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0m봉에서 본 운악산

망경대와 포천방향 하산 능선


경기도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는 운악산(雲岳山)은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개성)과 함께 경기 5악으로 불린다. 이 중에서 최고봉은 해발 1,468m의 화악산이지만, 산세의 수려함에 있어서는 운악산이 5악 중에 으뜸이라고 한다. 주봉인 망경대를 중심으로 웅장한 암봉들이 구름을 뚫을 듯 솟구쳤다고 해서 운악산(雲岳山)이라고 불린다. (펌)


2006년 9월 30일(토).

잭 대장이 가이드하는 한북정맥 9번째 산행으로 둘러본 운악산은 경기 5악 중의 으뜸이라더니,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다. 정상인 동봉과 서봉은 거대한 바위 덩어리다. 몇 길씩 되는 암벽이 솟아 있고, 기기묘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아름다운 노송들과 어우러져 살아 있는 산수화를 그리고 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정상 주변의 풍광은 초추(初秋)의 양광(陽光) 속에서 빛을 발하고, 사방이 확 트인 정상에서의 조망이 또한 압권이다.


한북정맥은 운악산을 남북으로 지나가고, 운악산의 일반 등산로는 동서로 나 있다. 잭 대장은 이 아름다운 운악산을 정맥 마루금만 따라 걷기가 아까웠던 모양이다. 47번 국도에서 출발하여, 동봉, 서봉을 거치더니, 아기바위까지 진행한 후, 다시 서봉으로 되돌아와, 망경대를 거쳐, 포천방향(서쪽)의 운악사로 하산한다. 한북정맥 종주와 운악산 등산을 한방에 해치우는 묘책을 마련한 것이다.


상봉 터미널에 모인 회원 수가 21명이다. 산이사회 산행 중, 최대 인원이 참여한 것이다. 목련대원, 오솔길대원이 어려운 발걸음을 했고, 지헌부부가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다. 일행은 8시 20분 발 사창리 행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47번 국도를 달려, 지난 번 하산하여, 버스를 기다리던 맹호부대 앞을 지난다, 9시 40분 경, 친절한 기사양반은 지하차도 앞이라고, 도로변에 정차하여, 우리들을 내려준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45) 산행시작-(9:56) 군부대 철조망-(10:03) 철조망 버리고 왼쪽 능선-(10:35~10:42) 649m봉-(10:47) 헬기장-(10:58) 740m봉/아기봉 갈림길-(11:14) 철암재-(11:43) 절고개-(11:54) 남근석 촬영소-(12:04~12:45) 현등사 갈림길 중식-(12:54) 동봉-(13:02) 동쪽 가평군 전망바위-(13:15) 동봉회귀-(13:21) 서봉-(13:30~3:44) 아기바위-(13:53~14:00) 다시 서봉-(14:02~14:11) 망경대-(15:43) 운악사-(15:58) 운악산 휴양림-(16:09) 등산로 입구』


* * * * *

 

한동안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오른쪽으로 임도가 보이고, 나뭇가지에 산행리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곳에서 잠시 산행준비를 한 대원들은, 9시 45분경, 임도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약 2분 쯤 걸어 오르자, 임도는 왼쪽으로 굽어지고, 등산로는 오른쪽, 폐타이어, 탄피들로 쓰레기장 같이 어질어진 골짜기로 이어지더니, 바로 왼쪽 사면을 타고 급하게 오른다. 이윽고 교통호가 보이고, 9시 56분, 군부대 철조망이 앞을 막아선다. 철조망 너머로 운악산이 보인다.

쓰레기장 같은 골짜기를 지나는 대원들

철조망 너머로 운악산이 보인다.


철조망을 따라 왼쪽으로 이어지던 등산로는 철조망을 오른쪽에 끼고, 두어 차례 골짜기를 오르내리더니, 10시 3분, 왼쪽 숲으로 들어서며, 철조망과 멀어진다. 숲속으로 들어선 등산로는 가파르게 올라붙고, 커다란 바위를 우회한다. 이처럼 가파른 길을 힘들게 오르다가,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뒤돌아 수원산을 바라보고, 47번 국도를 굽어본다. 오른쪽 아기봉으로 떨어지는 능선이 수려하다

수원산과 47번국도

남쪽 아기봉으로 흐르는 능선


급경사 바위지대를 지나고, 10시 35분 649m 암봉에 올라, 주위를 조망한다. 북동쪽으로 운악산 정상이 가깝고, 남서쪽으로는 47번국도가 일직선으로 그어져있다. 정상에는 훼손된 삼각점이 있고, 바위에 푸른색으로 십자가를 그렸던 흔적이 뚜렷하다.

급경사 바위지대를 오르는 대원들

649m봉 바위에 그려진푸른 십자가

10시 47분 헬기장을 지나고, 암릉길을 오른다. 채석장의 요란한 착암기 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운악산이 지르는 비명소리다. 10시 57분 740m봉에 오른다. 제일 먼저 눈에 뜨이는 것이, 허옇게 파헤쳐진 채석장이다. 옛 부터 경기 5악으로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운악산이 이렇게 훼손이 되어도 좋다는 말인가? 누가 시도하고, 누가 허가를 해서 이처럼 파괴행위가 아직도 계속되는 것인가? 이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국토를 훼손하는 범죄행위이고, 이를 막지 못한 우리들 모두는 공범자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위로, 위로 파먹어 올라가는 채석장


740m봉에서 836m봉, 동봉을 지나, 서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바라보고, 뒤돌아 우뚝 솟은 아기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어서 철암재를 지나, 836m봉을 넘고, 11시 43분 절고개에 이른다. 이정표가 서있다. <운악산 정상 0,66K, 20분, 아기봉 3K, 2시간 20분,포천 대원사 2.9K, 1시간 40분, 현등사 2.7K, 1시간 30분>

운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가야할 길

아기봉


11시 54분 남근석을 카메라에 담고, 아름다운 단풍 길을 걷는다. 왼쪽으로 조망이 트이며, 서봉과 만경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12시 4분, 이정표가 서있는 현등사 갈림길에 이른다. <정상 02K, 10분, 현등사 3.15K, 1시간 40분> 일행은 부근의 공지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한다.

남근석

현등사 갈림길 이정표


12시 45분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12시 54분 동봉(945m) 너른 공지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제 서봉까지는 10분 이내 거리다. 하산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동쪽 가평군 하판리로 이어지는 능선을 잠시 보기 위해 몇몇 대원들이 동쪽으로 내려선다.

동봉에서 본 서봉과 만경대


등산로가 급경사 내리막으로 이어지자, 대부분의 대원들은 포기하고, 되돌아서고, 세 명의 대원들과 함께 앞에 보이는 봉우리까지 오르기로 한다. 안부에 내려서니, 이정표가 서있다. <정상 0.1K, 현등사 2.55K> 현등사 가는 길은 오른쪽으로 떨어지고, 우리들은 직진하여 암릉길을 올라 전망대 위에 선다. 가평군 현판리, 신상리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관이다, 동북방향으로 명지산, 국망봉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동쪽 전망대 오르는 길

동쪽의 가평군 하판리

하판리로 뻗은 능선

철다리와 병풍바위

신상리 쪽으로 뻗은 능선-이 능선 반대쪽에 채석장이 있다.

 

서둘러 동봉으로 돌아오니, 1시 15분이다. 약 18분 정도, 본대 이탈을 한 셈이다. 1시 21분, 서봉에 도착하니, 한 무리의 여자대원들이 둘러 앉아 쉬고 있다. 나머지 대원들은 아기바위까지 갔다 되돌아온다고 한다.

되돌아 온 동봉

서봉의 삼각점과 안내문


급경사 내리막을 달려, 아기바위로 향한다. 경기소방에서 세운 빨간 위험팻말을 지나, 왼쪽 우회로를 따르지 않고, 능선길을 직진하여, 1시30분, 아기바위에 도착한다. 아기바위에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故 金榮奎氏 여기서 숨지다. 1967. 12. 25." 아기바위 아래에, 홀로 떨어져 있는 바위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북쪽으로 가야할 위험지구의 암봉들이 보이고, 남쪽으로 동봉과 서봉이 나란히 서 있다. 동쪽으로 보이는 병풍바위를 당겨 찍는다.

아기바위 1

아기바위 2

건너편의 병풍바위


1시 53분 서봉으로 되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2시경 하산을 시작하여, 2분 후 망경대에 도착하고, 암벽, 암릉을 타고 내려, 3시 45분 운악사를 지난다. 이제 암릉길이 끝나고, 마사토 흙길이 이어진다. 3시 58분 휴양림 입구에 내려서서 임도를 따라 걷는다. 4시 9분, 커다란 운악산 등산로 안내도가 붙어있는 입구에 도착하여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망경대 표지판

망경대에서본 동봉

바위 위의 노송

고사목

지나온 능선 - 오른쪽 649봉, 가운데 740봉, 왼쪽 아기봉

운악산에서 아기봉으로 흐르는 아름다운 능선

양 방향 통로- 내림길

양 방향 통로- 오름길

내려온 직벽

뒤돌아 본 만경대

하산하며 당겨 찍은 동봉

궁예성터 -왕건에게 쫓긴 궁예가 쌓았다는 옛성터/ 우정 사진

지나온 암릉

뒤돌아본 하산능선

운악사 1

운악사 2

운악산정

운악산 등산안내도


(2006. 9. 30.)

 


뒤풀이

등산로 입구에서 100미터 쯤 남쪽에 위치한 운악산 빌리지에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개운해진 몸으로, 하산주와 식사를 즐긴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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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송전탑에서 본 베어스 리조트와 주금산


2006년 9월 16일(토).

무더위를 피해, 8월에는 쉬었던, 한북정맥 종주를 다시 시작한다. 오늘 코스는 『큰넓고개(2.3K)-국사봉(4.7K)-수원산(1.5K)- 명덕 삼거리(4K)-47번국도』로, 도상거리 약 13.5Km에, 약 6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여유 있는 코스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일반 대원들에게는 다소 길게 느껴지는 코스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참여자는 모두 17명, 여자대원 7명에, 남자대원 10명이다. 이중 여자대원 5명은 아직 대간종주경험이 없는 대원들이다. 산행을 안내하는 잭 대장의 입장이 어렵다. 구간을 길게 잡으면, "마음은 따라가고 싶다는데, 몸이 거부를 하니 어쩌지요?"라는 반응이 나오고, 짧게 끊자니, 금년 내에 종주를 마무리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오늘 산행의 결과는 앞으로의 산행을 가늠하고, 계획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듯싶다. 13.5Km의 도상거리를 약 20분간의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5시간 25분 만에 주파하고, 55분간의 널널한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총 6시간 2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특별히 처지거나, 힘들어 하는 대원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긴다. 산악회가 안내하는 대간이나, 정맥산행에서처럼, 2시간 가까운 선두와 후미 간의 시간차도 없이, 거의 함께 움직여, 정맥종주라는 "목적 달성"과 일반산행에서 누리는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한 산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남은 한북정맥의 산행은, 1) 10월부터 12월까지 6회 정도로 나누어 구간을 정하고, 2) 어려운 구간은, 출발 시간을 다소 앞 당겨, 산행시간을 길게 잡아, 중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진행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즐산(즐기는 산행)과 목산(目山-목적 산행)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을 수 있겠다.


9시 30분 경, 의정부에서 탄 버스는 43번 국도를 거쳐, 87번 국도로 바꾸어 타고 내촌으로 남하한다. 왼쪽으로 가남 저수지가 보인다. 지난 번 보았을 때보다, 물이 많이 빠져있다. 이어서 알바를 하는 통에 잘못 내려섰던, "영천 뼈해장국집"이 오른쪽으로 보이고, 10시 30분, 버스는 우금 삼거리를 지나서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린 일행은 도로를 따라 큰넓고개로 향한다. 날씨는 잔뜩 흐려 있지만, 북상 중이라는 태풍의 영향인지, 가스가 없어, 시계(視界)는 좋은 편이다. 10시 34분, 마루금인 큰넓고개 하산지점에 이르고, 10시 36분 도로를 건너 육사생도 6.25 참전 기념비 앞에 모두 모여 산행준비를 한다.

큰넓고개의마루금 연결지점

육사생도 6.25 참전 기념비 입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34) 큰넓고개 도착-(10:36) 참전 기념비 앞에서 산행준비-(10:45) 기념비 뒤 숲으로-(11:01) 채석장이 보이는 능선-(11:06) 안부의 군사시설보호구역 말뚝-(11:30) 첫 번째 봉-(11:44) 국사봉-(11:54) 첫 번째 송전탑-(12:02) 두 번째 송전탑-(12:16~12:18) 세 번째 송전탑-(12:24~12:28) 바위 전망대-(12:35~13:30) 다섯 번째 송전탑, 중식-(13:55) 첫 헬기장-(14:03) 두 번째 헬기장-(14:29) 세 번째 헬기장-(14:46) 수원산 군부대 앞-(15:24) 개 사육장이 보이는 능선-(15:27) 명덕고개 삼거리-(15:31~15:41) 군부대 철책 길-(15:49) 424.7m봉-(16:06) 군부대 철책-(16:38) 명덕봉 분기지점-(16:54) 47번국도』


* * * * *


육사생도 참전 기념비를 둘러본다. 6.25가 발발하자, 사관학교에서 수업 중이던 육사생도 1, 2기생 600여 명은 육사교장의 지휘 하에, 이곳에서 방어진지를 구축한다. 6월 26일 미명, 북괴군 제 3사단의 공격을 받고, 이들과 교전하지만, 소총 실탄마저 떨어져, 처절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100여명의 생도들이 전사한다.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도록, 국토방위를 위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육사생도들을 기리는 기념탑 앞에서 일행은 숙연한 마음으로 잠시 옷깃을 여민다.

육사생도 6.25참전 기념비

기념비 하단의 취지문 동판


기념비 뒤로,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등산로가 뚜렷하

 

게 이어진다. 울창한 숲 여기저기에 묘들이 보이고, 방공호들을 건넌다. 강원도 오지의 고산지대를 산행할 때와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다. 우리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삶의 터전을 지나는 느낌이 들어 더욱 정겹다.

울창한 숲으로 뚜렷이 이어지는 등산로


등산로가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큰넓고개의 고도가 약 180m, 국사봉의 높이가 약 547m이니, 한동안의 오르막은 피할 수가 없겠다. 이윽고 능선에 오르니, 오른쪽으로 채석장이 내려다보이고, 87번국도 너머로 죽엽산이 전망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군사시설보호 구역" 표시의 시멘트 말뚝이 있는 안부를 지나, 국사봉을 향해 급경사 오르막으로 변한다.

능선에서 본 채석장과 죽엽산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서울시 산악회 멤버들이 한북정맥을 종주 중이라고 한다. 인사를 하는 것은 좋은데, 우측으로 달려 내려와 갈 길을 방해하거나, 외줄기 오르막에서, 여러 사람들이 줄지어 내려오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야하는 불편을 겪는다. 산악회에서 산행 중 보행은 좌측통행, 외길에서는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다는 정도의 기본규칙을 회원들에게 교육시킬 필요가 있겠다.


11시 30분,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첫 번째 봉우리에서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약 30분간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며,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봉우리를 내려서면서,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국사봉이 보인다. 안부를 거쳐 암릉지대를 지나고, 이어서 11시 44분, 국사봉 정상에 오른다. 너른 정상에는 군데군데 벌목한 흔적이 보이지만, 무성한 잡초가 시야를 방해한다.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보인다.

