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에서 본 파노라마- 복계산, 암봉, 촛대봉


2006년 12월 23일(토).

잭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마지막 구간을 재도전한다. 지난 12월 9일, 하오현에서 출발하고, 수피령에 도착하여, 한북정맥 종주를 마감하려던 시도가, 강설로 인한 시계불량으로, 눈 덮인 950m봉에서, 북동방향의 마루금을 놓치고, 북서방향의 골짜기를 지나 임도로 올라선다. 다행히 날씨가 개이면서, 가야할 마루금은 뚜렷이 보이지만, 일몰시간이 임박하여,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무리한 산행을 포기하고, 잠곡리로 탈출한 바가 있다.


잭 대장은 재도전의 산행코스로, 실내고개에서 출발하여, 950m봉에 이르러, 알바를 하게 된 원인을 확인하고, 칼바위, 촛대봉을 지난 후, 복계산을 다녀와서, 수피령으로 하산하는 계획을 제시한다. 오늘 참여한 인원은 모두 14명, 오랜만에 화봉, 그리고 금동무구 대원이 모습을 보인다.


나는 내일 또 산행계획이 있다. S 산악회에서 안내하는 한강기맥의 운두령에서 불발현까지의 산행이 그것이다. 두 구간으로 나누기에는 짧고, 한 구간으로는 긴 곳이다. 1000 미터가 넘는 능선이 이어짐으로, 설원(雪原)을 헤쳐 나가야할 가능성이 크고, 따라서 체력이 많이 필요한 곳이다. 오지에 속하는 곳이라, 한번 결간하면, 땜빵하기가 용이치 않으니, 기회가 있을 때 놓치지 말아야할 곳이다.


내일의 힘든 산행을 생각하면, 오늘은 쉬어야 한다. 하지만 한북정맥 종주를 마감하기 위한 재도전 산행도 포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마루금에서 벗어난 복계산은 가지를 않고, 바로 수피령으로 하산하기로 스스로 타협을 하고, 참여를 한다. 설중 산행이 되겠지만, 5시간 정도의 산행은 크게 무리가 되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날씨는 맑고, 다소 쌀쌀한 편이다. 하지만 가스로 먼 곳의 시계는 불량하다. 14명의 대원을 태운 25인승 밴이 47번 국도를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논과 밭에는 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광덕고개를 넘어, 56번 국도를 북으로 달리던 밴은 10시 5분, 실내고개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실내고개-(10;07) 산행시작-(10:28) 골짜기에서 오른쪽 사면으로-(10:32) 임도-(11:26) 삼거리-(11:42) 892m봉-(12:07~12:11) 950m봉-(12:15~12;45) 중식-(13;28) 945m봉-(13;38) 안부 갈림길-(13:54) 950m봉-(14:40~14:50) 전망대-(15:23) 수피령 갈림길-(15:40~15:56) 복계산 갈림길 삼거리 공터-(16:16~16:30) 수피령 갈림길 회귀-(16:43) 암벽우회-(16:52) 임도-(17:13) 수피령 』들머리 1시간 19분, 중식 30분, 수피령 갈림길에서 복게산 갈림길 왕복 1시간 7분, 순수한 마루금 4시간 10분, 합계 7시간 6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대원들은 도로를 건너, 눈 덮인 임도에서 산행준비를 한다. 북쪽으로 수피령과 대성산이 보인다. 임도 왼쪽, 골짜기 쪽으로 표지기들이 붙어있다. 아마도 임도를 따라 걷기가 지루한 산꾼들이 골짜기를 거쳐, 산 사면을 타고, 임도로 내려서는 지름길을 개척한 모양이다. 10시 7분 경, 일행은 잭 대장을 앞세우고, 골짜기로 들어선다.

 

실내고개 임도에서 바라본 대성산과 수피령


잡목들이 뒤엉킨 완만한 골짜기를 10분 정도 오르니, 표지기가 오른 쪽 산비탈에 걸려있다. 정상적인 등산로는 아니다. 가파른 사면(斜面)에 낙엽이 수북하고, 그 위에 눈이 덮여, 몹시 미끄럽다. 10시 32분, 능선에 도착하는가 싶더니, 바로 임도위로 내려선다.

 

임도를 걷는 대원들


이리구불, 저리구불, 고도를 높이며 이어지는 눈 쌓인 임도를 걷는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지난번에 지났던 복주산과 힘차게 뻗은 능선이 보인다. 임도 주변에는 원시적인 제설 장비인 빗자루와 가래가 비치 돼 있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번호가 쓰인 나무판이 세워져있다. 임도를 따라 오를수록 숫자가 커진다. 9, 10, 11...


눈 위를 달려온 바람이 차다. 대원들은 재킷의 후드를 뒤집어쓰고 말없이 꾸벅꾸벅 임도를 오른다. 11시 26분, 삼거리에 도착한 대원들은 한숨 돌리며, 아이젠을 착용하는 등 본격적인 설중 산행준비를 한다.

 

갈림길에 이르러 아이젠을 착용하고,


눈 쌓인 타이어 계단을 내려선다. 2주 전 보다 눈은 더 깊어진 느낌이다. 하지만 뚜렷이 이어지는 발자국, 요소요소에 매달린 표지기들, 그리고 가야할 봉우리들을 선명히 볼 수 있어 이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11시 42분 경, 892m봉에 오르고, 12시 7분, 950m봉 헬기장에 선다. 지난번 알바를 하면서 올랐던 945m봉이 바로 눈앞에 버티고 있다.

 

지난번 눈 속에서 잘못 올랐던 945m봉


바람이 차기 때문인지, 대원들 대부분은 이미 헬기장을 내려가고, 잭 대장, 심천 대장과 함께 주위를 조망한다. 남서 방향에, 회목봉에서 하오현으로 떨어지는 마루금, 그리고 복주산에서 임도를 지나 950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 눈에 들어온다.

 

950m봉에서 뒤돌아 본 한북정맥 마루금


나침반을 준비해온 잭 대장에게 고래 대장의 실전 독도법을 알려주고, 지난번 아무리 시계가 나빴더라도, 950m봉에서 나침반으로 방향만 확인했더라면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북동 방향의 능선으로 내려선다.


12시 15분,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터에서 대원들이 점심채비를 하고 있다. 버너에 경담 대원이 준비해 온 도가니탕이 데워지고, 어한주(禦寒酒) 잔이 돈다. 30분 정도 식사를 즐긴 대원들은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식사 후라 작은 봉우리들을 천천히 넘어, 1시 28분 945m봉에 오른다.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복계산이 부드럽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세가 웅장하다.

 

945m봉에서 본 오른쪽 조망


1시 38분, 안부 갈림길을 직진하고, 암릉지대를 우회하는데 바람이 거세다. 다시 작은 봉우리를 넘고, 1시 54분, 950m봉에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칼바위가 가깝게 보인다. 탑처럼 생긴 바위, 커다란 바위덩어리를 지나, 칼바위를 우회한다. 정면으로 촛대봉과 암봉, 그리고 복계산이 나뭇가지사이로 보인다.

 

암릉지대 우회 때 바람 거세고

돌탑같이 생긴 바위도 지난다.


2시 38분 경, 우회로를 벗어나, 심천 대장과 둘이서, 전망대로 이어지는 암릉길을 걷는다. 눈 위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다. 우리 일행은 서둘러 우회로로 통과해 버린 모양이다. 좁은 암릉길을 조심조심 걸어, 전망대에 선다. 사방이 확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사방을 돌아보며, 사진을 찍느라고, 10분 가까이 지체하고, 되돌아 암릉길을 내려서다, 오른쪽 급경사 사면에서 엉덩이 스키를 타고 우회로에 내려선다.

전망대

 

전망대에서 본 상서면 방향 조망

촛대봉과 오른쪽의 대성산

암봉

복계산


이제까지 후미를 보던, 심천 대장이 속력을 내어 앞서 달린다. 아마도 복계산을 다녀 올 모양인가 보다. 복계산을 다녀오지 않기로 한 나는 최후미로 홀로 쳐져 천천히 걷는다. 3시 12분 촛대봉을 우회하며, 뒤돌아 칼바위를 역광으로 카메라에 담고, 3시 23분, 좌우로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달려 있는 갈림길에 이른다. 수피령으로 내려서는 갈림길 같은데, 직진방향으로만 발자국이 요란하고, 표지기가 매달린 오른쪽 길에는 사람이 지난 흔적이 전혀 없다.

 

수피령갈림길


발자국을 따라 진행한다. 발자국들이 지난 등산로는 눈 덮인 산 사면을 우회하더니, 급경사 내리막을 거쳐, 밧줄이 늘어진 급경사 사면을 지나고, 다시 한 번 V자 능선을 지나. 3시 40분 경, 삼거리 너른 공지에 이른다. 공지에서 시계가 트인다. 북서쪽으로 복계산이 지척이고, 북동방향에 대성산이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다. 동쪽으로는 수피령이 가깝게 내려다보인다.

 

공지에서 뒤돌아 본 암봉


너른 공지에 복계산을 다녀온 다이아, 금동무구, 덕암, 지헌대원과 잭 대장이 모이고, 심천 대장은 복계산을 향해 홀로 출발한다. 삼거리에서 복계산 왕복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준족인 심천 대장의 경우에는 아마 20분도 안 걸릴 것이다. 나머지 대원 7명은 복계산을 들르지 않고 바로 하산했다고 한다. 복계산을 다녀온 대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다이아 대원과 지헌 대원이 앞서 하산을 한다.

 

 

 

갈림길 삼거리 공터에서 복계산을 다녀 온 대원들과 함께- 잭 대장


다이아 대원과 지헌 대원이 하산하는 하산로가 수상하다. 두 개의 능선 사이의 계곡으로 내려서고 있지 않은가? 수피령은 동쪽으로 보이는데, 계곡은 북동쪽으로 흐르고 있다.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 걸 보면, 우선 마루금을 벗어나는 것이 확실하고, 개념도를 보니, 그래도 계곡 끝 어딘 가에서는 56번 국도와 만나겠지만, 그 곳이 수피령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인지는 짐작하기가 어렵다. 먼저 내려간 대원들이 골짜기에서 헤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잭 대장이 서둘러 지헌 대원을 불러 보지만, 이미 멀어졌는지 대답이 없다. 할 수 없이, 잭 대장은 수피령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갈림길을 확인하기 위해 암봉을 지나, 온 길을 되돌아 달려 나가고, 나는 복계산을 들르지 않고, 바로 계곡 쪽으로 하산한 심산대원에게 전화를 한다. 다행히 통화가 된다. 심산 대원은 저 아래 수피령이 보이니, 걱정 말고 따라 내려오라고 한다.


금동무구 대원이 잭 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한참만에야 통화가 된다. 잭 대장은 하산능선의 표지기를 발견했으니, 따라 오라는 대답이라고 한다. 고민이 생긴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하산한 골짜기로 내려설 것인가? 아니면 잭 대장을 따라 마루금을 타고 하산할 것인가? 잠시 논의 끝에, 결국 잭 대장을 따르기로 한다. 덕암 대원이 삼거리에서 심천 대장을 기다리기로 하고, 금동무구 대원과 내가 먼저 출발을 하여, 험한 암봉 우회 길을 다시 조심조심 통과한다.


삼거리의 공지를 출발하고 약 20분이 지난다. 저 앞, 갈림길에서 무구대원이 서 있다. 약 1시간 전에 지나쳤던, 수피령 갈림길이다. 헌데 잭 대장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이윽고 심천대장과 덕암 대원이 도착한다. 금동무구 대원이 다시 잭 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전화가 불통이다. 난감하다. 갈림길에 모여서서 잭 대장을 기다린다. 10여분 쯤 지난 후, 금동무구 대원이 잭 대장의 전화를 받는다. 갈림길로 되돌아오는 중이라고 한다.

 

잭 대장의 수피령 갈림길 확인- 3시 23분에 통과했던 곳이다.


4시 30분 경, 덕암 대원이 선두에서서, 정강이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앞장을 선다. 낡은 표지기들이 능선을 따라 길을 인도한다. 최근에는 사람들 통행이 없는 길 인 듯싶다. 잡목들이 갈 길을 방해한다. 능선을 내려서며, 뒤돌아 촛대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하산하며 뒤돌아 본 촛대봉


4시 43분, 암릉길이 계속되더니, 선두의 덕암대원이 되돌아온다. 앞에 암벽길이 험하고 위험하니, 우회해야겠다는 의견이다. 암벽 아래에 표지기가 팔랑인다. 암벽에서 오른쪽으로 보이는 암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암벽에서 뒤돌아 본 암봉


이번에는 금동무구 대원이 앞장을 서서 암벽을 오른쪽으로 우회하고, 다시 능선을 달려 내린다. 4시 52분, 임도에 내려서고, 5시 6분, 수피령 절개지 위에 도착한다. 2분 후 도로에 내려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5시 13분, 밴이 기다리고 있는 고개 마루턱에 도착하여 산행을 마감한다. 수피령에는 표지석과 대성지구 전적비가 서 있다.

 

수피령 절개지

 

수피령

 

대성지구 전적비 앞에서 완주 기념사진- 잭 대장

 

대성지구 전적비

 

 


골짜기를 내려서서 하산한 대원들은 약 1시간 전에 수피령에 도착했다고 한다. 심산 대원의 설명에 의하면, 골짜기를 타고 내리던 등산로는 갈림길을 만난다. 그곳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능선에 오른 후, 잘 뚫린 길을 달려, 수피령에 내려섰다고 한다. 아마도 수피령에서 복계산으로 오르내리는 일반 등산로인 모양인데, 요즈음은 한북정맥을 하는 사람들도 편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이용하는 모양이다.


한북정맥 총 230km 중, 종주 가능한 수피령에서 장명산까지의 거리는 160km다. 완전한 종주를 할 수 없는 분단의 한을 간직한 한북정맥을 이렇게 걸어 본 것이다.


(2006. 12. 2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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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현에서의 단체사진- 경담 사진


2006년 12월 9일(토).

오늘은 잭 대장이 안내하는 한북정맥 마지막 구간을 산행한다. 금년 2월에 숫돌고개에서 시작, 북으로 행로를 잡아, 14구간을 산행한 끝에 오늘 수피령에 도착하여 종주를 마감하는 뜻 깊은 날이다.


연말이 되다보니, 산행계획이 한꺼번에 몰린다. 참여자들이 적어, 한 동안 중단했던, S산악회의 구목령에서 불발현까지의 한강기맥 산행일정이 내일로 잡혀있고, 월요일 하루 쉬고, 모래 화요일은 진양기맥을 종주하는 날이다. 연달아 이어지는 산행 중, 어느 한 곳 정도는 포기하는 것이 좋겠는데, 포기할 곳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종주를 마감하는 날이라, 오늘 산행에는 산이사회 회원 16명이 참여한다. 평소보다 다소 많은 인원이라, 25인승 밴을 동원하니, 좌석이 널널하다. 예정보다 15분 정도 늦은, 7시 45분경에 상봉역을 출발한 밴은 47번 국도를 북상한다. 어제 밤에 내리던 비는 그치고, 날씨는 잔뜩 흐려있다. 서울 경기 지방은 오후부터 갠다는 예보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한 후, 밴은 이동을 지나, 광덕고개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야가 하얗다. 이곳은 어젯밤에 눈이 내린 모양이다. 밴이 다시 광덕고개에서 잠시 머문다. 차에서 내려서니. 광덕고개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경기도와 강원도의 도계를 알리는 반달곰이 하얗게 눈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다.

 

광덕고개


밴이 강원도로 들어선다. 도로변에 펼쳐지는 설경에 버스 안이 어수선해 진다. 대원들은 마지막 구간에 설중산행을 즐길 수 있게 되어 기분이 많이 설레는 모양이다. 10시 5분 경, 눈 쌓인 하오현에 도착한다. 산행 들머리에는 산행을 시작하는 다른 종주 팀이 보인다.

 

들머리도착- 다른 산행 팀이 산행을 시작한다.


밴에서 내린 대원들은 스패츠를 착용하는 등 설중산행 준비를 마치고, 藝苑대원이 준비해 온 "한북정맥 완주"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한다. 완주도 하기 전에 완주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산(山)의 뜻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알아차린 대원은 이 시점에서는 아무도 없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05) 들머리 도착-(10:12) 산행시작-(10:38) 하오현-(11:17) 헬기장-(11;32) 암릉지대-(11:55) 1150봉/정상석-(12:18~12:45) 1152봉/삼각점, 중식-(13:00) 헬기장-(13;52) 1차 알바 후 삼거리 회귀-(14;33~14:35) 950m봉/헬기장/알바, 탈출-(15;51) 잠곡리 방향 계곡-(15:56) 임도-(16:02)-하산 결정-(17:04) 잠곡리 샛말 외각 임도-(17:30) 56번국도』


약 7시간 18분을 산행한 셈인데, 그 내용은 들머리 26분, 1차 알바 약20분, 중식 약 30분, 마루금 약 3시간 30분, 2차 알바 및 탈출 2시간 32분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자료를 보면, 하늘이 도와서 알바를 하게 되고, 그래서 해 떨어지기 전 하산이 가능했던 것 같다.


