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본 죽엽산


잭 대장의 가이드로 지난 2월 18일 숫돌고개에서 출정한 북진 한북정맥 종주가 오늘의 7차 산행을 마치면, 잔여 산행횟수도 7회가 남아, 횟수로는 절반을 하는 셈이다. 하지만 도상 거리로는 이제까지 약 64.4Km를 걸었고, 아직 84.4Km가 남아 있으니, 예정대로 금년 내에 종주를 마치려면, 남은 구간은 좀 더 부지런히 걸어야하겠다.


2006년 7월 29일(토).

한 달이 넘도록 지겹게 쏟아지던 장맛비도 오늘 오후부터는 그치고, 장마전선도 물러갈 것이라는 것이 기상대의 예보다. 하지만 밤새 심하게 비가 내렸고, 대문을 나설 때도 빗방울이 오락가락 그치질 않는다. 오늘 산행에는 몇 사람이나 나올까? 우중산행을 각오해야하는 날씨라, 너무 단출한 인원이 호젓한 산행을 하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오늘 산행코스는『비득재-죽엽산-작은 넓고개-큰 넓고개』로 도상거리 약 8Km, 잭 대장이 제시한 산행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이다. 어차피 긴 여정, 삼복더위에 무리할 것이 없다고 본, 여유 있는 계획이다.


9시 의정부역 대합실에 모인 대원수는 예상을 뒤 업고, 무려 14명, 여자대원 4명에, 남자대원 10명, 숫자도 성비(性比)도 지난, 6차 산행 때와 꼭 같다. 화봉대원이 새롭게 "지원" 고모, "정선" 고모를 대동한 반면, 한북정맥 산행에 빠지지 않고 참여하던, 여왕봉대원, 다이아대원, 여원대원 그리고 지헌 부부가 결간 한 것이 뜻밖이다.


잭 대장의 인솔 하에 대원들은 광릉내 행 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의정부 시내의 정류장을 경유하자, 중년의 여자승객들이 계속 차에 오른다. 승객들이 서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아마도 광릉내 쪽의 어느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분들 같아 보인다. 놀러 가는 우리들은 앉아서 가고, 일하러가는 이분들은 서서 가니 앉은 자리가 영 불편하다. 금동무구대원도 같은 심정인지, 한 정거장 앞서서 미리 일어서는 모습이, 살았다는 표정이다. 9시 55분 경, 직동 삼거리에서 하차한다. 날씨는 잔뜩 흐려있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직동 삼거리


오늘의 산행기록은 아래와 같다.

『(10:22) 비득재 도착, 산행시작-(10:31) 오른쪽 숲으로-(10:34) 첫 번째 송전탑-(10:39) 임도-(10:43) 두 번째 송전탑-(10:58) 죽엽산 갈림길임도-(11:22) 죽엽산 정상-(11:23) 헬기장-(11:38) 소 삼각점-(11:38~12:25) 중식-(12:30) 입산통제 표시-(12:37) 570m봉-(13:29) 작은 넓고개-(13:42~13:52) 전망 좋은 무덤가-(14:07) 헬기장-(14:21) 87번 국도』 중식시간 47분 포함, 총 3시간 59분이 소요된 산행이다.


직동 삼거리에서 북쪽으로 새로 뚫린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걷는다. 주위가 온통 음식점들이다. 각종 형태의 음식점들이 비득재까지 줄곧 이어진다. 이런 음식점들 때문인가? 좁은 길에 차량통행이 빈번하다. 10시 22분 경, 지난 번 하산했던, 비득재에 도착하여 단체 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한다.

솟을대문 집 식당

단체사진 - 경담 사진

비득재-사진에 보이는 길로 진행하여 능선에 오른다.


돌이 단단하게 잘 깔린 임도를 따라 걷는다. 비에 씻긴 임도가 깨끗하다. 비득재에서 산행을 시작한지 10분 쯤 후에, 비로소 임도를 버리고 오른 쪽 숲으로 들어서서 완만한 사면을 거쳐, 능선에 오른다. 참나무 숲이 이어지고 산세가 가팔라진다. 10시 34분, 첫 번째 송전탑을 지나고, 비에 씻겨 유난히 푸르게 보이는 무덤을 지나, 다시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를 따라 걷는 대원들

비에 씻겨 유난히 푸르게 보이는 무덤


임도는 왼쪽으로 굽어지고, 우리는 정면의 숲으로 들어서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른다. 10시 43분 두 번째 송전탑을 지나고, 1분 후 세 번째 송전탑도 지난 후, 아름다운 적송지대로 들어선다. 등산로는 더욱 더 가팔라지고 오른 쪽 계곡에서 시원한 물소리가 들린다. 노랗게 깔린 비에 젖은 솔잎들, 습기가 많은 송림 속,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이름 모를 버섯들... 비온 뒤 숲 속의 풍광이 싱그럽다. 10시 58분, 죽엽산 갈림길 너른 임도에서 대원들이 모여 잠시 숨을 돌린다.