암릉지대를 지나는 대원들

잡초가 무성한 국사봉 정상


11시 52분,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 노송이 아름다운 오솔길을 걷는다.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더니, 첫 번째 송전탑을 지난다. 송전탑에서 베어스 리조트가 내려다보이고, 주금산이 조망된다. 다시 울창한 송림을 지나,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나고, 전망 좋은 세 번째 송전탑에서 잠시 머물며, 주위를 조망한다.

노송이 아름다운 오솔길

산 사면을 파먹어 들어가는 채석장

운악산과 매봉


주위의 조망을 즐기다 보니, 앞선 대원들과 너무 떨어진 느낌이다. 세 번째 송전탑에서 내려서서, 앞선 대원들을 쫓는다. 구름이 벗겨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네 번째 송전탑 주위의 풍광이 그림 같다. 12시 24분, 일행들이 모여 있는 바위 전망대에 올라, 함께 주위를 둘러본다. 사방이 모두 트였다. 오늘 구간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다.

네 번째 송전탑

서쪽의 파주방향

수원산과 운악산, 그리고 47번 국도변 모습.

되돌아 본 지나온 능선


12시 35분, 다섯 번째 송신탑이 솟아 있는 등산로 주변, 비교적 너른 공터에 일행들이 모여, 점심채비를 한다. 고모들의 배낭에서 진수성찬이 쏟아져 나온다. 오곡 찰밥에, 족발, 소 허파요리에, 장어, 상추를 비롯한 야채에 풋고추, 쌈장, 그리고 토하젓 등 밑반찬은 헤아리기도 어렵다. 산에 온 건지, 식당을 차리자는 건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술은 또 어떤가? 복분자술, 매실주, 선인장 술에, 칵테일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이러니 어찌 점심시간이 즐겁지 않겠는가?


즐거운 점심을 마친 대원들은, 소화도 시킬 겸, 약 15분간 여흥시간을 갖는다. 성별, 나이구분 없이 모두 모두 배꼽을 잡고 웃으며 즐긴다. 1시 30분, 일행은 점심 뒤처리를 말끔히 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쪽 내리막길에서 군사시설이 있는 수원산이 뚜렷이 보인다.

식사 후 여흥시간 - 대원들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당겨 찍은 수원산


이제 명덕 삼거리까지는 오르막도 없다. 산책하듯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다. 등산로는 왼쪽 활엽수와 오른쪽의 무성한 전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다. 등산로를 경계로 이처럼 활엽수와 침엽수가 뚜렷이 구분되는 곳도 드믈 것이다. 길가에 육중한 시멘트 토치카가 잡초에 가려져 있고, 길 옆 나뭇가지에는 붉은 색 산행리본이 걸려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마치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고 있는 느낌이다.

울창한 전나무 숲

길가의 토치카와 산행리본


1시 55분, 잡초가 무성한 첫 번째 헬기장을 지난다. 삼각점이 눈에 뜨인다. <포천 475, 2006 재설> 노란 솔잎이 곱게 깔린 전나무 숲이 이어진다. 잠시 숲이 끊어진 공터나, 이어서 지나치는 헬기장 너른 곳에는 야생화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다. 더위도 가신 선선한 날씨에, 한북정맥 마루금을 걷는 대원들의 표정이 마냥 즐겁다.

야생화 꽃길

세 번째 헬기장을 걷는 대원들


옛 임도 같은, 뚜렷한 길이 나타난다. 바닥이 카펫만큼이나 부드럽다. 이런 길이 공터를 지나, 앞의 자그마한 봉우리로 오르는 듯싶더니, 수원산 정상에 자리 잡은 군부대로 통하는 시멘트 도로위로 이어진다.

공터를 지나, 수원산 갈림길로 오르는 대원들

수원산 정상의 군부대


이중문과 철조망으로 차단 된 도로 위에서 대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위를 조망한다. 운악산의 험상궂은 산세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잠깐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시멘트 도로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잡초가 무성한 임도를 걷다가, 왼쪽의 산행리본을 보고, 숲으로 들어서서, 어둑한 잡목 숲을 달려 내린다.

명덕고개로 떨어지는 어둑한 잡목 숲길


이윽고 교통호가 어지럽게 달리는 내리막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차 소리가 가까운 왼쪽 능선으로 내려서는데, 오른쪽에서 잭 대장이 이쪽으로 오라고 소리친다. 갈림길로 되돌아와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세가 멋지고, 오른쪽으로 개 사육장이 내려다보인다. 개짓는 소리가 요란하다. 3시 27분, 56번 국도가 분기되는 명덕 삼거리에 내려서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길을 건너, 맞은 편 숲으로 들어선다.

명덕 삼거리로 내달리다 정면으로 본 산세

오른쪽으로 보이는 개 사육장

명덕 삼거리 - 위쪽이 56번국도로 분기되는 길이다.


3시 31분, 군부대 철책 길을 타고 오른다. "접근시 발포함"이란 경고판이 삼엄하다. 등산로는 이런 철책 길을 따라 약 15분간 오르내리더니, 이윽고 왼쪽 숲으로 꺾이면서, 군부대 철책과 헤어진다. 이어서 3시 49분, 잡초가 무성하고, 쇠 파이프가 비스듬히 꽂혀있는 424.7m봉에 오른다. 봉우리에서는, 47번 국도가 바로 아래에 내려다보이고, 운악산이 무척 가깝다.

군부대 철책 길


봉우리를 내려서니, 다시 군부대 철책이 따라 붙고, 정면에 초소가 보인다. 무척 규모가 큰 부대인 모양이다. 4시 18분, 철책 길을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4시38분, 명덕봉(443.6m) 갈림길에 이르러,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47번 도로로 향한다. 내리막길에서 오른쪽으로 수원산과 지나온 철책 길을 되돌아보고, 다시 철책 길을 타고 내려, 4시 54분 경, 47번 국도변에 내려선다.

군부대 초소

뒤돌아 본 수원산과 지나온 철책 길

47번 국도변


(2006. 9. 16.)


뒤풀이

서파 사거리에 있는 서파촌 쌈밥 순두부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47번국도 변, 군부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하지만 30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 종무소식이다. 마침 9인승 봉고차가 마을 쪽에서 국도로 들어서려고, 일단 정차를 한다.


차에 접근하여, 서파 사거리까지 편승을 부탁하자, 얼큰하게 낮술에 취한 조수석의 영감님은 자기들은 포도를 따러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거기다 차도 작아, 모두 태울 수가 없다며 거절한다. 하지만 여원, 다이아 두 고모가 부탁을 하자, 이 영감, 생각을 바꿨는지, 타라고 문을 열어 준다.


여원과 다이아는 조수석의 영감님 무릎에 앉고, 나머지 대원들은 뒤의 짐칸에 까지 들어가 쭈그리고 앉으니, 신기하게도 모두들 자리를 잡는다. 19명이 탄, 9인승 봉고차는 10분도 채 못 되어, 서파 사거리에 도착하고, 꾸역꾸역 차에서 내리는 우리 일행들을 보는, 길가 상점 주인의 놀라는 얼굴이 가관이다. 일행은 영감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길을 건넌다.


5시 40분, 쌈밥집에 도착한다. 제법 손님들이 북적인다. 갈증을 풀려고 우선 맥주부터 주문해 마신다. 시원한 맥주 맛이 그만이다. 편육에, 순두부에, 각종 야채, 그리고 꽁보리밥과 된장... 술잔이 돌며, 뒤풀이 자리는 1시간 30분이 넘게 지속된다. 백산대원이 계산을 하겠다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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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 본 죽엽산


잭 대장의 가이드로 지난 2월 18일 숫돌고개에서 출정한 북진 한북정맥 종주가 오늘의 7차 산행을 마치면, 잔여 산행횟수도 7회가 남아, 횟수로는 절반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도상 거리로는 이제까지 약 64.4Km를 걸었고, 아직 84.4Km가 남아 있으니, 예정대로 금년 내에 종주를 마치려면, 남은 구간은 좀 더 부지런히 걸어야하겠다.


2006년 7월 29일(토).

한 달이 넘도록 지겹게 쏟아지던 장맛비도 오늘 오후부터는 그치고, 장마전선도 물러갈 것이라는 것이 기상대의 예보다. 하지만 밤새 심하게 비가 내렸고, 대문을 나설 때도 빗방울이 오락가락 그치질 않는다. 오늘 산행에는 몇 사람이나 나올까? 우중산행을 각오해야하는 날씨라, 너무 단출한 인원이 호젓한 산행을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오늘 산행코스는『비득재-죽엽산-작은 넓고개-큰 넓고개』로 도상거리 약 8Km, 잭 대장이 제시한 산행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어차피 긴 여정, 삼복더위에 무리할 것이 없다고 본, 여유 있는 계획이다.


9시 의정부역 대합실에 모인 대원수는 예상을 뒤 업고, 무려 14명, 여자대원 4명에, 남자대원 10명, 숫자도 성비(性比)도 지난, 6차 산행 때와 꼭 같다. 화봉대원이 새롭게 "지원" 고모, "정선" 고모를 대동한 반면, 한북정맥 산행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던, 여왕봉대원, 다이아대원, 여원대원 그리고 지헌 부부가 결간 한 것이 뜻밖이다.


잭 대장의 인솔 하에 대원들은 광릉내 행 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의정부 시내의 정류장을 경유하자, 중년의 여자승객들이 계속 차에 오른다. 승객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아마도 광릉내 쪽의 어느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분들 같아 보인다. 놀러 가는 우리들은 앉아서 가고, 일하러가는 이분들은 서서 가니 앉은 자리가 영 불편하다. 금동무구대원도 같은 심정인지, 한 정거장 앞서서 미리 일어서는 모습이, 살았다는 표정이다. 9시 55분 경, 직동 삼거리에서 하차한다. 날씨는 잔뜩 흐려있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직동 삼거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2) 비득재 도착, 산행시작-(10:31) 오른쪽 숲으로-(10:34) 첫 번째 송전탑-(10:39) 임도-(10:43) 두 번째 송전탑-(10:58) 죽엽산 갈림길임도-(11:22) 죽엽산 정상-(11:23) 헬기장-(11:38) 소 삼각점-(11:38~12:25) 중식-(12:30) 입산통제 표시-(12:37) 570m봉-(13:29) 작은 넓고개-(13:42~13:52) 전망 좋은 무덤가-(14:07) 헬기장-(14:21) 87번 국도』 중식시간 47분 포함, 총 3시간 5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직동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새로 뚫린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걷는다. 주위가 온통 음식점들이다. 각종 형태의 음식점들이 비득재까지 줄곧 이어진다. 이런 음식점들 때문인가? 좁은 길에 차량통행이 빈번하다. 10시 22분 경, 지난 번 하산했던, 비득재에 도착하여 단체 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한다.

솟을대문 집 식당

단체사진 - 경담 사진

비득재-사진에 보이는 길로 진행하여 능선에 오른다.


돌이 단단하게 잘 깔린 임도를 따라 걷는다. 비에 씻긴 임도가 깨끗하다. 비득재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10분 쯤 후에, 비로소 임도를 버리고 오른 쪽 숲으로 들어서서 완만한 사면을 거쳐, 능선에 오른다.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산세가 가팔라진다. 10시 34분, 첫 번째 송전탑을 지나고, 비에 씻겨 유난히 푸르게 보이는 무덤을 지나,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걷는 대원들

비에 씻겨 유난히 푸르게 보이는 무덤


임도는 왼쪽으로 굽어지고, 우리는 정면의 숲으로 들어서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10시 43분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나고, 1분 후 세 번째 송전탑도 지난 후, 아름다운 적송지대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더욱 더 가팔라지고 오른 쪽 계곡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노랗게 깔린 비에 젖은 솔잎들, 습기가 많은 송림 속,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이름 모를 버섯들... 비온 뒤 숲 속의 풍광이 싱그럽다. 10시 58분, 죽엽산 갈림길 너른 임도에서 대원들이 모여 잠시 숨을 돌린다.

아름다운 적송지대

숲속의 버섯 1

숲속의 버섯 2

갈림길에서 숨을 돌리는 대원들 - 경담 사진


11시 경, 정면의 절개지를 타고 오르며, 대원들은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된 비알길이 계속된다. 계곡도 그쳤는지, 이제는 물소리도 들리지 않고, 기러기 편대를 형성하고, 된 비알을 오르는 대원들의 숨소리만 거칠다. 11시 22분 돌이 듬성듬성 놓여있고, 고목들이 울창한 능선 마루에 올라선다. 죽엽산 정상(601m)이다.

갈림길에서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죽엽산 정상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 북으로 향한다. 1분 후 헬기장을 지나고, 울창한 송림으로 들어선다. 안개 속에 펼쳐진 아름다운 숲속에 들어서니, 마치 별세계에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어서 빽빽한 전나무 숲이 이어지고, 길 위에 소 삼각점이 보인다.

안개 낀 숲 1

안개 낀 숲 2

전나무 숲 1

전나무 숲 2

소 삼각점


대원들은 소 삼각점 주위의 너른 공지에 둘러 앉아, 이른 점심을 시작한다. 이 장군 도시락이 가장 화려하다. 동그란 땡에, 삶은 오징어와 초간장, 오이김치 등, 아직도 장군의 끗발이 여전히 살아 있다. 족발 등 항상 특색 있는 먹거리를 준비하는 덕암대원이 이번에는 순두부를 지고 올라와 인기를 끈다.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여 한껏 여유 있게 점심을 즐긴다.


점심을 마치자, 여성대원들이 먼저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뻔한 길에 중간 중간 산행리본들 마저 걸려 있으니, 길 잃을 걱정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뒤에 남은 남자 대원들은 소 삼각점을 배경으로 또 다시 기념사진을 찍고, 여자 대원들 뒤를 따라 가파른 내리막을 달린다. 12시 30분 안부에 세워진 입산통제 팻말을 지나고, 맞은 편, 하늘로 뚫린 안개통로를 지나, 암봉에 오른다. 개념도 상의 570m봉이다.

입산통제 팻말

하늘로 뚫린 안개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이정표는 없지만 곳곳에 산행리본들이 걸려있어, 주능선에서는 알바를 할 걱정이 없다. 앞에 후미 심천대장이 걸어간다. 배낭 뒤에 매달린 허연 비닐봉지는 쓰레기 봉지다. 산행을 하면서 눈에 뜨이는 쓰레기들을 주워 담는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고, 아는 것을 실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심천대원은 묵묵히 실천을 할 줄 안다.


뒤에서 누가 따라오면 부담감을 느끼는 나는 항상 후미대장을 앞세운다. 후미대장은 앞선 대원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걷고, 나는 후미대장이 내 시야에 남아 있는 정도의 거리를 두고 뒤를 쫓아, 항상 선(線)을 유지하려고 서로 애를 쓴다. 리본이 없는 갈림길에 이르거나, 사진을 찍느라 내가 뒤로 많이 쳐졌을 때면, 후미대장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숲속을 들여다보는 체하며 나를 기다려준다.

후미대장과 산행리본


하늘이 밝아지더니, 드디어 오랜만에 햇님이 얼굴을 내민다. 예보처럼 이제 장마가 끝이 났으면 좋겠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 내촌면이, 그리고 구름에 가린 국사봉이 보이는 것을 보면, 작은 넓고개가 가까운 모양이다. 1시 28분 독립가옥이 있는 작은 넓고개에 내려선다.