하오현에서 950m봉 헬기장 까지, 순수하게 마루금을 걸은 시간은 약3시간 30분이다. 하오현에서 수피령까지의 도상거리가 약 12Km이고, 950m봉 헬기장까지는 약 5.5Km, 따라서 헬기장에서 수피령까지는 약 6.5Km가 남는다. 탈출을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수피령까지 갔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렸을까? 눈 때문에 약 5.5Km의 거리를 3시간 30분에 걸은 것을 감안하면, 아마도 해 떨어지기 전의 하산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 * * * *


10시 12분 경, 도로를 건너 들머리 임도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눈 쌓인 임도를 줄지어 걸어 오르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일행은 10시 38분 경, 하오현에 도착한다. 지난번 하산할 때는 17분이 걸리던 곳이 오늘은 26분이나 걸린다. 그만큼 눈길이 시간을 지체시킨다는 이야기이다.

임도를 걷는 대원들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타이어 계단길을 오르기 전에, 아직 아이젠을 하지 않은 대원들이 아이젠을 착용한다. 모처럼 착용하는 아이젠이라 시간이 걸린다. 한쪽에서는 현수막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자고 독촉이다. 이윽고 모두 모여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일행은 줄지어 타이어 계단을 오른다.

 

타이어 계단을 올라 마루금


눈 덮인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고, 사방이 어두워진다. 11시 17분, 헬기장인 1030m봉을 지나고, 바위지대에서 암봉을 우회한다. 11시 44분, 로프가 매어져 있는 바위길을 지나, 11시 55분, 정상석이 있는 1150m봉에 오른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며 시계를 가린다.

로프를 잡고 암릉을 우회한다.

복주산 정상석


복주산에는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1150m봉)와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1152m봉)가 다르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는 헬기장으로,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 보다, 약 2m 정도가 더 높지만, 군 시설 이용에 방해가 되어, 그곳에 있던, 정상석을 1150m봉으로 옮겨 놓았다는 설이 있다.


눈 쌓인 가파른 바윗길을 엉덩이를 대고 주저앉아 미끄러지며 안부로 내려서고, 암봉을 우회하여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 12시 18분, 삼각점이 있는 너른 헬기장에 도착한다. 헬기장에는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점심채비를 하고 있다. 시계(視界)는 2~3미터 정도가 고작이다.

 

가파른 바윗길을 엉덩이로 미끄러지며 내리고,

1152m봉의 삼각점

점심채비를 하는 대원들


갈 길이 바쁘다. 서둘러 점심을 마친 대원들은 12시 45분 경, 헬기장을 내려선다. 눈은 여전히 내리지만, 바람이 없고, 춥지가 않아 다행이다. 1시에 다시 너른 헬기장을 지난다. 눈을 치우기 위한, 빗자루와 가래가 비치돼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빗자루와 가래가 비치된 헬기장


임도를 따라 걷는다. 자욱한 눈길을 걷는 대원들은 잔뜩 움츠린 모습이고, 하얀 나뭇가지에 걸린 산정산악회의 노란 표지기가 반갑다. 1시 28분, 작은 헬기장을 지나고, 2~3분 후, 왼쪽으로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매달린 곳을 지나, 임도는 오른쪽으로 굽어진다. 무심코 한동안 따라 내려가다 보니, 방향이 이상하다. 알바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임도길에서 알바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深山대원과 함께 임도를 내려선다. 저 아래 대원들이 진행을 멈추고, 모여 있다.

 

임도를 걷는 대원들

1차 알바 직전, 작은 헬기장 통과


걸음을 멈추고, 개념도와 나침반을 보니, 우리들은 지금 엉뚱하게 동쪽으로 내려서고 있지 않은가? 그대로 계속 진행하면, 실내고개로 내려서게 된다. 대원들 중 누군가가 선두 잭 대장에게 전화를 하고, 일행은 임도를 되올라가, 1시 52분, 표지기들이 요란하게 달린 곳에서 오른쪽으로 타이어 계단을 내려선다. 선두에 섰던, 잭 대장은 뒤따라 왔지만, 그 앞을 달리던 오 사장은 결국 혼자 실내고개로 내려서서 산행을 마감하게 된다.

 

삼거리 회귀


2시 17분경, 892m봉을 지나고 안부를 거쳐, 급경사 오르막을 오른다. 눈 속에서 아이젠 한 짝을 잃어버려, 급경사를 오르는데 자꾸 미끄러진다. 3시 33분, 헬기장인 950m봉에 올라, 잠시 간식을 들며, 휴식을 취하고, 약 5분 후 선두를 따라 무심코 직진하여 헬기장을 내려선다. 두 번째 알바, 그리고 결국 탈출이 시작된다.

 

950m 헬기장에서 직진, 2차 알바 시작


10여분 쯤 진행하자, 일행들이 모여서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다시 개념도를 꺼내고, 나침반을 본다.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방향은 북서방향인데, 가야할 방향은 동북방향이다. 알바가 틀림없다. 알바를 인식했으면,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헬기장인 950m봉으로 되돌아서는 것이 정도(正道)인데, 여기서도 또 무조건 동북쪽 능선을 타고 내리는 선두를 뒤 따른 것이 잘못이다.


잠시 후, 철조망으로 능선을 막아 놓은 곳에 이른다. 심천 대장과 나는 오른쪽 송림으로 내려서며, 길을 찾고, 잭 대장은 철조망을 우회하여, 능선길에서 일행을 부른다. 능선을 내려서서, 너른 안부에 이르고, 일행은 오른쪽 골짜기를 따라 내려선다. 골짜기가 북서방향으로 이어진다.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면 잠곡리로의 탈출은 가능할 것 같다.


다행히 눈은 멎고, 주변이 밝아진다. 머루나무 덩굴 아래로 이어지는 길이 아름답다. 3시 56분, 임도에 내려서고, 임도를 따라 동쪽으로 오르니, 촛대봉이 우뚝한, 눈 덮인 한북정맥의 우람한 마루금이 눈앞에 펼쳐진다. 시야가 트이고, 이제 갈 길이 확실해진 셈이다. 임도를 계속 따라 오르면, 어딘가에서 마루금으로 이어지질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없다. 벌써 4시 2분, 산행을 계속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다.

 

아름다운 머루덩굴 길

임도

임도에서 본 정맥 마루금


하산하기로 결정을 하고, 임도를 따라 내린다. 뒤돌아보니 알바를 해서 올랐던, 945m봉이 우뚝하고, 골짜기로 내려섰음직한 능선이 보이는 것 같다. 계속 임도를 따라 내리며, 뒤 돌아, 힘차게 흐르는 정맥능선을 보고 또 본다. 오른쪽 저 아래로 마을과 밭이 보인다. 임도를 따라 내려서면, 어딘가에서 56번 국도로 내려서겠지만, 정확한 지형도를 갖고 있지 않으니, 얼마를 우회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알바를 해서 지난 945m과 골짜기로 떨어지는 사면


5시가 가까워진다. 사방이 어두워지는 느낌이다. 일행은 마을 쪽으로 떨어지는 만만해 보이는 능선을 택해,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 들어선다. 완만한 능선을 지나,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서고, 밭을 지나. 5시 4분, 마을로 이어지는 임도에 내려선다. 정면으로 정맥의 마루금이라고 짐작되는 능선이 어둠 속에 뚜렷하다.

 

어두워진 임도에 내려서서 본 능선


마을로 이어지는 시멘트 도로로 들어서자, 동내 개들이 일제히 합창을 하며 요란하게 환영을 한다. 길가의 민가에서 이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아주머니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잠곡리, 샛말'이라고 알려준다. 5시 30분 경, 잠곡 초교 부근, 56번국도 변에서 산행을 마감하고, 밴을 기다린다.


오늘의 실패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배워야할까?

 


(2006. 12. 17.)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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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한북정맥 마루금- 가운데 복주산


2006년 12월 2일(토).

날씨가 꽤 추워졌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라는 보도다. 지난 밤, 서울지역에는 비가 조금 내렸으나, 강원 산간지역에는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오늘은 잭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14번째 산행일이다. 광덕고개에서 수피령까지 단숨에 달려, 한북정맥 종주를 마감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해가 짧은 겨울철이라 무리라고 보고, 오늘은 하오현에서 산행를 마친다. 비교적 짧은 구간의 산행이다. 하지만 날씨도 춥고, 연말의 바쁜 일정 때문인지, 참여인원은 오랜 만에 얼굴을 보인 와봉 회장님을 포함하여, 모두 10명뿐이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모인 대원들은 히말라야 원정을 떠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중무장을 한 모습들이다. 모두 백두대간 종주를 함께한 대원들이다.


47번 국도를 달리던 15인승 밴이 대원들의 용무를 위해, 잠시 휴게소에 머무는 동안, 우연치 않게, 김안식 대장과 이영하 대장이 이끄는 산정산악회의 한북정맥 종주 팀을 만난다. 모두들 우연한 해후에 놀라고 반가워한다.


다시 밴은 광덕고개를 향해 달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야에는 잔설이 하얗고, 날씨는 쾌청하다. 오늘은 잔설을 밟으며 광덕산 주변의 멋진 조망을 마음껏 즐길 수 있겠다. 버스는 9시 40분이 조금 넘어, 광덕고개에 도착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40) 광덕고개-(9:45) 산행시작-(9:51) 664m봉-(10:28) 첫 번째 전망대-(10:41) 두 번째 전망대-(10:55~10:59) 광덕산 정상-(11;25) 광덕산 기상관측소-(11:23~12:45) 990m 헬기장, 중식, 상해봉 왕복-(13:08) 회목현-(13:13) 헬기장-(13:56) 1023m봉-(14:14) 1025m봉-(14:45) 930m봉-(13:03) 헬기장-(15:10) 헬기장-(!5:19) 임도-(15:36) 하오현』


* * * * *


밴에서 내려서니, 바람이 차갑고,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길 건너편의 올라가야할 절개지 급사면에도 눈이 하얗다. 추위와 바람에 대비하기 위한 산행준비에 시간이 걸린다. 일행은 늘 하던 들머리 단체사진 촬영도 생략한 채, 길 건너 반달곰 왼쪽의 조금 낮은 시멘트 옹벽을 기어올라, 급경사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잔설이 내린 절개지가 무척 미끄럽지만, 정맥꾼들이 닦아 놓은 길이 뚜렷하고, 급사면에는 가는 밧줄도 걸려 있다.

 

미끄러운 급사면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잭 대장


절개지를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잔설 위로 불어오는 바람결이 코끝에 알싸하니 차갑지만, 대기는 투명하고 신선하다.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9시 51분, 깃봉과 삼각점이 있는 664m봉에 오른다. 깃봉의 윗부분은 사라지고 아랫부분만 남아있다.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오른쪽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임도가 가까운 모양이다. 10시 15분, "119 구조신고 안내, 광덕 1"을 지나고, 10시 22분 'ㅜ 자형' 능선에 올라, 오른쪽으로 향한다. 10시 27분, 로프가 걸린 암릉지대를 통과하고, 이어서 첫 번째 전망대 위에 선다. 광덕고개, 광덕계곡, 백운산, 도마치봉, 국망봉이 가깝고, 멀리 응봉과 화악산이 뚜렷하다.

 

'ㅜ자형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대원들

첫 번째 전망대에서 본 남쪽 조망,


10시 37분, "119 구조신고 안내, 광덕 3"을 지나고, 다시 'ㅜ자형'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올라 두 번째 전망대에 선다. 남쪽 조망이 일품이다. 망연히 조망을 바라보다, 혼자 뒤쳐지고, 10시 55분, 광덕산 정상(1046m)에 오른다. 눈 덮인 정상에는 정상표지판과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 서 있다. 바람이 강하다, 북쪽으로 트인 조망을 카메라에 담으려니, 장갑을 벗은 손이 시리다. 잭 대장은 이곳에서 오늘의 첫 번째 단체 증명사진을 찍고, 예원대원이 대원들에게 설탕에 절인 과일들을 서비스한다.

 

산 찾기: 운악산, 명지산, 국망봉, 도마치봉, 삼각봉, 백운산, 화악산, 가리산, 흥룡봉.

광덕산 정상

철원평야 넘어 북녘 땅


11시 5분, 광덕산 기상레이더 관측소를 지나, 눈 쌓인 임도를 걷는다. 도로를 따라 내려서다, 바라보는 상해봉과 그 오른 쪽으로 복계산, 그리고 대성산이 아름답다. 11시 22분 기상관측소 팻말을 지나고, 11시 23분, 눈 덮인 헬기장인 990m봉에 이른다. 직진하면, 마루금에서 한발 비껴선 상해봉으로 가게 되고,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회목현에 이른다.

 

당겨 찍은 상해봉, 오른쪽 뒤로 복계산, 대성산이 보인다.

기상관측소 팻말

헬기장으로 들어서는 대원들, 임도에는 눈이 제법 쌓였다.


일행은 헬기장 한 귀퉁이, 눈 위에 배낭을 내려놓고, 이른 점심준비를 한다. 버너를 피워 라면을 끓이고, 청국장을 데운다. 다이아 대원이 가져온 생굴무침을 안주로 막걸리, 산수유주, 소주 등으로 추위를 달래고, 선채로 둘러서 식사를 한다. 바람이 지나가면 춥지만, 바람이 멈추면 햇볕이 따듯하다.


비록 콧물을 흘리면서 하는 식사지만, 주위의 웅장한 산세를 눈으로 즐기며, 보드카처럼 차가운 소주, 따끈한 청국장과 라면국물, 그리고 생굴무침을 하얀 눈 위에서 선 채로 들어 보시라! 틀림없이 먼 옛날, 젊은 시절의 낭만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한 낮의 설상 파티-잭 대장


마루금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이름 그대로 망망대해에 떠 있는 것 같은 상해봉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도상거리 약 500m 정도지만, 정상에 올라 주위를 조망하고 되돌아오려면, 30분 정도는 필요하다. 먹고 마시느라 정신이 없어서인지, 또는 음주 후 암벽 오르기를 자제하기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잭 대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상해봉을 오를 의사가 없어 보인다.


얼추 식사를 마치고, 혼자 상해봉으로 향한다. 뒤에서 다이아, 예원, 두 여성대원이 따라 온다. 상해봉을 오르는 데는 마지막 4~5m쯤 되는 직벽 오르기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로프가 걸려 있어, 눈이 깔려 있더라도 조심만 하면 별 문제는 없는 곳이다. 다이아 대원이 앞장서고, 예원 대원이 뒤따라, 가볍게 암벽을 오른다. 12시 17분, 오른쪽 암봉인 상해봉 정상에 선다.

 

상해봉 정상


바람이 거세어, 두 여성 대원은 사진만 찍고, 바로 하산하고, 암봉에 혼자 남아 주위를 둘러본다. 회목봉, 복주산, 그 뒤로 복계산 대성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마치 수평선 같고, 기상관측소에서 일행이 있는 헬기장을 거쳐, 상해봉으로 이어지는 눈길이 뚜렷이 이어진다. 실로 호쾌한 조망이다. 한동안 주위를 둘러 본 후, 여성대원들 뒤를 따라, 서둘러 암벽을 내려선다. 저 아래 잭 대장이 혼자 상해봉으로 오고 있다.

 

상해봉 정상에서 본 파노라마

기상관측소에서 왼쪽 헬기장을 지나, 상해봉으로 이어지는 눈길

하산하는 모습을 잡은 잭 대장 사진


헬기장으로 되돌아오니, 덕암 대장이 내 놓은 족발을 안주로, 설상파티는 제 2 라운드에 들어선 모양이다. 이윽고 발이 시리다는 여성대원들을 앞세우고, 경담 대원이 먼저 회목현으로 향하고, 12시 55분, 내가 그들 뒤를 따른다. 1시 8분, 기상관측소 안내판이 서 있는 회목현에 내려서서, 정면의 계단길를 따라 오른다.

 

회목현


1시 13분, 헬기장에 서서, 뒤돌아 상해봉을 카메라에 담고, 회목봉과 대성산 복계산을 가깝게 조망한다. 다시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고, 1시 22분 안부에 내려선다. 참나무들이 앙상한 오르막 눈길에 앞서간 대원들의 발자국이 뚜렷하고, 헬기장 쪽에서 뒤따라오는 대원들의 소리가 들린다.


눈 쌓인 급경사 암릉길을 로프를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 'ㅜ자형' 능선에서 왼쪽으로 향한다. 이어서 커다란 암봉을 우회하여, 1시 56분, 1023m봉에 오른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몹시 차고 강하지만 조망은 훌륭하다.