아름다운 적송지대

숲속의 버섯 1

숲속의 버섯 2

갈림길에서 숨을 돌리는 대원들 - 경담 사진


11시 경, 정면의 절개지를 타고 오르며, 대원들은 다시 산행을 시작한다. 된 비알길이 계속된다. 계곡도 그쳤는지, 이제는 물소리도 들리지 않고, 기러기 편대를 형성하고, 된 비알을 오르는 대원들의 숨소리만 거칠다. 11시 22분 돌이 듬성듬성 놓여있고, 고목들이 울창한 능선 마루에 올라선다. 죽엽산 정상(601m)이다.

갈림길에서 절개지를 오르는 대원들

죽엽산 정상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 북으로 향한다. 1분 후 헬기장을 지나고, 울창한 송림으로 들어선다. 안개 속에 펼쳐진 아름다운 숲속에 들어서니, 마치 별세계에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어서 빽빽한 전나무 숲이 이어지고, 길 위에 소 삼각점이 보인다.

안개 낀 숲 1

안개 낀 숲 2

전나무 숲 1

전나무 숲 2

소 삼각점


대원들은 소 삼각점 주위의 너른 공지에 둘러 앉아, 이른 점심을 시작한다. 이 장군 도시락이 가장 화려하다. 동그란 땡에, 삶은 오징어와 초간장, 오이김치 등, 아직도 장군의 끗발이 여전히 살아 있다. 족발 등 항상 특색 있는 먹거리를 준비하는 덕암대원이 이번에는 순두부를 지고 올라와 인기를 끈다.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여 한껏 여유 있게 점심을 즐긴다.


점심을 마치자, 여성대원들이 먼저 서둘러 길을 재촉한다. 뻔한 길에 중간 중간 산행리본들 마저 걸려 있으니, 길 잃을 걱정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뒤에 남은 남자 대원들은 소 삼각점을 배경으로 또 다시 기념사진을 찍고, 여자 대원들 뒤를 따라 가파른 내리막을 달린다. 12시 30분 안부에 세워진 입산통제 팻말을 지나고, 맞은 편, 하늘로 뚫린 안개통로를 지나, 암봉에 오른다. 개념도 상의 570m봉이다.

입산통제 팻말

하늘로 뚫린 안개길


내리막길이 계속된다. 이정표는 없지만 곳곳에 산행리본들이 걸려있어, 주능선에서는 알바를 할 걱정이 없다. 앞에 후미 심천대장이 걸어간다. 배낭 뒤에 매달린 허연 비닐봉지는 쓰레기 봉지다. 산행을 하면서 눈에 뜨이는 쓰레기들을 주워 담는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별개의 것이고, 아는 것을 실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심천대원은 묵묵히 실천을 할 줄 안다.


뒤에서 누가 따라오면 부담감을 느끼는 나는 항상 후미대장을 앞세운다. 후미대장은 앞선 대원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걷고, 나는 후미대장이 내 시야에 남아 있는 정도의 거리를 두고 뒤를 쫓아, 항상 선(線)을 유지하려고 서로 애를 쓴다. 리본이 없는 갈림길에 이르거나, 사진을 찍느라 내가 뒤로 많이 쳐졌을 때면, 후미대장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숲속을 들여다보는 체하며 나를 기다려준다.

후미대장과 산행리본


하늘이 밝아지더니, 드디어 오랜만에 햇님이 얼굴을 내민다. 예보처럼 이제 장마가 끝이 났으면 좋겠다. 왼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시가지가 내려다보이고, 오른쪽으로 내촌면이, 그리고 구름에 가린 국사봉이 보이는 것을 보면, 작은 넓고개가 가까운 모양이다. 1시 28분 독립가옥이 있는 작은 넓고개에 내려선다.

왼쪽 조망

오른쪽 국사봉

독립가옥


작은 넓고개를 카메라에 담고, 맞은 편 숲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들어선다. 선두그룹의 진행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널널하게 시간이 많은데, 왜 이처럼 달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절 나게 쫓아가느라, 현 위치가 어딘가 궁금하지만, 미처 지도를 꺼내 볼 틈도 없다. 어디서 산악경주라도 붙었나?