왼쪽 조망

오른쪽 국사봉

독립가옥


작은 넓고개를 카메라에 담고, 맞은 편 숲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들어선다. 선두그룹의 진행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널널하게 시간이 많은데, 왜 이처럼 달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절 나게 쫓아가느라, 현 위치가 어딘가 궁금하지만, 미처 지도를 꺼내 볼 틈도 없다. 어디서 산악경주라도 붙었나?

작은넓고개


1시 32분, 내촌면을 평화롭게 내려다보고 있는 가족 묘역 뒤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등산로를 벗어나 묘비를 보고 싶지만, 후미대장은 이미 묘역 끝의 숲으로 사라지려 한다. 단념하고 묘역만을 카메라에 담고, 뒤를 돌아다보니, 지나온 능선과 죽엽산이 선명하지 않은가? 이미 후미대장은 숲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지만, 선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죽엽산의 모양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는 없다. 아울러 내촌면과 국사봉 등 5~6매의 사진을 찍고, 급히 숲으로 뛰어드니, 뻔한 길인데도, 저 앞에 심천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내촌면을 내려다보고 있는 가족묘역

내촌면 방향의 조망


1시 43분 오른쪽으로 시야가 탁 트인 무덤 뒤에서 일행들이 쉬고 있다. 정면으로 국사봉(547m), 바위봉(641m)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도 또 모두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고, 약 5분간을 쉰 후, 1시 48분 경, 잭 대장은 다시 출발을 서두른다. 오늘의 산행시간을 의식하는 건가?

오른쪽의 국사봉을 비롯하여, 바위봉 등가야할 다음 코스,

산악경주 하 듯 달린 후 지쳐서 쉬고 있는 대원들 - 잭 사진


아직도 후미대장은 향초(香草)를 즐기고 있고, 나는 천천히 앞선 일행들 뒤를 따른다. 1시 58분 오른쪽에 무덤 1기가 누워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나온 파평 윤씨의 묘인 모양이지만, 앞선 일행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도 않으니, 묘비로 다가가 이를 확인할 여유도 없다. 서둘러 산행리본이 달려있는, 묘지 뒤, 숲으로 들어선다.

파평 윤씨의 묘(?)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동쪽으로 향한다. 차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후미대장도 숲으로 들어서고 있다. 갑자기 등산로가 애매해진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왼쪽 1~2미터 위쪽으로 달리는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동쪽으로 달리는 등산로가 뚜렷하게 이어진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능선이다. 2시7분 헬기장을 지나 등산로를 따라내려 선다. 등산로는 참호와 교통호를 따라 이어지더니, 87번 국도변의 건물부근에서 슬그머니 사라진다. 2시 21분, "영진" 뼈 해장국집 옆, 87번 국도로 내려선다.

하산한 국도 변 - 영진 뼈 해장국집


국도에 내려서서, 큰 넓고개에 있다는 공장지대가 오른쪽으로 200~300 미터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알바를 한 것을 인식한다. 파평 윤씨의 묘지를 지나 능선으로 오르지 말고, 희미하게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 직진하여, 절개지를 내려서야하는데, 위쪽의 능선을 타고 보니, 마루금보다 약 200~300 미터 더 북쪽으로 떨어지게 된 모양이다.


경담대원이 찍은 아래 사진을 보니, 선두와 길이 갈린 곳, 그리고 무덤 뒤, 숲 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희미해진 이유가 짐작이 된다. 아미도 숲으로 들어가기가 귀찮아진 정맥꾼들이, 우리의 선두처럼, 남의 묘, 월성을 통과 하는 새 코스를 만들고, 그러다보니 산행리본이 매달린, 숲 속의 옛 코스의 족적은 희미해진 모양이다.

선두는 월성를 타고, 후미는 왼쪽 숲으로 - 경담 사진

후미대장이 선두대장과 통화를 마치고, 우리들은 8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다. 2시 25분, 우금리 삼거리에 도착하고, 왼쪽 시멘트 도로를 걸어, 오늘의 뒤풀이 장소인, 칠보가든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공판장을 지난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캔 맥주 2개를 사서, 개울가 공원에 앉아, 향초 1개씩을 즐기며, 갈증을 달랜다.

우금 삼거리


칠보가든에 도착, 땀을 씻어내고, 옷을 말끔히 갈아입고 나니, 선두 그룹이 도착한다. 지난 청계산 산행 시의 4분5열에 비하면, 오늘은 일사분란(一絲分亂)한 단체산행을 한 셈이지만, 후미 두 사람이 알바를 하는 바람에, 옥에 티가 생겼고, 그래서 잭 대장은,"내, 참!" 하며 아쉬워한다. 칠보가든 앞의 우금저수지가 아름답다.

우금저수지


실패에서 교훈을 배운다.

1. 날머리는 일반적으로 복잡하다. 따라서 날머리에서의 기러기편대 산행이 더욱 더 필요하다.

2. 하지만 하루 종일 기러기 편대를 이루며, X 덩어리처럼 뭉쳐 다닐 수만도 없는 일. 산 이사회 산행리본을 만들던가, 간단히 종이 표지판을 만들어, 날머리 등 후미와 선(線)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곳에 부착하여, 생이별을 방지한다.


 

(2006.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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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사패산그리고 천보산 까지


6월도 중순을 넘어 선다. 남쪽에서는 장마 소식도 들린다. 어느 사이에 벌써 한여름이 되어. 산행하기에 가장 힘이 드는 계절로 접어든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한여름 산행은 산행시간을 짧게 하고, 산행 중에는 물을 많이 마시며, 바람이 시원한 곳에서 자주 쉬는 것이 요령이라 하겠다.


2006년 6월 17일(토). 이사회(二四會)의 잭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여섯 번째 산행일이다. 오늘 코스는『덕고개-오리동고개-백석이고개-축령고개-다름고개-노고산-비득재』로 마루금 도상거리는 약 15.8Km이다. 가장 높은 곳이 노고산 380m 정도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200m대의 마루금을 걷는 평탄한 길이다. 소요시간은 약 6시간 정도를 예상한다.

 

한 낮의 기온이 30도 내외로 무덥고, 쾌청한 날씨지만, 천둥번개를 동반한 국지성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다. 의정부 북부 역에 모인 이사회 회원은 모두 14명, 여성회원 4명에, 남자 10명이다. 이제 여섯 번째 산행을 하며, 전체 구간의 약 절반을 소화하게 되자, 산행멤버들도 점차 고정이 되는 느낌이다.

당초에는 아파트 부지공사가 한창인 덕고개-오리동고개 구간을 생략하고, 오리동고개에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오리동고개를 경유하는 버스를 타려면, 30분 이상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30분을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아파트 공사장을 걷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에 따라, 덕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파 헤쳐진 아파트 부지공사장을 통과하고, 골프장 페어웨이(Fair Way)를 가로 질러, 천보산맥 줄기를 타고 오르다, 축석령 고개에서 국도를 건너, 군 철조망 따라 걷는다. 개들이 요란하게 환영을 하는 축사를 지나고, 공동묘지를 걷는가 하면, 아름다운 송림과 참나무 숲속의 산책을 즐긴다.


솔잎과 낙엽으로 푹신한 부드러운 능선길, 스쳐가는 바람결이 시원한 암릉길, 그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 외곽의 명산들, 그늘진 길가, 바람이 잘 통하는 능선 길에서의 달콤한 휴식, 마을 어귀를 지날 때, 대기에 가득 찬 밤꽃 향기, 키를 넘는 잡목 숲을 헤치며 통과할 때, 맡았던 강렬한 풀 냄새....모처럼 여유 있는 산행을 즐긴다.


몇 차례 짧은 구간, 알바를 하기도 했지만, 뚜렷한 등산로, 요소요소에 붙어있는 산행리본들, 그리고 이정표가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크지가 않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11) 덕고개-(10;55) 형제 공업사-(10:38) 왼쪽 숲으로-(11;06) 오류동 고개-(11;11) 로얄 골프장 4번 페어웨이-(11;30) 능선 삼거리-(11:40~12:15) 중식-(12:26) 성바위-(12:41) 박석이고개-(12:57) 278m봉, 헬기장-(13:14) 축석령-(13:43) 귀락 터널 앞 도로 횡단-(13:56)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13:58) 군 철조망-(14:07) 철조망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14:23) 4거리-(2:27~2:43) 알바 후 다름고개-(14:46) 도로 건너 숲으로-(14:29) 군 철조망-(14:57) 망루-(15:03) 부대 후문-(15:18) 철조망 버리고 오른쪽 숲으로-(15:21) 천주교 묘역-(15:31) 다시 숲으로-(16:10) 고모리산성 해설판-(16:11) 노고산 정상-(16:51) 비득재』 중식 약 35분과 중간 휴식 약 60분을 포함, 총 6시간 4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 ◆


10시 11분, 버스는 덕고개 덕현 초등학교 앞에 정차하고, 대원들은 하차하여, 아파트 부지공사장 시멘트 길로 들어서서, 기념촬영을 한 후, 선두 잭 대장을 따라 공사장을 가로 지른다. 사방이 탁 트인 공사장 부지에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남쪽으로 천보산(336.8m)이 가깝고, 그 오른 쪽으로 도봉산, 북서 방향으로는 불곡산이 보이고, 동쪽 방향으로 천보산맥이 달리고 있다. 아파트 단지로는 좋은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부지를 횡단하는 대원들

남쪽의 천보산, 도봉산

북서 방향의 불곡산

 

동쪽의 천보산맥


국토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도시 근교의 산림을 택지 등 여러 가지 용도로 개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대간길이나, 정맥길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고,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우리의 후손들이 즐겨 찾을 곳이기에, 어떤 형태로건, 그 마루금이 보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설혹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더라도, 아파트 단지 내에도 산책로는 필요할 터이니, 산책로 형태로라도 마루금을 보존하면 어떨까?


햇볕 하나 가려 줄 곳이 없는 땡볕 아래를 걷는다. 선들선들 불어주는 바람결 때문에 심하게 더위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부지를 정지하다 암반층을 만난 모양이다. 붉은 황토색 대지 위에, 회색 암반층이 노출되어, 황량한 사막을 연상시킨다. 대원들이 다시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다. 10시 35분, 형제 공업사를 오른쪽에 두고, 1분 쯤 시멘트길을 따라 걷다가, 산행리본이 걸린 왼쪽 절개지를 타고 올라, 숲속으로 들어선다.

부지의 암반층

왼쪽 숲으로


왼쪽으로 작은 마을이 보인다. 밭둑길을 건너고, 골재 채취장을 지나, 10시 51분, 잡목이 우거진 숲으로 들어서며 비로소 제대로 된 마루금을 밟는다. 10시 58분, 일행은 등산로가 왼쪽으로 갈리는 갈림길, 그늘에 앉아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왼쪽 마을

마루금이 이어지는 잡목 숲으로


11시 6분, 길섶에 개망초가 하얗게 핀, 오리동 고개 아스팔트길을 건너, 맞은 편 숲으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완만한 오름길로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티 샷 차례를 기다리는 골퍼들이 보인다. 아마 5번 홀인 모양이다. 조금 지나 4번 홀 그린 부근으로 나온다. 골퍼들이 어프로치를 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캐디 아가씨의 안내로, 재빨리 페어웨이를 가로 건넌다. 이어서 3번 그린을 왼쪽으로 끼고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오리동 고개

4번 홀 어프로치

3번 그린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고, 암릉이 나타난다. 바위 위에 서니, 덕현 초등학교에서부터, 아파트 부지, 골프장까지의 지나온 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올라 능선 삼거리에 이른다. 산행리본들이 어지럽고, 이정표가 서 있다. 최근에 세운 이정표인 모양이다. 방향 판을 아크릴 판으로 만들어, 모양새는 깔끔하나, 아크릴 판이 어울릴 곳이 따로 있지, 여기는 아니라는 생각에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게다가 방향만 있지, 거리조차 표기돼 있지 않다. 누가 이런 이정표를 만들었을까? "공부 좀 하세요!"

멀리 보이는 덕현 초등학교, 아파트 부지, 골프장

능선 삼거리의 이정표


왼쪽 능선을 따라 걷는다. 어린 소나무들이 늘어선 산책길이 이어진다. 11시 40분 경, 제법 너른 공지에 일행이 모여 앉아, 이른 점심식사를 한다. 30여 분 후, 대원들은 절도 있게 뒷정리를 마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비탈길을 내려서서 작은 안부를 지나니,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앞에 커다란 암봉이 막아선다. 왼쪽으로 우회로가 보이지만, 조망을 보기 위해 암봉으로 바로 오른다. 지도상에 상바위라고 표시된 바위인 모양이다. 암봉 위에 서니 조망이 일품이다.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사패산이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천보산과 지나온 능선이 아름답다. 동남쪽으로 먼 산과 골짜기의 마을이 그림 같고. 북서 방향으로 천보산맥이 웅장하다. 대원들과 사진을 찍느라고 이곳에서 10여 분간을 지체한다.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

천보산과 지나 온 능선

동남방향 조망

천보산맥


왼쪽 급경사 길을 내려서서, 마루금 능선을 달린다. 12시 41분 백석이 고개 4거리에 도착한다. 톨탑이 있고, 이정표가 서있다. 선두의 잭 대장이 착각을 한 모양이다. 오른쪽 골짜기로 내려섰다가 다시 4거리로 돌아와 직진하는 오르막을 오른다.

백석이고개 돌탑


287m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오른다. 암릉길이 이어지고, 가파른 사면에는 로프가 드리워져 있다. 왼쪽으로 불곡산이 가깝게 보인다. 12시 57 분, 287m봉에 오른다. 삼각점이 있는 헬기장이다. 삼각점의 표시는 마모가 심해 읽을 수 가 없다.

287m봉 오르다 본 불곡산

287m봉의 삼각점


헬기장을 내려서서 3분 후 이정표를 지나고, 다시 2분 후, 시멘트 말뚝이 박혀 있는 곳에서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떨어진다. 1시 14분, 34번 국도가 지나가는 축석령에 내려선다. 축석령은 의정부시와 포천의 경계다. 일행은 포천 쪽으로 도로를 따라 올라, 편의점 24시 플러스 원 앞, 파라솔 아래에서, 냉 막걸리를 마시며, 갈증을 달랜다.

축석령 해태상

축석교회


한동안 휴식를 취한 일행은 1시 31분,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의 가파른 절개지를 타고 능선에 올라, 왼쪽으로 진행한다. 능선 아래로 도로 확장 공사가 한창이고, 그린 하우스 모텔, For You 모텔들이 내려다 보여, 가히 동네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1시 43분 귀락 터널 직전에서 다시 차량 통행이 빈번한 아스팔트길을 건너고, 석축 계단을 올라, 숲속으로 들어선다. 어둑한 산 사면에는 43번국도 쪽으로 총구가 나 있는 토치카가 보인다.

축석령의 조형물

능선길에서 내려다 본 모텔,

귀락 터널


아름다운 참나무 숲길이 이어지고, 1시 56분 경 작은 능선 분기봉에서 왼쪽으로 내려서서 군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비릿한 밤꽃 향기에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새 밤꽃이 하얗게 피었다. 2시 7분, 철조망을 버리고, 오른쪽 등산로로 들어선다. 아름다운 능선길이다. 바람결이 시원하여, 10여 분간 휴식을 취한 후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4거리에 이른다.

