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송전탑에서 본 베어스 리조트와 주금산


2006년 9월 16일(토).

무더위를 피해, 8월에는 쉬었던, 한북정맥 종주를 다시 시작한다. 오늘 코스는 『큰넓고개(2.3K)-국사봉(4.7K)-수원산(1.5K)- 명덕 삼거리(4K)-47번국도』로, 도상거리 약 13.5Km에, 약 6시간이 소요되는 구간이다. 백두대간을 종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여유 있는 코스라고 할 수 있겠으나, 일반 대원들에게는 다소 길게 느껴지는 코스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참여자는 모두 17명, 여자대원 7명에, 남자대원 10명이다. 이중 여자대원 5명은 아직 대간종주경험이 없는 대원들이다. 산행을 안내하는 잭 대장의 입장이 어렵다. 구간을 길게 잡으면, "마음은 따라가고 싶다는데, 몸이 거부를 하니 어쩌지요?"라는 반응이 나오고, 짧게 끊자니, 금년 내에 종주를 마무리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오늘 산행의 결과는 앞으로의 산행을 가늠하고, 계획하는데 좋은 참고가 될 듯싶다. 13.5Km의 도상거리를 약 20분간의 휴식시간을 포함하여, 5시간 25분 만에 주파하고, 55분간의 널널한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총 6시간 20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특별히 처지거나, 힘들어 하는 대원도 없이, 모두가 함께 즐긴다. 산악회가 안내하는 대간이나, 정맥산행에서처럼, 2시간 가까운 선두와 후미 간의 시간차도 없이, 거의 함께 움직여, 정맥종주라는 "목적 달성"과 일반산행에서 누리는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한 산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남은 한북정맥의 산행은, 1) 10월부터 12월까지 6회 정도로 나누어 구간을 정하고, 2) 어려운 구간은, 출발 시간을 다소 앞 당겨, 산행시간을 길게 잡아, 중간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진행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즐산(즐기는 산행)과 목산(目山-목적 산행)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을 수 있겠다.


9시 30분 경, 의정부에서 탄 버스는 43번 국도를 거쳐, 87번 국도로 바꾸어 타고 내촌으로 남하한다. 왼쪽으로 가남 저수지가 보인다. 지난 번 보았을 때보다, 물이 많이 빠져있다. 이어서 알바를 하는 통에 잘못 내려섰던, "영천 뼈해장국집"이 오른쪽으로 보이고, 10시 30분, 버스는 우금 삼거리를 지나서 정차한다.


버스에서 내린 일행은 도로를 따라 큰넓고개로 향한다. 날씨는 잔뜩 흐려 있지만, 북상 중이라는 태풍의 영향인지, 가스가 없어, 시계(視界)는 좋은 편이다. 10시 34분, 마루금인 큰넓고개 하산지점에 이르고, 10시 36분 도로를 건너 육사생도 6.25 참전 기념비 앞에 모두 모여 산행준비를 한다.

큰넓고개의마루금 연결지점

육사생도 6.25 참전 기념비 입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34) 큰넓고개 도착-(10:36) 참전 기념비 앞에서 산행준비-(10:45) 기념비 뒤 숲으로-(11:01) 채석장이 보이는 능선-(11:06) 안부의 군사시설보호구역 말뚝-(11:30) 첫 번째 봉-(11:44) 국사봉-(11:54) 첫 번째 송전탑-(12:02) 두 번째 송전탑-(12:16~12:18) 세 번째 송전탑-(12:24~12:28) 바위 전망대-(12:35~13:30) 다섯 번째 송전탑, 중식-(13:55) 첫 헬기장-(14:03) 두 번째 헬기장-(14:29) 세 번째 헬기장-(14:46) 수원산 군부대 앞-(15:24) 개 사육장이 보이는 능선-(15:27) 명덕고개 삼거리-(15:31~15:41) 군부대 철책 길-(15:49) 424.7m봉-(16:06) 군부대 철책-(16:38) 명덕봉 분기지점-(16:54) 47번국도』


* * * * *


육사생도 참전 기념비를 둘러본다. 6.25가 발발하자, 사관학교에서 수업 중이던 육사생도 1, 2기생 600여 명은 육사교장의 지휘 하에, 이곳에서 방어진지를 구축한다. 6월 26일 미명, 북괴군 제 3사단의 공격을 받고, 이들과 교전하지만, 소총 실탄마저 떨어져, 처절한 백병전이 벌어지고, 100여명의 생도들이 전사한다.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도록, 국토방위를 위해 꽃다운 나이에 산화한 육사생도들을 기리는 기념탑 앞에서 일행은 숙연한 마음으로 잠시 옷깃을 여민다.

육사생도 6.25참전 기념비

기념비 하단의 취지문 동판


기념비 뒤로, 산행리본이 걸려있는 등산로가 뚜렷하

 

게 이어진다. 울창한 숲 여기저기에 묘들이 보이고, 방공호들을 건넌다. 강원도 오지의 고산지대를 산행할 때와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다. 우리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된 삶의 터전을 지나는 느낌이 들어 더욱 정겹다.