 

헬기장에서 본 상해봉

가야할 회목봉

암봉 우회

1025봉에서 본 광덕산 능선


왼쪽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맞으며, 서둘러 날등길을 걷는다. 꽤 춥다. 답답하지만 재킷의 후드를 등산모 위로 뒤집어쓴다. 1010m봉을 넘고, 안부에 내려서서 선두가 잠시 알바를 한다. 방향이 틀리다는 것을 인식한 잭 대장은 길 없는 왼쪽 사면을 치고 올라 2시 11분, 다시 능선에 오르고, 2시 14분 너른 공터에 선다. 지도를 꺼내 확인해 보니, 1025m봉이다. 알바를 하는 통에 능선길에서 벗어나, 회목봉을 우회 한 것이다.

 

회목봉을 우회하고, 1025m봉에 선 대원들


1,025m봉을 지나, 다시 바람이 거센 날등길을 걷는다. 안부를 거쳐, 경사가 급한 오르막을 올라, 2시 45분, 산행리본들이 가득 달린 930m봉에 이른다. 나뭇가지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이어서 홀로 우뚝 솟은 바위를 지나고, 공터를 내려서니, 동북 방향으로 복계산이 가깝고, 그 뒤로 대성산이 흰 눈을 이고 있다. 3시 3분, 헬기장에 모여선 대원들을 굽어보고, 그 뒤로 가야할 능선을 조망한다, 복주산(1152m)이 올돌하다.

 

복계산과 오른쪽 대성산 머리 부분

헬기장에 모여 있는 대원들 그리고 그 뒤로 가야할 능선과 복주산


폐타이어 계단을 내려서서 3시 10분, 또 다른 헬기장에 선다. 저 아래로 번암동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응봉과 화악산이 웅장하다. 다시 헬기장을 내려서서, 참호가 있는 공지에 선다. 북쪽으로 멀리 흰 눈을 이고 있는 큰 산이 보인다. 방향으로 보아 북녘 땅, 오성산(1062m)이라고 짐작한다.

 

번암동과 그 뒤로 응봉과 화악산

눈 덮인 참호 너머로 멀리 보이는 산- 오성산이라고 짐작한다.


3시 19분 임도에 이르고, 3시 36분, 363번 지방도로가 통과하는 하오현에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아름다운 임도를 걷고,

하오터널


(2006. 12. 3.)


뒤풀이.

하오현 터널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은 대원들은 밴에 올라, 광덕계곡의 식당으로 향한다. '광덕가든', 안내판이 예쁜 통나무집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난로 위에 통감자가 익고 있다. 예약한 손님들에게 특별히 서비스하는 강원도 감자라고, 식사 전에 맛을 보란다.

 

광덕가든의 예쁜 안내판


뜨거운 감자를 쪼개니, 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오랜만에 맛보는 통구이감자다. 맛이 일품이다. 맥주와 소주로 하산주를 즐기고, 버섯전골로 식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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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경춘가도를 달리다, 가평으로 들어서면, 갑자기 주위의 산세가 웅장해지고 골이 깊어져. 이제까지의 단조로운 가도(街道) 풍경과는 확연히 달라지는 모습에, 번번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이제 한북정맥을 종주하고, 영춘지맥을 달리다보니, 충격처럼 받았던 그 신선한 느낌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확연히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다.


경기도에서 세 번 째로 높은 산인 국망봉(1158.1m)에 올라, 주위의 명산들을 둘러본 사람들은, 북쪽으로 바로 눈앞에 있는 신로봉과 신로봉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암릉(岩稜)에 매료되어, 저 암릉을 꼭 한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서쪽으로 아름답게 흐르는 신로봉 능선

 

암봉에서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신로봉 능선


2006년 11월 25일(토).

잭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13번째 산행일이다. 뜻이 맞는 동호인들끼리 하는 산행이라 바쁠 것도 없다. 신로봉 서쪽 암릉을 타보려고, 잭 대장은, 지난 구간에는 3Km가 넘는 거리를 걸어, 신로령에서 국망봉 휴양림으로 하산한 바가 있다. 따라서 오늘은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신로봉 서능을 오를 기회가 생긴 것이다.


오늘 참여인원은 모두 13명이다. 잭 대장이 예약을 받을 때는 16명 정도라, 25인승 버스를 준비했지만, 불가피하게 참여하지 못한 대원들이 생겨, 한 사람이 두 자리를 차지해도 좋을 정도로 좌석에 여유가 있다. 내촌 휴게소에 잠시 머물었던 버스는 이동면을 향해 북상한다. 차창 밖으로 국망봉을 포함한 정맥능선이 따라오고, 정면에 가리산이 우뚝 솟아 있다. 맑은 날씨에 시계도 좋아, 오늘은 하루 종일 멋진 조망을 만끽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9:19) 삼거리 버스도착-(09:20) 산행시작-(09:30) 안산 김공묘(09:57) 공터-(10:21) 능선 갈림길-(10:30~10;33) 전망암-(10:52) 가리산 갈림길-(12:02) 신로봉 정상 직전 암릉-(12:18) 신로봉 정상-(12:28) 이정표<국망봉 2.87K, 도마치봉 4.89K>-(12:36) 헬기장-(12:45~13:30) 중식-(13:51) 824m봉-(14:21) 도마봉-(14;40) 샘터-(14;52) 도마치봉-(15:15) 삼각봉-(15:32~15:38) 백운산 정상-(16:53) 광덕고개』중식 시간 45분을 포함하여, 총 7시간 3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47번 국도를 타고, 포천군 이동면 장암리로 들어선 버스는 도평교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서 오른쪽 새마을 입구 도로로 들어선다. 이윽고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고, 차의 흔들림이 심해지더니, 버스는 산행 들머리인 삼거리에 정차한다. 이곳은 지난 4월, 산이사회 정기산행으로 가리산 산행 시 지났던 곳이라 낮이 설지가 않다. 지난봄에는 짙은 황사 때문에, 조망이 엉망이었으나, 오늘은 초겨울 맑은 날씨에 가시거리가 꽤나 멀다.

 

초겨울


산행준비가 끝난 일행들이 왼쪽 임도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뒤로 가리산이 뾰족하게 머리를 내 밀고 있다. 들머리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대원들이 모여서서, 잭 대장을 기다린다. 9시 30분, 안산 김공의 묘를 지나고, 참호와 교통호가 어지러운 황량한 오르막길을 따라 오른다.

 

들머리 단체사진- 잭 대장


황량한 능선길이지만 바람도 없고, 햇볕은 따듯한 모양이다. 계절을 착각한 진달래가 이곳저곳에서 꽃망울들을 터뜨리고 있다.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능선으로 오르는 산 사면에 수북이 쌓인 낙엽에 발목까지 빠지며, 발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맥이 빠지곤 한다. 9시 54분 경기 소방에서 세운 위험표지판을 지난다.

 

토치카와 위험 표지판


9시 57분, 억새가 무성한 공터에서 가리산을 가까이보고, 장암리를 굽어본 후, 10시 21분, 능선 갈림길에 올라, 왼쪽 능선을 타고 달려, 10시 30분 전망암 위에 선다. 눈앞에 가리산이 커다랗게 다가오고, 그 왼쪽으로 명성산이 뚜렷하다. 동쪽 정면으로는 신로봉에서 흘러내린 암봉이 우뚝하고, 그 오른 쪽으로 국망봉이 뾰족하다.

 

가까이 본 가리산

 

전망암에서 본 명성산

 

신로봉 능선의 암봉


전망암에서 내려서는 길이 제법 가파르고, 험하다. 하지만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전망암에서 내려서서, 헬기장을 지나고, 다시 황량한 참나무 숲길을 오른다. 10시 52분,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 서있는 가리산 갈림길에 선다. 직진하면, 암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왼쪽은 계곡을 건너, 가리산으로 이어진다.

 

갈림길


직진하여 가파른 길을 오른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의 급경사 오르막이 계속된다. 다시 경기 소방의 위험팻말을 지나고,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가리산 2-3(갈림길2)> 서 있는 능선 분기봉에 서서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능선 분기봉에서 본 가야할 암릉

국망봉

 

서쪽의 이동면


V자형, 급경사 계곡을 내려섰다, 두 손 두 발을 모두 사용해 암봉에 올라서면, 또 다른 암봉이 눈앞을 막아선다. 이런 과정이 헤아릴 수 없게 계속된다. 안부를 지날 때, 오른쪽 계곡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고 거세다. 소나무를 스치는 바람소리가 거대한 파도소리를 내고 있다.

 

신로봉 오르다 뒤돌아 본 가리산 - 잭 대장

11시 57분, 수직 암벽이 앞을 막아선다. 오른쪽으로 삼각봉에서 신로령으로 내려오는 방화로가 보이는 것을 보면, 이제 거의 다 올라 온 모양이다. 수직암벽을 왼쪽으로 우회하여 암릉에 오른다. 암릉 위에는 청청한 소나무 한 그루가 아름답고, 그곳에서 심천대장이 여유롭게 주위의 조망을 즐기고 있다. 뒤로는 신로봉 정상의 암봉이 우뚝하다.

앞을 가로 막는 암벽

신로령으로 떨어지는 마루금

신로봉 정상을 눈앞에 둔 암릉에서 조망을 즐기는 심천 대장


12시 18분, 텅 빈 신로봉 정상에 선다. 바람이 차기 때문인지, 앞섰던 대원들은 서둘러 정상을 내려서서 저 아래 방화로를 걷고 있다. 주위의 사진을 찍고, 대원들을 따라 신로봉을 내려선다.

 

신로봉 정상에 오르며, 뒤돌아 본 지나온 암봉,

 

신로봉 정상에서 본 지나온 마루금

 

가야할 길과 대원들,


12시 28분. 방화로로 내려서서 이정표를 지난다. <국망봉 2.87Km, 도마치봉 4.89Km> 뒤돌아 삼각봉과 신로봉을 카메라에 담고, 오른쪽으로 헤라크레스의 근육처럼 울퉁불퉁한 능선너머로 보이는 화악산(1468m)을 조망한다. 그리고 비로소, 일행들을 뒤쫓아, 방화로를 속도를 내어 달린다. 12시 36분 헬기장을 통과한다. 저 아래, 넓은 공지에서 점심채비를 하는 대원들이 보인다.

 

지나온 길 - 삼각봉, 신로봉

 

화악산


방화로를 내려서다. 마주 오는 등산객과 인사를 하고 바라보니, 아는 얼굴이다.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2차대 대원인 김영길 씨가 아닌가? 한강기맥을 함께하면서 친숙해진 얼굴이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국망봉 구간을 땜방하러, 혼자 산행에 나섰다고 한다.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누지만, 가는 길이 정 반대라 아쉽게 헤어진다. 12시 45분, 바람을 등지고 뿔뿔이 흩어져, 점심식사를 하는 대원들과 합류한다. 잭 대장 등은 바람을 피해, 교통호로 들어가 버너를 피우고 찌개를 끓이고 있다.


어한주(禦寒酒)를 몇 잔 마시고, 식사를 다 마친 후에야, 심천대장, 덕암대원, 잭대장이 차례로 찌개를 들고, 교통호에서 나온다. 돼지고기 찌개가 아니라, 라면에 만두와 썬 떡 또는 수제비를 넣은 것이지만, 따끈하고, 제법 얼큰한 것이, 먹을 만하다. 선 채로 떡과 만두 등으로 또 한 번 식사를 한다.


1시 30분, 얼추 식사를 마치고, 심산대원과 함께 먼저 출발을 한다. 이 구간은 등산로가 신작로처럼 뚜렷하고, 가는 방향의 목표물들이 분명하여 알바를 할 걱정이 전혀 없는 곳이다. 1시 38분, 도마치봉 3.89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낙엽송들이 멋지게 사열하고 있는 방화로를 지나, 1시 51분, 삼각점이 있는 824m봉에 오른다. 주위의 조망이 좋다.

 

낙엽송의 사열을 받으며 방화로 행진

 

골짜기 너머로 명지산-우정

 

화악산 오르는 길


2시 21분, 정상석<해발 863m>이 서 있는 도마봉에 오른다. 너른 헬기장이다. 바로 눈앞의 도마치봉에서 흥룡봉을 지나, 서쪽으로 흐르는 능선이 장관이다. 이 능선은 금년 2월, 산이사회의 정기산행으로 백운산에 올랐다가 하산을 했던 코스라 더욱 더 반갑다.

 

도마치에서 당겨찍은 복주산

 

도마치봉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능선


도마치봉을 향해 달린다. 서쪽으로 가리봉이 아름답다. 정맥종주를 하는 젊은이들과 자주 마주친다. 대견하고 든든하다. 2시 40분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2시 52분 헬기장인 도마치봉에 오른다.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이정표만 서 있다.<백운산 2.0Km, 흥룡봉 1.6Km>

 

도마치봉을 향해 오르는 대원들- 경담

 

샘터

 

도마치봉 정상


3시경, 850m봉에 오르니, 정면, 나뭇가지사이로 삼각봉(970m)이 지척이다. 850m봉을 내려서서 안부를 지나고, 로프가 걸린 급경사 오르막을 올라, 3시 15분, 삼각봉에 오른다. 119 긴급연락처 팻말이 서 있고, 이정표가 있다. <도마치봉 1Km, 백운산 1Km> 이어서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고, 완만한 오르막을 거쳐, 3시 32분 백운산 정상(904m)에 오른다. 삼각점<갈말 27, 02 재설>과 이정표가 있다. 이제 광덕고개까지는 3.2Km가 남았다.

 

백운산 정상의 이정표

 

백운산 정상에서 본 광덕산, 상해봉, 회목봉


백운산 정상에서 대원들이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남은 음식들을 처분한다. 이제 해 떨어질 시간도 멀지 않다. 3~4차례 작은 봉우리를 넘어야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내리막길이다. 속도를 내서 달린다. 4시 51분 매표소를 지나고, 4시 53분 광덕고개에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광덕고개

 

광덕고개에서 본 황혼 속의 가리산


(2006. 11. 26.)


뒤풀이.

고개 아래 너른 주차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이윽고 버스가 도착하고, 장암 2 리에 있는 이동 매바위갈비집에 도착하여, 일행은 돼지갈비 파티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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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울과 겨울의 공존 -신로봉 능선의 단풍, 눈 덮인 정맥 마루금


올 가을은 유난히 짧은 느낌이다. 가뭄이 계속되고, 여름 같은 가을이 지속되면서. 단풍도 꺼칠하게 윤기가 없더니, 한 두 차례 비가 왔나 싶었는데, 벌써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은 아직 퇴각도 하지 못했는데, 겨울이 진주해 온 것이다.


2006년 11월 18일(토).

잭 대장이 안내하는 한북정맥 12번째 산행일이다. 김장철이라 회원들이 많이 바쁜 모양이다. 오늘 참여인원은 모두 10명. 15인승 봉고인데도 자리가 널널하다. 병아리처럼 작고, 귀여운, 노란색 봉고가 이른 아침 찬 공기를 뚫고, 북진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설쳐댄 후라, 따듯한 차안에 들어서자, 얼마 되지 않아 모두들 곯아떨어진다.


내촌을 지나면서, 한 두 사람씩 깨어나더니, 차인이 소란해지기 시작한다. 여성대원들을 배려한 잭 대장이 운악산 휴게소에서 잠시 차를 멈추게 한다. 차 밖으로 나서니, 생각보다 썰렁하다. 어제가 수능 시험일, 수은주가 급강하 하더니, 오늘도 그 여파가 지속되는 모양이다.


일동을 지난다. 추수가 끝나 텅 빈 논에 무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완연한 초겨울 풍광이다. 9시 5분, 봉고차는 불땅계곡 표지석 앞에 정차한다. 차에서 내린 일행은 산행준비를 마치고, 단체기념사진을 찍은 후, 9시 10분 경, 산행을 시작한다.

들머리 - 잭 대장 사진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9: 05) 불땅계곡 입구-(09:10) 산행 시작-(10:03) 도성고개-(10:21) 위험표지판-(10:25)헬기장-(10:56)이정표<도성고개1.8K,민둥산 0.75K>-(11:17~11:24) 민둥산 정상-(11:32) 이정표<민둥산 0.30K, 국망봉 2.70K>-(12:17~13:30) 견치봉 정상, 중식-(13:41) 이동면 갈림길-(14:02) 1,150m봉 갈림길-(14:15~14;20) 국망봉-(14:37) 헬리포트 1-(15:00) 헬리포트 2-(15:21) 헬리포트 3-(15:28) 삼각봉-(15:31) 신로령-(15:36) 신로봉 -(15:45) 다시 신로령-(16:42) 휴양림 갈림길 공터-(17:07) 국망봉 휴양림 매표소』중식시간 73분 포함, 총 7시간 5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임도는 얼어서 딱딱하고, 텃밭에 조금 남아 있는 푸른 배춧잎에 서리가 하얗게 엉켜있다. 서리가 깔린 낙옆을 밟으며, 임도를 따라 숲으로 들어선다. 나뭇가지에 서리꽃이 하얗고, 언제 내린 눈인지, 앞산이 희끗 희끗하다. 산속은 이미 한겨울이다.