철조망길

어느 사이에 만개한 밤꽃


4거리에서 직진하고, 이어서 나타난 갈림길에서 리본을 따라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선두를 섰던 잭 대장이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하다고 되올라 온다. 갈림길로 되돌아 와, 이번에는 왼쪽 길로 내려선다. 저 아래로 마을이 보이고, 마을 뒤로 차량들이 빈번하게 다니는 아스팔트길이 보인다. 다름고개다. 하지만 등산로는 밭둑까지 이어지더니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다. 뒤를 돌아보니, 왼쪽으로 이어진 능선이 다름고개 쪽으로 흘러내리는 모양새를 보인다.알바를 확인했지만, 눈앞에 다름고개가 누워있어, 밭두렁을 헤집고 나와, 마을을 가로 지른다.

알바하며 본 마루금


2시 43분 경, 다름고개에 이르니, 4거리까지 후퇴하여, 왼쪽 능선길로 들어서서, 제대로 마루금을 걸어온 일행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잠시 웃으며 휴식을 취한 일행은, 2시 43분, 예쁘게 꽃 장식을 해 놓은 피노꼴레 가든 앞에서 도로를 건너고, 옹벽을 넘어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피노꼴레 가든


2시 49분, 군 철조망을 따라 걷는다. 마을 사람이 탄약고라고 하더니 과연 탄약고처럼 보이는 시설물들이 눈에 뜨인다. 가족묘처럼 보이는 묘역을 지나고, 망루를 지나, 3시 3분 경 군부대 후문에 도착하여, 시원한 그늘에 모여 앉아 10분간 휴식을 취한다.

망루


다시 철조망을 따라 오른다. 이윽고 산행리본이 오른쪽 숲길로 유도하는 곳에서 철조망을 버리고 숲길을 따라 오른다. 등산로는 왼쪽으로 가파르게 오르더니, 너른 천주교 묘역으로 이어진다. 또 밤꽃 향내가 풍긴다. 오른쪽 숲에 밤꽃이 하얗다. 높은 묘역을 걸으면서 보는 조망이 일품이다. 서울 외곽의 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천주교 묘역

묘역에서 본 파노라마


이윽고 등산로는 묘역을 벗어나, 아름다운 송림 숲으로 이어진다. 이런 환상의 소나무 숲길이 20여 분간이나 계속되더니, 너른 임도를 건너, 다시 맞은편 숲길로 이어진다. 등산로는 점차 가팔라지고, 가파른 길에는 로프가 걸려 있다. 언덕에 올라, 무성한 잡목 터널을 통과하자, 눈앞에 SK 통신탑이 나타나고, 포천 고모리산성 해설판이 서 있다.

환상의 송림길

잡목숲 터널

고모리산성


산성 해설판을 왼쪽으로 끼고,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니, 노고산(380m-고모리산의 다른 이름) 정상석이 보인다. 잭 대장 이야기로는 전에는 없었던 것인데, 아마도 최근에 세운 모양이라는 설명이다. 일행은 정상석 앞에, 넓게 둘러 앉아, 남은 음식들을 모두 처분하며, 또 다시 즐거운 휴식시간을 갖는다.

노고산 정상석


정상석 뒤, 암봉에 올라, 굽어보는 조망이 좋다. 동쪽 바로 눈앞에 죽엽산(622m)이 버티고 있고, 그 오른쪽으로 천마산, 그 오른쪽 멀리 예봉산, 검단산까지 희미하게 보인다. 4시 30분 경, 충분히 휴식을 취한 대원들이 잡목 숲을 헤치고 가파른 길을 내려서서 하산을 시작한다. 군데군데 허물어진 성터가 보인다. 4시 51분, 비득재 도로에 내려서서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죽엽산

천마산 (좌단)

하산하는 대원들

비득재


뒤풀이

비득재는 완전히 식당촌이다. 시골 밥상집이라는 식당에 연락을 하니, 차량 2대가 마중을 나온다. 식당에 도착, 알탕은 하지 못했어도, 시원한 지하수로 몸의 땀을 닦아내고, 1 시간 30여 분간 계속된 뒤풀이를 즐긴다.


다시 식당차를 이용하여, 무봉리로 나온 일행은, 버스로 갈아타고, 도봉산 역에 도착하여, 귀가 족과 2차 뒤풀이 족으로 갈라진다.


(200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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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봉 전위봉으로 오르는 대슬랩


둘째 졸업식에 다녀오느라 3주 만에 산에 오른다. 아름다운 5월의 푸르름이 마냥 싱그럽고, 상쾌하다. 오늘은 잭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다섯 번째 산행일이다. 마침 코스가 불곡산을 가까이 지나게 되어, 불곡산을 찾는 산이사회 대원들과 혼성팀을 이루어 산행을 하게 되어 더욱 즐겁다.


2006년 5월 20일(토)

의정부 북부역에 모인 산이사회 회원들이 15명이나 된다. 남자대원들의 면면은 그대로인데, 여성대원들의 구성은 많이 바뀐 모습이다. 백두대간을 함께 했던 여성대원 중에 숲 해설가로 변신한 오솔길대원은 바쁜 짬을 내어, 가끔 산행에도 참여하고, 산이사회 카페에도 모습을 보이지만, 목련대원, 차련대원, 솔밭대원은 여전히 종무소식이다. 무정한 대원들이다. 대신 여원대원, 진옥대원, 영옥대원, 그리고 산이사회 카페에 들렀다가, 그 분위기에 끌려, 오늘 새롭게 참여하한 두 여성대원이 가세하여, 다시 막강한 고모들 세력이 형성된다.


일행은 육교를 건너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오산삼거리 행 5ㅣ번 버스가 도착하자, 화봉대원을 선두로 일행이 버스에 오르지만, 우정대원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버스기사에게 부탁하여, 버스 출발을 지연시키고, 잭 대장이 황급히 전화를 한다. 점심용 샌드위치를 사는 중이라고 한다. 할 수 없이 잭 대장과 덕암대원이 뒤에 남고, 버스가 겨우 출발을 한다. 모임 시간에도 늦었겠다, 신고 없이 개별행동을 하여, 단체 움직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한 우정대원에게 여왕봉 대원의 제안에 따라, 명예로운 6식이 호칭이 주어진다.


불곡산 산행을 하는 대부분의 일행들은 양주시청 앞에서 하차하고, 한북정맥 마루금을 고수하겠다는 나와 심천대원, 그리고 여왕봉대원 세 사람은 9시 37분, 오산삼거리에서 하차한다. 한북정맥 마루금 산행을 중심으로 한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오산삼거리(8분)-공동묘지(16분)-샘터(9분)-능선 이정표-(21분)-임꺽정봉 전위봉(16분)-부흥사 갈림길(7분)-유격장 경사판 오르기(11분)-유격장 입구(24분) 도락산 갈림길 이정표(30분)-샘내고개(8분) 한승 아파트 통과(3분)-오른쪽 마루금 진입(5분)-순흥 안씨묘(17분)-큰테미산 갈림길 쉼터(24분)-남양 홍씨 문중 묘(8분)-순복음교회(5분)-막은고개(14분)-덕고개』총 226분, 순수하게 마루금을 계속 걸은 시간은 3시간 46분인 셈이다.


오산삼거리에서 하차하니, 길 건너로 지난번 구간의 날머리 지점이 보인다. 도로를 따라 2분 쯤 걸어올라, 금강예술원 석비가 세워진 곳에서 오른쪽으로 진입하여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공장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오지만 직진하여 숲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접어든다.

금강예술원 석비


정면에 공동묘지가 보이고 넓은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휘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인근의 주민들인지 가벼운 차림의 산책객들이 가끔 지나치는 호젓한 오름길이다. 새잎이 돋아나는 신록의 계절이 지나고, 차츰 푸르름이 더해가는 숲길에서, 지나치는 바람결이 시원하게 느껴졌는지, 여왕봉대원이 가볍게 탄성을 발한다.

공동묘지


불곡산을 오르는 일행들이 상봉, 상투봉을 지나, 임꺽정봉에 이르려면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겠지만, 우리는 1시간 남짓 걸으면 임꺽정봉에 이를 터이니 바쁠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선두에 선 여왕봉 대원은 돌들이 삐죽삐죽 솟은 황톳길 오름길을 휘적휘적 쉬지 않고 잘도 오른다.


너른 일반등산로라 정맥꾼들의 산행리본도 보이질 않는다. 등산로가 너무 깊게 골짜기를 타고 오르는 느낌이 들어, 마침 바위에 앉아 쉬고 있는 산책객에게 왼쪽으로 올라, 능선에 이르는 길이 있는지를 묻자,


"이 길은 외길이고 줄곧 오르면 능선 마루에 도착합니다." 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윽고 샘터에 이른다.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며, 한숨 돌린 후, 오른쪽으로 급하게 휘어져 가파른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이렇게 한동안 오르니, 오른쪽으로 커다란 바위가 나타나고, 등산로는 이를 왼쪽으로 우회하여 한층 더 가팔라진다. 10시 13분, 이정표가 서 있는 능선 위에 오른다. <대교 아파트 1.1K, 임꺽정봉 0.7K>

샘터

능선 위의 이정표


능선 위에서 뒤쪽으로 보이는 전망바위로 향한다. 흐린 날씨라 먼 거리는 조망할 수 없지만, 가까이로는 전위봉으로 이어지는 대슬랩과 이를 오르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고, 반대편으로는 멀리 보이는 군부대 철책이 삼엄하다. 다시 이정표를 지나, 대슬랩 아래에 선다.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도 있지만, 로프가 두 가닥 늘어진 바위 사면이 위험한 정도로 급하지는 않아 보인다.

대슬랩 아래에서 뒤돌아 본 전망바위와 군부대


여왕봉 대원을 가운데 두고, 3사람이 로프를 잡고 나란히 오른다. 첫 번째 슬랩의 끝 부분, 비스듬히 흐르다 급격히 꺾인 바위 면에 닿은 로프 지점을 통과할 때, 여왕봉 대원이 다소 힘들어 하지만, 별 탈 없이 통과하자, 두 번째 슬랩은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10시 34분 임꺽정봉 전위봉에 이른다. 산행 시작 후 55분만이다.


눈앞에 임꺽정 봉이 우람하고. 북쪽으로 광백 수원지, 도락산 정도가 눈에 들어올 뿐 흐린 날씨로 시계가 방해를 받는다. 아쉬운 대로 잠시 주위를 조망하고, 한북정맥 마루금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일행을 만나기로 한 임꺽정봉으로 향한다.

전위봉에서 본 임꺽정봉


10시 49분, 임꺽정봉에 올라 기념사진을 찍고, 서쪽 벤치에 앉으니, 불어오는 바람결이 한결 시원하다. 아련하게 내려다보이는 하계를 굽어보며, 심천 대장과 일배 일배 술잔을 나누며, 신선 기분을 내본다. 옆에 앉은 여왕봉대원이 향기로운 쑥떡, 달콤한 꿀떡을 안주로 내 준다. 아하 ! 즐산이란 것이 이런 거로구나 !

임꺽정봉의 고사목


이윽고 신선놀음을 끝내고, 일행을 마중하러 임꺽정봉을 내려선다. 상투봉이 마주보이는 너른 암반이, 등산로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 점심상을 차리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다. 이곳에서 앉아 상투봉을 바라보며, 일행을 기다린다. 11시 20분 경, 아래쪽에서 두런두런 인기척이 나더니 잭 대장이 불쑥 모습을 보인다.

임꺽정봉 아래 암반에서 본 상투봉


일행들이 모두 모이고, 상투봉을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은 후, 임꺽정봉으로 향한다. 11시 45분 경, 임꺽정봉 정상, 소나무 아래에 점심상을 펼친다. 남자대원들의 점심이라야, 고작 김밥 한두 줄이거나, 차가운 샌드위치 조각이 전부지만, 고모들 배낭에서 나오는 점심꺼리는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상추에 쑥갓, 쌈장, 내린천 부근에서 채취했다는 더덕구이, 오이김치, 산나물... 없는 것이 없어 보인다. '아하 ! 이런 거였구나. 고모들이 늘면, 점심상이 푸짐해 지는구나.' 둔한 머리에 비로소 감이 오는 느낌이다.


안주는 그렇고, 술도 얼음이 버걱거리는 냉막걸리에, 위스키에, 소주 등으로 다양하니, 이 점심시간이 얼마나 오래 지속이 될지가 걱정이 된다.


"잭 대장, 점심시간은 얼마나 주는 거요?" 라고 물으니, 갈 길이 멀다고 느낀 잭 대장은 "30분입니다." 라고 짧게 대답한다.


12시 20분 경, 일행은 점심 뒤처리를 말끔히 하고, 전위봉으로 향한다. 전위봉에서 조망을 즐긴 대원들은 다시 두 팀으로 나뉜다. 불곡산으로 올라 온 대원들은 대슬랩 하강코스를 즐기기로 하고, 마루금 고수파들은 정식 하산 루트를 따라 내려선다.


12시 42분, 마루금 고수파들은 부흥사 갈림길을 지나고, 헬기장 부근에서, 대술랩을 내려 온 일행들을 기다려 합류한다. 일행이 유격장 경사판 오르기에 이르자, 여자대원들이 호기심이 생기나 보다, 여왕봉대원과 예원대원이 과감하게 도전을 해본다. 어렵사리 반쯤 오르더니, 포기하고 내려오는데,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더 어려워, 쩔쩔매고 내려와서는 서로 마주보고 가가대소(呵呵大笑)를 한다.

부흥사 갈림길

경사판 오르기에 도전하는 여성대원들


지난해에는 철조망으로 엉성하게 막아 놓았던 유격장 입구에 새롭게 철문을 만들어 놓았다. 폐쇄된 유격장인줄 알았는데, 지금도 활용을 하는 모양이다. 군사도로를 따라 오르다 뒤돌아본 임꺽정봉이 여전히 우람하다. 금강아파트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등산로는 아름다운 숲길로 이어진다. 이윽고 오른쪽 시계가 트이면서 불곡산 삼봉인 상봉, 삼투봉, 임꺽정봉이 위용을 자랑한다.

유격장 정문

군사도로에서 되돌아 본 임꺽정봉

아름다운 숲길

불곡산 삼봉


등산로는 돌들이 튀어 나온 내리막길로 이어지더니, 왼쪽 덕계동 갈림길이 분기되는 쉼터에 이른다. 앞서 간 일행들이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소리쳐 불러보니 역시나, 덕계동으로 향하는 큰 길 쪽에서 응답이 온다. 일행을 불러 앞세운 후, 오른쪽 숲길로 들어선다. 1시 46분경, 144m봉에서 왼쪽에 달린 산행리본을 따라 아름다운 숲길로 내려서고, 1시 54분, 샘내고개에 도착하지만, 잭 대장이 이끄는 선두그룹이 보이질 않는다.

144봉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숲길

샘내고개


여성대원들이 먼저 길을 건너 LG 주유소로 향하고, 후미 심천 대장이 잭 대장에게 전화를 한다. 선두그룹도 쉼터에서 왼쪽 덕계동 큰길로 빠져서, 도로를 타고 내려오는 중이라는 대답이다. 선두가 후미가 되고 후미가 선두를 기다리는 현상이 다시 벌어진다.