울창한 숲으로 뚜렷이 이어지는 등산로


등산로가 오르막으로 이어진다. 큰넓고개의 고도가 약 180m, 국사봉의 높이가 약 547m이니, 한동안의 오르막은 피할 수가 없겠다. 이윽고 능선에 오르니, 오른쪽으로 채석장이 내려다보이고, 87번국도 너머로 죽엽산이 전망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등산로는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군사시설보호 구역" 표시의 시멘트 말뚝이 있는 안부를 지나, 국사봉을 향해 급경사 오르막으로 변한다.

능선에서 본 채석장과 죽엽산


가파른 오르막을 허위허위 오른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반갑게 인사를 하며 지나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서울시 산악회 멤버들이 한북정맥을 종주 중이라고 한다. 인사를 하는 것은 좋은데, 우측으로 달려 내려와 갈 길을 방해하거나, 외줄기 오르막에서, 여러 사람들이 줄지어 내려오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려야하는 불편을 겪는다. 산악회에서 산행 중 보행은 좌측통행, 외길에서는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다는 정도의 기본규칙을 회원들에게 교육시킬 필요가 있겠다.


11시 30분, 소나무 몇 그루가 서 있는 첫 번째 봉우리에서 대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약 30분간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며,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봉우리를 내려서면서, 정면 나뭇가지 사이로, 국사봉이 보인다. 안부를 거쳐 암릉지대를 지나고, 이어서 11시 44분, 국사봉 정상에 오른다. 너른 정상에는 군데군데 벌목한 흔적이 보이지만, 무성한 잡초가 시야를 방해한다. 아무 표시도 없는 삼각점이 보인다.

암릉지대를 지나는 대원들

잡초가 무성한 국사봉 정상


11시 52분, 작은 봉우리를 넘어서, 노송이 아름다운 오솔길을 걷는다. 등산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더니, 첫 번째 송전탑을 지난다. 송전탑에서 베어스 리조트가 내려다보이고, 주금산이 조망된다. 다시 울창한 송림을 지나,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나고, 전망 좋은 세 번째 송전탑에서 잠시 머물며, 주위를 조망한다.

노송이 아름다운 오솔길

산 사면을 파먹어 들어가는 채석장

운악산과 매봉


주위의 조망을 즐기다 보니, 앞선 대원들과 너무 떨어진 느낌이다. 세 번째 송전탑에서 내려서서, 앞선 대원들을 쫓는다. 구름이 벗겨지기 시작하는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네 번째 송전탑 주위의 풍광이 그림 같다. 12시 24분, 일행들이 모여 있는 바위 전망대에 올라, 함께 주위를 둘러본다. 사방이 모두 트였다. 오늘 구간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곳이다.

네 번째 송전탑

서쪽의 파주방향

수원산과 운악산, 그리고 47번 국도변 모습.

되돌아 본 지나온 능선


12시 35분, 다섯 번째 송신탑이 솟아 있는 등산로 주변, 비교적 너른 공터에 일행들이 모여, 점심채비를 한다. 고모들의 배낭에서 진수성찬이 쏟아져 나온다. 오곡 찰밥에, 족발, 소 허파요리에, 장어, 상추를 비롯한 야채에 풋고추, 쌈장, 그리고 토하젓 등 밑반찬은 헤아리기도 어렵다. 산에 온 건지, 식당을 차리자는 건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술은 또 어떤가? 복분자술, 매실주, 선인장 술에, 칵테일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이러니 어찌 점심시간이 즐겁지 않겠는가?


즐거운 점심을 마친 대원들은, 소화도 시킬 겸, 약 15분간 여흥시간을 갖는다. 성별, 나이구분 없이 모두 모두 배꼽을 잡고 웃으며 즐긴다. 1시 30분, 일행은 점심 뒤처리를 말끔히 하고,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오른쪽 내리막길에서 군사시설이 있는 수원산이 뚜렷이 보인다.

식사 후 여흥시간 - 대원들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당겨 찍은 수원산


이제 명덕 삼거리까지는 오르막도 없다. 산책하듯 아름다운 숲길을 걷는다. 등산로는 왼쪽 활엽수와 오른쪽의 무성한 전나무 숲 사이로 이어진다. 등산로를 경계로 이처럼 활엽수와 침엽수가 뚜렷이 구분되는 곳도 드믈 것이다. 길가에 육중한 시멘트 토치카가 잡초에 가려져 있고, 길 옆 나뭇가지에는 붉은 색 산행리본이 걸려 있어, 묘한 대조를 이룬다. 마치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고 있는 느낌이다.