작은넓고개


1시 32분, 내촌면을 평화롭게 내려다보고 있는 가족 묘역 뒤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등산로를 벗어나 묘비를 보고 싶지만, 후미대장은 이미 묘역 끝의 숲으로 사라지려 한다. 단념하고 묘역만을 카메라에 담고, 뒤를 돌아다보니, 지나온 능선과 죽엽산이 선명하지 않은가? 이미 후미대장은 숲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지만, 선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런 죽엽산의 모양을 카메라에 담지 않을 수는 없다. 아울러 내촌면과 국사봉 등 5~6매의 사진을 찍고, 급히 숲으로 뛰어드니, 뻔한 길인데도, 저 앞에 심천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내촌면을 내려다보고 있는 가족묘역

내촌면 방향의 조망


1시 43분 오른쪽으로 시야가 탁 트인 무덤 뒤에서 일행들이 쉬고 있다. 정면으로 국사봉(547m), 바위봉(641m)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도 또 모두 모여 단체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고, 약 5분간을 쉰 후, 1시 48분 경, 잭 대장은 다시 출발을 서두른다. 오늘의 산행시간을 의식하는 건가?

오른쪽의 국사봉을 비롯하여, 바위봉 등가야할 다음 코스,

산악경주 하 듯 달린 후 지쳐서 쉬고 있는 대원들 - 잭 사진


아직도 후미대장은 향초(香草)를 즐기고 있고, 나는 천천히 앞선 일행들 뒤를 따른다. 1시 58분 오른쪽에 무덤 1기가 누워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나온 파평 윤씨의 묘인 모양이지만, 앞선 일행은 이미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도 않으니, 묘비로 다가가 이를 확인할 여유도 없다. 서둘러 산행리본이 달려있는, 묘지 뒤, 숲으로 들어선다.

파평 윤씨의 묘(?)


등산로는 오른쪽으로 굽어져 동쪽으로 향한다. 차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뒤를 돌아보니, 후미대장도 숲으로 들어서고 있다. 갑자기 등산로가 애매해진다. 깊게 생각할 것도 없이 왼쪽 1~2미터 위쪽으로 달리는 능선으로 치고 오른다. 동쪽으로 달리는 등산로가 뚜렷하게 이어진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능선이다. 2시7분 헬기장을 지나 등산로를 따라내려 선다. 등산로는 참호와 교통호를 따라 이어지더니, 87번 국도변의 건물부근에서 슬그머니 사라진다. 2시 21분, "영진" 뼈 해장국집 옆, 87번 국도로 내려선다.

하산한 국도 변 - 영진 뼈 해장국집


국도에 내려서서, 큰 넓고개에 있다는 공장지대가 오른쪽으로 200~300 미터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알바를 한 것을 인식한다. 파평 윤씨의 묘지를 지나 능선으로 오르지 말고, 희미하게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아 직진하여, 절개지를 내려서야하는데, 위쪽의 능선을 타고 보니, 마루금보다 약 200~300 미터 더 북쪽으로 떨어지게 된 모양이다.


경담대원이 찍은 아래 사진을 보니, 선두와 길이 갈린 곳, 그리고 무덤 뒤, 숲 속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희미해진 이유가 짐작이 된다. 아미도 숲으로 들어가기가 귀찮아진 정맥꾼들이, 우리의 선두처럼, 남의 묘, 월성을 통과 하는 새 코스를 만들고, 그러다보니 산행리본이 매달린, 숲 속의 옛 코스의 족적은 희미해진 모양이다.

선두는 월성를 타고, 후미는 왼쪽 숲으로 - 경담 사진

후미대장이 선두대장과 통화를 마치고, 우리들은 87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다. 2시 25분, 우금리 삼거리에 도착하고, 왼쪽 시멘트 도로를 걸어, 오늘의 뒤풀이 장소인, 칠보가든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 공판장을 지난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는가? 캔 맥주 2개를 사서, 개울가 공원에 앉아, 향초 1개씩을 즐기며, 갈증을 달랜다.

우금 삼거리


칠보가든에 도착, 땀을 씻어내고, 옷을 말끔히 갈아입고 나니, 선두 그룹이 도착한다. 지난 청계산 산행 시의 4분5열에 비하면, 오늘은 일사분란(一絲分亂)한 단체산행을 한 셈이지만, 후미 두 사람이 알바를 하는 바람에, 옥에 티가 생겼고, 그래서 잭 대장은,"내, 참!" 하며 아쉬워한다. 칠보가든 앞의 우금저수지가 아름답다.

우금저수지


실패에서 교훈을 배운다.

1. 날머리는 일반적으로 복잡하다. 따라서 날머리에서의 기러기편대 산행이 더욱 더 필요하다.

2. 하지만 하루 종일 기러기 편대를 이루며, X 덩어리처럼 뭉쳐 다닐 수만도 없는 일. 산 이사회 산행리본을 만들던가, 간단히 종이 표지판을 만들어, 날머리 등 후미와 선(線)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곳에 부착하여, 생이별을 방지한다.


 

(2006.7.30.)



Posted by Uri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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