길을 건너 LG주유소 화장실을 빌어 용무를 마치고, 주유소와 정식품 사잇길을 내려서서, 공단 휴게실 매점에 이르니, 다이아 대원이 아이스크림 한보따리를 사 놓고 기다린다. 후미 일행은 휴게실 건너편, 그늘진 시멘트 바닥에 둘러 앉아, 아이스크림 파티를 즐기며 선두그룹을 기다린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도 선두구릅이 나타날 줄 모른다. 기다리다 지친 심천 대장은 아예 시멘트바닥에 길게 누워버린다. 이윽고 잭 대장이 씩씩한 모습을 보이고, 후미가 된 선두일행이 모습을 보인다. 늦은 사연인 즉, 선두그룹에서도 알바를 한 대원이 생겨, 이를 찾느라 지체하고, 저녁 약속이 있는 화봉 대원 등 3사람을 배웅하느라 늦었다고 한다.


전열을 정비한 12명의 대원들이 휴계실 맞은쪽으로 뚫린 아스팔트길을 따라 공장지대로 진입한다. 도로는 왼쪽으로 휘어지고, 정면으로 한승 아파트가 보이는 곳에서 도로를 버리고 공터로 내려서서 경원선 철길에 이른다. 마침 저 아래 서 열차가 마주 달려온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셔터를 누르자, 열차가 지나치는데,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등산모자가 휘익 날아가 버린다.

공단 휴게실 매점

한승아파트 쪽을 향해 공터를 걷는 대원들

경원선 철길


철로를 건너, 왼쪽 뚝 길을 따라 오르고, 한승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여, 아파트 정문으로 향한다. 정자 아래서 쉬고 있던 노인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우리 일행을 바라본다. 우리 일행은 버스 정류장이 있는 정문에서 바로 오른쪽 사면을 기어올라 아파트단지를 벗어난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고

정문을 나서, 오른쪽 숲을 향해 아파트 단지를 벗어난다


2시 41분, 순흥 안씨 묘를 지나자, 등산로는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오름세를 보이는 숲길이 아름답다. 약 15분 동안 꾸준히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숲속 길을 허위허위 걷는다. 등산로가 더욱 가팔라지나 싶더니, 숲이 끊기고, 눈앞에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3중으로 쳐진 삼엄한 군부대 철조망이 앞을 막는다. 큰테미산 갈림길, 쉼터다.

테미산 갈림길, 쉼터 앞의 군 철조망과 경고판


잭 대장이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자고 한다. 일행은 시원한 그늘에 둘러 앉아 땀을 들인다. 5월의 공기가 상쾌하고, 지나가는 선들바람이 시원하다. 지금 시각이 3시를 넘었는데, 이곳에서부터 오늘의 종착지인 축석령까지는 아직도 2시간이상을 더 걸어야 한다. 일행 12명 중 한북정맥을 하지 않는 대원들이 절반을 넘는다. 고민하던 잭 대장이 결단을 내린다.


"오늘 산행은 덕고개에서 종료합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남은 음식과 술을 처분하며 천천히 쉬고 갑시다."


커피도 끓여 마시며, 30분 이상 충분히 휴식을 즐긴 일행은 쉼터에서 군부대 철조망을 끼고 왼쪽으로 내려선다. 저 아래로 덕고개 아파트 단지와 덕현초교, 그 오른쪽으로 새롭게 조성중인 아파트 부지가 내려다 보이고, 그 뒤로 멀리 천보산 능선이 펼쳐져 있다.

쉼터에서 내려다 본 덕고개 방향


하산 길은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내려가면 된다. 하지만 이 구간에서 길을 벗어나기 쉬운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철조망이 오른쪽으로 90도 각도로 꺾이는 지점에서, 왼쪽 숲으로 뚜렷한 등산로가 갈라지지만, 마루금은 여전히 철조망을 끼고 이어지고, 둘째는 이 지점에서 약 10여분 정도 철조망을 끼고 걷다가, 왼쪽 숲으로 들어서야하는데, 당연히 보여야 할 산행리본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 일행도 이곳에 이르러, 산행리본을 발견치 못하고, 우왕좌왕 망설이는데, 역시 머리 회전이 빠른 지헌대원이 땅 바닥을 살피더니, 하나 둘, 산행리본을 주워 올린다. 대간꾼들에게는 생명줄 같은 산행리본이지만, 울긋불긋 바람에 흔들리는 리본모양이 인근 주민들에게는 흉하게 보였던 모양이다.


군 철조망을 버리고, 왼쪽 숲길로 들어서서, 남양 홍씨 문중 묘를 지나, 숲길을 따라 계속 걸어 내려서니, 이윽고 등산로는 오른쪽 시멘트 도로에 이르고, 이곳에서 마주 보이는 순복음교회와 낮은 기와집 사이의 공터를 지나, 다시 오른 쪽 숲으로 들어서게 된다. 숲속으로 들어서면 외길이다. 산행리본이 어지럽게 걸려있는 고개 마루턱에 이르면, 새로 조성된 도로가 관통하는 막은고개가 내려다보인다. 왼쪽으로 내려서서 육교 공사가 한창인, 공사장에 도착한다.

남양 홍씨 문중 묘

순복음교회 - 마루금은 순복음교회와 오른쪽 담장 사이로 이어진다.

막은고개를 관통하는 새 도로


그런데 이건 또 무슨 해프닝인가? 후미의 덕암 대원과 심천 대장이 보이질 않는다. 대원들은 풀밭에 배낭을 벗어놓고, 후미를 기다리고, 잭 대장과 지헌대원이 후미 찾아 나선다. 20여분 후, 계면쩍은 얼굴을 한 심천 대장이 앞장을 서고 그 뒤로 3사람이 따라온다.


육교 공사장 오른쪽 사면을 내려서서, 아직 개통되지 않은, 막은고개 너른 도로에 모여서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니, 대원들이 수군수근 분위기가 요상하다. 샘내고개 직전, 덕계동으로 알바를 한 잭 대장을 7식이, 그리고 방금 계면쩍은 얼굴로 나타 난 심천 대장을 8식이로 하자는 여론이 분분한 모양이다. 하지만 졸지에 선두대장, 후미대장이 한꺼번에 푼수가 돼 버리면, 앞으로의 산이사회 산행은 어쩌란 말인가? 해서,


"7식이, 8식이는 좀 아껴 둡시다." 라고 긴급제안을 하자, 역시 지헌 대원이 알아듣고, 새롭게, "1일 1식이의 원칙"을 창안하여, 오늘은 우정 대원의 6식이로 끝이라고 선포하여, 여론을 잠재운다.


맞은편 절개지를 기어올라,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양주고읍지구 택지개발 공사장으로 들어선다. 이제 덕고개 주변의 한북정맥 마루금은 너른 아파트 단지로 변해 버렸다. 앞으로 대간꾼들이 어떻게 정맥루트를 개척할지가 궁금하다.

택지개발 공사장의 진입금지 팻말

공사장을 가로지르는 대원들

덕현초등학교


4시 49분, 일행은 덕현초등학교 교문을 나서서, 350번 도로변 버스정류장에서 의정부행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은 불곡산 산행을 하는 회원들 때문에 한북정맥 산행은 도중하차를 한 셈이지만, 덕분에 여유 있고, 즐거운 산행재미를 만끽한 하루였다.


(2006.5. 20.)


뒤풀이.

의정부 북부역에서 하차한 일행은 지난 번 비에 쫓겨 들렀던, 수원 돼지 갈비집을 찾아 들어선다. "또 와도 돼 나요?" 라고 묻던, 무구대원이 빠진 것이 섭섭하다. 역시 고기가 연하고, 냉면 맛이 수주 급이라고 모든 대원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다.


수원 돼지 갈비집에서 포식을 하고 나서도, 젊은 대원들은 헤어지기가 서운한 모양이다. 도봉역에서 내려 3차를 하자고, 의정부 북부역에서 일행 모두가 지하철에 오른다. 자리에 앉으니, 잠이 쏟아진다. 지금시각이 7시이니, LA는 새벽 3시, NY은 새벽 6시다.그런 곳에서 돌아온지 채 일주일도 못됐으니,잠이 쏟아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3차 자리에 끼어, 주책없이 끄덕 끄덕 졸다가, 분위기를 깨기보다는, 당장은 욕을 먹더라도, 슬그머니 사라져버리는 것이 덕을 쌓는 일이라고 생각하고는 도봉역에 내려서서, 슬금슬금 뒤로 쳐진다. 그러다 뒤를 돌아다보니, 이게 웬일인가? 다이아 대원이 바로 뒤에 서 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더니, 역시 아름다운 동반자가 있지 않은가?


7호선 지하철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아, 깊은 잠속으로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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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묘지 시멘트 길을 오르다 본 남쪽 조망


2006년 4월 1일(토).

달(月)이 바뀌면서 전국에 단비가 촉촉이 내린다. 봄비 치고는 제법 많이 내린 비로 봄 가뭄이 일거에 해갈되고, 남쪽 지방의 건조주의보가 해제된다. 오늘은 잭 대장이 가이드하는 한북정맥 4번째 산행일이다. 잭 대장은 당초, 울대고개에서 샘내고개까지의 풀코스를 산행코스로 예고했으나, 코스를 짧게 끊어 달라는 회원들의 의견을 받아 들여, 오산삼거리까지로 코스를 조정한다.


비도오고, 또 장인 상을 당한 심천대원을 도우러, 젊은 대원들은 상가를 찾는 바람에, 의정부 역 대합실에 모인 대원들은 모두 7명이다. 오솔길 대원이 모처럼 봄비를 맞으러 나왔다. 대원들이 다 모이자, 의정부역을 나선다. 봄비가 조용히 내린다. 비를 맞으며, 우정 대원이 불쑥 묻는다.


"봄에 내리는 비를 뭐라고 합니까?" 묻는 의도도 모른 채,


"춘우(春雨)." 라고 하니.


"봄비지요." 라고 오솔길 대원이 정정한다.


우정대원이 무슨 꿍꿍이속으로 물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춘우(春雨)라는 말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춘풍(春風)이란 말이 많이 사용된다. 춘풍추우(春風秋雨)가 그렇고, "춘풍(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라는 유명한 황진이의 노래가 또 그렇다.


언어 선택에 까다로웠던 옛 선비들은 "봄비"라는 정감이 있는 말을 택해, 춘우(春雨)를 멀리하고, "봄바람"은 어감이 좋지 않다고 보아, 춘풍(春風)을 즐겨 썼나보다. 각설하고, 이처럼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오늘 산행이 시작된다.


봄비 내리는 숲길이 싱그럽다. 낙엽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정겹고, 먼지가 풀풀 일던 흙길이 빗물을 머금고, 까맣게 윤기가 돈다. 며칠 전까지 꽃샘추위가 혹독했지만, 봄비에 젖은 숲속은 이제 완연히 봄이다. 생강나무 노란 꽃이 눈에 확 들어오고, 등산로 주변의 진달래는 꽃망울을 달고 있다. 나른 공지의 버들강아지도 눈을 떴는가 하면, 비안개 속을 걷는 대원들의 뒷모습이 신비롭다. 빗속에서 유장하게 봄기운을 만끽한 산행이다.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35) 울대고개 도착, 산행시작-(10:43) 묘지 정문, 좌측-(11:05) 묘역 벗어나, 좌측 숲으로-(11:21) 무명봉 삼각점-(11:24) 도로, 우측-(11;29) 항공무선표시국 정문-(11:53) 사거리 안부-(12:13~12:53) 첼봉, 중식-(13;06) 오두산 분기봉-(13:22) 한강봉-(13:44) 전주이공 묘-(13:47) 흥복고개-(13:58) 헬기장-(14:13) 호명산-(14:25) 13번 송전탑-(14:35) 샘터-(14:51) 작고개-(14:57) 언양김씨 묘-(15:04) 18번 철탑-(15:28) 오산삼거리』중식 시간 40분 포함, 총 4시간 53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 ◇ ◇


한북정맥 들머리인 울대리묘지 입구에는 묘에 헌화할 꽃을 파는 꽃장수의 조화가 화사하다. 길을 따라 오르다, 갈림길에서 일행이 모여 단체사진을 찍고, 오른쪽 시멘트 길을 따라 공원묘지로 향한다. 길가 밭에서 일을 하던 아저씨가 비가 오는데 산엘 가느냐며, 이상한 얼굴로 바라본다.

을대리묘지 입구의 꽃장수


공원묘지 입구에 많은 차량들이 몰려 있고, 합동 위령제가 열린다는 내용의 방송안내 소리가 들린다. 왼쪽 가파른 시멘트 길을 올라 묘역으로 들어선다. 봉분 없이 묘석만 누워 있는 교회 묘역에 꽃병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아마도 합동 위령제 장소인 모양이다.

꽃으로 장식한 묘역


가파른 시멘트 길을 오르며, 뒤돌아 남쪽을 바라본다. 사패산이 가깝고, 그 뒤로 도봉의 연봉들이 우쭐우쯜 흐르다가, 오른쪽 상장능선으로 이어진다. 맑은 날씨라면, 보다 장쾌한 흐름을 즐길 수 있을 터인데, 지금은 안개에 가려 윤곽만 보이는 것이 유감이다.


묘역 가장 높은 곳에 오르니 이제까지 다소 뜸했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일행은 커다란 소나무 아래에서 잠시 쉬며, 오버 트라우저를 입는 등, 우중 산행준비를 보다 철저히 한 후 다시 산행을 계속한다. 11시 5분, 묘역을 벗어나, 등산로는 왼쪽 숲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오른쪽 길섶에 생강나무가 노란 꽃을 달고 있다. 공인 숲 해설가를 옆에 두고, 아마추어들이 산수유와 생강나무 구분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잠자코 웃으며 듣고 서 있던 오솔길대원이 모두가 맞는 이야기라고 너그러운 결론을 지어주자 산행이 계속된다. 11시21분, 삼각점이 박혀있는 무영봉을 지나고, <서울 421, 1993 재설> 3분 후 아스팔트 도로로 내려선다. 오른쪽 나무에 산행리본이 걸려있다.

아름다운 소나무 아래에서 우중산행 채비를 하는 대원들


도로를 따라 오른다. 오른쪽으로 다시 사패산과 당당한 도봉의 연봉들이 보인다. 11시29분 항공무선표시국 건물 정문을 지나, 철책을 따라 걷는다. 등산로는 너른 초지를 가로질러 오른쪽 숲으로 이어진다. 버들강아지도 노랗게 눈이 터졌다.

도로에서 본 사패산과 도봉

항공무선표시국 정문

공지에서 본 표시국

나뭇가지 사이로 첼봉이 보인다. 나무줄기가 엉겨 붙은 곳에 대원들이 모여 있다. 오솔길대원이 장한가(長恨歌)를 이야기하며, 나뭇가지가 엉킨 연리지(連理枝)와 날개가 한쪽씩만 달린 비익조(比翼鳥)를 들어, 애틋한 부부애를 설명한다. 일행은 오솔길대원의 박식함에 감탄한다.