울창한 전나무 숲

길가의 토치카와 산행리본


1시 55분, 잡초가 무성한 첫 번째 헬기장을 지난다. 삼각점이 눈에 뜨인다. <포천 475, 2006 재설> 노란 솔잎이 곱게 깔린 전나무 숲이 이어진다. 잠시 숲이 끊어진 공터나, 이어서 지나치는 헬기장 너른 곳에는 야생화들이 아름다운 모습을 뽐낸다. 더위도 가신 선선한 날씨에, 한북정맥 마루금을 걷는 대원들의 표정이 마냥 즐겁다.

야생화 꽃길

세 번째 헬기장을 걷는 대원들


옛 임도 같은, 뚜렷한 길이 나타난다. 바닥이 카펫만큼이나 부드럽다. 이런 길이 공터를 지나, 앞의 자그마한 봉우리로 오르는 듯싶더니, 수원산 정상에 자리 잡은 군부대로 통하는 시멘트 도로위로 이어진다.

공터를 지나, 수원산 갈림길로 오르는 대원들

수원산 정상의 군부대


이중문과 철조망으로 차단 된 도로 위에서 대원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주위를 조망한다. 운악산의 험상궂은 산세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잠깐 동안의 휴식을 마치고, 시멘트 도로를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잡초가 무성한 임도를 걷다가, 왼쪽의 산행리본을 보고, 숲으로 들어서서, 어둑한 잡목 숲을 달려 내린다.

명덕고개로 떨어지는 어둑한 잡목 숲길


이윽고 교통호가 어지럽게 달리는 내리막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차 소리가 가까운 왼쪽 능선으로 내려서는데, 오른쪽에서 잭 대장이 이쪽으로 오라고 소리친다. 갈림길로 되돌아와 오른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정면으로 보이는 산세가 멋지고, 오른쪽으로 개 사육장이 내려다보인다. 개짓는 소리가 요란하다. 3시 27분, 56번 국도가 분기되는 명덕 삼거리에 내려서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길을 건너, 맞은 편 숲으로 들어선다.

명덕 삼거리로 내달리다 정면으로 본 산세

오른쪽으로 보이는 개 사육장

명덕 삼거리 - 위쪽이 56번국도로 분기되는 길이다.


3시 31분, 군부대 철책 길을 타고 오른다. "접근시 발포함"이란 경고판이 삼엄하다. 등산로는 이런 철책 길을 따라 약 15분간 오르내리더니, 이윽고 왼쪽 숲으로 꺾이면서, 군부대 철책과 헤어진다. 이어서 3시 49분, 잡초가 무성하고, 쇠 파이프가 비스듬히 꽂혀있는 424.7m봉에 오른다. 봉우리에서는, 47번 국도가 바로 아래에 내려다보이고, 운악산이 무척 가깝다.

군부대 철책 길


봉우리를 내려서니, 다시 군부대 철책이 따라 붙고, 정면에 초소가 보인다. 무척 규모가 큰 부대인 모양이다. 4시 18분, 철책 길을 버리고, 왼쪽 숲으로 들어서서, 완만한 오르막길을 오른다. 4시38분, 명덕봉(443.6m) 갈림길에 이르러,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47번 도로로 향한다. 내리막길에서 오른쪽으로 수원산과 지나온 철책 길을 되돌아보고, 다시 철책 길을 타고 내려, 4시 54분 경, 47번 국도변에 내려선다.

군부대 초소

뒤돌아 본 수원산과 지나온 철책 길

47번 국도변


(2006. 9. 16.)


뒤풀이

서파 사거리에 있는 서파촌 쌈밥 순두부 집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고, 47번국도 변, 군부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하지만 30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 종무소식이다. 마침 9인승 봉고차가 마을 쪽에서 국도로 들어서려고, 일단 정차를 한다.


차에 접근하여, 서파 사거리까지 편승을 부탁하자, 얼큰하게 낮술에 취한 조수석의 영감님은 자기들은 포도를 따러 반대 방향으로 가는 길이고, 거기다 차도 작아, 모두 태울 수가 없다며 거절한다. 하지만 여원, 다이아 두 고모가 부탁을 하자, 이 영감, 생각을 바꿨는지, 타라고 문을 열어 준다.


여원과 다이아는 조수석의 영감님 무릎에 앉고, 나머지 대원들은 뒤의 짐칸에 까지 들어가 쭈그리고 앉으니, 신기하게도 모두들 자리를 잡는다. 19명이 탄, 9인승 봉고차는 10분도 채 못 되어, 서파 사거리에 도착하고, 꾸역꾸역 차에서 내리는 우리 일행들을 보는, 길가 상점 주인의 놀라는 얼굴이 가관이다. 일행은 영감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길을 건넌다.


5시 40분, 쌈밥집에 도착한다. 제법 손님들이 북적인다. 갈증을 풀려고 우선 맥주부터 주문해 마신다. 시원한 맥주 맛이 그만이다. 편육에, 순두부에, 각종 야채, 그리고 꽁보리밥과 된장... 술잔이 돌며, 뒤풀이 자리는 1시간 30분이 넘게 지속된다. 백산대원이 계산을 하겠다고 나선다.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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