 아래로 많은 사람들이 급경사 내리막으로 내려선 흔적이 보인다.
첫 봉우리로 오르다 오른쪽으로 본 조망
알바한 첫 봉우리 마루턱
눈 덮인 급경사 내리막을, 약 3~4분 정도, 미끄러지면서 조심스럽게 내려서는데, 선두 대장이 산 사면을 곧바로 치달아 오르며, 잘 못 내려왔으니, 봉우리로 되돌아가라고 소리친다. 눈이 덮여, 길을 잘못 판단한 모양이다. 다시 봉우리에 올라서서, 아이젠을 꺼내 신은 후, 왼쪽으로 조금 비켜 선 능선을 따라 걷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눈 덮인 숙부인 영월신씨 묘를 지나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 급경사 비탈길로 이어진다.
숙부인 영월신씨 묘
너른 안부에 내려선다. 거친 넝쿨들이 눈을 소복이 이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허위허위 올라 10시 48분, 532.2m봉에 오른다. 아무 표지도 없는 봉우리 위에 서지만, 잡목에 가려 조망을 즐기지 못하고, 곧바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타고 내린다. 나뭇가지 사이로 정면에 가야할 550.5m봉이 보인다. 안부를 지나고,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능선이 분기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니 550.5m봉이다. 정상에는 판독이 불가능한 오래된 삼각점이 박혀있다.
안부의 눈 덮인 넝쿨
눈 덮인 550.5m봉
봉우리를 내려서서, 아름다운 눈 덮인 송림 길을 지나고, 곳곳에 간벌하고 능선에 버려둔 잔가지들이 갈 길을 방해하는 곳을 지난다. 11시 45분 경, 595m봉에 오른다.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시야가 트여, 첩첩히 이어지는 산세가 아름답고, 진행방향 오른쪽으로 불에 타 헐벗은 산이 눈에 들어온다.
550.5m봉에서 본 파노라마
550.5m봉 오른쪽으로 보이는 헐벗은 산
595m봉에서 좌측 능선을 타고 내린다. 잡목과 소나무 숲이 이어지고,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더니, 11시 54분 경,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에서 김 회장이 후미를 기다리고 있다. 4기의 김해김씨 묘를 지나 임도를 따라 걷다가, 왼쪽 능선으로 올라선다. 얼마 오르니 않아, 송 선배님이 동료 대원과 함께 간식을 들며 쉬고 있는 곳에 이른다.
김해김씨 묘
김 회장과 후미대원들은 가창산에서 식사를 하겠다고, 계속 오르막길을 오르고, 시장기를 느낀 나는 선배님과 합류하여 빵으로 간식을 즐긴다. 따듯한 햇살 속에서 한 줄기 강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자,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햇살 속에서 반짝이며, 분분히 흩날린다. 대원 한 사람은 간식을 마치고, 먼저 출발을 하고, 송 선배님도 배낭을 챙긴다. "먼저 출발하십시오. 뒤 따라 가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에이, 사람이 의리가 있지....천천히 들고 같이 가자구." 라며 기다려 주신다.
간식을 마치자, 나 때문에 졸지에 최후미로 쳐진 선배님이 앞장을 서서 낙엽이 쌓인 사면을 오르고, 나는 그 뒤를 천천히 따른다. 경사가 더욱 급해지며, 앞서간 사람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방향이 뻔한 곳이라, 저 위로 보이는 능선을 향해, 길 없는 사면을 똑바로 치고 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왼쪽으로 이어진 등산로 나뭇가지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완만한 능선길을 타고 오른다. 등산로는 점점 좁아지며, 날등으로 이어지고, 오르막을 거쳐, 12시 53분 삼각점에 이른다. <404 재설, 77.8 건설부> 이곳이 강원도와 충청도의 경계를 이루는 가창산 정상(819.5m)이다. 정상을 지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에서 김 회장과 후미대원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가창산으로 이어지는 675봉 능선길
가창산 삼각점
정상에서는 남쪽으로 조망이 트였다. 가까이에 호명산, 갑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구비치고, 그 뒤로 멀리 금수산이 아득하다. 식사하는 일행을 뒤로 하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선다. 완만한 오르내림을 거쳐, 아름다운 송림이 이어지더니, 등산로는 급격히 왼쪽으로 꺾인다. 1시 20분, 억새가 무성한 공터에 이르고, 정면에 흉물스런 폐광 터가 보인다.