연리지(連理枝)


황톳길 너른 안부 사거리를 지나, 잘 손질된 무덤을 왼쪽에 두고, 등산로는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12시 13분, 너른 헬기장인 첼봉 정상(516m)에 오르니, 등산객 한 무리가 점심을 먹고 있다. 비에 젖은 잡초가 누렇게 덮여있는 정상에는 산불감시용 무인 카메라가 서 있을 뿐, 별다른 표시는 없다. 서쪽으로 시야가 트여, 장흥 유원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오른 쪽으로 첩첩한 산세가 펼쳐있다.

첼봉에서 본 장흥 유원지

첼봉에서 본 북서방향의 조망


일행은 첼봉 정상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한다. 우정대원과 경담대원이 준비해온 제철의 쭈구미를 안주로 우선 술잔부터 돌아간다. 산악회를 따라 산행할 때와는 달리, 한결 여유가 있는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이런 점심시간이 때로는 한 시간씩 지속되어, 하산시간이 늦어지자, 이후 잭 대장은 점심시간을 30분으로 제한 하지만, 오늘도 즐거운 시간은 30분이 훌쩍 넘어서고, 뜸했던 빗발이 다시 굵어지기 시작해서야, 마지못해 자리를 거둔다.


첼봉을 내려서는 가파른 길가에 수도권을 지키던 토치카가 의연한 모습으로 비를 맞고 있다. 내리막이 끝나자 오솔길이 이어진다. 길을 트는 잭 대장이 선두에 서고, 힘 좋은 화봉대원이 그 뒤를 바짝 따라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지만, 우정대원과 무구대원은 비 오는 숲속의 아름다움에 취해 자꾸 뒤로 쳐진다. 우정대원은 낙엽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에 감탄사를 연발하고, 무구대원은 아름다운 오솔길에 매혹되어, "빗속의 여인"이란 노래를 웅얼댄다. 앞서 걷던, 오솔길대원이 "나이가 드니, 흘러간 노래가 좋아진다."며 후미로 끼어든다.

토치카


1시 6분, 오두산 분기봉을 지나, 아름다운 숲길이 계속된다. 한강봉이 가까워지는 모양이다. 등산로가 가팔라지며, 길이 두 가닥으로 분기된다. 정면 산행리본이 걸린 길은 가파른 길이고, 왼쪽 산 사면으로 이어지는 길은 부드럽다. 우정대원이 부드러운 왼쪽 길로 들어선다. 500m도 안 되는 산이니, 어디로 올라도 정상에 이를 것이라고 짐작한다.

오두산 갈림길


1시32분, 한강봉 정상(460m)에 선다. 삼각점이 있다. <문산 470m 1992 재설> 정상에서 마루금은 우정대원이 우회한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정대원은 지금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을 것이다. 소리를 질러도 응답이 없다. 의리의 사나이 무구대원이 스승을 찾는다고, 마루금과는 반대쪽 능선으로 내 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담대원이 핸드 폰을 받는다. 우정대원의 SOS 신호다. 정상에서 지나 온 첼봉이 제법 높직하게 보인다.

한강봉에서 본 첼봉


이윽고 무구대원을 앞세우고, 우정대원이 씩씩하게 걸어온다. "많이 기다렸지요? 어떻게 생긴 길인가 반대편 능선을 답사하고 오느라고....." 라며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 죽어도 알바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하기야 마루금에서 30m 정도 벗어났으니, 알바랄 것도 없기는 하다. 하지만 이 후기를 보면 우정대원은 또 너무 따진다고 입을 길게 내밀게 틀림없다. '아, 따지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는 이야기이지.....', 여하튼 산행이 이처럼 여유가 있어 좋다.


한강봉을 내려서서 전주이공 묘를 지나, 1시 47분, 흥복고개로 내려선다. 비는 여전하고 안개가 점점 짙어진다.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숲으로 들어서더니, 삼거리 갈림길에 이른다. 오른쪽에 걸린 산행리본의 안내를 따라 완만한 오름길을 거쳐, 헬기장을 지나자 등산로는 다시 오솔길로 이어진다. 우산을 바쳐 든 오솔길대원이 오솔길을 따라 걷는 모습이 한가롭다.

흥복고개

삼거리


나뭇가지 사이로 안개에 싸인 호명산이 보인다. 2시 13분 호명산 정상(423m)에 오른다. 안개 속에서 잭 대장이 대원들 사진을 찍고 있다. 호명산 정상에는 돌탑과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으나 짙은 안개로 시계는 제로다. 호명산을 내려선다. 송산약수터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3번 철탑을 거치자, 갈림길에서 잭 대장이 길이 헷갈리나보다. 잠시 머뭇거리던 잭 대장이 오른쪽으로 내려서고, 이윽고 작은 샘터에 이른다. 목이 말랐던지, 오솔길대원이 반색을 하며 쪼그리고 앉아 물을 받으며. "산토끼"라고 웃는다.

호명산 정상의 등산로 안내판

정상 안개 속의 대원들

정상의 돌탑

 

샘터의 산토끼


2시 51분 작고개에 내려서고, 길을 건너,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곧바로 언양김씨 묘를 지나고, 18번 송전탑 아래를 달려, 성터를 타고 오른다. 안개가 휘감아 도는 낙엽송 조림지대가 아름답다. 정면으로 비구름에 덮인 불곡산이 보이고, 정자를 지나, 3시 28분, 오산삼거리 등산로 입구에서 오늘 산행을 마감한다.

작고개

18번 송전탑

산성 터

안개 싸인 낙엽송 숲

비구름에 가린 불곡산

오산 삼거리 등산로 입구


뒤풀이.

버스로 의정부북부역에 내린 대원들은 쏟아지는 비를 피해, 버스 정류장 가까운 돼지 갈비 집으로 들어선다. 오버 트라우저를 입은 잭 대장이나, 오솔길 대원은 별개로 하더라도, 화봉대원, 우정대원 등 오버 트라우저를 입지 않은 대원들의 바짓가랑이가 비교적 말끔한데, 유독 내 바짓가랑이만 흙투성이다.


음식점 마룻바닥을 엉망으로 만들 수는 없는 터라, 숙녀 앞이지만, 어쩔 수없이 바지를 걷어 올려, 뻘건 정강이를 들어낸 채 마루 위로 올라선다. 비를 피해 엉겁결에 뛰어든 식당이지만, 밑반찬이 정갈하고, 고기가 연하다. 소주잔이 돌면서, 우정대원의 꽈리 재담에 시중드는 언니는 내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떨어진 식탁에 앉아 우리 쪽을 보고 있는 식당 안주인은 한껏 귀를 기울이는 눈치다.


공짜로 서브되는 냉면은 양은 작지만, 맛은 수준급이다. 언니가 냉면 한 그릇을 더 들고 오더니, 우정대원 그릇에만 몽땅 리필을 해 준다. 이 양반은 꽈리 덕에 어디에 내 놓아도 굶지는 않겠다. 배도 부르고, 젖었던 바지도 꾸덕꾸덕 마르자 일행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식당 문을 나서기 전에 무구대원이 안주인에게 인사를 한다.


"아줌마 ! 다음에 또 와도 돼는 거지요?"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다.


(2006. 4. 2.)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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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


2006년 3월 18일(토).

잭 울프 대장이 가이드 하는 한북정맥 3번째 산행일이다. 지난 번 산행이 솔고개를 출발하여, 상장봉에서 엄숙한 시산제를 지낸 후, 우이령을 거쳐, 542m봉을 오르고, 보문능선 갈림길에서 산행을 마치고 하산을 했으니, 오늘의 산행코스는 지난번 하산지점에서 도봉 주능선, 포대능선, 사패능선을 거쳐, 울대고개에 이르게 된다.


잔뜩 흐린 날씨에, 이따금 비도 내리고, 가벼운 황사현상도 있을 것이라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부담 없는 도봉산 산행이라, 이사회(二四會) 회원들이 대거 우정산행에 참여하여, 호돌이 만남의 장소에 12인의 대원들이 모인다. 대원들을 위해, 특별히 장을 보고 온, 잭 대장이 뒤 늦게 도착하자, 13인의 대원들은, 9시 20분 경, 도봉 매표소를 지나,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20) 도봉 매표소-(10:20) 주능선-(10:29) 헬기장-(10:37) 오봉고개-(11:07) 칼바위-(11;12) 관음암 갈림길-(11:14~11;22) 휴식-(11:43) 뜀바위-(11:51) 신선대-(11:53) Y 계곡 우회로-(12:03) 흔들바위-(12:10~12:40) 헬기장, 중식-(13:04) 649m봉-(13:31) 회령골재-(13:44) 범골 갈림길-(13;50) 원각사 갈림길-(14:05) 사패산-(14:20) 안골 입구 2.8Km 지점, 알바-(14:26) 마루금-(14:31) 군사시설 보호구역 팻말-(14:45~15:45) 휴식-(15;55) 울대고개』들머리 1시간, 중식 30분, 휴식 1시간, 마루금 산행 4시간 5분으로, 총 6시간 35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왼쪽 보문능선으로 들어선다. 보문능선의 길이는 약 2.7Km로 비교적 긴 능선이라, 경사가 급하지 않고, 완만한 오름길에, 능선에서 보는 도봉의 주봉들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하다. 이윽고 주능선에 접근하면, 오른쪽으로 우이암의 미끈한 모습이 또한 빼어나, 많은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능선이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자, 소천(昭泉) 오세영 사장이 스피드를 낸다. 작은 체구에 체력이 강해보이지는 않는 몸매이지만, 산행 시에는 항상 선두를 질주한다. 증권회사의 현역 CEO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자리다. 본인의 이야기로는 선두를 질주해서 땀을 흠뻑 흘려야, 몸이 개운하고, 머리가 맑아지기 때문에 항상 앞서 달린다고 한다.


몸이 더워지면서, 길섶으로 벗어나 재킷을 벗어, 배낭에 챙기는 사이에 최후미로 쳐져서, 서둘러 능선을 타고 오른다. 도봉의 연봉들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곳에 대원들이 모여 조망을 즐기며 쉬고 있다. 당당하게 솟아 있는 아름다운 도봉의 주봉들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배낭커버를 씌우고, 다시 재킷을 꺼내 입는다.

보문능선에서 본 도봉


얼마 오르지 않아, 비가 멎더니, 살짝 해가 비친다. 얄궂은 날씨다. 왼쪽 나뭇가지 사이로 우이암이 미끈한 모습을 보이고, 10시 20분 주능선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만장봉까지는 약 2Km.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올라, 10시 29분 헬기장에 이르러, 모두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왼쪽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상장능선을 조망한 후,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계속한다.

보문능선에서 본 우이암


10시 34분, "도봉 주능선에서 바라보는 도봉산" 해설판 앞에서, 도봉의 연봉들을 조망한다. 이어서 오봉고개를 지나고, 오르막을 올라 전망바위에서 오봉을 카메라에 담는다. 돌무더기가 쌓인 안부를 지나, 다시 오르막에서, 뒤돌아 지난번, 지나왔던 525m봉을 돌아보고, 좌측으로 상장능선을 바라본다, 3봉과 4봉의 윤곽이 뚜렷하다.

이정표

525m봉


10시 56분 전망바위에 선다. 왼쪽으로 오봉, 우봉(676m), 정면으로 칼바위, 그 오른 쪽으로 주봉(675m), 뜀바위, 신선대, 만장봉(718m), 자운봉(740m), 선인봉(708m)을 바라본다. 언제 보아도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니다. 11시 7분, 칼바위 아래에서 왼쪽 우회로를 걸어, 관음암 갈림길을 지난 후, 고개 마루턱에서 대원들이 모두 모여, 음료수를 마시며 한동안 휴식을 취한다.

오봉과 우봉

칼바위

뜀바위

칼바위, 뜁바위, 신선대, 만장봉, 자운봉


11시 43분, 뜀바위 출입금지 팻말을 지나 우회로로 내려서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신선대와 아름다운 만장봉을 카메라에 담은 후, 발길을 재촉한다. Y계곡 입구에서, 주말의 정체를 우려하여, 탐방로 안내판 앞에서 왼쪽 우회로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사패산이 보이고, 정면으로 포대능선과 사패능선이 역 C자를 그리며 이어진다. 장쾌한 흐름이다.

신선대

만장봉


 

사패산

포대능선, 사패능선


12시 3분, 대원들이 모여, 흔들바위를 흔들어 보고, 12시 10분 경 너른 헬기장에 모여 점심식사를 한다. 30여 분간 식사를 즐긴 대원들은 천천히 포대능선으로 향한다. 포대능선 초입의 기암이 아름답다.

흔들바위

포대능선 초입의 기암


12시 45분, 망월사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바위에 선다. 사방이 확 트였다. 진행 방향으로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649m봉이 가깝고, 그 왼쪽으로 619m 암봉이 우람한데, 그 뒤로 사패산이 고운 모습을 보인다. 뒤를 돌아본다. 역광 속에 716m봉이 앞을 막아서고, 그 뒤에는 자운봉, 만장봉, 신선봉이 우뚝하다. 동쪽으로 수락산을 관통한 외곽 순환도로가 힘차게 달리고, 발아래로는 망월사가 평화롭다.

멀리 본 649m봉

619m 암봉

716m봉과 자운봉, 만장봉, 신선봉


이정표와 <자운봉 1.4K, 사패산 2.2K>, 포대능선 해설판을 지나, 암릉을 걸으며, 왼쪽으로는 멀리 유연하게 흐르는 상장능선을 본다. 1시 4분, 649m봉에서 포대능선을 되돌아본다. 도봉의 주봉들을 배경으로, 아슬아슬하게 칼날처럼 이어지는 암릉은 언제 보아도 장쾌하고 아름답다.

상장능선

포대능선


사패산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회령골재, 범골 갈림길을 지나고, 1시 57분 안골입구 갈림길을 지난다. 이제 사패산 까지는 100m, 지척이다. 2시 5분 사패산 정상에 오른다. 바람이 거세다. 너른 바위 위에서 남쪽으로 세 겹으로 겹쳐진, 도봉산, 상장능선, 삼각산을 조망하고, 삼각점<성동 402 1992년 재설>을 카메라에 담은 후, 북쪽으로 다음 구간인, 첼봉, 한강봉을 눈여겨본다.

산 첩첩

사패산의 삼각점

첼봉, 한강봉


사패산을 내려서서 울대고개를 향한다. 2시20분 이정표를 지난다. <사패능선 0.9K, 안골입구 2.8K> 이곳에서 낙엽이 깔린 왼쪽 길로 달려 내린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선두가 되돌아오면서 갈림길로 되돌아가라고 소리친다. 길을 잘 못 들어 선 모양이다. 갈림길로 되돌아와, 왼쪽 90도로 분기된 마루금으로 내려선다. 약 6분 정도 알바를 한 셈이다. 완만한 참나무 비탈길이 이어진다. 낙엽이 발목을 덮는다. 나뭇가지에 한북정맥 산행리본들이 걸려있다. 마산, 김해, 부산 등 먼 곳에서 함북정맥을 한 분들이 걸어 놓은 산행리본들이다.

울대고개로의 하산길


2시 31분, 군사시설 보호지역 팻말을 지나고, 전망대에서 뒤로 본 사패산을 카메라에 담는다. 다시 갈림길에 선다. 이곳에서 오른쪽 길을 택해 내려서자, 조그만 바위 앞에 대원들이 모여 있다. 이제 10분도 채 못 되는 거리에 울대고개가 있다. 이곳에서 잭 대장이 특별히 장을 봐온 삼겹살로 잔치를 벌인다.