서리꽃


눈 덮인 가파른 사면을 줄지어 오르는 대원들의 뒷모습을 보니, 문득  영화의 장면들이 생각난다. 정부군에 쫓겨, 눈 쌓인 산으로 쫒긴 반란군에, 철교 폭파 임무를 띠고 잠입한 게리 쿠퍼, 그리고 잉그릿드 버그만과의 만남과 사랑, 그 영화의 명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명멸한다. 고등학교 때 보았던 그 영화를, 심산 대원과 함께 반추하며 걷는 산길은 또 다른 재미다.

영화 장면을 연상시켜준 눈길


10시 3분, 도성고개에 도착한다. 지난번 하산 할 때는, 1시간 5분이 걸렸었는데, 오늘은 오르막인데도 53분이 소요됐다.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도성고개에는 트럭이 한 대 올라와 있고, 부인네들 대여섯 명이 방화로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남쪽 방화로


방화로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오른다. 오른쪽으로 위험 표지판이 보이고, 경사가 급해지더니, 10시 25분, 헬기장에 도착한다. 이정표가 있고 <도성고개 0.7K, 민둥산 1.8K>, 조망이 훌륭하다.

헬기장에서 내려다 본 서쪽 조망


 

가야할 민둥산과 개이빨산


헬기장에서 북쪽 사면으로 내려선다. 눈 덮인 방화로에는 발자국이 없다. 한동안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눈이 이렇게 쌓였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스패츠 준비도 없고, 겨울 등산화도 신지를 않아, 발이 젖을 염려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눈길에 최초로 발자국을 남기는 기분은 싫지가 않다.

헬기장 북쪽 내리막길


10시 54분, 작은 봉우리를 오르면서, 뒤돌아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멀리 운악산이 희미하게 보이고, 청계산에서 이어지는 마루금이 아련하다. 10시 56분, 무명봉에 오른다. 이정표가 서 있다. <도성고개 1.8K, 민둥산 0,75K> 민둥산과 개이빨산이 가깝다.

지나온 길

민둥산

 

개이빨산


진달래 군락지를 통과하고, 이정표 <민둥산 0.30K>를 지나, 11시 17분, 민둥산 정상에 오른다. 눈 덮인 너른 헬기장이다. 이정표<도성고개 2.55K, 국망봉 3.00K>, 정상석(1008.5m)과 119 비상연락처 팻말이 있고. 동쪽으로 용수골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견치봉이 가깝고, 동쪽으로 멀리 화악산이 보인다.

민둥산에서 본 견치봉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선다. 눈길이 미끄럽다. 안부를 지나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11시 48분, 작은 봉에 오르니, 견치봉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이정표가 있는 안부를 지나고, 암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12시 17분, 견치봉 정상에 선다. 눈 덮인 정상에는 이정표 <민둥산 1.70K, 국망봉 1.30K>와 정상석<1102m)이 있다,

무명봉에서 본 견치봉

견치봉 정상


이곳에서 점심을 하기로 하고, 눈 위에 자리를 잡는다. 바람 한 점 없어, 눈 위이지만, 춥지가 않다. 잭 대장이 찌개거리를 준비해 왔다. 버너 두 개가 피워지고, 찌개를 끓이는 동안, 정상주가 한 순배씩 돌고, 식사를 시작한다. 식사를 모두 마쳤는데도 돼지고기 찌개는 아직 이다.


찌개가 끓기 시작할 무렵, 이영하 대장이 모습을 보인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영하 대장이다. 무척 반갑다. 산정산악회 한북정맥종주 팀을 이끌고 도마치 고개에서 출발하여, 870m봉을 앞장서서 오른 후, 신로봉, 국망봉을 거쳐 제일 먼저 견치봉에 이른 것이다. 변함없는 준족이다.


마침 끓기 시작한 찌개를 안주로, 술잔이 오가고, 이영하 대장도 식사를 마친다. 이윽고 산정산악회 백두대간 종주 요원으로, 이번 한북정맥 종주에 참여한 장 선배가 견치봉에 도착한다. 지헌 부부와 각별한 사이인 장 선배를 모두들 반긴다. 또 술잔이 돈다.

옛 동료들의 만남


1시 30분 경, 이영하 대장 일행이 민둥산으로 향한다. 식사 후의 뒷정리는 젊은 대원들에게 맡기고, 심산 대원, 이사장 등 시니어들은 먼저 국망봉으로 출발한다. 1시 41분, 국망봉까지 800m가 남았음을 알리는 이동면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니, 암봉이 나타나고, 이를 왼쪽으로 우회한다. 도중에 마주 오는 산정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경담 대원은 산정 6차대와 함께 자주 산행을 했기 때문에, 더욱 더 반가운 모양이다. 자루목이 갈림길, 적목리 갈림길을 차례로 지난 후, 2시 2분, 1150m봉 갈림길에 오른다. 정면에 국망봉이 가깝고, 동쪽으로 화악산이 뚜렷하다.

적목리 갈림길

1150m봉

눈앞의 국망봉

2시 10분 국망봉에 오른다. 이정표<개이빨산 1.30K, 도마치봉 7.76K>, 119 팻말, 삼각점<갈말 26, 1983 재설>, 그리고 정상석<1,158.1m>이 고루 갖춰 있는 너른 헬기장이다. 사방이 트였다. 경기도의 명산들을 한꺼번에 둘러본다. 북으로 백운산, 광덕산, 상해봉, 복주산 등이, 동으로 화악산, 남으로 지나온 견치봉, 귀목봉, 청계산까지 아득하고, 서쪽으로 관음산, 북서 방향에 명성산 등이 보인다.

국망봉 정상

1150봉과 멀리 명지산

 견치봉

1102m봉, 실로봉, 멀리 백운산, 광덕산, 상해봉 복주산

 가리산


2시 20분 경, 하산을 시작한다. 가파른 북쪽 사면에 눈이 쌓여 무척 미끄럽다, 아이젠도 준비를 하지 못해, 엉금엉금 기듯 5분 쯤 내려서서, 장암저수지 갈림길을 지나고, 2시 37분, 제 1 헬기장에 이른다. 안부에서 내려서서 왼쪽 암벽 사이로 험상궂은 가리산을 보고, 2시 48분, 이정표<국망봉 1.02K, 도마치 6.74k>를 지나, 3시 헬리포트 2에 오른다. 신로봉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암릉과 그 뒤의 가리산이 장관이다.

안부로 내려서는 대원들, 신로봉 암릉과 가리산

신로봉 서쪽 암릉

다시 안부를 지나, 3시 21분, 세 번째 헬기장에 오른다, 되돌아 지나온 길이 장관이고, 전면으로 신로령으로 내려서는 대원들이 보인다. 3시 28분 삼각봉에 올라, 실로봉을 바라본 후, 3시 31분 신로령에 내려선다. 이곳이 오늘 마루금 산행의 종점이다. 이곳에서 왼쪽 휴양림으로 하산한다. 먼저 도착한 대원들 중 일부는 쉬고 있고, 일부 대원들은 신선봉을 오르고 있다.

신로령으로 향하는 대원들

신로봉


길가에 배낭을 벗어 놓고 실로봉으로 향한다. 3시 36분, 실로봉 정상에 올라, 지나온 길과 가야할 능선을 새롭게 카메라에 담고, 3시 45분, 다시 신로령으로 되돌아온다. 휴양림까지의 이정표 거리는 2.5Km이다.

실로봉에서 본 지나온길

가야할 길 - 백운산, 광덕산, 상해봉, 귀주산


4시 11분, 이정표를 지난다.<휴양림 1.4K, 신로령 1,3K> 어찌된 일인지, 슬그머니, 거리가 200m 늘었다. 하지만 대강 절반 쯤 내려선 셈이다. 잔돌이 많아 신경이 쓰이는 길이 이어진다. 계곡을 두어 차례 건너고, 넓은 암반에 모두 모여, 배낭을 벗어 놓고, 세수를 한다. 알탕은 추워서 엄두도 못 낸다.


4시 42분, 휴양림으로 내려서는 넓은 공지에 이르지만, 휴양림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은 철조망으로 막혀 있고, 임도를 따라 우회하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정리 운동을 하듯, 넓은 임도를 따라 천천히 하산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뒤를 돌아보면, 지는 해를 받아, 실로봉에서 흘러내리는 능선의 단풍은 아직도 고운데, 정맥 마루금이 지나는 능선에는 눈이 쌓여있다. 가을과 겨울이 공존하는 묘한 시기다.

쾌적한 하산 길


5시 7분, 봉고차가 기다리고 있는 국망봉 휴양림 매표소에 이르러,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마루금 약 8Km, 들머리, 날머리 합쳐, 약 6Km, 따라서 도상거리 합계 약 14Km를 걷고도, 대원들은 크게 힘들어 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한 시간 이상 식사를 즐기며, 시간 당 약 2Km의 속도로 여유를 갖고, 유유히 걸었기 때문일 것이다.

 


(2006.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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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릉천 - 오른쪽으로 멀리 오두산


내일은 한북정맥의 종점인 장명산에 가볼 생각이지만, 강한 바람에 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오전에는 비가 오겠다는 예보를 접하니 마뜩치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처량한 구간인데, 지척지척 내리는 초겨울 비를 맞으면서까지 산행을 할 생각이 없어서, 이 일 저 일로 꾸물대다가 늦게야 잠자리에 든다.


2006년 11월 11일(토).

평소보다 다소 늦게 일어나보니, 하늘은 맑고, 날씨만 좋다. 전혀 비가 올 날씨는 아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일기예보가 보다 더 정확했으면 좋겠다. 장비가 모자라면, 장비를 보충하고, 요원이 부족하면, 요원을 양성해야 한다. 이런 곳에는 결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상예보는 농민이나, 어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되고,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산행준비를 한 후, 9시가 조금 넘어, 대문을 나선다. 사라진 마루금을 따라, 도로를 걷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아파트 단지를 통과한다. 파주군으로 들어서니, 대단위 아파트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임도로 이어지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마루금 조차 간 곳이 없어져, 할 수 없이, 방향만을 잡고 무조건 공사장을 가로 지른다.


이처럼 사라진 마루금을 따라, 아직도 곳곳에 걸려 있는 산행리본들을 보면, 산꾼들의 못 말리는 열정에 가슴이 따듯해지는 느낌이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나라사랑, 국토사랑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나라 국토를 직접 걷게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토를 걷는다면, 1 대간, 1정간, 13개 정맥으로 이루어진 백두대간만큼 좋은 곳도 아마 없을 것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1:00) 성동고개, 산행시작-(11:08) 만경사 입구-(11:14) 영천사 삼거리-(11:18) 영천사-(11:32~11:35) 장수바위-(11:46~11:48) 헬기장-(11:54) 중산배수지 갈림길-(11:57) 고봉정-(12:01) 고봉산 삼거리-(12:09) 금정굴-(12:23) 108m봉 정상-(12:30~12:50) 중식-(13:02) 아파트 앞도로-(13:18) 큰마을교-(13:20) 일산가구공단-(13:50) 창건사-(14:00) 택지조성공사장-(14:16) 경기인력개발원 앞 도로-(14:25) 임도-(14:40) 목동 삼거리-(14:49) 월드메르디앙 후문-(14:57) 삼림욕장종합안내판-(15;05) 삼거리 - (15:09) 삼거리 회귀-(15:12) 지하통로-(15:18) 성재암 갈림길-(15:23~15:28) 성재암-(15:36) 파평 윤씨 묘역입구-(15:47) 교하중학교 앞-(15:50) 미건사 앞-(16:01) 산불감시봉-(16:06) 공지-(16:16~16:31) 장명산-(16:44_곡릉천』중식시간 20분 포함, 5시간 44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구파발까지 지하철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지난 번 귀가할 때, 이용했던 7733 시내버스를 타고, 하사관 아파트 앞에서 내린다.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등산화 끈을 단단히 매고, 스틱도 늘린 후, 성동고개로 향한다. 날씨는 쾌청하고, 마주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약 15분쯤 걸어, 11시 정각에 성동고개에 도착하여, 만경사로 이어지는 시멘트 길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만경사, 영천사와 지인제라는 한정식집의 알림판이 보이고, 입구에 고봉산 안내판이 서있다.


성동고개 마루턱에 도착, 산행시작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왼쪽으로 지인제로 들어가는 송림길이 갈라지고, 잘 손질된 묘지들이 보인다. 너른 시멘트 길이 제법 울창한 숲 사이로 이어지더니,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만경사 입구를 지나, 이정표가 서 있는 영천사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 쪽은 민간인 출입통제 팻말이 세워진 군부대 길이고, 왼쪽은 아파트로 이어지는 길이다. 아파트 쪽에서 산책객들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이정표가 서 있다.

 

만경사의 느티나무


직진하여 내려서면 영천사다. 수덕전 본당과 산신각뿐인 작은 사찰이다. 고봉산(208.8m) 정상에는 군부대가 있어 출입이 통제됨으로, 영천사를 거쳐, 중산배수지 쪽으로 진행하면 되지만, 장사바우라는 이름도 그럴 듯하고, 군부대 근처까지 고봉산 정상에 접근해 보려고, 영천사를 지나, 오른쪽 산 사면을 타고 이어지는 샛길을 따라 장사바우 쪽으로 향한다.

 

영천사


정상의 군부대 주위는 시멘트 담장이 둘러져 있고, 장사바위는 동쪽으로 조금 아래쪽에 떨어져 있다. 커다란 바위 두 덩어리가 덩그마니 놓여 있고, 주위에는 벤치들이 보인다. 장사바위에 올라서니 멀리 도봉산이 보인다.

 

장사바위


고봉산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각축을 벌이던 전략적인 요충지로, 일명 테미산으로도 불린다. 고구려 시대에는 달을성현으로 불리고, 봉수대가 있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상 일산 구청에서 펌). 지금은 작은 산에 교통호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어, 산 전체에 무수한 샛길들이 나있어, 몹시 황폐한 산이 돼버렸다.

 

고봉산의 토치카 -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 토치카는 무슨 의미가 있나?


이정표를 따라 중산배수지 방향으로 진행하여 헬기장에 이른다. 어린이들,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인근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고봉산이 가장 잘 보이는 위치라고 한다. 헬기장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중산배수지 방향으로 울창한 숲길을 걷는다.

 

헬기장

 

울창한 숲


11시 54분 갈림길에 이른다. 우측 길은 배수장 가는 길이고, 마루금은 산행리본들이 붙어 있는 왼쪽이다. 왼쪽으로 내려서서, 고봉정을 지나, 12시 경, 98번 국도가 지나가는, 고봉산 삼거리에 도착한다. 횡단보도에서 도로를 건너서, 좌측으로 조금 내려서니, 안내판과 장승들이 금정굴 가는 길을 안내한다.

 

고봉정

 

금정굴 입구


금정굴은 9.28 수복 후, 죄 없는 양민들을 학살하여, 매립한 현장이라고 한다. 반세기가 지났는데도 전쟁의 상흔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푸른 비닐이 현장을 덮고 있다. "산 자들이여, 우리를 기억하라."라는 비통한 외침이 걸려 있을 뿐, 아무도 없는, 으스스한 곳을 둘러본다.

 

피학살자 유족회의 안내문


금정굴을 거쳐, 운동시설이 있는 쉼터를 지난다. 운동을 하는 주민들이 보인다. 이어서 마루금은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이어진다. 12시 22분, 군부대 사격장이니, 민간인들의 접근을 금한다는 경고판이 세워진 곳에 이르러, 산행리본들을 따라, 왼쪽으로 향한다. 곧바로 삼각점이 있는 108m봉 정상이다. 나무들에 가려 조망은 별로다.


무덤들 사이로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선다. 묘에 번호가 붙여진 것을 보면, 아마도 규모가 작은 공동묘지인 모양이다. 12시 30분 경, 양지 바른 묘역에 앉아, 도시락을 푼다. 앞의 능선 너머로, 멀리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면서, 망자들의 유택 가운데 혼자 앉아, 천천히 점심을 먹는다. 햇볕은 따듯하고, 사방이 고요하다.


12시 50분, 식사를 마치고, 다시 묘역을 내려서서, 너른 임도에 이르고, 1시경, 단풍농원 입구로 나와, 호곡중학교를 왼쪽으로 끼고 걷는다. 이윽고 2차선 포장도로에 이르고, 도로를 건너 아파트 단지로 들어선다. 왼쪽은 현대 아파트, 오른쪽은 큰마을 아파트다. 아파트의 서쪽 펜스가 나올 때까지, 직진한 후, 펜스를 따라 왼쪽으로 내려서면, 도로로 오르는 계단에 이른다. 도로에 올라, 오른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탄현 큰 마을교를 건넌다. 다리 아래로 경의선 철로가 지나간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고,

 

도로로 오르는 계단을 오른다.


1시 19분, 서울과 금촌을 이어주는 359번 지방도로에 이른다. 건너편에는 일산가구공단 제1문이 보이고, 그 뒤는 삼호 골프연습장이다. 횡단보도를 건너, 가구공단으로 들어서서, 양쪽으로 가구점들이 늘어선, 공단 길을 걷는다.