가창산 정상에서 본 남쪽 조망
폐광 터
안부로 내려서서, 폐광 터를 오른쪽에 두고, 정면의 작은 봉우리를 향한다. 왼쪽으로 파란 정치미 못이 보이고, 그 뒤 작은 삼각봉 너머로 여전히 산들이 첩첩한데, 가까이로는 522번 지방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봉우리 위에 오르자, 다시 능선이 분기되고, 산행리본은 우리들을 오른쪽 능선으로 유도한다. 봉우리를 지나 왼쪽으로 내려서서 전주이씨 묘를 지나고, 다시 왼쪽으로 내려서서,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정치미호
노란 솔잎이 곱게 깔린 송림 속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낮은 봉분을 지나, 임도로 내려서서,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라 걷는다. 1분도 채 걷지 않은 거리에, 왼쪽으로 나무 구조물이 보이고, 나뭇가지에 걸린 산행리본들이 우리들을 왼쪽 능선으로 이끈다.
송림 속의 낮은 봉분 묘-눈이 하얗다.
임도
등산로는 잠시 날등을 타고 오르고, 왼쪽으로 제천시 외곽 마을들이 내려다보인다. 다시 울창한 송림을 지난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567.7m봉이 보이고, 1시 57분 잡목 넝쿨이 무성한 안부에 선다. 오른쪽, 기동 쪽으로 이어지는 골짜기가 깊다.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올라 2시 10분 경 삼각점이 있는 567.7m봉에 선다. <448 재설, 74. 11 건설부>
제천시 외곽 마을
기동 쪽 골짜기가 보이는 안부
벌목한 나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 능선 길을 힘겹게 넘어선다. 길가에서 송 선배님이 음료수를 마시면 쉬고 있다가, 음료수 통을 건네준다. 포도주스다. 선배님은 물 대신, 항상 포도주스를 마신다고 한다. 칼로리도 보충해주고, 갈증과 허기도 막아주어, 물보다 훨씬 좋다고 권장하신다.
567.7m봉 부근의 잘려진 소나무들
송 선배님과 함께 능선길을 달려 내린다. 오른쪽으로 왕박산이 모습을 보이고, 돌무더기가 쌓인 조음재 안부에 내려서자, 앞서 걷던 송 선배님이 "노루다." 라고 외친다. 순간 노루 한 마리가 안부를 지나, 산 사면을 타고 쏜살같이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산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까이 보는 산짐승이다. 다시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며. 왼쪽으로 제천시 너머로, 첩첩히 이어지는 산들을 조망하고, 오른쪽으로 가깝게 왕박산을 본다.
조음재 안부
뒤돌아 본 567.7m봉
왕박산
능선길이 평평하게 이어지며, 차 소리가 들리고, 왼쪽으로 제천시 외곽순환도로가 내려다보인다. 2시 51분, 작은 봉우리에 올라선다. 시야가 트이면서, 뒤돌아 가창산이 보이고, 제천시 외곽 마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왼쪽으로. 멀리 금수산이 뚜렷하다.
왼쪽으로 내려다보이는 외곽순환도로
뒤돌아본 가창산(왼쪽)
제천시 외곽
뚜렷이 보이는 금수산
봉우리를 내려서서, 잡목을 헤치고, 억새가 우거진 능선에 서자, 이번에는 왼쪽으로 제천시 아파트단지가 멀리 보이고, 정면에는 무인 산불 감시탑이 서 있는 헐벗은 봉우리에 대원들이 모여 있는 것이 가깝게 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제천시 아파트단지
무인 산불 감시탑
2시 57분, 왕박산 갈림길에 선다. 김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왕박산 옆의 무등산을 카메라에 담고, 다음 코스인 용두산 흐름을 눈여겨본 후, 3시경, 잡목지대를 내달아 하산을 시작한다, 16분 후, 외곽순환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정면 능선에 걸린 산행리본을 보지 못하고,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무등산
용두산
외곽순환도로 지하통로
3시 24분 서문리 도로에 이르러, 왼쪽으로 거슬러 올라, 마루금이 지나는 지점에서 옹벽을 기어오른다. 3시 30분 묘지를 지나고 잡목지대에 서서, 지나온 왕박산 갈림길의 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황량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등산로는 철탑을 지나고, 안동김씨 묘를 지나더니, 수도사업소 철책을 타고 오르내린다.
서문리 도로에서 옹벽을 기어오르고,
지나온 왕박산 갈림길 능선
수도사업소 철책길
3시 57분 태백선 철로를 건너고, 이어서 38번 국도의 중앙분리대를 타고 넘어, 4시경, 82번 지방도로 변 공지에 서 있는 버스에 도착한다. 하산한 대원들이 몇 명 안 된다.
태백선 선로
약 20분 후, 왕박산을 다녀온 대원들이 도착하고, 이어서 버스대기 장소를 찾아, 주위를 헤매던 대원들이 도착하여, 이들이 식사를 마치자, 버스는 4시 50분 경 서울을 향해 출발한다.
(2006.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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