자리를 펴고, 잭 대장이 삼겹살을 꺼내 놓는다. 손이 큰 잭 대장이 지고 온 삼겹살은 무려 6근, 3.6Kg에 달한다. 그뿐인가? 상추에, 깻잎, 양파, 풋고추, 버섯, 그리고 마늘 등 갖추어야 할 것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챙겨 왔다. 고기가 익고, 소주잔이 돌면서, 분위기가 익어간다. 땀 흘리고 산행한 후라 모두 식욕이 왕성하다. 한 시간여 진행한 성찬은 아쉽게도 술이 모자라, 고기를 반 넘어 남긴 채, 마무리를 한다.

삼겹살 6근

울대고개


말끔하게 자리를 치우고, 뒷정리를 마친 대원들은 3시 55분 울대고개에 내려서서, 다음 산행구간의 출발지점을 확인하고, 의정부행 버스에 오른다.


(2006. 3. 19.)


뒤풀이.

의정부역에 내린 대원들은 소천이라는 좋은 호를 얻은 오 사장이의 초대로, 시애틀이라는 근사한 생맥주 집에 다시 모여 갈증을 푼다. 백두대간을 하면서 잊을 수 없었던 경험들이 주 화제가 되고, 분위기가 흥겨워지자, 맥주잔 비우는 속도가 빨라진다.


생맥주 집을 나선다. 아직도 사방이 훤하다. 지하철에 오른 젊은 대원들은 해도 떨어지지 않은 이 시각에 귀가하기가 몹시 억울한 모양이다. 지헌대원과 우정대원이 앞장을 서서,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마루금이 연장된다고 선포를 한다. 익히 들은 유명한 마루금이지만, 화봉대원이나 나는 아직 참여할 기회가 없어 궁금하던 차라 함께 따라나서기로 한다.


귀가가 바쁜 4사람은 탈출을 하고, 9명의 대원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들어선다. 환하게 불을 밝힌 시장에는 끝이 보이지 않게 좌판이 길게 늘어서고, 8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인파가 붐벼, 활기가 넘친다. 가락시장에는 몇 번 집사람을 따라가 본 적이 있지만 노량진 수산시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큰 규모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수산시장 마루금

 

지헌대원이 단골 점포에서 물건을 고른다. 대하, 해삼, 멍게를 고르고, 문어를 산다. 자연산 생굴을 좀 사자고하니, 단골 점포 주인이 생굴을 파는 집으로 우리를 안내하여, 질 좋은 물건을 골라준다. 장을 보는 지헌대원 옆에서 소천대원이 그걸 어떻게 다 먹으려고 그렇게 많이 사느냐고 브레이크를 건다.


장보기를 마치고, 가까운 식당으로 이동한다. 비닐을 둘러친 허름한 집이지만 역시 지헌의 단골집이다. 이미 선객들이 자리를 잡고 않아, 9명이 들어서기에는 비좁은 장소다. 인심 좋아 보이는 식당 아주머니가 반색을 하며, 지헌대원을 맞더니, 입구에 식탁 2개를 붙여 자리를 마련해준다. 우리 일행 9명이 식탁 주위에 둘러앉으니, 비닐 식당은 발 딛을 틈도 없이 가득 찬다.


된장에 끊인 아욱국이 나온다. 시원한 것이 간이 맞아 맛이 좋다. 통으로 담근 무김치 맛이 시원하고, 자르지 않고 통째로 담근 열무김치 맛이 상큼하다. 여기에 생굴, 해삼, 멍게를 안주로 소주잔을 채운다. 이윽고 김이 무럭무럭 나는 삶은 대하가 서브되고, 갈치젓과 아구탕이 서비스로 나온다. 짜지 않은 갈치젓 맛이 일품이고, 아구탕이 매콤하여 인기가 짱이다. 여자들에게 좋다는 삶은 문어가 나오자, 식탁의 분위기는 절정에 이른다. 오 사장이 걱정할 정도로 많던 음식이 바닥을 보인다. 빈 소주병이 식탁 주위에 어지럽다.


맛을 알고, 자기 집을 찾아주는 단골에게, 식당에서 서비스 하는 음식들이 푸짐하고, 정성이 담겨져 있다. 갈치젓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본, 지헌대원이 귀띔을 했는지, 식당 아주머니가 갈치젓을 담은, 비닐봉지 두 개를 들고 와서 화봉대원과 내게 건네준다. 화봉대원이 "얼마요?"라고 묻자,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그냥 드리는 것이라고 한다. 화봉대원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 "이건 팁이요." 라며 아주머니에게 건네니, 마지못해 받더니, 소주 한 병을 들고 와 서비스라고 따라준다.


9시가 훨씬 넘은 시각. 일행은 노량진 수산시장 마루금을 끝내고 오늘의 산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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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봉에서 영봉으로 이어지는 상장능선


지난번 한북정맥 산행 시, 노고산 정상 바로 아래 헬기장에서, 대원들은 아름다운 북한산 조망에 취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휴식을 취한다. 이 때 잭 대장의 제의로, 다음 번 산행은 3월 1일(수)에 하기로 하고, 이 때 천하의 명소인 상장능선에서, 이사회(二四會) 시산제를 갖기로 의견을 모은다.


2006년 3월 1일(수).

어제부터 서울지역에는 봄비가 오락가락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사이에 비가 눈으로 변하여, 앞집의 지붕과 도로변의 자동차들이 하얗게 눈을 이고 있다. 대문을 나설 때는 눈은 그쳐 있지만,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어, 포근한 날씨에 언제 다시 비가 내릴지 걱정이다.


하지만 8시 45분 경, 약속 장소인 연신내 지하철역 3번 출구를 나서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구름이 많이 걷히어, 비가 올 것 같은 날씨는 아니다. 이사회 시산제에 참여하려고 모처럼 많은 대원들이 나오기로 한 날인데, 비라도 주룩주룩 내리면, 스산한 시산제가 될까 걱정이 많았었는데, 참으로 다행이다.


오늘 산행에는 모두 22명의 대원들이 참여한다. 적지 않은 인원이다. 도착이 늦어지는 대원들도 있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있어, 예정시간 보다 다소 늦게, 일행은 송추 행 버스 오른다. 버스가 구파발을 지나 북한산 길로 접어들자, 도로변의 나무들이 하얀 눈을 소복이 이고 있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설경이 아름답다. 이곳에는 밤사이에 제법 많은 눈이 내린 모양이다.


이윽고 버스는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하고, 많은 등산객들이 내린다. 눈앞에 눈 덮인 뾰죽한 의상봉이 커다란 모습으로 검은 구름을 이고 우뚝 솟아 있고, 그 왼쪽으로 원효봉이 부드럽게 누워있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 가히 명산의 영기(靈氣)가 듬뿍 느껴지는 신비로운 분위기이다.


9시 5분 경 버스는 솔고개에 도착하고,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일시에 함께 하차한다. 우리 일행은 들머리 너른 공지에 모여,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스틱을 펼치는 등 산행 준비를 마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

산행 준비를 한 산행 들머리 공지의 풍광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9:50) 솔고개 도착, 산행준비-(9:55) 산행시작-(10:14) 325m봉-(10:26) 바위 전망대-(10:46) 상장봉 도착, 시산제 준비-(11:10~12:55) 시산제 및 중식-(13:30) 565m봉-(14:05)-우이령 갈림길-(14:34) 계곡-(14:47) 우이령 도로-(14 :52~14:55) 부대 앞 -(15:40~16:02) 4거리 안부-(16:06) 542m봉-(16:08) 계단 길-(16:11) 도봉 매표소 갈림길-(17:20) 도봉산 매표소』 마루금 약 4시간 20분, 시산제 및 중식 약 2시간, 날머리 약 1시간 10분, 총 7시간 3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상장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은 온통 하얀 눈꽃 길이다. 아마도 올 겨울 마지막으로 즐기는 설경이겠다. 지난해 말 영봉 구간의 휴식년제가 종료되어서인지, 상장능선을 찾는 등산객들이 부쩍 늘어, 상장봉으로 이어지는 등산객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설경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등산로에서 벗어나면, 순식간에 등산객들 뒤로 밀려버려, 우리 일행과의 거리가 생기고, 일행을 따라 잡기위해, 앞에 늘어선 등산객들을 추월하기가 무척 신경이 쓰인다.

눈꽃 길에 줄을 이은 등산객 행렬


10시 14분 폐타이어 봉으로 알려진 325m봉에 오른다. 좁은 공간은 등산객들로 만원이다. 눈 덮인 아름다운 소나무 몇 그루를 카메라에 담고 서둘러 자리를 떠서, 앞선 일행을 뒤 쫒는다. 이윽고 바위 전망대 위에 선다. 하늘은 맑게 개어, 멀리 노고산이 뚜렷하지만, 눈앞의 북한산에는 심술궂은 구름 한 덩이가 인수봉과 백운대 정상 부근에 걸려 있어 조망을 방해한다.

눈꽃 핀 소나무

폐타이어 봉에서 본 푸른 하늘과 눈 쌓인 청솔

전망바위에서 본 노고산

10시 46분 경, 상장봉(上長峰) 너른 공지에 이르니, 먼저 도착한 대원들이 시산제 현수막을 거는 등, 시산제 준비에 분주하다. 돗자리가 깔리고, 산제(山祭)행사에 익숙한 무구(無垢) 대원이 제물을 진설한다. 대원들이 분담해서 가져온 삶은 돼지고기, 시루떡, 홍어회, 각종 과일과 포 등 정성이 깃든 제물들이다.

시산제 준비

상장봉에서 본 북한산


나에게는 제물을 분담시키는 대신, 축문을 준비해오라는 주문이다. 시산제 축문은 한문식, 국문과 한문의 혼용식, 그리고 국문식의 3가지 유형으로 틀이 잡혀, 이미 명문(名文)들이 소개돼 있어, 따로 작성할 필요는 없고, 알맞은 것을 선택하면 된다. 한문식은 이제는 통용이 되지 않는 시대이니 이를 제쳐놓고, 국문식으로는 산정산악회 정기원 대장님이 홈 페이지에 소개한 명문을 선택하고, 혼용식에서 적당한 것을 하나 골라, 우리 상황에 맞게 부분 수정을 가한다.


시산제 축문 절차에서는 축문의 내용보다도 축문의 낭독이 보다 더 중요하다. 산신님의 감응을 불러올 수 있게, 뚜렷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낭독을 해야 한다. 축문 준비에는 이런 낭독자 선정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멋대로 확대해석을 한 나는, 우리 대원들 중에서, 그럴 듯한 낭독자를 물색해 본다. 오래 찾을 것도 없다. 꾀리의 원조, 우정 대원이 적임자다.


우정 대원에게 2가지 원고를 메일로 보내고, 전화를 한다. 낭독하기 편한 축문을 선택하여, 읽기 연습을 하라고 부탁한다. 즉각 답신 메일이 들어온다. 국문식이 마음에 드니, 달걀 한 판을 먹으며 목소리를 다듬어 연습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퉁"치니, "땅"하는 반응이 좋다.


11시 10분 경, 사회자 지헌(芝軒) 대원이 개회를 선언하고, 조난 산악인에 대한 묵념, 그리고 산악인 선서를 낭독한 후, 제주 신근철 회장남이 강신을 위한 잔을 올리자, 한 줄기 강한 바람이 일어 눈가루를 흩날린다. 이어서 신 회장님은 엎드려 배하고, 우정 대원이 웅혼한 목소리에 바이브레이션까지 섞어서 호소력 있게 축문을 낭독한다. 이렇게 엄숙하게 진행된 오늘의 시산제는, 신 회장님의 회원들에 대한 인사 말씀에 이은, 사회자의 폐회 선언으로 막을 내린다.

시산제를 마치고 1

시한제를 마치고 2


그 많아 보이던 제물과 술이 바닥이 나고, 라면까지 끓여 포식을 한 대원들이 상장봉을 말끔하게 정돈한 후, 1시 50분 경,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이제는 시간이 꽤 경과한 후라, 등산객들도 뜸하다. 우리 일행은 눈 덮인 암릉길을 포기하고, 우회로를 택한다. 눈 쌓인 우회로는 맑은 날의 암릉길보다 훨씬 더 힘이 든다. 4봉까지 우회하는 험한 길, 곳곳에서 아름다운 북한산과 멀리 도봉산을 조망한다

전망바위에서 멀리본 도봉산

전망바위에서 본 제 2봉

전망바위에서 본 북한산


1시 30분 경, 제 5봉(565m)에 오른다. 뒤 돌아보면, 상장봉에서 4봉까지 이어지는 상장능선의 연봉들이 아름답고, 왼쪽으로 멀리 사패산, 도봉산의 여성봉, 오봉, 그리고 여타 주요 봉우리들이 가까워 보인다. 남쪽으로 상장능선의 제 9봉이 올돌하고, 오른쪽으로 영봉, 그리고 웅장한 북한산이 이어진다.

5봉 오르다 본 2봉, 3봉, 4봉

5봉에서 본 6봉


2시 5분, 우이령 갈림길, 군사지역이라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 앞에 대원들이 모두 모인다. 대원들이 다 모이자, 잭 대장을 선두로, 팻말 옆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가파른 내리막을 조용히 내려선다. 아마도 정맥 마루금은 능선을 따라, 부대를 거쳐 우이령 마루턱으로 이어지겠지만, 그 길의 통과가 불가능해 지자, 정맥꾼들이 개척한 등산로는 이처럼 골짜기로 떨어져, 부대를 우회하는 모양이다. 눈 쌓인 가파른 내리막이 미끄럽기는 하지만, 등산로는 뚜렷하게 이어진다.

우이령으로 내려서는 대원들


골짜기로 내려서면서 오른쪽으로 뾰족하게 솟아 있는 상장능선 제 9봉을 조망하고, 그 옆으로 눈 덮인 제 8봉의 암릉에 모여 있는 등산객들을 올려다본다. 2시 34분 등산로는 오른쪽 계곡으로 굽어지더니 얼어붙은 개울을 따라 이어진다. 두텁게 얼은 얼음위에 눈이 덮여 무척 미끄러운 길이지만, 두꺼운 얼음을 뚫고, 군데군데 맑게 흐르는 물이 보여, 이미 이 계곡에도 봄이 와 있음을 실감한다.

제 9봉

제 8봉

계곡의 봄


2시 47분, 도봉산 오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우이령 도로에 대원들이 재집결한 후, 도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부대 앞에 이른다. 잭 대장이 앞서 나가, 초소를 지키는 순경들에게 경위를 설명한다. 초소 경관은 잭 대장의 인적 사항을 기록하고, 우이령 마루턱은 통행이 불가능하니, 부대 앞 사면을 올라, 우이암으로 빠지거나, 송추로 내려가는 길 뿐이라고 설명한다. 부대 안에서 누런 개, 한 마리가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우리들을 반긴다.

우이령 도로에서 본 도봉산 오봉

도로 변 주위의 사방사업 기념비

도로를 따라 부대 초소로 접근하는 대원들


우리들은 초병들에게 수고하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조용히 우이암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길가 나뭇가지에는 오래되지 않은 산행리본이 몇 가닥 걸려 있어, 정맥꾼들이 수시로 지나는 길임을 알 수 있겠다. 우이암으로 향하는 길이 가팔라진다. 시야가 트이는 산 사면에서 뒤를 돌아본다. 북한산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지나온 상장능선은 5봉에서 8봉까지 선명한데, 영봉이 황혼 속에 평화롭다. 가히 한 폭의 그림이다.