 

일산 가구공단 제1문


진혁진 씨의 후기에는 가구공단에 들어서서 7분쯤 지나면, "모드니에" 가구점에 이른다고 했는데, 주위를 유심히 보면서 10분 가까이 걸어도, "모드니에" 가구점은 보이지 않는다. 길가에서 가구를 싣고 있는 인부들에게 물어보니, 가구거리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라고, 알려준다. 1시 32분,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3분 후 가구거리 갈림길에 선다. 마침 한 가구점에서 판매원이 손님을 배웅하며 나온다. 판매원에게 "모드니에" 가구점의 위치를 묻는다.

 

가구거리 갈림길- 오른쪽에 "이태리 디자인" 가구점이 보인다.


판매원은 내가 되 집어 내려온 방향을 가리키며, 눈앞의 "이태리 디자인"이 "모드니에" 가구점 자리라고 알려준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이태리 디자인" 가구점으로 다가서서서,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서다보니, "모드니에" 가구점 주차장 안내 표지가 아직도 붙어 있다.

 

이태리 디자인 가구점-마루금은 주차장 표시가 있는 골목으로 이어진다.


시멘트 길을 따라 내려선다. 진혁진 씨의 1년 전 산행기가 놀라울 정도로 상세하고 정확하다. 많은 도움을 받았음을 밝히고,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도로변 왼쪽에 공장들이 늘어서 있고, 오른쪽으로 골프장이 보인다. 여러 차례 갈림길이 나오지만 신경 쓸 것 없이 직진한다. 시멘트길이 끊어지고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면서, 도로주변은 폐가구등 쓰레기 천지다. 버려진 폐차도 보인다.


11시 48분, 갈림길에서, 우측 시멘트 길을 따라 골프장 철조망을 끼고 걷는다. 1시 50분, 창건사가 있는 사거리에 이르러, 직진한다. 오른쪽으로 현대파크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새롭게 조성된 아파트 부지 사이로 마루금이 이어진다. 뒤로 고봉산이 보인다.

 

뒤돌아 본 지나온 길


아파트 단지 조성공사가 한창인 허허 벌판에 이른다. '택지개발 예정지구 변경 지역'이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허허벌판에서 개념도 대로, 북서 방양으로 진행하다 보니, 경기인력개발원 건물이 오른쪽으로 보인다. 진혁진 씨는 왼쪽으로 끼고 진행했다는 기록이 있어, 다시 후퇴하여, 개발원 건물을 왼쪽에 두고, 공사장 절개지를 기어올라, 시멘트 길로 내려선다.

 

택지개발 예정지구 변경 지역 안내문

 

뒤돌아 본 공사장

 

개발원 담을 끼고 이어지는 길


시멘트 도로를 건너, 토치가 옆의 시든 잡초와 덩쿨 사이로 이어진 족적을 따라 진행한다. 저 앞에 산행리본들이 나풀댄다. 메말라 시들어져버린 지금도 진행하기가 힘이 드는 판이니, 한 여름에는 우회할 수밖에 없겠다. 덩쿨지대를 지나, 임도에 내려선다. 좌, 우 어느 쪽으로 진행해야 할지 막막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오른 쪽으로 내려서면, 다시 공사장으로 내려설 듯싶다. 왼쪽으로 향한다. 차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4차선 포장도로 나온다. 입구에 쌍용건설 현장사무실 방향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다.

 

험난한 넝쿨길


도로를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2시 40분, 목동 삼거리에 이른다. 건너편 공사장을 둘러친 철제 펜스에 '파주 운정 택지개발지'라는 표지가 선명하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돌아,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로 향한다. 왼쪽으로 2차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로 이어지는 도로를 건너, 아파트 정문에 이르고, 아파트 담을 따라 후문을 지난다.

 

월드메르디앙 후문


2시 54분, 대신교회와 생명교회 사이를 지나, 광진테크에서 오른쪽 비포장도로를 따라 내려선다. 사거리가 나오고, 직진하는 길 왼쪽 길가에는 '교하읍 고인돌 산림욕장 종합안내도'가 서 있다. 오른쪽으로 HID설악산업개발 팻말이 보인다. 2시 59분, 다시 갈림길에 이르러, 성재암 가는 방향을 가리키는 팻말을 따라 직진한다. 왼쪽으로 56번 국도가 보인다.

 

생명교회와 대신교회

 

산림욕장 종합안내도


다시 갈림길에 이른다. 진혁진 씨는 왼쪽으로 내려서라고 후기에서 쓰고 있지만, 직진방향에 높은산 등 여러분들의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산행리본의 지시에 따라 직진하여 절개지 위에 서지만. 높고 경사가 급한 절개지를 내려설 곳이 마땅치 않고, 설혹 내려서더라도, 길 건너 절벽 같아 보이는 절개지를 오를 방법이 없겠다.


3시 9분,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와, 왼쪽 길로 내려선다. 2분 후 56번 도로로 나와, 왼쪽의 지하도를 통과하여 도로를 건너고, 절개지를 따라 이어지는 오른쪽 시멘트 길을 걷는다. 3시 17분, 고개 마루턱 에서 왼쪽으로 임도가 갈리고, 성재암 방향을 알리는 팻말이 나무 등걸에 박혀있다.

 

모처럼 아름다운 임도를 걸어, 3시 23분, 성재암 갈림길에 이른다. 성재정이란 우물를 설명한 해설판이 서 있고, 오른쪽으로 성재암이 보인다. 이제 목적지도 가깝고, 시간도 충분하여, 성재암으로 내려선다. 본당건물에 석탑과 앙증맞은 종루가 인상적이다. 성재암(聖在庵)의 연혁을 알리는 경내 해설판에 의하면, 세조의 비(妃), 정희왕후가 창건한 가람이라고 한다. 550년 동안 마른 적이 없다는 성재정은 커다란 나무 뚜껑으로 덮여 있다.


성재암을 뒤로하고, 임도를 따라 부지런히 걷는다. 근처에 개 사육장이 있는 지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3시 36분, '파평윤씨 교하종중 묘역입구'를 지나, 교하중학교에 이른다. 학교 담장을 왼쪽에 끼고 돌아, 정문 쪽으로 나와서, 군부대 담장을 따라 내려선다. 3시 47분, '교하중학교 앞'이란 교통 표지판이 높다랗게 걸려있는 2차 포장도로 나온다.

 

포장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조금 이동하여. 핑고개 삼거리에 이른다. 길을 건너, 산행리본들이 잔뜩 걸린, 시멘트 길을 내려선다. 왼쪽으로 유진케미컬 공장이 내려다보인다. 3시 50분, 유진케미컬 정문에 이르고, 포장도로를 건너, 미진사 정문 옆, 주말농장 팻말이 붙은 절개지를 타고 오른다. 절개지에 오르니, 수로를 따라 발자국이 이어진다.

 

핑고개 건너 시멘트 길로

 

미진사 옆 절개지를 오른다.


넝쿨과 잡초가 뒤엉킨 험한 곳을 지나 능선에 서니, 왼쪽에 산불 감시탑이 서있는 봉우리가 보이고, 정면에는 거대한 폐기물 처리장이 솟아있다. 차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4시경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왼쪽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서서, 트럭 적재함들이 늘어서 있는 너른 공터에 이른다. 정면에 장명산과 폐기물 더미가 나란히 서있다. 폐기물 더미가 조금 더 높아 보인다.

 

폐기물 처리장

 

장명산과 폐기물 처리장


너른 공지를 지나, 정면의 장명산으로 향한 발자국들이 보인다. 장명산 아래에서 발자국은 왼쪽으로 우회하더니, 이윽고 오른쪽의 완만한 산 사면을 타고 철조망을 피해, 정상으로 이어진다. 4시 17분, 깃대봉과 화생방 경보 해제 해설판 그리고 파이프 종이 걸려있는 정상에 오른다.

 

장명산

 

장명산 정상


선답자들의 관례에 따라 파이프 종을 세 번 타종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사방이 확 트여 조망이 일품이다. 배낭을 벗어, 술병을 꺼내, 정상주를 마신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홀로 앉아, 곡릉천 주변의 너른 들판을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오두산 방향의 조망

 

북쪽 방향의 기간봉, 월률산

 

장명산에서 본 북한산

 

추수가 끝난 너른 들

 

곡릉천


저만치 떨어져 있는 배낭도 외로워 보인다. 먼 길을 함께한 배낭과 스틱을 카메라에 담고, 4시 30분 경, 이번에는 동쪽 교통호를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동반자 배낭과 스틱 - 홀대간꾼들의 심정이 이해되어 흉내를 내 본다,


곡릉천 변에 내려서니, 낚시꾼들이 한가롭다. 차편을 알아보기 위해, 간이매점으로 가 보지만, 철이 지나서인지 매점 문은 굳게 닫혀있다. 할 일 없이, 대로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데, 뒤에서 차 소리가 나며, 봉고차가 달려온다. 오른 손을 들어 차를 세워본다. 몇 발자국 앞에 차가 멈춘다. 달려가 버스 정류장까지 편승을 부탁하자. 40대쯤의 사람 좋아 보이는 양반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친절한 분의 덕택으로 교하 사거리까지 차를 얻어 타고 나와, 5시 경, 567번 시내버스에 오른다. 일산 시가지를 경유하여, 고양가구단지에 이르니, 차량정체가 심하다. 6시가 조금 넘어, 원당역에서 지하철로 바꾸어 타고 집으로 향한다.


산행시간이 길지도 않고, 고도차도 없는 평탄한 길을 걸었을 뿐인데도, 무척 피곤하다. 귀로의 흔들리는 차에 몸을 맡기고, 오늘 걸은 길의 10년 후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한차례 혼이난 국민들이 이번에는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고,국운(國運)도 따라주어,1인당 DGP규모가 $32,000 정도로, 지금의 두 배가 된다. 광에서 인심 나는 법,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쓰레기 불법투기 같은 얌체 짓이 사라져, 이제는 마루금 주변이 말끔하다.


고봉산의 군부대가 이전을 하고, 고봉산은 시민들의 아름다운 휴식공간이 된다. 장명산 주변도 말끔히 정비가 되어, 전설로만 남아 있던, 약수도 찾고, 구절초 등 고유 식물들이 제 자리를 찾아, 다시 약산이 된다.


도로나, 아파트 단지 등으로 훼손된 마루금 자리에는, 이정표와 안내판이 서 있고, 여름방학 숙제로 리포트를 써야하는 청소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대간길을 종주하고 있다. 물론 사나운 개들의 위협도 오래 전에 사라졌다.



(2006.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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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쾌한 능선-왼쪽부터 명지산, 귀목봉, 청계산, 길마봉


2006년 11월4일(토).

잭 대장이 가이드하는 한북정맥 11번째의 산행이다. 이번 코스는 『노채고개-길마봉-청계산-강씨봉-도성고개』까지 마루금을 타고 연곡리로 하산한다. 참여자는 산이사회 회원 13명이다.


일몰시간이 빨라져 산행을 일찍 시작해야 하고, 들머리 날머리에서 걷는 거리를 단축하며, 귀로의 불편한 교통편을 해결하기 위해, 잭 대장은 이번부터 봉고차를 대절한다. 오늘 나온 차는 15인승이다. 버스에 비해 차체가 낮고, 비좁아 불편하지만, 일석삼조의 메리트를 감안하면 능히 감수할 수 있는 불편이라 하겠다.


아침 7시 30분에 상봉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대원들을 태운, 봉고차는 운악산 휴게소에서 잠시 머물고, 9시 30분 경, 공사가 한창인 노채고개에 도착한다. 시외버스를 이용했을 때보다, 한 시간 정도 들머리를 걷는 시간이 줄어들고, 그만큼 산행시작이 빨라진 것이다.


봉고차에서 내린 대원들은 절개지 접근이 용이한 고개마루턱까지 걸어 오른다. 공사 중인 도로 절개지가 엄청 가팔라, 인부들은 로프에 매달려 작업을 하고 있다. 일행은 고개 마루턱, 마른 땅에 이르러, 산행준비를 한 후, 비교적 완만한 동쪽 사면의 절개지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한다.

 

노채고개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30) 노채고개 도착-(9:35) 산행시작-(9:37) 능선-(9;50) 갈마재 4부 능선-(10:12) 710m봉-(10:31) 직계폭포 갈림길-(10:41) 길마봉 헬기장-(10:43) 길마봉 정상석-(10:51) 암봉-(11:11) 길마재-(11:35) 770m봉 정상-(11:52~11:56) 청계산 정상-(12:00) 큰골계곡 갈림길-(12:14~12:44) 중식-(13:14) 귀목봉 갈림길-((13:51~13:56) 오뚜기령-(14:06) 한나무봉-(14:36) 전망대-(14:42) 한나무골 갈림길-(14:48) 정상석 있는 강씨봉-(15:11) 삼각점 있는 강씨봉-(15:18) 채석장 갈림길-(15:37~15:45) 도성고개-(16:40) 연곡리』중식시간 30분포함, 총 7시간 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9시 37분, 절개지를 올라, 능선으로 진입하는 지점에 "긴급연락처 119. 현 위치 4-1(노채고개)" 팻말이 세워져 있다. 완만한 능선을 오르며 뒤돌아, 지난구간에 지났던 능선을 카메라에 담는다. 능선에는 교통호가 구불구불 이어지고, 등산로는 교통호를 따라 오른다.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경담대원 사진


9시 50분, "긴급연락처 119, 현 위치 4-2(길마재 4부 능선)" 팻말을 지나고 암봉을 우회하여, 능선에 오른다. 능선에서 청계산(849m)과 길마봉(735m)이 한 눈에 들어온다. 10시 9분, "119 현 위치 4-3(암릉지대)" 팻말을 지나고, 이어서 710m봉에 올라, 안개 속에 희미한 아름다운 운악산을 본다,


암릉구간에서 본 청계산

 

 

암릉구간에서 본 길마봉

 

 

운악산


10시 31분, 갈림길에 이른다. "119 현 위치 4-4(길마재)" 팻말이 서있다. 산행시작하고, 약 2Km를 걸었다는 이야기다. 길마봉을 넘지도 않았는데 길마재라니,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왼쪽 갈림길은 직계폭포로 내려가는 길이고, 마루금은 직진이다.


10시 41분, 길마봉 정상인 헬기장에 선다. 동쪽으로 연인산(우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 일동 쪽이 내려다보인다. 북으로 가야할 청계산, 강씨봉이 조망된다. 헬기장 옆, 암반 위에 1995년 2월, 기미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다. 봉우리 표기가 "길매봉"이다.

 

헬기장에서 본 연인산 능선

 

 

헬기장에서 본 청계산-좌로 강씨봉, 우로 귀목봉이 빼꼼이 보인다

 

 

길마봉 정상석


암릉길을 따라 길마봉을 내려선다. 앞에 암봉이 우뚝하다.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직진해서 암봉을 넘는다. 조심해서 올라서고, 내려서면 날씨 좋은 날에는 별 문제가 없는 구간이다.

 

 

암릉으로 이어지는 직진길

 

뒤돌아 본 길마봉 암릉길

 

 

암릉 위의 대원들

 

 

암릉 하산길의 청송과 고사목

 

11시 11분, 안부에 내려선다. 길마재다. 암반지역 위험경고판, 생태계 보전 지 말뚝 그리고 이정표가 있다. 길마재 우측은 군부대 사격장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고, 좌측은 청계저수지로 이어진다. 770m봉을 향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밧줄이 매어 있고, 암벽에는 철재 사다리가 걸려 있다.

 

길마재 표지판과 이정표

 

지나온 암봉

 

 

770m 봉 오르는 길


11시 35분 770m봉 정상에 오른다. 돌탑이 있고, 고사목 한 그루가 외롭다. 청계산의 암벽이 가깝고, 그 뒤로 명지산의 큰 덩치가 희미한데, 연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뚜렷하다. 날씨가 흐려지며 주위가 어둑해 지는 느낌이고, 빗방울도 한두 방울 떨어진다.

 

770m봉에서 본 청계산

 

 

연인산(우목봉)능선


11시 46분, 이정표를 지나고, <청계 저수지 2.2K, 청계산 0.2K> 로프가 걸린 가파른 계단을 올라, 11시 52분, 청계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삼각점, 청계산 이름 해설판, 정상석, 119 팻말 등이 있다. 정상에서 북동쪽으로 귀목봉(1,036m)과 명지산(1,267m)이, 남동쪽으로는 연인산(1,066m)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계산 정상

 

 

정상의 삼각점

 

 

가야할 능선, 왼쪽으로 강씨봉, 오른쪽이 귀목봉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선다. 12시, 큰골계곡 갈림길에 이르니. 땅에 떨어진 이정표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큰골계곡 3K, 강씨봉 8K> 작은 봉우리를 넘어, 낙엽이 수북이 쌓인 안부에 대원들이 모여, 점심채비를 한다. 주위는 다시 밝아지며,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12시 44분, 약 30분 동안, 점심을 마친 대원들은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119 현 위치 청계산 3-1(망구대 분기점)" 팻말을 지나고, 바람에 낙엽들이 날아가 맨땅이 보이는 좁은 능선길을 걷는다. 1시 4분 이정표를 지난다.<청계산 1.8K, 귀목봉 1.4K> 새로 만든 계단을 오르며 암봉을 우회하고, 1시 14분, 벤치가 놓여있는 쉼터, 귀목봉 갈림길에 선다. 이정표가 서있다. <청계산 2.1K, 귀곡봉 1.1K, 오뚜기고개 0.7K>

 

귀목봉 갈림길.

 

 

가까이 본 귀목봉


북쪽으로 이어지는 너른 방화로를 걷는다. 마루금인 방화로는 시야가 트여 조망이 좋고, 걷기가 한결 편하다. 방화로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방화로를 따라 1시 51분, 오뚜기령에 내려서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일동과 논남기를 연하는 오뚜기 령에는 거대한 표지석과 이정표가 있다. <청계산 3.34K, 강씨봉 2.52K>

 

방화로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마루금

 


줄곧 이어지는 방화로

 

 

 방화로와 가야할 능선

 

 

뒤돌아 본 귀목봉

 

 

오뚜기봉 주변의 억새와 방화로


1시 56분, 오뚜기령에서, 이정표 뒤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르막 사면을 올라, 2시 6분, 삼각점이 있는 한나무봉(768m)에 오른다. <일동 416, 2006 재설> 그곳에 세워진 "119 현 위치 강씨봉 1-3(정상)"이란 잘못된 팻말을 누군가 매직펜으로 친절하게 한나무 봉이라고 수정해 놓았다.


한나무봉 정상의 119 팻말

 

 

귀목봉과 지나온 길


다시 방화로를 걷는다. 2시 25분 이정표를 지난다. <오뚜기령 0.7K, 강씨봉 1.82K> 2시 30분, 작은 봉에 올라, 전망대에 서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고, 가야할 능선을 굽어본다.

 

청계산, 길마봉

 

 

왼쪽, 귀목봉, 오른쪽, 귀목봉 갈림봉에서 지나온 능선

 

 

가야할 방화로


2시 42분, 강씨봉이 1.22Km 남았다고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는 한나무골 갈림길을 지나고, 강씨봉으로 이어지는 완만한 능선에서, 명지산, 귀목봉, 청계산, 길마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을 조망한다. 가히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라 하겠다. 2시 58분, 대원들이 쉬고 있는 강씨봉(830.2m)에 오른다. 정상석이 있다,

 

 

한나무골 갈림길의 이정표

 

 

강씨봉 정상석


정상석이 있는 강씨봉을 내려서서, 헬기장을 지나고, 3시 11분, 도성고개까지 2.52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표와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선다. 삼각점이 있는 걸 보면. 이곳이 강씨봉 정상인 모양이다. 조망이 그만이다. 지나온 장대한 능선이 펼쳐지고, 가야할 능선이 보인다.


삼각점

 

 

장대한 지나온 능선-길마봉, 청계산, 오뚜기령, 그리고 강씨봉으로이어지는 능선


다시 아름다운 방화로가 이어진다. 작은 고개하나를 넘어, 3시 18분 채석장 갈림길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있다. <도성고개 1.24K, 강씨봉 0.30K> 방화로를 따라 걷는 대원들이 그림 같고, 멀리 민등산(1,023m), 개이빨산(1,110m) 그리고 국망봉(1,145m)이 한눈에 들어온다.

 

방화로와 앞으로 가야할 능선-민등산, 개이빨산, 국망봉


아름다운 방화로를 따라 가을 속을 산책한다. 이처럼 아름다운 풍광 속을 직접 걷지 못하는 대원들은 얼마나 아쉬울까? 사진으로라도 구경을 시켜드려야겠다.

 

방화로 1

 

 

방화로 2

 

 

방화로 3


3시 37분, 헬기장이 있는 도성고개에 이른다. 이정표가 있다.<강씨봉 1.54K 민등산 2.55K> 이곳이 오늘 마루금 산행의 종착지이니, 배낭 속의 먹을 것을 다 비우라고 잭 대장이 명한다.

 

도성고개


3시 45분, 연곡리를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단풍 길이 아름답다. 4시 20분경, 봉고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곳까지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길가 냇물에서 땀을 씻고 나오니, 봉고차가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낙엽 쌓인 하산 길

 

 

하산길의 단풍-경담대원 사진

 

 

만산홍엽, 그리고 가야할 능선


(2006. 11. 5.)


 

뒤풀이

일행을 태운 봉고차는 부대 앞을 통과하여 국도로 향한다. 서쪽 하늘에 걸린 붉은 해가 장엄하다. 봉고차는 서파를 지나, 반대편 국도변에 있는 청송가든에 도착한다. 우리는 돼지갈비를 안주로 막걸리와 소주로 하산 주를 즐긴다. 7시경, 뒤풀이를 끝내고 마당에 내려서니, 열나흘 둥근달이 허공에 둥실 떠있다. 아름다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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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정문 접근


숲으로 들어선다, 내리막 사면에 묘들이 줄지어 자리 잡고 있고, 묘역 오른쪽으로 희미한 길이 이어진다. 길을 따라 내려선다. 안부를 지나, 숲을 벗어나니, 앞에 마을이 보인다. 우회로는 부대 철조망을 따라 가야하는데 논을 건너, 마을길로 들어서면 부대와 너무 멀어지는 느낌이다.

무덤능선

 

숲으로 되돌아 와서 주위를 찬찬히 살핀다. 오른쪽으로 '산들바다' 라는 오래된 산행리본이 보이고, 희미하게 발자국이 이어진다.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지만, 얼마 가지 않아,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맹랑하다. 흔적을 찾느라 잠시 머물러 주위를 살핀다. 왼쪽으로 낮은 능선이 보인다. 주위를 살피려고 길 없는 사면을 치고 올라 능선에 오른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아까 내려왔던묘역 위로 되올라 온 것이 아닌가? 

오래된 산행리본


할 일 없이, 올라왔던 곳을 되 집어 내려와 , 족적이 사라진 곳에 선다. 개념도를 꺼내 살펴본 후, 이번에는 무조건, 북쪽으로 숲을 가로 지른다. 머지않아. 임도로 내려서고, 왼쪽으로 거대한 탄약고가 보인다. 이 길을 찾느라고 약 15분간을 헤맨 셈이다. 이곳이 이번 구간에서 가장 길 찾기가 어려운 곳이다.

임도에 내려서고, 왼쪽에 탄약고가 보인다.


탄약고가 가까워지자 임도를 버리고, 뱀이 무서워, 스틱으로 누렇게 변한 풀을 헤치며, 철책으로 접근한다. 갑자기 앞에서 푸드득 소리가 요란하더니, 꿩 한 마리가 공중으로 솟구친다. 기겁을 하고 놀란다.

꿩이 날아오른 초지


초지를 건너, 철책에 이른다. 철책 안에 병사 두 명이 순찰을 돌고 있다. 위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이 앳돼 보인다. 이번에는 서슴없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등산로를 묻는다. 병사 한명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철책을 따라 올라 가세요. 위에서 초병이 또 안내해 드릴 겁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이중철책 사이를 걷는다. 밖의 것은 오래된 철조망이고, 안의 것은 새롭게 만든 철책이다. 철책에 걸린 경고문들이 겁을 준다.


"접근하면 발포한다."


"폭약 설치 및 고압전류 흐름 "


안쪽의 철책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조심조심 걷는다. 초소가 가까워지고, 초병 두 사람이 초소에서 나와 기다린다. 기선을 잡자고,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고 다가가자. 어디를 가느냐고 묻는다. 한북정맥을 종주하는 중이며, 현달산으로 간다고 대답하고, 개념도를 꺼내, 현재 위치와 현달산의 위치를 보여준다.

이중철책


초병들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하더니, 초소로 들어가, 전화로 당직 사관에게 보고를 하는 모양이다. 통화 시간이 길어진다. 혹시 되돌아가라고 하면 어쩌나하고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이윽고 초병 한 명이 다가오더니, 길이 험하니, 조심해 가라고 통행을 허락한다. 아울러 후문초소에서 검문을 하면, 이쪽 초소에서 통행 허가를 받았다고 말하라고 일러준다.


위병과 헤어져, 철책 길을 따라 걷는다. 1시 45분경에 후문초소를 지나는데도, 초소병들은 내다보기만 할 뿐 아무 제지도 하지 않는다. 아마 앞의 초소에서 연락이 있은 모양이다. 바리케이드가 쳐진 시멘트도로를 지나, 임도로 내려서니. 왼쪽으로 현달산이 가깝게 보인다.

탄약부대 후문을 지나면서 본 현달산


1시 49분, 식사동과 사리현동을 잇는 2차선 포장도로에 내려선다. 건너편 모래함 뒤로 등산로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현달산 까지는 우회로가 아닌 진짜 마루금이다. 도로를 건너, 숲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무덤 1기가 보이고, 조금 더 올라서니, 오른쪽에 폐가가 보인다. 작은 고개를 넘자, 길이 양쪽으로 갈린다. 산행리본들의 안내에 따라 왼쪽 길로 내려서서, 1시 58분, 광목장(光牧場) 정문에 도착한다. 잠시 안으로 들어가, 정면에 보이는 아담한 현달산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정문 쪽으로 나와 건너편, '사격시 입산금지' 팻말이 붙어 있는 등산로를 따라, 현달산으로 향한다.

현달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입구.


오른쪽으로 아름다운 광목장을 바라보며, 임도를 따라 걷다가, 임도를 버리고, 왼쪽으로 솔잎이 노랗게 깔린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숲길이 완만한 오름세로 이어진다. 왼쪽에 잘 관리된 묘가 보여, 카메라에 담고, 묘역을 벗어나, 다시 등산로를 오르다 뒤를 돌아보니, 봉분이 보이질 않는다.

아름다운 광목장


'괴상한 일도 다 있네.' 라고 속으로 중얼대며, 묘역으로 다시 들어가 묘비를 자세히 본다. '江陵 金氏 支山君 長湍派 望鄕祭壇'라고 음각돼있다. '아하! 묘가 아니라 제단이로구나.' 묘처럼 월성까지 만든 제단은 처음 본다.

망향제단


헬기장를 지나고 다시 송림이 이어진다. 6.25때 격전지라더니, 교통호가 이리저리 어지럽게 이어져있다.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교통호 치고는 꽤나 멀정한 편이다. 아마 지금도 훈련용으로 사용하는지도 모르겠다.

교통호

2시 17분, 정상에 오른다. 흙이 벌겋게 들어난 정상에는 삼각점이 세 개나 있고, '지적 삼각점 인식표' 라는 석판도 놓여 있다. 고도가 131.71M로 표기돼 있다. 정상까지 교통호가 이어지고, 정상 바로 아래 설치한 토치가의 지붕에 해당하는 웅덩이 주변에는 시든 잡초가 무성하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고봉산이 가깝게 보이고, 북쪽의 너른 벌판이 조망되나, 날씨가 흐려 문봉동 정도가 확실히 보일뿐이다.

현달산 정상

지적 삼각점 인식표

정상의 토치카

정상에서 본 고봉산


정상에서 망연히 주위를 돌아보며, 10여 분 간 휴식을 취한 후, 서쪽 급경사 비탈길을 달려 하산한다. 교통호가 자주 눈에 뜨인다. 2시 37분, 문봉동 고개 삼거리에 내려선다. 현달산을 내려서면서 다시 마루금과 이별하고 우회로를 걸어야한다.

문봉동 삼거리 교통 안내판 - 풍산동, 동국대 병원 방향으로 들어선다.


길을 건너, 타워 골프연습장이 있는 서쪽 도로로 들어선다. 인도가 없는 2차선 도로다. 좌측으로 인선ENT 페기물 처리장, 신원기업, 신성콘크리트공업(주)등의 기업들이 이어져 있어, 덤프트럭들이 굉음을 내고, 먼지를 피우면서, 질주한다. 길가로 내몰리며, 악명 높은 이 길을, 약 20분간 걸어, 예빛교회에 이르고, 이곳에서 오른쪽 비포장도로로 들어선다.

악명 높은 우회도로

인선 ENT

예빛교회 건너편 비포장도로


지나온 끔직한 길에 비하면, 무척 아름다운 길이다. 오른쪽은 군부대, 왼쪽은 개발지역인 모양으로, 이제 대지를 조성해 놓은 듯싶다. 군부대를 끼고 있는 호젓한 길, 여기저기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폐타이어, 버려진 가구 등이 쌓인 걸 보면, 개발과 관련이 있는 쓰레기인 듯싶다. 두고두고 전국의 산꾼들에게 욕 먹지마시고, 일산구청에서 청소차 몇 번 동원해서, 대청소를 하심이 여하 하신지요?

아름다운 길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 일산 사람들의 수치.


3시 13분, 삼거리에 이른다. 정면으로 군부대 철조망이 보이고, 산행리본들이 오른쪽으로 가라고 일러준다. 우회로는 마을을 통과하여, 아스팔트 포장 도로로 이어진다. 마을을 통과하며 오랜 만에 재래식 토담집을 본다. 도로로 나서자, 정면으로 통신탑이 우뚝 솟은 고봉산이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재래식 토담집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길가에 두메산골이라는 음식점이 보여, 캔 맥주를 사 마시려고 들어서 보지만, 병맥주 밖에 없다는 대답에 실망만 하고 돌아선다. 다시 도로를 따라 터덜터덜 걷는다. 오른쪽 콩밭너머로 보이는 고봉산이 아름다워 밭가에 서서 셔터를 누른다. 콩밭에서 꿩 한 마리가 공중으로 푸드덕 날아오른다. 오늘은 꿩 보고 놀라는 운세인 모양이다.

콩밭 너머로 본 고봉산


3시 23분, 왼쪽으로 군부대 철책이 보이고, 산행리본들이 펄럭인다. 도로를 버리고 철책으로 올라붙는다. 도로변에 아그래망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공장이 보인다. 철책을 따라 오른다. 반들반들하게 길이 나 있다. 정맥꾼들이 아니면 누가 이런 길을 갔겠는가?

부대철책

누가 이런 길을 만들었나?

초소가 보이고, 초병 둘이 나와서 기다린다. 역시 선수를 친다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하지만 이들의 반응은 차갑다. 어디를 가느냐고 묻더니, 민간인 출입금지 구역이니, 빨리 나가라고 호통이다. 싸가지가 바가지다. 오른쪽 숲에 산행 리본이 보인다. 나도 한번 째려 봐 주고, 숲속으로 들어선다.

초소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행리본들


솔잎이 노랗게 깔린 아름다운 송림을 걷는다. 1분쯤 걸었을까? 왼쪽으로 산행리본이 보인다. 역시 송림길이 이어지고, 새로 만든 참호도 눈에 뜨인다. 차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3시 39분,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성동고개에 내려서서 오늘 산행을 마친다.

성동고개


(2006. 10. 30.)


귀로.

도로를 건너, 고개를 향해 걷는다. 고개 마루턱에 오른쪽으로 만경사로 오르는 시멘트 길이 보인다. 다음 구간의 마루금이다.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10분 쯤 걸어, 확장공사가 한창인 356번 지방도로에 이른다. 왼쪽이 구파발, 오른쪽은 금촌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다. 주민에게 가까운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을 물으니. 지하철역은 한참 멀고, 버스 정류장은 구파발 방향으로 걸어 나가면 있다고 일러준다.


공사 중이라 인도도 없는 찻길을 10분 정도 걸으니, '하사관 주택 앞' 이란 묘한 이름의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길을 건너, 반대편 정류장에서 구파발 행 버스에 올라타고, 카드를 찍는다. 이번에는 요금이 1,400원이다. 원당역에서 내려 지하철로 바꾸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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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목장에서 본 단아한 모습의 현달산


1945년 해방 이후, 반세기가 넘는 동안, 우리는 그야말로 격동의 세월을살아왔다. 정치, 군사,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이정도의 기간에 이처럼 많은 변화를 경험한 나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세상이 이처럼 급변하는데, 청산(靑山)이라고 의구(依舊)할 수가 있겠는가? 질펀한 논과 밭이 고속도로로 변하고, 산허리는 동강나 도로가 관통한다.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정든 마을은, 땜이 만들어지면서, 하루아침에 물속에 잠겨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백두대간이라고 온전할 리가 없다. 시멘트를 만들어 수출을 하겠다고 아름다운 보랏빛 석산을 반 동강으로 만들고, 오랜 옛날부터 명산으로 추앙되어, 선조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유서 깊은 산이, 채석장으로 변해, 허옇게 내장을 들어내놓고 있다.


세상이 변화하니, 강산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경제개발이나, 국토개발을 위해 불가피하게 대간이나 정맥의 마루금을 훼손하더라도, 그 범위를 최소화하고, 그 흔적을 유지하고 맥을 이어, 우리조상의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지혜가 후손들에게 계승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제 우리도 그 정도의 여유는 있지 않은가?