우이암으로 오르는 길

뒤돌아본 상장능선 - 왼쪽이 제 8봉

석양 속의 영봉


한 겨울 동안, 산행을 쉬다가, 모처럼 따라 나선 여자 대원들이 힘들어 하고, 후미 팀의 발 걸음이 점차 늦어진다. 3시 40분 경, 출입금지 팻말이 붙은 곳을 지나 안부에 내려선다. 건너편 542m봉으로 오르는 길목에서 우정 대원이 기다리고 있다. 잭 대장은 542m봉으로 오르고, 북한산을 잘 아는 화봉 대원이 이끄는 선두 구릅은 왼쪽 우회로를 택해 진행했으니, 후미 팀을 기다렸다가 왼쪽 우회로를 거쳐, 도봉산 매표소로 하산하라고 지시한 후, 우정 대원은 곧바로 542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달려가 버린다.

출입금지 팻말

542m봉 왼쪽 우회로


할 일 없이 4거리 안부에서 후미를 기다린다. 지도를 꺼내보니, 오른 쪽은 우이동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약 10분 후, 고봉 대원이 오솔길 대원과 함께 안부로 내려선다. 왼쪽 우회로를 통해, 일행을 뒤 쫓으라고 일러주고, 다시 후미 팀을 기다린다. 다시 10여 분이 지나자, 신 회장이 7~8명의 후미 팀을 이끌고 나타난다. 후미를 챙기는 모습이 역시 회장답다.

 

상황을 설명하고, 한북정맥을 하는 대원들은 마루금인 542m봉으로 오르고, 그렇지 않은 대원들은 왼쪽 우회로를 택하자고 제안을 한다. 심천대장, 지헌부부, 백마 탄 왕자, 그리고 나는 마루금 길을 택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우회로로 접어든다. 4시 6분 542m봉에 올라 우이암을 카메라에 담고, 계단길을 내려서며, 지나 온 상장능선을 뒤 돌아 보고, 눈앞에 전개되는 아름다운 도봉산 연봉들을 조망한다.

 

우이암

가까이 보이는 도봉산

도봉 매표소 갈림길 이정표


4시 11분, 도봉산 매표소 갈림길을 알리는 이정표 앞에 선다. 이로서 오늘 한북정맥 마루금 산행은 끝난 셈이다. 이윽고 왼쪽으로 우회 했던 대원들이 도착하여 합류하자, 모두 함께 보문능선을 거쳐, 하산을 시작한다. 5시 20분 경, 일행은 도봉산 매표소를 지나서, 뒤풀이 장소인 오리고기 전문점으로 향한다.

 

 


(2006.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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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길에서 본 북한산 - 상장능선, 영봉, 숨은벽

이사회(二四會)에서 한북정맥을 간다. 백두대간을 끝내고, 나 홀로 한북정맥을 마친, 잭 대장이 한북정맥을 하고 싶어 하는 회원들의 요구를 외면하지 못하고, 고양시 숫돌고개에서 출발하여 철원군 수피령으로 북진하는 산행계획을 확정한다. 전체를 13구간으로 여유 있게 나누고, 매달 3번째 토요일에 산행을 한다.


2006년 2월 18일(토).

내일이 우수(雨水)다. 대동강의 얼음도 풀린다는 계절이다. 하지만 오늘 아침,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6도. 낮부터는 풀린다고 하지만, 여전히 쌀쌀하다. 9시경, 구파발 전철역, 아직도 기침이 말끔히 가시지 않은 화봉 대원, 눈 다래기로 선글라스를 쓴 우정 대원, 그리고 잭 대장, 심천 대장이 보이고, 오랜 만에 김관영 대원과 함상철 대원이 참여한다. 무척 반갑다.

노고산 정상 헬기장에서 - 잭 대장 사진

일행은 문산 행 버스에 올라, 1번 국도를 북상한다. 2~3곳 정류장을 거쳤는가 싶었는데, 어느덧 버스는 부대 앞 숫돌고개를 넘어선다. 기사 양반에게 황급히 정차를 부탁하지만, 버스는 계속 달려, 고개를 다 내려서서, 신호대기에 걸린다. 친절한 기사양반은 정류장이 아닌데도 버스 문을 열어 우리들을 내려준다.

오늘의 산행코스 개념도


숫돌고개 마루턱으로 걸어올라, 장명산으로 이어지는 서쪽 마루금이 지난다는 7163부대 건너편에 도착한다. 왼쪽으로 수로가 보이고, 주위 나뭇가지에 붉은 산행리본들이 걸려 있다. 일행은 수로를 따라 산행 들머리에 들어서서, 산행준비를 시작한다.

숫돌고개의 군부대

산행 들머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09:42) 숫돌고개 도착, 산행준비-(09:46) 산행시작-(09:57) 무덤 2기-(09:58) 배반고개-(10:01) 육모정-(10:08) 이정표<삼송역 방향 880m, 일영-구파발 1,820m>-(10:11) 등산안내도 1-(10:15) 길가의 돌탑-(10:17) 전망대 1-(10:30) 이정표<삼송역 방향1,880m, 일영-구파발 820m>-(10:34) 염불선원 안내판-(10:40) 등산 안내도 2-(10;42) 349번 도로-(10:59) 204.6m봉-(11:06) 3697부대 철조망-(11:20) 사거리 돌탑-(11:25) 9번 철탑-(11:26) 사격장 경고문 1-(11:37) 사격장 경고문 2-(11:49) 효자동, 금바위 저수지 갈림길-(11:52~12:38) 전망대 2, 중식-(12:43) 삼각점-(13:07~13:43) 부대 후문 헬기장, 휴식-(13:56) 군부대 정문-(14:12) 왼쪽 능선 진입-(14:34) 청룡사 안내판-(15:14) 마을-(15:23) 솔고개? 산행시간 4시간 15분, 중식 및 휴식 1시간 22분, 총 5시간 37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나뭇잎을 다 떨어뜨린 앙상한 참나무 숲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 주변에는 깊은 참호와 이리저리 이어지는 견고한 교통호가 어지럽다. 여기저기 토치카도 눈에 뜨인다. 지금은 버려져 있지만, 아마도 수도권을 방위하기 위한 마지막 저항선으로 공들여 구축한 시설들인 듯싶다. 족구장을 통과하고, 잘 손질된 무덤 2기를 내려서서, 시멘트 도로가 지나는 배반고개를 건너, 건너편 숲으로 들어선다.

손질 잘된 무덤 2기

배반고개


오른쪽으로 6각의 나무 정자가 보인다. 정자에 올라, 서쪽을 조망하라고 아마도 최근에 마련한 것인 모양이다. 딱딱하게 얼은 등산로가 임도처럼 널찍하게 동쪽으로 이어진다. 10시 8분 삼송역 방향 880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1번국도 삼송역에서 349번 지방도로 녹미원에 이르는 약 2.7Km에 달하는 등산로를 안내하는 안내판 앞에 선다.

육모정

이정표

등산로 안내도


등산로라고는 하지만, 산책로라는 말이 더 적합할 듯싶다. 길가에 돌탑들이 보이고, 정자가 있는 쉼터, 운동기구가 설치된 공지, 그리고 야생화 군락지등 인근 주민들을 위한 산책길로 약 2.7Km를 개발해 놓은 것이다. 갈림길 곳곳에 이정표가 서 있어 길을 잃을 위험도 없다. 두툼하게 차려입고 산책하는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가끔 눈에 뜨인다. 쾌적하고 한적한 산책길이다.

등산로 변의 돌탑

쉼터


산책길이 나지막한 언덕으로 이어진다. 언덕을 오르다 보니, 정면 나뭇가지사이로 거대한 북한산이 불쑥 앞을 막아선다. 장엄한 광경이다. 언덕 위는 제법 너른 공지다. 비록 나무들이 시야를 방해하지만 오른쪽으로 북한산을 조망하기에는 손색이 없는 전망대라 하겠다. 인수봉, 백운대에서 동장대를 거쳐, 비봉, 족두리봉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모여서서 북한산의 봉우리 찾기에 여념이 없다.

전망대 오르는 길

북한산과 능선


누렇게 쌓인 낙엽위로 파란 싹들이 솟아있다. 야생화 단지인 모양이다. 삼송역 방향 1,880m를 알리는 이정표를 거쳐, 10시 34분, 염불선원 표지판을 오른쪽으로 지나친다. 다시 등산로 안내도 앞에 선다. 안내도는 349번 지방도로가 바로 지척이라고 알려준다. 한북정맥 마루금을 지나는 이 등산로는 쾌적하고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야생화 군락지


앞에 토치가가 보이고, 경고판이 서 있다. 등산로는 오른 쪽으로 휘어지더니, 약사사 입구를 지나, 349번 지방도로로 내려선다. 이상하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본 조형물도, 녹미원의 표시도 없다. 길을 건너 철 계단을 오른다. 커다란 묘가 1기 누워있고, 그 옆으로 등산로가 교통호를 따라 능선으로 이어진다. 능선에 서서 굽어보니, 저 아래에 녹미원이 있고, 서쪽, 오금동으로 통하는 길가에 낮 익은 조형물이 보인다. 아마도 우리들은 마루금보다 100m 정도, 남쪽으로 쳐져서, 지방도로를 건넌 모양이다.

능선에서 본 녹미원, 오금동 길과 조형물


등산로가 제법 가팔라진다. 비로소 산을 타는 느낌이 든다. 이윽고 헬기장에 이른다. 204.6m봉인 모양이다. 오른쪽으로 북한산이 선명하게 보인다. 봉우리를 내려선다. 안부에서 등산로는 아름다운 임도로 이어지고, 이어서 군부대 철책을 따라 왼쪽으로 급하게 오른다. 11시 11분, 언덕 위에서니, 왼쪽으로 노고산이 부드럽게 전신을 드러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북한산이 여전히 날카롭다.

아름다운 임도

철책길

정면에 보이는 노고산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서서, 돌탑이 서 있는 사거리를 지나, 등산로는 북동방향으로 이어진다. 11시25분, 9번 철탑을 지나고, 커다란 경고판 앞에 선다. 이곳은 사격장이니, 사격훈련 중에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3697 부대장의 경고문이 담겨져 있다. 총소리가 들리지 않아 일행은 안심하고 등산로를 따라 사격장으로 들어선다. 왼쪽으로 텅 빈 사격장이 보인다. 약 11분 후, 반대편에 서 있는 똑 같은 경고판을 지난다.

돌탑 사거리

사격장 경고문


11시 49분, 8번 철탑 과 금바위 저수지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고, 등산로는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더니, 11시 52분, 오른쪽이 확 트인 전망바위 앞에 이른다. 눈앞에 전개되는 웅장한 관경에 모두들 탄성을 발한다. 정면으로 원효봉, 그 뒤로 염초봉, 백운대, 그 오른쪽의 인수봉과 왼쪽의 만경대를 지나, 북한산 주능선이 이어지고, 비봉능선은 족두리봉까지 뻗어 있다. 발아래로 북한산길이 구불구불 흐르고, 북한산 입구 너른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하다. 그 뒤로 의상봉에서 시작되는 의상능선이 문수봉을 향해 치고 오른다. 겹겹이 늘어 선 봉우리들, 이곳이 아니면, 다는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빼어난 조망이다.

북한

날씨는 따듯하고 바람도 없다. 눈앞의 삼각산을 바라보며, 일행은 점심 도시락을 푼다. 관영 대원이 가져온 족발에, 화봉 대원이 무겁게 지고 온 순한 소주, '처음처럼'이 잘 어울리지만, 어제 그제 발치(拔齒)를 한 나와 눈 다래기로 고생하는 우정 대원은 술 한 방울도 할 수 없는 처지이고, 화봉 대원도 감기 때문에 술을 사양한다. 그래도 점심시간은 여전히 즐겁다.

점심시간- 잭 대장 사진


저 너머 북한산은 지금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겠지만, 길 하나 건넌 이곳에는, 이처럼 좋은 조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을 제외하면,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느냐고 모두들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들 이다. 다음에는 여학생들을 데리고 다시 한 번 이곳에 오자고, 우정대원이 불쑥 제안을 한다.


점심자리를 마무리하고, 왼쪽 언덕길을 오른다. 길가에 십자표지만 있는 삼각점이 박혀 있고, 능선길이 이어지며 작은 돌탑을 지난다. 오른쪽으로는 여전히 웅장한 북한산이 말없이 따라온다. 정면으로 시야가 트인다. 부드러운 노고산이 가깝게 보이더니, 안부를 지나자 등산로는 울창한 송림을 따라 가파른 오름세로 이어진다.

노고산

송림길


이윽고 1시 7분 경, 부대 앞 너른 헬기장에 오른다. 한쪽에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노고산 정상은 군부대가 점하고 있어 출입이 불가능하다. 우회로를 택하거나, 철조망을 따라 솔고개 방향으로 진행하여야한다. 일행은 오른 쪽으로 확 뜨인 조망을 향해 모여 선다. 이곳에서는 왼쪽 시계도 훨씬 넓어져, 사패산, 도봉산이 보이고, 상장능선이 바로 앞에 펼쳐져 있고, 백운대와 인수봉 사에 몸을 감춘 숨은 벽이 아름다운 몸체를 한껏 들어내고 있다.

노고산 정상의 군부대

숨은벽


서쪽으로는 저 아래 금바위 저수지가 보이고, 멀리 외곽순환도로가 흰 띠처럼 이어진다. 일행은 다시 상장능선을 바라보며, 3월 1일 상장능선에서 시산제를 하기로 하고, 그 준비를 의논하며, 모두들 여유 있게 사방의 풍광을 즐긴다. 1시 43분, 우리는 헬기장을 뒤로하고,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부대 앞으로 이동한다. 철조망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 고약하다. 철조망 아래로 교통호가 해자처럼 둘러 쳐져있다.

서울 외곽 순환도로

상장능선


철조망을 따라서 가는 낚싯줄 같은 선이 이어져 흐른다. 아마도 야간 침투에 대비하기위한 조치인 모양이다. 군부대에서 키우는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고, 사병 몇 사람이 막사에서 나와 울타리를 따라 걷는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다. 1시 56분 군부대 정문에 이르러, 너른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유유하게 걸어 내려선다. 정면으로 사패산, 도봉산, 오른쪽으로 상장능선이 보인다.

부대 정문

부대 앞 하산길


 

사패산


2시 12분, 등산로는 왼쪽 숲으로 이어진다. 뒤로 보이는 노고산이 역광 속에서 제법 높아 보인다. 등산로는 새로 세운 철책을 따라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이어진다. 고약한 길이다. 2시 34분 임도에 내려서자, 왼쪽에 청룡사 방향을 알리는 팻말이 보인다. 임도를 건너 다시 철책을 따라 기어오른다. 2시 50분 경, 북한산길이 보이는 언덕에서 잠시 숨을 돌린 일행은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급경사 사면을 달려, 마을로 내려선다. 온 동네 개들이 목소리를 합쳐 우리 일행을 환영한다.

하산한 마을


3번 국도를 건너, 3시 23분, 년풍마당 간판이 붙어 있는, 다음 구간의 들머리를 확인하고, 부근의 식당으로 들어선다.

 


(2006. 2. 19)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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