산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한북정맥처럼 딱한 곳도 없어 보인다. 북한에 있는 추가령, 백암산은 물론이고, 비록 우리 땅이기는 하지만 적근산, 대성산은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울러 마루금의 많은 부분이 수도권을 방어하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군부대들이 주둔하고, 우리들은 이들을 우회해야한다.


어디 그뿐인가? 수도권에 가까워, 일찍부터 골프장으로 침식당하더니, 일산 신도시 개발과 더불어 한북정맥의 종착점 부근은 더욱 더 훼손이 심하다. 마루금을 걷는 구간보다 우회하는 구간이 더 길고, 무참하게 훼손된 마루금을 보지 않으려고, 한북정맥을 종주하는 많은 산꾼들이,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의 숫돌고개에서 종주를 마치던가, 숫돌고개에서부터 종주를 시작한다. 이처럼 한북정맥은 머리가 잘리더니, 꼬리마저 끊어지게 된 셈이다.


잭 대장의 안내로, 2006년 2월, 숫돌고개에서 시작한 한북정맥 종주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금년 12월이면 수피령에 도착할 예정이다. 고민이 생긴다. 숫돌고개에서 장명산까지의 꼬리를 남들처럼 잘라버려도 될까? 그렇게 하려니, 한북정맥이 너무도 딱하다. 어쩔 수 없이 머리는 잘렸어도, 꼬리부분마저 잘라버린다면, 과연 이 종주의 의미는 무엇인가?


2006년 10월 28일(토)

오늘은 한강기맥 산행을 하는 날이다. 하지만 S 산악회에서 가이드 하는 한강기맥 종주가, 몇 구간 안 남기고, 성원 부족으로 또 펑크가 난다. 그래서 산행이 없는 이날, 한북정맥의 꼬리부분을걷기로 한다.

 

숫돌고개에서 장명산까지는 하루 걸음으로는 다소 먼 거리다. 게다가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만 의존하여, 혼자서 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욕심을 내지 않고, 두 구간으로 나누어 산행하기로 한다. 오늘 코스는『숫돌고개-농협대-39번국도-현달산-성동재』로 잡는다.


마루금의 대부분을 군부대가 점유하고 있고, 또 일부는 골프장에 편입되어, 오늘 구간은 주로 우회로를 걷는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걷고, 도로와 철로를 건너서, 군부대의 삼엄한 철책길을 따른다. 하지만 이곳 철책길은 한강기맥의 용문산이나, 오음산 등의 악명 높은 군부대 철책길과 비교하면 가히 양반이라 하겠다.


비록 마루금을밟지 못하고, 우회로를 걷지만, 내 국토, 내 조국을 사랑하는 산꾼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이제 이 구간의 우회로는 거의 틀이 잡혀가는 느낌이다. 마루금도 내 국토고, 우회로도 우리 땅이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8) 산행시작-(10:06) 고양중학 운동장-(10:23) 87m봉-(10:29) 13번 송전탑-(10:30~10:35) 천일약수터 왕복-(10:47) 등산로 차단 지점-(10:54)천일농원 가든-(10;57) 천일농원 정문-(11:01) 농협대 정문-(11;08) 서삼능 갈림길-(11:33) 홍토포크-(11:39) 순환도로 굴다리-(11:50) 69번 지방도로-(11:53) 탄약중대 군사작전도로 입구-(12:08~12:33) 중식-(12:55) 군부대 정문-(13;00~13:15) 길 찾기, 탄약고 보임-(13:45) 후문-(13:49) 2차선 지방도로-(13:58) 광목장-(14:06) 강능 김씨 망향제단-(14:17~14:30) 현달산-(14:37) 문봉동재 삼거리-(15:04) 예빛교회-(15:13) 군 철책 보이는 임도 삼거리-(15:20)-두메산골-(15:23) 군부대 철책-(15:33) 오른쪽 숲으로-(15:38) 성동고개』중식 25분 포함, 총 5시간 4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구파발 전철역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여, 도착하는 버스마다, 숫돌고개로 가느냐고 묻는다. 기사양반들은 하나 같이 고개를 가로 젓거나, 숫돌고개가 어디냐고 되묻는다. 통과하는 버스를 보니. 종류도 다양하다. 시내버스, 시외버스. 좌석버스. 일반버스. 간선버스. 지선버스.... 가만히 보니, 구파발에서 모든 버스는 세 갈래로 흩어지는 모양이다. 북한산, 의정부방향, 문산, 벽제방향, 그리고 일산, 교하방향이다. 그렇다면 감이 잡힌다.


문산, 벽제방향의 버스면 되겠다 싶어, 문산가는 버스가 도착하자, 무조건 올라타고, 숫돌고개로 가느냐고 물으니, 반응이 없다. 군부대가 있는 고개 마루턱에서 내리고 싶으니, 가까운 정류장을 알려달라니까, 그제야 반응이 온다. 삼송동이나, 오금동에서 내리라며, 어서 카드를 찍으라고 한다. 800원이 찍힌다.


네댓 정류장을 지난다. 기사양반이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라고 알려준다. 버스에서 내리니 '삼송동 주택 앞' 정류장이다. 작은 공지에 조각물도 있고, 벤치도 놓여있다. 벤치에서 앉아, 재킷을 벗고, 조끼를 걸친다. 신발 끈을 단단히 맨 후, 물도 한 모금 마신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 마루턱으로 향한다.


지난 2월, 한북정맥 종주를 시작한 낮 익은 고개 마루턱이다. 길을 건너 부대 앞에서, 9시 58분 산행을 시작한다. 부대 정문 왼쪽담장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다닥다닥 걸려있다. 다른 부대에서처럼 이곳도 철책을 따르라는 지시라고 해석 할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는 그게 아니다. 왼쪽 아스팔트 좁은 길을 따라 내려서라고 최근의 산행기들은 권하고 있다.

부대정문 왼쪽의 산행리본 - 우회로는 사진 속의 도로를 따른다


골목길로 두서너 발자국 내려서니, 군부대 철책 옆에 부대장이 게시한 우회로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부대 정문에 '항재전장(恒在戰場)'이라는 슬로건이 보이더니, 부대장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양반인 모양이다. 마루금을 타고 앉아 미안하지만, 어차피 우회하는 , 조금 더 우회하여, 전장에서 멀리 떨어져 달라는 소리다.

부대장 우회로 알림판


어쩌면 이런 종류의 알림판은 덕양구청에서 신경을 쓰고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곳은 한북정맥 종주를 위하여 전국의 산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모여드는 곳이다. 마루금 통과가 안 되어 어차피 우회를 해야 할 상황이니, 요소요소에 친절하게 우회로를 안내해 주면, 이곳을 찾는 산꾼들에게 '일을 할 줄 아는 덕양구' 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지않겠는가?

 

아스팔트 포장이 된 좁은 골목길을 내려선다. 삼송 3동 골목길이다. 약 200미터 쯤 내려서니, "고양중학교길" 안내판이 전봇대에 높직이 걸려있다. 안내대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바로 중학교 정문이고, 쪽문이 열려 있다. 토요일이라 수업이 없는지 학교 안에는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운동장을 가로 질러, 학교 뒷산으로 오른다.

고양 중학교 운동장


학교 뒷산에서 왼쪽에 무덤을 끼고, 오른쪽 능선으로 오른다. 제법 너른 등산로가 이어진다. 오른쪽은 군부대 철책이고, 왼쪽은 숲이다. 길가에 산책로 표시가 보이고,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나풀댄다. 아마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로 개방한 모양이다. 덕양구청에서는 이쯤에 백두대간 해설판과 이곳이 한북정맥의 우회로라는 알림판 정도를 세워주면 금상첨화겠다.

산책로 팻말, 백두대간 해설판을 세울 공간이 충분하다.


산책을 나온듯한 노부부가 마주 걸어온다. 모처럼 사람을 만나니 기분이 좋아, "안녕하세요." 라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10시 23분, 87m봉의 삼각점을 카메라에 담고, 오솔길을 따라 내린다. 얼굴을 검게 위장을 하고, 완전무장한 병사 둘이 잠복근무를 하는지, 철책 밖 주변을 서성인다. 순간 긴장하여, 인사말도 건네지 못하고 황급히 지나친다.


아름다운 산책길이 이어진다. '한북정맥 외로운 종주' 라는 태백시 김 범태 씨의 산행리본이 눈에 뜨인다. 그러고 보니, 전국의 내로라하는 산꾼들은 모두 이 길을 지났을 것이다. 13번 송전탑을 지나자,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뉴 코리아 골프장 철조망이 따라온다.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페어웨이가 오랜 가뭄으로 거칠어 보인다.

아름다운 산책길, 오른쪽은 뉴 코리아 골프장이다.


산책길이 왼쪽으로 굽어져 내리는데 무심코, 따라 내려서니, 눈앞에 넓은 공지가 나타나고, 오른쪽으로 약수터가 보인다. 아뿔싸, 마루금은 약수터로 내려오기 전, 오른쪽 능선으로 이어진다 했는데, 알바로구나. 하지만 이왕 내려선 곳, 약수터로 다가가 물을 받고 있는 두 아주머니에게 농협대 가는 길을 확인하고, 물 한 바가지 얻어 마신 후, 온 길을 되돌아서 오른쪽 능선으로 오른다.

천일 약수터

천일약수터 내려가는 왼쪽길

솔잎이 노랗게 깔린 소나무 숲으로 완만하게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다람쥐 한 마리가 등산로에 나와 말끔히 쳐다본다. 귀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셔터를 누르니, 놀랐는지 후다닥 숲속으로 사라진다. 오른쪽으로 인기척이 들리고, 그린에 모인 골퍼와 캐디들이 보인다.

산책로 위의 다람쥐


10시 47분, 철조망 문이 완강하게 오솔길을 차단하고 있다. 철조망 너머로 등산로는 계속 이어지지만, 선답자들이 산행기에서 지적한 '뚫린 개구멍'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농협대를 통과하는 산꾼들이 귀찮아 단단히 막아 놓은 모양이다.

철조망으로 차단된 오솔길


할 수없이 왼쪽으로 난 뚜렷한 등산로를 5분 쯤 따라 내려, 천일농원가든 뒤쪽 공사장에 이른다. 공사하는 인부들에게 농협대 가는 길을 묻는다. 천일농원가든 앞으로 나가, 길을 따라 걸으면, 동서로 이어지는 포장도로에 이르고, 그 포장도로에서 서쪽으로 조금 진행하면, 농협대 정문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천일농원가든


2차 포장도로로 나와 서쪽으로 걷는다. 인도가 따로 있는 도로는 아니지만, 차량 통행이 많지않은 쾌적한 도로다. 11시 1분 농협대 정문에 이른다. 대략 철조망이 오솔길을 차단하던 그 지점에서부터 마루금은 북서쪽으로 달려 골프장으로 편입되어 버렸으니, 농협대 운동장을 지나 정문에서 우회로로 나오나, 천일농원가든을 거쳐, 우회로로 나오나, 별 차이가 없겠다.

농협대 정문


농협대 정문에서 39번 국도까지 약 40분 동안은 이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왼쪽으로 한양 CC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농경지가 펼쳐진다. 추수가 끝난 텅 빈 논 너머로 나지막한 능선이 흐르고, 아마도 마루금은 그 능선 넘어, 골프장으로 이어지는 모양이다.

도로 우측으로 보이는 풍광, 작은 능선 너머가 마루금 같다.


한적한 포장도로를 걸으며 보는 전원풍경이 아름답다. 너른 치커리 밭, 파밭이 펼쳐지고, 밭에서 일하는 아낙들이 눈에 뜨인다. 오른쪽으로 가끔씩 한양골프장의 푸른 페어웨이가 보인다. 마치 국토 대장정을 하는 느낌이다.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대학생들이 여름방학 때 행하는 국토 대장정을 무척 부러워하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한북정맥 마루금을 이처럼 우회하는 덕에 그 기분을 내 본다.

한적한 포장도로

치커리 밭

파밭


11시25분, 서삼능 보리밥 집 앞을 지난다. 동동주 생각이 간절하지만, 아직 12시도 지나지 않았고, 집사람이 싸준 도시락이 걸려, 꾹 참고 지나친다. 보이스카우트 중앙 연수원을 지나니, 저 앞 오른쪽으로 황토포크 식당이 보이고, 서울외곽 순환고속도로가 눈에 들어온다.

서삼능 보리밥 집

보이스카우트 중앙영수원 입구

 

황토포크

 

11시 39분, 외곽순환도로 굴다리를 지나고, 39번 국도를 건너, 석재공장 옆 시멘트 길로 들어선다.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다. 험상궂게 생긴 송아지만한 검정개가 허연 이를 드러내며 무섭게 짖어댄다. 매어 있기는 하지만 긴 줄을 끌고, 길을 반 넘어 막고 서서 짖어댄다. 타구봉(打拘棒) 삼아가져 온 스틱 한개가 아직 배낭에 꼽혀있는데, 난처하다. 길 가로 슬금슬금 개 눈치를 보면서 지나간다. 이번에는 길 아래서 누렁이란 놈이 위를 보며 사납게 짖어댄다. 정맥길에서는 개가 무섭다더니, 헛말이 아니다.

39번국도와 석재공장

개가 있는 우회로


교외선 철로를 건너고, 11시 50분, 69번 지방도로에 올라선다. 오른쪽에 현대 주유소가 보인다. 길을 건넌 후, 남쪽으로 도로를 따라 잠시 내려서니, 제512 탄약중대 안내판이 서있다. 오른쪽 시멘트 군사작전도로로 들어선다. 이 도로는 부대 정문으로 이어진다. 길가에 세워진 경고판은 군사작전도로라 일반차량은 이 도로에서 정차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도로변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주민들의 산책로로 사용된다고 한다.

교회선 철로

탄약중대 안내판

군사작전도로


아름다운 시멘트 길을 천천히 걷는다. 위장한 군인들을 태운 트럭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줄지어 이동한다. 그 외는 차량 통행도 거의 없는 텅 빈 도로다. 12시가 조금 지난 시각, 도로 변에 공지가 보이고,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희미한 길이 눈에 뜨인다.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본다.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군사 훈련장인 모양이다. 도시락을 펴기에 알맞은 장소다.


도로가 내려다보이는 소나무 숲에 혼자 앉아 점심을 먹는다. 보이지는 않지만, 길 건너 숲 너머로 외곽순환도로가 지나는 모양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소음이 혼자 있다는 의식을 어느 정도 희석시켜 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누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 혼자서 하는 식사는 정말로 맛이 없다.

 

혼자 식사한 곳-앞에 배낭 놓인 자리, 그 앞으로 시멘트 도로가 보인다.


식사를 마치고, 배낭에 꽂아 두었던, 스틱을 꺼내 들고, 시멘트 도로를 따라 걷는다. 저 앞에 바리케이드를 지그재그로 설치한 부대 정문이 보인다. 정문에 다가서니, '등산객 출입금지' 팻말이 서 있다. 초병에게 등산로가 어디냐고 물으니, 말없이 오른쪽을 가르친다. 오른 쪽에 작은 공지가 있고, 공지 너머, 숲으로 들어서는 곳에 산행리본들이 걸려있다.

부대 정문 접근


한북정맥(-1) : 숫돌고개-농협대-39번국도-현달산-성동재(B)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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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전망대에서 본 운악산의 위험구간


극심한 가뭄이 계속된다. 유난히 길었던 장마가 끝난 후 2개월이 넘도록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단풍도 말라 윤기를 잃고, 오그라든 느낌이다. 추석이 지난 지 2주일이 넘었고, 내일 모래면, 상강(霜降)인데, 낮 기온은 25도를 훌쩍 넘고, 일교차도 10도를 웃돈다. 그러니 목감기 등 감기가 기승을 부린다. 다행히 일요일에는 기다리던 비가 내려, 가뭄이 어느 정도 해갈되고, 기온도 평년 기온을 되찾아, 여름 같은 가을이 끝난다는 예보다. 제발 날씨만이라도 정상을 찾아 주면 좋겠다.


2006년 10월 21일(토).

잭 대장의 안내로, 10번째 한북정맥 산행에 나선다. 남들은 7~8구간 산행으로 졸업을 하는데, 우리는 졸업을 하려면 아직도 4구간~6구간이 더 남았다.


"산이 어딜 가냐? 즐기면서 쉬엄쉬엄 가다보면 끝이 나는 거지."


잭 대장은 망경봉에서 운악사로 하산하는 암릉과 직벽코스, 그리고 운주사에서 신선대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고, 무지치 폭포에 이르러, 그 주변의 아름다운 단풍을 대원들이 즐길 수 있도록 산행계획을 짠다. 그 결과, 우리들은 한북정맥을 하면서 운악산을 두 차례나 오르는, 유일무이한 팀이 된다.


상봉 터미널에 모인 대원수는 모두 11명이다. 다른 때에 비해 저조한 숫자다. 참여자들은 모두 대간을 마친 3차대 대원들뿐이고, 산이사회 카페 개설 이후, 입회한 회원들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잭 대장의 '8시간 산행 소요시간' 공시에 잔뜩 위축이 된 모양이다.


잭 대장은 정직한 사람이다. 운주사에서 출발, 아기바위에 오르고, 운악산의 위험한 암릉길을 우회한 후, 원통산을 넘고, 노채고개를 건너, 다시 길마봉을 넘은 후, 길마재를 거쳐, 청계산 유원지로 하산할 경우에는 8시간이 빡빡하다. 점심시간 30분을 빼내기가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요즘은 해가 짧아져, 일몰시간까지 염두에 두어야할 판이니, '산행 소요 8시간' 고시로 오늘 산행이 쉽지 않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한다.


하지만 잭 대장은 마음이 곱고, 융통성이있는 양반이다. 산행고시대로 고지식하게 밀어 붙이기만 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다. 산행을 하면서 상황에 따라 산행계획을 변경할 할 줄도 안다. 그러니 앞으로 산이사회 회원 제위께서는 산행공시 내용에 너무 겁먹지 말고, 시간을 내어, 모두모두 즐겁게 즐겁게 산행에 참여하기만 하면 된다.


오늘의 산행기록을 살펴보자.

『(9:34) 운주사 입구 하차-(9:45) 산행시작-(9:47) 이정표-(10;30) 주 등산로-(10:55) 신선대-(11:11) 대궐 터-(11:42~11:46) 아기바위 직전 전망대-(11:53) 아기바위 앞 마루금 -(11:58~12:02) 위험구간 암봉-(12:04) 우회로 갈림길 회귀-(12;31) 우회로 끝-(12:43) 강동구 갈림길-(12:50~13;25) 중식-(13:49~13:53) 무명봉, 전망대-(14:23) 노채고개 사거리-(15:06~15:14) 원통산 정상- (3;53) 노채고개-(4:30) 청계산 유원지』 점심시간 35분 포함, 들머리 2시간 2분, 마루금 3시간 31분, 날머리 37분, 합계 6시간 4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산행시간이 예정보다 약 1시간 30분 정도 짧아졌다. 노채고개에서 길마봉을 넘어, 길마재에 이르는 마루금을 포기하고, 청계산 유원지로 하산하는 날머리 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다. 왜 이런 변경이 이루어졌을까? 여기에는 '26년이 걸린 첫 사랑의 고백' 이라는 소설과도 같은 사연이 숨어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사연이라 구체적인 것을 밝힐 수는 없지만, 여하튼 다음날의 힘든 산행을 위하여, 체력을 비축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화봉대원은 26년 동안 고이 간직했던 첫사랑의 고백을 듣고는, 어쩔 수 없이, 전날 과음 등 무리를 한다. 그래서 몸이 무겁고, 다리에 힘이 빠졌으니, 산행구간을 좀 단축하자고 잭 대장에게 간절히 요청한다. 이에 마음이 약해진 잭 대장은 4시도 못되어 노채고개에 내려섰음에도, 오늘의 산행을 그 곳에서 마감한다.


* * * * *


상봉터미널에서 8시 20분에 출발하는 사창리 행 버스는 우리가 내려야 할 운주사 입구를 지나가지만, 그곳은 버스 정류장이 아니라 서지를 않는다. 정류장에서 내리게 되면 한참을 걸어야하기 때문에. 잭 대장과 우정대원이 운주사 입구에서 잠시 정차해 달라고 미리 부탁을 하기 위해, 기사양반을 찾는다.


머리가 벗겨진, 사람 좋아 보이는 기사 양반이 커피를 들고 버스로 향한다. 잭 대장이 다가가 인사를 한 후, 부탁을 하는 모양이고, 넉살좋은 우정대원은 대뜸 아는 체를 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 번 굴다리에서 친절하게 우리 일향을 내려준 바로 그 기사양반이다.


허 허 웃는 기사 양반도 우리 일행을 알아 본 모양이다. 이러니 이야기는 다 끝난 셈 이다. 그래도 차에 오르면서, 막내 정총이 어느 새 사왔는지 인삼 드링크 한 병을 기사양반에게 안긴다. 다음 번 산행을 위해 미리 초를 쳐 두는 모양이다.


아침이라 도로 사정이 좋다. 9시 43분 경, 친절한 기사양반은 운주사 입구에 차를 세워주고, 우리들은 고맙다는 인사말을 큰소리로 합창하며, 버스에서 내린다. 등산로 입구에 대형 전세버스가 서 있고, 주위는 온통 이 버스에서 내린 등산객들로 붐빈다. 줄을 서서 겨우 화장실을 다녀오는 등 산행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단체 증명사진을 좋아하는 양반들이 들머리 사진 박기를 빼어 놓을 리가 없다. 올 멤버가 등산 안내판 앞에 활짝 벌려 선다.

올 멤버의 단체사진-우정


9시 47분, 신선대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묵은 밭을 지나, 숲으로 들어선다. 도마도 밭에는 추수하고 남은 붉은 도마도 몇 알이 남아있다. 아마도 까치밥으로 남겨둔 모양이다. 우정대원이 갑자기 까치로 변한다. 텅 빈 밭 너머로 운악산과 주위 봉우리들이 안개 속에 희미하다.

이정표

 

안개속의 운악산과 주위의 봉우리들


숲길이 골짜기로 이어진다. 골짜기를 타고 오르던 잭 대장이 아무래도 이상하다면서, 오른쪽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능선에 오르니, 훌륭한 등산로가 완만하게 이어진다. 이윽고 경사가 가팔라지고, 10시 8분, 갈림길에 선다. 왼쪽으로 신선대라고 짐작되는 암봉이 솟아 있는데, 우리 일행은 뚜렷한 길을 따라 오른쪽 사면을 가로 지른다.

엉뚱한 능선을 오르는 대원들


사면을 가로 지른 후 능선에 선, 선두 잭 대장이 주위의 산세를 보더니, 비로소 알바를 한 것을 인식한다. 뒤로 되돌아가라는 신호가 온다.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와 왼쪽의 희미한 내리막길을 내려서자, 오른쪽으로 신선대와 무지치 폭포가 보인다.

서기가 어린 신선대와 무지치 폭포


등산로는 무지치 폭포에서 내려오는 계곡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망설일 것이 없다. 계곡에 내려서서, 희미하게 이어지는 급사면 길을 따라, 맞은 편 사면으로 치고 오른다. 제법 급한 사면이라 힘이 많이 든다. 10시 30분, 이윽고 능선에 오르니, 신작로 같은 등산로가 이어지고, 경사면을 따라 하얀 로프가 길게 매어져 있다. 이제야 제 길에 들어선 것이다. 멋진 돌계단 길도 보인다.

무지치 계곡을 건너고,

한적한 돌계단 길


처음 이정표의 방향에 따라 올바르게 진행했다하더라도, 그 후 어느 능선, 어느 골짜기를 택하느냐에 따라 진로가 크게 달라진다. 들머리, 날머리에서특별히 신경을 써야하는것도 많은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엉뚱한 곳으로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늘은 다행히 가야할 방향이 뻔해, 약 10분~15정도 험로를 헤맨 후, 제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신선대 아랫자락을 지난다. 기(氣)가 센 곳인가 보다. 바위틈에 촛불을 켜 놓고 치성을 드린 흔적이 보인다. 신선대 앞 쉼터 전망대에 선다. 서쪽 방향의 조망이 시원하다. 오버 행 암벽을 지나 약수터로 향한다. 가뭄인데도 샘에는 물이 가득하고 물맛이 달다. 샘터 앞 너른 공간에는 쉬고 가라고 나무벤치도 여럿 보인다.

샘터의 오버 행 암벽


다시 암벽 쪽으로 나온다. 아마 이곳에서 암벽 훈련을 하는 모양이다. 침니형 암벽도 있고, 직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앵커 볼트를 박아 놓았는가 하면. 그 꼭대기에는 자일을 걸 수 있도록, 카라비나도 몇 개 걸려있다. 119 긴급 연락처, 운악산 4-3(신선대) 팻말을 지나 뒤를 돌아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선선대가 우뚝하고, 중간 부분의 넓은 테라스에 등산객들이 빨간 점처럼 보인다.

119 긴급 연락처 팻말

 

신선대


무지친 폭포 위 쉼터로 향한다. 바윗길에 단풍이 아름답다. 바로 이곳이 잭 대장이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다. 가물어 물이 끊긴 폭포 위 너른 암반에 낙엽이 뒹굴고, 등산로에는 하얀 가드레일이 쳐져있다. 그림에서 많이 본 풍경이다. 반대쪽, 물이 마른 폭포에도 역시 낙엽이 뒹굴고, 주변의 단풍들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잭 대장이 보여주고 싶어 한 단풍

 

가을 풍경

 

말라버린 폭포


11시 11분 대궐 터를 지난다. 왕건에게 쫓긴 궁예의 마지막 대궐 터다. 이정표가 서 있다. 정상 -1,900m. 한참 생각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이정표다. 발상이 다양한 것은 좋은데, 이정표의 쓰임새를 고려한다면, 역시 엉뚱한 곳에서 실력을 발휘했다는 느낌이다.

대궐 터


다시 아름다운 단풍을 지나고, 직벽에 걸린, 흔들거리는 철사다리를 한사람씩 조심스럽게 통과 한 후, 로프를 잡고 가파른 암릉을 오른다. 11시 42분, 아기바위 직전의 바위전망대 위에 선다. 이곳이 잭 대장이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두 번째 장소이다.

다시 단풍길

 

흔들거리는 철사다리를 한 사람씩 조심스럽게 오른다.


동쪽으로 그 유명한 운악산의 위험구간이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포천시가 널찍하게 펼쳐져있다. 전망대 바위 끝에서 한 그루 청송이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가하면, 다른 한쪽에는 고사목 한 그루가 표표하다. 용립한 암봉들과 질펀하게 너른 들, 그리고 생(生)과 사(死),의 극단적인 대조가 연출하는 아름다움에 숨이 막힌다.

운악산 위험구간

 

바위전망대 위의 청송


11시 53분, 아기바위 앞의 마루금에 올라서고, 11시 56분, 갈림길에 이른다. 왼쪽은 우회로고, 직진은 마루금인 위험구간이다. 대원들은 지난번, 위험구간의 암봉은 들렀다고, 왼쪽 우회로로 접어들고, 나와 심천대원, 그리고 덕암대원 셋은 그 자리에 배낭를 벗어 놓고, 암봉으로 향한다.

위험 구간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주변의 기암


11시 58분, 산행리본들이 잔뜩 걸린 암봉 위에 선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떨어지는 암릉길이 마루금이다. 감히 내려설 생각은 못하고, 우선 서쪽을 본다. 잠시 전에 우리가 서 있던 바위전망대가 눈앞에 있다. 그 곳에서 47번국도 쪽으로 날카롭게 흐르는 바위능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북서 방향으로는 포천시 화현면이 펼쳐지고, 베어크리크 컨트리클럽의 페어웨이가 뚜렷이 보인다.

위험구간 전망대에서 본 서쪽바위전망대 능선-조금 전에 서 있던 곳

 

포천시 화현면


암봉에서 남쪽 전망대로 향한다. 도중에 계곡사이로 위험구간을 거쳐, 원통산으로 이어지는 힘찬 마루금을 굽어본다. 실로 장쾌한 흐름이다. 남쪽 전망대에서는 운악산에서 동쪽 상판리로 흐르는 아름다운 능선을 굽어본다. 역광 속에 가까이 병풍바위가 보이고, 뾰족 뾰족 솟아 있는 기암들이 그로테스크하다.

계곡사이로 동쪽에서 본 위험지구와 이어지는 마루금

 

하판리 조망

 

당겨찍은 병풍바위


12시 4분, 우회로 갈림길로 되돌아와 배낭을 메고, 약 8분 전에 먼저 떠난 일행을 뒤따라,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선다. 우회로라지만 이 길도 만만한 길이 아니다. 급경사 암릉길을 오르고 내리고, 좁은 사면 길을 위태롭게 게걸음 친다. 눈이 쌓이거나, 결빙이 됐을 때에는 통행이 불가능하겠다. 지금도 낙엽이 쌓인 사면 길은 자칫 미끄러질 염려가 있어 위험하다. 조심조심 우회로를 걷는다.

우회로를 걸으며 본 주위의 암봉 1

 

암봉 2

 

산행리본과 암봉


 

고사목


12시 31분, 우회로가 끝나고 다시 마루금으로 올라선다. 오른쪽으로 가야할 능선과 노채고개, 그 너머 길마봉, 청계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보인다. 12시 43분, 커다란 바위가 있는 갈림길에서 역광 속의 위험구간을 되돌아 본다.

위험지구를 벗어난 능선에서 본 가야할 길, 노채고개, 길마봉, 청계산

 

우회한 위험구간

큰 바위


12시 50분, 무명봉 위에서 점심상을 펼친다. 고모들의 불참으로 점심상이 빈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약 35분간 중식을 즐기고 일어선다. 부드러운 능선길을 달려 내린다. 험한 우회로를 지나고 나서그런지, 산책길을 걷는 느낌이다. 점심 후라 천천히 걷는다. 어느 사이에 앞선 대원들은 시야에서 멀어져 보이지도 않는다. 이 기분 좋은 산책로를 즐기기보다, 힘들지 않는 길이라고 마음껏 달리고 있는 모양이다.


1시 49분 대원들이 쉬고 있는 작은 봉우리에 오른다. 오른쪽으로 4~5미터 떨어진 곳에 전망대 같은 곳이 보인다. 그쪽으로 가서, 전망대가 있다고 소리쳐 알려줘도, 쉬기를 마친 대원들은 서둘러 봉우리를 내려서는 눈치다. 전망대 위에 서니, 동쪽과 남쪽의 조망에 막힘이 없고, 가야할 길마봉, 청계산, 강씨봉이 가깝다.

동쪽조망

 

길마봉, 청계산, 강씨봉, 그 뒤로 명지산, 또 그 뒤는 화악산


전망대에서 봉우리로 돌아와, 앞서 간 일행을 뒤 쫓는다. 한북정맥에 다시 올 것도 아닐 터인데, 왜들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시간도 이제 2시가 조금 지났을 뿐이니, 서둘러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부드러운 능선길이 계속된다. 작은 봉우리를 두세 개 넘고, 2시 23분 사거리인 노채고개에 내려선다. 왼쪽은 일동 화현 4리, 우측은 노채로 이어지는 길이다.

노채 사거리를 지나는 대원들


노채고개를 지나면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10분 후 낙엽이 쌓인 능선에 오르고, 2시 52분 무명봉에서 잠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한 후, 내리막길을 달려, 원통산 직전 전망 바위 위에 선다. 뒤돌아본 운악산과 그 곳에서 이러져 내린 지나온 능선이 장쾌하다.

운악산과 지나온 능선이 역광 속에서 장쾌하다


3시 6분, 원통산 정상(567m)에 오른다. 정상에는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있고, 나뭇가지에 한 묶음의 산행리본들이 걸려 있을 뿐 평범하다. 동쪽으로 가야할 산들이 보이지만, 주위의 나뭇가지들 때문에 조망이 시원치 않다. 대원들은 서둘러 하산을 하고, 심천대원과 둘이 남아 잠시 향초를 즐기며 동쪽의 산들을 확인해 본다.

원통산 정상

 

3시 20분, 등산로가 동쪽으로 급격하게 굽어지며,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눈 앞에 청계산이 가깝다. 3시 40분 도로확장 공사가 한창인 노채고개가 보인다. 깎아지른 절개지가 위태롭다. 안전한 내림 길을 찾아, 북쪽으로 한참 이동한 후에야 비로소 노채고개로 내려선다. 3시 53분이다.

청계산

 

도로공사가 한창인 노채고개

 

절개지위를 걷는 대원들- 우정사진

노채고개에 내려선다.


공사 중인 도로를 따라 청계산 유원지로 향한다. 약 10분 후 샘터를 지난다. 물이 좋은지 샘물을 받으려는 물통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4시 14분 청계산 유원지 입구에 선다. 오른쪽에 커다란 안내판이 안내를 한다. 유원지로 들어선다. 오른쪽으로 예쁜 이름의 팬션들이 아름답고. 청계산 저수지는 거의 바닥을 보이고 있다.

청계산 유원지 안내판

 

유원지 식당가 입구


4시 40분 경, 청계산 통나무집에 도착하여, 수돗가에서 세수를 하고, 땀을 닦은 후, 시원한 야외에서 가을 풍광을 즐기며, 주물럭을 안주로 생맥주와 소주를 마신다. 주물럭은 간이 맞고, 연한 열무김치 맛이 일품이다. 화봉대원의 '26년만의 첫사랑 고백' 덕분에 일찌감치 하산하여, 이처럼 은성한 가든파티를 즐기게 된 것이다. 대구 아줌마에게 행운이 있기를....

청계산 통나무집 가든파티-잭 대장 사진


뒤풀이를 즐긴 대원들은 6시경 식당 주인이 운전하는 밴으로일동으로 이동하여, 마침 도착한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2006. 10. 2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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